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적체 숨통 튼 “세대교체”/법원 대폭인사의 배경
◎고시 13회 전면부상… 검찰과 조화/능력·서열 중시… 활력소 불어넣어
29일 단행된 법원수뇌부의 승진 및 전보인사는 지난88년 7월 19명이 자리를 옮긴 이후 2년6개월만의 인사로 법원 안팎으로부터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사는 특히 김덕주 대법원장(고시 7회)과 안우만 법원행정처장(고시 11회)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법원장들을 승진이나 전보시키는 한편 고시 11,13,14회 고법부장 6명을 지법원장에 승진시킴으로써 인사적체를 해소하는데 큰 물꼬를 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시 6,7회를 비롯,8회의 지법부장 11명이 행정부의 차관급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고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지법원장 승진 및 고법부장 승진인사를 대폭적으로 단행할 수 있었던데는 이보다 앞서 고등법원장급인 허정훈 사법연수원장(고시 9회)과 김윤경 서울고등법원장( 〃 8회)·윤영오 대구고등법원장( 〃 9회)·한재영 대구고등법원장( 〃 8회)·홍성운 서울가정법원장( 〃 11회) 등이 후진들을 위해 용퇴한 것이 큰 거름이 됐다.
이번 인사에 따라 그동안 숱하게 많은 대법관과 법무부장관·검찰총장을 배출해온 고시 8회 시대가 일단 마감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법원과 검찰을 통틀어 고시 8회는 이회창 대법관 등 현직 대법관 4명을 제외하고 김서울고법원장과 한부산고법원장 등 2명만 남아 있다가 모두 물러난 것이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고시 13회 출신이 법원살림을 도맡고 있는 박만호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천경송 광주고법원장·최종영 서울민사지법원장·이영모 서울형사지법원장 등 법원 요직을 모두 차지했다는 점이다.
13회 출신 고법원장과 지법원장은 모두 10명으로 총원 19명 가운데 절반을 넘고 있다.
나머지 법원장을 고시횟수별로 보면 10회의 황도연 사법연수원장·장상재 부산고법원장·11회의 임규운 서울고법원장·이원배 광주지법원장·12회의 김재철 대구고법원장·심의섭 수원지법원장·윤상목 대전지법원장·이민수 대구지법원장·14회의 김성일 제주지법원장 등이다. 따라서 이번 법원인사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고시 13회가전면에 부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게 일반론이다.
검찰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동기생으로는 정구영 검찰총장을 비롯 허은도 법무연수원장·서정신 대검차장·김동철 부산고검장·조성욱 광주고검장 등 4명이 있다.
법원의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 주변에서는 『김대법원장이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물러난 고법원장보다 후배인 11회의 안우만 대법관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이들을 자동적으로 퇴진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법관인사와 관련,『능력과 서열을 중시해 합리적인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해 전임 이일규 대법원장이 치중했던 「서열」보다는 「능력」을 우선할 것임을 암시했었다.
안행정처장도 29일 이번 인사를 의식한 듯 『국회에서 중견법관들의 퇴진에 대해 그 이유를 따지며 물고 늘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부의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는 자연스런 세대교체와 함께 활력소를 불어 넣은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한편지법부장 승진 및 전보인사 등 일반법관에 대한 후속인사도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여 법원은 때아닌 인사철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