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방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차도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대세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출범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체내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052
  • 이스라엘, 장거리 요격미사일 ‘애로우 3’ 알래스카서 시험발사 성공

    이스라엘, 장거리 요격미사일 ‘애로우 3’ 알래스카서 시험발사 성공

    이스라엘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장거리 요격미사일 ‘애로우 3’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애로우 3’가 실제 미사일을 요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국방부와 방위산업체 ‘항공우주산업(IAI)’은 미국 미사일방어국(MDA)과 협력해 이번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스라엘에서 수행할 수 없는 (애로우 3) 시스템의 성능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애로우 3’는 대기권 밖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이고, IAI가 2008년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애로우 3’의 시험발사에 대해 “작업이 완벽했다”며 “오늘 이스라엘은 이란이나 다른 어떤 곳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는 훌륭한 동맹 미국의 완전한 협력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올해 1월 자국 중부에서 ‘애로우 3’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4일 남부 해안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을 시험 발사했다.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과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로 상대국 무인기를 파괴했다고 발표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한 캄보디아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한 캄보디아

    중국이 캄보디아를 ‘경제적 속국’화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에 해군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비밀 협약을 맺은 데다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성장을 이끌고 대규모 리조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친중(親中) 성향의 국가로 분류되는 캄보디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국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서도 같은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입장보다는 중국 쪽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중국 정부가 캄보디아 남서쪽 해안에 있는 해군 기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비밀 협약을 캄보디아 정부와 체결했다고 복수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지난 2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봄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타이만에 접해 있는 캄보디아 쁘레아 시아누크주의 림(Ream) 해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는 비밀 합의에 서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서 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24일 캄보디아 국방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PLA가 림 해군기지에 주둔할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서쪽으로 168㎞ 떨어진 시아누크항 인근에 위치한 림 해군기지는 현재 76만 8902㎡(약 23만 2593평) 규모의 부지에 1개의 부두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과 캄보디아의 초기 협상안에는 2개의 부두를 추가로 건설해 하나는 중국이, 하나는 캄보디아가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계약돼 있다며 림 해군기지 내 PLA의 주둔과 중국 군함 정박 및 무기 저장, PLA의 무기 소지를 각각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측이 림 해군기지 내 중국측 영역(25만 905㎡ 규모)에 진입하려면 중국 측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먼저 30년간 기지를 사용하고 이후 10년마다 사용허가를 자동 갱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PLA가 캄보디아 해군기지에 주둔하면 중국이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 등에 군사력 투사 능력을 강화해 미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캄보디아에 중국의 해군 기지가 들어선다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전략적 입지는 그만큼 강화되고 확장될 수밖에 없다. 호주 시드니대의 한 연구원은 “캄보디아에 해군 기지가 있다면 중국은 동남아시아 주변 해역에서 유리한 작전 환경을 가지게 될 것이고 동남아시아 본토는 잠재적으로 중국의 군사경계선 안에 놓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가짜 뉴스’라고 강력히 부인하며 펄쩍 뛰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외국의 군사기지를 유치하는 것은 캄보디아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이 시판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도 “그런 것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중국 역시 “캄보디아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림 해군기지와 관련해 중국과 캄보디아 측 간의 협상 낌새를 1년 전에 처음 접했으며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캄보디아 측에 서한까지 보내 저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캄보디아 국방부는 림 해군기지 내의 시설 개선을 위해 당초 요청했던 미국의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캄보디아 간 림 해군기지 밀약 의혹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올초부터 캄보디아에서 본격 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리조트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코끼리들이 유유자적하는 캄보디아 최대 국립공원의 청정 해변을 따라 조성된 리조트여서가 아니라 이 리조트 프로젝트가 언제든 중국의 해군기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코콩주의 보틈사코 국립공원 일대를 개발하는 ‘다라사코 리조트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해안선의 20%를 차지하고 싱가포르 면적의 절반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중국 연창설계(聯創設計·UDG)그룹은 2008년부터 해당 부지를 99년간 임대 받아 사업비 38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 추가로 12억 달러를 들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급 리조트를 내세운 이 사업 프로젝트는 ▲카지노와 골프장, 5성급 호텔과 현대적인 콘도, 상업빌딩 등 휴양 시설은 기본이고 ▲국제공항 ▲심해 항만(deep-sea port) ▲발전소 ▲의료 시설까지 완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이런 만큼 미국은 다라사코 리조트 프로젝트가 캄보디아에 군사력을 배치하려는 중국의 보다 큰 계획이 감춰져 있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림 해군기지에서 64㎞쯤 떨어진 국제공항과 심해 항만 건설 계획에서 중국의 붉은 깃발이 아른거린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다라사코에 짓겠다는 국제공항은 연간 1000만명의 승객을 수용하는 규모이다. 수도 프놈펜 공항의 두 배에 해당한다. 다라사코 프로젝트가 속한 코콩주의 연간 해외 방문객은 15만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서너 시간 거리에 시아누크빌 공항도 있기 때문에 굳이 새 공항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인 이 공항은 대형 민간 여객기는 물론 중국의 장거리 폭격기와 군 수송기가 이·착륙하기에 충분한 활주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WSJ가 위성사진 분석결과 공항 부지에는 이미 길이 3.2㎞의 대형 활주로가 갖춰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위성 사진 분석가인 인도의 한 육군 대령도 “수심이 깊은 심해 항만도 관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이는 하루아침에 해군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미국 등은 중국 PLA가 이 공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캄보디아를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밀리 지버그 캄보디아주재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어떤 조치도 지역 평화와 안정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중국군이 림 해군기지에 주둔하거나 건설 중인 캄보디아 공항을 이용하게 되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만지원 능력을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암암리에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미도 엿보인다. 지난해 7월 총선을 치른 캄보디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34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는 당시 캄보디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폐간을 유도하고 제1야당을 해산시키는 등 노골적인 권위주의 야욕을 드러내왔지만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뒀다. 국민들이 독재자 훈센 총리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중국의 투자 지원에 힘입어 2010년 이후 꾸준히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온 경제적 성과 덕분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과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으며 성장했던 캄보디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서방 국가들이 ODA를 줄이기 시작하자 중국 자본에 손을 벌렸다. 2016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 11억 달러(1조 3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7억 5100만 달러가 중국계 자본이었다. 중국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경제성장도 없었다고 믿는 캄보디아 국민들은 친중국 성향 정부의 권위주의 정치에도 관대한 편이다. 지역 통합과 경제 발전을 앞세우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따라 각국에 도로·철도·발전소를 짓는 중국이 ‘독재라도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중국식 개발 모델까지 함께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인류의 달 도착 50년… 달 소유권은 어떻게 되나

