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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시 29일 ‘2회 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

    광주시 29일 ‘2회 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

    경기 광주시는 29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2회 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구직자의 취업과 구인업체의 인력수급 지원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브람스생활건강, 제이케이푸드 등 관내 12개 기업에서 사무와 생산직종 등 68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구인업체와 구직자간 현장 채용면접 외에도 구직기술 향상과 취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전문상담사와 1:1 맞춤형 취업컨설팅도 진행된다. 아울러 이력서사진 무료촬영 등 부대행사와 청·장년고용지원금, 새일여성 인턴제 등 다양한 취업지원제도에 대한 안내도 함께 실시된다. 이번 행사에는 구직을 희망하는 광주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으며, 신분증, 이력서를 지참하여 행사장을 방문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광주시 일자리센터(760-0019)로 문의하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남산 ‘조선신궁 터’에 대한 상념

    [노주석의 서울살이] 남산 ‘조선신궁 터’에 대한 상념

    베를린에 다녀온 적 있다. “뭐 볼 게 있겠나?”라는 짐작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베를린의 낮은 고색창연했고, 밤은 눈부셨다. 나흘 동안 ‘페라가몬 뮤지엄’이 있는 박물관섬으로 이틀을 출퇴근하면서 약탈 문화재 투어를 했고, 나머지 이틀은 시내를 쏘다녔다. 의도치 않게 찾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의 2711개의 높낮이가 다른 돌비석 사이 미로를 걸으면서 전쟁과 인종 말살의 참극에 몸서리를 쳤다. 이 강렬함이 다음날도 ‘유대인박물관’으로 걸음을 향하게 했다. 범죄자의 후손들이 남긴 통렬한 참회의 메시지가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자각토록 이끌었다. 우리는 흔히 좋은 곳, 빛나는 것만 찾아다니는 ‘그랜드투어’를 즐긴다. 하지만 어두운 역사 속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다크투어’도 엄연히 존재한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인간과 자연이 남긴 ‘흑(黑)역사’의 현장을 어지간히 다녔다. 하와이 진주만, 뉴욕 그라운드 제로, 히로시마 원폭돔, 사이판 반자이 절벽, 폼페이 화산 폭발 유적…. 국내의 경우 비무장지대(DMZ)와 서대문형무소, 거제 포로수용소, 제주 4·3평화공원, 용산 전쟁기념관이 나의 다크투어 목록이다. 남산의 조선신궁 터 얘기를 꺼내려고 언저리를 맴돌았다. 서울에는 일제강점기의 흉터가 부지기수다. 근대 건축물로, 터와 표석으로 곳곳에 층층이 주름져 있다. 강점기를 통틀어 두 개의 랜드마크를 꼽는다면 첫째는 조선총독부, 둘째는 조선신궁이다. 총독부가 국권을 지배했다면, 조선신궁은 정신을 지배했다. 아쉬운 점은 일제가 버리고 간 조선총독부는 우리 손으로 허물었지만, 조선신궁은 일본 스스로 철거했다는 점이다. 천황의 항복 다음날 승신식(昇神式)이라는 행사를 갖고, 질서정연하게 폐쇄와 소각 절차를 거행했다. 왜 그랬을까?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허울 아래 조선 사람의 얼을 뺀 신사참배와 황국신민서사의 원흉을 고이 돌려보내다니…. 전국에 산재한 1141개의 신사 중 136곳이 불타고 파괴됐지만 조선신궁은 건재했다. 신궁 입구 초대형 도리이(大鳥居)는 해방 2년이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남산은 목멱대왕을 모신 영광의 땅이기도 하지만, 일제 침탈의, 정보기관에 의한 인권유린의 소굴이기도 하다. 영과 욕이 교차하는 국치(國恥)의 현장이다. 조선신궁이 있던 안중근의사기념관 앞 중앙광장터 발굴 현장에서 땅속에 파묻혔던 배전 터가 7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 사람 300만명이 일본 신과 천황에게 강제로 숭배의식을 치른 장소다. 조선혼을 말살한 배전 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서울시가 전전긍긍이다. 쉬쉬하며 파묻을 수도 없고, 드러내 놓고 전시하기도 곤란한 형편이다. 망각이 아니라 자각이다. 이젠 드러내야 한다. 우리도 본격적으로 다크투어에 나설 때가 왔다. ‘국치 투어’면 어떤가. 남산 옛 조선통감 관저 터에 ‘위안부 기억의 터’가 조성된 게 신호탄이다. 정부의 도움 없이 1만 9611명의 시민이 3억 4000만원의 성금을 내 한일병탄조약이 체결된 치욕의 통감관저 터에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세웠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잔존물도 거꾸로 세웠다. 이름하여 ‘홀대 전시’ 기법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히는 것이다”라는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말씀이 검은 돌에 새겨져 있다. 한·영·중·일 4개 국어로 또 이렇게 적혀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History not remembered is repeated)
  • [지금, 이 영화] ‘파리의 밤이 열리면’, 대책 없는 남자의 마법 같은 하룻밤

    [지금, 이 영화] ‘파리의 밤이 열리면’, 대책 없는 남자의 마법 같은 하룻밤

    루이지(에두아르 바에르)는 파리의 에투알 극장을 운영하는 남자다. 먼저 그가 극장 소유주가 아니라 고용된 매니저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두자. 10년 넘게 여기서 일하고 있지만 루이지는 늘 빠듯한 예산에 허덕인다.일본인 연출가를 초빙해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번 연극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이 초연인데, 공연에 꼭 필요한 원숭이도 포스터에만 그려 놓았을 뿐 구하지 못했고, 스태프들에게 줄 임금도 두 달이나 밀린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라며 스태프들은 파업에 돌입한다.지금까지 루이지를 헌신적으로 돕던―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대책 없이 저지른 일들을 수습하던 동료 나웰(오드레 토투)도 마땅한 방안을 찾을 수 없다. 루이지는 극장 밖으로 나간다. 딱히 돌파구가 있어서가 아니다. 누구라도 만나다 보면 뭔가 방법이 생기겠지, 그런 마음으로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산적한 골칫거리를 처리해야 한다는 목적은 있는데,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목적지는 없는 상황. 루이지의 난감한 여정에 인턴 파에자(사브리나 와자니)가 엉겁결에 동참한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이미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있다. 루이지는 이제까지 대체 어떻게 극장을 운영해 왔나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반면 파에자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나웰 대신) 그녀는 루이지의 막무가내 언행을 뒤치다꺼리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루이지는 단점투성이 인간 같다. 그렇지만 그는 뒷일을 신경쓰지 않는 만큼이나 인정이 많다. 예전에 한 직원이 곤경에 처했을 때 루이지는 서슴없이 그에게 큰돈을 내주었다. 그 직원은 당시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다. 비록 현재는 루이지의 임금 체불에 맞서 싸우고 있긴 해도 말이다. 그나저나 루이지는 파에자와 같이 하룻밤 안에 무엇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다들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불가능 따위 코웃음 한 번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낭만의 도시 파리이고, 이때는 마법이라도 펼쳐질 만한 토요일 밤이 아닌가. 이것은 할리우드 영화로 따지면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만능키다. 정색하고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너그럽게 보면 웃고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파리의 밤이 열리면’ 안 될 것이 뭐가 있나. 루이지를 연기한 배우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에두아르 바에르도 주장한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활기찬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애초에 영화적 개연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보인다. 서사는 충동적인 흐름에 따라 요동친다. 덕분에 영화 내내 활기는 넘쳐난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양분될 것 같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혹은 “뭐, 이런 영화도 있는 법이지”라고. 나는 어떤가 하면 영화 중간까진 전자였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 슬그머니 후자로 옮겨왔다. 시종일관 우기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다.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아하! 우주] 시간여행 정말 가능한가? - 문학교수와 물리학 교수의 대화

