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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작엔 없는 늙은 단테 자신과의 지독한 싸움

    원작엔 없는 늙은 단테 자신과의 지독한 싸움

    지난해 공연계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던 연극 ‘단테의 신곡’이 오는 31일 다시 무대에 오른다.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을 한태숙 연출이 총체극으로 탄생시킨 ‘단테의 신곡’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1주일간 초연되면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신곡’은 주인공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원죄를 성찰한다. 총 1만 4233행에 달하는 시를 연극은 150분으로 압축하면서 종교적 메시지는 덜어 내고 인간 본성의 탐구에 집중한다. 올해 재공연에서는 단테의 자기 성찰을 더 부각시킬 예정이다. 원작과 초연에는 없었던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를 등장시켜 단테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몰아넣는다. 또 연옥과 천국을 극대화하기 위해 천국 부분을 새롭게 각색했다. 무대 설계를 새롭게 해 연옥의 이미지를 새롭게 제시한다. 연옥은 부피감을 더하고 영상, 아크릴, 철재 등을 사용해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지웠다. 음악 역시 15인조 국악·양악 혼합 오케스트라를 위한 30곡으로 편곡했다. 배우 지현준과 정동환, 박정자, 김금미 등 초연 때의 배우들에 창극 ‘장화홍련’에서 장화를 맡았던 김미진이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로 새롭게 합류했다.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만~7만원. (02)2280-4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과거사 반성은 잃어버린 영혼 찾는 과정”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0)는 2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은 과거 주변국 등에 저지른 과오를 고백하고 주변국과 아픔을 함께 치유해 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과거사 반성은 독일인들에게도 전쟁 중에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는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영화 ‘더 리더’의 원작으로 유명한 ‘책 읽어주는 남자’(1995), ‘귀향’(2006), ‘주말’(2008) 등 여러 대표작들을 통해 독일의 과거사 문제를 다뤘다.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44년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났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슐링크의 문학 세계는 나치즘의 실상을 바라보는 전후 세대의 시각을 탄탄한 서사구조 속에 작품화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25일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영화 프리뷰] 우리는 형제입니다

    [영화 프리뷰] 우리는 형제입니다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 영화를 정색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다르다. 웃음 속에 숨겨진 또 다른 페이소스와 함께 익숙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당연시 여긴다.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장진다운, 혹은 장진스러운’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눈높이는 여전하다. 고아원에서 헤어진 뒤 30년 만에 만난 목사 형(조진웅)과 무당 동생(김성균)이 잃어버린 치매 어머니(김영애)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는 영화의 설정만으로도 관객들에게는 이미 편안히 웃다가 이윽고 감동하겠다는 자세를 준비시킨다. 사실상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영화를 책임지고 끌고 간 조진웅과 김선균은 배우가 할 수 있는 최고치의 연기를 맘껏 뽐낸다. 특히 조진웅은 자신이 갖고 있는 넓은 연기의 폭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그간 ‘범죄와의 전쟁’, ‘분노의 윤리학’, ‘끝까지 간다’ 등에서 인식된, 자신을 폭발시키고 희생시켜 옆에 있는 이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 강한 연기만이 아니라 잔잔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며, 절제 있는 감정 연기 등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선보였다. 영화 후반부 어머니를 30년 만에 만나 흐느끼는 장면은, 왜 최근 한국 영화계가 곳곳에서 조진웅을 바쁘게 호출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올 한 해 개봉한 조진웅의 영화는 ‘명량’, ‘군도’, ‘끝까지 간다’ 등 네 편에 이르며, 올 초 KBS2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도 출연하는 등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또 이미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등에서 보여준 소름 끼치는 범죄자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의 순박한 시골청년까지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던 김성균의 능청스러운 무당 연기 또한 압권이다. 원로배우의 반열에 오른 김영애의 탄탄한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묵직이 잡아준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감독의 통제하에 있어서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맞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 감독이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를 갖고 촬영한 작품이다. 촬영 회차도 30회에 그칠 정도로 투자배급사, 제작사 중심으로 기획된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연출의 집중력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순간 잠시 졸며 형제들의 어머니를 잃어버리게 만든 방송작가 여일(윤진이)의 기면증은 영화 초반부 서사의 핵심적 모티브를 제공했지만, 영화 초반부 이후부터는 말똥말똥 눈을 뜨며 잠들 기미가 없다. 도대체 왜 계속 형제를 따라다니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생명력을 상실했다. 장 감독은 “영화 속 여일의 기면증이 중요한 모티브였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왜 어느 순간부터 안 졸지?’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면 이는 감독으로서 예측하지 못한 빈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진이는 시사회를 마친 뒤 “감독님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셨는지, 택시에서 몰래 웃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대로 나왔다”고까지 얘기했다. 영화 기획, 시나리오부터 모든 것을 통제할 때 장진 감독은 더욱 장진 감독다울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공연리뷰] 조광화 연출 연극 ‘프랑켄슈타인’

    [공연리뷰] 조광화 연출 연극 ‘프랑켄슈타인’

    영국 작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후대의 창작자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줬다. ‘신에 도전하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괴물의 복수’라는 모티프는 영화와 만화, 연극 등으로 재탄생됐다. 그러나 메리 셸리가 천착했던 과학에 대한 맹신의 문제, 인간의 존재론적 성찰 등의 철학적 사유보다는 피조물의 흉측한 외모와 복수극이 부각되면서 공포 혹은 괴수물쯤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영국 극작가 닉 디어의 희곡과 영화감독 대니 보일의 연출로 2011년 초연한 연극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철학적 질문으로 돌아간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아닌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의 시선에서 인간이 인간을 창조한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조광화 연출의 지휘로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한국판은 ‘버려진 존재’인 피조물의 절규를 빌어 인간의 오만함을 섬뜩하게 경고한다. 공연장이 대극장에 가까운 규모지만 무대는 앙상하다. 기둥과 가지만 남은 나무를 배경으로 비닐로 칭칭 감은 간소한 세트가 전부다. 인물들의 대사는 객석을 압도한다. 완벽한 인간을 꿈꾸다 흉측한 괴물을 만들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에게 버려진 아픔을 안고 ‘괴물’이 된 피조물은 생명 창조의 의미, 사랑, 인간의 탐욕 등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한다. 쉴 새 없이 대사가 쏟아짐에도 또렷하게 뇌리에 각인돼 관객들마저 논쟁의 장으로 빨아들인다. 한국판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피조물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감정적 동화를 이끈다. 갓난아기처럼 세상에 던져진 피조물은 걸음과 언어를 깨치고 밀턴의 장편 서사시 ‘실락원’을 읊는다. 신체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박해수는 몸의 움직임과 언어능력, 사유의 수준이 서서히 발전해가는 피조물의 변화를 치밀하게 연구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갯짓에 성공하듯 생생한 표현으로 설득력을 부여했다. 기쁠 때는 어린아이처럼 날뛰고 슬플 때는 절규하듯 울부짖는 그는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연약한 존재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잔인한 본성이 꿈틀댄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반대편에는 철학적 사유로 무장한 이성이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피조물이 결국 인간을 압도하는 결말은 한국판에서 새롭게 각색된 부분이다. 다음달 9일까지. 3만~6만원. (02)580-130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으아, 영화 한번 기네…어디, 관객 대박 났나

