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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으면 좋다고 말하며 살고 싶다”… 무심한 듯 따뜻한 아홉편의 단편

    “좋으면 좋다고 말하며 살고 싶다”… 무심한 듯 따뜻한 아홉편의 단편

    ‘내게는 가장 곤란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 대한 지지를 결코 철회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이것이 왜 수상작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젊은작가상 심사를 맡았던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이주란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론가가 소설이 좋은 이유에 대해 말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무래도 매료됐기 때문일 터다. 매료되면, 입이 얼고 손이 언다. 지난해 김준성문학상,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주란 작가의 새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책으로 볼 때에만 빛 발하는 전형적인 한국 문학의 단편 작법에 충실한 책이다. 담담한 듯하지만 위트가 번쩍이고, 무심한 듯하면서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 처한 환경은 척박할지언정 나 자신은 단단하게 추스르며 가는 인물들, 나와 남의 빈자리를 채우지는 못해도 어루만질 수는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에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 가운데 몇 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겹쳐 연작소설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크게 서사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별개로 읽든, 하나로 읽든 상관없으며, 철저히 머리를 굴려 가며 읽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설에서 가장 반짝이는 부분은 담담하게 불쑥불쑥 뛰쳐나오는 화자의 다짐 또는 선언들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이면, 양궁에서 정중앙 명중을 가리키는 ‘골드 텐’일 거다. 가령 이런 부분들. ‘그가 스웨덴으로 갔다는 소식은 M에게 들었다. (중략) 복지국가… 불법체류… 복지국가… 불법체류… 어떤 면에선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의문이 남았다.’(85쪽,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오랜 사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밉살스러운 친구와의 대화는 이렇다. “너도 얼른 누구 만나서 결혼해.” “누구?” “그야 나는 모르지.” “모르면서 왜 그런 말을 해.”(24쪽,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며 살 것이다.” 소설 속 화자 따라 이런 마음 하나 품으니, 갑자기 세상사가 급 심플하게 느껴진다. 이를 이주란의 소설에 그대로 적용하면 “좋으면 좋다고 말하며 살고 싶다”가 될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정해진 원칙이나 규칙 같은 건 없다. 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페미니즘 책만을 출간한다’는 하나의 약속만 있을 뿐이다.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두 달 뒤 문을 연 ‘봄알람’은 여성 혐오에 함께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여성들이 만든 출판사다.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해 여성의 삶을 바꾸어낼 수 있는 시도를 하자’는 신조 아래 지난 3년간 여성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책으로 펴내고 있다.봄알람의 시작은 필연적인 우연에서 비롯됐다. 강남역 살인 사건 직후 혐오와 막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대화 매뉴얼을 책자 형태로 만들고 싶었던 이민경 작가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했다. 이 작가의 취지에 공감한 우유니게 디자이너와 이두루 편집자, 정혜윤 마케터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고 집필과 디자인, 편집을 동시에 진행했다. 합작의 결과물은 봄알람의 시작을 알리는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하 입트페)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판매한 이 책은 자신을 ‘강남역 세대’라고 지칭하는 20~30대 여성과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입문하게 된 10대들에게 두루 읽히며 예상 밖의 화제를 모았다. 여성들의 연대 의지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확인한 네 사람은 직후 출판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이들이 펴낸 책은 총 11권이다. 역사에서 지워진 수많은 여성의 계보를 따라가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 않은 페미니즘’(2016)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의미를 분석한 ‘메갈리아의 반란’(2016),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자세히 짚은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2017), 유럽 5개국 낙태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유럽낙태여행’(2018) 등 주제도 다양하다. 봄알람은 지난 7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인 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봤다는 봄알람은 로고에도 변화를 줬다. 여성 혐오에 지친 여성들을 위로하는 책을 펴낸다는 의미의 폭신폭신한 쿠션 이미지는 좀더 뽀족한 이미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들어 각자 품에 품은 창이 돼 줄 강인한 언어이자 재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여성과 연대하는 출판사’ 봄알람의 운영진 우유니게 디자이너, 이두루 편집자, 이민경 작가를 만나 봄알람의 지난 3년을 돌아봤다.[시작&진화] -‘봄알람’(Baume a l’ame)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우유니게 “프랑스어로 ‘마음의 연고’, ‘영혼의 안식’이라는 뜻이에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 저를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상처받고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또 위로가 되고 싶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이름을 택하게 됐습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라는 의미의 한국말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각자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인식하게 된 개인적인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이민경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화는 2012년 무렵부터였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이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같은 위기에 놓여 있는 여성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연대감이 저를 추동한 감정이었습니다.” 이두루 “‘남초’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남자들은 왜 저럴까’로 바뀌었어요. (남녀 사이에) 인간으로서의 어른스러움 같은 됨됨이의 격차가 갈수록 심하게 벌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가니까 그게 더 심해지더라고요. 남자들은 좋은 대우를 받고 상대적으로 태평하게 사는 반면 여자들은 늘 실력 있고 사려 깊은 동시에 겸손하면서 ‘남자들한테 잘하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런 차이의 원인을 초봉이나 승진 차별 같은 것과 엮어서 성차별이라는 구조의 문제로 호명하게 됐습니다. 성차별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후 메갈리아가 나오면서 점점 각성의 언어를 얻게 됐어요.” 우유니게 “저도 메갈리아가 생겼을 때 제 삶에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어요. 소위 ‘미러링’이라고 불리는, 성별을 반전시킨 언어들을 보며 뒤통수를 맞은 듯 인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가부장제와 성적 대상화, 차별 범죄 등에 대해 보다 세세하게 감지하기 시작했어요.” [‘입트페’&호신술] 봄알람이 지속적으로 페미니즘 책을 출판하는 동력이 된 건 첫 책 ‘입트페’다. 책은 여성들이 성차별을 주제로 한 각종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시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성차별 회화 실전 대응 매뉴얼’이다. 쏟아지는 온갖 막말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이 필요했던 여성들은 이 책에 크게 응답했다. 3주 동안 텀블벅을 통해 후원받은 금액만 4400여만원이다. 당초 목표액으로 정한 200만원의 22배에 달한다. 2016년 7월 출간 이후 43쇄를 찍었고 누적 판매 부수 6만 3000부를 넘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며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한국의 대표 페미니즘 도서로 조명받고 있다. -첫 책 ‘입트페’의 인기가 대단했죠. 이두루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생존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잖아요. 여성들은 당장 너무 괴로운데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오히려 ‘이게 왜 여성 혐오 범죄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니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래서 평소에 책을 찾아보지 않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은 것 같아요.” 이민경 “그때 여성들의 집단적인 열망과 열정이 있었던 거죠. 저희도 그 열망의 일부였고요.” -일본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 책이 출간됐나요. 이두루 “일본 출판사 타바북스 사장님이 한국에 독립서점들이 잘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러 왔는데 어떤 독립서점에서 저희 책 ‘입트페’를 보신 거예요. 근데 다음 독립서점에 갔는데도 또 있더래요. 계속 눈에 걸리니까 어떤 책인지 알아보고 재밌다 싶어 사가셨는데 그 이후에 저희에게 판권을 사겠다고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이민경 “‘82년생 김지영’과 ‘입트페’ 두 책이 일본에서 페미니즘에 입문하는 데 읽기 좋은 도서로 분류된대요. 최근에 제가 일본에서 북토크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일본인들에게 듣기로 일본에서도 대중적 페미니즘이 시작되려는 분위기래요. 보통 한국을 참조 집단으로 삼는다고 하더라고요.”[현실&이슈] 구성원들의 표현에 따르면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접속하는 편”이다. 연간 계획을 세워두고 그 흐름에 따르기보다는 시의성 있는 기획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번 현재와 미래를 빠르게 반영한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봄알람은 조직을 개편한 이후 첫 책으로 호주의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레나트 클라인이 쓴 ‘대리모 같은 소리(원제 ‘대리모:인권 침해’)’를 번역·출간했다. 국내에서 대리모 이슈를 다룬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책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기획은 어떻게 하나요. 이민경 “‘입트페’를 예로 들면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아드레날린 같은 게 있었잖아요. 그게 뭔가를 떠오르게 했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비전 같은 것도 보였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막 끓어오를 때 담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책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두루 “유민석 작가가 쓴 ‘메갈리아의 반란’은 시의적이기도 했지만 메갈리아는 기록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출간할 가치가 있다’는 점만 팀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출간으로 이어지는 편이죠. 결재를 받기 위한 구조가 많지도 않고 사장이 저희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으니까요.” 우유니게 “사실 저희에게 필요한 내용이 엄청 많아요. 다 필요한 주제이고 아직 안 나온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저희끼리 ‘이거 어때, 해볼까’ 하면 보통 필요한 이야기거든요.” -최근 출간한 ‘대리모 같은 소리’는 어떤 점에서 현재 주목해야 하는 책인가요. 이민경 “저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번역을 많이 했어요. 여성의 몸 사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임신과 출산 문제예요. 사실 한국 이성애 불임 부부들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대리모를 많이 쓰거든요. 서울의 한 대형병원만 해도 대리모를 생명을 낳게 해 주고 불임을 해결해 주고 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언어로 잘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부각이 안 됐을 뿐이지 대리모 이슈가 한국 사회에 이미 도착한 거죠. 여성들이 교양으로 학습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사유를 넓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입니다.” [출판사&활동가] 봄알람은 출판사이지만 책을 매개로 여성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가 집단’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치체로서 출판이라는 형식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들과의 연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성주의 단체 ‘페미당당’과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에 안전한 임신중단 약물을 보내주는 웹사이트로,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츠가 만든 ‘위민 온 웹’ 등과 함께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시위에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페미니즘 책을 꾸준히 내는 건 세상에 한 권의 책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보입니다. 이두루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언어와 지식이 편집을 거친 형태로 많이 나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과 앎이 현재의 명백한 성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많은 면에서 여성은 ‘2등 시민’이고 소수자인 엄연한 현실을 계속 얘기하면서 깨우치지 않으면 여성들도 불평등을 끊임없이 기본값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를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쭉 해야 돼요. ‘남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책은 안 내냐’는 질문도 받곤 하는데 현재로서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유니게 “‘여성 인권 즉 내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게 저의 기본 태세에요. 책을 펴내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봄알람의 책들이 다루는 이슈들이 더 가시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 입에 올려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와중에 연계된 활동이나 연대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출판사이면서 활동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희망] -장기적인 관점에서 봄알람이 지향하는 바가 있나요. 이두루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 책이 읽혔으면 해서요. 또 고정 독자층을 늘려 가고 싶어요. ‘입트페’ 나왔을 때처럼 뜨겁고 격렬한 반응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내는 책을 보면서 저희 콘텐츠에 신뢰를 가지고 ‘봄알람 책 괜찮다’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유니게 “2017년에 출간한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는 사실 주목을 많이 못 받았어요. 출간 당시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아서 의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성의 임금 문제나 노동 문제, 고용 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가 낸 책이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민경 “저는 봄알람에서 기획과 집필을 맡고 있잖아요. 근데 아이디어가 있어야 기획도 잘할 수 있거든요. 기획은 무언가를 포착해야 하는데 포착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개방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제 목표예요. 세상에 대한 흥미도 잃지 않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초엽·한정현 작가 ‘오늘의 작가상’

