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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남중국해엔 한 해 3800조원이 흐른다… 그래서 사활 건 美·中

    [글로벌 인사이트] 남중국해엔 한 해 3800조원이 흐른다… 그래서 사활 건 美·中

    군사 전문가 상당수가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남중국해’를 꼽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력시위로 이어지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해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던 지난 5월, 중국은 소리소문 없이 남중국해 3개 인공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요새를 구축하고 나섰다. 뒤통수를 맞은 미국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전격 교체했을 뿐 아니라 B52 전략폭격기의 전술 비행과 ‘항행의 자유 작전’ 그리고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대만’과 군사훈련에 나서는 등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중국에 대한 반격 작전을 펼쳤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갈등이나 충돌 위기를 마다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대응하는 ‘남중국해’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이달 16일 남중국해 해역으로 미사일 세 발이 발사됐다. 각각 다른 방향과 고도에서 날아오는 무인기를 향해 중국군이 발사한 것이다. 무인기는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 실전과 같은 이번 중국군의 훈련은 최근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의 남중국해 비행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 표시로 풀이된다. 중국이 지난 5월 24일 시사 군도 내 중국의 최대 군사기지인 우디섬에 HQ9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새로 배치했다. 앞서 5월 2일 군사기지로 조성한 인공섬인 수비 암초(주비자오), 미스치프 암초(메이지자오),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융수자오)에 잉지12(YJ12) 대함미사일과 훙치9(HQ9) 지대공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이 군사기지화한 시사 군도와 난사 군도(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 4곳에 2.6~3㎞ 길이의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도 구축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주요 거점 암초의 군사기지화를 완료하기 위한 인력과 무기 배치 등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서방의 우방인 영국과 프랑스와 연합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대응에 대한 역대응, 도발에 대한 반격이다. 지난 4일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H 2대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20마일(약 32㎞)가량 떨어진 지점을 전술 비행하면서 남중국해를 관통했다. 또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고, 지금은 중국이 점유한 스카버러섬(황옌다오) 근처도 자유롭게 비행했다. 미군이 중국에 보란 듯 이례적으로 남중국해 깊숙이 발을 들이밀었다. 이는 지난 2일 싱가포르의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이웃 국가를 겁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라면서 “미국은 계속 이 지역에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한 후 이뤄졌다. ●미·중 남중국해 갈등은 2010년 본격화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공화국 등이 남중국해에 인접해 있는 해양 지형물에 대한 영유권과 해양 관할권을 주장하는 국가 간 해양영토분쟁이다. 이들 국가 간의 분쟁은 1945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하면서 남중국해에 힘의 공백이 생긴 게 발단이 됐다. 이에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이 영유권 확보에 나서면서, 한때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1974년과 1988년 중국은 베트남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해 7월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는 미국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이라면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발언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신호탄이 됐다. 미국은 유사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를 쉽게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으로 큰 위협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통제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군사기지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 그대로 놔두면 멕시코 크기의 남중국해 해역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남중국해는 대부분 암초와 산호초 등으로 이뤄진 작은 섬들로, 그 자체로서는 가치가 크지 않다. 분쟁 지역 중 점유 해역이 73만㎢로 가장 넓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도서 총면적조차 2.1㎢(축구장 크기의 약 3배)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역인 남중국해가 갖는 경제·안보·군사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중국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약 2500종), 조사 기관이나 시기에 따라 편차는 있으나 대략 110억 배럴의 원유와 190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에서 대만 해협까지 포함돼 전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와 원유 수송량의 70% 이상 등 한 해 3조 40000억 달러(약 3782억조원)의 상품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으며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 대부분도 남중국해를 거쳐 수송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해양 자원과 해양 교통의 핵심 거점이라는 이유로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독식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위위구조 전법으로 중국 압박 중국의 남중국해 실효 지배력이 높아지자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일본과 호주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연합(EU)을 끌어들이고 있다. EU도 교역 물품의 50%가 남중국해를 지나간다는 이유로 미국과 함께 ‘항행의 자유’ 작전에 힘을 보태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 미국은 남중국해 군사화에 나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과 대만 고위 공무원들의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또 미국 정부는 조만간 항공모함을 보내 대만 해협을 항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항모가 가장 최근 대만 해협을 항해한 건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7년이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와 대만지역 군사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미국과 분쟁을 벌이길 원하지 않지만 미국의 도발에는 반드시 반격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사상이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문은 “대만 해협이 국제 항로지만, 미군 군함이 이곳을 통과하는 것은 특별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미국이 대만과 군사적 협력에 나서는 것은 남중국해 견제를 위한 ‘위위구조’(圍魏救趙)의 전략으로 보인다. 위위구조는 전국시대 제나라가 위나라의 침공을 받은 조나라로부터 구원 요청을 받자, 구원병을 조나라에 직접 보내지 않고 위나라 수도를 포위하는 방식으로 조나라를 구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이 더 급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건드려 중국의 남중국해 확장 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지난 20일 미국은 대만군과 합동군사훈련을 공식화하는 반면 중국의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 참가는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지난 18일 통과시킨 ‘2019년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미군이 대만의 정례 군사훈련인 한광훈련 등에 참가하고, 대만도 미국 군사훈련에 참가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미군과 대만군 간 합동군사훈련을 공식화한 조치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는 대만의 무기 판매뿐 아니라 공동 군사훈련 등 다양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해군이 강한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를 묵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모하메드 살라흐가 체첸공화국 명예시민이 된 까닭은

    모하메드 살라흐가 체첸공화국 명예시민이 된 까닭은

    러시아 체첸공화국의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가 이집트 국가대표이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스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흐(28)를 체첸공화국 명예시민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대표팀이 수도 그로즈니에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차린 인연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카디로프는 이집트 대표팀이 훈련하는 구장을 찾아 살라흐와 함께 그라운드를 돌아보며 사진 촬영에 응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수많은 인권 유린, 동성애자에 대한고문 등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다.그러나 그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런 걸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건 서방 언론이 우리를 헐뜯기 위해 돈 주고 부탁해서 낸 기사들이다. 우리가 이집트에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이집트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만찬을 들면서 내가 이집트 대표팀을 존경한다고 밝혔고 모하메드 살라흐에게 위촉장과 배지를 선물했다. 값어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살라흐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도중 어깨를 다쳐 우루과이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결장해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뒤 러시아와의 2차전에 출전해 페널티킥 골로 월드컵 첫 득점을 신고했지만 팀의 1-3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집트는 옛 스탈린그라드로 낮익은 볼고그라드에서 25일 밤 11시(한국시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사우디아라비아와 펼쳐 16강 진출의 마지막 가능성을 두드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거대 조각상의 칼 내리칠 것 같은 볼고그라드 아레나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거대 조각상의 칼 내리칠 것 같은 볼고그라드 아레나