    으아, 영화 한번 기네…어디, 관객 대박 났나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대략 두 시간 동안 신비로운 세상의 모험, 영웅의 정의로운 활약 혹은 가슴 먹먹한 감동 또는 통쾌할 만큼의 웃음 등을 기대하며 즐기고자 한다. 하지만 세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라면? 다음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상영시간은 169분이다. 3시간에서 11분이 빠지는 긴 시간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등을 통해 세계 최고 거장으로 인정받는 놀란 감독에 대한 투자제작사의 절대적인 신뢰가 작용한 결과이며 감독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인터스텔라’와 똑같은 169분 상영시간의 영화가 이미 심심찮게 있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로렌스’를 비롯해 지난해 개봉된 ‘호빗, 뜻밖의 여정’ 그리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에비에이터’(2005) 등이 상영시간 169분이었다. 물론 고전영화의 대표 격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려 4시간에 육박하는 232분의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대작이었다. ‘벤허’는 212분, ‘닥터 지바고’는 200분짜리였다. 한국영화로는 ‘이끼’가 163분으로 눈에 띄게 길었고 지난달 개봉한 ‘타짜: 신의 손’도 147분으로 상영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는 2시간을 갓 넘기는 정도가 보통이다.<표 참조> 상영시간은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상영시간은 제작자, 감독의 상호 이해관계 그리고 관객에 대한 고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2시간이 넘어가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객이 큰 불편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한계가 2시간 정도라는 것이 영화계의 정설에 가깝다. 투자배급사, 제작사 입장에서도 상영시간이 2시간 30분을 넘기면 상영횟수가 하루 평균 한 차례 줄어든다. 실질적인 매출 및 관객수 등 흥행성적과도 어느 정도 연관될 수밖에 없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엔터테인먼트의 최근하 과장은 “영화관 입장에서는 2시간 남짓의 상영시간이 가장 이상적이고 2시간 30분을 넘어가면 한 스크린에서 한 회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특히 평일 오후 6~8시에 두 차례 상영할 수 있는 것을 한 번으로 줄여야 하니 흥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영화를 기획할 때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상영시간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팀장 역시 “업계 통념상 상영시간이 길어지면 상영회차가 한 번 줄어들고 관객수 증가 속도가 더뎌진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긴 영화도 재미만 있다면 사람들이 찾을 것인 만큼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 후반 편집작업에서 늘 상영시간의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현실적 모순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처음 장편영화를 만든 A 감독은 “100분을 넘기지 말아 달라는 제작사의 구체적인 주문이 있어 편집과정에서 마구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내가 보기에도 서사의 연결 구조가 엉성했으니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땠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감독으로서는 작가적, 예술적 욕망이 크고 영화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지만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서는 무작정 허용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상영시간에 영화계의 산업 논리가 숨어 있음을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2시간 30분을 넘어가는 영화는 감독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 없다면 긴 상영시간은 쉬이 하기 어려운 시도”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창조인문학/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창조인문학/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빠른 추격자에 입각한 한강의 기적은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과거 추격형 경제에서는 선도기업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해 더 좋고 더 싸게 제공하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추격형 전략으로는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69개국 비교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없이는 중국과의 레드 오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개척자 전략으로 대전환의 전제조건은 인문학이다. 창조경제는 원가 중심에서 가치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새로운 가치 창출은 근원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가치 창출은 당연히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에 그 뿌리를 두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있다’고 선언한 이유일 것이다. 실용학문만으로 일류국가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를 바꾸는 국가만이 일류국가로 거듭났다. 작금의 한국의 현실을 보자. 실용기술을 제공하는 강좌들은 수강생 모집에 허덕이나 인문학 강좌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러한 인문학 열풍은 일단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핵심이 인문학 그 자체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인문학 강좌들은 중국과 구미의 아류, 즉 추종 인문학에 치우치고 있어서 새로운 세상의 가치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분명 필요하지만 그리스 철학으로 서구를 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논어 맹자와 서사삼경을 연구하는 중국 인문학 역시 동양고전의 이해하는 데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대한민국이 중국을 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란 만만찮다. 그렇다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창조 인문학의 뿌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바로 한국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호흡하며 발전시키는 소위 유라시안 인문학에 길이 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유의점은 소통과 순환이라는 개념이다. 한국을 비하하고 전통을 무시하는 사대주의는 분명히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만이 최고의 선이라는 독선(獨善)적 자만심인 국수주의 역시 반드시 배격해야 한다. 창조 인문학은 사대주의와 국수주의라는 양 극단을 넘어 한국과 세계를 잇는 열린 인문학이 돼야 할 것이다. 과거를 무시해도 안 되나,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에 뿌리를 두고 미래를 지향하는 창조 인문학이 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창조 인문학은 한국에 그 뿌리를 두고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남미까지 펼쳐진 유라시안 국가들의 동질성 확보로 일차 방향이 설정될 수 있다. 핀란드, 헝가리,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스탄’ 국가들을 거쳐 몽골, 한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의 네팔, 베트남에 이어 중남미의 멕시코, 페루 등 인디오 국가들을 아우르는 연결망이다. 이들 유라시아 국가들의 역사, 철학, 문학 등 유라시안 인문학 연구를 통한 연결 망 강화는 새로운 가치를 이 세상에 제공할 것이다.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배타적 제국주의가 아닌 모두를 존중하며 상호 동질성을 확보해 나가는 열린 유라시안 네트워크는 전 세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라시안 인문학의 뿌리는 우리의 전통 문화다. 그러나, 우리는 훈민정음 해례에 설명된 한글의 철학적 기반인 자음과 모음의 상극(相剋)상생(相生)오행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만 원권 지폐에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포함한 우리 천문학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세계 최고(最古)의 홍산문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하할까. 더 나아가 우리는 중앙아시아와 중남미에 펼쳐진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신화, 철학, 언어의 유사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홍익인간과 천지인의 선순환 태극 사상으로 양극화되어 가는 세상에 새로운 철학적 대안을 제공해 보자. 인문학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공유된 가치를 형성하고 상호 발전하는 창조 인문학으로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이다.
  • [새 영화] ‘나를 찾아줘’ 로맨스·스릴러·부조리? 어떤 영화지?

