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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률을 높이자/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최근 우리경제의 낮은 저축률이 문제가 되고 있다.70년대 이래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오던 총저축률이 88년 39.3%를 고비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96년 현재 3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정부 부문 저축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저축률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개인저축률이 계속 하락함으로써 국민들의 과소비 성향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저축이 갖는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저축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을 마련해 줌으로써 경제의 생산능력을 확충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기틀이 된다.또한 민간 및 정부에 의한 총저축의 크기가 필요한 총투자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분은 결국 해외저축 즉 대외 경상수지의 적자를 통해 조달될 수밖에 없으므로 외채 증가의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우리 경제의 민간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최근의 불경기로 인한 경기적인 요인을 그 이유로 들수 있다.즉 성장이 둔화되어 소득이 감소할 때에도 소비자들이 소비는 가능한 한 전과 같은수준을 유지하고 저축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저축률이 하락한다.특히 불황이 일시적이라고 판단될 때는 장래 소득의 회복을 기대하고 저축을 더욱 줄이게 된다. ○88년이후 계속 하락 그러나 우리 나라 민간저축률이 88년 31.5%를 정점으로 최근의 25%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경기적인 요인외에도 여러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하겠다.우선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 저축률 하락의 한 요인이다.평균수명이 늘어나고 65세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면서 경제의 비생산인구 비율이 증가하여 저축률이 하락한다.특히 국민의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는 젊은 세대의 퇴직이후를 대비한 저축의 유인을 줄여서 고령화 진전에 따른 저축률 하락을 촉진하게 된다.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 발전은 저축률 하락을 가져오는 또 다른 구조적인 요인이다.자본시장이 개방됨으로써 국내금리보다 싼 해외자금이 유입되고 금융 발전에 따라 부동산관련 융자,신용카드등 소비자 신용제도가 확대되어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저축은 감소하게 된다.또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개인들의 부가 축적됨으로써 소비자들 소비의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고가품을 선호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태어난 젊은 연령층은 미래를 대비한 저축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저축률 하락을 막을수 있는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민간 저축률의 하락이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것임을 인식하여 대책 역시 좀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하겠다.소비재의 수입규제와 자동차의 운행규제와 같은 직접적인 소비억제 정책들은 매우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장점이 있으나 국민들의 소비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크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든 단기적인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좀 더 장기적으로 국민들 저축의욕을 높여 나갈수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저축의식을 함양하고 건전한 소비생활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민간단체 및 통신망 등을 이용한 저축정보의 보급과 저축상담을 확대하고저축률이 낮는 미혼남녀,독신자 등의 연령계층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생활설계의 중요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초등학생의 용돈기입장과 같이 젊은 세대들에게 금전관을 키우고 계획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업들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건전 소비생활 유도 지속적인 물가 안정은 물가상승률의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저축의욕을 높일수 있으므로 재정·금융정책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계속 건실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정부의 사회보장 및 복지비 지출은 미래를 대비한 젊은 세대의 저축을 낮출수 있으므로 연금지급률을 낮추는 등 사회보장제도의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높은 저축률이 과거 30년간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끌어온 원동력이었다.이제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독의 동독 인권개선 노력 배우자/옥태환(서울광장)

    얼마전 방한한 미국의 신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등 인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한국으로 망명중인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보다 더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저지르는 비인도적인 인권유린 실상은 매년 미국무성이 발간하는 각국 인권보고서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사면위원회(AI),프리덤하우스,미네소타 변호사 국제인권위원회 등 국제인권단체들이 발표하는 인권보고서에서도 상당부분 밝혀졌지만,최근 귀순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그 정도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오늘날 북한이 세계인권 최빈국으로 전락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드러난 실상 “빙산의 일각” 첫째,북한은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에 따라 수령만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몰인격화된 인간만을 양산하고 있으며,주민들에게 한국과의 경쟁에서 완전 승리할 때까지 정치적 부자유와 경제적 궁핍을 인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둘째,북한의 법체계는 김일성·김정일 교시를 최고 상위규범으로 하여 그 아래에 노동당 결정이 있으며 헌법은 노동당 결정보다 하위규범으로 운용되고 있다.즉 북한에서 모든 법률은 장식물과 같은 「죽은 법」이며 김부자의 교시만이 진정 「살아있는 법」이기 때문에 북한은 법치국가가 아닌 대표적인 인치국가인 셈이다.따라서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용이할 수 밖에 없다. 셋째,북한은 김부자 체제유지 강화라는 일관된 정치목적에 따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가안전보위부·사회안전부 등 방대한 정보 억압기구를 통하여 주민을 강압하고 있으며 이것도 모자라 인민반·5호담당제 등의 거미줄 같은 조직으로 개별주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인권침해가 자행될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넷째,북한은 절대공급부족 상태인 물자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전주민을 수시로 성분조사를 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핵심계층·동요계층·적대계층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51부류로나누어 이를 바탕으로 의식주 배급 및 직장배치·학교배정·의료혜택 등 사회생활의 모든 부문을 차별화 시키면서 충성심을 경쟁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따라서 주민들은 감히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인권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와같이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침해는 북한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깥에서 인권개선을 외쳐대도 결국 쇠귀에 경읽기로 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그렇다고 국제사회가 이를 외면하면 북한은 더욱 더 걷잡을수 없는 인권침해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북한이 이렇게 인권 최빈국으로 전락한데 대해 우리들의 잘못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면 그나마 좋지않은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고,심한 경우 북의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그러나 진정한 남북통합을 위해서는 인권개선을 전제로 한 북한의 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때,현재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해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적어도 북한주민들이 시민적·정치적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을수 있도록 인도주의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인권유린 더이상 외면 못해 따라서 우리의 중·장기적 대북정책은 대동독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동독주민의 인권개선에 두었던 서독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그래야만 통일이후 북한주민들이 인권탄압으로 가장 어려웠을때 같은 동포로서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사람을 위한 도시/박우서 연세대 교수·도시계획학(서울광장)

    외국 관광객에게 비쳐진 서울의 거리 모습은 어떨까.만일 그가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걷는다면 무엇이 눈에 들어올까? 우선 동대문의 모습이 자못 신기해 보일게다.그 다음 광화문에 오기까지 눈에 띄는 건축물 또는 조형물은 별로 없다.그러면 무엇으로 서울과 외국 도시를 구분할 수 있을까? 아마도 길을 메운 자동차 홍수와 인도를 무표정하게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어쩌다 어깨가 부딪쳐도 그저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행인의 모습이 그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간판일 것이다.어지럽게 크고 작은 간판들이 건물을 메우고 있고,그것도 모자라 유리창에까지 광고용 글씨로 메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가 무엇을 생각할지 궁금하다. ○무질서한 광고간판 즐비 그가 반포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향한다고 하자.네모난 상자를 끝없이 이어 놓은 듯한 아파트 숲이 몰인정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일부러 그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현대식 고층건물이 줄이어 있는 테헤란로로 안내를 했다고 하자.그러면 그는 한강의 기적을 확인했을까? 아니면 이곳이 서울인지,동경인지,타이베이인지,혹은 서양의 어느 도시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됐을까?지금의 종로나 을지로 거리는 걷기에 정감이 가는 곳은 아니다.그래도 세운상가와 진양상가가 지어질 때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리라.그때만 하더라도 무허가 판자촌을 정리하고 새로운 상권을 개발하여 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한 획기적인 도심재개발 사업이었다.그러나 지금은 건물자체가 흉물스럽다.몇해 전,요란하게 떠들었던 「한국방문의 해」가 별 성과없이 싱겁게 끝난 이유를 알듯 하다. 그래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국제기능을 갖춘 현대식 빌딩숲으로 만들어,강북지역에 새로운 명소로 재개발하자고 주장한다.그동안의 서울의 발전상을 보면 70년대 강남개발이 시작된 이래 개발의 방향이 강남쪽으로 이동했다.이제 강남이 거의 포화상태가 됐으니 다시 강북지역의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이 지역을 재개발하여 강북의 새로운 명물거리로 만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다만 우리가 잊어서 안될 것은 도시가 사람을 우해 존재하는 것이지,사람이 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테헤란로나 을지로 입구 재개발 지역처럼 몰인정한 현대식 건물이 의미없이 공간을 채워서는 안된다.사람들이 일부러 찾을수 있고 친근감을 주는 환경 친화적인 공간이 그곳에 함께 있어야 한다. ○시민위한 휴식공간 조성을 도시문화란 무엇인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구어 놓은 건축물,시설물,조경물,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매일매일의 생활인 것이다.그렇기 때문에,이제는 간판도 정리해야 하고,건축물도 우리문화와 걸맞은 모양새를 갖추어야만 한다.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조형물도 거리에 갖다 놔야 하겠다.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이미 오래전부터 규제장치가 있어 왔으나,별로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경제적 이유로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물만을 장식적으로 갖다 놓았기 때문이다.재개발이 된 곳을 가보면 이런 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건물앞에 예외없이 의미도 모르는 조형물이 서있고,손바닥만한 녹지공간도 있다.그러나 누가 이 조형물과 녹지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까? 공간은 있으되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도록 계단위에 만들었거나,도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손바닥 만한 작은 공간이지만,인간성 회복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가꾼다면 결과는 다를수 있다.만일 종묘와 인접한 세운상가 부지를 숲으로 메운다면 우리와 아이들은 쉴곳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 정치치매 현상/김주영 작가(서울광장)

