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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고등법원ㆍ검찰청 내년 3월 개원...생산유발·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 기대

    수원고등법원ㆍ검찰청 내년 3월 개원...생산유발·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 기대

    우리나라 6번째 고등법원인 수원고등법원과 수원고등검찰청 개원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1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4년 10월 건립을 시작한 수원고법과 이듬해 10월 공사를 시작한 수원고검은 내년 1월 나란히 완공 예정이다. 개원은 3월이다. 수원고법은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고법에 이은 우리나라 6번째 고법이다.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는 고법이 들어서는 최초의 기초 지자체가 되는 것이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은 수원·용인·화성·성남·오산시 등 경기도 19개 시·군을 담당하게 된다. 관할 인구는 820만여 명으로 6개 고등법원 중 서울고법(1900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고법은 지방법원의 상급법원으로 지방·가정법원 합의부 또는 행정 법원 제1심의 판결·결정·명령에 대한 항소·항고 사건을 심판한다. 수원시를 비롯한 경기도 주민들은 고법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동차로 1~2시간가량 걸리는 서울고법(서울 서초동)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개원하면 고법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때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역 법률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중심 사법권이 경기도로 분산되면서 경기도 위상이 올라가고, 법률서비스 수준이 높아져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들어서는 영통구 하동 일원은 ‘법조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 설치에 따른 생산·고용 유발 효과 등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고등법원 설치의 타당성 및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생산유발 효과는 단기(3년) 1302억 7700만 원, 중기(5년) 4038억 5900만 원, 장기(10년) 1조 1203억 8200만 원에 이른다. 고용유발 효과는 단기 1454명, 중기 2404명, 장기 5064명으로 예측했다. 수원시는 이들 기관을 이용할 시민을 지원하는 민·관 합동지원위원회와 수원시행정지원단을 구성해 8월부터 내년 4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고등원, 고검 개원이 우리 시에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는 무척 크다”면서 “개원에 따른 광교 지역 교통량 증가, 주차난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적절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법안 발의 준비 중인 박주민 의원 “공정 재판 위해 독립 재판부 필요” 피해자 재심사유 특례 적용 등 논의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가운데,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맡을 독립된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의혹 해결 과정의 형식과 내용이 모두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열고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구성과 ‘재판 거래’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별재판부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별재판부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당시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고등법원 이상 법관·변호사 6명, 시민사회 인사 5명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 법관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특별재판부를 운영한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도 법원 내의 반발로 공정한 재판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의원과 서울변회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와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2시간 30분여 만에 대법관들이 이에 반발하는 내용의 입장 자료를 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박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법원 내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사법부가 재판을 맡으면 ‘셀프 재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사건 관련 영장담당 판사와 재판부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법안은 먼저 대한변호사협회와 사법농단 재판을 관할할 서울중앙지법(1심)·서울고법(2심) 판사회의, 시민사회(비법조인)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인사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또 이 위원회가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검증·체포 등의 영장 심사를 맡는 특별영장전담법관 1명과 기소 이후 재판을 담당하는 특별재판부 판사 3명을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고 재판 상황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게 했다. 특별재판부 도입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법원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서다. 대법원은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법관 인사 자료와 주요 혐의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메신저·이메일 사용 기록, 관용 차량 일지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자료 제출 거부 이유로 법관들의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임의 제출할 경우 증거 능력이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한 데 이어, 지난 27일 청구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재판 거래’ 등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재심 사유에 관한 특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접수 5년 만이다. 대법원은 여운택(95)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하는 일반 상고심과 다르게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여해 심리하는 재판을 전원합의체라고 한다.고령의 원고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21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41~1943년 구 일본제철 측에 회유 당해 일본에 갔지만, 오사카 등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났고,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여씨 등은 다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 판결은 한국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에 소송을 낸 적 없는 원고들에 대해서도 1·2심은 “구 일본제철에서 입은 피해를 법인격이 다른 신일본제철에 청구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고심 판단은 달랐다. 김능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구 일본제철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했으니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 피고인 신일본제철이 재상고를 한 뒤 대법원에서의 사건 처리는 5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8월 재상고심이 접수됐지만, 상고이유서와 답변서가 모두 제출된 2015년 6월까지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원합의체 보고안건 논의는 2016년 11월부터 진행됐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법원행정처 문건 중 이 소송을 거론한 문건이 발견되며,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고의로 선고를 지연했는지 의혹이 제기됐다. 문건엔 행정처가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반대급부로 외교부와 해외 파견 법관제도 부활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실제 시행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대법원 측은 “쟁점이 매우 어려운 사건이고, 그 동안 여러 차례 보고서와 의견서를 회람한 사건”이라면서 “심리를 지연하거나 심리를 하지 않다가 비로소 시작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계획적 지연 의혹을 일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단독] “고승덕 부부와 임대차 계약”… 이촌파출소 철거 안 한다