    [새 영화] ‘나를 찾아줘’ 로맨스·스릴러·부조리? 어떤 영화지?

    영화 ‘나를 찾아줘’는 한 편의 영화가 149분의 상영시간 동안 얼마나 다채로운 장르로 몸을 비틀 수 있는지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일단 도입부에서 로맨스 드라마가 됐다가 이윽고 심리 스릴러 또는 잔혹 스릴러 영화가 되는가 싶더니 막바지에는 다시 부조리극으로 변신한다. 대중들의 관음적 호기심에 노출된 개인이 나중에는 그들의 비뚤어진 관심 자체에서 존재의 의의를 찾게 되는 모습을 바닥에 깔고 접근한다. 결혼 5주년 기념일 닉(벤 애플렉)의 아내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가 사라진다. 연애 시절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당연히, 현실은 달랐다. 뜨거웠던 연애의 기억은 이미 더듬어 찾기도 어렵고, 남편은 바람을 피운다. 연애 시절 자기가 바라던 남편 닉의 모습을 되찾고픈 에이미는 엄청난 사랑의 복수극을 계획한다. 에이미는 어린 시절 자신을 모델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 동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늘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자란 유명인사였다. 그런 에이미가 사라지자 세상은 그녀의 행방에 관심을 집중한다. 언론에서는 연일 남편과 그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닉의 집앞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를 살인 용의자라며 비난한다. 둘의 사랑 얘기를 보여줄 때는 달달한 로맨스 같던 영화가, 남편을 살인 용의자로 만들기 위한 에이미의 치밀한 계획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잔혹 스릴러로 바뀌더니, 나중에는 전혀 사랑하지 않는 사이가 명백함에도 대중들과 미디어에 보여 주기 위해 감동적인 부부의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부조리극이 되고 만다. ‘나를 찾아줘’는 같은 이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자 지난달 26일 열린 제52회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서 국내에서도 기대치를 높였다. 에이미가 사라진 날부터 시간순으로 흘러가면서도 닉의 시간과 현실 그리고 에이미의 시간과 현실이 사이사이 교차로 엮이면서 흩어진 사실관계, 엇갈린 사실관계의 조각들을 꿰맞춰 진실로 향하게 하는 구조다. 유명세를 치르며 살기를 원하는, 자아분열 상태를 노출하는 에이미를 맡은 로저먼드 파이크의 심드렁한 듯하면서도 천변만화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으로 섬세한 연출 능력을 과시해 온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아쉬운 점이 많다. 막바지 반전이 생뚱맞은 데다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반전 이후에도 영화의 서사가 질질 끌려간다. 149분의 시간은 감독에게는 짧았는지 모르지만 관객에게는 제법 긴 시간이다.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중국 문화대혁명이 남긴 생생한 상처

    중국 문화대혁명이 남긴 생생한 상처

    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종서 옮김/글항아리/382쪽/1만 8000원 그가 기억하고 분류하는 다양한 인간의 유형이 있다. 거개가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다. 돼지 같은 인간, 돼지만도 못한 인간, 영혼 없이 육체만 있는 인간, 꼭두각시 인간, 틀에 박힌 인간, 여기저기 눈치 보는 양서 인간, 잔인한 인간, 어리석은 인간, 늑대 같은 인간……. 중국 현대사가 남긴 생채기가 너무 깊은 탓이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류짜이푸(73)는 톈안먼 사건에 연루돼 1989년 중국을 떠난 뒤 20년이 넘도록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왔다. 중국 대륙에서 들려오는 자신에 대한 비판은 ‘쥐들이 비판하고 갉아먹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며 더 이상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며 일축한다. 냉소와 조롱 속에서도 직접 몸으로 겪었던 혼돈의 역사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다 못해 집요한 비판으로 남는다. 류짜이푸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긴 시간이 흘렀건만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960년대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 중국이 거쳐온 일련의 현대사의 흔적은 너무도 깊고 강렬하다. 집단의 가치를 강조했던 대약진운동 시절과 공교롭게 겹쳤던 대기근 등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판치는 부조리의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불과’ 10년의 문화대혁명은 인간성이 부정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경험, 상식과 합리가 아닌 집단의 광기가 사회의 지배가치가 됐던 시절이었다. 문화대혁명은 단순히 ‘그땐 그랬지’쯤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껏 여전히 개인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개인의 행위를 규정하는 무형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현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열쇳말 중 하나다. 잡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 스스로 ‘서정적이지도 않고, 서사적이지도 않은, 문명 비판과 국민성 비판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그러면서도 가볍고 짓궂은 글들을 골라낸 산문집’이라고 규정지었다. 글 곳곳에 비판과 냉소, 풍자는 물론 독기 어린 직설적 표현들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지식인의 눈에 비친 중국공산당의 좌우경 편향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대한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한 탓이다. 그렇다고 책이 여기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등 서구 지식인들에 대한 단상도 함께 펼쳐진다. 사회와 조우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형되며, 궁극적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모색이기도 하다. 중국현대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이 읽으면 약간 생뚱맞을 수도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시와 연극은 한 몸… 둘 사이 멀어진 거리 회복시키겠다

