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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러 ‘미국견제’ 의기투합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견제’에 진전된 의기투합을 이뤄냈다.23∼24일 중국을 방문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신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비난했다. 공동성명은 미국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무기확산 금지 노력에 배치된다.”며 사실상 미국을 공격했다. 양국이 그동안 MD를 비판한 적은 여러 번 있으나 문서화한 것은 처음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베이징대에서 1000명의 중국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모든 국가가 이를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양호한 관계는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중추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하는 등 중국·러시아 관계의 의의에 대해 20분간이나 열변을 토했다. 그는 역시 `중·러 관계 강화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질서를 두 나라가 힘을 합해 타파해 나갈 뜻을 피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과는 달리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서방이 아닌 아시아에 두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jj@seoul.co.kr
  • 아가씨 20여명 띵호아

    아가씨 20여명 띵호아

    불과 5개월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20여명의 아가씨를 갈아댄 「비단이 장사 왕(王)서방」- 그는 돈자랑을 하며 밤마다 아가씨들을 갈아댔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아가씨들이 노렸던 그의 돈은 가짜. 경찰에서 『한국 아가씨 띵호아, 돈만 있으면 띵호아』를 연발했다는 그의 엽색행각을 들여다보면. ● 밤마다 “더 예쁜 아가씨” 를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대는 지난 24일 낮 제2한강교 입구에서 중국인 정계수(鄭啓秀)(48·「홍콩」덕보로중(德輔路中)3137서(棲)A좌(座)를 잡아 위조 「달러」수입 및 사용, 관세법 및 홍삼판매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잡혔을때, 차고있던 「오메가」시계를 풀어주면서 『잘 봐달라』고 사정하더라는 정은 가짜 「달러」의 출처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다물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엽색행각만은 『띵호아』를 연발하며 떠벌리며 달콤했던 「핑크·무드」를 아쉬워했다. 그가 사귀었던 여성은 외국인 상대의 「콜·걸」을 비롯 자칭 여대생, 요정 「호스테스」와 얼굴「마담」등 가지각색. 그의 단골이었다는 명동의 D관과 종로2가의 S정 에서는 「인삼장수 정서방」이 왔다하면 아가씨들이 서로 맞으려고 다툴정도로 그의 인기가 좋았다고. 고급 「콜·걸」인 배(裴)모양(23)과 권(權)모양(22)은 번갈아 「호텔」로 정을 찾아 다니며 『오직 나만이』를 호소하며 쟁탈전을 벌였다고 정의 비서겸 통역이었던 화교 왕(王)모양(22)은 전한다. 『밤마다 여자를 바꾸어 더 예쁘고 상냥한 아가씨를 찾기 일쑤였다』는 정은 하룻밤에 1~2백$씩을 주는 등 비교적 후한 화대로 여자들을 낚았다고. S요정의 H「마담」(29)은 정씨가 홀아비인데다 돈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정을 「호텔」로 자주 찾아 왔으나 왕양의 퇴짜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 15일밤 통금시간 가까이 왕양이 없는 사이에 육탄공격으로 정의 사랑을 하룻밤 차지했다고 한다. 그의 가 가짜인 것이 탄로 난것도 화대때문. 왕양이 맡아 갖고 있던 미화 7천5백$ 중에서 2백$를 정의 허락을 받지 않고 김(金)모양(22)에게 줬는데 이 돈이 가짜였던 것. 지난 24일 아침 9시30분 중구 충무로1가 N다방에서의 일이었다. 그 전날밤 정이 김양을 데리고 잤기 때문에 화대로 지불했던 것. ● 가짜 「달러」에 취한 여자들 불뿜는 독점(獨占)싸움 벌이고 이 7천5백 「달러」도 정이 지난 21일 왕양에게 맡겨 놓았던 것인데 왕양은 전연 가짜인줄 몰랐다고. 김양은 왕양의 소개로 정과 사귄 가장 최근의 아가씨인데 이돈을 받아 남대문시장에서 암「달러」상에게 바꾸다 들통이 난것. 김양은 H대학에서 재학중이라고 했으나 경찰조사 결과 명동 모「살롱」의 「호스테스」로 밝혀졌다. 다른 여인들이 받아간 「달러」도 가짜였는지도 밝혀지지 않고있다. 정은 왕양에게 모두 세차례에 걸쳐 한국돈 10만원을 꿨는데 그대신 「달러」를 맡겨 놓았다는 것. 정은 「호텔」과 요정에서 「달러」를 방지 않는다고 돈을 꿔가면서 왕양에게 가짜 「달러」이외에 「다이어」반지 5개와 「루비」반지 1개를 맡겨놓기도 했다고. 왕양이 정에게 채용되기는 지난 4월초. 한달 1백$를 받기로한 통역 겸 개인비서였다. 정은 D「호텔」907호실을 빌어 사무실겸 침실로 사용했다. 하오10시에 출근, 저녁 10시안팎으로 퇴근을 했는데 퇴근무렵에는 여자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걸려왔고 또 찾아오는 아가씨도 많아 일일이 기억할수도 없었다는 것. 특히 정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정모양(25)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고, 그때마다 정은 왕양에게 빨리 퇴근하라고 성화를 부렸다고한다. K대학 관광과 1학년을 중퇴했다는 정양은 보기드문 미인. 신촌에서 여인숙을 하는 집의 딸이라고. 정은 왕양에게도 유혹의 손길을 자주뻗쳐 피하느라고 혼이났었다는 왕양의 말. 왕양은 S여사대 영문과 1년을 다니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그만두고 홀어머니와 어린동생들을 돌보고 있는 처지. 왕양은 그동안 정이 사귄 한국 아가씨는 줄잡아도 20명을 넘을 것이라고 손가락을 꼽았다. 정이 한국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69년 봄부터이므로 여자관계는 더 복잡할 듯. 경찰조사결과 정이 우리나라에 뿌린 가짜 「달러」는 모두 8백$. D「호텔」에서 진짜 1천$에 끼어 1백$를 바꾸어 썼고 김모씨에게 교제비로 준 2백$도 가짜였다고. <안태석(安泰錫)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8월 8일호 제4권 31호 통권 제 148호]
  • 레바논 내전위기 돌파구 모색

