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방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140
  • 儒林(31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자신의 혼미한 딸을 맡기는 권질의 말에 퇴계는 오랫동안 침묵한 후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문집은 기록하고 있다. “예, 고맙습니다.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께 아뢰어 승낙을 받고 곧 예를 갖추어 혼인을 치르겠습니다. 하오니 마음을 놓으시고 기력을 잘 보존하옵소서.” 이렇게 즉석에서 혼약을 맺은 퇴계는 이 사실을 어머니 박씨에게 알리고 나서 권씨 부인을 맡아 양곡(暘谷)에 지산와사(芝山蝸舍)를 짓고 신접살림을 차렸다. 말 그대로 달팽이껍질을 엎어놓은 듯 겨우 몸을 감출 만한 작은 집이었다.34세 때의 봄부터는 벼슬하여 한양의 서소문집에서 13년간을 동거하였다. 지금도 남아 있는 권씨 부인의 많은 일화는 퇴계의 마음고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신이 흐리고 집중력이 떨어진 실성한 권씨 부인은 생전에 퇴계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던 것이다. 퇴계의 관복 깃 끝과 그 맞은편에 매달아야 할 옷고름을 느닷없이 뒤쪽에 달음으로써 등청하는 퇴계를 망신시켰던 일은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제삿날이라 모든 식구들이 큰형의 집에 모였을 때 있었던 일화는 퇴계와 권씨 부인과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온 식구가 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상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그러자 권씨 부인은 얼른 배를 치마 속에 숨겼다. 이를 본 큰형수가 말하였다. “이보게, 동서. 제사상을 차리는데 과일이 떨어진 것은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네. 그런데 그것을 치마 속에 감추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여인들은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고 있었는데, 밖이 소란스럽자 퇴계는 방안에서 밖으로 나와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인의 잘못을 대신하여 큰형수에게 정중하게 사과하였다. “형수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그리고 손자며느리의 잘못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귀엽게 보시고 화를 내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퇴계의 말에 동서를 꾸짖던 큰형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동서는 행복한 사람이야. 서방님같이 좋은 분을 만났으니.” 퇴계는 남몰래 아내 권씨를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묻고, 아내가 먹고 싶어 숨겼다고 하자 배를 꺼내게 한 후 손수 배의 껍질을 깎아 아내에게 먹으라고 잘라주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퇴계는 권씨 부인을 하늘이 자기에게 주는 극기의 시험, 또는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성덕의 체인(體認)으로 간주하고 이를 극복한 것이었다. 퇴계는 인간윤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의 도리를 실천하여 가정의 화평을 유지하고, 남편으로서의 신의를 다하는 한편 비록 모자란 아내였으나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으며 인생을 마칠 수 있게 함으로써 완덕의 길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본받아야할 이러한 퇴계의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아내를 손님처럼 공경하는 퇴계의 법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퇴계의 이러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편지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이는 제자였던 이함형(李咸亨)에게 준 편지였다.
  • [사회플러스] 김태촌씨 보호감호 재심 기각

    인천지법 형사합의3부(부장 성지호)는 25일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57)씨가 낸 보호감호처분 재심청구 선고공판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지난 72년 이후 8차례에 걸쳐 동종·유사한 범죄를 저질러 모두 21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수감생활 중에도 폭력계와 연계되는 등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재범의 위험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보호감호처분 이유를 밝혔다. 국내 폭력세계의 대부로 통했던 김씨는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폭행사건 등의 혐의로86년 이후 수감생활을 해왔다.
  • 中, 수단 편들기 이유있었네

    ‘다르푸르 사태’를 놓고 수단정부와 서방국가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중국만 실속을 챙기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다르푸르 사태는 수단 아랍계 민병대가 다르푸르 지역의 원주민들을 핍박하고 학살한 대사건이다. 서방국가들은 수단 정부가 아랍계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치·경제적인 제재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강대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단 편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수단에 대한 제재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단에 40억달러를 투자, 발전소와 다리 등을 건설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수단에는 젖줄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중국이 이렇듯 수단 정부를 돕고 있는 것은 석유 때문이다. 수단은 현재 하루에 31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50만배럴로 늘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수단의 원유매장량은 확인된 것만 6억 3100만배럴이고 최대 30억배럴로 추정된다. 수단 정부로서는 가장 큰 수입원인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수단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른 서방국가 기업들도 수단 진출을 꺼리고 있다. 반면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은 적극적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수단 내 1506㎞에 달하는 송유관 건설을 맡았고 유전 지역 6곳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곳은 원유를 생산 중이다. 중국은 원유소비량의 7%를 수단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단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구트비 알 마흐디는 “중국은 국제정치적인 난관에서 수단을 구해줬고, 수입을 늘려주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면서 “특히 원유 수출에서 중국이 중요한데 전세계가 수단에서 생산되는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면 수단 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4월 기다리는 두가지 피아노 선율

    4월 기다리는 두가지 피아노 선율

    전혀 다른 감상포인트를 자랑하는 피아노 두 대가 4월을 기다린다. 4월1일 오후 8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선보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공연과,4월5일 오후6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미하일 페투호프의 내한무대가 그것이다. 페투호프는 2002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세번째 내한공연. 차세대 뉴에이지 연주자로 주목받는 30대 ‘미남’ 피아니스트 바라캇은 첫 내한이라 팬들이 더욱 설렐 것 같다. ●첫 내한 바라캇 뉴에이지풍 음색 독특 스티브 바라캇은 ‘Rainbow Bridge’‘The Whistler’s Song’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아온 캐나다 출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 유키 구라모토, 케빈 컨과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그들과는 또 다른 연주색깔을 보인다. 팝 록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일렉트릭 악기가 가미된 개성넘치는 멜로디를 구사하는 것이 바라캇 피아노 연주의 특징. 국내 CF와 드라마, 라디오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그의 곡이 인기를 얻어온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바라캇은 캐나다 퀘벡 출신. 어려서부터 정통 클래식 수업을 받아 13세때 퀘벡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을 정도로 일찍 두각을 나타냈다. 첫 앨범을 낸 것은 14세이던 1987년. 일주일 만에 캐나다 앨범 판매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운 뒤 90년대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앨범을 자작곡으로 채우며 ‘전천후’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보수공사 등으로 수준급 클래식 무대가 줄어든 4월. 여자대학 캠퍼스로 자리를 옮긴 바라캇은 그동안의 히트곡들을 동원해 봄 밤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첫 내한을 기념하는 음반도 나왔다.‘Rainbow Bridge’와 미공개 곡이 수록된 CD ‘퀘벡’, 라이브 실황을 담은 40분 분량의 DVD 스페셜 에디션이 한데 묶였다.(02)751-9607. ●페투호프, 최고의 바흐연주자 호평 빅토리아 포스트키노바, 그레고리 소콜로프 등과 함께 러시아 제2세대 피아니스트 대표주자로 꼽히는 페투호프(51). 명성에 걸맞게 내한때마다 이래저래 클래식 마니아들을 흔들어놓곤 했던 주인공이다. 지난 2002년 가을 내한 공연때는 국내 음반레이블을 통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3번 음반을 동시에 발매해 한국팬들을 폭넓게 ‘포섭’하기도 했다. 페투호프가 세계무대에 존재를 알린 것은 21세이던 1975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 그러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갇혀’지내는 불운을 겪었다. 서방망명을 우려한 구 소련당국이 15년 가까이 그에게 연주여행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20세기 최고의 바흐 연주자 타티아나 니콜라예바의 수제자인 그 역시 바흐와 라흐마니노프의 최고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공’인 바흐와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해 스승인 쇼스타코비치를 기리는 자작곡 등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02)599-5743.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네사 갈란테 새달19일 내한공연

