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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 컴버배치, 스크린에 또 뜨다

    무대 위 컴버배치, 스크린에 또 뜨다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국내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국내 연극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은 NT 라이브 ‘프랑켄슈타인’과 ‘제인 에어’를 오는 26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번갈아 상영한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이 화제가 된 연극 작품을 촬영해 각국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생중계하거나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극장이 2014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리어왕’,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햄릿’,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총 7편의 작품을 소개했다.●사다리·철조물 위에 새긴 ‘제인 에어’ ‘제인 에어’는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14년 영국 국립극장과 브리스틀 올드 빅 극장이 공동 제작했다. 영화 ‘미스터 홈즈’, ‘패딩턴’ 등에서 활약한 배우 마들렌 워렐이 19세기 영국의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당당하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여성상을 연기한다. 연극 ‘피터팬’, ‘보물섬’ 등 고전소설 해석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정평난 연출가 샐리 쿡슨이 특유의 감각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받은 작품이다. 사다리와 철조물이 주를 이루는 간결하고 감각적인 무대 위에서 피아노·드럼·베이스로 이뤄진 재즈 앙상블이 직접 연주를 들려준다. 220분이라는 다소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서사시적인 소설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이다.●대니 보일 감각적 연출 ‘프랑켄슈타인’ 2015년 국내 상영 당시 100%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던 ‘프랑켄슈타인’도 앙코르 상영한다. 원작은 메리 셸리가 1818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로,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인간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을 만들어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에서 인기를 모은 조니 리 밀러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가 만든 피조물을 서로 번갈아 연기하며 각각 다른 매력을 뽐낸다. 두 사람은 무대를 장악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국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연기상과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즈’ 남우주연상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영화 ‘더 비치’, ‘스티브 잡스’,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으로 유명한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더해진 수작이다. 1만 5000원. (02)2280-4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폰으로, 단체로… ‘반쪽찾기’ 더 쉽게 재밌게

