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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자회담 이은 양자회담으로 정국 풀어라

    러시아와 베트남을 방문하고 어제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으로 비롯된 파행 정국을 풀 열쇠를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한길 대표가 서울광장에 나앉은 지 오늘로 42일째를 맞은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안에서도 박 대통령이 김 대표와 만나는 것만이 얽힌 정국의 실타래를 풀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담 얘기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다만 회담 형식과 의제가 걸림돌이었고, 이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과 여야의 대표·원내대표가 함께 모여 민생 현안 전반을 논의할 것을 제의했고,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 회담을 통해 국정원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출국하기 직전에는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 회담에 이어 5자 회담을 여는 방안을 김 대표가 수정 제의한 바도 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일개 당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여당 대표를 제쳐두고 야당 대표만 따로 만나는 것은 의회 정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게 청와대의 논리이고, 국정원 문제를 일반 민생 현안과 뒤섞어 논의할 수는 없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이런 양측 주장의 이면에는 박 대통령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한데 엮으려는 민주당의 속셈과 이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깔려 있다. 정치의 목표는 결국 국리민복임을 다시금 환기할 때다. 그 어떤 명분이나 논리를 앞세운 정쟁도 이 가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제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며 야당이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나 대통령이 형식 논리에 얽매여 야당과의 대화에 인색한 것은 정치의 바른 모습이 아니다. 형식과 의제에 구애받지 말고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만나야 한다. 5자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이 이번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민생 현안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자리를 옮겨 국정원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모종의 합의에 구애받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이견은 추후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접점을 모색하는 게 순리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서울광장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고, 여권은 국회의 문을 더 활짝 열어놓는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서울광장] ‘택시팔자’ ‘버스팔자’/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택시팔자’ ‘버스팔자’/정기홍 논설위원

    싱거운 얘기같지만 법인택시와 버스가 접촉사고를 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쌍방의 과실이니 쉽게 끝날 수 있다. 양측은 ‘도로의 선수’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피해 승객의 보험 처리가 골칫거리로 다가선다. 버스기사들은 접촉사고 때 개인이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보험금 지급이 회사에 부담을 주고, 심하면 퇴사까지 각오해야 한다. 월급제인 버스기사의 처우는 나쁘지 않다. 택시도 비슷한 입장일 게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복잡한 이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심야버스가 ‘시민의 여론’을 가득 싣고서 곧 운행에 들어간다. 지난 4월 시작한 시범운행이 야밤에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확대됐다. 심야 손님이 많은 9개 노선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서민들을 실어나를 것이다. 이 초가을에 와닿는 바람의 촉감처럼 정책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심야버스는 서울시 교통정책의 한 가닥일 뿐이다. 택시와 버스, 지하철은 실타래같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 곁가지도 많다. 심야버스 확대책을 발표한 날 택시기사들은 면허증 거래 제한 등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중교통 정책은 이처럼 ‘풍선효과’가 작동한다. 승객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에서 내놓은 교통정책의 면면을 보면 당근책만 보인다. 업체에 대한 뺄셈보다 덧셈이 많아 근본적 해결책으론 미흡한 느낌이다. 교통정책의 잘못된 퍼즐을 풀어 줄 첫번째 해답은 구조조정이다. 서울 법인택시의 경우 250여개의 업체가 있지만 그동안 부도 난 사례는 거의 없다. 평균 80대의 택시를 소유하지만 영세업체도 많다. 서울시가 택시업체의 경영상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회사 규모가 적정선을 유지해야 브랜드 택시든 질 좋은 서비스든 나오게 되는 것 아닌가. 개인택시 면허증 전매제도 뜨거운 감자다. 이 제도는 10년 무사고 모범기사에게 면허증을 줘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총 7만 2000대 가운데 개인택시는 5만여대가 있다. 대수를 줄이자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보상금으로 대당 1300만원이 제시되면서 기사들의 심사가 틀어져 있다. 대당 프리미엄만도 7000만원 정도가 붙어 있다. 하지만 시세대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일반가게도 경기가 안 좋으면 권리금을 그 시세만큼 받는다. 개인택시 3부제도 단계적 해제가 필요하다. 최근 야간택시제를 도입한 것은 맞춤형 택시 수요에 대응한 제도로 긍정적이다. 서울시가 이를 도입한 의도는 점차적으로 택시 3부제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차제에 개인택시 업계에서 주장하는 ‘12시간 주·야간제’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본다. 업계에선 제도가 도입되면 야간에 1만 5000대, 주간엔 5000대의 택시가 더 투입돼 택시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향적으로 검토해 봄직하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논란이 된 경전철 건설을 발표할 때,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 시민의 발은 도시철도가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택시업계의 전도가 암담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지하철과 경전철이 더 생기면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버스보다 택시에 더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는 택시업계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를 가리키고 있다. 살 길은 고객 서비스 향상뿐이다. 스스로 안 되면 시민이 나서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면 자격 박탈 등 엄한 벌점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요즘 같은 1인 스마트폰 시대에 사례 수집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야버스 운행은 오랜만에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통정책에서 합집합은 없다. 교집합과 부분집합으로 그 답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통행정이 나아져야 행복하게 운전하고, 고객은 안심하게 탈 수 있다. 지금 서울시 교통정책은 ‘맞는 일을 하는 것’보다 ‘맞는 방향으로 하는 게’ 더 옳을 듯싶다. 고객인 시민을 마다한 채 업계의 눈치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hong@seoul.co.kr
  • [사설] 민생이든 국정원 개혁이든 국회서 논하라