    이네사 갈란테 새달19일 내한공연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그녀보다 더 잘 부를 수가 있을까.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가 새달 19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선다.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렇게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있다니!”라고 탄성을 질렀다는 바로 그 천상의 목소리.2001년 첫 내한무대를 가진 뒤 세번째로 서울을 찾는 그의 무대는 이번에도 열기가 예사롭지 않을 거란 기대들이다. 기획사측이 “갈란테에 가려 다른 기획공연들이 빛을 못 볼까봐 걱정된다.”며 행복한 고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부른 ‘아베 마리아’가 실린 음반은 성악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5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라트비아 출생인 갈란테는 어쩌면 성악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어머니와 테너가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음악을 공기처럼 마시고 살았다. 예후디 메뉴인, 주빈 메타 같은 거장들이 일찍이 그의 ‘끼’를 발견하고 서방무대 진출을 독려했으나, 냉전상황으로 라트비아가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에야 세계무대에 늦깎이 데뷔할 수 있었다. 1992년 독일 만하임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공주를 맡으면서 평단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정상에 올라선 결정적 계기는 1995년 제작한 앨범 ‘Debut’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면서부터였다. 연주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김덕기). 대표곡 ‘아베 마리아’와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노래 사이사이로 곡에 얽힌 사연들, 자신의 생활 이야기 등을 섞어 다감하고 따뜻한 무대를 만들어줄 예정이다.2만∼8만원.(02)599-5743.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란, 핵연구 대학설립 추진”

    이란이 비밀리에 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 설립을 추진, 핵무기 개발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0일 보도했다. 특히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크루즈미사일 12기를 이란에 판매한 것이 공개된 직후 대학 설립 계획까지 드러남으로써 이란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핵 사찰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서방 정보기관들의 보고서를 인용, 이란 정부가 최근 이란원자력기구(AEOI) 산하에 핵 연구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 대학은 핵을 연구하는 이란 과학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란혁명수비대의 신원조회를 거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연구과정은 AEOI가 통제하며 성과물은 비밀로 분류해 관리할 계획이다. 대학 설립의 주 목적은 이란이 독자적으로 핵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현재 핵을 연구하는 이란 학생들은 대부분 해외유학을 하고 있는데 각 국가는 이들을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다. 이 대학이 핵무기 개발 연구에 주력할지는 명확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 제조 관련 비밀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서방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핵 기술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이런 연구기관까지는 필요없다.”면서 “대학 설립은 이란이 자국의 핵 기술 수준을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소련 봉쇄정책’ 입안 美 사학자 케넌 사망

    냉전시절 소련의 팽창 정책에 맞서 미국의 ‘봉쇄(Containment) 정책’을 입안한 미국의 외교관 겸 외교사학자 조지 케넌이 17일 프린스턴의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가족이 발표했다.101세. 케넌은 모스크바에서 근무하던 1946년 본국에 보낸 미ㆍ소 대결 양상의 본질을 예견한 전문 ‘장문의 전보’(Long Telegram)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본부에 재직하던 이듬해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X란 필명으로 기고한 글에서 봉쇄정책의 골자를 설명하는 한편 수십년 후에는 공산주의가 붕괴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당시 “소련에 대한 미국의 정책 주안점은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경향을 장기적으로, 인내심 있게, 그러나 단호하고도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베를린에 대한 봉쇄와 마셜플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개입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케넌은 한국전쟁 초기 북한 내 연합군이 진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협상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1951년 유엔의 소련 대표들과의 접촉을 통해 휴전협상을 개시됐다. 독일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상급자들과 마찰을 빚은 뒤 1950년 휴직하고 프린스턴대 연구원으로 들어갔다.1952년 모스크바 대사로 임명됐으나 1년만에 ‘기피인물’로 찍힌 뒤 1953년 외교관직을 떠났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시 외교직에 복귀, 유고슬라비아 대사를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외교 50년 1900∼1950’,‘러시아 전쟁을 떠나다’‘레닌·스탈린 시대의 서방측과 소련‘,‘회고록 1925∼1950’등이 있으며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수상했다. 그는 1989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으며 1981년엔 아인슈타인 평화상,1981년엔 독일도서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ul.co.kr
  • 조작된 공포/폴 토드·조너선 블로흐 지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보기관들의 부정적 이미지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조작과 공포’다. 이들은 정보를 왜곡하고, 적대국의 경제적 위협이나 테러 같은 ‘표적’을 과장함으로써 공포심을 조장해왔다. 그러나 냉전이 사그러지면서 예산이 축소되고 권한도 크게 약화돼 쇠퇴의 길을 걷는가 하더니 다시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분기점은 9·11테러다.9·11 이후 정보기관들은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새로 제정된 테러리즘 관련 법안들을 토대로 정보기관들은 시민운동과 환경운동, 반세계화운동까지 감시하기에 이른다. ●시민운동·환경운동까지 감시 ‘조작된 공포’(폴 토드·조너선 블로흐 지음, 이주영 옮김, 창비 펴냄)는 냉전 종식, 그리고 9·11 이후 세계 정보기관들의 역할 모델에 주목하고,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활동의 변화양태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를 고발하면서 공포와 조작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이스라엘 등 전통적으로 강력한 정보기관을 갖고 있던 나라들은 물론, 아직까지 생소할 수도 있는 시리아·파키스탄·미얀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국가의 정보기관까지 총망라해 정보기관들의 활동과 조직규모, 예산 등 객관적 사실들과 서로 협력과 경쟁, 반목해온 각국 정보기관들의 비사도 서술했다. 책에 따르면 9·11 이후 미국에선 국토안보부가 신설되고, 연방재난관리국이 확대 개편되었으며, 애국법·반테러법이 제정되었다. 유럽연합에선 ‘반테러 로드맵’이 한층 진전되었고, 이스라엘은 슬그머니 팔레스타인과 테러조직 사이의 연계설을 쟁점화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테러와의 전쟁’을 체첸 분리주의자 탄압의 명분으로 삼았다. 결국 9·11은 냉전 종식으로 엄청난 감량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 정보기관들에 돌파구를 마련해준 셈이었다. 미국 국가안보기록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폴 토드,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활동에 참여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 지역의회 의원으로 있는 조너선 블로흐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지금을 ‘감시의 시대’로 명명하면서, 전지구적 차원의 위성감시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에서부터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최신 감시기법들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감시능력이 더욱 강화된 정보기관의 모습을 살펴본다. ●첨단 정보시스템 무기로 기업과 개인까지 표적 책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이 기획·조정하는 전 지구적 감시시스템인 에셜론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주로 국제 전자통신네트워크상의 암호화되지 않는 이메일, 팩스, 전화를 감시·도청하는 데 이용된다. 개인 관련 키워드를 검색어로 해서 수백만개의 메시지를 검색하고, 다양한 분류단계를 거쳐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에셜론이 이전의 첩보시스템과 다른 점은 비군사적 표적, 이를 테면 정부나 단체, 기업과 개인이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미국 언론들은 에어버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관리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폭로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에어버스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그 계약은 이후 미국 기업 보잉사와 맥도널더글러스사의 차지가 됐다. 미국 항공기회사 레이시온이 톰슨-CSF 컨소시엄을 제치고 아마존 유역의 감시시스템 구축 사업체로 선정된 것도 역시 NSA의 작품이었다. 각국 정보기관은 국내의 사회운동, 반정부운동을 통제하기 위해 악행을 마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정치와 경제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아프리카 지역의 끔찍한 학살전쟁 배후에는 아프리카의 광물과 석유자원 등 경제적 이권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한 미국·프랑스 등 서방 강대국의 정보기관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군부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훈련케 한 것도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에 의한 표적 암살도 고발한다. 아울러 산업과 경제정보가 정보기관의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자리잡으면서 정보기관들이 거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추악한 모습도 폭로한다. 그리고 권력의 사유물이 되어버린 시리아·이라크·파키스탄·미얀마의 정보기관들의 음모 등도 상세히 파헤쳤다. ●정보 오용과 왜곡의 결과는 끔찍한 참극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는 거짓으로 판명된 정보 때문에 큰 전쟁이 개시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정보기관의 왜곡된 정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환기시킨다. 당시 문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느냐였다. 하지만 공식주장은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에서 ‘무기개발 계획이 존재한다’로, 이어 ‘무기개발과 관련된 움직임이 있다’로 후퇴를 거듭했다. 정보기관은 단순한 말바꿈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참극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본래부터 애매모호한 절차가 오용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월드 이슈] 태풍의 눈-中 반국가분열법