    김초엽·한정현 작가 ‘오늘의 작가상’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김초엽(왼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한정현(오른쪽)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가 선정됐다.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은 출판인, 서점인, 언론인, 작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1차 추천인단 50인이 한 해 동안 출간된 첫 소설 단행본 230여권을 대상으로 2종씩 추천하고, 많은 추천을 받은 5종 가운데 심사위원 4명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과학적 가설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린 독특한 시도를 했다.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는 연애 서사와 역사적 에피소드를 병렬로 삽입해 시선을 확장시켰다. 수상 작가에게는 각각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젊은 여성 작가 공동 수상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젊은 여성 작가 공동 수상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작가가 공동 선정됐다. 민음사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김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를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오늘의 작가상은 출판인, 서점인, 언론인, 작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1차 추천인단 50인이 한 해 동안 출간된 첫 소설 단행본 230여권을 대상으로 추천작을 각 2종씩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5종에 한해 심사위원 4명이 참가하는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되었다.김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흥미로운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려낸 독특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는 연애 서사라는 플롯에 역사적 에피소드를 병렬적으로 삽입해 시선을 확장시킨 시도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김 작가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 작가는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수상 작가에게는 각각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새달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드레스 벗고 레깅스 입은 엘사, 액션 장면 있으니 편한 옷으로”

    “드레스 벗고 레깅스 입은 엘사, 액션 장면 있으니 편한 옷으로”

    “싸워야 하는 공주들 아닌 자매 이야기 전편은 두려움·사랑, 속편은 변화 다뤄 책임감 등 인간미 있어야 모두가 공감”“전형적이지 않은 공주들, 선악의 대결이라는 구도는 많이 나오는 소재입니다. 저희는 두 여성 캐릭터는 항상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자매가 합심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누적 관객수 443만명.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한국 개봉 나흘차에 거둔 성과다. 미국·일본·중국 등 전 세계 개봉 국가들에서 모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겨울왕국2’의 공동 연출 제니퍼 리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편은 두려움과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면, 후속편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변화와 성장의 서사가 어린이들 눈높이에 어렵다는 지적에 그는 “피노키오, 신데렐라처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봤던 동화들은 실은 무거운 내용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자신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답했다. 함께 방한한 크리스 벅 감독은 “전편 개봉 1년 뒤부터 후속편 제작에 착수했다”며 “캐릭터들이 어떤 사람이 돼 가고 있으며, 세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에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벅 감독은 ‘인어공주’(1989), ‘포카혼타스’(1995) 등 디즈니의 주요 캐릭터를 만들었고, ‘타잔’(1999)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리 감독과 ‘겨울왕국’(2014) 1편을 함께했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포효하는 파도에 맞서는 엘사가 드레스를 벗고 레깅스와 비슷한 의상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벅 감독은 “전편과 달리 액션 시퀀스가 있으니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왕국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풍부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를 개발해야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다”며 캐릭터가 품은 이미지를 설명했다. ‘겨울왕국2’의 대표 넘버인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등은 음원 사이트 10위권 내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전편의 작곡·작사를 맡았던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로버트 로페즈 부부 등 전체 팀이 그대로 참여했다. 피터 벨 베초 프로듀서는 “노래를 통해 이야기가 진전된다. 스토리와 노래가 상호작용하게 하면서 캐릭터가 더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씨줄날줄] 김환기의 ‘우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환기의 ‘우주’/박록삼 논설위원

    신안 섬소년에게 밤하늘은 절대 적막의 공간이었을 게다. 금세라도 우수수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 찬 하늘과 교감했던 소년은 별자리의 기호를 애써 익히지 않더라도 무수한 별들이 그려 내는 질서와 조화에 가슴 벅찬, 파천황적 경험을 했으리라. 훗날 소년에게 예술적 원형(原型)이 된 우주는 별과 별 사이의 촘촘한 거리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조차 우주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함을 드러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추상미술 화가 중 하나인 김환기(1913~1974)의 1971년 작 ‘우주 05-IV-71 #200’(이하 ‘우주’)은 디스크에 이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기 전 뉴욕에 머물며 남긴 대표 작품이었다. 254×254㎝ 크기로 김환기의 작품 중 유일한 두 폭 대작이었던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가 갖고 있는 세계관과 미학적 지향, 삶의 서사 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흔히 ‘전면점화’라고 표현되는 김환기의 후기 그림은 과거 자신의 추상 경향과 달리 선도, 면도, 형상도 아예 없다. 오직 수없이 많은 점으로 그 깊이를 더해 갔다. ‘우주’는 그 절정에 있다. 우주는 1969년 인간의 달착륙을 직접 목도한 이후 그가 천착한 주제이자 소재였다. 작품 속 빼곡한 별들은 그 하나하나가 웅대한 우주이며, 그 우주들은 각각의 질서를 통해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흘러간다. 자연스레 형성됐을 커다란 중심이 양쪽에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숱한 우주 자체가, 혹은 우주끼리 모여 만든 크고 작은 중심들이 있다. 그 중심들 또한 자세히 보면 그저 무(無)를 나타낼 뿐이다. 없음, 그 자체가 광대무변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인간에 대한, 세계에 대한, 인류사회에 대한 김환기의 회화적 메타포이자 예술적 서사였음을 알 수 있다. ‘우주’는 지난 23일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홍콩달러(약 132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홍콩 측이 ‘신원 미상의 낙찰자’라고만 밝힌 이는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53억원을 들여 ‘우주’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경매 최고가 국내 작품 목록 1~10위에 9위(이중섭의 ‘소’)를 제외하고 모두 그의 작품으로 늘어서게 만들었다. 천석꾼의 아들이면서 예술을 위해 기꺼이 부를 멀리했던 김환기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서울대 교수, 홍익대 교수라는 안온한 자리도 내팽개치고 파리로 뉴욕으로 떠나 경계인이자 예술인의 삶을 택했다. 정지용, 김광섭 등 당대의 문인들과 교류하고, 이상의 전 부인과 기꺼이 재혼을 택했던 그는 일찌감치 우주 속 한 점 별이 됐다. 자신에 대해 점점 높아지는 발밑 세상의 평가 앞에 기꺼이 껄껄거리고 있을까. youngtan@seoul.co.kr
  • ‘녹두전’ 장동윤♥김소현부터 정준호까지 직접 전한 종영 소감&관전 포인트

