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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IAEA ‘제한된 핵사찰’ 합의

    이란·IAEA ‘제한된 핵사찰’ 합의

    모하마드 에슬라미(왼쪽)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IAEA의 제한된 핵사찰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이란이 임시 핵사찰 종료를 선언한 지 약 석달 만이다. 이란과 서방 국가들 간 핵합의(JCPOA) 협상 재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과 이란의 시간 끌기 전략이란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 “남녀 분리 지지합니다” 친(親) 탈레반 아프간 여대생 집회·행진 벌여

    “남녀 분리 지지합니다” 친(親) 탈레반 아프간 여대생 집회·행진 벌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현지시간으로 11일 얼굴을 거의 다 가린 여성 300여 명이 한 대학 강당에 모여 탈레반이 추진 중인 엄격한 남녀 분리 정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 교육기관에 새로 도입된 복장 규정에 따라 온몸을 가린 복장으로 이날 샤히드 라바니교육대에 모인 여성들은 저마다 탈레반을 지지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고 그중 일부는 연단에 올라 직접 서방국가들을 비난했다. 이들 여성은 대부분 눈 부분만 벌어진 검은색 니캅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간혹 눈 부분까지 가렸지만 시야 확보를 위해 그물 모양 천을 달은 파란색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도 보였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 탈레반 통치 아래에서 아프간 여성의 권리는 현저하게 제한돼 있었지만, 지난달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은 여성에 관한 제약을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대학에서 남녀가 분리돼 수업을 받아야 하며 강의실을 나눌 수 없다면 최소한 커튼을 쳐야만 여성들이 대학에 다닐 수 있게 했다. 이날 강당에서 맨처음 앞에 나선 한 여성은 “우리는 여성의 대표라고 주장하며 거리에서 시위하는 여성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고나서 “이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자유인가? 아니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면서 “그들은 단지 여성을 아름다움이라는 기준만으로 기용했다”고 주장했다. 연사로 나선 또다른 여성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해 역사가 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얼굴을 가리지 않는 여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 이 여성은 “이제 여성은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서 “우리는 온힘을 다해 탈레반 정권을 지지한다”고 호소했다.강당에서 연설한 뒤 정렬한 여성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무장한 탈레반 전투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잠시 행진했다. 한 플래카드에는 아프간을 떠난 여성들은 우리의 대표가 아니다고 적혀 있었고 또다른 플래카드에는 이슬람 전사들의 태도와 행동에 만족한다고 적혀 있었다. 한편 탈레반 교육 당국은 이번 집회가 여성들이 먼저 조직해 허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 서구식 근대화로 도시·농촌 양극화… 탈레반, 대중의 분노 부추겼다

