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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지역구도 감동정치로 풀어라 /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지역구도 감동정치로 풀어라 /육철수 논설위원

    입맛이 보수적이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구 사람들이 요즘 호남의 대표 음식인 홍어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갈치·자반고등어·참조기만 고집하는 대구 사람들의 식성에도 드디어 변화가 오는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단조롭던 입맛의 변화에서 정치적 성향의 변화까지 기대하는 게 성급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니 지역구도니 하는 말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돼 있다. 말 한마디 까닥 잘못하면 난처해지기 십상이고,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덮어질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워낙 망국적이고 고질적인 탓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통령직까지 걸고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경제도 어려운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언제까지 이런 분열상을 모른 체하고 넘길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지역구도는 영호남이 핵심이다. 그 뿌리는 6대 대선(1967년)때 가시화돼 신군부의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그 후 선거만 치렀다 하면 나라는 언제나 두 동강이었다.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 시절, 각계각층에서 벌어진 영호남의 역전은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졌다. 그 원인이 특정지역의 패권주의나 배타적 감정 때문인지, 수적 열세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생존적 몸부림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지역기반이 바뀌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기업의 경우 중간간부의 인사까지 영향받을 정도였다. 대선이 개인의 생존권까지 담보한다는 말은 그래서 빈말이 아니었던 거다. 집권측과 출신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오만방자했던 별볼일 없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멀리서 무수히 겪었다. 노대통령은 선거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런 난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역설한다. 서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뿌리가 깊어진 지역구도를 선거제도로 접근해 명쾌하게 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영남에서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민주당의 의석이 쏟아지고,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의석이 나와야 지역구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게 아마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노력 부재를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로도 얼마든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진심이 쌓이고 영호남 사람들간 마음이 진정으로 열리면 지역구도 타파가 전혀 무망한 것도 아니다. 선거제도의 문제라면 현 제도로는 왜 안 되는가. 예를 들어 보자. 지난해 4·15 총선 때 누가 봐도 영호남의 민심 동향상 지역구 선거 결과는 뻔했다. 선거 전에 이미 호남에선 열린우리당 아니면 민주당이, 영남에선 한나라당이 절대 우세였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에 상대 지역출신의 각계 전문가들을 당선권 내에 대거 포진시켰다면 적어도 지역안배에 신경썼다는 말도 듣고, 지역구도 타파를 염원한다는 메시지도 국민에게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23명 가운데 영남출신 인사가 7명, 호남이 4명이어서 비교적 노력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21명 중 9명이 영남이고 호남은 단 1명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호남 국회의원 10명 이상을 가질 기회였고,5·18 묘역에 열 번 참배가는 것 이상의 호남민심을 얻었을 것이다. 정치권만 나무랄 일은 아니나,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심대한 정치권에서 노력을 안 하면 어느 국민이 감동하겠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안기부(현 국정원)의 도청 전문조직인 미림팀 팀장이 몰래 보관해온 녹음테이프·녹취록의 내용이 일부 공개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사찰 목적으로 정계·재계·언론계 등의 주요인사 동향을 도청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어 그 결과물인 테이프·녹취록은 미림팀장의 사유물이 되었고, 그는 이를 무기 삼아 특정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거부하고 오히려 국정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테이프·녹취록은 위력을 상실하는 듯하더니, 우여곡절 끝에 언론사로 흘러들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기관이 취득한 정보의 사유화 현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 가운데 한부분인 것이다. 정보기관을 이용, 개인의 약점을 수집해 이를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쓴 대표적인 인물로는 에드거 후버(1895∼1972)를 들 수 있다.29세의 나이에 미연방수사국(FBI) 초대 국장을 맡은 그는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48년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은 8명이 거쳐갔고 그 대부분은 후버를 갈아치우려고 애썼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후버가 당사자의 X파일을 내놓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것으로써 교체 시도는 중단됐다. 에드거 후버를 거론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인물이 국내에 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그 사람이다. 물론 후버와 정 의원이 처한 위치가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이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정보기관의 고위 간부를 지냈고 그쪽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그 자신 후버에게 대단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정 의원과 후버의 이미지가 일정 부분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정의원은 안기부 재직 중인 1992년 ‘존 에드거 후버’라는 두권짜리 책을 번역, 출간했다(커트 젠트리 지음, 고려원 간). 안기부를 나온 3년 후에는 ‘조작된 신화 존 에드거 후버’라는 또 다른 번역서를 내놓았다(앤터니 서머스 지음, 고려원, 전 2권). 한 사람에 관한 전기를 두차례 번역했다는 사실은 정 의원이 후버에게 어느 정도 경도돼 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특히 첫번째 책 ‘역자의 말’에서 그는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느낌은 ‘후버의 신화는 후버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비밀을 창조했고 그 비밀을 교묘하게 활용, 신화를 만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섬뜩한 말이다. 그는 국회에 진출한 뒤 저격수로서 명성을 날렸다.2002년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 도청 관련자료 1000쪽 분량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초 열린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현직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려운 사안까지’ 제시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당시 언론은 정 의원의 놀라운 정보력에 감탄했지만 그것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 이는 국정원 내 인물이 제공하는 정보를 정 의원이 활용하는 ‘정보의 사유화’가 여전히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안기부 X파일’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에 따라 국정원 조직 개편 등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 기회에 ‘정보의 사유화’를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는 사회의 한구석에 숨어 지속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15일 광복절 행사때 시내 곳곳 교통통제

    15일 광복절 행사때 시내 곳곳 교통통제

    광복 60주년을 맞는 15일 서울 도심구간에서 진행되는 8·15 행사로 종로와 시청, 광화문 등 도심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된다. 경찰은 15일 오후 8·15 기념음악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주변 도로도 교통 통제를 하기로 했다. 교통통제 시간은 15일 오후 7∼9시로 중구 을지로 입구와 명동 한국은행 로터리, 숭례문, 의주로 로터리, 세종로 로터리 등 서울광장 주변으로 통하는 진입로에서 모든 차량의 진입이 통제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정명훈의 서울시향 첫 연주