    그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국회가 다시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2일부터 회기가 시작됐건만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해 속절없이 금쪽같은 날들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한달 넘게 서울광장에 진을 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에 당부한다. 이제 그만 짐을 꾸려 국회로 돌아가기 바란다. 민주당이 있어야 할 곳은 여의도 국회이지 서울광장이 아니다. 더 이상 거리를 헤맬 명분이 없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대로 밝히고 강도 높은 개혁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미 사법부의 몫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지난달 대선 개입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논란 끝에 국정조사 청문회를 열었건만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무기력이었다. 새누리당의 노골적인 국정원 비호를 탓하기 전에 대선 개입의 실체를 파헤치기엔 그들이 가진 칼이 너무나 무뎠다. 일방적 의혹만 열거했을 뿐 실체를 밝히지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나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 또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 개혁 역시 국회에서 법안으로 매듭지을 일이다. 국회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든 멱살을 잡든 여당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민주당은 지금 투쟁을 말하고 있으나 다수 국민에겐 태업으로 비친다.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갈 순 없다는 논리는 지금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게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를 팽개치고 무슨 소득을 말하는가. 국회 공전으로 인해 국민들이 입고 있는 손실을 따지는 게 공당의 자세다. 박 대통령이 순방외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몸소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스스로를 피동적 주체로 만드는 꼴이다. 국정원 개혁만 국정 현안이 아니다. 아니, 국정원 개혁 못지않게 중차대한 현안들이 가득하다. 정부의 미덥지 않은 전·월세 대책이 그렇고,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에 따른 수산물 안전 문제도 그렇고, 무엇보다 바닥을 기고 있는 경제를 되살릴 대책들도 간절하다. 정부와 여당에만 맡길 일들이 아니다. 야당의 생산적인 대안이 절실한 사안들이다. 과연 민주당이 지금 이런 민생 현안들에 대해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는지 국민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 후 20% 선에 묶인 당 지지율이 뭘 뜻하는지,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새누리당은 왜 40%를 훌쩍 웃도는 지지를 얻는지 민주당은 따져보기 바란다. 결국 민생이 답일 것이다. 이석기 파동으로 온 나라가 흉흉하다. 정치권이 중심을 잡고 국민 불안을 덜어줘야 할 때다. 김한길 대표는 더 이상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지 말고 회군(回軍)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모처럼 다수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 [‘내란 음모’ 이석기 구속] 여야, 정기국회 일정 협의… 신경전 재개 최경환, 김한길 천막당사 한밤 깜짝 방문

    전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서 한목소리를 냈던 여야가 5일 의사일정 협의를 놓고 신경전을 재개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에 들어가자며 민주당을 압박했지만,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개혁 불씨 살리기가 먼저”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여야 대치 정국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울시청 앞 민주당 천막당사를 예고없이 찾아 김한길 대표와 정국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에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최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의장으로부터 운영위원장 앞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조속히 합의하라는 공문 요청이 있었다”면서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법에는 의장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정할 수 있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부터 바로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상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의 의사일정 협의는 오리무중이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아직 구체적인 협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면서 중요 현안별로 필요할 때만 상임위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는 11일부터 추석 연휴 사이를 대화의 적기로 보고 있다. 이날 밤 30분가량 김 대표와 만난 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대화의 물꼬를 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이런 상황이 오래가서는 좋지 않다.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 달라. 지금 정국이 엄중한데 이 상황을 제대로 풀자”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 불씨 살리기도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고위정책회의를 열고 당 내 ‘국정원법 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개혁추진위를 통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발의했던 국정원 개혁 법안을 가다듬고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27일부터 노숙 투쟁에 들어간 김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장외 투쟁의 성과를 강조하는 강경파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비운 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당 안팎의 인사들을 잇달아 면담하며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달빛 아래 한옥마을 걷다 보면 가을이…

    서울 중구는 오는 7~8일 ‘서울의 중심 중구-한류, 패션, 관광의 중심 메카로!’를 주제로 제11회 서울국제걷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구가 후원하고 한국체육진흥회, 한국걷기연맹이 주최한다. 구 관계자는 “2011년 3975명, 지난해 5652명이 참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모두 남산골 한옥마을을 출발해 되돌아오는 코스다. 첫날 오후 6시에 열리는 8㎞ ‘달빛걷기 코스’는 옛 안기부~국립극장~남산타워~남산도서관~안중근의사기념관을 지나 남산 북측순환로를 돈다. 남산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는 25㎞는 숭례문~청계천~동대문시장~뚝섬 서울숲과 남산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40분에 출발하는 10㎞는 숭례문~청계천~동대문시장~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동국대 정문~남산 산책로를 거친다. 50분에 출발하는 5㎞ 코스는 남산 북측순환로~힐튼호텔~시청 앞 서울광장~명보극장 사거리를 거친다. 완주자에겐 한국걷기연맹에서 완보증을 준다. 참가 신청은 대회 홈페이지(www.walking.or.kr)나 현장에서 할 수 있다. 참가비는 1만원(고교생 이하는 무료)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여도 야도 “당론, 당론”… 처리 지연땐 ‘역풍’ 판단 일사천리 통과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여도 야도 “당론, 당론”… 처리 지연땐 ‘역풍’ 판단 일사천리 통과