    서구식 근대화로 도시·농촌 양극화… 탈레반, 대중의 분노 부추겼다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했을 때 서방 세계는 그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철저한 억압과 잔인한 통치가 꽤 규모 있는 나라에서 부활할 것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이역만리 타국의 격변이 서방 세계 전체를 흔드는 이유는, 그것이 서구인들이 강고하게 갖고 있던 어떤 믿음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간의 상실로 서구인들 신념 ‘흔들’ 그 믿음은 3세기 전 즈음에 북대서양에서 태동한 계몽주의와 진보의 신화인데, 세계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끝없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교리를 핵심으로 한다. 그 믿음은 북대서양 네트워크를 통해 탄생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꽃을 피워 세계를 제패했다. 한편 믿음의 신봉자들에게 중앙아시아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자리한 아프가니스탄은 북대서양에서 발원한 그 신화가 아직도 도달하지 않았던 ‘암흑의 심장’이었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의 상실이 서구인들의 마음에 그토록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은, 단순히 전략적이거나 재정적인 손실의 차원이 아니라 신념이 흔들리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서구식 계몽주의는 패배한 것일까? 세계 최강의 군대와 가장 효율적 기업으로 무장한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을 쓰고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더 긴 시간축 속에서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카불이 함락되기 100년 전, 서쪽의 터키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무슬림 세계에서 전통적 권위를 인정받던 오스만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멸망하려 하고 있었다. 연합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제국의 분할에 맞서서, 청년 장교단과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외세에 맞서는 봉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반외세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통과 구습에 묶인 제국을 구하기보다는, 근대 계몽주의의 가치를 받아들인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다. 1921년은 그렇게 모인 터키 독립전쟁의 주역들이 최초로 헌법을 통과시킨 해였다. 터키의 새로운 엘리트들은 가톨릭 교회를 억누르고 세속주의를 확립시킨 프랑스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신헌법은 여러 개정을 거쳤고, 마침내 터키의 국체는 세속주의 공화국으로 확정됐다. 그 지도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딴 이념인 ‘케말주의’가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이란·이라크 등 근대화 프로그램 시작 터키에서 시작된 케말주의는 이슬람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 세계는 19세기 이래로 ‘유럽을 압도하던 우리가 왜 지금은 유럽의 지배를 받게 됐는가’라는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케말주의가 제시한 답은 간명했다. 서구 계몽주의를 따르자. 종교와 구습에 얽매인 노인들을 몰아내고, 무지몽매한 대중을 계몽해 근대적 공화국을 건설하자. 그렇다면 민족은 얼마든지 강력하게 재탄생할 수 있으리라. 이 같은 비전은 이름을 달리한 채, 시차를 두고 여러 국가에서 시도됐다. 이란의 팔레비 왕조는 케말주의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나름의 근대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계몽주의는 이집트의 영웅 나세르, 이라크와 시리아의 바스당 당원들, 파키스탄의 국부 무함마드 알리 진나가 모두 공유하는 신념이었고, 자민족을 부강하게 만들 약속된 도구였다. 신세대 엘리트 주도하의 근대화 프로그램은 여러 성과를 내었다. 근대적 고등교육과 기술교육의 혜택을 많은 이들이 누렸고, 그중에는 교육에서 오랜 기간 배제돼 온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슬람 전통법인 샤리아 대신 서구식 법체계가 자리를 잡았고 영화나 가요를 비롯한 현대적 도시 문화도 태동했다. 이 국가들의 근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러 미국, 소련, 유럽에서 날아온 고문단은 이런 발전상을 보며 흡족해했다. ●‘이슬람주의’라는 이념 태동 하지만 근대적 발전상 이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계몽주의에 기초한 서구 근대성은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반감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들은 서구의 힘에 굴복하고 전통과 신성을 내팽개친 새로운 엘리트를 혐오했고, 무기력하게 전통을 답습하는 전통 엘리트도 경멸했다. 이슬람 신학, 법학과 서구 학문과 공산주의 혁명론 등에 정통한 지식인과 활동가들은 근대적인 단체를 설립했고, 학술적 탐구와 정치적 구호를 담은 책들을 간행했으며, 세속주의 엘리트를 향한 저항을 선동했다. 세속주의가 이슬람 세계를 휩쓰는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간표에 따라 ‘이슬람주의’라는 이념이 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들은, 이슬람 세계의 바깥은 물론이고 안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세속주의 엘리트가 추진하는 근대화가 충분히 진행되면 그런 ‘반동적’ 이념들은 금세 사그라들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1979년에 이란의 샤(황제)가 혁명의 물결에 밀려 퇴위하고,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주도하는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섰을 때 세계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란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근대화라는 숙제를 착실히 이행하는 우등생으로 인식되곤 했다. 어쩌다가 근대화의 결과로 사라졌어야 할 이념이 새롭게 헤게모니를 잡게 됐을까? 사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계몽주의와 세속주의를 주창한 엘리트들의 근대화는 사회를 충분히 바꾸어 놓기는커녕 서구식 근대화에 대한 극심한 반발만을 야기했다. 근대화의 혜택이 대부분 발전한 도시 지역에 집중되는 가운데, 내륙의 농촌에는 여전히 전통적 사회 질서와 문화가 잔존했다. 근대화에서 소외된 지역의 빈곤은 뿌리 깊은 문제였으나 도시 엘리트들은 촌락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했다. 한편 1945년 이래로 시작된 급속한 인구증가, 그에 따른 생태적 위기는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를 부추기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주요 도시의 화려함과 부유함, 그리고 서구식 생활양식은 도시에 유입된 빈민들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문명적’ 생활양식을 향유하는 서구적 엘리트들은 여전히 종교라는 구습에 얽매이는 도시와 농촌의 빈민들을 깔보고 무시했다. 엘리트에게 빈민들은 ‘계몽의 빛’을 거부하며 무지에 속박된 이들이었다. ●이란 혁명, 파키스탄 이슬람화 자극 이슬람주의자들은 상황을 다른 각도로 보도록 도와주었다. 서구화된 엘리트들은 문명화된 것이 아니라 ‘타락한’ 것이었다. 미국은 소비자본주의와 성적 방종으로 문화를 더럽히는 국가였고, 소련은 무신론을 내걸고 이슬람을 탄압하는 국가였다. 따라서 타락한 엘리트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외세를 몰아내는 투쟁을 시작하는 것만이 알라가 제시한 성스럽고 올바른 길이었다. 혜택이 편향됐던 서구식 근대화는 도시와 농촌, 엘리트와 대중의 분열을 부추겼다. 마침내 1970년대를 거치며 이슬람 세계 각지에서 근대화 프로그램의 초라한 성적이 드러나자, 힘의 균형은 이슬람주의 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분개한 대중이 보기에 현실을 더 잘 설명하는 언어는 계몽주의가 아니라 이슬람주의였다. 따라서 1979년 이란 혁명은 홀로 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아랍 세계의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은 이란의 시아파 혁명을 불신했으나, 유사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에 고무됐다. 그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극단적 무장 단체가 메카의 대(大)모스크를 점거하고 타락한 사회에 대한 정화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충격을 받은 사우디 왕실은 대내적 불만을 잠재우고자 자신들 판본의 종교적 보수주의인 ‘와하비즘’을 더 강하게 선전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란 혁명은 인접한 파키스탄이 이미 1977년부터 추진하고 있던 이슬람화를 더욱 급격하게 밀어붙이도록 자극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아 울 하크 장군은 이슬람주의 정책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1979년의 마지막 나날에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격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놀라운 속도로 진척됐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파키스탄은 소련군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맡으며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은 지정학 이상이었다. 석유 파동 덕택에 부유해진 사우디는 파키스탄에 경제적 지원을 해줌과 동시에 이념적 지원도 해주었다. 사우디가 지원한 마드라사(신학교)가 파키스탄 각지에 세워졌으며, 이곳은 급진 이슬람주의 전사들을 키우는 훈련소가 됐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양편에 거주하는 파슈툰족은 이런 공통의 경험을 통해 급진화됐다. 한편 사우디는 아랍 세계 각지의 지하드 전사들이 ‘무신론 제국’인 소련을 상대하러 아프가니스탄에 집결하는 것도 지원했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의 계곡에 들어간 전사 중에는 토목공학을 전공한 부유한 집안의 청년인 오사마 빈라덴도 있었다. 지역에 근거한 이슬람 무장 세력과 글로벌 테러리즘을 주창하는 성전주의자들 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은 현지의 이슬람주의 전사들은 소련군이 물러난 뒤에도 아프가니스탄을 이슬람화하겠다는 신념으로 뭉치며 ‘탈레반’이 됐다. 탈레반은 꾸준히 시골을 공략했다. 그들은 도시의 부패와 ‘타락’을 몰아내고 마을 주민에게 질서, 안정, 이슬람의 회복이라는 언어로 호소했다. 탈레반의 힘은 무기와 아편 판매로 모은 돈만큼이나, 그들 고유의 언어와 약속에서도 나왔다.●미군이 탈레반에 패배한 이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미군은 왜 탈레반에 패배했을까? 그 이유는 탈레반의 신념을 형성하는 긴 역사와 배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세속주의 엘리트들은 배후지의 농촌, 혹은 도시의 빈민과는 유리된 삶을 살았으며 그들 사이의 문화적 분리는 크나큰 정치적 불만을 촉발했다. 승리와 패배를 결정한 것은 도시 바깥에 뻗어 있는 광활한 대지, 거기에 펼쳐진 수많은 마을의 동향이었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애초에 계몽주의에 근거한 비전에 공감하지 못했으며, 천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누적돼 온 관습과 그와 유사한 깊이의 신앙에 오히려 더욱 공감했다. 카불과 헤라트에서 일어난 계몽주의의 패배는 그렇기에 일찍이 1979년의 이란과 2013년 무렵의 터키에서 벌어진 패배와도 일정하게 흡사한 점이 있다. 카불의 함락은 서구적 근대화라는 비전이 이 지역에서 국민적 발전을 가리키는 빛이 아니라 도시와 시골, 엘리트와 대중을 가르는 단층선에 불과했다는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또다시, 아주 극적인 모습으로 남긴 셈이다. 임명묵 작가
  • 강경·충성파 남성만 33명… ‘본색’ 드러낸 탈레반 과도정부

    강경·충성파 남성만 33명… ‘본색’ 드러낸 탈레반 과도정부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새 정부의 행정수반 지명과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지난달 30일 미군이 아프간을 완전히 떠난 지 1주일여 만이다. 전부 남성으로 구성된 33명의 인물은 각종 테러와 관련해 미국이 수배 중인 과격파를 포함해 거의 모두 원리주의 강경파와 탈레반 충성파들로 구성됐다.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60대 후반) 총리대행 등 향후 정부를 이끌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를 ‘대행내각’ 체제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서방세계에 ‘탈레반의 대통령’으로 통해 온 조직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53)가 유력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정부수반에 오른 하산 아쿤드는 탈레반 1차 통치기(1996∼2001년)에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미군에 쫓겨 패주한 이후에도 탈레반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에 임명됐다. 탈레반 연계 군사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50세가량)는 내무장관을 맡아 검찰과 경찰을 이끌게 됐다.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2013년 사망)의 아들인 모하마드 야쿠브(31세 추정)는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탈레반의 제3대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60세 추정)는 이날 새 정부 구성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앞으로 아프간의 모든 삶의 문제와 통치 행위는 신성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새 내각 구성원들이 샤리아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모든 국민들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에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의 취업·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등 극도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쿤드자다가 성명을 낸 것은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후 처음이다. 이날 탈레반의 발표 내용은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기대했던 미국 등 외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를 포용적으로 구성하고 여성의 인권도 존중하겠다던 아프간 재점령 이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하산 아쿤드 총리대행은 유엔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있고 내무장관에 지명된 시라주딘 하카니는 2017년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카불 폭탄 테러와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인물이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프간 과도정부 내각 명단에는 탈레반이나 제휴 조직원들의 이름만 올라 있고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몇몇 인물은 소속과 행적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에 이뤄진 아프간 내각 인선은 국가경제를 재건하겠다는 탈레반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아프간 동결 자금 해제의 열쇠를 쥔 미국은 탈레반 이외의 인물을 포함하는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압박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에 의해 위협받는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거리 시위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측의 강경 진압으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정부 구성 발표 직전에도 카불에서 수백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섰고, 탈레반은 유혈진압으로 해산시켰다. AFP통신은 서부 헤라트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 항암제 위치 추적하고 작용속도 조절도 되는 기술 개발

