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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영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대표작 ‘가지 않은 길’에서 갈림길 앞에 선 한 사람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래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 묻기만 하면 수백만개의 답을 늘어놓는 인터넷. 정제된 ‘지식의 바다’였으면 좋겠는데 ‘자료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말해 주지 않고, 우리는 어떤 검색결과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때론 엉뚱한 결과와 지식을 가져다 준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순서에서는 이런 네티즌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검색창에 넌지시 그의 고향인 ‘실리콘밸리’를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실리콘밸리를 소개하는 무수한 글 중에 등장하는 새로운 궁금증을 재차 구글에 묻고 물었다. 1시간가량 검색과 검색결과에 대한 선택, 검색을 반복하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17세기 유럽 귀족의 유행과 교육법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와중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다. ‘아이비리그’(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의 통칭)에 버금가는 서부의 명문대 스탠퍼드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19세기 미국 서부를 달궜던 ‘골드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는 오늘날 ‘옐로 저널리즘’(선정주의 언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들을 가르치기 위한 광산 재벌의 유럽여행은 어떻게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을까. 또 경제학의 기본원리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왜 여기에 등장한 것일까. 구글 검색창이 말하는 스스로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했다. 다만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이자 더 이상 묻지 않으면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결과였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인물과 사건의 등장으로 이어졌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구글 검색창은 제자의 대답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 결국 ‘진리’에 이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인터넷의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색의 순서에 충실한 덕분에 기사는 역사를 거꾸로 올라간다. ☞실리콘밸리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탠퍼드대 교수 윌리엄 쇼클리. 그는 1956년 당시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이던 프레드릭 터먼의 제안을 받는다. 부지와 학생을 제공할 테니 ‘쇼클리 트랜지스터 연구소’를 만들어 보라는 것.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설립된 연구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쇼클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나 둘씩 팔로알토 부근에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65개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당시 연구원 중에는 1968년 인텔(현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도 있었다. 터먼 학장은 쇼클리 연구소와 함께 이스트만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유치했고, 과수원 마을에 불과했던 팔로알토는 이후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IT 혁명의 중심지가 되어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터먼 19세기 말 이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 서부의 명문으로 떠오른 스탠퍼드대의 고민은 ‘두뇌 유출’이었다. 당시 스탠퍼드대가 자리 잡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주 산업은 광업과 농업이었다. 고급교육을 받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은 다들 대기업들의 거점인 동부로 떠났다. 터먼 학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졸업생들에게 모교 캠퍼스 안에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팔로알토는 빠르게 산학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오늘날 ‘벤처’의 모태다. 초기 설립된 회사 중에 터먼의 제자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9년 창업한 ‘휼렛패커드’가 있었다. 터먼은 나중에 휼렛패커드의 이사를 지냈다. ☞스탠퍼드 조지 허스트, 헨리 헌팅턴, 릴런드 스탠퍼드 등은 골드러시에 편승해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1862년 38세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스탠퍼드는 26세에 결혼했지만 44세(1868년)에야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16세가 됐을 때 온 가족이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데, 여행 도중 아들이 갑자기 장티푸스로 죽고 만다. 스탠퍼드 부부는 당대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아들을 기리는 건물을 짓기 위해 보스턴을 찾았다. 그러나 총장과 면담을 하다 뜻밖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산이면 하버드에 버금가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부부는 1891년 팔로알토에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대학’이라는 이름의 대학을 설립했다. 사람들은 줄여서 ‘스탠퍼드대’라고 불렀다. 아들을 기리기 위한 부부의 유지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아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개교 초창기에는 모든 학생의 학비가 면제됐다. 스탠퍼드의 첫 입학생 중에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당시 17세의 허버트 후버가 있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던 광부가 되기 위해 지질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골드러시 1800년대 중반 미 서부는 금광을 찾기 위한 골드러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자들만 영광을 누렸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영국의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리길 원했으며 저택과 자녀교육 등에 ‘신 귀족문화’를 도입했다. 1820년생인 조지 허스트는 이런 ‘골드러시’의 일원이었고 40세가 넘어 은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됐다. 이후 그는 릴런드 스탠퍼드 등과 함께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는 42세에 18세 여성과 결혼, 43세에 아들(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을 낳았다. 허스트는 188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라는 신문사를 인수했고, 1887년 아들에게 이 회사를 물려줬다. 아버지의 광산사업을 정리한 윌리엄 허스트는 언론사업에 치중했고 1920년대에 3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최초의 언론재벌이 됐다. ‘뉴욕저널’, ‘저널아메리칸’을 운영했다. 그가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를 상대로 벌인 치열한 언론전쟁은 부정확한 보도를 양산하면서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윌리엄 허스트 19세기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유행했던 그랜드투어가 급속히 확산됐다. 윌리엄 허스트 역시 그 수혜자였다. 갑부 아버지를 둔 덕에 그는 10세에 어머니와 그랜드투어를 시작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럽 골동품 수집이었다. 윌리엄 허스트는 도자기나 귀금속 같은 골동품 대신 거대한 유적에 유독 집착했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중세의 성 등이 수집대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적의 벽이나 기둥을 통째로 뜯어오는 데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자 허스트는 수집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고민에 빠진다. 결국 캘리포니아 샌시메온 일대 25만 에이커(1012㎢·서울 면적의 1.7배)의 땅에 수집품의 일부를 전시했고 이는 미국 최대의 인공공원인 ‘허스트 캐슬’이 됐다. ☞그랜드투어 18세기 영국의 부유층에서는 자제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최고의 지식인을 가정교사로 동행시켜 세계여행을 하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를 ‘그랜드투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헨리 스콧과 그의 가정교사가 떠난 여행이다. 스콧의 의붓아버지 톤젠드는 1759년 ‘도덕감정론’을 출간해 유명해진 글래스고의 한 교수에게 가정교사 역할을 부탁했다. 톤젠드는 그에게 여행의 모든 경비와 별도로 당시 교수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300파운드를 평생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스콧은 교수와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녔고 벤저민 프랭클린, 볼테르 등 당대의 철학가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혀갔다. 이 여행은 1766년 스콧의 동생이 프랑스 파리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되면서 어이없이 끝을 맺었다. 가정교사를 맡았던 교수는 평생 연금이 보장됐기 때문에 복직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행에서 배운 식견을 10년 동안 집대성한다. 이 책이 저 유명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었고 교수의 이름은 바로 애덤 스미스였다. ☞찰스 톤젠드 찰스 톤젠드는 영국의 귀족이자 정치가다. 네덜란드의 대학과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아들 하나를 둔 버클루 공작의 미망인 댈키스 백작부인과 결혼했고, 하원의원을 거친 후 재무장관이 됐다. 그는 북아메리카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톤젠드 조례’를 만들어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의붓아들인 헨리 스콧을 ‘그랜드투어’에 보내면서 현대 경제학의 탄생에도 이바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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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매일 같은 일만 일어나고 원인과 결과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역사(歷史)란 정말 재미없는 일뿐일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행동이, 뜻하지 않았던 만남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것이 역사의 묘미다. 