    내전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로 치닫던 레바논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레바논 여야 14개 정파 대표들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틀째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BBC 등 외신들은 “레바논의 라이벌 정당 지도자들이 최근 며칠간 최소 65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파벌간 불화를 끝내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으며 거국내각 구성을 통한 권력분점과 선거 개혁문제도 집중 논의했다고 BBC는 전했다. 아랍연맹이 중재한 이번 회담에서 레바논에 평화정착의 물꼬를 틀 타협안이 나왔다. 여야는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공동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타협안이 나오기 직전 양측은 한발씩 양보했다. 여당은 헤즈볼라를 옥죄는 두 조치를 철회했고, 야당은 그 답례로 베이루트에서의 연좌시위를 끝내고 거리 바리케이드를 제거했으며 베이루트 국제공항 재개통을 허용했다. 카타르도 최대 현안인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와 관련해 2단계 해결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권고안은 1단계로 헤즈볼라가 보유 무기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2단계로 새 대통령 선출 후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를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1975년부터 15년 간 내전을 벌였던 레바논은 1990년 헌법 개정을 통해 정국이 다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친서방정책을 표방하는 주도세력인 기독교도 및 수니파와, 인구가 가장 많으면서도 정권에서 소외된 시아파 사이에 갈등이 깊어 정국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집권세력이 안보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간주하는 헤즈볼라는 원래 시아파 민병대로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1989년 타이프 협정에 의해 다른 정파들이 보유 무기를 넘길 때 이를 거부했다. 또한 2006년 7월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과 직접 전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금도 소규모로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 서정민 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레바논은 인구 구성이나 종파 분열, 주변국의 개입이 잦아 구조적으로 화합을 이뤄 내기 힘들다.”면서 “시아파를 만족시킬 만한 권력분점안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女談餘談] 우리가 정말 바라는 정부/이순녀 국제부 차장급

    [女談餘談] 우리가 정말 바라는 정부/이순녀 국제부 차장급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면 그 나라의 총체적 수준과 위상을 알 수 있다. 돈만 많다고 상류층이 아니듯 제아무리 경제대국이라도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기본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올해 유난히 힘든 해를 보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도약대 삼아 선진국 진입을 꿈꿔온 중국으로선 티베트 사태, 산둥성 열차사고, 그리고 쓰촨성 강진으로 이어지는 잇단 악재는 차라리 형벌에 가깝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번 지진 피해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위기 대처 능력은 예상 밖이다. 지진 발생 직후 원자바오 총리를 현장에 급파해 구조활동을 진두지휘하게 하는 등 전례없이 빠르게 대응했다. 외국의 구호물자와 구호팀을 받아들이는 데도 유연하다. 관영언론의 적극적인 보도 역시 이례적이다. 불과 얼마 전, 티베트 사태 때만 해도 사건을 감추고 통제하기 바빴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변화라는 게 서방 언론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티베트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고, 사이클론 피해는 아랑곳없이 정권 연장만 골몰하다 국제적 지탄을 받은 미얀마 군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았을 수도 있다. 물론 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눈가림용’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중국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침착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의 가치가 빛을 잃는 건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중요한 건 중국 정부가 머리를 숙여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고, 국민은 그런 정부를 든든한 울타리로 느끼며 결속력을 다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국민이 재난에 처했을 때 한시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 이전에 재난이 닥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캐면 캘수록 의혹투성이인 미국산 쇠고기 협상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우리 정부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순녀 국제부 차장급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잘나가는 룰라의 ‘좌파 실용주의’/최종찬 국제부 차장

    [데스크시각] 잘나가는 룰라의 ‘좌파 실용주의’/최종찬 국제부 차장

    브릭스의 대표주자인 브라질이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수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온 브라질은 올 성장률이 4.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도 파란 불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최소 3∼4년간은 4∼5%의 실질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브라질이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룰라 다 실바대통령의 실용주의적인 좌파실험 때문이다. 그의 개혁정책이 성장과 분배 두 토끼를 모두 잡았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그는 지난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브라질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했다. 먼저 방만한 정부재정을 긴축 모드로 전환했고 세금제도도 고쳤다. 무엇보다 취임 첫 해부터 공무원 연금제도에 칼을 댄 것이 주효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일반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배가 넘는 연금을 받았다. 그는 공무원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를 높였고 액수도 일반 직장인 연금에 맞게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얻는 데 주력했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했다. 연금기득권자들도 손가락보다 반지를 잃는 게 낫다면서 공감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때문에 연금 개혁은 성공했고 나라의 곳간이 건강해졌다. 또 하나는 서방의 우려와는 달리 시장친화주의 정책을 펼쳤다. 경제 규제를 대폭 풀면서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1980년대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주식과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본이 몰려들면서 인기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지난 5년간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191%에 이른다. 수출도 3배나 늘었고 무역수지 흑자도 2배로 늘었다. 특히 무역흑자가 쌓이면서 브라질이 역사상 처음으로 순채권국이 됐다.80년대 외환위기에 빠져 두 차례 외채상환유예를 선언하는 등 빚을 달고 살다가 돈을 빌려주는 나라가 된 셈이다. 김원호 외대교수는 “재정 적자와 외채를 줄이기 위한 재정책임법을 완수한 룰라의 실용주의 좌파노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물론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브라질은 2006년부터 석유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상파울루주 대서양 연안의 산토스만에서 매장량이 50억∼80억배럴로 추정되는 심해유전을 발견했다. 이 유전의 발견으로 브라질 석유 매장량은 200억배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룰라는 브라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남권 외대 중남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브라질의 경제 호황은 룰라의 지속적인 개혁정책, 국제 농산물과 지하자원 가격의 급등, 주변국과의 안정적인 교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룰라는 또한 경제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도 걷고 있다. 핵 잠수함을 2016년까지 만들 계획이다. 지금 브라질에서 룰라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지지율이 70%를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선인 룰라대통령이 3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러시아를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재 부상시킨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자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지도자로 대접받고 있다. 룰라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그는 중남미 맏형으로 남미 입장을 대변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릴 것”이라는 박원복 외대 교수의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한국 지도자들도 룰라 대통령의 이런 실험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 불길 뛰어든 어미 까투리는…

    “까투리 이야기 써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아지똥’의 작가 고 권정생이 3년 전 봄, 출판사에 보낸 편지글이다. 지난해 5월 타계한 작가의 유작 그림책이 나왔다.‘엄마 까투리’(김세현 그림, 낮은산 펴냄)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뚝뚝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이야기 짜임새는 간결하다. 갑작스레 덮친 산불. 아홉 마리 새끼들을 혼자 돌보던 어미 까투리는 어찌할 줄을 모른다. 다북솔 아래서 ‘삐삐’ 울어대며 우왕좌왕하는 새끼 꿩들. 뜨거움을 참지 못해 순간 하늘로 날아올랐던 까투리는 그러나 금세 다시 불길 속으로 날아든다. 그러고는 두 날개 안에 새끼들을 꼬옥 쓸어 안는다. 행여나 불길이 새끼들을 덮칠까봐…. 숨돌릴 겨를도 없이 들머리부터 독자를 바짝 긴장시키던 책에는 분위기 반전 장치도 놓였다. 산불이 꺼지고 난 사흘쯤 뒤. 아랫마을 나무꾼 박서방이 느릿느릿 이야기 속으로 걸어들어와 2막을 연다. 새까맣게 타버린 까투리 품속에서 새끼 꿩들이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가 살아 있었다니! 재가 돼버린 어미를 떠나지 못한 채 맴도는 새끼들 모양새에 끝내 가슴 먹먹해지고 만다.“꿩 병아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모이를 주워 먹다가는 밤이면 앙상한 엄마 까투리 곁으로 모여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냄새가 남아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보듬고 잠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동양화풍의 필선이 꿈틀대는 그림에 감동이 더 진해진다. 초등 저학년까지.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

