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울광장
    2025-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소상공인
    2025-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벤치
    2025-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아산
    2025-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사카
    2025-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83
  • [서울광장] 대운하, 프로끼리 진검 토론을/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운하, 프로끼리 진검 토론을/구본영 논설위원

    ‘장강의 물이 황하를 넘는다.’,‘수 양제가 판 대운하를 되살린다.’ 아주 꼼꼼히 외신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겐 만화 같은 소식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에서 소리·소문없이 진행 중인 실제 상황이다. 개혁·개방이 됐다곤 하나 아직 언로가 막힌 사회주의권이라 그런지 들려오는 마찰음이 적을 뿐이다. 양쯔강의 물을 수자원이 태부족한 북쪽으로 끌어 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공정이 그 하나다. 황허강 밑 터널 공사가 완공될 9월이면 마침내 양쯔강의 물이 베이징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1400년 전에 만들어진,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1794㎞의 운하 복원 작업도 한창이다. 운하의 남쪽 종착지인 항저우시가 일부 구간의 복구와 수질개선으로 호평을 얻자 다른 주변 도시들도 동참할 태세라고 한다. 대선이 끝나면서 대운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당선인 측 이재오 의원이 “올해 첫삽을 뜰 수 있다.”며 추진 의지를 재천명하고 한나라당이 특별법 제출 방침을 밝히면서다. 그러자 ‘타당성 없음’이라고 참여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던 정부기관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꼬리를 내리고 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환경단체들도 한껏 반대 목청을 높이고 있다. 후끈 달아오른 논란으로 한국이 그래도 중국보다는 열린 사회인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다지 나을 게 없다. 프로페셔널한 토론은 없고 정치적 논쟁만 무성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운하 문제는 변변한 정책토론 한번 없이 대선 관문을 통과했다. 결국 헛방으로 끝났지만 신당측이‘BBK 한방’에 미련을 못버린 탓일 게다. 논란이라고 해야 아마추어 논리에 따른 일방적 폄하나 무조건적 찬성만 있었을 뿐이다. 신당 측이 걸었던 “21세기에 토목공사가 웬말이냐?”는 시비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조차 “정보기술(IT)·생명공학(BT)으로 먹고 사는 시대에 강바닥 파는 공사로 경제를 살릴 수 있나.”라고 물고 늘어졌었다. 그러나 그런 점에선 “대운하 사업이야말로 IT 등 최첨단 기술의 종합판”이라는 이명박 당선인의 논리가 맞다. 축구장 길이의 화물선이 지나갈 운하의 수량 조절과 갑문 운용을 위해선 단순 토목 기술뿐만 아니라 첨단 컨트롤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까닭이다. 식수원의 수질 보전을 위해서는 BT 기술이 필수불가결하지 않은가. 문제는 그런 첨단기술로 환경친화적인 운하 건설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전문적 토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재원조달·투자 우선순위 등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정밀 검토도 필요하다. 대운하, 즉 경부·호남·충청 운하 건설은 과거 고속도로나 고속전철 건설보다 더 큰 프로젝트다. 당시에도 야당은 기를 쓰고 반대했다. 그 때보다 훨씬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당선인 측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내맡길 일은 아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급선무가 아닌가. 이제 대선은 끝났다. 한 표를 의식해 대운하의 효과를 과장할 필요도,1위 후보를 끌어 내리기 위해 막무가내로 반대할 이유도 없게 됐다. 지금이야말로 편견을 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전문적 토론을 할 때다. 이 과정서 여의도식 정쟁에만 익숙한 이들에겐 ‘껍데기는 가라.’고 말하고 싶다. 대운하는 국민 앞에서 프로들끼리 ‘끝장 토론’을 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서울광장] 격조있는 프로 외교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격조있는 프로 외교를/황성기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5년간 27차례 55개국을 다니며 정상 외교를 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14차례 33개국, 김대중 대통령이 24차례 35개국을 방문한 것에 비하면 참여정부는 외교에 꽤나 공을 들였다. 그러나 134회의 정상 외교 횟수만큼 노 대통령이 성과를 올렸느냐 하면 성적표는 별로다. 미국과 막판에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해 협력의 끈을 이었으나 취임 초부터 시종 살얼음판을 걸었다. 아시아를 무시한 고이즈미 총리라는 독특한 상대가 있긴 했지만 일본과도 최악의 관계였다. 얻을 것은 없더라도 할 말은 하고, 각을 세우는 게 외교인 듯한 5년이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워 미·일의 의심을 샀다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라도 좋았어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의 중국과는 무덤덤한 사이다. 딱히 친분이 두텁다고 내세울 정상도 없다. 양자회담만 일본 11차례, 미국 8차례, 러시아 6차례에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를 더하면 18차례나 가졌는데도 우리가 기억하는 이렇다 할 정상 간 개인적 우의에 관한 비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정상외교가 된 지난해 11월의 싱가포르의 아세안+3 정상회의. 노 대통령, 원자바오 총리,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한·중·일 회담을 가진 자리였다. 회담이 끝나갈 즈음, 후쿠다 총리가 유엔 개혁에 관한 화제를 꺼냈다. 일본이 관심을 갖는 유엔 개혁이라면 상임이사국 진입일 것이다. 회의를 주재한 노 대통령은 다음 기회에 얘기하자고 일축했다. 회담장이 싸늘해졌다. 원 총리가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소방수로 나선다. 일본의 유엔 공헌을 지지한다며 두루뭉술하게 후쿠다 총리를 치켜세웠다. 상임이사국 진입과 관련해 찬반 어느 입장도 아닌 립서비스였다. 노 대통령의 공세가 이어진다. 제국주의 국가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유엔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지금도 유엔은 제국주의 국가의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론을 개진한다. 덕담을 하고 끝내야 할 회의 말미에 예기치 않던 돌발상황이었다. 이어 열린 한·일 양자회담. 한방 먹은 후쿠다 총리 측이 일본인 납치 팸플릿을 정상을 비롯한 참석자에게 돌렸다.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돌출행동이었다. 외교적으로는 실례에 해당하는 이 일로 우리 측이 일본 측에 항의했고, 결국 양측은 없었던 일로 덮었다. 회담을 지켜본 외교관은 “한·중·일과 한·일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당시의 일화를 한탄조로 들려준다. 외교란 게 충돌하는 국가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라서 정상들이 인간적 관계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신뢰, 친밀감은 양자 혹은 다자회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둘도 없는 반면교사이다. 자주 외교라고 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어색해 보이는 정상끼리의 장면을 지난 5년간 숱하게 봐온 우리 국민들이다. 참여정부가 2차 남북정상회담 후 집착한 4자 종전선언도 그렇다. 유효한 어젠다이긴 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 못지않게 주변국을 곤혹스럽게 했다.“종전선언이 대통령의 신념이라기보다 주위에서 부추긴 것 같다.”는, 대통령을 잘 아는 고위 외교관의 우려는 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했을 것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5년이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지의 외교’의 막이 오른다. 실용이든 무엇이든 격조 있는 프로의 외교를 보여줬으면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 10만 돌파

    지난해 12월6일 문을 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이용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시 체육회는 개장 후 지난 2일까지 모두 10만 3369명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이용했다고 3일 밝혔다.입장객 10만명 돌파 기간은 지난해(30일째)보다 나흘 앞당겨졌다. 이번 겨울부터 ‘루체비스타’(빛의 축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의 중앙에 스케이트장이 개설돼 하루 평균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300여명이 늘어났다.시 체육회 관계자는 “스케이트를 타면서 루체비스타의 환상적인 불빛을 즐길 수 있고, 편의 시설도 개선돼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 10만 돌파

    지난해 12월6일 문을 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이용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서울시 체육회는 개장 후 지난 2일까지 모두 10만 3369명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이용했다고 3일 밝혔다.입장객 10만명 돌파 기간은 지난해(30일째)보다 나흘 앞당겨졌다. 이번 겨울부터 ‘루체비스타’(빛의 축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의 중앙에 스케이트장이 개설돼 하루 평균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300여명이 늘어났다.시 체육회 관계자는 “스케이트를 타면서 루체비스타의 환상적인 불빛을 즐길 수 있고, 편의 시설도 개선돼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자체 새해 주민축제 풍성