전 세계 여성들이 열광하는 패션의 탄생도 이런 우연의 힘에 이끌린 경우가 많다. 1984년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한 여성이 탑승했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뒤적이던 그녀, 실수로 모든 내용물을 옆자리 중년 신사 쪽으로 쏟고 말았다. 물건을 함께 주워 주던 신사는 “가방 안에 따로 주머니가 없나요? 그 속에 넣으면 안 쏟아질 텐데요.”라고 말했다. 여성은 “주머니가 있는 에르메스 가방이 있다면 그렇게 했겠죠.”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자 신사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주머니가 있는 가방을 만들어 주겠소.” 그의 이름은 장루이 뒤마. ‘미스터 에르메스’로 통하던 에르메스 최고 경영자였다. 한달 후 뒤마는 그녀에게 새로운 가방 디자인을 보여주며 가방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도 되겠냐고 물었다. 여성의 이름은 제인 버킨. 1946년에 태어난 영국 출신의 가수이자 배우였다. 뒤마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우연한 사건은 패션사에 한 획을 그은 ‘버킨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시대를 아우르는 ‘잇백’(it bag·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가방) 버킨백을 발견한 곳은 의외로 서울 논현동의 중고 명품 매장이었다. ‘전 세계 여성들의 로망’은 수많은 명품들 사이에서 수줍고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은 이번 순서 주인공으로 버킨백을 초청했다. 화려하지도 특이해 보이지도 않는 버킨백에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당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도도한 태도로 ‘명품의 가치’를 말하던 버킨백이 어느 순간 자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로만 듣고 영화나 사진에서만 봤는데, 실물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뭐 그럴 만도 하다. 당신 같은 ‘평민’들은 날 만나는 건 둘째 치고, 운 좋게 길에서 봤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다. 난 악어 가죽으로 만들어진 버킨 30㎝형이고 사각형의 ‘B’ 이니셜을 갖고 있다. 원래 몸값은 2만 8000달러였다. 사각형 B는 내가 199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6년까지는 삼각형에 그 해를 상징하는 알파벳을 넣었지만 그 이후로는 사각형에 새기고 있다. 1997년 사각형 A로 시작해 지난해 N, 올해 O다. 내년엔 당연히 P다. →당신 친구들은 최소한 차 한대 값을 넘어선다는데,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게 사실인가. -한국 돈으로 가장 저렴한 친구가 800만원 정도 할 거다. 크기(25·30·35·40㎝)나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2000만~3000만원 정도고, 1억원 이상 되는 친구들도 가끔 있다. 심지어 홍콩에서 만들어진 짝퉁조차 특A급은 100만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우리는 매장에 진열된 상태로 팔려 나가지 않는다. 모든 에르메스 매장에 있지도 않다. 가끔 보이는 친구들 옆에 ‘이미 예약된 제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을 거다. 버킨을 갖기 위해서는 예약 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1984년에 세상 빛을 처음 본 이후 항상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했는데, 점점 찾는 사람이 늘어나서 지금은 예약하고 2년 이상 걸린다. 워낙 주문이 밀려 있다 보니 당분간은 예약을 받을 계획도 없다.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거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점은 확실한데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루이뷔통이나 샤넬에 비해서도 몇 배 이상인데. 게다가 길에서 봐도 못 알아볼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가. -(양옆을 돌아보며) 루이뷔통이나 샤넬 2.55(1955년 2월 샤넬의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생일에 탄생한 대표 모델)처럼 흔한 애들과 나를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걔들은 솔직히 그냥 ‘적당히 비싸거나’ ‘적당히 잘 만들어진’ 수준에 불과하다. 혹시 에르메스의 마크를 본 적이 있는가. →마차를 세워 놓고 쳐다보고 있는 마부 아닌가. -그게 바로 에르메스다. 고객을 위해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는 마차와 충실한 마부. 모든 것을 헌신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진정한 명품이란 뜻에서 그렇게 만든 거다. 우리는 악어나 타조, 소, 도마뱀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최고의 바이어들이 전 세계 상위 10% 이내 최고의 가죽만을 골라 온다. 싸운 흔적도 없어야 하고 무늬도 골고루 분포돼 있어야 한다. 현금으로만 대금을 지불하는 데다 ‘에르메스에 가죽을 공급한다’는 명예 때문에 상인들도 최상품은 모두 우리에게 넘긴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매입 자체를 하지 않는다. 완벽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제작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 보상이 없는 이유다. →마이클 토넬로는 ‘에르메스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에르메스에 대기자 명단 따위는 없고 그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말에 300명이었던 가방 제작 장인 수가 지금 2000명이다. 하지만 가방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장인은 가죽학교 2년, 수련 생활 2년을 거쳐야 하고 10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버킨을 만들 수 있다. 버킨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18시간 정도 걸린다. 장인 한 사람이 일주일에 33시간을 일하니까, 한달에 많아야 5~6개 정도 만들 수 있다. 버킨 이외에도 켈리(모나코 왕비였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들어 유명해진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 등 다른 상품도 만들어야 한다. 마차 안장을 만들던 시절부터 시작된 에르메스의 ‘더블 스티치’(이중 박음질) 제작 공정은 기계나 외주 제작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우리는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받는다. 아까 얘기했던 이니셜을 포함한 우리의 이름에는 탄생시킨 장인의 이름도 함께 표시된다. 만약 수선을 맡기면 프랑스로 보내져 만든 장인이 직접 고친다. 버킨을 만드는 가죽을 해당 연도별로 모두 보관하고 있어서 완벽한 수선이 가능하다. →그런데 실용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비난도 많다. 주인이 당신을 드는 게 아니라 주인이 당신을 모신다는 푸념이랄까. -편하고 실용적인 것이 명품 가치의 전부라고 생각하나. 페라가모나 발리 구두가 발에 편하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기는 하지만 인체 공학이 지금처럼 발전한 시대에 그보다 싸고 편한 구두는 얼마든지 있다. 수납이 편하고 예쁜 가방은 인터넷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명품은 원래 특별한 존재다. 그것을 가지는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만족을 먹고사는 존재다. 재료비, 공임, 마케팅비, 유통 비용 등을 합치는 단순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차라리 나보다 나일론 쪼가리로 가방을 만들어서 수백만원씩 받는 미우치아 프라다(프라다의 디자이너)부터 욕하는 게 훨씬 타당하지 않은가. 에르메스가 버킨의 몸값을 그렇게 책정했는데도 사람들이 못 사서 안달이라면 그게 적정한 가격인 거다.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한 것이 있는데, 명품 위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얼굴이 왜 중고 매장에 있나. -(한숨을 지으며)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매장이 두 번째다. ‘명품 신세 뒤웅박 팔자’라고 해야 하나. 똑같은 버킨인데 누구는 빅토리아 베컴이나 레이디 가가한테 가고, 난 한국에 있다. 그나마 한국에서도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같은 여성 최고 경영자(CEO)들의 필수 아이템이라는데, 처음에 날 한국에 데려온 사람은 코스닥 벤처업체 사장이었다. 버킨을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아내 선물이라며 ‘제일 비싼 매장에서 제일 비싼 제품’을 외치더니 덜컥 날 예약했다고 들었다. 정작 선물받은 주인은 동창회에 들고 나갔다가 가짜라는 수군거림을 받더니 3000만원짜리 가방이 부담스럽다며 집에 모셔두기만 했다. 그나마 도둑맞는다고 가방이 금고에 들어가는 수난까지 겪었다. 2008년에 주인 부부가 이혼하면서 이 매장에 처음 나왔고, 단 하루 만에 1700만원에 팔려 나갔다. →당신 몸값을 감안할 때 하루 만에 팔린 것은 대단한 일 아닌가.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런가. -나름대로 명품 매장이다 보니 버킨을 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 얘기를 들어 보니 1년에 3~4개씩은 나오는 것 같더라. 두 번째 주인은 나를 결혼 예물이라고 애지중지하더니 차를 바꾸겠다고 덜컥 나를 이 악몽의 장소에 다시 데려왔다. 버킨을 사는 외국 사람들은 대를 물려 쓴다는데, 튼튼하게 만들어진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아까 매장 직원한테 들어보니 새 주인이 이미 나타났다고 하던데. -워낙 깨끗해서인지 18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언뜻 들었다. 역시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지 가끔 중고 시장에서 새 제품보다 내 몸값이 더 높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에르메스 테크(에르메스+재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새 주인이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제 버킨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주인의 손길에 더 목이 마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가방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주인의 소중한 물건들을 담고 다니며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것 아니겠나. 나 역시 주인 앞에선 사랑받고 싶은 가방일 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버킨백의 아버지 장루이 뒤마는 1980년대 초반 비행기에서 만난 영국의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을 위해 주머니를 갖춘 에르메스백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장루이 뒤마. 이 약속은 현존하는 최고의 가방으로 꼽히는 ‘버킨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5대 에르메스 최고경영자이자 예술감독을 맡았던 뒤마는 버킨백의 성공과 함께 다양한 소품을 개발해 에르메스의 마케팅 영역을 넓힌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5년 말 은퇴했으며 지난해 숨을 거뒀다.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문화계 블로그] ‘아시아나’의 임재범 ‘나가수’서 다시보길

