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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녀 30년 농익은 연기 1인 무대서 발산

    김성녀 30년 농익은 연기 1인 무대서 발산

    배우 김성녀(55)가 연기 인생 30년 만에 처음으로 1인극 무대에 선다. 윤석화의 ‘위트’에 이어 PMC프로덕션이 기획한 ‘여배우 시리즈’의 두번째 공연 ‘벽속의 요정’(6월10일∼7월24일 서울 우림청담시어터). 연출은 30년 연극 동지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손진책(58) 극단 미추 대표다. “모노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어요. 그동안 기회도 몇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극단 일이 터져서 계속 뒤로 밀렸지요. 이번에도 송승환 대표와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면 아마 못했을 걸요?” 남편과 함께 극단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그녀로서는 ‘하고 싶은’작품보다는 ‘해야 하는’작품이 늘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나만의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고, 더이상 늦기전에 ‘한번 도전해보자’고 용기를 냈단다. ‘벽속의 요정’(원작 후쿠타 요시유키, 각색 배삼식)은 그녀가 직접 고른 희곡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40년 간 벽속에 숨어사는 아버지와 딸에게조차 아버지의 존재를 감춰야하는 엄마, 그리고 벽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고 자란 딸 등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3년 전 일본에서 초연된 이후 장기공연중인 작품으로, 연기외에 노래와 춤이 가미된 노래극 형식이다. 마당놀이, 뮤지컬, 악극 등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한 그녀에게 더할 나위없이 어울리는 선택.“1인 다역에다 노래, 춤까지 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짐짓 엄살을 부리다가도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이야기 자체는 비극이지만 극은 활기찬 분위기로 이끌어가려고 해요. 노래도 일부러 코믹한 곡들을 넣었고요. 웃으면서 보다가 문득 가슴이 찡해지는, 그런 연극이 될 거예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6명의 배우가 ‘여배우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묶인 만큼 아무래도 흥행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다.“마당놀이, 악극 등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해서 정극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극장 연극은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씨를 뿌리는 작업으로 여기고 열심히 해야지요.” 온전히 혼자 힘으로 관객을 모아야 하는 아내가 안쓰러웠는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손 대표는 평소라면 꿈도 못 꿨을 법한 TV 아침 토크쇼 출연과 사진촬영 등 연극홍보를 위한 아내의 요구를 못이기는 척 모두 들어줬다.“연극에 관한 얘기는 1시간도 모자라지만 일상 대화는 두 마디를 안 넘긴다.”는 손 대표로서는 대단한 애정 표현인 셈이다. 마당놀이를 비롯한 수많은 공연에서 서민들과 함께 호흡해온 김성녀.30년 농익은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그녀만의 화려한 무대가 기다려진다.3만∼5만원.(02)569-069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민 기름’ 등유, LNG보다 비싸다

    ‘저소득층이 더 비싼 연료를 쓴다.’ 최근 사무직 근로자의 사기를 떨어뜨린 통계청 자료가 하나 나왔다. 의사나 변호사, 상인 등 자영업자들의 평균 세부담액이 사무직 근로자의 2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결과가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세금 상식’이 통용되지 않은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등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세금이다. ●도시서민·농어촌 주민만 불이익 ‘서민 기름’인 등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특소세(154원)와 교육세(23.1원), 판매부과금(23원), 부가세(74.91원) 등을 포함해 ℓ당 총 275.01원(지난 4월 기준)이다. 특히 등유에 붙은 특별소비세는 2000년 7월 60원에서 지난해 7월 154원으로 무려 157%나 급등했다. 또 내년 7월부터 등유 세금은 ℓ당 60원가량 오른 335원을 내도록 예고돼 있다. 반면 등유 대체재인 LNG의 세금은 특소세(40원) 등을 포함해 ㎏당 50원 안팎이다. 이를 열량 기준으로 따지면 등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LNG의 6.7배 수준이며, 내년 7월부터는 8.4배에 달한다. 소비자 가격도 등유가 LNG(열량 기준)의 2.1배 가량 비싸다. 또 이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상대적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등유 소비의 주체는 도시가스 배관을 갖추지 못한 도시 서민과 농어촌 주민 등 이른바 저소득층이다. 반면 LNG의 소비 주체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도시 중산층 이상이다. 실제로 겨울철 난방비로 지출되는 금액을 살펴보면 등유를 쓰는 저소득층은 월 평균 22만원을 내는 반면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도시 중산층 가구는 월 13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여기에 월 평균 농가 소득(224만원·2003년 기준)과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가구 소득(294만원)을 비교하면 저소득층이 피부로 느끼는 등유의 세금 강도는 훨씬 세다. 등유세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석유제품의 특성상 등유의 수급 불균형은 전체 석유제품 수급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부작용을 가져온다. 고광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등유 소비계층은 경제적 약자인 농어촌 및 지방 소도시민으로 도시가스 사용자보다 난방비 부담이 무겁다.”면서 “정부가 등유 세금을 내려 난방비 부담을 덜고, 등유 소비를 늘려 유종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등유(ℓ당 873.3원)가 경유(ℓ당 1036원)로 전용될 것을 우려, 경유 세금 인상과 연동해 등유세를 계속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등유 세금 가운데 특소세는 현재 154원에서 오는 7월부터 178원, 내년 7월부터는 201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등유세 급등 등으로 소비량 급감 등유 소비량은 LNG의 사용 증가와 등유세 급등으로 7년새 반토막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유 소비량은 하루 11만 7000배럴로 1997년(23만 3000배럴)보다 49.3% 줄었다. 또 전체 석유제품 가운데 등유의 소비 비중은 5.7%로 97년(1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는 지난 1·4분기에도 이어져 등유 소비량은 총 1827만 5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줄었다. ●선진국에서는 등유의 국내 소비자가격(ℓ당 873.3원)은 일본(580원·지난 4월11일 기준·환율 100엔당 935원 기준)보다 50%가량 비싸다. 일본은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에는 높은 세금을 물리고 있지만, 서민용 등유에는 소비세(28.8원)만 부과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난방용 연료(등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거나 수송용 유류(경유 등)와 연동해 가격을 조정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우려하는 등유의 경유 전용 문제는 세금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전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데스크시각] 치매환자 정책의 그늘/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얼마 전 고향 후배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건설업체에 들어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들은 바 있었다. 평소 연락도 안 하던 그의 갑작스러운 제의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자연히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전했다. 세태가 그런 만큼 구조조정에 의한 퇴직이려니 생각하고 위로하는데 엉뚱하게도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란다. 맞벌이 부부로 홀로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2년 전부터 부친이 중증치매에 걸려 겪은 우여곡절을 들려줬다. 처음엔 사람을 사서 아버지를 돌보게 했는데 “왜 남의 집에 맘대로 들어오느냐.”며 욕설과 함께 몽둥이질까지 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1년 넘게 유료 요양시설에 보냈지만 막대한 요양비용에 빚까지 지게 되자,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며느리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등 아버지의 증상이 심해져 아내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속내까지 털어놨다. 시골에서 친척이 올라온 김에 아버지를 부탁하고 주간보호센터 등 공공기관 요양원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취기가 돌 즈음, 집에 가야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엉뚱하게 ‘불량주부’라는 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하자,“내가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서 “기약없는 주부역할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TV드라마 불량주부는 실직한 남편이 ‘전업주부’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살림과 양육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부인은 직장생활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남자들의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나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자넨 절대 불량주부가 아니고 ‘우량주부’니까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자리를 떴다. 그와 헤어진 뒤 치매관련 정보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인터넷 사이트 ‘치매가족협회’에도 들른다. 게시판에 올려진 치매환자 가족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후배에게 정보와 위안의 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현재 국내의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는 완치가 어렵고 치료기간도 얼마가 걸릴지 몰라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인 셈이다. 그나마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의 시설이용료를 부담해야 돼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 등의 재가복지시설에는 대기자들로 넘쳐난다. 치매환자는 본인은 물론 단란한 가정을 파탄으로 빠뜨린다.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치매환자를 가족들만으로 감당하기엔 힘이 부친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지쳐버린 가족들이 환자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들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정부의 지원정책은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상위층을 비롯한 서민층의 지원은 전무하다. 다행히 정부는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를 부분도입하고 2013년부터 전면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과 재원마련, 시설구축 등 해결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전문성을 갖춘 중간 관리자나 간병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환자 부양가정에 지원을 늘리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jsr@seoul.co.kr
  • “재원마련에 범정부적 지원을”

