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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2013서울오토살롱 S라인 몸매 “저 어때요”

    [포토] 2013서울오토살롱 S라인 몸매 “저 어때요”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문전시회 ‘2013서울오토살롱’이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2013서울오토살롱’ 에서는 슈퍼카 및 각종 자동차들과 함께 튜닝부품 및 용품, 차량용 액서사리 등이 전시된다. 오는 14일까지 4일간 코엑스 1층 A,B홀에서 계속된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하루키 특수’ ‘하루키 열풍’이라는 수식어를 어김없이 재현하며 ‘그’가 돌아왔다. 무라카미 하루키(64)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하루키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이 문화계의 축제냐, 출판시장의 독이냐를 따지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출간된지 하루 만에 출판가는 엇갈린 작품 평으로 분분하다. ‘1Q84’ 이후의 문학적 압박을 딛고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했다는 호평에, 새로운 시도를 찾을 수 없다는 박한 평가까지. 신작 속으로 순례를 떠나본다. 스무살의 다자키 쓰쿠루는 반년간 죽음의 위(胃) 속에 잠겨 있었다. 쓰쿠루에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는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다.”(7쪽) 계기는 명백했다. 다섯 손가락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뤘던 네 명의 친구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절교를 당했기 때문이다. 16년의 가혹한 세월이 흘렀다. 서른여섯의 쓰쿠루는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친구 사라는 왜 거부를 당했는지, 스스로 이유를 밝혀보라고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조용히 피가 흐르고 있을지 몰라”라며. 완벽했던 시절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남자는 ‘왜’라는 물음을 품고 순례를 시작한다. 시선을 내내 붙드는 하루키식 서사의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간결한 문체와 단순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를 물음표의 풀장에 빠뜨린다. 일본에서 ‘청춘연애소설로의 귀환’이라는 평이 나왔듯 투명한 청년의 감성도 그대로다. 상실을 돌아보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세심히 짚어나가는 작가의 성찰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인의 고독, 소외 등에 대한 불안의 코드도 짙다. 이름 속에 적(赤), 청(靑), 흑(黑), 백(白)의 ‘색채가 있는’ 네 친구들에 반해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따돌림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듯이.‘1Q84’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상실의 시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배경으로 깔았던 음악 애호가 하루키는 이번에도 음악을 이야기를 엮는 재료로 내보냈다. 헝가리 출신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 ‘순례의 해’가 주인공이 기억을 재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 통로가 된다. 순례의 끝에 쓰쿠루는 결국 용서와 회복에 이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충분하고 견고한 껍질을 만들어낼’(430쪽) 수 없었던, 위기 앞에서 수단을 가릴 처지가 못 됐던 친구의 나약함을 이해한다. 이를 두고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는 작품의 주요 키워드로 회복과 소통을 꼽으며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개인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설은 후회와 상실감, 상처로 가득한 고독한 청년이 순례를 통해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쳐 스스로 회복하고 구제하는 과정을 그렸다”며 “동시에 쓰쿠루의 이름 속 한자 작(作)이나 그가 세상과 연결되는 장소인 철도역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는 데서 개인이 과거와 상처에 함몰되지 않고 소통을 통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복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는 점은 아쉽다.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스푸트니크의 연인’ 등 전작들의 기시감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조주희 한양여대 교수는 “인물의 설정이나 변화 과정, 인물 간 구도, 불명확한 의도 등이 전작들과 겹친다.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여러 수수께끼를 남겨놓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하루키 평전 ‘하루키 하루키’의 저자인 일본 문학평론가 히라노 요시노부 야마구치대 교수도 조 교수를 통해 본지에 신작의 명암을 전해 왔다. 그는 작품 속 표현인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빗대 이렇게 평했다. “‘1Q84’ 이후 창작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이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작가적 노력과 역량에 감탄했다는 게 좋은 뉴스다. 나쁜 뉴스는 전작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함께 살아낸 10대의 기억 속 그들의 특별했던 1990년대

    함께 살아낸 10대의 기억 속 그들의 특별했던 1990년대

    ‘김정일이 죽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2011년 12월 19일 정오, 나는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역사적 사건은 예측할 수 없고 장대하고 극적이나 개인의 일상은 지극히 범상하고 단조롭다. ‘밥 한 공기와 그저께 끓인 감잣국, 멸치볶음’으로 식사를 하고, ‘세제 거품을 많이 내어 천천히 설거지를’ 하고, 출근을 위해 ‘도봉산행 7호선 전철’을 타는 것이 필부들의 삶이다. 화자는 읊조린다.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받는 과정이었다.’ 정이현의 새 소설 ‘안녕, 내 모든 것’(창비)은 미래가 조금 더 특별할 거라고 믿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정이현에게 그것은 1990년대이고, ‘생에 대해 어떤 기대도 품지 않’게 된 열아홉살 이전의 3년이다. 소설은 그 안에서 특별한 서사를 얽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그 시기를 살아낸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정서와 흔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시곗바늘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으로 돌아간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존파가 붙잡히고, 거액의 유산을 타내기 위해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이 체포된 그해다. 삐삐와 PC 통신이 유행하고, 극장에는 ‘뮤리엘의 웨딩’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걸려 있다. 1990년대 후반 환란을 맞기 직전까지 부동산 개발과 소비의 광풍이 막 몰아치던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세미와 지혜, 준모는 예민하고 불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세미는 부모와 떨어져 부유한 조부모 집에 얹혀 산다. 지혜는 한 번 보거나 들은 것을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졌지만 친구들을 빼놓고는 누구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준모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투렛 증후군에 시달린다. 준모는 세미를 좋아하지만 세미는 준모의 과외 선생을 좋아한다. 세미의 가세가 기울고, 지혜가 입시학원에 가고, 준모가 유학을 결정하면서 세 친구는 조금씩 엇갈린다. 1990년대와 10대라는 시간을 축으로 전개되던 소설은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어느 날 세미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세 사람은 말 못할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상의 휘장을 걷어내고 죽음의 풍경을 엿본 이들에게 미래는 약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이현은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는다. 시간을 밀어내면서, 이들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지 않는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중략) 우리는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책꽂이]