    폰으로, 단체로… ‘반쪽찾기’ 더 쉽게 재밌게

    “처음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평생의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친구들의 소개로 지난해 말에 앱을 다운받았는데 결과적으로 두 달 만에 2명과 실제 만나 봤고, 그중 한 명과는 몇 번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는데 진지한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자신의 조건이나 성격 등을 상대에게 속일 확률이 ‘선’ 같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높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대학원생 김모(31)씨는 지난해 겨울방학을 맞아 새해(2017년)에는 꼭 평생의 배필을 만나겠다는 의지로 소개팅앱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부모님이 주선하는 선은 부담스러웠습니다. 제 이상형을 말하기도 어색하죠. 지인의 소개팅은 늘 사전의 설명과 많이 다른 사람이 나오더군요. 상대방이 볼 때 저도 마찬가지일 테구요. 주선자가 어땠냐고 물으면 사후보고(?)하기도 계면쩍고 그로 인한 소문들도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앱을 통해 어느 정도 조건과 가치관 등을 알고 만나다 보니 쉽게 가까워지는 장점이 있더군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직장생활과 연애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고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결혼은 아예 ‘신의 영역’이 된 상황에서 ‘청년들의 배필 찾기’가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앱을 이용해 조건들을 먼저 맞춰 보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기도 하고, 1박 2일 미팅캠프에 참여하거나 맛집 탐방과 단체미팅을 합친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와 인연을 동시에 잡는 경우도 있다. 청년들의 ‘새해 배필 찾기 프로젝트’를 둘러봤다. 소개팅앱 시장은 원조 격인 ‘이음’이 2010년 출시된 뒤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앱 매출 10위(게임 제외) 안에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4위), ‘정오의 데이트’(8위), ‘당신도 연애를 시작할 때’(10위) 등 3개가 이름을 올려 놓은 상황이다. ‘멜론’ 같은 음원 앱보다도 매출 규모가 크다.경쟁이 치열해지자 외모, 배경 등 특정 조건을 특화해 매칭하는 앱도 등장했다. 2014년 5월 선을 보인 ‘스카이피플’은 같은 배경의 사람들을 이어주겠다는 취지에서 서울대 출신만 가입을 받았다. 현재 남성은 명문대·전문대학원 출신이나 대기업·공공기관·전문직 재직자로 범위를 넓혔고, 여성은 대학생, 대학원생, 재직자 모두가 가입할 수 있다. 180여개의 메이저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과 공무원만 가입할 수 있는 ‘메이저’라는 소개팅 앱도 있다. 흔히 아만다라 불리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철저한 ‘외모지상주의’로 유명하다.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기존 이성 회원의 심사를 받아 5점 만점 중 평점 3점 이상을 받을 경우에만 가입을 할 수 있다. 배경 및 외모만 중시하는 성향에 반기를 들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매칭시켜 주는 앱도 나왔다. ‘튤립’(2ULIP)은 가입을 할 때 관계, 가족, 커리어, 라이프스타일, 신념 등 5개 분야에서 50여개의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은 뒤 비슷한 성향을 보인 이성과 연결해 준다. ‘평소 연인과 얼마나 자주 연락했으면 하나요?’, ‘20~30대의 바람직한 소비 습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결혼 후 부부의 커리어와 가정생활 간 우선순위는 어땠으면 하나요?’ 등이 주요 질문이다.소개팅앱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직장인 송모(32)씨는 “소개팅앱이 가입자의 허위 프로필을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앱을 통해 만난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며 “또 외모나 배경만으로 서로 판단하는 게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소개팅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손쉽게 여러 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늘 대체재가 있는 셈”이라며 “앱을 통해 만난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캠핑, 스키 등 액티비티를 가미한 미팅도 인기다. 직장인 하모(32)씨는 지난해 여름 경기 용인의 펜션에서 1박 2일로 ‘8대8 미팅’을 했다. “남자 쪽이 연례행사로 마련하는 미팅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레크리에이션 등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방식이어서 엄숙한(?) 소개팅보다 편했습니다. 서로 사회성이나 진짜 성격도 파악할 수 있었구요. 비용은 각자 5만원씩 나누어 냈습니다.” 이모(33·여)씨도 지난달 전남 목포에서 친구가 1박 2일로 주선한 ‘5대5 미팅’에 참여했다. 회비 10만원에 목포 앞바다에서 각종 해산물을 실컷 먹었으니 커플이 안 됐어도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셈이라고 전했다. “찻집에서 만나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볼 때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적어도 즐겁게 놀면 업무 스트레스는 사라지니까요.” 각종 기념일에는 사교 모임 형식의 미팅을 열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17대17 단체 미팅에 참가했다. 바쁜 직장생활에 소개팅을 나갈 시간도 없었다는 이씨는 동료의 단체 미팅 제안에 부담없이 참가했다. 미리 섭외한 레스토랑에서 참가자들은 6~7명씩 조를 이뤄 대화를 나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 구성원을 바꾸는 식으로 진행했다. “미팅 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연락처를 교환했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에 드는 사람이 두드러져 보였습니다.”아예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2013년 4월 시작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새미프)는 일본의 마치콘을 본떠 만들어졌다. 마치콘은 같은 거리에 있는 음식점 10여곳을 통째로 빌려 남녀 수백명에게 단체 미팅을 주선하는데 사실은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됐다. 새미프는 지난 4년간 40회의 단체 미팅을 개최했고 미팅에 참가한 총누적 인원은 1만 9000여명이다. 지난 11일 경기 판교의 한 거리에서 개최된 새미프에 동행해 보니 참가자들은 동성끼리 2인이 1조를 이뤄 지정된 맛집을 돌아다니며 ‘2대2 만남’을 반복했다. 주최측에서 미리 받은 팔찌를 보여 주면 상점에 입장할 수 있고, 스태프가 임의로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아 이성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었다. 한곳에서 최대 45분간 머무를 수 있고 미팅은 총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새미프 관계자는 “미팅과 함께 맛집 탐방도 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성공률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청년들에게 연애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지난 1월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직장인 미혼 남녀 453명(남 248명, 여 205명)을 대상으로 ‘2017년 새해 목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애 및 결혼’ 항목이 남성 응답자 중 2위(22%), 여성 중 3위(18%)였지만 남녀 통틀어 ‘연애 및 결혼’은 ‘하고 싶어도 실천이 어려운 목표’ 1위(39%)였다. 연애나 결혼을 하기에는 일상이 너무 팍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소개팅앱, 재미를 추구하는 단체미팅이 뜨는 것은 청년들의 연애 형태가 서사적 연애에서 에피소드적 연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연인이 서로 오랜 시간과 많은 사건을 공유하며 서사를 써내려 갔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람과 일회적으로 만나는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사적 연애의 대상과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는데 청년들은 최근 경제·사회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회피하면서 서사적 연애보다는 에피소드적 연애를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 줬어요?(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동아시아 펴냄) 주류 경제학의 출발점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개인의 이익 추구 본능을 설파한다. 여기서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정을 돌봤던 ‘여성’, 세계의 절반이 누락됐다고 반기를 드는 저자의 유쾌한 경제학 뒤집기. 328쪽. 1만 5000원. 마이 버자이너(박선욱 지음, 삼인 펴냄) 금기, 억압의 대상이었던 여성 성기, 버자이너와 오르가슴, G스팟 등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의학, 신화, 역사 등을 동원한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살폈다. 608쪽. 3만원. 벌레의 마음(김천아, 서범석, 성상현, 이대한, 최명규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1㎜ 크기의 투명한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자의 절반 이상이 인간 유전자와 유사해 생물학계의 스타로 불린다. 이 선충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노화, 마음, 생명의 보편성을 들여다보는 과학자 5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368쪽. 1만 5000원. 혼자를 기르는 법1(김정연 지음, 창비 펴냄) 서울에 혼자 사는 한국 20대 여성의 서사를 능숙한 연출, 유려한 문장, 동시대적 감각으로 부려낸 화제의 웹툰이 책으로 묶였다. 312쪽. 1만 4800원.작가와 술(올리비아 랭 지음, 정미나 옮김, 현암사 펴냄)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치버 등 술로 위안을 얻고, 고난을 겪은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술과 삶, 문학의 자취를 밟아 본다. 452쪽. 1만 5000원. 두더지의 소원(김상근 지음, 사계절 펴냄) 눈덩이가 친구라고 믿는 아기 두더지의 순전한 믿음이 현실과 환상을 키우며 흐뭇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52쪽. 1만 3000원.