    지자체 새해 주민축제 풍성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채로운 주민참여 행사를 마련했다.1일 첫날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눈길을 끄는 해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연말의 대선에 이어 다가오는 총선 등으로 어수선한 민심을 추스르고 올해는 좋은 일이 더 많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민심 추스르는 문화행사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08 신년음악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 등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달 말까지 서울대공원에서는 12간지 신년 운세, 별자리 운세 등을 점치고 꿈과 희망을 적은 ‘소원지’를 나무에 거는 행사도 한다.7∼2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옆에서는 ‘얼음조각축제’가 펼쳐진다. 서울시극단에서는 9∼20일 세종M씨어터에서 세계적인 ‘자크 르콕 국제 연극학교’ 최초의 동양인 교수 유진우씨의 연출로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공연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슐츠의 객원 지휘로 펼쳐지는 ‘신년 음악회’를 연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아이만 무사하자예바와 첼리스트 여미혜 등이 출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등을 들려준다. 18∼19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가족 뮤지컬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무대에 오르고,19∼20일 소극장에서는 ‘미녀와 야수’가 공연된다.13일 경기 과천시민회관에서는 체코의 민족음악을 소개하는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제’가 열린다. ●새해 아침부터 힘찬 함성 1일 오전 7시47분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는 ‘고구려 해맞이’가 열렸다. 붉은 해가 얼굴을 드러내자 고구려 장군 복장을 한 정송학 광진구청장이 큰 북을 힘차게 울리면서 주민들의 함성이 터졌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우이동 ‘삼각산’ 시단봉에서 신년 기원제례를 지내고 기원문 등을 낭독하는 행사를 가졌다. 관광객 20만여명이 몰린 강원 강릉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에서는 해맞이 콘서트가 열렸다. 이어 ‘진또빼기(솟대)’ 소원 빌기, 희망 풍선 날리기, 연날리기 등도 펼쳐졌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 통일전망대와 화진포에서는 ‘평화기원 난타 공연’이 새해 행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한반도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등대에서는 관광객 4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맹우 울산시장 등 2008명이 태양을 향해 일제히 국궁을 쏘아 올렸다. 이어 시내 곳곳에서 대북공연, 가수 공연, 소망지 걸기 등 행사가 열렸다. 반면 기름유출 피해로 시름을 앓고 있는 충남 태안의 백화산 정상 등에서는 올 한해의 무사 평안을 기원하는 제천제를 열고 경건한 하루를 보내면서 다른 지역과 대조를 보였다. 전국종합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지자체 새해 주민축제 풍성

    지자체 새해 주민축제 풍성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채로운 주민참여 행사를 마련했다.1일 첫날부터 전국에서는 눈길을 끄는 해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연말의 대선에 이어 다가오는 총선 등으로 어수선한 민심을 추스르고 올해는 좋은 일이 더 많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민심 추스르는 문화행사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08 신년음악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 등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달말까지 서울대공원에서는 12간지 신년운세, 별자리 운세 등을 점치고 꿈과 희망을 적은 ‘소원지’를 나무에 거는 행사도 한다.7∼2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옆에서는 ‘얼음조각축제’가 펼쳐진다. 서울시극단에서는 9∼20일 세종M씨어터에서 세계적인 ‘자크 르콕 국제 연극학교’ 최초의 동양인 교수 유진우씨의 연출로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공연한다. 프랑스 국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3번째 서울 공연이 18일∼다음달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한국의 대표적 안무가 제임스 전의 참신하고 기발한 해석이 돋보이는 서울 발레 시어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11∼13일 서울열린극장 무대에 오른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슐츠의 객원 지휘로 펼쳐지는 ‘신년음악회’를 연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아이만 무사하자예바와 첼리스트 여미혜 등이 출연,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등을 들려준다. ●무자년 아침 힘찬 ‘희망의 함성´ 1일 오전 7시47분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는 ‘고구려 해맞이’가 열렸다. 붉은 해가 얼굴을 드러내자 고구려 장군 복장을 한 정송학 광진구청장이 큰 북을 힘차게 울리면서 주민들의 함성이 터졌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우이동 ‘삼각산’ 시단봉에서 신년기원제례를 지내고 기원문 등을 낭독하는 행사를 가졌다. 관광객 20만여명이 몰린 강원 강릉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에서는 해맞이 콘서트가 열렸다. 이어 ‘진또빼기(솟대)’소원 빌기, 희망 풍선 날리기, 연날리기 등도 펼쳐졌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 통일전망대와 화진포에서는 ‘평화기원 난타공연’이 새해 행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한반도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등대에서는 관광객 4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맹우 울산시장 등 2008명이 태양을 향해 일제히 국궁을 쏘아 올렸다. 이어 시내 곳곳에서 대북공연, 가수 공연, 소망지 걸기 등 행사가 열렸다. 반면 기름유출 피해로 시름을 앓고 있는 충남 태안의 백화산 정상 등에서는 올 한해의 무사평안을 기원하는 제천제를 열고 경건한 하루를 보내면서 다른 지역과 대조를 보였다. 전국종합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광장] ‘이명박 인사’ 희망과 걱정/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명박 인사’ 희망과 걱정/이목희 논설위원

    1987년 대선 후 노태우 당선자는 이명박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인수위 사무실을 차렸다. 당시 취재기자로 저녁 늦게 인수위에 들렀다. 인수위원들은 자리를 비웠고, 이춘구 위원장 사무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일단 들어갔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두꺼운 파일이 있었다. 장관 후보자 명단철이었다. 분야별로 인적 사항과 장단점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가져갈까 망설이다가,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 왠지 국가기밀을 훔치는 것 같다는 경계심이 발동했다.20년전 얘기를 꺼낸 것은 그때 받은 충격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 고위직 인사를 아무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사 후보철에는 엄청난 숫자의 각계 인재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정통성이 약한 군사정권이었기에 인재 욕심은 더했다. 군사정권이 장기간 지속하고, 일부 국가발전을 이룬 배경이었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대표성이 있고, 존경받는 이를 ‘얼굴마담’으로 영입했다. 한편으론 군출신에게 부족한 국정능력을 갖춘 실무형 인재들을 백방으로 찾았다. 훌륭한 인물이 권위주의 정권의 요구에 응했다가 이미지를 떨어뜨린 사례가 허다했다. 이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발탁된 이경숙 숙대 총장도 그런 피해자 중 한명일 수 있다. 그는 1980년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 입법의원을 지냈다. 군사정권에서도 탐냈고, 대학총장을 4번이나 직선으로 연임했고…. 한나라당은 이 총장의 CEO형 자질을 이 당선자가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장은 인수위 업무가 마감되면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했다. 두달동안 얼마나 국정을 파악해서 CEO형 자질을 발휘하겠는가. 이 총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내각 등 오래 일할 자리를 맡겨야 했다.‘깜짝 인사’로 잠깐 쓸 의도였다면 흠이 없는 인물을 고르는 편이 나았다. 이 당선자는 출신과 이념을 따지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을 골라 쓰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라고 공감하면서 ‘이명박 인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실용주의 인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코드 인사로 얼룩진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물론, 권위주의 정권 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공들여 제제다사(濟濟多士)를 모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원장을 포함, 인수위원 선정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인수위원 대부분이 서울 강남에 산다든지, 경기도 등 특정지역 출신이 빠졌다든지…. 