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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多樂房] 너는 착한 아이

    [영화 多樂房] 너는 착한 아이

    우는 아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준다는 협박이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으려면 ‘착한 아이’가 돼야만 했고, 그 ‘착한 아이’의 기준은 정확히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던 시절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나 사회의 부속품으로 여겨져 왔으며 자녀 교육은 가정사(家庭事)라는 인식하에 물리적, 정신적 폭력이 엿보여도 묵인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대가 바뀌어서 아동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최근 사망으로 이어진 7살 원영군 폭행 사건은 아동 학대의 충격적인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준다. 올해만 아동 학대로 인한 여덟 번째 사망 사건이다. 24일 개봉하는 ‘너는 착한 아이’는 학대받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가정과 학교, 나아가 한 마을의 책임을 묻는 작품이다. 재일교포 3세인 오미포 감독은 부모, 교사, 동네 주민들까지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의례적이고 진부할 수도 있었던 성격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조소(彫塑)해 냈다. 다양한 사건의 조합, 몇 개의 층위로 진행되는 서사의 양상을 보건대 그 세공에 품이 많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신임 교사 오카노는 자신의 학급에 의붓아버지에게 폭행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의 서툰 대응력과 제도의 허술함만을 느끼게 된다. 한편 미즈키는 젊고 아름다운 엄마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어린 딸 아야네에게 손찌검을 한다. 출장이 잦은 남편으로 인한 외로움, 이웃집 엄마들과의 비교도 미즈키와 아야네 모녀 사이의 긴장을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영화는 아동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자극적으로 부각시켜 관객들의 분노를 조장하거나 불편하게 만들기보다 그 원인과 현상을 조금씩 들춰내면서 차분히 해결책을 모색한다. 피해자로서의 아이들뿐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아이들, 대물림되는 폭력의 잔인함과 그에 대한 어른들의 입장까지도 반영된 다수의 시점이 무리 없이 어우러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일본 감독의 재능이 느껴진다. 꽤 넓게 난립해 있던 상황들을 소소한 일상의 위로로 척척 정리해 나가는 솜씨도 나쁘지 않다. 특히 그 위로의 매개가 하나같이 아이들이라는 점은 영화의 주제와 지향점을 정확히 짚어 준다. 학교 일로 잔뜩 지쳐 있던 오카노는 조카의 따뜻한 포옹 한 번에 피로를 잊게 되고, 미즈키 모녀는 유사한 경험이 있는 이웃집 엄마 오오미야에게서 큰 위안을 얻는다.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의 힘겨움, 전쟁에서 어린 동생을 잃었던 할머니의 아픔이 자녀와의 소통을 통해 상쇄되고 회복되는 훈훈한 풍경도 펼쳐진다. 이들 모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곧 공동체에 대한 찬가로 발전해 뭉클한 감정선을 오랫동안 끌어 나간다. 흉흉한 소식들 가운데서도 어른과 어린이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계속 꿈꾸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달콤살벌한 맛짱] 당근 컵케이크

    [달콤살벌한 맛짱] 당근 컵케이크

    ‘대한민국 치킨전’의 저자인 정은정 사회학 박사는 지금의 40대가 갖고 있는 통닭에 대한 ‘집단 기억’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버지가 월급날 식지 않게 외투 속에 꼭 끌어안고 사 오시던 통닭”이란 말과 함께 통닭은 한국인의 ‘솔 푸드’가 됐지만 실상 1970~80년대 정해진 월급날이 있었던 회사원 아버지는 소수였을 터이다. 어찌 보면 ‘아버지 월급날 통닭’은 ‘집단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닭이 여전히 우리에게 푸근함을 주는 한 착각도 나쁠 것은 없다는 게 정 박사의 결론이다. 한국인에게 통닭이 아버지와 연결된 솔 푸드라면 영·미계 국가에서 당근케이크는 할머니 혹은 외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솔 푸드가 돼 왔다. 주재료인 당근의 무게감 때문에 투박해 보이는 당근케이크는 중세부터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케이크에 넣을 과일이 부족해 당근을 본격적으로 넣으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심지어 매년 2월 3일을 ‘당근케이크 데이’로 정했는데, 이날 집집마다 평소 당근을 안 먹으려고 버티는 손자를 못마땅해하던 할머니들이 대거 나섰을 것이다. 단순히 서사적인 이유 때문에 솔 푸드가 탄생하진 않는다. 어릴 적 “당근을 먹으면 케이크를 줄게”라는 할머니의 주문에 설득당해 먹었던 당근은 누군가의 솔 푸드가 되기 어렵지만 ‘당근을 잔뜩 넣은 케이크’가 솔 푸드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이유는 ‘묵직하며 재료가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다. ‘묵직한 맛’은 조리 과정에서 거품을 최대한 배제하는 노력이 이뤄졌을 때 완성된다.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요리학원에서 처음으로 베이커리를 접하게 된 김헌주 기자의 우위가 여기에서 드러났다. 당근케이크의 베이스가 되는 계란을 풀고 설탕을 녹일 때 김 기자는 거품기를 천천히 돌렸다. 역으로 그간 대여섯 차례 베이커리를 배우며 거품기를 빠르게 돌려 가벼운 거품을 올리는 데 능통하게 된 홍희경 기자의 재료에선 거품이 올라와 잠시 멈췄다 다시 재료를 섞는 과정이 반복됐다. 거품 없이 계란과 식용유, 황설탕, 소금을 섞고 채 썬 당근을 넣은 뒤에는 재료의 수분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도록 잠시 둬야 한다. 이어 가루 재료를 섞어 오븐에 구워 낸다. 김 기자는 재료를 섞는 과정에서 탁월했지만 가루 재료를 균일하게 추가하고 컵케이크마다 정량의 반죽을 붓는 과정을 거치며 홍 기자가 역전을 했다. 과정을 가르친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는 홍 기자에게 8점을, 김 기자에게 7점을 줬다. 그러나 마침 화이트데이였던 14일 생애 처음으로 만든 당근컵케이크를 가족에게 선물하며 김 기자는 번외 추가 점수를 받았다. 아마 모양이 조금 삐뚤빼뚤한 그 부족함이야말로 ‘솔 푸드 당근케이크’의 정수일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수강 문의는 서울요리학원(www.seoulcooking.net, 02-766-1044~5)
  • [책꽂이]

    [책꽂이]

    지중해 여행지도, 나를 기억하다(송영만 글·그림, 효형출판 펴냄) 노년에 접어든 저자가 지중해를 품에 안은 유럽으로 떠났다. 화해와 조화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억여행을 하고, 그 감흥을 글과 그림, 사진으로 남겼다. 264쪽. 1만 4500원. 표심의 역습(이현우 외 지음, 책담 펴냄) 20대는 정말 보수화됐을까. 사회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386세대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생각이 있을까. 우리 스스로도 잘 몰랐던 세대별 표심과 지역에 따른 표심을 심층 분석한 보고서. 324쪽. 1만 5000원.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환상물(대중서사장르연구회 지음, 이론과실천 펴냄) 멜로드라마, 역사허구물, 추리물, 코미디에 이어 대중서사장르연구회가 내놓은 다섯 번째 결과물이자 11년에 걸친 공동 작업의 완결판. 다양한 텍스트로 환상서사를 분석한다. 764쪽. 3만 5000원. 큐리어스 마인드(브라이언 그레이저 지음, 박종윤 옮김, 열림원 펴냄) ‘뷰티풀 마인드’‘스플래쉬’등 유명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한 저자는 원래 서류 배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호기심을 꼽는다. 320쪽. 1만 4000원. 공부할 권리(정여울 지음, 민음사 펴냄)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와 그 가치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 책. 저자는 삶의 작은 가치들을 창조의 힘으로 꽃피우려면 공부할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352쪽. 1만 6500원. 찬이가 가르쳐 준 것(허은미 지음, 노준구 그림, 양철북 펴냄) 뇌병변 장애를 앓는 찬이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눈물보다 미소를 짓게 된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의 사랑 덕분이다. 216쪽. 1만 3000원.
  • 문화적 힘을 통해 살펴 본 근대의 삶

