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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구 인사행정·팀이름 확 바꿔

    “이제 복지부동은 없다.” 서초구는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다는 등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뿌리 뽑기 위해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팀 이름을 시대 흐름에 맞게 확 뜯어고치고, 능력 있는 직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팀장급을 사내 공모로 선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서초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행정서비스 욕구에 부응하고 효율적인 구정 운영을 위해 12개부서 16개팀에 대한 팀 명칭 변경 등 직제개편을 마무리했다고 8일 밝혔다. 우선 3개 팀이 신설됐다. 교육전산과에 ‘종합상황관제팀’을 만들어 폐쇄회로(CC)TV 전용 자가망 구축 작업과 U시티 도시기반사업을 추진하도록 했고, 부동산 정보과에 ‘주소전환팀’을 신설해 2012년 도로명 주소 전면사용에 대비한다. 11월 개최예정인 G20 정상회의 관련 업무를 위해서는 기획예산과에 ‘G-20 추진팀’이 만들어졌다. 행정용어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 명칭도 일반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바꿨다. 거주자우선주차 업무를 담당했던 ‘주차관리1팀’은 ‘거주자주차팀’으로, 불법주정차 업무를 담당했던 ‘주차관리2팀’은 ‘주차관리팀’으로 변경됐다. 또 ‘중기관리팀’은 ‘건설기계관리팀’, ‘새주소사업팀’은 ‘도로명주소팀’으로 명패를 바꿨다. 구는 또 기존의 연공서열식 인사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직위공모제’를 실시했다. 정보통신팀장, EPS 지원팀장, 주택정비팀장, 보상팀장, 반포4동·내곡동 복지팀장 등 총 6개 직위를 사내게시판을 통해 공개모집한 후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임명했다. 박성중 구청장은 “직위공모제는 직원 인사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직원들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는 앞으로 팀장뿐 아니라 7급 이하 주요 보직에 대해서도 직위공모제를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두 영화로 본 사회학

    두 영화로 본 사회학

    영화는 작은 사회다. 개개인의 성찰은 물론, 사람들 간의 관계를 넘어 시대의 고민까지 담아낸다. 영화에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면의 거울’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도 그런 까닭. 여기 두 영화가 있다. 하나는 ‘경계도시2(아래)’이고, 다른 하나는 ‘인빅터스(위)’다. 전자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후자는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다. 3월 개봉작이란 점, 둘 다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점 외엔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뿌리깊은 분열 고착과 해결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분열됐다고. 그래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갈 길이 멀다고. 그렇기에 우리의 책무는 너무나 막중하다고…. ‘경계도시2’는 2003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으로 시작된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37년만의 귀국. 하지만 좌(左)와 우(友), 남(南)과 북(北)을 넘어 ‘경계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포부는 이내 수포로 돌아간다. 그는 열흘 만에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으로 추락한다. 영화는 ‘어느 교수의 귀국’ 때문에 한국 사회가 극도의 분열을 경험하는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진보와 보수, 친북과 반북, 나아가 그를 돕는 진보 성향의 친구들조차 의견 차이로 갈기갈기 찢어진다. “영화에서 송 교수의 친구들은 그에게 ‘전향’을 권한다. ‘전향’이란 말을 없애기 위해 군사 정권과 힙겹게 싸워 왔던 진보 인사들조차 이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진보 내부에서조차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의 말이다. ‘경계도시2’가 한 교수의 귀국으로 생겨난 사회 분열과 그 광기를 다소 불편한 말투로 써내려 간다면 ‘인빅터스’는 그 반대다. ‘스포츠 하나로’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는 점을 풀어낸다.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넬슨 만델라는 백인으로만 구성돼 흑인에게 외면당하는 자국 럭비팀 ‘스프링 폭스’를 보며 인종 갈등을 경험한다. 스프링 폭스와 영국과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되레 영국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 만델라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 통합의 목표를 세우고 이듬해 럭비 월드컵 우승으로 결실을 이뤄낸다. 럭비 경기가 있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라디오로 경기를 듣는 백인 경찰과 흑인 아이의 모습은 통합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흑인 아이가 접근하는 것조차 거부하던 경찰. 하지만 스프링 폭스가 우세해지자 서로 가까워지고, 우승 소식에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환호한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정서적 통합을 이뤘다는 한국 사회는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교수의 귀국으로 극심한 분열을 경험했던 반면, 수십년 인종 갈등으로 엄청난 피를 흘렸던 남아공은 럭비라는 스포츠 하나로 유례없는 통합을 체감한다. 어쩌면 ‘인빅터스’는 한국사회에 허무감을 던져주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을 것 같은 분열의 뿌리가 너무나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질문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그때 왜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을까. ●개인, 그리고 사회 개인과 사회는 꾸준히 상호작용을 한다. 서로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두 영화는 이 관계에서 무게중심을 달리한다. ‘경계도시2’는 사회에, ‘인빅터스’는 개인에 힘을 싣는다. ‘경계도시2’의 송 교수는 검찰 조사와 구속, 재판을 거치면서 결국 그 자신마저도 생각이 얽혀버린다. 자신이 북한 권력서열 23위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였는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북한을 방문했는지, 혹은 몰랐었는지 진술은 계속 엇갈린다. 사회라는 거대한 벽 앞에 현기증을 느끼기라도 한 듯. 언론은 그에게 ‘거짓말쟁이’ 꼬리표를 붙인다. 결국 송 교수는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 사회란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서 신념은 쉽사리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영화는 제 아무리 견고한 개인의 사상도 사회의 거대한 조류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비친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자막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 대화 내용이 개인의 몫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힌 상황 속에서 개인의 행동은 사회의 광기와 강요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 홍형숙 감독의 말이다. 반면 ‘인빅터스’에서 만델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펼쳐나간다. 참모들의 눈에는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럭비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만델라의 모습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몰아붙이고 결국 해낸다. 백인과 흑인 간의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단번에 불식시키며. 남아공은 인종 갈등이라는 불안요소를 조금씩 없앴고, 지금은 2010년 월드컵까지 유치해 냈다. 개인의 힘이다. 사회에 의해 개인의 생각이 침식될 수밖에 없다는 ‘경계도시2’의 전제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겠는가. 화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영화에 나오는 만델라의 대사다. 개인과 사회. 이 가운데 힘의 실체는 어디에 있을까. 사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두 영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日공주 “학교 다니기 무서워”