    항암제 위치 추적하고 작용속도 조절도 되는 기술 개발

    약물을 삼키거나 주사를 했을 때 위치를 알려주고 작용속도까지 전달할 수 있는 다기능 약물전달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중앙대 화학과, 가천대 바이오나노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중금속 흡착 단백질을 이용한 금속 나노입자 생합성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위치 영상화 가능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에 실렸다. 현재 금속 나노입자를 합성할 때 쓰이는 방법으로는 생체 독성이 있어 동물이나 사람에게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을 미생물 내에서 과발현시켜 금속 나노입자를 생합성시키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나노입자를 만들기 위해 미생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금속의 종류나 농도가 제한된다. 이에 연구팀은 대장균에 중금속 흡착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체의 일종인 플라스미드를 형질전환시켜 삽입한 뒤 단백질을 과발현시켰다. 그 다음 과발현된 단백질을 하이드로젤의 일종인 알지네이트 젤에 포집해 활성을 안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중금속 흡착 단백질을 포집한 알지네이트 젤은 다양한 종류의 금속 이온을 30분 이내로 빠르게 고농도로 흡착, 환원시켜 금, 은, 자성 나노입자, 양자점 나노입자 등 다양한 종류의 금속 나노입자를 고농도로 생합성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항암제 같은 약물과 중금속 흡착 단백질을 알지네이트 젤에 동시에 포집한 뒤 높은 형광을 나타내는 양자점 나노입자를 젤 내부에 합성함으로써 형광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약물이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형 다기능 약물 전달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항암제와 녹색 형광을 드러내는 카드뮴 셀레나이드, 파란색 형광을 보이는 유로피움 셀레나이드로 이루어진 양자점을 동시에 포집한 약물전달체를 실험용 생쥐에게 먹인 뒤 약물 전달체의 위치를 영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독성 걱정 없이 고속, 고농도로 다양한 금속 나노입자를 생합성할 수 있고 동시에 약물의 서방형 방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약물전달체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마찬가지로 서방이 중동 문제에 개입하면서 여전히 무력감과 슬픔을 느낀다. 9·11테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과 아주 달라 보이는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소설 ‘비대칭’(현대문학)의 작가 리사 할리데이(45)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복합성과 아픔을 보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는 첫 장편소설인 이 책으로 2017년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수여되는 ‘화이팅상’(Whiting award)을 받았다. ‘비대칭’은 소설가 지망생인 20대 기독교도 백인 여성 앨리스와 이슬람교도인 이라크계 미국인 경제학자 아마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힘의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아무 관련 없어 보이던 두 사람의 접점은 뜻밖에 앨리스의 연인이자 70대 유명 소설가 에즈라 블레이저를 통해 드러난다. 할리데이는 이야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심화한 미국 배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은 무수한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문학, 예술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국민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 주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무지와 대외정책 실패를 꼬집는다. 앨리스와 아마르의 운명 비대칭을 그린 작가는 “자신의 외모나 말투, 종교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받고 억류당한 아마르에게 내 감정과 정치적 의견이 많이 투영됐다”면서 “미국이 개입한 이라크와 아프간 등 중동의 현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부연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할리데이의 원래 꿈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만한 삶의 재미를 알게 됐고,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일부를 남겨 놓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배경으로 음모론과 진실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한 번도 오진 않았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는 “이문열 작가의 군더더기 없고 힘이 느껴지는 문체를 존경한다”고 한 데 이어 “지휘자인 성시연과 김은선, 첼리스트 장한나 같은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고 관심을 전했다.
  • 맨발의 대통령 둘러싼 무장세력… ‘장기 독재’ 기니서 군부 쿠데타

    맨발의 대통령 둘러싼 무장세력… ‘장기 독재’ 기니서 군부 쿠데타

    TV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9명의 군인이 출연했다. 스스로를 ‘국가화해발전위원회’라고 부르고 “헌법이 해체됐다. 만연한 부패와 정부 운영 실패, 가난 때문에 정권을 장악했다”고 했다. 대통령은 행방이 묘연하다. 공개된 한 장의 사진에는 맨발에 청바지를 입은 대통령이 소파에 걸터앉았고, 복면을 한 무장 군인들이 그 주변에 가득하다. 영국 BBC 등 서방 언론들이 6일 묘사한 서부 아프리카 기니의 쿠데타 정황이다. 쿠데타 세력은 전 프랑스 용병 마마디 둠부야 중령이 이끄는 부대로 추정된다. AP, AFP, 로이터 등에 따르면 기니 수도 코나크리의 대통령궁 근처에서는 전날 오전 상당한 규모의 총격전이 발생했다. 중심가에 총격 소리가 들리고 곳곳에서 무장 군인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쿠데타 세력은 국경이 일주일 동안 폐쇄됐다고 선언했다. 다만 국방부는 “대통령 경호팀과 군대가 쿠데타 세력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쿠데타 세력은 TV에서 정부 해산과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 구성 방침을 밝혔다. 전국에 통금령을 발령했으며 6일 오전 과도 정부 내각회의를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둠부야는 “우리는 더이상 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정치를 맡길 것”이라고 했다. 쿠데타 세력이 군 내부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확보했는지, 집권 세력을 통제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프랑스 식민 통치를 받던 기니에선 1958년 독립 이후 장기 독재와 군부 통치가 이어졌다. 알파 콩데(83) 대통령이 2010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했으나 지난해 3선에 연임하며 장기 집권을 선언, 국민의 지지를 빠르게 잃었다. 이날 코나크리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를 축하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기니의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무력에 의한 정부 장악을 강력히 규탄하며, 콩데 대통령의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비대칭’ 작가 할리데이의 질문 “시대, 인종, 지역을 초월한 포용이란”

    ‘비대칭’ 작가 할리데이의 질문 “시대, 인종, 지역을 초월한 포용이란”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마찬가지로 서방이 중동 문제에 개입하면서 여전히 무력감과 슬픔을 느낀다.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과 아주 달라보이는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소설 ‘비대칭’(현대문학)의 작가 리사 할리데이(45)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복합성과 아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는 첫 장편소설인 이 책으로 2017년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주는 ‘화이팅 상’(whiting award)을 받았다. 관계 없는 듯한 두 사건의 절묘한 연결인종·성별·부·권력 등 힘의 역학 풀어내‘비대칭’은 소설가 지망생인 20대 기독교도 백인 여성 앨리스와 이슬람교도인 이라크계 미국인 경제학자 아마르의 이야기를를 통해 우리 시대 힘의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1장에서 앨리스는 선망의 대상이던 70대 유명 소설가 에즈라 블레이저의 연인이 되지만 그를 통해 열등감과 무력감도 함께 느낀다. 2장에서는 아마르가 가족을 만나러 이라크로 가다 경유지인 영국에서 테러범으로 몰려 억류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3장에서 앨리스의 연인 블레이저의 입을 통해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할리데이는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심화한 미국의 배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은 무수한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문학과 예술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이라크 국민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주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무지와 대외정책 실패를 꼬집는다. 그는 “앨리스와 아마르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두 사람 운명의 비대칭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외모나 말투, 종교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받고 억류당한 아마르의 모습을 형상화하려고 저 자신의 감정과 정치적 의견을 많이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문제는 복잡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간이 현재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할리데이의 원래 꿈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음모론과 진실에 관해군더더기 없는 이문열 작가 문체 존경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만한 삶의 재미를 알게 됐고,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일부를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배경으로 음모론과 진실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가본 적 없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며 “이문열 작가의 군더더기 없고 힘이 느껴지는 문체를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다가 성시연, 장한나, 김은선 같은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고 관심을 전했다.
  • 中 ‘EU 맏형’ 獨총선에 촉각… “누가 돼도 메르켈보다 강경”