    [문화계 블로그] ‘아시아나’의 임재범 ‘나가수’서 다시보길

    아시아나(ASIANA). 항공사 얘기가 아니다. 가수 임재범(48)이 몸담았던 록 밴드 이름이다. 88올림픽 직후인 1989년 결성된-공교롭게 올림픽 주제가 ‘핸드 인 핸드’를 부른 밴드 이름은 코리아나다-밴드이다. 록 팬들은 아시아나의 데뷔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아웃 온 더 스트리트’(Out on the Street)를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열광했다. 당시 우리나라 록 밴드 음반 수준은 참 어설펐다. 뒷골목 시장에서 팔던, 안 그래도 질 떨어지는 유럽 독립 레이블사의 앨범을 여러 번 복제한 ‘백판’ 수준이었다. 녹음 기술이나 장비가 록 사운드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더욱이 군사정권 시절이었다. 모든 음반의 마지막 곡은 ‘건전가요’ 차지였고, 록 음악은 ‘시끄러운 잡소리’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다 보니 록 특유의 굉음은 ‘예쁘게 예쁘게’ 다듬어졌다. 보컬과 기타가 거세된 록 음반은 정체성이 헷갈릴 정도였다. 아시아나 앨범은 달랐다. 표지부터 ‘싼티‘를 벗었다. 내공도 있었다. 록의 본고장 영국까지 날아가 녹음했다. 덕분에 임재범 특유의 보컬과 일렉 기타 소리가 살아 있었다. 특히 밴드 이름을 딴 곡 ‘아시아나’는 기타뿐 아니라 드럼까지 한데 어우러진 장쾌한 사운드를 들려 줬다. 팬들은 “한국도 이런 록 음반을 뽑아낼 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 그 임재범이 오는 1일 한달여 만에 방송 재개되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한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아시아나 데뷔 앨범을 인터넷에서 찾아 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던 팬들에겐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너를 위해’를 열창하는 모습이 예고편으로 나갔을 뿐인데도 벌써 임재범이라는 이름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불안한 기색도 감지된다. 전문가나 마니아들은 가슴에서 뱉어내는 그의 허스키한 보컬을 두고 ‘한국의 로니 제임스 디오’라고 극찬한다. 지난해 최고의 히트 드라마 ‘추노’ 주제가(‘낙인’)를 불러 팬층을 넓히긴 했지만 예쁘고 밝은 목소리에 익숙한 일반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일이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임재범은 TV처럼 정갈한 규범의 무대에 썩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무대와 대중이 두려워 잠적하는 등 기행(奇行)을 거듭했던 그다. 혹여 당혹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는 않을 지, 서바이벌과 재미라는 명분 아래 섣불리 그의 창법과 음악을 재단하지는 않을지, 사연 많은 개인사를 다시 헤집으며 ‘신상 털기’에 나서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나가수’는 피디와 출연진이 중도 교체되는 진통을 겪은 뒤 게임 규칙(서바이벌 룰)과 도전자를 대거 정비했다. 이번만큼은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나는 가수’임을 제대로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용필 “가수끼리 경쟁은 애매… ‘나가수’ 못 나가”

    조용필 “가수끼리 경쟁은 애매… ‘나가수’ 못 나가”

    가수 조용필이 새달 1일 방송 재개를 앞두고 있는 MBC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27일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장으로 유명한 경기 여주 ‘마임 비전빌리지’에서다. ●“창법·음색·매력 다 달라 평가 어려워” 조용필은 기자들과 만나 “가수가 경쟁하는 것은 애매하다. 가수는 창법, 음색, 매력이 다 달라 평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팬층도 다르다. 가장 중요한 건 음정이다. 누가 가장 음정을 잘 지키느냐인데, 내가 그들보다 잘하기 어려울 것 같아 난 나가지 못할 것 같다. (프로그램이) 좋다, 안 좋다 말할 처지는 못 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 깜짝 출연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 밴드인) ‘위대한 탄생’이 ‘위대한 탄생’ 도전자들이 내 노래를 부르는 미션에 출연한다기에 격려차 들렀을 뿐”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순탄치만은 않은 직업이다. 자신을 알리는 데 TV가 가장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가수가 지치고 음악에 전념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가수는 콘서트에 서는 것이 기본이고 팬들을 위해 공연해야 큰 가수로 성장한다. 나도 1990년대 초 ‘추억 속의 재회’와 ‘꿈’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중단했다. 처음엔 (콘서트에) 많은 관객들이 왔지만 히트곡이 많음에도 방송에 안 나가니 관객이 안 와 3년간 고생했다. 이후 무대를 좋게 만들자고 생각했고 배우고 연구하니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좋아졌다.” ●“가수는 콘서트에 서는 것이 기본” 조용필은 국산 기술로 자체 주문 제작한 5.5m 높이의 움직이는 무대(무빙 스테이지)도 공개했다. 2단으로 분리돼 35m가량 객석으로 전진할 수 있는 장치다. 대형 공연장의 뒤쪽 관객을 배려한 장치로 그동안은 일본에서 공수해 빌려 써 왔다. 조용필은 새달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경기 의정부, 충북 청주, 경남 창원, 경북 경주, 경기 성남·일산, 부산, 대구 등지를 돌며 공연한다. 움직이는 무대도 함께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co.kr
  •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4월의 화창한 봄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4층 서울신문사 편집국. 두 젊은 남자 기자의 푸념이 이어졌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로 나름 ‘킹카’를 자부하는 편집부 김민석 기자와 강신 기자. 두 사람은 솔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봄이라고 부쩍 늘어난 주변의 결혼 소식은 두 사람의 우울함만 부추길 뿐이다. 작심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간 두 사람. 이상형과 최근 자신들이 했던 소개팅을 되짚어 보던 그들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B형 남자’라는 것. 소개팅을 하자면 꼭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주선자들. B형 남자라고 대답하면 “성급하고 단순하며 자기중심적”이라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두 사람은 B형 남자가 ‘최악’이라는 ‘통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솔로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깨야 할 잘못된 상식이야.”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은 가장 기자다운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하자는 것. 하지만 전문가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고, 상당수 이론들이 출처가 불분명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무시하는 과학자도 많았다. 결국 두 사람은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인 ‘혈액형’의 아버지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오스트리아 병리학자)에게 직접 따져 묻기로 했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주 주인공은 란트슈타이너다. ABO식 혈액형, MN식 혈액형, Rh식 혈액형을 구분한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로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유로화 등장 이전 오스트리아 지폐 도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의학사에서는 그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낸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란트슈타이너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연구의 산물인 혈액형이 100년 후 성격과 연관 지어질 것임을 짐작이나 했을까. →김민석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 혈액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란트슈타이너 (웃음) 말 그대로 피의 종류, 혈액형(Blood type)이다. 내가 한창 연구활동을 하던 19세기 말에는 수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죄 지은 사람의 피를 바꾸면 악함이 사라진다는 생각도 있었고 심지어 류머티즘이나 결핵이 있는 사람의 피에 특수한 물질이 생긴다는 가설도 있었다. 난 서로 다른 사람의 피를 섞으면 응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는 경우가 있다는 데 착안해 피의 종류 자체가 다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마침내 A 또는 B라는 항원과 이에 대응하는 혈청 속의 항A, 항B라는 응집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항원의 종류에 따라 A, B, O, AB형 등 네 가지로 나누는 것. 이게 바로 ABO식 혈액형이다. →강신 혈액형이 ABO식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란트슈타이너 그렇다. 나는 1901년에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고, 27년이 지나서 MN식 혈액형을, 1940년에는 Rh형 혈액형도 찾았다. 나의 세 가지 혈액형 구분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혈액형 감별 방식은 150가지가 넘는다. 이것만 조합해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은 수백조(兆) 가지가 넘는다. 물론 아직도 혈액형의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김민석 당신의 원래 의도와 달리 혈액형 이론이 처음으로 널리 활용된 것은 인종 간 우열을 가르는 ‘우생학’(優生學)이었다. -란트슈타이너 ABO식 혈액형이 등장한 이후 1910년대 독일에서 “유럽에 A형이 많고, 아시아에 B형이 많은 것은 백인이 아시아인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몰지각한 백인 우월주의가 내 발견과 맞물리면서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졌다. 유감이다. →김민석 혹시 ABO식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란트슈타이너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애초에 발생 자체가 위에 언급한 우생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으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사람이 우생학이 유행하던 당시 독일에 있던 일본학자 후루카와 다케지였다. 후루카와는 고작 주변 사람 319명을 조사해 지금 유행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펴냈다. 물론 당시에는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강신 결국 정확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학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인가. -란트슈타이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주겠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술논문을 찾아봐라.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일본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후루카와의 연구로 창작에 가까운 책을 써내면서부터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해 별자리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과 한국뿐이다. →김민석 하지만 과학적으로 혈액형과 성격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또한 이뤄진 적이 없지 않은가. -란트슈타이너 주요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심리학 검사인 MBTI 결과와 혈액형별 유형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는 있다. 몇 가지 과학적 예도 들어 보자. 인구 분포로 보면 한국은 A형 37%, O형 28%, B형 27%이고 일본 역시 A형 37%, O형 31%, B형 22%다. 비교적 고른 분포다. 반면 프랑스는 A형이 44%, O형이 42%이고 미국은 A형 40%, O형 45%다. 그럼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소심한 사람이 많고, 미국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얘기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B형이 월등히 많은데, 그렇다고 다른 곳보다 자유분방한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유행하는 건 이렇게 혈액형 분포가 다양해서 설명 가능한 성격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특히 혈액형이 성격에 선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유전적으로 성격을 규정짓는 유전자와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강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과 성격을 믿을 뿐 아니라 상당히 정확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란트슈타이너 기자에게 묻겠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소극적인가. →강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란트슈타이너 이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다. 이런 애매한 질문이나 ‘자유분방’,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모은 후에 이걸 각각 ABO식 혈액형에 맞춰 나눠 보자. 그럼 대부분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당신은 전형적인 그 혈액형 타입이 아니군요.”라고 말하면 그뿐이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현상을 정작 듣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다. →김민석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단언해도 되는가. -란트슈타이너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실제로 성격이 바뀌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결국 성격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당신들도 혈액형과 성격 같은 ‘훌륭한 심심풀이’를 절대적이라고 믿지 않는 현명한 여자를 만나길 기대한다. 성공을 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한규섭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장 ●권석운 울산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란트슈타이너가 들려주는 혈액형 이야기 저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손영우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심리학과 교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위탄’ 양정모 “이태권·손진영이 우승후보”