    영웅 백범(홍원식 지음, 지식의숲 펴냄) 백범 김구의 생애와 사상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백범 일지’의 사건들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400쪽. 1만 3900원. 활력 경영(정이만 지음, 나남 펴냄) 63시티, 플라자호텔 대표이사를 지낸 저자는 인간 중심 경영을 통해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목표 대비 130%, 200%도 달성할 수 있다는 ‘활력 경영’론을 주장한다. 267쪽. 1만 4000원. 길에서 별을 만나다(유별남 지음, 이마고 펴냄) 10여년간 사막이나 고산지대, 분쟁지역을 오간 사진작가 유별남의 편지와 사진을 엮었다. 온몸으로 뚫고 지나온 길 위의 삶이 담겼다. 240쪽. 1만 5000원. 제왕들의 사생활(윌 커피 지음, 남기철 옮김, 이숲 펴냄) 제왕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한 유쾌한 역사서. 이집트의 파라오부터 페리클레스, 네로 등 그리스·로마의 통치자, 루이 14세 등 유럽의 군주까지 제왕 20여명의 삶을 소개했다. 328쪽. 1만 5000원. 셜록 홈즈 추리파일(팀 데도풀로스 지음, 윤금현 옮김, 보누스 펴냄) 150개의 미해결 사건을 제시하고 독자가 직접 이를 풀어내도록 유도한다. 수학적 사고를 추상화한 책의 화법이 돋보인다. 300쪽. 1만 2800원. 신동삼 컬렉션:독일인이 본 전후 복구기의 북한(신동삼 지음, 눈빛 펴냄) 전후 북한과 관련된 500여장의 컬러 사진을 복원해 수록했다. 망명한 북한 유학생 출신 신동삼(83) 선생이 함흥시 재건 현장과 북녘 산하, 문화재 등의 모습을 전한다. 488쪽. 2만 9000원. 사랑은 왜 아픈가(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감정사회학의 대가인 에바 일루즈의 역작.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성 간 사랑의 이면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이 빛난다. 부제는 ‘사랑의 사회학’. 556쪽. 3만원.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테드 코언 외 지음, 문은실 옮김, 미다스북스 펴냄) 야구와 철학을 접목한 통섭적인 서술이 독특하다. 테드 코언 시카고대 철학과 교수 등 20명의 필진이 야구사의 흥미로운 사건과 비화를 끄집어내 철학적인 해답을 찾는다. 422쪽. 2만원. 열녀전(유향 지음, 이숙인 옮김, 글항아리 펴냄) 동아시아 2000년 역사에서 고전의 권위를 누려온 열녀전의 완역본. 기존 문헌 속 인물을 선별해 편집하는 대신 저자가 이야기를 변형시켰다. 역사와 서사, 사실과 허구가 섞였다. 712쪽. 2만 9000원. 하루 한 끼의 기적(이태근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MBC다큐멘터리 ‘기적의 사나이’의 주인공이 전하는 1일 1식의 기적. 신장이식을 했던 저자는 1일 1식으로 28년간 약을 끊고 누구보다 건강하게 살고 있다. 208쪽. 1만 2000원. 밤의 인문학(밥장 지음, 앨리스 펴냄) 늦은 밤 ‘바’에서 벌어지는 인문학의 아라비안나이트. 인문학의 접근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도와주는 도서 지침서. 저자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읽어온 책의 기록이다. 300쪽. 1만 5000원. 상인 이야기(이화승 지음, 행성:B잎새 펴냄) 인의와 실리를 좇아 천하를 호령한 중국 상인사. ‘사기’의 화식열전에 실린 범려, 자공, 백규와 같은 상인들의 경영전략이 담겼다. 국내 학자가 처음으로 집대성한 중국 상인의 성장사다. 384쪽. 1만 8000원.
  •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의 성공은 작은 족쇄였다. 고등학생 ‘완득이’와 담임교사 ‘똥주’에 대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동안 김려령(42)의 소설에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딱지가 앉았다. 전작인 ‘기억을 가져온 아이’와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동화책이었다. ‘완득이’ 이후 펴낸 ‘우아한 거짓말’과 ‘가시고백’에서도 주인공은 10대였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소설은 청소년 문학의 외피를 빌렸을 뿐 늘 결핍과 외로움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완득이가 자라는 만큼 똥주도 변하듯이. 김려령의 신작 ‘너를 봤어’(창비)는 성인 소설이다. 한 손에는 사랑을, 다른 한 손에는 폭력과 죽음을 움켜쥐었다. 25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출판간담회를 가진 그는 “‘완득이’를 성장 소설이라고 구분해 본 적은 없다”면서 “풋풋해서 가슴 설레는 사랑이 아니라 인생을 조금 산, 30~40대들이 겪는 사랑 이야기로 첫 번째 소설을 발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내가 처음 소설을 쓴 동기는 매우 불온하다. 나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중략) 펜을 사용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죽음의 정조를 강하게 드리운다. 주인공 ‘수현’은 대중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는 중견 소설가이자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이다. 그에게는 지옥 같은 과거가 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극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한 형은 주먹을 휘두르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을 품게 된 수현은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애정을 갈구하는 아내를 은연중에 자살로 내몬다. 나락에 빠져드는 그에게 어느 날 후배 작가 ‘영재’가 나타난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애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수현에게 영재는 그가 만난 유일한 사랑이다.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2006년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했다가 “서사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다시 썼다. “뭔가 고아하고, 깊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문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어떤 면에서 영재는 저와 닮아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많이 쓰면서 화가 나면 (원고를) 버리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면 또 버렸죠. 배고프면 밥을 먹듯, 소설에 허기가 지면 글을 썼어요. 소설은, 저한테는 밥 같은 거였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분천 나루를 건너면 곧은재를 넘어야 하고 그 너머에 숫막이 기다리는 검은돌 마을 숫막거리가 나타난다. 일행은 방울나귀를 이끌고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숫막거리에 당도하였다. 정한조를 행수로 하는 그들 일행은 유난히 떠들어댔다. 쓸개에 뜨물이 든 사람들처럼 헤헤거리고 웃거나 서로 부아통을 지르며 역증난 소리로 언쟁을 벌이고 하찮은 일에도 천둥소리에 검둥개 날뛰듯 북새통을 벌였다. 그 모두가 주위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계책에서 나온 행동거지였다는 것을 주위에선 알 턱이 없었다. 나귀까지 이끄는 상단이 현동과 내성을 겨냥하고 간다는 소문이 여러 길손들 사이에 짜하게 퍼지기를 정한조는 바라고 있었다. 말래를 떠난 지 나흘째 되던 해질녘에 그들 상단은 때맞추어 내성에 당도하였다. 조마조마한 가운데 내성에 당도한 그날이 바로 소금과 미역 그리고 건어물을 실어오기로 윤기호와 약조했던 날이기도 했다. 소금 상단이 여러 패로 나누어 발행함으로써 셈속이 빠르고 용력이 드세다는 적당들의 세력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키는 데는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소금 상단의 정한조나 곽개천 같은 행수들이 적소의 동정을 살피거나 도륙낼 작정으로 휘하의 상단을 동원했다는 소식이 그들 두령에게 입문되기 전에 적당들을 소탕하지 못하면 되려 어육지변으로 떼송장이 생길 가망이 있었다. 숙객 사이인 윤기호의 어물 도가에 행담을 풀고 서사로부터 임치표(任置票)를 받은 다음 당나귀들도 단골 마방에 맡겼다. 어떤 행중은 거래 사정에 따라, 수결한 어음(於音)이나 환간(煥簡)을 받거나 삭채표(朔債票), 보음지(保音紙)를 받기도 하였다. 거래 문서를 발행한 윤기호가 경상도 내륙은 물론 멀리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소금이나 건어물을 사러 온 원매자들과 흥정하여 가절(價折)을 놓게 되면, 구문을 떼고 피륙이나 잡곡 그리고 유기그릇으로 바꿔 소금 상단에 넘긴다. 그러면 척매(斥賣)든 도환(倒換)이든 소금 상단과의 거래는 일단 끝이 난다. 일행은 우선 내성까지 미복잠행 중이었던 길세만의 거처부터 찾아야겠기에 수하 행중을 풀어 매복처를 수소문하도록 하였다. 먼저 약조한 대로라면 잠행시켰던 일행 모두가 내성의 숫막거리 근처에 은신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밤이 이슥하도록 찾아다녔으나, 그들의 행방은 핫바지에 방귀 새듯 온데간데없었다. 자정이 가깝도록 뜬눈으로 기다리던 정한조는 척후로 띄운 동무들 거처 찾는 것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는 서둘러 수하 동무 둘을 데리고 도방에서 지척인 어물 도가를 찾아갔다. 지게문을 한참이나 흔들고 나서야 곤하게 잠이 들었던 윤기호 내외와 서사가 깨어났다. 홀딱 벗고 누웠던 내외가 부산스럽게 잠자리를 수습하기를 기다렸다. 어섯눈조차 뜨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윤기호의 뒷덜미를 잡아채어 일행이 유숙하기로 하였던 도방 뒤쪽의 작둣간으로 데리고 갔다. 한바탕 조리질쳐서 혼쭐을 뺀 다음 작둣간 안으로 잡아 엎치려는 일행을 뒤돌아보며 영문을 모르는 윤기호가 눈발을 날카롭게 흡뜨며 성깔을 부렸다. “이 무슨 해괴한 거조요?”
  • 29일 행정사 첫 자격시험…합격 전략은

