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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대일 외교 바꿀 때다/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일 외교 바꿀 때다/황성기 논설위원

    평창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의 슬라이딩센터 건설에 들어갈 무렵인 2014년 평창조직위원회는 일본 나가노의 경기장 활용 방안을 극비리에 논의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93억엔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은 지금은 흉물이 됐다고 한다. 나가노의 낡은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르려면 상당한 보수비를 들여야 한다. 하지만 새로 지어 대회가 끝난 뒤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빙하기에 있던 그 시절 조직위와 문체부의 의욕에 찬 방안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휴지장이 됐다. 모든 경기를 평창·강릉에서 치르려는 강원도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나라 가운데 슬라이딩센터의 사후 활용을 제대로 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다. 한·일 관계가 좋았더라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과 경기장을 나누어 치르는 윈윈의 접근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3류 외교로 평창올림픽을 치르고 슬라이딩센터의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초여름 도쿄에서 일본 노정치인과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곧 봉인해 뒀지만)가 목에 걸린 떡 같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문재인 대통령 취임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다가 종국에는 위안부 문제로 옮겨 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 정치인과 몇 차례 만났지만, 위안부 문제에 관한 생각을 먼저 들려준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는 대선에서 위안부 합의 재교섭을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이 취했으면 하는 대일 외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들려줬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일본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문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도 아베 신조 총리 뒤에 있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낼 겁니다. 한국은 조용히 있다가 그때 대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말에 담긴 뜻을 보충하면 이렇다. 국제사회에서 전시 여성 인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도덕적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얘기하지 않아도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우익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이전되거나 철거되지 않는 ‘약속 불이행’을 들어 아베를 압박하고 그 압박에 못 이긴 일본 정부가 ‘행동’에 나선다. 그때 한국이 마지못해 응수하는 게 가장 슬기로운 책략이란 얘기이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뻔한 결과를 내놓은 위안부 합의 검증과 그 이후 정부가 보여 준 대일 외교는 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 공약의 철회 수순이라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1월 9일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은 피해자 중심주의도 아니고, 12·28 합의 존중도 아닌 갈팡질팡 외교의 전형이다. 앞뒤도 안 맞는 발표문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읽어 내리는 강 장관 얼굴에서 당혹감을 본 것은 필자뿐이었을까. 위안부 문제와 동렬에 놓을 수 없는데도 사드에 빗대 ‘봉합’을 얘기하는 주일대사도 있다. 마치 우리가 뭔가를 잘못하고 우리가 봉합하는 듯한 논리다. 봉합할 거라면 처음부터 재협상은 꺼내지 말라고 이수훈 대사는 대선 때 조언을 했는지 묻고 싶다. 실용주의를 외면한 외교의 기회비용은 적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주변 3강이 우리와 얽힌 관계는 10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대미국, 대중국과 비교해 역사 문제에 걸려 스스로 보폭을 좁혀 온 것이 대일 외교의 현주소다. 일본의 침략 전쟁에서 다대한 피해를 본 중국의 의연한 대일 외교가 가끔 부럽다. 한·일 관계는 역사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역사를 가슴에 칼날처럼 품되 실리 외교를 해야 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의 21세기 파트너십 선언이 그랬다. 대일 외교의 전환은 김대중 정신을 잇는 문재인 정부라면 할 수 있다. 2018년판 한·일 파트너십이 필요한 때다. marry04@seoul.co.kr
  • “평창서 5G 주도권 잡자” 이통사 불꽃 경쟁

    KT, 5개 종목 5G로 중계 SK·LGU+ 이벤트 홍보전 체험관 등 운영 5G 알리기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이동통신사들의 5세대(5G) 통신망 각축 무대로 떠올랐다. 주관 통신사인 KT가 현지 시범서비스로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바짝 뒤를 쫓고 있다. 5G 서비스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 100Mbps로 기존 4세대(4G) LTE보다 10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KT는 평창 공식 후원사 중 유일한 통신사로, 이번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5G 상용화 경쟁에서도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전체 15개 종목 중 봅슬레이, 크로스컨트리,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하프파이브 등 5개 종목 중계에 5G 서비스가 적용된다. 정지 영상을 360도로 볼 수 있는 옴니포인트뷰 서비스 등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것이라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3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옆에 826㎡(250평) 규모의 홍보관도 문을 열었다. 360도 가상현실(VR)과 복합현실(MR), 반응속도 0.001초의 초저지연 미디어 등 5G 기술과 실감형 콘텐츠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도 관련 체험관을 운영한다. 앞서 평창 의야지마을에 5G 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서 ‘평창’이나 ‘올림픽’ 단어를 쓸 수 없다. 대신 겨울 체험 이벤트로 일반인들에게 5G 알리기에 나섰다. 올림픽 열기를 타고 부수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지난 28일 서울광장에서 막을 올린 ‘ICT 이글루 페스티벌’에는 ‘스노 드리프트’ 기기 등을 가져와 설산 스키와 로봇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초당 20Gb로 압축한 5G 기술을 활용해 북극 오로라, 심해, 우주공간도 동영상으로 보여 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서울 용산사옥에 5G 체험관을 열었다. 5G 생중계, 8K 초고화질 가상현실 영상, 스마트 드론 등 6대 서비스를 자랑한다. 이통3사는 저마다 “평창을 통해 한국의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여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파 가고 눈이 왔네

    한파 가고 눈이 왔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제 이만 끝내자/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제 이만 끝내자/진경호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용띠다. 그러나 ‘닭’으로 통했다. 뱀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동안 ‘쥐’로 불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앙’ ‘문죄인’이 된 지도 제법 오래다. 정점의 권력에 이런 막말을 퍼붓는 ‘기개’를 민주주의가 만개한 증좌로 삼는 위인들이 적지 않건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분을 참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익명에 숨어 문 대통령을 ‘재앙’이라 부르며 농락하는 건 명백한 범죄”라며 “포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참을 수 없기는 ‘문꿀오소리’(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인 듯 지난 18일부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이에 놀란 포털 네이버는 경찰에 진위를 가려 달라고 고발하는 단계로 치달았다. ‘닭’과 ‘쥐’ 앞에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고 ‘재앙’ 앞에선 범법 여부를 따지는 건 달리 말할 것 없이 ‘내로남불’이다. 여기에다 “막말 댓글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한 문 대통령 신년회견 발언을 얹으면 ‘이율배반’이 된다. 그러나 새삼스럽긴 하나 추 대표 등의 분기탱천은 반가운 일이다. 거칠고 우악스런 저주의 댓글에 멀쩡한 사람들 가슴이 눌리고 사회 공동체가 깊이 멍드는 현실에서 이번 논란으로 ‘작전세력’들도 가려내고 막말 청소기도 마련한다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다고 문제가 해소되느냐는 것이다. 살갗에 반창고를 붙인다고 그 속 고름을 짜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논란은 그래서 훨씬 더 나가야 한다. 9년 전 ‘노무현은 죽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이 자리에다 쓴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였다. 칼럼이 실리고 이틀 뒤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는 비극이 벌어지면서 ‘데스노트’ 운운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친노 진영의 분노만 키울 뿐이고 따라서 ‘노무현’은 죽지 않으며 결국 이명박 정부의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요지였다. 