    ‘위탄’ 양정모 “이태권·손진영이 우승후보”

    어릴 적 위대한 꿈을 꾸라고 배우면서도 정작 자라면서는 포기하는 법부터 익힐 때가 더 많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참가자 양정모(29)도 그랬다.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중학교 은사의 칭찬을 듣고 줄곧 가수를 꿈꿨지만 세상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뚱뚱하다”, “가수할 외모가 아니다.” 스무 살에 첫 도전한 기획사 오디션에서는 문전박대 당하다시피 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생활을 한 지 10년. 양정모는 포기할 100가지 이유와 포기할 수 없는 1가지 이유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생애 두 번째 오디션에 참가했다.   결국 ‘위대한 탄생’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초반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고 18kg 체중감량도 했지만 이번에도 세상은 양정모의 편이 아니었다. “겉멋만 잔뜩 들었다.”는 혹평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좌절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었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고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겨뤘고 무엇보다 인생의 멘토인 가수 김태원도 만났기 때문이다.   ▶ ‘위대한 탄생’ 김태원의 멘토스쿨에서 탈락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패자부활전에서 잠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방송에 나올 때보다는 살이 약간 찐 것 같은데 어떻게 지냈나.   “솔직히 탈락한 뒤 한동안은 멍했다.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면서 활동이 소원했던 밴드 ‘스위트 게릴라즈’도 해체됐고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섰다. 건강도 챙기면서 5월 발매되는 싱글앨범을 준비했다. 청주에 있는 한 음악학원에 스카우트 돼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예선에서 놀라운 고음을 뽐내며 ‘우승후보’로 까지 점쳐졌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약간은 풀죽은 모습도 보여서 안타까웠다. 왜 그랬나.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핑계로 들리겠지만 사실 몸이 좋지 않았다. 노래실력 향상과 체중감량이란 2가지 미션에 도전하다보니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에 거의 굶으면서 살을 뺐다. 연습은 남부럽지 않게 했는데 힘이 따라주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 화면에 유독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위대한 캠프에서 6조 조장이면서 다른 친구들의 보컬 트레이너 역할까지 자청했다. 경쟁관계에서 의아한 모습이었다. 또 아마추어 스타를 뽑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던 거 아닌가.   “비록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동생들에게 쉬운 곡을 양보하고 도와줬다. 부모님은 많이 안타까워하시기도 했는데 어떻게 하겠나. 오지랖 넓은 게 내 성격인데 나 역시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아마추어고 가수 지망생이다.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배우고 싶었는데 준 프로 가수가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서 안타까웠던 적도 있다.”   ▶ 김태원의 ‘외인구단’에서 본인만 빼고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 등 3명이 모두 ‘위대한 탄생’ 생방송 무대에 진출했다. 볼 때마다 속 좀 쓰리지 않나.   “전혀 씁쓸하진 않다. 외인구단 3명의 멤버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매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지켜보는 마음이 뿌듯하다.”   ▶ 이은미에게 “살 빼라”, “성대에 살이 찔 수 있다.”, “기본기가 없다.” 등 유난히 혹독한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은미의 지적을 들으면서 속상하지 않았나. 또 정말 살이 찌면 성대가 눌려서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건가.   “이은미 멘토는 촬영하지 않을 때도 유난히 많은 조언을 해주는 멘토였다. 가수로서의 재능을 의심하게 만들 혹독한 평가이긴 했지만 정말 감사하다. 또 아직 살을 빼는 과정이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노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웃음)”   ▶ 방송에 나가지 않은 멘토들의 혹독한 독설도 많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뼈아팠던 독설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박완규 선배가 했던 말이다. ‘평가가 안 된다.’, ‘노래에 겉멋이 잔뜩 들었다.’ 태연한 척 했지만 죽고 싶었다. 사실 ‘위대한 탄생’ 출연자 중에서 충격을 받아서 집밖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그 때 김태원 멘토가 충고를 해줬다. 가장 중요한 건 방송이 끝난 뒤에 삶이라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재평가 받으라는 말을 해줬다.”   ▶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에서 숱한 감동의 어록을 남겼다. 외인구단도 멘토가 아닌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잘 따랐다. 김태원의 존재감이란 무엇인가.   “김태원 멘토는 꾸밈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우리에게 ‘부활로 성공하기까지 27년 걸렸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부자연스러운 건 없다.’고 말했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줬다.”   ▶ 탈락한 뒤에도 김태원 멘토, 외인구단과 자주 연락하나.   “물론이다. 김태원 멘토 뿐 아니라 부활 선배들과도 다 연락한다. 멘토스쿨에서 떨어질 때 ‘방송이 아니라 평생 보는 거다.’라고 말했다. 외인구단 동생들도 거의 매일 전화한다. 생방송 무대에 대해서 불안해 하면 ‘지금껏 해온 것처럼만 하라.’고 조언해준다.”   ▶ ‘위대한 탄생’에서 족집게로 불렸다고 들었다. 합격인지 탈락인지 족집게처럼 잘 맞혔다고. 혹시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인데 탈락해서 의아했던 참가자가 있나.   “듀엣미션에서 쉐인과 입을 맞췄던 한승구란 친구가 가장 의아했다. 편곡도 정말 잘했고 그 무대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잘했다. 프로골퍼라는 게 믿기지 않는 실력이었다. 스스로도 굉장히 만족했는데 누구도 멘토로 나서지 않아서 아쉬웠다. 패자부활전에서 떨어진 박원미 역시 굉장히 아쉬웠다. 패자부활전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는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다.”   ▶ 내친 김에 우승자도 예상해보자. 조심스럽겠지만 한 마디 한다면?   “외인구단 멤버여서가 아니라 이태권과 손진영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아닐까 싶다. 일단 이태권은 타고난 실력이 워낙 월등한 데다 숨겨놓은 록 스피릿도 있어서 매력이 많다. 손진영은 첫 번째 생방송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우승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한번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적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비장함도 재능이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데 아직 폭발되지 않았다. 큰 무대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거다. ▶ 생애 두 번째 오디션인데 결국 또 실패했다. 스물아홉이면 가수를 꿈꾸기엔 어린 나이도 아닐 텐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위대한 탄생’에 도전하겠는가.   “실패로 끝난다고 할 지라도 ‘위대한 탄생’에 도전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친구들, 성장의 기회, 인생의 선배들을 얻었지만 잃은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위대한 탄생’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좌절이었다. 김태원 멘토의 말대로 여기서 멈추면 난 영원히 실패자다.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평가 받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을 거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동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한선화 과거 영상… “성형 전 웃는 모습 똑같네”

    한선화 과거 영상… “성형 전 웃는 모습 똑같네”

    걸그룹 시크릿 멤버 한선화의 성형전 과거 방송출연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방송된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서는 5년 전 SBS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에 출연했던 고교 1학년생 한선화의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 속 한선화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외모에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모습으로 풋풋한 여고생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성형을 했지만 과거에도 귀여웠네요”, “웃는 모습은 똑같은 듯”, “어릴 때라 풋풋한 느낌이 절로”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한선화는 그동안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형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SBS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독도 홍보 진정성 위해 日지진피해 돕기 불참”