    29일 행정사 첫 자격시험…합격 전략은

    1961년 도입돼 1995년 ‘행정서사’에서 ‘행정사’로 명칭이 바뀐 행정사 첫 자격시험이 오는 29일 치러진다. 행정사 1차 시험의 과목은 민법(총칙), 행정법, 행정학 개론이다. 모두 객관식으로 한 과목당 20문제를 한 시간 안에 풀어야 하고, 한 문제당 점수는 5점이다. 19일 행정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300명을 선발하는 사상 첫 시험에 1만 2842명이 응시했다.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일하거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일하면 시험 없이 행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행정사 자격증을 신청한 공무원은 7만여명에 가깝다. 자격증 시험이 면제되는 공무원들은 기본소양교육 1주, 실무수습교육 3주를 받고 사무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업무 신고를 하면 행정사로 일할 수 있다. 행정사 자격시험의 민법 과목에 대해 박문각종로고시학원의 조민기 강사는 “국가고시에서 민법 과목은 순수한 이론 문제보다는 실제 분쟁해결 능력을 묻는 추세”라며 “민법총칙은 양이 많고 내용 또한 어려워 꾸준히 공부해야 하지만, 객관식 문제를 잘 풀려면 요령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강사는 “단순한 조문 문제는 반드시 맞혀야 하므로 총 184개의 민법총칙 조문을 자주 반복해 읽어야 한다. 이론 문제는 각 제도의 요건과 효과를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 두고, 교과서의 판례는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의 근거와 결론을 꼭 암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실제 시험처럼 한 시간에 세 과목을 푸는 연습을 하고, 자주 틀리는 지문은 간단히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법 과목에 대해 김욱 교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5의 책임, 국가배상청구절차, 하천구역 편입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청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 것과 처분이 아닌 것, 협의의 소익, 행정소송 제기 기간, 경찰 책임의 원칙, 공물의 소멸, 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한 공무원 임용, 공용수용의 일반절차 등을 꼭 암기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또 행정법의 일반원칙, 행정법의 시간적 효력,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예, 시효, 부당이득,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법령보충규칙,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부관의 종류, 부관의 독립소송 가능성, 불가쟁력과 불가변력, 하자의 승계, 침익적 처분의 절차, 정보공개 청구 거부에 대한 불복, 공법상 의무 불이행과 행정상 강제집행의 가능성, 행정대집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의 주요 내용 등도 공부해 두어야 할 사항으로 들었다. 행정학 과목에 대해 이권 강사는 “행정학은 방대하지만 전체적으로 7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방행정에서 1문제, 행정 환류에서 1~2문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초이론 가운데 정부와 시장에서 2문제,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1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크며, 행정이념에서는 1~2문제, 행정학 주요 이론에서는 2문제 정도 출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기초이론 편에서 5~6문제가 출제되면 나머지 정책학, 조직론, 인사행정, 재무행정 분야에서 각각 3~4문제가 출제된다고 봐야 한다. 그는 “인사, 재무보다는 정책학, 조직론에서 좀 더 출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10월 12일 논술형 4과목으로 이루어진 2차 시험을 치르게 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계명대 장대규·조진리 잇따라 등단

    계명대 장대규·조진리 잇따라 등단

    계명대 학생들이 기성 문단에 잇따라 등단했다. 계명대는 이 대학 문예창작학과 3학년 장대규(왼쪽·21)씨가 단편소설 ‘돌아온 엄마에게’로 현대문학 2013 신인상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또 같은 과 4학년 조진리(오른쪽·21·여)씨는 시와세계 신인상 공모에서 ‘그런 거 있잖아’ 등 5편의 시로 당선됐다. 장씨가 쓴 단편은 무능력한 아빠가 가출하는 엄마의 손을 자르자 그 손이 움직여 평소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고, 아이들 때문에 엄마가 돌아오지만 아빠가 다시 엄마에게 도끼를 휘두른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알레고리와 유머 그리고 풍자를 통해 가족서사 변용의 새로움을 전달하는 작품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씨의 경우 “타인과의 관계와 자기 자신에 대해 파고드는 작품들을 통해 새롭고 솔직하며 대담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더 독해진 ‘문단의 이단아’ “28일간의 지옥 맛볼래요?”

    더 독해진 ‘문단의 이단아’ “28일간의 지옥 맛볼래요?”

    “나무가 있다. 그러면 주인공을 몰아서 나무 위로 올려놓고 다시 돌을 던져 내려오게 해요. 거칠게 말하면 그게 서사거든요. 우리나라엔 잔잔하게 흘러가는 순문학이 많다 보니 제가 튀어보이나 봐요.”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 집행인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7년의 밤’으로 30만부를 팔아치운 무서운 작가 정유정(47)이 이번엔 도시 하나를 통째로 무저갱(無底坑)에 빠뜨렸다. 인구 29만의 도시 화양에서 개와 사람은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려 삽시간에 죽어나간다. 정부는 군대로 도시를 봉쇄한다.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한 발짝 제겨딛는 순간 주검이 되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산 채로 구덩이에 묻힌 개들은 울부짖다 차갑게 식는다. ‘무간지옥’ 화양에서 벌어지는 28일간의 기록, 그의 신작 ‘28’(은행나무 펴냄)이다. 그는 왜 매번 주인공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걸까. “인물을 엄청난 압박 아래 두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진짜 인간성, 진정한 캐릭터를 볼 수 있어요. 그 선택이 이야기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동력이 되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정부가 군대로 에워싼 화양은 1980년 광주와 겹친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작가가 14살 때부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8’에서 읽히는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 평범한 사람들의 헌신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시각은 그가 살로 부딪힌 경험과 맞닿아 있다. “15살 때 5·18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어요. 시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주먹밥, 김밥 싸서 나르고 간호사, 의사들이 총맞고 들어온 사람들을 미친 듯이 밤새워 치료했어요. 이런 광경을 봤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그들 자신이지 정부, 소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는 거죠.” 정유정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사전 공부와 취재다. 2년 3개월의 준비 기간 가운데 6개월을 취재에 매달렸다. 전염병, 재난 상황 등을 실감나게 그리려고 자연과학 서적을 탐독하고 수의학·응급의학과 교수, 특전사 장교, 도 방역과 수의사 등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공수부대 움직임, 명령계통 등을 파악하기 위해 5·18 기록집까지 뒤졌다. 소설을 쓸 때마다 그는 도시설계사로도 변신한다. ‘7년의 밤’에서는 거대한 댐을 품은 세령마을을, ‘28’에서는 의정부를 모델로 한 화양시를 축조했다. 작가는 “그게 진짜 ‘노가다’”라며 깔깔댔다. 의정부를 답사한 그는 한 달을 꼬박 스케치북에 화양시 지도를 그려나갔다. “상하수도, 관청, 도로망, 하천 등을 이야기에 맞게 배치하고 그걸 다시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시켜 소설을 써요. 공간을 장악해야 이야기를 밀고 나갈 수 있거든요. 후배한테 나를 화백이라고 불러달라 했어요.”(웃음) 소설은 5명의 주인공과 늑대개 1마리의 시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나아간다. 생생한 늑대개의 시점, 감정,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그는 실제로 늑대와 살았던 철학자 마크 롤랜즈의 ‘동물의 역습’ 등 개 행동학, 심리학 책까지 독파했다. 늑대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결심을 한 건 구제역 때문에 산 채로 묻힌 돼지들을 보고나서였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자기의 존재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인간과 동물이 똑같은 생명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가진 존재인데, 왜 동물을 인간의 복리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판단하고 유해동물 개체수 조절한다고 쏴 죽이고 하느냐는 거예요.” 소설의 끝에서 화양 시민들은 이렇게 울부짖는다. “우리는 개가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작가는 “동물과 인간이 같은 운명이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결국 동물을 해하면 우리도 자멸하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토록 참담한 서사를 밑바닥까지 긁어내 보여줬지만 그는 “‘28’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했다. ‘간호사 출신 소설가’, ‘41살에 데뷔한 늦깎이 작가’는 그간 정유정을 수식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꼬리표는 떼어 줘야 할 것 같다. 이 타고난 이야기꾼이 들려줄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투표장 간 이란 최고지도자 “美, 지옥 갈 것”