    ‘녹두전’ 장동윤♥김소현부터 정준호까지 직접 전한 종영 소감&관전 포인트

    ‘조선로코-녹두전’ 장동윤, 김소현, 강태오, 정준호가 최종회를 앞두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에 응답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연출 김동휘·강수연, 극본 임예진·백소연, 제작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프로덕션H·몬스터유니온)이 내일(25일) 방송되는 31, 32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에 새로운 서사를 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조선로코-녹두전’. 매회 유쾌한 웃음과 설렘, 애틋한 로맨스까지 선사하며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녹두(장동윤 분)와 동주(김소현 분)가 두 사람을 향해 겨눠진 운명의 칼날을 벗어나 행복한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 마지막 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에 발칙하고 특별한 청춘 로코를 완성하기 위해 열연을 펼친 배우들이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직접 밝힌 종영 소감과 마지막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역대급 여장남자부터 출생의 아픔을 안은 왕의 아들까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 장동윤. 장동윤이 아닌 ‘녹두’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찬사를 이끌어낸 만큼, 그의 마지막도 감회가 남다르다. 장동윤은 “오랜 시간 녹두로 지내면서 행복했다. 이제는 녹두를 보내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느낌이다. 끝까지 힘 잃지 않고 녹두로서 잘 마무리하겠다. 마지막까지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며 애틋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 방송에서는 길었던 갈등들이 나름의 방법대로 해결되는 모습을 그릴 것. 기대하고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는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당찬 면모 속에 아픈 과거를 숨긴 ‘동주’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낸 김소현 역시 “어느덧 마지막 방송이 다가왔다. 열심히 달려왔고, 지금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이 될 수 있는 마지막 회가 될 것이다.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며 시청자들의 사랑에 따뜻한 화답을 전했다. 관전 포인트로는 함께 ‘조선로코-녹두전’을 완성한 캐릭터들을 짚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녹두와 동주부터 무월단, 열녀단, 황장군과 앵두, 그리고 율무의 행보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일 것 같다. 과연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정한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부터 왕좌를 향한 욕망을 드러낸 능양군까지. 극과 극 반전 매력의 ‘율무’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온 강태오는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방송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종영의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온 동료, 선배 배우분들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을 비롯한 스태프분들께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애틋한 인사와 함께 제작진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 이와 함께 “마지막 회차인 만큼 각 인물들이 그려내는 마지막 엔딩 장면을 꼭 지켜봐 달라”는 관전 포인트도 함께 짚었다. 왕좌에 대한 불안감과 집착으로 스스로를 외로움 속으로 몰아가는 ‘광해’를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력으로 완성한 정준호는 “‘조선로코-녹두전’을 시청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다. 좋은 스텝들과 연기자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밤낮으로 고생하신 촬영 스텝분들 및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애정 어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권력의 늪에 빠져 고독하고 쓸쓸하지만 사실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했던 왕, 광해의 삶을 다시 한 번 깊이 들여다보면서 시청하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회까지 꼭 본방사수 해달라”라는 관전 포인트와 함께 본방 시청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조선로코-녹두전’ 최종회는 KBS 2TV와 국내 최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 내일(25일) 밤 10시에 동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웰메이드 사극의 진가 ‘나의 나라’가 남긴 것 [SSEN리뷰]

    웰메이드 사극의 진가 ‘나의 나라’가 남긴 것 [SSEN리뷰]

    웰메이드 사극 ‘나의 나라’가 짙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윤희정,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가 23일 방송된 최종회로 대망의 막을 내렸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 ‘나의 나라’의 피날레에 뜨거운 호평과 찬사가 쏟아졌다. 2차 왕자의 난으로 모든 권력은 이방원(장혁 분)의 것이 됐지만, 이성계(김영철 분)의 야심은 멈추지 않았다. 서검(유오성 분)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이성계가 있는 한 서휘(양세종 분)는 이방원에게 위험한 존재였다. 결국 서휘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다. 긴 세월을 돌아 다시 만난 서휘와 남선호(우도환 분)는 이방원을 막기 위해 궐 안으로 들어갔고, 남선호가 내준 길로 이방원을 만난 서휘는 죽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지켜냈다. 1차 왕자의 난으로 비장한 프롤로그를 열었던 ‘나의 나라’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치열하게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에 ‘웰메이드 사극’의 진수를 제대로 선보인 ‘나의 나라’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젊은 에너지와 노련한 품격이 만들어낸 뜨거운 시너지! 완벽한 레전드 호흡 대세 배우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이 보여준 젊은 에너지와 사극 흥행 불패의 역사를 써온 장혁, 김영철, 안내상, 장영남 등이 함께 그려낸 시너지는 ‘나의 나라’에 힘을 불어넣었다.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은 역사에 존재했던 인물이 아닌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서휘, 남선호, 한희재를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안정적인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여기에 장혁이 새롭게 구현한 이방원은 카리스마로 극을 압도했고, 진중하게 극의 중심을 잡은 김영철, 날카롭게 갈등을 빚어낸 안내상, 명불허전 장영남과 박예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웰메이드 사극을 완성했다. 역사의 거인들과 가상의 인물인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극의 핵심이었던 만큼,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감정을 켜켜이 쌓아 올리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 사극의 존재가치를 보여준 ‘나의 나라’, 밀도 높은 서사로 그려낸 명품 사극 김진원 감독은 “사극은 이 시대에 왜 그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의 나라’는 역사가 기록하고, 모두가 기억하는 고려 말 조선 초 시대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끌어냈다. 거인들의 걸음과 시대의 격랑에 부딪힌 민초들의 삶을 동시에 다루며 ‘나의 나라’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보여줬다. 이방원, 이성계, 신덕왕후 강씨와 그들의 곁에 선 서휘, 남선호, 한희재가 쌓아가는 서사는 치열한 삶과 생존을 그리면서도 감정선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밀도를 더했다. 위화도 회군, 조선 건국, 1·2차에 거친 왕자의 난으로 이어진 굵직한 변곡점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사건 속에 인물들의 서사를 매몰시키지 않았다. 벼랑 끝에서도 길을 선택하고 서로를 지키는 모습, 자신만의 ‘신념’으로 시대를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면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간 ‘나의 나라’의 핵심 메시지였다. 이방원에게서 소중한 이들을 구해내는 서휘의 마지막 모습은 ‘거대한 대의에 개인의 욕망을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나의 나라’는 오랜만에 마주한 묵직한 사극 속에 새로운 관점을 투영하며 마지막까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았다. # 화려한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선까지!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세밀한 연출 ‘나의 나라’가 지닌 묵직한 서사와 진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김진원 감독의 세밀한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던 1차 왕자의 난, 위화도 회군의 무대가 된 요동 전장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숱한 명장면들을 남겼다. 액션이 가미된 전투신들은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진원 감독은 무엇보다 인물들의 감정선에 주목했다. 친우였다가 적으로 만나는 서휘와 남선호의 수많은 순간, 복수를 위해 나아가는 서휘의 절절한 감정, 가장 가까웠으나 돌아서게 된 서휘와 이방원, 피로 이어졌지만 길이 끊어진 이방원과 이성계까지, 사건을 통해 변해가는 인물들의 관계와 그에 따른 감정변화는 세밀한 연출을 통해 저마다의 울림을 선사했다. 시청자를 단순히 관찰자의 자리에 두지 않고, 그 시대와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든 김진원 감독의 연출은 마지막까지 몰입도를 높이며 극 속에 빠져들게 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의 나라’ 양세종X우도환, 죽음으로 완성한 나라 “역대급 엔딩”

    ‘나의 나라’ 양세종X우도환, 죽음으로 완성한 나라 “역대급 엔딩”