    [단독] “고승덕 부부와 임대차 계약”… 이촌파출소 철거 안 한다

    경찰 “이전 비용보다 부담 적을 것”43년 만에 쫓겨날 위기에 몰렸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이촌파출소가 철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촌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고승덕 변호사 측과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치안 공백을 우려한 3만여명 주민들의 불안도 해소될 전망이다. 2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부동산 개발·투자 자문업체인 마켓데이 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여 이촌파출소를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고 변호사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촌파출소가 1975년 이곳에 둥지를 틀 당시 부지는 정부 소유였다. 2007년 마켓데이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이면서 사유지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마켓데이와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에 마켓데이는 2013년 ‘파출소 부지사용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경찰로부터 10년간 못 받은 사용료 1억 5000만원을 받아 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임대료로 매달 243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다 마켓데이는 지난해 7월 다시 파출소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파출소는 돌연 철거 위기에 직면했다. 경찰은 고 변호사 측을 설득한 끝에 ‘임대료 현실화’를 조건으로 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인 월 1500만원으로 오르더라도 이전 비용보다는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다만 경찰은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항소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파출소 철거 임시집행 정지 신청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소를 취하할 것”이라면서 “인근 건물을 임대하거나 주변 파출소와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한 뒤 주민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단독] 이촌파출소, 철거 위기 벗어났다

    [단독] 이촌파출소, 철거 위기 벗어났다

    43년 만에 쫓겨날 위기에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이촌파출소가 철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촌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고승덕 변호사 측과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치안 공백을 우려한 3만여명 주민들의 불안도 해소될 전망이다.2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부동산 개발·투자 자문업체인 마켓데이 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여 이촌파출소를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고 변호사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촌파출소가 1975년 이곳에 둥지를 틀 때만 해도 파출소 부지는 정부 소유 땅이었다. 이후 땅 주인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 마켓데이가 이 땅을 사들이면서 사유지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마켓데이와 별도의 임대차 계약은 맺지 않았다. 이에 마켓데이는 2013년 고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파출소 부지사용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경찰로부터 10년 간 못받은 사용료 1억 5000만원을 받아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임대료 형식으로 매달 243만원씩 받고 있다. 그러다 마켓데이는 지난해 7월 재차 파출소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출소는 돌연 철거 위기에 직면했다. 경찰은 ‘파출소 철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 변호사 측에 계속 연락을 취해 협상을 시도했다. 노력 끝에 양측은 ‘임대료 현실화’를 조건으로 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월 1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합의할 최종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면 경찰은 지금보다 6배가량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임대료가 올라도 이전 비용 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변호사 측이 이촌파출소가 속한 공원을 개발하면 기부채납 형태로 파출소 소유권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점도 경찰의 잔류 의지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촌파출소 부지는 현재 공원 부지로 등록돼 있다. 2020년 7월까지 용산구청이 공원을 매입하지 않으면 공원 부지에서 해제돼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 가량 단기로 설정한 뒤 이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은 공원을 고 변호사 측으로부터 매입할 경우 파출소를 현 위치에 그대로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아직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항소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파출소 철거 가집행 정지 신청도 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건물을 임대하거나 주변 파출소와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한 뒤 다음달 주민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동원 후보자 “법원행정처 해체 검토해야”

    이동원 후보자 “법원행정처 해체 검토해야”

    “사법부의 불신, 무거운 책임 통감” 사법행정권한 폐지에는 반대 의견이동원(55·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 후보자가 법원행정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원행정처 해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한 사법행정회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사법부 불신에 책임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지금 우리 사법부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실망과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27년 동안 사법부 구성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모든 사법행정권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법행정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대법원장 권한을 아예 없게 만들면 헌법상 3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법행정의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2016년 서울고법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의 재판장을 맡아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은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결한 것도 거론됐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통진당 전 의원들이 항소심 판결문의 논리와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해산 검토 논리가 유사하다면서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법과 양심에 따랐다”며 “제가 올해 2월 법원장 프로필을 쓸 때 자랑스러운 판결로 썼다”고 답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단독] ‘이재명 병역기피·종북’ 허위 트윗글 올린 보수단체 간부 항소심도 벌금형