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황야도 천국이 되리 -오마르 하이얌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생각에 잠긴 영혼은 고독을 찾아 숨어드네, 거기는 모세의 하얀 손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오고 예수가 땅속에서 한숨 쉬는 곳. Now the New Year reviving old Desires, The thoughtful Soul to Solitude retires, Where the WHITE HAND OF MOSES on the Bough Puts out, and Jesus from the Ground suspires. *설을 앞두고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아랍어로 ‘4행시들’을 뜻한다)를 읽고 있다. 새해가 되어 옛 욕망이 되살아난다니.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감탄하면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mixing Memory and desire)라는 구절이 연상되었다. 엘리엇도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읽었음이 틀림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을 보며 모세의 하얀 손을 생각하고, 대지에서 예수의 숨결을 느끼며 들판을 거니는 시인. 페르시아에서는 새해가 춘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대기에 충만한 봄기운을 받으며 욕망이 다시 꿈틀댔으리. 왜 인류는 새해를 기념했을까. 우리의 몸과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마음은 새순처럼 젊어지기를 소망해서가 아닌지. ‘모세의 하얀 손’은 구약의 출애굽기 4장 6절에 나오는 기적을 일컫는다. “여호와께서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외투에 넣으라 하여 그가 손을 품에 넣었다 꺼내 보니 그의 손에 나병이 생겨 피부가 눈같이 하얗게 된지라.” 내가 페르시아어를 배웠다면 원문을 더 깊이 이해하련만. 저 훌륭한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가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려니 정말 힘들다. 루바이야트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번역본마다 엮인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놓았다. 앞에 소개한 시는 ‘루바이 4’다. 피츠제럴드가 번역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를 뒤적이다가 압운을 발견하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 Desires, retires, 그리고 한 행 건너 suspires. ‘-ires’로 끝나는 AABA의 각운을 만들려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 피츠제럴드를 만나 오마르 하이얌은 다시 태어났다. 구글에서 ‘Omar Khayyam’을 치면 위키피디아에 아주 기다란 글이 딸려 있다.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웬 포물선과 원이 나오나 의아해하면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철학가인, 그리고 어쩌다 시도 썼던 오마르 하이얌의 생애를 따라가 보았다. (세계의 명시를 소개하며 내가 그 골치 아픈 3차 방정식을 다시 공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다재다능했던 하이얌은 이슬람의 셰익스피어이며 또한 아이작 뉴턴이었다.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은 페르시아의 북동부 지역 거점도시인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직업에서 따온 하이얌이라는 성은 ‘천막 제조업자’를 뜻한다. 어린 오마르는 사마르칸트의 학교를 거쳐 부하라로 옮겨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학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발견을 담은 수학 논문들을 썼고 그중 일부가 서양에 전래돼 근대과학을 낳는 토대가 되었다. 셀주크의 술탄 말리크샤 1세의 요청으로 1079년에 그가 만든 새로운 달력은 16세기에 나온 그레고리 달력보다 더 정확했다. 지금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이얌의 달력에 기초한 ‘이란 달력’을 사용한다. 그는 원과 포물선을 교차시켜 3차 방정식을 푸는 기하학적 방법을 연구한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리고 그는 천 편의 시를 쓴 시인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의 시를 읽으며 게으른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여기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서 노래 부르니- 황야도 천국이 되네. Here with a Loaf of Bread beneath the Bough, A Flask of Wine, a Book of Verse - 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 And Wilderness is Paradise enow. * 빵과 치즈, 포도주 한잔, 그리고 재미난 읽을거리가 있으면 당신이 내 옆에 없어도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나. 하이얌의 4행시에 보이는 현실주의. 어디까지나 여기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현세주의는 고대 수메르인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 황금의 알갱이를 아껴 썼던 사람이나, 비처럼 바람에 날리게 마구 뿌렸던 사람이나, 황금빛 대지로 돌아오지는 못하지 죽어 묻히면, 누가 다시 파 보기나 할까. And those who husbanded the Golden Grain, And those who flung it to the Winds like Rain, Alike to no such aureate Earth are turn‘d As, buried once, Men want dug up again. * 조금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번뜩이는 허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시가 있는데 내가 뭘 더 보태나, 참담한 마음에 그만 은퇴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새해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시를 괜히 집적거렸다.
  • ‘도깨비’ 종방연까지 ‘아듀’ 김은숙 작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 종방연까지 ‘아듀’ 김은숙 작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김은숙 작가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한 종방연을 끝으로 ‘도깨비’를 보냈다. 대한민국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와 제작사 화앤담픽처스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 12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제작 화앤담픽처스)는 지난 21일 방송된 16회 최종회가 평균 20.5%, 최고 22.1%로 자체 최고 기록은 물론, tvN 역대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경신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뤄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3년 전부터 ‘도깨비’를 기획해 만들어낸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마법 같은 필력과 감성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의 이응복 감독,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등 입체적인 캐릭터를 신들린 연기력으로 그려낸 주인공들의 명품 열연이 판타스틱하고 완벽하게 조합을 이루며 ‘역대급 판타지 로코’를 탄생시켰다. 더불어 불멸을 살고 있는 도깨비와 죽은 자를 데려가는 저승사자, 그리고 전생과 현생이 연결되는 운명이라는, 시공간 초월과 탄탄한 개연성을 갖춘 서사의 스토리 전개가 환상적인 영상으로 구현되면서 ‘레전드 드라마’에 등극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도깨비’를 제작한 화앤담픽처스와 ‘명불허전’ 최고의 ‘로코 대가’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 종영을 맞은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우선 김은숙 작가는 “‘판타지 로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기대감 반, 설렘 반의 심정으로 시작했다”며 ‘도깨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던 초반의 심정을 밝혔다. 이어 “고민이 많았던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집필했고 시청자여러분들이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응복 감독님과 논의를 통해 14회 결방을 결정했는데. 결방이라는 부분까지도 기다려주고 이해해준 시청자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행복한 마무리는 없었을 것 같다.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도깨비’에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시청자들을 향한 무한 감사와 고마움을 드러냈다. 화앤담픽처스의 윤하림 대표는 “16회 마지막 방송분까지 ‘도깨비’를 향해 뜨거운 관심과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진심어린 감사를 보냈다. 또한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이지만,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을 통해 처음으로 방송을 하게 돼 부담감이 컸다”며 “하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도깨비’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쏟아부어주신 ‘도깨비’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 고생한 스태프들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모든 이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윤하림 대표는 “‘도깨비’를 제작한 기쁨과 명성에 걸맞게 더욱 멋지고 훌륭한 작품을 가지고 시청자분들을 찾아오겠다. 모쪼록 ‘도깨비’를 통해 행복과 위로를 얻으시고 앞으로도 찬란함이 가득한 나날이 되시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도깨비’는 지난 22일 오후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종방연을 열고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숨죽여 기다린다 숨죽여, 이제 너에게마저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척을 내지 않을 것이다 버림받은 마음으로 흐느끼던 날들이 지나가고 겹겹한 산에 물 흐른다 그 안에 한 사람, 적막처럼 앉아 붉은 텔레비전을 본다 마음이 썩는 곳은 어디인가. 열정의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음에 찾아오는 저 온전한 고요. ‘기다림’의 이유였던 ‘너’에게조차 ‘나’를 들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따라가 본다. 시인은 짧게 말한다. “버림받은 마음으로 흐느끼던 날들이 지났다”고. 그리하여 비로소 ‘겹겹’의 산중에서 썩은 마음이 ‘물’처럼 흘러내린다고. 그래서 이 시는 우연히 발생한 단면적인 서정이 아니라 겹겹으로 곰삭고 다져진 시간과 공간의 서사가 된다. 유랑의 먼 길을 돌아온 마음이 어느 순간 맞닥뜨린 찰나의 절대고독 같은 것. 그러나 정작 이 시가 숨 막히는 이유는 무심한 듯 던져 놓은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다. 적막조차 생활로 받아 안는 저 무서운 고독의 이미지. 신용목 시인
  • <새영화> 불교학자가 된 어느 신부의 실제이야기 ‘사일런스’

