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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너스 1의 세상/신재인 원자력연 소장(서울광장)

    우리는 그날이 그렇게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종교적인 믿음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마치 현재의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미래의 상황이 우리 눈앞에 전개 될 경우에는 당황하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더욱이 그는 아직 젊고 건강했으며 하나님의 성전을 세우고 사회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날이 우리에게 던져준 아픔은 더없이 크고 예리했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곧고 굽지 않았다.남이 행하는 부정한 일은 보지못했고 그것을 못본체하고 회피해 버리는 우리의 허약한 자세도 그는 크게 비난했다.또 그는 과거의 틀에 얽매어서 새롭게 변화되지 못하는 사람,교회·사회·국가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까워 했다.그러면서 실제로 그는 조그마한 어느 일이라도 새롭게 바꾸어 보려고 혼신의 정성을 쏟아 부었다.교회에서 매주 나누어주는 주보의 양식이나 예배절차,예배후 신도들끼리 나누는 친교의 시간까지 새롭게 개혁을 해보기 위해서 노력을 했으며 그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대해서는 온 열성을 바쳐서 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를 연합회의에 발표해서 다른 복지단체에서도 참고하도록 도왔다.예를들면 고아들이 어느 연령에 차면 개별방을 주어 독립심을 키우고 방학이면 후원자의 집에 민박시켜 가정의 따뜻함도 가르쳐 보기도 했으며 고등학교 졸업반에게는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주고 운전실습도 시켜서 장래 고아원을 떠나 사회생활을 무리없이 할 수 있도록 키워냈다.원생들의 이력관리도 일찍 개인용 컴퓨터를 들여놓아 하나하나 세밀히 관찰한 기록과 교육훈련 내용을 그안에 담아 놓았다.정치과를 졸업한 그가 컴퓨터를 설치하고 배우고 거기에서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쓰고 할 정도의 실력을 얻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그가 보인 맑은 웃음과 희열은 옆에서 보는 우리에게도 무척 고았다.그는 친구들에게도 매우 자상해서 남이 아픈곳은 같이 품어주고 소원해진 친구들은 주기적으로 전화하고 불러 만나게 함으로써 맏형 같은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고 가정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은 한번도 그일로 주변사람들에게 감정적인 표현을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한적이 없었다.그저 다정하고 법이 없어도 사는 사람,곧고 그러나 부드러운 그러한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날 그는 우리를 영원히 눈을 감은채 홀연히 병원의 응급실로 불러들였다.그가 운영하는 고아원의 옥상에서 장마비를 대비해서 방수공사를 몸소 하다가 추락한 것이다.그다음 다음날에는 우리와 그곳에서 복지시설 운영계획을 보고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었고 그래서 더욱 그는 손님맞이 단장을 하느라 서둘러 새벽에 방수공사를 강행했었다 한다.그리고 그는 갑자기 우리앞에 잔잔히 웃음을 띈 그러나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우리가 받았던 처음 느낌은 아무 것도 없었다.그는 피곤해서 누워있으며 조금후면은 일어나서 내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와서 친구걱정도 하고 돈걱정도 하고 어렵게 꼬여가는 우리 원자력계의 일도 걱정해 줄 것 같았다.응급실의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중환자실에서 한동안 혈압이 급강하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옆에 있을 것 같은 그가 영안실로 내려간뒤에야 이제는 우리옆에 그가 없다는 사실을 현실로 실감하기 시작했다.믿음직스럽고 내가 어려울 때면 언제나 옆에서 같이 힘을 모아 주던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이제는 가장 먼 어느 곳으로 홀연히 떠나버린 것이다.그래서 내가 그 이전까지 보아왔고 생활했던 세상이 이제는 하나가 빠져버린 마이너스 일의 세상이 되어버린 것을 알았다.그리고 이 세상은 항상 지금처럼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마이너스 이도 되고 마이너스 삼도 되는 세상이라는,그리고 최종에 가서는 내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는 마이너스 모든 것이 되고마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가슴속 깊이 각인이 되었다.그렇게 보는 세상은 매우 순결해 보였고 거리에 서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천진난만하게 걸어다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그리고 악을 쓰며 부를 찾고 권세를 바라보며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거품을 입에 무는 주변의 사람들은 측은해 보이고 불쌍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였다.그것이 마이너스 일의 세상을 체험해 본 그날의느낌이었다.
  • 얼굴 다른 근로자/양해영(서울광장)

    세계경제를 통틀어 지난 6개월동안 예측이 수정되지 않고 일관되게 제기되고 있는 현상의 하나는 미국경제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미국경제가 10수년래의 장기호황을 구가할 것이라고 한 예측이 빈틈없이 맞아떨어지고 있다.경제성장이 연속해서 상승곡선을 향해 달리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실업문제도 미국만큼은 해소돼가고 있다.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 보인다.미국을 대표하는 5백대기업들은 그동안의 적자수렁에서 벗어나 지난해 엄청난 흑자를 누렸다. 경제전문지들은 이같은 현상을 2차대전 당시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간 맥아더장군의 귀환에 비유하기도 하고 막 잠에서 깨어난 코끼리가 초강력엔진을 달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미국경제가 이제 죽어가고 있는 공룡이라고 혹평한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 작금 미국경제의 실상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미국경제회복의 원동력은 무엇인가.냉전 종식으로 국방력에 치중했던 에너지를 경제쪽으로 돌린탓도 있을 것이다.또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온 엔고현상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그동안 줄기차게 시행해온 미국경제의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내면적으로 경쟁력을 갖춰온 것이 회복의 가장 큰 동인이 아닌가 싶다. 또 미국내 5백대기업이 적자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밀어 닥칠수 있는 것은 수십만의 인력감축을 통한 군살빼기가 성공을 거둔데 그 이유가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미국경제는 그렇다치고 일본이나 유럽선진국들은 어떤가.모두가 저성장과 실업의 고통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다. 한때 미국이 부러워했던 일본의 종신고용제도 한시대의 유물로 전락되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일본에서 실업을 모른다는 말은 더이상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우에노와 신주쿠의 지하철역에는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구멍뚫린 담요나 마대를 들고 서성거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되곤 한다. 혼다사에서는 종신고용은 물론 연공서열을 파기,일정기간내에 승진을 못하면 임금이 깎여한직으로 물러나야 한다. 프랑스는 실업난완화를 위해 청소년 근로자들의 임금인하 계획을 세웠다가 격렬한 시위로 철회되긴 했으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세계 경제의 최우량아로 손꼽았던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폴크스바겐자동차회사는 3만명을 해고하는 대안으로 주4일근무제를 채택,실질임금을 깎아내렸다. 렘페파운드리테크놀로지사는 급여증액없이 주간근무시간을 5시간 늘리는데 노사간에 합의,시행중이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아시아에서 투자환경이 가장 열악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큰 이유의 하나가 임금이 비싸고 노동쟁의가 많다는 것이다. 철도와 지하철노조의 파업은 문제를 묻어둔채 일단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굵직굵직한 대기업의 파업문제가 잇따르고 있고 앞으로 어디까지 갈 것인지 점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더군다나 이러한 현상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으로 끝날것 같은 조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용문제에 관한한 아직은 태평성대처럼 보여서 그런지는 모르되 선진국의 움직임과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최근의 파업사태를 지켜본 여론의 주조는 법의 엄격한 집행에 있는 것 같다.불법파업과 공권력투입,그리고 몇몇 노조간부들의 구속,그리고는 다시 모든 것이 해결된양 원상으로 돌리고,때로는 이것도 부족해 파업자들에게 갖가지 명목의 장려금까지 준다.이런 순환과정이 불법파업을 손쉽게 일으키게한 하나의 원인은 될 수 있다.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하나가 간과되어 있다. 그것은 파업의 목표 또는 목적이 진정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한두명의 노조간부가 주도하는 파업이 아니라 전체를 위한 파업이라야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있을 것이다.누구를 위한 파업인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쟁력강화를 외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일자리 창출에 있다.경쟁력이 없으면 그 일자리는 다른나라 근로자들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경제의 흐름이다. 이따금 근로자들이 주체가 되어 망해가는 회사를 살렸다는 전설같은 얘기도 들린다.노조간부들이 출연해서 회사제품을 선전하고 품질을 보장한다는 광고도 본다.불법파업하는 근로자는 누구이며 회사를 살리는 근로자는 누구인가.결코 서로 다른 근로자는 아닐 것이다.
  • 김 주석,역사앞에 서라/이재근(서울광장)