    지하철 안전운행 확보를 위해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방법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정부지원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주요 패널들의 주장을 간추린다. ●정부 지원이 지하철 안전 담보 이상민 교통개발연구원 박사는 지하철 건설과 운용측면에서 모두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교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하철의 운영에 건설부채가 상당한 짐이 되고 있다.”면서 “건설과 운영에 대한 부담을 공사와 정부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령화 사회로 가면서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당기순손실의 56.7%를 차지하고 있는 무임수송비용은 당연히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도 이 박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 처장은 “무임수송비용은 당연히 정책을 입안한 정부가 비용부담을 해야 하며, 지하철공사는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사회적인 공론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공사측이 무임수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낡은 지하철 시설을 개선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송률 확대에 따른 안전기준 필요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지하철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그에 따른 안전기준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하철이 처음 건설될 때는 서민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시설기준이 낮았다.”면서 “그러나 현재 서울시민의 35%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60%까지 이용할 것인 만큼 시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로서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하철 안전문제는 공사·지자체뿐만 아니라 국회도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전시설에 대한 우선순위 마련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정부가 지시한 안전시설이 현재의 우리수준에 맞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험대처 시스템의 우선 순위부터 먼저 정한 다음 재원마련의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하지만 지하철공사의 자구노력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도 안전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지만 먼저 지하철공사가 자체 경영혁신 프로그램부터 가동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운용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 서울시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대중교통팀장은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김 팀장은 “중앙정부는 지하철의 안전과 쾌적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규제를 풀어야 지하철공사 등 운영기관들이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승용차와 지하철의 경제성도 비교해 설명했다. 김 팀장은 “서울시민이 승용차를 굴리기 위해 1주일간 들이는 돈은 4만원쯤 되며 연간 합산하면 5조원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지하철은 3000억원이면 서울시민들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용차 이용시민 1명을 지하철 이용승객으로 바꾸면 1인당 연간 200만원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⑧ 강경호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⑧ 강경호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서울지하철공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 만년 적자기업, 지하철 역사의 혼잡, 환승에 따른 불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파업은 최근 5년 동안 거의 없었다. 지난해에만 3일간 파업을 했다가 자진 철회한 것이 전부다. 내년에 더 놀랄 만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흑자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강경호 사장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감을 내비쳤다.“경영혁신을 통해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면서 “무임수송 등에 대한 일부 지원이 이뤄지면 내년 흑자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승역을 복층구조로 바꾸고, 출퇴근때 지하철 배차간격을 줄이면 혼잡과 환승에 대한 불편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강 사장의 비전을 들어봤다. 부임하자마자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입찰제도 개선 등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부임해서 보니 공사는 개통 30여년이 됐는데도 초기 건설비의 대부분을 차입부채로 조달하고 수송원가를 보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막대한 부채와 만성적인 적자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운임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수익구조를 개발했다. 고부가가치 동영상 광고개발과 신개념의 역사개발 등이다. 또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없애기 위해 투자심사제도를 활성화했다. 특히 행운에 의한 낙찰, 업체간 변별력부재 등 구조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던 종전의 공공기관 적격심사낙찰제를 개선해 공사 실정에 맞는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했다. 그밖에도 기업의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아웃소싱 제도를 지방공기업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신개념 역사란 무엇을 말하나. -현재의 환승역을 보자. 환승역 대부분의 노선이 수평으로 펼쳐져 있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바꿔타려면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환승이 불편하면 지하철 이용객이 더 늘지 않는다. 또 지하철역 상당수가 곡선이다. 곡선이면 지하철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 지하철 배차간격도 줄일 수 없다. 신개념 역사란 이같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갈아탈 노선을 수직으로 배치해 최단거리로 환승하도록 하고, 역사도 직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혼잡한 환승역인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 삼성역, 잠실역, 교대역 등을 우선 대상으로 할 것이다. 환승역을 확 뜯어고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물론이다. 그래서 이들 지하철역과 주변 땅을 동시에 개발해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쇼핑·문화·주거를 하나로 묶는 복합환승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운임수입 외에도 부동산개발과 아파트·상가 임대사업으로도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지하철 환승역을 이미 이같은 모델로 바꿔놨다.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 서울시 등이 협조해주면 가능하다.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발에 따른 이익은 전적으로 승객에게 돌아간다. 공사가 경영혁신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는. -지금의 경영환경은 고객 및 성과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관행적 경영방식을 따르거나 공급자 중심의 의식으로는 공기업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영혁신을 위해 인사제도를 능력과 성과중심으로 개선했다. 근무 형태는 분야별 업무특성과 시간대별 업무량을 감안해 비숙박 위주로 짤 계획이다. 또 선진경영기법인 6시그마 경영기법 등을 도입해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실현과 신개념의 역사개발을 통해 환승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경영혁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러 한계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과다한 부채, 낮은 운임수준, 과중한 투자비 등 공사의 경영여건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행정명령으로 이행하도록 한 소방안전대책비 1조 353억원을 포함해 2008년까지 2조 82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전동차내장재 교체비 1918억원의 40%인 767억원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사는 신개념 역사개발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7672억원 가량만 확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하철공사가 전국 지하철 수송인원의 40%와 서울시 교통분담률 35.6%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 임을 감안해 정부, 서울시, 공사의 3자 공동노력에 의한 지원범위 제도화가 필요하다. 안전개선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당시 역무원, 승무원, 사령실간의 비상통신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달까지 역무원, 승무원, 사령실간 다자간 통화가 가능한 휴대용 무전기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전동차 화재 발생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전동차화재 자동경보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승강장 및 대합실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한다든지, 승강장에는 안전요원을 상주시키고 대합실에는 필요시 도우미를 고용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론 공사는 화재에 대비 지하철 의자를 불에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지난해 11월에 전량 교체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재난에 공로를 한 시민에게 최고 3000만원을 포상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이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지하철 예술무대는 지하철을 생활속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2000년 5월 을지로입구역 등 10개역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렸다. 요즘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문화적인 여가선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어 공사도 더욱 문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지하철예술무대에서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하고 이채로운 공연을 열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힘쓰겠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올 무임수송비용 1000억 예상” 서울지하철공사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이다. 무임수송은 현행법에 따라 노인 등 교통약자와 국가유공자의 요금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요금을 내지 않고 몰래타는 부정승차는 연간 5억원에 불과, 경영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15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임수송인원은 1억 880만명으로 손실액이 866억원에 달했다. 매년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무임수송에 따른 비용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무임수송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서울시 지원은 지난해부터 끊겼다.2001년만해도 무임수송비용은 476억원에 불과했으며, 이 가운데 38.5%인 183억원을 서울시가 지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임수송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지원을 중단했다.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메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하철 요금을 올리든지 손실을 정부·지자체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요금을 올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서민 물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공사측은 정부나 서울시 등이 일부 보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도 2003년 감사에서 무임수송 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말 지하철내장재 교체비 1918억원의 40%인 767억원만 지원했을 뿐 무임수송에 따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의회가 공사측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시의회가 최근 서울지하철의 안전 운행 및 과다한 부채 해소를 위해 ‘노인 등 무임수송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에 대한 건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동시에 무임수송비 등 공익서비스 제공 비용 부담은 국가 또는 서비스를 요구한 자가 전액 부담토록 하는 도시철도법과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요구키로 했다. 강경호 사장은 “정부 등이 손실을 일부 보조해주면 공사 경영이 안정될 수 있고, 경영이 안정되면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가 한층 강화된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강경호 사장은 누구? 강경호 사장은 2003년 4월 취임한 이후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한다. 역대 사장들도 취임 초 지하철로 출근한 적은 있지만 강 사장처럼 2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지하철을 고집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강 사장의 집은 분당선 수내역 부근이다. 그래서 출근하려면 15분가량 걸어 수내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선릉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사당역에서 내려야 한다. 출근시간만 1시간15분이다. 때문에 강 사장은 지하철의 불편함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승객들에게선 꼭 개선할 점을 듣는다. 냉난방에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지시한다. 한 여름 지하철 냉방이 너무 셀 때 노인들로부터 춥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 10량 중 2량에 냉방을 약하게 한 약냉방차를 운영하도록 지시할 정도다. 많이 걸어야 지하철을 바꿔탈 수 있는 현재의 환승역을 개선한 뒤 역세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도 강 사장의 아이디어다. 강 사장은 1972년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한 뒤 30대에 한라중공업 이사로 승진해 사장·부회장을 지낸 CEO다. 세계대중교통연맹 아태지역 의장도 맡고 있다. ▲서울(60) ▲경기고·서울대 공대 ▲현대양행 부장 ▲한라중공업 상무·전무·대표이사 ▲한라그룹 부회장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발언대] 의료시장 개방 철저히 대비해야/오인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행정지원부장