    [아하! 우주] 시간여행 정말 가능한가? - 문학교수와 물리학 교수의 대화

    영국 더럼대학교 출신의 문학 교수 사이먼 존 제임스와 물리학 교수 리처드 바우어는 ‘타임 머신-과거, 미래, 우리들의 시간여행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문학과 과학적인 측면에서 시간여행의 흥미로우면서도 다양한 성격과 의미, 과학적인 가능성에 관해 대담을 나누었다. 우주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 16일자(현지시간)에 소개된 대담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사이먼 존 제임스(이하 제임스): 리처드, ‘시간여행'(time travel) 이란 말은 물리학자들에게 어떤 뜻으로 쓰입니까 리처드 바우어(이하 바우어): 시간여행은 현대 물리학의 기본 개념입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자체가 바로 시간여행을 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밤하늘에서 별과 행성들을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그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과거의 모습들인 것이지요. 행성들은 몇 분 전의 과거 모습이지만, 별의 경우에는 몇백 년, 몇천 년 전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은하들의 경우에는 수백만 년 전 또는 수십억 년 전의 과거를 보는 셈이지요. 최첨단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은하는 우주의 전 역사를 거슬러 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시간 여행의 모든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지요. 우리는 다만 먼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서 보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현대 물리학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보이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의 하나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독립적이 아니라 얽혀 있는 4차원의 시공간 연속체 안에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모든 관찰자가 두 사건을 연결하는 세계선(世界線·world line)의 길이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인지 또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에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내가 점심을 먹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조금 일을 하고 몇 시간 뒤 집에 가기 위해 일어난다고 치죠. 아주 빠르게 운동하는 관측자가 이것을 본다면 내가 점심을 먹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으로 보였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얽혀 있는 시공간 연속체로서 따로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4차원 세계선을 따라 움직이며 광속으로 미래를 향해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적절합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조금 비틀어서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말은 할 수 없죠. 19세기의 과학은 사람은 결코 하늘을 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가? 앞으로 어떤 영감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제임스: 공상과학 소설들을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많은 영감들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시간 여행에 관해 가장 유명한 소설은 H. G. 웰스의 <타임 머신>(1895)일 겁니다. 말 그대로 타임 머신을 타고 시간여행하는 것을 다룬 최초의 소설이죠. 그가 상상했던 것 중 현실세계에서 실현된 것도 있는데, 예컨대 동력 비행기구 같은 것은 나중에 실제로 발명되었죠. 이 같은 웰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현대에 와서 <백 투 더 퓨처>나 <닥터 후> 같은 시간여행 픽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다룬 다른 많은 소설들은 사건의 인과관계가 시간순을 따라 전개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바우어: 문학적인 장치는 늘 상상으로 어떤 것이나 가능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늘어나거나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죠. 예컨대 피살자가 눈을 감는 순간 자신의 삶이 불꽃처럼 눈앞을 지날 수가 있지만, 그 삶이 죽음 후에 올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나 일례로 <터미네이터>를 보면 미래의 인류 문명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해서 사이보그가 새러 코너를 죽이는 것을 막아내는 장면이 있어요. 이는 인과관계를 뒤틀어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의 내부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인과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미래에서 온 누구도 아직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세계선(world line)이 고리처럼 휘어진다면 오랜 미래로부터 새로운 미래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동시에 평행우주가 존재하게 될 겁니다. 통상적인 시각에서 보면,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로 비칠 겁니다. 그러나 현대의 양자역학의 해석을 보면, 많은 갈래로 나누어진 평행우주가 공존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 수많은 미래들은 동시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중 오로지 한 우주만을 인식할 뿐이란 거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고리처럼 휘어진 세계선은 또 다른 가능성의 미래를 탄생시키기 때문이죠. 제임스: 학문적인 여러 분야에 대한 토론에서 시간여행이 하나의 메타포로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이 내게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역사와 고고학이 가장 명백한 사례일 겁니다. 그러나 최근의 한 프로젝트에서 나는 큰 영감을 얻었는데, 그것은 자적적인 기억을 다루는 심리학 분야의 작품에 관련된 것입니다. 서사는 이제 문학이나 여타 종류의 텍스트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인간의 자의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획득된 자신의 경험을 서술함으로써 형성된다는 것은 이미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부분이죠. 기억과 미래에 대한 계획은 일종의 ‘심리적인 시간여행’이죠.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입이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문학적인 예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스크루지는 과거의 자아에게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이를통해 보다 나은 미래의 자기 삶을 바꾸는 원동력을 얻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크리스마스에 여전히 경멸스럽고 하찮은 수전노인 스크루지와 소설의 끝부분에 나오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스크루지를 같이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평행우주에 사는 두 명의 스크루지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우어: 문학적인 아이디어를 과학의 세계에 접목시키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입니다. 평행하는 두 개의 미래는 언젠가 모두 동등한 실제임이 증명될 것으로 봅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영화 같은 극적인 무용극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 같은 극적인 무용극 보여주고 싶었죠”

    한층 젊어진 무용극이 온다. 국립무용단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무용극이자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상덕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인 ‘리진’(28일~7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다.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한 초대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한국에서’(En Coree)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궁중 무용수 리진은 김탁환, 신경숙의 소설로도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리진은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김 예술감독이 자신 있게 이번 작품을 이전 무용극과는 다른 ‘3세대 무용극’이라고 칭하는 이유다.“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송범 선생님을 무용극 1세대, 국수호·조흥동 선생님을 2세대라고 칭할 수 있죠. 지난 60여년간 무용극은 주로 영웅, 신적인 존재, 신화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여 왔어요. 지금까지 기존 공연만을 되풀이 하면서 작품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만드는 작업은 더디게 해왔어요.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공감을 사기 어려웠죠.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무용극을 보여 드릴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통 무용을 기반으로 하되 모던한 동작을 더해 현대화하는 작업에 주력했어요.” 김 예술감독이 리진이라는 소재에 주목한 이유는 여러 궁중 무희 중 한 사람이 아닌 독립된 무용수로서의 삶 그 자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신화적인 존재, 영웅처럼 위대한 인물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의 소박한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리진의 이야기는 곧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공연을 마친 뒤 무대 위에서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찬사를 받지만, 뒤에서는 사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거든요. 리진을 통해서 무용수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리진’은 서사에 중점을 둔 기존 무용극과 달리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강렬한 드라마가 인상적이다. 리진이 플랑시와 사랑에 빠져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 등 밀도 높은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김 예술감독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무용극의 입체감을 살리고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리진과 함께 궁중 무희로 자라며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품은 도화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했다. “이번 작품의 포스터를 보시면 리진과 플랑시가 아닌 리진과 도화를 전면에 내세웠어요. ‘리진’의 여러 인물 중 두 사람을 포스터에 내세운 것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였죠. 사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이 작품 말고도 많잖아요. 리진과 도화가 어쩌면 서로 사랑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리진과 리진을 아끼지만 질투에 사로잡히는 도화의 동성애라고 할까요. 무용극은 춤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줘야 해요. 그런 차원에서 포스터부터 파격을 시도했죠.” 김 예술감독의 ‘파격’은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리진이 플랑시와 조선을 떠나 프랑스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맛보는 2막 ‘신세계’ 부분에서는 무용수들의 즉흥적이고 몽환적인 몸짓이 돋보인다. 또 기계음을 사용해 장면의 신비로움을 더했다. “과거 무용극은 궁중 장면이면 궁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치중했어요. ‘리진’은 모던한 무용극인 만큼 곡선 형태의 LED 패널을 세트로 활용해 공간을 구분하는 등 새로움을 추구했죠.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국악의 풍미를 살릴 수 있는 색다른 음악적 요소도 가미했고요. 사실 이런 다양한 시도는 이번 무용극이 20~30대 관객이 주도해 볼 수 있는 장르로 거듭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극장이 아닌 공연장에서도 영화 같은 극적인 작품을 보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리고 싶어요. 실망하지 않으실 거라고 자신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여전히, 앞으로도 영화는 극장에서/홍지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여전히, 앞으로도 영화는 극장에서/홍지민 문화부 차장