    문화적 힘을 통해 살펴 본 근대의 삶

    매혹의 근대 일상의 모험/김지영 지음/돌베개/295쪽/1만 7000원 문제적 시대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근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김지영 대구가톨릭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연애·청춘·명랑·괴기·탐정 등 일상적인 개념을 통해 근대의 삶과 생활의 기저에 있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힘을 통찰력 있게 살펴본다. 연애는 한국의 근대를 논의하는 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다. 한국 근대 문학의 시원으로 평가받는 이광수나 염상섭 모두 문명의 상징으로 자유연애를 주창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연애가 사랑과 연애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부모로 상징되는 전통과 새로운 세대 간의 갈등과 투쟁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근대의 영화나 통속 소설 속의 청춘 서사가 과다하게 감상적이고 비극적이었던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식민지 현실과 세계 경제 공황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낭만과 해방은 갑작스럽고 이를 선용할 만한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젊음과 낭만의 표상인 청춘에 환멸과 냉소, 절망 등 부정적이고 퇴행적인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이다. 명랑의 의미 또한 근대적 관점에서 재해석된다. 근대 이전에는 명랑이 ‘날씨가 좋다’ 등의 자연적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지만 근대에 이르러서는 ‘성격이 좋다’, ‘분위기가 좋다’ 등 사회적 상태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책에 따르면 1940년대 식민당국은 사회 분위기를 ‘정화’한다는 명목 아래 명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훗날 권위주의 정부에서도 비슷하게 차용됐다. 또한 일제시대에 탐정 소설이 인기를 끈 이유는 과학적 지식과 논리라는 근대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동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개념사적인 방법론으로 근대의 기억을 복원하고 내부적 투쟁과 갈등 과정을 재조명한 독특한 책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송중기 “키스신 고민 많이 해” 송혜교 “코믹 연기 정말 어려워”

    송중기 “키스신 고민 많이 해” 송혜교 “코믹 연기 정말 어려워”

    송중기 “내 생애 최고의 대본이라 생각… 실제 군에서 ‘그러게 말입니다’ 많이 써” 송혜교 “가벼움과 무거움 절묘한 조화… 송중기, 유시진보다 말 못하고 속 깊어” 지난달 24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첫 방송해 양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아직까지 6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국내에서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고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의 누적 조회 수가 4억회를 넘어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그 인기의 핵심에는 일명 ‘송-송 커플’로 불리는 주인공 송중기와 송혜교가 있다. 대중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김은숙표 멜로를 잘 소화하며 초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두 배우를 16일 만났다. 기존의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상남자로 돌아온 송중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기는 유시진 대위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메시지를 통해 인기를 확인했다는 그는 “혹시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군 제대 직후 군인 역을 맡은 그는 ‘말입니다’라는 군대식 말투까지 유행시켰다. “전역 후 또다시 군인 역을 맡는 것에는 개의치 않았어요. 제대 이후 이미지 변신보다는 작품을 빨리 하고 싶다는 갈증이 더 컸죠. 제 생애 최고의 대본이었고 사전 제작이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대본을 볼 때마다 느낀 설렘을 화면으로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요즘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빠른 전개와 공감되는 판타지가 차별점인 것 같아요.” 실제로 부대에서 선임이나 간부들에게 ‘그러게 말입니다’라는 말을 많이 썼다는 송중기는 “실제 유시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면서 “실제 군에도 유시진처럼 마인드가 멋진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대역인 송혜교가 말하는 유시진과 송중기의 싱크로율은 80%. 송혜교는 “유시진보다 말을 좀 못하는 것 같고 속은 유시진보다 더 깊다”고 평했다. 서사는 없고 로맨스만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보다 멜로에 방점을 찍은 것이 오히려 대중적인 인기에 도움이 됐다. 송중기는 “드라마가 대중 예술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환영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인류애를 주제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로맨스를 택했다. 끝까지 봐 주시고 비판이 있다면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멜로 부분에 있어선 김은숙 작가의 아우라에 자신의 색깔을 잘 버무려 표현하는 것이 고민이었다는 그는 오히려 대사가 없을 때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강모연과 대사를 할 때는 대사보다 표정이나 감정들을 더 중요시했어요. 감독님도 시진이 모연을 뚫어지게 쳐다보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저와 생각이 일치한 부분이 많아요. 아무리 속전속결이라도 4회 때 첫 키스신에서 그 정도 감정의 깊이가 생겼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상대역인 송혜교 역시 속물적인 근성을 버리고 전장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의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본래 강모연 캐릭터는 얌전하고 조용했지만 김은숙 작가는 송혜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밝은 기운들을 대본에 많이 반영해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늘 무거운 연기를 하다가 10여년 만에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하니까 초반에는 감이 잘 안 잡혔어요. 특히 코믹 연기가 어렵더라구요. 다행히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이 잘 맞춰주셔서 느낌을 빨리 찾았죠.” 수많은 히트 드라마에 출연했던 송혜교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은 가벼울 때는 확실히 가볍고 무거울 때는 확실히 무겁게 균형을 잘 맞췄다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렵다는 그는 사전 제작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찍지 않다 보니까 감정 몰입이 좀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본이 미리 다 나와있다는 건 큰 장점이죠. 무엇보다 김은숙 작가의 대본에 위축되지 않고 연기로 잘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풀어가는 느낌이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한류가 침체되고 있는 시기에 한국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쁩니다. ”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美 육군, 평양 등 겨냥 시가지 전투훈련

    북한이 서울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서울해방작전’ 훈련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육군의 신속기동부대인 ‘스트라이커 여단’이 15일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와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가정한 실전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미 7사단 제2스트라이커 여단 1대대 예하 전투팀(SBCT)이 오늘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 육군의 기계화부대로, 유사시 항공기로 세계 어느 곳의 전투 현장에도 96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고도의 기동성이 특징이다. 미군이 2000년대 들어 창설한 이 부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은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을 계기로 해외에서 들어온 증원 부대다. 이날 훈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 4대와 한국군 장갑차 3개가 투입돼 시가지로 진입해 수색작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갑차들은 시가지로 들이닥쳐 도심 외곽을 봉쇄하고 장병들이 가상의 대량살상무기(WMD)가 숨겨진 건물에 진입해 신속하게 이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15’가 적용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시가지 전투 훈련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한국군 해병대 1사단과 미국 제31 해병기동부대도 경북 포항 산서사격장에서 견인 곡사포 29대를 동원해 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굿바이 미스터 블랙’ 모든 것 잃은 이진욱, 감성멜로 복수극 ‘관전 포인트5’

    ‘굿바이 미스터 블랙’ 모든 것 잃은 이진욱, 감성멜로 복수극 ‘관전 포인트5’