    현대를 사는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개방이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쌀시장 개방, 금융시장 개방 등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발전의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앞세운 개방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개방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외국 자본의 투자증대라는 명목 하에 의료시장 개방의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른 외국 병원은 내국인을 진료하면서 자금, 세금 등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제특구에 진출하게 돼 국내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영리법인 형식의 외국 병원은 분명히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고급 의료 서비스 상품을 개발, 일부 부유층에 제공할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 수가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고액의 의료비 부담을 유발케 할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의 도입과 함께 사치성 의료쇼핑 문화를 형성해 중산층과의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민간보험 도입이 가져올 공적보험의 위축이다. 그동안 불만족스럽지만 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건강보험의 기반이 허물어져 사회보장제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민간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을 서민층이 받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승적 차원의 시장개방이라면 우리는 생존경쟁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적보험인 건강보험공단의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공단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 국민의 공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단은 내부 혁신을 이루고 보장성 강화 및 고품질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공단이 주변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적 저항과 국민간의 갈등을 해소해야만 개방의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오인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행정지원부장
  • ‘우리애 미래’ 저축해볼까

    ‘우리애 미래’ 저축해볼까

    여기저기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말이 들리지만 아직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깊은 잠에 빠진 자식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뻔한 월급봉투이지만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자식을 위해 예금이나 적금통장을 하나 만들어 보자. 아이들과 함께 경제공부도 할 겸해서 펀드 가입도 괜찮을 듯하다. 마침 5월이라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너나없이 어린이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어린이 전용 통장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어린이 전용 저축통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통장은 무료 보험가입 혜택도 있어 인기가 높다. 저축습관을 길러주고 대학등록금이나 유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금식 상품이라면 더욱 좋다. 통장을 만들 때는 아이를 은행에 데려가보자. 하나은행의 ‘꿈나무 적금’은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경우 연 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준다. 학교생활안전보험, 휴일교통상해보험, 대중교통상해보험 등 3개 보험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 최고 1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국민은행의 ‘캥거루 통장’은 만 19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적금통장으로 종합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되고, 입·출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3개 인터넷교육사이트와 제휴해 최고 40%의 할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씨티은행의 어학연수적금은 나이 제한없이 가입이 가능하며, 납입 누적액이 100만원 이상이 될 경우 환전 수수료를 30% 감면해 준다. 파고다어학원, 윈잉글리시닷컴, 와삭닷컴 등 사이버어학원의 수강료를 20% 할인해 준다. 신한은행의 ‘꿈을 모으는 통장’은 세뱃돈, 생일축하금 등을 금액 제한 없이 저축할 수 있다. 또 용돈 기입장이 제공되며, 착한 일을 했을 때 부모가 상을 줄 수 있는 ‘칭찬 포인트 프로그램’ 기능이 있다. 기업은행의 ‘아빠보다 부자적금’은 가입 후 3년 안에 500만원을 모으면 0.2%포인트의 ‘축하금리’가 제공돼 아이들의 저축심과 경제 마인드를 고취시킬 수 있다. ●어린이 전용 펀드 저금리와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오르는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목돈마련을 위한 적립식 어린이 전용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자녀에게 자연스레 경제마인드를 심어주는 부수효과도 있다. 20세 미만 자녀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1500만원으로 이 한도 내에서 자녀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면 나중에 돈이 얼마로 커지든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자녀명의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대부분으로 가치투자 중심의 투자패턴을 익히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미래에셋이 운용하고,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우리아이 적립형주식투자신탁 K-1호’는 매달 조금씩 투자해 목돈을 마련하는 장기 적립식 펀드이다.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식에 투자하고, 국내 시장상황에 따라 전략적 배분을 통해 해외자산투자도 가능토록 운용한다. 대우증권의 ‘자녀사랑 메신저’도 적립식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대우증권에서 자체 개발한 ‘대표기업지수’를 활용한다. 무료로 종합상해보험에 가입된다는 점과 통장만기를 생일이나 졸업·입학일에 맞출 수 있다. 기업은행과 미래에셋이 합작한 ‘우리아이 3억만들기 주식투자신탁’은 주식에 60% 이상, 채권에 40% 이하로 투자하는 장기 주식형 적립식 펀드로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조흥투신운용이 운용하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판매하는 ‘톱스 엄마사랑’ 어린이 적립식 주식투자신탁은 5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투자금액의 90% 이상을 저평가 우량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기업 내재가치 분석을 통해 내재가치 이하에서 매수하고 내재가치 이상에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펀드판매를 통해 마련된 수익의 일부를 어린이 경제교육 후원기금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현재 국내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완치도 어렵거니와 치료기간도 길어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항상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도 지치게 만든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의 애환과 보호시설 실태, 정부의 대책 등을 밀착 취재했다. 결혼 20년째인 주부 신영순(46·경기도 광명시)씨. 혈관성 치매환자인 친정 어머니(75)를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8년이란 오랜 병수발에 남편과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얼마 전 남남으로 돌아섰다. 딸에게 이혼이란 멍에까지 씌워준 어머니의 병세는 그럼에도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차라리 포기한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신씨는 “잠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대소변으로 온 집안을 도배질해 놓기 일쑤”라면서 “벌받을 소리 같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 역시 “오랜 병간호로 골병이 들어 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치매환자 가족,“아 울고 싶어라” 중소기업 중견간부였던 정창호(4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정씨가 집안에 눌러앉게 된 것은 치매환자인 아버지 때문이다.2003년 9월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아내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행동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오히려 대드는 아내를 나무랐지만 반복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중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버지는 ‘폭언’과 ‘배회’ 등 치매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던 정씨 부부는 결국 유료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소시켰다. 아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1년 2개월 동안 요양비로 자꾸 빚을 지게 되자,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중이다. 하지만 지금도 며느리만 보면 욕설과 함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요양원을 알아보았으나 ‘버림받은 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라야만 자격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보살펴야 될지 암담한 생각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 요양병상 2만여개에 불과 김제시 하동 노인종합복지타운내 노양요양원에는 치매와 중풍 환자인 노인 75명이 수용돼 있다. 중증 치매환자인 김갑순(88) 할머니는 지난 2003년 4월 이곳 요양원에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왜 이곳에서 생활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한다. 낮에는 집에 가겠다며 온갖 물건을 다 끌어내 짐을 싸놓는다. 감시가 소홀하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내 갈기갈기 찢고 밤에는 옷을 다벗고 알몸으로 병동을 돌아다닌다. 요양원 책임자인 오순자(여·보건6급) 계장은 “밤만 되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보채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치매환자들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공무원생활 23년째라는 그는 두세 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환자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유아상태에서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유료시설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해 입소 대기자들이 밀려 있다. 치매 요양시설은 경제적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가 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증증 치매노인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재정부담 줄이는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현재 34만여명의 치매환자는 10년 후 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재정적 부담으로 선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방치된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등이 안된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중간관리자나 간병인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박하정 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안타깝게도 치매노인 살해사건이나 노인 유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치매와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앞서 이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치닫는 현 세태를 상기시켰다. 박 심의관은 9일 “극빈층 노인은 현재 국가가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부유층 노인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치매환자를 둔 중산층이 매월 100만∼250만원의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장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상은 바로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와 정부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요양대상 노인이 있는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법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도 제시했다. 우선 2007년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및 중풍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5만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45∼64세 가운데도 중증 환자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들 요양대상 노인이 받을 서비스와 관련해 “요양시설에 들어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집에서 방문간호나 수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이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요양보험제 도입에 따라 가구당 매월 3000원 정도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심의관은 “일본의 경우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해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노인요양보장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겨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롯데백화점 이탈리아 남성패션 멀티숍 ‘라비앳’