    <새영화> 불교학자가 된 어느 신부의 실제이야기 ‘사일런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영화 ‘사일런스’ 소재가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실화라는 것이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인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는 선교를 위해 에도 막부 시대인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그는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예수회 지도자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배교 후 그의 행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다. 그는 1636년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으며 가톨릭교회를 강력하게 비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페레이라 신부의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됐다. 영화 ‘사일런스’는 명망 높은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한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한 엔도 슈사쿠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택시 드라이버’와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읽은 순간부터 영화화를 꿈꿨고, 15년 동안 각색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과 심혈을 기울였다.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떠난 2명의 선교사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과 고난과 역경을 겪는 선교사들의 모습에서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래된 논제가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떠오른다. 가혹한 시대,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신부로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의 열연이 서사의 무게를 예상케 한다. ‘사일런스’는 원작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옮긴 덕분에 2016년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 수상과 올해의 작품으로 꼽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2017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사일런스’는 2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韓·日 포스트록 밴드 입맞춤

    韓·日 포스트록 밴드 입맞춤

    아시아 밴드라는 편견을 깨고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포스트록 밴드가 함께 공연을 벌인다. 한국 포스트록의 기둥 잠비나이(위)와 일본 포스트록의 간판 모노(MONO·아래)가 오는 21일 오후 6시 서울 도봉구 플랫폼 창동 61에서 팬들과 만난다. 1999년 결성된 모노는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관록의 포스트록 밴드다. 서정과 서사를 동시에 갖춘 음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여섯 장의 정규 앨범과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앨범들을 발표했고, 해마다 100회 안팎의 라이브 무대를 전 세계 곳곳에서 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너바나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알비니와의 세 번째 만남으로 일궈낸 신작 ‘레퀴엠 포 헬’ 발매 직후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잠비나이의 초청으로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10년 결성된 잠비나이는 해금, 가야금에 전자 기타를 버무려 록 문법으로 연주하는 밴드다. 파격적인 이들의 음악은 모노와 마찬가지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각종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단골손님으로 오가다가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2015년 11월 영국 유명 음반사 ‘벨라유니온’과 계약을 맺었다. 1집 ‘차연’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어 허미티지-은서’는 영국 유명 음악잡지가 선정한 2016년 상반기 톱 100 앨범에서 1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벨라유니온과 계약을 맺을 즈음 네덜란드 페스티벌에서 모노와 만나 이번 공연을 의기투합했다고. 잠비나이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해마다 1~2회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해 함께 무대에 서는 브랜드 공연을 이어 갈 계획이다. 6만 6000원. 문의(02)993-0565.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종교 역사 뒤흔든 충격 실화…‘사일런스’ 예고편

    종교 역사 뒤흔든 충격 실화…‘사일런스’ 예고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사일런스’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사일런스’는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 박해가 심각한 일본으로 떠난 2명의 선교사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드라마다. 종교 역사를 뒤흔든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거장 엔도 슈사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공개된 예고편은 2명의 선교사가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에 도착한 이들은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날카로운 현악기 선율이 만들어낸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이들이 겪을 고난과 잔혹한 박해의 역사를 암시한다. 또 “기도해도 앞이 보이질 않는다. 난 침묵에 기도하는 것인가?”라고 말하는 앤드류 가필드의 대사는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오랜 논제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을 읽은 순간, 영화화를 꿈꾸며 80년대 후반부터 각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5년 만에 이 시나리오를 완성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격정적이고 가혹한 시대를 그리는 만큼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의 깊은 시선을 비롯해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궁금케 한다. 영화 ‘사일런스’는 오는 2월 22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15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올해 출판계는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벼러 온 기대작이 적지 않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국내외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 ‘사피엔스’ 열풍 이을 ‘호모데우스’ 지난해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 ‘사피엔스’ 열풍을 일으킨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의 후속작 ‘호모데우스’(김영사)가 출간될 예정이다. 전작이 인류의 탄생과 진보를 다뤘다면 호모데우스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풀어낸다. 국내에 초역되는 미국 인류학자인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글항아리)은 1971년 초판이 나온 대작이다. 피부 접촉이 인간의 감각적 성장과 정신세계, 인간관계와 사회관습에 미친 영향과 상호작용을 문학, 인류학, 의학 등 온갖 텍스트를 통해 통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출판사는 “인류사에 남을 걸작 중 하나”로 자신한다. # 日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에세이 작품도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도킨스의 첫 방한 특별 강연이 열린다. 올해 출간작 가운데는 전 지구적 정치·사회·문화 지형 변화를 탐구한 책들도 적지 않다.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인 데이비드 하비의 신작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창비)은 독창적 시선으로 세계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그의 지적 이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관계 전문가 파라그 카나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그에 따른 인식 구조의 변화를 전망한 ‘커넥토그래피’(사회평론)와 일본의 대표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약 20만권에 달하는 장서로 웅장한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도 이목을 끈다. 한길사는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3’를 9년 만에 선보인다. 총 네 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저서 중 3편으로 큰 주제는 ‘식사예절의 기원’이다. 지난해에 이어 페미니즘 열풍을 이어갈 책도 기대된다.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인 ‘페미니즘의 역습’(가제·돌베개)은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과 딜레마, 21세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 국내 저자로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서울의 5대 궁궐과 종묘, 숨은 이야기를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전 2권·창비)을 펴낸다.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15~18세기 유럽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탐색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전 3권·휴머니스트)도 출간된다. 실학자이자 한글학자인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한길사)는 표제어만 1600여개인 일종의 어휘 사전으로,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김주영 “마지막 장편 같다”… ‘뜻밖의 생’ 문단에서는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시집의 인기가 불러일으킨 ‘한국문학 붐’이 올해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황석영, 김주영 등 굵직한 서사에 능한 노장들부터 구효서, 공지영, 김영하, 공선옥, 이기호, 편혜영, 김애란, 황정은, 윤고은, 정지돈 등 중견 및 젊은 소설가들의 신작이 출간된다. 황석영 작가는 민주화운동, 방북과 수감 등 자전적 이야기를 오는 4월 장편 ‘수인’으로 펴낸다. 김주영 작가는 스스로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뜻밖의 생’을 3월 출간한다. 천진한 소년이 지혜로운 노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 오랜만에 소설집 내는 김영하·김애란 이외수 작가는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장편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가제)를 상반기에 발표한다. 김영하 작가는 2012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옥수수와 나’, 201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가 포함된 소설집을 7년 만에 낸다. 김애란 작가는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를 수록한 신작 소설집을 5년 만에 발표한다. 시단에서는 정호승, 나희덕, 심보선, 이병률, 이원, 신용목, 김언, 박준, 유희경 등 중장년층부터 젊은층까지 폭넓은 팬덤을 가진 시인들이 문학과지성사, 창비 시선집 등을 통해 새 시집을 낸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무크,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들도 포진해 있다. 지난해 2월 84세로 세상을 떠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소설 ‘창간준비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 ‘잠’과 첫 희곡 ‘웰컴 투 파라다이스’가 선보인다. 7월 여름시장을 겨냥해 나오는 오르한 파무크의 새 장편 ‘빨간 머리카락의 여인’은 국내에서 3년 만에 선보인 소설인 데다, 터키에서 3개월 만에 2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우리말로 처음 옮겨지는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4권) 출간도 보르헤스 팬들에겐 반가울 소식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나’로부터 ‘우리’까지 희망 읽기