    며칠 전이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데 한 영화평론가가 강의형 교양프로그램에 나온 게 눈에 띄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서사극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중 영국 정보국 장교 로렌스(피터 오툴)와 하리스 족장 알리(오마 샤리프)가 사막에서 처음 대면하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 멀리 이글거리는 지평선에서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사막을 가로질러 다가오는 알리와 이를 지켜보는 로렌스를 교차편집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3분 정도 롱테이크 형식으로 진행되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등장신으로 꼽힌다. 평론가는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면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한마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권했다. 극장에서 봐야 잘 보이는 방식으로 감독들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는 명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랍 정세와 관련해 특별 임무가 주어진 로렌스가 성냥 불을 입으로 불어 끄자 마자 붉은 태양이 묵직하게 솟아 오르는 웅장한 사막의 모습으로 바뀌는 컷의 연결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리모컨을 꾹꾹 눌러 대던 손가락을 멈추고 평론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놓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그린 평행선 때문이다. ‘옥자’에 600억원이나 투자한 넷플릭스 입장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기본이라 백번 양보해도 온라인 공개가 늦어서는 안 되고, CGV 등은 제아무리 봉 감독의 대작이라 해도 ‘선(先) 극장, 후(後) 온라인’의 룰을 깨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은 영화를 처음 만나는 곳이 반드시 극장일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을 해 보게 만든다. 굳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TV, 태블릿, 스마트폰, PC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급성장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에게 좋은 쪽은 분명하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일방을 편들고 싶지는 않다.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각자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 이윤 때문에 무엇인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가 마니아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워쇼스키 자매 연출, 배두나 주연의 드라마 ‘센스8’ 시즌3 제작을 포기한 것도 그래서다.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워 머신’의 국내 언론 시사가 ‘옥자 사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CGV에서 열린 것도 그래서다. 분명한 것은 또 하나 있다. 극장에서 보는 ‘옥자’와 손 안에서 접하는 ‘옥자’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감독이 그렇게 찍었기 때문이다. 필름보다 더 필름 느낌을 주는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구해 촬영했을 정도다. 언제 어디서에서라도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극장만큼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곳도 없다. 관객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관객이 몰입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면 멀티플랫폼 시대에도 극장을 찾는 발길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 같다. 광고를 줄이고, 마스킹 제대로 하고, 스크린 밝기도 적절하게 키우고, 냄새와 소리에 눈을 찌푸리지 않게 해 주고, 무엇보다 다양한 작품을 걸어 골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게 방법일 수 있겠다. 그렇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화를 처음 만나는 곳이 극장이었으면 좋겠다. icarus@seoul.co.kr
  • 1명, 1평, 1시간 퍼포먼스로 세상에 없는 25시가 열린다

    1명, 1평, 1시간 퍼포먼스로 세상에 없는 25시가 열린다

    변방의 시선을 다양한 연극 형식으로 표현하는 서울변방연극제가 2년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다.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서울변방연극제(이하 연극제)는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대표 이경성 연출가를 선임하고 이번 축제를 준비해 왔다. 연극의 사회적 목소리와 미학적 실험을 중요시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이 예술감독은 연극제 무대를 통해 좀더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연극제를 격년제로 개최할 방침인데 재정적·시간적 제약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연극제에 참여하는 작품을 꼼꼼히 선정, 지원하기 위해서다. 연극제는 오는 26일부터 새달 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대학로 일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25시-극장 전’이라는 주제를 내건 올해 연극제는 정치·사회적 맥락과 동시대의 감수성을 변방의 상상력을 통해 전달하는 작품들을 초청했다. 우선 개막일인 26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25시-극장 전’이라는 제목의 릴레이 1인 퍼포먼스로 포문을 연다. 1평 공간에서 1시간 동안 1인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총 24인이 24시간 동안 이어 간다. 연극제 사무국은 “개별적인 24개의 ‘극장’들이 횡적인 시간을 이어 가는 것을 통해 24시간 다음에 존재하지 않는 25시가 새로운 공간으로 열리는 것을 표현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초청작으로는 세월호 청문회 과정에서 수집한 말을 통해 가해자들의 논리와 말의 방식을 탐구하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킬링타임’(구자혜 연출), 인도, 베트남, 중국, 터키 출신의 한국 거주자와의 워크숍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정의를 재질문하는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이방인의 만찬’(안정민 연출), 현대인의 무기력한 몸을 탐색하는 극단 두의 ‘슬픈 짐승-답장’(동이향 연출) 등이 있다. 해외 초청작으로 일본 참가 단체 Q의 ‘케미코후모와’도 만날 수 있다. 극작가 사토코 이치하라가 쓴 이 작품은 여성의 시각에서 혼돈의 시대를 사는 일본인들의 부조리한 일상을 묘사한다. 또 독일에서 시민들과 함께 개인의 서사와 역사를 통해 사회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드러낸 작업에 열중해 온 연출가 카이 투흐만은 다양한 세대의 시민 7명과 함께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민주주의와 나, 기억’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정보는 홈페이지(www.mtfestival.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만~3만원. 070-7918-734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금, 이 영화] ‘8인의 수상한 신사들’

    [지금, 이 영화] ‘8인의 수상한 신사들’

    ‘8인의 수상한 신사들’의 원제는 ‘류조와 7인의 부하들’이다. 부하라는 말보다, 일본어 그대로 ‘꼬붕’(子分)이라고 해야 말맛이 제대로 살 것 같다. 그러면 꼬붕의 상대어, 두목을 뜻하는 ‘오야붕’(親分)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만 봐도, 이 작품은 야쿠자 분위기가 물씬 난다. 게다가 감독도 기타노 다케시가 아닌가. 그는 ‘소나티네’(1993)와 ‘하나비’(1997) 등의 영화에서 야쿠자 캐릭터로 세계의 잔혹성을 형상화한 바 있다. 확실히 ‘8인의 수상한 신사들’은 야쿠자 영화가 맞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것과 달리 이 작품은 15세 관람가다. 야쿠자가 나오긴 하는데 누아르가 아니라 코미디 장르라서 그렇다.사실 기타노 다케시는 전체 관람가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1999)도 만든 적이 있다. 엄마를 찾으러 길을 나선 소년과 전직 야쿠자와의 동행을 다룬 이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다재다능한 감독이자 배우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어린아이와 어른-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애어른 같은 남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타노 다케시도 올해 70세다. 그가 자신과 비슷한 노년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60대 후반에 이 영화를 찍었다. 주연은 그 또래 배우들이 맡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야쿠자 영화이기는 하되, 은퇴한 야쿠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제는 야쿠자라기보다, 동네 할아버지가 된 그들의 생활이 왜 짠하지 않겠는가.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기타노 다케시는 자기 스타일대로 서사를 밀어붙인다. 연민 따위 없다. 모든 캐릭터가 기타노 다케시처럼 어린아이와 어른―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애어른 에너지로 충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분명 기타노 다케시표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패러디한 ‘8인의 수상한 신사들’은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7인의 사무라이가 농민을 약탈하는 산적 떼와 맞섰듯이, 류조와 7인의 부하들은 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으로 늙은이를 등치는 양아치 조직과 대결한다. 이런 대립은 노인과 청년 간 세대 갈등의 알레고리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화 주인공이 노인인 한에서, 여기에는 어쩔 수 없이 옛날에 대한 향수가 배어난다. 세련됐으나 속물적인 현재에 비하면, 거칠더라도 낭만적인 과거가 낫다는 복고적 태도를 기타노 다케시 역시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볼만하다. 그가 세월의 흐름을 존중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기타노 다케시는 좋았던 지난날을 추억하는 본인마저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냉철한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그는 수다스럽게 자기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영화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쳐, 기타노 다케시는 자기를 발명하고 스스로 증명해왔다. 8일 개봉.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황석영 “언어와 역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지금도”