    투표장 간 이란 최고지도자 “美, 지옥 갈 것”

    제11대 이란 대통령을 뽑는 대선 투표가 14일(현지시간) 이란 전역과 해외 투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전 8시에 시작된 투표에 많은 사람이 몰렸으며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투표가 시작된 직후 한 표를 던진 뒤 국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하메네이는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적 서사시를 만들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투표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관리들이 이란 대선 과정을 잘 모르는 발언을 했다며 “선거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옥에 갈 것이다. 이란 국민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이해관계에 맞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이란 대선 후보가 6명으로 줄어든 과정을 언급하며 “국제적 기준에서 이번 이란 대선은 자유롭지도, 정당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민이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짐에 따라 마감 시간인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2시간 연장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투표율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 결과는 선거법 개정에 따라 11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가 내무부 확인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표 결과는 이르면 15일 새벽부터 일부 확인되고 늦어도 15일 오후에는 당선자나 결선투표 진출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는 보수파 5명과 중도파 2명, 개혁파 1명 등 8명이 후보로 출마했으나 보수파와 개혁파 1명씩이 사퇴하고 6명이 남아 ‘3강·1중·2약’ 구도를 형성했다. 보수파의 분열과 중도·개혁파의 약진으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오는 21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영화 리뷰] ‘맨 오브 스틸’

    [영화 리뷰] ‘맨 오브 스틸’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다. 예전 시리즈와의 연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새로 썼다는 뜻이다. 하기야 ‘원조 슈퍼맨’이라 할 만한 크리스토퍼 리브도 이미 2004년 세상을 떠난 터. ‘맨 오브 스틸’의 클라크 켄트는 빨간 삼각 팬티를 벗어던진다. 처음 영화를 구상하며 제작자로 나선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야기를 슈퍼맨의 탄생 시점으로 돌려놓는다. 크립톤 행성이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과학자 조엘은 아들 칼엘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로 떠나보낸다. 행성을 차지하려던 조드 장군은 반란이 실패하자 반란군과 함께 우주로 추방된다. 켄트 부부에게 발견돼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으로 자라난 칼엘은 그를 찾아 지구에 도착한 조드 장군과 격돌한다. 다크나이트 3부작을 통해 배트맨을 고뇌하는 영웅으로 바꿔 놓았던 놀런은 “배트맨에서 했던 것을 슈퍼맨에서 반복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두 영화에서 비슷한 흔적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맨 오브 스틸’의 클라크 켄트는 ‘시리즈 사상 가장 어두운 캐릭터’라는 말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캐릭터다. ‘다크나이트’의 브루스 웨인이 선악의 경계를 헤매듯 켄트는 어린 시절부터 크립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슈퍼히어로물을 빙자한 일종의 성장 영화로 보일 정도다. 문제는 이 서사의 고리가 그리 튼튼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우연은 남발되고 인물의 심적 변화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는 켄트가 어떻게 북극에서 우주선을 찾게 되는지, 왜 그가 ‘데일리 플래닛’의 기자 로이스 레인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지 등은 간단히 건너뛴다. 볼거리에 충실한 블록버스터라지만 상영 시간이 143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사의 빈약함은 아쉽다. 반면 액션의 쾌감은 뛰어나다. ‘300’과 ‘왓치맨’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은 뛰어난 영상 감각을 발휘해 날아다니는 영웅 슈퍼맨의 액션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특히 후반부 조드 장군과의 격투 장면은 ‘드래곤볼Z를 영화로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강력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2D(2차원)로 촬영한 영화를 후반 작업에서 3D(3차원)로 변환한 만큼 3D 효과는 평이하다. 슈퍼맨 하면 떠오르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대신했다. 개봉일인 13일 오전 9시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55.3%의 예매점유율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흥행수익) 1위인 한국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34.8%)를 20%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영화 ‘은밀하게… ’ 웹툰영화 흥행저조 보란듯이 뒤집고 개봉 6일만에…

    영화 ‘은밀하게… ’ 웹툰영화 흥행저조 보란듯이 뒤집고 개봉 6일만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의 흥행세가 무섭다. 웹툰 원작 영화는 물론이고 전체 한국 영화를 통틀어서도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남은 관심사는 최종 스코어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다.1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6일만에 369만 606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흥행수익) 1, 2위인 ‘아바타’와 ‘도둑들’의 같은 기간 관객 206만명과 335만명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화는 개봉 첫날 49만 8284명을 모으며 역대 최단 기간인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긴데 이어 72시간 만에 200만 관객도 돌파했다. 지난 6일에는 91만명의 관객을 모아 한국 영화 사상 1일 최다 관객 동원의 신기록도 세웠다. 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4일만에 손익분기점(관객 220만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기록은 특히 웹툰 원작 영화 중에서도 최대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335만명을 동원한 ‘이끼’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296만명)이나 ‘이웃사람’(243만명) 모두 원작의 재미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 요인으로는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젊은 여성 팬을 거느린 주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와 원작 웹툰의 인기가 꼽힌다. 예스24가 지난 6~12일 영화 예매율을 분석한 결과 흥행 2위인 ‘스타트렉 다크니스’에는 남성(52.3%) 관객이 많았던 데 비해 이 영화에는 여성(70.6%)관객이 남성(29.4%)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분석한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 30대 이상 관객 중 10대 딸을 둔 가족 관객이 43%, 딸을 위해 예매한 아빠 관객이 15%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2억 50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원작 웹툰의 높은 인기와 눈에 띄는 한국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징검다리 연휴를 개봉일로 잡은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관건은 이러한 흥행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기자·평론가 평점이 5점(10점 만점)에 그친 데서 알 수 있듯 “만듦새가 부족해 뒷심은 크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당장 13일에는 ‘300’의 잭 스나이더 연출에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한 슈퍼맨 시리즈 ‘맨 오브 스틸’이, 20일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월드워 Z’가 개봉한다. 하지만 “이들에 발목을 잡히더라도 지난해 상반기 10~20대 관객을 붙잡아 기대 이상으로 흥행했던 ‘연가시’(451만명)의 성적은 가볍게 넘어설 것이고, 500만 기록을 넘기면 자동가속이 붙어 최종 스코어도 크게 부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영화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웹툰 원작을 시나리오로 만지작거리는 제작자들에게 이 영화가 ‘교과서’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최고 흥행포인트는 여론형성 능력이 강한 10~20대를 초반에 붙잡은 주인공 김수현의 티켓 파워”라면서 “영화적 서사를 중시했던 기존 웹툰 원작의 영화들에 비한다면 ‘웹툰 스타일’ 또는 ‘웹툰의 동영상화’라 불러도 좋을 만큼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점은 향후 제작자들이 주목할 중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주말 영화]