    인류의 달 도착 50년… 달 소유권은 어떻게 되나

    달 표면 지적도 팔던 호프...과연 봉이 김선달일까달 희귀자원 채굴 가능성...‘선점자 우위’ 적용되나1967년 합의된 OST...우주, 어떤 국가도 못 가져OST, 강제성 없어....인간의 우주 탐욕 감당 못해지구촌 물들인 ‘핏빛’ 제국주의, 달에도 적용되나1980년대로 돌아가면, 전직 복화술자이자 자동차 외판원인 데니스 호프는 이혼 소송 중이며, 실직 상태로 입에 겨우 풀칠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운전하다 차창을 통해 달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곳에 상당한 부동산이 있군.” 달 표면의 땅을 파는 것은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 팔기와 같은 것일까. 인간이 달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대가 되면서 지구에는 극히 희귀한 광물을 달에서 채굴하고,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상상이 아니라 임박한 현실이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2024년까지 남녀 우주인 두명을 달 남극에 두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에 인류의 지속적인 존재 가능성과 함께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우주 여행의 첫 걸음으로 여겨진다고 포브스가 평했다. 인도는 22일(현지시간) 자국 첫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했다. 달 남극을 탐사하는 것이지만 헬륨3의 매장과 채굴, 지구로의 운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헬륨3은 t당 50억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희귀 광물이다.달을 본 호프는 대학 도서관을 찾아가 검색한 끝에 1967년 ‘외기권 조약(OST)’을 찾아냈다. 그 조약은 미국을 포함한 십여개국이 서명한 것으로, 지구를 제외하고 달을 포함한 우주 천체의 처리와 관련한 기본적인 법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호프는 이 조약에서 허점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조약은 어떤 국가도 달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71세가 된 호프는 유엔에 달 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수년 후에 달과 다른 천체의 지적도 상의 땅을 팔면서 돈을 만졌다. 그가 여태까지 달을 팔아 챙긴 수익은 1200만달러(141억원 상당)로 추정된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달의 1에이커(1224평 남짓) 가격은 24.99달러(약 2만 5000원)다. 이를 대입하면 명왕성 전체 가격은 25만달러다. 가격은 좋지만 가보기가 쉽지 않은 거래다. 그가 운영하는 루나엠비시닷컴에 따르면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675명이 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분은 캘리포니아주 리오 비스타에 사는 한 남성이, 대다수 전문가는 동의하지 않지만 달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 생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지 모르겠다. 이 남성의 돈키호테와 같은 이런 행보는 지구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같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법률 공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외교 전문기자 나할 투시가 폴리티코에서 말했다. 달 표면의 채굴에서부터 과학적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노리는 기업과 국가, 개인들이 늘어날수록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우주법 전문가들은 호프가 주장하는 법률 허점은 논쟁적이고, 유엔은 그의 소유권 주장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호프는 당황하지 않고 “나는 유엔의 허락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우주의 지배와 관련된 주요 법률 구조가 컴퓨터가 버스 크기만하던 52년 전의 냉전시대에 협상으로 탄생했다. 오늘날, 우주는 합법적인 상업 표적이 되었고, 강제성이 없는 외기권 조약이 이런 탐욕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늘어가고 있다.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2년 전에 서명된 1967년의 이 조약은 한 국가가 비록 국기를 꽂았다할지라도 우주 영토를 “소유”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이상적인 문서이다. 또 지구 국가는 달과 다른 천체를 단지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고, 우주에 군사기지 설치와 대량파괴 무기의 배치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200여자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단순한 이 조약은 인간과 기업, 국가들이 우주에서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에는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이 조약에 서명한 외교관들이 상상이라고만 생각했을 이슈인 우주에서 물에서부터 가스와 광물과 같은 자원의 탐색과 획득에 관한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 국가가 주도하고, 어떤 국가는 따를 것인가?, 어떤 종류의 군사적 장비와 활동이 허용될 것인가?, 누가 규칙을 정하고, 분쟁은 누가 조정할 것인가? 조금 더 나간다면, 만약 우리가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고, 그 외계인들이 그 나름대로 소유권 개념과 관습이 있다면?.인류가 달에 갔다가 되돌올 시기가 점점 더 임박함에 따라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시급성이 있으며, 몇몇은 그 조약을 확장하거나 완전히 재검토하는 것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아무도 닿지 않은 곳에 처음 도착하는 사람이 다가올 수십년, 수세대, 수백년간 독점하는 규칙인 ‘선점자 우위’의 원칙에 있다는 해답에도 우려가 스며있다. 그러면 우주여행을 상업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제프 베조스와 같은 억만장자가 우주에서의 천문학적 자원을 독점하게 될 우려가 높다. 지난해 여름 일본 우주선 하야부사2호는 3년반가량의 여정 끝에 류규라는 소행성에 도착했다. 행성 표면의 파편들을 채집해 지구로 가져오기 위해 작은 구멍에 폭발을 일으켰다. 나사도 벤뉴라는 소행성의 샘플을 2023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해 비슷한 우주비행을 수행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우주 비행은 영국의 애스토리이드 마이닝이라는 기업이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법(CSLSA)’ 덕분에 어떤 기업이든 그들이 목적으로 하는 천체에 도달하면 그들이 발견한 광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2015년의 이 법은 달과 우주에 경제적 개발을 노리는 미국 민간 기업들에게 법률적 보증을 제공하는 큰 선물이 되었다. 룩셈부르크 역시 유사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는 우주 작업에서 법률적 보증을 추구하는 많은 유럽 기업에게 선물이 되었다. 그러나 성공의 열쇠는 적어도 서방의 시각에서는 “소유는 법률의 9할”이라는 말과 매우 일치한다. 광물을 처음 갖는 자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니스 호프는 그 자신은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달을 소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호프나 그가 보낸 기계가 먼저 도착해 달을 탐사한다면 그 자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런 견해에 대한 반대도 많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비(非)유럽인의 땅을 유럽인의 습관대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거대한 식민제국을 건설했다. 제국주의가 난무한 지구촌은 16세기부터 선혈이 낭자한 그 모습이 우주에서도 되풀이될까. 깃발을 꽂으면 된다는 서구 중심의 태도는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우주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많다. 미국이 50주년 행사를 요란스럽게 해도, 버즈 올드린(89)이 달에 꽂은 성조기 옆에 서 있는 사진이 전세계에 방송되어도 달이 미국이나 나사 소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OST 규정 대로 이런 주장을 펴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러시아다. 그러나 OST가 달이나 다른 천체에서 개인 기업의 상업적 약탈 활동과 지배권 주장을 규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합참 “러 조기경보기, 독도 침범…기총 360발 경고사격”

    합참 “러 조기경보기, 독도 침범…기총 360발 경고사격”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동해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1대가 ‘A-50 조기경보통제기’라고 밝혔다. 타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등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전방 1㎞에 360여발의 기총 경고사격을 가했다. 합참 관계자는 “오늘 오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군용기는 중국 H-6 폭격기 2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라고 밝혔다. 공군 전투기는 KADIZ를 무단 침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 20여회, 러시아 폭격기와 조기경보기에 대해 10여회 등 30여회 무선 경고통신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공군 전투기는 특히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을 향해 1차 침범 때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 10여발과 기총 80여발을, 두 번째 침범 때는 플레어 10발과 기총 280여발을 각각 경고 사격했다. 합참 관계자는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KADIZ를 진입한 타국 군용기 전방 1㎞ 근방으로 경고사격을 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4분쯤 중국 폭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오전 7시 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측으로 비행하다가 오전 7기 49분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 근방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올라가던 중국 폭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 20분쯤 KADIZ를 이탈했다. KADIZ를 이탈한 중국 폭격기는 오전 8시 33분에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TU-95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오전 8시 40분에는 이들 4대 폭격기가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이어 최초 KADIZ에 진입했던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는 오전 9시 4분쯤 울릉도 남방에서 KADIZ를 벗어났다. 이들과 별개로 동쪽에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KADIZ에 진입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는 즉각 차단 기동에 나섰고 오전 9시 9분에 독도 영공을 침범하자 플레어를 투하하고 경고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를 했다.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오전 9시 12분에 독도 영공을 벗어났다. 이 기체는 오전 9시 15분에 KADIZ를 이탈했다가 오전 9시 28분에 KADIZ에 재진입했고 오전 9시 33분에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했다. 이에 공군 전투기가 다시 경고사격을 하자 오전 9시 37분에 독도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다. 2차 영공 침범은 오전 9시 33분부터 37분까지 4분간이었으며 이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9시 56분에 KADIZ를 이탈했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러 간에 합동훈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상공 합동비행은 다음 달 5일부터 3주가량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일종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日, 한국 뺀 주일외교관 모아놓고 “韓수출규제 보복 아냐” 여론전