    『과거사를 돌이키면 북한이 폭력전략의 경력을 갖고있는게 사실이다.그러나 지금 북한은 변했다고 봐야한다.독선적인 판단으로 착오와 실수를 하는일은 있어도 마지막 순간에 멸망의 길을 피할줄 아는 지혜는 가졌을 것이다.요즘 세상에 죽음을 각오해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전쟁을 일으킬 나라가 있겠는가.평양의 지도자는 자기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면 자살행위가 될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계제인데 아직도 무슨 전쟁얘기냐고 할지 모른다.하나 이것은 내 의견이 아니다.「조선전쟁」의 일본인 저자 가미야 후지(신곡불이·전 경응대교수)가 내비친 최근 한반도정세관이다.북핵제재문제를 둘러싸고 팽배했던 「한반도 전쟁위기론」은 하구라는 것이다.북의 전쟁도발 가능성에 대한 소박한 반대논거도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그것이 바로 「평화의 하구성」이다.전쟁은 예고되지 않는다.전쟁은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는 언제나 부정되고 애써 회피되는 괴물이다.전쟁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만이 알고있다.쌓이고 쌓이다가 어느날 하루아침에 폭탄처럼 터져버린다.그것이 전쟁이다.그러니 상대국가의 두 정상이 만나서 얘기하거나 어쩌면 아예 터놓고 살고 있다하더라도 한쪽이 전쟁을 하려들면 전쟁은 터지는 것이다.44년전 6·25동족전쟁이 그러했다.요즘 남북예멘전쟁이 또한 그것이다. 이상하게도 이해 6월의 세상살이 주제는 온통 남북의 「전쟁과 평화」뿐이었다.카터 전미대통령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더니 언뜻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냈다.사태는 반전해서 이제는 그 위기론의 근거가 북한핵이라는 사실은 저만큼 잊고 남북정상회담이 모든것의 시작이요 끝인양 얘기들하고 나섰다.카터의 거중내용도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핵제재요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말이다.한마디로 북한핵의 「과거사」규명에 관한 국제여론은 침묵속에 들었다. 이 단계에서 성급히 단언한다면 남북문제의 전과정에 있어서 정상회담이란 그것이 성사되더라도 다만 시작에 불과하며 크고 깊숙한 주제속 각론의 한 대목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중요한 것은 북한주석 김일성의 두주먹속에 북핵의과거가 꽁꽁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기실 북한핵문제는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것이다.북핵문제 2년이 바로 그에대한 진상규명의 과정이었다.국제사회의 근거있는 우려대로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했거나 2∼3개의 핵폭탄을 갖고있는데도 현재를 위해 과거를 불문에 부친다면 그것이 평화란말인가.과거 핵규명이 전제되지않은 정상회담은 또…. 저쪽의 의심되는 평화제스처는 또 있다.『북핵위기는 끝났다』고 장담한 카터는 귀국후엔,남북한 병력을 각 10만으로 줄이고 비무장지대(DMZ)로부터 완전 철군하자는 등의 제의를 북주석 김일성이 내놨다고도 했다.괴이쩍게도 카터씨는 김일성의 평화주의적 「대인풍」면모를 소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듯했다.그 10만감축 제의를 『생각건대 매우 의미있고 역사적인 것』이라고 마음대로 평가하는가 하면 한국전 실종미군유해 송환논의때 김주석은 반대했지만 그의 부인 김성애가 부추기자 결국 동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그것은 멋진 장면이었고 그녀는 매력적인 여자였다』고 회고한 카터였으니 무엇에 잔뜩 홀렸는가 의심이 안가는바도 아니다. 이른바 10만 감군의 위장평화제의가 언제적 얘기였는가 따져볼 일이다.과거핵이 의심스럽고 현재핵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10만감축제의는 전혀 자신의 「폭력의 역사」를 망각한 또 하나의 평화제스처일뿐이다. 사실말이지 무기를 갖고는 어느 누구도 평화를 운운하지 못한다.맨손의 인간만이 평화를 만든다.평화는 헌장이나 협약 또는 정상회담으로 보장되지 않는다.사람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려야한다. 그래서 전쟁과 평화를 얘기할적에 「좋은 전쟁」이니 「나쁜 평화」니 하는것은 의미가 없다.전쟁은 전쟁이고 평화는 그냥 평화일뿐이다.돌아간 카터씨가 감군과 미군유해송환 「미담」을 전했을때 우리 주변에서 들린 얘기들이 『이제 평화다.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군대가 줄고 미국과 북한이 잘 나가는데 무슨 전쟁인가』였다.사실이 그렇다면 나쁘지않다.그런데 그것이 바로 또다른 하나의 「평화의 허구」이다. 이데올로기의 전쟁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삶이 얼마나 처절해야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하는 인간의 변신과 고민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6·25전야의 텔레비전드라마는 말해줬다.한 젊은 대학강사가 피란을 가지못하고 서울에 남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내용을 다시 꾸민 「역사 앞에서」가 그것이다.역사는 무엇이며 사람들은 왜 역사앞에 서야하는가를 알려준다. 카터씨를 만났던 북한주석이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할일이 있다.양쪽에 움켜쥐고있을 수 있는 핵주먹을 활짝 펴보이라는 것이다.44년전에 일으킨 전쟁의 죄과를 시인하고 사과한다면 더욱 당연하다.다시 역사앞에 서라는 것이다.
  • 동네북과 교개위파동(서울광장)

    『우리가 뭐 동네북이니.연휴에 모처럼 나들이 갔더니 「안보불감증」이라고 두들겨 대고 곧 전쟁이 터질것처럼 호들갑 떨길래 아이들 좋아하는 라면,이참에 좀 넉넉히 사다 놓았더니 이번엔 또 「몰지각한 사재기」라고 비난하고.불과 2주일도 안된 사인데 어느 장단에 춤추어야 할지 모르겠다』『사실 라면등을 산것도 신문에 비상물품 목록까지 소개했길래 그거 오려 가서 들여다 보며 산거야.서울시에서 「비상대비 관계관 회의」란 것을 긴급소집해서 시민들에게 비상시 물자 확보를 권장키로 했다는데 그런 기사를 읽고도 가만 앉아 있다면 그거야 말로 안보불감증 아니니?』 오랜만에 학교시절 친구들을 만났다가 신문사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강남에 사는 한 친구에 의해 화제는 바뀌었다. 『심지어는 교육개혁도 우리 때문에 안된다니 기가 막히더라.교개윈가 뭔가 대학입시를 불과 몇개월 앞두고 입시제도 바꾼다고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벌여놓고서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찬성하는데 강남8학군 학부모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좌절됐다」니 참….우리가 정말 동네북인가봐』『본고사가 없어지면 내신이 정말 「종신형」 되고 말거야.우리 아이는 지금 정신 차려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내신성적이 나빠서 좋은 학교에 가긴 힘들것 같아.그래도 본고사에 희망을 걸고 있어』재수생 아들을 둔,강북에 사는 친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기서부터 친구들의 이야기는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다.『본고사가 없어져야 해.이러다간 과외비 때문에 살림 거덜날것 같애.아이들도 너무 고생하는게 불쌍하고』『그나저나 입시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빨리 결정되어야지.지금 3학년 아이들은 본고사를 본다지만 1·2학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자기 아이의 성적과 학년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겐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전쟁가능성보다 대학입시 문제가 더 시급한 발등의 불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친구들이 이번엔 신문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론과 교육개혁의 문제를 생각하지않을수 없었다.본고사 폐지 소동 역시 부끄럽게도 언론에 약간의 책임이 있다.「본고사=명문대학」이라는 이상한 등식에 사로잡혀 47개 대학이 95학년도 입시에 본고사를 채택하고 과열과외 바람이 불자 본고사가 우리 교육을 왜곡되게 한 원흉인양 호들갑을 떤것은 언론이었다.새 입시제도에 의해 본고사가 처음 실시된 94학년도 입시에서는 9개 대학만이 본고사를 채택하자 「교육부가 본고사를 보지 않도록 유도했다」고 비난한 것도 언론이다. 물론 언론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따라서 그때그때 문제점이 되는 것들을 부각시킨다.그러다 보면 지엽적인 것들이 줄기보다 크게 부각되기도 한다.본고사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이를테면 그런 것이었다고 할수 있다. 어쨌거나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오판한 교육개혁위원회는 이번 소동으로 그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그야말로 「동네북」신세가 되고 말았다.자업자득이지만 교육개혁에 대한 그 구성원들의 순수한 열정까지 매도해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실제로 본고사를당장 폐지하자는데 문제가 있는것이지 교개위가 제시한 개선안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본고사를 폐지할 만큼 내신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천년대까지 치밀한 준비작업을 해 나가야 할것이다.또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이려면 문제은행식이 돼야 하고 우리 교육평가원이 미국의 SAT를 관장하는 ETS처럼 3천여명의 출제인원을 확보하지는 못한다해도 필요한 전문가와 예산을 확보하거나 공사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96·97학년도 입시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것이다.입시제도의 변경은 학생들의 혼란을 막고 신뢰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3년의 예고기간을 두는것이 상식이므로 교개위의 개선안은 그 정신을 살리는것(본고사 과목 축소등)이상으로 당장 반영될순 없다고 본다.학생선발의 다양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개선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 6월에 생각한다/신재인(서울광장)

    유월의 햇볕은 따갑고 조금 열기가 서려 있다.토요일 하오 3시면 주말의 여유가 시작되는 시각이다.골목안은 한적해지고 어린아이들만 모여 앉아서 좋아하는 놀이들을 한다.이러한 평화스러운 구도를 갑자기 택시 한 대가 침입함으로써 깨버린다.어린이들을 내몰기 위해 괜히 엔진을 큰 소리로 공회전을 시키기도 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서너살 되는 어린이들 앞에 다가가서 우렁찬 경적을 울려댄다.이에 놀란 어린사내 아이가 울음을 쏟는다.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가면서 그 운전사는 창문을 열고 소리를 내뱉는다.「차가 오면 빨리 비켜야지 죽기전에…」 우는 사내아이는 그칠줄 모른다.그 소리를 듣고 뛰어나온 어머니는 이미 골목어귀를 빠져나가고 있는 택시의 뒤꽁무니에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친다. 『너는 딸린 애도 없냐!』 삶이 조금 윤택해지면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고 남에게 체면도 세워보고 조금 도덕심이 발휘되면 나보다 남을 위하는 일,꼭 봉사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헌신적인 일도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우리가 항상 듣고 또 몸소 쓰기도 하는 선진국 사례­준법정신,깨끗한 사회,인간애,조국애 등등은 그들의 민족이나 사회문화가 우리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우리보다 잘살고 땅도 크고 해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극심한 경쟁도 없고,그래서 질서도 잘 지키고 남도 좀더 생각해보고 하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그들도 우리처럼 조금 못살고 좁은 땅에서 우글거리며 지낸다면 우리보다 더 무질서하고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일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비교를 우리 자신 내부의 과거와 현재에 비추어 본다면 다른 결론을 얻게 된다.과거 우리가 못살았던 시절 허리가 굽고 다리가 휘어져 가파른 보릿고개를 뛰어넘을 수가 없어 몇번이고 주저앉아 쉬어야 했던 그 시절에 우리 사회가 가졌던 도덕심,사회정의,인간성들이 지금 조금 더 잘살고 여유가 있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의 도덕심,사회정의,인간성들과 비교해 볼때 현재가 더 좋으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오히려 지금이 남과 벽을 쌓고 자기만 알고 자기이익이 언제나 우선이고 남보다 많이 벌어야 하고 남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해야 하는 욕망때문에 세상이 더욱 각박해지고 사랑이 메말라버리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렇듯 현재의 우리 사회가 자기중심적 형태를 취하고 있음으로해서 사회생활에서의 모든 이해득실이 자기중심적 타산에 따라 가늠해진다.그래서 자기자신이 가장 중요하고­그래서 부모도 가끔 나의 적이 될 수 있다.­그다음 관용을 베풀자면 내 가족이 되고 그리고 큰 선심을 베풀면 이웃사랑까지 번질 수 있다.그리고 그보다 더 넓은 의미의 사회,즉 내가 속해 있는 집단,사회,국가에 대해서는 관심의 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저하된다.국가안보의식 이전에 내 삶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골목 저너머로 사라져간 택시기사도 어린이 헌장을 한번쯤 들어 그 내용을 알고 있고 어린이날이면 아마 사랑스러운 자기 아이들과 손을 잡고 서울대공원으로 나갈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택시기사가 욕을 하고 창문을 열고 침을 아무데나 뱉고 가는 것은 그렇게 만든 사회적인 정서,사회가 가늠하고 있는 가치기준의 잣대와도 관계가 있다.사회규범을 지키고 정직하고 순진하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우선 돈이 많고 센 주먹이 먼저고 불법적 이득이 우대를 받는 현재의 우리 사회규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이러한 정신적이고 사회규범에 대한 개혁은 문민정부에 들어와서도 강하게 추진된 적도 없고 지금은 얇은 꼬리만 드러내놓고 있다.그래서 국민의 안보의식을 키우고 길거리에 쓰레기 더미와 함께 실종되어가는 국민의 도덕성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도 필요하고 건전한 사회운동도 필요하고 정치적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리의 사회적 타락과 나태를 그때 그때 뼈아프게 지적해주고 야단을 치는 우리의 어른,우리의 원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그런데 지금 우리의 사회는 그러한 목소리를 낼수 있는 우리의 원로마저도 우리 스스로가 고려장을 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다.이것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 택시와 아파트/양해영(서울광장)