    중국의 타이완 독립에 대한 무력 저지를 정당화한 ‘반국가분열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4일 제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 폐막일에 통과가 확실시된다. 중국 지도부는 반국가분열법 제정을 통해 타이완 독립에 대해선 무력 동원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와 우려를 표시하며 법 제정의 재고를 촉구했다. 전후 60년을 맞아 새로운 냉전의 기운이 커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반국가분열법은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 동아시아에 미칠 파장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은 채택도 되기 전부터 주변국가들의 반발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완에 대한 무력 공격의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근거법이란 점에서 최악의 경우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군이 타이완을 공격할 경우 미국, 일본의 개입 가능성도 있어 국제전으로 확대될 위험도 있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호주도 병참지원, 기지사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도 있다. 8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경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류 대변인은 “호주가 타이완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전’은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관련국가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만큼 개연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유사시 주한미군을 동북아지역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미국과 일본은 전략적으로나 명분상 중국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타이완의 존속을 원한다. 타이완마저 중국 손에 들어갈 경우 아·태지역의 세력균형의 추가 중국쪽으로 기울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 직후인 지난 1979년 4월 타이완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자위수단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타이완 관계법을 제정, 타이완에 무기판매 등 사실상의 군사지원을 유지해오고 있다. 미·일 두 나라가 전쟁에 무력 개입을 않는다고 해도 경제제재 등 중국에 대한 강도높은 응징책을 채택할 가능성도 높다. 또 ‘세계의 공장’, 중국경제의 순항에 차질이 생기고 기우뚱댈 경우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은 불가피하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경제적 태풍이 되어 밀어닥칠 수도 있다. 당사자 타이완의 반응은 격렬하다.8일 중국 전인대의 반국가분열법 심의가 시작되자 중국을 맹비난하며 강경대응책을 천명했다. 중국 의도와는 달리 독립의지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독립 열망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헌법조항에서 중국 대륙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내용을 삭제하자는 의견에서부터 반분열법에 대항하는 ‘반병탄법’ 제정 의견까지 다양하다. 타이완 정부는 화물전세기 운항 계획 연기 등 양안 개방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류즈젠(劉志堅) 타이완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의 비평화적인 수단이나 경솔한 조치에는 적절한 대응조치로 맞설 것”이라고 결연한 대응 의지를 표시했다. 타이완군은 중국의 공격이 시작될 경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 법이 미·중 및 중·일관계 악화 등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부추기고 중국 견제를 주장하는 중국위협론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동치는 타이완 해협의 문제가 동북아평화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법안마련 경과와 中의 속셈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인민대회당에서 ‘타이완에 대한 4개항의 지침’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평화통일 노력 ▲독립·분열 활동 반대 등은 ‘반국가분열법안’의 예고탄이었다. 4일 후인 8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이 법안은 타이완이 실질적으로 독립을 시도할 경우 즉각 전쟁에 돌입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시나리오로 논의돼 오다가 지난해 5월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 취임 이후 법제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 독립 움직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중국 지도부가 무력 저지라는 ‘마지노선’을 택한 것이다. ‘전쟁불사’의 배수진을 통해 천수이볜 총통의 개헌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중·장기적으로 민진당 등 분리주의 세력의 고립과 친중국 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겨냥했다. 초안은 입법 취지, 타이완 문제의 성격, 평화통일, 비평화적 방식 동원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됐다.▲타이완 독립세력에 의한 분열행위 ▲타이완 분열을 가져오는 중대사건 발생 ▲평화통일 조건의 완전한 소멸 시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비평화적 방식과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중국이 제시해온 ‘평화통일, 일국양제’의 기본 방침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평화통일 8개항 원칙’이 망라돼 있어 향후 양안관계의 최종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들도 법안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선전을 시작했다.CCTV 등 방송들도 긴급 대담을 편성, 내부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군부의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인민해방군 전인대 대표들은 “타이완 독립 기도를 저지하고 외국의 중국내정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했다. 총후근(군수)부 부부장 왕타이펑(王大風) 중장은 “타이완 분리주의자들의 독립기도와 외국세력의 간섭 때문에 군은 강군을 건설하고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며 반분열법 지지를 분명히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가의 반대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정법대학 법률연구센터 샤자쥔(夏家駿) 소장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은 국제적 관례며 미국과 영국 등 모든 국가들도 분열을 반대하는 관련 법률이 있다.”고 일축했다. 법안에 ‘타이완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외국세력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안 통과가 중국 지도부의 주장처럼 ‘국가의 분열을 제지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인지 동아시아 냉전의 새로운 신호탄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 美·日의 입장과 전략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국과 일본은 ‘반국가분열법안’이 성립되어 타이완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선은 평화적 해결이다. 그러면서도 가상 적인 중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두나라 안전보장협의회에서 “타이완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아·태지역 안보의 공동목표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타이완 문제와 관련, 미·일의 정책은 ‘현상유지’다. 미국은 정부 고위관리나 의원 등이 반국가분열법안 처리 움직임을 “양안 관계의 긴장 완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 정부에 법안 통과의 ‘재고’를 촉구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타이완에 대해서도 중국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립을 겨냥한 주민투표나 신헌법 마련 움직임에도 냉정하게 반응하고 있다.‘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며 타이완 독립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한 타이완 무력통일에 반대하고, 타이완에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현상유지 정책’을 밝히고 있다. 이라크 부흥및 중동평화, 유럽과의 관계개선, 북한과 이란 핵문제 등 막중한 외교과제가 산적한 때 중·타이완 긴장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1년 4월엔 “타이완을 돕기 위해 필요한 어떤 일도 할 것”이라면서, 타이완해협에서의 군사개입도 “확실하게 하나의 선택수단”이라고 말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불렀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친타이완 정책을 취했다. 부시 2기에 들어서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취임 직전 의회 증언에서 “중국은 상당히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등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규정했던 부시정권의 본질이 다시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군비증강 정책을 우려하면서 ‘중국위협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호소다 관방장관은 반분열법안에 대해 “양안관계에 영향이 있다고 염려는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외무성 간부들도 “타이완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타이완 독립 저지를 명분으로 한 중국의 무력행사를 법률적으로 용인하는 반분열법이 성립되면 “동아시아의 안정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는 국제여론전을 펴고 있다. 즉, 타이완해협의 긴장 고조는 한반도 문제와 함께 일본과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최대의 불안요인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taein@seoul.co.kr
  • 한국, 노동생산성 G7보다 크게 낮아