    ‘나’로부터 ‘우리’까지 희망 읽기

    문화계 인사들이 각자 가슴에 품고 있던 ‘말’과 그들이 추천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새해 첫 책면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들이 꼽은 올해 화두는 ‘나’로부터 출발해 ‘우리’로 나아갑니다. 영화 ‘내부자들’을 연출한 영화감독 우민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책 전문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장편소설 ‘한 명’을 펴낸 소설가 김숨,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영화감독 연상호, 시인이 시를 골라 주는 책방 ‘위트앤시니컬’ 주인장인 유희경 시인, 원조 스타PD로 유명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의 화두에는 성찰과 우리 사회를 치유하고픈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은 확신이 담긴 말과 그리고 고집스러운 실천일 것입니다. 절망에 맞서는 한 방법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그 희망은 결국 나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희망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을까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희망]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정영목 옮김/문학동네 커트 보네거트는 미국의 풍자가이자 휴머니스트이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남게 된 작가가 쓴 자전적인 반전 소설로 부조리와 모순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거대한 변혁을 겪고 난 주인공이 아침에 눈을 뜨고 일하러 나가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에 드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희망은 큰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한 개인의 삶이 행복하려면 일상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한 인간의 행복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요즘 우리 국민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또 그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 주는 책이다. 우리나라도 나름의 일상이 있을 텐데 그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대선] ‘부산행’ 연상호 감독 ‘송곳’ 최규석 지음/창비 최규석 작가는 우리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린 ‘습지 생태보고서’,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우리 현대사를 다룬 ‘대한민국 원주민’과 ‘100℃’ 등 여러 작품에서 사회 부조리를 파헤쳐 온 작가다. ‘송곳’은 부당 해고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다음달부터 마지막 5부의 연재가 시작되는데 단행본으로는 3권까지 나온 상태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이 책을 이 시점에서 추천하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노조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금 시국 상황에 다시 읽어 보면 또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서다. 대학 동창인 최 작가와는 맥주 한 캔을 놓고 밤새도록 창작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첫 장편 ‘돼지의 왕’을 비롯해 ‘사이비’ 그리고 지난해 ‘서울역’에서 캐릭터 원안, 디자인 등을 맡아 줬다. 영화 ‘부산행’의 마지막에 흐르는 ‘알로하오에’도 최 작가가 추천했다. [다양성] 최재천 이대 석좌교수 ‘문명의 붕괴’ ‘국가는 왜…’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 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로빈슨 지음/최완규 옮김/시공사 ‘총, 균, 쇠’로 풀리처상을 수상한 UCLA 지리학과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을 총, 균 그리고 쇠로 재분석한 전작과 달리 문명 사회가 어떤 이유로 붕괴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는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 기후 변화, 우방의 부재, 적대적 이웃 국가의 출현, 무너진 정치 시스템과 문화 인프라.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정국을 총체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분석은 우리를 더 두렵게 한다. 경제학자와 정치학자인 두 저자가 찾아낸 국가가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괄성이다. 국가 행정과 경제 사회가 포괄적(inclusive)인 국가는 융성했고 반대로 폐쇄적(exclusive)인 국가는 망했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자들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가장 극명한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결정도 점점 더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걸 본다. 이런 역주행을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공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비통한 자들을 위한…’ 파커 파머 지음/김찬호 옮김/글항아리 자율. 자기 행동의 서사를 스스로 창조하고 실천하다.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가 우리 스스로에게 명령되었다. 자율적 주체인 시민을 통치의 대상인 신민으로 여기는 어떠한 정치사회 시스템도 연대를 통해 곧바로 무력화할 것임을 선포했다. 아고라에서 자율적으로 평화를 이룩한 성숙한 시민의식에 바탕을 두고, 더이상 대의제 선거에만 의존하지 않는 공화(共和)의 원리를 국가와 사회 전반에서 시험할 때다. 이 책은 정치의 새로운 얼굴을 그리려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지렛대를 제공한다. 저자는 비통한 자들을 위한 공동체가 생겨날 수 있도록 시민들 개개인의 마음을 일일이 살피는 공론장(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흔하게 기적을 일으키는)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자기 나라 안에서 난민이 되면서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 주목하고, 그 찢긴 마음을 서로 공유하여 공감을 일으킴으로써 치유를 바느질하고 연대를 생성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의 참된 토대이자 공화로 가는 오솔길이다. 사회의 뿌리로부터 꽃을 향해 분출해 올라가는 소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면서도, 이를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필요한 일에 집약할 줄 아는 미시 정치의 실현이 촛불의 교훈이다. 독서공동체와 같이 일상에서 성찰적 토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시민 공동체를 고민할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리셋] 유희경 시인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창비 어지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게 된 것 같다. 마땅한 귀결처럼 패배감과 허무가 유령처럼 우리 곁을 떠돈다. 그리고 지친 우리는 자신도 몰래, “이러느니 다 망했으면 좋겠어”라고 내뱉고 만다. 이른바 ‘리셋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리셋은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앞도 뒤도 대책도 없는 ‘처음’은 바라서도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리셋이 아니라 실패다.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낙담과 포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역사 위에서 진단한다. 그리고 그 다음을 위한 논의를 “처방”한다. 다시 역사의 위로 올라서, 우리가 더 나아지고 있음을 확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다. 포기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어쩌면 뻔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마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리셋은 지속할 힘을 찾아내는 노력에 달려 있다. [그래도]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겐샤이’ 케빈 홀 지음/ 민주하 옮김/ 연금술사 마음이 ‘우물’이면 말은 ‘물’이다. 더러운 우물에서 맑은 물을 퍼 올릴 순 없다. 내가 사는 동네 인근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다. 시인이 젊은 날 머물던 하숙집터도 있다. 하기야 시인에겐 늙은 표정이 없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총총히 떠나버려 영원한 청년의 얼굴로 남았다. 딱 백 년 전에 태어난 윤동주에겐 별이 말이었다.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새겨 넣었다. 이제라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슴에 품고 싶다면 얇은 책 ‘겐샤이’에서 방법을 익히자. 고대 힌디어 ‘겐샤이’는 어느 누구든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말 한마디에도 다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정신없는 날을 맞게 된다. [윤리] 소설가 김숨 ‘나와 너’ 마르틴 부버 지음/표재명 옮김/문예출판사 윤리 의식의 부재는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지난 가을과 겨울 내내 내게서 떠나지 않던 질문이었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한 데서 나오는 태도, ‘너’라는 타자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수많은 ‘너’를 만나고, 어떠한 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에서 너를소유나 도구로 대하기도 한다. ‘나와 너’는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책이다.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깊고 신비로운 성찰을 담고 있다. “근원어 ‘나―너’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말해질 수 있다…. ‘나’는 너로 인하여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나와 너의 관계 회복은 자연스럽게 윤리 의식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너와 나의 만남은 은혜로 이루어졌다”는 문장을 새해 첫 문장으로 심장에 새긴다. [성찰] 발레리나 김주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 지음/이상원 옮김/조화로운삶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중요한 2017년을 위해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톨스토이의 책을 권할 것이다. 모두가 갈구하는 행복은 가까운 데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톨스토이가 생전에 펴낸 마지막 저서다. 그의 지혜와 성찰이 담긴 잠언집으로 그가 느낀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책을 보면서 지식을 얻게 되지만 실제 나의 것이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진짜 스스로 발견한 진리,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진리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 2년을 남겨 두고 있던 러시아 대문호가 쓴 주옥 같은 유산들은 나침반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심사평] 생활에 발붙인 대사·살아 있는 캐릭터… 위트로 완성된 가족극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심사평] 생활에 발붙인 대사·살아 있는 캐릭터… 위트로 완성된 가족극