    여야는 4일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손발을 맞췄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찬성에 이견이 없었고, 민주당은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정의당도 찬성 당론을 정했다. 이날 여야 합의로 열린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본회의장 입구에서는 국회 관계자가 입장하는 의원들의 가방을 검색하는 등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본회의에 앞서 김미희 진보당 의원이 마이크 없이 발언하려고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나가! 끌어내!”라며 저지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신상발언 내용을 메모한 종이를 꺼내 살펴봤다. 표결에 앞서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 도중에도 의원들 간 신경전이 있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이 의원을 감옥에 보내라”고 발언하자 뒤이어 연단에 오른 오병윤 진보당 의원은 “하 의원, 예의가 없으시네요”라고 맞받아치며 발언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오 의원이 “광주에서 빨갱이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하자,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광주 시민 끌어들이지 마!”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표결에서는 특히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사령탑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1시간 이내에 본회의장에 올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소속 의원 153명 가운데 구속 중인 정두언 의원과 모친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을 제외한 151명이 참석했다. 사실상 소속 의원 전원이 투표에 참석한 셈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당내에서 본회의 찬성 분위기를 조성하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원만하게 이끌었다. 양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본회의에 앞서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개최 여부를 놓고 ‘핑퐁게임’을 계속했지만 체포동의안 처리가 늦어지면 여야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당론임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역시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을 통해 당론으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할 것을 확정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개혁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별개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개혁 결의대회를 여는 등 대여 투쟁 강도를 높였다. 진보당에서 분당한 정의당도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당론을 모았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유지할 것인지 말지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체포동의안을 찬성키로 한 것”이라고 명분을 달리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리더십 갈등과 해소, ‘마지막 4중주’의 경우/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리더십 갈등과 해소, ‘마지막 4중주’의 경우/서동철 논설위원

    서양 클래식 음악은 베토벤과 슈베르트에서 시작해 베토벤과 슈베르트에서 끝난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베토벤의 ‘운명’이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같은 것들이 워낙 불후의 명곡이어서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가 했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저런 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봤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갈수록 신기하게도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음악을 더욱 즐기게 된다. 물론 지금도 ‘운명’이나 ‘미완성’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볼륨을 한껏 높인다. 하지만 다시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찾는 이유는, 겉보기에는 조촐하지만 내용은 결코 조촐하지 않은 만년의 작품 몇 개 때문인 것 같다. 흔히 후기(late)라는 수식어가 붙는 베토벤의 현악4중주와 피아노 소나타 몇 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31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만년’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슈베르트가 죽기 직전 남긴 피아노 소나타 몇 개가 또한 그렇다. 며칠 전 ‘마지막 4중주’라는 미국 영화를 봤다. 벌써부터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미적거리다 극장에서 곧 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서야 찾아간 것이다. ‘마지막 4중주’는 이를 국내로 들여오며 다듬어 붙인 제목으로, 원제가 ‘A late quartet’이니 느낌은 조금 달랐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마지막 4중주가 아니라 특정 작품 한 곡을 부각시킨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후기 작품인 현악4중주곡 14번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진 직후의 느낌은 한마디로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곡이 주는 즐거움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겠다고 온갖 이야기를 꾸며댔군!’이었다. 짐작한 대로, 메가폰을 잡은 야론 질버맨 감독이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극중 연주 단체의 이름을 ‘푸가 현악4중주단’(The fugue string quartet)으로 지은 것도 이 곡의 1악장이 오래된 음악 구조의 한 형태인 푸가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관람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한없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는데, 스피커에서는 여전히 현악4중주 14번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클래식 음악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왜 서양음악이 베토벤에서 시작하고 끝난다고 하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질버맨 감독이 처음부터 의도했을지도 모를 ‘세뇌’의 결과이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4중주단 멤버 중 세 사람의 스승이기도 한 노장 첼리스트가 파킨슨병에 걸리는 바람에 은퇴 연주회를 갖고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새출발한다는 것이니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파국이 불가피해 보이는 몇 개의 갈등 구조를 만들어 화해를 상징하는 마지막 연주회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겠다고 의도했던 것 같다. 갈등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데, 누군가 ‘고상한 막장 드라마’라고 이 영화를 평한 것을 보면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관람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대의 갈등은 제2 바이올린 주자의 제1 바이올린 주자에 대한 도전이다. 오랫동안 리더의 영예를 누렸으니, 그 역할을 좀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두 남자의 알력은 음악적 갈등은커녕 인간적 갈등이라고도 할 수 없는 동물적인 갈등이다. 음악가라는 특성을 지워 버리면 현악4중주단은 네 사람에 불과한 소집단이다. 우리들도 예외 없이 이런 작은 사회에서 부대끼고 산다. 푸가 4중주단의 갈등은 해소되지만,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동물적’인 ‘막장’ 갈등이었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갈등 해소의 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푸가 4중주단의 리더가 결국에는 포용력을 발휘했고, 도전자는 리더의 실력을 인정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세상의 모든 리더십 갈등, 역시 이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dcsuh@seoul.co.kr
  • [사설] 여야 ‘이석기 체포 국회’로 끝낼 일 아니다