    [단독] ‘이재명 병역기피·종북’ 허위 트윗글 올린 보수단체 간부 항소심도 벌금형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북한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 당선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SNS에 올려 비방한 보수단체 간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한정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단장 김모(49)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고 북한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자신의 SNS에 수차례 올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트위터에 2014년 3월 “우리가 군병역 기피한 박원순, 이재명 같은 놈을 위해서 군대에서 날밤새고 새벽이슬 맞고 혹한기 이 갈아 가면서 복무한 것 아닙니다(중략) 억울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그해 12월에는 ‘북 사이버 댓글팀 200명 국내 인터넷서 암약’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면서 “이놈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세월호 사고 괴담, 유언비어, 정부책임론 만들었죠? 박원순, 이재명 선거도 도왔습니다”라고 적어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지사가 북한 사이버 댓글팀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 당선된 것처럼 허위사실의 글을 올렸다.  또 2015년 2월에도 ‘김정은 최고 영재를 사이버전사로’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며 “북한 사이버 부대의 주요 활동사항에 평시 남남갈등과 선거개입이 있습니다.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들 도와주는”이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이 같은 트위터 게시글이 이 지사를 비방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며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었고 오히려 실제 사실, 즉 이 지사가 산업재해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은 쉽게 확인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 지사를 병역기피자로 단정했고 ‘~같은 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악의적으로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이버 댓글팀 관련된 게시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북한이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및 당선을 도와주었다는 내용은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정치인인 이 지사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인용한 인터넷 기사에 이 지사의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직접적이고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씨가 ‘이재명 측에서 재·보선에서 무상급식 이슈로 간접적 개입 및 1조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인한 거액의 부채를 감추려 한다’거나 ‘지지자 양반 북한 사이버 부대가 활동하는 오유에 이재명 시장도 같은 회원임을 인식시키는 것인가요?’는 등의 트위터 게시글에 대해선 1심과 2심 모두 이 지사를 향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지사는 2015년 5월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그해 12월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이에 불복해 이 지사가 낸 재정신청이 서울고법에서 받아들여져 재판이 시작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5년 돌고 돌아… 대법 “남매 간첩단 조작, 국가배상 책임”

    1993년 남매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미향 이사장의 남편과 시누이가 간첩 조작으로 고초를 겪은 사건이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고의영)는 윤 이사장과 남편 김삼석씨 남매 등 일가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모두 1억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남매는 1993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매 간첩단’으로 발표한 사건으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북으로 망명한 영화제작업자 백흥용씨는 자신이 안기부 프락치였고 간첩단 조작에 가담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씨 남매는 2014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불법 구금 등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에 국내 동향이나 군사 기밀을 넘긴 혐의 등을 무죄 판결했다. 다만 한통련과 접촉하고 금전적 지원을 받은 부분은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김씨 남매 등은 지난해 재심 확정 이후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모두 가혹행위를 통한 자백 강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간첩 혐의가 근거 없다고 판명됐음에도 원고들과 가족들은 현재까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기사 등으로 ‘간첩 전력자’라는 비난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김씨의 경우 1억여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면서도 재심 후 형사보상금으로 1억 9000여만원을 받은 만큼 국가 배상채무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또 간첩조작 사건 당시 유죄 판결한 법관들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993년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국가가 정신적 고통 배상해야”

    1993년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국가가 정신적 고통 배상해야”

    1993년 남매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미향 이사장의 남편과 시누이가 간첩 조작으로 고초를 겪은 사건이다.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고의영)는 윤 이사장과 남편 김삼석씨 남매 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모두 1억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남매는 지난 1993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매간첩단’으로 발표한 사건으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북한에 망명한 영화제작업자 백흥용씨는 자신이 안기부 프락치였다고 폭로하며 간첩단 조작에 가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 남매는 20년이 지난 2014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사건 당시 불법 구금 등 수사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 반국가단체인 반국가단체인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에 국내 동향이나 군사기밀 등을 넘겼다는 혐의 등을 무죄 판단했다. 다만 한통련과 접촉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 부분은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재심 확정 이후 김씨 남매 등은 그간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가혹 행위를 통한 자백 강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 재판부 “간첩 혐의가 근거 없다고 판명됐음에도, 현재까지도 원고들과 가족은 SNS나 인터넷 기사 등으로 ‘간첩 전력자’라는 비난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1억여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면서도 재심 후 형사보상금으로 1억 9000여만원을 받은 만큼 국가의 배상채무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또 간첩조작 사건 당시 유죄 판결한 법관들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검찰, ‘런닝맨’ 임종헌 숨겨둔 USB 찾아…사법농단 수사 전환점 되나