    시와 연극은 한 몸… 둘 사이 멀어진 거리 회복시키겠다

    시와 극이 한 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등 그리스 고대 비극의 3대 시인부터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시는 곧 극이었고 시인은 곧 극작가였다. 근대 이후 영화, 드라마 등의 서사가 압도하면서 문학의 뿌리인 시와 극의 결합, 시극은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하지만 인기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피의 결혼식’ 모두 시극이 원형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여기에 “시와 극의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은 시인이자 지난 10여년간 연극, 오페라 등의 무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극작가로 활약해온 ‘전방위 문화인’ 김경주(38)다. 그가 지난 10여년간의 극작 작업을 묶은 책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문학동네)를 내놨다. 대학로 실험연극의 메카로 통하는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에서 2006년 초연 이후 최근까지 다섯 차례 이상 공연된 작품이다. 12월에는 ‘나비잠’(호미)과 ‘블랙박스’(안그라픽스)도 종이책의 옷을 입고 나온다. 해외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실은 ‘늑대는’은 일본에서, ‘나비잠’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영어판으로 출간하면서 내년 하반기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다. “책 출간보다 공연을 먼저 했던 건 무대, 공간의 언어로 시가 어떻게 닿는지 보고 싶어서였어요. 유럽에서는 희곡을 빼놓으면 문학사가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문학의 중요한 정수예요. 그런데 우리는 신춘문예에서는 물론이고 주요 문학 출판사에서 최근 20~30년간 희곡을 출간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서자 취급을 받고 있거든요. 희곡이 단지 무대에 올리는 대본이 아니라 읽는 문학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죠.” 출발은 험난했다. ‘늑대는’은 20대 중반부터 신춘문예에 내왔지만 최종심에서 줄곧 미끄러졌다. 보다 못한 한 심사위원이 그에게 “신춘문예용이 아니니 그만 보내라. 대학로에서 바로 작업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해 왔다. 하지만 대학로를 기웃거리며 연출가를 만나 희곡을 내밀어도 보고 극단 사무실 앞에 놔두고도 왔지만 선뜻 손내미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2003년 희곡과 함께 보낸 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덜컥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게 됐다. 시와 희곡 모두에 애정을 품게 된 건 대학 시절부터였다. 극단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상업 공연이 판을 치는 대학로에서 ‘시적 울림이 있는 연극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2000년부터 낭독 모임 ‘펭귄라임클럽’을 통해 시 낭독 문화를 뿌려온 것도, 2007년부터 자신의 스튜디오 ‘플라잉 에어포트’에서 시극 실험 운동을 펴온 것도 그 밑거름이었다. “시가 살려면 소리라는 피부를 입고 나와야 해요. 그런데 시인들이 시 낭독을 하면서 뻘쭘해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자기가 쓴 시를 저렇게 멋없게, 자신없게 읽나’ 하는 생각이 치받아왔죠. 제도권 교육 때문에 묵독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시를 향유하는 문화를 잃어버린 거예요. ‘소리내어 읽는 언어의 질감을 살려야겠다’, ‘무대에 올려 새로운 낭독의 언어를 가져야겠다’ 싶어 낭독·시극 운동을 시작했는데 ‘왜 돈 안 되는 짓을 하냐’는 질타도 많이 받았죠(웃음).”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시적 메아리를 계속 전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지 오래다. “시를 열심히 쓰는데 독자들이 안 읽는다고 독자 탓을 할 수는 없잖아요. 힘들게 썼으면 광장에서 읽기라도 해야죠. 시와 연극은 모성의 언어로 고백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태담, 기도와 닮은꼴이죠. 이제 시적 언어로 고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서 멸종된 시극이 한국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유럽문명의 역사(프랑수아 기조 지음, 임승휘 옮김, 아카넷 펴냄) 19세기 프랑스 복고왕정기에 활동한 자유주의 정치가이며 역사가인 프랑수아 기조의 대표작.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유럽중심 세계관의 원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저작이다. 기조가 1828년 강단에 복귀한 뒤 파리대학교 인문학부에서 14회에 걸쳐 진행한 근대사 강의를 묶은 강의록이다. 기조는 로마제국의 몰락부터 프랑스 혁명까지 1500년에 걸친 유럽문명의 발전과정을 거대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유럽문명의 기원에 해당하는 첫 번째 시기(4~12세기), 유럽이 하나의 국민과 국가로 통합을 준비한 두 번째 시기(13~16세기), 문명의 다양한 요소들이 정부와 인민이라는 두 거대한 힘의 등장으로 통합되는 세 시기로 구분해 서술한다. 다양한 문명 요소의 공존과 경쟁, 그로 말미암은 복잡성을 유럽 문명의 특수성으로 간주하며, 이를 유럽 문명 우월성의 근거로 삼는다. 이는 개별 문명에서 통합으로의 과정이다.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피에르 브루넬로 엮음, 김효정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 안톤 체호프(1860~1904)가 1890년 러시아 사할린 섬의 유형지를 조사한 뒤 쓴 현장보고서 ‘사할린 섬’과 편지, 여행일기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조언을 추려 발전시킨 실용적인 글쓰기 책이다. 체호프 전문가인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대학의 사회학교수 피에르 브루넬로가 엮었다. 감정을 배제한 리얼리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그가 사할린 섬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썼는지 글쓰기의 기본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책 1부에서는 서른 살 즈음의 체호프가 사할린 섬으로 출발해 ‘사할린 섬’을 쓰기까지 이야기를 담았고, 2부에서는 체호프의 육성으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216쪽. 1만 4000원. 세상을 바꾼 방정식 이야기(다나 매켄지 지음, 오채환 등 옮김, 사람의 무늬 펴냄) 방정식은 언어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한 어떤 개념을 이해하게 해 주는 수단으로 계속 발전해 왔다. 다수의 수학 교양서들이 어려운 수식을 감추려고 하는데 반해 이 책은 본격적으로 수식을 펼쳐보이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수학과 과학에서 생명줄과 같은 방정식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연결해 주는 다리를 마련해 주고자 쓴 책이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수학자인 저자는 경이로움, 간결함, 중요성, 보편성을 위대한 방정식 판정기준으로 고대에서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24개 수식을 추려내 이야기를 풀어간다. ‘1+1=2’라는 기초 등식에서 출발해 파생금융상품에서 옵션 가치를 산정하는 블랙-숄즈 방정식, 해밀턴의 사원수 등 신비로운 이론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방정식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224쪽. 1만 8000원.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지음, 마음산책 펴냄) 문학비평으로 드물게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평론가 신형철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영화의 서사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올린 산문집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냈다. 어두운 극장에서 27편의 영화를 대여섯 번씩 보며 메모를 해나갔던 그의 ‘정확한 해석자’로서의 재능이 부려진 글들이다. “나는 해석자다.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라는 그는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로 보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22편의 글은 ‘사랑의 논리’ ‘욕망의 병리’ ‘윤리와 사회’ ‘성장과 의미’의 주제로 묶였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관계한 ‘스토커’, ‘설국열차’를 다룬 그의 글을 읽고 “내가 비평가가 되어 그 영화들을 보고 글을 썼다면-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능력의 최대치에 도달했다면-똑 이렇게 썼겠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이 표현해놓은 대목과 맞닥뜨릴 때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고 상찬했다. 240쪽. 1만 3000원.
  • 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넉 점 반이다.”/“넉 점 반 넉 점 반.”/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중략)/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읽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번지는 윤석중의 시 ‘넉 점 반’이 오종종한 얼굴, 깡총한 단발머리가 앙증맞은 소녀를 만났다. 해외 도서전에 나가면 그림만 보고도 해외 출판사 관계자들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우리시그림책’(창비) 시리즈의 세 번째 권 ‘넉 점 반’(그림)이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 스위스, 일본, 중국 등 세계 6개국에 팔렸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첫 권으로 한 우리시그림책 시리즈가 최근 ‘강아지와 염소 새끼’까지 15권으로 11년 만에 완간됐다. 백석, 윤동재, 윤석중, 천정철, 권정생 등 우리말과 삶의 질박한 정서와 동심을 담은 시인들의 동시 7편과 전래 동요 6편, 어린이가 직접 지은 시 2편이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이영경, 김병하, 김용철 등 국내 대표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시인의 고향, 작품의 배경지 등으로 발품을 팔아 취재한 결과를 독창적인 캐릭터, 순박하고 아름다운 색감,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려 낸 기획이다.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이야기를 뒤따라가는 서사와 달리 시는 주관적, 능동적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장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준다. 어린이들이 시의 내면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건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그림 때문에 가능했다”며 기획의 의의를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우리 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역사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풍부한 매개체”라며 “번잡하고 폭력적인 언어, 학습 언어에 갇혀 자라난 어린이들이 평온한 소리와 언어로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쟁포로 고문 피해자의 복수극 그린 ‘레일웨이 맨’ 예고편