    가수 김장훈이 일본 지진 피해 돕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독도 홍보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할까 봐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장훈은 17일 방송된 MBC ‘일요인터뷰’에서 “일본 쓰나미 피해를 보면서 모두가 인류애적 차원으로 하는데 솔직히 나 역시 구호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부의 독도 대응책에 대해선 “일만 생기면 일본 외교관을 공개적으로 불러 항의하면서 실제 교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조용한 외교는 아니다.”라며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김장훈은 재도전 문제로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켜 잠시 방송이 중단됐다가 다음 달 1일 재개되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선 “‘나는 가수다’에는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술은 기술과 달리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모든 가수를 가창력으로 평가하면 가창력보다는 듣는 이의 가슴에 호소한 밥 딜런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위대한 탄생’ 이태권 3라운드 진출…조형우, 백새은 탈락

    ‘위대한 탄생’ 이태권 3라운드 진출…조형우, 백새은 탈락

    MBC ‘위대한 탄생’에서 이태권이 최고 점수를 받아 3라운드에 진출했다. 조형우와 백새은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5일 밤 10시에 있은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두 번째 서바이벌 생방송에서 이태권 등 톱10은 미션곡인 DJ 김기덕이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위대한 팝송 100곡’ 중 한 곡을 불렀다. 이태권은 영화 ‘친구’의 OST(original sound track)이기도 한 ‘Bad case of loving you’를 편곡해 불렀다. 방시혁이 최고인 9.5점을 줬고, 이은미·김윤아가 8.9점, 신승훈이 8.8점을 줘 최종 36.1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영화 ‘컨스피러시’의 OST인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른 조형우는 31.4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이은 시청자 투표에서도 점수를 못받아 탈락했다. 백새은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을 자신만의 음색으로 소화해냈지만 톱8에 들지 못했다. 톱8에는 손진영, 데이비드 오, 정희주, 이태권, 노지훈, 백청강, 김혜리, 셰인이 진출했다. 한편 캐나다 출신의 셰인은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불러 김태원으로부터 심사위원의 최고 점수인 9.6을 받았다.첫 방송에서 김태원으로부터 최고점 9.6점을 받은 김혜리는 ’Open Arms’를 선곡했지만 익숙치 않은 팝송을 불러서인지 김태원으로부터 8.0점을 받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다큐야? 예능이야?

    다큐야? 예능이야?

    학계에만 ‘통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가에도 장르 간 벽을 허무는 ‘크로스오버’가 유행이다. 다큐멘터리가 예능과 접목되고, 예능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와 통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BS ‘짝’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혼 남녀가 자신의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 1월 신년 특집 3부작으로 방송한 뒤 반응이 좋아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밤 11시 15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예능 요소가 대거 가미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가수 싸이가 진행자 격인 ‘연애 컨설턴트’로 투입됐다. 7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가 외딴 애정촌에 모여 서로의 이상형을 찾아가는 설정은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인 ‘짝짓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버리지는 않는다. 출연자 이름 대신 남·여 1, 2, 3, 4호라는 호칭을 붙였다. 개인보다는 그들의 심리나 행동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감정을 배제한 다큐멘터리 특유의 내레이션(해설)도 빠지지 않는다. SBS는 올 초 예능국과 교양국을 아예 합쳐 제작국으로 통합했다. ‘짝’은 그 첫 실험작이다. KBS, MBC도 다큐멘터리 연성화가 두드러진다. 연예인을 내레이터에 과감히 기용하는가 하면 생활 밀착형 소재도 주저 없이 채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김남길, ‘아프리카의 눈물’에 현빈을 내레이터로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던 MBC는 6월 초 방송되는 50주년 특집 다큐 시리즈 ‘타임’ 내레이터에도 연예인을 발탁했다. 첫 회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의 내레이션을 배우 공효진에게 맡긴 것. 술, 소리, 비밀, 돈 등 각기 다른 주제어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50년을 돌아보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명세, 권칠인, 김현석, 류승완 등 4명의 영화감독이 연출에 참여한다. ‘전화이야기’편은 아예 드라마의 형태로 제작된다. MBC 측은 “기존 다큐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각계의 명사, 작가 등이 스토리 발굴 단계부터 참여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다큐”라고 강조했다. 앞서 SBS도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에 고현정을 내레이터로 기용했다. 다큐멘터리에 미국 할리우드 액션영화 촬영 방식을 도입한 예도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이 오는 15일과 22일 밤 9시에 방영하는 ‘익스트림 다큐:인간 vs 고래’는 감독이 직접 인도네시아 오지에 들어가 인간과 고래의 처절한 승부 현장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tvN 교양국 관계자는 “‘방송 다큐멘터리도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없을까’라는 실험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점점 다큐멘터리화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등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다큐멘터리 요소를 접목한 것들이다. 지리산 등반, 설악산 종주, 레슬링 도전 등이 그 예다. 특별한 대본이나 연출 없이 출연자들이 주어진 임무(미션)를 수행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형식도 다큐멘터리에서 빌려왔다. 요즘 최고 인기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다큐멘터리 요소가 흥행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 K’가 본선 진출자들의 다큐멘터리로 시청률을 확 끌어올린 것처럼 MBC ‘위대한 탄생’과 SBS ‘기적의 오디션’도 출연자 다큐멘터리에 지대한 신경을 쏟고 있다. ‘기적의 오디션’ 제작을 맡고 있는 김용재 SBS 제작본부 차장은 “(오디션의 기본 요소인) 서바이벌보다 다큐 재미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프로그램 성공의) 관건”이라면서 “예능과 다큐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나는 가수다’ 새달 1일 방송 재개 “앨범 준비” 백지영 하차

    ‘나는 가수다’ 새달 1일 방송 재개 “앨범 준비” 백지영 하차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나는 가수다’가 재정비를 마치고 새달 1일 방송을 재개한다. 도전자 중 백지영은 자진하차한다. MBC 관계자는 13일 “‘나는 가수다’가 18일 녹화를 재개해 5월 1일 오후 5시 20분 방송된다.”면서 “남아 있는 도전자 5명 중 백지영은 앨범 작업으로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는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가수 7명이 미션 곡을 받아 경연을 펼치고 한명이 탈락하는 포맷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달 20일 첫 번째 탈락자로 선정된 김건모에게 서바이벌 규칙을 깨고 재도전 기회를 부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 여파로 김영희 피디가 교체되면서 제작진은 지난달 27일 방송을 끝으로 한달간의 휴식에 돌입했다. 제작진은 가수 3명(김건모·정엽·백지영)이 동시에 빠지면서 후속 출연자로 김연우를 비롯한 2~3명을 후보에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與 최고회의 ‘독설의 그라운드’

