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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초고령화의 그늘… 범죄 표적 되는 치매 노인 주택 30채당 1채

    日 초고령화의 그늘… 범죄 표적 되는 치매 노인 주택 30채당 1채

    히로시마시 출신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가와하라 미카(58)는 2년 전 고향에서 살고 있는 82세 어머니가 넘어져 다치게 되면서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머니와의 면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중 지난해 12월 가와하라는 어머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와하라는 “내가 생각했던 어머니와 많이 달랐다.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는 듯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지난 4월 가와하라의 어머니는 4월 치매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히로시마에 남겨진 어머니의 집이었다. 가와하라는 남동생과 함께 요양시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어머니의 집을 처분하려고 했지만 부동산 회사는 처분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집 소유주인 어머니의 매매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회사 측은 “당초 소유주의 판단을 전제로 매매를 진행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대면할 수 없는 사이에 소유주의 상태가 좋지 않아져 계약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가와하라는 “어머니가 혼자서 판단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게 충격이었다”며 “어머니가 사실은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집 처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모르는 것도 괴롭다”고 토로했다. 가와하라의 안타까운 사례처럼 치매 노인이 보유한 주택이 치매 탓에 처분하지 못하고 빈집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일본에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가 심각한 일본 사회의 그늘로 고령화사회가 역시 진행 중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9일 NHK에 따르면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치매노인 보유 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기준 치매 노인 소유 주택은 221만채로 조사됐다. 전체 주택 30채당 1채꼴이다. 앞으로 초고령화가 더욱 심화되는 2040년에는 치매 노인 소유 주택 수는 280만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노인의 주택 보유 문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는 치매 노인이 보유한 주택은 소유주의 판단력이 흐려져 매매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시노 다쿠야 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의사로 매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치매 노인의 주택은 ‘빈집 예비군’이나 다름없다”며 “이미 그 수가 방대한데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치된 빈집은 범죄 피해나 화재 등을 당할 위험이 크다. 수도권에 사는 60대 남성은 80대 장모가 치매로 요양 시설에 입주하면서 정기적으로 같은 지역에 있는 장모 소유의 집을 찾아 관리해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유리창이 깨져 있어 서둘러 집안에 들어가 보니 옷장 서랍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NHK에 “(장모 소유의 집 외에도) 주변에 빈집이 많고 조용한 지역이라는 이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겪기 전에 부모가 건강할 동안 자녀와 상의해 성년후견제도나 가족신탁, 임의후견 등의 제도를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스기타니 노리코 사법서사(법무사)는 NHK에 “빈집인 채로 방치되면 요양 비용으로도 활용할 수 없고 주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모가 건강할 때에 서로 이야기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회의 여백/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사회의 여백/글항아리 편집장

    2019년 10월 초 도쿄에서 태풍 하기비스를 만났다. 태풍의 위력은 대단해 사람이 날아갈 정도였다. 호텔에 이틀간 갇혀 있었더니 먹을 것이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신주쿠 번화가로 나갔다. 거리에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문 연 음식점을 찾아 걷던 그때 반갑게도 길에 등을 대고 얼룩처럼 붙어 있는 사람 몇 명을 만났다. 바로 노숙인들이었다. 평소 번드르르하게 꾸민 백화점 주변에 기웃거리지도 못했던 그들은 태풍으로 백화점이 문을 닫자 건물 포치 아래서 하늘을 향해 누운 채 여유 있게 비를 감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이란 나라는 청결함의 대명사인데, 누구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청결한 일본이라도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청결하지 않은’ 무언가가 제 몫을 찾아 속속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셸 푸코는 언젠가 레몽 루셀이나 앙토냉 아르토와 같은 이들의 작품을 보고는 놀라워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특이성, 즉 사람들이 정신병적 증상이라 부르는 것을 부정하기보다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작품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푸코는 여기에 충격을 받고 ‘어떻게 한 사회가 자격을 박탈해 배제시킨 이들이 작품에 등장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었으며, 우리 사회에 이들을 받아들일 만한 여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회 속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미처 몰랐던 여백을 알아차리곤 한다. 일인칭의 자기 서사는 문학계를 점해 온 오랜 방식이긴 하나 최근 들어 서점가에서 이런 에세이들이 폭발적일 정도로 터져 나왔다. 왜 그런 분출 현상이 일어났을까. 사실 자기를 발가벗겨 글로 내보이는 이들의 삶은 음습하고 축축하며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다. 예컨대 최근 편집한 책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의 이정식 작가는 2013년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지기 전 이미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 속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그는 확진 이후 시각예술 분야에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써 나갔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던지 그는 자신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8명의 또 다른 이들을 인터뷰해 자기 고백과 서사를 돋우어 냈다. 이정식씨가 감염 사실을 드러내려고 결심했을 때 지인 대부분 반대했다. 예상치 못한, 감당할 수 없는 반응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런 우려에는 일부 타당한 면이 있었다. 그 후 이정식씨는 감염인이라는 타이틀이 계속 씌워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이야깃거리로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밝은 면도 있었다. 그는 HIV 감염 확진자라는 고백이 가능하다는 것, 그런 채로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 갈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이름 없이 자신을 숨기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감염인이다’라고 말한 뒤에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라면 더러운 얼룩에 그쳤을지 모를 그의 생애는 드러냄으로 인해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것을 받아들일 여백이 꽤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말을 바로 하자면 여백의 발견이라기보다 그들에게 정당한 몫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편집자로서나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하품이 나올 때는 기성세대, 기성사회에서 ‘정상적’이라는 틀로 부여받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될 때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지루함을 잘 못 견뎌 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존 것들을 전복시킨다. 책 역시 삶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거나 우리 사고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쓰이지 않아도 될 것이 꽤 있다. 그런 면에서 퀴어, 세대, 장애 등 낯선 담론이 꾸준히 사회에 균열을 내고 여백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브리트니 해방’… 여성 차별 꼬집다