    中 ‘EU 맏형’ 獨총선에 촉각… “누가 돼도 메르켈보다 강경”

    여론조사서 사민당 1위… 정권교체 유력‘대중 유화책 비판’ 녹색당과 연정도 우려與 승리해도 기술 이전 등 강경책 불가피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전 세계로 퍼진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려야 하는 중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방 세계 지도자 가운데 자국에 가장 우호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26일 치러지는 총선을 끝으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새 총리가 누가 돼도 지금보다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유권자 13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25%의 지지율로 집권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연합을 5% 포인트 앞섰다. ‘길거리 정당’으로 폄하되던 녹색당이 16%로 3위를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당권을 넘겨받은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판세를 뒤집고자 분투하지만 현재로서는 정권 교체가 유력해 보인다. 선거에서 사민당이 승리하면 정책 기조가 비슷한 녹색당과의 연정이 확실시된다. 중국은 이 대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녹색당은 메르켈 총리의 대중국 유화 정책을 비판해 왔다. 홍콩 민주화 시위대 탄압과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 문제에 최소한의 언급만 내놓으며 지난해 말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포괄적 투자협정(CAI) 체결을 주도했다는 이유다. 기민당이 승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임인 라셰트는 2005년 11월부터 15년 넘게 집권한 ‘최장수 총리’ 메르켈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겠지만, 중국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기업 인수나 기술 이전 등을 두고 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중국 전문가 노아 바킨은 “메르켈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레드라인’(한계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다음 총리는 중국을 더 거칠게 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분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메르켈 총리는 중국이 ‘무역을 통한 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민주적 가치를 흡수할 것으로 봤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에 대해서도 ‘현대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EU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이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유럽 다른 나라들의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이번 독일 총선에서 반중이 핵심 이슈는 아니라는 점이다. SCMP는 “독일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기후 보호와 이민자 문제, 코로나19 대유행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대중국 정책은 국내 현안에 밀려 있다”고 전했다.
  • 권리 외치는 여성들, 포기 않는 저항군… 탈레반은 탄압 본색

    권리 외치는 여성들, 포기 않는 저항군… 탈레반은 탄압 본색

    “여성 장관 포함·자유 보장을” 시위 확산탈레반, 최루탄 쏘고 총으로 머리 내려쳐저항군 수장 “판지시르 함락은 거짓말” 탈레반, 안정 통치 위해 대원 충원 나서파키스탄·카타르 등 이웃국과 외교 노력체제 등 내부 이견에 정부 출범은 늦어져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한 상황이 좀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에 나서자 탈레반은 경고 사격을 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하며 본색을 드러냈고, 마지막 저항군의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서도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탈레반은 조만간 공식 정부를 출범할 계획이지만, 이 발표 시기도 애초 전망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다. 톨로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탈레반은 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공포탄을 발사했다. 여성들은 지난 2일 서부 헤라트에서부터 시위를 열고 내각에 여성 장관을 포함할 것,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을 주장했다. 주말 동안 이 시위는 카불 등 여러 곳으로 확산했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 등을 보면 여성들은 총을 든 탈레반 대원 앞에서도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최루탄 연기에 콜록거리면서도 확성기를 들고 “자유는 우리의 모토” 등을 외쳤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 때와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여성 취업이 대부분 제한되는 등 한계는 뚜렷하다. 시위 과정에서도 여성들은 탈레반에게 소총의 개머리판, 금속 곤봉 등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참가자는 로이터통신에 “시위에 나갔다가 탈레반에게 진압당한 뒤 의식을 잃었다”며 “머리 상처를 다섯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직 아프간 정부군과 소수민족 등 수천명이 운집한 판지시르 지역에서도 투쟁은 계속된다. 이날 탈레반 사령관 등 일부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지만, 저항 세력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저항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암룰레 살레 아프간 부통령도 자신이 아프간에서 도망치지 않았으며,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수도 카불에선 탈레반 대원들이 판지시르 함락을 축하하며 허공에 총을 쏘다가 17명이 죽고 41명이 다치기도 했다. 한편 탈레반 동부 군사위원회는 이날 탈레반 대원 가입 조건을 제시했다. 현재 대원은 10만명도 되지 않아 아프간 전역을 안정적으로 다스리려면 충원이 긴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전직 아프간 군인과 경찰, 이슬람국가(IS) 대원은 가입이 금지되고, 수염 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합류할 수 없다. 턱수염에 대한 이슬람 계율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무슬림 남성은 생전에 턱수염을 기른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이를 모방해 기르는 관습이 있다. 대원들은 짙은 선글라스를 쓰거나 얼굴을 가려서도 안 된다. 현재 탈레반의 공식 정부 출범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으나, 발표 시기는 계속 늦어지는 분위기다. 내부에서 정부 체제나 노선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정식 국가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 이웃 나라와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보국(ISI) 수장 파이즈 하미드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카불을 방문해 양국 안보와 경제, 무역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간 탈레반과 거리를 뒀던 카타르 주재 인도 대사 디파크 미탈도 지난달 31일 탈레반의 대외 협상 최고 책임자 셰르 모함마드 압바스 스타니크자이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터키 역시 탈레반과 물밑 대화를 이어 가며 미국, 유럽 등 서방국과의 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 하루 1만명 사망 중인데…시진핑 “코로나 기원·백신 정치화 마라” [이슈픽]

    하루 1만명 사망 중인데…시진핑 “코로나 기원·백신 정치화 마라” [이슈픽]