    23일 새벽(한국시간) 나이지리아가 아이슬란드를 2-0으로 격파한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도시가 볼고그라드라고 소개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유명한 스탈린그라드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엄청난 스탈린그라드 공세를 견뎌냈던 도시입니다. 거대한 ‘마더 러시아’ 조각상의 커다란 칼이 금방이라도 내리칠 것 같은 언덕 아래에 볼고그라드 아레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 취재를 위해 머무르고 있는 로스토프나도누가 돈강 하류와 아조프해가 맞닿는 항구인데 볼고그라드는 볼가강 하류와 돈강 하류가 관통하는 곳입니다. 사실 로스토프나도누에도 이것보다 작지만 커다란 조각상이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더군요.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영국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는 국면에 18일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곳에서 튀니지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렀습니다. 잉글랜드 서포터들에게 BBC는 이 도시와 영국이 갖고 있는 각별한 관계에 대해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지난 5일 방송이 보도한 내용을 뒤늦게 옮겨봅니다.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러시아와 영국은 동맹으로 나치에 맞서 함께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첨예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곳 볼고그라드 주민들은 잠시 정치를 옆으로 밀어두고 잉글랜드 팬들을 맞을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BBC 기자가 찾았을 때 이곳 주민들은 전승 기념관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찾고 있었는데 셔츠에 마더 러시아가 미국 자유의여신 머리를 잘라내는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긴 계단을 오르는 한 청년을 만났다. 셔츠 아래쪽에는 “스탈린그라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반이란 이름의 전직 역사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서방은 러시아의 적이기 때문에 이 옷을 입었다. 그들은 우리를 모두 죽이려 한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수백년 동안 그렇게 해온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적대적인 감정은 정치인이나 국영매체들에서 다반사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글로벌 열강 대열로 되돌리려 하자 서방이 러시아를 가둬두려고만 한다는 식이다. 지난달 볼고그라드 시내에서 전승기념일을 맞아 장병들과 탱크들의 행진을 바라보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 군 제복을 입은 고령 은퇴자들이 “잉글랜드는 결코 우리 우방이 아니었다. 누구도 강하고 힘에 넘치는 러시아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2010년만 해도 두 나라 관계는 따듯했다. 그러나 그 뒤 2014년 크림 반도 점령,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조금 더 최근에는 전직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을 군사용 신경가스로 살해하려 한 일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영국 왕실과 정부 장관 중 누구도 푸틴 대통령이 거들먹거릴 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관리들은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드레이 코솔라포프 볼고그라드 시장은 “여기 사람들은 친절하고 미소가 훌륭해요. 난 여기 오겠다고 용기를 낸 이들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은 우리 조국을 나쁜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데 월드컵은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지어진 경기장은 대전 격전지 중 하나였다. 두 구의 시신과 수백개의 탄환이 발견돼 이를 발굴한 뒤 공사가 착공됐다. 러시안컵 결승을 치러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사전 테스트를 마쳤는데 한 소녀는 서투른 영어로 “모든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해요. 평화, 정치 말고, 러시아에서 연인과 함께”라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선수 아기 가지면 5200만원” 광고로 살펴본 러 여성 실태

