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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A ‘빈라덴 파일’ 47만건 공개… 이란, 알카에다 지원 정황 드러나

    CIA ‘빈라덴 파일’ 47만건 공개… 이란, 알카에다 지원 정황 드러나

    “서양 사람들 느슨… 타락한 곳” 228쪽 자필일기 속 반감 보여 후계자인 장남 성인 된 모습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1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망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확보한 문건 47만건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2001년 뉴욕 ‘9·11테러’의 주모자인 빈라덴의 자필 일기를 비롯한 1만 8000개 이상의 문서 파일과 빈라덴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함자 빈라덴 결혼식 영상 등 1만개 이상의 비디오 파일이 포함됐다. 미 정부가 최근 수년간 공개한 빈라덴 관련 문건 중 최대 규모다.특히 이번 문건은 지난달 31일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테러범이 저지른 뉴욕 트럭 테러 직후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CIA는 이 문서들이 알카에다와 IS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의 기원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228쪽짜리 일기장에는 서양에 대한 빈라덴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빈라덴은 10대 때부터 서양에 대해 반감을 품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한 건축가 아들로 태어난 빈라덴은 14세 때 10주 동안 영국을 방문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를 자주 찾았다. 빈라덴은 일기에 “(영국 방문 당시) 사람들이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가디언은 빈라덴이 10대 때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기장에는 또 빈라덴이 무슬림 국가들이 어떻게 연합해야 하는지, 서방과의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 내용도 있었다. 이란이 당시 알카에다와 강하게 연결돼 있었음이 드러난 문서도 있다. 알카에다 수석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에는 이란이 알카에다를 돈과 무기뿐 아니라 레바논 헤즈볼라 훈련지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알카에다가 이란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에서 미국 이익에 타격을 가하는 대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알카에다가 미국에 맞서 싸우는 것을 이란이 지지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란은 알카에다와의 협력 관계를 강하게 부인해 왔으나 이번 문서 공개로 이란의 알카에다 지원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밖에 성인이 된 함자의 사진과 그가 20대에 이란에서 올린 결혼식 영상도 처음 공개됐다. 함자는 아버지가 사살된 후 알카에다에서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이날 “CIA는 국가안보를 지키는 의무와 상통하는 차원에서 국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장은 일부 파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거나 저작권 문제가 있는 자료, 음란물 및 악성코드를 포함한 자료여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강남 독서경영 우수직장 선정

    서울 강남구는 사단법인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최한 ‘제4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시상식에서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강남을 포함해 전국 60여개 기관이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뽑혔다. 구는 2013년부터 ‘책 읽는 강남, 행복한 강남’을 선포하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독서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는 독서특강, 직장 내 북 카페 조성, 사내 독서방송 운영, 독서 통신 교육, 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휴가 주기, 가을 문학기행 등 독서 제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는 이 외에도 문화 소외 지역에 도서를 모아 기증하거나, 강남 책 페스티벌 등 각종 독서 행사를 통해 독서 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김한솔 암살조, 베이징서 체포…“北 정찰총국 소속·7명 규모”

    김한솔 암살조, 베이징서 체포…“北 정찰총국 소속·7명 규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조카 김한솔(22) 암살을 위해 베이징으로 파견된 북한 암살조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됐다고 중앙일보가 30일 보도했다.중앙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특수 공작원들이 김한솔을 제거할 목적으로 침투했지만 이들 중 일부가 지난주 중국 국가안전부에 의해 체포됐고, 현재 베이징 외곽 특수시설에서 극비리에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한솔 암살조는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로 7명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원조와 행동조, 차단조로 나누어 김한솔의 소재 파악과 접근 루트 마련 등을 위해 활동했다. 이들 중 2명이 잡히며 암살 음모가 드러나게 됐다. 중국 공안 당국은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북한 등의 자국 내 공작활동을 집중 감시하던 중 암살 음모를 사전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김정은의 이복형)씨의 아들이다. 김한솔은 아버지가 살해당한 직후 신변위협을 호소하며 어머니 이혜경씨와 여동생 솔희와 함께 평소 머물러온 마카오를 떠났다. 그동안 김한솔은 김정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이 김정남에 이어 김한솔을 김정은 정권 유고시 대안세력으로 내세우려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언론과 전문가의 분석도 김정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공산이 크다. 매체는 “이런 배경에서 소위 ‘백두혈통’을 세습권력의 정통성으로 내세워온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유지에 방해가 될 이복형 김정남에 이어 그의 아들인 한솔까지 씨를 말리려 살해하려 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시진핑과 北 문제 토론… 2주 후 역사적 여행”