    ‘#브리트니 해방’… 여성 차별 꼬집다

    생중계된 사생활 10대몰락·붕괴 조롱 속 20대부친에게 통제당한 30대 ‘낙인’이 된 일탈 딛고사회적 자아 회복 나서남성들이 좋아할 ‘이웃집 소녀’ 이미지로 기획돼 미국 최고의 섹시스타로 소비됐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페미니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브리트니 해방’(#FreeBritney) 운동에서 가능성이 감지된다. 한순간 섹시스타에서 악동으로 전락했지만, 몰락 이후에도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 왔던 스피어스는 최근 13년 동안 이어진 부친의 후견인 자격 박탈 소송을 청구하며 ‘사회적 자아 회복’에 나섰다.●부친, 스피어스 조기 치매 내세워 13년 째 후견 스피어스의 삶은 11살 때부터 대중에 노출됐다. 노래와 춤에 재능 있던 금발 소녀는 팝 경연대회에 출연해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실력을 갈고 닦아 17살에 발표한 데뷔 앨범이 미국에서만 1300만장 이상 팔린 뒤에도 스피어스는 토크쇼에서 여전히 가슴 성형을 했는지, 혼전 순결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답해야 했다. 데뷔 이후 승승장구하던 스피어스가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기 시작했을 때쯤엔 파파라치가 그의 삶을 중계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이혼한 전 남편 케빈 페더라인에게 양육권이 있는 아이들을 접견하려다 거부당한 스피어스가 차를 부수거나 충동적으로 미용실로 달려가 삭발하는 장면이 중계됐고, 파티걸 차림으로 귀가하다 집 앞에서 엉엉 우는 장면도 사진으로 찍혀 배포됐다. 스피어스가 파파라치를 피해 아이를 태우고 곡예 운전을 한 장면은 ‘올해 최악의 뉴스’로 선정돼 무한 반복됐다. 2000년대 초까지 ‘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불렸지만, 2007년쯤 스피어스는 ‘몰락’(meltdown)이나 ‘붕괴’(breakdown)라는 단어들과 어우러져 타블로이드 1면 제목이 됐다. 이십대 중반이던 2007년의 스피어스는 누가 봐도 최악이었다. 이 같은 와중에도 이 해에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블랙아웃’(Blackout)이 롤링스톤지 선정 50대 음반에 들 정도로 음악적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묻힐 정도로 삶은 엉망이었다. 삭발, 곡예 운전, 실패한 몸매 관리, 알코올·약물 중독이 반복되자 법원은 2008년 스피어스의 부친인 제이미 스피어스에게 딸의 임시 후견인 자격을 부여했다. 이때만 해도 부친의 후견 기간은 1년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이듬해 스피어스가 ‘조기 발병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부친은 영구적인 후견인 자격을 얻었다. 후견인은 스피어스의 재정, 경력뿐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할 수 있다. 후견인 허가 없이 스피어스는 외출, 운전, 결혼, 임신, 휴대전화 사용, 소셜미디어 게시를 할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피어스를 보호하는 비용으로 부친은 매달 1만 8000달러(약 2000만원)를 받았지만, 스피어스는 자신의 공연·앨범 수익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브리트니는 부엌 캐비닛 색상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정서적 불안정 회복 후 음악·공연 등 활동 스피어스는 13년째 부친의 후견을 받고 있다. 알고 보면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성년후견제도는 성인의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고령이거나 혼수상태, 치매와 같은 중병일 경우에만 신중하게 적용된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미국에서 실시된 후견 절차는 고작 130만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스피어스는 아직 마흔 살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후견 기간 동안 음악·공연·경제 활동을 수행해 왔다. 후견 기간 스피어스는 앨범 4개를 발표했고, 3차례 월드투어를 했다. 2012년엔 포브스 선정 가장 수익을 많이 거둔 여자 가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피어스는 또 2017년부터 4년 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레지던시 쇼(아티스트가 몇 년씩 상주하며 오래 계속하는 쇼)를 했다. 이런 활동을 위해 스피어스의 연습량이 하루 6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스피어스는 판단력을 요구하는 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팩터’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깐깐한 심사평으로 출연자들을 쥐락펴락했다. 스피어스는 또 브랜드들과 협업해 향수 라인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공동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법정서 부친의 피임 강요 등 폭로로 논란 확산 음악·공연 활동을 차질 없이 해 나가고, 경제적인 성취도 이룬 스피어스가 성년 후견을 받고 있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은 지난해 8월 스피어스가 ‘부친의 후견 자격을 박탈하고, 의료 매니저인 조디 몽고메리로 후견인을 재지명해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 전까지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중들은 이미 스피어스가 몰락하던 2007년 그에 대한 호의를 거두었고, 후견 제도를 스피어스의 기행에 대한 일종의 징벌로 인식했다. 지난주 스피어스가 법정에 화상으로 출석해 피임을 강요받고, 후견인의 지시를 거부할 경우 독한 정신과약을 먹어야 하고, 결혼을 금지당했으며, 자신의 안무조차 바꿀 수 없다고 폭로한 뒤에야 스피어스의 성년 후견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다. 이후 스피어스가 법정 승기를 잡았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부친이 계속 후견인 자격 유지를 고집할 경우 공방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에 대한 관심은 2019년 스피어스의 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브리트니 해방’ 운동에 불을 붙였다. 팬들은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후견 제도뿐만 아니라 스피어스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불합리하다는 점에까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작 십대 시절 3년을 사귀었을 뿐인데 툭하면 스피어스와의 결별 때문에 상처받은 것처럼 암시하며 앨범 홍보를 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왜 스피어스와 다르게 토크쇼에서 짓궂은 질문을 받지 않고 무사한 것인지, 2007년에 일탈했다는 이유로 후견인이 성인 여성의 출산과 결혼을 통제할 수 있게 한 제도가 옳은지 근본적인 질문이 이 구호에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스피어스는 남자 스타들과는 다른 이중잣대를 경험했다”며 과거 마약에 빠졌었지만 지금은 ‘아이언맨’ 배우로 우뚝 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온갖 구설과 거짓말로 점철된 생활을 하면서도 건재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실명을 거명했다. 남자 스타의 일탈은 한때의 경험으로 치부되는 반면 여자 스타의 일탈은 회복할 수 없는 낙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별은 일탈했다 회복한 남자 스타에겐 ‘갱생’의 서사를, 일탈을 극복한 여자 스타에겐 ‘돌파’의 서사를 부여하는 일로 이어진다. ●남자와 달리 여자 스타의 일탈에 이중잣대 ‘#브리트니 해방’ 구호에 숨은 질문에 뜨끔했을까. 지난 2월 이 운동을 조명한 NYT의 다큐 프로그램 ‘프레이밍 브리트니’가 공개된 뒤 전 남자친구 팀버레이크는 “나는 여성 혐오의 수혜자였다”며 사과했다. 전 남편 페더라인은 스피어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피어스는 법정 증언 다음날 남자친구인 샘 아스가리와 하와이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한편 부친의 후견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과 별도로 스피어스의 ‘사회적 자아’를 회복할 또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스피어스의 곡을 모은 신작 뮤지컬 ‘원스 어폰 어 원모어 타임’이 오는 7월 11일 미국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동화 속 공주들이 겪는 실존 위기를 조명한 뮤지컬은 페미니즘 색채가 짙다고 한다. ‘아메리칸 스윗하트’에서 몰락한 섹시스타로, 이후 부단히 노력해 자신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자신의 곡에 담아 왔던 스피어스의 노력이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 [금요칼럼] 내게 만약 돈이 있다면/전민식 작가

    [금요칼럼] 내게 만약 돈이 있다면/전민식 작가

    나는 가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철이 덜 들었다는 말을 듣곤 한다. 정확하게 철의 의미를 해석할 순 없지만 어감상으로 본다면 세상 물정 모른다는 말인 듯하다. 그래서 철이 뭔지 고민해 본다. 가족에게 사소한 누를 끼치고 지인들에게 가끔 어려운 부탁하고 매달 무탈하게 넘어 갈 기도하며 사는 게 철이 없는 거라면, 확실히 나는 철이 덜 든 게다. 글쟁이가 하루 5시간쯤 자며 글 써보겠다고 버텨도 사실은 철이 덜 든 것이고, 세상 돌아가는 꼴 무시하고 내가 쓰고 싶은 것들만 써대도 철이 덜 든 것이다. 나는 여느 샐러리맨들처럼 들어가는 하루 유지 비용이 적게 드니 다행이라 생각해도 철이 덜 든 것이고, 남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최소 한 주라도 주식을 사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점 역시 철이 덜 든 증거이리라. 세상 돌아가는 대로 움직여야 철이 들었다 말할 수 있을 텐데 글만 쓰며 살아온 시간 동안 익힌 관습들이 세상 변하는 대로 따라가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다 보니 늘 뒤처지는 모양새다. 세상 물정에 환한 사람들의 서사를 그려야 그나마 읽힌다 생각해 그리 해 보지만 완성해 놓은 글을 보면 세상에서 동떨어진 인물들만 나타나니 난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 인간인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리 넓지 않음에도 난 한 가지도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소설이 왜 사랑받는지 알지 못하고, 천만이 넘어서는 영화가 왜 천만명이나 그 영화를 본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럼 나의 방식과 나의 이야기로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한답시고 내는 이야기들이 증명과는 거리가 머니 난 세상 물정도 모르고 철도 덜 든 게 분명하다. 요즘 들어서야 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두 가지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 하나는 국악이고 다른 하나는 블루스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한 음악의 선택인데 듣다 보면 이 둘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악도 블루스도 독특한 소수만 즐기는 걸 보면 내가 보기에 이 두 장르는 철이 덜 든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철 덜 든 듯한 느낌의 음악 중에 요즘 ‘내게 돈이 있다면’(If I had Money)이라는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5인조 재즈 그룹 ‘블루스 딜라이트’(Blues Delight)의 노래다. 신이 만약 내게 돈을 주며 뭘 하겠느냐 묻는다면 시야가 트인 창 넓은 집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철이 덜 든 이야기를, 어쩌다 우연히 누군가 좋아할 수도 있는 그런 글이나 쓰며 하루 세 끼를 위해 늘 노심초사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해 주고 싶다. 신이 기회를 준다고 해도 그런 생각만 하니 확실히 철이 덜 든 게 맞다. 요즘 썩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있다. 사람들 만나면서 확실히 내가 철이 덜 들었다는 걸 자각하는 중이다. 내 나이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새로운 일 구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내 나이면 세상의 현장에서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런 걸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근래의 일이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나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분도 만났다. 살아남아야 할 날들은 많은데 지금 멈춰 버리면 나머지 인생은 어찌 사느냐고 하소연한다. 그게 그 또래 남자들의 보편적인 고민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게 곧 나의 이야기임도 알게 되었다. 내게 만약 돈이 생긴다면 말년에 이르러 크게 슬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말했더니 철이 덜 든 인간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세상에 모두 철 든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니. 철 좀 덜 든 사람들도 잠깐이나마 짬 내서 하루를 뒤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철은 좀 덜 들었지만 나는 돈도, ‘If I had Money’도 좋아한다.
  • “남자배우에 리액션만 하던 나타샤, 10년 만에 단독 주연 됐어요”