    롯데백화점 이탈리아 남성패션 멀티숍 ‘라비앳’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탈리아 패션을 저렴한 가격으로 뽐내세요.” 지난달 11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의 이탈리아 직수입 멀티숍(편집매장) ‘라비앳’이 젊은 남성들의 ‘패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취향 맞는 제품 직수입해 가격 싼 편 백화점 패션 담당 바이어(구매 담당)가 이탈리아 현지로 직접 날아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우리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들여와 싼 가격에 선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본점 5층에 자리잡고 있는 ‘라비앳’은 20∼30대 젊은 남성들을 겨냥한 남성 토털패션 전문 매장이다. 상품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모두 직수입했다. 패션 담당 바이어가 이탈이아 밀라노와 피렌체 등을 비롯해 유럽지역으로 날아가 직접 구매한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돼 가격이 싼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윤성 남성매입팀장은 “라비앳은 이탈리아 최신 패션을 동시에 전개한다는 것을 목표로 지난 2년동안 10여차례 현지를 오가는 ‘힘든 여정’을 거쳐 태어난 매장”이라며 “바이어들이 기획·생산 등을 책임지고 있는 데다 유럽의 고급 패션 아이템들을 매우 저렴하게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최신 유행아이템 동시 전개 기존의 수입 브랜드가 1∼2개 시즌 동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를 미리 살펴보고 들여와 유행에 뒤지는 것과는 달리, 이탈리아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꾸며지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패션 리더들의 경우 이탈리아 현지 유행과 보폭을 같이하는 상품들을 동시에 구입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우진 라비앳 담당 바이어는 “일반인들은 바이어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멋진 패션쇼나 감상하고 상품을 고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보다 질좋고 저렴한 제품으로 라비앳을 꾸미기 위해 3개월에 한차례씩 이탈리아 현지로 가 패션 공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물색하다 보니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의·액세서리가 주류 대표적인 상품은 캐주얼 셔츠·남방·니트·티셔츠 등 남성 패션상의를 비롯해 패션시계·지갑·캐주얼 벨트·목걸이 펜던트, 반지, 커프스 버튼 등 남성 액세서리 등이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이준표(28·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씨는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며 “특히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나만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캐주얼하면서도 톡톡 튀는 디자인도 매장을 많이 찾게 하는 요소이다. 올여름에는 그린색 계통이 유행하고 있어 그린색 계열과 함께 시원한 느낌을 주는 아쿠아 블루 계통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유럽풍의 조금 타이트(조여주는)한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아·세련된 디자인 눈길 남성 액세서리도 이곳의 주요 아이템이다. 이중 셔츠 소매 부분을 장식하는 커프스 버튼이 눈길을 끈다. 조그마한 타일 모양에 만화 캐릭터 등의 재미 있는 그림을 넣은 제품, 주사위 모양, 반짝이는 큐빅으로 장식이 된 것,$ 등의 글씨 장식이 된 제품 등이 각자 개성을 연출하는 데 일조하는 제품들이다. 남편이 외출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고 있다는 가정주부 박수경(31·여·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이탈리아 직수입 상품이라고 해서 조르지오 아르마니처럼 굉장히 비싼 브랜드를 취급하는 줄 알고 왔는데, 실제로 보니 가격대가 부담없고 디자인도 털털하고 서민적이어서 쉽게 손길이 간다.”고 말했다. 메탈(금속성소재)과 가죽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팔찌도 인기 품목들이다. 목걸이는 체인과 펜던트를 실버와 황동으로 만들어 조금 투박하지만 남성다운 멋을 풍긴다. 팔찌는 황동·실버·가죽으로 만들었고, 벨트는 소가죽과 메탈로 버클 장식 등을 만들어 강한 느낌을 준다. 가방은 크로스백과 대형 여행가방을 출시하고 있는데, 소재는 요트의 돛을 만드는 것으로 캐주얼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티셔츠·니트·남방류는 9만 5000∼11만 5000원대, 커프스 버튼 9만 5000∼11만 5000원대, 목걸이 26만∼39만원대, 팔찌는 17만 5000∼26만 5000원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패션 본고장서 직수입한 상품 품질·가격 ‘A학점’ 패션의 본고장에서 직수입한 상품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인 바이어가 원단의 선정부터 제품의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는 만큼, 품질과 가격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오리지널 셔츠’를 시작으로 직수입 상품을 선보여온 롯데백화점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목 칼라 부분에 탄성소재를 적용해 착용감이 편안한 ‘컴포트 셔츠’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유럽 스타일의 ‘헤르본 셔츠’도 출시했다. ‘헤르본 셔츠’는 바이어스 커트(사선무늬 패턴)와 프렌치 플래킷(단추가 붙어 있는 앞단 부분에 단추가 보이지 않도록 봉제하는 방식)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일반 셔츠(8만∼9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2만 5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뉴코아아울렛은 모기업인 이랜드 MD(상품기획자)를 통해 구치·페라가모·펜디·에트로 등 10여개 해외 유명브랜드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 이랜드 MD는 원활한 상품 공급을 위해 해마다 6∼7회 프랑스·이탈리아·영국·스위스로 직접 날아가 구매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신상품을 포함해 이월상품을 20∼50% 인하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클릭 이슈] 학교용지부담금 위헌결정 이후