이 당선자가 대선에서 압승한 분위기가 아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사가 미세한 부분까지 매끄럽지 못하면 곧 언론·국민들과의 허니문은 깨진다. 앞으로 내각, 청와대, 공기업 인선이 줄줄이 기다린다.4월 총선 공천도 새정부 면모의 시금석이다. 좋은 이미지와 국정능력을 함께 갖춘 인재는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총리를 비롯해 중요 직책을 분류해 인선준비를 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이미지가 중시되는 자리와, 실무능력을 우선하는 자리를 나눠보라는 취지다. 무엇보다 당선자 주변에 빈 공간이 있어야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는 인사가 가능하다. 측근들의 희생이 필요한 셈이다. 대선에서 도운 이들이 새정부에서도 역할을 이어가야겠지만 과욕은 버려야 한다. 최측근 유우익 교수가 대학으로 돌아갈 뜻을 밝힌 것은 그래서 돋보인다. 당선자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솔선수범도 기대해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법’ 국민 눈높이가 해법이다/황진선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법’ 국민 눈높이가 해법이다/황진선 수석부국장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이명박 후보 특검법’을 어찌할 것인가. 대통합민주신당 등 반 이명박 제 정파의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강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소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대통령제 국가에서 취임 후 6개월은 새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의 새로운 틀을 세울 수 있도록 국회와 언론이 허니문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자. 검찰 간부들은 특검을 하더라도 BBK 사건의 수사 결론은 99%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검찰은 이 당선자를 기소하려면 “무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으로는 안 되고 유죄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증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돈의 흐름을 샅샅이 추적해 보았지만 BBK에 이 당선자의 돈이 흘러들어갔거나,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다스가 이 당선자의 소유였다는 물증은 없다고 단언한다.BBK 수사에 검사 12명, 수사관 41명이 참여한 만큼 수사 결과를 왜곡·조작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명박 특검법이 BBK뿐 아니라 도곡동 땅 매각 대금과 다스의 지분 등 재산누락 의혹,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등 이 당선자를 둘러싼 모든 의문을 수사 대상으로 망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변협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특검이라는 점, 특검법의 참고인 동행명령제는 영장주의에 반한다는 점, 특검법을 촉발한 김경준의 메모가 거짓으로 드러난 점 등을 들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에 서명을 하더라도, 이 당선자 쪽에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해 특검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특검을 통해 BBK 사건 또는 다른 사건에서 이 당선자가 유죄라는 증거를 찾아내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는 법조인들이 많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 당선자의 비리, 특히 BBK 사건을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내년 4월9일 총선에서 자기 정파 후보들이 더 많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설혹 이 당선자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 기소한다 하더라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 이명박 정파들은 한나라당 등이 2004년 3월12일 노 대통령에 대한 탁핵 소추안을 가결했다가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탄핵 한달여 만에 실시된 17대 4·15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를 앞세워 민의를 거스른 탄핵 가결을 사과하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읍소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 후폭풍 덕분에 총선전보다 103석이 늘어난 152석을 얻었다. 이명박 특검법은 재고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소모적인 정치 논쟁과 국력 낭비를 줄이려면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급조된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이 당선자도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부분과 BBK 명함을 돌린 것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해법과 새 진로를 찾아야 한다. 황진선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이명박 시대] 서울광장·고향 포항 표정

    [이명박 시대] 서울광장·고향 포항 표정

    이명박 당선자의 ‘원동력’은 역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천이었다. 압승을 예고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 이 당선자를 애타게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밤 11시쯤 당선자 부부가 서울광장에 나타나자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했다. ●서울광장 깜짝 방문… 당선 축하 케이크 받아 1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당선·생일·결혼기념일의 ‘트리플 경사’를 맞은 이 당선자에게 촛불이 환하게 켜진 5단 케이크를 선물했다. 한 지지자는 “오늘이 새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라 더욱 뜻깊다. 새로운 5년이 열렸다.”며 감격했다. 지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신화’가 시작된 청계천으로 자리를 옮겨 밤 늦도록 ‘푸른 축제의 밤’을 즐겼다. 이 당선자가 “앞으로 제가 어려울 때도 지금처럼 사랑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로 답했다. 오후 5시부터 청계천에서 이 당선자를 기다렸다는 최경환(47)씨는 “당선자를 보니 추위도 가셨다.”면서 “5년 동안 든든한 팬으로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당선자의 상징색인 파란 풍선을 든 지지자들은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 대형 전광판에 ‘당선 확실’이란 방송 자막이 나오자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선자의 지지모임인 MB연대 소속 300여명은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 이 당선자가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발표되자 2700발의 폭죽을 터뜨리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청계천 복원하듯 경제도 살려 주길” 청계천과 서울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이 당선자에게 ‘청계천 신화’처럼 경제살리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최정현(30)씨는 “경제살리기가 말만큼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국민의 염원을 이뤄줬으면 한다.”면서 “임기가 끝날 때 청계천처럼 랜드마크가 될 만한 경제업적을 이루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군자(70·여)씨도 “어른의 경험을 공경하고, 사회의 질서도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광장에서 만난 신형식(55)씨는 “BBK 동영상 공개 등으로 표 차이가 거의 안 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충격”이라면서 “국민이 선택한 만큼 경제살리기라는 대의를 이루기 바란다.”고 밝혔다. 청계천을 찾은 이영아(23·여)씨는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지만 이후에도 BBK로 인해 정국이 혼란을 겪을까 우려된다. 혹시 국민을 속인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무진(20·대학생)씨는 “BBK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국가 현안에 비하면 별 문제가 안 된다.”면서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경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바람도 많았다. 김연수(37·여)씨는 “간신히 내 집을 마련했는데 이자비용이 너무 많다.”면서 “주택금리를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중학교 교사인 윤영혜(30·여)씨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렴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지어주었으면 좋겠다.”면서 “학생들도 직장이 튼튼한 부모 밑에서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외지인들에 과메기 등 정성껏 대접 “우리 동네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니 꿈만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 경북 포항은 19일 밤새도록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이 당선자가 살았던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속칭 덕실마을에는 마을 주민 등 500여명이 모여 방송사들의 출구 조사에서 이 당선자가 50%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이기자 ‘이명박’ ‘대통령’ 등을 연호하며 서로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밤 9시쯤 TV에서 이 당선자의 당선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감격의 눈물을 훔치는 주민들도 보였다. 