    日, 한국 뺀 주일외교관 모아놓고 “韓수출규제 보복 아냐” 여론전

    NHK “20여명 참가…수출관리 점검 차원 강조”WSJ, FT “자유무역 혜택 누리던 日의 위선” 비판 WTO이사회, 日수출규제 정식의제 상정 전날 홍보일본 정부가 당사국인 한국을 뺀 자국에 주재하는 각국 주일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가 보복이 아니라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경제보복으로 인지한 외신들의 호된 비판이 이어지자 일본이 주무기인 ‘외교’로 자기 방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과정에서 승리하기 위해 WTO 일반이사회에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23일 아사히신문은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지난 22일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해 제3국의 주일 대사관 직원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대해 수출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설명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닌 수출관리 체제 점검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아사히는 외무성 담당자를 인용해 설명회에 수십개국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설명회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규제 강화는 징용공 소송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라는 반응이 있어 ‘보복이 아니라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라는 일본 입장을 전달해 이해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교도는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에 반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그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 담당자는 “주요국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도는 외무성을 인용해 설명회에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의 담당자가 “조치는 적정한 수출관리의 재검토”라면서 ‘징용공 소송’을 둘러싼 한일 대립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참석한 각국 대사관 측에서는 한일 대립에 관한 견해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 역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22일 도쿄도 내에 있는 각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수출관리 강화에 관한 설명회를 합동으로 열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도 외무성을 인용해 수십개국의 대사관 담당자가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NHK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각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을 외무성에 모아 이번 조치를 포함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실무적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설명회는 수출규제 대상국이자 통상갈등 당사국인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국내외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설명회 개최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유력 언론매체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통상보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따른 ‘방어’ 시도로 보인다.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일본 총리)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어리석은 무역 보복’이라고 비판하며 해제를 촉구했다. 통신은 “일본 지도자는 정치적 분쟁에 통상무기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본이 이웃국 한국을 상대로 시작한 어리석은 무역전쟁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WSJ와 영국의 FT 역시 이달 초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번 설명회는 또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 하루 전에 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편, 일본은 22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정부 당국자가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에 대한 설명회를 이례적으로 개최했으나 녹취나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러시아 군용기, 독도 인근 영공 2회 침범…軍 경고 사격

    러시아 군용기, 독도 인근 영공 2회 침범…軍 경고 사격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두차례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군용기도 이날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러시아 군용기 쪽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아침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KADIZ를 진입했고, 이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4분쯤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오전 7시 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서 비행하다가 오전 7기 49분쯤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올라가던 중국 군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 20분쯤 KADIZ를 이탈했다. 중국 군용기는 오전 8시 33분에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오전 8시 40분쯤에는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KADIZ에 재진입했다. 이 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다 같이 KADIZ로 들어왔다. 최초 KADIZ에 진입했던 중국 군용기 2대와 러 군용기 2대는 오전 9시 4분쯤 울릉도 남방에서 KADIZ를 벗어났다. 기존 러시아 군용기 2대와 별개로 동쪽에서 KADIZ에 진입한 러시아 군용기 1대에 대해서 공군기가 차단 기동을 했고, 오전 9시 9분에 독도 영공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9시 12분에 독도 영공을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러시아 군용기 1대가 오전 9시 15분에 KADIZ를 이탈했다가 오전 9시 28분에 KADIZ를 재진입했고, 오전 9시 33분에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했다. 이에 공군 전투기가 재차 경고사격을 하자 오전 9시 37분 독도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고, 오전 9시 56분에 KADIZ를 이탈했다. 군은 제주도 서남방과 동해 NLL 북방에서 군용기들을 포착했을 때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 차단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조치를 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행위에 대해 이날 오후 주한 중국·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엄중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미중 반드시 무역합의 이룰 것…한국, 두 고래 중재할 적임자”

    “미중 반드시 무역합의 이룰 것…한국, 두 고래 중재할 적임자”

    마이클 필스버리(74)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새우가 두 고래(미중)의 싸움을 현명하게 ‘중재’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필스버리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과 군사적·경제적 혈맹이며 중국과 경제적 동반자”라면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런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전쟁이 현재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중국이 정당한 교역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스버리 센터장은 1949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신중국 건설 이후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서방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설욕하고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중국의 비밀계획을 담은 ‘백년의 마라톤’을 집필해 전 세계에 알리면서 국제적 이목을 끈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권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대중 정책의 강력한 조언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필스버리 센터장에게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와 한국 정부의 대응 등에 대해 들어봤다.-2015년 ‘백년의 마라톤’이라는 책을 썼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국의 ‘야망’을 경고하고자 했다. 중국은 은밀하게 첨단 기술을 도둑질하고 자유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며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오쩌둥부터 덩샤오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백년 마라톤을 통한 중국의 목표는 오직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어떻게 중국의 100년 마라톤 전략을 알아챘나.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중 간 격차가 줄었고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 질서가 흔들린다고 판단하면서 ‘미국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중국 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정책을 내세우며 사실상 패권의 ‘야욕’을 공식화했다. 덩샤오핑의 외교 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이다. 나는 중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국가나 기업이나 1등이 되고 싶어 한다. 중국이 1등 국가로 발전하려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어느 나라나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룰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70년 동안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세계 글로벌 기업의 지적 재산을 대가 없이 빼앗았다. 이는 정당하지 않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불공정한 중국의 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전 미 대통령들은 중국을 압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만 유독 중국을 압박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5년 전 자신의 책에서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며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 캠페인 시작 후 150여번의 연설에서 5번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서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대통령이 되면서 실천하는 것뿐이다.” -지난 5월 미중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는데 중국이 갑자기 취소했다. 이는 중국 내 강경파의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해석이다. 중국의 합의 번복은 그들이 쓰는 ‘상투적 수법’이다. 중국은 미국을 거짓으로 믿게 하고 재협상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겨 왔다. 또 중국이 손자병법의 인(忍)·세(勢)·패(覇) 전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자신이 약할 때는 굽실거리며 때를 기다리고,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제압하고, 강자가 약할 때 일격에 제압하는 중국의 기본적인 패권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결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적’으로 만들려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미중 양국의 교역활동과 중국의 대미 투자 확대, 또 미 기업의 대중 투자를 늘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로 동등한 관계, 공평한 룰을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을 선거에 활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협상은 ‘양날의 칼’이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협상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서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전쟁은 큰 부담이다. 좋은 협상이 돼야만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이끈 사람이 바로 라이트하이저 대표다. 당시 그는 USTR 부대표로 참가했다. 따라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일 플라자 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이끌 것이다.” -미중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은 영어와 중국어의 해석 차이를 줄이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중국어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반세기 동안 이를 등한시했다. 만약 미중이 합의한다면 영어와 중국어 두 버전의 합의문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언제쯤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중은 반드시 합의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언제쯤 합의에 이를지는 나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은 분명히 중국을 공정한 경쟁자로 만들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정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약간의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과 공정한 교역을 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진다면 글로벌 경제가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 정부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응에 관해 조언한다면.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간자 입장에서 이런 미중 간 오해를 불식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우려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새우가 두 고래를 중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새우가 아닌 그보다 ‘더 크고 강한 물고기’라는 것을 보여 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017년 11월 한국 방문 당시 남북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연설에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중요성만 강조했지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강 장관에게 자세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듣고 싶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마이클 필스버리 센터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유수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를 이끄는 센터장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장을 누벼 온 군사·첩보 전문가이자 중국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중국 권위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내고 중앙정보국(CIA)·국방부 등에서 정책·전략 자문을 하면서 여러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5년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대장정을 분석한 책인 ‘백년의 마라톤’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 우크라이나 총선 여당 압승…親서방 개혁 탄력