    27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회담은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하고 동북아 역학구도를 재정립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힌 두 나라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일 3국간 전통 우호관계 복원이라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떤 형태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느냐를 가름하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번 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준에서 종래의 한·중 관계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였다면,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제의했던 ‘전략적 협력관계’를 중국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제의해 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기류 변화를 내보이는 대목이다. 당시만 해도 북한을 의식해 우리측 제의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중국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달라진 친미·친일 행보 앞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셈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종래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비전략적 개념인 반면 전략적 협력관계는 협력의 범위가 경제뿐 아니라 환경·기후변화·자원 등 거의 모든 영역의 글로벌 이슈로 넓어지고 대화 채널도 다양화·정례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시작되는 것이 협력관계 강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 한해에만 일본 도야코 G8(서방선진8개국) 정상회의, 베이징 아시아·유럽(ASEM) 정상회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통해 7∼8차례 회담을 갖게 된다.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 활성화와 대화채널 다각화 외에 경제·통상 분야의 실질적 협력 확대방안, 북핵 및 대북정책 공조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기술(IT) 및 환경·자원·에너지 협력, 과학기술·항공분야 협력, 교역규모 확대, 청소년 및 교육분야 교류 증진, 유엔,APEC·ASEM 등 다자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방중 일정도 이같은 의제와 연결돼 있다. 12명으로 짜여진 공식수행단에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여, 중국측과 한·중 생명기술(BT) 확대 약정서와 한·중 고등교육 학위 상호인정 양해각서,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 소프트웨어 협력 양해각서 등을 맺는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세르비아 총선 ‘경제 실리’ 택했다

    세르비아 국민의 선택은 단호했다. 언제까지 민족적 자존심에 발목잡혀 경제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가 11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 세르비아 선거위원회는 12일 유럽연합(EU)가입을 공약으로 내건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 주도 연합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친서방 연합세력은 38.8%의 지지율로 제1당에 올라선 반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한 EU를 비난하며 친 러시아 전략을 내세운 급진당은 29.2%의 지지율에 그쳤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민주당을 이끄는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세르비아가 유럽으로 가는 길에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고 말했다.EU 의장국 슬로베니아와 프랑스 정부는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급진당이 민주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던 점에 비춰볼 때 예상 밖의 일이다. 지난 2월 대선에서 타디치 대통령에게 패한 극우 민족주의자 토미슬라프 니콜리치의 급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세르비아 민족의 성지인 코소보를 지키기 위해선 EU에 절대 가입해서는 안 되며 세르비아를 지지하는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타디치 대통령은 “EU가입이 오히려 코소보 독립을 저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EU의 일원으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직전 EU 17개 회원국이 세르비아 국민의 비자 면제 혜택을 결정하고, 이탈리아의 피아트 자동차가 세르비아 현지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하는 등 EU국가들도 적극적인 지원 작전을 폈다. 30%의 높은 실업률과 낙후된 경제현실에 시달리는 국민은 결국 급진당의 ‘민족 자존심’보다 민주당의 ‘경제 실리’에 더 큰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EU연합 가입이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친서방 연합이 의회에서 차지할 의석이 전체 250석 가운데 103석으로 과반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7석을 확보한 급진당과 치열한 세력 규합 대결을 벌여야 한다. 현재 온건민족주의자인 코스투니차 총리의 세르비아민주당이 30석,2000년 축출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사회당이 20석, 자유민주당이 13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셈법이 쉽지 않다. 애초 타디치 대통령과 연정을 구성했던 코스투니차 총리와는 의견 차이가 커서 재결합이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이념적 성향이 다른 사회당이나 코소보 독립을 유일하게 지지하는 자유민주당과의 협력을 꾀해야 한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中, 하이난 핵잠수함 기지 시인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하이난(海南)성에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그동안 중국은 서방 언론들의 이런 보도에 대해 중국 해군의 진출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부인해왔었다.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광범위한 해안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 국가의 영해 주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방의 신성한 책임”이라고 말해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핵잠수함 기지 건설을 서방이 주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국방과 경제 건설을 통해 다른 국가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jj@seoul.co.kr
  •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 오늘 취임] 푸틴 대리냐… 권력 실세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3) 러시아 제1부총리가 7일 블라디미르 푸틴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다. 소련이 붕괴하고 1991년 러시아가 탄생한 이후 보리스 옐친(1·2대,91∼99년), 푸틴(3·4대,2000∼2008년)에 이어 5대 대통령이다. 사상 최연소로 크렘린궁을 차지하지만 그가 진정한 ‘메드베데프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정치적 대부(代父) 푸틴의 지원 덕에 대통령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집권 단계에서 푸틴의 후광은 멍에가 될 수도 있다.푸틴의 ‘강한 러시아’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권위주의 타파, 경제구조 개선 같은 개혁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까다로운 임무가 놓여 있다. 게다가 ‘푸틴과 권력을 나눠 가지는 양두(兩頭)체제에서 그가 진정 맘껏 웃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성장·물가안정 두 토끼 잡기 메드베데프는 전임자로부터 경제호황과 풍부한 외환보유액이라는 든든한 곳간을 물려받았다. 푸틴 재임 중 러시아는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연평균 6.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원에 의존하는 푸틴식 경제 구조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원유와 가스 개발 등 에너지산업이 러시아 총수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현 경제구조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5일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도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과열로 인한 물가상승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년간 평균 10.5%였고, 이달 들어 14%까지 뛰었다.국영 VTB은행의 니콜라이 카시체예프 연구원은 “지도층은 물가상승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한다.”면서 “하지만 물가상승은 크렘린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금으로 연명하는 빈민층이 인구의 30%에 달할 정도로 심한 빈부격차도 골칫거리다.●강경일변도 외교정책 변화 오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푸틴에 비해 친서방 성향이 강한 메드베데프의 등장에 기대를 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금지문화인 서구의 록음악과 청바지를 즐긴 자유주의자 기질에다 국영 에너지업체인 가스프롬의 이사장 재임시 서구의 기업인들을 자주 접한 경력 등이 서방의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줄곧 국영기업에 대한 외자 유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메드베데프도 푸틴 못지않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대서방 정책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일단 동유럽미사일방어(MD),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무기 감축 협정 등으로 꼬인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취임 초기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또 최근 전쟁위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인접 그루지야 공화국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갈수록 멀어지는 EU-中] 中서 까르푸 불매이어 폭탄 협박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무분별한 민족주의의 발호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며 ‘이성적 애국’ 회복에 대대적인 선전전을 개시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통해 확산중인 민족주의를 급제동시키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인 밀집지역인 베이징 왕징(望京)의 까르푸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한때 비상이 걸렸다고 홍콩의 빈과일보가 24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협박전화는 지난 22일 걸려왔으며 경찰은 쇼핑객들의 혼란을 우려, 손님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수색 작업을 벌였고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신지는 베이징 시내 시청(西城)의 한 공중전화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범인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AP는 영어교사인 미국인 제임스 갤빈(22)이 지난 20일 후난(湖南)성 주저우(株州)시 까르푸점에서 쇼핑을 하고 나오다 10여명의 시위대와 험악한 대치상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경찰 보호로 폭력사태 없이 귀가했으나 갤빈은 프랑스인으로 오인돼 폭행을 당할 뻔했다. 이를 계기로 갤빈이 재직중인 학교는 외국인 교사들의 외출 때 중국인 직원을 동반시키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중국을 모독한 데 대한 CNN의 미흡한 사과가 미국 하원의 반중국 결의안 통과와 맞물려, 반(反)서방 감정의 화살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일부 중국인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음달 1일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 불매시위와 6월1일 맥도널드 불매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21세기 중국에서 8국 연합군이 또 뭘 하려 하느냐.14억명 중국인의 단결된 힘과 4억 휴대전화족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까르푸, 월마트,KFC, 맥도널드, 피자헛 매장 등을 ‘텅빈 매장(冷場)’으로 만들자.”는 게 메시지의 주요 내용이다. 반면 관영 언론매체들은 이날 불붙고 있는 민족주의의 확산 방지를 위해 본격적인 선전전을 시작했다. 지나치게 과열, 도리어 올림픽 개최와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화사 등을 중심으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최대 애국”이라거나 “이성적 애국이야말로 진정한 파워” “애국에는 격정도 필요하지만 이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기사와 논평을 집중적으로 싣고 있다. 이에 칭화(淸華)대학 부근에서 ‘올림픽 지지, 티베트 독립 반대’가 인쇄된 티셔츠를 무료로 나눠주려던 모임 등 일부 행사는 취소되고 있다. 재중국 EU상공회의소의 조엘 부트케 회장은 “까르푸 불매운동이 중단되지 않으면 유럽에서 보복조치로 중국제품에 대한 보이콧 캠페인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jj@seoul.co.kr
  • [월드이슈]국가 전산망 사수 작전