덕실마을은 이 당선자가 4세 때 일본에서 들어와 2∼4년(주민간 기억이 다름) 살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며, 지금은 31가구에 67명이 산다. 흥해농협 풍물패는 마을회관 앞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한껏 흥을 돋웠다. 주민들은 외지인들에게 국밥과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 등으로 정성껏 대접했다. 이 마을에 사는 이 당선자의 사촌형수 류순옥(76)씨는 “서방님이 대통령이 된다니 꿈만 같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이 당선자의 먼 친척이자 마을이장인 이덕형(58)씨도 “(경주 이씨) 입향조 어른이 마을에 정착한 지 500년만에 대통령을 배출했다.”면서 “먼저 쓰러진 국가경제를 일으켜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모교 동지상고(현 동지고)도 흥분의 도가니였다. 동문회측은 학교 정문과 시내 곳곳에 ‘동지상고 9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라고 쓰인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 졸업생과 교직원, 학생 등 200여명이 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개표 과정을 지켜보다 이 당선자가 당선권에 접어들자 “이명박 동문 대통령 당선 만세”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 당선자 고교 동기인 최근국(66)씨는 “이 당선자는 동지상고(야간)를 수석으로 입학,3년 내내 주경야독을 하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성실한 친구였다.”며 “장차 큰 일을 할 인물이라고 친구 사이에 소문 나 있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엄주백 동지고 교장은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오늘은 개교 61년만에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경주 신혜원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서울광장] 사표(死票)는 없다/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사표(死票)는 없다/진경호 정치부 차장

    하루 남았다. 내일이면 17대 대통령이 될 사람을 보게 된다. 참 요란했던 참여정부다. 취임 초 검사들에게 ‘지금 막 가자는 거냐’며 내뿜던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노무현 대통령은 끝내 정부청사 기자실에다 대못을 때려박는 것으로 임기 말을 채웠다. 남을 비판하는 데는 능했지만 남의 비판 앞에서는 너무도 서툴렀다. 싸우러 들어간 것은 아니었겠으나 그가 들어간 뒤로 청와대 안과 밖은 너무나 많이 싸웠다. 교수신문이 사자성어로 축약한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 상화하택(上火下澤), 밀운불우(密雲不雨)의 피폐한 4년을 보내고 그 끝자락에 선 지금 민심은 많이 지쳤다. ‘이명박 대세론’의 1등 공신이 노 대통령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유효하다.BBK의혹에 위장전입, 도곡동 땅 투기 의혹 등 숱한 논란이 그를 찌르고 때렸지만 그는 버텨냈다.‘삽질경제’든 ‘천민자본주의’든 노무현에게서 벗어날 출구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바닥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정서는 절박하고 완강했다. 탈(脫)노무현 열망은 이번 대선의 특질도 바꿔 버렸다. 이념, 지역, 세대에 따른 전통적 대립구도를 무너뜨렸다. 여론조사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더이상 범여권의 지지기반이 아님을 말해준다.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이었던 40대조차 등을 돌렸다. 진보진영과 호남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념과 지역의 대결구도도 흐트러졌다. 적어도 우리 정치에서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었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 견제의 성격을 지니는 국회의원 선거와는 색깔을 달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만은 현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의 특성을 보여준다. 누가 좋아서라기보다 누가 싫어서, 차악(次惡)을 택하는 표심이 적지 않다. 여기에 차기 정부의 취약성이 들어있다. 이명박 후보가 과반득표를 목표로 한다지만, 그리고 설령 이를 이룬다 해도 그 표심은 언제든 떠날 채비가 돼 있다. 더욱이 BBK특검의 칼날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지지기반을 싹둑싹둑 잘라낼 수 있다. 내년 2월 취임 직전 나올 특검 수사결과에서 그의 연루 혐의가 인정되고, 기소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취임을 해도 법적으론 대통령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기소대상자인,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대통령의 정통성을 둘러싸고 정국이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취약하기로는 이회창, 정동영 후보도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를 감안할 때 막판 대역전에 성공하더라도 이들은 40%를 밑도는 득표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을 70%로 쳐도, 전체 유권자의 28%에도 못 미치는 지분만 확보하게 될 뿐이다. 그 어떤 패자도 승자를 인정하기 힘든 구도가 이미 짜여져 있는 셈이다. 허니문이 없는 대선이 될 것이다. 지독한 대선보다 더 지독할 총선이 내년 4월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재기를 위해 패자들은 몸부림칠 것이다. 엄청난 위세로 당선자와 집권세력을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그 혼돈의 정국에서 새 정부는 4월 총선을 넘기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한 표의 무게가 남다른 때다. 누구를 뽑느냐를 넘어 대선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승자에게 별 의미 없이 얹어질 표가 아니고, 패한 사람에게 쓸모없이 내던져질 표가 아니다. 대선 이후 정치지형을 결정할 표다. 사표(死票)는 없다.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참여정부는 임기 말인 올해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사업과 정책 등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냈다. 이에 각 부처는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한 해 각 부처가 추진한 각종 사업을 되짚어보고 차기 정부에서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의 올 한 해 성과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점도 있지만 내실이 있다고 하기에는 수요자를 설득시키기 어렵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아쉽고 답답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2월7일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5대 전략 목표를 세웠다.25개 성과목표에 103개 세부 추진 과제(111개 주요 정책 과제)를 선정했다.1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는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총리 집무실 한편에는 ‘월별 정책추진 상황판’이 걸려 있다. 매월 세부 추진 과제별 성과를 점수로 표시한다. 교육부는 올 10월까지 ‘우수’ 23개,‘보통’ 66개,‘보완 필요’ 22개로 집계했다. 최근 엄청난 논란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수능 9등급제 방식으로 따지자면 중간 수준인 4∼5등급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성과를 자평하는 부분은 인적자원개발 영역이다. 인적자원혁신본부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안전망 구축도 내세울만한 성과로 꼽힌다. 만 3∼5세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의 100% 수준으로 확대했다. 인가받은 대안학교를 늘리고, 대학생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확대했다. 특수교육진흥법을 대폭 손질, 장애인 영아(0∼2세) 무상교육과 유치원(3세 이상)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돋보였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이뤄낸 것만큼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교육복지 정책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정책은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8학년도 대입 제도. 지난 2003년 제도를 마련할 때 찬반론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제도의 운용. 올해 새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4년 동안 교육부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대입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제는 올해 시범 운영이 임박해서야 대학들을 채근했다.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내신 실질반영률 문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해 결국 대학들과 깊은 갈등의 골만 남겼다. 소신 없는 교육부의 태도도 문제다. 