    “코로나 기원 등 정치화에 결연히 반대”“코로나 맞서 인류 보건공동체 구축해야”전세계 누적 사망 456만명…확진 2억명↑3일 하루 1만 1549명 사망…美 최다 희생미국서만 4000만명 확진…中 “미국 탓”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코로나19 백신과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첫 발병한 데 따라 ‘우한 바이러스’로 불리는 등 중국이 코로나19의 기원지라는 비판을 받는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산 백신의 예방효과를 의심하며 중국산 시노백 백신 접종자에게만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으라고 한 나라까지 나온 상태다. 중국, WHO 2차 조사 요청 거절“미군 실험실 조사해라” 맞대응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정부 주최의 제6회 동방경제포럼 개막식에 화상으로 참석,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고 관영매체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의 도전에 맞서 서로 돕고 백신 개발·생산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사회에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백신 및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결연히 반대하며, 인류 보건공동체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세계 구도가 심각히 변하고 코로나19는 안정되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는 어렵게 회복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지역 협력은 엄중한 도전과 함께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각국이 함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바이러스 기원을 놓고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 중국은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차 조사 요청을 거절하는 한편 미군 실험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대응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2019년 말 발생 당시 중국 우한에서 박쥐 등 야생동물을 매매하는 화난수산도매시장에서 대거 감염돼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우한 폐렴, 우한바이러스라고 불리기도 했다.“중국인 98% 코로나는 미국 책임” 중국청년보 설문조사 “美 과학상식 부족”“美사망자 가장 많으면서 中 비난에 바빠” 실제 중국인 절대다수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청년보는 이날 중국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선전부와 공동으로 중국인 4만 13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보도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중국기원설에 맞서 바이러스가 미국 데트릭 기지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98.3%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것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답했다. 매체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약 4000만명 나왔고 사망자도 65만명을 넘어섰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인 미국은 중국을 비난하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3월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군이 우한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을 옮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조사 결과 응답자의 95.7%는 미국의 코로나19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미국의 코로나19 정책에 대해 ‘과학적 상식이 부족하다’(78.4%), ‘정치를 하느라 힘을 모으지 못한다’(75.3%), ‘코로나19 인종차별주의가 있다’(75.1%)고 혹평했다. 응답자들은 미국을 향해 세계 최다 확진자와 사망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나라라고 지적한 뒤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에 집중하지 않고 중국을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인들은 중국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첨단 의료장비와 인력을 보유하고도 바이러스를 방치했다’거나 ‘일부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바이러스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대응 시기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원생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선을 앞두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 생명을 무시했다”면서 “미국은 전염병을 예방하고 통제할 최적의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UAE 아부다비, 中 시노팜 백신 접종자만 부스터샷 의무화 이런 와중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달 30일 중국 제약사가 만든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맞은 후 6개월이 지난 주민들에게 세 번째 추가 접종을 의미하는 부스터샷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학교, 쇼핑몰, 체육시설 등 공공장소에 출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부다비 정부는 중국 제약사 시노팜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게 백신 효력 연장 및 예방 효과 강화를 위해 부스터샷을 다음달 20일까지 맞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UAE는 사용 승인한 다른 백신을 맞은 사람은 부스터샷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제약사가 개발한 시노팜 백신은 UAE에서도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이 국가의 백신 접종 계획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900만명 수준인 UAE는 최소 한 차례 백신을 접종받은 주민이 75%를 넘어 세계에서 인구당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곳에 속한다.앞서 페루에서는 임상시험도 끝나지 않은 중국산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새치기’ 접종해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마르틴 비스카라(58) 페루 전 대통령이 접종 6개월 만에 결국 코로나19에 확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3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22개 국가에서 누적 2억 2030만 5010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456만 3356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에만 1만 1549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만 2895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이 미국인인 셈이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서 4052만 784명이 확진돼 66만 2945명이 사망했다. 이어 인도(확진 3291만명), 브라질(2083만명), 러시아(697만명), 영국(686만명) 순으로 확진자가 많았다. 미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일일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이날 기준 28일 동안 1813만 8911명이 확진됐고 28만 5311명이 목숨을 잃었다.시진핑-푸틴, 6월 정상회담서“코로나 기원 정치화 반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전염병과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이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임을 언급하며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굳게 지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연장된 중러 우호협력조약에 대해 “중러간 전략적 협력과 전방위적인 실무협력 강화 등 중대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공통인식을 이뤘다”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 “동력이 충분하고 전망도 넓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美 떠나니 中에 구애하는 탈레반…“대사관 유지하고 지원 늘려달라”

    美 떠나니 中에 구애하는 탈레반…“대사관 유지하고 지원 늘려달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중국에 구애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유지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려달라고 중국에 요청했고 중국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고위 간부인 압둘 살람 하나피가 우장하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이번 통화에서 우 부장조리가 아프간 카불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 부장조리가 ‘아프간 지역 내 안보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중국이 특히 코로나19 치료 등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고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중국에 대한 구애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31일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자 “위대한 이웃인 중국이 아프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이처럼 중국을 강조하는 데는 아프간 장악 후 서방국가가 등을 돌리며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AFP는 중국을 중대한 투자 및 경제지원 제공처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탈레반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아직 탈레반을 정부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 독립 세력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AFP는 이날 오전 기도회가 끝난 뒤 탈레반이 내각 명단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의 최고지도자를 맡고 신정주의 체제로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혼돈의 아프간… 정상국가로 인정받을까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혼돈의 아프간… 정상국가로 인정받을까

    탈레반, 韓美 등 100국과 주민 이주 약속허가 대로 외국 이동 보장할지는 미지수 예산 80% 원조 의존, 외환 94억弗 동결돼물가·에너지값 급등, 국민 33% 끼니 걱정 中도 테러단체와의 단절·포용정치 주문IS-K 제압·합법정부 국제승인 쉽지 않아 파키스탄 “난민 수용 못한다” 국경 폐쇄EU는 이웃 국가에 6억 유로 지원책 강구9·11테러 20주년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완료하고 ‘국익 없는 전쟁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실패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군이 3~6개월, 아니 최악의 경우 한 달은 버틸 것이라는 미 정보 당국의 분석은 크게 빗나갔다. 탈레반은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세에 나선 지 보름 만인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했고 결사항전을 천명했던 아프간 대통령이 이튿날 외국으로 도망가면서 아프간은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 치하로 돌아갔다. 미국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지난달 30일 완전 철수할 때까지 국제사회는 카불을 떠나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로 극도의 혼돈에 빠진 아프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하늘길은 막혔고, 국경 경비도 강화됐다. 탈레반 통치가 시작된 아프간 사회가 어디로 향할지 국제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성 인권 개선 등 살피며 입장 신중 탈레반은 3일(현지시간)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이끄는 아프간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아프간 톨로 뉴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테러 세력과의 단절 및 여성 등 인권 개선 약속 등을 이행하는지 봐 가며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탈레반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안정을 회복하고 악화할 대로 악화한 경제를 어떻게든 되살리는 것이다. 또 탈레반을 적 내지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기며 지난달 말 카불 공항에 대한 폭탄 공격을 감행했던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제압해 명실상부한 아프간의 합법정부로 인정받는 일이다. 그 어느 것도 녹록지 않다. 특히 미국의 지원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미국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독 들이고 있지만, 이들 국가 역시 테러단체와의 단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아프간의 새 정부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체제, 온건한 대외정책, 테러 세력과의 단절 등을 주문했다. 탈레반과 서방과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타르는 탈레반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면 불안정만 증폭된다며 국제사회와 탈레반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신 탈레반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00여개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국민과 이들 나라로부터 이동허가를 받은 아프간 주민이 아프간 밖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탈레반이 보장했고, 이를 이행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대피 보장 약속의 이행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레반이 외국인은 몰라도 아프간 주민들까지 아프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약속처럼 허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美 ‘20년 적’과 바로 관계 개선·지원 어려워 탈레반이 필요한 국제사회의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위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20년간 적으로 싸워 온 데다 최대의 외교적 실패를 안겨 준 상대를 미국이 하루아침에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내 여론과 의회의 반대도 거세다. 미국이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하기까지 사이공에서 철수 후 20년이 걸렸다. 그사이 비공식적인 교류는 이어져 왔다. 아프간을 베트남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자국민의 안전과 안보, 아프간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탈레반과 협력할 수 있지만 새 정부로 인정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프간은 미국이 20년 동안 지원했지만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은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아프간은 전체 국가 예산에서 해외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해외 원조가 끊기거나 줄면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미국은 현재 아프간 정부의 외환 94억 달러(약 10조 8000억원)를 동결했다. 탈레반 통치에 불안해하는 아프간 사람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지만 잔고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美 “국제적 의무 준수 조건 인도적 지원 계속” 아프간은 또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의 외환 보유 규모는 18개월 동안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이다. 하지만 이 돈이 묶여 있고, 동결이 장기화한다면 통화 위기와 식량 및 연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장악 이후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프간에 인도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했다.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1800만명에게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며 3명 중 1명이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지만, 탈레반의 국제적 의무 준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원하더라도 탈레반이 아닌 비정부기구나 국제기구를 통할 것임을 강조했다.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난민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경을 완전 폐쇄했다.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등 중동에서 100만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왔던 2015년 난민 위기를 떠올리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아프간 난민을 직접 수용하기보다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이웃국가들이 수용하도록 하고 대신 6억 유로(약 821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지원금은 10억 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EU는 1차 난민 위기 직후인 2016년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사례를 들고 있다. EU는 당시 터키와 난민협정을 맺고 터키가 유럽으로 가려는 시리아 난민을 자국 내 수용하는 대신 60억 유로(약 8조원)를 지원했다. 파키스탄 등이 EU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아프간 현지에서 전하는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가 시작되고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여성 언론인 상당수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구타나 정치적 보복행위도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지도부의 방침이 일선의 탈레반 대원들 사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외신은 전하고 있다. ●“언론이 외면한 전쟁, 지속적 관심·보도 중요” 아프간 상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까지 미군을 완전 철수한다고 발표할 때까지 미국 언론에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탈레반의 진격 속도가 빨라진 8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 2주간 폭증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전쟁 패배와 미 언론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한창이라고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벤저민 홉킨스 미 조지워싱턴대 남아시아 역사 교수는 “아프간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래 미 언론에서 가장 덜 다뤄진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대부분 아프간 전쟁 패배와 혼란스러웠던 탈출 과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하지만 역사학자와 언론학자들은 누구의 책임보다 왜, 무엇이 잘못됐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얻은 교훈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프간 전쟁은 20년 동안 지속되면서 국제적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졌다. 특히 주둔 미군 규모와 희생자가 줄어들면서 미국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들조차 선거 때만 잠깐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유럽이나 한국 등 아시아 언론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프간 기사는 언론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당분간은 아프간의 인권 상황과 탈레반과 테러단체들과의 관계 등이 외신을 통해 외부 사회에 전달되겠지만, 언론과 국제사회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있다. 홍콩과 미얀마 기사가 급감한 것처럼. 국제사회와 언론의 공적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 “미국 등 부적절한 개입” 교황, 아프간 사태 서방세계 비판