    [클릭 이슈] 학교용지부담금 위헌결정 이후

    학교부지 확보 비용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자들에게 부담시키는 옛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먼저 낸 돈의 반환을 둘러싸고 정부와 입주자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자체가 무효화된 만큼 이전에 낸 돈을 정부가 전액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법률상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는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학교 짓지도 않았는데 환급도 안 된다니…” 현행법을 그대로 따르자면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부담금 등을 환급받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 47조에는 “형벌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소급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단,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부고지서를 받은 시점이 90일 이내인 사람들은 이미 부담금을 냈더라도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들은 “지난 5년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는 국가가 벌인 희대의 사기극”라면서 “90일이라는 소급적용 기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환급을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분양가의 0.8%로 3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24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달 1일에는 인터넷 포털 다음에 ‘학교용지부담금 돌려달라(cafe.daum.net/antischooltax)’라는 이름의 카페가 생겨 1개월 새 회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천안에 사는 최정화(28)씨는 “아파트 계약금을 치르느라 모든 돈을 쏟아부었는데 학교용지부담금까지 내라고 해서 허리가 휘었다.”면서 “내 한달 월급보다 많은 돈을 위헌 결정이 났음에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황상암(37)씨는 “법 운운하면서 환급을 미루는 정부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부산·경남 쪽에서는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페 운영자 조성희(30)씨는 “모든 위헌 결정에 대해 부담금을 소급해 반환하라는 것은 무리지만 이번 문제는 다르다.”고 말한다. 조씨는 “금액 규모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세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클 뿐 아니라 새 학교가 들어서지 않는 아파트의 주민까지 동일하게 부담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교육부의 성의 있는 결정이 없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현행법상 전원 환급 불가능”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행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범위에서는 단 한명에게도 되돌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교육부가 임의로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 “관련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13일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 등 국회의원 23명은 ‘위헌결정에 따른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90일 이내 이의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이미 납부한 사람들이 환급받을 수 없고 아직 납부하지 않은 사람은 당초 부담금에다가 가산금까지 덧붙여 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서민에게는 매우 큰 돈이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되돌려 준다고 해도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의 폐지도 함께 발의했다.2001년 이후 끊임없는 위헌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가 지난 3월 개정한 특례법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측은 “부담 주체를 개발사업자로 변경한다 해도 개발사업자가 분양가 인상 등 방법으로 입주자에게 전가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이미 교육세와 재산세를 모두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용지부담금까지 지우는 것으로 이중과세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학교용지부담금 위헌결정이란 헌재는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때 주택을 분양 받는 사람이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도록 했던 옛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지난달 31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는 법에 정한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를 가지는 만큼 특정 집단에게 비용을 충당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 법은 1995년 제정됐으며, 2001년부터 지자체별로 조례가 제정돼 올 3월까지 5년간 약 5000억원이 걷혔다. 헌재 결정에 앞서 정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는 가구수를 100가구 이상으로 하고, 부담금도 분양받는 주민이 아닌 개발 사업자가 내도록 법을 고쳐 지난달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세금없는 양도소득 17억원/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금없는 양도소득 17억원/육철수 논설위원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벌인 역사는 꽤 길다.1960년대부터였다니 벌써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경기가 어려우면 부양책을, 과열되면 억제책을 수백번 번갈아 써 왔지만 아직도 투기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20차례가 넘도록 강도높게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부동산 부양책이나 억제책 모두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부자들만 배불리는 후유증으로 귀결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는 최근 건설교통부와 국세청, 경찰, 공정거래위원회를 총동원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투기꾼 색출에 나섰다. 시종일관 집값잡기에 매달리는 데도 강남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주춤하다가 영향권을 벗어나는 상황이 반복돼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과 수급불균형으로 2∼3년 후 어떤 정책 후유증을 낳을지 걱정스럽다. 과거 정부의 정책 가운데 5∼6년이 흐른 지금에야 그 후유증이 나타난 사례 하나를 들겠다. 사업가 S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는 강남의 타워팰리스 68평형(전용면적 49.85평)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8억원에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의 시가는 24억∼25억원이어서 양도차익이 무려 16억∼17억원이나 된다. 배 아프고 눈이 뒤집힐 노릇이겠지만, 전용면적 50평 미만과 등기 후 5년내(2002년 10월~2007년 10월) 매각 등 요건을 갖췄다면 양도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 당시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해서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 한시적으로 양도세 감면조항을 담았다. 분양계약시에는 분양가의 10%(8000만원)만 내면 나머지 90%는 은행융자로 도와주면서 투자자를 유인했다. 서민들은 그런 호조건이라도 높은 은행이자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냈겠지만 부자들에겐 그야말로 굴러온 행운이었던 셈이다. 나라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따랐는데 이제 와서 국민정서에 반한다고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 중 상당수를 투기꾼으로 몰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시 정책적 필요에 따라 취한 조치를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고 번복할 수도 없다. 타워팰리스와 비슷한 케이스는 서울에 값나가는 아파트 중 몇군데 더 있어 수혜자는 아마 수백명은 될 것이다. 이렇듯 80년대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정부가 써먹은 조세특례제한법은 부자들에겐 ‘요술방망이’였던 셈이다. 결국 일부 투기행위에다 정부의 이런저런 정책들이 쌓이고 쌓여서 형성된 게 지금의 강남 아파트 가격이고 강남의 부자들이다. 오는 2014년까지 서울에는 86만가구, 경기도는 155만가구, 인천엔 33만가구의 주택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만 모두 274만가구가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양질의 아파트를 지을 땅은 별로 없다. 강남처럼 수요는 많고 공급은 모자라는 경우라면 서울시나 강남지역 자치구에서 바라는 50∼6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그래서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수요·공급 외에 교육·교통·주거환경 등 다른 요인들로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고, 그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재건축 등을 통한 초고층아파트라도 꾸준히 공급해 나가야 나중에 수급불안에 따른 부작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당분간 공급없이 후분양제로 간다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폭등 가능성은 늘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전 정부의 양도세 면세 조치가 세월이 흐른 뒤 국민을 심란하게 하듯, 현재의 억제 일변도 주택정책이 또 몇년 후 부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눈앞의 효과만 욕심내는 정책보다 멀리 보는 안목이 아쉽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서민주택 조세저항 우려된다