    “선수 아기 가지면 5200만원” 광고로 살펴본 러 여성 실태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버거킹 러시아 지사가 월드컵에 출전한 러시아 대표팀 선수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에게 300만루블(약 5200만원)과 평생 햄버거 공짜 제공을 약속한 광고를 제작한 데 대해 사과했다. 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고의 축구 유전자를 얻기 위해’, ‘러시아 대표팀의 성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게 하기 위해’와 같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동원해 물의를 일으켰다. 성차별적 문구란 지적도 빠지지 않았으며 개최국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텔레그램에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갖는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개탄했다. 회사는 현재 광고를 삭제한 상태이며 AP통신을 통해 “러시아 지사가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AP통신은 “러시아에서는 아직 성 차별적인 광고가 만연하다”면서 “특히 스포츠 관련 광고에서 더욱 자주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친(친) 크렘린 성향의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의 기사에도 버젓이 “외국인 팬을 유혹하고” 그들과 수다를 떠는 방법이 게재됐다. 스포츠 웹사이트 챔피오내트에는 “어떻게 러시아 미녀들이 외국인들에게 덫을 놓는지”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다. 유튜브에는 국영 TV 진행자가 외국인 축구팬들을 만날 희망으로 “몇십만의 뱀파이어들이 모스크바에 몰려들고 있다”고 떠벌였다. 챔피오내트는 매일 “으뜸 월드컵 미녀” 순위를 싣고 있고 몇몇 유명 블로거들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공산주의 굴레는 벗어났지만 러시아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성역할 논쟁도 러시아 TV에선 보기 어렵다. 만약 프로그램에서 조금이라도 페미니스트들의 견해에 동의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무너뜨리려는 서방의 선전술에 넘어간 것이란 식으로 역공이 들어온다. 얼마 전 브라질 축구팬들이 러시아 여인과 어울려 포르투갈어로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브라질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 반면 러시아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문제의 러시아 여인은 가사 뜻을 몰라 웃으면서 따라 부르려고 했는데 한 유명 텔레그램 이용자는 “내 생각에 그녀는 그 남자들이 자신을 해외로 데려가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실패”라고 적었다. 러시아에서는 이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2500명 정도가 서명했다. 브라질 언론은 이미 이들 중 일부의 신원까지 파악했다. 여성인권 운동가인 알요나 포포바는 러시아 법이 해외 시민들에게 “여성을 그저 몸뚱아리로 다룰 자유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직도 러시아에서는 성차별을 처벌할 근거 법률이 없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염상진과 염상구를 만나다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염상진과 염상구를 만나다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사람덜이 워째서 공산당 허는지 아시오?...(중략)...가난하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의지헐디웂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웂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태백산맥 1권, 248p) 소설 태백산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 중의 하나다. 김범우 집안의 가복(家僕)이자 일자 무식꾼인 문서방은 공산당과 빨갱이를 ‘대놓고’ 말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에서조차도 빨갱이와 공산당을 ‘대놓고’ 말하기 힘든 시절이었던 1983년 9월, 소설 태백산맥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4년간의 자료조사와 6년간의 집필 끝에 원고지16,500매에 달하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은 시대와 이념의 금기(禁忌)를 정면으로 다룬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써 외면하였던 우리 현대사의 한 면을 과감히 드러낸 작품, 소설 태백산맥을 기념하는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으로 가 보자. 소설 태백산맥의 내용은 이러하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과 함께 좌익에 의해 장악되었던 벌교가 다시 진압 세력인 우익 군경의 수중에 들어간다. 이 와중에 좌익과 우익의 갈등은 심해지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많은 피해를 입는다. 더구나 이승만 정권의 농지개혁안에 대한 소작인들의 반발은 날로 극심해진다. 이럴 즈음 1950년 6·25의 발발과 함께 벌교는 다시 좌익 세력들에 의해 장악되고, 이들은 인민의 해방을 감격스럽게 맞이하지만 또다시 살육의 참상을 겪는다. 전쟁이 고착화되자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빨치산 세력은 지리산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무장 투쟁을 계속하지만, 군경의 진압 작전에 따라 이들의 투쟁은 점차 무력해지고 빨치산 대장 염상진은 퇴로가 막히자 결국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바로 이러한 소설 태백산맥의 강렬한 주제와 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을 수 있는 공간이 벌교에 위치한 태백산맥 문학관이다. 2008년 11월에 개관한 태백산맥 문학관은 자리 선정도 제대로다. 소설 첫 시작 장면인 현부잣집과 소화의 집이 있는 벌교 제석산 끝자락에 터를 잡아 개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이 땅속에 묻혀있던 역사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산자락을 파내서 특이하게 설계된 건물로 세워졌다. 문학관은 총 1층과 2층으로 나뉘는 데, 연면적이 1,375.8㎡에 이르며 건축면적만으로는 979.7㎡에 달하는 넓이다. 이곳에는 작가 조정래의 육필원고 등 증여 작품을 포함하여 159건 719점이 전시되어 있다. 따라서 소설 태백산맥의 독자들에게는 작품의 깊이를 더더욱 음미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건물 내부는 총 6개의 마당으로 구역이 나뉘어지는 데, 첫째 마당에는 태백산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자료조사, 집필, 작품의 탄생을 알린다. 둘째 마당에는 16,500매에 달하는 작품의 육필 원고를 셋째 마당에는 작품을 둘러싼 이적성 시비와 논란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넷째 마당에는 작가 조정래의 문학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다섯째 마당에는 문학 사랑방이 있으며 여섯째 마당에는 작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라면 한 번은 방문해도 좋을. 2. 누구와 함께? - 태백산맥의 배경을 이룬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 벌교 버스터미널 지나자마자 좌회전(150M 지점) 4. 감탄하는 점은? - 태백산맥의 육필 원고와 치열한 작가의 고민의 흔적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늘 한산한 편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작가의 육필 원고. 건물이 지닌 건축학적 아름다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벌교는 꼬막정식이 유명하다. 원조수라상꼬막정식, 외서댁 꼬막나라, 제석꼬막회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tbsm.boseong.go.kr/main.ph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낙안읍성, 보성 녹차밭, 순천만 정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라면 의미가 있는 장소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과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소설의 재미를 뛰어 넘어 우리 민족 역사가 건너온 질곡의 세월을 느끼게 해 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시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시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최근 한국의 언론을 보면 이상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낙관주의와 기대의 쓰나미가 한국 언론과 한국 국민들을 휩쓸고 있다. 그들은 온 세계가 하루아침에 이미 바뀌었거나 곧 바뀔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 한반도 냉전 구조의 붕괴 및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다.그러나 이 낙관주의가 별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북·미 정상회담은 평가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꿀 것 같지 않다. 한반도 상황을 20여년 동안 결정해 온 논리, 그리고 관계 국가들의 현실주의적인 국가 이익은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북·미 공동성명은 생각만큼 의미가 크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핵군축’을 할 수 있는데, ‘핵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의 전략적인 상황 및 엘리트 계층의 집단이익과 직결된다. 북한 결정권자들은 비핵화를 집단 자살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역사상 핵을 포기한 독재자는 리비아의 카다피뿐인데 우리 모두 그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북한처럼 ‘악의 축’에 속했던 후세인 대통령의 운명도 평양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에 미국이 ‘확실한’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북한측이 체제보장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미국측은 자신의 약속을 지킬지 의심스럽다. 특히 민주 국가인 미국에서 선거가 있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과의 핵협정을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다. 트럼프를 악당처럼 싫어하는 민주당이 다시 여당이 된 다음에 북한과의 체제보장 협정을 쓰레기통으로 보내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아는 방법이 있을까. 둘째, 북한 엘리트가 직면한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두 종류의 위험이 있다. 외부의 공격에 대한 우려감, 그리고 내부 혁명이나 음모, 쿠데타 등에 대한 우려감이다. 미국측은 불가침 약속을 할 수 있는데, 북한 내부에서 생길 위협을 가로막을 능력이 없다. 2011~12년 리비아 혁명은 중요한 교훈이다. 리비아에서 반체제 운동이 시작될 때, 카다피 정권은 공군과 중화기가 많아서 이 운동을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카다피에게 비핵화를 강제한 서방 국가들은 카다피가 공군 비행기를 쓰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했다. 북한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떨까.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북한 민중이 1989년 동독 민중처럼 즉각적인 민주화와 통일을 요구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 정권이 ‘국가 보위를 위한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탱크와 헬기로 민중들을 진압하기 시작한다면 흥분하기 쉬운 한국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가 있다면 진보파도 보수파도 ‘무참한 양민학살’을 비난하지만, 서울 광화문에서 버섯구름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말로만 시끄럽게 ‘규탄’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 북한’에서 사뭇 다른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 엘리트 계층은 체제가 무너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 인권침해 때문에 ‘과거청산’ 희생양이 되고 오랫동안 감옥 생활을 할 줄 알고 있다. 그들은 나라의 발전이나 백성들의 생활 개선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 그리고 행복이다. 최근에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임시적으로 굴복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 남한 국내 정치 변화로 인해,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이남’에서 받을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 긴장 완화 정책을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가 있으면 안 된다. 기본 구조는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 관세폭탄 이어 투자 제한 “中자본, 美신산업 손떼라”