    日공주 “학교 다니기 무서워”

    아키히토 일왕의 손녀인 아이코(8) 공주가 남학생들의 난폭한 행동이 무섭다며 이번 주 내내 거의 등교를 하지 않고 있다고 5일 궁내청이 밝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나루히토 왕세자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는 도쿄 시내 가큐슈인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 학교에 대한 심한 불안감과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코 공주는 지난달 말 미열을 호소하며 자주 결석했고, 지난 2일 조퇴한 이후 학교를 가지 않고 있다. 궁내청은 일본 왕족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슬픈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아이코 공주를 겨냥한 폭행이나 집단 따돌림(이지메)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히가시소노 모토미사 가쿠슈인 상무이사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일 아이코 공주가 조퇴하던 중 복도에서 급식을 받으러 달려가는 다른 반 남자 아이들과 부딪칠 뻔했다.”면서 “지난해 7월에는 같은 학년의 남자 아이들이 큰 소리를 내며 복도를 달려가는 등 난폭한 행동을 했는데 아이코 공주가 그때 일을 떠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쾌유해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학업평가-서울대 진학률 왜 차이날까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시도별로 광주·강원·충북·제주의 학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시도별 진학률과는 다른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업 성취도 평가가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에는 최상위권과 상위권 등으로 서열화된 점수를 활용하지만, 일제고사는 학생의 현 수준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제고사 성적표는 우수(80% 이상)·보통(50~80%)·기초(20~50%)·기초미달(20% 미만) 등 4단계로 구분, 통지된다. 이런 고지를 받은 뒤에도 “일제고사 성적표는 언제 나오는 것이냐.”는 학부모의 문의가 교과부에 접수되기도 한다. 한 학부모는 “기왕 일제고사를 보는 김에 아이의 성적 수준을 알 수 있도록 석차 구분을 해줘도 될텐데, 교과부가 눈치를 보느라 애매한 자료를 내놓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래도 교과부는 석차 자료 등을 제시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는 7월에 치러지는 2010년 일제고사부터는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일제고사 결과가 미치는 파급력이 다소 강해질 전망이다. 물론 이 경우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한층 커질 수 있다. 당초 취지와 달리 각급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없지 않아서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지역간 학력격차 재확인한 학업성취도 평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초등 6, 중 3, 고 1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어제 공개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공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결과가 지난 1년간 교육 당국이 추진한 공교육 강화 정책의 성적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일부 교육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행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과 지역 간 학력 격차 해소를 평가의 목적으로 내세웠다. 우선 학력 신장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초·중·고 모두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고, 보통 학력 이상 학생 비율은 늘었다. 특히 지난해 평가에서 학력수준이 떨어져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됐던 1440개 학교 가운데 87%가 미달 기준을 통과했다고 한다. 교과부는 이들 학교에 5800만원씩 총 840억원의 예산과 학습보조강사 4793명을 지원했는데 선택과 집중의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역 간 학력 격차는 여전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주요 과목 모두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해 사교육비 지출 순위가 성적 순위로 이어지는 씁쓸한 교육현실을 재확인시킨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교과부는 두 차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긍정적인 효과는 살리고, 부정적인 측면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학력이 올라도 지역 간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실패한 교육정책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올해 평가부터 학교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공개하는 만큼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집중 야간자율학습 등 무리한 점수 올리기 경쟁의 폐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사설] 공무원 시간외수당 또다른 나눠먹기 안돼야

    정부가 공직사회의 ‘눈먼 돈’ 비판을 받아온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 방식을 개선한다고 한다.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앞으로는 초과근무시간 중 수행한 업무의 실적을 엄격히 평가해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시간외수당을 사실상 폐지하고 이를 성과급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법무부, 국세청, 강원도, 서울 성북구, 서울 초·중·고 등 16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에서 석 달간 시범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결과가 좋으면 하반기쯤 법령 개정을 통해 시간외수당 지급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는 게 골자다. 시간외수당은 공무원의 수당 가운데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수(報酬) 항목이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수당을 챙겨 왔다. 이 돈을 못 타먹는 공무원은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다. 워낙 집단적·조직적이라 부처나 지자체 단위의 감사는 하나마나였고, 감사원 감사로 그나마 빙산의 일각이 이따금 드러났을 뿐이다. 이렇게 술술 새는 예산이 한 해에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부당 수령 공무원과 관리·감독 책임을 진 상급자에 대해 형사처벌 및 인사 불이익을 주도록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난을 피할 목적으로 지급 명목만 살짝 바꾸고 책정 예산을 모두 집행하는, 이른바 변형 나눠먹기라면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또 국민을 속이는, 말 그대로 ‘눈가리고 아웅’식이거나 ‘조삼모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책정한 예산을 몽땅 집행해서 결국 줄 것 다 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왕 개선하려면 확실하게 예산을 절약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시간외수당 지급으로 예산 낭비를 막으려면 시범운용부터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우선 근무의 성과측정 기준을 엄정하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행안부가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구체적인 성과측정을 부처·기관별 자율에 맡겨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상급자의 자의적인 성과평가가 있을 수 있고, 연공서열에 따라 배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다. 따라서 근무확인 및 평가과정에 대한 제3기관의 검증절차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 공직 시간외근무수당 폐지 착수