    시 “북핵 타협점 찾을 것” 화답 김정은 “북중관계 발전 확신” 축전… 내용 짧아져 서먹한 관계 반영된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출범에 대해 지구촌이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연임을 축하하는 전화 통화를 했다며 “북한 문제와 무역에 대해 토론했다. 2주 뒤 시 주석, 펑리위안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역사적인 여행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악화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하며, 중국이 타협점을 찾아 책임을 다하면 북한 핵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에게는 축하 전화를 걸었지만, 시 주석에게는 축하 전문만을 보냈다. 이번 중국 제19차 당 대회가 공산당 행사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나는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25일 보냈는데 이는 지난 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 개막 축전을 보낸 데 이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축전은 총 4문장, 약 650자로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선임됐을 때 보낸 6문장, 약 810자보다 짧아져 최근 서먹한 양국 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축전이 북·중 관계 개선을 뜻하냐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가까운 이웃이자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서방 언론들은 25일 열린 신임 상무위원 소개 기자회견에 초청받지 못했다. 영국 BBC,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그리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시 주석이 상무위원을 직접 소개하는 기자회견장 취재를 금지당했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칭찬은 필요하지 않고 객관적 질문과 건설적 제안은 환영한다”고 말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BBC는 시 주석을 선두로 7명의 상무위원이 차례로 입장하는 장면을 두고 갱스터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서방언론들은 시진핑의 1인 체제 강화에 대해 일제히 우려 섞인 기사와 논평을 내놓았다. FT는 26일 사설을 통해 “중국이 개인 숭배로 후퇴하고 있으며 서방은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의 수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FT는 “시 주석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공산당 헌법인 당장에 삽입해 평화로운 승계 절차를 무너뜨렸다”며 “중국이 세계무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불가피하나 시 주석은 서방이 추구해 온 민주주의와 상치되는 통치 모델을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중국 정부가 모든 사람의 통화와 인터넷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면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의 이동과 구매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사회주의 통치 모델뿐 아니라 사이버 무기까지 수출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신화통신은 볼리비아, 파키스탄, 레바논, 쿠바 등의 외신을 인용해 해외 언론이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발전 활력을 느끼고, 중국사회가 보여 준 응집력과 정신 상태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19차 당 대회 직전에 미국의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아시아 7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군사활동 강화에 93%가 반대했고 일본과 베트남도 90% 반대 의견을 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변기 위에 서지 마시오?’ 中 ‘스타벅스’ 이상한 경고문

    ‘변기 위에 서지 마시오?’ 中 ‘스타벅스’ 이상한 경고문

    중국 후난성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점 스타벅스의 안내문이 화제다. 중국 스타벅스에서 직접 작성해 매장 내 화장실 벽면에 부착한 안내문에는 ‘당신의 안전을 위해 변기 위에 서지 마시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다음 사용자를 위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달라’는 부탁의 말도 적혀 있다. 이 같은 경고문은 중국에서만 유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중국인의 유별난 화장실 이용 문화 탓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재래식 화장실 사용이 일반화된 중국에서는 타인의 신체 일부가 닿았던 곳을 재사용하는 좌변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상당한 탓에, 일부 좌변기 이용자들이 변기 위에 올라서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좌변기를 설치한 대형 쇼핑몰과 해외 브랜드 업체, 외국인이 오고가는 국제 공항 등에서는 변기통 위에 올라서서 사용하는 일부 중국인의 화장실 이용 문화에 대한 주의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는 화장실 좌변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 가운데 일부가 유렵 등 일부 국가로 여행을 갔을 시에도 그들만의 좌변기 사용방법이 현지인들에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스위스 국제 공항 공사는 자사가 운영하는 국제 공항 화장실 내부에 ‘화장실 이용 규칙’ 등의 내용을 중국어와 영어 등으로 게재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규칙 안내문에는 ‘변기 위에 올라서지 말 것’, ‘좌변기에 앉아서 사용할 것’, ‘변기 위에 화장지를 깔아놓지 말 것’, ‘화장실 사용 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릴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안내문에 대해, 스위스 국제 공항 공사 측은 중국인 관광객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공항의 해당 안내문이 중국인의 화장실 이용 습관을 비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안내문에 대해, 현지 인터넷 언론 ‘후리엔왕(互联网)’은 해당 국가의 국제공항공사 측이 아시아인과 유럽인이 가진 서로 다른 화장실 이용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의 글을 실었다. 해당 언론은 이어 ‘노인, 임산부, 환자, 비만인 등 일부에게 좌변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아시아 사람들은 본래 좌변기를 사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시아 관광객의 더 많이 모집하기 위해서는 서방 국가에서 아시아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화장실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대외 원조 분야에서도 ‘우뚝 선’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대외 원조 분야에서도 ‘우뚝 선’ 중국