    “남자배우에 리액션만 하던 나타샤, 10년 만에 단독 주연 됐어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 속 조연으로 시작초인들 틈에서 전략·액션으로 입지 굳혀“자기 나약함 직면 뒤 강인함 찾는 캐릭터”감독 “자기 인생 찾는 과정, 女 공감할 것”“당시엔 남성 캐릭터에 리액션만 하는 캐리커처 같은 느낌이었다면, ‘윈터 솔져’(2014)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선 완벽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마블의 새 영화 ‘블랙 위도우’로 돌아온 배우 스칼릿 조핸슨은 24일 한국 기자들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캐릭터 진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0년간 땀의 결실이 이뤄졌다. 볼을 꼬집어 볼 정도로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면서도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데에 자부심도 크다”며 밝게 웃었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는 마블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캐릭터 중 하나로, 2010년 ‘아이언맨2’에서 조연으로 처음 등장했다. 초인들 틈에 낀 인간이지만, 뛰어난 전략과 날렵한 액션으로 입지를 굳혀 왔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나타샤에 대해 “다른 어벤저들과 달리 자신의 나약함을 직면하고 거기에서 강인함을 찾는 캐릭터”라고 분석했다. 이번 영화는 블랙 위도우가 단독 주인공이다. 나타샤의 어린 시절을 조명하며, 캐릭터의 성격을 더 자세하게 보여 준다. 엄마 멜리나(레이철 와이즈 분), 여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 분)와 재회해 자신을 훈련시킨 악의 무리 ‘레드룸’을 반격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볼 때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사이가 배경이다. ‘블랙 위도우’에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강인하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은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라는 면에서 여성들이 공감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인데, 그들을 억압했던 가부장제(레드룸)를 극복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성 중심의 서사에 대해 “우리 영화는 ‘블랙 팬서’나 ‘원더 우먼’ 같은 영화들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주류인 백인 남성 외에 다른 관객들도 존재한다는 걸 스튜디오도 알았고, ‘블랙 위도우’ 이후 또 다른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의의를 더했다. 조핸슨은 이번 영화에서 단독 주연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활약했다. 그는 “힘든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투명해졌고, 그만큼 보람 있었다”고 했다.
  • [문화마당] 탈진실 시대에 되새긴 건축의 방식/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탈진실 시대에 되새긴 건축의 방식/최나욱 건축가·작가

    건축이 사회와 연관을 맺는다는 주장이 언젠가부터 공허히 들렸다. 건물은 수명이 길어 남다른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말은 수많은 재개발과 패션처럼 치러지는 인테리어 시장 속에서 낭설처럼 여겨졌고, 사치의 기준이 변화무쌍해지면서 건물 또한 물건의 일종처럼 보였다. 스타 건축가의 세대를 지나 공간마저 이미지로 소비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 건축가로서 나는 그동안 건축과 함께해 온 여러 신념들에 회의감이 가득찼다. 그런 생각을 바꿔 준 것은 건축대학원에서 담당 교수로 만난 ‘포렌식 아키텍처’라는 건축 집단이었다. 그들은 컴퓨터 법의학을 뜻하는 ‘포렌식’이라는 최신 방법론으로 건축에 접근하면서 ‘건축이 사회에 갖는 책임감’이란 오랜 믿음이 얼마나 실질적인지 일러 주었다. 도심 곳곳에 서 있는 건물은 가치가 배제된 자재 덩어리로서 주변을 기록하는 지표라는 사실을 그들은 활동의 주요 조건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건물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햇빛과 바람 세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끊임없이 달라진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이러한 변화상을 토대로 주변 환경을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렌식 아키텍처가 건축가이자 터너상 후보로까지 지명된 작가로서 주지하는 바는 사회에 무척 유의미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사실들은 결국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며 이들을 모델링하듯 종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콘크리트 덩이가 아닌 우리가 판단하는 것들은 언제나 가치 편향적이라는 반성 말이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작업의 실질성 이상으로 동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많은 시사점을 내보였다. 이 태도는 오늘날 많은 문제를 요약하는 ‘탈진실’에 대응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 탈진실은 완전한 거짓말이기보다 그것을 교묘하게 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어떤 사실을 단면으로만 바라봤을 때에는 손쉽게 그 주장에 동의하게 되고, 설령 사실이 아닌 것조차도 어떤 배치에서는 그럴싸하게 수긍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이는 사실 하나하나를 넘어 그것이 배치된 구조 자체를 톺아봤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포렌식 아키텍처의 수장 에얄 와이즈만을 말을 빌리자면 ‘늘어난 소스 수는 특정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듯하지만, 오히려 그 구도에 사로잡혀 전체 사실을 보지 못한 채 새로운 거짓말을 만드는 게’ 작금의 상황이며, ‘한 방향으로만 이용되지 않는 건축을 다루듯’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한 연예기자가 내 사진을 도용한 일을 겪으며 포렌식 아키텍처의 논점을 새삼 되뇌었다. 그는 한 연예인이 클럽에 갔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전혀 맥락이 다른 한 패션쇼에서 찍은 사진을 들이밀었다.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자료들은 형식일 뿐 실상은 의도가 전부였다. 설령 특정 자료를 문제 삼는다 한들 금세 다른 대안적 사실로 갈아 끼우면 그뿐이었을 테다. 진실이라는 건축을 지을 때 자재를 아무렇게나 다룬다면 과연 옳을 리 있겠는가. 잘못된 자재를 쌓아 지은 집도, 그리고 개별 자재에 대한 이해 없이 설계하는 집도 모두 문제다. 어느 사실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것은 사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에 무관심할 때 발생한다. 특정 이야기와 이미지가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피기보다 그것 자체를 일방향으로만 즐기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때 소모되는 개별 자료는 당사자 외의 누구도 관심 갖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심지어 일련의 자료를 사용하는 명분이 되는 전체 서사 또한 소모품일 수 있다. 진실의 명분이 아니라 가십의 핑계일 뿐이다. 연일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지만 막상 짓는 게 없이 그저 이에 소모되는 폐허만 남는다.
  • 기후·생태 계간지 ‘바람과 물’ 1호 출간… 환경운동가들의 감정 꾹꾹 눌러 담아