    정명훈의 서울시향 첫 연주

    서울시는 광복 60주년인 오는 15일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먼저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30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광복 6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서울시향이 정명훈의 지휘로 처음 연주하는 무대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한국 최초의 교향악단이자 서울시향의 전신인 고려교향악단이 1945년 첫 연주회 때 무대에 올린 베토벤 교향곡 ‘운명’이 연주된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 가곡 ‘그리운 금강산’,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도 선보인다. 이에앞서 오전 11시에는 서울 보신각에서 통일과 번영을 기원하는 ‘광복 60주년 기념 타종 행사’가 열린다. 종소리는 정오부터 약 8분간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뜻을 담아 33번 울려 퍼진다. 타종자는 이명박 서울시장, 윤우현 광복군동지회 부회장, 정기엽·강신국 독립유공자협회 상임이사, 작곡가 고(故) 안익태 선생의 외손녀 박윤신씨, 국내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인 언더우드가(家) 3세 원한석씨 등이다. 타종 전에는 ‘난타’ 그룹의 타악 연주와 가수 윤도현·안치환의 공연이 펼쳐진다. 타종 후에는 경찰악대를 선두로 타종 참여 인사와 시민 등 150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서울광장까지 행진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13일 오전4시~15일 자정 세종로·숭례문 일대 통제

    광복절인 15일 광복절 기념행사 기간 서울도심을 통과하는 시내버스가 우회 운행된다. 정부 주최로 경북궁 앞에서 열리는 경축식 및 ‘차 없는 거리 축제’와 관련, 세종로 광화문 입구(경복궁 앞)∼이순신장군 동상(광화문사거리) 구간이 13일 오전 4시∼15일 자정까지 통제됨에 따라 35개 노선 버스 756대가 의주로, 신문로, 우정국로로 돌아간다.또 숭례문광장에서 열리는 국민축제 행사와 관련, 이 일대를 지나는 36개 노선 버스 1352대가 15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서소문로, 의주로, 퇴계로 등으로 우회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회와 관련해서는 행사장인 서울광장을 지나 을지로 입구로 운행하는 3개 노선 버스 71대가 15일 오후 7∼10시 을지로 입구에서 남대문로로 우회한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광복절 한거리 동시행사 ‘신경전’

    광복절 60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신경전을 펼쳐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의 경복궁에서 남대문(숭례문)으로 이어지는 대로상에서는 비슷한 시간대에 3개의 행사가 제각각 펼쳐진다. 우선 문화관광부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북궁 앞에서 ‘차없는 거리축제’를, 행정자치부는 오후 7시10분부터 9시까지 숭례문에서 ‘새로운 시작, 평화의 노래’를 주제로 대중음악회를, 서울시도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를 각각 연다.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한 성격의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치적인 배경까지 가미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숭례문에서 열리는 대중공연 노랫소리 등이 시청앞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시작한 행사인데 행자부가 나중에 끼어 들어 혼선이 생겼다.”면서 “야당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행자부는 “예정된 행사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사시간대 교통통제도 시빗거리다. 차량통제로 한쪽으로 차량이 몰리면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점을 우려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은 10일 “경찰이 숭례문과 광화문 쪽에 대해서는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고, 그 중간인 서울광장 옆은 안 한다더라.”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청중의 동원도 양측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행사에는 의자가 마련돼 있는 만큼 서서 관람하는 숭례문 행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숭례문 행사가 젊은층이 몰리는 대중공연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문제가 꼬이면서 해당 부처와 서울시가 협의를 벌였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숭례문쪽 행사의 경우 서울역 쪽으로 무대를 배치, 두 행사간 음향간섭을 줄이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광복절 행사마저 정치적인 이해로 갈등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오는 10월1일 청계천 복원 기념행사도 이 지경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광장] 자영업자, 대기업 문어발에 죽는다/이상일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영업자, 대기업 문어발에 죽는다/이상일 논설위원

    증권회사를 퇴직한 한 전직 샐러리맨은 먹고 살 길이 막연하다고 하소연했다.“음식점이나 빵집, 구멍가게 어느 것이든 하나 차리려고 찾아봐도 혼자 창업해 성공하기는 어렵다.”며 그 이유로 “대기업들이 모두 직영이나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그의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니다. 신라명과, 파리바게트 등 제과점은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아주 탁월한 제빵 기술자가 아니면 맛도 좋고 제품도 다양한 데다 휴대전화 회사와 연결해 보너스 포인트로 값을 깎아주는 대기업 빵집을 당해낼 수 없다. 음식점은 대기업의 입김이 더 세다.CJ그룹의 스카이락과 VIPS, 롯데그룹의 TGI, 오리온그룹의 베니건스 등 패밀리 레스토랑 수백개 지점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본사 직원으로 직접 경영한다. 외식산업 기업들은 커피점 등 다른 장사도 한다. 외국의 노하우를 들여와 대규모로 영업하는데 그 옆의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영세 식당이 이길 재주가 있겠는가. 동네의 구멍가게를 패밀리마트 등 재벌기업의 편의점이 밀어낸 지도 오래됐다. 요즘에는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 제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대형할인점의 폐점 시간을 밤 10시 이전으로 앞당기고 여러 차례 어기면 등록 취소하겠다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들이 찬성하는 반면 대형할인점 등은 ‘시장원리 훼손’이라며 반발한다. 대형할인점 영업시간 논란은 자영업자 대책 논쟁의 2라운드에 해당한다. 두 달여 전 정부가 자영업자의 과잉 난립을 막기 위해 미장원의 자격증 도입 등을 거론해 논쟁에 불을 댕겼었다. 물론 경쟁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는 밀리고 도태되는 추세다. 외국인이 놀랄 정도로 한국에는 자영업자가 과잉 난립해 있다. 경기침체에다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등 구매패턴의 변화 탓에 자영업자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시대 변화와 약육강식 탓으로 돌리기에는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에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할인점이 밤새 영업을 해서 동네 구멍가게를 고사시키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다. 대기업은 돈만 남으면 어떤 장사든 해도 좋은 것인가. 대기업이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영세업자를 밀어내는 모습은 한심하다. 과거에는 두부나 국수 등의 제조업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대기업 진입이 규제됐었다. 이런 제조업 진입 규제는 내년 말까지 거의 풀리게 돼 있다. 서비스업종에는 그런 중소기업 보호장치도 없다. 빵집, 음식점, 구멍가게에서도 모두 대기업들이 판치는 것이다. 소매시장의 대외개방 후 10년간 외국 할인점에 대항해 국내 유통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요즘 대형 할인점은 하루 24시간 영업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기업 등쌀에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는 외국 예를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재벌 2,3세들은 동네 자영업자들의 밥줄을 위협하지 말고 세계로 향했던 창업자의 기상을 본받아야 한다. 직영을 풀어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적어도 24시간 영업은 자제하길 권한다. 정부는 미장원 자격제에서 후퇴한 후 제과점 등에서 또다른 진입규제를 마련할 엉뚱한 생각보다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유럽에서 할인점의 입지 규제가 결국 해외 진출을 독려한 결과를 낳은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옛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을 놓고 장내외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도청테이프 유출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장외에서는 도청내용의 수사 여부 및 공개 수위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폭로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도청내용 중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은 모두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론을 들어 수사불가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공개 문제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의식한 탓인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제한된 범위의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가칭 ‘진실위원회’라는 형식의 민간기구를 구성해 도청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방향을 정하자고 제안한 것도 불법성을 타개하려는 우회 접근법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불법도청 ‘X파일’의 안전한 뇌관 제거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독수독과(毒樹毒果,Fruit Of Poisonous Tree)론을 근거로 도청내용에 담긴 불법성이 아무리 중대하더라도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우리보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법 상식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가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배제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인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불륜현장을 포착한 사진처럼 촬영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불법도청 내용이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증거능력으로 배척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미국의 이러한 판례를 원용할 때 불법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내용은 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옳다.‘검찰 너만 보느냐. 나도 좀 보자.’는 식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라는 용어로 포장하더라도 명분이 약하다. 독성물질은 자격증 소지자만 다뤄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 계선상에 있는 검찰 관계자와 일반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3년 말부터 정국을 뒤흔들었던 대선자금 수사 때에도 ‘판도라상자’ 논란과 특검론이 대두됐지만 정작 수사가 끝나자 아무런 이론도 제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X파일 건도 미리부터 콩이야 팥이야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성물질 취급 자격증 소지자인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추가 조치를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도청내용의 수사 및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번 편법을 허용하면 또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참지 못하면 불법도청 유혹에 또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범죄행위를 한 것인 만큼 관련자의 철저한 응징과 단죄를 통해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초법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도청내용을 수사하고 공개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의 존중이야말로 X파일의 혼란을 수습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바보 노무현’도 진화해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 노무현’도 진화해야/이목희 논설위원