특수목적고 정책만 해도 처음에는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슬그머니 차기 정부로 결정을 미뤄 혼란을 키웠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교육연구소 이인규 소장은 “교육부가 주요 정책에 대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시적인 처방에 급급한 게 문제”라면서 “공부처럼 교육 정책도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이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다른 곳의 눈치를 살피면서 따라가는 정책을 펴다 보니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법무부 법무부의 올 한해 성적표는 ‘보통’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엄정한 법집행, 서민 권익보호, 범죄방지, 법무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뒤 법률 제정으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지만 세부 집행에서의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행 법률과 규칙도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법무부가 2월 발표한 ‘2007년 업무계획 및 중점 추진과제’를 분석한 결과다.17대 대선과 맞물려 엄정한 법집행이 강조됐다.UCC 등을 이용한 신종 선거사범에 대처하기 위한 ‘사이버선거범죄 대책본부’가 발족했고, 전체 선거사범 단속 건수도 16대 대선(72건)에 비해 3배(307건) 가량 늘었다. 하지만 ‘BBK사건’과 ‘삼성 떡값검사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는 오해를 받고 있다. 거액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 움직임은 지난 9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와 10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의 국무회의 통과로 빛을 봤다. 횡령·배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러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법이 ‘추징금’에서 ‘벌금형’으로 바뀌고, 강제노역 처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무부의 올해 미납 추징금은 24조 6652억원이다. 서민권익보호는 이자제한법 부활과 노역장 유치 개선으로 정리된다. 이자제한법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개인의 자금 조달을 위해 폐지됐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사채에 짓눌리는 부작용 탓에 6월 말 재도입됐다. 무등록 대부업자나 개인의 사채를 이용할 때 연 3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무효가 됐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벌금을 못 내는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대신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연말 국정감사에선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택하는 ‘환형유치’가 여전히 증가세이며 노역형 몸값이 3만원에서 1억원까지 사람에 따라 3333배가 차이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법 보험편 개정은 ‘법무서비스 개선’의 차원에서 추진됐다.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 등을 허용하고 생명보험의 보험금 수급권에 대한 압류를 제한했다. 이와 별도로 기업친화적 법제 개선은 김성호 전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월11일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놓고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개편했지만 외국인 관련 정책의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7월 출범한 법조윤리위원회와 변호사법 개정안은 전관(前官) 변호사의 수임 제한 방안과 검사윤리강령 마련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로비스트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로비스트법안’은 계획과 달리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교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올해 목표는 법제정과 법집행으로 작은 것부터 달성됐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행자부 행정자치부는 올 한 해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지역진흥재단·지역홍보센터 설립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따라서 첫 단추를 꿴 것인 만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향식 개발사업인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는 지난 2월 30개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닻을 올렸다. 각 대상지역은 ‘명품 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거나,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각 지역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기 위한 각종 맞춤형 사업이 추진된다. 하지만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주체가 불명확하고, 국민 관심에 비해 추진강도도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예컨대 정부의 지원방식을 기존 ‘나눠먹기’식에서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예산을 하나로 묶는 ‘몰아주기’(정책패키지)식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영훈 살기좋은지역기획팀장은 “건설교통부·문화관광부 등 관련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주민 주도 개발사업인 만큼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또 1년여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8월 한국지역진흥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재단이 내놓은 첫 작품은 전국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관광·문화·특산품·투자 등 지역정보를 한데 모은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지역홍보센터’이다. 지난달 말 개관한 지역홍보센터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잇는 프레스센터에 위치,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홍호 균형발전총괄팀장은 “지방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지자체간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에는 온·오프라인간 연계를 보다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지난달 22∼24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의 성공적 개최도 뒷받침했다. 총회에는 70개국 20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부대행사인 ‘화장실 엑스포’는 경제파급효과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세계화장실협회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주도해서 만든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성호 생활여건개선팀장은 “내년에는 공중화장실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화장실 혁명’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또 화장실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베이징에서 ‘제2차 화장실 엑스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 때묻지 않은 큰딸의 한 표/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때묻지 않은 큰딸의 한 표/육철수 논설위원

    큰딸이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 기저귀 차고 품에서 앙앙 울던 아이가 벌써 어엿한 유권자로 자랐다. 요즘 가만히 살펴 보니, 입시준비로 정신 없는 틈에도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요것조것 챙기는 눈치다. 유권자로서 책임을 느꼈는지, 자질을 갖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럽다. 그래도 ‘제대로 판단할까?’ 하는 노파심에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아이의 정치 체험이라곤 학교에서 배운 정치제도와 체제, 역사 같은 게 전부일 텐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정치를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계기수업’을 할 겸, 얘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와 정책을 판단하며, 지지성향은 어떤지 알아볼 요량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슬쩍 떠보았다. 특정 후보의 TV연설을 틀어놓거나, 합동토론회를 함께 보면서 개별 후보들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한참 침묵을 지키던 아이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왜 자꾸 그런 걸 물어?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 찍으라고 설득하려 들지마.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국민한테 자부심을 주는 후보 찍을 거야.” 그러면서 자기 표는 ‘깨끗한 표’라고 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햐! 요놈 봐라. 햇병아리 유권자라고 얕봤는데, 이거 간단찮네!’ 한데, 깨끗한 표라? 투표하는데 때묻은 표가 어디 있으며 깨끗한 표가 어디 있으랴만, 아이가 부모세대의 ‘묻지마 투표’를 탓하는 듯해 내심 찔렸다. 은연 중에도 지역색을 드러내거나 어느 후보를 호평한 것도 아닌데, 아이는 아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선거 얘기를 꺼내면 행여 자기 표에 옴이라도 붙을까봐 철통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곰곰 따져 보니 딸이 깨끗한 표라고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충분했다. 