    MBC 수목미니시리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이 16일 밤 10시 베일을 벗는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황미나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 남자의 강렬한 복수극에 감성 멜로를 더한 드라마.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16일 첫 방송을 앞둔 ‘굿바이 미스터 블랙’ 측은 본 방송을 더욱 생생히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 5가지를 공개했다. # 멜로킹 멜로퀸의 만남, 이진욱♥문채원 ‘최강 커플 케미’ 대한민국 여심을 눈빛 하나로 흔드는 남자 이진욱과 사랑스러운 멜로여신 문채원이 만났다. 특히 두 배우는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왔던 만큼, 커플 호흡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남다르다. 이진욱과 문채원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보여줄 사랑이야기는 풋풋하면서도 애틋함이 넘쳐흐를 예정. 이진욱은 모든 것을 잃고 복수를 꿈꾸게 된 남자 차지원으로, 문채원은 거칠게 자라온 당찬 소녀 김스완으로 분해 시청자와 만난다. 두 사람은 극중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든든하게 감싸주는 오빠 같은 매력”, “보호해 주고 싶은 측은한 예쁨”을 갖고 있다고 말해, 벌써부터 설레는 케미를 자아냈다. # 시선 확 끌어당길 ‘태국 해외 로케이션 촬영’ 극중 태국은 이진욱이 모든 것을 잃은 곳이자, 복수를 위해 다시 일어선 곳이다. 도망자가 된 이진욱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과 액션신 등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전망이다. 여기에 문채원과의 운명적인 만남까지 더해진다. 태국 끄라비의 이국적 정취를 배경으로 펼치는 두 남녀의 가슴 저릿한 멜로는 안방극장에 깊은 감성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 원작 만화의 인기를 이어간다, ‘탄탄한 원작+든든한 제작진의 시너지’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순정만화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드라마의 옷을 입는다. 다만 만화적 설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복수의 서사를 강화해 더욱 풍성한 스토리를 전할 계획이다. ‘보고싶다’, ‘내 마음이 들리니’ 등을 집필한 멜로의 대가 문희정 작가와 ‘기황후’를 히트시킨 한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든든한 내공을 선사한다. #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을 기대해 부드러운 남자 이진욱의 강렬한 액션부터 청순 여신 문채원의 당차고 발랄한 매력 변신까지 ‘굿바이 미스터 블랙’ 주연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기파 배우 김강우는 입체적인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 이진욱과 대립각을 이루며 복수극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악녀 이미지가 강했던 유인영은 극 초반 이진욱-김강우의 사랑을 받는 여자가 된다. 대세배우 송재림은 엘리트지만 허술함이 넘치는 반전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 전망이다. # 첫 회부터 폭풍 전개, 눈 뗄 수 없는 재미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1회부터 폭풍 같은 전개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계획. 극 초반부터 복수 스토리를 숨 가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강렬한 인트로를 비롯해 극중 인물들의 격변하는 감정들과 관계변화,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들이 본 방송을 꽉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세계 최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는 ‘리트프롬’(litprom)이라는 산하 기관이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시아아프리카남미문학 진흥 위원회’. 1980년 세워진 비영리단체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독일 입장에서는 ‘제3세계 문학’인 이들 문학에 대한 정보를 축적·홍보하고 번역, 출간을 돕는다. 최근 리트프롬의 아니타 자파리(63)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관심 있는 한국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창비에서 만난 자파리 대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전날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마침 며칠 전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이게 웬 우연인지 모르겠다. 나도 행복했다”며 담뿍 반가워했다. “2005년 한강 작가와 독일 여러 도시를 돌며 ‘채식주의자’ 낭독 투어를 열었어요. 그때 문학에 관심도 없던 제 친구들을 데려갔는데 이번에 제가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그때 한국 작가가 쓴, 여자가 식물로 변하는 이야기 아직도 기억해.’ 여성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풀어 간 그런 얘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죠. 한강 작가의 소식을 듣고 그게 떠오르며 얼마나 반갑던지요.” 자파리 대표와 우리 문학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리트프롬에서 해당 문화권 여성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을 오정희 작가의 ‘새’가 수상하면서 처음 한국 소설을 접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2005년에는 30여명의 한국 작가를 데리고 독일 내 낭독 투어를 진행했다. 최근 영미권 출판계에서는 한강 작가가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이 독일 유력 주간지 차이트에서 ‘올해의 추리소설 톱 10’ 가운데 8위로 뽑히며 매력적인 서사로 인정받았다. 자파리 대표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상황들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문학을 펴내려는 출판사도 없었고 소형 출판사에서 냈다 한들 팔리지도 않았어요. 한국 문학은 전후 상황이라는 특수한 역사를 담고 있는 주제로만 알려져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았던 거죠. 좋은 책을 선별할 만큼 한국 문학을 잘 아는 번역가도 거의 없었고요.”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한국 문학요? 세계 출판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 바꿀 것도 없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매력과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소재도 현대사회의 공통된 고민과 맞물리고 한국 문학과 문화에 눈이 밝은 번역가들도 늘어났어요. 출판시장도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 선진적이고요. 이 때문에 리트프롬에서 배포하는 도서 추천 리스트, 작가 소개 브로슈어 등을 보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출간하겠다는 독일 출판사들도 많아졌죠.” 그가 이번에 성석제, 정유정, 윤성희, 황선미 등 여러 국내 작가들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는 독일에서 성공적이라 할 만한 게 책을 낸 출판사에서 다른 한국 작품도 출간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어요. 성석제의 ‘위풍당당’은 올해 독일에서 출간될 예정이고요. 윤성희 작가는 흥미로운 작품을 쓰기 때문에 작가 교환 프로그램에 올 수 있는지 물어봤죠. 한국 문학을 다른 문화권에 알리려면 낭독 행사처럼 독자와 직접 만나 작품을 접하게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거든요.” 그래서 리트프롬은 주한독일문화원 등과 함께 연간 10~15명 규모의 양국 간 작가 교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문학이 읽히지 않는다는 자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자파리 대표는 문학의 미래를 낙관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역사, 문화를 교감하는 데 이야기의 힘만 한 게 있을까요. 결국 모든 문화의 기초이자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는 스토리텔링이니까요.” 글 사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스피카 김보형, 아델 ‘헬로’ 커버 영상… “깊이있는 보컬” 찬사

    스피카 김보형, 아델 ‘헬로’ 커버 영상… “깊이있는 보컬” 찬사

    걸그룹 스피카(SPICA) 멤버 김보형이 영국 팝스타 아델(Adele)의 ‘헬로(Hello)’ 커버 영상을 15일 공개했다. 공개된 흑백 영상 속 김보형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가창력을 뽐낸다. 커버 영상 공개 직후 온라인 상에서는 “환상적인 목소리의 주인공”, “김보형의 보컬의 깊이와 감성에 놀랐다”는 국내외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김보형이 앞서 지난 14일 공개한 tvN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의 첫 번째 OST ‘아워 스토리(Our Story)’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아워 스토리’(Our Story)는 무게 있는 분위기와 깔끔한 팝 사운드, 서사적인 벅차오르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다. 마마무, 박재범, 손호영 등과 드라마 OST 작업을 함께해온 박우상 작곡가가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영상=스피카 (SPICA) 김보형 - Adele ‘Hello’ Cover/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시간이탈자’ 임수정, 이진욱 “바라만 봐도 멋있다”☞ ‘동상이몽’ 이수민, 상큼발랄 댄스로 넘치는 끼 발산
  • 맥주와 예술과 토론과 책… 베스트셀러만 빼고 다 있다