    기후·생태 계간지 ‘바람과 물’ 1호 출간… 환경운동가들의 감정 꾹꾹 눌러 담아

    기후위기와 생태 전환을 주로 다루는 인문교양 계간지가 나왔다. 재단법인 여해와 함께는 ‘바람과 물´ 첫 호를 최근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커버스토리와 인터뷰, 라이프+스토리, 이슈, 콜로키엄으로 구성했다. 창간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기후와 마음’이다. 환경 이슈에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을 살펴보자는 의도로 기획했다. 기후활동가 정혜선이 강물의 슬픔을 느끼고 자신을 치유하는 이야기 ‘물의 감정’을 썼다. ‘그 날개는 우릴 추락시킬걸’은 이소연 ‘뉴닉’ 에디터가 다운점퍼에 붙은 1.5달러짜리 가격표를 본 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느끼고 더는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첫 여성 법무장관인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는 ‘지구와 마음’에서 45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어떻게 지구의 마음이 됐는지, 그리고 본디의 마음을 잃어 가는지를 서사시 형태로 묘사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인터뷰를 실었다. 김다은의 기후위기 상담소, 김희진의 전환을 꿈꾸는 로컬맵, 초식 마녀의 비건생활 만화, 이서영의 소설 등 다양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재단이 올해 1월부터 매달 진행 중인 ‘생명애 콜로퀴움’ 내용도 수록했다. 재단 측은 제호 ‘바람과 물’에 대해 “모든 생명의 근원을 가리키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첫 호를 시작으로 2023년 봄호까지 3년 동안 12호를 한정 발행한다. 재단 관계자는 “정해진 기간 내에 집중적인 논의를 펼치려는 목적”이라며 “한정판으로 내는 대신 시의성에 상관없이 단행본처럼 볼 수 있도록 충실하게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K여성작가, 해외서도 푹 빠졌다

    [단독] K여성작가, 해외서도 푹 빠졌다

    최근 20여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아 번역 출판 지원을 받은 작가는 한강, 황석영, 김영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정유정, 조남주, 편혜영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늘어났다. 순문학 이외에도 스릴러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여성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학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해외 출간 한국문학, 한강 작품이 가장 많아 13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번역원의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은 40개 언어권 1579건(작자 미상 고전문학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 출간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황석영 작가가 46건, 김영하 작가 35건, 고은 시인 34건, 신경숙 작가 22건 순이다. 번역원이 본격적으로 해외 출판사들의 번역 출판 지원 신청을 받아 지원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한강(44건), 황석영(24건), 김영하(20건) 작가가 각각 1·2·3위를 고수한 가운데, 정유정(18건), 조남주(16건), 편혜영(14건), 김애란(13건) 작가 등의 순위가 상승했다. 번역원의 번역 출간 지원 사업은 저작권 계약을 마친 해외 출판사에 소정의 번역 출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 사실상 해당 작품에 대한 해외 수요를 반영한다.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강 작가의 번역 출간작 52건 가운데에는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18건), 5·18의 아픔을 담은 ‘소년이 온다’(15건) 등이 있다.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의 소설은 탈북 소녀의 여정을 그린 ‘바리데기’(10건), ‘낯익은 세상’(7건) 등이 번역됐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8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6건) 등이었다.●한류 상품으로 주목받는 ‘K스릴러’ 최근 인기를 얻은 정유정 작가는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린 ‘종의 기원’(10건), ‘7년의 밤’(8건)에 대한 해외 수요가 많았고, 조남주 작가는 페미니즘 소설의 새 장을 연 ‘82년생 김지영’(11건)이, 편혜영 작가는 ‘홀’(6건) 등이 번역 출간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종의 기원’, ‘7년의 밤’, ‘홀’은 어두운 분위기에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 작품들이라 앞으로 ‘K스릴러’가 한류 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여 준다.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강, 황석영, 김영하는 흔들림없는 한국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정유정 작가는 박진감 있게 악의 서사를 펼쳐 재미있는 역작들을 냈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편혜영, 김애란, 조남주 작가 등의 부상은 한국 여성 작가와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로 수용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단독] 20년간 해외서 주목한 K-문학 작가는 한강,황석영,김영하順

    [단독] 20년간 해외서 주목한 K-문학 작가는 한강,황석영,김영하順

    최근 20여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아 번역 출판 지원을 받은 작가는 한강, 황석영, 김영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정유정, 조남주, 편혜영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늘어났다. 순문학 이외에도 스릴러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여성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학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13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번역원의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은 40개 언어권 1579건(작자 미상 고전문학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 출간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황석영 작가가 46건, 김영하 작가 35건, 고은 시인 34건, 신경숙 작가 22건 순이다.번역원이 본격적으로 해외 출판사들의 번역 출판 지원 신청을 받아 지원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한강(44건), 황석영(24건), 김영하(20건) 작가가 각각 1·2·3위를 고수한 가운데, 정유정(18건), 조남주(16건), 편혜영(14건), 김애란(13건) 작가 등의 순위가 상승했다. 번역원의 번역 출간 지원 사업은 저작권 계약을 마친 해외 출판사에 소정의 번역 출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 사실상 해당 작품에 대한 해외 수요를 반영한다.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강 작가의 번역 출간작 52건 가운데에는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18건), 5·18의 아픔을 담은 ‘소년이 온다’(15건) 등이 있다.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의 소설은 탈북 소녀의 여정을 그린 ‘바리데기’(10건), ‘낯익은 세상’(7건) 등이 번역됐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8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6건) 등이었다.최근 인기를 얻은 정유정 작가는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린 ‘종의 기원’(10건), ‘7년의 밤’(8건)에 대한 해외 수요가 많았고, 조남주 작가는 페미니즘 소설의 새 장을 연 ‘82년생 김지영’(11건)이, 편혜영 작가는 ‘홀’(6건) 등이 번역 출간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종의 기원’, ‘7년의 밤’, ‘홀’은 어두운 분위기에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 작품들이라 앞으로 ‘K스릴러’가 한류 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여 준다.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강, 황석영, 김영하는 흔들림없는 한국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정유정 작가는 박진감 있게 악의 서사를 펼쳐 재미있는 역작들을 냈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편혜영, 김애란, 조남주 작가 등의 부상은 한국 여성 작가와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로 수용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강해진 악역·깊어진 우정…후속 시즌으로 돌아온 화제작들