그 뒤로 시간은 많은 굽이를 돌았고,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시점을 따지는 상황에 다다랐다. 민주화 이후 6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비극적 종말을 맞지 않은 인사가 단 한 명 없는 현실은 섬뜩하다. 5년 주기의 이런 비극 속에서 이념과 지역으로 나라가 갈가리 찢기고 ‘저들’에 대한 증오와 적의가 더 단단한 갑옷을 두르는 현실은 더 섬뜩하다. 적폐청산이든, 정치보복이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비극의 정치사는 그만 끝내야 한다. 네 편과 내 편이 상대에 대한 분노와 공포 속에 서로 씨를 말리겠노라 다짐하는 현실에서 국민 통합을 외치는 건 부질없다. 지난 30년이 말해 왔고 오늘이 증명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바뀌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차관이 된 ‘나쁜 공무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권에 따라 공직자 신세가 바뀌는 세상은 바꿔야 한다. 정권의 주파수에 언론이 장단을 맞추는 세상도 바꿔야 하고, 앞날을 모르는 기업이 이런저런 미래 권력에 줄을 대야 하는 세상도 바꿔야 한다. 정의의 보루라는 사법부마저 정치 갈등의 난장판이 돼 가는 세상도 바꿔야 한다. 모두가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만든 산물이다. 끝내야 한다. 권력 분점 외엔 답이 없다. 정권을 내주면 모든 걸 잃는다 싶어 사생결단으로 정권 재창출에 매달리고, 그래서 블랙리스트 같은 완력으로 삐딱한 말문을 틀어막는 식의 정치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 이런 정치에서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사생결단 정치의 제물일 뿐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선 대통령중심제가 효과적이라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은 서독의 내각제 속에서 무너졌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무결점의 제도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제를 더 끌고 갈 형편은 더욱 아니다. 다당제 속 권력 분점으로 적대의 경계를 흐려야 타협과 공생의 정치가 가능하다. 야당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그토록 외쳤던 집권세력이다. 화장실 나서는 기분으로 권력구조는 나중에 따지자고 한다면 이는 국민 능멸이다.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대통령제는 끝내야 한다. jade@seoul.co.kr
  • 올림픽 티켓 있으면 평창ㆍ강릉 공짜로 간다

    서울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시청 앞 서울광장과 평창·강릉 올림픽경기장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인 ‘평창e버스’를 운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이날 버스 공유 플랫폼 운영사 ‘위즈돔’과 무료 셔틀버스 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셔틀버스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치러지는 다음 달 10~25일과 3월 9~18일에 운행된다. 단 개회식이 펼쳐지는 9일은 제외된다. 올림픽 경기 티켓이나 평창·강릉 문화올림픽 공연 티켓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선착순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은 오는 26일 오전 11시부터다. 포털 사이트에서 ‘평창e버스’를 검색하거나, 예약 사이트(www.ebusnvan.com)에 접속하면 된다. 무료 셔틀버스는 31인승 우등버스로 운행된다. 서울발 강릉행과 평창행, 강릉발 서울행, 평창발 서울행 등 4개 노선이 있다. 시는 무료 셔틀버스 승객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안내 책자와 서울·강원 관광안내 책자 등을 증정할 계획이다. 이번 무료 셔틀버스 운행은 위즈돔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위즈돔은 2011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수요응답형 ‘e버스’를 세계 최초로 런칭하고, SK·한화·CJ·카카오 등 기업의 통근버스 166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인천과 화성에서도 ‘e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광장] ‘미녀 응원단’은 없다/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녀 응원단’은 없다/이순녀 논설위원

    “밀레니얼 세대는 거대 담론이나 대의명분보다 주변의 불합리, 부조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연초에 인터뷰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의 말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20대 위원이 된 것을 계기로 만났지만 닷페이스가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영상매체인 만큼 그들의 정체성과 특징이 궁금하던 차였다. 조 대표는 ‘새로운 상식’을 이야기했다. 기성세대의 상식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상식을 스스로 판단하고 모색한다는 것이다.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2030세대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현상을 보면서 조 대표가 했던 말이 오버랩됐다.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이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자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큰 그림’보다 같은 또래 선수들이 정치적 이유로 정당한 기회를 잃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눈앞의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그들에겐 당연한 ‘상식’일 수 있다. 이런 2030세대의 인식 변화를 정부와 기성세대만 몰랐다. 그러니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 밖에 있기 때문에 단일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제 “단일팀 구성이 시기적으로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2030세대가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처음 알았으며, 반성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도치 않게 단일팀으로 남남 갈등을 키운 꼴이 됐으나 어쨌든 값진 교훈을 얻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2030세대의 인식은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7 통일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전체 53.8%였으나 세대별로 보면 20대 41.4%, 30대 39.6%로 평균을 밑돌았다. 한반도기 공동 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 대화 및 북·미 대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통일로 이어지는 장밋빛 시나리오의 시작이라고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도 과거와 같은 열광적인 지지와 감동의 눈물을 평창에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기성 정치권, 언론의 구태의연한 인식과 대응이다. 핵무장 완성을 운운하며 초강경 태세를 보이던 북한이 갑자기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배경에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선수단보다 예술단과 응원단, 태권도단 파견에 더 관심을 두는 이유도 모르지 않는다. 앞에선 대화하면서 뒤로 비난하는 행태 역시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다 알면서도 북한에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평창올림픽 지원 특별법’에도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북한과의 협의가 명문화돼 있다. 그런데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의 정치쇼에 끌려다니면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공격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북한 체제 선전의 판을 깔아 준다고 비판하면서 한편으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한 언론도 후진적이긴 마찬가지다. 목도리, 하이힐, 머리 모양 등 패션 스타일을 비롯한 온갖 가십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3년 4개월 만에 방남한 북측 인사이고, 현 단장 개인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도한 관심이다. 아침 식사 메뉴가 황태국이라는 게 뉴스 속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렇다 보니 북한 응원단에 대한 과잉 취재 열기가 벌써 걱정이다. 북한 응원단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2005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 차례 방남할 때마다 ‘미녀 응원단’으로 불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우리가 달라지면 된다. 미녀 응원단이란 용어부터 자제하자. 피땀 흘려 가며 대회를 준비한 선수 하나하나가 올림픽의 주인공이어야 마땅하다. 그들 대신 응원단을 금수저, 낙하산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가 지난 연말 낙태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지지 여론 못지않게 반대 여론도 들불처럼 일어났다. 인터넷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댓글이 난무했다. 그중에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날이면 날마다 출산율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면서 낙태를 허용하겠다니 제정신인가.”출산율이 비상이긴 하다. 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 물론 유엔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에도 못 미친다. 낙태를 합법화하면 가뜩이나 날개 없는 출산율이 더 수직 낙하할 것이라는 게 ‘낙태 허용’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아무리 절박해도 아기 낳지 않을 권리를 원천 봉쇄하면서 출산율 해법을 찾을 일은 아니다.