    맥주와 예술과 토론과 책… 베스트셀러만 빼고 다 있다

    동네 책방들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북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동네 책방들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예술 전시회와 작가와의 만남, 독서 모임 등을 기획하며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골목길 사이 동네 모퉁이에 자리잡은 동네 책방에서는 주인과 손님들이 추천하는 책과 독립 출판서적들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책방에서 책과 만나는 오후는 여유 있고 따뜻한 봄기운에 취하는 사색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땡스북스는 2011년 문을 연 동네 책방이자 카페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종종 찾는 곳이다. 디자이너인 책방 대표 이기섭씨는 베스트셀러보다는 편집이 창의적인 책 위주의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책마다 개성이 묻어나고, 장르별로도 잘 정돈돼 있다. 충북 괴산에서 가정식 서점인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김병록 부부는 땡스북스를 가리켜 “텍스트에 익숙지 않은 젊은이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크리에이티브한 책들은 적당히 고독하고, 고단하며, 슬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퇴근길 나 홀로 즐기는 책과 맥주·와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맥주나 와인을 파는 서점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 북바이북과 책바다. 북바이북과 책바는 일반 서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퇴근길에 맥주 한잔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북바이북은 작가와의 번개, 독서 콘서트 등을 열어 책과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책바는 대표인 정인성씨가 큐레이션한 시집과 소설, 독립 서적 등을 판다. 고독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1인석이 많다. 정 대표는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들르는 사람들이나 새벽 1시에도 와인과 책을 동시에 즐기는 손님이 많다”고 밝혔다. 서교동 골목길에 있는 유어마인드는 독립 출판물을 직접 제작하고 파는 책방이다. 오후 2시에 문을 연다.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는 찾기 어렵다. 소자본, 개인에 의한 출판물들을 소개하고 각종 사진집과 일러스트북, 비정기 간행물, 인디 음반도 있다. 책방은 건물 꼭대기 5층에 자리잡아 탁 트인 천장이 있는 편안한 다락방 분위기다. ●예술가 스튜디오로 운영… 매달 전시 열려 혜화동에 위치한 얄라북스도 주목받는 독립 책방이다. ‘얄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라는 뜻인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노래하다’라는 의미다. 사진을 공부한 양은하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책방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술 작가들의 작업 공간인 스튜디오와 같이 운영돼 각종 전시회와 세미나가 매달 1차례씩 열린다. 예술서적과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제작한다. 이대 인근 주택가에 자리잡은 일단멈춤은 여행 전문 책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인 ‘먼 북소리’나 사진집, 에세이, 여행하며 읽기 좋은 인문서와 소설, 그리고 독립 출판물들이 놓여 있다. 작은 공간에 갤러리가 있어 전시 작품도 볼 수 있고 여행 작가들의 강연과 토론회 등도 연다. 책방 한편에 놓인 큰 여행 가방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해방촌에 문을 연 문학 전문 책방 고요서사는 소설과 시, 에세이, 인문사회 예술 위주로 재미있고 쉬운 책을 큐레이션한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차경희 대표는 유럽 여행을 하다 동네마다 작은 책방이 있는 것을 보고 책방을 열게 됐다. ●문학 전문·독서 모임 추천 인문서 모은 곳도 책과 독자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강남의 대표적 책방은 북티크다. 10여개가 넘는 독서 모임에서 추천한 책들과 인문서, 스테디셀러 등으로 큐레이션돼 있다. 매주 금요일은 24시간 문을 열어 밤새 책을 읽을 수 있다. 서점지기인 박종원 대표는 “책을 즐길 수 있는 독자들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독서 모임을 기획하고 작가 강연도 연다”고 말했다. 출판사 북극곰과 함께 운영되는 그림책 전문 서점 프레드릭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방이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동화작가 이루리(정용후) 대표가 운영하는 프레드릭은 큐레이션되는 그림책들을 예술의 장르로 끌어올린 책방이다. 정 대표가 펴낸 북극곰 코다 시리즈는 이스라엘어와 터키어 등 6개국 언어로 출품됐다. 정 대표는 “매일 그림책을 읽고 놀다 가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어느 날 문득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결심하고 책방을 열었다”고 밝혔다. 프레드릭에서는 그림책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전국 동네 책방 정보 망라한 책 출간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동네 책방 정보를 담은 책도 나와 있다.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펴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와 북노마드의 ‘우리, 독립 책방’은 각 지역에서 문화 명소로 주목받는 책방들을 다채로운 사진과 글을 통해 안내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의 서점 운영기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의 서점 운영기