    ‘나의 나라’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윤희정,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가 지난 23일 대망의 엔딩을 맞았다.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서휘(양세종 분)와 남선호(우도환 분)의 선택은 죽음으로 끝났지만, ‘사람’을 남기며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에서 아버지 서검(유오성 분)의 죽음에 관한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서휘는 쓰러진 남선호를 데리고 이방원(장혁 분)의 곁을 떠났다. 이성계(김영철 분)는 이방원과 서휘를 이간질해 북방토벌대들의 분노를 끌어내려했고, 서휘는 이방원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한희재(김설현 분)의 말대로 이방원이 세자에 책봉되면 서휘는 죽을 목숨이었다. 두 친우는 떠나야만 했다. 함께 떠나기로 한 남선호가 사라지자 서휘는 이방원을 찾아가 최후통첩을 했다. 직접 북방토벌대를 만나 이성계에게 이용당하지 않게 설득하겠다는 것. 세자 책봉일 전까지 증좌를 가지고 오기로 약조한 서휘의 길에는 박치도(지승현 분)가 함께 했다. 이성계는 이방원의 짓으로 꾸며 서휘를 죽일 암살대를 보냈고, 그 움직임을 확인한 이방원은 서휘와 약조를 어기고 최정예 군사들을 추려 그를 좇게 했다. 암살대의 공격에도 서휘 일행은 북방토벌대 마을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그 길에 사라졌던 남선호가 함께했다. 서휘가 장수들을 설득하기도 전에 천가(김서경 분)가 이끄는 이방원의 최정예 군사들이 마을을 기습했다.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이끌고 서휘는 일전에 도움을 받았던 화적 두령 깨꾸의 마을로 도망쳤다. 그곳에는 걱정돼 찾아온 한희재와 문복(인교진 분), 정범(이유준 분)이 서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의 여유가 허락됐을 뿐 서휘는 머물 수 없었다. 언제든 이방원의 칼이 마을을 습격할 것이었다. 서휘는 이방원을 만나러 가기 위해 한희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의 길에는 남선호가 동행했다. 이방원은 그토록 바라던 세자 자리에 올랐고, 그를 만나기 위해 서휘와 남선호는 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남선호가 내준 길로 서휘는 이방원 앞에 설 수 있었다. 이방원의 목에 칼을 들이민 서휘는 명을 거두라 겁박했다. 그러나 명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휘의 목숨이 필요했다. 서휘는 “기꺼이 웃으며 죽어드리겠다”고 말했고, 이방원은 “네가 모두를 살렸다”며 명을 거뒀다. 편전에서 나온 서휘는 칼을 맞고 쓰러진 남선호에게 다가갔다. 남선호는 서휘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남선호를 안은 서휘를 향해 화살이 쏟아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고, 두 친우는 죽음을 맞았다. 그들의 삶은 그곳에서 멈췄지만, 서휘가 살린 사람들은 오래도록 자신의 ‘나라’를 살아갈 수 있었다. ‘나의 나라’는 마지막까지 묵직한 서사와 휘몰아치는 전개, 뜨거운 여운으로 가장 ‘나의 나라’다운 엔딩을 완성했다. 이방원과 이성계가 만드는 판을 어떻게든 깨고 부수려 한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마지막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돌고 돌아 다시 함께하게 된 서휘와 남선호의 우정, 끝까지 서로를 지키려는 서휘와 한희재의 애틋한 사랑은 역동적인 서사 위에 몰입감을 높였다. 역사를 이룬 거인들 뒤에서 치열한 현실을 살아간 민초들의 이야기를 펼쳐냈던 ‘나의 나라’. 이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은 삶과 신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남겼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서휘와 거창한 ‘신념’으로 많은 피를 흘렸고 소중한 이들을 잃어가는 이방원의 행보는 대비를 이뤘다. 서휘와 남선호가 죽음으로 지켜낸 것은 남은 이들의 삶이었다. 서휘를 그리워하며 삶을 살아내는 남은 이들의 모습은 뭉클함을 남겼다. 죽음은 비극이었으나, 그들이 선택하고 만든 ‘나라’가 거기에 있었다. 절절한 감정과 액션을 동시에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도 압도적이었다. 피의 군주로 변모한 이방원의 마지막 모습에는 서휘를 향한 애틋한 감정과 그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서늘함이 공존했다. 모든 장면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장혁은 압도적인 연기로 이방원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서휘와 남선호의 마지막은 양세종, 우도환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처절함이 담긴 액션부터 애절한 감정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연기 호흡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김설현 역시 서휘를 향한 그리움과 애틋한 오열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웰메이드 사극을 완성한 김영철과 인교진, 지승현, 이유준의 활약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펭수에 이은 3D 병맛토끼 아뽀키, 그 정체는?

    펭수에 이은 3D 병맛토끼 아뽀키, 그 정체는?

    기존 애니매이션의 틀을 넘고 디지털 셀럽으로 거듭나는 버츄얼 유튜버 ‘아뽀키’가 점차 높은 인기를 얻으며 제2의 펭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버츄얼 유튜버는 컴퓨터 그래픽, 모션캡쳐 등의 기술로 만든 캐릭터로 게임,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영상 시청자와 소통하는 신개념 스트리머를 의미한다. 외형은 분홍색 귀를 가진 귀여운 토끼지만, 화끈한 말투와 묵직한 목소리도 시청자에게 반전매력 요인으로 작용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뽀키는 지난 4월 첫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주 다양한 장르의 곡을 커버하며 구독자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및 활동영역을 토대로 90년대 노래를 불러대며 뽀키가 아닌 ‘복희’라는 애칭도 받은 아뽀키는 지난 7월 개최된 2019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자회견, 오프닝영상, 영화관 안내영상 등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검증받았다. 또한 무엇보다 디즈니 영화에 나올법한 만화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시청자 댓글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며 타 영상과 차별점을 둔 아뽀키는 지난 9월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개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오프닝을 담당하고, 대통령과 실시간 대화를 전개하며 그 기술력을 입증 받기도 했다.아뽀키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 공정부터 최종 렌더링까지 중간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촬영단계에서 해결한 뒤 초당 60-90프레임의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 제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통해 시청자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촬영 후 편집 공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상 대비 가장 큰 매력이 되고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옷이 리뉴얼 되고, 또다른 캐릭터가 게스트로 등장해 매우 변화가 가능하다. 또한 활동을 전개하며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갖게 되는 새로운 서사에 맞춰 디자인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고객 반응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름으로 앨범도 내고 큰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 포부라는 아뽀키의 설명처럼, 디지털 셀럽으로 아뽀키는 팬들의 관심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아뽀키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펭수’의 두를 이어 유튜브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 볼만 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제시카야” 지이수, 미워할 수 없는 관심종자 [SSEN이슈]

    “나 제시카야” 지이수, 미워할 수 없는 관심종자 [SSEN이슈]

    ‘동백꽃 필 무렵’ 지이수가 제시카의 성장기를 그리며 강렬한 눈도장을 새겼다. 배우 지이수는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에서 SNS 스타이자 강종렬(김지석 분) 아내인 제시카, 상미 역으로 활약했다. 제시카는 SNS ‘좋아요’와 댓글을 산소호흡기처럼 생각하며 ‘보여주기식’으로 살아온 인물. 가상에선 ‘미세스 강종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랑과 행복을 거머쥔 완벽한 삶을 사는 척하면서 진짜 현실에서는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외로운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에서 제시카는 더이상 ‘관종’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마를 뗐다. 그는 강종렬과 결혼하기 전 과거 사실혼 이력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강종렬의 배려와 진심을 새삼 느끼고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여전히 ‘힘내라’보다 ‘부럽다’를 듣고 싶고, 휴대폰 안에서 아득바득 스타이고 싶고, SNS에 올릴 금가루 망고빙수 사진을 쉽게 외면하지 못했지만 분명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이수는 관상용 셀럽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남편 강종렬의 첫사랑 동백을 질투하는 여자, 자신의 부풀려진 인생이 탄로 날까 봐 초조해하는 거짓말쟁이, 향미의 협박에 얽혀 까불이 용의자가 되기도 했다. 극 중 중심인물과 사건마다 촘촘히 얽힌 캐릭터로 극의 흥미를 돋웠다.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짠한 서사와 다채로운 감정선을 오가며 존재감을 채우기 충분했다. 지이수는 제시카와 함께 ‘동백꽃 필 무렵’ 안에서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지이수는 “최고의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고,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함께해주신 모든 스태프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다”며 “제시카로 살아간 지난 수개월 동안 벅차고 두근거렸고,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다. 잊을 수 없는 시간”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이수는 2011년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한 모델 출신 배우다. 2015년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시작으로 2016년 SBS ‘닥터스’, 2016년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2017년 JTBC ‘솔로몬의 위증’, 올해 KBS 2TV ‘국민 여러분’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나의 나라’ 양세종X우도환X설현X장혁이 직접 밝힌 “최종회 관전포인트”

    ‘나의 나라’ 양세종X우도환X설현X장혁이 직접 밝힌 “최종회 관전포인트”