    공직 시간외근무수당 폐지 착수

    정부가 공직사회의 ‘눈먼 돈’으로 불리는 시간외 근무수당을 폐지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행정안전부는 다음달부터 총 16개 기관을 시범기관으로 선정하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고 2일 밝혔다. 시범기관은 행안부·법무부·국세청·해양경찰청 등 중앙행정기관, 강원도청·대구시청·강원 양구군청·서울 성북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서울 소재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소속 공무원에 대한 시간외 수당을 초과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라 배분한다. 현재 5급 이하 공무원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제15조)’에 따라 시간외 수당을 받고 있다. 시간외 수당은 ‘정액분’과 ‘실적분’으로 구분되는데, 정액분(10시간 분량)은 한 달에 15일 이상 출근한 공무원이면 무조건 지급한다. 초과 근무를 하지 않아도 준다. 실적분은 실제로 초과 근무를 하는 공무원에게만 지급한다. 공무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한 달에 최고 67시간 분량(정액분을 받는 공무원은 57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행안부가 시범실시를 하겠다고 밝힌 기관은 정액분은 그대로 지급하되, 실적분을 초과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시범 운영 결과가 좋으면, 올해 하반기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전 부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시간외 근무수당’이라는 명칭이 맞지 않기 때문에 수당 이름도 바뀔 전망이다. 사실상 시간외 수당이 폐지되는 것이다. 행안부가 시간외 수당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공직사회의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초과 근무를 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카드 단말기로 근무카드를 체크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는데, 상당수 공무원이 초과 근무를 하지 않고 카드만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시범 기관으로 선정된 강원 양구군은 지난해 소속 공무원이 시간외 수당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별감사를 하기도 했다. 행안부가 시간외 수당을 성과 위주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행안부는 일단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만들어 배포하고, 구체적인 측정은 기관에 자율적으로 맡길 계획이다. 하지만 성과 측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 수 있고, 자칫 ‘나눠먹기’식 병폐가 나올 우려도 있다. 또 연공서열에 따라 수당을 배분할 가능성도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번달부터 사전에 부서장으로부터 초과근무를 하겠다고 허가받은 공무원에게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는 ‘사전 승인제’를 실시했다. 현재 국가공무원은 한 달 평균 36시간 분량의 시간외 수당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대법 “학교별 수능 원데이터 공개하라”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5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이 수능 원데이터와 학업성취도평가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학업성취도평가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부분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한편 수능 원데이터는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업성취도평가정보 공개에 대해 “2002~2003년도의 경우와 같이 표본조사 방식으로 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될 때, 원자료 전부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학업성취도평가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학업성취도평가정보 전부를 그대로 공개하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공개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평가 자체에 대한 협조를 꺼릴 수 있고, 각 학교가 보여주기식으로 평가에 임해 학생들의 평소 학력 및 학습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능 원데이터에 대해 재판부는 “연구 목적으로 수능시험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공개로 인해 초래될 부작용이 이익보다 더 클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식별정보를 포함해 수능시험정보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에 학교 간 서열화나 사교육 의존도가 심해질 수 있지만, 학교 간 학력격차나 사교육에 대한 심한 의존이 이미 현실인 이상 연구자에게 정보를 공개해 현실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2005년 인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실태를 연구한다는 이유로 2002∼2005학년도 수능성적 원데이터와 2002~200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정보의 공개를 교육부에 청구했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수능 원데이터는 공개하는 한편 학업성취도평가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평가업무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반면 2심은 “현행 교육문제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생산적인 정책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두 자료 모두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홍희경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공무원 직급파괴에 고시제도 개혁 병행을