     ‘알제리의 오페라 하우스부터 짐바브웨의 담배농장까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해외 원조국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외 원조액 등이 포함된 ‘해외 비(非)국방 예산’을 32%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이 대외 원조를 통한 ‘소프트파워 외교’(군사 및 경제력이 아닌 예술, 학문, 교육, 문화, 원조 등의 부문에서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시장경제 체제의 대외확산 전략,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서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체제 확산 전략인 ‘베이징 컨센서스’로 소프트파워 강국을 꿈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40조 달러(약 4경 5000조원) 규모의 개발원조 자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미 윌리엄&메리 대학의 ‘에이드데이타’(AidDat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40개국에 모두 3544억 달러를 지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외 원조 규모(3964억 달러)보다 조금 작다. 하지만 중국은 2009년 이후(2010년 제외) 미국보다 해마다 50억~350억 달러나 많이 해외 원조하는 등 세계 1위 해외 원조 기여국으로 부상했다고 영국 BBC방송,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래들리 파크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넓은 의미의 해외 원조에서 라이벌 관계가 됐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라며 “다만 원조 자금의 구성에서는 두 나라 간에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원조 형태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고전적 형태의 무상 원조와 경제개발, 복지증진 분야에 원조금을 중점적으로 지출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순수한 원조가 21%에 그친 반면 나머지는 장기 저리로 개발자금을 빌려준 형태가 대부분이다. 특히 인프라 건설 자금 원조에 집중됐다. 중국이 원조를 제공한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였다. 프로젝트 규모로 봤을 때 중국의 원조 규모 기준 상위 7위를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두 차지했다. 중국은 2000~2013년에 아프리카에만 950억 달러 가량을 쏟아부었다.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 현지 중국 대사관 등이 앞장 서서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인 지원 공세를 펼쳤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원조 뒤에 감춰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적했다.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일반적인 지역보다 현지 지도자의 고향 등 정치·외교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에 다른 지역보다 2~3배 가까이 더 많은 지원액을 투입했다. 에이드데이타가 2000∼2012년의 아프리카 지도자 117개 출생지와 소속 종족, 중국의 1955개 개발금융 프로젝트의 연관 관계를 추적한 결과 아프리카 지도자나 배우자의 출생지는 평균보다 195% 가까이 많은 중국 원조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은행(WB)이 지원하는 프로젝트 중에는 이런 정치적 편향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은 무역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항만이나 철도 등에도 투자를 집중했다. 황메이보(黃梅波) 샤먼(廈門)대 국제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 지역 결정은 대부분 중국 정부와 현지 관료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인의 실제 수요와 비교해 볼 때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2014년 들어서는 중국의 원조가 상대적으로 다변화되며 러시아에 이어 파키스탄 등이 주요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북한에 14년 간 17개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 2억 1000만 달러 규모의 원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브래들리 팍스 에이드데이타 전무는 “중국 정부는 해외 원조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국가 기밀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원조에 투명성이 부족해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외 원조를 공적개발원조(ODA)와 기타 공적자금(OOF)으로 분류한다. 개도국의 경제개발에 도움이 되면서 무상원조가 25% 이상 차지할 때만 ODA로 인정한다. 무상원조가 25% 미만이면서 상업적 목적이 강한 수출신용과 보조금, 채무재조정, 투자자금 등은 OOF로 분류한다. 중국의 경우 대외 지원의 23%만이 ODA로 분류됐으나, 미국은 93%가 ODA에 해당한다. 순수한 의미의 원조만 놓고 볼 때는 미국의 지원 규모가 중국보다 훨씬 크다는 얘기다. 파크 연구원은 “OOF 비율이 높다는 것은 중국의 대외 지원에 상업적인 목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외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부분이 활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자금을 지원한 4368건의 프로젝트에서 지원 규모가 가장 컸던 5건 중 ODA 원조는 단 한 건뿐이다. 특히 이들 5건 가운데 원조가 가장 절실한 아프리카로 지원된 사업은 전무하다. 가장 큰 두 건의 프로젝트는 중국개발은행이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에 빌려준 340억 달러 규모의 OOF 대출이다. 러시아는 중국에서 모두 359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질적인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중국의 대외 원조가 미국 못지 않게 수혜국의 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장기저리 형태의 원조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지난 과거 시절 한 것보다 더욱 저리여서 수혜국들이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에이드데이터의 분석이다. 에이드데이터는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선언한 이래 일대일로 상에 있는 개도국에 막대한 인프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원조자금은 더욱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덕분에 중국의 지원이 이뤄진 지 2년 후 수혜국의 경제는 0.7%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에이드에이터가 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부채 탕감에도 힘쓰고 있다. 2000년 아프리카 국가들에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부채 탕감을 약속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모잠비크의 부채 3000만 위안을 탕감해줬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해 말 60년 동안 세계 166개국에 모두 4000억 위안 규모의 원조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이 ‘발전할 권리: 중국의 이념과 실천, 공헌’이라는 백서를 통해 원조 자금의 사용처나 연도별 원조액 등은 밝히지 않은 채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성립 이후 해외에 제공한 ODA 원조가 이 같은 규모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개도국에 60만명 이상의 구호인력을 파견하고 1200만명의 현지인을 훈련·교육시켰다며 앞으로 5년간 개도국에 대해 탈빈곤, 농업협력, 무역진흥, 생태보호 및 기후변화, 의료시설, 학교 및 직업훈련센터 건설 등 6개 부문에서 100개 항목씩 지원하는 ‘6개의 100’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원조 규모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1년분 ODA 총액에도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지난해 EU 회원국들의 ODA 규모는 영국 187억 달러와 독일 178억 달러, EU 138억 달러, 프랑스 92억 달러 등 722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지난해 310억 달러를 원조했고, 한국은 19억 1000만 달러를 지원해 세계 14위에 올라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간판만 바꾼 테러리즘… ‘IS 2.0 공포’