    검찰, ‘런닝맨’ 임종헌 숨겨둔 USB 찾아…사법농단 수사 전환점 되나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당사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법원의 자료제출 거부로 난항을 겪던 ‘사법농단’ 수사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임 전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자료를 별도 백업해 둔 USB를 발견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그가 행정처 시절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재판거래 의혹 문건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원이 각종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넣은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각종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들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이 같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전날 검찰 조사에서 지난 5월 법원 조사단이 자신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반출 문건이 담긴 하드디스크 등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숨겨둔 USB가 있었다는 점에서 임 전 차장의 진술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임 전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지난 10일 방송된 MBC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취재진을 따돌리려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 ‘런닝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2010년 박 전 처장과 서울고법 재판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어 영장기각 결정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국정농단 모르쇠·최순실에 덤터기’…박근혜 2심서도 징역 30년 구형

    ‘국정농단 모르쇠·최순실에 덤터기’…박근혜 2심서도 징역 30년 구형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구형량과 같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순실씨를 위한 사익추구에 남용했고, 청와대 안가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서로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가 국정운영에 관여할 빌미를 제공하고도 의혹이 제기되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최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며 “자신을 믿고 지지한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현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관리하게 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기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는 혐의는 18개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삼성의 재단 및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1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불복하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특히 1심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삼성의 제3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퉜다. 이날도 검찰은 “재단 출연금과 센터 지원금 등은 피고인이 면담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받아 그 대가로 이뤄진 것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유라씨에 대한 일부 지원금과 각종 직권남용 혐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검찰이 2심 재판에서 또 사형을 구형했다. 이영학 측은 “사형 선고는 공권력의 복수”라며 유기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9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사형을 선고했고, 이씨는 “사형은 부당하다”며 선고 하루 만에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내가 받아줬던 변태적 성욕이 해소되지 않자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살해 이후 시신 은닉 과정에서도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라거나 시신에 변형을 가하는 등의 행위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법질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교정 가능성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만큼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은 정당화가 안 된다”고 감형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딸 친구인 어린 여중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 딸까지 끌어들여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런 공분이 크다고 해서 그만큼 되받아치는 건 형벌이 아니다. 그건 공권력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씨는 “약하고 여린 학생을 잔인하게 해하고도 마지막까지 역겨운 쓰레기가 아닌 피해자로 거짓 치장하려 해서 죄송하다”며 “사형수로 반성하며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딸에 대해서도 1심처럼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아비가 만든 지옥과 구렁텅이에서 살게 됐다”며 “모두 제 잘못이니 딸은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이씨 딸은 “피해자 부모와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나 행동을 하지 않고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딸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3일에 열린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검찰, 짝사랑 여성 살해한 40대 남성 항소심도 무기징역 구형

    검찰, 짝사랑 여성 살해한 40대 남성 항소심도 무기징역 구형

    짝사랑하던 여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 심리로 17일 열린 이모(48)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소한 이유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범행 방법도 매우 무자비했다”면서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지금까지 유족으로부터 용서도 구하지 못했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씨의 변호인은 “생명의 가치를 훼손했고 유가족이 고통받고 있는데 용서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계획적으로 살인의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를 진지하게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고, 피해자에 대한 일방적 마음이 비이성적으로 작용해 우격다짐식이든 어떻게든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겠다고 흉기를 들고 가 자해를 하든 위협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피해자가 단호하게 나오고 모멸감을 주는 말을 하자 극도의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너무 큰 죄를 지어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저로 인해 유가족 분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다시 생각해 봤다. 앞으로 용서와 참회를 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짝사랑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자.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씨가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23일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특활비 뇌물 무죄여도…朴 형량은 24년+α