    택시요금이 대폭 오른 것이 불과 3개월전이다. 교통당국은 택시요금인상률이 22%라고 설명했으나 택시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35%정도는 올랐지 않았나 본다.인상요율의 차이는 별도로 치고라도 대다수 시민들은 당분간은 택시기사에 구박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없지 않았다. 요금이 오른후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일정기간동안만은 불친절이 느슨해지고 택시기사의 눈치를 덜봐도 됐던것이 과거의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라고 해서 택시의 친절운동이 요란하게 법석을 떤 후인데다 택시기사들이 의기양양하게 불친절추방궐기대회까지 전국적으로 열었던 터다.그러나 그 악명높은 서비스부재현상은 거의 단 하루도 휴식하지 않았고 며칠전에는 서울시내 일부 회사의 택시기사들이 파업까지 벌였다. 엊그저께 건설부는 아파트분양가격을 평당 3.4%씩 인상해줬다.주택공급을 촉진시키고 불실공사를 막기 위한 것이 인상이유다. 과연 이제는 아파트 건설에서 날림공사가 없어지고 부실로 인한 민원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것인가. 건설부사람들은 그렇게 믿으려 하겠지만 신축아파트에 입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은 부정적인 답이 나올것 같다. 얼마전 한국기술연구원이 조사·발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국내아파트는 지은지 5년남짓이면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갈라지는 것은 물론 도괴위험마저 있다고 한다.흙으로 엉성하게 지은 시골집도 몇십년은 버티는데 현대식 공법에 의한 시멘트건물이 그만도 못한 셈이다.원래 시멘트구조물은 굳는데 50년,노화기간이 50년 해서 1백년은 간다는 것이 건축학계의 통설이다. 요즘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는 집단아파트촌이 대개는 준공 20년 안팎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새로운 공사가 한창이다.입주와 동시에 물새는 곳을 막아야 하고 방바닥도 다시 갈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있다. 6공의 최대치적처럼 자랑해온 2백만가구 건설이 10년 아니면 20년만 지나면 최대의 골칫거리로 등장할 판이다. 매년 50만가구이상씩 건설한 아파트를 그때가서는 매년 50만가구이상씩 헐어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처럼 보인다. 이같은불실의 현상이 과연 분양가격 때문인가.그렇지 않다. 제대로 건설비를 들여서 건설했다는 한강위의 많은 교량들을 보자.교각이 들떠있고 마대나 비닐로 위장했던 불실의 진면목들이 최근에 수없이 드러나고 있다. 분양가격을 몇십% 올린다면 부실이 없어질 것인가.어느정도는 완화될 것이다.그러나 그 불실이 기본적으로 공사비의 적고 많음에 있기보다는 건설업자의 자세에 있는한 부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택시요금과 서비스정신,아파트분양가격과 부실의 방지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무시해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택시요금과 불친절,그리고 아파트분양가격과 불실화문제의 사이에 당연히 엄존해야 할 사회적 윤리 내지는 약속이 지금 우리사회에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금이 어떻든,분양가격이 많고 적든,우리가 서로 서면계약을 하고 도장은 안 찍었지만 그이상으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 없음이 오늘의 택시서비스부재와 아파트 불실을 초래하고 있지 않느냐고 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택시요금과 아파트분양가격이 매년 인상돼야 하고 그 인상으로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정부는 올해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신청서를 내고 96년에는 정식으로 가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OECD는 이른바 선진국그룹이고 그 가입은 우리가 선진국의 반열위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그 선진국에서는 아파트가 5년정도에 금이 가고 택시승객이 이눈치 저눈치 보지는 않는다.족보상 선진국이 되기보다는 실질적인 선진국이 돼야 한다. 선진국의 의미는 그 자체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생활의 질이 고도화된다는데 있을 것이다. 최소한이나마 사회적약속이 이행되는 사회상의 확립이 선진국으로 가는 첫번째 열쇠가 아닌가 싶다.그것이 요즘 흔하게 거론되는 개혁의 본질이기도 하고.
  • 위기의 지구촌 녹색투쟁/이재근(서울광장)

    젊고 잘생긴 미국의 부통령 앨 고어가 지구환경문제에 쏟는 관심과 노력은 매우 열정적이다.그는 자신의 저서 「위기의 지구」(원제:EARTH IN THE BALANCE)에서,오늘날 인류문명과 공해·환경오염이 지구와 인간을 파국의 벼랑으로 몰고있다고 지적하고 『이 위기의 근원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 연관되는 것이니 만큼 지구를 살리기위한 녹색투쟁에 나서야한다』고 썼다.실제로 그는 확신을 갖고 갖가지 국내외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지구생태계 원래 모습을 식물의 서식형태로 표시한 컴퓨터지도를 보면 오늘날 환경파괴와 오염에 의한 지구위기의 증세가 어느 정도인가 알수있다.녹색대의 색상은 희미해져 파괴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순녹색이 아닌 중간녹색의 아마존밀림에는 군데 군데 구멍이 나있고 초원과 사막을 표시하는 오렌지색도 크게 변해있다.지구의 녹색은 사라져가고 있고 이제 환경문제는 단순한 해결현안이 아닌,인류 사활의 과제로 된것이다. 「묵시록의 4기사」가 있다.미국의 사회학자 에스터 펜체프는 일찍이 공해·가난 굶주림·폭력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4대 공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묵시록의 4기사」라고 불렀다.인간성의 상실과 자연파괴로 지구상에 재난이 닥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오늘날 지구촌에 가득한 공해 가난 굶주림 폭력 전쟁등은 모두가 죽음의 사자들이다.그중에서 환경오염·공해의 파급속도는 이미 제어할 단계를 넘어서 있다. 깨끗한 물,맑은 공기는 생각처럼 그렇게 무한정하지 않다.사람들이 지금 당장 수자원과 대기를 보호하기 위한 근원적인 방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예측보다 더 비극적인 결과에 이를 것임을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공기와 물은 자연이다.공기는 산이요 숲이고 푸르름이며 물은 바로 그 자연속에서의 생명의 원천이다.그런데 지금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모두 병들어 있다.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병들어 쇠잔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사람들 탓이니 어디 원망할데도 달리 없다. 인류문명의 역사는 개발의 전개과정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사람이 자연생태계의 한 구성분자로서 생물의 일부임을 깨닫지 못하고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환경을 부수고 오염과 공해의 재난을 자초했다.그래서 이제 문제의 시급한 해결은 물이나 대기오염에 국한되지 않는다.보다 근원적이어야 한다.우선 지난날처럼 환경과 경제를 배타적으로 분리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특히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정책은 국내외적으로 더이상 용인될수 없다.이른바 녹색산업의 적극적인 추진과 함께 곧 밀어닥칠 그린 라운드(Green Round)극복의 과제등도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대체로 1%의 성장을 가져오는 국민총생산(GNP)은 보통 0.6%의 국민총오염 증가를 수반하여 성장으로 인한 실질적인 국민후생 증진을 크게 삭감시킨다고 한다.더 나아가,환경파괴적인 성장방식은 결국 생산비용과 제품의 불량률을 높여서 성장잠재력 자체를 저하시킨다.국제적으로도 2000년대의 세계경제질서가 지구환경보전을 대전제로 형성될 것은 분명하다.환경과 무역규제의 연계를 주내용으로 하는 그린 라운드의 엄청난 파고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공해·환경오염의 원인은 결국인간의 한정없는 탐욕과 근시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그것이 크게는 열대림의 소각이나 밑동 자르기에 의한 삼림의 대량파괴·생물멸종률의 증가·공기와 수질오염·지구온난화및 오존감소로,적게는 각종 공업폐기물·광물채굴에 따른 지반훼손·하상침하·폐비닐·화학세제등으로 되돌려지게 된다. 국민들의 실천적인 환경의식도 중요하다.사람들은 맑은 물은 마셔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못한다.물파동이 나면 정수기니 생수니하며 당국을 원망하지만 이웃끼리 힘을 모아 대응한다든지 수질오염을 직접 조사해본다든지 하는 따위의 근본적인 활동은 생각지 않는다.환경단체에 가입하거나 그런 조직을 이용해서 정부나 기업에 체계적인 압력을 가하는 일 다시말해 「녹색의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서울신문이 「깨끗한 산하지키기」운동에 지속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큰 의미도 바로 이것이다.모두들 당장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확보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그리고 맑은 물을 얻으려면 먼저 녹색의 숲을 가꿔야 한다.산과 들에는 자연의 숲이 우거져야 하고 도시와 사람들의 심성에는 녹색의 향기가 피어나야 한다.
  • 문화전쟁시대의 무기/임영숙(서울광장)