    한국, 노동생산성 G7보다 크게 낮아

    한국의 산업구조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산업구조에 접근하고 있다. 반면 산업별 변화 속도가 크게 달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생산성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표한 ‘한국의 산업경쟁력 종합연구’에 따르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은 빠르게 증가했으나 서비스업의 부진으로 전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선진 7개국(G7)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했을 때, 국내 제조업은 57이었으나 서비스업과 농업은 둘 다 32에 그쳐 전체 산업의 생산성은 40에 그쳤다. ●제조업 상승, 서비스업 제자리 서비스업은 80년대 이후 일자리가 크게 늘었으나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늘지 않았다. 고용이 늘었음에도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은 부가가치 비중이 계속 늘었으나 고용은 9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제조업의 생산증가가 고용창출이 아니라 1인당 생산성 증가 등 산업 고도화에 따른 것이 주된 이유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1995년을 기준으로 각 산업의 총부가가치를 취업자수로 나누고 환율은 94년에서 2003년까지의 평균환율을 적용해보면 제조업의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75년 660만원에서 2000년에는 3990만원으로 6배 정도 늘었다. 반면 서비스업의 부진으로 전 산업의 생산성은 75년 700만원에서 2000년에는 2260만원으로 3배 느는 데 그쳤다. 제조업 내에서도 산업별 명암이 달랐다. 중화학업종과 전기전자업종은 1인당 노동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74년 화학 분야의 노동생산성은 1310만원이었으나 2000년에는 6780만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전기·전자는 75년 390만원에서 2000년 7240만원으로 19배 정도나 늘어나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이끌었다. 반면 섬유업은 75년 550만원에서 2000년 1260만원으로 두배 가량 느는 데 그쳤다. 기계는 75년 720만원에서 2000년 2540만원으로 3배 늘었다. ●고용창출 유망산업 발굴 시급 KDI 김종일 연구원은 “서비스업과 제조업 및 제조업 내의 양극화는 제조업의 빠른 구조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며 산업간 기술구조와 기술변화 속도 차이에 따른 것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은 경공업이 쇠퇴하고, 산업활동의 중심도 전기·전자 등으로 너무 빨리 이전돼 마찰적·구조적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간 양극화는 앞으로도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공업에서 사라진 고용창출 기능을 대체할 유망산업의 발굴이 시급하다고 KDI는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쓰나미 철벽대비 최전선’ 日시즈오카현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쓰나미 철벽대비 최전선’ 日시즈오카현