    특활비 뇌물 무죄여도…朴 형량은 24년+α

    문고리3인방 국고손실만 유죄 비슷한 판결 받아도 실형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총선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는 20일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얼마나 보태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20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초기인 2013년 5월부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질 즈음인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매달 국정원장 특활비 5000만원에서 1억원씩을 받는 등 총 35억원을 상납받고 2016년 6~8월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1억 5000만원을 이원종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원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받아 서울 삼성동 사저 관리나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의상실 비용, 기 치료 비용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2016년 4월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 친박 세력을 공천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 왔다. 이 혐의와 관련해선 현기완 전 정무수석과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범으로 기소돼 별도 재판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에서 특활비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및 추징금 35억원을, 공천개입 사건으로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국정원 특활비를 대통령에게 공여한 것이 뇌물의 성격은 아니라며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판결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3명과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실형이 나왔기 때문에 형량이 가벼울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의 특가법상 국고손실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 특활비를 정해진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5회 공판을 열고 검찰 및 국선 변호인의 최종 의견을 청취한 뒤 재판을 마무리한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해 검찰 측 항소 이유로만 재판이 진행된 데다 검찰이 추가 제출한 증거도 많지 않아 지난 6월 시작된 항소심이 두 달 만에 조기 종결되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뇌물 혐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달라며 1심 구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도 모두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물건 2개 값 매겨놓고 롯데마트 ‘1+1 행사’… 대법 “과장광고 맞다”

    같은 물건을 하나 더 덤으로 주는 ‘1+1’ 전단광고를 하면서 물건 2개 값을 책정한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1+1’을 ‘묶음 판매’가 아닌 ‘할인 판매’로 인식한다고 보기 때문에 ‘1+1’을 달고 팔려면 물건값 2배보다 싸게 값을 매겨야 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는 12일 롯데마트에서 ‘1+1’ 전단광고를 한 제품값을 부당하게 책정했다며 시정명령을 받고 과징금 1000만원을 내게 된 롯데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는 ‘1+1’ 행사 상품을 구매하면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으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면서 “‘1+1’ 행사를 해도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없음에도 ‘1+1’을 강조하며 광고한 것은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원심인 서울고법 재판부가 “소비자들은 ‘1+1’ 행사를 ‘증정 판매’로 보기 때문에 ‘할인 판매’라고 확장해석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광고의 거짓·과장성이나 소비자 오인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종전 거래가격과 같거나 높게 가격을 책정하고도 전단지에 ‘최저가 도전’이라고 표시한 부분은 시정명령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수용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광고에 쓰인 ‘최저가’의 비교 대상이 종전 거래가격인지, 경쟁 마트의 동종상품 판매가격인지 명확하지 않고, ‘도전’이라는 유보적인 표현을 써 최저가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5년 2월 롯데마트가 ‘1+1’ 판매를 하면서 4개 제품의 판매가격을 종전 가격보다 인상한 것이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했고, 롯데쇼핑은 이듬해 11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검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대신···

    검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대신···

    다스 소송비 대납 자수서 법정 공개 “이건희 사면 도움 기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 그룹 현안들에 도움 받을 것을 기대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증언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10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를 공개했다. 삼성이 미국의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내용으로, 이 전 부회장은 “상응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이 전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에 따르면 미국 현지의 다스 소송을 맡았던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Akin Gump)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2009년 초 무렵 이 전 부회장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삼성 미국 내 법인 일을 많이 해줘서 업무관계로 알고 내왕하던 사이”라고 이 전 부회장은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에게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에이킨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면서 “대통령을 돕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가 “이런 제안을 청와대에 했더니 대통령과 김백준 총무기획관도 그래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자수서에 적혀있다. 그 후에도 김 변호사가 몇 번 사무실에 들러 다스의 소송 비용에 대해 2~3차례 언급한 것으로 이 전 부회장은 기억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히 “(이건희) 회장께 보고드렸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김석한에게 삼성이 에이킨검프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면서 “이후 실무 책임자를 불러 김석한에게 요청이 오면 너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자수서에 밝혔다. 소송 비용에 대해선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에 청구하면 그 비용을 대신 지급했고, 300만~400만불 정도 된다”면서 “본사에서 직접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저의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면서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후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에서 공개된 이 전 부회장의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검찰 조사에서 소송 비용을 대납하면서 대가를 기대한 것도 맞다고 밝히는 내용도 나왔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이 “미국 소송(비용 대납)은 당연히 이 회장 사면 등 특검 사후 조치를 기대한 것인가”라고 묻자 “사면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협력하면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첫 공판에서 “저에게 사면을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삼성이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07년 10월부터 매달 12만 5000달러를 에이킨검프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소송비를 대납했고, 이 회장은 2009년 12월 31일 단독 특별사면 돼 다음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으로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져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이 선고된 지 불과 넉 달 만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리상 의문점? 궤변” 국민청원…‘권성동 영장기각’ 허경호 판사 과거