    ■백인 추장(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 부부 이반과 완다는 로마 근교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이반은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이반은 아버지에게 정보를 얻어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 놓는다. 그에 반해 완다는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백인 추장’이라는 영화 속의 무명 배우 페르난도 리볼리를 찾아나선다. 결국은 해변을 거니는 추장의 모습을 찾아 낸다. 이반은 부모와 친구들에게 완다가 도망간 사실을 숨기고, 그녀를 찾아서 온 도시를 헤맨다. 한편 해변에서 자신의 우상을 만난 완다는 그의 실상이 자신이 꿈꿔 오던 것과 너무 달라 실망을 하게 된다. 사실 백인 추장은 가난한 공처가였던 것이다. 사진과 소설 속에 나오던 세상의 실제는 그녀가 상상하던 것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완다는 실망으로 테베레 강에 빠져 죽으려다 간신히 살아난다. ■독립영화관-약탈자들(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오랜만에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선배이며 역사학도인 상태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하고 있다. 속물적이고 여자를 밝히고 거대한 얘기를 즐긴다는 상태는 동창들에게 기이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들의 대화에 어수룩한 감독 지망생 병태는 끼어들지 못해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고, 동창들의 뒷담화는 점점 상태를 성토하며 과격해진다. 한편 그들의 회상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잉태된다. 이젠 동창들의 회상 속 인물이었던 연쇄 살인범 택시기사와 무술 뫄한뭐루의 창시자인 무술의 달인마저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사슬은 사람들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서사의 미로를 만들어 내는데…. ■핸콕(OBS 토요일 밤 10시 15분) 핸콕(윌 스미스)은 X맨,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가지고 있던 모든 능력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겸비한 슈퍼 히어로다. 그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 히어로지만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까칠한 슈퍼 히어로로 낙인찍힌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피 대상 1호로 떠오른 핸콕은 어느 날 PR 전문가 레이 엠브레이(제이슨 베이트먼)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는 핸콕의 추락하는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중 핸콕은 레이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가 자신이 탄생하게 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알게 되고, 메리와 가까이 있을수록 자신의 초능력이 약해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이란의 카프카’ 죽음을 탐구하다