    전쟁포로 고문 피해자의 복수극 그린 ‘레일웨이 맨’ 예고편

    콜린 퍼스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레일웨이 맨’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레일웨이 맨’은 실제로 전쟁과 고문이 남긴 상처를 가진 원작자 ‘에릭 로맥스’와 가해자인 일본군인과의 만남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자 철도 애호가인 에릭 로맥스(콜린 퍼스)는 어느 날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패티라(니콜 키드먼)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에릭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괴로워한다. 그런 그를 돕기 위해 패티라는 참전용사 핀레이를 찾아가 에릭에 관한 충격적인 과거를 듣게 된다. 바로 전쟁 도중 에릭이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끔찍한 고문과 구타를 당한 것이다. 결국 핀레이는 힘들어하는 에릭에게 그를 참혹하게 고문했던 헌병대 장교인 나가세의 행적을 알려주며 복수를 종용한다. 영화는 이렇게 2차 세계대전 당시 주인공 에릭이 자신을 고문했던 일본 장교 나가세를 향한 증오의 감정과 복수, 화해의 과정을 담아내며 진한 감동을 전하고자 했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이러한 서사 줄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과거 에릭을 고문했던 일본 헌병대 장교 나가세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간 에릭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는 장면은 ‘복수와 화해’라는 화두를 함께 던지고 있다. 영화 ‘킹스 스피치’(2010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가 ‘에릭 로맥스’ 역을, ‘워 호스’(2011년)의 제레미 어바인이 ‘젊은 에릭’ 역을 열연했다. 또한 니콜 키드먼이 ‘패티’ 역을 맡아 괴로워하는 에릭의 곁을 담담히 지키는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 ‘레일웨이 맨’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사진·영상=누리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탕웨이 주연 ‘황금시대’ 예고편 공개

    탕웨이 주연 ‘황금시대’ 예고편 공개

    최근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소식으로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 ‘황금시대’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황금시대’는 1930년대 격변의 중국을 배경으로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어했던 천재 작가 샤오홍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샤오홍을 분한 탕웨이는 ‘색계’에 이어 또 한 번 실존인물을 연기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1930년대 중국을 고스란히 재현해 시대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아름다운 영상미가 눈길을 끈다. 극중 주인공 샤오홍(탕웨이)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대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의지를 잘 그려냈다. 실존 인물의 고뇌를 차분하게 담아낸 극중 탕웨이의 모습은 작품에 대한 예비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또한 작품 자체가 견고하게 빚어내는 실존 인물에 관한 서사는 2014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여인사십’(1995년)과 ‘천수위의 낮과 밤’(2008년) 등 줄곧 여인의 삶을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는 허안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황금시대’는 오는 10월 16일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영상=판씨네마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그날의 진실, 두 대사에 주목하라