    공무원의 직급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3급(부이사관)~9급(서기보)에 이르는 7단계의 직급을 ‘관리자-중간간부-실무그룹’의 3단계로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관련 규정을 고치고 제반 절차를 거쳐 법제처, 특허청, 농촌진흥청, 기상청 등에서 시범운용하며, 2012~2013년에는 부처 단위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대학교수를 부처 과장급 이상 자리에 초빙하는 인사교류도 제도화한다고 한다. 인사·직급의 개편을 서두르게 된 배경은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년간 업무분야가 전문화·세분화했음에도 공무원의 계급체계는 그대로 유지돼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직급체계는 직업공무원의 육성에 기여한 바 크다. 그러나 하위직과 상위직의 칸막이가 되어 소통을 저해하고 정책결정을 지연시켰으며, 업무의 비능률과 권위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요인이다. 승진 적체와 인사비리의 다발도 경직된 직급체계와 관련이 깊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급을 대폭 줄이려는 방침은 옳다고 본다. 직급 단순화와 함께 보수등급제 및 직무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공무원 인사에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를 반영할 수 있게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기관·직렬별, 그리고 개인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인사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길 바란다. 기존 계급체계에 익숙한 공직을 짧은 시일 내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시범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쳐 새 제도를 안착시키고,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직급체계의 파괴와 함께 공직의 외부개방 확대를 통한 충원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7급·9급 공무원 임용시험과 고시제도를 손질해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외부의 인재들이 고위 공무원으로 선발·임용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 한번 합격하면 평생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제도로는 세계 경쟁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첨단시대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공적 서비스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 서열 및 기수문화의 폐단은 공무원 선발방식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더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직사회가 신뢰받고 발전하려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직 내부와 외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직위공모 및 인사교류를 실효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국민은 이제 ‘철밥통’이나 ‘복지부동’ 공무원을 용납하지 않는다. 성실과 근면으로 세금을 아끼는 공무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의력을 발휘해 재정을 더 불려주기를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공무원은 빨리 적응하고 변해야 하며, 인사제도의 개혁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독자의 소리] 교육 수요자중심 정책전환을/농협인재개발원 교수 강조규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서열화만 강조하는 현실에서 학교교육을 불신하고 학부모들은 매년 변경되는 입시제도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휜다. 교육평가 및 인사제도가 불공정한 데다 일선 학교의 끊임없는 비리 때문에 우리 교육계는 신음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교육은 어느 한 부분의 문제라기보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으로는 학생, 학부모, 학교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학부모·교사가 교육현장에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를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인 정책 전환 없이는 매번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을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만큼 학생·학부모·교사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의 토대가 마련되기를 모두가 간절히 기대해 본다. 농협인재개발원 교수 강조규
  • 포스코, 재계 빅4 넘본다

    포스코, 재계 빅4 넘본다

    포스코발(發) 재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포스코가 수십년간 한국 재계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던 삼성과 현대, SK, LG 등 ‘빅4’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바람대로 올해 옛 대우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포스코는 자산규모에서 재계 서열 4위인 LG에 버금가는 그룹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한국 재계에 다시 ‘빅5’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그동안 재계 ‘빅4’와 10대 그룹 사이에는 자산규모와 매출 등에서 넘볼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포스코는 24일까지 대우인터내셔널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향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경쟁업체들이 발을 뺀 만큼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관심사는 인수 가격에 집중된다. 3조원 안팎의 가격으로 인수한다면 후속 매물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6조 70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관심이 가는 매물”이라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선순위인 만큼 먼저 인수한 다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절차를 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산규모 4조원(지난해 4월 기준)에 육박하는 대우인터내셔널과 16조원대인 대우조선해양을 모두 인수할 경우 포스코의 자산규모는 70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LG그룹(자산규모 68조원대)을 간발의 차이로 앞서거나 비슷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공기업 제외)에 오른 포스코가 명실상부한 재계 빅4에 진입할 수 있는 호기를 맞는 것이다. 재계 빅4는 지난 수십년간 불변이었다. 그룹 분할이 이뤄지고, 계열사가 떨어져 나가도 삼성을 선두로 현대차와 SK, LG가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빅4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재계의 판도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포스코는 오너가(家)가 없는 그룹으로 재계에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철강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룹 위용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강하게 시사했다. 임기 내에 탄탄한 계열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과 규모를 바꿔놓겠다는 각오다. 정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 가진 ‘CEO와의 대화’에서 삼성전자(그룹)를 거론하면서 이른바 ‘패밀리(계열사) 성장론’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그룹)는 여러 분야가 골고루 ‘짱짱’한데 우리는 포스코 본사와 포스코건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임직원 동의를 전제로 패밀리사가 고루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공정위 기준으로 계열사 36개사, 자산규모 49조 1000억원 수준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열린세상]정보공개를 통한 고교교육의 정상화상화/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정보공개를 통한 고교교육의 정상화상화/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2007년에 실시된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와 이를 변환한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등급만 표시했다. 점수 서열화의 폐단을 막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의 불만이 고조되자 원점수 비공개와 등급제는 1회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11일 대법원은 전체 수험생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의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수능 원점수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능 원점수란 수능 각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얻은 원래 점수다. 현재 대법원에는 수능 원자료 즉, 학교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및 등급 정보 공개청구소송도 계류 중이다. 하급심 판결대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와 알 권리를 통한 정보공개라는 두 개의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당사자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로 백넘버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만 도용하면 온갖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개인의 사적인 정보들도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된다. 인터넷에 잘못 오르면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당사자는 자칫 인격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과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만으로는 미흡한 점이 많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빨리 제정돼야 한다. 정보사회가 진전될수록 정보공개의 필요성은 증대한다. 공적인 기록은 공개돼야 한다는 대원칙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에 기초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기본취지다. 공공기관이 수집·보유·관리하는 일체의 정보는 엄격한 비공개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 그 길만이 행정비밀주의를 극복하고 정보사회에 부응한 열린 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정보공개를 통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도 정보공개가 원칙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정부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뒤흔들 우려가 있고 학생들을 점수로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수능 원점수 비공개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원점수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등급은 있다. 정부는 알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는 모른 채 등급에 얽매였다. 고교평준화정책은 그 자체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로 가야 한다. 하지만 설립 목적에 어긋난 특목고는 안 된다.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설립에 따른 평준화의 틈새는 고교선택제의 도입으로 새 국면을 맞이한다. 고교선택제는 참신한 시도다. 지원서 접수 결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신생 공립고인 신도림고가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여기에는 신도림고 교직원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보람찬 시대가 열려야 한다. 학교 배정방식에 거주지와 추첨방식을 원용한 점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지만 84%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된 것만 봐도 시행 첫해치고는 성공적이다. 무분별한 경쟁을 통한 서열화 조장은 안 된다. 하지만 경쟁원리는 학교현장에서도 작동돼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교 유형의 다양화와 더불어 고교선택제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 고교선택제는 시행 첫해에 나타난 부작용의 최소화를 통해서 평준화의 틀을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시키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교육과정에서 공적인 정보는 철저하게 공개돼야 한다. 언제, 어느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이 구현되고 그 결과는 어떠한가에 대해 국민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교육현장의 공개는 건전한 경쟁력을 제고시킨다. 열린 사회의 덕목을 악용하는 세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개와 보호라는 자칫 상호 충돌할 수 있는 두 가치의 합리적 접목을 통해 교육한국의 미래를 설계할 때다.
  • 공기업 인사 드래프트제 급속 확산