    ‘나의 나라’가 마지막까지 감동과 반전, 역동의 서사로 휘몰아친다.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윤희정,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가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 그리고 장혁이 직접 밝힌 종영 소감과 최종회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양세종은 시대의 격동 속에서도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내는 서휘를 연기하며 애절한 감정선부터 온몸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좋은 제작진,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의 나라’는 고맙고 또 고마운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양세종은 “그동안 서휘로 살며 행복했다. 모두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나의 나라’와 서휘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방원(장혁 분)의 ‘나라’에 힘을 보태기로 결심한 서휘의 행보는 최종회에서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양세종은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무사 서휘가 안타까운 운명을 맞아 어떤 선택을 할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으며 “마지막까지 큰 감동을 선사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기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남선호를 연기한 우도환은 첫 사극 도전임에도 탁월한 연기 변신으로 갈등과 반전, 감정선까지 책임졌다.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극을 장악하면서도 소중한 이들을 잃어야했던 남선호의 외로움과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우도환은 “뜨겁게 시작했던 ‘나의 나라’가 어느덧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치열했던 시간이었고, 첫 사극이기도 해 배운 게 많은 현장이었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와 배우들께 감사드린다. 외롭고 상처투성이인 선호와 함께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이방원의 세상을 부수기 위해 서휘를 찌른 남선호는 최후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남선호의 선택은 극을 흔들 변수로 작용한다. 우도환은 “최후의 목표가 생긴 남선호가 서휘와 다시 적으로 재회했다. 이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2차 왕자의 난을 기대해 달라. 1차 왕자의 난보다 더 팽팽해졌다”고 설명하며 “놀랄만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본방사수 부탁드린다”고 귀띔했다. 강단과 기개, 총명함으로 판을 읽고 결행하는 한희재로 분한 김설현은 차근히 쌓아온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했다. 김설현의 재발견이자 성장이었던 ‘나의 나라’를 마치며 소감도 남다를 터. 김설현은 “한희재를 연기하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감독님, 작가님, 여러 스태프들께도 감사드린다. 긴 시간 희재의 세상에 있었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희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남은 이야기 속에서 한희재는 서휘와 이하루를 지키기 위해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활약을 이어갈 예정. 김설현은 “마지막까지 희재와 휘, 선호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희재는 끝까지 휘를 지킬 수 있을지, 2차 왕자의 난과 그 안에서 세 남녀의 운명이 어떤 끝을 맺을지 지켜봐 달라”며 “판을 뒤집을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방원을 맡은 장혁이 보여준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새로운 해석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장혁만의 이방원을 탄생시켰다. 장혁은 “긴 여정의 작품이었다. 마지막을 향해가는 아쉬움이 크다.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다른 시점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드린다. 함께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방원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조금은 설득력을 얻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필두로 왕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사극의 주는 매력과 극 안에서의 다양한 해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재미있게 시청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짚었다. 왕이 되기 위한 최후의 걸음으로 2차 왕자의 난을 열 이방원은 마지막까지 판을 쥐고 흔들 예정. 장혁은 “남은 이야기에서는 욕망과 피의 군주로 인식되는 이방원이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 그려진다. 휘와 선호, 희재와 동료들은 다시 한번 참담한 아픔을 겪게 된다”고 전하며 “마지막 2차 왕자의 난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끝까지 재미있게 시청해주셨으면 좋겠다. 저희도 잘 마무리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22일, 23일 방송되는 ‘나의 나라’ 최종회에서는 2차 왕자의 난을 본격적으로 그린다. 이방원과 이성계(김영철 분), 이방간(이현균 분)의 갈등이 폭발함과 동시에 서휘, 남선호, 한희재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치열하게 부딪친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방원을 왕위에 올리기로 결심한 서휘와 서얼을 차별하는 이방원의 세상을 용납할 수 없는 남선호가 다시 적으로 마주했다. 서휘와 이화루를 지키려는 한희재도 최후의 선택을 한다. 위화도 회군, 새 나라 조선의 건국, 1차 왕자의 난까지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을 강렬하고 또 섬세하게 그려낸 ‘나의 나라’는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한 전개와 반전으로 역동한다. ‘나의 나라’ 15회는 내일(22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해리포터 20년… 덕후가 번역한 개정판 출간

    해리포터 20년… 덕후가 번역한 개정판 출간

    한국 출간 20주년을 맞아 ‘해리 포터’가 새 옷을 갈아입었다. ‘해리 포터 키즈’에 의해 다시 번역되고, 일러스트 에디션도 펴냈다. 문학수첩은 최근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개정판으로 1권 ‘마법사의 돌’, 2권 ‘비밀의 방’, 3권 ‘아즈카반의 죄수’, 4권 ‘불의 잔’을 출간했다. 5권 ‘불사조 기사단’, 6권 ‘혼혈 왕자’, 7권 ‘죽음의 성물’은 조만간 출간 예정이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00개국 이상 80개의 언어로 번역돼 5억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1999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출간을 필두로 지금까지 약 1500만부가 판매됐으며, 8편의 영화로 재창조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개정판의 번역은 중학생 때부터 해리 포터를 읽고 자란 ‘해리 포터 키즈’ 강동혁(33) 번역가가 맡아 눈길을 끈다. 강씨는 포털사이트에 ‘호그와트 마법학교’라는 팬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던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해리 포터에 심취한 강씨는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은 롤링의 연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번역됐다. 따라서 롤링이 펼쳐 나가는 판타지 세계의 규모나 그 속에 어떠한 소설적 장치를 심어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번역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완간 이후 새롭게 번역한 개정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개연성이나 완결성을 고려해 번역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기존의 해리 포터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어휘를 조절해야 했지만, 새 번역본에서는 롤링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도 그대로 담아냈다. 문학수첩은 해리 포터 시리즈 일러스트 에디션도 펴냈다. 첫 시리즈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 수상자인 짐 케이가 삽화를 그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일러스트 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이미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그는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어린이들을 별도로 캐스팅해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아한 모녀’ 시청률 여왕 최명길 활약..12.3%까지 치솟아

    ‘우아한 모녀’ 시청률 여왕 최명길 활약..12.3%까지 치솟아

    ‘우아한 모녀’ 시청률 여왕 최명길의 활약이 눈부시다. 19일 방송된 KBS 2TV 일일드라마 ‘우아한 모녀’(극본 오상희/연출 어수선/제작 아이윌미디어) 12회 시청률은 12.3%까지 치솟으며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그 중심에는 시청률 여왕 최명길이 있다. 극중 최명길은 파란만장한 운명 중심에 선 캐리정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우아한 모녀’는 대기업 제이그룹으로 인해 남편과 친아들을 모두 잃은 캐리정이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캐리정을 중심으로 극 전개가 펼쳐지고 있는 것. 이에 캐리정을 그리는 배우 최명길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작들을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한 시청률 여왕 최명길이 ‘우아한 모녀’에서도 이 같은 명품 배우의 품격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극 초반 계속된 시련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폭발적인 감정연기부터,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후 큰 감정 동요를 보이지 않는 냉철함까지. 완벽한 완급조절로 캐리정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명길의 이러한 열연은 극에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명길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극중 현재 캐리정은 거물급 투자자로 변신해 원수들에게 접근,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캐리정 캐릭터에 최명길의 화려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강력한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다. 최명길의 활약은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폭발적인 감정 연기, 캐릭터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표현력, 여기에 특유의 고혹적인 매력까지 완벽한 명품 배우 최명길의 저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여왕 최명길이 또 어떤 활약으로 시청률을 수직 상승하게 만들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KBS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겨울에 다시 돌아온 ‘겨울왕국’ 1000만 관객 금자탑 재현할까