    “시즈오카현을 중심으로 하는 도카이 지역에서 거대지진이 내일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1976년 한 교수가 이처럼 얘기하면서 일본이 잔뜩 긴장했다.100년, 혹은 150년 거대지진(리히터규모 8.0 이상)주기 이론에 따른 분석이다. 이 지역에는 1854년의 안세이 지진 이후 대지진이 없었다. 경고 이후 29년, 아직까지 도카이(東海) 거대지진은 없다. 하지만 “쓰나미(지진해일)를 동반한 도카이 지진 발생이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것에 지진학자들이 동의한다. 따라서 시즈오카현은 일본내 어느 지역보다 지진, 쓰나미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시즈오카 이춘규특파원|인구 379만명(2003년 기준)이 밀집한 시즈오카현은 유라시아지각판, 필리핀지각판, 북미지각판 등 3개의 이른바 지각판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100∼150년을 주기로 거대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500㎞ 이상의 해안선 연안지역에 인구가 밀집, 지난해 말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이후 이 지역의 쓰나미 대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육지에도 관측기기… 사전예보 99% 시즈오카현은 도카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유일하게 사전예보가 가능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각판이 충돌하는 육지에도 여러 곳에 관측기기를 설치, 지진 전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현 방재정보실 미야다 마사토의 설명이다. 151년전 7m가 넘은 쓰나미가 강타했던 쓰루가만 안쪽의 누마즈시. 이 지역 동부의 시즈우라 지구는 인구 7000명 정도의 작은 어촌이다. 바다와 산 사이에 끼어있는 좁은 평지에 주택이 밀집해 있어 쓰나미가 닥쳐올 경우 피난 장소 확보나 예방을 위한 방조제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이 12m 쓰나미 대피山 조성 당국은 쓰나미 엄습시에 대비, 산으로 피할 수 있는 피난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피난센터도 여러 군데 운영하고 있다. 해변에는 높이 12m, 넓이 600㎡로 300명 정도가 긴급 피난할 수 있는 ‘쓰나미산’을 조성해 놓았다. 주민이나 낚시꾼 등이 대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즈우라 지구 일대에는 높이 7m 정도의 긴 방조제에 갑문도 설치, 지역주민들이 관리하도록 했다.50여개소에 고성능 확성기도 설치, 쓰나미 내습시 안내방송을 한다. 시 방재지진과의 이고사와 주간은 “8∼9m의 쓰나미가 신칸센 열차의 두배인 시속 500㎞의 속도로 엄습할 것에 대비, 철저한 사전훈련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카이 지진 발생시 쓰나미 내습이 우려되는 누마즈항에는 내항과 외항을 연결하는 항로상에 지난해 9월 대형 수문을 설치, 쓰나미는 물론 태풍에도 대비하고 있다. 수문의 높이는 9.3m, 중량은 923t으로 일본 최대다. 이 수문은 진도 ‘6약’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를 자동감지, 수문을 5분내에 급강하시켜 완전 폐쇄한다. ●방재시설,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쓰나미의 높이가 5.8m일 때까지 수문을 차단, 해발 2∼3m의 지역에 밀집한 20여만명 시민의 생명을 지키게 된다. 여기서 출발하는 높이 10m 안팎으로 80㎞나 이어진 거대한 방조제도 쓰나미 피해를 막아준다. 따라서 ‘뷰오’로 불리는 이 거대수문은 누마즈시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꼽힌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높이 30m에 위치, 수문 양쪽 기둥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전망대를 설치, 후지산이나 쓰루가만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방재시설이면서도 평소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국내는 물론 외국서도 쓰나미 방재시설 견학자가 많이 몰려들어 “최근 3개월 동안 6만명의 외지인이 다녀갔다.”는 것이 누마즈시 항만과장 이나가키 히데토시의 자랑이다. 그래서 연간 1200만엔(약 1억 2000만원) 정도의 시설유지비나 43억엔의 시설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 차원에서도 쓰나미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3년 전부터는 목조주택의 내진강화 공사를 위해 가구당 30만엔까지 지원해주고 있다.65세 이상 노약자 세대는 별도다. 현 지진방재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 유일한 ‘쓰나미 체험 돔’도 센터 내에 설치돼 있다. 진도 ‘6강’까지의 지진을 체험하는 시설도 갖춰 하루 140명 정도가 견학하고 있다는 것이 마쓰모토 부관장의 설명이다. ●주민 방재조직 5100여개 주민들의 자체 방재조직은 현내에만 510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종합 방재일인 매년 9월 1일 도카이 지진 발생을 상정, 훈련을 실시한다.12월 첫번째 일요일엔 돌연한 도카이 지진급 재해발생에 대비, 지역방재의 날 훈련을 실시한다. 또 7월1∼10일은 쓰나미대책 추진기간으로 설정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1997년에는 시즈오카현이 같은 지진대인 야마나시, 가나가와현 등 인접 지역과 재해대책연합회의를 설치, 합동 연구와 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 현 당국의 철저한 쓰나미 대비에도 불구, 주민들은 남아시아의 30m급 쓰나미 소식을 접한 뒤로는 몹시 불안해졌다고 한다. 시즈우라 지구에서 만난 60대 노인 3명은 “이전에는 피난시설을 믿었지만 이젠 무섭다.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오면 무조건 높은 산으로 피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비한 주민 자치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마쓰다 겐고도 “10m 이상의 거대한 쓰나미가 올 것에 대한 훈련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지진은 추정 이상으로 온다. 지진대비 시설들이 조금은 안심하게 하지만 절대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그것이 한계다.”고 말했다. taein@seoul.co.kr ■日 쓰나미연구 발달한 이유는 |시즈오카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쓰나미 연구 강국이다. 지진해일을 뜻하는 일본어 쓰나미는 국제용어가 됐다. 왜일까. 일본은 100∼150년 주기로 거대지진이 엄습, 쓰나미도 뒤따른다. 쓰나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나미연구의 강국이 됐다. 기록에 따르면 쓰나미(津波)라는 용어는 1611년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의 문서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해저 지진과 화산폭발에 의한 해일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가 됐다. 쓰나미(Tsunami)가 국제 지진용어가 된 계기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일설에는 1946년 알류산열도에 대지진이 일어나 해일이 하와이를 급습했을 때 현지 일본계 신문이 사용, 국제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1968년 미국 해양학자가 국제회의에서 “Tsunami를 학술용어로 하자.”고 제안, 그 이후 시나브로 퍼졌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남아시아 지진해일 때 CNN 등 서방 방송들이 쓰나미라고 칭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는 분석도 있다. 쓰나미의 80% 정도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일어나는 해저지진 때문에 발생한다. 가장 높은 것은 1958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약 520m였다. 인적 피해는 1883년 인도네시아 쿠라카트아화산 폭발 때 수반된 쓰나미로 3만 6000명이 최대였다. 그러나 지난해 남아시아 지진 때 30여만명이 사망, 묵은 기록이 깨졌다. 일본은 산리쿠지진(1896·2만 2000명 사망)과 칠레지진(1960년·61명 사망)에 의한 쓰나미 피해 등의 경험이 있다. 미국, 러시아와 쓰나미연구 경쟁을 하고 있다. taein@seoul.co.kr ■이시가와 지사 인터뷰 |시즈오카 이춘규특파원|지진과 이로 인한 해일(쓰나미) 등 시즈오카현 방재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시가와 요시노부 지사는 “언제든 지진과 쓰나미가 내습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가와 지사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지진대비의 기본 개념을 ▲현민의 생명 지키기 ▲재해 뒤 현민의 생활 지키기(긴급물자 등 피난생활지원) ▲복구작업 조기 완료로 요약했다. 특히 1995년 한신대지진 때 희생자의 80%가 건물붕괴로 발생했던 점을 중시,‘붕괴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금전적·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가와 지사는 시즈오카현은 28년전부터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왔다고 소개했다. 일본 국내나 지난해 말 남아시아 지진 등 세계 대지진 현장에 현직원을 파견, 조사활동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보강하고 있다. 그 결과 방대한 자료가 축적됐고, 지진과 쓰나미 예측기술도 최고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현내 하마오카초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과 관련,“일정 진동 이상이면 자동적으로 작동이 중단되도록 설계돼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20년이상 원전을 가동했지만 문제가 없었고 내진도 강화, 지역주민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대지진으로 멈춰서면 다른 발전소 전력이나 일본내 송전망을 이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진위험지역으로 알려진 이후의 변화에 대해 “현 자체적으로는 물론 중앙정부에 특별 대책을 요구, 지진사전예측 기술을 많이 발전시켰다.”며 5년 단위로 그동안 5차례의 계획을 성사시켜 내진설계를 보강했고 쓰나미대피소와 대피로 등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결과 “쓰나미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99%까지 예보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어 ‘피해 제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즈오카현에는 지진발생이후 강물을 정화하는 일본 최대의 정수회사가 있다. 이시가와 지사는 그러나 지진이나 쓰나미 대책을 본격 산업화하는 문제에는 신중했다.2002년 한·일공동월드컵 등 대형행사 때도 피난유도는 이벤트회사에 맡겼다. 이시가와 지사는 29년전 대지진 경고가 나와 산업이나 관광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공장 등의 재해대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돼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자랑했다. taei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기골이 장대하다.180㎝의 키, 몸무게가 80㎏이 넘는다. 얼핏 운동선수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었다. 또 철학자가 되려고 데카르트와 칸트에 푹 빠지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했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정인(55)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대표적 ‘미국통’이자 ‘북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 강점 그래서인지 현 정부들어 개각 때마다 그는 요직 발탁의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최근에는 주미대사와 대통령 안보보좌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인사권자가 직접 그에게 몇차례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마다 문 위원장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하마평에 오른 이유에 대해 주위에서는 탁월한 친화력과 빠른 분석, 그리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평양에 수차례 다녀오면서 그곳 수뇌부들과 ‘스킨십’이 많았다. 또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3·1절 낮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문 위원장 자택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곧 대문을 열고 나왔다. 등산용 모자에 검은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소의 휴일 같으면 연세대학 연구실에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동북아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연세대학(국가정보론)과 대학원(동아시아국제관계론)에서 일주일에 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안 그래도 인터뷰를 끝내면 연구실에 갈 예정”이라며 웃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설게 짖어댔다. 이 소리에 놀랐는지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위원장은 “우리 장모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째 장모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또 부인이 미국에 가 있어서 장모가 대신 집안일을 봐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시 2층의 서재를 둘러봤다. 책상 주변만 하더라도 국제관계 연구서적 등 책 수천권이 쌓여 있어 평소의 연구활동을 짐작케 했다. 마침 점심 때여서 동네 식당(복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하는 아주머니,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그를 알아보고 “교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찻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 위원장이 현직에 몸담고 있는지라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지체없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의 배경에는 (미국과의)대화 용의에 대한 강력한 러브콜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방언론은 핵보유 선언만 집중보도해 6자회담의 판이 깨진 것처럼 되고 말았다.”면서 “북한은 언제든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평소 미국의 성실한 대화자세를 요구해온 만큼 그 자세 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들맨은 고이즈미 총리가 적임자 이어 리비아의 핵폐기 선언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블레어 영국 총리를 중재자(그는 ‘미들맨’이라고 표현했다.)로 내세워 9개월 동안 비밀리에 협상한 끝에 결국 리비아의 ‘비핵선언’을 이끌어냈다.”면서 “이는 협상과정에서 리비아의 체제 등에 대한 영국과 미국측의 보장 약속, 이에 따른 신뢰감을 리비아측에 심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도 이같은 방법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미들맨 카드는 살아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평양에 몇차례 다녀와 적임자이기도 하다.(블레어 총리처럼)우리도 못할 일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핵해법의 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어야 하며, 둘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주고, 셋째 내정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이 세가지 사항을 미국이 못 들어줄 이유도 없다.”며 미국측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부시정권에는 ‘인권’과 ‘핵’을 앞세운 기능적 북한 전문가들이 확산돼 있다보니 북한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은 북한을 잘 아는 기술적 전문가가 (북한측에)접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이미 약속된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면서 “우리측은 6자회담이 잘 되든 깨지든 상관없이 북한당국이 원하면 언제든 정상끼리 만난다는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장소로 제주도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제주도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표방,‘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채널 가동에 대해 그는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관계당국에서 나름대로 채널을 두고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이밖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6자간 국방장관 및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와 관련,“얼마전 외부강의에서 잠시 언급했다가 해당부처에서 자제요청을 받았다. 자신이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동북아 평화공동체 한국 주도로 “동북아시대를 맞아 개성공단은 제조, 인천은 물류, 서울은 금융허브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시대에 큰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뒤따르겠지요.” 그는 동북아시대위의 추진방향과 관련,“▲하나되는 동북아 ▲네트워크 동북아 ▲열린 동북아 ▲함께 하는 동북아 등 4가지 큰 틀”이라면서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한국이 주도해나가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중·일 공동TV채널과 정기적인 프로축구 시합 등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제주 출신 고교때 투포환 수준급 문 위원장은 1951년 제주시에서 9대째 가문을 잇는 집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조건과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학창시절 운동과 문학활동에 많은 소질을 발휘한다. 씨름과 유도선수로 시합에 자주 나섰고, 특히 투포환 던지기 실력은 도내 최고를 자랑할 정도의 수준급. 또한 도내 백일장에서 시와 수필 등으로 여러차례 장원을 차지한다. 1970년 연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칸트와 유교철학을 원전으로 공부하며 철학세계에 푹 빠진다. 이때 ‘역사와 철학’이 접목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연세대학보 ‘연세춘추’ 기자 및 편집국장으로 활약하면서 몇차례의 시화전을 통해 끼를 발산한다. 그러던 72년 학보 편집국장의 자격으로 미 국무부에서 초청하는 아시아·태평양 10개국 학생지도자대회에 참석해 3개월 동안 미국의 주요한 몇 곳을 견학했다. 귀국 후 3학년 1학기 때 군입대를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정보사령부에 배치됐다. 이때 이수혁 외교통상부차관보와 사수-조수로 함께 근무했다.75년 군 제대 직후 친한 선배의 권유로 이슬람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이슬람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영어로 된 이슬람 관련서적 10여권을 번역했다.3년 뒤에는 미국으로 메릴랜드대로 건너가 5년만에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94년부터 연세대에 몸담아왔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현 참여정부에서는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을 전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관급 자문기구여서 한 달에 고작 102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조찬 강연 및 각종 간담회 등에도 부지런히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3월 제주 출생 ▲69년 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77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78∼81년 미 메릴랜드대 조교 및 강사 ▲81년 메릴랜드대 정치학 석사 ▲84년 동 대학 정치학 박사 ▲85년 윌리엄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87년 켄터키대 정치학과 조교수, 게리하트 상원의원 자문위원 ▲87∼88년 인하대 정외과 조교수 및 학과장 ▲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태평양국제대학원 초빙교수 ▲94년 한국정치학회 국제위원장 ▲94년 연세대 정외과 교수 ▲98년 국방부 자문위원 ▲99년 청와대국가안정보장회의 자문위원 ▲2002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2004년 6월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추진위원장(장관급) km@seoul.co.kr
  • ‘강한 중국’ 천명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 헌법상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10기 3차회의가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다. 자문회의 격인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는 전인대보다 이틀 앞선 3일에 열려 12일 폐막된다. 열흘 일정인 전인대 회의를 통해 중국은 경제와 사회를 함께 발전시킨다는 ‘사회주의적 조화사회론’을 새 국정이념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국가중앙군사위 주석까지 차지, 완전한 ‘후진타오 시대’를 열게 된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하고 유사시 타이완에 대한 무력행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반국가분열법’을 심의, 통과시킬 방침이다. 국무원은 ‘2005년 정책목표’를 담은 정부 공작보고서를 발표하고 전인대 상무위원 보선과 군부 및 일부 장관급 인사도 예상된다. ●후진타오의 명실상부한 권력장악 후 주석은 지난해 9월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에 이어 장쩌민(江澤民)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으로부터 마지막 남은 공직을 승계받는다. 이로써 장 주석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후 주석은 2003년 전인대 1차회의에서 형식상 중국 최고지도자가 된 뒤 2년 만에 권력승계를 모두 마무리짓는 것이다. 중국 국영 CCTV는 지난달 25일 후 주석을 ‘중앙 영도의 핵심’으로 지칭,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고지도자임을 시사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인대 상무위원 보선과 군부 인사를 통해 친 후진타오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 확고한 권력기반 구축작업이 예상된다. ●새 통치이념 설정 4세대 지도부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조화로운 사회 건설’이 전면으로 부각된다. 조화 사회론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분배 불균형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갈등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념적 지표로, 덩샤오핑(鄧小平)이론, 장쩌민의 3개 대표론에 이은 후 주석의 통치철학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발전전략을 유지하되 그동안 성장과정에서 소외됐던 농민 계층과 도시 실업군에 대한 분배 정의를 강조할 예정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맞는 역사적 전통과 민족의 우수성 및 건전한 도덕관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반(反)분열법 통과 타이완 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반국가분열법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전인대 개막 나흘째인 8일 심의될 이 법은 타이완에 대한 경제제재와 해협 봉쇄 등 ‘비평화적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향후 타이완은 물론 타이완의 실질적 후원국인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3농 우대정책 집중 검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국무원을 대표해 발표할 ‘정부 업무보고’도 관심거리다. 중국 언론들은 ▲과학기술 발전 ▲거시경제 조정 ▲농업 진흥 등을 올해의 중점 정책과제로 꼽고 있다. 농업과 농민, 농촌을 일컫는 이른바 ‘3농(農)’ 우대정책이 집중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서방 언론들은 군 현대화를 위한 두 자릿수 증가율의 새 국방 예산안에도 큰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oilman@seoul.co.kr
  • 지구촌 ‘양심수의 벗’ 피터 베넨슨 타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AI)의 창설자인 인권운동가 피터 베넨슨이 25일 사망했다.83세. 브렌던 패디 AI 대변인은 26일 베넨슨이 런던 서부 옥스퍼드의 존 래드클리프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AI측은 “평생 불의를 비전과 용기로 맞서온 베넨슨의 행동은 전세계 감옥과 고문실, 죽음의 수용소에 빛과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고 애도했다. 영국의 변호사였던 베넨슨은 40세이던 1961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카페에서 자유를 위해 건배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투옥된 2명의 포르투갈 학생의 석방운동을 계기로 AI를 창설했다. 당초 1년간의 한시적인 조직으로 발족됐던 AI는 지지자들의 후원에 힘입어 전세계 180만여명의 회원과 160여국에 지부를 둔 세계 최대 인권단체로 성장했다. 이튼 스쿨을 거쳐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1950년대초 노동당과 노동변호사협회에 가입, 스페인 노동운동가들의 재판 감시인으로 파견되기도 했으며 그 뒤 10여년 동안 남아프리카, 헝가리 등에서 법률 구조활동을 폈다. 또 남아공 보안기관의 인권유린행위를 폭로했으며, 서방국가들의 공평하고도 독립적인 인권유린행위 방지 정책 확립에도 기여했다. AI는 이데올로기와 정치·종교상의 신념이나 견해 때문에 체포, 투옥되거나 부당행위를 받고 있는 양심범들의 석방과 공정한 재판, 옥중 처우개선 등을 위해 전세계적인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AI는 그동안 2만여명의 양심수를 석방시켰으며 이 공로로 1977년에 노벨평화상,1978년에 유엔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이란 방문·이라크서 철군계획” 유시첸코 ‘美 심기’ 왜 건드나