    올들어 일부 공기업에서 프로 스포츠계에서나 적용되던 ‘드래프트(draft)’ 방식의 인사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최적의 선수 구성을 위해 경쟁력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처럼 임원이나 부서장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이나 직원을 직접 고르는 방식이다. 지명에서 탈락한 임·직원은 경쟁력 강화 교육을 받거나 후배가 팀장을 맡은 부서에 팀원으로 배치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발탁’과 ‘강등’이 상존하는 드래프트 인사 시스템은 앞으로 공기업 전반에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했던 공기업에서 드래프트 방식이 확산되는 것은 내부 인력 수급에 시장 원리를 적용,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보인다. 15일 현재 이 방식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한국관광공사와 예금보험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한국공항공사 등이다. 지난달 18일 이참 관광공사사장은 1급(실장)과 본부장 일부 2급(팀장)을 대상으로 드래프트제를 도입했다. 인사 대상자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제출하고, 임원 및 부서장들은 함께 일하고 싶은 부서장과 팀장, 직원을 뽑는다. 뽑히지 못하면 한직으로 밀리거나 명예퇴직 등의 방식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팀·실장 64명 가운데 8명(12.5%)이 보직 해임돼 팀원으로 강등 또는 전출됐다. 앞으로 드래프트 과정에서 최대 3번까지 선택되지 않는 사람은 조직에서 자동 퇴출시키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키로 했다. 예금보험공사도 팀장 62명 가운데 5명(8.2%)이 보직 해임됐다. 한국 거래소는 신임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 후 5개 부서와 15개 팀을 없애면서 드래프트 인사 방식을 도입했다. 부서장 33명 가운데 13명(40%)이 교체됐다. 코레일도 주요 보직을 정해 담당 실장이나 본부장이 직원을 뽑도록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교육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를 그만두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 드래프트 시스템의 원조격은 한전이다. 지난해 3월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김쌍수 사장이 ‘공개경쟁 보직제’를 도입,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청탁과 로비,내부연줄 동원 등으로 얼룩졌던 한전의 인사 관행을 뿌리째 뽑기위한 것이다. 당시 김 사장은 공개경쟁 보직제를 통과한 처·실장·지역본부장 등 54명의 간부들을 비밀리에 소집한 뒤 “함께 일할 부하직원(팀장)들을 직접 선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전의 파격적인 인사 소문이 급속히 전파되고 이후 다른 공공부문에서도 채택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저항’도 만만치 않다. 금융결제원은 최근 드래프트 인사 방식을 도입하려다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보류했다. 결제원 관계자는 “오는 4월 새 원장이 오면 인사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강력한 도입 의사를 피력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공기업 드래프트制 ‘내 사람 챙기기’ 경계를