    “미국 등 부적절한 개입” 교황, 아프간 사태 서방세계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부적절한 개입’을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서구적 가치에 기반한 무리한 국가건설 시도가 가진 문제점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1일(현지시간) 방송된 스페인 가톨릭 라디오 ‘코페’와의 인터뷰에서 “20년에 걸친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외부 시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바깥에서 개입해 한 나라의 전통을 무시하고 (억지로) 민주주의를 세우려는 무책임한 정책을 이제는 종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 언급을 하면서 자신이 ‘세계 민주주의의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메르켈 총리에게 했던 발언을 착각한 것이었다. 인용상 오류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발언은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서방 세계에 갖고 있는 비판적인 입장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황은 또 “미군과 동맹군의 아프간 철수는 타당한 것이긴 했지만, 모든 경우의 수가 고려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군의 실행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교황은 건강상 이유로 자신이 물러날 수 있다고 전한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가 그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한 뒤 “수술 전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섭취하는 등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4일 지병인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11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후 몇몇 행사에 약해진 목소리에 수척한 얼굴로 등장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지난달 말에는 한 이탈리아 언론이 교황의 자진 사퇴 및 후임 선출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교황은 양호한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이달 중 헝가리, 슬로바키아 순방에 이어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남중국해 지나는 선박, ‘反中 리트머스 시험지’ 되나

    중국이 남중국해 ‘구단선’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면서 신고 의무 준수 여부가 또 하나의 ‘반중 리트머스시험지’로 작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서구세계와 인접국들은 “신고 의무화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해사국은 지난달 27일 “자국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은 배 이름과 콜사인, 위치, 위험 화물 정보 등을 신고해야 한다”면서 “이를 어기면 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사국은 잠수함, 핵추진함, 방사성물질 선적함, 원유·화학물질·액화가스 등 위험 물질 선적함, 기타 해상 안전 위협 가능성이 있는 선박 등 5종류를 영해 진입 보고 대상으로 정했다.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신고 의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조치가 실제 중국의 통제권 강화로 이어지기보다 친중과 반중 여부를 가릴 지표로 쓰일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1일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통보 의무를 요구하면서 과거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언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들이 세력을 형성해 공동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친중 및 반중 진영이 드러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중국이 동중국해에 ADIZ를 선언하고 외국 항공기의 접근을 불허했던 2013년에도 미국과 일본 등은 반발했다. ADIZ는 항공기를 식별하고 위치를 지정하기 위한 것으로 영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금도 미군 전투기들은 중국의 ADIZ 주장을 무시하고 동중국해를 드나든다. 중국의 남중국해 선박 신고 요구 역시 중국의 ADIZ처럼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선박은 항공기만큼 빠르지 않기에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무시하고 계속 작전에 나섰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 미국 군함 ‘벤포드’가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해역에 진입하자 “해군과 공군을 보내 내쫓았다”고 밝힌 바 있다.
  • ‘20년 전쟁’ 이별 선언한 바이든… 국익·中견제 더 중요했다

    ‘20년 전쟁’ 이별 선언한 바이든… 국익·中견제 더 중요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이튿날인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얼굴) 미국 대통령은 20년간 끌었던 ‘영원한 전쟁’과의 이별을 고했다. 무력으로라도 타국에 민주주의를 심겠다던 ‘체제 전환’ 구상은 막을 내렸고, 더는 ‘국익 없는 전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거둬들인 미국의 역량을 중국 압박에 더욱 쏟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날 30분간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른 나라를 새로 만들기 위해 군사 작전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20년간 아프간전에 매일 300만 달러(약 34억 7000만원)씩, 총 2조 달러(약 2315조원) 이상을 투입했다며 막대한 비용도 다시 거론했다.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45분으로, 또 3시 30분으로 두 차례나 연기될 정도로 막판 고민을 거듭한 이날 연설의 한 축이 ‘국익 우선’이라면 또 다른 축은 ‘중국 견제’였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10년간 더 아프간에 묶여 있는 것을 원한다” 등의 언급으로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떠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년 만에 중앙아시아 지정학적 질서가 바뀌면서 주변국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당장 중국을 견제할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인 인도는 적대관계인 파키스탄의 세력 확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하지만 탈레반의 장악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은신처가 파키스탄에서 아프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인도에 대한 테러 공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인도가 그동안 테러리스트라고 무시했던 탈레반과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첫 공식 외교 접촉을 가진 이유다. 중국은 쫓기듯 철수하는 미국의 ‘사이공 패배 재연’에 미소를 지으며 중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지만, 향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테니 편할 수만은 없다. 특히 탈레반이 아프간에 있는 위구르족 무장세력이 신장지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겠다는 약속을 이행할지 미지수다. 미 대사관의 새 둥지가 된 카타르는 서방국과 탈레반 사이를 조율하는 ‘파워 브로커’ 역할을 노린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20년간 적이었던 탈레반을 인정하고 손을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아프간 오판으로 나약한 모습을 보인 ‘슈퍼파워’ 미국이 향후 북핵 문제, 이란 핵협상 등이 악화될 경우 소위 ‘힘 과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은 이날 “사이버 공격과 핵확산”을 미국이 직면한 미래 안보 위협으로 꼽았다. 바이든은 지난 17일간 미국인 5500명을 포함한 10만명 이상을 대피시킨 아프간 철군을 “대단한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또 아프간 정부의 무능, 테러집단 구성원을 포함해 5000명의 재소자를 풀어 주도록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의 지난해 2월 평화협정 등을 비판했다.
  • 女인권 존중한다던 탈레반 “방송서 여자 목소리 나오면 안 돼”

    女인권 존중한다던 탈레반 “방송서 여자 목소리 나오면 안 돼”