    1951년 4월 4일, 당시 48세이던 이란의 소설가 사데크 헤다야트는 프랑스 파리의 셋방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했다. 지갑에는 장례 비용 10만 프랑이 들어 있었다. 유서는 없었다. 쓰고 있던 원고는 죽기 직전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파리의 마른 강에 몸을 던져 첫번째 자살을 시도한 지 24년 만이었다. 헤다야트는 죽음에 매혹된 작가였다. 테헤란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공부한 그는 릴케의 시를 탐독하며 죽음에 빠져들었다. 죽음은 실존의 문제였다. 신조차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헤다야트는 작품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말했다. “죽음의 문제에 비하면 종교나 신앙, 신념 등은 너무도 허약하고 유치한 집착이다.” “죽음, 죽음이여…너는 어디에 있는가?” 문학과지성사가 ‘눈먼 부엉이’로, 연금술사가 ‘눈먼 올빼미’란 제목으로 나란히 펴낸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탐구서다. 서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만큼 단순하며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주인공은 필통 뚜껑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어느 날 자신이 ‘창녀’라 부르는 아내를 칼로 살해한다. 술과 아편에 취해 환영을 본다. 서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죽음에 대한 무수한 심상과 환영들이다. 밤과 잠, 망각, 꿈의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죽음은 “삶의 심연에서 우리를 건져내서 자신의 품에 거두어주는 존재”이며, 화자는 “망각의 잠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기를” 갈망한다. 삶은 고통이다. “세계는 텅 빈 슬픔의 집”이며 “삶은 부자연스럽고, 불가해하며, 비현실적”이다. 환영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화자의 독백은 마치 죽음의 풍경을 글로 적는 헤다야트 자신 같다. “이 삶에서 떨어져 나가기 전에 (중략) 마치 종양처럼, 조금씩 내 영혼을 파먹어 들어가던 고통을 종이에 옮겨놓고 싶다.” 헤다야트는 초현실주의적인 언어로 실존의 부조리를 다뤄 ‘이란의 카프카’라는 평을 듣는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죽음의 심연을 탐구한 이 책은 풍속을 해치는 데다 잔혹하다는 이유로 이란에서는 금서로 지정됐다. 2006년에는 이란 정부가 헤다야트의 모든 작품 출판권을 몰수했다. 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연금술사 1만 38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우아한 유네스코 도시들 이탈리아처럼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는 없다. 그래서 그 타이틀마저 식상할 때가 있지만 막상 그 중요한 인류의 유산 앞에 서면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게 된다. 페라리보다 멋진 페라라에서, 손톱만한 유리조각들에 존경심을 품게 되었던 라벤나에서, 나는 무척 행운아였다. Unesco City 1 이상적인 르네상스 도시 페라라 Ferrara 포 강변에 자리한 페라라는 15~16세기에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에스테 공국의 보금자리로, 예술가들에 대한 활발한 후원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한 곳이다. 도시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를 느낀 에스테 가문의 헤르쿨레스는 1492년 비아지오 로세티Biagio Rossetti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유럽 최초의 근대 도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페라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계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구불구불 휘어진 골목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중심지구와 북쪽의 확장된 주거지역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도시의 삶을 유통하고 있었다. 헤르쿨레안 에디션Herculean Addition으로 불리는 확장된 주거지역에서 로세티가 세운 랜드마크는 디아만티궁Palazzo dei Diamanti은 벽면이 8,000개가 넘는 피라미드 모양의 대리석 포석으로 이뤄져 일명 다이아몬드궁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의 부자들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던 이 주변은 지금도 모두 부유한 주택지구다. 넓은 해자 때문에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에스텐성Castello Estense은 1385년부터 200년간 개축이 계속된 도시의 상징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는 이 성은 원래 도시의 북쪽을 수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에스테 가문이 주거지를 이 성으로 옮기면서는 민중의 발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이 아직도 남아있다. 거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점점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갔다. 회랑을 세우고 대리석 발코니, 정원을 만들었다. 부속 건물에는 놀이와 유희를 테마로 한 카밀로 필리피의 프레스코화가 귀족의 호사스런 취미를 보여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산 조지오 페라라 대성당 앞에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빈틈이 없었다. 아랫부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윗부분의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대성당의 파사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도시 중심과 확장된 주거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다. 페라라는 인구당 자전거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평평한 지형 덕분이기도 하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편리한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9km 성벽 외곽을 따라 도시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페라라 사람들의 자전거 산책이다. 성 둘레에 커다란 나무를 심고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Unesco City 2 살아있는 모자이크 라벤나Ravenna 라벤나의 전성기는 페라라보다 1,000여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부터 8세기 사이에 3번이나 수도(서로마 제국, 동고트, 비잔틴 제국)의 지휘를 누렸던 도시다. 그 영광의 흔적이 8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고 그중에서 2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시대의 보물로 꼽히는 바실리카 산 비탈레Basilica of San Vitale의 내부도 모자이크로 라벤나를 다시 탈환한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안과 그의 부인 테오도라가 그려져 있다. 빛이 바래지 않은 모자이크화 속에서 황제와 여왕은 여전히 화려했고 여자들의 컬러풀한 의상도 그대로였다. 빛이 잘 드는 날이면 더욱더 찬란하게 빛난다고 했다. 이 세계문화유산에 영감을 받은 샤넬의 디자이너는 라벤나 스타일의 쥬얼리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갈라 플라치디아의 원형무덤Mauseleum of Galla Placidia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보석상자다. 평범하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내부와 달리 어두운 내부에는 찬란한 보석처럼 알알히 생생한 모자이크 그림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금박 위에 반짝이는 유리들은 때론 별이고, 때론 꽃이고, 때론 사람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벤나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이곳의 모자이크를 보고 ‘나이트 & 데이’라는 곳을 작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잔틴 시대의 황실 판사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모자이크들이 천장 전체를 덮고 있다. 물론 바닥도 돌 카펫, 즉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라벤나 사람들이 가지는 모자이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주일 동안 40시간을 수료하면 되는 모자이크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골목어귀마다 붙어 있는 도로명 표지판을 모두 모자이크로 바꾸는 작업은 안나 피에타씨Anna Fietta의 지휘아래 이루어졌다. 그녀의 공방 겸 숍에서는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과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라벤나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부심은 중세 최고의 서사시인 <신곡>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1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던 그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베네치아는 유골을 되찾으려 했지만 라벤나는 유골을 빼돌려 가면서 지켜냈다. ▶travie info 꼬는 것이 실력, 빠네 페라라레제 맛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으므로 이 빵의 모양을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 비교하는 일은 삼가겠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사지가 꼬인 빵이다. 제빵사가 실력을 한껏 뽐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1536년부터 귀족의 만찬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빵’이라는 찬사를(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듣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페라라 빵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물과 밀가루뿐 아니라 습도마저 필수라고 하니 본토에서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나 보다. 맛있는 빠네 페라라레제를 기본빵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쿠시나 부테가Cusina Butega는 그릇의 소리만 듣고도 금이 간 것을 알아차리는 숙련된 종업원들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에밀리야 로마냐 음식을 제공한다. Cusina Butega | 주소 Corso Porta Reno 26/28 Ferrara 문의 +39 0532 209174 www.cusinaebutega.com 이탈리안의 점심식사, 피아디나 이탈리안의 일상적인 점심메뉴가 된 피아디나Piadina는 라벤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얇고 평평한 밀가루 빵 위에 재료를 넣고 말아먹는 피아디아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라벤나의 카페 까데뱅Ca’ de’ Ven에서 맛본 ‘원조’ 피아디나는 샌드위치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맛있는 빵이었다. 밀가루에 라드돼지기름를 듬뿍 넣어 만든 반죽을 팬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쫄깃했다. 라벤나 관광청 사람들이 선택한 이 레스토랑은 15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어울리는 앤티크 선반과 서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엄선된 와인 등으로 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품위 있게 보여주는 곳이다. Ca’ de’ Ven | 주소 Via Corrado Ricci, 24-48100 Ravenna 문의 +39 0544 30163 www.cadeven.it ● 이탈리안 식탁의 기본 너무 흔해서 쉽게 먹는 김치가 사실은 상당한 정성의 산물이듯, 흔하게 먹었던 파스타가 사실은 상당한 인내심의 산물이었고, 빵이나 찍어 먹던 발사믹 식초에도 명품이 따로 있었다. 커피에도 역사가 있고, 치즈는 시간의 산물이다. 알고 먹으니 다른 맛. 더 진하고 고소하고 감사한 맛! Boun Giorno! Torino Caffe 토리노의 아침,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이 많은 격자형 도시의 골목을 기웃거리다 110년 전부터 산 카를로 광장 귀퉁이에 자리잡은 카페 토리노에 들어갔다. 마롱 글라세Maron Glaces·설탕시럽을 입힌 밤와 잔두이야Ganduia·헤이즐넛초콜릿의 먹음직한 모양새에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천장 모서리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a little too much is just enough for me.조금 넘치는 것이 내게는 충분한 것이다.” 그 순간 내게 든 생각은 ‘커피 한잔을 더 마셔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결핍보다는 약간의 과잉을 ‘충분’의 기준으로 삼아 보자! 단테의 희곡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나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계시로 받아들였다. 한결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두 번째 커피를 위해 라바짜 카페Lavazza cafe 1호점을 찾아갔다. 110여 년 전 토리노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커피 광고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도 강렬했다. 그러나 그 현란함 속에서도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색 바랜 느낌이 아니었다. 토리노의 명물 커피라는 비체린Bicerin(에스프레소, 초콜릿, 뜨거운 우유거품을 층층이 섞은 커피)을 영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충분히 족한 마음이 들었다. 내 노년의 어느 날, 아침 9시의 풍경이 저러하길. 그것은 카페인보다 진한 각성이었다. Caffe Torino | 주소 Piazza San Carlo 204 10100 Torino 문의 +39 011-5451118 슬로시티, 슬로치즈 브라 소믈리에도 만났고 바리스타도 만나 봤지만, 치즈감별사는 처음 만났다. 그 장소는 브라Bra였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슬로푸드’와 ‘슬로시티’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일어나기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의 세계연맹(1989년 결성) 본부가 브라에 설치됐다. 그리고 슬로푸드 운동의 연장선에서 브라는 슬로시티 1호(1999년)로 지정됐다. 대표적인 슬로푸드 치즈. 브라는 2년에 한 번씩 세계치즈축제가 개회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1920년부터 3대째 치즈 숙성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오리토Gilolto 가문의 피렌조Fiorenzo씨(사진 왼쪽)도 매번 이 축제에 참가해 엄성된 브라치즈를 내놓는다. 이 지역의 200여 가구가 생산하는 치즈를 감별하고, 특별한 치즈로 숙성해 내는 것이 그의 일. 서늘한 지하 저장고는 치즈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치즈를 두로Duro라고 하고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올리브 오일을 덧발라가며 숙성시키는데 지오리토에서는 보통 3년 정도 숙성시킨 치즈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어떤 치즈들은 홍어로 치면 흑산도보다 진하다는 나주 홍어쯤 되는데, 그럴수록 마니아들은 더 환장하게 마련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오리토만의 독창적인 치즈는 브라취크braciuk였다. 질 좋은 치즈를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등 피에몬테 지역 품종의 포도껍질에 파묻어 적어도 3개월 이상 숙성시킨, 말하자면 ‘취한’ 치즈다. 그래서 이름도 취한drunken을 뜻하는 지역 방언인 ‘취크ciuk’다. 와인 향기와 함께 톡 쏘는 듯한 맛은 지금도 입 안에서 맴돈다. 피오렌조 지오리토Fiorenzo Giolito | 주소 Via Monte Grappa, 6-12042-Bra(CN) 문의 +39 0172 412920 www.giolitocheese.it 내가 만든 파스타 볼로냐 요리학교 ‘요리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볼로네제를 대표하는 메뉴는 미트소스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볼로네제 소스 파스타’다. 소스의 비법까지야 배울 틈이 없었지만 파스타를 만들어 볼 기회는 있었다. 수많은 파스타 종류 중 도전할 종목은 토르텔리니Tortellini였다. 밀가루와 계란 30개만으로 치댄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속을 채운 이 파스타는 그 생김새 때문에 비너스의 배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한마디만큼 작은 토르텔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를 잃기 쉬운 노동집약적 요리였다. 체험자들의 얼굴에 지겨운 기색이 비치자 곧 응용코스로 대형 토르텔리니 만들기가 시작됐다. 같은 요령이지만 물만두만큼 사이즈가 커지자 다시 속도가 붙었고 그만큼 식욕도 빠르게 상승했다. 체험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푸는 동안 드디어 고기 육수에 끊여 낸 토르텔리니가 냄비째 나왔다. 3가지 이상의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양을 조절하려 했으나 자제하기 어려울 만큼 토르텔리니는 맛있었다. 볼로냐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교실이자 레스토랑인 베키아Vecchia Scuola의 성공은 알레산드라 Alessandra Spisni씨의 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파스타 실습을 책임지는 유쾌한 남자, 알렉산드로씨(사진)는 그녀의 동생이다. 전문가 코스부터 일주일 코스, 점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ecchia Scuola Bolognese | 주소 via Galliera 11 40121 Bologna Italy 문의 +39 0516491576 www.lavecchiascuola.com 회장님의 식초 모데나 발사믹 모데나의 식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세상 모든 식초는 인스턴트다. 포도 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전통방식의 발사믹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순전히 시간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10월에 수확하여 깨끗하게 씻은 포도를 으깬 후 만 하루 동안 푹 끊여낸 포도액은 저장고로 옮겨서 배럴에 담긴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5~8개의 배럴들은 ‘가족’이라고 불린다. 그런 가족들이 한 서른 세트쯤 될까. 그리 넓지 않은 2층 저장고는 서늘하면서도 시큼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18세기부터 가족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식초는 이제 가문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초라고 해도 사용하는 저장통의 목재가 다르기 때문에 맛도 모두 다르다. 구멍이 뚫린 배럴에서 증발하고 숙성되면서 응축된 발사믹 식초가 한 단계씩 작은 통으로 옮겨지면서 증발을 계속하여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백년이다. 포도 원액들이 섞이므로 사실 아무도 그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다. 모 호텔 홍보담당자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모데나의 식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그룹의 회장님이 먹는 식초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욕심껏 모데나의 식초를 구매할 수는 없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이 마을의 식초 담그기는 소규모의 가내 수공업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에서도 연간 생산량은 500~600병 정도라고 했다. 시간이라는 것에 맛이 있다면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시고, 달고, 진한 감칠맛. 마지막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샐러드를, 빵을, 치즈를 완전 다른 요리로 만드는 신의 한수 같은 맛 말이다. 품질인증(P.D.D)을 받은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의 가격은 100ml들이 한 병에 12년산 40유로, 25년산은 70유로다. 다른 식초와 비교하자면 고가지만, 그 오랜 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하자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 www.balsamico.it ●이방인처럼 쇼핑하고 이탈리안처럼 먹어라 할인과 세금 환급이라는 ‘이방인 쇼핑 특권’을 꼭 누려야 할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이탈리아다.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품목도 다양하고 사이즈 선택의 폭도 넓다. 디자이너 아웃렛 맥아더글렌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곳도 이탈리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살바토레 페라가모(피렌체), 프라다(밀라노), 불가리(로마), 돌체앤가바나(밀라노), 질샌더(밀라노), 베네통(트레비조) 등은 부연이 필요없는 브랜드다. 여행가방으로 유명한 브릭스(올지아테 코마스코), 여성 핸드백으로 유명한 코치넬리coccinelle(파르마), 남성복 브리오니(펜네)와 투스카니 스타일 패션 브랜드 고뗄리Gotelli(세라발레)는 이탈리아에서 꼭 노려야 하는 쇼핑리스트다. 의류와 보석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스포츠용품, 가정용품 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동일 매장에서 154.94유로 이상을 지출하면 구입 금액에서 최대 15%를 다시 환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누려야 할 또 하나의 특권은 음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방인처럼 말고 이탈리안처럼 먹기를 권한다. 버거킹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도 그리 비싸지 않고,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이탈리아이기에 꼭 누려야 할 호사다. 노벤타 디 피아베 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 펜디Fendi, 아르마니Armani 등의 제품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뉴욕의 패션 블로거들,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가들이 놓치지 않는 매장이다. 베니스에서 30분, 파도바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 등의 문화행사도 개최한다. 주소 Via Marco Polo 1 30020 Noventa di Piave 문의 +39 0421 5741 찾아가기 베니스 트론체토 광장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셔틀버스(왕복 15유로)가 출발한다. 산 도나 디 피아베San Dona di Piave에서도 왕복 버스를 운행한다.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 Serravalle Designer Outlet 이탈리아 북동쪽 리구리아 해안 지역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쇼핑몰은 이탈리안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쇼핑 공간이다. 유일하게 불가리가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불가리 마니아에게는 필수방문지로 꼽히는 곳. 베네통 매장의 규모도 크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제노바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소 Via Della Moda,1-15069 Serravalle Scrivia 문의 +39 0143 609000 www.mcarthurglen.it ●두 개의 시간이 만나다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북부를 누볐다. 지도를 펼쳐 놓고 헤아려 보니 피에몬테,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의 3개 주에 걸쳐 있는 11개의 도시와 마을이었다. 도시의 중심에서 중심부로, 재빠르게 우리를 이동시켜 준 이탈리아 열차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덕택이다. 직접 타본 이딸로에는 두 가지 속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페라리를 닮았다는 명품 초고속 열차의 경쾌한 속도감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로 인해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풍경을 즐기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이 기차 안의 풍경이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외부의 시간을 흡수하여 내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SF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창밖을 보며 이런 공상을 펼치는 것도 기차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미래적이어서 그런지 이딸로의 경쟁 상대는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다. 물론 종목은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다. ‘격의 없는 매너’로 유명한 유럽 항공사 승무원이 아니라 상냥하고 또 예쁘기도 한 우리나라의 승무원이 연상되는, 그런 친절함을 위해 철저하게 서비스 교육을 한 덕택이다. 영어구사 능력도 모두 수준급이다. 그들의 서비스를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까사 이딸로Casa Italo’다. 이딸로 전용 대기실이자 안내데스크 겸 예약센터인 이곳은 이딸로 특유의 컬러인 벨벳 레드와 실버가 어우러지는 우주적인 공간이다. 심플한 픽토그램과 벽면에 내장된 키오스크 들은 디자인, 성능,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초고속 열차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진보적인 이딸로의 노력이 시각화된 결과물이다. <월페이퍼>가 주관한 2013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생활 향상’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피에라 피지Piera Pizi 밀라노역 스페셜리스트 “여기 있는 서비스 직원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밀라노에 있는 2개의 역을 오가면서 총괄업무를 담당했는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예전에 호텔에서 일했었는데 이딸로의 서비스는 호텔에 못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경쟁 상태는 항공사 승무의 수준의 친절과 서비스죠. 하지만 요금은 무척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시장 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승객들이 이딸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참! 이딸로 열차에서 제공되는 슬로푸드 스낵도 잊지 말고 맛보세요.” ●mini interview 찾아가기 밀라노(오전 10시, 오후 1시30분)와 토리노(오전 9시)에서 세라발레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 [씨줄날줄] 봄의 실종/임태순 논설위원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서사시 ‘황무지’에서 1차 세계대전을 통해 현대문명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간을 지켜보면서 봄은 잔인하다고 했다. 그는 ‘잘 잊게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내준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면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문명의 모순에 실망한 시인은 역설적으로 봄 대신 겨울을 찬미했지만 봄만큼 인간의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게 죽어 움직이지 않던 대지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니 감탄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상춘곡’이니 ‘신록예찬’이니 하면서 봄을 노래했다. 문학과 거리가 멀 듯한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1980년대 어느 날 봄 서울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봄은 가난한 사람부터 찾아온다며 멋을 부렸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겨울은 죽음과 절망의 상징이었지만 봄은 희망과 부활의 계절이었다. 지구온난화로 봄이 짧아지는 추세지만 특히 올해는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봄이 실종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4월에는 서울에 19년 만에 눈이 올 정도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봄다운 봄이 없었다. 5월에 접어들어서는 8일 강원 화천·양양, 경북 영천의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한여름 더위가 찾아와 봄을 느낄 새가 없었다. 9~10일 비가 내리면서 반짝 무더위는 가셨지만 비가 그치면서 다시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계절의 여왕인 봄은 곧장 여름으로 달려갈 모양이다. 빠듯한 전력사정에 갑자기 닥친 이상고온 현상으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 때이른 전력난도 우려된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양극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기상에도 이 같은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폭우나 폭설이 잦아지고 혹서와 혹한이 길어지는 등 날씨가 점점 ‘포악’해지고 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환경 파괴가 날로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은 환경도서의 고전 ‘봄의 침묵’에서 ‘우리는 이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숲과 바다에는 죽음의 정적만이 깔려 있을 뿐이다’면서 환경재앙에 경종을 울렸다. 봄이 여름에 흡수돼 사계절이 겨울, 여름 두 계절로 양분되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희망의 찬가와 생명의 환희가 넘실대는 봄이 사라지면 우리네 감성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질도 그렇지만 계절 역시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은 좋지 않다. 간밤에 소리 없이 내린 봄비가 새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DB를 열다] 1968년 광화문 복원 기공식