    1989년말 5공 청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전두환씨의 국회 증언과 정호용씨의 의원직 사퇴를 놓고 줄다리기가 격심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여권 고위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충격적 언급을 했다.“친구를 괴롭히려니 가슴이 아프다. 당장 하야 할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라.” 참석 인사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실제 하야 절차를 알아본 참모들은 없었다. 버티는 전두환·정호용을 왜 설득하지 못하느냐는 질책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후 민정당과 옛 안기부 간부들이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전두환·정호용을 압박, 뜻한 바를 이뤄냈다. 그 바탕 위에 1990년 초 말썽많은 3당합당이 성사되었다. 노태우씨의 예를 들었지만 ‘정치 9단’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어떤 발언·행동을 하면 배경과 진전양상이 대충은 그려졌다. 정치부 기자뿐 아니라 한국 국민 대부분이 빼어난 정치해설가다. 그런데 최근들어 정치전망이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에 추측이 만발하나 정답에 대한 확신은 없다. 노 대통령이 그제와 어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반대급부로 제시했다. 중대선거구제 혹은 정당명부제 도입 정도로 임기의 절반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이었다. 야당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였다. 대통령의 희망대로 선거구제가 개편되면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각각 몇 석이나마 건질 수 있다. 그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 대부분을 원내 제2당인 한나라당에 넘겨준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총선은 노 대통령의 임기 이후 치러진다. 노 대통령이 양김(兩金)씨 수준의 정치고수라고 가정하면 다음의 추론들이 가능하다. 야당의 수용과 상관없이 문제제기를 계속하면 여권이 정국관심사를 주도하게 된다. 대통령의 지역주의 해소 노력도 부각된다. 올 가을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득표에 도움을 받는다. 나아가 정치구조 개편을 자연스레 공론화시킴으로써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세를 얻게 한다. 개헌이 안 되더라도 대선 직전 정계개편은 유도할 수 있다. 퇴임 후 안전판을 구축하고 영향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정계개편과 연결시키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 정치고수 패러다임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3당합당 합류 거부, 부산지역 출마, 대선후보 단일화, 열린우리당 창당 등 무모한 시도를 숱하게 했으나 결과는 괜찮은 편이었다. 이런 이미지를 대선 당시 노사모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띄우기도 했다. ‘바보 노무현’의 순수성인지, 정치고수의 노림수인지 골치아프게 따지지 말아보자. 다만 노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더 큰 바보’에 도전해볼 것을 권고하고 싶다. 이제까지는 지역주의 타파가 정치목표였겠지만 대통령이 되면 시각이 넓어져야 한다. 북핵이 해결되고 남북한이 통일에 가까운 단계에 들어서면 영호남 대립은 작은 문제가 된다. 대통령의 권한을 내놓는 정도의 모험은 큰 곳에 걸어야 한다. 획기적 통일·안보 대안을 제시하고, 한나라당이 받으면 합법 절차를 통해 정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선거구제 합의는 경제·교육정책의 틈을 못 메우지만 통일·대북정책 의기투합은 그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울광장에 그늘 있었으면…

    서울시민들은 시청 앞 서울광장을 대체로 만족스럽게 생각하지만 나무그늘이나 벤치가 없다는 점을 불편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광장 이용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53%가 ‘매우 좋다’,42.2%가 ‘약간 좋은 편이다’라고 대답하는 등 응답자의 95.2%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서울광장에 대한 건의사항으로는 ‘나무를 심어 그늘을 조성하거나 그늘막을 설치해달라.’는 의견이 25.7%로 가장 많았고 ‘주변에 벤치를 만들어달라’(16%),‘화장실 이용이 불편하다’(15.2),’식수대가 있으면 좋겠다’(11.6%)는 지적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서울광장에서 ‘좋은 영화감상회’,‘서울시립교향악단연주회’,‘유명연예인 초청 콘서트’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말했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서울광장] 돈 다스리기/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돈 다스리기/육철수 논설위원