    “법리상 의문점? 궤변” 국민청원…‘권성동 영장기각’ 허경호 판사 과거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권성동(58)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0시 15분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권 의원은 서울북부지검에서 대기하다 기각 소식을 접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권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에 의원실 직원과 고교 동창 자녀 등 최소 16명을 선발해달라고 청탁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그는 2013년 9∼10월 “감사원의 감사를 신경 써달라”는 최흥집 당시 강원랜드 사장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자신의 비서관이던 김모씨를 채용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도 있다. 아울러 고교 동창인 또 다른 김모씨가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역시 권 의원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권 의원의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허 부장판사는 최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부인 이명희씨,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안태근 전 검사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이명희씨는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허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의 야권·진보 인사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5월 30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증거들이 수집돼 있어 증거 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여성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4월 18일 “범죄성립에 다툴 부분이 많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지난 3월 7일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일부 네티즌들은 허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을 비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허 판사의 판결을 ‘궤변’이라고 주장하며 “허 판사의 ‘기이한 판결’에 따라 허 판사도 공범으로 간주하여 파면 구속까지 했으면 좋겠다”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20만 명이 넘게 동의하며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 부장판사에 대한 국민 청원 내용을 전달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청원은 27만 명이 서명했지만 국회에 알리지 않았는데, 23만 명이 서명한 판사 파면 청원은 굳이 그 내용을 통지했다. 외부로부터 사법권 침해가 이루어진다면, 행정부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청와대에 요구하라”고 강조했으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판사 파면 국민청원 전달에 우려를 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해임 위기’ 롯데 신동빈, 경영권 방어가 사법절차보다 우선?

    ‘해임 위기’ 롯데 신동빈, 경영권 방어가 사법절차보다 우선?

    오는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총 참여해야 한다며 보석 거듭 요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결과가 자신의 보석 석방 여부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재차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받아달라고 압박했다. “주총 결과에 법원이나 검찰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룹의 경영권이 사법절차를 우선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예상된다.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강승준) 심리로 25일 열린 신 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신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그룹의 안정을 위해 보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지난 12일 재판부에 보석 청구서를 냈고 20일 열린 보석에 관한 심문기일에서 주총 참석을 위한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이어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 제안 안건으로 제출하자 직접 주총에 참석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의 변호인은 “검찰은 보석이 이뤄지면 법원이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고 피고인이 주장하면서 주총에 적극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재판이 진행 중인 걸 뻔히 아는 주주들에게 그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면서 “검찰 논리대로 한다면 오히려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과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쪽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피고인에 대한 해임 안건이 상정된 이상 신동주, 신동빈 두 당사자에게 대등한 기회를 부여해서 쌍방의 주장을 주주들이 충분히 듣고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고, 특히 “검찰이나 법원이 (주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 측은 이어 “피고인에 대한 뇌물 사건은 사실상 심리를 마쳐 더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졌다”면서 “만일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준다면 피고인 출국에 동행해 향후 재판 일정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도 직접 나서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이번에 안타깝게 구속되는 바람에 저에 대한 해임 안건이 상정됐다. 실제로 1분기에 지주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100% 자신이 없다”면서 “이런 면에서 제가 주총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번 재판장님께서 위임장을 가진 변호사가 해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는데 일본 롯데홀딩스에서는 불가능하다”면서 “구속이 안 된 아버지와 어머니, 서미경씨 등 7명이 나가서 제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는데 이들 중엔 주총에 가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러면서 “그동안 재판에 한 번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했고, 절대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보석은 청구 이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고, 항소심에서 추가적으로 심리된 내용까지 다 반영해 인신구속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심리가 거의 다 진행된 상태라 이제 와서 증거인멸의우려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다만 도망의 우려에 대한 판단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회장 측에서 보석 사유로 내세운 주총 참석을 두고 재판부는 “그게 기본적으로 보석 사유나 도망 우려에 대한 판단은 재계 5위의 롯데라는 그룹의 총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선 안 된다”면서 “하지만 더 엄격하게 차별받아서도 안 되고, 일반과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주총 참석과 관련해 피고인 신동빈의 개인 입장과 롯데그룹 전체 입장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형사 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나 심리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 심사숙고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원래 불구속 기소됐던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2월 13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의 구속 기간은 6개월로, 오는 8월 중순이 신 회장의 항소심 구속기한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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