    친서방을 표방한 빅터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고 이라크에서 병력을 뺄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미국이 결코 반기지 않을 이같은 행보의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은 이란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 핵 개발을 중단하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라크 안정화 계획이 완료되기도 전에 파병 규모로 6위인 우크라이나 군의 철수는 미국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그러나 유시첸코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는 유럽연합(EU)에의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EU와 합의한 협력안을 이행하기 위한 개혁을 가속화할 것도 다짐했다. EU는 21일 우크라이나의 경제개발을 위해 유럽의 투자은행으로부터 2억 5000만유로의 대출을 보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서의 부패와 조직범죄를 줄이고 선진국 수준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 목표 시기로 정한 2007년까지 예산적자와 피폐한 경제회복이 급선무다. 따라서 현재의 난관을 뚫기 위해 러시아나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유시첸코가 대통령 취임 다음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에 적극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유시첸코가 올 상반기 중 이란을 방문한다는 발표도 현실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란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유전개발·선적 및 우주항공산업 등에 공동투자,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라크에서의 병력 철수는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 사항이다. 게다가 공산당 등 야당이 유시첸코 취임 첫날부터 이라크에서의 병력 철수를 요구, 미국과의 관계 흔들기에 나섰다. 내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고 언젠가 철수할 병력이라면 조기에 발표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유럽이 이란과 이라크 정책에서 미국과 100%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시첸코의 과감한 결정에 도움이 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러시아식 민주주의 비판말라”