    강해진 악역·깊어진 우정…후속 시즌으로 돌아온 화제작들

    드라마 시즌제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안방극장의 흥행작들이 후속 시즌을 속속 선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둔 작품부터,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추가로 제작된 작품까지 이전 시즌의 화제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송승헌 합류한 ‘보이스4’, 장르물 마니아 공략tvN은 시즌제 드라마로 튼튼한 팬덤을 갖고 있는 두 작품을 선보인다. 장르물 마니아의 지지를 받는 ‘보이스’ 시즌4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각각 18일 밤 10시 50분과 17일 밤 9시 첫 회를 방송한다. 2017년 시작한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함을 그린 소리 추격 스릴러다. 시즌4에는 초청력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마가 등장한다.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범죄자로 궁지에 몰린 보이스 프로파일러와 원칙주의 형사의 공조를 그려낼 예정이다. 배우 이하나가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로 시즌을 이어가고, 송승헌이 형사 데릭 조로 이하나와 호흡을 맞춘다. 시즌1부터 집필을 맡아온 마진원 작가는 제작사를 통해 “2021년 우리 사회에 어떤 범죄가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 중심으로 빌런을 구상했다”며 “코로나19로 가족 학대와 폭력이 증가한다는 범죄율 자료에서 출발해 여러 전문가들의 취재를 더해 ‘서커스맨’을 만들었다”고 예고했다. ‘슬의생’ 시즌2 “시즌1과 똑같은 정서·체온”시즌1에서 최고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시즌2로 돌아온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 ‘99즈’의 우정을 담는다.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정경호, 김대명 등 시즌1 멤버들이 고스란히 합류한다. 신원호 PD는 지난 10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시즌제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기로 했다“며 “시청자분들이 기대하시는 정서, 체온 똑같이 찾아오겠다“고 예고했다. 현실 친구 같은 호흡을 자랑했던 배우들도 이번 시즌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한 작가 ‘결사곡’2 “본격적인 시작”TV조선은 오는 12일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를 첫 방송한다. ‘보고 또 보고’, ‘하늘이시여’, ‘인어 아가씨’ 등을 집필한 임 작가가 6년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올해 초 시즌1 방영 당시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새 시즌 제작이 결정됐다. 시즌2에서는 30대부터 50대까지 세 부부 사이의 균열과 새로운 관계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11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성훈은 “시즌2 대본을 봤을 때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시즌1이 서사를 설명하는 부분이라 호수나 강 같았다면 시즌2는 감정들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은 시즌1에 이어 유정준 PD가 맡으며, 시즌2도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거실 1열서 별의 순간 함께” 쏟아지는 오디션

    “거실 1열서 별의 순간 함께” 쏟아지는 오디션

    공정성 논란으로 주춤했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반기에 쏟아진다. 케이팝의 세계적 흥행 속에 기획사는 신인의 인지도를 올리고, 방송사는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시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첫 테이프는 지난 5일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프로듀서와 피네이션의 싸이가 의기 투합한 SBS ‘라우드’가 끊었다. 각 회사를 대표할 보이그룹을 만들기 위해 두 대표가 경쟁자들을 평가한다. SBS의 아이돌 오디션은 2017년 종영한 ‘K팝스타’ 시즌6 이후 4년 만이다. 첫 회는 일본, 미국에서 온 지원자들이 화제에 오르며 9%(닐슨코리아 기준)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실력뿐 아니라 내면의 예술성을 평가한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MBC는 스타 PD들과 손잡고 2개의 오디션을 제작한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아는 형님’ 등을 성공시킨 여운혁 PD가 이끄는 미스틱스토리,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보이 그룹을 만든다. 오는 8월 방송 예정이다.걸그룹 오디션 ‘방과후 설레임’은 오는 11월 방송을 목표로 지원자 모집에 나섰다. 엠넷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을 기획한 한동철 PD가 연출을 맡았다. 미국 빌보드 차트 진입에 도전할 걸그룹 구성이 목표다.‘오디션 원조’ 엠넷도 ‘걸즈플래닛999’을 준비 중이다. 세 번의 예선을 통해 한중일 참가자 99명을 확정했다. 배우 여진구가 진행자로 나서 8월부터 시작한다. 문자 투표 대신 엔씨소프트의 팬 플랫폼 ‘유니버스’에서 투표를 진행해 제작진 개입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다른 장르까지 올해 방송을 확정한 음악 서바이벌은 10개에 이른다. 오는 21일 JTBC ‘슈퍼밴드’가 시즌2를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싱어게인2’도 선보인다. KBS는 1970~1990년대 노래를 재해석하는 가수를 발굴하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를 7월 선보인다. 트로트로 재미를 본 TV조선은 ‘내일은 국민가수’를, MBN은 퓨전 국악 오디션 ‘조선판스타’를 하반기 방송한다. 뮤지컬 배우 경연대회인 2021 DIMF 뮤지컬스타도 채널A를 통해 방송 중이다. 기획사와 방송사가 ‘윈윈’인 만큼 오디션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매년 수십개의 팀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지도와 팬덤을 쌓는 좋은 방법”이라며 “방송에 출연한 그룹들은 이미 출발선 앞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준비 중인 한 방송 관계자는 “오디션은 성장 서사를 보여 주기 때문에 유입된 시청자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다만 공정성에 대한 높아진 기준은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 남성 카르텔 깨뜨린 사모아 여성 총리의 탄생 [김정화의 WWW]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 남성 카르텔 깨뜨린 사모아 여성 총리의 탄생 [김정화의 WWW]

    지난 5월 24일,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서사모아)에선 ‘천막 취임식’이 열렸다. 4월 열린 총선에서 당선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64) 신임 총리의 취임식이었다. 선거에서 진 틸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전임 총리가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를 봉쇄해버리자 마타아파는 하는 수 없이 천막을 치고 총리직에 올라야 했다. 그는 수백명 앞에서 “우리는 실망스럽지만 놀랍지는 않다. 선거 결과를 지키려면 용감한 사모아인들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천막 취임식이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놓고 앞으로 공방이 예상되지만, 마타아파의 당선은 그 자체로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깊다. 1982년부터 20년 이상 권좌를 차지했던 말리엘레가오이를 합법적으로 몰아냈을뿐 아니라 여성 인권이 낙후된 사모아에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기 때문이다.첫 여성 장관·부총리·총리…“놀랍고 어마어마한 사람”마타아파는 사모아 초대 총리를 지낸 아버지와 여성 인권 운동가 어머니 사이에서 1957년 태어났다. 제주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총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한 사모아는 영국과 독일 제국에 이어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다 1962년 독립했는데, 할아버지 역시 독립을 위해 비폭력 운동 ‘마우’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이처럼 걸출한 집안에서 큰 마타아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될 것임을 알았지만, 그 순간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18살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공부하던 마타아파는 1978년 ‘피아메’(Fiame) 칭호를 받았다. 이는 사모아 우폴루 섬 로투파가 마을의 족장(chief)에 해당하는 칭호다. 사모아의 정치 제도는 약간 독특한데, 특별한 지위를 가진 가문의 족장은 사모아 사회에서 큰 의미를 지니며 이들만이 의회의 피선거권을 얻게 된다. 족장 칭호의 대부분은 남성이 가지고, 여성은 가정에서 아내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모아에서 스무살의 미혼 여성 마타아파가 피아메 칭호를 얻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마타아파는 27살 때 처음 하원 의원으로 선출됐고, 교육부 장관과 여성사회부, 법무부 장관 등에 이어 부총리를 지냈다. 사모아 내각의 첫 여성 각료이자 첫 여성 부총리였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RMIT)의 선임강사 세리드원 스파크는 “마타아파는 놀라울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는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에 무섭지 않으면서도 위협적”이라며 “한번 보고 기억 속에서 잊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십년 동안 태평양의 다른 나라들이 긴장 상태와 쿠데타를 겪는 동안, 사모아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했다. 상징적 존재인 국가원수가 있고 이와 별도로 총리와 의회가 나라를 다스렸다. 인권보호당(HRPP)과 말리엘레가오이 전 총리는 1982년부터 권력을 잡았고, 30여년 동안 마타아파도 그 힘의 일부였다. 말리엘레가오이 정부가 뉴질랜드, 호주와의 무역을 활발히 하기 위해 사모아의 표준 시간대를 옮기고, 이웃 국가에서 중고차를 수입하기 위해 도로의 운전 방향을 바꿀 때 마타아파도 함께 했다. “법치 망가졌다” 30년 몸담은 집권당 떠나 새로 창당이처럼 인생의 대부분을 HRPP에서 보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마타아파는 CNN에 “최근 몇 년 동안 법치주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고, 집권당이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현직 판사가 한 남성의 머리를 병으로 내리쳐 유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당시 국회는 이 판사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국회의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결국 별다른 처분 없이 복직하게 됐다. 마타아파는 “나에게 그 사건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의 시위처럼 보였다. 법정의 존엄성은 사라졌다”며 “그 판사와 같은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람 중 감옥에 있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으며 결국 마타아파는 지난 총선을 한달 앞두고 사모아 한 신을 위한 믿음당(FAST)을 창당해 새로운 리더가 됐고, 사모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양성평등을 주장했으며, 거리 유세를 하거나 집권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FAST와 HRPP는 총 51석의 의석 중 25석씩 차지했는데, 무소속 1명이 FAST로 합류하며 집권당이 뒤집혔다. 하지만 사모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여성 할당제 기준에 미달한다면서 HRPP 여성 의원 한 명을 당선시켰고, 대법원이 나서서 FAST가 이겼다고 판결했는데도 말리엘레가오이 등은 여전히 이에 불복하고 있다. 케린 베이커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사모아의 첫 여성 총리 당선인이 말 그대로 열쇠가 없어 의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고 했다.중동보다 여성 인권 열악…“남성들만의 정치 체계 바꿀 것”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의 태평양 국가에서 마타아파의 당선은 더욱 의미가 크다. CNN은 “마타아파의 당선은 세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가장 낮은 태평양 지역에서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태평양제도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고작 6.4%에 불과하다. 여성에 대한 인권 의식이 거의 없는 중동(17.2%)이나 서아프리카(15.8%)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18년 사모아의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60%가이 친밀한 파트너에게서 폭력을 경험한다고 답했고, 20%는 강간을 당한 적 있다고 했다. 가정 내에서 주기적으로 폭력이 발생한다고 답한 여성은 무려 90%였다. 국제 자선단체 글로벌시티즌은 “사모아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부장적 성 역할을 가르친다. 소년에겐 성적 권리를 장려하며 소녀에겐 복종을 강요한다”며 “이런 성 불평등은 가정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고, 남성 우월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라고 지적했다.이 때문에 마타아파의 취임은 사모아의 전통적인 정치 체계를 뒤흔들며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을 희망으로 점쳐진다. 마셜제도 전 대통령으로 태평양 지역 첫 여성 지도자인 힐다 하이네는 마타아파를 향해 “당신의 승리는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다”라며 “변화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으로 벌어진 정쟁은 슬프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했다. 뉴질랜드의 최연소 여성 총리인 저신다 아던 총리 역시 “중대한 순간”이라며 “여성 지도자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리는 걸 지켜보는 건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대 법학 강사인 푸이마오노 딜런 아사포는 “이번 헌정 위기에서 밝은 측면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을 지키겠다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라며 “새로 선출된 총리는 폭정에 맞서 당당하고 품위 있게 행동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나오미 마타아파는 누구 · Naomi Mata‘afa1957 사모아 출생1975 ‘피아메’ 칭호 받음1979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졸업1985 총선 당선1991~2006 교육부 장관 (사모아 내각 첫 여성 각료)2006~2011 여성사회부 장관2011~2016 법무부 장관2016~2020 사모아 첫 여성 부총리 / 환경부 장관2020 HRPP당 내각 사퇴, FAST 창당2021 총리 선거 당선 후 취임
  • 부산국제 연극제 11일 개막 ...비대면 병행