    80년대말 미국 뉴욕에 잠시 머물렀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풍요로운 문화행사였다.2차대전후 세계문화의 중심축이 프랑스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졌다지만 그토록 엄청난 질과 양의 문화행사가 매일 열린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서울에서라면 1년동안에 열릴 공연이 1주일도 못되는 사이에 더 높은 밀도를 갖고 펼쳐지기도 했다. 이제 서울에서도 세계정상급 공연단체,연주가,화가들의 내한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우리의 자랑 정명훈이 이끄는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단의 내한공연에 이어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로린 마젤 지휘)와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쿠르트 마주르 지휘)의 내한연주회가 곧 열릴 예정이다.스페인 출신의 후안 미로전과 네덜란드 출신의 카렐 아펠전도 지금 서울에서 열리고 있고 지난 봄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츠」의 내한공연까지 이루어진 바 있다. 쌀 몇가마 값의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는 외국공연단체의 내한공연과 몇억원 이상의 작품 구입을 조건으로 한 외국화가의 국내전시회가 예사롭게 열리는것을 문화계 한쪽에서는 한국이 세계문화의 소비시장으로 공략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외국으로부터 사 올것은 많은데 국제시장에 내 놓을 우리 문화상품은 거의 없어 문화의 무역 역조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가 된 오늘의 정보화 사회에서 무작정 문화시장을 봉쇄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혹 봉쇄할 수 있다 할지라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뉴욕이 세계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가장 거대한 세계의 문화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돈으로 문화를 살만큼 부자가 아니며 문화전통이 짧은 것도 아니다.따라서 세계문화를 감싸 안으면서 우리 문화를 국제화시켜 문화전쟁시대의 상품으로 만드는 문화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최근 『미국영화 「쥐라기공원」의 1년 흥행수입(8억5천만 달러)이 우리나라가 2년간 자동차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을 훨씬 능가한다』고 지적하며 『21세기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첨단영상산업에 대한 집중지원』을 제안한 것은문화산업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그러나 미국 영화산업의 천재 스필버그가 첨단기술을 이용한 영화제작으로 성공하였다 하여 우리도 첨단영상산업을 「전략핵심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문화산업에 문화보다는 기술을 앞세우는 잘못을 혹 가져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문화전쟁의 무기를 선진 각국은 이미 지니고 있다.미국의 무기가 할리우드 영화라면 일본의 무기는 만화영화와 컴퓨터게임이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무기는 패션과 각종 산업디자인이다.우리는 무엇을 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모든 가능성을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이탈리아가 2차대전후 유럽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산업디자인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이탈리아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역사로부터 물려 받은 창의력을 디자인 경쟁력으로 전환시켜 패션·가구·자동차등 산업 각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과 전통도 이탈리아 못지 않다는 점에서 산업디자인의집중개발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해 볼만하다.마침 후안 미로전과 관련하여 내한한 프랑스 화상 다니엘 를롱은 『한국은 문화적 전통이 깊은데다 산업화가 이루어져 앞으로 현대미술이 급격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 문화역량도 만만치 않다.지난 1주일동안 나는 3개의 전시회와 2개의 연극공연을 보았다.「고암 이응로전」과 「김환기 20주기 회고전」과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시회,그리고 극단 자유극장의 「바람 타오르는 불길」과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였다.모두 우리문화의 국제화에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들이었다.특히 무형문화재 보유자 전시회는 산업디자인과 관련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의 문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문화전쟁시대의 무기를 만들어 내자.
  • 류머티즘 관절염과 원자력/신재인(서울광장)

    지금도 그러하지만 특히 작년 대전엑스포가 열리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해주었다.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연구소의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떨떠름한 표정을 짓거나 두러워 긴장을 하고 있다가 연구원들의 설명을 듣고,그리고 연구시설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웃는 얼굴이 되었다. 이것은 아직도 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원자력을 단지 핵폭탄처럼 대량살상무기로만 생각하든지 아니면 독성이 강해 옆으로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크게 다치거나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악마의 가면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만 해도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지금과 달라서 제3의 불로 과거나 미래 인류의 에너지라고 큰 기대를 모아주었다.그당시 우리 연구소는 지금처럼 대전에 있지 않고 서울근교의 태릉에 있었는데 교통이 매우 불편하였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모두 만족했다. 그 연구소의 한 모퉁이에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논이 있었고 시험벼가 재배되고 있었다.굶주려 허기진 보릿고개를 우리 선조들이 수없이 오르내려 한이 맺힌 그때 원자력연구소 농학연구팀은 튼튼하고 낱알이 많이 달리는 벼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통일벼가 나오고 매년 쌀이 남아 정부의 양곡관리재정이 부담스럽게 될 때까지 이 연구팀이 쏟은 땀방울은 시내를 이뤄 중랑천으로 흘러갔다. 지금 이자리에는 원자력병원이 서 있는데 특별히 어려운 병에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환자가 입원해 있다.원자력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바로 옆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그리고 병원안에도 이러한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값비싼 큰 기계가 있어 이러한 진료효과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어제는 대전원자력연구소에서 일하는 박경배박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내 방에 들어와 하소연했다.그는 디스프로슘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 류머티즘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주사를 해 큰 효험이 있는 치료법을 개발해낸 장본인이다.이러한 치료법 자체는 이미 미국에서는 4∼5년전부터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릎류머티즘의 원인은 활막의 염증부위에만 흡착하고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내거나 또 염증부위만을 태워 없애는 적당한 양의 방사선이 나오도록 조절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무척 고생했다.현재까지 36명정도의 환자에게 임상치료를 해본 결과 80%이상의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것은 수술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치료에 고통도 수반하지 않으며 한번 주사로 단시간내에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발되더라도 다시 방사성동위원소를 주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래서 신문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더니 연구실로 끊임없이 문의전화가 걸려와 며칠동안 연구도 못하고 전화만 받고 있다고 내게 불평했다. 원자력병원에도 매일 몇백명의 환자들이 갑자기 몰려와 진료받기를 원하는 바람에 업무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고 한다.이 치료방법은 아직 임상실험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또 사용하고 있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작용시간이 매우 짧아 원거리운송이 불가능하다.그래서 전국적으로 널리 환자들을 치료하기에는 현실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있다. 속이 탄 박경배박사가 내게 서울과 대전 두곳 연구용 원자로에서 디스프로슘이라는 동위원소를 생산해주도록 간청했다.막대한 윤영경비는 생각지 않은 채. 그는 이것뿐만 아니고 고약처럼 방사성동위원소를 피부에 붙여 피부암을 치료한다거나 하는 동위원소의 의학적 치료연구에 밤낮으로 몰두하고 있다. 옛날 개량벼를 만들어내던 팀을 보는 것 같다.이 글을 쓰고 있는데 외과의사인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야,니네 원자력연구소도 류머티즘관절염을 연구하냐』
  • 세가지 사안의 공통성/양해영(서울광장)

    참으로 묘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정유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름값을 내리니까 정부가 뜯어 말렸다.현대그룹의 정주영명예회장이 기업경영에서 손을 턴다고 하니까 오히려 현대그룹 관련기업의 주가가 연일 폭등세를 보였다.전국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법시행 하루만에 보류조치가 내려졌다. 어떤 경제적 법률적 사안이라도 상식적인 수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상식의 궤를 벗어날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쌍용정유가 이유야 어떻든 휘발유가격을 내리기 시작하자 상공자원부는 처음에는 세수감소를 이유로,그다음에는 유통질서의 문란을 이유로 유가인하를 극력 말렸다.그러다가 값을 내려 소비자를 위한다는데 정부가 무슨 개입이냐는 여론이 비등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정주영씨는 누구인가.현대그룹하면 정주영,정주영하면 현대그룹이 즉각 연상될만큼 불가분의 관계이고 그가 빠진 현대그룹은 상징성을 빼버린거나 다름없다.때문에 그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털겠다고 한 발언이 나왔다면 현대의 주식값은 폭락하는게 상식일 것이다.그러나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있다. 농안법의 근본취지는 농민은 제값을 받고,소비자는 보다 싼값에 농산물을 사도록 하자는데 있다.그러나 법시행 첫날부터 농민은 농산물의 판로가 막혀 산지가격은 폭락했다.반면 소비자는 평소보다 2배이상의 비싼값을 지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 우리는 이 세가지의 서로 다른 사건을 통해 우리경제가 지니고 있는 모순과 함께 새정부가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신경제의 실상을 경험하고 있다.또 휘발유값 인하와 관련해서는 자유시장의 경쟁논리와 정부규제의 한계를,정주영씨의 경영퇴진 발언에서 정치와 경제의 분리내지는 불가분성을 목격한다.특히 농안법파동은 법과 현실의 문제를 새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가지 사건이 던져주는 공통적 결과는 정부신뢰의 실추일 것이다.휘발유 가격인하의 경우 시장질서의 문란,정유회사의 경영악화등 상공부가 지적하는 우려가 있긴하다.그러나 가장 큰 방향은 개별기업에 의해 시장논리가 시도되고 있다는데 있고 정부는 이를 적극 조장은 못할지라도개입해서는 안된다.그것이 국제화와 개방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경제기본 개념에도 합당하다.이제 기업은 스스로의 경영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 정부가 경영악화 운운하면서 개입의 실패를 거듭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유회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손실을 충당해준 결과 정유회사 스스로의 경쟁력을 배양하지 못했는데 아직껏 그런 구태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직은 우리가 국제화다,경쟁력강화다 하는 말들이 구호에 그치고 있지않나 하는 의문마저 주고있다. 농안법의 경우도 보자.법의 취지는 훌륭하다.그러나 수없는 공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오늘의 문제가 예견되었다.그럼에도 밀어붙이면 된다는 과거의 의식이 법시행과 동시에 6개월 보류로 잠정 결론이 났다.1년동안의 유예기간중에도 법발효를 위한 여건은 조성되지 못했다. 앞으로 6개월동안의 보류기간중에 여건성숙이 될턱도 없다.이문제를 위해 또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그러나 문제점은 이미 모두 노출되어 있다.모르면 모르되 아마 그 6개월은 여건조성 아닌 똑같은 의견의 되풀이로 허송될 것이 뻔하다.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설익은 감은 따먹지 말라고 했다.6개월의 보류기간이 아니라 2∼3년,아니면 3∼4년의 기간을 두고 완벽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중매인이 담당했던 농산물의 산지매입과 도산매기능을 대체할 수단의 충분한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중매인으로부터 도매기능을 완전히 뺏을 필요는 없다.그 기능중에는 나름대로 선기능도 있다.다만 매점매석등 건전한 유통을 막는 행위의 제한만 별도로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경제는 물같아야 한다고 한다.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그러나 최근 일어난 세가지의 사안에서 우리 경제가 물처럼 순리에 따르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선진국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음은 저절로 그렇게 된것이 아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안들에서 제시된 문제들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는 선진의식을 지녔다고 말할수 있지 않겠는가 본다.
  • 전쟁과 반전쟁/이재근(서울광장)