    [월드이슈]국가 전산망 사수 작전

    ‘세계는 사이버전쟁중이다’. 해커들의 공격에 각국 정부 당국들이 전전긍긍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해커들에 뚫리는가 하면 영국, 독일, 프랑스의 정부 및 주요기간 전산망들을 해커들이 휘젓고 다니고 있어 보안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 지구촌 사이버 대결 상황을 주요국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 중국-1997년 해커부대 창설 사이버전 이미 선진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세계적으로 해커 공격의 주요 발원지임에는 분명하지만, 중국이라고 사이버전쟁에서 일방적인 승리자일 수는 없다.” 23일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세계적인 사이버 전투는 중국과 미국을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국-미국 간의 사이버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유럽 등으로부터 받는 공격도 적지 않지만 중국으로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역시 미국이 가장 큰 경계 대상”이라는 것이다.“한국은 중국, 미국이 연습 상대나 놀이터 쯤으로 여기고 있는 상대”라고 한다. 다만 중국의 피해 사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중국 정부가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언론들은 중국이 ‘해킹 부대’를 육성, 다른 나라들의 기밀을 빼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 국방부 해킹 사건이후 미국 언론들은 관리들의 말을 인용,“중국 인민해방군이 배후”라고 보도했었다. 이후 총리실, 외무부, 경제기술부 등 독일의 3개 정부기관의 전산망에 스파이 프로그램인 ‘트로이 목마’가 발견됐을 때도 이 해킹 부대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중·독일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뻔했다. 중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사이버전의 중요성을 인식,1997년 문제의 해커부대를 창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정보조사센터(CIR) 보고서는 “중국은 21세기 사이버 기술 전쟁에 있어 이미 선진국”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해킹의 대상은 ‘정보전’ 측면에서 시도되는 국가기관뿐 아니라 고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기업도 해당된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중국의 해커들은 지난해 미 휴스턴에 설립한 세계적인 에너지그룹 로얄더치쉘사 내부 전산망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jj@seoul.co.kr ■ 미국-작년 국방부 해킹 ‘충격’ ‘사이버 지휘부대’ 창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은 최근 중국의 사이버 공격 태세를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해킹을 막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사이버 지휘부대’를 창설했다. 통신보안과 시설감시, 도메인 장악 같은 방어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통신보안, 시설감시, 인프라 보안 등도 담당한다. 육·해·공군, 해병대, 국가안보국에 사이버공격 조직 운영은 물론 매년 국토안보부 주관으로 사이버전쟁 모의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에는 사이버보안 및 통신실이 설치돼 있다. 사이버 공격 위협 분석 및 취약점 보완, 사이버위협 경고 전파, 사이버공격 대응활동 조정 임무를 맡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들조차 해커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백악관과 국방부, 국토안보부, 항공우주국(NASA) 등이 주요 공격 목표가 돼 방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6월 자신만만하던 국방부 전산망이 해킹당해 충격을 줬다. 이메일을 통한 해킹이었다. 국방부 동아태국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심지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컴퓨터까지 해커들의 침입이 있었다. 국방부는 이 사건 이후 혹시 있을지 모를 피해 방지를 위해 미국 전역의 500만대 컴퓨터 단말기와 연결된 전산망을 일주일간 중단시켰다. 국방부는 이후 이메일을 통한 정보교환을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보안대책을 마련했다. 국방부측은 “기밀자료들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극비로 분류되지 않은 상당량의 정보와 컴퓨터 패스워드 등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을 해킹 배후로 지목했었다. kmkim@seoul.co.kr ■ 일본-경찰청 사이버포스센터 주요기관 24시간 감시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경찰청 사이버포스센터는 전국 경찰서와 연결된 침입탐지시스템을 가동,24시간 주요 기관들에 대한 해킹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관이나 은행·증권거래소 등 금융 기관, 철도·항공, 전력·가스 등의 기반 시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해킹 등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예방,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CFC는 지난 2005년 4월 관방장관 산하에 설립된 정보보안대책센터(NISC) 하부 기관이다.NISC는 전자정부의 정보보안 확보와 함께 중요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대책 등을 총괄하고 있다. 또 기본전략수립·국제전략·정부기관종합대책·사안별대응·주요인프라대책 등의 팀을 뒀다. 센터는 2000년에 신설됐던 정보보안대책추진실이 개편된 정부차원의 사이버테러에 대한 위기관리 기구다. 일본 정부는 사이버 테러의 방지를 위해 해커의 접촉을 감지해 침입을 막는 검색방지기술, 해커의 정체를 추척하는 시스템, 컴퓨터 바이러스의 인지 및 해제 기술, 데이터의 암호화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5년 11월. 방위청(현 방위성)과 경찰청 등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해킹 흔적을 발견한 이후 바짝 긴장하게 됐다. 당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속 조치로 주요 군사기구의 외부 연결망을 아예 차단했다. 해상자위대는 지난해 7월 이지스함의 핵심 기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래 업무용 데이터의 반출을 금지한 데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기밀정보를 지우도록 했다. 나아가 오는 2010년까지 해상자위대의 컴퓨터를 하드디스크뿐만 아니라 이동식 저장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이른바 ‘깡통 컴퓨터’로 대체키로 했다. 이 컴퓨터는 기억장치가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한 자료 내려받기나 복사 등이 불가능하다. hkpark@seoul.co.kr ■ 독·영·불 잇따라 해킹 피해 사이버 범죄와의 전쟁 선포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 주요 국가의 정부기관도 해킹에서 안전하지 않다. 특히 지난해에 독일·영국·프랑스의 주요 정부 기관들이 잇따라 해킹을 당해 충격을 주었다. 당시 언론들은 잇단 해킹의 배경에 중국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각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9월 총리실 산하 국가방위총사무국(SGDN)의 프랑시스 들롱 국장이 “최근 몇 주 동안 정부 전산망이 공격당한 흔적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당시 들롱 국장은 “일련의 사이버공격에 앞서 미국·독일·영국 등에서 벌어진 해킹과 ‘같은 진원지’에서 비롯됐다.”면서 중국이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공격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지는 않다.”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독일의 정부 기관들도 해커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중국 해커들이 스파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리실, 외무부, 경제부 등 정부 주요 부처 컴퓨터에 침투했다.”며 “이번 공격은 중국 군대의 해커들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역시 의회와 외무부 등 정부 전산망을 뚫고 들어오려는 중국 해커들의 공격 시도에 수차례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간 더 타임스 등 언론은 해커들 중 일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지만 영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주요기관이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각국은 관련법을 정비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의 SGDN은 지난해 11월 정부기관의 해킹에 대비해 안전도를 대폭 강화한 SIS프로그램을 정부통신망에 설치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미디어발전국과 합동으로 ‘정보 안전 기구’를 운영하면서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고 방어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vielee@seoul.co.kr
  • 訪美끝 ‘아프간 파견’ 강행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미·일 순방외교를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정부는 한·미, 한·일 정상간 합의에 따른 후속작업에 착수했다. 외교·안보 차원의 합의는 물론 정부와 민간부문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경제협력 차원의 합의사항들이 적지 않은 데다 올 한해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 있어 후속작업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한·미 전략동맹을 구체화하는 한편 환경·기아·에너지 등 범 지구촌의 문제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국격(國格)을 한 차원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상회담(합의사항)을 잘 정리해서 사후조치를 신속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 대한 ‘맞춤형 설득작업’을 지시하기도 했다.“상·하원 지도부와 토론을 해 보니 지역에 따라 (의원들이 입장이)다르더라. 우리가 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조속히 마련,7월 부시 대통령 방한 때 두 정상이 함께 선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6월18일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두 정상간에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국제분쟁에 대한 한·미 공조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요청한 경찰 훈련 요원들을 파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프간 경찰을 훈련할 교관을 파견하는 것으로, 재파병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일본 토야코에서 열릴 G8(선진서방 8개국) 정상회의에 맞춰 기후변화·에너지안보와 관련한 범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방안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참여 법안, 아프리카 지원대책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기아퇴치를 위한 유엔 천년개발목표(MDG)와 관련, 오는 9월 열리는 유엔 고위급회의에 참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경색국면에 놓인 남북관계를 타개할 방안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공식 제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음달 중순 6자회담 개최와 맞물려 북핵 폐기 3단계 대책도 강구할 계획이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과거보다 미래” 韓·日 경제동반자 공감