    무역전쟁 격화… ‘본게임’ 분석도 “中, IT기업 핵심기술 강탈 방지”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날린 데 이어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주말 “(관세 부과에 이어) 2주 내 미국의 기술집약적 산업에 중국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투자제한안을 작성 중에 있으며 오는 30일까지 완성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중국이 미국이 매기는 관세에 보복조치를 가한다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및 관리·감독규정을 신설하도록 했고, 미 상원도 미국 내 외국 투자에 대해 새로운 산업 분야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관련 개혁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 15일 미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첨단 산업 제품에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자마자 중국도 기다렸다는 듯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품 659개 제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단행될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조치야말로 미·중 간 무역전쟁의 ‘본게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최근 ‘미국, 마침내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맞서다’는 제목의 기고 글을 통해 “(미) 관료들이 내게 판도를 바꿀 진짜 ‘게임 체인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정부는 기술 분야와 다른 중요한 영역들에 걸쳐 조만간 중국 투자 제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긴은 “중국 기업들은 점점 중국 정부와 연계해 공산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하고 그 반대급부로 거대한 보조금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중국이 전체 경제를 정치화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미 투자 제한의 구체안이 최종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집어삼키거나 미국 기업들의 핵심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으면서 다른 서방국가들도 이에 동참하도록 하는 실행 조치들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로비 윌리엄스, 러시아 월드컵 개막공연서 ‘가운뎃손가락’ 욕설

    로비 윌리엄스, 러시아 월드컵 개막공연서 ‘가운뎃손가락’ 욕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공연에 나선 영국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가 공연 중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 욕설을 날려 논란을 키웠다. 로비 윌리엄스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 앞서 그라운드에 나와 ‘필(Feel)’, ‘에인절스(Angels)’ 등 히트곡을 불렀다. 그러나 마지막 노래인 자신의 히트곡 ‘록 디제이(Rock DJ)’를 부르던 중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쳐들었고, 이는 전세계 TV에 그대로 생중계됐다. AP통신은 “윌리엄스가 전 세계에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각종 돌출 행동으로 영국 팝계의 ‘악동’으로 일컬어지는 로비 윌리엄스는 이번 개막 공연 가수로 섭외됐을 때부터 영국과 러시아 양국에서 모두 논란이 됐다. 그는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이 그의 노래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Party Like a Russian)’이 러시아 부호들을 조롱하는 노래라면서 개막 공연에서 부르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런가하면 영국 내에서는 로비 윌리엄스가 인권 탄압으로 서방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행사에 공연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北김영남 만남 푸틴 “북미 정상회담 높이 평가”

    유엔 러대사는 北 제재 완화 주장 동아시아 입지 키우려는 움직임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검토를 주장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갖는 등 긴밀한 공조 관계를 과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김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 상임위원장과 면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푸틴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군사 분쟁 가능성을 후퇴시켰다”면서 “이 회담으로 북한과 관련한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오는 9월 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방문해 달라는 친서를 김 국무위원장에게 보냈었다. 외교 소식통들은 양측이 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 정상회담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공조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바실리 네벤자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을 측면 지원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네벤자 대사는 이날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 방향에서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다”면서 “이에 대한 응답이 있어야 하고 다른 측(북한 상대측)의 추가적 행보를 부추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영향력을 최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만 해도 긍적적인 행보”라면서 중국 및 다른 참가국과 함께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기대한다고 언명한 것도 이 같은 의도를 읽게 한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에 러시아의 움직임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과 입지를 키우겠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대북 관계를 서방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김정은, 정상국가 지도자 부각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김정은, 정상국가 지도자 부각

    선대가 남긴 가난·고립 청산 의지 분명히 ‘파격적’“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말을 하기 전에 이미 전 세계 시청자들은 그의 실제 행태가 선입견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은둔의 독재자’로만 알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보여 준 자유분방한 표정과 행동은 그를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보이게 했다는 평가다. 입고 있는 인민복만 아니면 그를 서방세계의 지도자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외교 매너’를 선보였다. 특히 11일 밤 관광지를 깜짝 방문해 찍은 ‘셀카’에 나타난 그의 밝은 표정에서 ‘잔인한 폭군’의 이미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보다는 평범한 30대에 더 가까웠다. 김 위원장 일행을 보고자 몰려들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대는 군중을 향해서는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도 보였다. 초강대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역사적인 순간에도 34세의 젊은 지도자는 거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앞두고 모두 발언에서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북·미 간 대립의 책임을 미국에만 떠넘겼던 과거에서 벗어나 북한 스스로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파격적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선대의 지도자가 남긴 가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등의 유산을 청산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은 38살 위인 1946년생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서방 외교무대 첫 데뷔전에서 시종일관 절제된 자세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여유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기념 촬영을 마치고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의 팔에 손을 올리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상국가 지도자를 바라는 면모는 회담장으로 싱가포르를 받아들였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이나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베이징과 달리 싱가포르는 주변 환경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10대 중반에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선진 문물을 익힌 경험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행을 위해 항공편을 이용해 선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고소공포증을 앓아 열차 이용만을 고집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특히 국가의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중국의 항공기를 빌려 타고 정상회담 길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중국의 오성홍기가 선명한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오르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1면에 실어 주민에게 알렸다. 선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떳떳하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꼬박 5시간을 함께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가족과 오토 웜비어 등을 죽인 김정은이 재능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26세에 권력을 승계해 국가를 터프하게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상황을 잘 헤쳐 왔다”고 답했다. 물론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모습만으로 김 위원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이행 단계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나타난 그의 태도를 놓고 볼 때 근본적으로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예우 보인 트럼프 vs 여유 보인 김정은