    그날의 진실, 두 대사에 주목하라

    “제보가 그렇게 쉬운 거면 세상이 이 꼴이겠냐?”(윤민철 PD) “당신은 모든 것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심민호 연구원)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제보자’(10월 2일 개봉)에서는 “진실이 중요하냐, 국익이 중요하냐”고 거듭 묻는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모든 이는 답한다. 진실이 중요하다, 진실이 국익이 된다고 대답한다. 영화는 10년 전 초미의 논란이 됐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모티프 삼아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사건은 국민 다수 정서와 관련이 깊었으면서도, 또 내용상으로는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영화의 유쾌하면서도 명쾌한 정리는 더욱 놀랍다. 영화의 프레임은 기실 살짝 ‘왜곡’됐다. 진실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국익’이 아니라 ‘진실이라 믿고 싶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이 영화의 진짜 프레임이다. 영화 속 젊고 열정적인 방송사 PD 윤민철(박해일 분)은 스쳐지나갈 법한 사소한 제보를 받는다. 거기에서 불법 난자 매매를 확인하고, 더 캐고 들어가다 당대 한국사회 불가침 성역과 같은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자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와 맞닿는다. 그리고 등장하는 공익제보자인 심민호 연구원(유연석 분). 이 박사의 거짓 행동과 거짓말에 대한 전국민적 환상을 깨뜨린 핵심적 활약은 심 연구원의 몫이다. 그는 윤 PD를 만나 용감하게 이 박사와 그에게 쏟아진 화려한 조명에 대한 진실을 외부에 알린다.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물론 국민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박사를 건드린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그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이 박사에 맞서다가 처절하고 쓸쓸하게 버려진다. 윤 PD 역시 회사 경영진의 반대와 비난을 쏟아붓는 국민 여론 속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벌판에 내던져진다. 이 과정에서 심 연구원과 윤 PD가 내뱉는 두 대사야말로 영화 ‘제보자’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윤 PD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내면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의 캐릭터는 청와대의 외압을 받고, 언론을 탄압하는 경영진에 맞서 직장에서 내침을 당하는 것도 감수하고, 또 감옥에 갈 것까지 각오하는 ‘정의롭고 영웅적인 언론인’으로 박제화됐다. 또한 영화 제목이 말해주듯 가장 중요한 역할이어야 할 내부고발자로서 심 연구원에 대한 캐릭터의 입체성도 다소 밋밋하다. 현실의 삶 곳곳에서 거짓과 늘상 만나고 좌절하며 소시민적인 안위, 현실로부터의 도피 등 세상과 타협하고픈 비겁함 등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더욱 필요한 캐릭터는 윤 PD가 아니라 심 연구원이다. 아예 영화 전면에 ‘영웅적 제보자’를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이러한 몇몇 아쉬운 대목만 빼면 영화는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복잡한 실제 사건 속에서 서사적 개연성을 충분히 갖춘 시나리오가 일단 훌륭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뒤 이를 군더더기 없이 끌고 나간 임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영화는 재미있는 만큼 가볍게 봐도 좋고, 사회적 울림이 있는 만큼 묵직하게 봐도 좋다. 가까운 한국 현대사 속에서 재벌의 로비를 받은 감사원을 내부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군부재자투표의 부정선거를 내부고발한 이지문 중위, 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등이 스크린 위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을 버린 이들의 용기와 삶을 되새겨 보게도 할, 사회적 함의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영화다.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제 청룡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2건 보물로 지정

    ‘김제 청룡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2건 보물로 지정

    문화재청은 김제 청룡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나주 다보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및 소조십육나한좌상을 각각 보물 제1833호와 제1834호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청룡사 관음보살상은 1655년 조능(祖能)이라는 조각승이 완주 봉서사 향로전에 봉안하고자 만든 불상이다. 정확한 제작 시기와 조각자, 봉안장소 등을 알 수 있고 왕실의 안녕과 중생의 성불을 염원하는 발원문(發願文)이 남아 있어 17세기 중엽 불상 연구에 기준이 되는 작품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크기는 작은 축에 속하지만 조선 후기의 평범하면서 담백한 대중적 아름다움이 잘 표현돼 발원문과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다보사 여래삼존상과 십육나한좌상은 여러 존상(尊像)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1625년이라는 정확한 제작 시기와 목적, 제작자 등 불상 조성에 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아 이 시기 불교조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17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조각승 수연(守然)과 그의 일파가 제작한 불상으로, 16나한(羅漢)의 신통력과 특징을 생동감 있게 연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들리 스콧 감독 신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예고편

    리들리 스콧 감독 신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예고편

    리들리 스콧 감독(76)의 신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이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에일리언’(1979년)과 ‘블레이드 러너’(1982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블랙 호크 다운’(2001년)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미 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 스크린으로 옮긴 이야기는, 형제로 자랐지만 적이 되어 버린 모세스와 람세스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대결을 담은 대서사 블록버스터다.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는 강렬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위용을 담아냈다. 광야의 전투 장면과 함께 모세스와 람세스의 팽팽한 대립은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어 형제처럼 자란 모세스와 람세스가 왜 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모세스가 던지는 대사에 맞춰 10가지 재앙을 재현한 영상은 폭풍처럼 불어 닥칠 사건들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무엇보다 홍해 앞에서 말을 타고 서 있는 모세스의 모습은 인물이 내뿜는 힘 자체로 전율을 일으킨다. 동시에 거대한 스케일과 혁신적인 시각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에는 연기파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모세스로 분해 열연을 펼치며, 조엘 에저튼이 이집트의 왕 람세스로 분해 카리스마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12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영상=이십세기폭스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쏟아지는 음악 드라마들 ‘하이틴 벽’을 넘어라