    ‘최고위원회의는 말 화살 빗발치는 서바이벌 게임장’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13일 트위터에 남긴 글의 제목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회의 모습을 빗댄 말이다. 정책위부의장인 차 의원은 지난 7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 심재철 정책위의장을 대신해 최고위원회의에 들어갔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회의에 참석했던 차 의원은 “다들 최고위원회의를 ‘봉숭아학당’이라 하는데 내가 보기엔 ‘서바이벌 게임장’”이라면서 “최후의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의 적이다.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편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무기는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차 의원은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 이뤄진 티타임에서부터 서로의 말들에 날이 서 있었다고 전했다. 여성 의원에게는 “옷이 왜 그래? 다음 총선에 자신 없으니까 외모로 때우려고?”라는 농담이 던져졌다. 지역 몫으로 지명된 최고위원에게는 “오늘은 동네 민원 좀 그만하지?”, “그러게. 최고위원이 무슨 도의원도 아니고 말이야.”라는 말들이 나왔다.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한 차 의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 의원, 몸싸움 잘해서 최고위원 됐나?”라는 말을 그는 “나한테도 비수가 날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시작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더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성효 최고위원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 문제에 대해 성토하면서 ‘대통령의 인품’을 언급한 게 단초가 됐다. 박 최고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무성 원내대표가 “말이 너무 지나치다.”며 화를 냈고, 안상수 대표도 “자꾸 자기 지역 얘기만 하면 최고위원회의 자리에 뭐 때문에 앉아 있느냐. 사퇴하든가 하지.”라며 불쾌해했다. 차 의원은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한테 상처 줘 가며 권력 차지는 안 할란다.”라면서 “정치가 참 무섭다.”고 글을 맺었다. 회의에 딱 한번 참석했던 차 의원의 느낌이 전혀 낯설지 않다. 평소에도 친분과 농담으로 포장된, 서로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말들이 자주 오고 가는 탓이다. 언제나 ‘화합’을 외치는 지도부가 왜 항상 갈등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재선 의원의 짧은 글이 힌트를 주고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문화마당] 오디션 열풍을 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오디션 열풍을 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연예계는 오디션 열풍이다. 한 음악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는 지난해 134만 명이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3년째를 맞아 참가자들이 그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중파TV에서도 닮은꼴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 아나운서와 오페라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잇따르고 있다. 다른 채널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물밑 기획을 하고 있다니 오디션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 기회를 얻었던 일은 이제 추억으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진행방식과 규모 면에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화했다. 우승을 차지하려면 실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참가자의 인생에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청년이 불굴의 인생 역경을 보여줘야 한다니,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참 잔혹하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환경미화원 어머니를 둔 참가자와 중졸 학력의 환풍기 수리공을 우승자로 배출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한 사회가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뿐 아니라, 수개월 동안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실력 대결 이면에는 참가자들의 사생활을 그대로 예능프로그램처럼 녹여내고 있다. 지원자의 아픈 상처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참가자들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신데렐라의 탄생에 공감하고, 나아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재미를 느낀 시청자들이 입소문을 내며 시청률이 치솟는다. 2시간에 이르는 방송이 10주 이상 지속되면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이미 인기 연예인이 되어 있다. 우승자를 발표하기도 전에 발표된 음원이 기성 가수를 제치고 단숨에 정상에 오르는 것이 그 방증이다. 실력 이상의 대우를 받음으로써 우승자들이 향후 성장해 나가는 데 그 이상의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 숨겨진 실력과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터인데 이미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줬으니 껍질만 남게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자 연예인으로 성공하겠다는 청소년들이 연예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오는 일이 뚝 끊겼다. 기획사 측도 달리 오디션을 볼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든다고 한다. 좋은 재목을 골라 길러봐야 집중 조명을 받을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데다, 그 비용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셔오는’ 것이 오히려 쉽게 코를 푸는 방법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특히 가요계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에 기성 가수들까지 끌어들여 스스로 격을 낮춰 놓았다. 외형적으로는 90년대 음악이 오늘의 음악차트를 독식함으로써 음악적 진정성을 찾았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 역시 예능프로그램의 힘에 기댄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이 이런 포맷의 가요 기획에서 손을 떼도 과연 우리 가요계가 보는 음악에서 뮤지션 중심의 듣는 음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기성가수들이 펼친 ‘나는 가수다’에 대해 국내 정상급 뮤지션의 고유한 음악 세계에 순위를 매기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은 쉽게 흘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시대의 음악을 노래하는 당당한 뮤지션들이다. 마치 배우 최민식, 송강호를 무대로 불러들여 연기를 점수로 매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웅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보면서 젊은 청소년들이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몰리고 있다. 어쩌면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로또’라는 생각으로 구름처럼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혹시 잊고 사는 것은 없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실력이 어떤지 꼼꼼히 짚어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탄탄한 실력만이 진정한 우승자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 ‘그들만의 취향’이던 오페라 관객 젊어졌다

    ‘그들만의 취향’이던 오페라 관객 젊어졌다

    오페라는 왠지 ‘그들’ 만의 취향일 것 같다. 어렵고, 비싸고, 고루하다는 이미지도 있다. 실제 국내 클래식 공연의 주된 소비층은 경제력을 지닌 40대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20~30대 관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가수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오페라 소비층이 젊어지고, 두꺼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7~10일 공연한 ‘시몬 보카네그라’의 예매자 중 20~30대 비중은 67.5%, 40대는 30.4%였다. 지난달 ‘파우스트’는 20~30대가 70.4%, 40대는 28%였다. 지난해 11월 ‘룰루’때는 20~30대 비중이 75.6%나 됐다. 작품에 관계없이 여성 관객들은 60%대를 줄곧 유지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메피스토펠레’(10월)와 ‘룰루’를 공연할 때 표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작품 관객 중 20대가 34.8%, 30대가 28.9%, 40대는 20.4%였다. 신동훈 국립오페라단 마케팅매니저는 “가격이 비싸고 특별한 사람들만 보는 클래식 문화라는 게 오페라에 대한 기존 관념이었다.”면서 “하지만 연극에서 뮤지컬로 공연계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클래식으로 관객이 새롭게 유입되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새 관객층의 대부분이 20~30대라는 부연설명이다. 오페라 소비층이 젊어진 데는 고가의 표값이 다변화된 덕도 있다. 객석 점유율이 평균 82%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끈 ‘시몬 보카네그라’는 가격대가 1만~15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됐다. ‘쿠팡’ ‘티켓 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활용하면 같은 등급이라도 시야가 좋지 않은 좌석의 경우 정가의 50%에 살 수 있다. 신 매니저는 “이전에는 젊은 층에 할인 혜택(대학생 30%, 중고생 50%)을 주는 게 전부였지만 올해부터 수도권 30~40개 대학 과사무실로 공연 홍보책자를 배포하는 등 오페라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면서 “이 같은 마케팅 강화도 오페라 관객층 나이를 끌어내리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도 오페라 저변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김창렬, 문희옥, 임정희, 테이, JK김동욱, 선데이(천상지희) 등이 귀에 익은 아리아를 부르고 꼴찌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케이블 채널 tvN의 ‘오페라스타’는 지난 9일(2회) 방송에서 전국 평균 1.91%, 최대 2.5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시청률이 5%를 넘어 10%에 육박한다면 ‘울게 하소서’는 들어봤어도 헨델의 ‘리날도’ 아리아라는 사실은 몰랐던 사람들을 오페라팬으로 흡수하는 선순환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덕재 tvN 채널국장은 12일 “영국의 ‘파페라 투 오페라스타’란 프로그램에서 착안했고, 40~50대라면 파페라 가수 키메라에 대한 강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기획단계에서 1000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60%는 ‘오페라에 관심 없다’면서도 ‘대중가수들이 어떤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흥미로운가’를 묻자 오페라가 44%로 압도적이었다.”고 기획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클래식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접할 기회가 의외로 많지 않은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했는데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서는 40대 남성 시청률이 5%를 넘어서기도 했다.”면서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이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문화계 박칼린 앓이’ 파워 아이콘? 스타 마케팅?

    [문화계 블로그] ‘문화계 박칼린 앓이’ 파워 아이콘? 스타 마케팅?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합창단’ 편이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칼마에’ 박칼린(44)의 인기는 여전하다. 본업인 뮤지컬은 물론, 방송·음반·재즈·전시 등 온갖 장르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관(官)도 가세해 오는 10월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공동 집행위원장도 맡겼다. “칼마에를 능가할 만한 대중적인 아이콘이 없는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옹호론과 “지나친 과소비이자 과대포장된 스타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문어발식 등장을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MBC는 오는 6월 선보이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박칼린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가 짝을 이뤄 각종 댄스에 도전하는 형식이다. 박칼린은 케이블 채널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도 맡고 있다. 박칼린이 모델로 활약하는 신한은행의 ‘신한갤러리 역삼’은 개관 기념으로 그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공모·전시하는 ‘박칼린과 동행-열린 미술전’을 오는 28일 시작한다. 11월에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주연으로 선다. 그가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년 만이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직행’했다. 과소비가 아니라 정당 소비라고 주장하는 측은 박칼린의 ‘파워’를 그 근거로 든다. 예컨대 박칼린이 파페라와 뮤지컬 명곡을 직접 선곡했다는 ‘칼린 셀렉츠’(Kolleen Selects)는 최근 쿼드러플 플래티넘(4만장)을 돌파했다. 해외음원 앨범 중 올해 판매량 1위. 국내 음원을 합쳐도 ‘칼린 셀렉츠’보다 많이 팔린 것은 아이돌 그룹 빅뱅, 씨엔블루, 동방신기와 ‘세시봉 친구들’ 정도다. 새달 9~12일 열리는 제5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11’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박칼린은 ‘남격’에서 그를 도왔던 최재림 등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9일 개막 무대를 장식한다. 재즈페스티벌의 주역(헤드라이너)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에서는 미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카산드라 윌슨 등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관계자는 “박칼린이 정통 재즈뮤지션은 아니지만 페스티벌 소비주체인 대중들이 그를 원한다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박칼린이 ‘남격’에 출연한 뒤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스토리 있는 소재와 맞물려 그의 카리스마가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건 맞지만 방송 이후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칼린을 활용하면 뭐든 된다는 식의 발상으로 우려먹는 풍토도 문제”라면서 “과도한 스타 마케팅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박칼린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예술인이라기보다 엔터테이너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지금처럼 이미지를 과소비하는 문어발식 활동을 이어간다면 (조기 소진돼) 그 자신이나 문화계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국내 오디션 열풍 세계로 통한다