    부산국제 연극제 11일 개막 ...비대면 병행

    제18회 부산국제연극제가 11일부터 20일까지 영화의 전당과 온라인 플랫폼(유튜브, 네이버 TV 등)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된다. 부산국제연극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연극제의 정체성을 살리는 축제로 진행된다. 공연프로그램과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다. 폐막작인 경남도립예술단의 ‘토지Ⅰ’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과 서사를 한정된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개막작인 점프는 11일~12일까지, 폐막작 토지Ⅰ는 19일~20일까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그 외 공연프로그램은 부산국제연극제 행사기간 동안 유튜브, 네이버 TV를 통해 온라인 송출될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소개와 구체적인 일정은 부산국제연극제 공식 홈페이지(www.bipaf.org)를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부산국제연극제는 코로나 19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안전한 행사를 최우선으로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폐막작 공연은 거리두기 객석제로 운영한다.발열 체크, 행사장 내 손소독제 등의 충분한 방역물품 비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진표 작성, 의료지원소 운영 등 관련 지침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공식 거스른 거장의 느와르… 강호의 의리녀를 맞이하라

    공식 거스른 거장의 느와르… 강호의 의리녀를 맞이하라

    ‘강호아녀’는 강호의 여자라는 뜻이다. 강호(江湖)는 강과 호수를 붙인 단순한 단어지만 그 쓰임은 폭넓다. 세속을 피해 은거한 사람들이 사는 ‘자연’을 가리키기도 하고, ‘세상 자체’를 비유적으로 일컫기도 한다. 특히 강호는 무협지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거기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은 본인이 몸담은 세계를 강호라고 칭하니까. 영화 ‘강호아녀’에서도 강호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조직폭력배 빈(리아오판)과 그의 연인 차오(자오 타오)의 대화를 통해서다.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빈: (권총을 들고) “이 바닥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죽어.”/ 차오: “그 바닥이 어딘데?”/ 빈: (권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강호.”/ 차오: “난 그 바닥 사람이 아냐.”/ 빈: (권총을 차오에게 건넨 뒤) “그거 알아? 지금 너도 강호에 있어.”/ 차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강호는 무슨. 지금이 옛날인 줄 알아?”/ 빈: “사람이 있는 곳은 다 강호야.” 그리고 두 사람은 들판에서 같이 권총을 잡고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렇게 차오는 남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강호의 여자가 됐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강호에서 절대적으로 떠받드는 가치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다. ‘의리’가 그것이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약자를 돕는 정의 등 이에 대해서도 여러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테다. 핵심은 분명하다. 의리의 관건은 맹세를 저버리지 않는 것,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간에 의리를 깨뜨리면 그 인물은 강호에 발붙일 수 없다. 이 작품은 초반부터 의리의 화신인 삼국지 관우상(像)이 등장한다. 과연 의리를 강조하는 강호를 넣은 제목을 가진 영화답다. 그러나 김용의 ‘소오강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협지가 그러하듯이, 의리를 끝까지 굳게 지니는 인물은 거의 없다. ‘강호아녀’도 마찬가지다.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강호 운운하던 빈이 차오를 배신한다. 차오는 빈을 위해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고 5년 동안 복역했다. 빈은 면회 한 번 오지 않고 소식을 끊어 버린다. 출소 후 차오는 빈을 만나러 긴 여정에 나선다. 하지만 재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들 예상했다시피 그는 차오를 버리고 새로운 연인과 지내고 있었다.●복수의 감정마저 태워버린 서사 그럼 이제부터 차오의 복수극이 시작되지 않을까. 아니, 그러면 이것은 막장 드라마의 흔한 공식을 따르고 만다. ‘스틸라이프’(2006)와 ‘천주정’(2013) 등을 만든 감독 지아장커는 거장이다. 거장은 뻔한 서사를 거부한다. 그는 이 영화를 재가 될 때까지 의리를 견지하는 차오의 이야기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이 영화의 다른 제목이 ‘재는 가장 순수한 하양’(Ash Is Purest White)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나 자기를 뜨겁게 태우고 또 태워야 애증이 그렇게 변할까. 이 고온은 잴 수 없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20년 시공간 뛰어넘는 두 남자의 기묘한 만남