    겨울에 다시 돌아온 ‘겨울왕국’ 1000만 관객 금자탑 재현할까

    총 흥행 수익 12억 76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 애니메이션 수익 1위, 애니메이션 최초 국내 1000만 관객 동원….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이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5년 만에 돌아온 ‘겨울왕국2’를 두고 국내에서는 개봉 열흘 전부터 전체 예매율 1위, 19일 기준 예매율 86.3%를 기록하고 있다. 어엿한 아렌델 왕국의 여왕 엘사와 긍정주의자 안나의 모험이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겨울왕국’이 막을 내린 후 우리 안에 계속 맴도는 질문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엘사는 왜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까’라는 것이었다.” 전편에 이어 공동 연출을 맡은 제니퍼 리 감독의 말처럼 ‘겨울왕국2’는 엘사가 가진 마법의 기원을 찾는 여정이다. 그러나 엘사와 안나 자매의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과 나라를 뛰어넘는 굵직한 서사를 만들어 냈다는 차별점이 있다.‘겨울왕국2’는 전편에서 3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화로운 아렌델의 여왕, 엘사에게 들려온 의문의 목소리는 과거의 편린들을 보여 주며 그녀가 마법의 힘을 지닌 이유를 알려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름은 아렌델 왕국에 위협이 되고, 엘사는 다시 한번 안나와 그의 연인 크리스토프, 눈사람 올라프와 함께 마법의 숲을 지나 숨겨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디즈니 공주들이 잘생긴 왕자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상이 없던 시절, 난세를 자매애로 극복하는 서사가 전편 ‘겨울왕국’이 가진 독보적인 위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편에서 자신의 마법을 숨기려 했던 엘사는 ‘문제는 마법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됐다. 그는 자신과 아렌델에 닥친 어려움에 의연하게 뛰어들고, 마법이 없는 동생 안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을 충실히 해낸다. 이들 자매가 이번에 맞닥뜨린 것은 이민족에 대해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았던 선조들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다. “전편은 캐릭터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겨울왕국2’는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위치를 찾고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 등 모든 일을 위해 캐릭터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는 크리스 벅 감독의 말처럼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 화려한 비주얼은 여전하다. 눈의 환영이 주는 황홀함이 전편의 미감이었다면, 이번에는 ‘가을왕국’에 가까울 만큼 형형색색 단풍이 압도적이다. 제작진은 엘사와 안나의 성장 서사를 가을이라는 배경을 통해 드러내기 위해 노르웨이·핀란드·아이슬란드 등 여러 국가를 답사했다고 한다. ‘겨울왕국2’ OST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엘사의 결기를 담은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이나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 등 시원한 고음으로 채웠다.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 ‘렛 잇 고’(Let it go)처럼 후크송으로서의 임팩트가 다소 떨어지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머가 여전한 올라프의 코믹송이나 안나에게 끊임없이 프러포즈를 시도하는 크리스토프의 고군분투를 담은 ‘로스트 인 더 우즈’(Lost in the woods)는 1980년대 글램 록 느낌으로 웃음을 준다. 투명한 말의 형상을 띤 물의 정령 ‘노크’가 달리고 바다를 질주하는 엘사 등의 모습은 4DX 기술력과 더해지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체 관람가. 21일 개봉.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령을 잡아라’ 안지연 OST 발매 ‘서정적이고 유니크한 보컬’

    ‘유령을 잡아라’ 안지연 OST 발매 ‘서정적이고 유니크한 보컬’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tvN ‘유령을 잡아라’가 명장면들을 더욱 리얼하게 꾸며줄 OST를 선보인다. tvN 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연출 신윤섭/극본 소원-이영주/제작 로고스필름/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오는 19일 저녁 6시 다섯 번째 OST인 안지연의 ‘My Hero’를 발매한다고 밝혔다. ‘My Hero’를 가창한 안지연은 지난해 국내 최초 코인 노래방 서바이벌 Mnet M2 ‘불토엔 혼코노’ 2대 우승자로 선정된 가수로, 특유의 맑은 톤의 보컬로 호평받은 바 있다. 청순한 외모와 청아한 목소리로 화제를 모았던 안지연은 이번 ‘유령을 잡아라’ OST를 통해서도 서정적이고 유니크한 보컬을 뽐냈다. ‘My Hero’는 밍지션(minGtion)과 김연서가 작사,작곡한 미디움템포의 러브송으로 상대방이 조금은 다가와주길 바라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의 망설임과 설레임을 담은 곡이다. 곡 전체를 이끄는 풍부한 화성의 피아노 라인에 안지연 특유의 청아하면서도 톡톡 튀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곡의 매력을 더해준다. 특히 이해리, 에릭남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호텔 델루나’, ‘크로스’ 등 다양한 OST 작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한 작곡가 밍지션이 ‘My Hero’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유령을 잡아라’가 유령(문근영 분)의 쌍둥이 동생의 서사를 풀어내며 긴장감을 높이고,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어 이번 새 OST 역시 드라마 마니아들과 리스너들에게 큰 감동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첫차부터 막차까지! 우리의 지하는 지상보다 숨 가쁘다!’ 시민들의 친숙한 이동 수단 지하철! 그곳을 지키는 지하철 경찰대가 ‘지하철 유령’으로 불리는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상극콤비 밀착수사기 tvN ‘유령을 잡아라’는 매주 월화 밤 9시 30분 방송된다. 한편 ‘유령을 잡아라’ OST Part 5 안지연 ‘My Hero’는 19일 저녁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사진 = CJ ENM 제공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갓 취업한 사시 낙방자가 겪는 직장 사회의 쓴맛

    갓 취업한 사시 낙방자가 겪는 직장 사회의 쓴맛

    9년 사시 도전 접고 손해사정법인 취업 공원서 자전거 타다 다친 사건 처음 맡아 이해관계 첨예한 집단서 입장 따라 딴말 공금 횡령 막내 직원의 죽음에서 극대화 ‘라쇼몽’보다 더 영화 같은 현대사회 묘파전란이 난무하는 일본 헤이안 시대, 사무라이가 자신의 부인과 함께 숲속 길을 오르다 산적과 마주한다. 부인을 보고 흑심을 품은 산적은 속임수를 써서 사무라이를 포박하고 부인을 겁탈한다. 그날 오후, 숲속에 들어선 나무꾼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죽은 사무라이를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산적과 부인, 이어서 나무꾼이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지는데 그들 하는 얘기가 각각 다르다. 일본 고전 영화 ‘라쇼몽’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집단에서, 인생사는 라쇼몽의 연속이라는 깨달음은 너무도 빨리 온다.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최영 작가의 ‘로메리고 주식회사’는 손해사정법인의 이름이다. 영원한 제국을 상징하는 ‘팍스 로마나’처럼 업계를 평정하자는 의미에서 로마와 아메리카를 합성해 지었다. 여기에 9년간 사법시험에 낙방한 이정우가 고향 선배 배 팀장의 추천으로 들어가서 펼쳐지는 쓰디쓴 사회의 맛이 이야기의 골자다. 처음 명함을 받은 이정우는 말한다. ‘이렇게 ‘사회’라는 곳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껏 나는 사회가 아닌 어떤 곳에 있었던 것일까?’(13쪽) 다같이 현대 사회를 사는데 ‘사회생활을 해봐야~’라는 꼬리표가 붙는 곳이 이곳 사회, 더 정확히는 직장 사회다. 이정우가 처음 맡은 사건은 웬 아저씨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건이다. 사고자는 공원 보도블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주장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사고자와 자전거가 동시에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진 게 아니다. 꼭 누군가가 쏜 장풍에 맞은 모양새다. 그런데 이어서 이정우는 정말로 누군가 장풍을 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자전거 사고의 목격자인 ‘레알 마드리드 레플리카’를 뒤쫓던 이정우는 그가 맞은편 오피스텔을 향해 태권도 기마 자세를 취하자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본다. 새로운 사건의 피해자는 심지어 국정원 요원이다. 알고 보니 이 장풍 능력자는 여자친구 오피스텔의 위층 거주자로, 여자친구가 내뿜는 담배연기에 매번 항변하던 사람이다. 말도 안 되는 장풍의 세계와 너무 말 되는 사회생활의 엄정함이 소설 전반에 아이로니컬하게 흐른다.소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실제 손해사정법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직조해 낸 ‘갑을병정’의 세계이다. 자전거 타다 다친 사람이 공원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는 상급기관에 민원을 넣을 ‘갑’이다. ‘을’에 위치한 공원 관리사무소에 비하면, 해마다 보험 갱신을 유지해야 하는 보험회사는 ‘병’, 보험회사로부터 사건을 받는 보험사고 조사업체는 ‘정’에 놓인다. 사고자 황도광은 초짜 대리 이정우가 왔을 때는 쌍욕을 동반해 소리치다가, 높은 직급의 우 과장이 오자 꼬리를 내린다. 이러한 갑을병정의 먹이사슬은 밤의 술자리에서 젠더를 뛰어넘어 더욱 노골적이고 치졸한 형태로 발현된다. 사장의 처제로 로메리고의 실권을 쥔 부사장 때문에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한 은행은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인다. 그들의 술자리에서 은행의 남성 차장은 여성 술집 종업원을 성추행하고, 이에 질세라 부사장은 남성 은행 대리를 추행한다.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 요지경 ‘라쇼몽’ 서사는 로메리고의 공금을 횡령했던 막내 경리직원의 죽음에서 극대화한다. 횡령 사실이 적발된 후 회사 실세 김 실장에게 성상납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리직원을 두고 회사 직원들의 진술은 엇갈린다. “실제로는 성폭행”이라거나 “김 실장을 꼬드겨서 돈 대신에 몸으로 갚으려고 했다”는 식이다. 여러 이야기가 야화처럼 흩어지는 듯하지만, 끝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장풍’으로 한 데 얽는 작가의 솜씨가 기막히다. 책 마지막장을 넘기며 떠오르는 생각 한 가지. ‘자본주의 현대 사회’는 라쇼몽보다 더 영화 같지 않나.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엘리트 체육·다이어트뿐인 여성 스포츠…“한판 어때?” 외치는 여학생들 많아져야