    쏟아지는 음악 드라마들 ‘하이틴 벽’을 넘어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작곡가 지망생 세나(정수정)는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노래로 옮기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기타 반주에 맞춰 흥얼거린 노래들을 CD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데, 이 CD가 매개가 돼 자신을 지켜 줄 유명 프로듀서 현욱(정지훈)을 만난다. 지난 17일 첫 전파를 탄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다. 풋풋한 로맨스가 어쿠스틱 음악과 결합해 달달하게 다가오지만 하이틴 드라마 같은 구성과 대사, 아이돌 가수들의 부족한 연기력이 흠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드라마에 음악이 제3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요계와 음악학교 등을 배경으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다음달에는 KBS ‘내일도 칸타빌레’(13일)와 SBS ‘모던파머’(11일)도 찾아온다. ‘칸타빌레’는 일본의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클래식을 향한 열정을 키우는 음대생들의 로맨틱 코미디다. ‘모던파머’는 귀농한 록 밴드의 이야기로,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걸그룹 AOA의 민아 등 아이돌 가수들이 주연을 꿰찼다. 케이블채널 Mnet은 연말 방영될 새 음악 드라마의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슈퍼스타K’, ‘댄싱9’ 등을 이끈 김용범 PD가 연출을 맡았다. 음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제작이 까다로운 탓에 시도가 드물었다. 쪽대본과 생방송 촬영으로 대표되는 급박한 제작 환경에서 음악에까지 공들일 여유가 없는 탓이다. 그러나 몇몇 드라마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김명민의 열연에 힘입어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tvN과 Mnet이 공동 제작한 ‘몬스타’는 1980년대에서 최근까지의 히트곡들을 피아노와 기타, 각종 타악기와 디제잉으로 새롭게 편곡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JTBC ‘밀회’는 중년 여성과 스무살 청년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내며 드라마에 클래식 음악을 녹여 내는 데 성공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음악 드라마를 내놓는 건 음악을 활용한 콘텐츠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 ‘슈퍼스타K’ 등 음악예능 프로그램과 ‘레미제라블’, ‘겨울왕국’, ‘비긴 어게인’ 등 뮤지컬 또는 음악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실패하지 않는 장르로 통한다. 김용범 PD는 “드라마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데 반해 음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한다”면서 “완성도만 높다면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악예능이나 음악영화에 비하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음악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 일반 트렌디 드라마와 별다를 게 없는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음악 드라마로 회자되는 미국 FOX 채널의 뮤지컬 코미디 시리즈 ‘글리’는 극 속의 뮤지컬 공연이 풍성해 OST가 발매될 때마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국내에선 ‘몬스타’가 매회 3~5곡 정도를 비중 있게 담았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음악이 부수적인 소재에 머물고 있다. 김용범 PD는 “우리나라는 뮤지컬이 대중적인 문화가 아닌 탓에 뮤지컬처럼 극 속에서 음악의 비중을 키우면 대중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며 “음악이 들어간 장면은 하루에 한 신밖에 촬영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드라마에 음악을 수월하게 결합시키려다 보니 가요계나 고등학교 밴드, 아이돌 가수가 클리셰처럼 등장하고 ‘가요계나 음악 동아리가 배경인 하이틴 드라마’라는 전형성에 갇혔다. SBS ‘미남이시네요’, KBS ‘드림하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틴 드라마 특유의 ‘오글거리는’ 이야기에 아이돌 가수들의 ‘발연기’가 더해져 20대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와 음악 모두 매끄럽게 담아낼 수 있는 고도의 기획력과 연출력이 요구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악과 서사를 탄탄하게 결합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작가 혼자서 대본을 만들기보다 집단작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 인천소속 복싱 선수 배우 이시영이 시작 ‘대단’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 인천소속 복싱 선수 배우 이시영이 시작 ‘대단’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 배우 송일국이 세 쌍둥이와 함께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에 나섰다. 45억 아시아인의 평화와 화합의 염원을 담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가 17일 개최도시 인천에 도착했다. 아시안게임의 발상지인 인도 뉴델리와 민족의 성지 강화도 마니산에서 채화된 성화는 지난달 13일 하나로 합쳐진 뒤 그동안 전국을 돌며 대회를 알렸다. 아시안게임 홍보대사이자 인천시청 소속 복싱 선수인 배우 이시영을 시작으로 4천여 명의 주자들이 봉송했다. 성화는 그동안 백령도와 제주도, 울릉도를 잇는 바닷길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와 70개 시·군·구 5,700여㎞를 도는 여정을 거쳤으며, 17일 오후 영종대교, 인천대교를 지나 원인재역, 트라이볼 구간을 돈 뒤 연수구청에 마련된 안치대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특히 이날 연수구 봉송에는 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인 이은별과 배우 송일국이 주자로 참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KBS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송일국은 그 세 쌍둥이 아들과 함께 등장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성화는 18일 중구(동인천역~한중문화관 1.6km), 동구(화도진공원~박문사거리 2.7km), 남구(숭의주유소~옛시민회관쉼터 3.2km), 남동구(문예회관사거리~남동경찰서사거리 1.3km, 남동구리틀야구장~논현고잔동주민센터 1km, 남동중학교~남동구청, 1.5km) 등 에서 봉송된 뒤 인천 연수구청 앞에 예정이다.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 소식에 네티즌은 “송일국 삼둥이 안고 업고 달렸다니 대단”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역시 송일국”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쌍둥이 너무 귀여워” “송일국 삼둥이와 송화봉송 모습 궁금하다”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의미 있는 일 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아시안게임 공식 트위터 (송일국 삼둥이 성화 봉송) 연예팀 chkim@seoul.co.kr
  • 때늦은 공포 때잊은 공포