    “과거보다 미래” 韓·日 경제동반자 공감

    |도쿄 진경호특파원|21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미래’와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 참배 등 양국간 3대 쟁점 현안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않았다. 한·일 역사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환영한다는 언급으로 ‘과거’를 비켜갔다. 대신 두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 젊은 세대 교류, 부품·소재산업 협력, 한·일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간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를 확대, 강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논의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직시한 가운데 공동의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했다.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 국익을 확보해 나가자는 실용외교의 철학을 거듭 밝힌 것이다. ●MB 실용외교 재확인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에 대한 두 정상의 공감대는 당장 셔틀외교 복원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의와 하반기 후쿠다 총리의 방한 등을 비롯해 두 정상은 올해에만 5∼6차례 회담을 갖는다. 노무현 정부 때 1년 4개월간 정상회담이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국익을 앞세운 실용외교는 자연스레 경제·사회분야 협력 확대에 대한 합의로 이어졌다. 부품·소재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일 FTA 실무협의를 6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 맞춰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이 이날 개최한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BSR)에서도 양측은 교역수지 균형대책, 에너지·환경분야 협력, 부품소재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다만 FTA 추진에 있어서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일본이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내보인 데 반해 우리측은 일본의 전향적 협상자세를 주문하는 등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후쿠다 총리는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일 FTA에 대해 양측이 진정성을 갖는다면 기업간 협력이 추진될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FTA 추진을 앞세운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한국과 일본에 부분적으로 격차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격차를 두고 FTA를 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보다 많은 일본의 양보를 요구했다. 교역구조 개선을 직접적으로 일본측에 요구한 것이다. ●교역구조 개선 日에 요구 실제로 지난해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는 299억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이같은 적자구조가 부품·소재 산업 등에서의 기술이전 미흡 등 일본측의 소극적 자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먼저 개선돼야 FTA의 토양이 갖춰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본측에 던진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미묘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원론적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후쿠다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뿐 아니라 일본인 납치문제와 미사일 문제도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납치문제 해결에 여전히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jade@seoul.co.kr
  • 韓·日 FTA협상 6월 재개

    韓·日 FTA협상 6월 재개

    |도쿄 진경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도쿄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사보다 미래의 비전을 중시하는 ‘한·일 신시대’를 열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연계협정(EPA) 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6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양국 협상은 지난 2004년 11월3일 제6차 협상을 끝으로 중단된 상태여서 재개될 경우 3년 7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후쿠다 총리와 저는 양국이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우선 정상들의 셔틀외교를 활성화, 수시로 만나서 현안 사항들을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 사회에 함께 기여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층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정상회담에 이어 이날 오후 일본 왕궁에서 아키히토 일왕 내외와 30분간 면담, 두 나라 관계의 발전방향 등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일왕 내외의 방한을 초청했고, 아키히토 일왕은 적절한 시점에 방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는 오전 정상회담에서 일본 기업의 대한(對韓)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내 ‘부품·소재 전용공단’ 설치를 검토하고 부품·소재산업 분야의 교류증대 방안을 추진하며 중소기업 담당 정부 기관간 정책대화를 신설키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두 나라 젊은 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해 한·일간 취업관광사증제도(워킹 홀리데이 비자 프로그램)를 활성화하고 한·일 양국의 참가자 상한선을 2009년에는 현재의 두배인 연간 7200명으로,2012년에는 1만명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두 정상은 ▲무역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균형 있는 경제협력 강화 ▲6자회담 공동성명의 완전 이행을 위한 한·미·일 3국간 협력 ▲지구온난화, 중국의 황사피해 대책 ▲에너지·환경 분야 협력 확대 ▲대북관계 및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강화 등 5개 의제에 대한 공동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후쿠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이 대통령은 7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G8(선진서방 8개국)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재일한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를 위해 일본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TBS방송의 ‘일본 국민들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녹화한 뒤 후쿠다 총리 초청 만찬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7일간의 미국·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특별전세기 편으로 귀국했다. jade@seoul.co.kr
  • 네팔 “中 성화봉송 방해땐 발포”