    「제 3의 물결」「권력이동」등의 매혹적인 저서로 잘 알려진 앨빈 토플러는 최근 저서 「전쟁과 반전쟁」에서 전후로부터 탈냉전시대로 이어진 이 시대의 일반적인 「전쟁 불감증」을 강한 어조로 경고한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부족들은 서로 증오의 살육전을 벌이고 있고 지구는 황폐화되고 있으며 전쟁이 전쟁을 낳는 또다른 암흑시대가 전개되고 있다고 토플러는 지적했다.그는 1945년 「평화」가 마련된 이후 전세계에 걸쳐 일어난 전쟁과 내전은 1백50여회나 되고 민간인을 제외한 군인만도 7백20여만명이 희생됐다고 적었다.제1차 세계대전 기간동안 전체 전사자수가 약 8백40만명임에 비추어,놀랍게도 세계는 45년이후에도 세계대전을 다시 한번 치른 셈이 된다는 게 토플러의 분석이다.실제로 45년부터 90년까지의 모두 2천3백40주중에서 지구상에 전쟁이 전혀 없었던 주간은 단 3주에 불과하다.그러므로 45년이후의 그 오랜 기간을 전후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토플러는 말한다.한반도의 현실은 더욱 그러하다. 동서독통일과 남북한통일문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이 전쟁과 반전쟁의 차이라 할수 있다.남북한통일은 누구에게나 지상명제이겠지만 그 성취과정에는 반전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동서독에는 그것이 없었다.세계전쟁의 끝에서 분단이 됐고 동족전쟁의 미완으로 분단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고 보면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반전쟁은 통일의 기본전제가 되지 않을수 없다.우리에게 있어 언제나 통일과 안보가 표리관계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쟁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수만은 없는 속성을 갖고있다.그것은 어느날 아침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일어날수 있다.그래서 전쟁의 우발성과 파괴적 비인간성을 놓고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무서운 말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이상하게도 전쟁의 망령이 끊임없이 어른거리고 있다.북한핵,팀스피리트,스커드미사일,패트리어트 배비,판문점,휴전선,전진배치,북의 남침 시나리오,반격 격멸시나리오,서울 불바다론,평양 초토화작전등이 모두 한반도에깊게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들이다. 지난 4월 82회 생일을 맞은 북한주석 김일성은 그무렵 주석궁에 앉아 전쟁과 평화를 얘기했다.『북한에는 핵무기가 없다.물론 제조할 생각도 없다』고 했고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 큰 피해를 입는다.이만큼 해놓고 왜 전쟁을 하는가.전쟁을 원하는 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다』면서 「서울 불바다」운운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도 했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그의 말은 맞다.그러나 『전쟁은 좋은 것이다.그래서 나는 전쟁을 해야하겠다』고 예고하며 전쟁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전쟁은 그것이 터지기 전에는 어디까지나 「평화」인 것으로 머물며 그 가혹한 살상과 파괴의 발톱을 감추고 있다.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는 「평화주의자」였다.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과 환상은 정권을 잡기전 일찍이 옥중에서 기술한 「나의 투쟁」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데도 그는 항상 자신을 평화주의자로 위장했다.33년 1월 총리에 지명된뒤 의회 시정연설에서 그는 『나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현재의 유럽과 독일은 평화스럽다.제국과 독일사이의 현안들은 모두 평화적인 교섭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들 뿐이다.물론 독일은 유럽 어느 국가에도 전쟁을 유발시킬 사유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고 다짐했다.저돌적인 히틀러의 출현을 지켜보던 유럽인들은 이 한마디에 안심했다.히틀러의 숨겨진 호전성을 간파하여 전쟁위험을 역설하던 영국의 처칠이 오히려 전쟁 모험주의자로 몰려 진짜 평화주의자들의 공격대상이 되었다.전쟁은 터졌고 이제 히틀러는 표변하여 『평화를 떠드는 자가 꼭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지꺼렸다.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잘못됐다는 말을 믿고자 하는게 우리 입장이다.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여전히 서울 불바다론의 속내와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그가 평화를 말하니까 더 그렇다.이 단계에서 제정신을 갖고 거듭 지적컨대 모든 전쟁은,한 사람의 광적인 지배야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그리고 지금 한반도의 휴전선 북쪽에는 거금 44년전에 전쟁을 일으켰던 한 사람이 살아있다는사실을 알아야 한다.우리는 그가 그 자신의 말대로 「제정신」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
  • 내신,어떻게 하나/임영숙(서울광장)

    내신제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교육부장관까지 그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확실한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채 장관의 성급한 언급이 앞서 「해명」소동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대학입시에서의 고등학교 성적 내신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신제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무엇인가.그동안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그 해답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 우선 반영비율을 축소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현행 내신제 때문에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대도시 학부모들(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바람이다. 교육법 시행령이 내신반영률을 40% 이상으로 못박고 있지만 대학이 현행 15등급의 내신등급을 10등급으로 줄여 실질반영률을 낮출 수는 있다.지난 80년 내신제가 채택된후 그런대로 정착된 이 제도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된 것은 올해 대학입시에서부터 내신반영비율이 종전의 30%에서 40%로 높아진 탓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방안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 내신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해결에는 미흡하다.현행 내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에게 이른바 「만능선수」를 요구하는 획일적 상대평가제라는 점이다.학과 점수의 총점으로 등급을 매겨서 내신 1등급이면 모든 분야에 1등급인 것처럼 인정받게 한 것이다.이같은 평가 방법으로는 학생의 특별한 재능이나 리더십 봉사정신등 전인적인 평가는 불가능하다.물론 현행 제도에서도 내신성적의 10%를 특별활동·행동발달·교내외 봉사활동 성적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질 반영비율이 높지 않거니와 대부분의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최상위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번째로 내신의 반영비율·반영방법을 모두 대학 자율에 맡겨 각 대학의 특성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선진외국의 많은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 제도는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이상이기도 하다. 이 경우 현행 내신제도의 문제점은 모두 해결 가능하다.대학마다 그 설립이념에 따라 다양한 평가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수 있으므로 지역·학교간 격차도 인정하고 내신의 획일성도 해소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교육의 평준화 구조 자체를 깨는 것으로 내신제도 개선을 넘어서 교육제도 전체의 개혁과 관련된 사항이 된다. 또한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대학이 공정한 입시관리 체제와 공신력을 구비해야 하며 고등학교의 생활기록부가 학과성적은 물론 행동발달상황 등까지 자세하고 합리적으로 기록돼 대학에 제출돼야 한다.그러나 우리 대학의 행정능력은 고등학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효과적인 활용은 타당성있는 평가도구의 개발과 함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전국적 전산화작업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가능한 방안은 대학에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부가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으로 보인다.즉 반영비율은 그대로 두고 평가방법은 대학자율에 맡긴다거나 반영비율에 융통성(내신총점 20%,과목별 가중치 20% 등)을 주는 것 등이다.이 경우도 대학의 수용능력이 문제가 되는데 대학평가제를 조기 실시하여 준비태세를 갖춘 대학이 원할경우 자율권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것이다. 최근 이해가 엇갈린 학부모들간에 시위사태까지 불러 일으킨 예·체능계의 내신반영방법,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임에도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는 검정고시에 의한 내신성적 산출방안,내신 1등급이라 하더라도 수능시험 성적이 전국평균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등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연구팀을 구성하여 올해안에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일이지만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중요성때문에 이렇게 한마디 덧붙여 보는것이다.대학입시제도의 변화와 관계없이 내신제도는 정착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신의 객관성 타당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철저히 연구돼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내신의 전산화작업과 대학차원의 내신 사후평가제 도입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 핵과 원자력의 올바른 이해/신재인(서울광장)