    외채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모양이다.해외에 산재한 우리의 재산이 있긴 하겠지만 1천만달러 이상의 외채라면 국민들조차도 긴장감을 느낄만한 액수이다.피부로 느끼고 있는 생활경제로써도 우리의 사정이 암담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위기감을 느낀 정부에선 진작부터 이러저러한 처방을 분주하게 내놓고 있긴 하지만 그 처방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불안스럽다. 그런 긴장감에 상당한 국민적 호응이 뒤따라 주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도 없지 않다.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바라보고만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런가하면 우리가 수출하고 있는 중공업제품들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해외의 수출경쟁에서 일본을 따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아우성도 들려온다.그래서 우리 경제의 회복은,밤에 썼다가 아침에 읽어보면 찢게되는 연애편지처럼 근본부터 다시 고쳐야 한다는 항간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을 정도이다. ○다양한 처방 효과는 미지수 일찌기 경제라는 말의 의미조차 몰랐던 사람들까지도 생활경제의 위험수위가 폭발직전에 있다는 것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이러다간 며칠 못가서 우리경제가 공중분해되어 이웃나라 코미디극의 소재로 등장하는 창피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우리들 서민들에겐 어차피 수학적 개념으로만 존재했던,1만달러라는 국민소득도 잡았다 놓쳐버린 한 마리의 꿩에 불과했던 것이 아닌가.그리고 조만간 이뤄진다 믿었던 선진국 진입이란 장미빛 꿈도 뒤로가는 열차를 잘못 잡아타고 흥분만 했던 우스꽝스런 꼴이 아닌가.그래서 우매한 백성들도 밤중에 문득 잠이 깨면,나라꼴이 염려스러워 진다.뒤척거리며 다시 잠 못 이루지만 역시 신통한 처방 따위가 떠오를리 없다. 정치인들은 한보사태만 일말의 의혹도 없게 파헤쳐버리고 나면,우리의 경제는 땅에서 용암이 솟아나듯 금방 열기가 되살아나고,위기의 수렁에서 속시원하게 벗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오직 한보사태에만 집착하고 있다.참으로 우스꽝스런 정치적 치매현상이다.한보사태가 유감없이 파헤쳐져야 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그것이 우스꽝스럽다고 말한 것은,어째서 우리의정치판도 모두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한보사태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망을 얘기하는 것이다. ○모두가 “내탓이요”라야 나라꼴이 이처럼 염려스럽게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위정자 혹은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그렇다면 우리의 정치인들과 국회는 무엇을 책임져왔는지 묻고 싶다.다수에 의해 소수는 양보가 아닌 희생을 치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에서 약간 비켜나서 타협과 협상에 의한 정치형태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라면,응당 그에 따라 분배되는 책임도 나눠가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국민들은 벌써 앞서가고 있다.모처럼 계획되었던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도 있고,저금통장을 새로 만들고,장롱에 집어 넣었던 헌옷을 꺼내 입는 사람도 보았다.아이가 태어나는 수효보다 송아지가 태어나는 수효가 더 많을 만큼 생기를 잃은 논촌에서도 나라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백성들은 그나마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계층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데 우리의 절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우리는 침몰하고 말 것인가.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감각으로는 설득력 있는 해법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정치인은 물론 우리나라의 어떤 탁월한 경제학자나 전문관료도 이 참담한 경제현실에 대한 명쾌한 처방법을 제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단 한가지 방법이라면 모두가 책임을 나눠가지는 공동체의식의 무장으로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려는 의지를 키워가는 것이다.그것을 통털어 우리는 애국심이라고 말한다.애국심에는 네 것과 내 것이 있을 수 없다.편견이 있을수 없고 이기심이 자리잡을 여지가 애국심이란 것에는 없다.과연 나는 이 나라 이 땅에 발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사람인가를 우리 모두가 뼈져린 성찰로 검증해 볼 때다.
  • 경제회생 장기대책 세워라/이종화 고려대교수·경제학(서울광장)

    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가 당면한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작년 한햇동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95년보다 2배이상 늘어난 2백37억달러에 달하였으며 결국 누적된 적자는 해외로부터의 차입으로 보전됨으로써 외채규모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와 우리 경제의 총외채 규모는 1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상수지가 크게 악화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주로 수출가격의 하락,엔화의 약세 등으로 인해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수입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특히 96년 한햇동안 수출단가는 전기,전자,화학,철강금속 등 주요 수출상품의 국제시세의 하락으로 인해 95년에 비해 13%나 하락하여 총수출 증가는 4%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반면에 총수입은 국내소비의 증가와 소비재 시장 개방으로 인해 소비재 수입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함으로써 총11%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또 지난 한햇동안 엔화의 약세로 인해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4%절하된 반면 대엔화 환율은 11%이상 절상됨으로써 해외시장에서 우리 수출 상품의 대일본 경쟁력이 약화된 것 또한 수출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경쟁력 약화로 수출부진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상수지의 적자 추세는 올해에 들어서도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를 걱정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따라서 최근에 들어선 새 경제팀이 국제수지의 개선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그러나 경상수지의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고 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로 적자규모를 줄여 나가야 하는지,또 어떠한 정책을 사용하여야 경제의 다른 부문에 미치는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국제수지가 개선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먼저 경상수지 적자 자체는 적자 누적에 따른 외채상환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는 이상 단기적으로 긴급히 해결을 서둘러야 할만큼 큰 경제 문제는 아니라 하겠다.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작년말 총외채가 총국민소득의 20%내외에 달하였다고는 하나,이는 개발도상국 평균 40%의 절반수준이고 총외채에서 대외자산을 차감한 순외채의 규모는 3백억 달러로 훨씬 낮아서 외채 원리금의 상환능력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물론 경상수지의 적자 규모가 앞으로 계속 커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나 수입증가율이 95년의 32%에서 96년에는 11%로 크게 하락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불황이 지속되면 민간소비와 수입수요의 증가추세는 더욱 둔화될 것이므로 적자규모는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다.또한 최근의 원화 절하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수출의 증가에 기여하게 되어 앞으로의 적자 해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의 자율적인 조정에 의해 경상수지의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보면 국제수지 적자를 급격히 줄이기 위한 단기적이고 급격한 정부의 대증요법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하겠다.특히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개인 승용차의 운행 억제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소비절약정책,유학생 송금규제,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통한 소비재의 수입규제강화 등의 직접·간접적인 수입 억제책들은 그 효과로 얻을수 있는 국제수지의 개선보다는 무역상대국과의 무역마찰을 초래하고 국민들의 소비를 인위적으로 왜곡함으로써 얻을수 있는 부작용이 오히려 크다고 하겠다. ○경상적자 축소 노력해야 결국 국제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수입의 직접적인 억제보다는 저축에 대한 이자 및 세제 유인을 더욱 강화하여 저축률을 높임으로써 민간소비가 감소되도록 유도해가는 반면 또한 불필요한 소비성 재정지출을 축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재의 수입을 줄여나가는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상수지의 적자를 갑작스럽게 줄이려는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수출역량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앞으로 정책당국이 추구해 나갈 최선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라 하겠다.우리 사회의 각 부문의 효율성이 제고되어 체질 강화가 이루어져야만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더불어 국제수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북에 보혁갈등 존재할까/옥태환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서울광장)