    여야는 어제 정기국회 개회식이 끝난 직후 본회의를 열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서 접수 사실을 보고받았다. 누가 봐도 국가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모의를 이 의원이 주도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민주당도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막겠다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종북세력과는 선을 긋겠다며 체포동의서 처리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도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지도부가 책임 있게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 의원의 종북 행각만으로도 진보당과 한때 협력 관계였던 자신들의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으로 본다. 한동안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여야가 오랜만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정기국회의 앞날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그 자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회는 아직 지난해 정부의 씀씀이를 점검하는 결산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지경에서 정기국회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의가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장내로 회귀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어정쩡한 원내외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당분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조차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장내로 들어오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을 뿐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접을 수 있는 명분을 주는 데는 인색한 모습이다.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된 각종 정책 과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고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전·월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는 상황이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간다면 조만간 여야 모두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만 챙긴다는 거센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지 않겠는가. 여야는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지 말아야 한다. 이석기 사태에 직면한 민주당의 속내는 짐작할 만하다. 그럴수록 재·보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 국정원 개혁을 입법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천막을 걷어야 한다. 새누리당도 국정 운영의 궁극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이석기 체포 국회’를 넘어 민생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 [사설] 청와대와 야당, 대화 형식·의제 따지지 말라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청와대와 여야의 대화 논의가 도무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가 제때 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음 달 18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까지도 국회가 일손을 놓고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치가 실종되면서 민생의 주름이 깊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외로 뛰쳐나간 민주당과 여권, 즉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주고받는 3각 대화를 지켜보노라면 우스갯소리로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대화’를 떠올리게 된다. 대화로 풀자는 이구동성에도 불구하고, 풀어야 할 대상이나 이를 위한 대화의 틀에 대해서는 한달 가까이 서로 동떨어진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선 때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고, 국정원을 활용한 바도 없다”며 민주당의 공세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생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제의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5자 회담을 민주당에 거듭 주문한 것이다. 이에 어제부터 서울광장 천막에서 밤을 새우는 ‘노숙투쟁’에 들어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과 자신이 먼저 양자회담을 갖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논의한 뒤 5자 회담을 열어 민생을 논의하자고 역제의했다. 양측의 공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본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 회동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자연스레 박 대통령과 연결짓겠다는 복안이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런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말릴 수는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고수하고 있는 5자 회담은 자연스레 민생 현안이 부각되면서 국정원 문제가 희석될 것이고, 따라서 그런 물타기 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일 것이다. 민생 앞에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대화의 형식이나 의제는 얼마든지 절충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통해 국정원 문제를 논의하고, 곧바로 양당 원내대표와 함께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엄연히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이 내려진 뒤에 따질 일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한 건설적 논의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펼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도 민심을 헤아리기 바란다. 최근 실시된 각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은 경제 활성화 등 민생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민주당에 장외투쟁 중단을 주문했다. 국회 안에서 국정원 문제를 푸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 野 ‘先양자 後5자’ 역제의… 靑 무반응·與는 관망

    野 ‘先양자 後5자’ 역제의… 靑 무반응·與는 관망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먼저 양자회담을 한 뒤 민생을 위한 여야 다자회담을 하자며 전날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해 역제안을 했다. 김 대표가 최초로 언급했던 양자회담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3자회담, 청와대 5자회담에서 다시 ‘선(先) 양자회담 후(後) 5자회담’으로 변형된 것이다.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다자회담은 일단 수용했지만 ‘선(先) 양자회담’을 조건부로 내세워 ‘국정원 개혁 논의 없는 민생회담 불가’ ‘5자회담 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이날부터 천막당사에서 숙식을 하는 ‘노숙투쟁’을 선언하며 장외투쟁 강도도 한 단계 올렸다. 김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본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리고, 또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의논한다면 두 회담 모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다음 달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길에 오르기 전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5자 회담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양자, 나아가 3자회담을 통해서는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문제를 책임지는 여야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양자 회담이나 3자 회담에서는 야당이 총력을 기울이는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과 같은 ‘정치공세적 의제’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도 야당의 양자회담 요구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여야의 충분한 토의와 협상, 결론 도출에 부족함이 있는 채로 대통령과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결단의 몫은 어차피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반응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면서 공식 양자 회동 주장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홍문종 사무총장이 민주당의 장외투쟁 현장인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방문해 김 대표를 예방하고,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초정회’ 소속 의원들도 천막당사를 방문하는 등 민주당의 원내 복귀를 촉구하며 압박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민주당이 이미 거절했던 5자 회담을 재차 주장하며 회담 주제를 민생으로 국한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과연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이냐. 야당을 무시한 처사’라며 격앙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3자 회동’ 자리에서 국정원 개혁 문제도 함께 논의하면 되지 않느냐는 ‘절충안’도 나오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는 데다, “국정원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워낙 분명해 이러한 절충안도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서울광장] 변화는 의지가 관건이다/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변화는 의지가 관건이다/박현갑 논설위원