    언론사서 女기자·앵커 내쫓고 출입금지“방송은 되지만 여성 음악 나와선 안돼”국경없는기자회 “미디어에 女 없으면모든 아프간 여성 침묵하게 할 것”“여성 기자 자유·안전 보장해야”미군의 철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언론계 여성부터 직격탄을 맞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탈레반은 “방송을 할 수는 있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거나 여성의 음악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아프간의 여성TV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한 날부터 모든 방송 활동이 중단됐다. 미군이 떠난 첫날 아프간 여성들은 청바지를 불태웠고 부르카로 전신을 가린 채 외출을 해야만 했다. 일하는 女기자 7명 중 6명 사라져“이슬람 율법 따라 ‘일 관두라’ 종용 받아”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1일(현지시간) ‘아프간 여성 기자 보호 센터’(CPAWJ)와 함께 조사한 결과 아프간 여성 언론인 700명 중 현재 일하는 기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프간에는 2020년 기준 직원 4940명을 고용한 언론사 108개 언론사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여성 직원은 기자 700명을 포함해 108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가장 규모가 큰 언론사 8곳에서 근무하는 여성 510명 중 현직에 남아있는 직원은 기자 39명을 포함해 76명뿐이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탈레반이 장악한 지방에서는 민간 언론사에 근무하는 여성 기자들 대부분이 일을 그만두도록 종용받았다고 RSF는 설명했다. RSF와 CPAWJ가 2020년 조사했을 때만 해도 카불, 헤라트, 발흐 등 3개 지방에서 근무하는 여성 기자는 1700명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극소수만이 집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마저 탈레반 손에 넘어가고 나서 톨로뉴스, 아리아나뉴스, 카불뉴스, 샴샤드 TV 등 일부 민간 방송사들은 여성 기자들을 계속 현장에 내보내다가 탈레반의 압박으로 오래가지 못했다.탈레반, 카불 국영 방송 여성 앵커 교체방송사 출입 금지 “당분간 집에 머물라” 가즈니에 있는 한 민간 라디오 방송국에는 탈레반이 찾아와 “방송을 계속해도 되지만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음악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탈레반은 카불에 있는 국영 RTA 방송의 앵커를 교체하면서 기존 여성 앵커에게 “당분간 집에 머물라”고 했고, 다른 여성 앵커의 방송사 출입을 금지했다. 아프간어로 ‘여성 TV’를 뜻하는 잔 TV와 ‘미시즈 TV’를 뜻하는 바노 TV는 여성 기자를 각각 35명, 47명을 고용했으나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탈레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한 여성 기자는 “다른 여성을 돕고 싶은 나에게 완벽한 직업이었는데 다시 그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며칠 안에 여성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언제쯤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미디어에 여성 기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모든 아프간 여성을 침묵하게 할 것”이라며 탈레반을 향해 “여성 기자들의 자유와 안전을 즉각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RSF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아프간은 180개국 중 122위에 이름을 올렸다.미군 철수 후 첫날 아프간인들,청바지 불태우고 수염 기르고여성 직장 쫓겨나고 수염 긴 남자로 대체화려했던 수도, 금욕의 분위기 암울 미군이 철수한 이후 첫날을 맞은 아프간인들은 31일(현지시간) 청바지와 탈레반의 눈엣가시가 될만한 옷들을 전부 불태웠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파 아마디(가명)는 이날 아침 청바지 등을 모두 태우며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사다 줬다”면서 “난 울면서 청바지를 태웠고 동시에 희망도 같이 불태웠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지난 20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 아래서 교육과 고용 등 일상에 자유를 누렸던 세대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으나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 상당수가 탈레반이 사무실을 떠나라는 요청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아마디의 자리에는 긴 수염을 한 남성이 자리를 대신했다. 아마디는 “더는 그 무엇도 날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는 은행 앞에는 “수백 명이 있었고 탈레반은 막대기로 사람들을 때렸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결국 빈손으로 집에 왔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수도의 풍경은 탈레반 치하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맞춰 뒷걸음치고 있다.“수염, 의상 여기선 목숨 위협하는 투쟁”“탈레반 치하 삶·죽음 거리 매우 가까워” 카리미는 “카불은 이전까지만 해도 아프간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였다”면서 “화려한 헤어스타일부터 쟁글 팝, 터키 드라마까지 품었던 곳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르 라마니(가명)는 탈레반 위협을 피하고자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기로 했다. 그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삶과 죽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면서 “수염과 의상이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간단한 것일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이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 안 됐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탈레반은 1기 통치(1996년~2001년) 때와는 달리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앞서 지방 경찰청장을 처형하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등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탈레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부르카’ 미착용 외출 여성 총살 그러나 탈레반의 공개적 천명에도 불구하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17일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모습이 찍혔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 굳게 닫힌 아프간 행정기관·기업… 경제·의료 시스템은 붕괴 조짐

    굳게 닫힌 아프간 행정기관·기업… 경제·의료 시스템은 붕괴 조짐

    외무장관에 탈레반 2인자 바라다르 임명군사작전 총괄한 30대 야쿠브는 국방장관터키·카타르 등 주변국들과 공항운영 협상탈레반 대부분 문맹이고 실무 능력도 낮아국가 예산 80% 해외 원조… 구호품도 끊겨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을 종료함에 따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아프간 2기 통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군의 공습으로 패주한 지 20년 만이다. 1일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도자 회의 등을 열어 각료 선임을 비롯한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탈레반이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를 끝냈으며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53)를 외무장관에, 1대 지도자였던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로 군사작전을 총괄해 온 무하마드 야쿠브(31세 추정)를 국방장관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얼개를 갖추더라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 극도의 암흑기로 빠져드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지원 아래 어렵사리 구축돼 온 사회 질서와 기반이 모두 허물어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가 막대한 원조를 쏟아부었을 때에도 30% 이상의 실업률과 50% 이상의 빈곤율에 시달렸던 아프간 경제는 지난달 15일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입성 보름여 만에 이미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물가는 연일 폭등하고 행정기관과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다. 은행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돈을 찾으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은행이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서 낮 12시까지 기다렸지만, 은행 측이 현금이 소진됐다며 인출기를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원조는 중단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아프간은 전체 국가 예산에서 해외 원조의 비중이 80%에 달했다.탈레반이 자신들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5년간 이어졌던 극단의 공포정치를 재현하고 있는 것도 경제를 더욱 옥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탈레반이 두려워 출근을 하지 않는가 하면 전문성이 필요한 일에 문자 해독도 불가능한 탈레반 대원들이 들어앉고 있다. 탈레반은 10만명가량의 조직원 대부분이 문맹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장 미군 철수 이후 카불 국제공항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탈레반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프간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기 위해서라도 국제 관문의 조기 정상화가 절실하지만, 인력·기술 부족으로 자체 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탈레반이 터키, 카타르 등 주변국들과 공항운영 지원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 온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철수하고 해외 구호물품 지원마저 거의 끊기면서 보건·의료 시스템도 붕괴 직전에 놓였다.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부진은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은 1990년대 후반에는 가난한 농업국가를 물려받았지만, 이번에는 약간의 교육받은 중산층과 전쟁·부패로 황폐해진 경제가 공존하는 좀더 발전된 사회를 넘겨받았다”며 앞선 1차 통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 中, 미군 떠난 아프간에 “평화·재건의 새 출발…우린 우호국, 도와줄게”

    中, 미군 떠난 아프간에 “평화·재건의 새 출발…우린 우호국, 도와줄게”