    엘리트 체육·다이어트뿐인 여성 스포츠…“한판 어때?” 외치는 여학생들 많아져야

    쉽게 떠올리기 힘든 풍경이 있다. 공원에 놓인 농구 골대 앞에서 공을 주고받는 여자들. 혹은 주말마다 조기 축구회에서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여자들의 모습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을 차며 학교 운동장을 누비는 건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여학생은 운동장 한쪽에서 그런 남학생들을 지켜보거나 피구를 할 뿐이었다. ‘몸싸움이 오가는 격한 운동은 남자의 것’이라는 편견 탓에 여자들은 운동장을 써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경험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나는 팀 스포츠는 잘 못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지만 사실 여자들은 자신의 신체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을 뿐이다. 페미니즘 교육을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서한솔·박덕현·김은혜 교사가 여성 청소년과 성인 여성에게 농구와 유사한 ‘네트볼’ 강습 프로그램을 기획한 계기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단 한 번이라도 여성들이 골을 넣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거다.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인 네트볼은 189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내에는 1998년에 소개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종목이다. 한 팀당 7명이 참여하는 네트볼은 패스로만 공을 옮겨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는다. 선수들은 센터(C), 윙 어택(WA), 윙 디펜스(WD), 골 슈터(GS), 골 어택(GA), 골 디펜스(GD), 골키퍼(GK) 등 각 포지션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데 포지션별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 신체 접촉이 허용되지 않아 부상 위험이 적은 데다 경기 룰과 기술을 큰 어려움 없이 습득할 수 있어 비교적 쉽게 경기를 할 수 있다. 직접 네트볼을 경험해 본 뒤 그 매력에 매료된 세 교사는 다른 여성들과 운동의 희열을 나누기 위해 ‘피구를 넘어’라는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이들은 최근 여성가족부의 청년참여플랫폼 문화혁신사업(버터나이프크루 문화살롱) 중 하나로 선정된 ‘모두의 넷볼’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 여성들에게 네트볼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와 노원구, 경기 고양에 위치한 초등학교 세 곳에서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4회에 걸쳐 초등학교 교사와 예비 교사, 지역 청년 50여명을 대상으로 네트볼 강습을 진행했다. 지도자로는 조다혜 대한네트볼협회 사무국장 등 여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최근 만난 박덕현 교사(서울 천동초등학교)와 서한솔 교사(서울 상천초등학교)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자신의 학교에서 ‘네트볼 스포츠 클럽’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도했을 만큼 네트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여학생 진입장벽 낮춘 생활체육 -‘모두의 넷볼’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한솔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을 접하고 난 뒤 팀 스포츠를 경험하기 위해 성인 여성들이 모인 스포츠 팀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경쟁에 몰입하는 엘리트 체육의 분위기가 강하더라고요.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만을 위한 팀을 꾸린 게 아니라 ‘남자보다 못하기 때문에 여성만 모아서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지도자들이 운동을 가르칠 때도 ‘이게 남편 분 머리라고 해도 그렇게 차시겠습니까’라거나 혹은 ‘이거 힙업 되는 동작이에요’, ‘이 동작 하면 살 빠져요’라는 식으로 지도를 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저같은 성인 여성이나 여성 청소년들에게 여성주의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교수법이 필요하다고요.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체육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편이라 진입 장벽이 낮은 생활 스포츠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명을 ‘피구를 넘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서한솔 여자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손쉽게 경험하는 팀 스포츠가 피구인데 피구에서 상대방을 아웃시킨 경험이 모두가 협력해서 이룬, 기쁘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지는 않거든요. 내가 던진 공에 친한 친구가 맞아서 울었다던가, 맞은 아이가 반에서 영향력 있는 아이라서 그 아이를 맞힌 이후 은은한 따돌림을 당한다던가 대부분 안 좋은 기억이죠. 또 피구는 한 명만 잘하면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게 되잖아요. 피구가 팀 스포츠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팀 스포츠로서 네트볼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한솔 피구가 유행한 이유 중 하나가 규칙이 워낙 간단하고 익혀야 하는 기초 기술이 거의 없어서라고 생각해요. 공을 던지고 받는 정도이니까요. 축구나 농구, 배구는 그렇지 않죠. 네트볼은 초반에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서 기술 연습을 따로 하지 않아도 경기를 쉽게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번에 ‘모두의 넷볼’ 강습에 참여하신 분들도 3회째부터 경기에 바로 참여하셨어요. 박덕현 농구의 경우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돌파해서 골을 넣으면 득점이 가능하잖아요. 네트볼은 그런 구조가 아니에요. 규칙 자체가 코트 가운데에 위치한 센터에서 시작해서 패스를 통해서 서드라는 공간을 꼭 통과한 다음 공을 넣을 수 있는 포지션만 슛을 던질 수 있어요. 공을 잡았을 때 주변에 누군가가 와주지 않으면 연결이 안 돼요. 한 명이 잘한다고 절대 될 수 없는 운동이죠. ●서로 격려하며 즐기는 팀 스포츠 실제로 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강동구 천동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4주차 강습을 받는 참가자 14명의 열의는 남달랐다. 조다혜 대한네트볼협회 사무국장의 지도에 따라 팀을 나눠 경기를 하는 동안 ‘나이스 수비’, ‘괜찮아요’, ‘굿’ 등 내 팀, 상대 팀 가릴 것 없이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슛 연습을 하기 위해 골대 주변에 모여 있거나 조 사무국장에게 경기의 세부 규칙과 전략에 대해 꼼꼼히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강습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덕현 참가자들에게 참여 동기를 여쭤보니 대부분 ‘팀 스포츠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경험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어떤 분이 슛을 너무 잘 넣어서 다른 참가자들이 그 분에게 ‘천재 슈터’라는 별칭을 붙여줬거든요. 당사자는 지금까지 자기가 몰랐던 능력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서한솔 그리고 여학생들이 속한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다보면 느끼게 되는 점이 여학생들은 큰 목소리로 서로를 독려하는 이야기를 잘 못해요. 그런 식으로 소리를 질러본 경험이 없는 거죠. 저 역시도 익숙하지 않아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나이스’, ‘굿’, ‘멋져’, ‘바로 그거야’라는 식으로 단어를 정해놓고 내내 말했었거든요. 이번에 네트볼 강습 때도 참가자들께 이런 말을 많이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저도 운동을 이것저것 해봤지만 수영이나 필라테스 할 때 나를 격려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요가 할 때 인사하는 ‘나마스떼’ 정도랄까요(웃음). 박덕현 여자들은 운동이라고 하면 대부분 다이어트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몸을 움직이는 것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재밌어 하더라고요. ●남학생 중심의 학교 구기수업 초등학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여학생들이 경험하는 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성별이나 신체 능력의 차이 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네트볼이나 티볼 같은 ‘뉴 스포츠’를 도입하고 있지만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 여전하다. 두 사람은 대부분의 학교에 남학생을 위주로 한 스포츠 클럽이 많고, 공놀이를 할 때에도 공의 주도권은 대부분 남학생들에게 있다고 했다. 검도나 태권도처럼 개인 운동을 하는 여학생도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 방송 댄스와 같은 표현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육 수업의 한계가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서한솔 여학생들은 축구를 할 때도 ‘공주 축구’를 배워요. 남녀가 손을 잡고 축구를 하는 건데 규칙상 남학생은 골을 넣지 못하고 여학생만 골을 넣을 수 있어요. 공이 있는 곳까지 남학생이 여학생을 에스코트하는 식이죠. 요즘 학교에서 티볼을 많이 하는데 티볼에 사용하는 방망이를 남녀 구분해서 사용하게 하는 선생님들도 있어요. 휘두를 때 부담 없도록 플라스틱으로 된 방망이를 사용하거든요. 여학생들에게는 두툼한 플라스틱 방망이를 쓰게 하고 남학생들에게는 ‘그래도 남자들은 알루미늄 배트 한 번 써봐야지’라고 하는 거죠. 교사가 그렇게 선언을 해버리면 다들 다른 방망이는 못 만지겠죠. 여학생들이 스스로를 ‘2등 시민’으로 여기도록 하는 활동이 두드러지는 게 체육 수업인 것 같아요. 이런 식의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문제죠. 박덕현 피구도 ‘여왕님 피구’, ‘기사 피구’라고 해서 남학생들이 공을 막아주기도 하고요. 서한솔 사실 선생님들 나름대로는 고육지책이었을 거에요.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신체 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점을 존중하고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죠. 또 아이들에게 배려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체육 활동을 할 때 ‘서로 부딪치지 않게 조심히 하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불가능하거든요. 아이들이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하다보면 당연히 통증이 있을 수 있죠. ‘친구랑 부딪칠 수 있다. 근데 좀 덜 다치려면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야 해요. 특히 여학생들이 다치면 그게 엄청난 일인 것처럼 주변에서 반응을 하거든요. 남자 아이들이 넘어지면 그냥 ‘털고 일어나’라고 하고요. 여성주의 교수법이 바탕이 된 체육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점 때문이에요. ●단순한 경험을 넘어 연대로… ‘피구를 넘어’ 팀은 오는 30일 세 지역에서 강습을 받은 참가자들이 각각 팀을 이뤄 겨루는 네트볼 대회를 마지막으로 ‘모두의 넷볼’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두 사람은 이번 프로젝트가 그저 ‘팀 스포츠에 참여했다’는 단순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뤘으면 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서한솔 완전 ‘빅픽처’를 꿈꾸고 있어요(웃음).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네트볼 붐을 일으키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이번 강습에 모두 출석한 분들은 대한네트볼협회 네트볼 지도자 자격증(3급)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네트볼 지도자들이 벌써 수십명 생긴 거잖아요. 저희 강습에 참여한 분 중에 교사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각자 소속된 지역에서 네트볼 클럽 만드는 걸 권장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학교를 거점으로 네트볼을 퍼트리다보면 나중에는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지역 리그를 만들 수도 있겠죠. 활성화되면 동호회 성격을 띤 지역 성인팀도 만들어질 거고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네트볼 클럽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서한솔 페미니즘 붐이 일면서 최근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운동 클래스’가 많이 열리고 있어요. 저도 가본 적이 있어요. 늘 아쉬웠던 건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단 하루만 운동을 배우고 흩어지니까 팀이 지속되지 않더라고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팀이 생긴다면 그 지역에서 자라는 여학생들도 보겠죠.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어렸을 때 네트볼을 배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계속 참여할 수 있는 팀을 단 몇 개라도 각 지역에 만들어보자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 이젠 여자들도 공 하나 들고 나가서 ‘한판 어때’ 라고 외치는 일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987년作 퀴어 영화 금지된 사랑과 두 남자의 해피엔딩