    ‘EU·나토 가입 주장’ 골로스와 연정 논의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우크라이나 조기총선에서 코미디언 출신 친서방 노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국민의 종(從)’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과반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유명 록가수 출신 스뱌토슬라브 바카르축(44)이 당수로 있는 친서방 성향 정당 ‘골로스’(국민의 소리)와 연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뉴스 채널 RT 등에 따르면 투표 다음날인 22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50% 개표 상황에서 국민의 종이 42.4%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과반 확보는 쉽지 않아 연정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연정 파트너는 바카르축이 지난 5월 창당한 ‘국민의 소리’로, 6.3%를 얻어 원내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바카르축은 우크라아나의 유럽연합(EU) 및 나토 가입을 주장한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총선 승리는 정치 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확보한 데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의회를 장악하고, 친서방 개혁을 추진할 신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 별세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 별세

    최근 건강 문제로 사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2일 세상을 떠났다. 72세. 이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IAEA 사무국을 인용,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사무국은 아마노 사무총장의 사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이사회에 제출할 사임 서한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아마노 사무총장은 서한에서 “IAEA는 그동안 ‘평화와 발전을 위한 핵’ 계획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단단한 결실을 맺었다”며 회원국과 직원들에게 “우리의 성과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 의료 시술을 받았다고 발표한 뒤 눈에 띄게 건강이 악화됐다. 외신은 그가 내년 3월 IAEA를 떠난다고 보도했다. 그는 일본 외교관 출신으로 2017년 세 번 연임에 성공, 2021년 11월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었다. 그는 재임 기간 IAEA가 정치적이기보단 기술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란과의 갈등 국면에서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했던 전임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와는 차별적인 입장이었다. IAEA 탈정치화, 이란 문제에 대한 원칙적 대응, 비핵화 필요성 등을 내세운 그는 서방국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별세나 사임이 이란과 미국의 갈등 국면에서 악재로 분석되는 이유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이란 등이 맺은 핵합의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으며, 북한 핵도 IAEA가 언제든 현장에서 사찰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의 후임으로 라파엘 그로시 IAEA 아르헨티나 대사, 루마니아 출신으로 그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 온 코넬 페루타 IAEA 최고 조정관이 거론되고 있다. 35개국으로 이뤄진 집행 이사회가 새 사무총장을 선출하면 9월 총회에서 승인한다. 이날 IAEA는 깃발을 낮춰 달아 그의 죽음에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키사스’가 뭐길래… 이란 영국 유조선 맞대응 나포

    ‘키사스’가 뭐길래… 이란 영국 유조선 맞대응 나포

    이란이 자국 유조선이 영국에 억류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하면서 이란의 서방에 대응하는 방식이 같은 크기의 피해로 되갚음하는 ‘키사스(Qisas)’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키사스는 이슬람의 형벌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방법으로 보복을 가하는 율법을 말한다. 꾸란과 마호메트의 언행록인 하디스에도 나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맞대응 보복이 대표적인데 함무라비 법전에 처음 나온다.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선원 23명과 같이 나포해 억류하고 있다. 이란의 지난 19일 나포 행위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다 붙잡힌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에 대해 1개월 동안 억류를 연장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와 이란의 맞대응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는 영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다른 선박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나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란 어선을 충돌했는데도 구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국방차관은 이에 대해 “적대 행위”라고 비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2일 긴급 각료들을 소집, 안보대책회의(COBR·비상대책회의실 미팅)를 주재했다. 또 프랑스와 독일 등 주변국들에 유조선 나포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앞서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1년간 전력적 인내를 가지며 유럽과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법을 협상했다. 그러나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핵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으나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란에 대한 투자도 끊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탈퇴 1주년이 된 올해 5월 8일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맞대응했다. 이란은 그러나 미국처럼 단번에 핵합의를 탈퇴하지는 않고 유럽과 계속 협상한다며 60일 주기로 단계적 이행 축소로 결정했다. 5월 8일부터 60일간 1단계 조처로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겼고, 7월7일부터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축도 제한(3.67%)을 초과해 4.5%까지 올렸다.그러면서 ‘행동대 행동’ 원칙을 이런 핵합의 이행 감축의 근거로 들었다. 핵합의는 서방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풀면 이란도 핵프로그램을 축소·동결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즉 상대방이 이를 어기면 자신의 의무도 이행할 이유가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핵합의 36조에 명문화됐고, 이란은 이 조항을 이행 축소의 합법적 명분으로 제시했다. 핵합의가 다자 간 합의인 데다 유럽이 일단 말로는 이를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란도 유럽처럼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고 준수와 탈퇴 사이의 중간 지대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이란은 동시에 핵합의를 완전히 탈퇴하면 서방의 제재가 복원돼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과 이란의 주고받기식 대응이 최근 더욱 두드러졌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똑같은 크기의 형벌을 가하는 키사스 대응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 “베네수엘라, 미군 정찰기 추격 비행” 일촉즉발

    미 “베네수엘라, 미군 정찰기 추격 비행” 일촉즉발

    지난 19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상공에서 베네수엘라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를 추격 비행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고 CNN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금요일 러시아제 베네수엘라 전투기인 수호이(SU)-30이 국제 공역에서 미군 정찰기(EP-3)를 안전하지 않은 거리까지 추격 비행해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EP-3의 임무를 위태롭게 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정찰기인 EP-3는 카리브해 상공에서 탐지 및 감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사령부는 설명했다. 미군 정찰기와 베네수엘라 전투기의 조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군 정보기관 고위 관리 4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한 당일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적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호”라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베네수엘라군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해서 미국이 항공 안보와 국제 조약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베네수엘라군은 미군 항공기가 19일 오전 베네수엘라 영공에서 탐지됐으나 현지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다른 항공기에 위협을 가했다고 베네수엘라군은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76대 이상의 미 항공기가 자국 영공 진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군 남부사령부는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일축하는 트윗과 함께 사건 당시 장면이 찍힌 영상을 올렸다. 미 남부사령부는 “마두로 정권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법을 지속해서 위반하고, 국제 공역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승인한 국제적 합의에 대한 경멸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CNN은 미국을 비롯해 서방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시도한 지 몇 달 만에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부딪힌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호르무즈해협/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호르무즈해협/이순녀 논설위원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와 제재 복원으로 촉발된 호르무즈해협의 위기가 일촉즉발이다. 호르무즈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항로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 등 세계 경제와 직결된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세 카드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엄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공해를 통과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하면서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즉각 엄중 항의하고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 유조선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정해진 해로를 이용하지 않는 등 국제해양법을 위반한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거부했다.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는 지난 4일 스페인 남단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브롤터 법원이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억류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과 EU는 이란과 1년간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 이번 유조선 충돌로 이란은 핵합의 협상 국면에서 고립을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핵합의는 파국을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위험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무인기를 대공 방어미사일로 격추했다. 미국은 우방국들이 참여하는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금요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자국 주재 외교단 대상 호르무즈해협 안보 브리핑에 한국을 포함해 60여개국이 참여했다. 이번 주 방한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호르무즈 파병을 정식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원유 수입량의 약 8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니 남의 일이 아니다. 군사 충돌 대신 협상으로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 coral@seoul.co.kr
  • 월정리역~평화전망대 코스 추진… DMZ, 생태·관광·경제로 뜬다