우선 후보들의 구호나 정책에 이해관계가 거의 없다. 국민성공시대? 멋있긴 한데 딸한텐 구름잡는 소리다. 그럼 가족행복은? 나랏일도 벅찬 대통령이 집집마다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겠나. 수능 폐지, 자립형 사립고 100개? 이미 고교를 졸업했으니 무관하다. 사교육비 줄이기? 부모가 뼈빠지게 벌어 공부에 지장없게 해주는데 별 걱정이셔. 청년 일자리 300만개, 여성 친화 일자리 150만개 창출? 취업은 4∼5년 뒤의 일이니 당장은 관심 밖이다. 군복무 단축, 군 가산점, 예비군 폐지? 여자인데 무슨…. 그 다음, 지연? 서울에서 내내 성장했으니 고향 같은 건 애착이 별로다. 학연·혈연은? 후보들과 실낱 같은 연줄도 없다. 그야말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대 급부를 티끌만큼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표다. 후보와 정책에 따라 개인적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아빠의 ‘생존·실리형 표’와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정말이지 큰딸 처지의 유권자들처럼 부담 없이 찍어 주는 표를 받는 후보는 복이 많은 거다. 투표 연령이 만 19세로 낮아지면서 이번 대선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는 60만명이라고 한다.15대와 16대 대선에서 40만∼50만표 차로 당락이 갈렸으니 만만찮은 숫자다. 아무쪼록 후보들의 달변·눈물·기타솜씨·춤실력에 속지 말고, 다들 소중한 주권을 꼭 행사했으면 한다. 그건 그렇고, 애석하게도 내 눈엔 딸아이가 제시한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 줄’ 후보가 잘 띄지 않는다. 만사를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이기심 탓일 게다. 그런데 우리 큰딸은 무슨 재주로 그런 훌륭한 후보를 가려내는지 어디 한 번 지켜 봐야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월드컵공원 스케이트장 15일 개장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겨울철 차량 이용이 적은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평화광장 옆 주차장 부지에 야외 스케이트장을 조성해 15일 개장한다. 서울시 도시공원 안에 스케이트장을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공원 야외스케이트장은 가로 30m, 세로 70m 규모의 스케이트장과 관람석, 휴게소, 물품보관실 등 부대시설(740㎡)을 갖추고 있다. 가로 30m, 세로 50m인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보다 20m 정도 길다. 내년 2월17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와 스케이트 대여료는 2시간에 각각 1000원이다. 단 5세 미만은 입장할 수 없고 65세 이상은 무료다. 스케이트장 이용객에 한해 한 시간에 1800원(10분당 300원)을 받는 주차요금도 1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내년 1월 한 달 동안은 스케이트 교실을 주 2회 무료로 운영한다.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이며 희망자는 오는 19일부터 월드컵공원 홈페이지(worldcuppark.seoul.go.kr)에서 신청해야 한다. 개장 첫날인 15일 오후 6시에는 특설무대에서 비보이팀 ‘익스트림크루’의 공연과 주니어 피겨선수 초청공연, 스케이트 이어달리기 등 개장 특별행사가 펼쳐진다. 개장 당일 오후 5시 이후 입장객은 입장료와 대여료, 주차료 등을 받지 않는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광장] 국민의 선택, 프랑스의 교훈/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민의 선택, 프랑스의 교훈/함혜리 논설위원

    얼마전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파리를 들렀다. 도시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날씨도 똑 같았다. 그런데 뭔가 달라진 게 분명했다. 시장, 공원, 거리를 다녀봤다. 활기가 느껴졌다. 지난 1년 동안 프랑스에서 있었던 변화를 꼽는다면 대통령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가 있을까? ‘그렇다.’는 것을 프랑스는 보여주고 있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지난 5월6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를 선택했다. 전후세대인 그는 정계에 입문하려면 으레 거쳐야 하는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 아니다. 헝가리 이민 2세다. 대통령이 되기엔 키가 너무 작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그를 증오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사르코지는 1차 투표에서 31.2%라는 높은 지지를 받았고, 결선 투표에서는 53.06%를 기록하며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에 낙승했다. 프랑스 사회는 변화가 필요했고, 국민들은 사르코지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르코지는 유세기간 내내 “프랑스는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일하고, 더 벌자.”고 외쳤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걱정거리는 높은 실업률, 낮은 구매력, 치안부재, 그리고 교육 경쟁력 상실 등이었고 그의 구체적인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투표 이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르코지라는 인물(23%)보다는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47%)에 그를 지지했다. 그는 추진력과 결단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하나 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각료회의에 참가하는 장관 자리를 31개에서 15개로 줄이고, 여성장관을 대거 기용했으며, 야당인 사회당의 거물을 외교장관에 영입하며 작은 정부, 열린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총선에서 UMP가 577석 중 313석이라는 안정적인 의석을 차지한 뒤 고실업·저성장이라는 ‘프랑스병’ 치유를 위한 개혁을 본격화했다. 고질적인 경제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내린 처방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다. 대학의 자율권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교육개혁안도 강행 중이다. 사르코지의 개혁안은 대학생들과 공공부문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지만 그는 타협을 거절했다. 변화를 원했고, 그래서 사르코지를 선택했던 국민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사르코지 정부의 개혁안에 힘을 실어줬다. 파업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파업에 관대한 국민들이었지만 파업 기간 중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68%가 파업이 부당하다고 답했고,69%는 정부가 노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확실히 프랑스는 달라졌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앞으로 5년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아니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주저앉고 마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기다. 국가의 먼 장래를 바라볼 줄 아는 통찰력을 지닌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강력한 추진력은 필수다. 정치권, 재벌기업, 공무원 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하게 개혁을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 17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누가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킬 인물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전능(全能)한 후보들의 대선/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능(全能)한 후보들의 대선/구본영 논설위원

    중세 유럽의 수사 안셀무스는 신의 존재를 논증해 유명해졌다. 그는 신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완전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것이 완전하다면 그 완전함 속에는 존재한다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는 논법을 폈다. 즉, 신이 ‘전능(全能)한’ 존재라면 존재할 수 있는 능력도 당연히 있을 것이므로 결국 신은 존재한다는 논리다. 그의 논법은 수많은 반론에 직면했다. 완벽한 섬을 상상할 순 있지만, 상상만으로 그런 섬이 실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그 하나다. 그러나 정작 안셀무스는 “나는 알기 위해 믿는다.”며 개의치 않았다. 신의 존재를 무조건 믿는다는 신앙 고백이었다. 대선전이 무르익으면서 온갖 달콤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들이 ‘전능한 존재’인 양 온통 유권자들에게 줄 선물 보따리만 경쟁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얼마전 26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을 단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집권후 청와대서 매년 기로연(경로잔치)을 열고 2011년 입시제도 전면 폐지를 약속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5년 이내에 모든 이산가족이 상봉토록 하겠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이에 뒤질세라 ‘반의 반값 아파트’ 공급계획을 밝혔다. 유권자가 솔깃해 할 ‘고마운’ 공약들이다. 그러나 그런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게 문제다.2차 대전 당시 영국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했던 처칠 총리와 같은 후보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가련한 유권자들에게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는 전능한 후보들만 넘쳐나는 형국이다. 