    2013년 12월 1일 일요일 밤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대학 근처를 친구와 걷다가 영화 전문 서점으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핑크빛 네온사인이 빛나는 창문 안쪽에는 장 콕토 등 영화인들의 얼굴이 크게 박힌 책 표지가 정면을 향해 있었다. 그 서점을 스쳐 지나가며 문득, 앞으로도 계속 책을 만들며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12월 19일 목요일 오후 3시. “작은 서점을 차리면 어떨까. 출판 작업도 할 수 있는”이라고 일기장에 적었다. 2014년 8월 17일 일요일 서점을 한다면 ‘문학 중심 서점’으로 해 보자는 생각을 굳혔다. 콘셉트는 ‘깊이가 없는 서점’. 8월 23일 토요일 깊이가 없는 서점, 즉 너무 수준이 높지 않고 책과 독서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서점. 짙은 갈색 책장, 창문 쪽에 설치될 독서 공간으로서의 나무 바, 일정 주제를 정한 후 큐레이션을 한 10~15종 정도의 책 목록 작업, 소박한 도서 리뷰 잡지…. 지금 고요서사에서 실현된, 혹은 실현할 예정인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이날 다 떠올랐다. 2015년 4월 21일 화요일 서울 연희동의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예상했듯 높은 월세 장벽을 실감. 6월 7일 일요일 ‘고요서사’라는 이름 확정. 서점, 책, 이야기 등의 뜻을 지닌 ‘서사’라는 말은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에서 따오기로 이미 정해 뒀었다. 그 앞에 붙일 말을 고민하다 개인 블로그 타이틀로 오랫동안 썼던 ‘고요’라는 말을 떼 왔다. 좋은 책과 독서는 내면의 고요를 유지하게 도와준다는 의미를 떠올리며. 7월 12일 일요일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해방촌카페 ㅇㅎㅎ’와 공간 제휴 결정. 7월 31일 금요일 출판사 퇴사. 9월 7일 월요일 가구와 수서 목록 등 본격적인 서점 준비 시작. 10월 15일 목요일 임시 오픈 기간 중 처음으로 책 판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언 매큐언 ‘속죄’. 사업자 등록할 때 임의로 적은 개업 날짜와 꼭 같은 날 첫 판매가 이뤄져 신기하기만 했던. 12월 29일 화요일 헌책 코너 ‘두 번째 방문’의 첫 기획전 시작. ‘두 번째 방문’이란 서점에서 팔려 나간 책들이 다시 서점을 방문했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 첫 기획전 주제를 ‘해방촌 이웃의 책장’으로 정하고 해방촌에서 카페, 독립 서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이웃들의 헌책을 받아 진열하고 판매. 뮤지션, 편집자 등 직업별 혹은 조직이나 지역별 등으로 매번 헌책 기획전의 주제를 정할 예정. 2016년 2월 11일 목요일 소설가 한강의 목소리를 타고 영국 BBC방송에 고요서사 이야기가 소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2월 15일 월요일 KBS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을 고요서사에서 촬영했다. 2월 29일 월요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적 같은 일들을 겪으며 사는 감사한 나날이긴 하지만, 하루에 책이 단 한 권이라도 팔리길 늘 기도하는 불안한 날들이기도 하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지금이야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당장에 절도 혐의로 잡혀가겠지만, 옛날에 닭서리는 겨울을 나는 일종의 ‘동과의례(冬過儀禮)’였습니다. 비록 지금처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생활공동체로서의 이해와 결속이 단단했고, 인심이 순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또 지금처럼 기업형으로 닭을 기르는 양계가 아니라 일용할 고기를 얻고, 달걀을 얻기 위해 집집마다 닭을 길렀던 까닭에 거기에서 얻는 이득도 과외의 소득이라 여겼습니다. 지금이야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지천에 널린 게 달걀이지만 예전에는 달걀이 제법 근사한 선물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집마당에서 암수탉이 어우러져 낳는 유정란은 요즘의 그것보다 크고 맛도 좋았는데, 이걸 열 개씩 모아 지푸라기로 엮은 것을 한 줄로 쳤습니다. 그걸 장터에 가져가 돈을 바꾸기도 했고, 만만한 곳에는 선사품으로 전하기도 한 것이지요.  달걀로 소통했던 사회 달걀이 무슨 선물이 되느냐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제조업이 낙후해 물산이랄 것도 없었던 60∼70년대에는 달걀 한 줄이면 탄원서를 대신 작성해 준 읍내 행정서사나 면서기에게는 뇌물이라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뭔가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이 드는 답례품이었고, 부잡한 아이들 학교로 불러모아 가르치시는 고마운 선생님에게 드리는 스승의 날 선물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달걀 두 줄이면 쌀이 한 말’이라는 당시의 통념이 이걸 입증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딸아이 혼례 후 시댁으로 보내는 신부의 이바지에도 석작에 차곡차곡 쌓아 넣은 달걀과 닭을 통째로 곱게 삶은 닭이 빠지지 않았는데, 석작에 들어가는 달걀이 좋이 쉰 개는 되었던 터라 혹여 깨어질까봐 집검불을 치대 부드럽게 만들어서 달걀을 하나 하나 싸 넣던 이웃 어르신의 자상한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이미 세상에 안 계신 분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필자가 살던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10리 길이었습니다. 6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길을 밟아 학교를 다녔는데, 시골 국민학교 전교생이 물경 1000명을 헤아렸고, 우리 마을에도 1∼6학년 학생이 어림잡아 40∼50명은 되었을 것입니다. 날 좋을 때면 끼리끼리 까불면서 오가는 길이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그 길을 오가기가 정말 곤욕이었습니다. 황당한 얘기지만, 그 때는 우산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비가 내리면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학교 앞 우체국이며 방앗간 추녀 밑에서 우두망찰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쾌재를 부를 횡재는 마침 지나가는 버스가 그 많은 아이들을 태워주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고작 예닐곱 번 오가는 시골 버스 기사의 선심이 어린 아이들의 동심에 온기가 된 것이지요. 운전 기사는 마을 앞에 차를 세워 애들을 모두 내려주었는데, 그 때는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 애들이 저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내리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얼굴에 마마 자국이 있는 그 기사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장이 하루는 동네 사람들 뜻을 모아 마을앞 정류장에서 그 기사가 모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때 이장이 건넨 것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달걀은 요즘과 확실히 달랐고, 그런 달걀을 생산하는 것이 닭이었으니, 그게 ‘한 마리’라고 찍어서 쉽게 주문해 먹은 요즘의 치킨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습니까. 생산성을 처음 가르쳐 준 닭 그리고 달걀 다른 가축과 달리 닭은 키우고 번식시키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달걀을 열댓개 모았다가 알 낳는 둥지에 깔아놓으면 암탉이 알아서 그걸 품어 병아리가 깨곤 했지요. 이른 봄에 그렇게 알을 깔아두면 날이 풀리는 봄날 쯤 마당을 노란 병아리들이 누비고 다녔는데,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하는 동요만 불러봐도 그런 풍경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 닭을 키우고, 달걀을 모으는 일은 애들 몫이었습니다. 아침에 닭장 문을 열어 닭들을 풀어놓고, 때맞춰 모이를 주고, 해거름에 다시 닭장으로 불러들이는 일이야 시골 애들은 누구나 하는 일이었지요. 한낮에 암탉이 닭장에서 홰를 치고 나서면 달걀을 낳았다는 것도 애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막 낳은 달걀을 거머쥐면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달걀을 모으고, 모은 달걀이 다시 돈이 되고, 인사치레가 되고, 병아리가 되는 이 기막힌 생산성의 선순환과 상생의 가치를 시골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체득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닭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존재였다는 뜻입니다.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그런 닭이 또한 훌륭한 육류 공급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닭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이른바 ‘붉은 살코기’와는 다른 ‘흰 살코기’, 즉 육류 중에서는 효용 대비 부작용이 가장 적은 고기로 꼽힙니다. 단백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닭고기(가슴살)에는 23.0g이, 쇠고기 우둔살에는 22.3g, 쇠고기 안심에는 21.0g, 돼지고기 안심에는 14.1g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방은 닭고기 1.2g, 쇠고기 우둔 4.6g, 안심 7.1g, 돼지고기 13.2g 정도입니다. 얼른 봐도 닭고기가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 함량은 가장 많고, 지방 함량은 가장 적은 양질의 육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왜 싼 닭이 비싼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지를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고기 맛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동과의례’ 그 닭이 ‘서리’라는 ‘동과의례’의 중심이었던 이유도 금방 납득이 되지 않습니까. 봄부터 가을까지 애, 어른 없이 농삿일에 내몰리느라 힘들게 지내고 맞는 겨울은 ‘농한기’였습니다. 농촌에서는 제법 한가한 철이라는 뜻이지요. 겨울 농한기가 되면 치르는 관행적인 습속이 있습니다. 눈 덮인 산골짜기를 훑는 토끼몰이나 마을 사람들이 추렴해 돼지를 잡는 일이 그런 일인데, 여기에 닭서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돼지는 심심파적으로 삼기엔 너무 크고, 토끼몰이야 재수가 좋아야 한 마리 잡히는 것이니 그 중 확실한 것이 닭서리일 밖에요. 그렇다고 산적질 하듯 아무 집이나 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오 내오 없이 다 삼이웃인데 낯뜨거운 짓을 할 수는 없지요. 서리 대상을 꼽을 때 가장 맞춤한 방법은 또래 동무를 꼬드겨 그 집 닭을 서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유순한 농경민족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떼지어 출몰하는 화적과 외침에 의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토담을 높여 성벽을 쌓는 건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누군가가 밤새워 불침번을 설 수도 없으니 집집마다 똥개를 키워 밤낮 없이 집을 지키는 파수로 삼았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똥개가 볼품은 없어도 주인 섬기는 충성심 하나만은 대단합니다. 밤중에 이웃에 마실 한번 가려 해도 왈왈대는 똥개 때문에 주인이 몇 번씩 달래야 진정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니 개 무서운 줄 모르고 닭서리하겠다고 대들었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 그 집 아들이 서리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 주인이 한 걸음 먼저 들어가 똥개를 달래고, 그 틈에 한 놈이 닭장 속으로 기어들어가 닭 한 마리 낚아채 나오기란 식은 죽 먹기지요. 그렇다고 물색없이 덤벙거리다가는 산통 깨기 쉽습니다. 닭이 의외로 겁이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한겨울 찬 손으로 거머쥐려다가 닭이 놀라 푸드덕거리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미리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따뜻하게 덥혀둬야 합니다. 닭을 거머쥘 때도 마치 그림자처럼 다가가 양손으로 목덜미와 날개죽지를 잽싸게 싸잡아 횃대에서 들어내립니다. 이 순간에 버벅대다간 다른 닭들이 놀라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날개죽지와 목덜미를 한 손에 거머쥐면 끝입니다. 손에 들린 닭이야 발버등을 쳐봐야 소리가 날 일도 없고, 목덜미가 잡혀 옴짝달싹 못하니까요. 남은 일은 미리 점 찍어둔 골짜기로 줄행랑을 놓는 일입니다.  잡식의 운명 ‘육탐’ 이제 호궤할 일만 남았습니다. 사람들 이목이 미치지 않는 골짜기로 들어가 꽝꽝 언 소나무 가지를 툭툭 꺾어모아 불을 지핀 뒤 불땀이 달아오를 때 잉걸불 속에 닭을 묻어두고 히히낙락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닭털이 불길에 오그라붙어서 불길 속에 그렇게 던져둬도 살이 타는 법이 없습니다. 속살이 먹을만 하게 익었겠다 싶을 때 꺼내 부지깽이로 툭툭 터럭만 털어내면 먹음직스럽게 익은 뽀얀 속살이 이내 드러나니까요. 남들 눈길 피해 서리 하는 떠꺼머리들이 손 날랜 숙수가 아니니 솜씨 부릴 일도 없습니다. 죽죽 찢어낸 살집을 깨소금에 찍어 나눠 먹은 뒤 입 씻고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다음 날, 친구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밤에 족제비가 들었는지 살오른 씨암탉이 종적도 없다”면서 어른들이 입맛을 다시면 친구 녀석은 “족제비 그걸 가만 둬서는 안 되겠다”고 넉살 좋게 맞장구를 쳤을 것입니다. 잘 사네, 못 사네 해도 농투산이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는 육류 섭취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뼈 빠지게 일을 하지만 힘의 원천인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살집이 쪼르그라들 수 밖에 없고, 그러니 그럴 나이가 아닌 데도 주름이 자글자글 겉늙어보였습니다. 농사 짓고 산다고 맛있는 걸 분별 못할 리는 없습니다. 그들도 쇠고기, 돼지고기가 먹고 싶지만, 읍내 푸줏간까지 나가 통 크게 쌈지를 열 엄두가 안 나니 그냥 고봉밥에 김치로 주린 배를 채우고 맙니다. 그런 사람들이 겨울 농한기에 동네 사랑에 모여 노닥거리다가 입 맞춰서 닭 한 마리 서리하는 일은 흔했고, 설령 닭을 잃어버렸다 해도 그걸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 오른 암탉 한마리 해치우고 나면 얼굴에 기름이 오릅니다. 아침까지도 뱃골이 든든한 게 ‘이래서 고기, 고기 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이야 조석으로 고기 먹는 게 일상이라 ‘못 먹어서 얼굴에 버짐 필’ 일도 없고, ‘고기 맛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소증 걸린 지 오래’라는 푸념을 뱉을 일도 없지만, 예전에는 항용 하는 말이 ‘이밥에 고기’였습니다. 쌀밥에 고기 한번 실컷 먹는 게 또한 일상의 바람이기도 해서 명절 앞두고 부침개 지져낸다고 번철에 올린 돼지기름 닳아서 풍기는 냄새만 맡아도 회가 동하곤 했습니다.  섭생의 균형을 위한 원초적 일탈 ‘닭서리’ 그 시절엔 고기를 통해 얻는 모든 영양소가 결핍 상태이니 누구라도 고기에 ‘껄떡신’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육류 섭취를 제한하라는 둥, 동물성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둥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하지만, 너무 잘 먹어서 문제가 된 ‘식탁 혁명’이 완성된 것도 실은 20∼30년 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명색 잡식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줄창 곡류와 채소류만 먹다가 가끔 고기를 탐한다고 이상할 것은 없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섭생은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것입니다. 좋다고 줄창 고기만 먹을 일도 아니고, 싫다고 아예 채소류를 외면하고 살 일도 아닙니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당장이야 표가 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고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몸이지요. 요즘 흔히 듣는 ‘잘 먹고 잘 살아서 생긴 병’이 꽤나 됩니다. 비만이 그렇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그렇고, 당뇨도 많은 경우 췌장 혹사가 원인입니다. 이런 질환에 노출된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바로 그 섭생 균형이 깨져 있음은 보지 않아도 아는 일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먹지만, 여기에 ‘먹어줘야 하는 것’을 더해야 건강한 식생활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닭서리도 살펴보면 ‘균형 있는 섭생’을 향한 원초적인 욕구의 발현이었고, 거기에서 비롯된 우리 식의 일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욕구가 사회적 관점에서 권장할 미덕은 아닐지라도 관용의 틀 안에서 ‘그럴 수도 있는 일’로 통용되었고, 그런 섭생의 균형 추구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돼 ‘끈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jeshim@seoul.co.kr
  • 투잡 없인 못 살아… 동네 책방 ‘슬픈 귀환’