    월정리역~평화전망대 코스 추진… DMZ, 생태·관광·경제로 뜬다

    올해부터 ‘평화둘레길’ 일부 민간인 출입 시민들 호응에 지자체·군부대 개방 협의 철원 6사단 일부 도보 안보견학 구상 중 평화공원 조성·평화산업단지 유치 검토 통일경제특구 땐 ‘경제공동체’ 활용 기대 “지뢰제거를… 양지리검문소 철거 아쉬워”“비무장지대(DMZ)의 평화 분위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군 부대도 DMZ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더 진전된다면 보다 다양한 활용 방안이 마련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강원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만난 안재권(65) 철원군문화관광해설사는 육군 6사단 내 일부 DMZ 구간을 개방하는 안보견학 코스를 설명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기존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던 DMZ는 정부의 ‘평화둘레길’ 사업으로 올해부터 민간인에게도 일부 구간이 개방돼 많은 시민이 DMZ를 찾고 있다. 시민들이 평화둘레길에 큰 관심을 보이자 전방 지역 지자체에서도 평화둘레길 사업과는 별개로 일선 부대와의 협의를 통해 부대 내 DMZ 일부 구간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지난 7일 찾은 강원 철원 육군 6사단 DMZ 내에서도 약 3㎞에 이르는 도보 안보견학 코스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월정리역 바로 앞에 있는 부대 통문을 통과해 언덕으로 이뤄진 ‘탱크 저지선’을 따라 평야에 펼쳐진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평화전망대까지 걸어가는 도보 코스를 구상 중이다. 안 해설사는 “앞으로 이런 형태의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현재 다양한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953년 탄생한 DMZ는 민간인 출입이 완전 통제되며 야생 동식물의 보고로 자리잡았으며 향후 개발 시 통일경제특구 및 평화공원 조성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기대되고 있다. 그중 6사단 지역의 DMZ는 서쪽으로는 ‘김일성 고지’라고 불리는 고암산과 동쪽으로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서방산이 높은 기세를 자랑하며 평야를 에워싸고 있는 곳이다. 험난한 산악 지형의 다른 DMZ와는 달리 드넓은 평야 지대로 생태·관광·경제적 다방면의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주민은 DMZ를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1988년부터 철원에 거주해 온 안 해설사는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통일수도는 철원’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향후 이 지역을 남북 주민이 어우러 사는 계획도시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곳에 드넓은 시가지를 형성한다면 교류협력의 장소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곳은 향후 북으로 이어지는 교통로 확보에도 용이한 장소로 평가된다. 철원은 MDL에 접한 길이가 70㎞에 달하는데 그중 40㎞가 평야로 이뤄져 있고 한반도 중앙에 있어 ‘사통팔달’ 교통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선 북측 평강역까지 달렸던 경원선을 조기에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 간 9.3㎞를 1791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들여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월정리역을 지나 평강역까지 이어지는 복원사업이 이뤄지면 총 19㎞의 물류 교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안 해설사는 1973년 북한군이 파 놓은 제2 땅굴을 가리키며 “땅굴은 이미 남북이 연결된 만큼 교통이나 교류를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더불어 ‘제2 개성공단’인 평화산업단지도 DMZ에 유치하는 방안이 현재 검토되고 있으며 통일경제특구 조성으로 ‘경제공동체’의 축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철원 DMZ는 과거 화산 활동으로 현무암이 풍부해 ‘자원경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DMZ를 활용하려면 일단 냉전의 상징인 지뢰제거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특히 민통선 북쪽에 있는 대위리 마을에는 아직까지 지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진입이 통제된 구간도 있었다. 또 민통선 출입을 통제하던 양지리검문소는 2012년 주민 불편에 따라 원래 위치에서 1㎞ 북쪽으로 이동했다. 지난해부터는 사용하지 않는 검문소를 철거하기로 했다. 이날도 각종 장비가 철거 작업에 한창이었다. 안 해설사는 “민통선 구역 해제로 검문소가 기능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남아 역사적 유물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철거를 진행해 아쉽다”며 “평화 분위기에 맞춰 점차 전방지역 민통선이 조금씩 해제될 텐데 사소한 유물이라도 가능하면 역사를 위해 남겨 둬야 한다”고 전했다. 철원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대중성·예술성 꽃피운 문예영화… 그리고 그 시대 풍미한 이만희