    의지가 관건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의지 유무에 따라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변화는 의지가 행동으로 구체화될 때 생긴다. 실천하지 않는 의지는 꿈일 뿐이다. 방향성도 중요하다. 미래로 인도할 가훈이나 국정운영지표 같은 지도와 나침판이 필요하다. 의지가 잘못 표출되면 그런 가정과 국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상반된 사례가 둘 있다.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한 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한 2205억원의 추징금 중 1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17년째다. 그런데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집과 친·인척 사무실 압수수색에 처남 구속 등 전광석화 같은 검찰 수사 압박에 놀랐는지 추징금을 낼 기미를 보이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예 추징금 230억원을 다 내겠단다. 보통의 국민이라면 수천억원대 추징금을 부과받을 일이 없다. 이보다 적게라도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갚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게다. 전 전 대통령이 최소 7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17년간 굴렸다면 이자 수입만 해도 원금에 버금갈 정도로 쌓였을 터. 그런데 추징금엔 법정이자도 물릴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동생과 사돈을 상대로 맡긴 비자금 350억원과 불어난 이자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다 두 사람이 자기가 낼 추징금을 대신 내는 조건으로 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한다. 이자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는 전직 대통령과 추징금은 형벌이 아니어서 원금 외에 체납에 따른 가산금리 부과 등 후속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정부를 쳐다봐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자괴감만 쌓였다. 이런 불만은 전직 대통령 추징금 환수 촉구로 이어졌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한다. 과거 정부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화답에는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간 악연도 한몫했을 법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선출 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자택은 예방했으나 연희동은 외면했다. 집권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을 듯하다. 결국 전두환 추징법은 사회정의를 바라는 국민 여론과 이를 받아들인 박 대통령의 의지가 빚은 성과물인 셈이다. 추징금 환수조치가 원칙 있는 사회 만들기라는 국민 의지의 실천이라면, 최근 복지정책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혼란은 민심과 동떨어진 지도자의 의지가 가져올 폐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준다는 대선공약을 대폭 축소하면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실현이라는, 지키기 어려운 공약에 매달리고 있다. 증세가 아니라던 세제개편안은 증세안이었다. 게다가 증세 대상은 고소득층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층이었다. 여론 질타에 하루 만에 세제개편 수정안을 내는 국정운영도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중산층 잣대로 증세대상을 삼았다지만 조령모개 행정의 전형 같아 우울할 따름이다. 살림살이가 늘면 쓸 돈도 늘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민은 복지 수혜자이면서 납세자이다. 세금은 피하고 싶고 무상보육과 급식, 무상교육에는 환호한다. 이 같은 이중적 정책환경을 인식하고 복지공약을 줄이든지, 세금을 더 걷든지 합리적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복지위기에 따른 폐해가 먼 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국가부도 위기사태에 처한 그리스에서는 앞치마 대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가정주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실직하면서 버스요금 1.20유로(약 1800원)가 없어 몰래 버스에 탔던 19세 학생이 무임승차 단속원을 피해 달리던 버스에서 뛰어내려 결국 숨지는 사태가 있었다. 국민을 성매매로, 죽음으로 내모는 일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eagleduo@seoul.co.kr
  • [양건 ‘외풍 차단 역부족’ 파장] 靑 선긋고 與 찌르고 野 날세워

    양건 전 감사원장이 26일 ‘외풍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 청와대와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청와대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 정부에서는 양 전 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을 결정했지만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양 전 원장이나 감사원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청와대와 인사 갈등 끝에 물러났다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역시 외풍론보다는 양 전 원장의 자질론에 초점을 맞췄다. 양 전 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이명박계인 조해진 의원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한마디로 엉터리”라면서 “양 전 원장이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소신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권력에 굴신하는 모습을 보여 감사원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근혜계 의원도 “외풍론이라기보다 4대강 감사를 진행하면서 청와대와 빚었던 의견 충돌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권은 양 전 원장 사퇴를 계기로 외풍론의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청와대를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죘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전 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 자체가 헌법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면서 “청와대가 논공행상 인사를 하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고 대국민 사기극인 4대강 공사를 둘러싼 권력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양 원장의 이임사 내용을 거론하며 “양 전 원장이 외풍을 막지 못해 흔들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감사원이 제대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서울광장] 언제부턴가 우린 다시 돌을 들었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언제부턴가 우린 다시 돌을 들었다/진경호 논설위원