    투잡 없인 못 살아… 동네 책방 ‘슬픈 귀환’

    연간 1인당 독서량은↓ ‘9.1권’ “서울서 책만으로 수익 2~3곳뿐… 책값 거품 빼고 할인 금지해야” “커피와 책이 잘 어울리니까 다른 분이 운영하는 카페 내부에 동거 형태로 서점을 열었는데, 생각처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것 같네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문학서점 ‘고요서사’를 운영하는 차경희(32·여) 사장은 25일 “최근 2년간 해방촌에만 5곳의 책방이 새로 문을 열었을 만큼 동네서점이 늘었다”며 “하지만 잘된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40㎡(약 12평) 남짓한 서점은 한산했다. 문학책을 중심으로 500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저녁 퇴근 시간에 들른 손님은 채 열 명이 되지 않았다. 서울의 홍대입구, 이태원, 대학로 등 20~30대가 자주 찾는 명소에 동네서점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디자인, 문학, 사진 등 특화된 분야의 책을 파는 소규모 형태들이다. 젊고 신선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주말이면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가 된다. 반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매출은 부진하다. 반짝 하고 부활 조짐을 보이던 동네서점이 다시 퇴조의 길을 걸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맵을 이용해 ‘동네서점 지도’를 만든 남창우(43)씨는 “최근 2년간 서울에 동네서점이 50곳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해 4곳이 문을 닫는 등 어려운 곳이 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씨는 조만간 폐점이 급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2년 전 동네서점 창업 바람이 불면서 문을 연 서점들이 많았는데 통상 2년인 부동산 계약 기간 만료가 앞으로 집중적으로 도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동네서점이 늘어난 계기는 뭐니 뭐니 해도 2014년 말 시행된 ‘도서정가제’다. 온·오프라인 서점의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자 온라인의 ‘반값 할인’이 사라졌고, 상대적으로 동네서점에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가게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책값 정도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점도 동네서점이 증가한 이유다. 하지만 책 읽는 독자들의 감소세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독서량은 2007년 12.1권에서 지난해 9.1권으로 4분의1이 감소했다. 지난해 서점을 연 A씨는 “하루에 한 권도 팔지 못하는 날이 많다”며 “서울 시내 동네서점 중 책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2~3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서점 주인들은 카페를 겸하거나 번역 등 ‘투잡’을 하면서 근근이 버틴다. 동작구 상도동에서 대륙서점을 운영하는 박일우(40)씨는 “인건비는 고사하고 월세만 내도 다행”이라며 “같이 서점을 운영하던 아내는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서점 주인 B씨는 “1년간 운영해 보니 적자만 쌓여서 따로 책 번역 일을 하고 있다”며 “서점을 차린 건지 작업실을 차린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의 마진율은 35~40%에 이르지만 소규모 서점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또 도서정가제의 최대 할인폭은 15%이지만 할인카드 등을 이용하면 30%까지 할인율이 껑충 뛴다. 동네서점의 경쟁력은 그만큼 낮아진다. 일부 동네서점 주인들은 책값에서 거품을 빼고 아예 할인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동·종로·은평구, 경기 포천시, 경남 창원시, 경북 경산시, 대전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동네서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동네서점은 누구에게나 열린 사랑방이자 사라져 가는 활자 문화를 지키는 문화 공간”이라며 “올해는 동네서점에서 지난해보다 1억원 많은 3억원어치의 책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청와대 집무실·방탄 의전車… 여기선 누구나 ‘일일 대통령’

    [커버스토리] 청와대 집무실·방탄 의전車… 여기선 누구나 ‘일일 대통령’