    |모스크바 AFP 연합|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역사와 전통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 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슬로바키아 방문에 앞서 크렘린에서 슬로바키아 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채택했지만 그 제도는 러시아의 특별한 필요에 따라야 하며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해 민주 과정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14년 전 소련 붕괴 직후 다른 나라가 아닌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4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과 이라크·이란 문제 등의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는 민주주의와 법치 확립을 위해 새롭게 힘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 儒林(28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8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퇴계는 둘째아들 채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전해오는 기록에 의하면 가난하여 장례 치를 형편이 못되어 장비를 빌려 쓸 지경이었으며,2월의 봄추위인데도 눈보라가 심하여 가매로 묻어 놓고 뒤에 이장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채의 무덤은 사후 10년 후에야 외할아버지 선산에 이장될 수 있었는데, 지금의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무하리 고망봉 산기슭에 묻혀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둘째아들 채와 정혼을 했던 며느리였다. 비록 혼례를 올리진 못하였지만 정혼을 한 처지였으므로 며느리는 어쩔 수 없이 생과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조선시대의 법도는 ‘여자는 삼종(三從)의 의리가 있어 다시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즉 결혼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기르며 아들을 따라야 했는데, 이를 삼종지도(三從之道)라고 했던 것이다. 따라서 며느리는 혼례를 올리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정혼을 한 이상 퇴계의 집식구였던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해 퇴계는 가슴 아파하였다. 자신이 성리학의 대가였으므로 이를 어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퇴계는 뒤채를 거닐다가 며느리 방에서 인기척이 있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란다. 방안에서 며느리가 어떤 사람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퇴계는 크게 놀라 가까이 다가갔는데, 방안에서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서오세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 줄 아세요.” “나도 당신을 보고 싶었소.” 그렇다면 뒤채에 홀로 살고 있는 며느리가 외간남자를 불러들여 정이라도 통하고 있단 말인가. 크게 놀란 이퇴계는 문틈으로 방안을 엿보았는데, 잠시 후 벌어진 방안의 풍경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며느리는 베개에다 남편의 옷을 입혀놓고 밥상을 차려 베개에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주며 혼잣말을 하면서 슬피 울고 있었던 것이다. “서방님 이 음식은 아주 맛이 있어요.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며느리는 다시 혼잣말로 남자 목소리를 흉내 내며 혼자서 대답하였다. “역시 당신의 음식솜씨는 최고요.” “그러니 이제 자주 오세요.” 현진건의 ‘P사감과 러브레터’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이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었던가 아니면 다만 야담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인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 이퇴계가 며느리를 친정으로 되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아내를 버리거나, 내보내거나, 쫓아버리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이혼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사정파의(事情罷議)라 하여서 의절하여 내보내는 일은 있었던 것이다. 이때는 의절의 증표로 아내가 입던 저고리의 깃을 자르는데, 이를 할급휴서(割給休書)라 했던 것이다. 원래는 남편이 아내가 입던 저고리의 깃을 자르는 것으로 소유권을 포기하는 의식이었는데, 아들은 이미 죽었으므로 퇴계는 은밀히 며느리를 불러 혼례 때 입으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며느리의 갑사저고리의 깃을 자신이 직접 가위로 잘라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퇴계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제 너는 우리 집 귀신이 아니라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로써 너는 부부로서 인연을 끊고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다시는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멀리 떠나서 새생활을 하도록 하여라.”
  • “北설득 中國만 믿는다”