    대중성·예술성 꽃피운 문예영화… 그리고 그 시대 풍미한 이만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1960년대, 대중성과 작가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뛰어난 감독들이 등장해 한국영화 미학을 개척해 갔다. 1960년대 초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은 각각 ‘하녀’(1960), ‘오발탄’(196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라는 대표작을 선보였고, 이후 각자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상업성과 예술성을 결합시키며 1960년대 내내 활약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김수용, 이성구 그리고 이만희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역시 대중과의 호흡뿐만 아니라 미학적 완성도 역시 포기하지 않으며 한국영화의 품위를 높이는 데 성공한다. 1960년대 한국영화가 예술성을 꽃피울 수 있었던 중요한 원천은 바로 문학이었다. 원작 소설이나 희곡을 영화화한 ‘문예영화’ 제작이 제도적으로 안착하며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업 기반이 됐다.●감독들, 상업적 흥행에만 몰두하지 않아도 돼 1960년대 초중반 영화산업의 외양이 급격히 넓어지면서 한국영화는 대량생산 체제로 들어선다. 문제는 이야기였다. 영화 제작편수는 100편을 넘어 150편 가까이 계속 늘고 있는데, 영화를 만들기 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 과장한다면 일본 영화잡지에 실린 일본영화 시나리오 중 누가 먼저 흥행될 만한 이야기를 찾아 번안할지 경쟁하던 시절이었다. 흡족한 시나리오를 만날 수 없었던 감독들은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원작 소설을 각색하는 방식을 택한다.1960년대 초반 ‘오발탄’(이범선 원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원작)를 비롯해 김수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원작, 1963), ‘혈맥’(김영수 희곡 원작, 1963) 등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문예영화’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됐지만, 바로 이때부터 한국영화계의 특별한 경향으로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문예영화는 곧 제작자들의 관심 ‘장르’가 됐다. 당시 정부는 제작업과 수입업을 일원화시켜 한국영화 제작자만 외국영화를 수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수입 역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보부로부터 외화 쿼터를 받아야만 가능했다. 제작사 입장에서 수입 쿼터는 말 그대로 돈이었다. 개봉되는 외화가 한정됐기 때문에 한국영화 수익보다 더 확실한 자금원이 돼 준 것이다. 이처럼 제작사들이 외화 쿼터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우수영화보상제도였고, 바로 문예영화는 반공영화, 계몽영화와 함께 ‘우수영화’의 항목에 포함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외화를 흥행시키기 위해 예술적으로 우수한 한국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인위적인 제도가 존재했던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산업과 당국의 이해가 맞아 정착한 문예영화 덕분에 영화의 예술적 표현에 관심 있는 감독들이 상업적 흥행에만 몰두하지 않아도 됐던 점이다. 1966년부터 1968년까지 유현목, 김수용, 이만희, 이성구, 정진우 등의 감독들은 문예영화라는 장르를 활용해 특유의 영상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창작의 자유도 누렸으며 국제영화제 진출 역시 노릴 수 있었다.특히 ‘갯마을’(오영수 원작, 1965), ‘유정’(이광수 원작, 1966) 등 문예영화의 대가였던 김수용 감독은 1967년 10편의 연출작을 선보이는 가운데 ‘만선’(천승세 희곡), ‘산불’(차범석 희곡), ‘안개’(김승옥 원작), ‘까치소리’(김동리 원작) 같은 걸작들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의 뛰어난 연출 감각과 왕성한 창작력을 말해 주는 대목이지만, 그 기반이 된 것은 문예영화라는 장르 혹은 제도였음을 알 수 있다.한편 지금은 필름이 사라진 이만희의 걸작 ‘만추’(1966)가 우수영화로 선정되고 외화 수입 쿼터를 받자 문예영화의 범주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소설을 각색한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김지헌의 오리지널 각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한 쪽은 우수영화 심사에서 아깝게 떨어진 제작사였는데, 바로 이만희의 ‘물레방아’(나도향 원작, 1966)를 제작한 세기상사였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원작으로부터 최소한의 모티브만 가져온 새로운 창작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1969년 우수영화에서 문예영화 제외되며 쇠퇴 이를 계기로 문예영화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애초의 의미에서 ‘예술성 있는 우수한 영화’로 정의가 확대됐다. 결국 1969년 우수영화 선정부터 문예영화가 제외되면서 충무로식 예술영화라 할 문예영화 현상은 급격히 쇠퇴한다. 1960년대 미학적 야심이 있는 감독들이 때로는 통속 멜로드라마, 코미디, 액션스릴러 등 흥행 장르를 벗어나 예술영화의 문법을 고민하고 한국영화의 미학을 찾는 데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문예영화의 순기능이었다. 1960년대 중후반 문예영화를 기반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시킨 감독 중 이만희는 꼭 언급해야 할 존재일 것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개발한 기존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재해석했고, 대사로 설명하기보다는 영상과 분위기로 관객이 영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멜로드라마도, 액션스릴러도 심지어 시대극도 그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무엇보다 그는 서구의 모더니즘 영화(고전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에 반하는) 화법까지 가장 독창적으로 수용한 감독이었다. 1931년 서울 왕십리에서 태어난 이만희는 제도권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광무극장, 동화극장 등 동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보낸 그는 6·25전쟁 발발 후 암호병으로 근무하다 중사로 만기 제대했고, 1955년경 유치진이 운영하는 연기학원에 다니며 극단 생활을 시작한다. 1956년 안종화 감독의 연출부로 처음 영화에 입문했고, 조감독 생활을 하다 이화룡의 화성영화사가 제작한 ‘주마등’(1961)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화룡은 명동파 건달이었지만 1960년 이후 뛰어난 영화제작자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주마등’은 당시 화성영화사가 제작하고 강대진이 연출한 ‘박서방’(1960), ‘마부’(1961) 같은 ‘서민영화’ 경향의 작품이었다. 이만희는 1962년 액션스릴러 ‘다이알 112를 돌려라’로 충무로의 이목을 끈 후 1963년 전쟁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흥행 성공으로 일약 충무로의 스타 감독이 됐다. 이어 미스터리스릴러 ‘마의 계단’(1964), 액션누아르 ‘검은 머리’(1964) 등 이만희 특유의 장르영화들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동시에 주목받았다. 1965년 연출한 ‘7인의 여포로’가 반공법 위반에 휘말리며 수감 생활을 했지만, 이듬해 ‘시장’, ‘물레방아’, ‘군번 없는 용사’, ‘만추’ 등 4편을 1966년 한국영화 ‘베스트 10’(부산영화평론가협회 선정)에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서구의 모더니즘 영화언어를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만추’ 그리고 ‘귀로’(1967)는 당시 그의 예술성이 만개했음을 증명했다. 1968년에는 다시 당국의 검열로 고초를 겪었다. 영화 ‘휴일’이 문제가 됐다. 1968년 3월쯤 촬영에 들어가 문화공보부의 개작 지시까지 반영해 작품을 완성했지만, 결국 영화는 개봉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당국의 요구에 지친 제작자와 감독이 개봉을 포기했던 것이다. 1970년대 한국영화의 침체기는 이만희 역시 피해 갈 수 없었다. 1974년 영화진흥공사가 제작한 국책전쟁영화 ‘들국화는 피었는데’를 연출했으나 의견 차이로 편집권을 포기하는 사건이 있었고, 1975년 4월 ‘삼포 가는 길’ 후반 작업 중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중 지향의 장르영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미학과 예술성을 개척한 특별한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만희는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젊은 팬들도 “김기영에 이은 스타는 이만희” ‘휴일’이 처음 대중에게 상영된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37년이나 지난 2005년이다. 개봉도 못 한 영화라 주목받지 못한 채 한국영상자료원에 보존돼 있던 필름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영화의 반향은 대단했다. 이만희 특유의 예술성이 정점이 달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들은 기꺼이 그해 개봉작들과 함께 ‘휴일’을 베스트 10에 올렸고, 젊은 영화 팬들 역시 김기영에 이은 또 한 명의 주목할 감독으로 이만희를 인식하게 됐다. 또한 ‘휴일’은 ‘만추’의 필름이 사라져 아쉬운 지금, 영화의 만듦새와 분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큰 작품이다. 많은 평론가가 언급하고 있듯이 ‘휴일’은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대표작이다. 말하자면 스토리의 전달보다는 인물이 처한 공간의 풍경과 영화적 분위기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다. 인물들의 대사는 극히 희박하다. 카메라는 클로즈업 쇼트 사이즈로 인물과 밀착해 주인공 허욱(신성일)과 지연(전지연)의 미세한 표정과 감정을 포착하다가도, 익스트림 롱 쇼트로 물러난 황폐한 공간 속에 그저 둘을 던져 놓기도 한다. 가난한 연인은 그들의 내면 풍경이라 할 초겨울 바람이 몰아치는 남산 공원을 그저 말없이 걸을 뿐이다. 회화적인 구도의 흑백 화면은 무척 슬프지만 또한 아름답다. 특히 이 영화는 고 신성일의 외모와 연기가 가장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다. 허욱과 지연은 일요일마다 만나는 연인이다. 무일푼인 허욱은 사기를 쳐서 택시를 타고 담배를 살 정도이고 지연 역시 커피값이 없어 다방 앞에서만 그를 기다린다. 어렵게 말을 뗀 지연은 중절 수술을 받겠다고 말하고, 허욱은 지연을 공원 벤치에 남겨 두고 수술비를 구하러 친구들을 찾는다. 같은 처지의 룸펜 친구들에게 돈을 빌릴 수 없던 그는 결국 부자 친구의 집에서 돈을 훔쳐 나온다. 둘은 산부인과로 향하고 결국 그녀는 수술을 받는다. 그 사이 허욱은 카페에서 만난 여인과 술집을 전전하다 공사장에서 정사를 나누려 한다. 교회 종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지연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허욱은 지연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절규한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전차를 타고 종점에 내려 머리를 깎아야겠다고 읊조린다. 바로 문제의 엔딩 장면이다. 당시 검열관들은 허욱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군대에 가는 설정으로 고치기를 원했고, 이만희는 이 정도 대사로 타협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는 영상자료원에 보존된 영화 ‘휴일’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심의 전 버전), 심의용 대본 그리고 당시 개봉되지 못했던 필름이라는 세 가지 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어, 각 버전 간의 차이와 당국의 검열이 미친 영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심의 대본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확인해 보자. 허욱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보통 연인들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했던 지연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질주하다, 이제 전차 철로가 끊긴 자리에 서 있다. “서울, 남산, 전차, 술집 주인아저씨, 하숙집 아주머니, 일요일 그리고 모든 것. 나는 다 사랑하고 있지.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어. 이제 일요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 커피값이 없어도 돼. 안녕, 안녕”이라는 시나리오상의 내레이션이 영화 속 허욱의 목소리로 흐르지만, 최종 영화에서는 자살을 의미하는 “안녕, 안녕” 대신 “이제 곧 날이 밝겠지… 머리부터 깎아야지, 머리부터 깎아야지”라는 대사로 바뀌어 있다. 암울한 청춘들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묘사가 남자는 군대를 가야 인간이 된다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계몽으로 대체된 것이다.1968년 212편, 1969년 229편이라는 제작편수는 1960년대 후반을 한국영화 중흥기의 정점으로 인식하게 만들지만, 사실 그 내면은 이미 1970년대의 쇠퇴기를 예비하고 있었다. 한국영화의 흥행 실적과 질적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중이었고 그 배경에는 당국의 신경과민적인 영화정책과 검열이 자리하고 있었다. 때마침 텔레비전의 공세 역시 거세지고 있었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일대일로, ‘유령 도시’ 간쑤성 살렸다… 아프리카·중앙아까지 살릴까