    서울에서 떨어져 나와 대전에 살면서 얻을 수 있는 큰 혜택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그 중에서도 4월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어서 겨우내 황량했던 들판에 노오란 개나리의 물감이 채색되기 시작하면서 분홍빛,앳된 초록빛 그리고 화려한 흰색의 벚꽃들이 어우러지면 그 황홀함은 극치에 달하게 된다.이것이 화려한 4월의 등장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4월에 금년에는 머리아픈 일들이 많이 끼여들고 있다.솔직히 말해서 그 자세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라운드 문제들(우루과이 라운드,그린라운드,테크놀로지 라운드,블루 라운드)이 그것이고 여기에 덧붙어서 북한 핵문제가 전쟁의 공포까지 유발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긴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4월에 들어와서는 원자력과 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외국의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를 국내에 초청해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와 원전건설반대를 외치겠다고 하고,이에 맞서 원자력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4월을 원자력사업진흥의 달로 정하고 앞으로 원자력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아무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들로서는 더욱 머리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러나 진리는 항상 간단하고 우리 옆에 있는 법이다.원자력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가 냉정함만 잃지 않는다면 그 판단은 크게 어려운 사안이 아니다. 우선 편의상 원자력을 핵과 원자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이 원자력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어서 그 평화적 이용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파괴적인 군사목적의 추한 면이 또한 있다.그래서 핵은 핵폭탄을 중심으로 한 어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원자력은 발전과 의료치료·산업에 이용하는 원자력의 밝음을 대표하는 말로 구분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핵문제는 국제간의 힘겨루기와 다툼을 나누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이미 핵기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5대 강국들은 그 기득권을 충분히 활용하려 하고 뒤늦게 핵강국으로 진입하려는 국가들을 세계평화유지 차원에서 그러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으려 하고 있다.그것이 국제간에 맺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고 이 조약은 내년 5월이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그래서 자연히 이 조약의 연장문제를 놓고 미국과 같은 기득권 보유국과 불평등 대우를 받고 있는 특히 일본같은 나라 사이에는 상호평등한 지위 확보를 위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싸움의 탐색전에 북한의 핵이 들어와 있고 상대적인 당사자로 핵기술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우리나라까지 거기에 발이 빠져있는 셈이다.우리나라는 군사적인 핵기술의 개발에는 여전히 황무지나 다름이 없어서 이러한 국제적인 힘겨루기에 주도적으로 나설 형편은 되지 못한다.그래서 북한의 핵문제가 간단히 보면 남북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과 일본,중국의 문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북한의 핵폭탄개발 문제는 그동안 발표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크게 위협을 줄 정도의 엄청난 능력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므로 핵에 관련된 문제는 전문가들이 개입해서 외교적인 문제나 통일문제로 접근하도록 하고 우리의 복잡한 머리는 좀 쉬도록 하는 것이 좋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특히 원자력발전에 관해서는 더욱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념을 낮추어야 한다.이것은 일반 산업시설과 하등 다름이 없고 안전성 문제도 거대 화학공장이나 자동차공장보다 오히려 더 안전할 정도이지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원전에서의 단순고장은 일반 산업시설에도 흔히 있는 일이고 원자력발전소에도 마찬가지로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다.그 외에도 암치료나 정밀산업등 첨단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원자력의 많은 밝은면은 환경오염을 방지해주는 원자력발전의 이점과 함께 우리의 생활을 넉넉하게 해주는 일어서 두려워할 것은 못된다. 이렇게 보면 원자력에 대한 우리의 오해는 핵과 원자력,밝음과 어둠을 함께 합쳐 생각함으로써 유발되고 있고 이것이 반핵단체가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따라서 이러한 단순 이분법만 크게 활용할 수 있다면 원자력의 찬·반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4월에는 느긋한 심정으로 그 진실성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현명함을 우리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알수 있다.
  • 또 한번의 실패/양해영(서울광장)

    『결과적으로 국민과 대통령을 속이고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훼손한 것이므로 그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다』 지난 4일 우루과이라운드 수정파문에 따라 김양배농림수산부장관을 해임할때 청와대가 발표한 해임이유의 주된 골자다. 어쨌든 김장관은 취임 1백여일만에 국민을 속인 죄인이 되어 자리를 떴다. 아마 우리 헌정사상 가장 비참한 죄목을 쓰고 물러난 장관이 아닌가 싶다.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내각이 바뀌고 농업장관이 두명이나 물러난 나라도 또한 없다.그러나 UR파동이 우리에게는 미완의 장이 되고 있다.앞으로의 국회비준이 남아있고 정작 UR협상이 이행되기 까지는 상당한 대내외의 진통이 있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사건들이 없으리라는 전망도 선뜻 서지 않는다.이번 UR이행계획서 수정파문의 시말을 보면 첫째로 국제통상관계규범이나 관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빚어낸 결과였고 둘째로 그간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불신의 누적으로 인한 오해에서 파문이 증폭된 것이며 셋째로 수습의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회창국무총리의 사과담화를 보더라도 이행계획서 수정실수는 이미 지난해 저질러졌던 일이고 그 실수의 일부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 입각한 팀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다만 그 사실을 적극 알리지 않은데서 오해가 일어난 것으로 이총리의 담화는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실수가 통상관계자들의 무지로 인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시정이나 책임의 철저한 규명이 없이 그냥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83년부터 일어난 소값폭락파동과 그에 대한 미숙한 대응조치로 인해 얼마나 큰 통상문제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났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당시 소의 사육마리수가 불과 2년여 사이에 2배로 늘어나자 송아지 값이 한마리에 70여만원에서 불과 21만원선으로 폭락했다.농민과 농민단체들은 연일 대정부항의를 계속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기른 소를 스스로 도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급한 나머지 극약처방이 내려졌다.관광호텔용을 포함한 모든 쇠고기의 수입을 완전금지시켰다.이것이 불씨였다.GATT 규정상 사전통보 없는 전면수입금지는 금지되어 있고 결국 미국등 이해당사국들이 GATT에 제소해 그이전보다 수입의 문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그결과 비록 쿼터제에 의한 수입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수입개방과 진배없는 쇠고기수입의 홍수를 이루고 지금은 수입쇠고기가 국내 시장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당시 사전예고없는 수입의 완전중단은 통상관계 지식의 무지에서 비롯됐다.그간 오랜 시간이 지나갔건만 그같은 뼈저린 통상의 교훈이 단 한줄도 활용되지 못하고 같은 실수가 일어나고 있다.이번 이행계획서의 실수가 전임 각료가 책임질 부분인지 아니면 물러난 김장관이 져야 할 몫인지는 보다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되겠으나 국민으로서는 그 실수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정부에 물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여론의 오해를 푸는 전문가 집단의 미숙이다.사실 UR이행계획서 수정문제는 표현이 그럴 뿐이지 수정아닌 보완의 문제였다.그런데도 이것이 수정으로 비춰지고 마치 엄청난 후퇴이고 양보인양 잘못 인식된 것이다.그런데도이를 적극적으로 바로 잡고 진실의 실체가 뭐라고 하는 그런 테크닉도 없거니와 노력 또한 별로 보이질 않았다는 것은 유감이다.설혹 노력을 보였다 하더라도 그같은 노력이 효과가 없었던 데는 그간 정부의 홍보가 불신을 받아온 것이 아닌가 깊이 반성해볼 대목이다. 앞으로 UR자체도 첩첩산중이다.더구나 환경라운드,노동라운드,기술라운드가 새롭고도 숙련된 협상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장관 한두명 물러나게 해서 협상력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협상력을 기르고 통상지식을 충분히 터득토록하지 않는다면 라운드 파동은 계속될 것이다.
  • 도량인가 난장인가/이재근(서울광장)

    말없이 정진수행만으로 속세를 향해 말해야 할 승니들의 세계에 말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말로 하다 안되니 폭력으로 나오고 폭력으로 안되니까 고발 고소로 이어져 난장을 이룬다.공권력을 빌리다가는 「청부폭력」혐의로 확대된다.위통을 벗고 발길질을 하며 돌팔매 몽둥이질로 아수라장을 이룬 끝의 업보일시 분명하다. 『소림사도 아니고….무슨 스님들이 그래』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을 놓고 서울 조계사에서 빚어진 폭력사태를 접한 시민들이 한마디씩 내뱉은 말이다.분노와 증오 격정의 땀으로 일그러져 살기마저 서린 얼굴의 그들은 모두들 누구인가. 지난 겨울 열반에 드신 성철큰스님으로 하여 한껏 높아진 불교의 위상이 한꺼번에 무너진듯한데 대한 아쉬움도 여간 큰것이 아니다.성철스님은 생전에 『종단의 분규는,공부는 않고 섣부른 의욕만을 앞세운 자들의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때문』이라고 질책하면서 수도자는 모름지기 명리를 떠나야 함을 늘상 강조했다.일제때 총독부의 우리 불교계 분열책동에 놀아나 이합집산 난맥상을 보였던 당시 승가계를 꼬집어 『벼룩 서말을 몰고가는 일보다 중 셋을 몰고가는 일이 더 어렵다』고 설파한 사람은 불교유신론을 제창한 만해 한용운이었다.오늘의 스님네들이 그와 다르지 않다.그러니 「한 불당에서 내사당 네사당」찾는 스님들의 행태가 속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그 모두가 「집」과 「자리」다툼이다.흔히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집과 자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경우도 없다고 한다.집있는 사람은 더 크고 쾌적한 집을 갖고자 하고 집없는 사람은 언제고 집없는 설움을 벗어나려 애쓴다.자리있는 사람은 더 큰자리를,자리없는 사람은 한자리 차지해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고자 한다. 집과 자리는 다 필요한 것이다.집은 좋을수록 좋고 자리는 높을수록 나쁘지 않다.집과 자리는 안정·평화·행복의 외형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집착·탐욕·번뇌·무명의 내용이다.속인들은 그래도 할수 없다.그러나 스님들은 다르다. 불교는,모든것이 자기로부터 시작하지만 자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부처님의 말씀과 모든 경전은 자기를 무한히 확대하여 온누리 시방(십방)속으로 자기를 흩어지게 해야함을 교시한다.그것이 무아이며 무심이 아닌가 한다.자기를 시방속으로 흩어버리는 것은 온누리 모든 중생들에게 자기를 나누어주라는 말씀일 듯하다.이를 가르치고 실천하여 중생을 제도해야 할 스님들이 왜 걸핏하면 사생결단으로 피를 흘리며 싸운단 말인가. 출신 문중간에 반목 갈등이 쌓였고 재산다툼에다 종단개혁방법에 이견이 있다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다.말로하다 안되면 어디 커다란 도량(도장)하나 빌려 그속에서 문닫아 걸고 사흘 석달 삼년을 싸워 해결하고 나올 일이지 왜 서울 한복판에서 대중들 불러놓고 피나게 싸우는가.세상의 모든 악다구니 싸움을 한사코 말려야 할 스님들이 오히려 싸움판을 벌여 말려도 말려도 듣지 않는다. 「10·27법란」을 비롯,역대 정권에 의해 어느 종교보다 자율과 자존을 침해받았다고 불교계는 주장한다.그리고 항상 전통종교의 자부심과 종단운영의 자율성을 강조한다.하나 그날 폐허로 변한 조계사안팎의 사진 그림들을 보며 사부대중들은 얼마나 황량감을 느꼈는지 스님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자비의 실천」을 으뜸으로 하는 불교에서는 폭력을 「무명업식」의 소산인 것으로 설명한다.인간이면 누구나 잠재적으로 갖고있는 하나의 「어두운 힘」인 것이다.아상·번뇌·교만·회의·집착과 재물·지위·쾌락·명예를 위한 한없는 욕망이나 분노등 마음속에 내재돼 있던 이 어두운 힘이 표면화된 것이 다름아닌 폭력이다.그래서 염의의 스님들 세계에서는 물론 모든 인간사에서 가장 경계되고 증오돼야 할 이 폭력행위가 도심의 대도량에서 파괴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크나큰 서글픔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그리고 분명한 것은 어떠한 개혁이나 현실의 혁파도 폭력이나 다중의 위력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약속이자 공통된 가치라는 점이다.대중들의 대가람 조계사 경내가 북새판을 이룬 시간에 천주교 김수환추기경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면 세계화 국제화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개방화 국제화를 향한 개혁시대의 조계종단과 그 스님들이 하루빨리 아집과 미망에서 벗어나 참되고 투명한,그리고 우리사회의 앞길을 밝히는 새모습의 승가·승가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제 스님들 모두 모여 상처를 씻고 용맹정진에 들어가시라.사부대중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나무 관세음보살.
  • 다시보는 베트남/임영숙(서울광장)