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던 부부는 어느 날 덜컥 들어선 셋째 존재를 알게 됐다. 부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남들처럼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수입이 변변치 않아 늘 헉헉대던 부부에게 셋째는 ‘우환’이고 ‘당혹감’ 그 자체였다. “분명히 남편이 수술을 받았는데…”라며 병원을 원망하던 부부는 몇 날 며칠 계산기를 두드려 보다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범죄자가 됐다. 이 얘기를 털어놓는 아이 엄마에게 “이해한다”는 말 대신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래도 자기 먹을 건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는데 눈 딱 감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 선 대꾸가 돌아왔다. “한번 직접 키워 보세요.” 유순한 편인 그는 자신의 공격적인 언사에 스스로도 놀랐던지 이내 “국가가 키워 줄 것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이 엄마에게 우리는 자신의 성관계에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순간, ‘낙태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범죄다’라는 댓글이 오버랩돼 떠올랐다. 물론 낙태를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일리 있다. 그래서 낙태는 전면 허용이 아닌 부분 허용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피치 못할 유전적 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근친상간, 임신 여성의 목숨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등 여섯 가지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일곱 가지, 여덟 가지 이유가 있다. 문란하지 않아도, 생명을 새털처럼 여기지 않아도 말이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언니, 누나, 여동생 이야기다. 낙태가 불법이다 보니 무면허 의사를 찾거나 음성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없애면서 위험에 내몰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태아의 생명권이 소중하다면 여성의 생명권도 소중하다. 생활고에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뉴스가 지금도 종종 나온다. 별거나 이혼을 결정한 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은 이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 가능한 대상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어느 단계의 태아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난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12주 미만 태아로 낙태 허용 대상을 제한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수술 전 의사와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상담 후 2~8일간의 숙려 기간을 둔다고 한다. OECD 회원국 중 80%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설명이, 마치 낙태 허용이 선진국 수준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아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나라들이 생명을 경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놓고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45년 전인 1973년이다.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법체계는 어떤 형태로든 고쳐져야 한다.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제도 환경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hyun@seoul.co.kr
  • [서울광장] 강남 집값 대책, 똘똘한 한 채는 그대로지만…/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강남 집값 대책, 똘똘한 한 채는 그대로지만…/김성곤 논설위원

    최근에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 강남의 집값이 궁금해졌다. 하루가 멀다 않고 오른다는데 배경이 뭘까. 참여정부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대책이 나오고, 수시로 합동단속을 나가고, 완결판처럼 2005년 ‘8·31 대책’이 나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집값 대책은 건설교통부가 주도하다가 나중에 금융 카드를 쥔 재정경제부가 간여했다. 대책 발표를 놓고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다투는 촌극도 있었다. 그때 써먹은 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시장도 돌아봤다. 강남은 물론 강북 마포나 성동, 광진 등지도 크게 올랐다. 내친김에 참여정부 때 주택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에게 물었다. “도대체 강남이 왜 이럽니까.”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신도시 외에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택지 공급이 있었나요.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인프라가 떨어지는 보금자리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뉴스테이로 흉내만 냈잖아요.” 전문가들에게도 물었다. 자산가들의 ‘신(新)갭투자’(전세를 끼고 차액만 투자해 집을 사두는 것), 학습효과, 다시 부상한 강남 8학군, 똘똘한 한 채 등이 튀어나온다. 분석은 명쾌했지만 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 난타당하고 있다. 억울하고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집값, 특히 강남 집값은 이 정부만 탓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이전 지난 10년간 집값은 제법 안정됐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 강남의 상승 에너지는 높아지는데 제대로 된 공급 대책이 없었다. 부동산114 통계를 빌리면 참여정부 때 서울에서 18만 2000여 가구가 공급된 반면 이명박 정부 땐 14만 2000가구, 박근혜 정부 땐 16만 가구에 그쳤다. 강남권도 그렇다. 집값이 안정됐을 때 재건축을 조금씩 풀어 공급에 숨통을 터줬어야 하는데 능동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집값이 불안할 때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이 일대 집값이 폭등한 것은 반면교사다. 인정할 것도 많다.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세상이 지난 1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참여정부 때 썼던 투기방지책을 묶음으로 내놓았던 대책이 이런 변화를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강남 집값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셋값이 올랐다. 2005년 전후해 강남의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40~45%였다. 지금의 갭투자는 어림없었다. 현재는 강남 전세가율은 70% 안팎이다. 갭투자가 성행하고, DTI 규제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또한 지방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강남에 집을 사 물려주는 수요도 적지 않다. 서울에 취직한 자식을 위해 집을 사주는 것이다. 좁은 강남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강남권이나 강북으로 방향을 튼다. 수도권 집중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매년 70만명이 30세에 도달하고, 이들이 결혼 등을 이유로 매매나 전세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공급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렇다고 공급을 떼어놓고 대책을 논하는 것도 우습다. 인정할 것은 하자. 서민주택과 함께 고급주택도 건립 여지를 둬야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정부는 보유세로 상승세를 꺾으려 할 것이다. 재산세의 누진율을 가파르게 하면 침체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까지 잡을 수 있는 만큼 일단 보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종부세는 고가주택 수요자에 대한 선택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행은 사실상 기준시가가 12억원 이하인 경우 0.5%의 종부세율을 적용하지만, 이를 9억으로 낮추고,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0.75%를 적용하는 등 한 단계씩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양도소득세 부과방식을 확 바꿔 소득금액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좀더 지켜봤으면 한다. 카드는 써 버리면 카드가 아니다. 그래도 강남 대책을 낸다면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sunggone@seoul.co.kr
  • [서울포토] 미세먼지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서울포토] 미세먼지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대기환경지수가 나쁨을 기록한 16일 서울 시청 스케이트장이 미세먼지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포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중단

    [서울포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중단

    대기환경지수가 나쁨을 기록한 16일 서울 시청 스케이트장이 미세먼지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중단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중단