    최근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망명을 접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중의 하나는 과연 북한내부에 보혁갈등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하나는 북한에도 개혁파가 이미 형성되어 있으며 정책결정과정에서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고,다른 하나는 북한관료들이 모두 김부자 유일체제의 유지를 위해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는 개혁파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부자 유일체제 확립과정에서의 숙청사,상호 감시기능을 갖는 물리적 억압기구와 엘리트계층에 대한 사상적 통제 등으로 미루어 볼때 설령 소규모의 개혁지향세력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개혁의지를 나타내기 어렵다는 후자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개혁지향인사 다수 잠복 그러나 황비서의 망명사건을 유추해 볼 때 북한에는 상당수의 개혁지향적인 지식인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즉 중국식 개혁개방 주장에 대한 김정일의외면,그 과정에서 지식인계층의 소외등이 주요한 망명동기가 되었다는 황비서의 진술이 사실이라면,북한 권력엘리트들중 김정일 통치행태에 대한 불만과 지속적인 경제난·식량난의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체제의 변화까지 고려하는 개혁지향인사들이 의외로 많을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혁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이며,현재 북한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얼마나 존재하고 있을까? 우선 개혁적 사고를 갖고 있는 첫번째 그룹으로서 기득권 계층중 1950,60년대에 체코 프라하공대 등 동유럽 및 구소련에서 엔지니어나 경제학을 전공한 유학파들을 꼽을수 있다.이들중 일부는 노동당 정치위원,당중앙재정담당이나 정무원 부장급에 포진되어 있으며,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대표를 맡았던 연형묵 전 총리 등 상당수의 고위층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두번째 개혁지향세력으로는 해외파견이나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관이나 무역일꾼 및 기술자 등의 중간관리층을 생각할 수 있다.지난해 잠비아 북한대사관에서 근무중 귀순한 현승일씨나 영국에서 근무중 망명한 최세웅씨 등이 이런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세번째로는 동구 유학파로서 1980년대말 동구 민주화운동을 직접 목격한 그룹을 들 수 있다.귀순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김정일의 세습체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네번째로는 모스크바 군사학교에 유학한 청년엘리트 장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이들중에는 모스크바에 3년이상 장기 체류한 자들도 많으며,이들은 유학기간동안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과 국제정세 흐름을 지켜보았다.따라서 이들중 일부는 세계 사조에 역행하여 김부자에게 맹종하는 군부지도층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을수 있다.이같이 북한에는 위로는 당비서,정무원 부장으로부터 중간관리와 청년장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개혁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김정일 도전 받을때 부상 미국 버클리대학의 북한문제전문가인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에는 국제사조를 이해하고 있는 이러한 개혁지향적인 인사가 약30만명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그는 이들이 현재 공안당국의 거미줄 같은 감시망 때문에 종적·횡적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김정일의 리더십이 도전을 받을때 정치전면에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만약 스칼라피노 교수가 예견하듯이 이들 개혁세력이 정치권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며 평화통일도 앞당길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의 장기적인 대북정책도 이들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황비서의 망명으로 야기된 남북간의 첨예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제7차 경수로 부지조사단을 파견하고 미국과 함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서 6백만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 모든거리에 이름을 붙이자/박우서 연세대교수·도시계획학(서울광장)

    노들길,곰달래길.모래내길 등 한국적 맛을 풍기는 길 이름이 서울에는 많다.을지로,퇴계로,소월길과 같이 역사적 인물을 상징하는 길도 또한 많다. 그러나 정작 주소를 가지고 집을 찾으려면 큰 문제가 생긴다.수십여채의 집이 같은 번지를 쓰고 있기 일쑤이기 때문이다.대로변에 있는 사무실을 찾을때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짝수와 홀수가 구분된 것도 아니고 한 건물이 몇개의 번지를 같이 쓰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을까? 몇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길 이름을 알 수 없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도로표지판을 보아도 길이름은 없고 시청 또는 구청 등의 관공서나 김포공항,고속버스터미널과 같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시설물을 중심으로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심하게는 도로표지판 자체가 잘못 표시된 경우도 있다. ○시설물 중심 방향표시 두번째는 우리의 관행에서 나온 문제이다.대충 이 동네 저 동네 정도로만 알고 사용하고 있지 정확한 지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말 중에는 상황적 어려움을 쉽게 넘길수 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말들이 많다.「두서너개」,「이삼십분」,「대여섯채」 또는 「아무거나」 등으로 표현하므로 분명한 의사보다는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여 겸양의 미덕을 살리려는 지혜를 엿볼수 있다. 이러한 관행이 일상화되어 정확하게 표현해야 할 때까지도 대충 표현하고 있다.「커피마실래 홍차마실래」라고 물으면 커피면 커피고 아니면 홍차지,「아무거나 주세요」하고 답한다.그래서 물은 사람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이런 경우는 방향제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정확히 어디인지를 알수가 없다.그래서 「교보빌딩 앞에서」라든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라고 해서 지점을 정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시설물들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대충 경험으로 해결하고 있다.정초에 옛 스승댁을 찾아 갈때도 그 집을 아는 사람을 앞세워 가지 않으면 안된다.남의 사무실을 처음 찾아 갈때도몇 번이고 물어물어 가지 않으면 안된다. 외국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어려움을 경험한 결과 그들은 큰 길의 왼쪽은 홀수지번을,오른쪽은 짝수 지번을 쓰고 있으며 모든 길에는 길이름을 부여하고 있다.난생 처음 찾아가는 남의 사무실이라도 길이름과 번지만 있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도시계획위원회의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는 길이름을 작명하는 일이다.우리와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고장의 멋을 내는 길이름부터 유명인사를 기리는 길이름,그것도 모자라서 나중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해서 모든 길의 이름으로 쓰고 있다.큰 거리의 교차로에서 만나자고 할때도 교차로의 「동남쪽 모서리에서」라든지 「서북쪽 모서리에서」 만나자고 하여 분명한 지점을 밝히고 있다. ○정확한 길이름 사용해야 이제 우리도 경험에만 의존해서 살던 선조들의 관행을 벗을 때가 됐다.겸양지덕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분명한 것은 분명하게 사용할 줄 알때가 되었다는 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내 고장의 멋을 나타내는 이름을 거리에 붙여 사용해야 한다.1가,2가,3가 또는 1번도로,2번도로,3번도로 등과 같이 아라비아 숫자도 사용해야 한다.미국의 많은 도시들은 거의 예외없이 「브로드웨이」라는 도로를 가지고 있다.한국의 모든 도시들이 「퇴계로」를 가지면 안될 이유가 없다.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정확한 길이름을 사용하는 습관도 길러야겠다.
  • 부패·부조리의 고리 끊자/김주영 작가(서울광장)

    정영문씨가 쓴 「지렁이」라는 소설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 한토막이 인용되고 있다. 어떤 나라의 군대에서 일어난 이야기다.그 나라의 어떤 군부대의 병영 한편에는 작은 벤치 하나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작은 벤치 옆에는 언제나 군인 한 명이 삼엄하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하지만 그 벤치 옆에 왜 보초를 서야하며 또한 그 일은 언제부터 있어왔는지 그 부대의 어느 누구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벤치에는 일년내내 밤낮없이 보초병이 배치되고 있었다.사병들은 장교의 명령에 따라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어떤 장교나 사병도 그 보초의 임무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언제부턴가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는 것밖에는 아는게 없었다.그러다가 한 경비장교가 새로 부임하게 되었고,그 장교는 그러한 명령이 애당초 누구에 의해 지시되었는지 궁금하게 되었다.그는 서류를 뒤지기 시작했고,오래된 서류속에서 31년 전에 내려졌던 한 장의 명령서를 발견하였다.31년 전에 그 부대에 있던 한 장교가페인트 칠을 한 뒤 페인트가 채 마르지 않은 그 벤치에 아무도 앉지 못하도록 보초를 세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관료사회의 무사안일 개탄 이 짧은 일화는,무사안일에 빠진 관료주의의 병폐를 신랄하게 야유하고 있다.그 젊은 장교의 작은 의구심이 없었더라면 30년이 넘게 연출되었던 벤치의 코미디는 사뭇 계속되었을 것도 당연하다.그리고 이 코미디는 우리나라의 관료사회 도처에서 아직까지도 연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을 치는 공감과 함께 허탈과 분노를 느낀다.그러한 병폐의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증명은,「과감한 규제완화 조치로 경제적 부패구조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획기적 규제완화를 위해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의 발언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그리고 이대표 발언의 행간에는 「규제」와 「부패」는 서로 상반되는 얼굴을 갖고 있으면서,등뒤로는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희화적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읽을수 있다.그런데 바로 여기에 심각한 허구성이 존재한다.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언론매체를 통해서 행정,금융,사회의 이름을 앞세운 개혁위원회나 개선책들이 현란하게 등장해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그런데 그러한 움직임들에 대한 결과와 예민하게 접촉되어 있는 기업가나 국민들의 피부에는 어느것 한가지 온전하게 와 닿아서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신바람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준 사례는 드물었다. ○한 기업인 절규 새겨들어야 내로라 하는 정치가나 관료들은,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조리한 관행과 행정규제의 무분별함을 조리있게 개탄하고 있는 것을 또한 끊임없이 보고 듣는다.그러한 말의 성찬들을 보고 들을 때마다,찬사를 보내고 현실로 나타날 결과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그러나 허탈은 언제나 먼곳에 있지 않았다.공장 하나를 짓기 위한 노력에 뇌물이란 괴물이 개입되어 시달림을 받아야 했던 어느 기업가의 분노에 찬 절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기업가가 쏟아낸 그날의 언어는,처음부터 끝까지 실망과 분노,그리고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뼈에 사무친 고발과 야유였다.많은 기업가들이 그의 절규에 공감하였고,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 까닭은 다시한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작게는 급행료에서부터 크게는 뇌물이라는 부패의 관행에 수많은 사람들이 임의동행했던 경험들을 갖고 있다.임의동행이었다는 모멸과 자괴의 심정이 있었기에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로써 우리 경제의 수치스럽고 위태로운 추락현상이 일차적으로 얼키고 설킨 규제 일변도의 행정제도에 있고,그 규제 일변도의 끊임없는 행진이 바로 부패와 부조리를 낳는 온상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것은 이젠 철부지들도 깨닫고 있을만큼 되었다.하물며 명석한 두뇌집단이라 할 수 있는 관료사회가 여태껏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어째서 우리는 그러한 일을 고쳐나가려할때,언필칭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생색을 내고 많은 시간을 탕진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교육이 국가경쟁력 결정한다/이종화 고려대교수·경제학(서울광장)