    [DB를 열다] 1968년 광화문 복원 기공식

    사진은 1968년 3월 15일 거행된 광화문 복원 기공식 장면이다. 지금은 철거되어 없어진 옛 중앙청 건물이 보이고 건물 벽에는 ‘증산, 수출, 건설’이라는 글씨가 쓰인 간판이 걸려 있다. 광화문은 전쟁과 침략으로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1395년(태조 4년) 9월에 창건된 이 문이 광화문이라 명명된 것은 1425년 세종 7년 때 집현전 학사들에 의해서였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함께 불에 타 270여년간 방치되었다. 그랬다가 1864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광화문을 다시 세웠다. 광화문은 다시 수난을 겪는다. 한일병합 후 일제는 1927년 궁궐 건물들을 헐어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으면서 광화문을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 존재 가치를 상실시켰다. 설상가상으로 6·25전쟁 동안에 광화문은 폭격을 받아 목조 부분이 불에 타고 말았다. 이를 1968년에 다시 건립하게 된 것이다. 석축은 그대로 썼지만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글 필체로 쓰고 상부는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총독부 건물의 축에 맞춰 짓는 등 겉모양만 복원했다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이를 바로잡고자 2006년 12월부터 1960년대에 세운 광화문을 다시 뜯어 복원 공사를 해 2010년 8월 비로소 경복궁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광화문 편액(扁額)도 조선 후기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으로 있으면서 서사관(書寫官)으로서 편액을 쓴 임태영 장군의 서체를 되살렸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공무원 교육, 새 정부 맞춤형으로