    서울을 덮친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면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외부공기에 노출돼 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운영도 중단됐다.서울시는 16일 정오를 기해 서울 시내에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당초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에서 격상한 것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90㎍/㎥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된다. 낮 12시 기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나쁨’ 수준인 99㎍/㎥를 기록했다. 이는 ‘매우 나쁨’ 100㎍/㎥에 근접한 수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8시 25개구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가 79㎍/㎥에 이르자 “호흡기·심혈관 질환이 있는 시민과 노약자·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해 달라”며 “실외 활동이나 외출 시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시민들에게 문자서비스,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 모바일서울 앱, 대기오염 전광판 등을 통해 시민행동요령을 알렸다. 대기질이 점차 나빠지면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시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대기질 측정 결과 통합대기환경지수가 오전 8시와 9시 두 시간 연속 151 이상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용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대기환경지수란 대기오염도 측정치를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아황산가스·미세먼지·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오존·초미세먼지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내는 수치다.시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측정한 이 통합대기환경지수를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장 대기 질 측정 결과 수치가 151 미만으로 회복되면 즉시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만약 대기 질 악화로 운영을 멈추면, 이용 중단 시각 2시간 전에 서울광장 홈페이지(http://www.seoulskate.or.kr)에 공지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기억해야 할 ‘고통의 공간’/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억해야 할 ‘고통의 공간’/박건승 논설위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은 것은 고스란히 영화 ‘1987’ 덕분이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란 의문에 답을 줬다는 바로 그 영화다. 얼마 전 일요일에 ‘1987’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내친김에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까지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그날은 실패했다. 이른바 ‘빨간날’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탓이다. 남영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우측으로 돌면 검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수많은 민주 인사와 학생, 그리고 ‘조작 간첩’들이 온갖 고문을 당면서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역사 현장이다. 평일 오후에 찾은 그곳은 짐작한 바대로 살풍경했다.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은 고문의 끔찍함과 자연스레 연결 짓게 한다. 이 건물이 대표적 현대건축가인 김수근이 설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유신 독재 시절인 1976년에 지어져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썼지만 한동안 ‘해양연구소’라는 간판을 달고 용도를 위장하기도 했다. 건물 5층 취조실로 가는 피해자라면 누구나 녹슨 나선형 철제 계단을 거쳐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계단이다. 쳐다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계단이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눈이 가려진 피해자는 자신이 끌려온 방향이나 끌려 올라간 층수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선형 계단에는 대략 3m 간격으로 있어야 할 계단참이 없다. 자신의 현 위치가 몇 층인지 알 도리가 없다. 공간 지각력의 상실과 그로 인한 공포는 극에 달했을 것이다. 고문실로 가는 길도 이럴진대 정작 고문실은 어떠했을까.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야만의 공간 509호실. 스물셋의 젊디젊은 청년 박종철군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꺾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좁은 취조실 안쪽엔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욕조와 취조받던 철제 책상·의자가 그대로다. 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 기(旗)와 영정 사진이 말없이 자리를 지킨다. 조사실의 조명은 외부에서 조절해 낮과 밤의 경계를 잃어버리게 했다. 마주 보는 문들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맞은편에서 같이 문을 열어도 마주칠 수 없다. 보통 취조실에는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음 시설이 필요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흡음재 대신 목재 타공판을 사용했다. 비명만 울려 퍼지도록 해서 공포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보다 더 치밀한 ‘악의 공간’이 있을까. 경찰청 인권센터에서는 표지판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문 학예사도 없다. 50여m 밖 대로변에 보일 듯 말 듯한 50㎝짜리 안내판이 나무판에 덜렁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이다.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전기고문을 당했던 5층 끝자리 515호실은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문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한 그였지만 설명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오고 싶으면 오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인 거 같다. 2005년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에게 내놓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이곳은 경찰청이 관리·운영한다. 전체 7개 층 가운데 4개 층은 현직 경찰들이 업무 공간으로 쓴다. 지구대 하나 제 발로 찾기를 꺼리는 소시민들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경찰이 과거사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차원에서도 그 문은 활짝 열려야 한다. 건축가 김명식은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라는 책에서 ‘기억을 지속시켜 주는 것은 공간뿐’이라고 적었다. ‘지나간 일과 사건, 추억, 모습은 시간에 묶여 있는 것이기에 되살릴 수 없다. 시간이 되돌아오지 않듯이. 하지만 공간은 지속적인 기억의 가능성을 준다. 공간 한가운데 생생히 붙잡아 둔 기억은 바로 그 공간에 의해 그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는 것은 ‘사회적 고통과 기억의 공간’, 즉 고통이 내재된 과거 속으로 들어가 ‘아픔의 비’를 함께 맞으려는 뜻에서일 게다. 슬픔이 기억되지 못하는 공간은 비극이다. 아픔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사회는 야만이다. ksp@seoul.co.kr
  • [서울광장] 외눈박이 복지정책/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눈박이 복지정책/최광숙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는 이상 사회는 북유럽이었다.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고 어려운 국민들을 국가가 살뜰하게 챙기는 ‘복지 천국’ 북유럽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보았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도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 140조원을 편성해 복지 국가의 페달을 세게 밟고 있다. 정부가 내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스웨덴 복지의 틀을 만든 한손 전 스웨덴 총리의 ‘국가는 국민의 집’이라는 슬로건과 똑 닮았다. 사회민주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한 북유럽의 복지 체계는 ‘성장과 복지’라는 양 날개를 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하게 해석된다. 진보는 복지에 방점을 두고 성장을 외면하는 반면 보수는 성장에 방점을 두고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스웨덴처럼 성장과 복지, 두 수레바퀴로 나라를 운영하려 했다. 2006년 발표된 노무현표 정책 종합판인 ‘비전 2030’이 잘 보여 준다. 노 전 대통령은 “‘비전 2030’은 성장도 하고 복지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스웨덴의 복지 모델을 따르면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복지’만 강조하고 ‘성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외눈박이 정책을 펴고 있다. 스웨덴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복지 국가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정부는 스웨덴이 노동자를 위한 ‘분배의 정치’와 함께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생산성의 정치’를 추진한 것에는 눈을 돌리고 있다. ‘노동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기업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의 천국’이기도 하다. 발렌베리 가문이 160여년간 운영하는 발렌베리그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그룹은 스웨덴 대표 기업 19개와 100여개 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 인구의 4.5%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혼내 주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손봐야 할 거대 재벌이다. 