    20년 시공간 뛰어넘는 두 남자의 기묘한 만남

    살면서 한 번쯤은 나와 닮은 ‘도플갱어’가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분신이 내 인생에 족쇄가 된다면 이를 거부하게 될까, 아니면 순순히 받아들일까. 이장욱 작가가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소설 ‘캐럴’은 이처럼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이 기묘한 궤적으로 연결되고 엇갈리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투자자문업체 대표 윤호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수화기 너머 상대 대학생 도현도는 느닷없이 자신이 윤호연의 아내 선우정의 전 남자친구이고 오늘 자살할 것이라며 만나 달라고 청한다. 이들이 불쾌한 만남을 가진 뒤 20년 전인 1999년 어느 날 아침 모텔에서 깨어나는 도현도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도현도는 느닷없이 채권추심업체로부터 8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고, 자신이 윤호연이라는 인물의 연대채무자로 지정돼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인물의 이야기는 대사와 감정의 중첩을 통해 20년이란 시차를 가로질러 세밀하게 접합된다. 작가는 매개자인 선우정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는 만날 수 없는 두 인물의 삶을 겹쳐 놓아 자기도 모르게 운명 공동체가 된 환상소설 같은 서사를 그렸다. 이 두 인물이 빠져들었던 사랑과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그 때문에 치르게 된 대가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독자는 눈을 떼지 못한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이어져 있다는 것, 그게 이 세계의 원리다”(236쪽)라는 말에서 보듯 소설은 우리 인생이 어쩌면 같은 궤적을 공유하는 단 하나의 삶일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는 “알 수 없는 사이에 우리를 조금씩 다른 세계에 접속하게 만드는 순간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으며, PC통신이 등장하는 1999년 시대상은 40대 독자에게 아련한 향수를 일으킨다. IMF 외환위기를 겪는 20세기 말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하기 시작한 오늘을 치밀하게 엮어 낸 내공이 놀랍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In&Out]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기억하며/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 과정

    [글로벌 In&Out]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기억하며/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 과정

    한국에서 5월을 지내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는 특별히 ‘가정의 달’로 일컬어진 5월에 많은 기념일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은 물론이고 이번에 나한테 더욱 와닿은 것은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얼마 전 5월 18일에 앞서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전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고 그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 속 정보를 연상시켰다. 석사를 시작하기 전에 광주에서 1년 동안 살았으나 그때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역사적인 정보를 깊이 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 당시에는 ‘광주 민주화운동’ 혹은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 알았다. 오히려 서울에 올라온 후 잠시 광주에 다시 여행을 갔을 때 국립 5·18 민주묘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다큐멘터리 영상을 관람한 후 부쩍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1998년 혁명과 거의 비슷한 면을 지닌다. 그래서 두 나라 역사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상경했던 2017년에 마침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했다.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 그 영화에 나온 공간 설정이 나의 경험상 낯익은 장소들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실제 상황을 상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같은 상황을 실제로 직면할 때 나도 그렇게 용감하게 시위에 나가고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끔찍함과 공포감이 차올라 계속 울게 되었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 중에 구재식(류준열 분)이라는 한 대학생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에게 이 사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에서 매우 마음이 아팠다. 또한 택시 운전사들이 부상자를 살리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김만섭 택시기사(송강호 분)와 힌츠페터가 서울에 다시 올라오는 장면에 군인들을 막아 주는 다른 택시 운전사의 희생을 봤을 때도 아주 뭉클했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피해자를 떠올린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 운전사’ 이외에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몇 편의 소설도 읽기 시작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2014)도 그중 하나다. 이 소설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번역판으로 같이 읽었는데, 작가의 독특한 서사 기법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2인칭 관점의 서술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이 기법 덕분에 독자로서의 나는 소설 이야기 속에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사건 현장에 있는 듯했다. 또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공포감과 비참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한강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데, 예전에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과 이 소설에 관한 정보와 소감을 공유하고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주제로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5·18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관련한 문학 작품을 더 많이 읽을 의지가 생겼다. 특히 한국 근대 작가 중에 ‘5월 작가’라고 불리는 임철우 작가의 소설들을 더 많이 읽을 계획이다. 임 작가가 ‘5월 작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소설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소재를 상당히 자주 다루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스스로 대학생 때 겪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문학적으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직접 해명한 바 있다. 작품 안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야 현재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다시 생각해 보고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 SBS 인기드라마 ‘펜트하우스’의 PD, 방송사 떠나

    SBS 인기드라마 ‘펜트하우스’의 PD, 방송사 떠나

    SBS TV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주동민 PD가 31일 SBS 자회사 스튜디오S에서 퇴사했다. SBS는 “주동민 PD가 31일 자로 스튜디오S에서 퇴사 처리됐다”며 “‘펜트하우스 3’의 연출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맡아 끝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BS 출신인 주 PD는 지난해 4월부터는 SBS 드라마 본부가 분사해 설립한 스튜디오S에 몸담아 왔다. 2004년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로 데뷔한 주 PD는 ‘연개소문’(2006), ‘순결한 당신’(2008), ‘부탁해요 캡틴’(2012), ‘리턴’(2018)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부터는 ‘황후의 품격’(2018)을 통해 만난 김순옥 작가와 의기투합해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연출을 맡고 있다. 주PD는 드라마 ‘리턴’에서 배우 고현정과의 불화 사건을 빚은 바 있으며, 당시 고현정은 드라마 촬영 도중에 하차했다. SBS TV는 곧 첫 방송을 앞둔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의 스페셜 편 ‘히든 룸: 끝의 시작’을 다음 달 2일 오후 9시 방송한다. 스페셜 방송에는 아역인 김현수, 김영대, 한지현, 최예빈, 이태빈과 비서 3인방으로 출연 중인 김재홍, 김도현, 김동규가 출연한다. 진행은 개그우먼 장도연과 조정식 아나운서가 맡아 시즌1과 시즌2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회상을 위주로 과거 서사를 정리해본다. 아역 배우들은 각자 캐릭터의 특징을 분석하고, 실제 성악 실력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즌3의 주요 인물이 될 준기 역의 온주완, 유동필 역의 박호산, 진분홍 역의 안연홍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초여름 더위 식힐 공포영화 러쉬…‘컨저링’, ‘여고괴담’에 K애니까지

    초여름 더위 식힐 공포영화 러쉬…‘컨저링’, ‘여고괴담’에 K애니까지

    다음 달 본격적인 초여름을 맞아 더위를 식힐 국내외 공포영화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이맥스와 4D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길 수 있는 ‘컨저링’ 시리즈에서부터 국산 애니메이션, 전통의 ‘여고괴담’ 시리즈까지 공포 영화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으로 보인다.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마이클 차베즈 감독의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1981년 19세 청년이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붙어 있던 악마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미국 최초의 빙의 재판 사건을 다룬다. 실제로 초자연 현상 전문가인 워렌 부부는 청년의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엑소시즘을 행했고, 소년의 몸에 43위의 악마가 들어 있다고 증언했다. 악령 들린 집에서 벗어나 죄악으로 가득한 공포의 공간에 도달해 더 넓은 세상에서 끔찍한 범죄를 일으킨 가장 강력한 빌런과 대결하게 된다. 영화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 사상 처음으로 아이맥스(IMAX)와 시리즈 최초 4DX, ‘돌비 비전’으로 개봉한다. 공포영화를 거대한 스크린을 활용한 IMAX로 상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한 4DX는 카메라 이동에 맞춰 움직이는 모션 체어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공포를 체험하게 하고, 돌비의 영상 기술인 돌비 비전은 확실한 밝기와 명암비로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사악한 존재와의 대결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다음 달 16일에는 국산 애니메이션 ‘클라이밍’이 개봉해 지난해 ‘기기괴괴 성형수’에 이어 ‘K애니’ 열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제작하고 김혜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세계 클라이밍 대회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와 악몽에 시달리던 세현이 또 다른 자신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세현은 연락을 주고받을수록 또 다른 세현과 서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악몽처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현실과 꿈, 망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전개와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비주얼로 제45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 콩트르샹(Contrecham) 경쟁 부문 후보로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일찌감치 국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내며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을 비롯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관왕 수상,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심사위원상 특별상을 받아 올여름 반드시 주목해야 할 영화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이밖에 한국 대표 공포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도 다음 달 넷째 주 개봉할 예정이다. 이미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 분)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 분)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화장실을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여고괴담 5’ 이후 1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영화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잃어버린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를 밀도 있는 서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그려냈다. 특히 영화는 씨네2000 대표이자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했던 고 이춘연 대표의 유작이기도 하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김서형 이외에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김현수가 출연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최초 여성 파라오 메르네이트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최초 여성 파라오 메르네이트