    조선왕조 472년(태조~철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조선왕조실록이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철저한 기록정신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기술된 덕분이다. 사관의 정론직필은 물론 실록을 편찬할 때는 왕도 볼 수 없도록 했다. 사관들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치우쳐 실록을 사실과 다르거나 편향되게 기술할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나라의 기나긴 기록의 역사는 6·25전쟁, 급속한 산업화 등을 겪으며 맥을 잇지 못했다. 1969년부터 정부기록보존소 공공기록물 관리가 시작되긴 했지만 대통령기록물이 본격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로써 체계적인 기록물 보존 관리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에 기반해 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 중인 대통령기록전시관이 일반인에게 최근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개방 이틀째인 지난 17일 오후 2시 세종시 다솜로 250(어진동) 호수공원 옆. 용의 자태를 형상화한 정부세종청사 끝자락에 국새를 담는 함을 본뜬 투명한 유리 큐브 모양의 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이 24m 높이인 4층까지 뚫려 있어 조그마한 소리도 길게 울려 퍼졌다. 커다란 왼쪽 벽면에는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영상물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상연됐다. 전시관 개방 첫날 학령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노부부,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졸업생 등 다양한 방문객이 호기심을 품고 문을 두드렸다. 종교단체 모임 신자, 인근 부대 군인 등 단체로 온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1층에 전시된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이었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까지 의전에 사용된 녀석이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윤준희 사서사무관은 “5대 대통령의 체취가 느껴지는 차량이 실물로 전시된 것은 최초”라며 “대통령들이 외부 업무 때 쓰던 것으로 특수 방탄 처리를 해 10억원대를 호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통령 경호실에서 기록관에 기증한 의전 차량 8대 중 나머지는 지하 2층에 보관돼 있다. 윤 사무관은 “BMW, 에쿠스, 벤츠 등 다양한 차종이 의전 차량으로 사용됐으며, 대통령마다 애용했던 차량이 다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히 BMW 차량을 애용했다”고 귀띔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기록관을 찾은 윤성호(19·울산)군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해서 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의전 차량을 가까이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전시관 1층에서는 높이 2.1m, 폭 1m 크기로 형상화된 역대 대통령 10명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유리에 투영시킨 흉상화에 지나지 않지만 다가갈수록 촘촘하게 새겨진 흰색 글자들이 뚜렷해졌다. 역대 대통령이 재임 기간 연설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들을 추출해 자연스럽게 대통령들의 정치 철학과 신념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윤 사무관은 “처음에는 단순히 흉상화를 전시하려다가 기록물을 이용해 역대 대통령의 국정운영, 당시 시대상 등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사진에는 ‘우리 사랑하는 국민’, ‘평화’, ‘새로운 정부’, ‘국회 성립’ 등 연설할 때 자주 사용한 말이 가장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1층 전시관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전시관 4층으로 올라갔다. 1층이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면 4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4층 첫 순서는 역대 대통령의 ‘휘호’가 전시된 공간이다. 휘호는 대통령의 통치 철학, 국책 방향 등을 보여주기에 의미가 깊다. 전체 20점 가운데 2008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한 달 전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남긴 ‘기록은 역사다’라는 휘호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을 추진한 의지가 풍겼다. 20점은 원본이 아닌 복제 사본이다. 윤 사무관은 “기록물들이 빛과 산소를 만나면 ‘열화’될 우려가 있어 대부분의 전시품은 장기 보존을 위해 가능한 한 원본을 똑같이 복제한 사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한쪽에선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4층 전시관에는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유리로 된 전자태그(RFID) 카드를 꽂으면 역대 대통령의 통일 의지가 담긴 휘호와 함께 1분짜리 영상이 흘러나오는 시스템을 갖췄다. 신자 80명과 함께 방문한 해인사 수완(62) 스님은 “대북 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통일을 주제로 한 대통령들의 영상은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이 해외 각국 정상과 주고받은 서신도 한자리에 모였다. 관람객 임숙희(75·여·대구 수성구)씨는 “역대 대통령 기록물들을 보니 지난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살아온 지난 시절까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곳은 3층 전시관이었다. 청와대 집무실, 영빈관, 춘추관 등이 드라마 세트장처럼 실물 그대로 옮겨진 체험관에서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사진 촬영을 했다. 스마트폰에서 ‘대통령기록관’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영빈관 의자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비추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의 각국 정상 실물 이미지가 카메라에 나타난다. 김근화(43·여)씨는 “초등학생들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추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체험들을 하면서 설명을 들으면 훨씬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층에는 기증자 전당도 마련됐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된 2007년 이전에 소장해 오던 기록물의 기증 인물 이름이 새겨진 곳이다. 기록관 관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진, 문서, 책, 동영상 등 트럭 2대에 실어 나를 정도로 다량의 기록물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전시관 관람 순서나 콘텐츠와 관련된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이날 기록관을 찾은 김희정(40·여·충남 계룡시)씨는 “기록물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선이 눈에 잘 들어오게 표시돼 있지 않아 어느 곳부터 관람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록관 측이 야심차게 준비한 1층 ‘텍스트아트’가 관람객들이 보기에 난해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근화씨는 “1층 전시관 유리 사진 앞에 별도로 설명 자료가 붙어 있지 않아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바로 와닿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 대통령기록관에는 기록물 보존·복원처리실 9실이 신설된다. 전문 인력 21명이 근무하게 된다. 아직 준비 단계다. 이번 전시용 기록물들은 모두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에서 보존·복원을 마쳤다. 기록물은 형태에 따라 다른 보존·복원 처리 절차를 거친다. 종이 기록물의 경우 장기 보존이 가능하도록 마이크로필름으로 찍는다. 원본은 별도로 보관된다. 디지털화 작업도 거친다. 디지털화된 전자기록물은 세종 대통령기록관 외에 다른 서고에도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게 보존된다. 유실 방지를 위해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비공개로 분류된 대통령기록물들은 이관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1년 내에 공개 여부를 재분류하고, 9명(민간 8명, 당연직 1명)으로 구성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심의를 거쳐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위원회 당연직 위원은 대통령기록관 관장이다. 민간위원들은 기록 관련 전공 교수, 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심의에서 비공개로 지정된 기록물들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공개 여부 재심사를 받는다. 물론 통상의 절차에서 예외인 기록물도 있다.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그중 하나인데, 모든 대통령은 일부 민감한 사항과 관련한 기록물에 대해서 15년까지,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은 30년까지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기록물도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공개 재분류 과정을 거친 후 공개로 결정된 기록물은 국민에게 공개된다. 기록관 관계자는 “재임 기간이 최근인 대통령 기록물일수록 비공개인 기록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역대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대통령 기록물을 소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념도서관은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지어질 예정이다. 국립기록청(NARA)에서 운영한다. 프랑스는 국립기록보존소에서 엘리제궁으로 대통령기록관리 지원을 위한 직원을 파견, 대통령 수상 기록물을 관리한다. 프랑스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50년간 공개 유예가 가능하다. 글 세종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사진 세종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출연 ‘헤일, 시저!’ 메인 예고편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출연 ‘헤일, 시저!’ 메인 예고편

    코엔 형제 신작 ‘헤일, 시저!’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헤일, 시저!’는 1950년 할리우드, 최고의 무비 스타 ‘베이드 휘트록’이 납치되자 영화 제작에 위기를 맞게 된 해결사 에디 매닉스가 베테랑들과 벌이는 작품 개봉 사수작전을 그렸다. 이 작품은 코엔 형제가 10여 년 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로 ‘할리우드 황금기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탄생시킨 캐릭터들과 코엔 형제 특유의 기발한 서사가 더해져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톱 영화배우가 사라진 현장에서 해결사를 필두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개봉 사수작전이 담겨 있다. 마치 1950년대로 돌아간 듯한 스타들의 변신을 비롯해 수중 발레와 뮤지컬 등 다채로운 장면들이 수작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이 작품에서 조지 클루니는 촬영 도중 납치된 ‘베어드 휘트록’ 역을 맡았고, 조슈 브롤린이 할리우드의 모든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해결사 ‘에디 매닉스’ 역을 맡았다. 여기에 스칼렛 요한슨, 랄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틸다 스윈튼, 엘든 이렌리치, 조나 힐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시선을 모은다. ‘인사이드 르윈’ 이후 코엔 형제가 3년 만에 들고 온 영화 ‘헤일, 시저!’는 3월 24일 개봉된다. 사진 영상=UPI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빛으로 그려낸 수묵화 현실과 가상을 휘젓다

    빛으로 그려낸 수묵화 현실과 가상을 휘젓다

    벽에 걸린 모니터의 화면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정지된 듯 보이는 화면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간간이 별이 빛나는 칠흑 같은 하늘이 영원의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인 줄 알았던 것은 실은 굵은 일필의 획으로 그린 수묵화를 원통형으로 말아 세우고 카메라가 그 이미지를 찍어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미디어·설치작가 이예승은 “유용한 것들이 변이되고 변종되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우리 시대의 모습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영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이용해 실재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동중동(動中動)·정중동(靜中動)’이다.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움직임이 있고 조용히 있는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작품의 서사와 이미지들은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을 토대로 한다. 산해경에는 신화 시절 동아시아 주변의 지리에 대한 설명과 그 지역에 살던 희귀한 사람과 동식물 등이 묘사돼 있다. 작가는 “그 시절의 사람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이런 변종들과 어울려 살았다”면서 “기술과 인간이 혼동된 이 시대의 모습이 그와 흡사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은 정중동의 공간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정지된 것이지만 사실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전면을 한지로 감싼 바로크 양식의 가구는 공간의 움직임을 감지해 빛을 발산한다. 페인팅과 영상을 접목시킨 평면작업은 낮과 밤의 시간차에 따라 다른 화면을 보여 준다. 산해경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기이한 이미지처럼 본래의 기능이 변형되고 조합된 형태를 갖는 것들이다. 지하 전시장은 동중동의 공간이다. 원형의 대형 스크린과 실린더 형태의 설치 등 모든 것이 움직이는 키네틱적인 요소와 사운드로 가득하다. 민낯을 드러낸 기계 장치들이 레이스 모양의 그림자와 어우러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예승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수묵화와 디지털미디어의 만남은 작품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기계적인 작품들이지만 인간적이고 정적인 느낌이다. 작가는 “수묵의 필선이 설치작품의 기계장치와 프로그램, 전선으로 바뀐 셈”이라면서 “화선지 위에서 붓으로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빛의 밝기, 소리의 강약을 표현하는 데 아무래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비정규직 10여개 거치며 글감 모아…평범한 사람의 기이한 강박이 서사의 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소설가 최정화(37)가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에 밝힌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그의 소설에서 서사를 이끄는 동력은 기이할 정도로 집요한 강박이나 불안, 열등감, 피해의식 등에 사로잡힌 인물들이다. 가사 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에게 안주인 자리를 뺏길까 불안해하는 주부(구두), 가정에서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한 가장(팜비치), 경제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무능해진 60대 남자(대머리) 등 인물들은 연령도, 처지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심리 세부까지 촉수를 드리워 능숙하게 간파해낸다. 이를 통해 일상에 매복해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불안의 틈새를 한껏 부풀려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다가 우울증이 와서 그만두고 서른살 때 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심리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고 이해도 잘 가요. 자연스럽게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등단하기 전 십여 가지가 넘는 직업을 거친 것도 글 쓰는 데 도움이 됐어요.” 대학 졸업 후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그는 짧으면 1개월, 길면 2년짜리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편의점 캐셔, 테마파크 안내원,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 레스토랑 서버, 잡지사 경리 등 갖가지 업종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글감을 모았다. “글 쓰는 에너지를 뺏길까 봐 일부러 단기, 저임금의 비정규직를 선택했어요. 일로 글을 쓰면 집에 와서 글을 안 쓸 것 같아 일부러 글쓰기와 관련 없는 일을 찾아 했죠. 하지만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어요. 작품 당선 소식을 듣기 전 마지막 직업인 잡지사 경리로 일할 때는 매일 5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하면서도 잠자기 전 한 시간은 매일 A4지 한 장은 쓰고 잤어요.” 이번 책은 2012년 등단작 ‘팜비치’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계간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등단 전 써놓았던 것이다. 데뷔 전 이미 50편의 습작으로 내공을 쌓은 그는 노련한 화법으로 인간 사회의 갑을관계를 전복시키며 묘한 쾌감을 안긴다. 외모와 재력, 능력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편을 떠받들던 부인이 사고로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싸늘하게 무시하는가 하면(틀니), 남자에게 돈을 받으며 부인 역할로 고용된 50대 여자는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자존감을 드높인다(홍로). 평온하던 일상에 금을 내는 불안의 기미를 포착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도 유지한다. 그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만 요즘 한국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아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영감을 받은 장편 ‘도트’를 현재 집필 중인 이유다. 작가는 격월간 악스트에 연재 중인 이 작품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다. 전업 소설가가 됐지만 취미인 카포에라(브라질 무예) 한 달 수업비 9만원을 못 낼 정도로 생활은 녹록지 않다. “지금은 알바를 안 하고 글만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잠시 현실을 떠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韓 함정 20여척 훈련·美 이지스함 급파… 대북 무력시위