    中, ‘아프간은 영웅적 나라, 굴복한 적 없다’마오쩌둥 전 주석 발언 인용 “서로 지지”미군 떠난 첫날 아프간인 청바지 전부 불태워중국이 미군의 완전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통치2기’ 시작에 대해 “평화와 재건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한 뒤 “우호국으로서 서로 지지하고 아프간을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의 새 정부를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프간의 역사는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으며 기회와 도전,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국제사회가 아프간 새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아프간 각 측이 자국민의 절박한 소망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체계, 부드럽고 온건한 대외정책, 테러 세력과의 단절, 주변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등을 주문했다. 왕 대변인은 ‘아프간은 영웅적인 나라로, 굴복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발언을 언급한 뒤 “중국과 아프간은 우호국으로 서로를 해치고 싶어하지 않으며 서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아프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우호 정책을 실시하고 아프간의 독립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프간이 조속히 평화와 재건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계속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탈레반 “미군 철수는 모든 침략자에 대한 교훈” 탈레반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대표적 반미 국가 이란과의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자국 내 미군의 패배는 침략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점령자들이 떠나 독립을 얻었으며 아프간인들에게 이는 큰 기쁨”이라면서 “미군 철수는 모든 침략자에 대한 교훈이며, 부당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철수 시한 31일을 하루 앞두고 병력 철수와 민간인 대피 완료를 선언했다. 탈레반은 카불 국제공항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공항 활주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서 “그들 모두와 좋은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레반은 전날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미군 철수 후 첫날 아프간인들,청바지 불태우고 수염 기르고여성 직장 쫓겨나고 수염 긴 남자로 대체화려했던 수도, 금욕의 분위기 암울 미군이 철수한 이후 첫날을 맞은 아프간인들은 31일(현지시간) 청바지와 탈레반의 눈엣가시가 될만한 옷들을 전부 불태웠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파 아마디(가명)는 이날 아침 청바지 등을 모두 태우며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사다 줬다”면서 “난 울면서 청바지를 태웠고 동시에 희망도 같이 불태웠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지난 20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 아래서 교육과 고용 등 일상에 자유를 누렸던 세대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으나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 상당수가 탈레반이 사무실을 떠나라는 요청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아마디의 자리에는 긴 수염을 한 남성이 자리를 대신했다. 아마디는 “더는 그 무엇도 날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탈레반은 지난 28일 은행 영업 재개를 명령했지만 1인당 출금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는 은행 앞에는 “수백 명이 있었고 탈레반은 막대기로 사람들을 때렸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결국 빈손으로 집에 왔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수도의 풍경은 탈레반 치하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맞춰 뒷걸음치고 있다. 카리미는 “카불은 이전까지만 해도 아프간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였다”면서 “화려한 헤어스타일부터 쟁글 팝, 터키 드라마까지 품었던 곳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르 라마니(가명)는 탈레반 위협을 피하고자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기로 했다. 그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삶과 죽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면서 “수염과 의상이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간단한 것일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이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기 통치(1996년~2001년) 때와는 달리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앞서 지방 경찰청장을 처형하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등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탈레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 청바지 태우고 수염 기르고…절망에 휩싸인 탈레반 통치 첫날

    청바지 태우고 수염 기르고…절망에 휩싸인 탈레반 통치 첫날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를 사다 줬고, 나는 울면서 청바지를 태웠어요. 새로 얻은 직장의 내 자리엔 수염 기른 남자가 앉아 있어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온전히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첫날 풍경에 대해 아리파 아마디(가명)는 이렇게 전했다. 아프간 현지시간으로 30일 밤 11시 59분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떠난 직후 탈레반은 거리에서 축포를 터뜨리며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지만 시민들은 절망과 두려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침을 맞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1일 완전히 탈레반 치하에 놓인 아프간에서 평소와 다른 하루를 시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새 직장 출근 3주 만에 “여성들은 나가라”아마디는 지난 20년간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 하에서 여성도 동등하게 교육과 고용 등 일상의 자유를 누렸던 세대다. 아마디는 많은 노력 끝에 파라에 있는 세관 취업에 성공했다. 합격 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축하 파티까지 열었지만 기쁨은 3주 만에 좌절로 바뀌었다. 그는 탈레반이 ‘여성들은 사무실을 떠나라’고 했다며 “상황을 지켜본 나는 돌아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내 자리엔 긴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과거 5년간(1996~2001년) 집권했을 당시 음악·TV 등 오락은 물론 여성의 교육·취업까지도 막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등 끔찍한 공개 처형을 허용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극단적으로 적용한 근본주의를 앞세운 통치였다. 탈레반은 지난달 수도 카불까지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다시 장악한 뒤 미디어 앞에 나서 여성의 교육과 취업도 허용하겠다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과거 통치와는 다를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슬람 율법 틀 안에서’라는 전제를 달았고, 곳곳에서 과거 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탈레반이 진격한 이후 파라를 떠나 카불로 이사 온 아마디는 청바지는 물론 탈레반이 싫어할 다른 옷가지를 태웠다. 그는 “오늘 아침부터 울고 있다.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를 사다줬다. 나는 청바지와 함께 내 희망도 사라졌다. 단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깊은 좌절감을 토로했다. 이어 “거리에 웃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절대적인 우울함만이 도시를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현금 인출하려는 인파로 은행 앞은 새벽부터 긴 줄카불의 은행은 이날도 북적였다. 활기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은행은 현금을 인출하려는 이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 역시 탈레반 치하의 첫날 아침을 은행 입구에서 시작했다. 은행이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6시쯤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12시까지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은행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현금인출기를 닫아버렸고, 카리미는 빈 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탈레반은 지난 28일 은행 영업재개를 명령하면서 1인당 출금 가능 한도를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카리미는 “수백명이 와 있었는데, 탈레반이 파이프로 사람들을 때렸다”면서 “더 기다리고 싶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그냥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로써 그는 이틀 연속 현금 인출에 실패했다. 그는 “카불에 오랫동안 살면서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다”며 “거리는 활력을 잃었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도 감각을 잃었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 세대는 몇 시간 만에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람들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카불은 아프간에서 가장 자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에너지 음료, 보디빌딩, 팝송과 터키 드라마까지 넘쳐나는 곳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라이프 스타일을 빠르게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탈레반 위협 피하고자 수염 기르고 전통의상 입기 시작”아프간 북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 라마니(가명)는 “탈레반의 위협을 피하고자 가장 먼저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기로 했다”면서 “뭘 입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여기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 통치 하에서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면서 “다른 나라에선 수염이나 의복이 매우 간단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여기에선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이다”라고 표현했다. 라마니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전 정부 하에서도 숨어 살던 부류다. 아프간에서 극히 소수인 무신론자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자르와 카불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다”며 “이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를 탈레반에 넘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 해도 하루에 다섯 번은 기도하러 가야 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한 세대의 꿈이 이렇게 된 것은 탈레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렇게 떠날 거면 애초에 왜 왔냐”고 분노했다. 티셔츠·반바지 차림에 총 겨누며 “무슬림처럼 입고 오라”아프간 서부 도시 헤라트에 사는 레샤드 사리피(가명)는 평소처럼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곧바로 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아침 일찍 등산을 하곤 한다. 며칠 가지 못했다가 탈레반 통치 첫날 집을 나섰는데 탈레반이 총을 겨누며 나를 막아섰다”면서 “그들은 내게 ‘돌아가서 무슬림처럼 옷을 입고 돌아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방경찰청장을 처형하고, 코미디언과 민요음악가를 살해했으며,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총살하는 등 과격한 행태가 아프간 전역에서 벌어졌다. 탈레반은 과거와 다른 통치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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