    1987년作 퀴어 영화 금지된 사랑과 두 남자의 해피엔딩

    늦은 도착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모리스’를 완성한 것은 1987년이었으니까. 이 영화는 같은 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동시대 한국에 정식 개봉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모리스’가 퀴어 영화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작품의 가로축은 주인공 모리스(제임스 윌비)의 연애사다. 그는 대학에서 만난 클라이브(휴 그랜트)와 사랑에 빠졌다. 동성인 두 사람은 당대의 금기를 어겼다. 이들의 애정은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세로축은 모리스와 클라이브를 옥죄는 20세기 영국 사회의 폐쇄성이다. 특히 신사 계급의 일원인 그들에게 남성 간의 에로스는 모든 공적 지위의 박탈을 의미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모르텐 튈둠·2014)에서 조명한 수학자 앨런 튜링도 그랬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숨은 영웅이었으나, 동성애 유죄 판결을 받아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195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가 범죄였던 시대. ‘모리스’의 원작을 쓴 작가 E M 포스터도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1914년 소설을 탈고했으나 출간을 미뤘다.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다”고 포스터는 썼다. 소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71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주 늦은 도착이다. 근래의 퀴어 서사인 영화 ‘탠저린’(숀 베이커·2015)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루카 과다니노·2017)을 본 관객이라면, 소설집 ‘여름, 스피드’(김봉곤·2018)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박상영·2018)를 읽은 독자라면, ‘모리스’가 좀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소설의 시차가 오늘날과 상당히 먼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모리스’는 당신이 충분히 관심을 가져도 좋을 작품이다. 퀴어로서의 특수성과 신사 계급의 일반성이 충돌하고 타협하는 가운데 ‘모리스’가 소수적인 것과 다수적인 것을 아울러 담아내서다. 영화와 소설 둘 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풍성한 텍스트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모리스’의 마지막 장면이 놀랍다.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 그렇게 보인다. 포스터는 생전에 써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행복한 결말은 불가피했다. 나는 소설에서 어떤 식으로건 두 남자가 사랑하게 하고 소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키게 하기로 결심했다.”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보통의 리얼리즘에서라면 두 남자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터와 아이보리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겠다는 전망적 리얼리즘에 공감했다. 납득할 만한 전개, 그래서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엉뚱한 비약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도) 덕분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나은 현실에 산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스포有)충격은 줬지만 짜임새 아쉬운 스토리

    (스포有)충격은 줬지만 짜임새 아쉬운 스토리

    게임이 영화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주장은 늘 거센 반박을 받는다. 하지만 관객에게 어떤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게 영화의 목적 중 하나라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이하 리부트)는 이런 면에서 영화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달 25일 정식 발매된 리부트는 최근 FPS(1인칭슈팅)게임 추세에 따라 멀티플레이 모드를 대폭 강화했다. 다양한 모드와 성장요소 등으로 볼륨을 키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멀티플레이 위주 FPS 게임들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를 포함해, 헤드셋을 쓰고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채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 스토리에 몰입하길 좋아하는 싱글플레이 유저들이 가장 사랑해 온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최신작으로서 싱글 캠페인 모드가 가볍게 만들어졌을리 없다. 이번 리부트 싱글 플레이는 짧지만 굵게 만들어졌다. 기자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4 콘솔로 난이도 ‘일반’ 캠페인을 끝내기까지 7시간 정도 걸렸다. 결코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엄청난 그래픽, 화려한 연출, 극적인 서사와 반전으로 차곡차곡 채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싱글 캠페인에선 러시아 군벌 바르코프와 테러리스트 우마르 슐라만이 이끄는 알카탈라가 적대 세력으로 설정돼 있다. 이에 대항하는 플레이어 세력은 미 중앙정보국과 해병대, 영국 특수부대 SAS, 그리고 러시아 군벌에 희생당한 소수 민족 민병대다. 이들이 엮어 가는 이야기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극적 몰입감을 주는 컷신들이 플레이 사이사이를 연결하며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플레이어는 게임에 몰입하다가도 순간순간 ‘왜?’라고 묻게 되곤 한다. 특히 후반부 알렉스의 선택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화려한 연출과 엄청난 그래픽에 비해 이야기의 짜임새가 많이 부족했다. 싱글플레이 볼륨을 조금 더 키워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호흡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인물 설정도 평면적이고, 결말도 너무 단순하다. (아래부터는 내용 누설이 있음) 하지만 이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점은 너무나 강렬한 ‘체험’에 있다. 모던워페어 시리즈는 2편에서 플레이어 손으로 직접 민간인을 학살하게 만든 ‘노 러시안’ 미션처럼 충격적인 요소를 싱글 캠페인에 종종 넣는데, 이번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체험은 파라 카림의 과거 회상 미션인 ‘20년 전’이었다. 영화가 하지 못하는 스토리텔링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해당 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어린 소녀 카림의 시점으로 러시아의 화학 테러 참상을 헤매게 된다. 폭격으로 부서진 잔해 속에서 눈을 뜨고, 아버지에게 안겨, 아비규환을 지난다. 작고 약한 소녀의 몸으로 직접 살인을 해야 하며, 무거운 총을 들어 흔들리는 조준으로 사격을 해야 한다. 도망가는 과정에서 염소가스에 중독돼 몸을 떨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 제작사는 모던워페어2에서 논란을 겪은 뒤, 이번엔 테러범의 시점이 아닌 테러 피해자의 시점에서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기로 한 모양이다. 초반부 런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테러, 다수의 인질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는 장면도 대테러 현장의 비정함을 느끼게 해 줬다. 역시 작은 싱글플레이 볼륨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멀티플레이 유저들에겐 이번 작품이 꽤나 반가울 것 같다. 역대 시리즈에서 항상 오프라인 화면분할 협동모드 미션을 따로 제공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선 ‘카우치(긴 소파) 코옵(co-op)’이라 부르며 즐기는 사용자가 많은 모드라,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되길 기대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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