사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외환위기 등으로 불가피하게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의 신용기록을 삭제하고 재활 기회를 주겠다는 이 후보의 약속은 당사자들에게는 ‘복음’일 것이다. 그러나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사는 이들과의 형평성도 문제이려니와 금융기관의 손실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 후보 측이 이 세상 어디에도 대입 제도가 없는 선진국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입시 철폐를 내건 것인지 궁금하다. 과거 노인 폄하 발언을 만회하려는 의도인지 모르나, 청와대 경로 이벤트로 노인 문제가 해결될 턱이 있겠는가. 이회창 후보가 모든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겠다지만, 무슨 수로 김정일 위원장을 움직이겠다는 건지 의아스럽다. 우리 측이 북측에 온갖 당근을 쥐어주고, 금강산에 상설 면회소까지 설치해도 북한이 상시 면회에 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알기나 하는 건지. 문 후보의 ‘반의 반값 아파트’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참여정부의 ‘반값 아파트’ 실험이 실패로 끝난 지가 엊그제 아닌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 경쟁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절박한 현실 인식이 결여된, 장밋빛 공약은 네거티브 공세 못잖게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독소다. 안셀무스가 믿었던 신처럼 전능한 후보도 없다. 까닭에 “서민의 빈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느니 “(청년들이 군대에 덜 가도록)병력을 감축하겠다.”는 등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데만 급급한 후보를 가장 경계해야 할 듯싶다. 유권자의 수준이 곧 지도자의 수준이라지 않는가. 포퓰리즘의 폐해는 갈채를 보낸 국민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겪을 만큼 겪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이 단장을 마치고 6일 문을 열었다. 스케이트장은 내년 2월10일까지 67일간 운영되며 월∼목요일은 오전 10시∼오후 10시,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11시까지 연장 운영된다. 이용료는 1시간에 1000원으로 장애인과 불우청소년,65세 이상 노인 등은 무료다. 스케이트와 헬멧은 현장에서 대여해준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루체비스타 점등식을 열고 화려한 겨울축제의 개막을 알렸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광장] ‘괴물 부모’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괴물 부모’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일본 후쿠오카 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인 재판. 초등학생 부모가 담임 교사와 후쿠오카시를 상대로 580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 소송이다. 교사의 폭행, 폭언으로 아이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겨났다며 원고측이 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교육 소송으로는 초유의 청구액으로 이목을 끈 사건의 발단은 교사의 가정방문이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학교 생활, 성격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아이의 증조부가 미국인이라고 자랑한다. 며칠 뒤 학교측은 부모들의 항의방문을 받는다. 교사가 “더러운 피가 섞여 있다.”는 폭언과 동시에 체벌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에 대한 따돌림이 극에 달해 ‘너같은 것은 죽어’라고 자살을 암시하는 말까지 듣고는 아이가 PTSD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 전부터 신문, 방송, 주간지에서 일제히 혼혈을 차별하는 ‘살인 교사’라는 보도가 잇달았다. 원고측에 500명의 변호인이 붙었다. 그러나 공판이 진행되면서 원고의 주장은 가짜임이 드러난다. 사건의 단초가 된 미국인 혈통부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교실에서의 체벌, 자살 강요도 원고측이 지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PTSD도 실은 교사를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린 의료진이 원고측 주장만으로 판단해 내린 오진이었다. 교사는 명예를 회복했지만 이미 단죄를 받은 뒤였다.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부모)’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웃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우리도 괴물 부모의 증식이 눈앞에 닥쳤다. 초등학생 학부모가 아이를 차별대우한다며 수업시간에 교사를 때리거나, 중학생 학부모가 아들을 때린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내 보복 폭행한 사건은 얼마 전 일어난 일들이다. 학교에 찾아와 폭언을 일삼고, 교원신분을 약점 잡아 무고하거나 협박하며 사표를 종용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부모들. 학부모의 횡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교사가 감추고 학교도 상급기관의 질책이 두려워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후쿠오카 사건도 진실과는 관계없이 일단 덮고 보자는 학교의 보신주의가 일을 키웠다. 괴물 부모가 설치기 딱 좋은 환경인 셈이다. 오갈 데 없이 몰린 교사들이 찾는 곳은 교육청도, 학교도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고문변호사가 6명이나 있지만 일선 교사의 상담 실적은 없다. 교원단체를 찾아 은밀하게 대책을 호소하는데 그 사례가 폭증 추세다. 한국교총이 집계한 지난해 교권침해 사건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179건이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기 방어를 위해 배상 보험에 드는 교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도쿄 공립교 교사의 3분의1이 괴물 부모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소송비용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다. 괴물 교사와 더불어 괴물 부모도 늘어날 것이다. 한자녀 가구의 증가, 판치는 이기주의, 탈권위 시대에 학교는 더 이상 ‘선생님’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사어(死語)가 된 스승의 수난시대. 일본 정부는 괴물 부모 대처를 변호사, 카운슬러 등 전문가에게 맡기는 ‘외부위탁’을 내년부터 10개 교육위원회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예산의 80%를 나랏돈으로 댄다고 한다. 교육권과 교권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교사에게만 뒷감당을 맡겨서는 좋은 교육이 이뤄질 리 없다. 늦기 전에 교육당국이 대책을 세울 일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서울광장] 노무현과 요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무현과 요시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을 알려면 그가 읽은 책을 보라는 말이 있다. 대연정론은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강원택), 한·미 FTA는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배기찬)…. 정치스타일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주흠)이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드골에 반한 노 대통령은 리더십비서관 직책을 만들어 외교관인 이주흠씨를 기용했다. 리더십비서관 자리는 없어졌고, 이주흠씨는 지금 외교안보연구원장이다. 이 원장이 책을 다시 펴냈다. 제목은 ‘역사속의 리더십’. 드골을 포함해 개성이 강했던 유럽·미국·일본의 지도자를 두루 소개했다. 책 때문은 아니지만, 이 원장을 만났다. 통념을 거부한 선각자라고 드골을 칭송하더니 요시다 시게루 얘기를 꺼냈다. 요시다는 2차대전 직후 8년간 일본 총리를 지낸 이였다. 이 원장은 “근시안의 대중적 여론과 타협하는 대신 길게 본 국익을 좇아 ‘새 일본’을 설계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전쟁을 반기는 바람에 우리에게는 이미지가 별로지만 일본에서는 메이지 공신과 비슷한 반열에 든다. 요시다는 ‘재무장, 대미 자주’를 외치는 우파에게 ‘경무장, 친미, 경제우선’으로 맞섰다.‘비무장, 영세중립’을 내세운 좌파에게는 ‘미·일 동맹이 최선’이라고 맞받았다. 요시다는 드골과 반대로 친미를 선택했으나 추종, 굴종이란 비판에 분개했다.1953년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비난하자 “빠가야로(바보자식)”라고 욕을 내뱉고 말았다. 욕설 사건 이후 좌우파의 협공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났다. 국민지지율 한자릿수라는 처참한 신세였다. 하지만 ‘요시다 노선’은 전후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가 키운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일본을 이끌었다. 이케다 하야토, 사토 에이사쿠, 다나카 가쿠에이 등이 ‘요시다 스쿨’의 대표들이다. 요시다를 향한 국민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고,1967년 그가 사망했을 때 전 일본열도가 슬픔에 잠겼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역사속에서 행복한,‘제2의 요시다’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이 대못질하고 싶어하는 정책 가운데 나중에 선견지명으로 판명나는 게 많아야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하지만 그는 의미있는 후계세력을 만들지 못했다. 야권은 그렇다 치고 범여권 후보까지 일제히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요시다 스쿨’에 비견할 정치후계자 없이 정책이 이어질 수 있을까. 차기 리더십은 노 대통령의 고집이 옳았는지 검증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집권 기간, 노 대통령은 숙고해야 한다. 