    지난 4일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상·하원 의원과 대법원 판사들 앞에서 행한 첫번째 국정연설에서 앞으로 최우선 국정목표를 교육개혁에 둘 것이라고 선언하고 2000년대에는 미국 교육수준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 모든 국민이 대학교육을 받을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모든 학교간의 전자 통신망 구축,교사들의 교육 및 훈련강화,대학교육의 확대를 위한 장학금 확충 등을 포함하는 10단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실천 작업에 착수하였지만 많은 미국 언론이나 국민들은 계획의 실효성에 크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국 교육문제에 있어 연방정부의 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데에 있다.외교나 국방 문제와는 달리 교육은 대부분 부모,사립학교,지방자치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연방정부의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은 결국 미국 국민의 관심사를 이용한 정치적인 구호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교육부문에 미치는 정부의 영향력이 사회 모든 부문에서 그렇듯이 훨씬 크다.종합생활기록부 도입,대학입시일 조정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변화가 갖는 파급효과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엄청나다.정부는 수업료 또는 입학정원 조정 등을 통해 모든 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실제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인기를 위하여 교육개혁 기치를 들고 나올 정도이니 영향력이 훨씬 큰 우리정부의 경우 교육제도를 바꾸고자 하는 유혹이 더욱 클 것이다.실제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제도를 중심으로 교육제도가 크게 바뀌었고 앞으로 또 다른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많은 과거의 성급한 교육개혁 조치들의 성과가 회의적이었듯이 앞으로의 졸속한 단기적인 개혁이 위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 교육개혁 실시해야 우리나라에서 더이상 교육개혁이 과연 필요한가? 사람에 따라서는 우리교육의 그간 양적·질적인 성과로 보아 현재 제도에 큰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사실 우리교육의 발전은 그동안 눈부셔 1960년 15세 이상 인구의 43%이상이 무학자였고 단지 3%만이 대학 졸업자였던 것이,현재는 무학자가 8%미만으로 줄고,대학졸업자는 15%이상으로 늘어 크게 양적인 변화를 보여 왔다.또한 최근 국제 기준에 따라 실시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세계2위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최소한 중등학교에 있어서 교육의 질적인 성과 또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교육의 이러한 성과들은 정부 역할인 우수한 교육제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총교육비의 70%이상을 부담한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실제 우리 공교육의 경우,OECD국가들에 비해 2배나 높은 교사대 학생 비율이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따라서 우리교육의 가장 큰 과제는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학교교육 안으로 끌어들어 미래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양성 환경조성 중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 방향은 결국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줄여 나가고 교육부문에도 시장기능을 도입하여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될수밖에 없을 것이다.경쟁력이 없는 부실한 기업이 도산하듯이 부실한 고등학교·대학교도 문을 닫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쩔수 없을 것이다.앞으로 산업구조의 변화,경제의 개방에 따라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 역할이 급격히 변화해 나갈때 이러한 변화를 정부가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히 대응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우수한 교사,교육시설을 확보하고 더 높은 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정부는 교육시장의 직접적인 규제자로 보다는 선의의 감독자로서의 기능만을 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의 경쟁력이 2000년대 우리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앞으로의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조치들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더 필요하다.
  • 탈북자 보호 시민단체가 나서자/옥태환(서울광장)

    작년 12월 김경호씨 일가족 17명이 귀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김영진씨와 유송일씨 일가족이 귀순해 옴으로써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많은 사람들은 이 두 사건을 두고 통독직전에 일어났던 대량 난민사태 같은 징조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으나,병영사회나 다름없는 북한에서 단기간내에 대량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첫째,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사회안전부 같은 공안조직 이외에도 인민반이나 5호담당제 등 각종 주민 감시조직으로 거미줄 같은 감시망을 확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개처형 등 가혹한 형벌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어 주민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 둘째,북한주민들은 폐쇄사회에서 오랫동안 노동당이 주입하는 일방적인 교육만을 받아서 외부사정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식량난이 가중되어도 한국으로의 목숨을 건 탈출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셋째,북한은 60%이상의 중무장한 병력을 휴전선 근방에 배치해 두고 주민들이 이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극도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내부에 급변사태가 발생해서 휴전선이 통제 불능상태가 되지 않는한 일반주민이 휴전선을 넘어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탈북자수 정확히 파악안돼 따라서 우리가 당장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대량 난민사태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에 은신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보호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현재 이들은 체포 당하지 않으면서 생존해야 하는 이중부담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당하고 있으며,그 숫자는 수천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은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실상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탈북자들을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들이 무단 월경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우 1960년대 초에 북한과 비밀리에 체결한 「밀입국자 송환협정」에 따라 체포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여 왔다.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94년부터 2년동안 약140여명의 탈북자를 체포하여 강제 송환했다고 한다. 국제사면위원회(A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송환된 탈북자들은 「조국반역죄」로 공개처형되거나 일가족이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평생을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송환되면 평생 수용소생활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탈북자 송환은 북한과의 협정에 의하여 적법하게 행해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우리 정부가 개입하는데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우리 정부로서는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법,현지에 정착시키는 방법,제3국으로 보내 교민으로 관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수 있겠으나 어느것 하나 현지국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는 인권문제 차원에서 시민운동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생각된다.즉 시민단체가 세계 여론에 호소하여 중국이나 러시아로 하여금 탈북자들을 송환하지 못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다행히 탈냉전후 세계추세는 민주화와 인권보호를 가장 중요한 국제문제로 간주하고 있고,특히 인권보호에 관한한 비정부기구(NGO)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정치적인 난민 뿐만 아니라 인도적인 난민까지도 보호하는 것이 국제관례이다.따라서 국내 시민단체들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국제 인권단체들을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에 강력히 전달하고,「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조약국의 의무사항인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국경에서의 입국거부금지,무허가 입국에 따른 처벌금지 등의 조항을 지킬 것을 호소하면 최소한 탈북자의 강제 송환만은 막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와 보다 더 나은 삶을 찾아서 탈북한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이같은 인도주의적 배려는 민족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통일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 시민단체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 세계 명소될 한강다리 놓자/박우서 연세대 교수(서울광장)