    정부가 단독, 다세대 및 중소형 연립주택의 집값을 최초로 공시함에 따라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 1258만가구의 집값이 모두 매겨졌다. 그동안 건물과 땅값이 따로 산정되고 시가와 상관없이 일률적인 과표 잣대를 들이대면서 논란이 됐던 형평성 및 투명성 문제는 크게 해소하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주택가격 공시제도는 부동산 거래 선진화에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주택가격을 공시하면서 전국적으로 추가 세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도권과 신행정도시 건설에 편승해 땅값이 크게 오른 일부 충청권 외에는 대부분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단했다. 그럼에도 30% 정도는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세금이 줄어드는 지방은 세제개편을 환영할지 모르지만 가만히 앉은 상태에서 세부담이 늘어날 집주인들로서는 짜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제 선진화도, 조세 형평성도 좋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한 일은 없으면서 세금만 더 걷어들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부동산 이익은 전국민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정부만 배를 불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공시지가의 절반만 과표기준으로 삼았지만 내년부터는 취득·등록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등 갈수록 세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구·검토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조세 형평성이 세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율조정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특히 늘어난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세입자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부자들을 잡으려다 서민까지 잡아선 안 된다.
  • 稅부담 단독·연립↑아파트↓

    稅부담 단독·연립↑아파트↓

    오는 7월부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단독·연립주택에 대한 양도·상속·증여세가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를 2∼3채 갖고 있는 가구주는 재산세 이외에도 12월부터 종합부동산세를 수백만원씩 추가로 물게 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가격 공시제도 도입 등 보유세제 개편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30일 토지와 건물을 통합한 단독·연립주택의 공시가격이 확정됨에 따라 상반기 중 소득세법 등을 개정, 과세표준을 주택 공시가격의 50%로 삼기로 했다. 그동안 단독주택의 경우 토지는 시가를 반영한 공시지가를, 건물은 ㎡당 건축원가와 면적 등을 기준으로 각각 분리과세했다. 이로 인해 같은 평형의 주택이라도 지역에 따라 건물분만큼 시가가 반영되지 않아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주택공시가격은 건축원가에 지역별 편차까지 감안해 시가의 80%까지 반영,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대도시 지역에서는 세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경우 국세청이 시가를 반영한 기준시가를 발표하기 때문에 주택가격공시제 도입에 따른 세 부담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아파트나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가구주는 총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면 신설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한다. 재산세와 취득·등록세는 이미 세율이 크게 내렸기 때문에 세제 개편 이후 세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장기임대주택은 종부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했으나 공시가격 3억원(직접 건설해 임대할 경우 6억원) 이상인 주택은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임대주택 호수도 전국 단위가 아니라 시·도 단위에서 5채 이상으로 정해 집값이 비싼 서울 등 수도권 등에서는 종부세 면제 혜택을 받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를 2∼3채 보유한 사람은 대부분 종부세 과세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기준시가가 총 20억원인 주택을 소유한 가구주는 재산세를 474만원 가량 내면 됐으나 앞으로는 280만원 정도의 종부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한편 단독주택과는 별도로 국세청이 매년 정기적으로 고시하는 전국의 아파트 기준시가가 외환위기 이후 7년만에 하락할 것으로 보여 아파트 매매에 따른 양도세와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은 이날 전국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659만호를 대상으로 산정한 기준시가가 지난 98년 7월 고시 이후 처음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준시가는 다음달 2일 확정, 발표된다. 김호기 개인납세국장은 “이번에 발표될 기준시가는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최근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인 것과 달리 지난해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난해 4월 정기고시된 것과 비교해 평균 기준시가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다만 지역에 따라 상승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발표될 기준시가는 상·중·하층 3단계로만 구분했던 종전 방식과는 달리 방향·일조·조망·소음 등 ‘환경요인’을 감안,6단계로 세분화해 산정됐다. 백문일·장세훈 기자 mip@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아파트값 부추기는 언론/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최근 서울 강남권아파트 가격이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통계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강남권아파트 매매가는 8.64% 올라 비강남권 인상률 0.94%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과 분당은 올 들어 집값이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급등하며 2003년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집값 오름세는 과천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신도시로 확산될 조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부의 잇따른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약효를 믿으며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 온 서민들은 허탈한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 원인은 판교효과와 재건축 요인, 그리고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아파트값 거품재연에 대한 경실련 성명’(4월14일)에는 시민단체의 이런 불만이 담겨져 있다. 경실련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에 대해 “건설업계의 부도위험 등 주택건설 경기의 위기론과 일자리 감소 등을 언급하며 주택·건설경기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언론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부동산 관련 보도들을 보면 언론이 주택가격의 인상을 부추기는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003년 10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골자로 하는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을 때를 보자. 신문들은 집값 안정이라는 대의명제는 무시한 채 이 제도의 시행에 따른 조세저항과 부동산시장 위축 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종합부동산세 큰 후유증…건설 경기 경착륙 예고’(A신문 10월27일),‘설익은 정책 무리한 추진’(B신문 10월26일),‘징벌적 종합부동산세 다시 생각해야’(C신문 11월2일) 등의 제목으로 공세를 펼쳤다. 이 때문인지 그 해 11월 중순 확정된 정부의 부동산보유세 개편방안은 당초의 의욕에서 크게 벗어난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반면 아파트분양 기사는 건설업체 편에서 쓰는 홍보성 내용이 자주 눈에 띈다.‘로또’ ‘열풍’ ‘신기록’ ‘알짜’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당첨되면 2억∼3억원을 남길 수 있다는 보도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판교의 경우 실제 당첨확률은 0에 가까운 수백 대 1에서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예상되는 데도 ‘판교청약자격 따라잡기’(서울신문 3월3일자)식의 보도로 허수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월2일부터 분양하는 서울지역 아파트 청약기사에서도 신문들은 ‘황금’ ‘노른자위’ 등과 같은 표현과 함께 마지막 동시분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청약 조급증을 심어주고 있다. 신문들이 월요일마다 1∼2개 면을 할애하는 부동산시세표 역시 가격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시세표에는 매매가가 호가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거래가를 부풀리는 요인이 된다. 시세기사의 경우는 강남권의 상승폭이 큰 곳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결국 강남권 아파트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가며 덩달아 분양가도 인상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기자가 발로 찾아 쓴 ‘현장감’있는 기사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 전문가나 부동산 컨설팅업체 그리고 부동산전문지에 의존한 보도가 많다는 것이다. 아파트시세와 같은 부동산 관련 각종 통계들은 부동산전문지나 컨설팅업체의 자료를 전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취재기사의 경우도 상당부분은 보도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기사는 언론플레이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담당기자의 엄격한 취재윤리와, 전문성 제고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기사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테크 정보’가 아니라 집없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내집마련의 꿈을 안겨줄 수 있는 ‘알짜 정보’이길 바란다. 아파트가격만 올려놓아 무주택자들에게 허탈감만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거품을 일으켜 경기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언론도 차분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 [오늘의 눈] 수익성만 좇는 은행권/김미경 경제부 기자