기업의 지배 주주들에게 최고 1000대1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나라도 스웨덴이다. ‘1주 1의결권’ 원칙에서 벗어나 지배 주주들에게 1000배의 의결권을 준 것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지 말고 최대의 성과를 내라는 취지에서다. 우리라면 재벌 오너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질 일이다. 그러나 스웨덴 기업이 이렇게 번 돈은 세금과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환원돼 복지 재원으로 쓰인다. 북유럽의 기업 기(氣) 살리는 정책과 달리 우리는 과거 불미스러운 행태를 문제삼아 기업을 냉대한다.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그럼 복지비용은 어디서 나오나.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복지비용을 충당하는 것인데 국민 역시 기업이 잘돼야 일도 하고 세금을 잘 낼 수 있다. 지금 재계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업이 위축돼 있다. 장기적으로 복지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걱정스럽다. 우리가 북유럽 복지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들 나라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 있어도 국가가 알아서 먹고살 것을 챙겨 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북유럽 복지의 기본 철학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북돋우는 데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평소 더 많이 일해 더 많이 벌수록 복지 혜택이 더 많다. 소득이 많았던 사람은 아프거나 실직·퇴직했을 때 관련 수당뿐만 아니라 유급 출산휴가 수당, 퇴직 수당 등을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복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앞으로 복지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복지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복지’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시장 친화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분배와 복지를 위해서라도 성장은 필수다. 복지를 분배가 아니라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bori@seoul.co.kr
  •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모르겠다. TV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웃긴 장면이 왜 생각났는지는. 양촌리 마을회관의 고장 난 스피커가 아침저녁 삑삑 파열음을 낸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얼치기 이장은 의욕 하나는 끝내준다. 마을을 살리겠다며 동분서주 원맨쇼다. 그런데 뭔 생각을 하는지 위태위태하다. 아침저녁 터뜨리는 말이 중구난방. 선무당이 사람 잡을라. 밥숟갈 들다 말고 동네 사람들, 밥맛이 똑 떨어진다.이 코믹 시퀀스의 얼치기 이장이 지금 교육부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내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한다. 예고편도 없이 지난주 불쑥 꺼냈다. 영어 조기 교육을 막겠다는 ‘좋은’ 취지다. 그렇건만 학부모들의 성토는 폭탄급이다. 월 3만원짜리 수업을 막겠다면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라는 말이냐, 제정신이냐 등 원색적 비난이 빗발친다.정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판단이 흐릴 수 있다. 하지만 오판도 오판 나름이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교육부는 이미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했다. 새 학기부터 초등 방과후 영어 수업이 중단된다. 사실은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문제다. 초등 방과후 수업을 누가 듣나 따져 보자.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의 자녀들이 열에 아홉이다. 영어학원은 꽉 차서 문이 안 닫히는데, 영어 공부 흉내라도 내겠다는 아이들한테 선행학습 불가라며 정색하는 꼴이다. 이런 퇴행 정책을 소매 걷고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책 실명제가 이럴 때는 절실하다. 취지만 저 높은 곳에서 홀로 반짝거리는 정책은 민생을 되레 고달프게 한다.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교육부 사람들은 초등 3학년 영어 교과서를 보기나 했나 모르겠다. 영어 회화 문장을 3학년이 되면 갑자기 무슨 수로 읽어 내나. 취지를 살리겠다면 교과서부터 바꾸는 실질을 챙겨 줘야 앞뒤가 맞다. 현실감각 없이 독야청청인 교육정책에는 민생이 이런 아이러니를 겪어야 한다. 성난 댓글 하나 퍼왔다. “서민은 못 하는 게 왜 자꾸 많아지나. 사법시험 못 치지, 금수저 전형(학종)이라서 대학 가기 힘들지, 이제는 학교에서 영어까지 못 배우나.” 영어 방과후 수업이 교육의 근간을 흔들 일은 없다. 비판이 계속 부글거리면 내일이라도 교육부는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 답답한 것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선의(善意)의 칼날만 잔뜩 벼리는 진보 교육의 해법이 점점 난감하다. 공교육 살리기와 교육 평등주의는 박수받을 가치다. 그렇다고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고 머리만 파묻는다면 그건 타조다. 타조는 날기를 포기해서 자꾸 뇌용량이 작아지는 새 아닌 새다. 지금 정부의 교육정책은 장마당 좌판마냥 어수선하다. 뭣 하나 해결하지 않고 건드려만 놓고 있으니 교육 현장은 그저 처분만 기다린다. 입이 쓰지만, 자사고와 특목고를 죽이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했다면 단칼에 해결해 줘야 했다. 비겁하게 말려 죽이기 작전으로 방향을 튼 바람에 똥바가지는 학생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올해 특목·자사고의 막차를 탄 중3들은 모 아니면 도의 마음으로 진학한다.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한꺼번에 뽑겠다는 폭탄 정책에 중학교는 혼돈의 도가니다. 특목고 떨어져 정원 미달 일반고가 없으면 고입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외줄 타기 진학 베팅이다.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 진보 교육 정책을 꼬집는 말이다. 대형 정책들이 공론화 없이 일방통행으로 결정돼 폭탄 터지듯 하니까 그렇다. 지난주에야 출범한 국가교육회의에도 안됐지만 기대가 크지 않다. 특목·자사고 처리, 대입 절대평가 확대 여부 등이 정해진 밑그림대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 시중의 대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친(親)전교조 진보 교육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줄 것 같지 않다. 평등주의 교육의 선의가 덮어 놓고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만 하지 말고 제발 인터넷 댓글이라도 좀 보라고들 아우성이다. “꽃가마도 싫고 꽃방석도 싫다”는 말이 정작 교육 서민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 아닌가. sjh@seoul.co.kr
  • 동계 레포츠로 즐기는 ‘우리 동네’ 평창올림픽

    동계 레포츠로 즐기는 ‘우리 동네’ 평창올림픽

    추운 겨울을 레포츠로 이겨 내는 건 어떨까. 얼음을 지치는 스케이팅이나 컬링, 빙벽 등반 등을 배우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움츠러들었던 몸이 풀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관광공사가 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동계 레포츠 즐기기’가 테마다.●태릉부터 서울시청까지 스케이팅 즐기기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규모와 빙질이 압도적이다. 400m 국제 규격을 갖춘 빙상장이다. 2000년 일반에 개방됐다. 최대 500~600명이 한꺼번에 이용해도 서로 방해받지 않고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에 태릉과 강릉 등 볼거리도 많다. 구 화랑대역(등록문화재 300호) 주변엔 2.5㎞ 길이의 경춘선 기찻길이 조성돼 있다. 협궤 열차, 증기기관차 등 볼거리들이 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케이트 대여를 포함한 이용료가 1회(1시간) 1000원으로 부담 없다. 오는 2월 25일까지 운영된다. 빙벽 등반은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즐길 수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높이 20m 빙벽이 이곳에 있다. 실내 온도는 영하 20℃. 인공 얼음벽을 한 발씩 오르면 온몸이 열기로 채워진다. 빙벽화와 밑창에 부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크램폰, 장갑 등 기본 안전장비는 물론 패딩 점퍼까지 대여할 수 있다. 초보자나 무경험자도 사전 교육을 받고 바로 체험할 수 있다. 노원구 문화관광과 (02)2116-3776.●경기 포천 산정호수축제·의정부 컬링센터 개장 경기 포천에서 산정호수썰매축제와 포천백운계곡동장군축제가 열린다. 산정호수썰매축제는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겨울철 놀이 한마당이다. 빙상 자전거와 얼음 바이크, 썰매, 호수 기차 등 독특한 재미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꽁꽁 언 호수에서 자전거와 기차 타기는 다른 곳에서 하기 힘든 경험이다. 오리 배도 탈 수 있다. 꽁꽁 언 호수 위를 달릴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됐다. 도리돌마을에서는 28일까지 포천백운계곡동장군축제가 열린다. 송어 얼음낚시와 얼음 미끄럼틀 등 다양한 겨울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선 스케이트와 아이스하키 등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이용료가 장점이다. 3500원(어른 기준)이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다만 1월 초에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일반인은 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의정부실내빙상장 옆에 조성 중인 컬링장은 1월 중 완공 예정이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부쩍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종목이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포천시 문화관광과 (031)538-2114, 의정부시 문화관광과 (031)828-2693.