    한강에 놓여 있는 다리는 성수대교를 빼면 모두 스물세개이다.이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36년 완공된 광진교이고 그 다음이 1937년 준공되어 한강인도교로 알려진 한강대교이다. 양화대교,한남대교,마포대교가 60년대에 건설된 것이니 나머지 열여덟개는 모두 70∼80년대에 건설된 셈이다.그러고 보면 한강다리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20년 정도에 불과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구한날 포장을 새로 한답시고 차선을 막고 불편을 주질 않나,바닥에 구멍이 나서 수리하느라 야단법석이질 않나,심한 경우 어떤 다리는 물위에 그냥 떠 있다고도 한다. ○ 지난 연말부터 통행을 금지시킨 당산철교는 1983년 12월에 완공된 것이다.불과 14년도 채 안된 다리를 새로 놓기 위해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킨 것은 유감천만의 일이 아닐수 없다.그러나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문제이기에 서울시의 처사에 무어라 항의할 사람은 없다. 더욱이 시민의 불편을 감안하여 자상하게도 서강대교를 계획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 개통하였고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셔틀버스를 제공하여 다소나마 불편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이 보다도 더 고맙게 생각하는 일은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시민에게 홍보한 점이다.각 지하철 역사나 길거리에 공고문과 현수막을 붙여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한 배려는 상당히 돋보이는 처사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는 민선시장이라면 몇가지 점을 더 고민했어야 한다.이를테면 시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출·퇴근길의 고행을 감내해야만 하는가.지금부터 3년 또는 5년정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므로 그때까지 시민의 협조와 인내를 호소했어야만 했다.아직까지도 언제까지 평상시의 두배 이상의 시간이 허비되는 불편을 참고 견디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그리고 누가 이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지도 알려준 바가 없다.시민은 알권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재원의 문제도 사전에 소상히 밝혀 시민의 동의를 구했어야만 했다.마지막으로 누가 당산철교의 철거를 결정했는가,그리고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민의 충분한 이해와 참여가 있었는가하는 점이다.무작정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기에 더이상 미룰수 없다든가,혹은 시민의 반발이야 없겠지 하는 안이한 사고 방식은 더이상 받아들일수 없다.더욱이 다리의 철거문제는 비단 성수대교,당산철교의 문제가 아니기에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결정을 또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올바른 행정관행의 수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 런던에 가면 템스강을 건너는 다리가 수없이 많다.그중에는 관광명소로 알려진 타워브리지도 있다.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100년이 넘었으면서 관광명소로 알려진 다리들을 쉽게 찾을수 있으며 시드니의 관광명소로도 하버브리지가 항상 꼽히고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다리건설기술이 그 나라의 건축·토목실력을 상징한다고들 한다.이제 우리는 80년대의 성장신드롬의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재원과 절차상의 문제를 꼼꼼히 따져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100년 이상 가는 튼튼하고 멋진 다리를 건설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 민족문화 경제성 되찾자/김주영 작가(서울광장)

    정부는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지정하고,수십년동안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희생되었던 문화재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대전환을 가져다줄 발굴과 보존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욕이다.검증없이 도입된 저질의 외래문화로 말미암아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이 흐트러진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가치관의 전도,소비풍조의 무분별성,전통적 가족개념의 파괴,공동체의식의 우려할만한 훼손까지도 우리의 가치관이 정치와 경제논리에 무게중심이 얹혀있었으므로 겪게된 방황과 좌절이었다.견고한 문화유산의 보존이 경제발전의 기틀이 되며,지고한 목표라는 의식이 우리에겐 희박하다.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은,삭풍이 산야를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안방에 놓여진 질화로의 불씨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있다.경제발전을 위해선 문화유산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시켜도 좋다는 단순논리는,경제발전을 이룩한 다음에 우리에게 남아있어야 할 민족적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또다른 포부는 어디서 찾아내야 하는가라는치명적 의문을 낳게한다.그래서 문화재를 올바르게 보존하자는 일들이 과연 한가로운 일이며,몇몇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분별력있는 반성이 필요하다. ○문화유산 보존의식 희박 문화적 바탕이 없는 국가는 결코 올바로 설 수 없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13세기 동양의 한 위대한 정복자의 행적에서 읽고 있다.그가 바로 징기스칸이다.만주벌판에서 일어선 여진의 후예였던 그는 중국대륙을 질풍노도와 같이 가로질러 동유럽 정복에 착수하였다.당시 유럽인들은 밤마다,징기스칸의 군대가 다시 나타날까 전전긍긍하였다.그가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말타기에 능숙한 용맹스런 군대와 그 군대의 보급창 역할을 하였떤 양떼들이 항상 뒤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그 유목민들에겐 불행하게도 문화의 바탕이 없었으므로 정복한 땅을 지킬 수 없었던 불운을 맞았다.국가를 지탱하는 힘의 중심 논리가 어느 바탕에서 출발해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풍남토성 안에서 건축되고 있는 아파트 공사장의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귀중한 문화유적지에 치밀한 사전조사도 거치지 않고개발허가를 해준 행정당국이나,토기들이 출토되고 있다는데도 그런 일이 없다고 버티는 현장의 목소리는 우리를 흥분시킨다.경향각지에 흩어져 있는 개발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가당찮은 소문들을 우리는 끊임없이 듣고 있다..많은 작업장에서 유물이 발견되면,서둘러 그 출토의 증거를 없애버린다는 것이다.그 사실이 언론에라도 보도될라치면 그로써 격게될 기업의 재정적 손실이 두렵기 때문이다.어디 그뿐인가.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를 둘러싼 정부의 부처간,그리고 민간의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끝없는 갑론을박도 그동안 우리가 문화재를 얼마나 하찮게 보아왔는가를 보여준 부끄러운 사례였다. ○사전조사없이 개발 허가 한가지 사례가 또 있다.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시켜주는 작업의 일환으로,전국의 문화재 안내판을 중학생 수준으로써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고쳐나가는 일이 그것이었다.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보수를 차치하고 필자도 참여했었다.그 일에서 필자는 〈사지〉라는 어려운 한자말 대신〈절터〉로,〈석불〉을 〈돌부처〉로,〈일원〉을 〈둘레〉따위로 고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었다.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담당직원의 대답은,무슨 위원인가 하는 분들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사리와 분별,하고자하는 작업의 골자를 생각하기 전에 권위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피해의식이 앞섰던 결과다.이런 무분별하고 독선적인 문화규제가 곧 우리 국민의 문화적 긍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도 문화유산의 해인 이 시점에서 눈 똑바로 뜨고 극복해야 할 과제중의 한가지다. 문화유산의 보존은 전국민적 공감대가 설정됨으로써 그 추진력을 노릴 수 있다.그것이 문화의 향유권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우리경제 21세기 대비를/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난리다.95년의 9%에서 96년에는 6.9%로 낮아진 경제성장률과 95년의 89억달러,96년의 230억달러로 늘어난 경상수지 적자는 모든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우리 경제는 과연 위기인가? 우리 경제는 실제 크나큰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그러나 그 위기는 올해도 낮아질 경제 성장률과 누적되는 경상수지의 적자 때문은 아니다.과거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낮은 경제성장률을 여러번 기록한 바 있고 바로 직전의 대선이 있던 92년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5.1%에 지나지 않았다.또한 경상수지의 적자 역시 그 절대규모가 적지 않기는 하나,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소비재와 투자재의 수입이 감소하고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우리의 수출이 조금은 호전될 것으로 보아 경상수지의 적자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우리 경제의 위기는 97년에 당면한 단기적인 경기 침체의 문제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의 하락에 따른 저 성장의 시대가 우리에게 닥쳤다는 것이고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우리가 아직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시대 대처능력 미흡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률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경제 이론은 경제 성장을 일인당 생산량의 지속적인 증가로 파악하고,생산의 증가를 일인당 자본의 축적과 기술 수준의 발전에 의해 설명한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 자본이 축적되면서 자본의 생산성은 계속 하락하게 된다.즉 경쟁자가 없고 모든 물자가 부족한 경제에서 기업가가 투자로부터 얻는 수익은 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수익률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기술의 발전 속도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후발국으로서의 기술 도입 또는 기술 모방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어 점차 낮아지게 된다.따라서 과거 30년 동안의 우리 경제의 초고속 성장의 결과는 투자수익률과 기술발전속도의 하락으로 나타나 이제 앞으로의 저성장을 예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물론 최근의 경제 성장 이론은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비롯한 적절한 정부의 정책과 교육투자 및 인력 투자의 확충,기술개발 투자의 확대 등으로 성장률의하락을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제 우리 경제에 주어진 것은 결국 6%대의 국민 총생산의 성장률과 5%대의 일인당 소득의 성장률일 수밖에 없으며 21세기에는 이보다 더 낮은 저속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겠다.전후 연 평균 9%의 고도 성장을 하다가 70년대에 성장률이 5%수준으로 낮아진 일본 경제의 경험을 우리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속 성장이 가져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경제 주체들간의 이해의 대립과 갈등은 이제 더욱 증폭될 것이다.기업가는 이윤율의 하락을,노동자는 임금 인상률의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적은 총량을 놓고 다툼이 격화될 것이다.이윤율의 하락이 모든 기업에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도산이 발생하고 실업률 또한 증가하게 될 것은 당연한 경제 법칙이다.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정말 큰 위기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냐 하는 고통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고도성장시대에 소홀하였던 분배와 복지의 문제가 이제 더욱 중요시 되는 것이다. ○정부 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저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정부가 모든 것을 이끌어 가던 시대가 끝나고 개방된 민간 자율 경제에서 단기적인 거시경제 조정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경제 주체들간의 대립과 갈등을 최선의 방향으로 조정하고 미래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정책을 수행해 나갈 것인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나가는 것은 정부가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97년 한 해의 100m 경주가 아니라 21세기라는 마라톤을 눈앞에 두고 최선의 준비를 하여야 할 시점에 와 있다.올 한해의 무리한 100m 경주로 다음의 중요한 시합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통일병/옥태환 민족통일연구원 자료조사실장(서울광장)