    돌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내던져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모두가 나와 돌을 던졌다. 그렇게 1987년 민주화 체제를 만들었다. 돌로 불의(不義)를 깼고, 그 돌을 모아 민주의 초석을 놓았다. 20여년이 흐르고 6명의 최고권력을 내 손으로 뽑아 더는 돌 들 까닭이 없을 듯한 지금, 우리는 돌을 들고 있다. ‘공공의 적’이 사라진 자리에 ‘그들’, 네 편을 세워놓고 연신 돌을 던진다. 엄혹했던 시절의 단일대오는 깨졌고, 오로지 내 편과 네 편이 남았다.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가 아니라 사회의 상태를 뜻한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 옳다면 우리는 여전히 민주화의 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다. 사회는 날로 다원화되고 있으나 모 아니면 도만 있을 뿐 개, 걸, 윷은 없는 우리에게 민주는 아직 기다릴 대상일 뿐 누릴 대상이 아니다.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 ‘직렬 5기통’ 막춤을 신나게 추어대기 시작한 크레용팝 다섯 아이들에게 ‘일베충’ 어쩌고 하며 돌을 던지고, 몇 마디 트위트로 ‘개념 연예인’에 오르면 그 뒤론 하품만 해도 수천, 수만의 ‘닥치고 지지’를 받거나 ‘묻지마 저주’를 받는, 누구나 마녀이고 마녀사냥꾼인 이 땅엔 아직 민주의 날이 오지 않았다. 나와 다름을 포용하는 민주주의를 우린 아직 갖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 그래 맞다. 정치가 문제다. 대권을 차지한 쪽과 잃은 쪽만 있을 뿐, 너도 옳고 너도 옳다고 말할 황희 정승을 갖지 못한 정치가 문제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청문대에 세운 증인에게 “광주 경찰이냐”고 따지고, 맞은편 증인에겐 “당신은 진골TK”라고 일갈하는, 천박하고 악한 편 가르기 정치가 문제다. 그렇게 갈라놓고 그 틈새에 제 둥지를 틀려 드는 싸구려 정치가 정말 문제다. 한데, 한데 정녕 정치만 문제일까. 이런 정치를 부추기는 언론은 어떤가. 새해가 열리면 큼지막한 사설로 사회 통합을 목청 높여 부르짖고는 이튿날부터 툭툭 손 털고 남은 364일을 아무런 가책 없이 편 가르고 쪼개는 데 몰두하는 언론은 정녕 문제가 아닌가. 200여년 전 서구 정당의 당보에서 출발한 태생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우리 신문은 정파지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사회 갈등의 첨병이 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존재가 됐다. 비판이라는 소명을 앞세워 ‘적진’을 매도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내 편의 적의(敵意)를 일깨운다. 진영의 논리만 앞세울 뿐 사회를 하나로 묶으려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5년 전 소고기 촛불시위 때에도, 그 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때에도, 그리고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으로 정국이 후끈 달아온 지금도 언론은 편을 가르느라 동분서주한다. 갈등 속에서 정치와 언론이 먹고살고, 먹고살기 위해 다시 사회를 갈라 놓는다. 언론학자 터크만은 “뉴스란 세상을 향한 창이며, 사람들은 그 창으로 세상을 보고 알게 된다”고 했다. 언론이 어떤 잣대로 세상을 보고 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언론이 세상을 그리고 만든다는 말이다. 아전인수에 침소봉대로 무장한 언론이 박수를 받는 한 우리는 늘 뒤틀리고 갈라진 세상에서 허덕이게 된다. “권위가 사라진 세상에서 평등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자기 의사를 저버리고 오로지 다수의 의견을 추종하게 만들 것”이라고 토크빌은 우려했다. 그래서 결국 다수의 횡포가 민주주의를 전제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어른이 없는 사회다. 심판이 돼야 할 언론마저 공을 차고 있다. 민주주의의 변질, 즉 ‘머릿수가 곧 권력’인 속성으로 인해 저마다 ‘다수’가 되려 두 손에 돌을 쥐고 마주 서는, 왜곡되고 병든 민주주의로 우리가 가고 있다. 대체 지금 누가 이 만인을 향한 만인의 투석전을 말릴 것인가. 언론에 기생하는 정치를 탓하기 전에 언론을 탓하고, 그런 언론이 먹고살 수 있도록 만든 우리를 탓해야 한다. jade@seoul.co.kr
  • 3자 회동 무르익나

    3자 회동 무르익나

    대치 정국의 정상화를 위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 여야 모두 정국 정상화를 위한 3자회담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이른바 회담의 3대 의제의 조율이 문제다. 여야 강경파의 대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책임자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등 3자회담의 3대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 대통령 회담에 조건을 달고 만나는 경우는 없다면서 민주당의 요구조건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물밑 협상 과정에선 민감한 의제들을 상당부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 3자회동에서 유감 표명 정도로 갈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만큼 우선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논의 문제도 절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안을 논의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안에서도 “논란이 된 만큼 이번 기회에 국정원 개혁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반응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의 요구대로 특위를 설치하더라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우선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을 지켜보자”고 했었다. 여기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형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끼지 않아도 된다”고 문을 열어 주면서 청와대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기류가 흘렀다. 정치권에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둔 다음 주쯤 3자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국 정상화는 야당 의원들의 ‘3·15 부정선거’ 등 강경 발언으로 조금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특위 야당 의원들이 이번 사건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자 청와대와 여당은 “대선 불복이냐. 묵과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분간 휴지기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러시아로 출국해 1주일 뒤 돌아온다. 다음 주를 넘기면 정기국회 파행 등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여야 모두 정국 정상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결국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대책과 세제 개편, 경제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하고 민주당도 서울광장 천막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어 민생문제 해결 등을 명분으로 국회로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원칙·신뢰 사라지고 10대 실정만 남겼다”

    민주당은 22일 박근혜 정부 6개월을 ‘사라진 원칙과 신뢰의 6개월’이라며 “불통정부, 무능정부, 무책임정부”라고 비판하고 ‘10대 실정(失政)과 국민기만 10대 공약’을 지목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가정보원 개혁을 주장하며 22일째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투쟁하는 상황을 반영한 대공세다. 김한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반년 동안 박 대통령이 얘기했던 국민행복시대가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원칙과 신뢰의 정치는 지난 6개월 동안 많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오기정치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국기문란과 민주주의 파탄, 인사 파탄, 경제무능과 재정위기를 심화시켰다. 대선공약 폐기 및 뒤집기로 국민을 기만하고 대결적 남북관계를 초래하는 등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실정의 근본원인으로 소통불능을 꼽았다. 10대 실정으로는 ▲권력기관의 국정 농단으로 민주주의 파탄 ▲고집불통 수첩인사·유신인사·지역편중인사 등 인사파탄 ▲경제무능·재정위기 심화 ▲부자감세 철회 거부 ▲중산층·서민·농어민·영세자영업 지갑 털기·한반도 신뢰가 아닌 불안 프로세스 가동 ▲방송의 공공·공익·공정성 훼손 이명박(MB) 정권 답습 ▲비정규직 미화 고용정책·노동 없는 정부 ▲실체 없는 창조경제에 대한 집착·불안한 미래 성장전략 ▲MB 정부의 참극 4대강 사업에 수박 겉핥기식 검증하는 정부 ▲위기의 민생·서민 없는 정부 등을 선정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국회선진화법 취지 살려 예산 들여다볼 때다