    일대일로, ‘유령 도시’ 간쑤성 살렸다… 아프리카·중앙아까지 살릴까

    2017년 영국 가디언은 중국 간쑤성 란저우를 ‘유령 도시’(Ghost City)라고 묘사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해 개발했지만, 인민들이 이주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도시가 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달 26일 란저우에 방문했다. 내가 직접 본 란저우는 유령 도시가 아니었다. 란저우는 오히려 역동적인 도시였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정류장에 길게 늘어섰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도로는 차로 가득 찼다. 도시 곳곳에 고층 빌딩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철 공사도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시작한 이후 란저우와 일대 도시가 활기를 찾았다”면서 “곳곳에 철도가 들어서면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편해졌다. 개인적으로는 구하기 어려웠던 각지의 음식을 쉽게 살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옛 실크로드의 요충지에서 유령 도시로 전락했던 란저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구상 일대일로의 요지로 부활하고 있다. 중국은 대두, 수수, 옥수수 등 식량자원의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유럽, 중앙아시아로의 연결로 확보에 주력한다. 중국 정부는 란저우에 우선적으로 물류기지 5개를 만든다. 또 란저우의 명문대 란저우대에 1100만 위안(19억원)을 투입해 일대일로 연구센터를 조성했다. 란저우대 일대일로 연구센터 관계자는 “대외개방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축구팀에 비교하자면 그간 간쑤성은 30여개 중국 성 중에 후방에 있었다. 그러나 일대일로 시작하고 경제가 좋아지면서 이제 전방에서 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외적인 경제 부문 발전이 여전히 낮기는 하다. 외자 유치도 떨어진다. 그래도 무역 수출·수입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란저우대 관계자는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에 부채를 떠안긴다는 서방의 비판에 “지난 수십년 간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에는 아무도 그 땅에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이 투자를 시작하자 비판한다”라면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한다. 이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다른 선진국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란저우대 측은 “일대일로는 중국판 글로벌 프로젝트다. 미국과 영국 등이 자유무역협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 무역은 밀접하다. 비록 한국이 일대일로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 내지는 않았지만, 무역이 빈번하다. 간접적으로 참여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란저우 강신 기자 xin@seoul.co.kr ※기사 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 “미·이란 대화 나서라” 英·佛·獨 공동성명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3강’이 이란과 미국에 긴장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날 세 나라 정부 수반을 대표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비핵화 체제 유지라는 안보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면서 이란과 서방 간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미국이 제재를 재개하고 이란이 핵합의의 중요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탓에 핵합의 해체를 우려한다”면서 “이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해 책임 있게 행동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3국의 이런 노력을 폄하하며 “미국이 제재를 거두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영·프·독) 측은 말로만 핵합의를 지지한다고 하고 우리의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면서 “유럽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해 우리도 핵합의 이행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또 “오직 가짜 정권(이스라엘)과 조그만 한두 국가(사우디아라비아, UAE)만 미국을 지지할 뿐 전 세계가 미국의 폐해에 저항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전략적 인내라는 어려운 일을 해낸 이란을 칭송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레이저 무기’ 개발하는 英 국방부…전쟁 양상 바꿀까?

    [핵잼 사이언스] ‘레이저 무기’ 개발하는 英 국방부…전쟁 양상 바꿀까?

    레이저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레이저 유도 무기처럼 정밀 공격 무기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목표를 파괴하는 무기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레이저가 SF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광선 무기는 아니지만, 특수 목적 무기로 상당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이저는 소형 드론이나 미사일을 공격하는데 기존의 방공포나 미사일보다 더 유용하다. 현재 있는 만약 인구 밀집 지대에서 드론을 공격해야 한다면 만약의 경우 민간인 피해가 우려되는 방공포나 미사일보다 목표만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레이저가 훨씬 유리하다. 더 나아가 소모성 무기가 아니라 전력만 공급하면 여러 번 발사가 가능한 무기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별도의 탄약이나 미사일을 보급할 필요가 없고 발사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비록 현재 나와 있는 레이저 무기의 출력이 약해 드론보다 큰 표적에 대해서는 유용하지 않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점점 출력이 커지고 있어 전장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 국가들이 레이저 공격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2017년 레이저 직접 에너지 공격 무기(Laser Directed Energy Weapon·LDEW) 프로그램에 3000만 파운드(약 440억 원)를 투자했다. 이 프로그램은 레이저로 직접 표적을 파괴하는 실증기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에 더해 최근 영국 국방부는 레이저 및 전파를 이용한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DEWs) 사업에 1억 3000만 파운드 (약 192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2023년까지 영국 해군의 군함과 육군의 차량/헬리콥터에 레이저 무기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 개발하는 레이저 및 전파 무기 시스템의 상세한 제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에서 개발하는 레이저 무기와 마찬가지로 드론처럼 작고 빠른 표적을 공격하는 용도의 무기로 생각된다. 이미 미국은 드론, 지뢰 제거 용 레이저 무기의 개발을 상당히 진행했으며 독일의 대표적 군수 업체인 라인메탈(Rheinmetall AG) 역시 소형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시연했다. 아직은 초기 개발 및 적용 단계지만, 앞으로 레이저 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약점인 낮은 출력 역시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레이저 무기는 우리나라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할 미래 무기 체계 중 하나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역전쟁 와중에 남중국해에서 맞짱 뜨는 美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역전쟁 와중에 남중국해에서 맞짱 뜨는 美中