    고대 이집트의 역사 속에는 적잖은 여성 파라오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신왕국의 기틀을 닦은 하트셉수트, 중왕국 12왕조 시대의 소베크네페루, 고왕국 6왕조 시대의 니토크리스가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집트 문명이 탄생한 직후인 초기 왕조 1왕조 시대(기원전 3000년경)에도 이미 여성 파라오는 있었다. 바로 ‘네이트 여신의 사랑을 받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메르네이트(Merneith)였다. 메르네이트의 역사적 실체는 아비도스의 움엘카브 유적에서 고고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다. 움엘카브 유적은 초기 왕조 시대의 왕묘군인데, 이곳에 있는 무덤 가운데 ‘Y무덤’이라고 이름 붙여진 무덤이 메르네이트의 무덤이다. 40개가 넘는 부속 무덤과 함께 만들어진 메르네이트의 거대한 무덤은 인근에 세워진 다른 남성 파라오들의 무덤과 규모에서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다만 무덤 내부에서 발견된 다양한 기록물과 석비에 쓰여진 그의 이름은 당시 왕명을 쓰는 데 사용되던 ‘세레크’와 함께 쓰여지지는 않았다. 이것은 여성이 파라오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저항이 낳은 결과로 추정된다. 실제로 훨씬 더 후대인 신왕국 시대에 작성된 여러 왕명표에서도 메르네이트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는다.하지만 그녀의 무덤이 보여 주는 거대한 규모와 그 무덤이 다른 남성 파라오들의 무덤과 일련의 무덤군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메르네이트가 ‘사실상의 파라오’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네이트의 이름은 그의 아들인 파라오 덴(Den)의 무덤에서 발견된 인장에서 다른 1왕조 시대 파라오들의 이름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현대의 학자들은 이러한 정황들을 토대로 고왕국 5왕조 시대에 만들어진 ‘팔레르모 비석 왕명표’의 훼손된 부분에는 메르네이트의 이름이 분명하게 쓰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르네이트는 파라오 제르(Djer)의 딸이자 제르의 왕위를 계승한 제트(Djet)의 아내였던 것으로 보인다. 제트는 그의 아들인 덴이 성인이 되기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것이 메르네이트가 파라오직을 수행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섭정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파라오직을 수행하는 상황은 이후에도 이집트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신왕국 시대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도 그의 아들뻘 되는 투트모스 3세를 대신해 섭정을 시작했다가 직접 파라오가 됐다. 워낙 이른 시대의 상황이다 보니 메르네이트가 덴의 섭정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정황들은 메르네이트가 파라오 혹은 파라오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을 강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 또 다른 정황들 가운데 하나는 후대의 왕명표에 기록된 42년에 이르는 덴의 상대적으로 긴 재위 기간이다. 덴의 재위 기간 가운데 일부는 메르네이트가 통치한 기간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어린 파라오의 어머니가 일시적으로 왕권에 대해 권리를 갖게 되는 상황은 신화적으로 정당성이 뒷받침되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오시리스신화에서 이시스 여신은 오시리스의 갑작스러운 죽음 속에서 어린 아들 호루스를 훌륭한 왕위 계승자로 키워 내는데, 이와 같은 신화적 서사는 메르네이트나 하트셉수트가 보여 준 역사적 사례와 구조적으로는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성에게 ‘어머니의 역할’이나 ‘아내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여전히 성차별적인 습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고대 이집트에서는 여성도 경우에 따라 파라오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에 비해 특별히 낮지 않았다. 메르네이트의 시대보다는 훨씬 더 후대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신왕국 시대에는 아내가 남편을 마치 남동생 돌보듯이 다정하게 감싸 주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부부상이 자주 만들어지기도 했다.
  • 모로코의 국경 수비 태업에… 8000명이 스페인령까지 1.6㎞ 헤엄쳤다

    모로코의 국경 수비 태업에… 8000명이 스페인령까지 1.6㎞ 헤엄쳤다

    외교 갈등 일어나자 불법 이민 단속 손 놓은 모로코“교육·일자리 원해”… 아프리카인들의 목숨건 유럽행“유럽에 가서 일자리를 얻고 싶어요.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싫어요.” 몸에 매단 페트병 몇 개의 부력에 의지해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세우타까지 약 1.6㎞ 거리의 바다를 헤엄쳐 건넌 한 소년은 세우타 해변에서 자신을 붙잡은 스페인 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영문도 모른 채 가족들의 등에 타고 바다를 헤엄치다 표류한 갓난아기를 스페인 구조대가 가까스로 구해내기도 했다. 지난 17일부터 이런 방식으로 유럽행을 꿈꾸며 세우타의 해안에 도착하거나, 모로코와의 국경을 넘은 이들이 8000명에 이른다고 스페인 정부는 집계했다. 스페인과 모로코 간 협약에 따라 스페인은 동반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만 수용하고 성인들은 48시간 내 모로코로 송환하는데, 지금까지 약 4000명이 송환됐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친 상당수가 북아프리카의 십대 청년들이란 얘기다.북아프리카의 십대들은 대부분 탈진한 상태로 세우타 해변에 쓸려 온다. 안타깝게 사망한 시신이 세우타 해변에 밀려오기도 했다. 당장 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해도 이들이 꿈꾸는대로 세우타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유럽 대륙의 말라가 등지로 가는 여정이 순조롭다고 담보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목숨 걸고 월경하는 이유는 북아프리카에서 이들이 할 직업도, 미래도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청년 일자리는 더 줄어 지난해 모로코의 15~24세 실업률은 31.2%에 달했다. 열악한 근로환경의 창고에서 일하던 14세 소년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일할 수 없고, 교육 시스템은 열악하다. 여기(유럽)에 오면 미래를 가질 수 있다”며 ‘부모 동의 하의 난민행’이라고 밝혔다.세우타는 원래부터 북아프리카 출신들이 노리는 유럽행 길목이었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이 곳에 도착한 아프리카인은 2228명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유입된 인원은 분명 이례적인 수치다. 이번 사태의 배경엔 ‘모로코 당국의 태업’이 있다. 모로코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서사하라 지역의 독립 반군인 ‘폴리사리오 전선’의 지도자 브라힘 갈리(73)가 지난달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그가 위조여권을 활용해 스페인으로 입국해 치료를 받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모로코는 스페인이 브라힘 갈리의 위조여권을 의도적으로 묵인했다며 반발했고, 스페인은 위조여권인 줄 식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는 인도적 차원의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모로코가 스페인으로 향하는 국경과 해안의 경비를 소홀히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유럽행 시도가 몰린 것이다.이웃 국가인 스페인을 압박하기 위해 국가를 떠나려는 자국의 국민을 풀어주는 것. 모로코 당국의 대응은 우리 관점으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난민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는 국가에선 드문 전략이 아니다. 예컨대 유럽으로 떠나려는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난민들의 기착지인 터키는 난민의 유럽행을 좌절시키는 대가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EU는 2016년 3월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터키에 60억 유로(약 8조원)를 제공하는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달에 다시 EU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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