    올해 정기국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 개회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해 보인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그제 2차 청문회를 끝으로 국정조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으나 야당인 민주당은 특검수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장외투쟁을 이어갈 태세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정기국회에 앞서 임시국회를 진작 열어 2012년 정부 예산 집행에 대한 결산심사를 벌였어야 했건만 국회는 두 손 놓은 지 오래다. 그렇잖아도 국회 선진화법의 취지대로라면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터에 자칫 결산심사 부실을 넘어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 일정 전반에까지 깊은 주름이 파일 판이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의결은 입법 및 행정부 감시와 더불어 헌법이 정한 국회의 3대 핵심 기능이자 책무다. 이 중 예·결산 심의는 나라 살림과 민생경제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당보다 야당이 더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 사안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는 “결산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이명박 정부 5년의 정책을 종합 평가하는 결산”이라며 강도 높은 결산 심의를 당부했고, 이에 힘 입어 정기국회 개회 시점에 여야가 2011년 결산안을 의결한 바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선거전략의 일환이었겠으나 국정원 댓글 논란을 빌미로 장기태업을 벌이고 있는 지금 민주당의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예·결산 심의는 당리(黨利)에 맞춰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정부가 제출한 결산안을 야당이 석달 가까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박근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제대로 손보기 위해서라도 지난해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 민생 현장에는 전셋값 대란에다 청년 취업난, 그리고 졸속 논란 속 세제 개편안 등 국민 개개인의 일상과 직결된 현안들이 즐비하다. 결산심사를 통해 세입 구조의 효율성을 잘 따져야 생산적 세출안이 나오고. 그래야 민생의 주름을 조금이나마 펼 수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어제 당내 ‘을지로위원회’ 출범 100일을 맞아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건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고 기득권만 집착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건만 한달 가까이 서울광장으로 출퇴근 중인 당 대표 말이라는 점에서 공허하다. 국회로 돌아간다고 해서 국정원 논란이나 이른바 장내외 병행투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생 외면 정당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생각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결산 심의 국회에 임해야 한다.
  • [서울광장] 당신은 눔프족입니까/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당신은 눔프족입니까/안미현 논설위원

    얼마 전 ‘가슴 따뜻한 투캅스’ 사연이 화제가 됐다. 서울시립대 앞을 순찰하던 경찰 두 명은 70대 노점상 할머니가 뻥튀기 과자를 팔고 있는 것을 봤다. “찜통더위에 큰일 난다”며 얼른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경찰들이 뻥튀기를 몽땅 사주자 그제서야 할머니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이 사연에 유난히 눈길이 더 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찰들이 할머니가 쓰러지실까봐 남은 뻥튀기 7봉지를 전부 사들인 데 들어간 돈 때문이었다. 3500원. 땡볕 내리쬐는 오후 내내 3500원을 손에 쥐기 위해 할머니는 경찰의 귀가 권유를 거부했던 것이다. 뻥튀기 원가가 있을 테니 그나마 오롯이 3500원이 손에 떨어지는 것도 아닐 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기초연금 공약이 떠올랐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의 연금을 주겠다는 약속이다. 최상위 부자 몇 퍼센트는 예외로 한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연금은 반드시 줘야 함을 뻥튀기 할머니는 말하고 있다. 설사 한 네티즌의 독설대로 ‘젊은 날 나태함의 말로’라고 하더라도 국가는 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공공복지에 쓰는 돈은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9.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8.2%)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회원국 평균(22.1%)의 절반도 안 된다. 1위인 프랑스(32%)와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그런데 프랑스 국민들은 소득의 평균 26.3%를 세금으로 낸다. 우리나라는 20.2%다. 국제비교가 가능한 2010년 기준으로는 19.3%다. 스웨덴(34.4%), 영국(28.3%) 등 복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나흘 천하로 끝난 세제개편안이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 ‘원동거위’(세금을 거위의 털에 비유한 조원동 경제수석의 별칭) 등의 신조어만 남긴 것은 아니다. 복지에는 돈이 든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돈 1만원도 못 내겠다는데 증세를 수용하겠느냐며 복지공약 수정론부터 덜컥 들고 나오는 것도 성급하지만, 고객이 계산서를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복지는 좋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안 된다’(Not Out Of My Pocket)는 눔프족이 여론조사 때마다 절반 가까이 된다. 앞으로 공론화가 본격 진행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었거나 찍지는 않았어도 복지공약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주머니 열기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그때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얘기도, 구체적으로 얼마나 나간다는 말도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절감하는 진리 아닌가. 정부가 비과세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돈을 마련하겠다는데 왜 자꾸 증세 운운하느냐며 못마땅해할 수도 있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 및 선심성 공약 구조조정, 줄줄 새는 세금과 예산을 막는 것은 당연히 따라야 할 전제조건이다. 정부 말대로 이런 노력만으로 돈줄이 확보되면 오죽 좋겠는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을 탈탈 털어 걷은 돈이 1조 3600억여원이다.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이 눈에 불을 켜고 탈루 소득을 추적할 테니 이보다는 훨씬 더 걷히겠지만 그렇다고 정부 목표치인 27조원이 뚝딱 나오겠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국세청장은 사표를 써야 한다. 지금까지 엄청난 직무 태만을 한 것이니까. 아니할 말로 그렇게 만만하게 털리면 경제 앞에 ‘지하’라는 단어가 왜 붙었겠는가. 그러니 괜한 기대감 붙잡지 말고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국민도 언젠가 대통령이 들이밀 수정 계산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계산서와 현명한 계산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자면 지금부터라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눔프족인가, 아닌가. hyun@seoul.co.kr
  • “출구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는 野