    미국과 중국이 ‘사생결단’식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남중국해에서도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해역에서 대함(對艦) 탄도미사일(ASBM) 발사시험을 실시하자 미국이 “도발 행위를 삼가라”며 촉구하며 맞대응에 나서는 바람에 남중국해에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BBC, 미 CNN,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지난달 말 군사훈련 중이던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南沙群島, 필리핀명 칼라얀군도) 부근 인공 구조물에서 여러 발의 ASBM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히며 이를 “충격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ASBM은 군함이나 항공모함을 격침하기 위해 개발된 탄도미사일이다. 고고도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아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수평비행을 하는 초음속 미사일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일반 방공체계로는 ASBM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발사한 ASBM은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東風)-21D’(DF-21D)로 추정되며 중국이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해역 내에서 ASBM 발사 시험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SCMP는 전했다. 육상에서 발사되는 둥펑-21D는 사거리가 1500㎞인 중거리 미사일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ASBM 발사 시험을 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재개에 맞춰 대미(對美)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SCMP는 4일 “중국은 미국과의 다음 라운드의 무역협상에 앞서 남중국해에서 대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함으로써 군사적 근육을 풀고, 협상력을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가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학원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으려 할 때, 보다 많은 카드를 손에 쥐려 할 것”이라면서 “이것(ASBM 시험 발사)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무역 및 기술 전쟁에 따른 경제적 압박뿐만 아니라 대만과 홍콩 문제로 인한 정치적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北京)에서 활동하는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도 “중국은 대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예정된 것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의 성명 발표는 미국 또한 (중국의 ASBM 발사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만큼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ASBM 시험 발사가 남중국해를 군사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도 3일 “미국뿐만 아니라 지역 국가들이 군사기지화를 포함해 분쟁지역에서 이뤄지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행위를 우려해왔다”며 “중국은 군사기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명백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항행의 자유는 보호돼야 할 중요한 권리”라며 “우리는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은 관여하지 말라”고 강도 높게 맞섰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샤오위안밍(邵元明)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은 앞서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인도·태평양 전략’(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정책)을 설명하면서 대만에 대한 지원과 함꼐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언급한 데 따른 반발 차원으로 해석된다. 샤오 부참모장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중국은 남중국해 섬과 인근 해역에 대한 확실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 및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면서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ASBM 발사 시험이 이뤄졌다는 미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싼사(三沙)해사국은 지난달 29일 0시를 기해 파라셀군도(중국명 西沙群島)와 스프래틀리군도 사이 2만 2200㎢(동서 202㎞, 남북 110㎞) 해역을 항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항행금지 기간은 이날부터 3일 자정까지 5일 간 군사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해사국은 밝혔다. 홍콩 면적의 20배가 넘는 해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벌어질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싼사해사국의 전격적인 발표가 나온 것은 일본 오사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더군다나 이례적인 것은 이번 항행금지 구역이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해 남태평양에 항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던 1980년 이후 중국이 설정한 항행금지 구역 중 본토에서 가장 먼 해역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해왔지만 항행금지 구역은 광둥(廣東)성이나 하이난(海南)성 앞바다 등 근해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만큼 이번 군사훈련을 두고 “미국과 일본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대만 연합보(聯合報)가 분석했다. 남중국해에선 앞서 지난달 13일 미일 해군이 합동 훈련을 했고, 26일엔 일본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가 이 해역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미일은 일방적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기지화를 가속화해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명보는 “미중 무역 전쟁 휴전 직후 벌어지는 이번 군사훈련이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거친 힘겨루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의 연간 해상물동량(금액 규모)은 3조 4000억 달러(약 3983조원)에 이르며 석유와 천연가스 등 부존자원도 풍부하다. 지리적으로 보면 남중국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둘러싸인 거대한 바다다. 해역 면적만 한반도의 13.6배인 300만㎢나 된다. 주변 국가는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베트남 등 5개국이다. 남중국해에는 크게 동서남북 4개의 군도가 있는데 북쪽부터 프라타스군도(중국명 東沙群島), 파라셀군도, 메이클즈필드뱅크(중국명 中沙群島), 스프래틀리군도 등이다. 이 중에서 프라타스군도와 메이클즈필드뱅크는 중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데다 암초뿐이어서 분쟁이 심하지 않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남쪽에 있는 파라셀군도와 스프래틀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이 심하다. 파라셀군도는 중국과 베트남이, 스프래틀리군도는 중국과 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각각 일부 섬들을 점령하고 대치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치열하지만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 후 독립한 각국은 경계가 애매모호한 바다를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였다. 남중국해 쟁탈전이 본격화한 것은 1968년 이 지역에 대규모 원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어족자원도 풍부한 어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런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이른바 ‘남해9단선’(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계선)을 설정했다.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쳐왔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중국의 ASBM 발사 시험은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한 미국 등 서방국가 해군에 대한 위협이나 견제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日아베 독주에 환멸…70년전 패망직후 ‘민주주의’ 교과서 재등장

    日아베 독주에 환멸…70년전 패망직후 ‘민주주의’ 교과서 재등장

    일본 중·고교에서 1948년부터 1952년까지 사용됐던 ‘민주주의’ 교과서가 복간돼 일선 학교수업에 교재로 사용되는 등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제목 자체가 ‘민주주의’인 이 70년 전의 교과서는 당시 문부성(한국의 교육부)이 제작한 것으로, 일본 패망후 일본에 진주한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졌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의 서슬 퍼런 강요에 의한 것이기는 했지만, 일본을 다시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참화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명감에 불탔던 일본 법철학자들이 현대적 기준에서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집필했다. 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출판사 가도카와는 지난해 10월 학술문고본으로 ‘민주주의’를 복간했다.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6쇄를 찍으며 2만부를 판매했다. 복간에 참여한 야스다 사에(45) 편집자는 “70년 전 교과서의 복간본이 이만큼 주목되는 사례는 드물다”면서 “현재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감하지 못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후세대에게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특히 2015년부터 일본의 투표권 연령이 18세로 낮아지면서 올바른 주권자 교육을 모색하는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이 책의 원본은 상·하 2권짜리로 총 450페이지에 달했다. 개인의 존중을 강조한 ‘민주주의의 본질’을 비롯해 학교교육, 노동조합, 헌법 등 총 17장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가도카와 출판사에 앞서 1995년 고미치서방(출판사)이 복간을 했고, 2016년에는 겐토샤가 이 책의 요약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에는 일본의 많은 양식있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다수당의 횡포’의 문제점도 다뤄지고 있다. ‘민주정치의 함정’ 편에서 ‘무엇이든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고, 소수의 옳은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서술돼 있어 현재 일본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 이타바시구의 도립 다카시마고 3학년 담당 오바타 마사토(42) 교사는 올해부터 사회 시간에 복간된 ‘민주주의’를 교과서로 쓰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을 일깨우려 애쓰고 있다. 오바타 교사는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애초부터 학교에서 충분한 주권자 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 개개인이 자기 의사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할 말은 하는 권리가 있음을 깨닫도록 하고 싶어 적절한 교재를 수소문하다가 이 교과서를 발견했다”면서 “70년 전 서술이지만, 내용에 보편성이 많아 우리 시대에도 통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기후 변화 막으려면 ‘미국 면적 숲’ 조성해야” (연구)

    “기후 변화 막으려면 ‘미국 면적 숲’ 조성해야” (연구)

    숲을 이용해 기후 변화 완화 효과를 보려면 미국 면적의 넓은 토지를 새로운 숲으로 조성하는 커다란 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연구진은 만일 인류가 미국 대륙 크기의 토지에 숲을 조성할 수 있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2가 흡수돼 지구 전체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약 100년 전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4일자)에 발표했다. 이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숲을 만들어야 하는지, 숲을 만들어 흡수하는 탄소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세계 최초의 연구다. 연구진은 북극권의 툰드라(한대) 지대부터 적도 부근의 열대우림까지 다양한 산림 보호구역에 관한 고해상도 위성 사진 8만여 장을 분석해 각 생태계의 ‘식생 피복률’의 자연 회복 수준을 예측했다. 이어 기계 학습을 활용해 각 생태계의 식생 피복률을 정하는 10개의 토양 및 기후 변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현대의 환경 조건에서 지구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구에는 숲을 만들 수 있는 대지가 9억 헥타르(㏊)이며, 이 면적을 숲으로 덮는다면 이산화탄소 2050억 t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경작지나 도시 지역에도 새로운 숲을 조성할 수 있으며, 기후 변화의 대책으로 산업형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결과에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마틴 루카크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모델에 의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숲의 면적을 대폭 확대하려면 러시아 인구가 줄어야 하고 서방 국가들이 산업형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중국이 강제적으로 숲을 만들어야만 한다면서 모두 세계적인 규모로 실현이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