    예우 보인 트럼프 vs 여유 보인 김정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세기의 담판’에 돌발 상황은 없었다. 정상회담마다 튀는 행동으로 결례 논란을 낳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시종 배려했다. 이따금 김 위원장의 팔을 만졌지만 ‘툭툭’ 치는 느낌은 아니었고 악력을 과시하는 악명 높은 악수도 없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김 위원장도 자존과 여유로움을 잊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중하게 반응했다. 미국 민주당의 우려는 물론 매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대화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회담 성패에 11월 중간선거를 비롯한 정치생명이 걸렸다. 김 위원장 또한 3대에 걸쳐 축적한 핵무력 포기를 전제로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등 ‘미래’ 담보받으려는 터라 성과가 절실했다. 양 정상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양 정상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처음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외교 의전상 두 사람이 앉거나 걸을 때 왼쪽이 ‘상석’이다. 통상 회담 개최국 정상이 오른쪽에 앉고 손님을 왼쪽에 앉게 하는 것이 관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호텔 복도를 이동할 때와 단독회담을 할 때 김 위원장에게 왼쪽을 내줬다. 회담장에 들어설 때나 사진기자 앞에 포즈를 취할 때, 공동합의문에 서명할 때도 ‘상석’은 김 위원장의 몫이었다. ‘세기의 악수’를 나눈 뒤 단독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할 때 김 위원장은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고 등에 손을 갖다대 손님을 안내하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마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특유의 ‘엄지 척’ 포즈를 취했다.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려는 열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호스트’가 애매하지만 앞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의전실무협상에서 양측이 대등하게 보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 “김 위원장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또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며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거듭 확인하려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그(김 위원장)는 26세에 나라를 물려받고 통치했다. 강력하게 통치해야 했다”면서 “원래 인간성은 잘 모르겠지만, 26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앞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첫 번째 서방 지도자와의 정상외교인 데다 낯선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임에도 김 위원장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 때 잠시 경직됐지만, 이후에는 ‘은둔의 지도자’ 내지 ‘통제불능의 폭군’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자 맞은편에서 걸어 나오며 “나이스 투 미트 유 미스터 프레지던트”(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유학파인 그가 첫 만남에서 어색함을 깨는 데 영어를 활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이 자리를 위해 노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다”며 칭찬에 약한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상대가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등 저주를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이란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환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은 편안해 보였다. 왼쪽 팔꿈치를 의자에 걸치고 살짝 기울여 앉아 있는 자세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발언 뒤 통역을 전해 듣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에는 두 손을 깍지 껴서 배 위로 모아 쥐고 경청했다. 사실 김 위원장의 2박3일 싱가포르행에선 ‘정상국가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사전에 공지한 채 평양을 비우고 정상외교에 나선 과감성, 중국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실용적 면모를 드러냈다. 전날 밤 싱가포르 시내 초대형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등과 ‘셀카’를 찍고, 현지 시민의 환호 속에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방문하는 모습은 서방세계의 여느 젊은 지도자와 다를 바 없었다. 유학 시절 몸에 밴 개방성과 집권 7년차의 30대 지도자임에도 군부를 비롯한 북한 엘리트들을 휘어잡은 자신감이 맞물린 ‘완숙한 통치력’을 과시한 것이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10초간 ‘세기의 악수’…70년 냉전의 벽 허문 미소와 스킨십

    10초간 ‘세기의 악수’…70년 냉전의 벽 허문 미소와 스킨십

    ‘세기의 만남’이 마침내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중립국인 싱가포르의 휴양지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고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미국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으로 양쪽에서 나온 두 정상은 약 10초간 악수과 함께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 모두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툭툭 치는 등 특유의 친근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통역과 함께 단독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으로 이동하면서도 두 정상은 다정하게 대화했다.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전쟁 정전 후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의 현직 정상이 최초로 만나 북미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수 있는 세계사적 사건을 연출한 것이다.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미·소 정상회담에 비견되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분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해 12분 만에 회담장에 도착했다. 서방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한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 차량도 이보다 11분 뒤인 오전 8시 12분에 무장한 경호차량 20여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하룻밤 머문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출발, 8시 30분에 회담장에 도착했다.긴장된 표정의 김 위원장은 회담 6분 전인 8시 53분 리무진 차량에서 내렸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그는 왼쪽 겨드랑이에 두꺼운 검은핵 서류철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뿔테 안경을 든 채로 회담장으로 입장했다. 이어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1분 전인 8시 59분 도착했다. 사진촬영과 모두발언에 이어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인 일대일 담판에 들어갔다. 최초로 마주앉은 두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러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 최고 보안·돌발 행동 예측불허… 까다로운 ‘의전’