    “출구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는 野

    18일로 18일째를 맞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지난 1일 서울광장에 천막본부를 꾸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없고, 장외투쟁을 접을 ‘명분’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6일 첫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민주당은 남은 기간 동안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 채택 필요성을 강력 촉구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이미 여론의 기대감은 한풀 꺾인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간의 단독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김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이후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역제안했고, 지난 7일 김 대표가 다시 1대1 회담을 요구한 뒤로는 상황 진척이 없다. 게다가 장외투쟁의 동력이 돼야 할 촛불집회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첫 청문회 이후 최대 규모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난 17일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4만명, 경찰 추산 9000여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주최 측 추산 5만명(경찰 추산 1만 6000명)이었던 지난 10일 집회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문재인 의원은 “대선 후보여서 직접 참여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분들의 노력에 부담이 될까 염려했다”는 말로, 집회 불참 이유를 설명한 뒤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진퇴유곡에 처하면서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과 권 대사의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서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제는 정치다/박홍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이제는 정치다/박홍환 정치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은 지난 6월 21일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날 700여명의 대학생과 시민이 밝힌 미미한 촛불은 두 달여 만에 매 주말이면 어김없이 4만~5만명(주최 측 주장)을 광장으로 불러내는 무시 못할 ‘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이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서울광장 한쪽에 천막을 치고, 거리로 나온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다. 촛불집회가 있는 날 무교동 주변 선술집과 식당은 모처럼 대목을 맞는다. 끼리끼리 모여 앉은 집회 참가자들은 즉석 토론을 벌이곤 한다. 어떤 자리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도마 위에 오르고, 또 다른 자리에선 국정원이 안줏거리로 등장한다.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탄하고, 또 다른 사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촛불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은 “어차피 촛불인데 뭐”하며 얼마 남지 않은 촛농이 다 타고 나면 저절로 꺼질 불 정도로 치부한다. 그럴 수도 있다. 아무리 아우성 쳐도 메아리가 없으니 제 풀에 지쳐 촛불을 내동댕이칠 수도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장외투쟁도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지금은 촛불의 위세에 기대 장외투쟁을 하고 있지만 촛불이 사그라지면 천막을 걷고, 패장처럼 제 발로 여의도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는 파행 직전이다. 핵심 인물들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앉을지도 불투명하거니와 설령 그들이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자신들의 사법적 단죄와 직결된 문제에 솔직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알맹이 없는, 한풀이 식 질타와 여야 의원들의 막말이 난무하는 청문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럼 촛불은 더 왕성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장외투쟁도 더 공고해질 터이다. 게다가 이제 입추를 지나면서 한여름을 벗어나고 있다. 외출하는 데 부담 없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는 탈선할 수밖에 없다. 굽은 길에선 적절히 감속하면서 승객들의 쾌적한 여행을 보장해 줘야 할 책무가 기관사에겐 있다. 시간이 지체됐다 해서 무작정 속도를 높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가속 레버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평지에서나 당길 일이지 굽은 길에서 그랬다간 큰 사달이 나고야 만다. 이미 5년 전 대규모 촛불집회 당시 경험했던 일이 아닌가. 그때, 촛불 초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다면 집권 초 가장 중요했던 5개월을 그냥 허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침 개성공단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남북이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 고사 직전의 개성공단을 살려냈다. 우리가 북한을 끝까지 다그치기만 했다면, 북한이 마지막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면 개성공단은 그대로 잡초 무성한 폐허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50~60%에 이른다. 대선 때의 지지율을 상회한다. 열강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낸 게 주효했을 것이다. 이제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 자신에게 맞서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대선 불복 행태가 괘씸하다고, ‘귀태’ 발언이 거슬린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런 것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한 단계 미래로 나아가고, 박 대통령 역시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나설 수 있다. stinger@seoul.co.kr
  • “수정안은 미봉책… 유리지갑 털기” 민주 공세

    민주당은 14일에도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 수정안을 비판했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은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당 안팎에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당이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난이 일자 ‘복지증세론’으로의 방향 전환을 검토했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한 단계적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당분간 복지와 증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증세 우선순위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기 위해 이날 오후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숫자 몇 개만 바꾼 답안지 바꿔치기 수준이다. 졸속 미봉책”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에서 한 부자 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 전문직 고소득자의 탈루율을 0%대로 낮춘다는 각오로 조세 정의를 실현하라”고 수정안을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복지는 증세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유리지갑 털기를 포기하고 부자 감세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배정해 재정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에서 부족한 세수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 보편 증세로 메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단계적 증세론을 폈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법인세에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빼고 실효세율을 보면 2010년 기준 중견기업이 18.6%로 대기업의 17%보다 높다”면서 “재벌과 고소득자 감세 기조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증세’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했다. ‘복지 증세를 위한 정치권 공동선언’과 ‘국회 복지증세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세제 개편 오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전면적 조세 개혁 논의에 착수하자”고 제의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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