    올해 희곡 부문 응모작 편수는 모두 161편이다. N포 세대가 처한 현실, 지진과 싱크홀 등 재난 상황 설정, 뷔히너·브레히트·체호프·베케트 등 기존 작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오거나 신화의 재창작물, 팩션 사극 스토리들, 십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 등 다양함으로 치자면 으뜸이었다. 이 가운데 마지막까지 견주어 읽은 작품은 두 편이다. ‘동물원’은 신춘문예에 맞춤한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다. 병원 진료실을 극중 공간으로 두고 4인 등장인물을 통해 대한민국 현실을 진단한다. ‘저항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동물이 되어 간다는 우화적 상황을 점입가경 희극 구조로 담아내고 있으며 담긴 메시지는 간명하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그 의미와 해석은 어떻게 증폭될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읽는 것만으로도 말끔히 충족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가족 서사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새롭지 않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 그러나 인물 간의 갈등과 충돌이 살아 있고, 해학적인 관점과 대사에 담긴 위트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즈음의 탄핵 정국 속에서 목격하는 많은 파행과 인간성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일상을 유지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윤리 감각과 인정, 삶을 지켜 내는 온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생활에 발붙인 대사와 살아 있는 캐릭터 창조는 극작가가 되려는 이의 소중한 자산이다. 글 쓰는 삶의 정처로 연극 동네에 들어선 것을, 무대라는 터전의 새 입주민이 된 것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장성희 연극평론가, 고연옥 극작가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심사평] 새로운 발화… 표현 밀도 높고 대상·심상 결속력 뛰어나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심사평] 새로운 발화… 표현 밀도 높고 대상·심상 결속력 뛰어나

    ‘틀의 변화’는 시대의 화두다. 하지만 시조의 길은 좀 다르다. 선험의 틀을 지키되, 그 속에서 갱신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율 속의 자유, 균제 속의 자재를 이야기한다. 관건은 대상에 대한 낯선 관점, 새로운 해석이다. 숙독 끝에 세 편의 작품이 선자의 손에 남았다. 세 편 다 시의 발화가 새롭고, 시상을 밀고 가는 힘이 좋다. 장윤정의 ‘뭉크의 오후’는 뭉크의 절규 이미지에 노숙의 풍경이 겹친다. 종장의 밀도를 초·중장이 받쳐 주지 못한 게 흠이다. 정영희의 ‘어름사니’는 꽃과 어름사니의 비유를 통해 빛과 어둠의 경계를 짚고 있다. 문제는 시어의 반복이 시상의 전환을 막는다는 점이다. 두 편을 내려놓자 마지막 남은 작품이 송가영의 ‘막사발을 읽다’다. 이를 으뜸자리에 올린다. ‘막사발을 읽다’는 전통의 재해석인 동시에, 처연한 생의 서사다. 막사발의 “은유” 속에 “털리고 짓밟히고 쓸”린, 또 그렇게 “부르튼 생을 뉜다.” 세상에 이보다 “너른 품새”를 가진 그릇은 없다. 막사발은 막 썼다고 막사발이다. “바람에 몸을 맡긴 가벼운 너의 행보”에서 그런 편모가 드러난다. 그러나 “양지 뜸 아늑한 땅에” 묻혔다 깨어나는 순간, 막사발은 더이상 막사발이 아니다. “눈빛 맑은 옛 도공의 손길을 되짚”는 무심의 그릇이요, “가슴에 불꽃을 묻은 큰 그릇”이 되는 것이다. 표현의 밀도가 높고, 대상과 심상의 결속이 뛰어난 작품이다. 정진희의 ‘노랑돌쩌귀’, 서희의 ‘첫 번째, 한 끼’, 고부의 ‘겨울 구강포’, 이윤훈의 ‘파라다이스 풍경’, 나동광의 ‘강물수업’, 이예연의 ‘허물’ 등은 최종심의 무대를 빛낸 가작들이다. 우리 곁에 온 또 한 사람의 시인을 박수로 맞으며, 모든 투고자들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박기섭 시인, 이근배 시인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심사평] 민감한 소재를 설득력 있게 써내며 삶의 진한 페이소스 전달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심사평] 민감한 소재를 설득력 있게 써내며 삶의 진한 페이소스 전달

    소설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성 요소는 문장과 서사(이야기)이다. 소설이 근본적으로 타인(독자)과의 공감을 전제로 한 정서적, 지적인 매개체인 까닭이다. 소설은 문장력 없이는 표현이 불가능하고 이야기가 없거나 빈약하면 독자가 끌려오지 않는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물론 이러한 문장력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그런 요소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같은 이야기라도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인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임정균의 ‘피로연’은 잘 다듬어진 작품이다.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잘 풀어가는 능력이 느껴진다. 젊은 부부와 피로연에서의 대화, 텔레비전에서 중계되는 야구경기가 적절하게 어울려 나름대로의 리듬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런데 소설이 한 가정 내의 문제, 그들이 속했던 학창 시절의 교우 관계, 갈등의 인과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공감을 획득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이문영의 ‘동시대인’은 초반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작품이다. 두 사람의 화자가 육성에 가까운 대화로 소설을 이끌어 나가고 세부도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정보를 주기도 하고 결혼을 앞두고 압박에 시달리는 30대의 고민을 잘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세부 구축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기대했던 반전을 보여 주지 못했다. 당선작으로 뽑은 문은강의 ‘밸러스트’는 본심에 진출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선택했다. 높은 밀도의 이야기를 차분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신뢰를 안겨 준다. 양극화, 불평등과 사회 시스템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목소리 자체가 높지 않으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게 하는 페이소스가 있다. ‘당신’이라는 호명으로 생활력과 사랑의 상징이자 자식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어머니를 불러내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주관적 진술에 매몰되지 않은 점이 특별히 빛난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 분들의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최윤 서강대 불문학과 교수, 성석제 작가
  • [김일수 樂山樂水] 우리가 희망을 노래해야 할 이유

