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발전 총선공약은 뭔가/채영복(서울광장)
나라의 선량을 선출하는 4·11 총선이 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왔다.이번 선거는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치러짐으로써 국가의 미래상을 결정하게 되는 매우 중차대한 행사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거는 우리 국민의 여망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고,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의 으뜸을 자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여 명실공히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며,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안으로는 복지국가의 건설을 이룩하고 밖으로는 국가경쟁력을 갖춘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일일 것이다.따라서 앞으로의 4년은 이와 같은 역사적 사업을 위한 기반구축의 성패를 가름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 사회 각 부문별 국제경쟁력의 수준을 살펴 보고자 한다.지난해 스위스의 IMD가 펴낸 세계 여러나라들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1993년도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조사대상 48개국중국내 경제력 부문에서 6위,과학기술 부문에서 15위로 평가되었을 뿐 국제화정도,금융 사회간접자본 부문 등에서는 30위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화,정부부문,금융,국내경제력,경영,과학기술,국민의 자질,사회간접자본 등 8개 부문의 평가 항목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미국이 국제화,국내경제력,경영,과학기술 등 4개의 항목에서 각각 1위로 나타났고,금융과 사회간접자본 부문에서 2위를 마크,도합 6개 분야에서 2위이상의 평가를 받았다.또한,놀랍게도 싱가포르가 정부부문과 금융 그리고 국민의 자질 등 3개 분야에서 1위로 나타났으며,국제화 정도와 국내경제력 부문에서 각각 2위로 평가받음으로써 2위 이상의 평가를 받은 부문이 모두 5개 분야에 달하였다.
이와 같은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어떻든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던 나라들중 3개국이 하나같이 우리보다 앞서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선진화를 위해서 서둘러야 할 정치적,사회적 과제들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눈앞에 나타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4년후면 우리 앞에 전개될 21세기.
이 새로운 세기에 세계 모든 나라들은 서로 앞다투어 패권을 거머쥐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고,같은 맥락에서 21세기 초에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여망도 바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 으뜸의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라 생각할 때 이제 우리는 이를 위해 각계 각층의 관련 전문인들을 총동원하고 온 국민의 참여와 창의는 물론,이를 위한 국가의 모든 정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때라 믿는다.
그러나 최근의 4·11 총선과 관련한 일련의 정치현상은 몇가지 측면에서 유권자들을,특히 우리 과학기술인들을 매우 실망스럽게 하고 있다.우선 후보의 공천이나 여야의 선거 유세를 위한 정당의 정책공약 등에 선진국 진입이란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과 이의 구현을 위한 당면 과제에 얼마만큼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각 당이 내건 선거공약을 보면 그 핵심이 이와 같은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과 이의 구현을 위한 정책에 있기보다는 눈앞의 표밭만을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 다가오는 21세기는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견이 통념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과학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직능 대표로서 각 정당별 전국구 공천에 포함됨으로써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할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느 한 정당도 이러한 과학기술인들의 소망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과학기술인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국가 우선순위에 대한 회의감마저 갖게 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다만,이와 같은 결과가 이들 정당들의 정당정책 우선순위와는 무관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