    베트남 최대의 도시인 호치민(구 사이공)시 탄손나트국제공항.베트남항공의 국내선 하노이행 비행기가 승객을 다 태우고도 떠날줄을 모른다.조종실에서 서양인 기장과 부기장이 열심히 계기를 작동시키려 하나 무언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정비사가 들락거리고 비행기옆 활주로에는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그렇게 한시간쯤 지났을까.다른 비행기로 옮겨 타야 한다는 기내방송이 그제서야 나온다.무더운 공항대합실에서 또 한시간 남짓 기다린 다음에야 잠시후 비행기가 출발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물론 왜 비행기를 갈아 타야 하며 출발이 그토록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다음날 아침 하노이에서 펼쳐든 영자주간지 「베트남 쿠리에」 3월13∼19일자는 베트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이 주간지에 실린 지난 1주일간의 사건일지에 의하면 3월3일부터 10일까지 외국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10여건이나 결정됐다.합작기업 또는 직접투자 형식으로 베트남에 투자할 것을 결정한 나라는 그 1주일동안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독일 인도등이며 투자분야도 시멘트공장 항만시설 레저휴양시설 귀금속가공 광케이블등 다양하다.한국기업으로는 금성이 연간 10만대의 컬러TV를 생산할 수 있는 6백만달러 규모의 공장을 호치민 근처에 세우고,대우가 3천2백만달러 규모의 자동차공장을 베트남기업과 합작으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1주일 사이 네덜란드의 외무장관과 라오스의 국방장관,그리고 북한 공산당중앙위원회 서기 황장엽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3월말과 4월중에는 태국총리,필리핀 대통령,오스트레일리아 총리등이 베트남을 방문한다.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보고 겪은 이 두 모습이 바로 오늘의 베트남을 비추는 거울임을 이 나라에 머무는 동안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경제 사회발전을 위한 하부구조(인프라 스트럭처)가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와 국제금융기구들이 앞다투어 베트남에 투자하고 관계증진을 꾀하고 있다.아직은 연평균 국민소득 2백달러의 가난한 나라지만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과 질 좋고 값싼 노동력등 앞으로 급속하게 성장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난 19년동안 베트남 경제에 족쇄를 채워왔던 미국의 엠바고(금수조치)가 최근 해제됐다. 「아시아의 마지막 시장」으로 불리는 베트남은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다.그러나 그 친숙함은 베트남 전쟁에 우리가 참여한 불행한 과거에서 비롯된 왜곡된 것이지 진정한 베트남 이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경제개발을 위한 쇄신정책(도이 모이)을 펴고 있는 베트남은 그때의 상처를 잊은듯 미소띤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지만 우리로서는 이제 단순히 눈앞의 경제적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베트남으로 달려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우리와 너무도 흡사한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올바로 이해하고 고난의 역사를 통해 길러진 베트남인의 명석함과 강인함과 부지런함을 존중하며 진정한 선린우호관계를 맺을때 베트남의 황금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뿌리를 내릴수 있을 것이다.지금 그들이 가난하다고 섣불리 깔보거나 이득만 챙기려 들다가는 베트남에서 아무것도 얻을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대베트남 접근을 민간기업에만맡기지 말고 정부차원의 문화교류와 보건시설 의약품 기술훈련등 지원을 하는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대통령의 베트남 방문도 고려해 볼 일이다.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가 싱가포르 일본등에 이어 3∼4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베트남에서의 한국 공식명칭은 「공화 조선」(영어로는 「사우스 코리아」)으로 아직 불리고 있다.반면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코리아)이라 불린다.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경제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절실하게 느낀점이 또 하나 있다.첨단기술의 개발 없이는 세계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살아 남기 힘들다는 사실이다.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 베트남은 중국이 그랬듯이 멀지않아 우리의 해외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 혁신적 변화에서 살아남기/신재인(서울광장)

    삼년전에 집에 사둔 개인용 컴퓨가 낡고 병들어서 새로 교체하기로 작정했다.화면이 있는 부분은 높은 전압이 걸려있어서 그런지 새까만 먼지들이 붙어서 더러워 보이고 글자판까지 손때가 묻어서 겉으로 몹시 불결해 보인다.내부적으로도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항상 붙어다니는 몹쓸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컴퓨터내부의 운영프로그램을 다 갉아 먹어 먹통이 된지도 달포가 지났다.이미 이런 일을 많이 겪어서 병원에도 여러차례 갔다온 처지라 요즘 나온 새로운 모델로 컴퓨터를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는 여럿이 있고 서로 경쟁적이어서 그런지 대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집에다 설치를 해주면서 사용법이나 취급법을 아주 자세하게 친절히 설명을 해준다.가정용으로는 값이 조금 비싼 축에 드는 이 컴퓨터는 확실히 그 성능면에서나 화면의 아름다움에서 단연 이전의 컴퓨터보다는 훨씬 돋보였다.구체적인 컴퓨터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그림이나 지시한 내용에 따라 선택하면 많은 일들을 컴퓨터가 처리해 줄 수 있도록 변화되었다.뿐만아니라 전화선과 연결해서 주요 뉴스의 내용이나 문화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외국에 내 보내는 편지도 전자우편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보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옛날의 컴퓨터는 우리가 하나 하나 명령어를 주어야만 움직였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지시나 선택을 해주면 컴퓨터가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사용의 불편함은 덜었지만 어느때에는 오히려 우리가 컴퓨터의 지배를 받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아 불쾌한 기분도 든다.컴퓨터가 보여주는 화면도 색채가 매우 자연스럽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너무 세밀해서 우리에게 현장감과 생동감을 주고 있다.이러한 특성을 이용해서 요즘에는 가상현실 체험이라는 묘한 장난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컴퓨터가 그려내는 가상현실과 우리 몸의 요소요소에 부착해놓은 감응기의 신호를 컴퓨터가 조합을 해서 우리가 실제로 자동차 경주를 하거나 화성에서 외계인과 전투를 하거나 설계해놓은 집안을 짓기도 전에 자유자재로 거닐 수 있는 체험을 하도록 해준다.미래의 성이란 분야에서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성적인관계도 이러한 기상현실 체험으로 민족하게되도록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있어서 이러한 문명의 변천은 이미 인간이 컴퓨터에 의해 길들여지는 첫장을 넘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혁신적 변화는 다른 분야 즉 생명,유전공학,물성공학,기계공학,전기공학 등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나아갈 생활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우선 자동차,집,비행기,생활용품 등의 모양이 지금까지의 각이 진 네모꼴형태에서 매끈한 유선형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사무기기도 자동화되고 이동통신의 발달로 전세계의 사람이 언제 어느때라도 접촉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 문명의 변화는 우리에게 정신적 육체적 거부감과 고통을 주게 된다.예를들면 지금 우리 중장년 이상의 사람들은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옛날과 같은 손으로 하는 작업을 더욱 선호하고 가끔 그것을 오히려 인간적이고 자연적이며 환경보전적이라는 역설적 이유로 강요하고 있음을 본다.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우리가 지난 정치적역사에 너무 많은 미련을 묻어두고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문화형태를 지속시키려 하는데서도 알 수 있다.또한 이것은 우리사회의 지도급에 있는 분들이 새로운 과학기술로 파생되는 새로운 문화,특히 정보사회문화에 얼마나 큰 지식이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증명할 수 있다.5년전에 90이 넘어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끝생애에 핵가족제도,TV문화,자동차,비행기,아파트로 이어지는 현대문명에 적응하지 못해 고립되어 외로워하신 것을 보고 많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따라서 국가는 이제 정치,사회,언론,산업 모든 분야의 사람들,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혁신적 과학기술·문화의 변화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제도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즉,지금에서의 새마을운동은 농지정리나 정신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물가와 정책지수/양해영 국제2부장(서울광장)