●월정사 눈꽃 트레킹 vs구곡폭포 빙벽 등반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선재길은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다. 흙, 돌, 나무 위로 쌓인 눈을 보며 차분하게 걸을 수 있다. 선재길은 도로가 생기기 전에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가을철 붉은 단풍으로 이름난 계곡은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신한다. 거리는 약 9㎞. 세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오대천 둔치에서는 2월 25일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얼음낚시, 스노 래프팅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m의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빙벽 등반은 헬멧, 빙벽화 등 안전장비를 갖춘 뒤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즐길 수 있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빙벽 등반에 직접 도전하지 않아도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인근의 토이로봇관, 김유정문학촌을 묶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월정사관광안내소 (033)330-2772, 춘천시 관광개발과 (033)250-3003.●기차 여행으로 누비는 겨울의 참맛 강원도 한겨울에는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 승부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 보자. 눈이 오면 금상첨화다. 톡톡 차창을 두드리던 눈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 왕국으로 변한다. 분천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내리자. 산타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을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걷기 여행자에겐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인기다. 꽝꽝 언 강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다. 겨울 강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길 양옆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하다. 동강의 석회암 절벽, 뼝대를 보는 듯하다. ?승부역에 버금가는 청송의 오지가 얼음골이다. 한겨울이면 얼음골을 찾아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빙벽 등반가다. 얼음골이 꽝꽝 얼어붙으면 갈고리 같은 아이스 바일을 손에 들고 크램폰을 발에 차고 빙벽을 오른다. 해마다 1~2월이면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린다. 세계 ‘빙벽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해 얼음골을 달군다. 청송의 명소인 주왕산 대전사, 청송수석꽃돌박물관, 객주문학관도 둘러 보자. 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353, 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40.●따뜻한 남도 광주에서 즐기는 겨울 레포츠 따뜻한 남도에서도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20년 전 문을 연 광주실내빙상장은 사계절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최대 500명 이상이 동시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붐비는 편이 아니라 여유 있는 스케이팅이 가능하다. 학생 단체가 몰릴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빙질은 국제적이라 할 만큼 훌륭하다. 레저용 스케이트를 1000켤레 이상 갖췄다. 헬멧 대여는 무료. 입장료 4000원(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는 3000원이다. 하늘 아래 스케이팅을 즐기고 싶다면 광주시청 야외스케이트장이 제격이다. 문화광장에 조성된 스케이트장은 31일까지 운영된다. 동시에 300명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이용 가능 연령은 만 6세 이상이다. 스케이트장 옆에 있는 썰매장은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40분, 주말에는 오후 8시 20분까지 운영한다. 1회(1시간) 이용료는 스케이트와 헬멧 대여료를 포함해 1000원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문화원 등을 묶어 돌아보면 좋다. 광주실내빙상장 (062)380-6880, 빛고을콜센터 (062)120.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한국관광공사
  • [서울광장] 집중하라 2018/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집중하라 2018/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새해맞이는 기대와 소망을 품게 하기에 새롭고 활기찬 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시작됐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거리낌 없이 튀어나올 정도로 신년 같지 않은 신년이다. 새해의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등 뒤에 엄습하고, 불투명한 내일이 희망 대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시민의 힘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다방면에 걸쳐 고치고 바로잡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국내며 외교며 난마처럼 얽힌 난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아직 없다. 그렇게 우리는 2018년 새해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처럼 깨어난 시민의 힘이 현 정권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용광로 같은 이런 열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겠는가. 아닐 것이다. 힘을 못 쓸 정도로 힘이 빠지지 않았고, 아직은 기세가 살아 있는 권력을 그렇게 날려 버릴 정도의 강력한 힘은 순간의 감정 폭발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차곡차곡 조직화되고, 내적으로 응축된 힘이 실정을 비집고 일시에 분출됐다고 봐야 한다. 며칠 전 검·경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그리고 박상기 법무,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영화 ‘1987’을 관람했다. 1987년 겨울 치안본부(현 경찰청)로 끌려가 물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을 ‘탁 하고 (책상을)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사정 당국의 조작 발표는 시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해 7월 연세대생 이한열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8월 전대협 발대식이 충남대에서 열렸다. 비록 처해 있는 곳은 달랐지만 불의에 항거하는 30년의 유전자(DNA)가 살아 움직인 것이다. 그 힘을 현 정권이 받고 있는 터라 이전 진보 정권과는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인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싶지 않았겠나. 그러나 이는 구호로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럴 만한 힘과 배경이 없었기에 그토록 갈구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한 사람은 비운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제 미완의 숙제를 현 정권이 풀어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는 단순히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심화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도 눈앞에서 불합리한 주장과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합리가 외면당하고 불합리가 통제받지 않고 작동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적폐청산은 민주주의 회복과 직결돼 있다. 외과수술하듯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야 한다. 적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제거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벌백계식 단죄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던 악습과 폐해를 걷어내는 제도개혁이 근본이다. 겉으로 드러난 독초만 잘라내고 끝내선 안 될 일이다. 지금처럼 정권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빗자루질 몇 번하고 건물을 올렸다가는 바람 한번 불면 건물이 성할 리 없다. 땅을 깊게 파야 한다. 기반석이 나오면 기반석을 뚫어 견고한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건물을 세운다면 그 어떤 풍파도 견딜 수 있다. 새해에 집중해야 할 것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다름 아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반도체 굴기를 현실화한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꽃인 인공지능에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우리의 인공지능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에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초라하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기존 산업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신사업’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고용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적 규제’가 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규제혁파를 강조했지만 죄다 실패했다. 문 대통령 역시 규제개혁과 혁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재계 수장들의 신년사 요지는 규제혁파 호소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말 아닌가. 분명한 것은 과잉규제로 자승자박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잿빛 미래가 될 것이란 점이다. ykchoi@seoul.co.kr