    중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주변국의 시선이 온통 중국에 쏠린 상태다. 중국과의 전화통화나 중국을 찾는 발걸음도 줄을 잇고 있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좀더 강하게’ 북한을 설득해줄 것을 계속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중국도 매우 당혹해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성과를 기대하는 시선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17일 한 소식통은 전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진전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이 앞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것 자체가 중국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의 심기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중국 특사가 간다.’고 말했을 때 중국쪽이 굉장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외교가의 한 인사는 소개했다. 일부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미국이 이번 일로 북핵에 대한 중국의 해결의지를 가늠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중국의 역할에 금이 갔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보는 서방 언론도 많다. 그러나 김하중 주중대사는 “중국은 얼마만큼 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원조를 북한에 해왔고 그런 만큼 그 영향력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북·중간 15개의 도로가 있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몇개를 보수하느라 물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문제는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의 여부다. 김 대사는 “중국이 대북카드를 쓸 경우 파생되는 반작용이 있는데 현 단계에서 써야 할지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직은 설득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역으로 받아들인다.“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도 압박의 형태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밸런타인데이 콘돔·비아그라 불티

    베이징의 칭런제(情人節·밸런타인데이)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뜨겁다. 급속히 유입된 서방 문화에다가 과감한 성개방 풍조까지 더해진 탓이다. 특히 올 칭런제는 춘제(春節·설날) 휴가와 이어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욱 극성스러운 밸런타인데이를 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아그라와 콘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 베이징(北京)의 한 약국 주인은 “작년보다 판매량이 40∼50%가 늘어났다.”며 “밸런타인데이는 우리에게 황금 시즌”이라고 즐거워했다.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과 쉬옌(許燕) 교수는 “편안한 분위기가 남녀간의 생리적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은 ‘연인의 날 만찬(情人盛宴)’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장쑤(江蘇)성 성도 난징(南京)의 5성급 호텔 좡위안러우(狀元樓)는 1인당 2999위안(40만원)짜리 만찬을 내놓았다. ‘천상인간(天上人間)’이란 이름의 이 만찬은 바다가재, 프랑스 거위간 요리 등 별미 요리와 함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압권이다. 일부에서는 의미있는 애정공세도 펼쳤다. 광저우(廣州)에서는 2만여명의 연인들이 ‘백년 애정나무(百年情人樹)’를 심고 연인의 이름을 돌에 새기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독신 남녀들의 인터넷을 통한 공개 연인 찾기도 붐을 이뤘다. 신랑(新浪),21스지(世紀), 첸룽(千龍) 등 웬만한 대형 인터넷 사이트마다 ‘독신파티’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신상 명세서를 올린다.‘칭런제 저녁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자.’는 유혹이 쇄도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를 가져가세요. 당신의 칭런제를 따뜻하게 보내세요.”라는 대담한 문구로 유혹의 손길을 내뻗고 있다. oilman@seoul.co.kr
  • 실종 낚시객 4명 이틀째 수색

    완도해양경찰서는 13일 선박충돌로 실종된 낚시객 4명을 이틀째 수색하고 있다. 앞서 12일 오전 7시22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북서방 6.5㎞ 해상에서 전남 강진 마량선적 7.93t급 낚시어선 해마레저호(선장 조진상·45)와 중국 활어운반선 884t급 푸위안위호(선장 렌첸·40)가 충돌해 낚시어선에 타고 있던 4명이 실종되고 선장 조씨는 중국선박에 구조됐다. 완도해경은 경비함정 14척과 관공선, 민간선박 등 모두 48척의 선박과 제주, 목포해경에서 지원한 헬기 2대를 동원, 사고현장 주변 반경 20㎞를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으며 경찰관, 민간인 80여명도 해안가를 수색하고 있다. 완도해경은 또 수색을 통해 침몰된 해마레저호의 선박신호포판과 실종된 낚시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낚시가방 2개, 쌍안경 등을 인양했다. ◇실종자 명단 ▲박성용(46·전남 강진군 강진읍) ▲김옥서(46·전남 강진군 강진읍) ▲곽수호(34·전남 해남군 해남읍) ▲최주호(38·전남 강진군 군동면)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