자신의 뜻을 이어갈 정치지도자들이 왜 전멸하고 있는지. 또 최악의 대선판을 만든 궁극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계속 “나만이 옳다.”며 배타적 자세를 견지하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정책 소신을 근본부터 접고 타협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북 문제를 중심으로 국정전반에서 무리한 대못질은 이쯤에서 중단하라는 얘기다. 그대신 차기 리더십이 ‘노무현 정책’을 뿌리째 뽑지 않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범여권 후보를 위해서 스스로 엎드려 주는 게 낫다. 엉뚱한 선거개입으로 야권 후보와도 척질 이유가 없다. 훗날 “노무현 대통령, 언행은 거칠었지만 정책 방향은 괜찮았어.”라는 말이 나올 싹조차 자르지 말기를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울광장] BBK의 본질은 주가조작이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BBK의 본질은 주가조작이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법조인 A B C와 기자 D가 마주 앉았다. 때가 때이니만큼 화제는 자연스레 대통령선거의 최대 변수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으로 모아졌다. A=BBK 파고는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듯싶네요.‘이명박씨가 김경준에게 BBK 주식 61만주를 49억 9999만 5000원에 팔았다.’는 이면 계약서 ‘원본’이 진본으로 확인되면,BBK 주식은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공언이 거짓말이 되지요. 김경준의 어머니가 가져왔다는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 후보 것인지는 검찰이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BBK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였다는 김경준과 에리카 김의 주장에 대해 52.7%가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고 응답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임채진 검찰’도 삼성 ‘떡값’ 수수 의혹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는 데에 최선을 다하지 않겠어요? B=난마처럼 얽혀 있기는 하지만 BBK 사건의 본질은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BBK 회사돈 횡령에 이 후보가 가담했는지 여부예요. 다른 쟁점과 논란은 곁가지예요. 이를테면 이 후보가 BBK 주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법적으론 결격 사유가 안 된다는 거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돈 가지고 내 사업을 했는데 무슨 죄가 되느냐는 거지요. 물론 BBK 주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 배신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지요. 하지만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하지만 않았다면 이 후보를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건의 흐름을 보면 이 후보가 주가조작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김경준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잡아뗀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C=검찰의 촉박한 일정과 수사 단계도 살펴봐야 할 거예요. 한나라당은 김경준이 제시한 이면계약서의 도장이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닌 막도장이고, 김경준이 이 후보가 맡긴 것을 멋대로 찍은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 후보가 BBK의 소유주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검찰은 계약서가 진본으로 확인되더라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 후보가 BBK 주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 계좌에 49억 9999만 5000원이 입금된 것에 대해서도 BBK가 아니라 LKe뱅크 주식을 판 대금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BBK 계약서는 1년이나 지난 뒤에 작성된 LKe뱅크 주식 거래계약서를 토대로 김경준이 위조한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이 후보가 BBK의 소유주였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수사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후보가 김경준이 나도 모르게 주가조작을 했다고 주장하면,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김경준은 2000년 12월부터 1년동안 주가를 조작했는데 이 후보는 4개월만에 김경준과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D=계약서의 진본 여부는 이번주 중에 확인한다 하더라도 이 후보를 주가조작으로 기소하려면 김경준의 구속만기일인 다음주 중반(12월5일)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이네요. 그런데 이 후보가 정말 주가조작에 가담했을까요? 그리고 이후보의 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는데,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당시 다스의 진짜 주인이 이 후보로 밝혀지면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요?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서울광장] 4대 개혁에 시효는 없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4대 개혁에 시효는 없다/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21일 외환위기 10주년을 앞두고 민간·관변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10년을 결산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줄을 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過)보다 공(功)치사식의 홍보 자료가 쏟아졌다. 대선 20여일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냐, 되찾은 10년이냐’를 놓고 한치 양보없는 설전이 거듭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國亂)이라는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 모든 부문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대우 한보 진로 해태 등 30대 대기업 중 17개가 줄줄이 도산하면서 산업화시대가 탄생시킨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날려버렸다. 금융기관의 43.6%가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으면서 간판을 내렸다.1998년 초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인 정리해고 법제화에 상관없이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 실직이 일상화됐다. 실업대란에 이어 ‘이태백’‘사오정’‘오륙도’라는 고용불안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잇달아 생겨난 것도 이때다. IMF 관리체제로 경영투명성과 건전성을 강요당한 정부와 기업은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시장에 내놓기에 급급했다. 매월 1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쏟아지면서 ‘실업자 200만’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드리웠다. 그 결과, 우리는 질적·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심화, 고용없는 성장, 비정규직 양산, 국가채무 급증, 제조업 해외이탈 가속화 등 부정적인 유산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은 외환위기 직전 6%대에서 4%대로 급락했다. 기업의 투자 기피와 공장 해외 이전이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저성장-고용 감소-소비 위축-투자 기피라는 악순환의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은 이를 놓고 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은 개발독재시대가 낳은 부작용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되찾은 10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잃어버린 10년’에 동조하는 듯하다. 어떤 경제학자의 표현처럼 어제까지 100점을 받던 아이가 80점을 받고선 반평균보다 높다고 우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선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7% 성장이니, 매년 일자리 50만개 창출이니, 규제 혁파니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이념까지 덧칠돼 정책에 담긴 진정성마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했다가는 ‘촛불’ 분위기에 휩싸여 한표를 덜렁 찍었다가 애꿎은 손가락만 원망하는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환위기 당시 추진하다가 중도포기한 4대 개혁, 공공·금융·기업·노동부문의 개혁 고삐를 다시 다잡아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은 그동안 몸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졌다. 금융기관들은 낚싯바늘에 입 찢긴 물고기처럼 10년 전의 악몽을 까맣게 잊고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혈세 수십조원을 삼킨 기업들은 여전히 비자금 만들기, 뇌물 매수, 황제 경영 등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4대 부문을 그대로 두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유권자를 향한 사기다.4대 부문의 개혁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 도달 이후에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