    간판만 바꾼 테러리즘… ‘IS 2.0 공포’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서방과 중동 연합군의 집중포화를 받는 동안 또 다른 테러 집단 ‘레반트해방위원회’(HTS)는 음지에서 조용하게 세력을 키웠다.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락까 등 거점을 잇따라 잃은 IS가 궤멸 수순을 밟는 가운데 HTS가 급부상하고 있다. HTS는 IS의 잔당을 흡수해 세를 더 늘리려 한다. 일레인 듀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은 이들 테러 집단이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9·11 테러’에 버금가는 항공기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AP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IS 격퇴전이 한창일 때 HTS는 시리아 북서쪽 도시 이들리브를 점령했다. HTS는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의 서방 공격 전략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HTS는 IS 출신을 환영할 것이다. 이들의 실전 경험을 활용해 격렬한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HTS는 빈라덴이 이끌었던 알카에다에서 파생·독립한 단체다. ‘레반트’는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지중해 연안 중동 무슬림 국가 밀집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HTS의 목표는 레반트 일대의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HTS와 IS는 모두 알카에다의 하부조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종교적 견해차, 기득권 싸움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2013년 IS는 HTS와 군사적 충돌을 일으켰다. IS는 2014년 알카에다에 결별을 통보했다. 알카에다는 IS가 정통 이슬람 교리에서 벗어났다면서 지도부에 수천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IS는 이달 초 HTS를 공격해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IS가 알카에다와 척을 진 것과 달리 HTS는 지난해 알카에다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IS 문제를 담당하는 브렛 맥거크 미국 대통령 특사는 “HTS는 알카에다 최대의 피난처”라고 평가했다. 첨예하게 대립해 온 두 조직의 관계는 최근 IS의 급격한 쇠퇴와 함께 새 국면을 맞았다. HTS가 IS 조직원 포섭에 나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이라크 정보 당국자들은 AP통신에 “알카에다의 1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IS 인사들을 알카에다 또는 연관 단체에 가입하게 하려고 시리아에 특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미 조지타운대 보안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루스 호프만은 “경쟁 세력이 망하기를 기다렸다가 흡수하거나 강제로 병합하는 것이 알카에다의 DNA”라며 “이런 식으로 알카에다는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듀크 장관대행은 “테러 집단들이 최종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면서 “IS 또는 다른 테러 집단이 9·11과 같은 대형 항공기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확실한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IS가 영토는 잃었지만 지도자들이 살아남아 있고 추종자들이 전 세계에 분포해 있다”면서 “서방과 중동의 대테러 당국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새롭고 더 치명적으로 부활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은 IS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공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테러 당국 관계자들은 외로운 늑대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수년간 서방에서 발생한 테러의 상당수는 IS로부터 온라인으로 암호화된 지령을 수령해 이뤄진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테러리스트 멘토를 만난 적은 없다. IS 조직원들이 유럽 등지에 잠복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지난해 IS가 유럽과 터키에 각각 수백명의 요원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IS가 영토를 완전히 잃었다고 보는 것도 시기상조다. IS는 아직 이라크와 시리아 사이 유프라테스강 계곡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미군이 2011년 이라크에서 철수할 당시 미 정보당국은 IS 조직원 수를 최대 700여명으로 추정했다. IS는 3년여 만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은 지난 13일 이라크와 시리아에 최소 6000명에서 최대 1만명의 IS 조직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의 8배에서 최대 14배에 이르는 규모다. 미 워싱턴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연구해 온 애런 젤린 연구원은 “IS는 끝나지 않았다. IS는 조직을 재건할 시간을 벌 목적으로 지역에서 적들의 공세가 시들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그사이에 외부 추종자들을 선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중동정책을 연구하는 대니얼 바이만은 “IS는 추종자들이 많은 매우 강력한 세력”이라면서 “IS는 그 사상을 추종자들에게 깊이 세뇌시킨 데다 네트워크까지 갖췄다”며 “물리적 영토를 잃는다고 하더라도 의지할 것이 많은 조직”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점령지는 사라졌어도 IS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무정부 상태와 분노가 계속되는 한 IS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지리아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이집트의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 알제리의 ‘알무라비툰’ 등은 IS에 충성을 맹세했거나 연관이 있는 조직들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해군참모총장, 北 서북도서 도발하면 “전면전 간주 응징”

    해군참모총장, 北 서북도서 도발하면 “전면전 간주 응징”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이 군사적 요충지인 서북도서 해역에서 도발을 감행하면 전면전으로 간주해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엄 총장은 19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서북도서 해역 도발에 관한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적이 도발하면 강력 응징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장 부대는 적이 도발하면 국지전, 전면전을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엄 총장은 “전면전이라는 생각으로 응징하고 그 이후에는 합참이 지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엄 총장은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한 서북도서 점령훈련에 관해 “북한은 점령훈련이라지만 기습 공격하기 위한 훈련으로 보고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겸 서북도서방위사령관도 “서북도서에서 도발이 있으면 국지도발이 아니고 전면전으로 간주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해상훈련 때 적의 (도발) 원점과 지휘·지원세력까지 타격할 수 있도록 화기를 동원해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시진핑 2.0시대] 샤오캉 실현·中 굴기 완성… 세계 유일 ‘슈퍼 사회주의’ 야심

    [시진핑 2.0시대] 샤오캉 실현·中 굴기 완성… 세계 유일 ‘슈퍼 사회주의’ 야심

    18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32차례 언급했다. 69차례 사용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이어 두 번째였다.●‘중화 부흥의 꿈’ 32차례 언급 ‘두 개의 100년 목표’라고도 불리는 이 꿈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에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사회란 뜻의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중국의 굴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날 그가 발표한 집권 2기 로드맵이 21세기 중반에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유일의 ‘슈퍼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시 주석이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모든 분야에서의 당 지도(영도) 강화이다. 시 주석은 연설 첫머리에서 “아편전쟁 이후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보다 앞서는 체제이지만, 시 주석은 “당 강화만이 중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며 당의 역할을 역설했다. 당의 영도 강화는 곧 당의 ‘핵심’인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이어진다. 시 주석은 자신이 펼칠 향후 5년의 지도이념을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규정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개정될 당장(당헌)에 이 이념이 ‘시진핑 사상’으로 명기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강화된 당의 역할과 새로운 이념을 바탕으로 시 주석은 당과 군, 정부를 계속 장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은 당에 절대복종해야 한다”면서 “당의 지도하에 인민해방군은 2049년에 세계 일류 군대로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권을 더 강력하게 틀어쥘 뜻을 피력한 것이다. 홍콩 명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조용한 실리를 강조했다면 시진핑의 사회주의는 이념으로 무장한 채 외부로 확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시 주석이 권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은 부패 척결이다. 시 주석은 “부패는 당과 인민의 적”이라면서 “호랑이(고위급), 파리(하위급)를 가리지 않고 단 한번의 용서도 없는 부패 척결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국가급, 성급, 시급, 현급 단위에 모두 감찰위원회를 신설해 당원뿐만 아니라 비당원 공직자도 집중 감찰 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 동안 권력을 공고하게 다진 시 주석은 집권 2기에는 경제개혁에 매진할 뜻도 밝혔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면서 “재산권 보호 확대, 시장의 자율적인 자본 분배,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 가격변동의 탄력성, 국유경제의 전략적 재편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유기업 중심의 경제를 혼합소유제 경제로 개혁하고, 세계 일류 민영기업 탄생을 지원하며, 서비스업의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시 주석은 덧붙였다. 금리와 환율의 자율화도 중점 과제로 내세웠으며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 추진을 통한 개방형 세계경제 건설에 앞장설 것도 약속했다. 이 같은 경제개혁 조치는 “중국이 폐쇄적인 전제국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양안 문제 언급 땐 목소리 가장 높여 시 주석은 외교 정책과 관련해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타국 이익의 희생을 대가로 중국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손해를 감수할 것이라는 헛꿈을 그 어떤 국가도 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남중국해 분쟁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와 같은 중국이 핵심 이익 침해라고 간주한 이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연설에서 시 주석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던 때는 양안 문제에 대한 방침을 밝히는 대목이었다. 시 주석은 “어떤 사람이나 어떤 조직, 어떤 정당이든지 대만 독립을 책동하고 중국 영토를 분열시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영토의 완결성을 위해 조국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 노선을 걷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이 조국 통일을 말하자 박수가 10초 이상 이어졌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후계자 천민얼說… 시코노믹스는 국가 개입 강화로