    지난달 함부르크에서 만난 한 외교관은 자신이 통독이전 서독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만난 많은 독일인들이 통일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회의적 전망과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전했다.또한 통독이전 통일문제가 서독내 정당들간의 정치쟁점으로 떠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치 서독인 전체가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그러나 통일에 무관심하게 보이기조차 하던 서독인들이 국제정세의 변화속에서 대주변국 통일외교를 절묘하게 펼치면서 「우리는 한 국민」임을 외치며 접근해오던 동독인들을 단시간내에 무리없이 흡수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게르만 민족의 위대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독일 통일과정 교훈 삼아야 우리는 어떤가! 분단이후 지금까지 온 민족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며 통일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삼아왔지만 분단의 원인이었던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커녕 아직 평화정착도 안된 상태에서 반목과 불신만 계속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통일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던 독일인들이 탈냉전이라는 같은 국제환경에서 통일을 달성한 반면 왜 『통일병』에 걸린 우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대립과 갈등만 계속하고 있는가를 새해에는 조용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그리고 서독의 통일대비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이를 겸허히 배워야 할 것이다. 첫째,독일은 거대독일의 출현을 원하지 않는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온 국민이 현명하게 소모적 통일논의를 자제하면서 묵묵히 국력신장에만 전력해 왔다.그 결과 베를린장벽 붕괴를 전후해 한꺼번에 몰려온 수십만명의 동독인들을 서독의 사회보장제도틀안에 무리없이 수용하였고,동독지역의 천문학적 투자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경제력을 키울수 있었음을 주시해야 한다. 둘째,서독은 민주화의 정착으로 동독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와 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셋째,서독은 어떠한 악조건하에서도 『접촉을 통한 동독의 변화유도』라는 대동독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철의 장막에 갇혀 있던동독인들의 눈을 뜨게하고 서독사회의 우수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결국 동독인 스스로 서독에 흡수되기를 원하도록 유도했다. 넷째,서독은 동독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동독 인권개선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동독관리들의 인권침해를 현저히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독내 민주시민운동을 간접지원한 결과가 되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같은 일련의 교훈을 통해서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잊을만 하면 일어나는 정치파행,첨예한 지역갈등,소모적인 노사갈등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저하,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에 아랑곳 하지않는 과소비 풍조,국민화합에 저해하는 일부 부유층의 무분별한 호화·사치생활 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회병리현상이 만약 서독에도 있었더라면 독일통일이 과연 지금과 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수 있었을 것인가 자문해보면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민적 과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해답을 찾을수 있다. ○전문가들 “북한붕괴” 예견 퇴임하는 존 도이치 미국 중앙정보국국장은 수주 전 상원정보위 증언에서 2∼3년안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든지,붕괴하든지 아니면 한국과 통일하는 세가지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북한의 붕괴는 방법과 시기가 문제일뿐 당위성에 대해서 부정하는 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만약 이들 전문가들이 예견하듯이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무한정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온 국민이 일심단결하여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새해에는 제발 소모적인 갈등은 끝내고 통일대비에 전력하자.우리가 통일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을 맞게되면 통일이 민족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섬기고 사랑하는 삶」/김동익 새문안교회 목사(서울광장)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성탄절이 다가왔다.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기쁨과 아픔이 교차됨을 느끼고 있다.오늘날 성탄절이 온 세계의 축제일로 지켜지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그러나 성탄절이 점점 성탄의 의미를 상실한채 상술로 포장되고 세속화 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고,상점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지만 크리스마스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백화점이나 호텔의 현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현판이 붙어있다.언제부터인지 모르나 Christmas란 말 대신 X-Mass라고 써 붙여 놓았다.크리스마스라는 말은 그리스도(Christ)와의 만남(Mass)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즉,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의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아니라 X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X-Mass가 되고 말았다.상인은 돈과의 만남,젊은이들은 향락과의 만남,기성세대는 인사치레와의 만남이 있는 날로 둔갑되고 말았다.그야말로 그리스도와의 만남보다는 그 무엇(X)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성탄절이 되고 말았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성탄의 참된 의미를 찾고,그 의미를 나누는 성탄절이 되어야 하겠다. ○성탄 참뜻 되새겨야 첫째,예수님은 섬기는 종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지만 유대땅 베들레헴의 한 작은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것이다.그래서 예수님께서 장성하신 다음 말씀하시기를 『인자의 온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라』 하셨다. 예수님의 일생은 『섬기고 사랑하는 삶』이었다.이러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높아지고 대접을 받기만 원하는 우리에게 낮아지고 섬기는 삶을 터득케 하는 절기이다.나 보다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절기이다.예수님은 교훈하기를 『작은 자 하나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 하셨다.성탄절을 맞이해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은 가난하고 외롭고 고통을 겪고 있는 작은 자 하나를 찾아가 따스한 사랑을 나누는데 있다.먹고,마시고,즐기고,인사치레하는 그런 성탈절이되어서는 안되겠다.사랑의 실천이 있는 성탄절이 되어야 하겠다. 둘째,예수님은 평화의 주로 이 세상에 오셨다.그래서 예수가 탄생하실 때 천사들이 노래하기를 『하늘에는 영광,땅에는 평화』라 했다. 평화의 주로 오신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원수까지 사랑하라』『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복이 있다.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제자들에게 교훈하셨다. 평화의 반대는 폭력이다.폭력이란 주먹이나 완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분별력이 없어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건 다 하고 있다.그래서 부정과 불의가 그치질 않고 있다. ○사랑실천 앞장서자 이러한때 예수 그리스도는 정의로운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성탄절은 정의를 위해,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와의 만남을 가지는 절기이고,그러한 만남을 통해 우리 자신이 정의와 평화의 일꾼이 될 것을 다짐할 수 있어야 하겠다.더욱이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 처한 우리 민족은 성탄절을 맞이하여 이땅에그리스도의 평화와 정의를 이루기 위해 더욱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성탄절은 기독교인만의 축하일이 아니고,이 세상에 섬김과 사랑,정의와 평화를 갈구하는 모든 인류의 축일인 것이다.
  • 기술·경제·경영 통합하자/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서울광장)