    때늦은 공포 때잊은 공포

    공포영화에는 몇 개의 익숙한 장치가 있다. 무엇보다 낯익은 공간과 시간, 늘 곁에 있던 이에게서 느끼는 낯섦이 일순간 무시무시한 공포로 비약하는 것이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으로 내던져진 뒤 겪어야 하는 초자연적 현상들로 소스라치게 만들 때도 있다. 서늘함을 넘어 오싹함이 들고 식은땀이 흐른다.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매력이다. 또 하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 한 번 더 그 매력은 발한다. 2시간여 동안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 공포, 두려움이 스르르 사라질 때의 그 안도감. 아무 일 벌어지지 않는 현실 속으로 돌아왔다는 편안함이다. 전통적으로 무더운 여름철이면 공포영화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온 이유다. 그러나 이제 여름이 아닌, 초가을에 공포영화가 대거 몰려온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가을철에도 여전히 무더운 탓이 아니다. 올해 여름 영화시장이 ‘명량’, ‘해적’, ‘군도’, ‘해무’ 등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흥행을 노린 대작들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틈새시장을 노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가을 개봉한 영화 ‘컨저링’이 예상치 않게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 ‘식스센스’가 14년간 유지하고 있던 기록을 깨고 역대 국내 개봉 외화 공포영화 1위에 올라선 데 대한 학습 효과이기도 하다. 올가을 공포영화는 실제 사실에 기초해 만들어진 정통 공포영화들부터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 단절되는 인간 관계 속에 드러나는 인간 본성 속의 마성 등 내용과 형식도 다채롭다. ‘콰이어트 원’과 ‘애나벨’은 실화에 기초한 공포임을 강조한다. ‘콰이어트 원’은 1972년 앨런 로버트 조지 오언 박사의 주도로 진행된 ‘필립실험’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실험으로, 영화는 ‘내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이의 고통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시작된다. 치료 과정을 기록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함께 영화 자체의 카메라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며 공포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15세 관람가로 18일 개봉한다. ‘애나벨’은 ‘컨저링’의 프리퀄(속편이면서 전편보다 시간상 앞서는 이야기)이다. ‘컨저링’에서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런 부부의 연구실 유리상자에 보관하고 있던, 악령이 깃든 인형 애나벨의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공포를 줬던 인형이 주인공이 돼 ‘컨저링’ 이전 사건들을 보여준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클래식 공포’를 표방했지만 실은 사람을 소스라치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 된다. 과연 ‘무서운 장면’이 뭔지 싶어진다. ‘애나벨’은 오는 10월 2일 밤 12시에 개봉한다. ‘좀비스쿨’은 한국형 좀비 영화다. 시간을 거슬러가면 무려 1981년 국내 좀비 영화의 시작 ‘괴시’가 있었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좀비가 나오는 ‘이웃집 좀비’, ‘미스터 좀비’, ‘인류멸망보고서’, ‘신촌좀비만화’ 등 가뭄에 콩 나듯 띄엄띄엄 좀비 영화가 만들어지긴 했다. 대부분 공포에 코미디를 뒤섞었다. ‘좀비스쿨’은 조금 다르다. 구제역으로 매몰된 돼지가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설정이다.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칠성학교에서 돼지는 교사를 물고, 교사 좀비 무리들은 학생들을 공격한다. 상황도 맥락이 없고, 서사도 엉성하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것을 낯설게 하고 일부러 B급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의도한 천재적 감독의 설정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렸다. 올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됐고,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녀’는 지난 1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다소 괴팍하지만 평범한 팀장이 있고, 인간 관계에 서툴고 상처받아 온 부하 직원이 있다. 부하 직원에게 일을 채근하던 중 ‘손가락 걸기’ 내기를 한다. 시간 내에 일을 마친 부하 직원은 팀장에게 손가락을 달라며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그가 사랑의 결핍과 갈구를 자학적이면서 피학적으로 풀 수밖에 없게 된 ‘마녀’임을 드러내는 과정이 공포스럽다. 나중에는 연민을, 또 마지막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놀랍게도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만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딱히 반전은 없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韓 독자들도 ‘나만의 유머’ 간파… 다른 작가 영향 받지 않고 썼다”

    “韓 독자들도 ‘나만의 유머’ 간파… 다른 작가 영향 받지 않고 썼다”

    지난해 무명의 해외 작가가 국내 소설 시장에 북유럽 소설 바람을 일으켰다. 마흔일곱 살에 늦깎이 등단해 쓴 첫 소설로 전 세계 8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작가. 그 자신도 “이 모든 게 믿기지 않는다”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53) 얘기다. 부조리한 세태를 뒤트는 블랙 유머, 시종일관 예측 불가능한 지점으로 내달리는 서사를 품은 ‘요나손식 작법’은 국내 문학 독자들의 심리도 제대로 파고들었다. 지난해 열린책들에서 펴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지난 7월 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국내에서 각각 30만부, 9만부가량 팔려나갔다. 16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작가는 한국에서의 인기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눈치였다. “두 책 모두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썼다”는 그는 “작품이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요나손식 유머’를 다른 나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는데 한국 독자들은 내 유머를 잘 간파한 모양”이라며 흡족해 했다. 1961년 스웨덴 백시에에서 태어난 요나손은 15년간 스웨덴 중앙 일간지 ‘엑스프레센’에서 기자로 일했다. 1996년에는 직접 미디어회사 ‘OTW’를 차려 직원 2명에서 100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키웠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찾아온 허리 통증과 스트레스가 중년 남자의 인생 진로를 홱 바꿔놓았다. “회사는 정말 빠르게 성장했지만 저는 아팠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뻔한 끔찍한 시기였죠. 그래서 일을 그만뒀습니다. 의사는 회복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릴 거라고 했지만 사실 몇 년이 걸렸어요. 항우울제를 먹어도 도통 나아질 기색이 없었죠. 조용한 삶이 필요했기 때문에 회사를 팔고 스위스에서 치료의 일환으로 글을 쓴 게 (작가로서의) 시작점이었어요.” 그는 늦은 데뷔를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는 듯했다. “아마 제가 더 일찍 데뷔했다면 그 글은 요나손의 글이 아닌 밀란 쿤데라나 보르헤스 등등이 뒤섞인, 그 누구의 글도 아닌 글이 됐겠죠.” 지금까지 낸 작품은 단 두 편이지만,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하소설급의 기상천외한 상황을 넘나든다. ‘창문 넘어’에서 100세 생일을 맞아 양로원에서 탈출한 노인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되면서 도주극을 벌이는 현재와 본의 아니게(?) 세계 현대사의 주요 현장에서 활약하는 그의 과거를 직조했다. ‘셈을 할 줄 아는’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빈민촌 소녀가 우연히 핵폭탄 하나를 떠맡게 되면서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한폭탄 같은 인간들을 어르고 달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제목부터 지어놓곤 스스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이야기를 쓰는 게 우선이었다”는 작가는 “처음부터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작정하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받아쓰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했다. 두 편 사이에 돌올한 차이가 없다는 날 선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잘라 말했다. “저도 곧잘 두 작품에 대해 ‘같다, 같지만 다르다’고 말하곤 합니다. 두 번째 소설에 쓰인 역사적 사실이 좀 더 복잡할지도 모르겠네요. ‘셈을 할 줄 아는’이 출간된 직후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에서 사인회를 열었는데 저를 찾아온 대부분의 독자가 그러더군요. ‘당신의 첫 번째 책이 정말 좋았어요. 신작도 꼭 그와 같았으면 좋겠네요.’ 많은 이들이 ‘요나손 스타일’을 좋아하기 시작한 거 아닐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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