    황석영 “언어와 역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지금도”

    “당신은 북에 가서 김일성을 여러 번 만났으니까 아무리 못 살아도 한 칠팔 년은 살아야지. 작가에겐 이런 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 백반 아닌가. 틀림없이 나가자마자 이런 얘기 다 쓸 거면서….” “이 양반들 병 주고 약 주네.”1993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방북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황석영 작가가 수사관과 나눈 대화다.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지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도 감옥에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들과 필연으로 얽혔던 작가 개인의 생애를 기록한 자전(自傳)을 ‘수인’(囚人·전 2권, 문학동네)이라 이름 붙인 건 그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나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언어 자체가 감옥이니 거기서 놓여날 수가 없죠. 분단된 한반도란 장소도 감옥이고요.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나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를 만나면 나한테 덕담이라고 ‘서사가 많은 나라에 태어난 네가 참 부럽다’고 해요. 오에 선배가 그랬을 땐 ‘맨날 난리법석인 나라에 사니까 소설 쓸 거리가 많지?’라며 비꼬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시니컬하게 ‘나는 당신의 자유가 부럽다’고 했죠. 역사라는 엄처시하가 늘 도사리는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 책임으로부터의 자유가 가능할까요. 저는 평생 작가로서 자유를 추구해 왔지만 늘 자유롭지 않은 모순적인 삶을 살았죠. 이번 책을 내면서 비로소 석방될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수인’은 5년간의 수감 생활을 가운데 놓고 유년·청년 시절, 베트남 참전 시절, 광주민주화항쟁, 방북과 망명 시절 등을 오가며 전개된다. 2004년 일간지에 연재했던 자전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를 대폭 손질한 것으로, 광주민주화항쟁부터 수감 생활을 끝내는 기간까지 20여년이 더해졌다. 작가는 “아마 말년까지 속박 속에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그래서 감옥을 현재 시간으로 놓고 들락날락하면서 천을 짜듯 시간을 얽어놨다”고 소개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온 삶이지만 노작가는 수줍은 소년의 어투로 언제나 돌아갈 곳은 문학이라는 집이었다고 고백했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문단엔 ‘쟤는 다시 글 못 쓸 거다’란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요. 친한 고은 시인까지 그랬으니까요(웃음). 하지만 나는 노름꾼이 다 들어먹고 패망해서 새벽 끗발이 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평온하더라고. 15년간 글을 안 썼지만 내 지나온 삶이 문학적 삶이었다고 믿었죠. 우여곡절도, 착오도 많았지만 젊었을 때부터 저는 작품과 인생을 합치시키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문학이 제 집이었던 거죠. 캄캄한 밤에도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처럼 언제나 저를 끌고 갔습니다.” 책은 당초 지난해 여름쯤 나올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나온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 넘어) 감수 작업과 지난해 말 촛불정국으로 늦춰졌다. 작가는 “지난 5월 광주항쟁 무렵 ‘넘어 넘어’가 나오고 6월 항쟁 30주년을 맞는 이맘때 자전이 나와 우연의 일치치곤 기묘하다”고 했다. “박정희가 일으킨 5·16쿠데타가 터졌을 때가 열아홉이었는데 그의 딸인 박근혜가 탄핵으로 물러난 올해가 일흔다섯이니 대장부 한평생이 걸렸네요. 제가 열아홉부터 일흔다섯이 될 때까지 한국 현대사는 평탄치 않았고 지금도 미지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촛불 이후 새로운 출구에 와 있죠. 그러니 제 자전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나와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증언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월은 제 몫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기록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와 고흐의 이루지 못한 ‘꿈’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와 고흐의 이루지 못한 ‘꿈’