    네팔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중턱에 무장병력을 배치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다음달 초 에베레스트 정상에 무사히 봉송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강도 조치다. 특히 이곳에 배치된 군경에 발포권을 부여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20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들은 네팔 내무부 대변인 에크마니의 말을 인용 “네팔에서 반(反)중국 시위는 없어야 한다.”며 “올림픽 성화 봉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발 6492m인 ‘캠프 2’ 지점에 군경 약 25명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캠프 2에 배치된 병력은 시위를 막기 위해 등반객들의 짐을 체크하게 되며 필요할 경우 발포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는 곳마다 반중국 시위로 수난을 당하고 있는 올림픽성화 봉송이 티베트 망명자 등이 주도하는 시위대에 훼방받을 것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위대에 의해 성화가 세 차례 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봉송로를 단축하는 등 변칙 봉송을 하기도 했다. 앞서 네팔은 중국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성화를 봉송하는 다음달 1∼10일 사이에 6400m 이상의 등정을 금지하는 조치도 내렸다. 20일 오전 삼엄한 경비 속에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는 26일 일본과 27일 한국을 거쳐 28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통과한다.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성화는 한국에서 전용비행기로 평양에 수송되며 오전 10시부터 평양 주체사상탑에서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반서방 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민들에게 애국심은 합리적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BBC가 이날 전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영국 비밀첩보부의 살인면허소지자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작가 이언 플레밍 탄생 100주년이 5월로 다가왔다. 또한 이달은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본격 007 영화 <닥터 노>가 미국서 개봉된 지 45주년이 되는 달이다. 티베트 폭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8월에는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릴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옛 소련·동구권을 붕괴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생중계된 한국의 발전상에 자극받아 민중이 “공산주의 때문에 서유럽은 몰라도 한국보다 더 못살게 됐다”는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이 다룬 이 말이 실감나는 것은 바로 그 때 나 자신 해외를 누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올림픽 직후 경제 시찰단원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예컨대 산동성장과 요령성장이 베푸는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식사를 같이한 중국의 지식인들 입에서 한국에 대한 찬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었다. 나는 이후 비즈니스로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구소련 권에 수십 차례 왕래를 하였으며 아예 1995년부터 5년간 이들 나라에 주재하면서 합작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CEO를 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우크라이나 키에브에 대우지역본사 사장으로 한창 근무할 때에는 러시아계 마피아가 나를 습격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우리 대사관 정보담당 서기관의 주의를 받고 있었다. 마침 남아공에 주재하는 권 사장이 괴한이 쏜 흉탄에 맞아 목숨을 잃자 키에브 신문에 누군가가 이 기사를 크게 실었다. 나를 위협한 셈이었다. 나는 출퇴근길을 번갈아 바꿔가며 움직였고 항상 가스총을 호신용으로 차에 두고 다녔다. 대우자동차가 합작 투자한 ‘아우토자즈’사가 한국 승용차를 조립해 팔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중고차수입 마피아들이 수입이 크게 줄면서 판매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러시아 킬러들의 원정 지원을 받아 얼마든지 보복하는 일을 꾸밀 수 있는 입장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나는 우크라이나의 쿠츠마 대통령 산하 경제개발전략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소련 시절 핵무기미사일제조 공장장 출신이었다. 나의 사업 파트너 중에는 소련 KGB출신도 몇몇 있었다. 당시 소련권의 기업가를 포함한 지식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흥미 있는 부분이 있었다. 소련의 붕괴에 007영화 시리즈가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한탄이었다. 왜냐하면 소련인들도 소련이라는 국가조직과 소련 첩보원을 악당시 하는 그 영화들을 비디오로 즐겼다는 것이다. 007시리즈는 속속 영화화되어 전 세계에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다녔다. 그 원천인 제임스본드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 《카지노 로얄》을 출간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작가가 숨을 거두고 나서 2년 뒤인 1966년까지 1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해마다 한 권씩 007 시리즈를 소설로 출간하는 왕성한 작가활동을 하였다. 신문기자 경력은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영국 해군 정보부장의 부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소설가로 변신, 약 10년간 혼자서 14권의 방대하고 복잡한 007 추리소설들과 다른 3권의 책을 줄기차게 출판해냈다는 데 그의 괴력이 있다. 그 후에 자료를 보니 적어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1965)는 작가가 사망한 후 다른 이가 써서 완성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1962년의 <닥터 노>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007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인 총 극장수입은 현재 시세로 111억 달러로서 한화로 치면 10조 원이 넘는다. 그밖에 비디오게임과 DVD, 유사소설의 홍수로 엄청난 부대수입을 올렸다. 007유사소설도 쏟아져 나와 그 수가 50편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007의 저주, ‘그가 찍으면 죽는다’ 제임스 본드의 적은 누구인가.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블로펠드라는 악당이다. 그는 스펙터라는 NGO(민간기구)의 책임자로서 테러와 살인, 복수, 고문 등을 자행한다. 독일인과 그리스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인물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경제학, 철학, 공학을 전공한 인텔리로서 세계 슈퍼 파워를 이간질하여 야심을 성취하려 한다. 그는 6권의 본드 시리즈에 등장한다. 또 다른 악당이 닥터 노(노 박사)이다. 중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처음엔 공산 치하의 중국대륙 범죄조직 ‘통(堂)’의 재무부장이었다가 나중에 스펙터 테러조직의 간부가 된다. 소련의 정보부(KGB)나 소련 방첩부대인 스머시(SMERSH)와 협조하면서 영미의 정보조직에 대항하여 서방세계를 괴롭힌다. 소련 스머시의 멤버들도 직접 등장한다. 위장 간첩 골드핑거, 살인 여간첩 로자 클렙 대령, 부두교 교주를 겸한 악당 미스터 빅, 전쟁광 코스코브 장군, 남미의 마약조직 두목 산체즈, 매춘과 도박으로 007과 대결하는 르 시프르 등이다. 소련 KGB출신으로는 건당 백만 달러씩 받는 살인마 파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진으로 붕괴시키려는 맥스 조린, 석유재벌의 상속녀와 미묘한 사랑에 빠지는 살인마 레너드 등. 제3의 부류로는 영국을 배신하고 소련으로 넘어간 알렉스, 중국과 영미의 전쟁을 유발하려는 언론 마피아 엘리엇 카버, 미소 간의 핵전쟁을 유도하려는 스트롬버그,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미사일을 런던으로 겨냥하려는 휴고 드랙스, 마약 딜러이며 소련의 이중간첩인 CIA요원 크리스타토스, 소련의 전쟁광 올로브 장군과 짜고 서유럽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려는 아프간 출신 카말 칸, 아프간의 아편 밀수에 관여하는 친 소련 무기상 브래드 휘타커, 석유 파이프라인 폭파 음모의 여주인공 엘렉트라, 특수 무기로 휴전선을 무력화시키고 남한을 정복하려는 북한군 문 대령 등이다. 모두 광범위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첩보전의 악역들인데 그들은 소련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등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나라와 도시, 동남아, 서인도의 자메이카, 이슬람 국가들, 나아가 북한 등을 거점으로 한다. 007영화 16편이 파상적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즈음 그 주술(呪術)이 통했음인가, 1990년 소련은 급기야 붕괴된다. 007의 무대로 아프간 소재가 뜨는가 하자 이번엔 아프간의 탈레반정권이 축출된다. 2008년 3월 6일 소련 KGB출신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며 악명을 날리던 세계 최대의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41세)가 태국에서 체포되었다. 이제 크게 보아 007의 주적(主敵)은 테러 NGO의 잔당이 일부 남아 있으나 대상국가로는 북한이 남은 셈이다. 과연 북한은 ‘007의 저주’를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북한인들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바깥세상을 어느 정도로 보고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올림픽 개막과 때맞춰 007 시리즈 제22탄인 <퀀텀 오브 솔러스>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결국 모스크바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11년 만에, 서울올림픽 이후 3년 만에 소련은 15개 공화국으로 해체되었다. 이제 남은 건 중국이 그 숱한 내분을 이겨내며 민주화로 가느냐, 이념고수에 머무느냐, 그것이 가장 궁금한 일이 되고 있다.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8년 5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특파원 칼럼] 티베트사태 가린 ‘죽의 장막’