    [김일수 樂山樂水] 우리가 희망을 노래해야 할 이유

    묵은해가 지고 새해가 밝아 왔다. 혹여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을 앓고 있을 영혼이 멀리 또는 가까이에 있다면 연민의 마음으로 축복하고 싶다. “그냥 보내세요!” 강물은 바다를 채우지 못할 줄 알면서도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다. 근심의 강물에 고통의 바다라고 할지라고 그것이 삶이라면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 법. 흐름의 법칙이란 보내고 비워야 새롭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것. 만물 중에 변하지 않는 게 없건만, 사람들은 가끔씩 착각에 빠져들어 무슨 운명의 굴레에 그렇게 꼭꼭 매여 있다고 탄식하기도 한다. “슬픈 일도 지나가는 법”, 바로 이것이 절망의 눈물 골짜기를 지나는 인생 대서사시의 서장에 해당한다. 혹은 ‘그대로 머무르고 싶은 어느 지경’에 이른 어떤 잘나가는 인생이 있더라도 이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지혜 있는 자는 잘나갈 때 미리 그 역전의 때를 내다보며 준비하는 것이다. 나라나 사회와 같은 공동체의 삶도 ‘때’에 관한 한 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구약의 전도서는 모든 일에 변화의 때가 있다고 말한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으며 …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잘 보이지도 않고 요동치는 시간 속에 살면서 이 변화무쌍한 때의 격랑을 헤쳐 나갈 힘도 매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불안에 빠지는 게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다. 곧 닥쳐올지 모를 위기와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간 공동체는 제도와 법도를 만들고 그곳에 적절한 인물들을 뽑아 세운다. 인식 능력에 제한이 있고 예지 능력이 부족한 인생들은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속으면서 믿고, 믿으면서 또 속는 일을 부단히 반복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올해엔 참 중요한 할 일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경제, 정치뿐만 아니라 국방과 안보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국내외적 여건이나 형편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귀추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경우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국내외적인 경제 위기와 아시아 지역을 둘러싸고 점증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결, 북한의 핵무장과 탄도미사일 체계의 구축 등은 우리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 먹구름들이다. 또한 국내적으로 보수 여당의 분열과 개헌 및 대선을 둘러싼 정치 지형의 변동도 미래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안요인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국정조사에, 또 특검에 불려 다니는 대기업 총수들이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 살리기에 진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소박한 기대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위기 상황을 창조적인 발전과 비정상의 정상화로 나가는 디딤돌로 삼느냐, 권력욕과 이기심을 채우려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삼는가에 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다. 근대 유럽에서 등장한 ‘시민’은 새로운 통합의 질서와 그것을 위해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고 정화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궁정사회에서 몸에 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프랑스혁명기의 시민계급처럼 자기절제와 자정력을 잃어버린 시민은 일탈한 정치적 창기들이지 더이상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정숙한 주부들이 아니었다. 근자의 촛불 군중에게 던지는 경계의 메시지는 바로 이 점을 염려한 것이다. 좋은 것과 옳은 것을 독점하려는 오만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면 촛불 민심도 광기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정 농단 사태를 맞아 정치권에서 그동안 보여 준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싶은 말이다. 오늘날처럼 고도로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끈은 희망의 동아줄이다. 우상은 운명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이용해 인생을 자기의 발밑에 예속시키고 조정하는 신이라면, 참신은 죄악의 고통과 운명의 불안에서 우리를 건져 내어 우리로 하여금 바로 서서 걸어가게 하는 의와 사랑의 신이다. 신음과 절망의 고통에서도 우리가 해방을 기대하는 것, 더 나은 미래를 확신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희망의 지평이다.
  • [지금, 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지금, 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남의 성공담을 듣는 일은 별로 재미없다. 대개 그들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죽을힘을 다해 일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만 죽을힘을 다해 일하다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성공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노력한다고 모두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진실도 우리는 안다. 노력은 성공을 위한 기초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어떤 것이냐 하면 바로 ‘운’이다. 운이야말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최대 변수다. 그러니까 성공한 사람은 겸손할 필요가 있다. 당신들의 성취는 당신들의 능력으로만 얻어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성공담을 보는 일은 꽤 재미있다. 주인공 제임스를 갑작스럽게 찾아온 운은 실재하기 때문이다. 그 실체는 고양이 밥(Bob)이다. 밥이 그에게 오기 전, 제임스를 수식하는 말들은 이랬다. 마약중독자, 노숙자, 길거리 공연으로 생계를 겨우 이어 가는 연주자. 밥이 그에게 오고 나서, 제임스를 수식하는 말들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어 간다. 우연히 그와 마주쳐 같이 살게 된 갈색 털을 가진 길고양이가 변화의 동력이 되어 준 것이다. 각색되면서 서사가 다소 수정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실제 영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이고, 지금도 진행 중인 둘의 삶이다. 영화는 제임스가 밥과의 만남을 기록한 ‘밥이라는 이름의 길고양이’(Street Cat Named Bob)를 바탕으로 한다.(한국에는 책과 영화 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으로 의역되었다) 2012년 출간되어 영국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이 영화화했다. 제임스 역은 루크 트레더웨이가 연기했는데, 흠잡을 데 없이 캐릭터에 녹아든 그의 이름을 관객은 앞으로 기억해 둬야 할 것 같다. 밥 역은 그냥 밥이 맡았다. 제임스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거리를 누비고, 그와 하이파이브까지 하는 고양이는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라서 그렇다. 스포티스우드 감독은 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임스와 밥은 단순한 교감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힘이 됐지요.” 별것 아닌 말 같지만, 그는 상호 영향을 끼치는 운의 핵심적 성질을 지적한다. 제임스에게 다가온 운은 밥이다. 세상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그는 밥 덕분에 자기 존재를 되찾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밥에게도 제임스라는 운이 다가왔다. 그는 상처입고 굶주린 밥을 돌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제임스의 표현을 빌리면 운은 곧 ‘두 번째 기회’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누구나 그런 두 번째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 밥과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안진희 옮김, 페티앙북스, 265쪽) 항상 운은 타자의 형상―때로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온다. 그를 외면하고 스스로에게만 골몰할 때, 운도 나를 외면한다. 내년 1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밥 딜런 노랫말·소설 번역서 잇단 출간