    “은행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수익성 높은 상위고객에게 쏠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최근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부유층 고객 공략 추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금금리 인상 경쟁도 결국 큰손고객 잡기 전략의 하나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은행권의 ‘화두’는 금리 경쟁과 수수료 인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로 무장한 한국씨티·홍콩상하이은행 등 외국계에 맞서 국민·우리·하나·신한 등 대부분 은행이 발빠르게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4%대 특판·교차판매 예금상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은 최저 금리를 1.0%포인트까지 낮추는 등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차 수익)을 줄여서라도 고객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금리혜택 상품을 들여다보면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특판예금은 최소 1000만원 이상 가입해야 하며,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도 소수의 우량고객만 적용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최근 잇따라 금리가 인하된 직장인 신용대출상품도 의사·변호사·공무원 등만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서민층의 허탈감을 더한다. 반면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에 혈안이다. 올 들어 대다수 은행들이 각종 증명·조회서 발급, 대출설정, 인터넷뱅킹 송금수수료 등을 최고 10배까지 올렸다.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만큼 비이자 수익인 수수료 수입을 늘려 ‘선진국형’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자고객을 붙잡기 위한 예대마진 축소가 결국 서민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3.6%포인트로,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질적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금리 경쟁이 아니라 고객별 차별화한 서비스 강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서민층을 위한 서비스를 간과하면 고객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미경 경제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영만칼럼] ‘놀토’에서 읽는 주5일제 대란

    [김영만칼럼] ‘놀토’에서 읽는 주5일제 대란

    지난 주말, 초·중·고교의 첫 ‘놀토’(노는 토요일)위력은 대단했다. 서울신문 유지혜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앞 주말에 비해 서울 롯데월드에는 두배, 국립민속박물관에는 2.5배나 입장객이 폭증했다. 용인 에버랜드는 4만여명을 예상했었는데 5만명이 넘게 몰렸다 한다. 같은날 나길회기자는 박물관이나 놀이시설의 입장료가 부담이 돼 학교근처를 배회하는 서민가계 어린이들의 이야기로 놀토의 그림자를 그렸다. 지난 주말은 오는 7월 공공부문 합류로 본궤도에 오를 주5일제 주말의 명암을 예행연습한 날이었던 셈이다. 후년 7월이면 주5일제가 100인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돼 국민 대부분이 매주 연휴를 갖게 된다. 국민들의 생활리듬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시점이지만, 도시를 떠나기 어려운 서민을 위한 연휴대책은 많지 않다. 서민의 접근이 쉬운 대규모 휴식공간은 서울의 경우 1984년 개장된 서울대공원,4년뒤 마무리된 한강둔치외에는 17년간 추가확대가 없었다. 굳이 찾는다면 난지도 부근 개발, 과천삼림욕장 개장, 올해 35만평의 뚝섬 시민의 숲이 새로 개장된다. 그러나 이정도 공간으로는 2∼3배 늘어날 여가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매주 오는 연휴도 갈 곳이 없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아니다. 오히려 빈부격차를 확대체감하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놀토에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겐 부모들이 주5일 근무로 자신들과 연휴를 함께 보내게 되더라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주4일제를 실시했더니 오히려 이혼율이 늘어났었다는 보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민가정에선 휴일증가가 가족구성원들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아이들이 사회의 불평등구조를 심화학습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그동안의 국민여가대책은 여름 휴가철에 대비해 국립공원을 보존하고, 해수욕장을 개발하는 정도다. 자동차와 여가시간이 늘어 도로가 막히면 도로를 늘리고, 더 나아가 골프장을 확대했다. 모두가 국민이라기보다 중산층이상을 위한 대책이다. 대도시를 탈출해 다른 지역이나 국립공원을 찾아 여가를 보내는 것 역시 차 없는 사람에겐 TV속의 풍경화일 뿐이다. 서울의 총가구 370만중 절반가까이는 여전히 이동수단이 대중교통뿐이다. 서울밖으로 나가는 게 꼭 즐거울 리 없는 사람들이다. 자가용 없는 500만 서울시민을 위한 체계적인 ‘연휴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서울은 서쪽을 제외한 세방향이 산으로 높고 넓게 둘러쳐져 있다. 산을 종으로 오르내리는 등산로만 있는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검단산 등에 산을 횡으로 한바퀴 도는 산책로나 트레킹코스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 자연 파괴 없이 시민들이 취사할 수 있고, 그래서 부담 없이 하루를 보낼 공간확보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한다면 서울근교에만 남녀노소가 함께 여가를 보낼 수백, 수천㎞의 산책로와 여가공간 제공이 가능할 것이다. 교통·상수도대책 등을 지자체와 정부가 공동으로 협의하듯 주5일제 여가대책도 공동으로 다뤄야 할 중요한 정책목표가 됐다. 수도권 시민 모두가 매주 연휴를 다른 지방에서 보내야 한다면 가계부 주름은 물론, 폭증할 연휴 교통량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다. 비전문가가 계산해도 골프장 몇개를 건설할 자금, 약간의 4차선 도로를 새로 만들 자금이면 서울근교에 수백㎞의 산책로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휴식공간으로 개발해주는 것은 가계와 국가 모두에 이익이다. 또 부모의 수입과 상관 없이, 아이들은 고궁이나 박물관에 대한 공평한 접근기회를 가져야 한다. 서민들의 연휴대책을 돕는 것은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는 좋은 투자다. 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롯데명품관 가보니…14억대 반지에 8억 시계…

    롯데명품관 가보니…14억대 반지에 8억 시계…

    “14억원대 노란빛 다이아몬드 반지,8억 4000만원짜리 시계,5000만원 하는 웨딩 드레스….” 25일 문을 연 서울 소공동 롯데 명품관인 에비뉴엘에 진열된 상품들이다. 대형 고급 아파트 한채 값을 훌쩍 넘기는 것들로, 서민들로선 ‘별나라’를 상상할 정도의 ‘명품 중 명품’을 총집산시켜 놓았다. 2층의 반 클리프&아펠(프랑스) 매장에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노란빛 다이아몬드 6.5캐럿 반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14억원으로 명품관에서는 가장 비싸다. 그 옆에는 950만원짜리 귀걸이 한쌍이 놓여 있다. 그럼 매장에서 가장 싼 값의 물건은 무얼까. 찾은 것은 150만원짜리 반지다. 이것도 자그마치 중소업체 직원들의 한달 월급 수준이다. 옆의 예거 르 코트리(스위스)의 상품 가격도 뒤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시계는 8억 4000만원. 유명 화가가 그렸다는 시계 뚜껑 또한 예술품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같은 층의 웨딩드레스 숍에는 웬만한 샐러리맨 연봉을 넘기는 가격대의 웨딩 드레스들이 걸려 있다. 중국계 미국인 베라 왕이 실크 원단을 사용, 미국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가격은 1000만∼5000만원대. 파티 드레스는 1000만원, 들러리가 입는 드레스도 100만∼300만원이나 한다.“급행료를 내면 7∼10일후 드레스가 미국에서 공수된다.”는 것이 매장측의 설명이다. 롯데가 야심차게 마련했다는 샤넬의 복층 매장(지하 1층,1층)에는 선글라스, 가방, 옷 등 샤넬의 제품이 총망라돼 있다. 분홍빛 정장 재킷이 413만원, 스커트 134만원, 재킷안에 받쳐 입는 니트가 102만원이다. 핸드 백도 100만∼370만원, 명함 지갑도 30만원,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여름 샌들도 30만원 한다. 캐주얼 옷을 찾아 올라간 4층 마크제이콥스 매장의 면바지는 83만원, 면 블라우스는 73만원을 줘야 한다. 명품관에서 상품구입은 부담스러워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화려한 매장 등 눈요깃거리가 많다. 개관 첫날이어서인지 매장에는 손님보다 갤러리아,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경쟁업체들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다니며 ‘시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너무 호사스럽게 꾸몄다.”고 촌평을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국내자본 M&A참여 장벽 없앤다”