    후계자 천민얼說… 시코노믹스는 국가 개입 강화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하루 앞둔 17일 베이징에는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당대회 기간 푸른 하늘을 연출하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은 실패한 듯 보였다. 지하철역에서는 공항보다 더 엄격한 보안검사가 이뤄져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유치원생들의 야외 활동까지 금지됐고 젊음의 거리 산리툰에 있는 나이트클럽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시진핑 2기 체제의 개막을 알리는 당대회도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새 상무위원을 예측하는 온갖 ‘버전’은 17일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채 중화권 매체를 배회했다. 지금으로서는 당대회 폐막 다음날인 25일 제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 때 연단에 누가 어떤 순서로 오르는지를 봐야 시진핑 2기의 권력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 1주일 인민대회당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를 거치며 확립된 집단형 권력체계를 뜯어고치려 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이는 중국의 도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직 마오만 누렸던 당 주석직을 부활시켜 본인이 당과 국가의 주석에 오르기를 원한다. 이는 ‘상무위원 집단지도체제’와 ‘지도자 임기 10년’의 붕괴를 뜻한다. 물러날 지도자가 차차기를 지명하는 ‘격대(隔代)지정’과 ‘시진핑 사상’의 당장(당헌) 명기도 ‘관례 파괴’의 가늠자이다.새 상무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지난 5년 시진핑 체제를 떠받쳐온 두 기둥인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이동이 가장 중요하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격인 리 주임은 차기 상무위원 입성이 가장 확실한 인물로 꼽힌다. 리 주임이 왕 서기의 자리를 대신해 중앙기율위 서기에 오르면 집권 2기 최고 실세가 되는 것이다. 69세인 왕 서기는 퇴임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시 주석의 관례 깨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장쩌민이 2002년 확립한 ‘7상8하’(67세는 상무위원에 오를 수 있고 68세는 퇴임한다) 불문율을 가장 먼저 깨는 당사자가 된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는 ‘포스트 시진핑’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시 주석이 당 주석직을 맡아 1인 체제를 완성하고 계파 화합 차원에서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를 상무위원에 입성시켜 차기의 길을 터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는 후진타오가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처럼 아예 무대 뒤로 퇴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시 주석의 심복인 천민얼이 라이벌 후춘화를 제치고 2단계를 건너뛰어 상무위원에 입성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천민얼을 세워 놓고 5년 이후에도 수렴청정하려는 시진핑과 시진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천민얼의 ‘자기 정치’가 주목을 끌 수 있다. 앞으로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짜일 것인가는 세계적인 이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중국 경제는 ‘시코노믹스’(시진핑 이코노믹스)의 본격 가동 시대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총리의 영역이었던 경제까지 관장한 지 이미 오래됐다. 시코노믹스가 국가 개입 강화로 나아갈지 아니면 개방 확대로 나아갈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시 주석은 경제에서도 당의 영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리커창 총리는 국유기업 개혁 등 민간부문 확대에 방점을 찍어 왔다. 이 때문에 서방은 시코노믹스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시 주석은 집권 초기에 시장에 힘을 실어 주는 듯했으나 점점 국가 개입주의로 선회했다”면서 “국유기업에 더 의존하면서 중국 경제는 발전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8기 7중전회 공보에 명기된 ‘모든 영역에서의 당 관리 강화’도 사실은 ‘기업 관리 강화’라는 게 서방의 분석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시 주석이 1기에 권력을 안정화한 만큼 2기에는 과감한 경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차오위앤정 인민대 교수는 “19대 이후엔 인수·합병(M&A), 과잉 생산능력 해소, 좀비기업 제거 등 개혁이 진일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도 “구조 개혁에 방점을 둔 시코노믹스가 전면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면서 “공급 측 개혁, 국유기업 개혁, 금융 리스크 방지, 부동산시장 안정, 일대일로 핵심 정책 대대적 추진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트럼프發 이란 政爭

    트럼프發 이란 政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준수에 대한 ‘불인증’ 선언으로 이란 정국이 격랑에 휩쓸리게 됐다. 중동 정세도 불투명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전문가 및 이란 정부 관계자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으로 이란 내부의 권력 투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강경파들의 득세로 중동 일대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개혁·개방을 주도해 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합의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지지했었다.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합의였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개방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면서 “반(反)로하니 세력에는 천금 같은 기회”라고 전했다.이슬람 통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대(對)서방 강경 노선을 밝혀 왔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힘이 실리게 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핵협정 타결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 등 서방 세력을 비판했었다. 그는 개혁·개방노선을 두고 로하니 대통령과도 대립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6월에는 공개석상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겨냥한 듯 “이란 혁명 초기 당시 대통령이 사회를 분열시켰다. 이런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중동 지역에서의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내에서 대립 중이다. 카타르 단교 사태, 예멘·시리아 내전의 배경에는 양국의 갈등이 있다. 복수의 이란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세질수록 우리는 주변국에 더 가혹하고 공격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헤란의 정치 평론가 사이드 레일라즈는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전직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을 증명하려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이 유럽 등 나머지 협정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란의 개혁·개방을 이어 가려면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美,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 사실상 파기 수순