    ‘신(神)의 직장’으로 지탄받아 온 공기업에 요즘 인사혁신 바람이 거세다. 프로 스포츠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래프트(draft)제’의 도입 확산은 그 가운데 하나다. 공기업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 정부가 추진 중인 선진화 방안에 부응하려는 것이겠으나, 이제 공기업 내부에서조차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자성(自省)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능력·실적 중심의 인사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가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런 인사 방식이 일회성이나 전시용에 그쳐선 안 되며, 제도 보완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드래프트는 프로 구단이 최강·최적의 팀 구성을 위해 우수 선수를 지목해서 영입하는 제도다. 일반 기업의 경우 직원은 희망 직무를 선택하고 부서장들은 같이 일하고 싶은 직원을 뽑는 양방향 인사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광역·기초단체 등에서도 몇년 전부터 시행해 조직 일신에 효과를 보고 있다. 연공서열이 아닌 시장원리를 적용함으로써 긴장도와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이 제도에 이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변화에 무신경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관광공사를 시발로 예금보험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LH공사 등이 앞타퉈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의 단점을 간과하는 부화뇌동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우선 희망 보직 및 직원 선택제를 빌미로 상사가 ‘내 사람 챙기기’를 하거나 부하직원이 ‘줄서기’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나친 실적 위주로 인해 조직 융화가 깨질 우려가 있고, 능력에 상관없이 고령자의 퇴출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따라서 드래프트제의 시행에 앞서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LH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3중 인사검증 시스템’은 좋은 모델이다. 이곳은 경영지원부문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인사실무위’와 부사장이 위원장인 ‘보임인사추천위’를 두고, 여기서 두 차례 선별한 인사 대상자를 감사·인사부서에서 최종 검증하고 있다. 성공적인 인사는 공(公)과 사(私)를 엄정하게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 [사설] 수능 원점수 공개, 고교서열화 심화 안돼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점수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 2007년 12월 수능 점수 공개를 요구하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가운데 개인 인적사항 부분을 파기하고, 나머지 정보는 공개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반인에 대한 수능 점수 공개 여부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소송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법이 일관되게 정보 공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교육현장에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993년 수능 시험이 도입된 이후 교육당국은 수능 원점수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다. 공개할 경우 고교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으로 사교육이 심화되고, 사실상 고교등급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2006년 조전혁 의원이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하고, 이를 근거로 교과부로부터 수능 원자료를 넘겨받아 지난해 10월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 원칙은 깨졌다. 당시 언론에 발표된 성적분석자료는 뒤늦게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긴 했지만 반대측이 제기했던 우려대로 수능성적에 따라 고교별 순위를 공개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성적 공개 찬성론자들은 수능 성적 자료를 바탕으로 각 학교의 교육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학교 간·교사 간 경쟁을 부추겨 공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 의원도 지난해 교과부에 원자료를 요구하면서 교육 격차가 생기는 원인을 파악해 ‘뒤처지는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연구용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성급한 발표로 고교서열화 논란만 부채질한 꼴이 돼버렸다. 수능성적 공개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지역간·학교간 서열화를 합리화해선 안 된다. 또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흔들고, 고교등급제의 효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국내CEO가 만나고 싶은 해외 주재대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은 해외 주재 대사는 누굴까. 국내 CEO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4대 강국’보다 베트남과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의 주재 대사들을 선호했다. 외교통상부의 이른바 ‘대사 서열’과는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해외 주재 대사 100여명과 ‘비즈니스 상담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2008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105명의 재외공관장, 249개 기업 대표들이 참가해 1대1 면담과 649건의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기업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재외 공관장으로는 박석환 주베트남 대사, 최경림 주브라질 대사, 백영선 주인도대사, 이병화 주카자흐스탄 대사, 이지하 주아제르바이잔 대사 등 신흥 유망시장의 공관장들이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들 5개국 대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11명의 기업인을 1대1로 만날 예정”이라면서 “상담 시간이 하루로 제한돼 있어 기업인들의 수요를 모두 반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참가를 신청한 기업 수는 지난 행사 때보다 58개 기업이 늘었고, 상담 건수는 133건이 증가했다. 참가 기업 중 63.9%가 중소기업이었고, 대기업은 32.5%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무역업이 30.5%로 가장 많았다. 주요 참가 기업인은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과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김영민 한진해운 대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이병호 STX에너지 사장 등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건의사항에는 해외 현지정보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지원 요청이 많았다.”면서 “상담회가 현지 기업과의 거래 알선, 유망 바이어의 소개, 현지경영 애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폭력없는 학교 만들기 이렇게

    폭력없는 학교 만들기 이렇게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 수십 명이 한 여학생의 교복을 강제로 찢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등 집단 괴롭힘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최근 인터넷에 퍼졌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가학 학생을 비판하는 댓글을 잇따라 올리고, 일부는 “철없는 짓을 한 관련자들을 처벌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번 달 들어 학교폭력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5일 또래 여고생에게 앵벌이를 시키다가 감금하고 성폭행한 10대가 부산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여고생은 17시간 동안 감금당하다가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려 전신골절을 입고 탈출했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학생이 같은 반 급우를 5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집단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7일에는 경북 구미에서 중학생 3명이 학교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다. ●학교폭력의 일상화·구조화 심각 학교폭력이 감금·폭행치사 등 강력범죄로 연결된 이런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2월은 학교폭력이 다시 불거지는 달로 분류된다. 겨울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개학을 하며 다시 대면하게 되고, 진급을 앞두고 가해학생 집단 내의 서열이 재정비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드러난 대전의 한 중학교 동급생 집단폭행 사건에서도 가해자들은 “피해학생이 방학 동안 돈을 상납하지 않았다.”는 것을 폭행의 이유로 꼽았다. 일련의 사건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연고가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최근 학교폭력 사건들이 일상화, 구조화 되어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건을 되짚어 보면, 어느 시점에서 동급생·담임교사·학부모가 방관하는 순간이 포착되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등이 발간한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가이드북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전교조가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 매뉴얼인 ‘따돌림,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만들기’에서는 현장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례를 많이 실었다. 그리고 ‘방관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원칙을 제시했다. 전교조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예로 들며 방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해주지 않았을 때나 위험한 상황을 방관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법이다. 전교조는 책을 통해 “방관은 거짓과 불의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고, 곧 가해를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과 같다.”면서 “방관으로 인해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게 만들어 가해행동의 정도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공개적 사과 등 학생지도 신경써야 폭력을 방관한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해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감정이입이 결여된 상태를 뜻한다는 것이다. 방관의 반대 개념은 싸움을 말리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교사에게 신고하는 것과 피해 학생에게 구호 조치를 해주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교조는 “방관하는 아이들은 부당한 폭력을 보면서도 막지 못하는 자신이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괜히 개입했다가 자신도 폭력을 당할까봐 모른 척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폭력이 학급에서 일어날 경우 그것을 보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해학생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하게 하는 등 학급 아이들의 지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의 일상화가 진행되면서 장난으로 위장한 따돌림과 폭력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문제를 맞닥뜨린 교사들은 반 전체 학생에게 쪽지 등을 통해 가해학생에 대한 느낌과 해결방안 등을 적게 했고, 가해학생 상담을 통해 피해학생이 느끼는 정도를 일깨운 뒤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를 유도했다. 전교조는 8일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폭력 문화의 축소판”이라면서 “학교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틀을 갖춰야 하고, 교사와 학부모도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지방시대] 세종시가 국가의 백년대계라면/이철희 강원대 IT학부 교수