    국내 오디션 열풍 세계로 통한다

    오디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해외 유명 스타들까지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고 있다. 심사 무대도 국외(國外)로 확장되면서 이제 오디션 열풍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와 통하는 추세다. SBS는 새달 14일 열리는 미국 LA지역 ‘기적의 오디션’ 예선에서 할리우드 스타 윌 윤 리가 심사위원을 맡는다고 11일 밝혔다. 재미교포 2세인 윌 윤 리는 2002년 영화 ‘007 어나더 데이’로 주목받은 데 이어 같은 해 미국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혔다. 윌 윤 리는 “평소 ‘아메리칸 아이돌’(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할리우드에서도 한국계 배우들의 활동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오디션을 통해 역량 있는 후배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SBS를 통해 밝혔다.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 팀은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외벽에 오디션 관련 광고도 시작했다. SBS 측은 “글로벌 오디션을 표방하는 만큼 LA는 물론 국내 5대 도시에 광고를 동시 송출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일본의 성악가 요시카즈 메라도 국내 오디션 프로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주제가를 불러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요시카즈는 지난 9일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를 담은 케이블 채널 tvN의 ‘오페라스타’ 두 번째 경연에 특별손님으로 출연했다. 그는 왜소증을 딛고 세계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카운터테너(여자처럼 곱고 높은 음역을 내는 남자 가수)다. tvN의 이덕재 채널국장은 “오페라 대중화라는 기획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크게 공감한 요시카즈가 오로지 ‘오페라스타’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전했다. 아예 해외에서 오디션 본선을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KBS는 오는 6월 말 선보이는 글로벌 인재 선발 프로젝트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이하 ‘도전자’) 본선을 미국 하와이에서 치른다. 전체 16부 중 15부를 하와이에서 사전 제작하고, 마지막 결승 무대만 국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도전자’의 전진학 책임프로듀서(CP)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맨 먼저 이민 간 곳이 하와이인 만큼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기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하와이를 본선 무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재 SBS 제작본부 차장은 “오디션 프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쟁 심화에 따른 차별화 전략과 제대로 된 인재 발굴을 위해 세계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면서 “스케일이 커져 웬만한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세계최대 해병기지 美 콴티코 훈련소를 가다

    세계최대 해병기지 美 콴티코 훈련소를 가다

    “좋아, 왔어!”(I got it!) 여기저기서 표적을 잡았다는 외침이 아우성치더니 이내 고막을 찢을 듯한 총성이 동시다발적으로 건물 안을 울린다. “탕, 탕, 탕…두두두두두….” “이번엔 1층을 조준해!” “2층에 아직 적들이 남아있어요.” “그래? 그럼 2층을 마저 처리한다. 집중해!” “2층 조준!” “2층 조준!” “2층 조준!“ “탕,탕,탕…두두두두두…” 8일 기자가 찾은 미국 버지니아주 동북부 해안의 콴티코(Quantico) 해병대 장교 훈련소에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허허벌판에 아프가니스탄 시가지를 닮은 모형 건물들을 만들어 놓고 반군을 소탕하는 식이다. 건물 벽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상점마다 아랍어로 된 간판이 걸려있다. 마치 아프간의 어떤 거리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잠시라도 들 정도였다. 상점 앞에 고기, 채소, 과일 등이 진열돼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 보고 나서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정교했다. 건물 안에는 아프간 주민들이 덮고 잘 법한 이부자리와 세간살이들이 진짜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어차피 실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을까. 찰스 맥리드 원사는 “최대한 실전처럼 훈련해야 실전에서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해병 장교들이라고 하지만 훈련은 해병 병사와 똑같은 내용으로 받는다. 어차피 전장에서는 같은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훈련은 ‘벌판에서 시가지 접근→건물에 진입해 반군 진압→건물 안에서 건너편 건물의 반군 사격→사격 후 건너편 건물로 진입’ 등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해병들은 실전 때와 똑같은 무게의 군장(軍裝)을 주렁주렁 달고 뛰어다녔다. 총에 실탄이 없다는 것만 실전과 달랐다. 총성의 크기도 같고 탄피가 튀어져 나가는 것도 같지만 총알 대신 레이저가 발사된다. 이것이 상대편 몸에 맞으면 전자 감응장치가 “맞았다.”고 알려주고 저격을 당한 상대편은 그 자리에 누워 전사자 역할을 한다. 서로 편을 짜서 전투하는 ‘서바이벌 게임’식 훈련이었다. 훈련 중 해병들이 끊임없이 뭔가를 외치고 소통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총성보다도 아우성치는 사람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전쟁터가 아니라 무슨 격렬한 토론회나 강의실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부족한지 각 지점마다 서있는 교관들은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다그쳤다. 시시각각 각자가 인지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최상의 판단을 추구하는 것이 이 아우성의 목적이었다. “발사!”(Fire!)하는 명령은 잘 들을 수 없었다. 선임 훈련생이 작전을 주도했지만 제각기 조준을 하고 판단이 서면 바로 총을 쐈다. 맥리드 원사는 “큰 틀에서 점령 명령이 떨어지면 미세한 부분은 현장에서 각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처한다.”고 했다. 1917년에 생긴 콴티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해병 기지로, 이곳에 있는 훈련소는 모든 미 해병 장교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코스다. 그러니까 이 곳을 졸업한 해병 장교들이 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에서 싸웠고 한국전쟁 때 인천에서 싸운 것이다. 4년제 대학이나 군사학교에서 6~10주간 예비후보 과정을 거친 20대의 혈기왕성한 소위·중위 등이 이곳에서 6개월 간 시가전, 유격 훈련 등 기본교육을 받고 세계 최강의 해병 장교로 거듭난다. 해마다 2100명의 해병 장교가 이곳에서 배출된다. 이 훈련소를 졸업한 장교들은 병과 별로 짧게는 3개월(포병, 보병 등), 길게는 2년(전투기 조종사)간 전문교육을 받은 뒤 바로 전장 등 일선 부대에 배치된다. 이날 훈련장에서 만난 해병 장교들은 대부분 백인이었고 유색인종은 드물었다. 이들은 가장 힘든 병과를 스스로 택한 데서 오는 해병 특유의 ‘프라이드’로 충만해 있었다.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우렁찼다. 브라이언 빌러드 중위는 제법 차가운 날씨였음에도 군복 소매를 걷어올려 입고는 “하나도 춥지 않다.”며 해병 정신을 뽐냈다. 와츠 카일리 소위 등에게 한국 해병대의 명성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들었다.”면서 “언젠가는 함께 훈련해 보고 싶다.”고 한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싸운 마이클 허만(소령) 교관은 “타이거(맹호부대)가 베트남전에서 떨친 뛰어난 명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해병은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자 그는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미 해병은 ‘데블 독’(Devil Dog)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했다. ‘지옥에서 온 사냥개’란 의미로, 1차 세계대전 때 미 해병에게 호되게 당한 독일군이 지어준 별명이란다. 글 사진 콴티코(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美해병이 동양무술을? “육박전에선 더 효과적” 콴티코 훈련소의 해병 교육 과정엔 ‘동양식 무술 연마’가 포함돼 있다. 육박전에서 적과 맞닥뜨렸을 때 몸을 써야 하는데, 이럴 땐 동양의 무술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태권도, 유도, 가라데, 타이 무예 등 온갖 무술과 격투기를 ‘짬뽕’한 것이다. 1차 대전 때 미군은 육박전에 대비해 복싱과 펜싱 등을 연마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여기에 동양식 무술을 조금씩 가미했다. 그러다 2001년에 아예 동양 무술을 주조로 한 현재의 종합무술을 창안했다. 8일 훈련에서 해병들은 총을 가진 적에 맨손으로 대처하는 법, 맨손 대 맨손으로 적을 상대하는 법 등 다양한 시나리오 별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연습을 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실제상황을 연출하는 훈련 방식이 흥미로웠다. 콴티코(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정엽 “7인에 든 것만으로 제겐 1등”

    정엽 “7인에 든 것만으로 제겐 1등”