    의회, 60일 내 제재 재개 여부 결정 “협정 파기 땐 北에 핵개발 명분 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새로운 대(對)이란 전략을 발표했다.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인증 내용 등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이 더이상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고 이란이 중동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핵합의) 결의를 시험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데 골몰하는 충격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군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군기지에 대한 사찰을 거부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시사해 온 것은 이란의 핵합의 약속과 추가 의정서에 위배된다”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이란 전략은 이란 정부의 불안정한 영향력을 무력화하고 공격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 맺은 것으로,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다. 협정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 법에 따라 미 정부는 이란이 JCPOA를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근거로 대이란 제재 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정부가 협정 준수 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이란 핵협정이 당장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하면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지를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북한에 핵개발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이미 나온 협상마저 찢겠다고 얘기하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북정책 및 핵협상 전문가로 이란 핵협상에도 깊이 관여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뒤집는다면, 이는 미국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고 따라서 대북 외교를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도 이란 핵협정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려감을 표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유관 각국이 이란 핵협정을 계속해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이날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의 안전, 예측 가능성 및 핵확산 금지의 현 분위기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독립 100주년, 라트비아/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독립 100주년, 라트비아/오일만 논설위원

    발틱해 연안에 있는 라트비아는 여러 모로 한반도 운명과 닮았다.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까닭에 13세기 이후 줄곧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에야 간신히 독립에 성공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호시탐탐 발틱해의 부동항을 탐냈던 소련에 의해 다시 점령됐다가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 가까스로 독립을 쟁취한 나라다.라트비아인에게 20세기는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라트비아는 면적(6만 4500㎢)이 남한의 3분의2에 불과하고 인구는 200만명 안팎이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인구의 3분의1이 죽거나 독일로 끌려가는 재앙을 당했다. 소련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13만명의 라트비아인이 해외로 망명했고 1953년까지 12만명의 라트비아인이 죽거나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졌다. 800년 이상 혹독한 역사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라트비아인들은 자신의 언어를 지켜 낼 정도로 자주 의지가 강하다. 공용어로 사용하는 라트비아어는 인도유럽어족의 갈래로 옛 형태를 잘 보존한 언어로 평가받는다. 라트비아인들의 자유 의지는 독립전쟁 당시 죽은 이들을 기념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표출되기도 했다. 라트비아가 소련의 압제에서 벗어난 사연도 극적이다. 1989년 독·소 불가침조약 50주년을 맞아 발트 3국 국민 200만명이 탈린(에스토니아)~리가(라트비아)~빌뉴스(리투아니아) 등을 잇는 ‘인간사슬’을 만들었다. 장장 620㎞의 거리에서 이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발틱의 길’을 외치며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소련의 강점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주권을 되찾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04년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에,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각각 가입하며 친서방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나라를 되찾은 라트비아가 내년 독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강소국을 꿈꾸는 라트비아는 정보기술(IT) 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라트비아의 인터넷 보급률은 80%에 웃돌고 인터넷 속도도 세계 17위에 기록될 정도로 IT 바람이 거세다. 라트비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드라우기엠을 조성할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지난달 28일 만난 라이몬츠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IT 산업을 통해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혹독한 역경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낸 우리처럼 라트비아가 ‘발틱의 기적’을 만들어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시론] 북핵과 동북아의 거대한 체스게임/이신욱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북핵과 동북아의 거대한 체스게임/이신욱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과 미국 본토를 향한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2차 북핵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석 연휴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한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보유 발언과 모로조프 하원의원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계획 발언으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을 맞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에 대한 집착은 핵 보유만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는 국제적 고립과 경제 붕괴를 초래했고, ‘고난의 행군’과 대규모 탈북이라는 북한 정권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 경제위기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단숨에 우위를 점할 방안으로 핵 개발은 북한에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북핵을 적극 저지해야 하는 절대 악의 존재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세력 유지를 위해 북한의 생존을 지지했고 다각적인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 정권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중·러에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는 포기할 수 없는 국가 핵심 이익으로 간주됐고 동북아 세력 균형의 중심축으로 여겨졌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중·러에 대한 북한의 인력 수출과 국경지대의 밀무역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실천 의지에도 북한 금융의 대부분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러는 북핵을 동북아 세력 균형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북한 정권이 목표하는 정권 보장과 안정보다는 주변 강대국들의 상호 대립과 갈등, 경쟁의 심화를 야기하는 아이러니가 동북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은 대외적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와 별개로 북핵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대립과 갈등은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거대한 체스게임과 같은 양상으로 흐르고 있고 그 승자가 누구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평화와 안정을 미국의 패권하에 두려는 서방 세력과 북한의 생존을 꾀하며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중·러의 거대한 체스게임은 한반도 전쟁 위기와 함께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2차 북핵 위기에 대해 보다 냉철한 대외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통일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시돼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동북아 국제 관계가 냉전적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앞으로 통일 논의에서 세력 균형은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둘째, 한반도 안정화 전략을 수립해 시급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중재 노력과 함께 지역안보공동체 설립을 위한 다각적 외교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역안보공동체를 중심으로 북한의 안전보장, 핵동결과 포기를 위해 노력한다면 세력 균형에 충실한 중·러도 공통의 목표를 가진 우군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참여, 대북 특사외교, 대북 채널 복원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셋째, 신북방 정책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 정책을 러시아와의 에너지, 물류 협력 문제로 생각해 왔고 북한을 파트너로 참여시키기를 바랐다. 그러나 신북방 정책은 통일 정책이라기보다 지역통합 정책에 가깝게 실행돼야 한다. 2차 북핵 위기 이후의 남북 신뢰 관계 구축과 신경제 관계 형성, 경제 통합에 이르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나아가 민관 협의체를 통해 독일의 동방정책과 같은 국가 전략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 [길섶에서] 친척 붕괴/박건승 논설위원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니 2008년엔 88%가 ‘친척은 편안한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올해는 56%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인 절반이 ‘친척은 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9년 전보다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친척 범위’도 삼촌, 이모 등 ‘4촌 이내’를 꼽은 사람이 절반에 육박했다. 친척 범위가 좁아지고 친척과의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좌일 게다. 왜일까. 사촌들은 친척 어른들에게 “결혼도 묻지 말라, 시험도 묻지 말라, 취업도 묻지 말라”며 ‘잠수’를 타 버린다. 명절증후군은 며느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 서방, 직장은? 연봉은? 아이는?…” ‘처월드’로 고민하는 사위들은 모처럼 처가 식구와 대면해도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다. 멀어진 듯 보이지만 그래도 마음 가는 것이 ‘친척’ 아닌가. 어른들이 나설 차례다. 조카 대학과 직장, 그리고 사위 연봉이 궁금하더라도 참아 넘기자. 대신 격려하자. 가뜩이나 결혼절벽, 저출산 시대를 맞아 사촌들까지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건 죄악이다. 명절증후군이란 화두만 던져 놓고 오불관언한 것이 언론이었다. 이제 갈등을 조장하는 일은 그만두자.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비자 전쟁’으로 번진 美·터키 외교갈등