  • [서울광장] 조명균 장관, 신년 할 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명균 장관, 신년 할 일/황성기 논설위원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를 입수했다. 입수 경위는 묻지 말기 바란다. 정말이지 어렵게 손에 넣었으니. 다음은 올해 것과 같은 1만자짜리 신년사 요약이다. “주체혁명사에 일찍이 없었던 국가 핵 무력을 2017년 완성했다. 그 어떤 강적도 우리를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강국이 되었다. 핵 무력을 바탕으로 자력자강에 총력을 집중해 인민생활 향상을 이루고자 한다. …중략…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제재 책동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만, 대화의 문은 결코 닫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이루지 못했지만,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북남 관계 개선을 기필코 열어 가야 한다. 우리의 평화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차원에서 남조선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겠다.” 이틀 뒤면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한다. 눈치챘겠지만 입수했다는 신년사는 페이크 뉴스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잠시 김정은의 마음이 되어서 만들어 본 가짜 신년사다. 국가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북한이 나아갈 다음 단계는 크게 두 갈래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대화 공세다.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제안에 응하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대화는 실무자급이 아닌, 책임자급을 바란다고 봐야 한다. 2000년처럼 조명록 차수 같은 군 책임자나, 지금의 리용호 외무상이 워싱턴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매를린 올브라이트처럼 틸러슨 장관이 평양에 가도 된다. 이런 고위급 대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북핵 해결 의지와 재가가 필요하다. 둘째, 조건이 안 맞는 대화보다는 핵·미사일 도발을 6개월~1년가량 중단하는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은 없다는 평양 주장처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 공격 위협을 제거하지 않은, 다시 말해 북·미 수교와 불가침 협정을 손에 넣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국제사회 제재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원유 공급 중단이란 북한 경제의 숨통을 끊기 직전까지 도달한 유엔 안보리 결의이지만,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핵을 포기할 공산은 극히 낮다. 제재로 인해 대중국 교역에 제한을 받고 있는데도 경제성장을 이어 가는 북한이다. 도발 중단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면 북·중 국경부터 제재 장벽의 이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우보(牛步)전략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 대응이 어느 쪽이건 올해 존재감이 없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바빠져야 할 2018년이다. 북·미 관계보다 남북 관계가 선행돼서는 안 된다는 종속적·숙명적인 논리에 밀려서는 맨날 방안 퉁소일 수밖에 없다. 2000년 일시적인 북·미 관계 활성화,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핵 불능화 합의 등은 남북 관계 진전이 북·미 관계를 견인하고, 북핵 문제 접근을 유도한 사실은 당시 실무자였던 조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이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회담장으로 불러 북한 입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브리핑한 일이 새삼스럽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한 김정은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우리의 군사 당국·적십자 회담 제의를 거부한 것은 핵·미사일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 공조’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조 장관과 얘기를 해본들 소득도 없는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 관계를 풀려면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 조 장관은 정부 내에서만 소리를 낼 게 아니라 사표 쓸 각오를 하고 트럼프도 들을 수 있게 목청껏 소리쳐야 한다. 정부서울청사 8층에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와 더불어 철수한 개성공단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가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의 지방 이전을 돕는 ‘잡일’밖에 없는 이들이다.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이기도 한 이들이 내년에 개성에서 일한다면 조 장관은 성공한 장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marry04@seoul.co.kr
  • 신연희 강남구청장 신년사

    신연희 강남구청장 신년사

    존경하는 강남구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힘찬 도약의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그동안 이룩해 온 성과를 구체화하고 대한민국을 빛나게 하는 선진도시 강남을 만들기 위해 여러 난관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58만 강남구민의 지극정성 강남사랑과 저를 믿고 보내주신 성원이 있어 많은 성과를 함께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58만 강남구민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난 한해는 ‘천지개벽 수준’의 강남 재도약을 가시화한 강남구 역사상 최고의 한 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강남의 영원한 중심 영동대로가 앞으로 멀지 않아 5000만 관광대국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일거에 수직 상승시키는 세계 최고 반열의 인기 경제·관광대로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23일 마침내 영동대로의 지상·지하 세기적 복합 개발의 설계도가 국제공모에서 확정됐습니다. 새해에 세부설계를 거쳐 2019년에 착공 2023년에 준공될 예정입니다. 설계도에 의하면 지하는 지상에 560m 길이의 라이트빔을 설치해 지하 4층 깊이까지 지상처럼 자연광이 스며드는 환상적인 4층 지하도시가 건설되고, 지상부는 서울광장의 약 2.3배가 되는 약 3만㎡크기의 대형 녹지광장이 만들어 집니다. 영동대로는 멀지않아 8개노선의 열차와 많은 노선의 버스 등을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교통요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 1조 달러 무역을 이끌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와 2021년에 완공이 될 현대차 그룹의 초대형‘글로벌비즈니스 센터’가 쌍벽을 이루어 1년 열두달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 여기에 지난해 12월 20일에 1호 광고물 점등식을 가진 바 있지만 관광객 블랙홀이라 불리는 장엄하고 현란한 빛의 ‘한국판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영동대로에 곧 완전한 모습을 들어 낼 것입니다. 영동대로에 인접해 있는 천년사찰 봉은사의 존재감까지 가세하면, 우리 영동대로는 멀지 않아 365일 세계에서 밀려오는 경제인들과 관광객들로 붐빌 것입니다. 5000만 관광대국을 견인하는 세계적 경제·관광 거리가 될 뿐 만 아니라, 날로 떨어지고 있는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일거에 수직 상승시킬 것이라 확신합니다. 미래의 영동대로 위상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강조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구민과 구청이 하나가 되어 무(無)에서 거대한 유(有)를 창조해 가고 있습니다. 영동대로의 대 변혁을 생각하면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그리고 구민의 눈물겨운 성원에 감사할 뿐입니다. 지난해 연말 12월 19일 38만6390㎡ SRT수서역세권 개발계획이 국토교통부‘공공주택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에 통과되어 그린벨트 해제 등 사전절차를 이행하고 교통·업무·주거 등의 권역으로 나눠 2018년 하반기에 착공되어 2021년 ‘미래 복합도시’로 완공이 될 것입니다. 강남구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영동대로 끝자락에 위치한 세텍부지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와 연계하여 전시·컨벤션과 호텔·상업·업무 및 문화·공연시설로 복합개발할 계획을 서울시와 협의 중입니다. 계획대로 2019년 착공하여 2023년 완공되면 ‘세텍?잠실?코엑스’를 연계한 글로벌 MICE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세계 전시·컨벤션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텍부지 복합개발계획의 성과는 전 구민과 강남구 공직자가 하나가 되어 서울시의 제2시민청 건립 계획을 결사 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반세기 전에나 볼 수 있었던 26만 6304㎡의 거대집단 판자촌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도 2018년도 하반기에는 착공되어 2021년 완공할 예정으로 사전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년은 지방선거의 해입니다. 6월 13일에 선거가 있습니다. 구청장직도 선거 대상이기 때문에 신년구상 발표에 한계를 느낍니다. 우리 구는 지난해 연말에 구(區)·동(洞) 전국최우수목표사업 64개, 일반 주요업무 212개 등 362개의 새해 업무계획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금년에는 지난해 ‘회고’에서 이미 언급한 강남 변혁의 주력사업이 될 영동대로 복합 개발, 수서 역세권 개발, 세텍부지 복합개발, 구룡마을 현대화 개발, 재건축 사업 60개 단지 개발을 포함해 362개 새해 업무계획에 대해 목표초과 달성을 위해 집중 추진할 것입니다. 더불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는 전 직원이 엄격히 준수하도록 할 것입니다. 무술년 새해에도 강남구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융합과 통합, 부드럽지만 과감한 승부 근성을 100% 발휘하여 대한민국을 이끄는 우수한 정책으로 구정을 펼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새해에도 구민 여러분 모두 만사형통하시기를 거듭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 1. 강남구청장 신연희