    기술의 발전이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올리는 경로는 다양하다. 첫째는 새로운 공급함수를 만드는 것이다.기술의 발전으로 곳곳에서 외부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는 범위를 한결 좁혀버린다.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경우 범위의 경제,네트워크의 경제를 만들어 낸다.또 기술의 혁신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면서 같은 종류의 생산요소가 올리는 부가가치는 커질수밖에 없고,정보기술의 발달은 디자인과 생산·마케팅 기타 경영측면을 통합시킴으로써 생산 요소들의 활용도를 높인다.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기존의 기간산업(예:철강,석유화학,합성섬유)의 합리화를 촉진하면서 연관산업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온다. 기술이 변화하면 같은 생산요소라도 과거와 다른 기능을 수행(예:육체노동→지식노동)하도록 만들거나,과거에는 사용하지 않던 생산요소(예:여성인력)의 동원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국민경제나 산업에서의 공급곡선은 기울기나 크기 모두 달라지게 만든다. 둘째는 총수요함수도 예측하기 곤란할 정도로 바뀌도록만든다.새로운 제품의 혼합(mix)이나 새로운 투자지역과 복합산업의 출현,SOC영역의 확장 모두 기업들의 규모나 산업 집중,분배와 소비행태를 크게 바꾸기 때문이다.과거 같으면 쉽게 수요가 정체될 것이 세계제품의 출현,복합상품의 대두,서비스화·정보화·국제화의 자급속에서 끊임없는 수요창출이 이어진다.특히 정보통신의 혁명과 생명공학기술의 대두가 50∼60년만에 나타나는 대세상승기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들도 강하다.시장수요는 지역과 산업의 개성화·고급화 할 수 있게 되는한 증대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가능케하는게 기술혁신의 순환주기가 단축되고,기술의 실용화에 이르는 시간이 빨라지며 기술의 융합화·복합화,기술의 국제적 확산속도가 빨라지는 최근의 과학기술변화의 특징적 양상이다. 셋째로 기술혁신으로 촉진되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첨단기술의 발전으로 하이테크산업의 성장속도는 눈부신 정도이며,첨단기술의 네트워크화를 통해서 모든 산업에서 CIM과 IMS(지적생산시스템)가 가능케 되었으며 정보통신기술이나 환경관련기술,신소재나 대체에너지기술,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이 없다면 어찌 그린 마켓,실버 마켓,가사대체시장의 출현이 가능하겠으며,각종의 복합산업(예:mechatronics,Optronics,Bio-electronics)의 번창을 예상할 수 있을까?또 기술의 세계적 교류나 기술보호주의의 조합에 따라 국제분업구조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이와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방향은 제대로 따라 가기만 한다면 분명이 저비용과 저환경오염,저사회적 비용내지 갈등구조속에서 고부가가치를 구현시킬 기회를 줄 것이다. 넷째로 기술혁신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거치지 않더라도 기업단위에서 생산요소의 사용량을 직접 줄이거나 사용구성의 변화를 일으켜서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시킨다.FA(공장자동화)와 OA(사무자동화)기술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량의 투입을 줄일뿐 아니라 값싼 여성인력의 구성비율을 제고시킨다.또 정보화기술은 같은 양의 인력이나 물자,자금,기타 경영자원이라도 설계에서 판매,A/S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효율적 관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올리게 된다.신소재와 대체에너지기술은 천연자원의 투입을 줄이거나 그 기능을 강화시킨다.환경오염이라는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다.극지·지하·고지·해양·우주관련기술은 공간이라는 생산요소를 새로 만들어 주면서 위험은 줄인다.시스템기술·정보통신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줄 뿐아니라 각종의 생산요소를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개별기업에서는 생산에서 물류까지,사회에는 물적 SOC와 무형의 사회체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다준다.생명공학기술은 물적자원뿐 아니라 인적자원의 활용범주를 넓혀 지식이나 지혜라는 신만이 창조가능한 자원의 대체성에 기대를 갖게 만든다.환경관련기술이 없다면 아마 산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의 급증하는 처리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국제경쟁력의 상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기술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들어나가야 하는 사회적 자산이다.경제·산업·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력의 뒷받침없이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만큼 이들간의 상호의존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인데 과연 이들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 관한 이해의 폭은 얼마나 넓은지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이제부터 기술과 경제,경영의 통합시대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과학적 생활철학을 갖추자/이병기 서울대 교수·전자공학(서울광장)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난국에 봉착하여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그러나 현경제난국은 구조적인 문제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그 나라의 사회 전반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임을 감안할 때,그 기본이 되는 구성원 및 구성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서 패러다임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해마다.발표되는 IMD 국제경쟁력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정부·금융·국제화부문에서 OECD 및 개발도상국 전체중 만년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체질 때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공감할 우리나라 대표적인 체질요소를 한가지 든다면 곧 「비과학성」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 사회전반에 걸쳐 수많은 일이 합리적·객관적이기보다는 임기웅변적·행정편의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이것이 역사적으로는 조선조 500년간의 기술경시인습에 뿌리를 두고 있겠지만,근래 반세기에 가까운 산업화기간을 통해서도 아직 과학성을 토착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과학기술은 한낱 산업요소로 치부될 뿐,일상의 생활요소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기술 경시 일반적인 의미의 과학기술은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하나는 자연 또는 사회현상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방식으로서의 성격이고,다른 하나는 이러한 접근방식을 통해 유형·무형의 인조물을 생산 또는 실현하는 활동 및 수단으로서의 성격이다.이 두 가지 성격은 각각 발견과 발명에 대비된다.과학성이 의미하는 바는 이중 전자에 해당하며,이때 과학은 산업적 수단이라기보다 생활철학이요,생활방식이 된다. 이어령 교수는 「거북선과 밥주걱」이라는 수필에서 『중요한 것은 발명이 아니라,그것을 인식하고 보급하는 가치의 발견이다』고 전제하고 『발명은 지금까지 없던 새 것을 개발하는 것이지만,발견은 이미 있는 것의 숨겨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말하자면(중략) 사물을 바라보는 의식을 바꾸는 작업이다』라고 주장하며,우리나라가 거북선·활자·천문대 등을 세계최초로발명했으면서도 문화가 뒤진 것은 기술(발명)은 있어도 그 가치를 아는 정신문화(발견)가 없었던 것,즉 과학적 생활철학의 부재 때문임을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과학적 생활철학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장기에 이를 체질화시켜주지 못한 초·중등교육의 책임이 크다.과학기술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생활요소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실사구시의 교육을 해야 하고,이를 위해 인문계·실업계 구분 없이 초·중·고시절부터 실제로 뜯어보고 만들고 써보고 이해하는 체험위주의 과학기술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보다 적극적으로 과학성을 체질화하려면 고교시절에 인문사회계·이공계 구분을 폐지하여 성장기에 필요한 지식적 자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창의력을 계발시키도록 해야 한다. ○경제도 체질개선해야 과학기술주도의 사회를 이끌어갈 사회적 지도자에게는 과학기술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때로는 고도의 전문지식도 필요하다.기술흐름의 맥을 짚을 수 있는 사람만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적절한 조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과학기술처·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와 같은 부처에는 경제관료보다는 과학기술환경속에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온 엔지니어장관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기술은 실천적 생활철학이요,실천방법론이다.이를 단순히 경제적 부속품 정도로 인식하고 경시하는 한에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꾀할 수 없다.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경제문제를 타개하고 OECD급 수준으로 부상하려면 과학기술을 초석으로 삼는 기본틀의 교체가 필요하다.과학기술을 사고와 생활양식으로 적극 받아들여 그 토대 위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꾀해야 하겠다.
  • 한국형 「1% 클럽」/연하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광장)

    증오보다는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일지도 모른다.「집」이라는 한자는 「새」들이 「나뭇가지(목)」위에 모여 사귄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새들도 먹이를 함께 나누고 서로를 보호하는데 하물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함은 마땅하다.맹자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심정이 있다」고 했다.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고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일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크고 작은 일들이 하도 많다보니 요즘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웬만큼 충격적인 사건에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게 사실이다.날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범죄에도 이제 무관심해졌고,청소년가출및 인신매매 등이 아무리 보도되어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심지어 옆사람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있어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으며,자신이 연루되는 것이 귀찮아 증인이 되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되어버렸다. ○불우이웃돕기 외면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이제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 되었다.우리의 과소비는 점차 늘어나면서도 지난 겨울의 불우이웃돕기 모금액은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얼마전에는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모금의 대부분이 개인의 사업비로 쓰여지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25%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가? 물론 자기 일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현실이지만,꼭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일에도 무관심한 것이 문제다.많은 사람들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현실을 외면한다.이와 같은 무관심의 이면에는 아마 자기가 나선다고 해서 고쳐질 일도 아니라는 무력감과 옳은 지는 알지만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는 곧 우리의 현실에 다가와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되고 급기야는 더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만다.조그마한 일들이 사회문제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결국 사회문제로 부각된 후에야 개입하는 수동적인 자세보다사회적 비용의 부담을 적게 한다.다시 말해 이기와 무관심이 팽배한 사회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엄청나게 큰 것이다. 한국사회는 가족 및 지역사회의 해체과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서구 여러 나라들에 비해 가족과 친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하여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상부상조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의 훌륭한 전통이며 자산이다.따라서 이러한 자산을 십분 활용하는 복지공동체의 다원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 ○사회복지전략 필요 이를 위하여 첫째,한국사회의 현 상황에서 최적의 사회복지 추진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민간복지가 연말에만 잠깐 등장하고는 곧 잊혀져 버리는 불우이웃돕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민간이 사회복지 증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위상과 함께 투명성이 제고될 민간복지조직이 이루어져야 한다.현재 우리는 복지분야에 있어서 민간의 역할이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공공·민간의 적정 혼합형태가 무엇인지 규명되어 있지 않아 복지사업 수행의 일관성 및 효율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활동을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일 예로 자원봉사활동의 저축제나 학교교과목 설정 등 자원봉사를 제도적으로 육성·지원하고 자원봉사의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정보관리협의체의 구성을 들 수 있다. 셋째,복지증진을 위한 민간기금조성이 필수적이다.스페인의 「온세재단」,미국과 일본의 「1%클럽」및 「퍼센트 클럽」등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또한 이와함께 현행의 이웃돕기 모금을 공동모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종교단체나 기업복지재단 등의 자발적인 복지사업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노인사업(silver industry),유료탁아소,3세대 주거형태의 개발 등에 대한 세제혜택 및 재정보조확대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제 모든 문제의 실마리는 「더불어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이웃의 일이 결국은 자기자신의 일로 귀착되는 것임을 인식하고,이웃에 대해 자기일처럼관심과 애정을 갖고 대할때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흔들림없이 나가게 될 것이다.
  • 젊은이들이여 희망을 가져라/김동익 새문안교회 목사(서울광장)