    김정은, 도청 막으려 아래층 임대 의전 파괴적 스킨십 최대 관심사 의전(프로토콜)은 정상회담의 핵심으로 불린다. 동선, 경호, 보안뿐 아니라 음식이나 작은 몸짓 하나도 의미를 담고 있다. ‘악명 높은 악수’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 스킨십은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공격적 성향으로 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의 상징인 인민복을 입고 처음으로 서방 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갑작스러운 포옹을 할 정도로 스킨십에 적극적이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씨 일가의 오랜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의전을 조율했다. ‘경호’ 부문에서 두 정상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접견하는 것 외에 회담 전까지 완벽하게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낮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VIP 구역을 통해 전용 벤츠에 올랐고 호텔은 진입로부터 봉쇄됐다. 호텔 정문에 대형 천막을 설치해 김 위원장의 하차도 노출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12명의 ‘방탄경호단’이 동행했다. 호텔 내에서도 정문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인간 벽을 만들어 통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밤 에어포스 원으로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말을 아낀 채 바로 전용차(캐딜락 원)에 올라 숙소인 샹그릴라호텔로 이동했다. 리 총리가 싱가포르가 부담할 비용 2000만 달러(약 161억원) 중에 절반(약 80억원)이 보안에 투입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양측은 세계 최고 수준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도청 방지를 위해 숙소 아래층까지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머무는 곳의 거리가 직선으로 570m에 불과하지만 정작 북·미 정상회담이 숙소에서 10㎞ 떨어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리는 것은 어느 쪽도 호스트로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측의 의전 파괴적 ‘돌발 행동’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의 손을 세게 쥐고 흔드는 악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갑작스러운 포옹으로 친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키는 190㎝로 김 위원장보다 20㎝가량 크다. 따라서 호사가들은 양 정상이 사상 첫 정상회담의 기념사진을 앉아서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던 것처럼 키 높이 구두를 신을 가능성도 있다. 또 서로 ‘노망 난 늙은이’,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난하던 양 정상은 최근 들어 정중한 언사를 보여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김 위원장을 ‘각하’(His Excellency)라고 지칭했다. 따라서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상대를 예우할지 눈길이 쏠린다. 식단이 미국식 소고기 위주일지 한국식 쌀밥일지, 아니면 싱가포르 전통식이나 퓨전식일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열린세상] 고대의 전차와 현대의 핵무기/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고대의 전차와 현대의 핵무기/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고학은 석기, 청동기, 철기 등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의 재질로 인류의 역사를 나눈다. 구석기시대 주먹도끼와 석창에서 고조선의 비파형동검, 고구려의 중갑병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은 사실 서로를 죽이고 위협하는 무기였다. 인류의 찬란한 역사를 설명하는 기술의 발달이 결국 사람을 죽이는 무기의 역사라는 역설에도 우리는 당연시 여기며 살고 있다.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을 삶과 사랑에 대한 욕구인 ‘에로스’와 파괴와 죽음에 대한 욕구인 ‘타나토스’로 나눴다. 인간의 무기는 자기 파괴의 타나토스적 본능이 극도로 발현된 것이다. 파괴본능을 대표하는 무기가 발달하는 만큼 인류는 생존을 위하여 힘을 모으고 필사적으로 멸망을 막아 내면서 살아왔다. 20세기 중반 이후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는 핵무기이다. 2차 대전 말기부터 도입된 핵무기는 지난 70여년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은 물론 그들에 대항하는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였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극단의 무기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각 나라는 자신의 지배를 확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인류의 역사에서 핵무기와 비슷한 무기가 있었으니, 지금부터 4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처음 발명된 전차였다. 초원에서 빠르게 달리는 전차의 속도와 살상력을 당해 낼 전사나 무기는 없었고 곧바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인도 등의 4대 문명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리고 전차는 단순한 무기를 벗어나서 지도자나 신의 절대적인 권력과 지혜를 상징하게 되었다. 구약성경 에스겔서에서 천사는 전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며, 인도 리그베다에서는 하늘에서 불벼락을 쏘며 적을 죽이는 전차가 등장한다. 심지어 북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해모수도 오룡거라는 전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런데, 정작 전차가 실제 전쟁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금만 지형이 험하거나 진창을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었고 전차를 관리하고 보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2500년 전을 기점으로 전차는 전장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전차 하면 떠오르는 영화인 벤허나 글래디에이터처럼 원형경기장의 오락거리로 남았다. 유라시아 초원을 제패한 스키타이계 문화의 유목전사들은 무거운 전차를 버리고 가벼운 활과 화살로 무장한 기마부대로 재편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 세계는 한마음으로 핵무기의 종언을 고대하고 있다. 핵무기를 쓰는 순간 전 세계는 불가역적 파국을 맞이한다. 핵무기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무기이다. 곧 열리는 싱가포르의 역사적인 북ㆍ미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북한의 비핵화가 논의된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적인 번영을 택한 카자흐스탄처럼 북한 역시 핵 대신에 경제 개발을 택하려고 한다. 게다가 최근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면서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때문에 핵무기 경쟁으로 얻는 이익보다는 경제적인 고립이 주는 불이익이 더 커지고 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없이 여전히 핵무기를 주축으로 하는 강대국들의 군비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북ㆍ미 회담이 추진되는 동안 러시아는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사르마트’와 초음속 핵미사일 ‘킨잘’의 개발을 공식화했다. 북한마저 핵무기 대신에 체제안전과 경제를 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서방이나 미국보다 한참 떨어지는 국력으로 그들과 맞서는 주축은 핵무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명에서 영원한 것은 없듯이, 인간이 만든 무기도 결국 그 한계가 있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한다면 한반도는 핵무기가 끌어온 인류 문명의 가장 어두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보면 언제나 변화에 앞장서는 자들은 역사를 인도했고 과거를 고집하는 집단은 도태되어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가 새롭게 시작되는 인류 역사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되고, 남북 관계의 완화가 수천 년의 문명사에서 잊히지 않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인민복 차림으로 서방 외교 데뷔… 리총리와 회담때 여유만만