    공무원 교육, 새 정부 맞춤형으로

    정부가 바뀌면 국정 핵심 가치도 바뀐다.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도 더불어 바뀐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과정에 ‘미래창조행정’ ‘정부3.0’ ‘창조경제’ 등이 새로 등장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29일 “다음 달 ‘미래창조행정 과정’과 ‘정부3.0 정책과정’ 등을 새로 만들고 연중 전문교육 과정으로 ‘경제민주화 실천과정’을 운영한다”면서 “특히 미래창조행정과정은 사회적 트렌드와 행정수요자인 시민들의 욕구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창조적 융합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일단 다음 달 7일부터 사흘 동안 5급 이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팀장급 이상 간부 24명을 대상으로 미래창조행정 과정을 연다. 교육 기법도 진부한 강의와 토론 방식 등을 뛰어넘었다. 패널 토론을 거쳐 융합창조 아이디어와 정책 이슈를 발굴하고, 제안 내용을 시나리오, 개념 드로잉 등 시각적인 예술적 기법을 통해 구체화한다. 이후 가치 소통을 위해 자신들이 정한 브랜드에 구체적인 서사(敍事)를 담는다. 또 다음 달 하순부터 사흘간 진행될 예정인 정부3.0 정책과정은 6급 이상 공무원 4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된다. 개방, 공유, 소통, 협력 등을 핵심 가치로 삼는 정부3.0의 개념과 행정현장의 적용 방법, 추진 전략 등을 함께 나눈다.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교육 내용 등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중 전문교육 과정으로 ‘창조경제 실천 과정’을 1순위 과제로 꼽아 7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연 3회 실시할 계획이다. 당초에는 교육 과정 명칭이 ‘경제민주화 실천 과정’이었으나 최근 미묘하게 변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의 흐름을 반영해 ‘창조경제’로 이름을 바꿨다. 중공교 관계자는 “전문교육과정으로 늘 새 정부의 시책을 담으려고 고민하는 부분도 있고, 특정한 주제의 경우 해당 부처에서 요청해 구체적 내용 등을 협의한 뒤 교육 과정에 포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5급 공채에 합격한 신임사무관 321명과 민간경력채용 합격자 99명 등 420명은 이날 오전 중공교 합동교육 입교식을 가졌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위기의 인문학, 그 실상을 파헤치다

    요즘 많은 이들은 ‘인문학의 위기’를 거론한다. ‘인문학은 죽었다’는 말은 도처에 무성하지만, 뾰족한 돌파구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갈수록 주변의 학문으로, 심지어는 고사의 영역으로 퇴색되어가고 있는 인문학은 정말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인문학은 어떻게 되살려내야 하는가. ‘침묵의 공장’(강명관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은 바로 그 위기의 인문학 실상을 해부한 책이다. 현직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신분인 저자가 대학과 우리 인문학계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쓴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책을 읽다 보면 ‘침묵의 공장’은 우리 인문학 현주소의 실감 나는 상징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복종하는 공부에 지친 이들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대학은 연구자들이 연구비라는 방진복을 입고 조용히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찍어내는 침묵의 공장이 되고 말았다.” 그 ‘침묵의 공장’을 생겨나게 한 원인은 다름 아닌 자본-국가-테크놀러지의 트라이앵글이다. 이 트라이앵글을 ‘괴물’로 표현하는 저자는, 그 괴물들이 침묵의 공장을 가동하는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치밀하게 국어는 제멋대로 편집됐고 국사는 왜곡 당했으며 인문학은 굴종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 실상은 이런 것이다. 이를테면 국어는 고대-중세-근대라는 발전적 도식에 의해 한문학 영역을 삭제당하고 서구식 발전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만 주요하게 다뤄졌다. 국사는 ‘민족’이라는 주어 아래 영웅 서사시로서 위대한 역사로 인정되는 것만이 살아남았다. 또 인문학은 자본과 국가의 지원 아래 철저히 검열되고, 그들의 이익에 들어맞는 것만 힘을 갖게 됐다…. 그래서 공부, 곧 학문을 하는 대학은 이제 한 개인의 사회적 서열을 매기는 곳이고, 차등화된 노동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개탄한다. ‘무관심한 침묵은 피 튀기는 싸움보다 더 무섭다’고 했던가. 어떤 이는 ‘위기의 인문학’을 낳은 자본-국가-테크놀러지의 트라이앵글에 재발로 들어갔고 또 어떤 이는 억지로 끌려갔지만 지금이라도 인문학 본질을 똑바로 알아차려야 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 본질은 ‘인문학적 사유는 기계처럼 찍어낼 수 없고, 구조에 의해 짜 맞춰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학문은 수공업이다” 그래서 인문학 공부는 언제나 인간의 삶을 옥죄는 자본과 국가의 권력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평등, 평화, 자유, 그리고 환경의 회복을 지향해야 한단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사람을 살리는 공부를 되찾는 방법은 인문학 본래의 저항성과 불온성을 되찾는 것” 그 지론대로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자본이 요구하는 인문학의 콘텐츠는 영혼을 상실한 인간이다. 영혼 없는 콘텐츠를 개발해 자본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자본과 불행할 수 있는 동거를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가.” 1만 1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대검 중앙수사부 역사속으로] 영욕의 32년… ‘거악척결 본산’서 ‘정치검사 소굴’로

    [대검 중앙수사부 역사속으로] 영욕의 32년… ‘거악척결 본산’서 ‘정치검사 소굴’로

    대검 중수부는 ‘거악 척결의 본산’으로서 검찰의 자존심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자부심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국민의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국민에게는 ‘정치검사의 소굴’로 비쳤다. 이동열(대검 특별수사체계 개편 추진 TF팀장) 서울고검 검사는 23일 중수부 현판 하강식에서 이런 국민감정을 의식한 듯 “우리의 드높은 자부심의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음을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칼이 되었어야 할 중수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아 더 이상 막중한 사정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이 자리에 선 우리를 더없이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지난 32년간 한국을 뒤흔든 거대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1980년대 대통령의 친인척과 금융권 핵심인사가 연루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명성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사건,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이 중수부를 거쳤다. 이철희·장영자 사건에서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광업진흥공사 사장이 구속됐고 이 사건은 이후 금융실명제 도입의 계기가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수부가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중수부는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해 노 전 대통령 등 22명을 입건하고 3명을 구속기소했다. 1997년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해 현철씨 등 6명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중수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데다 수사 대상의 대부분이 정치권력이었던 만큼 정치 중립성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논란은 2009년 중수부의 칼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격화됐다.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유착 의혹을 수사했지만 수사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전직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정리됐다. 이 사건으로 중수부를 향한 사회적 시각은 크게 악화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과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이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자체 개혁안을 놓고 대립하면서 한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검란’(檢亂)까지 일어났다. 이는 검찰 내부적으로는 개혁 방향성에 대한 대립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검찰의 라인별 이권 다툼으로 비쳐졌고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검은 중수부가 폐지됨에 따라 중수부에 파견됐던 검사 15명과 수사관 18명을 일선 청에 재배치했고, 남은 중수부 수사인력 10여명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등 일선 부서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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