    미국과 터키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 터키 당국이 수도 앙카라 주재 미 총영사관 직원을 체포한 것과 관련, 8일 비(非)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하자 터키도 이에 맞서 미 주재 터키 대사관의 비자 발급을 중지했다. 지난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서방 동맹국들과의 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미 정부는 미 외교기관과 직원의 안전에 대한 터키 정부의 약속을 재검토하게 됐다”며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터키로의 미국인) 방문자 숫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터키의 모든 미 외교시설에서 비이민 비자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사건들이란 4일 터키 주재 미 총영사관의 터키인 직원 메틴 토푸즈가 터키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과 연계돼 있다는 혐의로 체포된 일을 뜻한다. 당시 미 당국은 총영사관 직원의 체포가 미국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이민 비자 발급 중단 조치는 즉각 발효됐다. 중단 대상은 전자비자 및 국경 발급 비자, 여권 첨부 비자 등 모든 비자에 적용됐다. 몇 시간 뒤 터키 정부도 똑같은 조치로 맞대응했다. 워싱턴 주재 터키 대사관은 트위터에서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터키 정부는 터키 외교기관과 직원의 안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약속을 재검토하게 됐다”며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으로의 터키인) 방문자 숫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터키 외교시설에서 비이민 비자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측 성명을 고스란히 주어만 바꾼 것이다. 미국과 터키는 미국에 거주 중인 귈렌의 터키 송환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우는 시리아 내 쿠르드 반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도 외교적 마찰이 이어졌다. 터키가 시리아 내 쿠르드 반군을 분리독립을 꾀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독일과도 껄끄러운 관계다. 독일로 망명한 터키 측 군 인사들에 대한 소환 요청을 독일 측이 거부하자 터키는 지난 6월 터키 내 독일 연방군 기지에 대한 독일 의원들의 방문을 불허했다.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등에 표를 던지지 말라고 터키계 독일 유권자들에게 주문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터키 검찰은 또 지난 8일 테러 연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독일인 페터 슈토이트너 등 인권 운동가 11명에 대해 최대 징역 15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러시아 봉쇄’ 임무를 수행해 온 터키가 미국, 유럽 동맹국들과 대립하면서 나토가 흔들릴 우려도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의 러시아제 무기 구매 결정은 최근 미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연평부대 방문…“적의 심장에 비수를”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연평부대 방문…“적의 심장에 비수를”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겸 서북도서방위사령관은 7일 서해 최전방 연평부대를 방문해 서북도서 작전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해병대사령부는 전 사령관이 이날 연평부대 지휘통제실에서 적 동향과 작전대비 태세 현황을 보고 받고, 추석 연휴 기간 중 평시보다 완벽한 작전대비 태세 유지와 안정적 부대 관리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전 사령관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투 현장이었던 포7중대 현장 지도에서 연평부대의 화력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그는 방공 진지를 방문해 적 공중 도발 상황 대응 절차를 확인하며 방공작전 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서방사는 연휴와 상관없이 조금의 긴장도 늦추지 말고 적의 기습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과감하게 적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라”라고 말했다. 전 사령관은 이날 해안경계대대 장병들과 다과회도 가졌다. 전 사령관은 도서 100여 권을 부대에 선물했으며, 이병들에게는 이와 별도로 사령관의 서명과 격려의 글을 직접 적은 책을 선물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씨줄날줄] 크림반도의 ‘푸틴 장벽’/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크림반도의 ‘푸틴 장벽’/최광숙 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잊을 수가 없다. 사냥개에 물려 개를 무서워하는 것을 안 푸틴이 회담장에 시커먼 개를 풀어놓은 것도 모자라 호통을 치다가 다시 목소리를 깔고 강요하듯 말하는 등 거칠게 굴었기 때문이다.푸틴의 이런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회담 장소로 크림반도의 대통령 별장이 선택된 것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이 호시탐탐 크림반도를 노리던 푸틴과 이에 반대하는 서방국가 간의 중재자로 나서자 푸틴은 일부러 메르켈을 크림반도로 불러들여 기를 죽이고자 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던 크림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탓에 수백년간 동·서 강대국들이 싸우는 각축장이 된 곳이다. 1854~56년 이곳에서는 러시아와 오스만제국(현 터키)·동맹국 간의 ‘크림전쟁’이 벌어졌다. 표면적인 원인은 종교 갈등이었지만 사실은 러시아의 남진 정책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유럽 각국의 견제였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 전쟁이 낳은 두 명의 영웅이 있는데 한 사람은 ‘전쟁과 평화’를 쓴 러시아의 대문호인 레프 톨스토이다. 그는 20대에 러시아 포병장교로 참전했다. 또 한 사람은 오스만 측을 지원했던 영국군의 부상병들을 간호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다. 구소련은 여러 차례 전쟁을 통해 크림반도를 확보했으나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인 흐루쇼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됐다. 하지만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남진 정책상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일 년 내내 기후가 온화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흑해의 항구가 필요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크림반도 남쪽의 세바스토폴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장기 임차해 흑해함대를 주둔시켜 왔다. 그러다 2014년 러시아군은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크림의회는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의 찬반을 물었는데 크림반도의 90%가 러시아계 주민이다 보니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와의 합병이 이뤄졌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국가들은 ‘불법 영토 찬탈’이라며 크림반도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높이 2m, 길이 50㎞의 이른바 ‘푸틴 장벽’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크림반도 지배권을 더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핵 위기의 한반도만큼이나 크림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구촌 여기저기서 어른거리는 냉전의 그림자가 걱정스럽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여성이여, 엑셀 밟으시오”… 운전 허용한 사우디 ‘경제 엑셀’ 밟는다