    [지방시대] 세종시가 국가의 백년대계라면/이철희 강원대 IT학부 교수

    필자는 사실 ‘지방시대’란 이 칼럼의 제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방’이라는 말은 ‘서울’(또는 중앙)을 그 대립 요소로 하여 차별성을 부여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영어의 local 또는 province에 해당하는 보다 적합한 우리말은 ‘지방’이 아니라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은 ‘전국’과 짝을 이루는 말로서 서울도 그 안에 품어내며 서열 구분이 없는 평등한 용어이다. 필자가 굳이 이렇게 용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유는, 우리가 서울-지방이라고 할 때 서울에 대한 선민의식이나 지방에 대한 낮춰봄이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의식과 실생활에 누적되어온 이런 구분 짓기의 결과물로 서울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공룡이 되었다. 사람도 머리만 너무 크고 몸의 다른 부분들이 비정상적으로 왜소하고 허약하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듯이, 국가도 지역 간에 균형잡힌 발전이 이뤄져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당연한 이 사실을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다가, 바로 잡아보려는 노력이 처음으로 실체화된 것이 참여정부 때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었고, 이의 상징적 사업이 지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세종시 건설이다. 필자는 여기서 무엇이, 누가 옳은지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다. 세종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상대방을 맹비난하는 사람들 모두가 세종시는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신기하지 않은가? 필자는 거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로 그렇게 중차대한 국가의 백년대계라면,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심층적인 분석과 전문적 검토를 하고 여론 형성과 민주적 합의 절차를 거친 뒤, 추진되어야 마땅할 일이었다. 그런데, 대선 공약으로 결론부터 불쑥 던져놓고 거기에 맞춰 내용이 만들어진 것이 맨 처음의 행정수도 세종시 안이었고, 위헌 결정 이후 정치적 이해관계의 공방 속에 봉합된 것이 행정복합도시 세종시 안이고, 정권이 바뀐 뒤 다시 그건 잘못된 안이라 못박고 끼워 맞추듯이 마련된 대안이 현 정부의 교육기업도시 세종시 안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세 경우 모두 공식 문제제기부터 구체안 확정까지 1년을 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왜 모두들 무언가에 쫓기듯 그렇게 서두르는가. 우리 같은 공학자가 논문을 쓰거나, 기업이 제품을 개발할 때에도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과 검증 과정을 거치며,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이 다반사인데 하물며 국가의 백년대계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수단을 다 쏟아부은 수정안을 보면서 ‘충청도 사람들은 참 좋겠네.’라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심으로 속앓이를 하는 강원도 사람들을 비롯한 여타 지역 주민들의 상처받은 마음과 뒷날 냉엄한 심판의 칼날을 휘두를 후손들의 눈초리를 명심하여 세종시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든 이들이 사심 없이 지혜를 모아 한 줌 후회도 없을 국가의 백년대계 해법을 찾아내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 [경제플러스] 한국수자원공사 연봉제 도입

    한국수자원공사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 연봉제를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수공은 도입 초기인 만큼 우선 매년 호봉을 올려주는 가호봉 제도를 일정 근무연수 이상인 직원에 한해 정지시키고, 장기근속자의 기본연봉 상한액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연봉제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가호봉이 정지되는 직원은 77명으로 대부분 근무연차가 30년 이상인 직원이다. 수공은 이미 2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해왔다.
  • [세대공감] 아버지와 아들의 군대이야기