    작년 초여름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물가당국이 지목한 물가상승의 주범은 수박이었다.제철도 아닌 수박값이 물가의 주범이라니 소비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농산물을 다루는 농림수산부는 물가당국이 엉뚱한데로 몰아친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같은 정부내에서도 물가상승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성향은 어제 오늘에 있어온 일은 아니다.6공들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이상한 해석이 나돌았다.5공때 짓눌렸던 물가가 6공에서 현재화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5공이 막강한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올려줘야 할 물가를 짓누른 나머지 정권이양과 함께 물가도 같이 이양시켰다는 것이다.드디어 당시 5공때 경제수석으로 있던 사람이 반격을 가했다.6공의 정책잘못으로 올라간 물가의 책임마저 전정권에 전가시킨다고 반박했다. 지금의 신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2∼3개월동안 6공과 신정부 인수팀간에 물밑에서 벌어진 물가싸움은 또 어떤가.92년 12월부터 교통요금등 공공요금의 인상시기를 놓고 수차에 걸친 설전이 있었다는 얘기가 요즘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6공이 올려놓고 정권을 이양할 것이냐 아니면 5공과 유사한 방법으로 신정부에 물가도 이양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결국 일부는 6공이 올리고 일부는 신정부의 물가지수에 편입되는 방향에서 낙착은 되었지만 우리의 물가대응이란 것이 매사가 이런 모양을 걸어 왔지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금년 2월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물가상승률이라는 것이 성이 안 차겠지만 지수로만 보더라도 대단한 상승률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양파등 농산물이 그 책임을 뒤집어썼다. 김영삼대통령은 최근들어 기회가 나는대로 물가얘기를 했다.한번은 물가의 중요성을 얘기했고 또 한번은 너무 올라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수돗물값과 전기값이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라고도 했다.묘한 반응이 있자 아껴쓰자는 의미의 원론적 얘기에 불과하다는 해명이 나왔다.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도 전체 질문 20여개중 물가관련이 3개나 됐고 김대통령은 반드시 6%이내의 억제를 확약했다.요즘 김대통령의 물가안정약속을 담보하려는 여러 움직임들이 보인다.매주 물가장관회의를 열고 있고 이미 올랐던 서비스요금들도 내리느라 분주하다.시·도지사들에 책임을 지우겠다고 해놓았으니 그럴법도 하다. 그러나 이런 수단들이 물가안정을 담보하는 충분한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가 많지 않음도 아울러 인식돼야 한다.올렸던 요금·가격을 내린 것이 한두번도 아니며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5년전에도 있었고 10년전에도 있었다. 목욕요금을 내린답시고 종전에 그냥주던 수건값과 비누값을 따로 받는다면 이것은 내린 것인가,올린 것인가. 파값파동을 보자.관계당국은 파의 생산량이나 가격변동의 추이도 지켜보지 않았다는 말인가.그렇지는 않은 것같다.파값 파동을 알고 있었으나 UR이다 뭐다 해서 수입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워 대처하지 못했다고 들린다.그래놓고 파값이 1년새 7배나 뛰고 난리가 나니까 마지못한체 수입했다면 이것 또한 얼마나 한심한 물가대책인가.농림수산부 관리들은 풍작 보다도 흉작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풍작이 들면 수매압력만 높고 처치할 방도가 없다.그러나 흉작이 들면 수입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인건비나 수송비면에서 선진국 보다는 낮다.그런데도 채소값은 선진국보다 높다.농민이 파는 가격은 1백원인데 도시소비자가 사야하는 가격은 7백원이다.뭐가 잘못되어 있는가가 자명해진다. 유통이라는 근본적인 병인치료에는 손도 못대고 있다. 흔히 변화를 얘기한다. 또 국제화를 얘기하고 창의와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신경제도 강조되곤 한다. 그러나 물가에 관한한 정부대응의 변화는 아무데서도 보이질 않는다. 지금은 상품의 교류만 국제화 개방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가도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다.눌러서만 될 일이 아니다.누르는 물가는 지수는 안정시킬지 몰라도 물가는 안정시킬 수 없다.정책지수를 높여야 한다.그래야 자연스런 물가안정이 있는 것이다.
  • 박정자와 손숙을 위하여/임영숙(서울광장)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에 서기 시작하여 30년이 넘도록 연기생활을 해온 두 여배우 박정자(52)·손숙(50)이 왕년의 스타자매로 출연하여 자신(배우)을 연기하고 있다.지난 24일 서울 동숭동 소극장 학전에서 개막된 연극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헨리 파렐작)는 배우가 무엇인지를 생각케 해주는 산뜻한 무대다. 우선 이 연극은 인기가 만든 하상에 갇힌 배우의 모습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빌딩 청소부 보다 더 위험한 직업이 배우라는거 알아? 난 아직도 가끔 생각을 해.배우라는건 정말 얼마나 화려하고 가엾은 너울일까 하구.한순간의 박수와 환호,들끓는 인기가 거품처럼 허망하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거기 매어 벗어날 수 없는 어리석은 마음,그게 배우지』우아하고 매력적인 배우로서 정상을 향해 달리다 어느날 갑작스런 사건에 의해 하반신 마비가 된 언니(손숙반)는 배우를 이렇게 정의한다. 배우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불구의 언니를 돌보는 동생(박정자반)은 자신보다 뒤늦게 출발해서 더 성공한 언니에 대한 질투와 박탈감에 정신적으로황폐해져 언니를 거의 죽음에 이르도록 학대하는 가해자로 마지막 극적 반전이 일어날 때까지 그려진다. 연극속의 이런 배우들보다 사실 관객의 관심을 더 끌어 당기는 쪽은 극도로 대비되는 두 자매역을 맡은 우리의 두 배우다.연극밖의 배우 손숙도 연극속의 배우(언니)처럼 박정자 보다 늦게 데뷔했지만 아름답고 슬프고 멋진 여자주인공역을 주로 해왔다.반면에 박정자는 「위기의 여자」(86년)이전까지는 주역보다는 조연을 더 많이 해왔으며 연극속의 배우(동생)처럼 『예쁘고 매력적』이라는 평을 잘 듣지 못한 강렬한 개성의 연기자였다.그래서 그들의 연기는 실제와 연극이 뒤섞이는 듯한 박진감으로 다가온다.그들보다 더 그 역을 잘 연기해낼 배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살 터울의 실제의 박정자·손숙은 「형님」「아우」하며 지내는 따뜻한 관계고 비슷한 부분도 서로 많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두 사람 다 글쏨씨가 뛰어나 공동수필집과 개인수필집을 냈고 영화와 방송에서도 활동하는 다재다능함을 지니고 있다. 연극관객의 저변확대를위한 나름의 「연극운동」도 두사람은 펼치고 있다.극장앞에 박정자 관객이 별도의 줄을 서고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손숙을 위해 3백장의 연극표를 산 것등은 그 운동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박정자와 손숙 같은 연극배우를 가질수 있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복이다.연극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아는 얼굴을 객석에서 찾아낼만큼 무대에 익숙한 그들은 푹 익어 감칠맛 나는 연기자들이다.토씨 하나라도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발성이라든가 군더더기 없는 동작 따위의 평가는 그들에겐 오히려 새삼스러운 것일 뿐이다. 「그 자매…」에서 그들은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심리표현이 눈금처럼 정확하다』는 작가 정복근의 각색,14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야무진 여성연출가 한태숙의 흔적도 만만치 않지만 두 배우가 아니면 이 연극이 지닌 브로드웨이 연극식의 재미는 결코 만들어 지지 못했을 것이다.어떤 연극철학이나 강한 메시지도 없는,흘러간 배우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2시간동안 재미있게 보게 만드는힘은 두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두사람을 잘 아는 연극인들 가운데는 그들의 힘이 연극무대 밖으로 낭비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그 걱정이 기우가 되느냐 불행한 현실이 되느냐는 관객들에게 달렸다.『배우란 결코 혼자서는 위대해 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연극에서는 좋은 작품,좋은 연출,좋은 상대역,좋은 관객을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고 박정자는 말한 바 있다.많은 사람들이 좋은 관객으로 극장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그들의 귀중한 힘은 낭비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다원화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좋은 연극배우를 진정으로 아끼는 일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며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 카오스 문명에서의 관리기법/신재인(서울광장)

    현대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최근 도입된 혁명적인 두가지 개념은 혼돈(카오스)이론과 퍼지이론인 것 같다.과학이 궁긍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며 이 질서는 단순하고 규칙적이고 명확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기존개념을 이 두이론은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자연은 우리가 교육받은 일반개념처럼 그렇게 정확하고 규칙적이지만은 않다.일출일몰의 아름다운 광경에서부터 아지랑이 솟아오르는 봄바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전과 동일한 것은 없고 반복되지도 않는다.자연은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것이 그 참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 컴퓨터라는 막강한 동반자를 옆에 끼고 있는 현대과학은 옛날에는 의식적으로 기피해 버렸던 불규칙하고 무질서하게 보인 자연의 속살을 이제는 파헤치고 있으며 여기에서 카오스와 퍼지이론이 싹트게 되었다. 그러나 이 두 이론에서 새삼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은 불규칙하고 혼란스러운 그 자연속에서도 내면적으로는 역시 아름다운 단순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불규칙적인 혼돈,예를들면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모습과 번개치는 모습,바람과 물이 흐른 모양,이런 것은 우리에게 일정치 않고 매우 혼돈스러운 것이지만 실제 그 내부에는 단순질서로 꽉차있으며 단지 전지전능한 신이 그때그때 결정하는 몇개의 불확정된 인자만이 있다는 사실이다.그래서 현대과학의 새로운 두개념은 신이 결정하는 그 인자를 적절하게 유추해서 그 흉내를 내어봄으로써 자연 그 실체를 좀더 가깝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학의 접근방법은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문명,즉 혼돈스럽고 불확정시대의 현대문명을 해석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도 적당할 것 같다. 현대문화는 과학의 발달로 조그마한 취락문화나 단순 동일 인종문화에서 벗어나 전세계가 한 지역이된 복합문화로 이미 진화되었다. 이에따라 현대사회의 구조를 깊이 살펴보면 옛날처럼 정치·사회·경제·과학·국방·환경등의 각 분야가 독립적 변수로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서로 서로가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무질서한 카오스를 창조해내는 복합문화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래서 이제는 어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분야가 서로 협력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도록 되었다. 따라서 옛날의 방법들,즉 각자의 전문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해서 자기분야만의 목적달성을 위해 가족적 분위기를 조성하던 그러한 방법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이제는 현대과학의 새로운 개념,즉 카오스와 퍼지개념을 통해 우리가 터득했던 그 진리를 실제의 사회생활에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그 진리를 압축하면 다음 세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 현대문화의 문제는 그 자체를 복합적이고 불규칙적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한가지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켰을 때에는 정확한 해결점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두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단순한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즉 복합적인 사회문제에서도 중요변수만을 뽑아내 간략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는 고정된 개념으로 문제를 풀지말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신이 주는 그 재량권을 흉내 내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카오스적 문명을 관리하기 위한 이러한 개념이 실제로 경제분야에서는 훌륭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최근의 경영형태는 옛날처럼 연구·생산·판매·기획·관리분야들이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에 바로 일이 발생된 그 현장에 「복합요소」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높고 낮은 사람들이 모여 「단일팀」을 만들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유연한 해결책」을 서로 머리를 맞대어 도출함으로써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즉시해결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기업은 최근 수평적경영,리엔지니어링,다운사이징으로 표현되어 집합적,총제적,단순현장관리 경영기법으로 설명되고 있다.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카오스문명에서의 단순현장관리기법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과학기술·교육·국방·환경등 다방면에 파급되어 적용되어 훌륭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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