    어딜 가나 돈이, 아니 돈 가진 사람들이 말썽의 중심에 자리잡은 걸 보는 심정은 늘 착잡하다.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의 불법 도청으로 불거진 ‘X파일’ 문제로 나라는 온통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다. 사회지도층을 도청한 테이프를 다 털어놓으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있을 거라니, 아마 나라가 발칵 뒤집힐지도 모를 일이다. 남의 말을 엿들어 통치에 악용하는 위정자들의 사악함이나, 돈으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진자의 교만함에는 이젠 두 손을 들었다. 돈과 정치에 얽힌 반갑잖은 소식을 또 접하면서 문득 몇해전 어느 논객이 쓴 글이 떠오른다. 그는 정치자금과 관련해서 돈의 속성을 나름대로 재치있게 소개했다. 돈에는 눈이 달리고 코가 달려서 용케 권력을 알아보고 쫓아다닌다는 게 요지였다.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그 글을 읽고 난 뒤 혼자서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한 번 따져보자. 만원짜리 지폐 앞뒤 어디를 살펴봐도 이목구비는 달려 있지 않다. 일은 돈을 쓰는 사람이 다 저질러 놓고 괜히 애꿎은 돈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 같아서였다. 돈이란 가진자의 마음가는 대로 따라간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권력이든 경제적 이익이든 ‘수익’이 보장되는 곳으로…. 지금 시중에는 새 투자처를 노리는 수백조원이 오도가도 못한다며 아우성이다. 벌써 몇달째 우리 경제의 고정 레퍼토리다. 기업은 기업대로 부자는 부자대로 정부의 강공으로 돈이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투자수익이 확실치 않으니 돈 가진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리 없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로 얻은 이익을 한푼도 남김 없이 환수하겠다고 벼르고, 으름장을 놓아도 적당한 퇴로조차 없으니 숨통이 막힐 지경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정부가 워낙 초강경으로 투기를 몰아치니까 집값이 다소 진정세로 돌아서는 현상은 다행이다. 일부 자금은 증시로 이동하는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에 갇힌 뭉칫돈은 여전히 미동도 없다. 이럴 때 돈의 속성, 아니 기업이나 부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정책입안자라도 나서 교통정리를 해주면 좋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돈은 사실 그 성격을 가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누가 봐도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것이 투자자금인지 투기자금인지는 제아무리 경제학 박사학위 수십개를 갖고 있어도 가려낼 재간은 없다. 따라서 부동산에 들어있는 자금을 일단 투기성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태도는 문제다. 그러니 돈만 가졌다 하면 아무한테나 대고 윽박지르는 게 대책의 전부다. 돈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묻혀있거나 은행에서 쉬고 있는 단기자금은 분명 나라경제의 손실이다. 불로소득이나 탈루·탈세·불법 행위는 법대로 엄격하게 제어하되, 건전한 자금은 빨리 생산성 있는 곳으로 유도해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옛날 전제군주시대에는 치산치수(治山治水)만 잘해도 훌륭한 군주 대접을 받았다. 농경이 경제의 전부나 다름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그래서 지도층에게 필요한 덕목 하나를 더 꼽자면 바로 돈 다스리기,‘치금(治金)’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지도자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사회지도층과 부자 등, 권력이나 부를 가진자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돈이 권력이나 이권을 무리하게 쫓아다니지 않고 국리민복과 산업발전 등 유용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이끄는 치금술이 아쉬운 지금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열대야 영화로 식히자

    열대야 영화로 식히자

    서울시는 28일부터 9월9일까지 매일 오후 8시 서울광장, 서울숲 등 시내 광장과 공원 7곳에서 최신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 감상회’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영화감상회에서는 ‘간 큰 가족’,‘배트맨 비긴즈’,‘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 최신작 16편이 상영된다. 상영 전에는 영화 평론가가 상영작에 대한 해설과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며, 영화음악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이 연주되는 콘서트와 시민의 얼굴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해주는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펼쳐진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좋은 영화감상회’ 홈페이지(seoulgoodmovie.com)에서 볼 수 있다.(02)3707-9471∼2.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연가 (1)광화문 거리