    韓 함정 20여척 훈련·美 이지스함 급파… 대북 무력시위

    美 특수부대 한국 파병 사실 공개北 NLL 인근 방사포 배치에 맞불 軍 “北 잔해 낙하하면 요격” 경고 보유 PAC2 요격 고도 15㎞ 불과 “실제 北미사일 요격 회의적” 우세 군 당국이 4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잔해 일부가 우리 영토에 떨어질 경우 요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와 동·서해에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도 특수부대의 한국 파병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이지스함을 추가 배치하는 등 한·미 군 당국이 본격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고성 무력시위를 개시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미사일이나 잔해물 일부가 비행항로를 벗어나 우리 영토나 영해에 낙하할 경우 요격할 수 있도록 방공태세를 강화했다”며 “자위권 차원의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예하 서북도서사령부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병대 K9 자주포 40여문, 코브라 공격헬기 등 장비 200여대를 동원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군이 최근 서해 NLL 인근 갈도에 122㎜ 견인 방사포를 배치하고 사격 진지를 신설한 데 대한 맞대응이자 추가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해군 1함대와 2함대도 이날 각각 동해와 서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3200t급) 등 수상함 20여척을 동원해 함포 사격 및 잠수함 격멸훈련을 실시했다. 주한미군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 등을 파괴할 특수부대인 제1공수특전단과 75레인저 연대 병력이 한국군 특수전사령부와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7함대는 이와 별도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추적 감시하기 위한 이지스 구축함을 동중국해에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언한 대로 군이 현재 보유 중인 패트리엇(PAC)2 미사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방부는 북한이 동창리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우리 영토인 백령도 상공을 통과할 때 고도가 180㎞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통상적 영공 범위인 100㎞ 이내를 지나거나 영토·영해에 떨어질 경우 요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PAC2 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약 15㎞에 불과하고 목표물 근처로 날아가 폭발해 그 파편을 이용해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라 요격률은 30%로 평가된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영화 多樂房] 드레스메이커

    [영화 多樂房] 드레스메이커

    소년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마을에서 쫓겨났던 한 소녀(틸리)가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해 돌아온다. 수십년 동안 거의 변한 것이 없는 마을의 냉랭한 분위기가 그녀를 다시금 옥죄어 오는 가운데, 틸리는 25년 전 ‘그날’의 사건 경위를 확실히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녀의 노력과 주장은 결백을 밝혀내기에 미약하기만 하다. ‘드레스메이커’는 1950년대 ‘던가타’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비밀과 상처를 껴안은 채 간신히 고요함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틸리의 회귀는 비단 개인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발단에 그치지 않고 잔잔한 수심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마을에 파장을 일으키며 위선과 갈등을 들춰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25년 전 틸리의 추방이 보여주듯 약자에 대한 무시와 경멸, 권력의 오용과 남용을 포괄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다수의 처벌과 복수로 이어진다. 살인누명과 복수라는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틸리가 드레스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며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도 이루게 되는 후반부까지 영화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그렇게 그녀의 삶에도 행복이 찾아오는 듯하다. 그러나 연속된 불운이 닥치면서 마을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이 다시 고개를 들자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 틸리는 운명과 싸우며 던가타의 부조리를 응징한다. 그녀가 약자들 위에 군림해 왔던 마을 사람들을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제압하는 종반부는 통쾌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틸리의 복수가 드레스를 만드는 특별한 재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던가타의 단조롭고 메마른 풍경을 물들이는 각양각색의 의상은 서사의 중심에 있으면서 시각적으로도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굳이 페미니즘 비평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지만 호주의 여성감독 조셀린 무어하우스는 역시 여성 작가 로잘리 햄이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 억압당하고 있던 여성들의 욕망이 화려한 드레스로 표출되는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묘사해냈다. 틸리가 ‘그날’의 기억과 대면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과 복수극이 영화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쪽은 맞춤형 드레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던 당대 여성들의 ‘웃픈’ 초상이 지탱하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원숙한 연기를 선보이는 케이트 윈즐릿은 틸리라는 캐릭터 안에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았던 동네 주민들과 맞서는 강인함과,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동안 엿보이는 연약함을 동시에 녹여냈다. 틸리의 엄마로 분한 주디 데이비스도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두 배우는 모녀가 서로의 생채기를 보듬으며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완성시켰다. 드레스와 복수라는 이질적 단어들을 연결시킨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설 연휴엔 복 부르는 원숭이 만나러 가요

    설 연휴엔 복 부르는 원숭이 만나러 가요

    중국 명나라 오승은의 장편소설 ‘서유기’ 속 손오공이 판화와 그림을 통해 되살아난다. 원숭이해를 맞아 2일부터 5월 15일까지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여는 ‘서유기 특별전-붉은 열정 손오공’에서다.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인도, 태국 등 아시아에서 제작된 서유기 관련 유물 70여점이 전시된다. 손오공의 유래가 된 인도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하누만 석판화와 탁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의 서유기 목판본과 목판 연화(年畵·민화의 일종), ‘우키요에’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일본 에도시대의 채색 풍속 판화, 전적류 등이다. 한선학 관장은 “하누만은 열정과 헌신을 다해 곤경에 빠진 왕을 구하면서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꾼 원숭이로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 손오공도 하누만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장 법사를 도와 90여 차례의 역경을 극복하고 서역에서 불경을 중국으로 가져오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서유기 관련 대형 육필 연화 2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연화는 요괴 홍매아의 불을 내뿜는 공격에 치명타를 입은 손오공이 관음보살의 도움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홍매아는 관음보살에게 귀의해 선재동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관장은 “천에 그려진 채색 서유기 육필 연화는 중국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료 중에는 고려시대 청자원숭이와 12지신 동경, 김유신 장군 묘석의 12지신 중 원숭이 탁본이 주목할 만하다. 한 관장은 “불굴의 열정을 상징하는 손오공을 주제로 그동안 수집한 서유기 관련 자료를 선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명주사 주지인 한 관장은 17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흩어진 목판화 관련 유물 4000여점을 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2004년 명주사 내에 고판화박물관을 세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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