    [세대공감] 아버지와 아들의 군대이야기

    여자가 술자리에서 싫어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군대’이고, 여기에 군대에서 축구시합한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미치고 환장할 만큼 싫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자들은 듣기 싫어하지만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나서 말하는 게 군대시절 추억이다. 일명 ‘방위’로 불리는 공익근무요원이든, 해병대든 나름의 애환은 모두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대는 진화했지만 군대가 가진 특성은 쉽게 변하지도 않으며, 변하기도 어렵다. ‘군대 가서 고생해 봐야 한다.’는 아버지와 ‘요즘 누가 군대에 가고 싶어 가느냐.’고 항변하는 아들. 군대에 대한 세대 갈등과 인식의 차이를 들여다본다. ●명령체계 못이기고 사회생활 어찌하려고… 엄석영(56·가명)·엄수철(29·가명)씨 부자는 모두 해병대에서 병역을 마쳤다. 남들은 해병대라며 일견 부러워도 하지만 엄수철씨는 아버지가 군대 이야기만 하면 쥐구멍부터 찾는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라면 꼭 해병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온 수철씨는 자연스럽게 해병대를 선택했다. 아버지는 흡족해했지만 엄씨에게 군생활은 고통 자체였다. 군의 경직된 수직적 명령체계가 특히 엄씨를 괴롭게 했다. 폭력적인 내무반 분위기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휴가 나와서 괴로워할 때마다 아버지는 늘 “예전에는 입대해서 제대할 때까지 ‘빠따’만 맞았다.”면서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사회생활도 못한다.”고 혀를 찼다. 해병대를 제대한 지금도 엄씨는 전우회에 열심인 아버지의 해병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씨는 “해병대를 나왔다고 이야기할 때 특별히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서 “군 제대 후에 오히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욱 괴로워졌다.”고 토로했다. 김광욱(25)씨는 해군군악병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생활 내내 밴드활동을 하며 드럼을 쳤던 김씨는 음악의 끈을 놓기가 싫어 수소문 끝에 해군군악병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군악병이 됐다. 군악병이라고 군기가 없거나 편한 것이 절대 아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몇 시간씩 이동해 연주하는 건 예사고 평소에도 주눅이 들 만큼 엄격한 규율 속에서 연주 연습을 해야 한다. 김씨는 “악기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는 건 덤이다.”고 말했다. 휴가를 나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면 말문이 막힌다. 강원도에서 포병대원으로 군복무를 한 아버지 김윤성(58)씨는 “북이나 치라고 군대 보낸 건 아니다.”면서 “북이 무거워 봤자 박격포만 하겠느냐.”고 핀잔을 준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하고 군대 이야기하면서 더 친해지는 것 같던데 나는 다른 것 같아요. 제대해서 또 밴드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라는 산을 한번 더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캄캄합니다.” ●군대 다녀오니 갈등 풀려 해병대 출신 아버지(이택호·53)를 둔 이상채(29)씨는 육군으로 입대했다. 평소 해병대에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무용담 삼아 들려주던 아버지는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동두천에서 평범하게 복무하던 이씨는 울컥한 마음에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해 2003년에 6개월 동안 현지에서 복무했다. 아버지께 뭔가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게 파병 지원의 계기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끔 미군 쪽에서 경보가 울려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정씨는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해병대보다는 전장에서의 무용담이 더 그럴듯하겠지.’라며 아버지에게 자랑할 생각도 했다. 귀국하고 돌아온 집에서 정씨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긴 후 아버지가 매일 밤 걱정에 잠도 못 주무시고 몸까지 편찮으셨다는 것. 정씨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와 쓸데없는 경쟁을 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면서 “늠름하게 군대 생활을 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환욱(29)씨는 군대에 다녀오기 전까지 통금시간이 오후 11시였다. 해군 대령으로 예편한 정씨의 아버지는 여느 군인 아버지보다 훨씬 엄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갑갑한 마음에 크게 싸우기도 했다.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편안한’ 군대를 다녀오고 싶었던 정씨는 행정병을 지원했지만 5군단 특공대로 배치됐다. 시력이 좋지 않아 현역 3급 판정을 받은 정씨가 특공대에 배치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아버지가 꾸민 일이었다. 그러나 제대하고 나서 아버지는 360도 달라졌다.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들에 대한 신뢰가 한껏 높아진 것. 정씨는 “2년간 고생한 것이 아까워 화도 났지만 제대하고 나니 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됐다.”면서 “특공대를 다녀온 것이 자랑스럽고,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한 풀어줘 김호황(22)씨의 아버지(김태기·47)는 군대를 가지 못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학교를 더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장남은 꼭 해병대를 다녀와서 아버지 기를 살려 달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김태기씨는 친척들이 모여 군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할 때도 술잔을 비울 뿐 별다른 말을 못할 정도로 심한 ‘군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호황씨는 해병대보다 편한 군대를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직접 병무청에 해병대 자원입대서를 제출해 할 수 없이 해병대로 가야 했다. 아버지는 해병대가 된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김씨는 “휴가를 나가면 트럭을 몰고 터미널까지 마중 나오신다.”면서 “온 동네 사람들에게 해병대 아들이 휴가 나왔다고 자랑하는 아버지가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조규민(29)씨는 국방대학교에서 PX병 생활을 했다. 남들이 모두 ‘땡보’라고 무시했지만 아버지 조정환(58)씨만큼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버지가 젊었을 적 동사무소 방위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첫 휴가를 받아 아버지 직장으로 내려간 날, 아버지는 벌떡 뛰어나오며 반겨 주셨다. 아버지는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책상 유리 밑에 끼워 두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였다. “무뚝뚝하신 성격 때문에 달리 표현은 안 하시지만 늘 나를 응원해 주고 계셨다는 그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지와 나는 소주를 거하게 마시고 오랫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그들만의 軍서열은… 공익>防産>현역 세대에 따라 군대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아버지 세대에게 군대는 ‘자랑스러운 의무’였지만 요즘 20대에게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의무’일 뿐이다. 방위라고 깔보던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예전 방위는 제대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현역으로 입대하기엔 뭔가 모자란 ‘결격자’로 오해를 받았다. 지금은 편히 군대생활을 한다는 인식이 퍼져 현역 입대자들이 오히려 공익근무요원들을 부러워한다.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 2년2개월을 복무한 박석범(31)씨는 “내가 군대 갈 때만 해도 방위는 무시했다.”면서 “방위로 근무하면 취직할 때도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시력이 나빠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고 육군에 입대한 천주영(20)씨는 “그럴 수만 있으면 공익근무요원이 최고다.”면서 “훈련도 짧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필요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최고의 군생활 아니냐.”고 말했다. 방위산업체 근무도 인기다. 방위 산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할 기회가 많은 공대생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된다. 현역 군인보다 근무 기간이 1년 더 길지만 돈도 벌고, 훈련도 없어 선망의 대상이 됐다. 박한길(25)씨는 현재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IT 관련 중소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박씨를 부모님은 못마땅해했지만 입대를 계속 미루면서 방위산업체 근무를 준비했다. 박씨는 “억압된 분위기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게 생각만 해도 싫었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방위산업체 근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를 군에 보낸 여자 친구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편지를 쓰거나 통닭 등 먹을 것을 잔뜩 싸가지고 면회 가는 것이 전부였다. 요즘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 친구들은 통화도 많이 하고 선물도 자주 보낸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고무신들의 모임’ 등을 만들어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학생 김민정(23·여)씨는 “요즘에는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메일도 보낼 수 있다.”면서 “전화도 자주 할 수 있어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가도 쓸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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