    서울연가 (1)광화문 거리

    ‘거리와 추억은 동의어?’고도(古都) 서울은 골목마다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고궁의 돌담길 처마 밑에서, 휘황찬란한 강남의 가로등 아래서 시민들은 사랑을 속삭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서울인은 22일자부터 ‘서울 연가(戀街·사랑의 거리)’시리즈를 매달 한번꼴(3주에 한번)로 내보낸다. 연인들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데이트 장소이며, 나이든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시리즈의 첫회로 ‘광화문 거리’를 소개한다. 사랑과 추억의 거리로 들어가 보자. 덕수궁 돌담길 서울 시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산책 코스이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300m 남짓한 산책로가 나온다.1차선 도로로 차들도 지나지만 행인이 더 많다. 정동교회부터 경향신문사 사옥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은 누구와 걸어도 좋다. 덕수궁 돌담길은 낮보다는 밤에 더욱 빛난다. 도로 양 옆 산책로의 가로수와 벤치가 가로등 불빛에 제 모습을 드러낼 즈음 연인들의 사랑도 깊어 간다. 수백년 역사를 품은 덕수궁 담장 옆을 거닐며 영겁(永劫)의 사랑을 속삭여 보자. 그러나 덕수궁 돌담길을 거닌 연인들은 헤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서울광장 지난해 5월 개장 이후 명물로 떠올랐다. 서울시청 앞 2000여평의 원형 잔디 광장이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주변 직장인과 연인들은 물론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라자 호텔 맞은편 분수대도 볼거리. 광장 북쪽으로 매주 토요일 늦은 오후 ‘일상의 여유’ 공연이,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하루 세 차례 왕궁수문장 교대의식도 열린다. 청계광장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청계천 시점부 740여평 규모. 청계천 물이 시작되는 광장분수는 촛불과 원형의 두 분수가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폭포 양 옆에는 전국에서 돌을 가져온 ‘8도석’을 깔았다. 반도체발광소자(LED)를 설치, 밤이면 빛과 물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파이낸스빌딩과 서울신문사 화장실을 심야에도 이용할 수 있다. 성곡미술관 광화문 구세군회관 왼쪽 길로 300m 올라가다 보면 만난다. 쌍용그룹 창업주 성곡 김성곤의 옛 저택에 자리잡은 자연친화형 미술관이다.100여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조각공원이 일품이다. 나무와 잔디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조각품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성곡미술관 찻집도 빼놓을 수 없다. 야외 테라스에서 에스프레소에 입술을 적시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추억속으로 빠져든다.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다. 고풍스러운 성당 주변을 거닐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수요일 정오에 열리는 ‘주먹밥 콘서트’는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맛난 주먹밥에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정동공원 사실 정동 전체가 ‘공원’이다. 그러나 정동에는 작은 공원 두개가 있다. 배재빌딩 옆 배재공원과 옛 러시아공사관 탑 아래의 정동공원. 둘 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모두 규모가 작지만 운치는 여느 공원 못지 않다.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실 시청 앞 무교동 골목 입구 금세기빌딩 8층. 인권 관련 단행본 1만여권, 영상자료 700종, 각종 일간지, 인권 특화신문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고도근시 등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독서확대기, 점자프린터 등도 갖추고 있다. 한 달에 100여명이 방문해 비교적 한산하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이용할 수 있다.2125-9680. 영국문화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흥국생명 2층에 있다. 자투리 시간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영어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각종 간행물,CD,DVD 등을 통해 영국의 생활방식, 문화, 영국유학에 관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3000원. 연회비는 3만원이다.3702-0600.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옆에 자리잡고 있다. 1년 내내 볼만한 기획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다음달 21일까지는 남북의 고구려 유물을 볼 수 있는 ‘대륙의 꿈 고구려’전이 열린다. 기증품을 중심으로 한 상설전시도 둘러볼 수 있다.724-0114.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같이 마시자 부라보! 밀워키는 광화문 일대에서 손님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곡을 틀어주는 유일한 곳이다.LP판이 3000여장 있는 데다 없는 노래를 신청하면 주인 박용훈(37)씨가 수시로 LP판을 사다놓는다.LP판의 아버지뻘인 SP판을 재생하는 축음기와 비틀스·롤링스톤스 등의 포스터도 있다.774-3886. 프레지던트 호텔 개나리 바에서는 오후 6∼8시 생맥주 500㏄를 1970원이라는 ‘호텔스럽지 않은’ 저렴한 가격에 판다.3705-4221. 패밀리 레스토랑과 맥주집이 결합된 아사히(776-8986)와 타임아웃(3783-0233)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여성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 이두걸 기자 “허름하지만 맛은 최고 점심한끼 제대로 먹자고요” 이남장(광화문점) 설렁탕 육수를 48시간 동안 끓여 내놓는다. 일년에 설과 추석 이틀을 빼고 주방장 가마솥이 끓고 있다. 김치에 설렁탕 육수를 양념으로 넣은 ‘탕국물 숙성김치’가 설렁탕의 담백한 맛을 살려준다. 푸짐한 양의 고기는 주인장 인심을 가늠케 한다.1인분 7000원.3210-3335. 리북손만두 접시만두(6000원)를 주문하면 어른 주먹만 한 만두 3개가 나온다.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사골국물과 멸치액젓을 가미한 시원한 김칫국물에 밥을 넣은 김치말이밥(6000원)은 여름 별미로 꼽힌다.776-7350. 가미 서너평 공간에 20석 남짓한 조그만 식당이지만 양만큼은 푸짐하고 맛 또한 정갈하다. 메밀국수 정식(메밀국수+초밥)이 6000원, 오뎅백반, 우동 등이 5000원.737-1678. 깡장집 된장을 오래 졸여 얼큰하고 걸쭉한 ‘깡장’(일명 강된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환상적이다. 양파·돼지고기·풋고추·오징어를 잘게 다져 걸쭉하게 끓인 된장찌개를 양푼에 비벼 먹는다.4000원.720-6152 터줏골 메뉴가 북어국(5000원) 하나이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서면 묻지도 않고 음식을 내온다.1968년 자리잡은 뒤 우유처럼 뽀얀 국물이 술에 괴로워하는 회사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어는 강원도 진부령 덕장에서, 마늘은 충주에서, 검정콩은 음성산을 사용한다.777-3891. 용금옥 80년대 남북 회담 때 참석한 북한 인사가 ‘용금옥이 아직도 있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6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추어탕집이다. 통미꾸라지에 양지살·내장·유부·계란 등을 함께 넣고 끓여 칼칼한 국물 맛이 우러난다. 추탕 8000원, 미꾸라지볶음 1만 5000원.777-1689. 광화문집 26년째 김치찌개를 끓여온 이름난 집이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온다. 큼직하게 썬 돼지 목살과 신김치, 흰 두부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푸짐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계란말이까지 함께 하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모두 5000원. 공기밥 1000원.739-7737 ■ 김유영 기자 “연인을 위한 데이트 장소 추천합니다 분위기 짱 맛도 짱” 이빠네마 브라질 정통 숯불바비큐인 ‘추라스카리아’ 레스토랑이다. 브라질 주방장이 꼬치에 꽂은 고기를 직접 가져와 썰어준다. 소안창살, 칠면조, 양갈비 등 다양한 고기를 ‘마르카도르’(목각)를 거꾸로 놓을 때까지 무제한 갖다준다. 참숯으로 기름을 빼 노린내를 줄였다. 점심 1만 6000원, 저녁 2만 4500원.779-2757. 우드 앤 브릭(Wood&Brick)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탈리아 식당이다. 식당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데다 가게 앞에 노천카페를 운영해 광화문거리를 내다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방장은 신라호텔 출신인 박현진씨다.735-1157. 스패뉴(Spanew) 도넛가게를 하던 아버지의 가게터를 물려받아 사장인 강근영(35)씨가 주방장을 겸해 피자·파스타 등을 만든다. 수시로 재즈와 와인이 있는 스탠딩파티를 열기도 한다. 넓지 않은 좌석(40석)이 오히려 유럽식 카페를 연상케한다. 사장이 공들여 개발한 샐러드피자(1만 4000원)도 잘 팔린다. 점심 세트 2인기준 2만 2800원.755-4033. 카페 이마(Cafe iMa) 소시지·밥·젓갈을 한접시에 담은 ‘이마 라이스’(8000원)와 빵에 생크림·과일을 얹은 ‘와플 위드 에브리씽’(1만원)이 유명하다. 평일 점심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2020-2088. 에비뉴 원 (AVENEW 1) 커다란 통유리창, 높은 천장, 심플한 인테리어가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콤한 맛의 해물아마트리치아나(1만 3000원)와 오전 10시부터 파는 샌드위치(테이크 아웃시 10% 할인)도 인기다. 점심 메뉴는 1만 5000원. 주말 아침 브런치를 갖기에도 좋다.738-2563.
  • [서울광장] 교육의 핵심, 평등인가 경쟁인가/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의 핵심, 평등인가 경쟁인가/이용원 논설위원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함으로써 촉발된 교육 논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간의 경과를 보면 일부 교원·학부모단체가 먼저, 서울대 입시안이 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이어서 입시경쟁과 사교육 의존을 가속화하게 된다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여기에 청와대·여당·교육부가 동조해 서울대를 강하게 압박한 반면 서울대는 총장 발언과 교수협의회 성명 등을 통해 외부 간섭이 부당하며 따라서 입시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3불정책·고교평준화·대학평준화 등의 교육정책이 직간접적으로 거론돼 논쟁의 불꽃을 더욱 키웠다. 서울대 입시안이 이처럼 큰 파장을 불러온 까닭은, 이 시대 우리사회의 교육이 ‘평등’과 ‘경쟁’이라는 상반된 가치 가운데 어느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평등론자들은, 고교평준화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불정책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3불정책에 거역하는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의 입시안은 반사회적·반교육적이어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등론자들의 주장에는 대학평준화도 포함돼 있다. 서울대 측에 1000분의1에 속하는 학생만 받지 말고 100분의1에 해당하는 학생도 받으라는 요구가 그것이다.1000분의1짜리 지망생 중에서도 많은 학생을 탈락시켜야 하는 현실에서 100분의1짜리를 뽑게 하려면 그 방법은 대학평준화 말고는 없다. 반면 경쟁론자들은 경쟁이 교육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며 그 결과로 나타난 성적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을 제도로써 통제하는 것이 도리어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국가 경쟁력은 민족 생존의 필수요소이며 그를 뒷받침하는 대학의 경쟁력은 자율성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대학입시에 자율권을 주어야 대학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이를 토대로 국가가 경쟁력을 유지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가. 우리는 교육에서 평등을 우선할 건가, 경쟁을 택할 건가. 교육을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보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올지 모른다. 개인이 가진 재능은 각기 달라서 누구는 달리기를 잘하고 누구는 노래를 잘 부른다. 그래서 달리기 경주를 하면 학교 운동회건 올림픽에서건 순위가 가려지고 1∼3등은 금·은·동메달을 받는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여서 동네 노래자랑에서도, 국제가요제에서도 실력 순으로 상을 탄다. 모든 분야가 그러한데 교육에서만은 사회적 요구가 달라진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명문대 입학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리기 대회에서 1∼3등이 상을 타는 것은 우수선수에게만 혜택이 가는 ‘기득권 유지’이므로 은메달은 4∼5등 중에서, 동메달은 6∼8등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논리이다. 우리는 ‘디지털시대에는 빌 게이츠 같은 천재 한 사람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모 그룹회장의 말을 기억한다. 황우석 교수의 업적에도 환호한다. 인간이 모여사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국제사회에서 그것은 더욱 비정하다. 우리사회가 공부 잘하는 학생을 키우고 우대하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대입은 그 첫 관문이다. ywyi@seoul.co.kr
  • [기고] ‘이명박을 상상한다’를 비판한다/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