  • [서울광장] 댓글부대 전성시대/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댓글부대 전성시대/임창용 논설위원

    요즘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기사가 댓글을 위한 하나의 숙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러가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보다는 어딘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사에 기생하는 듯해 보여서다. 댓글에 소통과 논쟁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비호, 욕설만 가득하다. 중구난방인 듯해 보이지만 질서가 느껴지고, 일정한 의도가 읽힌다. 이런 댓글들은 대개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다. 제천 화재를 다룬 ‘건물 도면도 안 챙기고 불 끄러 간 소방대’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자. ‘어떻게든 소방관 탓으로 몰고 가려는 것들’, ‘그만 뒷북 좀 치세요 기레기들아’ 등이다. 상위에 포진한 댓글들 대부분은 이처럼 소방관은 건드리지 말라는 내용들이다. 연기가 꽉 찬 대형 건물에서 도면이 없으면 눈을 가리고 뛰어드는 것이나 매한가지일 터다. 뻔한 사실은 외면하고 비호·비난에 여념이 없다. 이게 순수한 일반 네티즌들의 댓글일까?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사들은 인터넷에 올라가기 무섭게 비정규직 종사자들을 비난하는 댓글 쓰나미에 쓸려 버렸다. 무임승차 말고 시험 보고 들어오란 내용이 대부분인데 표현이 원색적·모욕적이었다. ‘발악’ ‘무식’ ‘꼴값’ 등 인신모독적인 표현이 수두룩했다. 학교 사정을 모르면 달기 어려운 댓글이 많아 댓글 세력이 누군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런 댓글들은 영향력이 있을까? 매우 강력해 보인다. 여론 형성과 정부의 정책이란 두 가지 측면 모두 그렇다. 제천 화재 직후 쏟아졌던 소방대 대응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들이 비난 댓글 더미에 잠시 주춤해졌다. 반면 소방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 소방장비 문제 등은 더 부각됐다. 학교 비정규직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무산됐다. 기자는 댓글을 애써 무시하는 척하면서도 민감하다. 교육 당국도 학교 비정규직 기사를 덮은 엄청난 댓글 더미들을 수십만 정규직 교사들의 압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이 자행한 댓글 공작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이 수십 개의 민간 외곽팀을 구성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다. 정권을 옹호하거나, 비판 세력을 음해하는 댓글들을 전방위적으로 인터넷 포털과 SNS의 기사에 달았다고 한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 댓글부대가 위세를 떨쳤다. 댓글이 위력적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다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해나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의 분노만 자극할 수 있으면 된다. 대부분 짧지만 누군가의 상처를 헤집는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한 요즘 기사에 작은 허점만 보여도 순식간에 ‘기레기’란 표현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특정 세력에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담으면 더 그렇다. 이런 댓글들은 수백 개의 ‘좋아요’ 호응 속에 댓글 상위에 노출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수행 기자 2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기레기는 맞아도 싸다’란 취지의 댓글들이 관련 기사를 덮다시피 했다. 기자가 바닥에 쓰러져 밟히는 사진을 보면서도 “그러게 평소에 잘해야 우리가 실드를 쳐 주지”란 경악스러운 댓글을 다는 사람들. ‘우리’, ‘실드’(shield)란 표현에서 조직과 폭력의 냄새가 난다. 놀라운 것은 청와대 고위 참모를 지낸 지식인까지 거기 합류해 경호원들의 폭행을 정당방위라고 옹호한 점이다. 나중에 ‘집단폭행 사실을 몰랐다’며 사과했지만, 이는 외려 댓글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방증이 아닐까. 지식층조차도 기사는 제대로 읽지도 않고 댓글에 의존해 시비를 가르고 있음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 댓글은 기성 언론이 독점했던 여론 형성 기능의 한 축을 맡아 왔다. 댓글저널리즘이란 용어가 보편화된 지도 오래다. 한데 소중한 온라인 토론의 장이 돼야 할 댓글저널리즘이 고사 위기다. 특정 정파와 이념, 이해를 위한 댓글부대들의 분탕질 때문이다. 적폐청산의 시퍼런 칼날 앞에 관제(官製) 댓글부대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우후죽순 돋아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사제(私製) 댓글부대들은 어찌해야 하나. sdragon@seoul.co.kr
  • [서울광장] 찢어진 국서 주워 모은 최명길을 생각한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찢어진 국서 주워 모은 최명길을 생각한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국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고, (찢어진) 국서를 붙이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지요.” 1637년 정묘호란 때 농성(籠城) 중이던 남한산성의 어전회의에서 최명길이 한 말이다. 동절기 47일의 농성으로 군의 사기가 저하되고, 식량마저 고갈돼 버티기 힘들어지자 인조는 논쟁 끝에 청나라 황제 누루하치에 대한 투항을 결정한다. 이때 국서를 쓴 이가 최명길이다. 말이 국서지 항복문서다. 최명길은 만고역적이 될 것을 알면서도 악역을 자임한다. 척사파 김상헌은 이를 빼앗아 찢어 버린다. 최명길은 묵묵히 이를 주워 모은다.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에 앞서 이뤄진 일들이다. 둘 다 명분은 있었다. 최명길은 굽혀서 백성을 구하고, 임금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자는 것이었고, 김상헌은 오랑캐 청에 끝까지 싸워서 조선의 자존과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버티면 봄이 돼 기근을 벗을 수 있고, 각지에서 근왕병이 일어나면 오랜 원정에 지친 청이 떠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명분을 토대로 싸우면서 상극(相剋)의 길을 간다. 훗날 이들은 청나라에서 만난다. 최명길은 1642년 명과 밀통한다는 밀고로, 김상헌은 삼전도비를 부쉈다는 혐의로 각각 청나라 심양의 감옥에 투옥된다. 둘은 4년여의 투옥 생활 중에 시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알아 간다. 항서를 쓴 최명길이지만, 감옥에서는 비굴하지 않고 꼿꼿했다. 이를 본 김상헌은 최명길을 다시 보게 된다. 가치관이 다를 뿐 진정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굴욕 외교가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공항 영접에 이전과 달리 격이 낮은 차관보급이 나오고, 방문 당일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베이징을 비우고, 문 대통령이 혼밥을 먹고…. 이들 모두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방중 취재단 폭행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일박이일 체류와 문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 직접 영접까지도 곁들여진다. 느끼는 이에 따라 강약은 있겠지만, 곳곳에서 굴욕스러운 면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 역시도 “욱” 하고 치미는 게 있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다른 방안이 있을까. 이를테면 “그렇게 짧게 오느니 다음에 와라”(트럼프 방한), “이런 대접 받느니 방중 일정을 줄입시다”,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기자도 손님인데 폭행은 유감이다” 등. 통쾌하다. 주변에 실제로 이렇게 해야 한다며 흥분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는 완승도 완패도 없다. 조금 더 주고, 조금 덜 받고, 반대로 조금 덜 주고 조금 더 받는 것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사정도 배짱과 베팅을 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처럼 ‘김씨 정권’을 지키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단계도 아니다. 우린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국민도 지켜야 하고,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룬 경제적 성과도 지켜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긴박하다. 북한은 핵은 물론 이를 미국까지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며 군사적 옵션을 연일 들먹인다.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가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밝힌 것처럼 국면 전환을 위해 군사적 옵션을 동원할 수도 있다. 북핵 위기는 우리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가 주도했고, 우리는 뒷전이었다. 트럼프 방한과 뒤이은 문 대통령의 방중 외교로 평창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고, 시진핑과 아베 일본 총리를 초청, 한·중·일 정상회담이라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다. 시진핑과 아베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두드려 봐야 한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 문제에 우리가 솔루션을 냈고, 작은 카드 하나를 손에 쥐었다. 굴욕론도 실사구시도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찢어진 국서를 주워 담는 최명길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온다. 한반도는 유사 이래 최대의 참사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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