    ‘꿈’이란 잠을 자면서 현실을 경험하는 비현실의 세계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을 꿈에서 이루어 행복해하다가, 꿈에서 깨어 아쉬워하기도 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꿈을 다룬 많은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1910~ 1998)가 만든 ‘꿈’(1990)이 아닐까. 물론 이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꿈이라기보다는 구로사와 감독의 성장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시 거장의 꿈답게 개인적이면서도 서사적인 거대담론이 큰 줄기를 이루는 장대함과 일본영화 특유의 교육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여덟 개의 꿈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는 영화에서 화자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구로사와이다. 첫 번째 ‘여우비’로 시작해 두 번째 ‘복숭아 밭’, 세 번째 ‘눈보라’, 네 번째 ‘터널’을 거쳐 다섯 번째 고흐 전람회에서 고흐(1853~1890)를 만나는 ‘까마귀’ 이야기와 여섯 번째 2011년 후쿠시마 사건을 예고하듯 핵발전소가 파괴되고 삶을 연장하려는 가족을 다룬 ‘후지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일곱 번째 세상이 망해 도깨비들만 사는 ‘귀신들이 울부짖는다’와 여덟 번째 낙원 같은 ‘물레방아가 있는 마을’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순리에 대해 사무라이처럼 난폭하게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처럼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화가를 꿈꾸다 변사였던 셋째 형의 영향으로 27세에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한 후 33세에 ‘스가타 산시로’(1943)로 데뷔한 구로사와는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해 일본영화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내 머릿속에는 일본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이 동거하고 있다”는 말처럼 일본을 넘어선 연출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우 남성적이며 선이 굵고 다이내믹한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매우 여리고 섬세한 성격이었다. 지금은 그를 ‘영화의 천황’이라 칭송하지만, 세계가 구로사와를 거장 대접할 때 일본은 그를 짐으로 생각했다.‘꿈’은 탐미주의를 통한 초자연적 아름다움에 대한 구로사와의 신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서로 다른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여우가 시집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유로 죽이거나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극단적인 설정이다. 또 복숭아 밭 이야기에서 인간은 자연을 책임져야 하며 책임지지 않으면 자연이 복수한다는 설정 역시 초자연적이다. 가장 몽환적인 에피소드는 고흐의 전시회에서 한 사내가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고흐를 만나는 다섯 번째 이야기다. 고흐의 그림이 현실이 되는 부분, 그리고 현실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고흐의 붓 터치들은 이 꿈의 탐미적 성격을 아주 잘 드러내는 동시에 색채와 빛이 지니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고흐를 통해 보여 준다. 영화 속 그는 고흐를 찾아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아를의 도개교와 빨래터를 찾고 그곳에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기하는 고흐를 노란 밀밭에서 만난다. 고흐에게 아를은 화가로서 최전성기를 맞고 보낸 곳이다. 1888년 2월 생활고와 실연의 아픔을 안고 로트렉(1864~1901)의 권유로 아를에 도착해 뒤늦게 합류한 고갱(1848~1903)과 함께 살았던 ‘노란 집’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파리 시절 이론적으론 완성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지 않은 새로운 양식과 기법을 실험해 그의 전형적인 화법을 완성한다. 그는 아를의 아름다운 풍경과 햇빛을 사랑했고 이곳에 머무는 15개월 동안 200여점을 완성했다.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연작과 론강의 야경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등은 모두 여기서 그려졌다. 아를에서는 그림 속 ‘노란카페’가 있는 리퍼블릭 광장과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이 지금도 우리를 맞는다. 영화에 나오는 도개교도 있다. 하지만 원래의 그 도개교는 아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원래의 도개교를 대신해 2㎞ 떨어진 남쪽 하류에 전란을 피해 남아 있던 도개교를 고흐의 “아를의 도개교”로 복원한 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고흐는 아를에서 “붉은색과 초록색, 푸른색과 오렌지색, 짙은 노란색과 보라색의 아름다운 대조를 자연에서 발견했다.” 그는 아를에 도착하자마자 전체적으로 색채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보색을 병치해 쓰면서 순수하고 강력한 원색으로 그림을 그렸고 대상의 자연색을 넘어서는 과장된 색채를 사용했다. 원색을 과하게 쓰지만 결코 그림이 야하거나 포스터처럼 장식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중간색을 가지고 원색과 원색의 경계에 조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매우 빠르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림에 더 많은 생기와 강렬함과 직접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빠르게 그렸다고 충동적으로 그리거나 도취해 그리는 법은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머릿속에 완벽하게 구상을 끝내거나 여러 장의 스케치를 통해 연습과 준비를 했고 기억이나 생각에 의존해서 그리기보다 거의 언제나 소재를 눈앞에 두고 보면서 그림을 그렸다. 대상의 형태를 종종 심하게 변형 또는 왜곡시켰지만, 여전히 자연에 충실해서 추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물감을 튜브에서 나온 걸쭉한 상태 그대로 사용했으며 가끔은 튜브로 물감을 직접 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두껍게 발린 물감과 붓 자국은 입체적이며 더 생생하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상에 유배를 온 천사 고흐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 흐르는 아를과 도개교를 걷다 보면 이젤 등 화구를 멘 고흐가 다가와 말을 걸 것 같다. 물론 꿈이겠지만. 프로이트(1856~1939)에 의하면 자면서 꾸는 ‘꿈’과 대낮에 꾸는 ‘백일몽’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예술을 백일몽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과 영화는 가장 현실적인 허구로 잠시의 위안은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엄중하다. 뜻이 좋다고, 간절하게 바란다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구로사와도 고흐도 백일몽의 세계에서는 성공했지만 인간으로 현실에서는 실패했다. 현실은 참으로 엄중하다. 간혹 다들 이를 잊어 탈이지만.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음악 교육은 필수의 교양/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음악 교육은 필수의 교양/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대 그리스 교육의 3대 필수 과목은 읽기와 쓰기, 음악, 체육이었다. 글을 깨치는 일은 교양인에게 기본이다. 신체를 단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이 음악을 필수적으로 가르쳤던 일은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음악과 춤을 열정적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노래와 악기를 배우는 것을 자유 교육의 기초로 여겼다. 물론 음악은 유약한 이미지가 있어 영웅들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더없이 거친 사나이였던 기원전 13세기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조차 켄타우로스족의 현인 케이론에게서 키타라(그리스 현악기)를 배웠다. 그만큼 음악 교육의 뿌리는 깊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테네의 명장 테미스토클레스가 하프를 치지 못했다고 해서 훗날 키케로(BC 106~43)는 그를 ‘무교양한 사람’으로 치부했다. ‘교양 없는 자는 무사(Mousa·詩神)와 기품의 여신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그리스 속담도 있다. 그리스인들은 왜 그토록 음악을 중시했을까. 로마의 수사학자 쿠인틸리아누스(35?~95?)는 ‘연설가 교육’에서 그리스의 음악 교육을 소개하고 이를 계승하여 로마 음악 교육의 모범으로 삼았다. 음악은 리트모스(rhythmos·리듬)와 멜로스(melos·멜로디)로 이뤄진다. 음악은 사람의 몸짓과 말의 배열, 소리의 억양에 관계되어 연설가에게 잘 사용되므로 음악적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음악에서 소리와 박자, 노랫말에 의해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이 잘 조화되도록 하는 고유한 원리를 연설가가 잘 응용하면 청중과 재판관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격동시키기도 하고 때로 진정시키기도 한다. 피리와 리라 연주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암송할 때 함께 연주되어 분위기를 높였고, 스파르타 전사들은 전투에서 음악의 가락에 고무되었다. 로마군이 뿔피리와 나팔의 협주로 전투의 진퇴와 완급을 조절하며 승리를 낚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음악의 최고 효능은 역시 인간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풍속을 순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이 음악을 문명화의 첫째 조건으로 본 이유다. 플라톤(BC 427~347)은 ‘국가’에서 “새로운 형식의 시가로 바꾸는 것을 나라 전반에 걸쳐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여기고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격조 없는 음악이 시민들을 타락시킬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기 음악 교육은 지나치게 경시되고 있지 않은가. 한류를 만들어 낸 대중음악은 풍성한데 품격 있는 음악 교육은 없다. 음악은 문화의 근본이자 상징이라고 여긴 그리스인들의 음악 교육의 지혜를 되살려 보자.
  • “인종차별 겪은 나 아웃사이더 만든 미국인 꼬집었죠”

    “인종차별 겪은 나 아웃사이더 만든 미국인 꼬집었죠”

    “또래 중 가장 모험적인 극작가.”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극작가 겸 연출가 영진 리(43)를 두고 뉴욕타임스가 일컬은 말이다. 2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영진 리는 2003년 본인의 이름을 딴 극단 ‘영진 리 시어터 컴퍼니’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개성 있는 어법으로 선보이며 도전적인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2006년 미국에서 초연한 그의 대표작 ‘용비어천가’는 그가 쓴 많은 희곡 중 유일하게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인 작가 5명의 대표작을 무대에 올리는 국립극단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용비어천가’(11일까지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가 오동식 연출가에 의해 한국 무대에서 되살아났다. 2013년 캬바레극 ‘우리는 죽게 될 거야’ 이후 두 번째로 한국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이게 된 극작가 영진 리를 이메일로 만났다.●아시아 여성 괴롭힘·학대 당했던 사실 빗대 ‘용비어천가’는 누군가로부터 뺨을 맞으면서 훌쩍이는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관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화면 속 여성은 바로 이 작품을 쓴 영진 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사에서 아시아 여성이 괴롭힘과 학대를 당했던 사실을 빗댄 대목이라고 한다. 꽤 당황스럽지만 절로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지나면 관객은 또 다른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극 중 한국인, 한국계 미국인들이 서로를 향해 가학 행위를 하며 지독한 인종 차별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가운데 백인 역할을 하는 한 남녀 커플이 무심한 듯 자신들의 인생을 논하기 시작한다. 난데없이 나타난 이 커플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작품을 망쳐 놓고는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연극으로 바꿔버린다. 소수 인종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심함을 꼬집는 부분이다. “미국인들이 자꾸만 저에게 저의 한국적인 정체성에 대한 글을 쓰라고 권했지만 정작 저는 그러기 싫었어요. 이 연극은 사실 그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썼어요. 미국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겨 주고 그들 안에 내재한 인종차별주의를 인식할 수 있게끔요. 또 저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고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저의 사고방식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죠.” 영진 리의 말처럼 작품 속에서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주의적인 태도를 꼬집게 된 것은 그가 미국에서 느꼈던 불편한 경험에서 비롯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커플처럼 백인들이 자신의 삶에 침투해 주도권을 빼앗는 건 그에겐 익숙한 경험이었다고. ●괴상한 연극에 맞춰 서사시 제목 차용? 웃음 드리려 “거의 백인만 사는 작은 마을에서 소수 인종 여성으로 자란 사실이 정체성과 소외를 주로 다루는 제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제가 쓴 모든 연극 작품에는 ‘타자’ 또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저의 정체성이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이쯤 되면 작품의 제목이 ‘용비어천가’인 이유가 궁금해진다. 조선시대 선조들의 행적을 노래한 동명의 서사시와 이 작품이 과연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 갸웃거리게 된다. 작품의 내용과 형식만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아시아계 예술가들이 작품 제목을 정할 때 이색적이고 동양적으로 들리는 제목을 사용하는 것이 항상 신경에 거슬렸어요. 그래서 일종의 장난으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색적이고 동양적인 제목을 선택했어요. 저의 괴상하고 황당한 연극의 제목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서사시를 차용하면 웃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고정관념 깨는 희곡 쓰기… 저와 관객에게 거는 도전 개성 넘치는 실험극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진 리의 다음 작품은 향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성애자 백인 남성들로 이루어진 한 가족이 크리마스 연휴 때 집에 모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내용의 연극 ‘이성애 백인 남성’을 내년에 공연한 이후 2019년에는 신작을 선보인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작품을 올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기록되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그를 이끈 원동력 역시 불편함에 있었다. “희곡을 쓸 때 ‘세상에서 가장 쓰기 꺼려지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제 자신에게 물어봐요. 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영역에서 벗어나야 고정관념을 깨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작품은 관객에게 거는 도전인 동시에 저에게 거는 도전입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요한 아침 식사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요한 아침 식사