    얼마전 ‘서울신문’의 ‘열린 세상’코너에서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이광호씨가 쓴 ‘이명박을 상상한다’는 제하의 글을 읽었다. 필자는 그 글에 대해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판단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정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펜을 들었다. 이씨는 글에서 ‘2007 대선은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인데 (중략) 대중들이 이명박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민주화 세력과 고도성장 세력의 대치 속에서 그간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성취가 중요하다.’며 ‘이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이명박 시장’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이어 이 시장이 지향하는 CEO리더십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대중교통 개혁과 서울광장 운영을 그 예로 들었다. 이씨는 먼저 이 시장이 시내버스를 준공영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과 버스기사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자본 편향적 CEO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준공영 자체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인데 자본편향적이란 말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욱이 시민단체의 조사결과, 이용시민의 80% 이상이 잘한 일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구인난을 겪던 버스회사에 기사 지원자가 줄을 서고 있다. 둘째, 서울광장 운영에 대해 이 시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가려 선택적으로 집회를 허가한다고 했다. 서울광장 집회 허가는 경찰 소관이다. 이를 진정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비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의 경우 진보, 보수를 가리지도 않지만 굳이 분석해보니 지금까지 140여회 행사 가운데 진보단체가 13회, 보수단체가 7회 승인을 받았다. 내친김에 정치문제와 관련해서 몇 마디 덧붙이고 싶다. 정치나 행정의 궁극적 목적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플라톤은 ‘철인정치’, 즉 모든 것을 잘 아는 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제도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류는 그런 사람을 발견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켜 오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는 엄격히 말하면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인류가 창안한 ‘차선’의 절차적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따라서 수단으로서의 민주주의 앞에 형용사는 필요가 없다. 유신시대 한국적 민주주의와 같이 본질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시장의 시정운영방식과 성과는 정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22만여 상인,1만 5000여 노점상 등 많은 이해 관계자들을 4100회가 넘는 대화로 설득해냈다. 교통개혁도 초기 혼란에 대해 비록 시민과 언론의 질타는 있었지만 교통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의 날선 비판은 없었다. 개편에 앞서 그들과 함께 충분한 논의를 하는 등 민주적 절차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열린 사회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어기며 달성되는 일은 없다. 청계천 복원이나 교통개혁이 바로 민주적인 방식의 전형이다. 요즘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파트너십’이고,‘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본보기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비판은 정확한 정보와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정치나 행정은 말이나 구호가 아닌 행동과 성과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
  • [서울광장] 지역주의 핑계댈 때가 아니다/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역주의 핑계댈 때가 아니다/김경홍 논설위원