    인민복 차림으로 서방 외교 데뷔… 리총리와 회담때 여유만만

    김일성 소련행 이후 32년 만에 北수장, 中 제외한 첫 해외 방문 유력 참모 배석… 자신감 있는 대화 인공기 단 벤츠 타고 시내 질주도 트럼프 숙소 이어지는 복도 차단 특별행사구역 지정 철저 봉쇄 리총리 “비용 161억 우리가 부담”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하며서 비핵화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상 첫 북한 지도자의 서방 외교무대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등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공기를 단 차량을 타고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하는가 하면 리 총리와의 회담 때 유력 참모를 배석시킨 채 자신감 있고 자유분방한 몸짓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고립된 ‘은둔의 지도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을 제외한 북 수장의 해외방문은 1986년 김일성 전 주석이 소련을 다녀간 이후 32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의전 차량 및 인민복 복장, 핵심 수행원 등은 지난 4월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라는 것을 의식한 듯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호로 외부에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이날 오후 2시 36분(현지시간·한국시간 3시 36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747기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군청색 인민복 차림으로 사각형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뒤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수행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VIP 전용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오후 3시쯤부터 창이공항의 VIP 전용 출구의 바깥 도로로 총 22대의 북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경찰 모터사이클 11대가 앞장섰고 김 위원장의 전용 벤츠 리무진이 움직였다. 리무진 전면에는 인공기를 걸었고 뒷좌석 문 중앙에는 금빛으로 된 북 국무위원회 표식이 있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이용한 차량을 항공기를 통해 공수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행렬의 후미에는 구급차 1대, 경찰 승합차 3대, 순찰차 2대가 뒤따랐다. 싱가포르 경찰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리지스호텔이 위치한 ‘탕린 로드’까지 교통을 통제했다. 김 위원장은 약 20~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정문 구역을 호텔 이름을 적은 큰 회색 천으로 가렸다. 천의 길이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여서 차량의 정차 유무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고 차량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다만 차량들이 호텔 로비에 멈춰 서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방탄경호단’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호원이 차량에서 뛰어나와 호텔로 달려 들어갔다. 전 세계 기자들이 통제를 받았지만 북한 기자들은 승합차 천장 유리를 열고 취재 인파를 촬영하는 등 자유롭게 활동했다. 해당 호텔의 경비는 ‘요새’라 불릴 정도의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진입로에는 차량검문대가 설치됐고 4대의 경찰차량으로 검문대 주변을 이중으로 봉쇄했다. 대부분 경찰은 허리에 권총을 찼지만 일부는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수백명의 경찰이 호텔 주변에 배치됐고 주변에는 차량을 이용한 ‘돌발 진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가림벽도 설치됐다.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은 오후 6시 25분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리 총리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을 향했다. 접견에서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며 최근 승진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참석해 리 총리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양측이 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리수용 부위원장도 모습을 보였다. 회담은 30분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용기(에어포스원)를 이용해 이날 저녁 8시 27분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발라크리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캐딜락 원’과 호위 차량 등 30여대는 8시 50분쯤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에서 직선 거리로 570m 정도 떨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밸리 윙으로 향하는 통로에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최대 1000명을 수용하는 연회장인 아일랜드 볼룸 쪽에도 차단막이 설치됐다. 호텔 직원은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호텔 전체를 봉쇄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두 정상의 숙소는 세기의 담판을 가질 센토사섬 ‘카펠라호텔’까지 10㎞ 정도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리 총리는 인터내셔널미디어센터(IMC)를 방문해 “이번 회담에서 2000만 달러(약 161억원)가 소요되는데 이 비용을 우리가 기꺼이 부담하겠다”며 “싱가포르의 깊은 관심사인 국제적 노력에 대한 우리의 공헌”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12일 오후 2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불과 5시간 만에 돌아간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민복 차림으로 서방 외교 데뷔… 리총리와 회담때 여유만만

    인민복 차림으로 서방 외교 데뷔… 리총리와 회담때 여유만만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하며서 비핵화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특히 김 위원장은 사상 첫 북한 지도자의 서방 외교무대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등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공기를 단 차량을 타고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하는가 하면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 때 유력 참모들을 배석시킨 채 자신감 있고 자유분방한 몸짓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고립된 ‘은둔의 지도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의 의전 차량 및 인민복 복장, 핵심 수행원 등 지난 4월 27일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라는 것을 의식한 듯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호로 외부에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36분(한국시간 3시 36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747기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군청색 인민복 차림으로 사각형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뒤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의 수행을 받았다. 이어 비비안 발라크리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VIP 전용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갔다.오후 3시쯤부터 창이공항의 VIP 전용 출구의 바깥 도로로 총 22대의 북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경찰 모터사이클 11대가 앞장섰고 선루프를 열고 행렬을 촬영하는 차량 3∼4대가 뒤를 이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전용 벤츠 리무진이 움직였다. 리무진 전면에는 인공기를 걸었고 뒷좌석 문 중앙에는 금빛으로 된 북 국무위원회 표식이 있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이용한 차량을 항공기를 통해 공수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행렬의 후미에는 구급차 1대, 경찰 승합차 3대, 순찰차 2대가 뒤따랐다.  싱가포르 경찰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리지스호텔이 위치한 ‘탕린 로드’까지 교통을 통제했고, 김 위원장은 약 20~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정문 구역을 호텔 이름을 적은 큰 회색 천으로 가렸다. 이 천의 길이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여서 차량의 정차 유무 정도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차량 탑승자의 신원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것으로 이에 따라 차량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차량들이 호텔 로비에 멈춰 서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방탄경호단’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호원들이 차량에서 뛰어나와 호텔로 달려 들어갔다. 전 세계 기자들이 통제를 받았지만, 북한 기자 2명은 승합차 천장 유리를 열고 방송 카메라로 운집한 취재 인파를 촬영하는 등 자유롭게 활동했다.  해당 호텔의 경비는 ‘요새’라 불릴 정도의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진입로에는 차량검문대가 설치됐고 4대의 경찰차량으로 검문대 주변을 이중으로 봉쇄했다. 시빌 디펜스(Civil Defense·민방위)라는 글씨가 적힌 응급차도 보였다. 대부분의 경찰은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지만 일부 경찰은 좀더 큰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수백명의 경찰이 호텔 주변에 배치됐다. 지난 9일 설치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콘크리트 가림벽도 쫙 깔려 있었다. 차량을 이용한 ‘돌발 진입’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은 오후 6시 25분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리셴룽 총리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을 향했다. 10여분 뒤 둘은 만남을 시작했고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부가 집안일처럼 성심성의껏 제공해 주고 편의를 도모해 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며 최근 승진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참석해 리셴룽 총리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양측이 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회담장에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샹그릴라호텔은 직선 거리로 57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도 타워 윙에서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밸리 윙으로 이어지는 복도식 통로에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고, 최대 1000명을 수용하는 연회장인 아일랜드 볼룸 쪽에도 차단막이 설치됐다. 이곳에서도 정상회담 관련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호텔 측은 밸리 윙 입구와 타워 윙 쪽 국기 게양대에 싱가포르 국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게양했다.  호텔 직원은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호텔 전체를 봉쇄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밸리 윙은 차단되지만 일반인이 묵는 타워 윙은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에도 영업을 한다는 뜻이다. 두 정상의 숙소는 세기의 담판을 가질 센토사섬 ‘카펠라호텔’까지 10㎞ 정도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중국 인터넷에서 ‘김씨네 뚱보’가 사라진 이유