    “여성이여, 엑셀 밟으시오”… 운전 허용한 사우디 ‘경제 엑셀’ 밟는다

    여성 경제 활동 높이고 투자 유치 “도요타·현대차 최대 수혜자 될 것”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여성 인권 신장이 명목이지만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 중심 경제 체제에서 탈피하고 중동의 경쟁자 이란에 밀리지 않기 위한 사우디 왕실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81) 사우디 국왕은 이날 칙령을 통해 30일 내 위원회를 구성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통 법규 조항을 내년 6월 24일까지 시행하라고 명령했다. 수니파 이슬람국가의 맹주 격인 사우디는 여성 운전 금지를 법에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여성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외국인 여성도 사우디에서는 운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성이 차로 외출하려면 가족 중 남성 보호자나 고용된 기사가 운전을 대신해야 한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것이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국가브랜드를 개선해 해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쿼츠가 전했다. 운전 금지 조치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되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BBC는 “그동안 80만명 이상의 외국 남성이 운전수로 고용됐고 사우디 여성들은 월급의 대부분을 이들에게 쏟아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칙령은 지난 6월 왕위 계승자로 책봉된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의 중장기 개혁 계획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앞서 사우디는 2015년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했고 지난 21일에는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는 등 꾸준히 여성의 권리를 확대해 왔다. 비전 2030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41.8%, 재정수입의 87.5%를 차지하는 석유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방위산업 등 주요 산업의 국산화를 달성하는 한편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22%에서 30%로 높이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15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해외 투자자를 이란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한편 사우디 승용차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도요타(32%)와 2위 현대자동차(24%)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와 현대차는 현재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이외에 여성을 겨냥한 소형차 모델을 더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메르켈의 3가지 약점, 16년 ‘최장기 총리’ 원동력 되다

    메르켈의 3가지 약점, 16년 ‘최장기 총리’ 원동력 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 인생을 관통한 것은 ‘약함’이었다. 그런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들이 즐비한 국제사회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역사적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권위보다 소통을, 감정보다 이성을, 독단보다 관계 중심의 리더십 덕분으로 평가된다. 흐르는 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듯,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메르켈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4연임이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메르켈은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독 출신의 젊은 여성 과학자는 서독 출신 남성이 지배하는 독일 정치계에서 애초에 주류가 될 수 없었다. 1994년 36살이던 메르켈을 통일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한 ‘정치적 아버지’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메르켈을 ‘나의 소녀’(mein Madchen)라고 불렀다. 진보 성향의 독일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의 부편집장인 베른트 울리히는 지난 22일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에 기고한 글에서 메르켈 총리가 콜 전 총리처럼 16년 장기집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3가지 약점’을 꼽는다.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동독 출신으로, 서독 세계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은 것 ▲독일 정당 내에서도 가장 마초적인 기독교민주당(CDU)에 몸을 담은 것 등이다. 메르켈은 이 같은 자신의 약점을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재빠르게 보완해 갔다. 1999년 당시 콜 총리와 기민당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존폐 기로에 놓였을 때 메르켈이 나서 “콜의 시대는 갔다”며 사퇴를 공개 촉구한 것이 시작이다. 콜 총리가 “내 팔에 스스로 독사를 올려놓았다”며 메르켈을 비난한 것처럼, ‘소녀’는 ‘독사’로 모습을 바꾸며 2000년 기민당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 2005년 11월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누르고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은 선거 과정에서 대립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정책인 ‘어젠다 2010’ 정책을 이어받아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포용성’을 보였다. 이 경제개혁 추진에 힘입어 1990년대 초부터 장기 침체를 겪으며 ‘유럽의 병자’로 조롱당하던 독일은 유럽연합(EU)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2005년 11.7%에 달하던 실업률은 현재 3.7%로 완전 고용에 가깝다. 메르켈의 4연임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독일 경제 호황에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분석한다. 2004년 EU 출범 직후 독일 총리가 된 메르켈은 이후 잇따라 불거진 국제 문제에도 대처해야 했다. 2011~2013년 유로존 재정위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5년 난민 문제 등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때마다 메르켈 특유의 차분한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일례로 2015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벌인 국제금융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을 폈지만 메르켈은 끈질긴 협상으로 유로존 위기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베른트 울리히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서방의 군사적·도덕적 리더로서의 역할에서 후퇴하기 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혼란이 일어나며 국제사회는 유럽의 중심에 서 있는 거인의 중요성을 부각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메르켈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함’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메르켈은 협동적이고 이성적이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총리 4연임은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도 그대로 유지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국제사회의 자국 이익 선호 움직임에 맞서 국제 협조를 호소,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존재감을 높여온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독일 안팎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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