    [특파원 칼럼] 티베트사태 가린 ‘죽의 장막’

    지난 3월 말 베이징에 주재하는 15개국 외교관들이 티베트 답사를 다녀온 뒤 “북한이 연상됐다.”고들 했다고 한다. 현지 관계자들이 답사단 주변을 어찌나 에워싸고 도는지 “북한 관광 온 것 같다.”는 말들이 끼리끼리 모임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도 나왔다. 티베트 사태 이후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불려다니기에 바쁘다. 사안마다 이뤄지는 중국 정부의 해명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개별 국가 또는 지역 국가들을 모아서 이뤄지는 ‘설명회’에서는 어떤 때는 중국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직접적으로 요구받기도 했다고 한다. 친(親) 중국 국가들이 먼저 올림픽의 정치화를 비난하고 나서고 뒤따라 이에 동조해야 하는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군도 각국 무관들을 불러다 비슷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런 활동은 베이징 외교가에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많이 낳은 듯하다.“중국 당국으로부터 ‘경직’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대외 활동이라기보다는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대내 보고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티베트 시위 파장이 확대일로에 있다. 성화 봉송 과정에서의 불상사,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중국과 세계 언론사와의 마찰, 제품 불매운동까지. 이달 말이면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더욱 어두운 느낌을 갖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점차 흑백 대결 구도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 정부의 정책적 사안인 듯했던 문제는 어느새 ‘중국인’ 전체의 일이 돼버렸다. 중국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하나하나가 점차 민감해지고 있는 중국인을 자극하고 더욱 강한 반발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까르푸 불매 운동은 그 단적인 예다.‘중국인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메시지가 휴대전화를 타고 퍼져간 뒤 지방 정부가 까르푸의 유통기간 초과 식품을 압류하는 실력 행사에 들어가고 TV 시사 프로그램이 대학교수들을 불러내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지극히 정상적인 표현 수단”이라는 말을 유도해내기까지, 실로 순식간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티베트 사태가 중국내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려 중화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화주의를 조장했는지의 여부보다는, 이미 조성된 민족주의가 중국 정부를 되레 압박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의 향후 태도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올림픽과 함께 고양될 중화 민족주의가 중국 지도부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시나리오에 근접해가는 듯한 분위기다. 기자와 인터넷 대화를 주고받는 중국 지인들의 메신저 대화명의 앞부분은 어느새 하트가 그려진 ‘러브 차이나’로 통일됐다.“메신저에서 ‘붉은 마음’을 표시하자는 의견이 돌아 지난 17일부터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순식간이다. 이들은 중화 민족의 부흥을 가로막는 ‘분자’들에 맞서 중국 인터넷을 달굴 잠재적인 ‘중화주의의 전사들’이다. 중국 인터넷은 지금 베이징의 지지자가 되거나 아니면, 베이징의 적으로 간주되는 양단간의 ‘애국 게임’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서방의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앞으로 전세계에서 펼쳐질 집회와 행진의 중심에도 이들이 있다. 대나무로 상징되던 중국이 점차 철(鐵)처럼 단단해지려 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중국내 홍보·선전은 점차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 안팎의 온도차는 더욱 심해질 듯하다. 이지운 베이징특파원 jj@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1960년, 백제의 옛 땅인 충남 연기 출신의 동국대 학생 이재옥씨는 고향의 작은 절에서 부처님이 새겨진 돌을 탁본하여 불교미술을 강의하던 황수영 교수에게 리포트로 제출했습니다. 당시까지 우리 미술사학계에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불비상(佛碑像)이 분명했지요. 황 교수는 곧바로 학생들을 이끌고 연기 전의면으로 내려가 차령산맥 기슭 비암사(碑岩寺)의 삼층석탑 위에서 사방에 부처와 보살이 새겨진 불비상 3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견된 계유명 전씨(癸酉銘全氏) 아미타불 삼존석상은 당장에 국보 제106호로 기축명(己丑銘) 아미타여래 제(諸)불보살석상과 미륵보살 반가사유석상은 보물 제367호와 제368호로 각각 지정되었습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백제 불비상 이뿐만이 아닙니다.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조치원 서광암(瑞光庵)에서는 계유명 삼존천불비상이 발견되어 국보가 되었지요. 또 연기 서면 월하리의 연화사(蓮花寺)에서는 무인명(戊寅銘)석불비상과 칠존석불상을, 이웃한 공주 정안면에서는 납석제 삼존불비상을 찾아내어 모두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이렇듯 백제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연기 일대에서는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7점의 불비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불비상을 역사학계에서 크게 주목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점령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움직임을 짐작케 해 주는 명문(銘文)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이지요. 명문은 마멸되어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계유년 4월○일에 공경되이 발원하여…국왕, 대신, 칠세부모, 모든 중생을 위하여 절을 짓는다.…계유년 5월15일 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상과 관음·대세지보살상을 조성한다.’ 그러고는 발원한 사람의 이름을 나열했는데, 전씨를 비롯하여 달솔(達率) 신차원, 진무 대사(大舍), 목○ 대사(大舍), 상차 내말(乃末) 등이 보이지요. 문제는 달솔이 백제의 관직인 반면 대사나 내말은 신라의 관직이라는 데 있습니다. 학계는 ‘계유년’을 일반적으로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으로 봅니다.671년 신라가 당나라 장수 유인원(劉仁願)을 오늘날의 부여인 사비에서 몰아내자 당나라의 웅진도독이었던 의자왕의 아들 융(隆)도 당나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후 신라는 사비에 소부리주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지게 됩니다. 신라는 백제의 옛 땅에 살던 사람들이 당나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는데,673년 백제 인사들에게 신라의 관직을 준 것도 유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취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계유명 삼존석상에 나타난 ‘대사’나 ‘내말’은 불만스럽지만 회유책에 순응해가기 시작한 사람들인 반면 ‘달솔’ 신차원만은 백제에 의리를 지키고 신라 벼슬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요. ‘국왕, 대신’이라는 표현에는 학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배자인 신라의 국왕, 대신인지, 그동안 충성을 바친 백제의 국왕, 대신인지, 아니면 불사(佛事)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한 국왕, 대신인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점령군 통치로 핍박받은 중생의 넋 달랜 듯 하지만 이 불비상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협시하고 있는 삼존불입니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의 구세주로 인식되면서 죽음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중생에게 위안을 주고, 관세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자비를 베푸는 존재이지요. 백제가 멸망하고, 부흥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죽거나 핍박받은 중생의 명복을 빌고자 절을 짓고, 불비상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 불비상은 미술사에서도 독특한 존재입니다. 아미타삼존불과 광배, 그 양쪽의 인왕상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나한상, 옆면의 주악천인상에 이르는 모든 조각에는 작은 원이 구슬처럼 연결된 연주무늬 장식이 화려하고, 보살의 가슴에는 일종의 목걸이인 영락(瓔珞)이 늘어뜨려지는 등 백제시대 불교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수나라(581∼619년) 양식의 특색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문이 없었다면 이 불비상은 백제시대 것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겠지요.‘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백제의 옛 땅에서, 백제의 미의식을 담아놓은 불교조각’이라는 성격만큼이나 이 불비상에는 점령군의 통치 아래 살아가야 했던 패망국 사람들의 복잡한 심사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dcsuh@seoul.co.kr
  • [집중 인터뷰] 美 칼더 교수 한국 자원외교 성공조건 조언 “전략적으로 선택, 조용히 추진을”