    중국 인터넷에서 ‘김씨네 뚱보’가 사라진 이유

    중국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하하는 별명인 ‘진싼팡(金三胖·김씨네 3대 뚱보)’을 민감 단어로 분류해 검색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 북한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에 나섰다. 김 위원장을 지칭하는 진싼팡은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그동안 중국 네티즌들이 김 위원장을 ‘싼팡’ 또는 ‘진싼팡’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은 여러 차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7일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진싼팡이라는 호칭이 검색어에서 풀리기도 했으나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만난 뒤 이 단어가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최근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게재하도록 관영 매체에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관련한 부정적 기사는 아예 삭제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조선 노동당 ‘친선 참관단’ 방문을 크게 전하고 북한의 경제 및 산업 발전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신화통신과 중국 중앙(CC)TV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을 취재하면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은 서방 언론과 달리 북한이 유일한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등 비핵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철저히 북한의 입맛에 맞춘 보도를 내보냈다. 민족주의적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지난 3월 1차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사설을 통해 “북한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환구시보는 “북한은 동북아에서 찾기 어려운 고도의 자주독립국이며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공업 체계가 완비돼 있다”며 “북한 경제 사회 발전은 외부 세계가 보는 것처럼 암울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북한과 특수 관계지만 북한 정치 체계와 지도자를 음해해왔는데 이는 있어서는 안 되며 중국 여론은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사설은 또 “북중은 6·25 전쟁 이후 혈맹 우호 관계를 만들었지만 중국은 북한에서 철수했고 북한 내 대부분의 영향력도 없앴다”면서 “중국은 북한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며 이웃 국가를 관리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 외교정책에도 맞지 않고 북중은 상호 평등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 “북한이 혼자서 한·미·일에 대응하면서 핵 문제를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의 지지는 북한이 한·미·일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트럼프 변호 줄리아니 “김 위원장이 애원해 북미회담 열리는 것”

    트럼프 변호 줄리아니 “김 위원장이 애원해 북미회담 열리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변호를 맡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고 털어놓아 파문이 예상된다. 줄리아니 변호인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한 투자 컨퍼런스에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뒤 “김 위원장이 두 손을 뒤로 하고 무릎을 꿇은 뒤 애원했으며 이것은 우리가 정확히 바라던 자세 그대로였다”고 말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처가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아직 북한은 그의 발언에 대해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계획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정상회담 논의는 순항하는 듯했지만 존 볼턴 미국 안보보좌관이 느닷없이 북한 상황을 리비아 해법에 비유하는 바람에 궤도를 벗어났다.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무아마르 가다피 전 리비아 국가 원수처럼 핵무장 프로그램을 포기한 몇년 뒤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에 의해 살해당한 리비아 모델을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이에 최선희 북한 외무 부상이 볼턴을 배제해야 한다는 격한 성명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하겠다고 대응하기에 이르렀다. 6일에는 볼턴이 일부러 북미회담을 무산시키려고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것이라는 미국 CNN 보도가 있었다.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는데 주변 인물들이 늘어놓는 쓸데 없는 한마디가 협상 자체를 그르칠 수도 있다. 그래서 줄리아니의 발언은 경솔하고 위험천만해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신변 이상설’ 사우디 빈살만 잇단 공개 활동

    ‘신변 이상설’ 사우디 빈살만 잇단 공개 활동

    한동안 국영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다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른바 ‘개혁의 아이콘’이자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로 석유시장 안정의 중요성과 예멘 내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3월 첫 서방 방문 국가인 영국의 메이 총리와 함께 양국 전략 파트너십위원회를 출범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통화에서 그가 추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에 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는 오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해 사우디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예정이라고 아랍권 매체인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대외 행보를 자제했던 무함마드 왕세자가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선 건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궁중 쿠데타를 일으켜 지난해 6월 왕세자 직을 쟁취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들을 대거 숙청했고, 올 초부터 유럽,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그가 지난 4월 28일 지방 행사 참석 이후 3주 넘게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자 일각에선 쿠데타 역습을 당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급기야 사우디에 적대적인 이란 언론이 무함마드 왕세자가 리야드 왕궁에서 쿠데타 시도로 사망했다고 보도하자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지난달 23일 그의 회의 주재 모습을 전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과의 회담 사진을 공개해 신변 이상설을 일축했다. 뉴욕타임스는 살만 사우디 국왕이 2일 노동부·문화부 장관 등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새 내각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정은, 아사드 닭은 꼴 두 독재자 첫 조우할까

    김정은, 아사드 닭은 꼴 두 독재자 첫 조우할까

    김정은(34) 북한 국무위원장과 바샤르 알 아사드(53) 시리아 대통령이 평양에서 만날 계획이다. 영국 BBC,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3일(현지시간)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공식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아사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다마스쿠스에서 문정남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출받는 자리에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 지도부의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의 방문 입장만 나왔을 뿐 시리아측에서 이를 공식 확인하지는 않아 구체적인 방문 일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시리아의 최고지도자이자 철권통치자인 아사드 대통령의 방북 목적과 계획, 그리고 북한에 가져올 효과 등을 둘러싸고 관심이 높다. 아사드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폐쇄적인 세습 체제의 계승자이며 국제사회가 자신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 보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둘 다 전제적 독재자이지만, 어린시절 또는 청년시절, 해외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서구민주주의 체제와 서방세계에 대해 퍽 익숙하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영국에서 안과의사로서 활동하다, 계승 수업을 받으며 정권을 이을 준비를 하던 형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정권을 이어받았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스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자본주의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형들을 제치고 최고지도자를 세습하게 됐다는 점에서 아사드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NYT는 아사드 대통령이 (조선중앙통신) 보도대로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의 첫 해외 정상 초대가 된다면서 전문가들의 우려와 분석을 함께 전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구상에서 끔찍한 도살자 중 한 사람인 아사드 대통령을 첫 해외 방북 인사가 되게 한다는 건 ‘좋은 사람’(good guy)으로 비치기 위해 노력해 왔던 (김 위원장의) 홍보 움직임에는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몇 달동안 적극적으로 외교 활동에 나서 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해 평양에서 만났고 3월 말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두 번 만났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건너는 등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사드 대통령이 실제 평양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지, 아니면 외교적 인사치레일 뿐인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소장은 “회담의 날짜나 세부사항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문정남 대사가 아사드 대통령의 의도를 오해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사드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발표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과 시리아의 정상회담 계획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가장 최근에 공격했던 시리아를 만나기로 선택했다”며 “어렵게 재개된 북미정상회담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에도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며 공습을 단행했다. 북한과 시리아는 김일성 전 주석 시절부터 우방국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략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해 왔다. 유엔은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작에 사용된 물자를 수송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자신들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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