    내 산방에서 승용차로 대원사까지는 30여분 거리. 안사람과 나는 이른 아침에 서둘러 산방을 나선다. 대원사 아실암에서 보성문인협회 회원 몇 분과 만나기로 한 시간은 7시 10분이지만 먼저 도착하여 대원사 경내를 산책하고 싶어서다.내 산방 옆에 있는 쑥고개를 지나 화순과 보성의 경계를 짓는 개기재를 넘는다. 초여름의 햇살이 정면에서 비추니 눈이 부시다. 내가 태어난 바람재마을 느티나무 고목도 보인다. 태를 자른 마을을 지나며 상념에 잠긴다. 고향에서 자란 기간은 고작 100여일. 한국전쟁 중에 갓난아기였던 나는 부모를 따라 제주도 대정으로 갔던 것이다. 이제 느티나무 고목 옆의 생가는 사라지고 없지만 60대 중반을 넘어선 나라는 실존이 기적이란 느낌이다. 대학 시절에 동인활동을 했던 시인 친구 두 명은 벌써 하늘의 부름을 받았으니 말이다. 기적이란 제행무상(諸行無常)이 피워 낸 꽃이 아닐까도 싶다. 그 꽃의 향기와 크기는 우리 각자의 몫일 터이고. 어느새 나는 대원사 가는 왕벚나무 길로 들어선다. 벚꽃이 만개한 왕벚나무 길은 상춘객들의 명소다. 지척에 살고 있지만 몇 해 전에 한 번 와본 뒤 오늘 처음이다. 그날 인해(人海)에 떠밀려 벚꽃을 완상하지 못하고 사람 구경만 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은 왕벚나무 길에 나무 그림자가 물무늬처럼 일렁이고 있다. 아침 해와 왕벚나무가 만나 호젓한 길에 나무 그림자를 그려 놓고 있다. 벚꽃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나무 그림자들이 신비롭고 그윽하다. 문득 일제강점기부터 호남 화단을 이끌었던 오지호 화백이 떠오른다. 나는 어린 시절에 그분이 개설한 서당에서 한문을 배운 적도 있는데, 그분의 작품 ‘남향집’은 청색의 나무 그림자가 주요 제재다. 나무 그림자가 난반사하는 빛의 조화로 푸른빛을 띤다는 것을 알려 준 그림이다.대원사 아실암 뜰에는 벌써 아침 식탁이 차려져 있다. 대원사 회주 현장 스님이 찰밥과 아욱국, 부추간장을, 후식으로 딸기와 군고구마를 내놓은 단출한 식탁이다. 보성문인협회 회장인 이남섭 시인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만남인데 낙향해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산사의 고요한 아침 식사다. 부탄에 갔을 때 그곳의 어느 분이 내게 “부탄의 고요를 가지고 가십시오”라고 권유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실암 뜰의 식탁에도 산사의 고요가 함께하고 있는 듯하다. 선(禪)이란 거창한 것도, 관념적인 것도, 선객들의 전유물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글자 그대로 고요한 자리가 바로 선이 아닐까 싶다. 마침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는 ‘어린왕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생텍쥐페리재단의 협조와 허락을 받아 열리는 전시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라고 한다. 일행은 현장 스님의 안내로 대원사 티벳박물관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 본다. 다 알다시피 ‘어린 왕자’는 어린 왕자가 여섯 개의 별을 여행하고 돌아와 사막에서 만난 여우에게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 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서사 구조를 연상케 하는 동화다. 전시실 입구에는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법정 스님 편지가 소개돼 있다. 편지를 보면 법정 스님이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왜 ‘영혼의 모음’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벽면에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인상적인 구절들이 화두처럼 적혀 있다. ‘미래에 관한 한 그대의 할 일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너무 오래전에 읽었으므로 기억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동화의 구절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율 때문이리라. 산문의 내재율이란 심장박동 같은 것이 아닐까. 영혼을 일깨우는 율동이 아닐까. 그렇다. ‘어린 왕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철학적인 장시(長詩)라는 생각이 든다. 60대 중반을 넘어서야 실감하는 발견이니 한참 늦은 셈이다. 산방으로 돌아오는 길의 나무 그림자가 어린 왕자처럼 홀연히 입을 연다. ‘내 비밀을 알려 줄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 눈 속의 눈으로 보니 나무 그림자에도 벚꽃이 피고 지고 있는 듯하다.
  • 만화 찢고 나온 뮤지컬… 익숙한 듯, 색다른 재미