    아무리 정치가 ‘말잔치’라지만 요즈음 정치권에서 난무하고 있는 말들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말들인지 헷갈린다. 이 말들의 진원지는 대체로 대통령이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한마디하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거나 확대재생산하는 청와대나 여당이다. 최근의 논쟁을 보자. 열흘 남짓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얘기를 꺼냈다. 요점인즉, 여소야대가 되어서 국정이 잘 안되니까 이 구조를 연정이든,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든지 해서 극복해 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의 권력도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대통령이 권력구조 문제를 거론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여론이 들끓고, 야당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은 “정치개혁을 위한 연정구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한목소리로 연정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런 방식은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아니다. 말이 말을 부르는 ‘흔들기’나 ‘떠보기’에 불과하다. 말은 계속된다. 노 대통령은 또 “국정의 여러가지 과제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정치적인 지역분할구도가 지역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확대해석하자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내각제를 도입하자는 애드벌룬일 수도 있고,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희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여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가 최선의 대안인지는 논외로 치자. 왜 갑자기 지역주의가 국정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을까. 지금 지역주의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로 상징되던 이른바 ‘3김시대’는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통령이 됐다. 경상도 출신인 노 대통령이 전라도가 주축인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됐고, 전국적인 고른 지지도 얻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시대가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왜 대통령이 다시금 지역주의를 들고 나오는지 어리둥절하다. 대통령의 권한과 행정력으로 지역균형발전도 추진하고 있고, 일정부분 인사로서도 지역불균형을 해소했고, 또 해소하면 된다. 굳이 지역주의를 들고나와 제도를 뜯어고치자는 것은 다분히 정파적 목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지역주의나 기득권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지만 핑계일 뿐이다. 거꾸로 여당이 과반을 넘긴 여대야소라면 기득권 얘기가 나왔을까. 또 열린우리당이 헌신짝 버리듯 내던져버린 민주당이 스러져 버렸다면, 열린우리당이 지난 재·보선에서 영남지역에서 한 석이라도 건졌다면 지역주의가 거론됐을까. 지역주의를 거론하는 자체가 지역주의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여당의 여건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원내 제1당의 위치가 여전하고, 단단한 지지세력이 버티고 있고,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나 추진력도 다른 정권에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잘 안되는 일은 전부 남의 탓, 제도의 탓, 지역주의로 돌리려는 발상에 있다. 손을 내밀지 않고 양보와 타협을 바라는 것도 문제다. 정치는 물이 흐르듯 해야 한다는 말은 진리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한다. 자꾸 역류를 만들고 소용돌이치게 해서는 안 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확바뀐 야간문화] ‘서울의 밤’ 문화야 놀~자

    [확바뀐 야간문화] ‘서울의 밤’ 문화야 놀~자

    먹고 놀고 마시는 ‘음주가무족’이 ‘밤의 제왕’이었던 시대가 가고 있다. 시내 박물관·공원 등의 운영시간이 연장되는가 하면 곳곳에서 야간에 공연·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밤 문화의 업그레이드에 불씨를 댕긴 것은 1990년대 말 일부 영화관이 심야영화를 상영하면서부터지만 그동안 놀거리가 특정지역에 한정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광화문에 있는 대기업을 다니는 황선미(29·서울 강남구 서초동)씨는 퇴근한 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서울시립미술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을 둘러본다. 인근 시청광장 잔디밭에 앉아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며 동료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학로에서 밤 10시에 공연되는 뮤지컬 ‘헤드윅’에 열광하기도 했다. 집에 갈 때 한강다리를 건너면서 느끼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도 볼 거리다. 황씨는 “밤에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늘어나면서 평일에는 시간을 쪼개 영화·연극 등을 보고 주말에는 학원에 다니는 등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표정이 살아나는 서울의 밤 최근 서울시립역사박물관은 운영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등의 작품 낭송 모임등 옛 유럽의 살롱문화를 만들어 문학적 정취를 만끽하게 했다. 여기에 매달 한 차례씩 박물관 로비에서는 멋들어진 콘서트도 열리고 있다. 늦었지만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수·금 오후 9시30분), 영국 대영박물관(목∼토 오후 11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금·토 오후 9시)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은 일주일 중 적어도 하루 이상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다. 이런 탓인지 까다로운 관람제한으로 원성을 샀던 삼성미술관 리움도 최근 매주 목요일 오후 9시까지 예약 없이 야간개관을 실시하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를 다니는 송희석(36·강북구 미아6동)씨는 한여름 시청 앞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잔디밭에서 영화를 본 건 대학 때 이후 처음이다. 송씨는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면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매주 금요일 밤 10시 ‘심야영화 상영회’를 연다. 한 사람당 2000원, 두 사람은 3000원으로 저렴하다. 세종문화회관 앞계단·마당에서는 뮤지컬단, 무용단, 합창단 등 산하단체별로 공연하는 ‘세종로 별밤 페스티벌’이 열린다. ●유모차 끌고 야간공원 산책을 도심뿐만 아니라 대학로, 창동문화마당 등 시내 곳곳에서도 10월29일까지 오후 7·8시에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한여름밤의 콘서트’(중랑천 둔치),‘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영화 속 명장면’(구암공원),‘드럼페스티벌’(서울숲) 등이다. 성동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밤 10시까지 개장을 하고 있다. 그동안 봄에만 운영시간을 늘렸지만 올해는 밤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아예 1년 내내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단순히 문을 여는 시간만 늘린 게 아니라 계절별로 ‘더위 사냥 여름축제’(여름),‘갈잎 페스티벌’(가을),‘겨울추억 만들기’(겨울) 등을 릴레이로 이어가고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도 8월30일까지 매일 밤 9시까지 공원을 개방하며 ‘동물원 옆 장미원축제’,‘한여름밤의 나들이’ 등을 열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무용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밤이 낮을 위한 종속개념에 불과했다면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밤이 생산활동의 중심이 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문화공간의 심야 확산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서울광장] 금리는 동네북 아니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리는 동네북 아니다/우득정 논설위원