    [집중 인터뷰] 美 칼더 교수 한국 자원외교 성공조건 조언 “전략적으로 선택, 조용히 추진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15일 방미를 시작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 실용외교의 중요한 한 축은 ‘자원외교’다. 에너지 안보 및 일본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라이샤워 동아시아 연구소장인 켄트 칼더 교수를 만나 세계 자원외교의 현황과 한국 자원외교의 전망과 성공전략 등을 들어봤다. ▶자원외교가 국제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촌 경제가 성장하면서 에너지 수요도 크게 늘고 동시에 에너지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한 에너지원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원외교라고 하면 흔히 석유나 천연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 확보와 같은 1차원적 의미만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다. 석유나 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에너지원은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안전한 수송로 확보가 중요하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관련이 있다. 자원외교는 결국 안보와 경제성의 복합적인 문제다. 남북한 모두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 국제화돼 있어 다양한 에너지원 접근이 자유로운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원외교에서 중국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바람직한 자원외교 전략은. -경쟁을 가열시킬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때문에 자원외교 대상 국가들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협상을 통해 상대국에 무엇을 제공할지 염두에 둬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조용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상관없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한국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에너지 절감 산업기술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술개발과 관련, 국제적인 협조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1) 자원 외교의 범위-공급원 다변화에서 대체에너지 개발까지 ▶중국의 자원외교에 대해 평가는. -자원외교에서 중국이 가장 활발하고 인도가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특히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에 집중하고 있다. 남미에도 관심이 많은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이 워낙 빨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해외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또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네크워크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정학적인 역할도 자원외교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중동의 경우 이라크는 상황이 불투명하고, 이란은 미국·유럽과 핵문제가 걸려 있어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일본의 자원외교를 비교하면.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가깝기 때문에 현재는 주로 러시아에 자원외교를 집중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는 중앙아시아와 연결이 돼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아직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일본은 원유의 9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중동의존도가 엄청난데도, 아직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부다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좋다. 반면 아프리카에는 관심이 적다.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이 더딘 측면이 있다. 에너지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아 자원외교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다. (2) 한국이 살릴 강점-중국패권 경계하는 친미국가 공략해야 ▶한국은 어떤가. -새 정부가 자원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하다. 아프리카와 남미에 관심이 많은데 이 지역에 먼저 진출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자원외교가 성공하려면 중국과 과도한 경쟁을 피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하는데. 실현 가능한가. -중국과의 과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상 국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좋은 쪽을 부각시켜 접근하면 된다. 국제사회가 중국만큼 한국을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유리하다. 타이완과 가까운 나라, 아니면 최소한 친중국 정부가 아닌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적용한다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중국과 관계가 매우 긴밀한 나라들은 한국에 아무래도 불리하다. 역으로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 예를 들어 리비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더욱이 한국과는 과거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유리하다. 베네수엘라도 지정학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고, 중국은 차베스와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보다는 브라질이 한국에는 더 좋은 자원외교 상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경우 타이완을 인정한 나라를 고려할 수 있다. 우라늄의 경우 니제르 공화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승인했다. 중동에서는 예멘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옆에 있고, 친서방 정책을 펴며, 중국과의 관계도 특별히 우호적이지 않다. 오만도 마찬가지다. 걸프지역 소국들,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사우디와는 1970년대부터 한국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사우디와 미국 관계를 고려할 때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도로 등 인프라 건설뿐 아니라 주요 항만 등 군사시설 건설에도 한국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보안이 중요한 만큼 한국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카타르가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어떤가. -이란도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국제사회와 핵개발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남미나 아프리카 이외의 관심지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빠뜨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곳이다.1997∼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리스크도 많이 줄었다. 이 국가들은 중국에 경계심을 갖고 있고, 외국인 투자도 다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캄보디아와 중앙아시아도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인권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자원외교와 인권외교가 충돌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자원외교 대상 국가들이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고, 정치적 상황이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에 인권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경계를 해야 한다. 지나치게 억압적인 나라들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화제를 돌려 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가스관 개발 사업이 동북아와 북한 안정에 기여할까. -가능한 얘기다. 전제조건은 북한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다. 한국은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은 장기적인 과제이고, 대신 단기적으로는 사할린의 LNG를 염두에 두는 것이 낫다. (3) 인권 외교와 충돌 주의-지나치게 억압적인 개도국은 피해야 ▶한국 정부는 자원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공관을 대폭 확대했다. -바람직한 조치들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흑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특히 동북아의 상황은 훨씬 더 역동적이 될 것이다.LNG 파이프라인, 중동 상황도 훨씬 유동적이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아프리카 경제적 상황의 심각성을 점점 인식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수출은 아프리카 경제를 지원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한국이 아프리카에서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에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개발원조(ODA)도 마찬가지다.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동북아지역이 매우 역동적으로 바뀔 거라고 했는데.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당선된다면 중국 중심의 동북아정책을 펼 것이고, 존 매케인 의원이 당선된다면 일본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반면 오바마라면 한국 등 더 광범위한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둘 것이다. 아시아의 지역구도에 대해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자원외교의 향방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은. -자원외교를 하는 데 세 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첫째 효율성과 에너지 절약, 둘째 에너지원의 다양화, 셋째 지정학적 요소다. kmkim@seoul.co.kr ■ 켄트 칼더 교수는 누구 동아시아, 특히 일본 및 에너지 안보 분야 전문가다.2005년 서울대에서 교환교수로 강의를 하는 등 한국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버드대학(1973∼83), 프린스턴대학(1983∼2003) 교수를 지냈다. 주일 미국대사의 특별 자문(1997∼2001),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특별자문(1997)으로 활동했으며 동아시아 정치경제와 안보에 관한 4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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