    만화 찢고 나온 뮤지컬… 익숙한 듯, 색다른 재미

    만화를 찢고 나온 뮤지컬, 관객 마음도 꿰뚫을까.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세 편이 6월 잇따라 무대에 오르면서 원작의 흥행 열기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최근 웹툰 뮤지컬이 공연계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원작이 지닌 이야기의 힘이 이미 검증된 데다 일상의 이야기부터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까지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쉽게 웹툰을 접하는 만큼 작품에 대한 대중성과 친밀도가 높다는 점도 한몫한다.우선 눈길을 끄는 작품은 스타 웹툰 작가 김풍과 창작 뮤지컬계의 대부로 불리는 연출가 윤호진이 힘을 합한 뮤지컬 ‘찌질의 역사’(8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다. 2013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시즌 1~3이 연재된 웹툰 ‘찌질의 역사’는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서툰 연애담을 코믹하게 그리며 독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 작품은 대극장 뮤지컬을 주로 제작해 온 에이콤의 첫 소극장 뮤지컬이기도 하다.작품의 총괄기획을 맡은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좋은 소극장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하던 과정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로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 김건모의 ‘멋있는 이별을 위해’, 성시경의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인기 가요들을 작품의 넘버로 사용한다. 윤 대표는 “사랑을 하고 이별하면 유행가 가사가 절절하게 와닿는 경우가 많은데 등장인물들이 가진 심적 상황을 절절한 가사가 담긴 노래와 엮으면 웹툰에서 읽던 재미보다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서울예술단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작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30일~7월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2015년 초연에 이어 재공연한다. 망자가 된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49일간 7개의 저승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과 저승차사 ‘강림’이 억울하게 죽은 원귀를 찾아 나서는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죽는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라 저승에서 이승의 삶을 평가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번 공연은 초연 때는 생략했던 저승의 일곱 관문 중 여섯 번째 관문인 ‘독사지옥’ 이야기를 추가했다.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으로 주호민 작가가 요즘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무대에 반영하기를 바랐던 내용이다. 드라마 ‘시그널’, ‘미생’의 박성일 작곡가가 삶과 죽음을 동화적인 관점에서 새로 만든 음악은 원작의 메시지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한다. 김아형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 과장은 “원작의 7개 저승 세계를 무대 위에서 시각적으로 어떻게 선보일지가 관건이었는데 만화 속 평면적인 모습을 LED 바닥 등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해 저승을 웅장한 스케일로 만들어낸 결과 관객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국내에서 웹툰을 처음으로 뮤지컬화한 ‘위대한 캣츠비’(23일~10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도 관객과 다시 만난다. 강도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07년 초연 이후 음악과 안무, 대본, 배우 등을 모두 바꿔 선보였던 2015년 ‘리부트’ 버전의 재공연이다. 60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올해 3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옮기면서 음악과 내용을 일부 손질하고 공연 시간도 크게 줄였다.극은 6년간 사귄 ‘페르수’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별 통보를 받은 소심한 백수 ‘캣츠비’, 그에게 마법같이 나타난 엉뚱하지만 맑고 순수한 ‘선’, 캣츠비의 대학 동창 ‘하운드’ 등을 중심으로 20대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 배신을 담았다. 2004년 연재된 강도하 작가의 원작은 당시 에피소드 위주의 웹툰 형식에서 벗어나 촘촘한 서사와 인상적인 대사 등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대한민국 만화대상’, ‘독자 만화 대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등을 받은 1세대 대표 웹툰으로 꼽힌다. 정유란 프로듀서는 “웹툰은 태생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면을 바탕으로 한 만화에 비해 소재나 표현이 자유롭고 풍부하다”면서 “유려한 화면 연출과 편집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웹툰 ‘위대한 캣츠비’의 다양한 이야기가 전하는 폭넓은 상상력이 무대와 만나면서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주말 영화]

    ■가을의 전설(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지금은 영화계 거물이 된 브래드 피트가 ‘제2의 로버트 레드퍼드’라는 별명을 얻었던 초창기 주연작이다. 어린 시절 곰 사냥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이를 계기로 야성을 일깨운 트리스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막내동생을 1차 세계대전 전쟁터에서 잃고 돌아온 뒤 동생의 연인과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가슴에 움튼 야성 때문에 방랑의 길을 택하게 된다. 삼형제의 아버지로 앤서니 홉킨스가, 맏형으로 에이단 퀸이, 막내로 헨리 토머스가 함께한다. 영어 제목 ‘Legend of The Fall’에서 Fall은 가을이 아닌 몰락과 추락을 의미하는데 국내 개봉 당시 ‘가을’로 오역됐다고 한다. 장대한 서사물을 곧잘 연출하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잭 리처: 네버 고 백’을 만들었다. 1994년작. ■헬프(EBS1 일요일 오후 1시 55분) 지난해 숨막히는 미스터리 스릴러 ‘걸 온 더 트레인’을 선보였던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출세작이다. 남성 감독임에도 여성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게 특징. 이 작품은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옥타비아 스펜서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인종차별이 여전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작가를 꿈꾸는 신출내기 기자이자 백인 여성인 스키터(에마 스톤)가 부당한 처우를 받던 흑인 가정부들을 인터뷰해 그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는 과정을 그렸다. 2011년작.
  • 구리 교문동 NEW랜드마크 ‘일군타워’, 준공 앞두고 분양 문의 이어져

    구리 교문동 NEW랜드마크 ‘일군타워’, 준공 앞두고 분양 문의 이어져

    10개월째 지속된 금리 동결과 각종 규제로 아파트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부동산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할 때 우선시 되는 기준 중 하나는 유동인구다. 하지만 항아리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권 대비 안정적인 임대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도심권에 위치한 상가는 유동인구는 풍부하지만 초기 비용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다. 또한 고정수요가 적어 유동인구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항아리상권을 갖춘 단지 내 상가는 고정적인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경기 구리시 교문동, 수택동 일대는 인창수택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주거시설 및 업무시설들이 활발하게 공급되고 있다. 또한 구리시청, 남양주세무서, 한국전력공사 구리지점, 구리시교문도서관, 시립체육관 등 각종 대형관공서들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관공서, 학교, 업무시설 등 직장인 수요층이 많아 구리상권의 중심지로 꼽힌다. 이렇게 풍부한 배후수요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상업시설들은 대부분 노후화 돼 상인은 물론 이용객들의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교문동 세무서사거리 코너에 ‘일군타워’가 2017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분양이 진행된다. 세무서사거리를 사이로 동쪽으로는 아파트단지, 빌라촌 등 주거시설이 밀집돼 주·야, 주간·주말 상관없이 탄탄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업지 바로 옆 부지에는 (가칭)e편한세상 구리 수택 754세대가 들어선다. 일군타워는 이 아파트의 주출입 통로에 위치하고 있다. 이 상업시설은 지하 4층~지상 10층의 단일 근린생활상가로서 1층의 경우 5m 이상의 높은 층고를 지닌다. 또한 지하 주차시설 공간(49대)을 활용해 기존 차량진입 불편함을 해소했다. 분양관계자는 “일군타워는 10층 규모의 단일 상가로서 사업지 내 최상의 고객 집객력이 기대된다”며 “배후수요가 풍부한 세무서사거리 코너 단일상권으로 임대 확보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2017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세계 Anti-Aging 엑스포 동시개최

    2017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세계 Anti-Aging 엑스포 동시개최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건강 혹은 미모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고, 다이어트 시장 규모 역시 날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이어트와 안티에이징의 모든 것이 공개되는 ‘2017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와 ‘세계 Anti-Aging 엑스포’가 오는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반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이어트 관련 최신 트렌드는 물론이고 피트니스 분야의 첨단 기술과 안티에이징 관련 다양한 품목이 공개된다. 세부적인 전시품목은 헬스케어, 식∙음료와 피트니스 기구, 디톡스 다이어트, 미용바디관리기, 홈케어기기, 골격교정∙보정기구, 다이어트 보조식품 등이며 25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2만 5천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들이 참관할 예정이다.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부대행사도 눈길을 끈다. 다이어터들을 위한 ‘코리아 아마추어 피트니스 모델 선발대회’를 비롯해 ‘코리아 피트니스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줌바, 스피닝, 보콰 등 역동적인 공연으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참가자 전원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무동력 트레드밀과 어설트 바이크, 로잉머신 등으로 운동한 후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해 승자를 겨루는 ‘팻버닝 챌린지 챔피언십(Fat-Burning Challenge Campionship)’ 대회도 개최된다. 이 외에도 일반인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1일 PT체험과 셀룰라이트, 마사지·장비 시연회, 다이어트 푸드 쿠킹클래스, 다이어트 식단짜기, 피부노화를 막는 홈케어법, 코리아 다이어트 버스킹 등 체험 위주의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별도의 힐링존에서는 안마 및 마사지, VR 피트니스 및 다이어트 소도구, 안티에이징 및 기능성 화장품 체험 등 다이어트와 건강, 노화방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행사가 쉴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피트니스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IFIT 피트니스 컨퍼런스’에서는 피트니스 비즈니스 및 케어, 퍼스널 트레이닝, 소규모 그룹 트레이닝, 그룹 엑서사이즈 등 10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관계자는 “지난해 전시에서는 2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1만 2,500여명의 국내외 바이어가 참관해 큰 성황을 이뤘다”며 “올해는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발휘해 행사의 규모와 내실을 모두 성장시켜 세계적인 전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는 사전등록 시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현장등록 시 입장료는 2만원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낭독과 암송의 힘