    정부는 어제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가격 문제만을 보고 금리를 대응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정책협의회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권한인 금리 문제를 사실상 ‘인상 불가’라는 메시지를 담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금리 인상 여부가 그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됐다는 뜻이다. 콜금리 목표수준으로 표현되는 금리 인상 여부는 매월 둘째주 목요일 금통위에서 결정된다. 금통위는 생산, 수요, 물가, 부동산가격 등 1차 통계는 물론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갭(Gap), 실업률, 국제수지, 금융시장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콜금리 목표수준을 결정한다. 지난해 8월과 11월 경기 부양을 위해 각각 0.25%포인트 내린 뒤 8개월째 연 3.25%를 고수하고 있다. 유일한 공개시장 조작수단인 콜금리 목표수준을 수정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었다.8월 말로 예정된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의 부동산 시장 동향과 경기 회복 여부를 지켜본 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금통위가 확고한 방침을 천명했음에도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단초는 한은이 먼저 제공했다. 한은은 지난달 초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 회복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금통위 회의록을 공개했다. 시장으로서는 금리 인상 예고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메시지였다. 그러자 즉각 경제부총리가 ‘금리 인상은 없다.’고 단언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집값, 땅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2년여만에 회복 조짐을 보이는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등 경제 전체로 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부동산가격 폭등세를 잡으려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을 독려했지만 금통위는 금리 동결을 고수했다.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섰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시중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과 국내외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과 금통위,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등이 일제히 나서 금리 인상론에 제동을 걸었다. 금리 논쟁이 정치권에서 점화되자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와 현대경제연구소 등은 금리 인상에, 삼성경제연구소 등은 금리 인상 반대에 가세했다. 한순간 금리가 ‘동네북’이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호주나 미국처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금리 인상이라는 금융긴축 정책을 통해 성공적으로 제어한 사례도 있지만 1990년 초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3국처럼 금융위기로 치달은 경우도 있다. 이웃 일본도 1980년대 말 금융 대응을 잘못해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날의 칼과도 같은 금리 정책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금리결정권을 지닌 중앙은행은‘작동 여부가 확실치 않은 나침반을 가지고 통제 여부도 불투명한 배를 운항해 불빛 한점 없는 목표지점을 향해 거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선장’에 비유된다. 더구나 우리 내부가 금리 인상 여부로 멱살잡이 하는 순간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은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선장의 판단에 맡기고 사공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중앙은행이 시장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시장에 반하는 행동은 잘해봐야 위험을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부디 사공들은 선장의 주문에 따라 노만 열심히 젓기 바란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빠빠∼빠∼” 1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이틀 뒤인 1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블랙’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번디트 웅그랑시(34)의 지휘 아래 트롬본의 육중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검은 캐주얼 차림의 웅그랑시는 연습실 한 가운데 높은 의자에 앉아 80여명의 단원들을 움직인다. 태국인인 웅그랑시가 ‘넘버 빠이브(5악장)’라면서 오른쪽을 가리키자 콘트라베이스를 안고 있는 주자들이 큰 몸짓으로 ‘군무(群舞)’를 춘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중년남성, 긴 생머리의 젊은 여성, 파란 눈의 외국인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는 같다. 이번 공연이 전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서울시향 단원의 재정비 이후 첫 공연인 만큼 연습실 양쪽에 설치된 에어컨 2대가 모자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전날 도착한 뉴욕 필하모닉 수석 트럼본 주자이자 줄리아드 음대 교수인 조지프 알레시는 협연자로 참여해 전날 도착한 여독(旅毒)도 잊은 듯 1시간여 동안 서서 트롬본을 분다. ‘블랙’은 서울시향이 세 차례 개최하는 ‘서머 오브 패션(Summer of Passion)’ 가운데 첫번째 시리즈로 이후 ‘레드’(29일 세종문화회관, 지휘 레머라이트, 바이올린 협연 데이비드 가렛),‘블루’(8월23일 예술의전당, 지휘 웅그랑시, 피아노 협연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이어진다. (02)3700-6300. 한편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8월15일 서울광장에서 ‘광복 6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가 악단 출범 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안익태 선생의 ‘한국환상곡’,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그리운 금강산’ 등을 들려 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과 강준일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협연도 이뤄진다. 또 소프라노 박은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이정원, 베이스 손혜수 등도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서울광장]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몫/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몫/이목희 논설위원

    우리 헌법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두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쉽게 바꾸지 말며, 개정하더라도 현 집권자를 위한 개편은 안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이 이를 망각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국가에너지 낭비가 심각해진다. 헌법 130조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에 이어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헌법개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두 거대정당이 합의해야 개헌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또 128조에서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뒤 내각제로 포장을 바꿔 128조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거듭됐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전두환은 집권 말기 한때 내각제개헌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2인자 노태우측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랬던 노태우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3당합당이라는 극약처방을 써가며 내각제를 도입하려 했다. 역시 2인자였던 김영삼(YS)은 이를 뒤엎고 직선대통령을 쟁취했다.YS에 당한 김종필(JP)은 ‘2년짜리 대통령’을 조건으로 내걸어 김대중(DJ)의 집권을 도왔다. 하지만 DJ도 JP와의 내각제 약속을 저버렸다. 반복되는 개헌 논란의 후유증은 엄청났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역사에 책임질 일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현행 헌법체계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시범운용한 뒤 집권 말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온갖 기발한 제안을 내놓으면서도 개헌공론화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개헌을 앞세우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교훈을 과거 사례에서 배웠을 수 있다. 개헌론을 빼고 연정과 국회의원선거구제 개편을 연결시키다 보니 여권의 논리가 어지러워졌다. 선거구제에 정권을 걸겠다는 식의 언급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특히 노 대통령의 임기는 2008년 2월 끝난다.17대 의원 임기는 같은 해 5월까지다. 여권의 제안대로 선거구제에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실행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간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지역구도가 깨질 제도가 마련될 경우 당장 총리직을 야당에 넘겨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연정과 선거구제 논의의 다음 단계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현행 헌법 아래서 연정이나 거국내각을 하겠다면 말리기 힘들다. 여소야대로는 국정운영이 도저히 안 되므로 무리해서라도 남은 임기 잘해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야당의 선택은 다음 문제다. 그러나 개헌을 염두에 둔 연정, 정치판 뒤엎기라면 참는 게 낫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헌문제만큼은 차기 주자군에게 맡겨야 한다. 권력구조 변경은 사생결단식의 싸움이 된다. 여권내에서도 그렇고, 여야간에도 그렇다. 차기주자군을 무시한 집권자의 개헌 추진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잠재후보군의 선호는 대통령중임제 개헌에 쏠려 있다. 여권은 이제라도 연정, 선거구제, 개헌 문제를 차분히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사안별 공조에서 조금더 나가는 정책 연정은 지속적으로 모색해도 괜찮을 듯싶다. 선거구제는 국회 특별기구를 만들어 인내심을 갖고 논의를 이끌면 된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내년말쯤 개헌논의 기구를 만들되 노 대통령은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개헌 소신은 소신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새 권력구조는 새로 나라를 이끌려는 사람들이 짜도록 해야 한다. 헌법개정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청와대는 경제·영토·통일·지방분권 등 권력구조와 관계없는 부분에서 헌법이 새 모양을 갖추도록 조언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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