    밥 딜런 노랫말·소설 번역서 잇단 출간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마자 관련 책들이 쏟아졌는데 파격 그 자체였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정수를 제대로 음미해 볼 수 있는 책들이 수상자 발표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밥 딜런:시가 된 노래들 1961~2012’과 ‘타란툴라’(이상 문학동네 펴냄)다. ‘밥 딜런:시가 된 노래들 1961-2012’은 가사집의 영한 대역본이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최근작 ‘템페스트’까지 31개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288곡에다가 정식 데뷔 전에 썼거나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던 곡까지 보태 모두 387곡에 달하는 노랫말의 영어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함께 실었다. 미국에서 2004년, 2014년, 2016년 차례로 발간된 가사집을 망라했다. 번역은 서대경, 황유원 두 젊은 시인이 맡았고, 한국문학번역원과 연세대에서 강의하며 우리 현대시를 영어로 옮겨 세계에 알리고 있는 미국 시인이자 미국 대중음악사에 정통한 제이크 르빈이 자문했다. 전문가들이 밥 딜런의 노랫말을 정식으로 번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 앨범 해설지를 통해 소개되거나 온라인에 떠돌던 번역들은 크고 작은 오역이 적지 않았다. 최근 한 방송 뉴스에서도 ‘지하실에서 젖은 향수’(Subterranean Homesick Blues)의 일부를 인용하며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를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로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 50여년간 구축되어 온 밥 딜런의 독보적인 세계를 온전하게 만날 수 있게 되어 국내에서도 그의 문학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책 덕분에 지금은 안다. 그가 ‘가사도 잘 쓰는 가수’인 것이 아니라 ‘노래도 부르는 시인’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568쪽. 4만 3200원. ‘타란툴라’는 밥 딜런이 20대 중반, 그의 음악이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한 즈음에 쓴 실험적인 소설이다. 논리적 서사나 인과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편지, 산문 형식의 짧은 글 47편을 묶었다. 말줄임표와 각종 부호로 문장 구조를 파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비유가 가득하다. 책을 옮긴 전문 번역가 공진호는 “그의 노랫말이 다듬어져 상품화된 다이아몬드라면 ‘타란툴라’는 투박한 원석”이라며 “그의 글을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가정하고 개개의 단어들을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체로 떠올려 입체적인 상상을 해 보라”고 권했다. 240쪽. 1만 38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 영화]

    ■쿼바디스(EBS1 토요일 밤 10시 45분) 190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할리우드 종교 영화의 고전이다. 네로 황제 말기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로마 장군 비니키우스(로버트 테일러)와 기독교인 리지아(데버러 커)의 사랑과 갈등, 네로(피터 유스티노프)의 측근이었으나 로마를 위해 네로와 맞서야 했던 페트로니우스(리오 겐) 등의 이야기가 신앙을 위해 죽음도 불사한 기독교인들의 모습과 맞물려 장대하게 전개된다. 고대 그리스 음악을 차용해 시대 분위기를 살린 로저 미클로시의 음악도 돋보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카메오로, 소피아 로렌이 단역으로 얼굴을 비치는 점도 흥미롭다. ‘애수’(1940)의 머빈 리로이 감독이 연출했다. 1951년 작. ■십계(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구약성서 중 가장 서사적인 내용인 모세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출애굽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역시 할리우드 종교 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고전이다. 찰턴 헤스턴이 히브리 노예로 태어나 이집트 왕가에서 성장한 모세 역할을, 율 브리너가 파라오 자리를 놓고 모세와 경쟁하는 람세스 역할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친다.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장면과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지금 봐도 스펙터클 그 자체다. ‘클레오파트라’(1934) 등 시대극으로 이름을 떨친 거장 세실 B 데밀 감독이 연출했다. 1956년 작.
  • [새영화]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

    [새영화]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투를 그린 서사 액션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다윗과 골리앗’은 약자가 절대강자와의 불가능한 대결에서 승리한 대표적인 이야기다. 구약성서 사무엘서 상 16~17장에 기록돼 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왜소한 양치기 소년 다윗이 무적의 거인 전사 골리앗에 맞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신의 계시를 받은 사무엘은 다윗을 찾아가 말씀을 가르치며 전사로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의 예언처럼 포악한 전사 골리앗이 이스라엘을 침략해 벌벌 떨게 한다. 모두가 골리앗과의 대결을 피하는 그때, 양치기 청년 다윗이 불가능한 싸움에 나서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투를 시작한다. 특히 조그마한 체구의 다윗과 거인 골리앗의 엄청난 체격이 눈길을 끈다. 또 전사로 거듭난 다윗의 검술과 무릿매(돌팔매)의 파괴력이 이들의 전투를 궁금케 한다. 영화의 배급사 풍경소리 측은 “‘다윗과 골리앗’은 성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사 액션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월 말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75분. 사진 영상=풍경소리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새영화>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

    <새영화>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투를 그린 서사 액션 ‘다윗과 골리앗’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다윗과 골리앗’은 약자가 절대강자와의 불가능한 대결에서 승리한 대표적인 이야기다. 구약성서 사무엘서 상 16~17장에 기록돼 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왜소한 양치기 소년 다윗이 무적의 거인 전사 골리앗에 맞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신의 계시를 받은 사무엘은 다윗을 찾아가 말씀을 가르치며 전사로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의 예언처럼 포악한 전사 골리앗이 이스라엘을 침략해 벌벌 떨게 한다. 모두가 골리앗과의 대결을 피하는 그때, 양치기 청년 다윗이 불가능한 싸움에 나서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투를 시작한다. 특히 조그마한 체구의 다윗과 거인 골리앗의 엄청난 체격이 눈길을 끈다. 또 전사로 거듭난 다윗의 검술과 무릿매(돌팔매)의 파괴력이 이들의 전투를 궁금케 한다. 영화의 배급사 풍경소리 측은 “‘다윗과 골리앗’은 성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사 액션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월 말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75분. 사진 영상=풍경소리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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