    [고전으로 여는 아침] 낭독과 암송의 힘

    고대 그리스 교육은 인문 교양 교육의 전범이다. 첫걸음은 어린이 교육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을 교육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어머니와 유모가 구전동화를 들려주었고, 글을 배워 읽고 쓸 줄 알게 되면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게 했다. 필수 교과서는 기원전 8세기 서사시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들’ 등 고대 최고 문인들의 고전 걸작들이었다. 아테네의 인본주의적 교육은 ‘파이데이아’(paideia)라 불렸다. 이러한 교육이 널리 보급된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교육체계는 인문정신이 쇠락해 가는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교육은 국가가 직접 책임지지 않고 부모의 자유에 맡겼다. 다만 전몰 용사들의 자녀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고 양육비도 댔는데, 이 경우도 소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개인교사에게 교육비를 지급했다. 교육의 첫 단계는 읽기와 쓰기 교육이었다. 플라톤(BC 427~347)은 ‘프로타고라스’에서 아테네 교육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이들이 읽는 법을 알게 되면 바로 위대한 고전주의 시인들의 다양한 시구를 큰 소리로 낭독하도록 했으며, 이어 전부 다 암송하도록 했다.” 아테네인들은 위대한 고전들을 교본 삼아 소년들이 옛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찬미와 칭송이 담긴 내용을 학습해 뛰어난 인물들을 선망해서 흉내 내고 그들을 닮기를 갈구하도록 만들었다. 어디 아테네 소년들뿐이랴. 알렉산드로스(BC 356~323)는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일리아스’를 꼭 머리맡에 놓고 수시로 읽었을 정도다. 아테네 소년들이 학습한 고전들은 인류의 고전으로 2700여년 이상 뭇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낭독과 암송은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문맹이 아님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분명한 행위다.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치고 낭랑하게 책을 읽던 정경을 상상해 보라. 더구나 서사시를 운율에 맞춰 읽어 나가노라면 눈의 집중과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절로 감흥이 배가되지 않았을까. 구두점도 없고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문자들을 정연하게 풀어 읽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었다. 또 알렉산드로스가 모친이 보낸 편지를 말없이 읽어 부하들을 당혹하게 했듯, 낭독은 텍스트를 주변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암송은 텍스트의 깊은 의미를 거듭 되새기며 내면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을 터다. 음유시인들이 크게 존경받고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낭독과 암송이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다. 아름다운 시구 하나 제대로 읊조리지 못하는 인문 교육이라니.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고전 낭독과 암송을 운용해 보라.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나와 동시대 사람들 고통이 더 중요해졌다”

    “나와 동시대 사람들 고통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엔 남들이 안 하는 걸 실험해 보고 정치적 흐름과는 떨어져 있었어요. 귀걸이도 하고 클럽도 가고 옷도 난해하게 입었죠. 하지만 해외를 떠돌며 소수 언어권 작가로 살다 보니 새로운 감각을 남보다 먼저 경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군요.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로 고통받고 무엇을 소망하는가가 더 중요해졌죠. 그렇게 ‘진짜 감정’을 표현하면서 막혔던 기혈이 뚫렸달까요.”인간에 대한 위트 있는 통찰, 지적 유희,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세월이 지나도 그는 늘 ‘젊은 문학의 기수’로 꼽혀 왔다. 올해 등단 23년째를 맞은 소설가 김영하(49)다. 그가 ‘실험성’이 아닌 ‘보편성’에 더 깊이 다가갔다. 타인의 아픔에 대한 통각이 세심하게 발달한 채로. 그러니 작품의 톤이 달라질 수밖에. 7년 만에 펴낸 소설집 ‘오직 두 사람’(문학동네) 얘기다. 전과 후의 경계를 내리그은 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였다.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칼럼을 쓰던 2014년 4월 ‘이 사건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썼었죠. 7년간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을 묶어 보니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제 삶도 둘로 나뉘었더라고요.”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상실하고 만다. 달라진 것은 상실에 대응하는 태도다. 2011~2013년 쓰인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에서는 상실한 이후에도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자위한다. 김영하 특유의 블랙 유머와 발랄함은 서사에 탄력을 더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초고를 발전시킨 ‘아이를 찾습니다’(2014)와 이후 쓰인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에서는 위트는 거세되고 필사적으로 견디는 사람들만 남는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11년 전 유괴당한 아이를 되찾으면서 펼쳐지는 새로운 무간지옥을, ‘신의 장난’은 입사 채용 시험으로 ‘방 탈출 게임’에 던져진 청년들이 더 끔찍한 구렁텅이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그렸다. “인간이 예기치 않은 일을 겪는 존재임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언제나 세상이 예상대로 움직이길 바라잖아요. 하지만 부모가 죽는다거나 오래 사귀었던 사람과 멀어질 때 준비할 수 있는 건 수많은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죠. 모든 사건에 ‘플랜B’를 마련하진 못하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밤에 집에 돌아오면 알 수 없는 불안과 혼돈 속에서 잠들어요. 소설은, 예술은 삶에 균열이 나고 균형이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려 애쓰는 인간의 투쟁을 통해 우리가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들고 내적인 힘을 길러 줍니다.” 세월호 참사가 작가를 침잠하게 했다면 지난해 촛불시위는 희망과 치유를 안겼다. 그 역시 여덟 번의 촛불시위에 참여해 광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포털 뉴스 댓글을 보고 있으면 끔찍해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저주하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시체팔이 한다’고 하죠. 그걸 보다 보면 ‘여기가 지옥인데 모르고 사나’, ‘내가 언제 죽었나’ 싶어요. 2년 전 저희 집이 있는 연희동 개나리언덕 재개발로 크레인이 들어오고 나무가 뿌리 뽑히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집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도 했죠. 이번에 광장에 나가서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배운 것과 다른 현실이 펼쳐짐에도 자제력을 가지고 시위에 참여하는 청년들, 섬세하게 조율되는 시위 과정 등을 보며 희망을 봤고 저 역시 치유를 경험했죠. 다음 작품엔 그런 얘기가 쓰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작가는 이번 소설집의 가장 최근작인 ‘오직 두 사람’에서 김영하표 소설의 다음 행보를 엿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미래학 책,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를 조망하는 책들을 보고 있어요. 그런 거시적 변화가 개인의 삶에 들어오는 거거든요. 우리 시대 문제에 관심이 커진 만큼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처지에서 분투하는 장편을 구상 중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박남정 딸 박시은, ‘7일의 왕비’ 박민영 아역으로 출연..닮았나?

    박남정 딸 박시은, ‘7일의 왕비’ 박민영 아역으로 출연..닮았나?

    가수 박남정 딸 박시은이 ‘7일의 왕비’에 출연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KBS2 새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시은은 박민영의 아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신채경 역을 맡았다. 당차고 솔직하고 성숙하면서 여리고 사랑스러운 면도 강하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더 사랑스럽게 보일까 고민하고 연구했다”며 “어린 시절 채경이 사랑받고 상처 받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바람이다”고 털어놨다. 성인 신채경 역의 박민영은 “어린 신채경이 ‘7일의 왕비’의 서사를 잘 만들어줬다”며 “박시은의 기운을 받아 신채경을 연기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 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오는 31일 첫 방송.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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