    우리나라에서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이 4만3천여명이나 된다고 한다.이들중 30%가 20대라 한다.그만큼 우리사회에서 고민이 많고 갈등과 고뇌를 겪고 있는 세대가 20대 젊은이들인 것 같다. 특히 20대가 갓들어서는 대학수험생들의 고뇌는 그 어느 세대보다 큰 것 같다.며칠전 수능고사를 치른 수험생이 성적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금년에도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70만명이 넘고 있다.이들은 논술과 면접을 앞두고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어떤 환경에서도 낙심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역경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그러할 때 희망이 있고 성취가 있다.콩나무와 콩나물은 같은 씨앗에서 자란다는 것을 기억하라.같은 콩이지만 땅에 심겨지면 콩나무가 되고,시루에서 재배되면 콩나물이 된다.왜 그러한가?땅에 심겨진 콩은 자신이 썩어 밑거름이 되어 새 순을 움돋아 험하고 거친 흙을 헤집고 나와야 하고 비바람을 맞으면서 자라고 뜨거운 햇빛에 쬐이면서 성장한다. 그 결과 새로운 열매를 맺어 식품이 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이어가 수백년 수천년 콩의 역사를 이룬다. 참된 성공은 문제가 없는 평탄한 삶이 아니다.문제를 극복해 가는데 있다.대학입시도 문제를 극복해 가는 한 과정이지 인생살이의 전부가 아니다. 대학입시의 합격이 곧 인생성공이고,낙방이 인생실패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러면 진정한 인생승리를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겠는가? 첫째,창조적인 생각을 품고 살아야 한다. 미국의 코네티켓주에 그린위치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이 도시에서는 해마다 24시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24시간동안 큰 운동장을 얼마나 많이 달리는가에 따라 우승자를 결정하는 대회이다.몇년전에 「찰스」라는 청년이 250㎞를 달려 우승하였다. 기자가 「찰스」에게 『24시간동안 끈기있게 많이 달릴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을때,「찰스」는 대답하기를 『경기 일주일전부터 24시간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달릴것인가를 계획했었다』고 했다.그는 24시간동안 생각하며 달렸다는 말이다. 인생은 달임질과 같다.생각없이 달리는 사람보다생각을 품고 달리는 사람이 인생 승리자가 된다. 목표없이 사는 사람은 기능인에 불과하다.목표가 분명할때 삶의 방향 감각이 있고,흔들리지 않고,끈기있게 열심을 품게 되고,거기에 따른 성취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할때는 항상 긍정적이고,적극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둘째,인내를 가지고 살기 바란다. 성경에 『환난은 인내를,인내는 연단을,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5:3)라고 가르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 소설은 「마거릿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일 것이다.이 소설은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종군기자였던 「미첼」은 전쟁에서 부상당하여 고향 애틀랜타에 돌아와 쉬고 있었다.그는 휴양중 5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이 소설을 완성했으나 어느 누구도 이 소설을 출판해 주지 않았었다. 7년의 세월이 흘렀다.하루는 신문을 보는데 뉴욕의 대출판사인 맥밀란 출판사의 「레이슨」사장이 애틀랜타에 왔다가 열차로 뉴욕으로 간다는 간단한 기사가 있었다. 「미첼」은 원고 보따리를 가지고 역으로 가서 막 승차하려는 「레이슨」사장에게 원고를 던져주면서 읽어보시고 관심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레이슨」사장은 원고를 선반위에 올려놓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기차를 타고 두시간가는데 열차 차장이 전보를 배달해 주었다.『레이슨 사장님 원고를 읽어보셨습니까?아직 안 읽으셨으면 첫 페이지라도 읽어 주세요.미첼 올림』그래도 레이슨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두시간 지난 뒤,또 다시 같은 내용의 전보가 배달되었다.그 후 두시간 뒤 세번째 전보가 배달되었을때,「레이슨」은 원고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여 뉴욕역에 도착하는 것도 모르고 내용에 심취되었었다.그후 「레이슨」은 이 소설을 출판하여 소설계에 선풍을 일으킨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빛을 본 것은 작가 「미첼」의 끈기있는 인내와 열심의 결과였다.승리는 인내와 열심에 있다.
  • 임금조정이 실업 막는다/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서울광장)

    기업계가 내핍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국내경기가 하강하는 현실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대응으로 이해된다.그런데 기업들이 절약하려는 각종의 비용 중에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는게 있는가 하면,준조세와 강제성기부금처럼 기업계의 바깥세상에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도 많다. 아마 임금은 성격상 그 중간쯤에 해당되는 것 같다.기업내부에서의 노력과 사회분위기의 개선이 모두 한 몫을 하는 까닭이다.우리가 현재 당면하고,가까운 장래에도 계속 부담스럽게 생각할 문제라면 국제수준보다 높은 물건값·서비스료와 그 기저에 깔려있는 고비용­저효율의 사회구조와 높은 씀씀이일 것이다. 물론 임금의 수준이 높은데다가,개인들의 생산성과는 큰 관계없이 결정되는 임금제도때문에 의해서만 고비용­저효율구조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불안이 주로 서비스요금과 농수산물가격처럼 총생산비 가운데 임금의 비중이 큰 분야에서 생기고,임금을 모두 합쳐 놓으면 총 부가가치의 50∼60%에 이른다는 사실만 보아도 임금의 수준과 체계를 합리화하면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게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임금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탄력적 조정은 정부나 기업경영자들의 노력만으론 실현될 수 없다.노동공급자의 대응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근로자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까지 정부와 기업계의 지도자들은 무얼하다 지금의 난국을 만들었는가,또 물가가 먼저 안정되어야 임금안정에 동의할 수 있지 않은가,그리고 사교육비나 관혼상제 등 체면치레성격의 지출을 많이 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동시에 임금상승억제는 근로의욕을 낮추어서 오히려 효율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근로자들에게 닥치는 어려움은 단순히 지금이 경기하락시기이기 때문만이 아니다.후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인건비수준이 높을수록 설비는 자동화되고 정보화속도는 빨라지며,자유화·개방화의 흐름속에서 기존산업이 붕괴되는 폭은 넓어진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인력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낮아져서 결국은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이 혼합된 고용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위험이 커진다.특히 고용 상태가 나빠지는 과정에서 과거부터 남달리 고생을 하던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관련 계층이 먼저 어렵게 되고 청소년들의 취업을 막아서 마약·범죄 등 사회불안을 증폭시킬까 보아 걱정된다.불공평의 확산이다. 그런데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실업발생을 최대한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임금이외에 다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여건마련이다.또 다른 방법을 들자면 전반적 임금수준을 실질적으로 빨리 낮추는 것이다. 다만,임금조정이라는 방식은 단기적·비상대책으로써만 가능하고 효과가 있다.장기적으론 한사람 한사람의 생산성과 사회적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21세기에 필요로 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기술습득을 위한 체계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기업들이 지금 어렵다고 교육비나 기술개발비,정보화투자지출을 먼저 줄이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동시에 열심히 일하면서 성과를 올리는 사람에겐 오히려 더 큰 보상을 해주는 체제마련이 아쉽다. 한편 정부에게는 실속있는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탄력화를 위한 「노동관계제도의 조속한 개혁」이 요망된다. 또 물가안정이야말로 임금안정과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기 때문에 「책임감있는 물가안정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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