    “7인의 가수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 제 자신에겐 1등이나 마찬가지죠.” 가수 정엽(34). 요즘 그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정엽으로 익숙하지만, 가요계에서는 4인조 남성 보컬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리더로 더 유명하다. ‘나가수’의 첫 탈락자라는 수식어가 다소 불편할 법도 하지만, 9년 차 가수의 내공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5일 서울 논현동 녹음실에서 정엽을 만났다. →가수 생활 9년 만에 ‘스타덤’이 뭔지 확실히 느꼈을 것 같다. -팀보다 개인 섭외가 더 많아졌고, 생애 처음으로 CF 섭외도 들어오긴 했다.(웃음) 제 개인 블로그에 50~60대 분들까지 글을 올려주시고, 회사에도 응원하는 전화가 폭주해 참 신기하다. 지켜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에 자극도 되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나가수’에 출연한 이유가 뭔가. -호기심이 가장 컸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왜 날 섭외했지?’하는 생각에 갸우뚱했다. 처음엔 일곱 명의 가수가 나오는데, 노래가 미션으로 주어진다는 말만 들었다. 음악 위주의 방송이라면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바이벌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 인지도 면에서도 가장 불리하고. -김범수씨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가수 경력은 훨씬 길다. 즉, 나는 가장 후배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 편했다. 많은 분들이 모르기 때문에 떨어져도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훨씬 덜했다. 그래서 더 긴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무대를 즐기려고 했다. 나로서는 전혀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면 얻은 것은 뭔가. -가수로서 새로운 무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가수로서 ‘나가수’의 흥행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좋은 무대를 보고 열광하는 것은 가수나 대중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 중에 누군가는 탈락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수들끼리는 섭외 단계부터 경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건모라는 ‘국민 가수’에 대한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방송이 나간 뒤 생각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분위기가 그렇게 된 것 같다. →가수의 서열화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실제로 김건모의 재도전 등 탈락을 둘러싸고 논란도 많았는데. -물론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상식적인 것에서 살짝 변형된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김건모씨가 탈락했을 때 출연자들도 너무 당혹스러웠다. 나는 오히려 김건모씨가 재도전을 결정한 것이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가수로서 재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에 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던 것 같다. →본인은 재도전에 응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물러나야지 또다른 가수가 멋있는 무대를 꾸며줄 것이고, 그것이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래가 아쉬웠다거나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면 모르겠는데, 편곡도 좋았고 나의 무대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후회나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았다. →주현미의 ‘짝사랑’이나 윤도현밴드(YB)의 ‘잊을게’는 솔(soul) 창법을 주로 구사해 온 정엽에게는 좀 불리한 미션이 아니었나. -사실 처음에 미션곡을 받을 때 어느 정도 가수의 스타일이나 자기 생각이 반영된 곡 중에서 고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복불복’ 게임이었다. 솔직히 두 곡 모두 난해하고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가수들도 똑같은 선상에서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고 선곡한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다들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가 있었나. -한영애씨의 ‘누구 없소’나 김건모씨의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가수로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잘할 수 있는 곡도 있고, 잘 어울릴 것 같아도 불편한 곡이 있게 마련이다. →‘나가수’를 계기로 가요계 흐름이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번에 가요계 패턴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서서히 스며들기를 바란다. 쉽게 타오른 관심은 쉽게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대 위의 모든 가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래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아이돌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요계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다양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정엽이 생각하는 가수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사랑과 이별을 대신 불러주는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의 사랑이나 이별의 색깔은 다 다르지만, 결국에는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가수는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그 공감대를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방송 출연을 일절 하지 않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이번을 계기로 방향이 바뀐 것이 있나. -방송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멤버가 있어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불편하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 음반 활동은 각자의 판단에 맡겼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내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모체 같은 곳이다. 앞으로도 그룹 차원에서 방송 활동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엽은 오는 9월 포크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긴 정규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회사에서는 흥행을 염두에 두고 5~6월에 앨범 발매를 제의했지만, 내실이 무너질 것 같아서 거절했다. 그때 가서 지금의 유명세가 사그라질 수도 있지만, 음악적인 부분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는 정엽. 그가 우리가 찾던 진짜 ‘가수’의 모습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이돌 가창력 순위 1위?…그룹 2AM·멤버 김준수

    아이돌 가창력 순위 1위?…그룹 2AM·멤버 김준수

    아이돌 가창력 순위 공개 화제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가수들의 가창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돌 가수들의 가창력 순위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는 보컬트레이너 10명을 대상으로 아이돌 그룹 가창력 순위를 측정하는 설문 조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따르면 노래 잘하는 아이돌의 그룹 부문으로는 2AM이 1위로 꼽혔으며 2위에 빅뱅이 올랐다. 이어 브라운아이드걸스, 샤이니, 동방신기가 공동 3위로 뒤를 이었다. 반면 노래 못하는 그룹으로는 카라가 1위, 애프터스쿨이 2위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또 아이돌 그룹 멤버 중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는 JYJ의 김준수가 1위 자리에 등극했으며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씨스타의 효린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와는 반대로 가장 노래 못하는 아이돌 멤버로는 원더걸스의 소희가 1위를, 카라의 구하라가 2위,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나나, 2PM 황찬성 등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문화마당] 즐겨라, ‘호모루덴스’ -‘나는 가수다’사태를 보며/조혜정 영화평론가·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즐겨라, ‘호모루덴스’ -‘나는 가수다’사태를 보며/조혜정 영화평론가·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3월 한달 대중문화계의 화제는 단연 ‘나는 가수다’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7일 4회까지 방송하고 현재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니 5월에나 다시 볼 수 있을 듯한데,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청중평가단 신청이 4만 4000건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니 ‘나가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움을 알겠다. ‘나가수’에 대중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마음을 흔드는 노래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반칙행위 때문이다. 하나는 환호와 감동을 쏟아냈고, 다른 하나는 질타와 분노를 분출시켰다. ‘나가수’의 출연가수들은 가창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건모·김범수·박정현·백지영·윤도현·이소라·정엽이고, 이들이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들은 희열과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눈을 감고 오직 노래에만 필사적으로 집중하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너에게로 또다시’를 들으며 필자 역시 숨이 멎을 만큼 처연한 감성으로 빠져들었다. 솔(soul) 창법으로 부르는 정엽의 ‘짝사랑’은 저 노래가 저렇게 멋진 노래였던가, 소름이 돋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박정현의 다이내믹한 가창력, 윤도현의 자유롭고 힘찬 카리스마, 김건모의 능란함과 김범수의 매혹적인 고음, 백지영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등 누구 하나 빠질 게 없는 절창들이었다. 근래 이렇게 멋진 무대를 본 적이 있던가? 이렇게 노래 하나로 현장의 청중뿐만 아니라 TV 앞의 시청자들까지 전율과 감동으로 휘어잡았던 무대가 있었던가 말이다. 그래서 ‘나가수’가 방송을 타자마자 이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한껏 고조되었고, 다투어 감상을 쏟아내고 공유하기 바빴다. 그런데 대중의 환호와 감동을 분노로 바꿔 버린 것은 순간의 선택이었다. ‘서바이벌’ 형식을 띤 이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룰’을 바꿔 버린 것이다. 탈락을 예고해 놓고 ‘재도전´이라는 생존의 기회를 준 것이 대중에게는 반칙과 기만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이 ‘반칙행위’는 공정성 시비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게 되었다. 방송사는 PD 교체라는 무리수를 두었고, 해당 가수는 자진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나가수’ 사태를 보면서 자연스레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중세까지의 인간 본성과 문명의 발전에 대해 명명한 이 말이 오늘 한국의 한 예능프로그램에도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는 게 꽤 흥미로웠다. 놀이하는 사람, 유희적 인간 정도로 번역되는 ‘호모루덴스’는 놀이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며, 고대의 의례나 종교의식·철학·예술·전쟁까지도 놀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위징아는 놀이가 단지 노는 것(fun)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신적 창조활동이라는 점을 상기시키지만, 기본적으로 놀이의 특성은 자발성과 경쟁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자발성은 즐김을 내포하고, 경쟁성은 상호 발전적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나가수’ 사태가 아쉬웠던 점은 바로 호모루덴스의 놀이정신, 그 즐김의 정신이 사라지고, 과도한 긴장과 배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측면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수들이 조금만 더 경직성을 덜어내고 그 무대를 즐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해 경합하고 결과에 아름답게 승복했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탈락이 배제가 아니라 양보라고 생각했으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는 대중도 마찬가지. ‘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그 빌미를 제공한 제작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거론하고 가수 개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정 즐겼더라면 아름다운 경합에 박수를 보내고 좀 더 지켜보는 여유도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어디 ‘나가수’ 프로그램뿐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경직성과 조급성, 공격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호모루덴스의 ‘즐김’의 정신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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