    앞으로 유망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산업자본이 외국자본과 동등하게 인수·합병(M&A)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강구된다. 또 기업의 상장유지 비용을 대폭 경감하는 한편 기업이 과거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2년간 감리가 면제된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1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외국자본 진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자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활성화하고 연기금 등 국내자본의 (인수·합병) 참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는 특히 “유망기업을 매각할 때에는 국내 산업자본이 차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그간 출자총액 제한, 은행 소유지분 제한 등을 국내자본 역차별의 근거로 지목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재계의 입장과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정부 또는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중인 금융회사와 기업은 우리금융지주,LG카드,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널 등이다. 윤 위원장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느냐는 물음에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분간 유지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또 제2금융권 구조조정 방안에도 언급,“우수한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동일인 대출한도 확대 등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재무구조가 부실한 곳에 대해서는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 상장유지수수료 등 비용과 고배당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할 때는 수정부분에 대해 2년간 감리를 제외해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에 따른 상장기업의 적응능력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고 “동북아 금융허브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금융산업을 육성·발전시켜야 하며, 금융수준이 높아야 기업수준이 높아진다.”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두 금융기관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므로 세계적인 수준의 자산규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금리 오를땐 주택금융公 모기지론을

    금리 오를땐 주택금융公 모기지론을

    맞벌이 부부 김태현(32)씨와 이은미(30)씨는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는 주택 구입에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생활비와 재테크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부담이 적은 장기대출을 받아 안정적으로 갚아 나가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새 봄을 맞아 김씨 부부처럼 내집을 장만하거나 집 평수를 늘려 이사를 가려 한다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볼 만하다. 지난해 설립된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보험사를 통해 제공하는 최장 20년짜리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을 비롯, 은행마다 자체 모기지론과 주택담보대출 등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와 한도, 소득공제 요건 등을 잘 따져 대출받는다면 내집 마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주택 서민 대출자라면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하고자 한다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에서 판매하는 ‘근로자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상여금 등을 제외한 순수급여가 3000만원 이하인 가구주가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연 5.2%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최장 20년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출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이자상환분에 대해 연간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지역은 신규분양을 받은 아파트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판매처가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는 은행으로만 한정돼 있어 유의해야 한다. ●모기지론 장단점 비교하기 주택금융공사와 은행권이 각각 판매하는 모기지론의 차이점은 대출금리와 한도, 대상주택 등이다. 공사 모기지론은 연 5.75%의 고정금리로 금리 상승기에도 동일한 금리가 적용돼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보합일 때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주로 연동하는 은행권의 모기지론을 고려할 만하다. 최근 시장 실세금리가 상승추세이지만 은행권의 3개월 CD연동금리가 공사 모기지론 금리보다 최고 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은행권 변동금리가 여전히 매력이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출시한 ‘아파트파워론’이나 하나은행의 ‘TR모기지론’, 신한은행의 ‘뉴신한장기모기지론’, 제일은행의 ‘퍼스트홈론’ 등은 3개월 연동금리의 경우 최저 연 4.7∼5.0%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 모기지론을 연 6∼7%대의 높은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로 받았다면 조기상환수수료 등을 고려한 뒤 공사 모기지론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공사 모기지론의 최대 장점은 대출 한도가 담보가격의 70%까지로, 은행권의 최대 한도인 60%보다 높다는 점이다. 또 은행권 모기지론과 달리 방 수에 따른 소액임차보증금을 차감하지 않는다. 방 3개짜리 2억 5000만원대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공사 모기지론은 최고 1억 7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반면 은행권 모기지론은 방 1개당 16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차감한 1억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공사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다. 상환방법 및 소득공제에 있어서는 은행권 모기지론이 다소 유리하다. 가구주인 근로소득자가 대출기간 15년 이상에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마련할 경우 양쪽 모두 이자상환분에 대해 연간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은행 모기지론은 대출 후 3년까지 원금상환을 유예할 수 있어 상환 부담이 적고, 원금의 50%까지 만기 일시상환이 가능해 이자상환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소득공제 효과를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 ●모기지론 사전 점검사항 원리금 분할상환 등 다양한 상환조건을 이용할 수 있지만 소득 범위에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상환금액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자신이 필요한 자금 소요 금액을 실제 대출받을 수 있을지와 자신에게 맞는 대출기간, 설정비 등 부대비용 수준, 중도상환시 수수료 부담률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도움말 우리은행 김인응 PB팀장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마니아] 라면에 죽고 라면에 산다

    [마니아] 라면에 죽고 라면에 산다

    “라면에 죽고 라면에 산다.” 지난 1999년 9월 만들어진 동호회 ‘라면천국’은 회원 6만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의 라면전문 온라인 모임이다.100여가지 라면요리 비법 소개 등 동호회 활동뿐 아니라, 탑골공원과 경로당 등 노인들을 찾아가 라면을 끓여주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설날에 떡국 많이 드셨나요. 아무래도 우리 회원님들은 떡국이 아니라 떡라면만 드셨을 것 같아요.”(필명:컵라면과 라면) “요즘 제가 수타면에 맛이 들어서 신라면은 잠시 ‘왕따’시키고 있는데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네요.”(필명:라면철가방) 보통사람들에게는 얼핏 ‘실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내용의 글이지만 항상 라면만 생각하는 ‘라면광’들에게는 마음에 와 닿는 고민과 대화다. 특히 ‘라면에 죽고 라면에 산다.’는 라면 마니아 6만명이 모인 인터넷 다음카페 ‘라면천국’(cafe.daum.net/ramyunheaven)에서는 더욱 그렇다. ●회원수 6만명 육박 ‘라면천국’은 1999년 9월 당시 한국야쿠르트에 근무하던 최용민(35·회사원)씨가 만든 인터넷 모임이다. 최씨는 한국야쿠르트에서 ‘뉴트리면’과 ‘왕뚜껑’개발에 참여하는 등 라면 신제품 개발 분야에서 일했던 공인된 ‘라면 전문가’다. “그때까지만 해도 라면에 관련된 인터넷 모임이 없었어요. 제가 새로운 라면을 개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었고, 또 자문도 구하고 싶었죠.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회사 홍보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동호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최씨는 현재 직장을 옮겨 이제는 라면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호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전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별’이라는 소년과 라면공장을 함께 견학가기도 했어요. 라면을 좋아하는 그 꼬마가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동호회를 운영하는 보람이 느껴지더군요.” ‘라면천국’에는 라면 때문에 유명세를 타는 회원부터 라면에 관련된 톡톡 튀는 취미를 가진 회원들이 많다. 독자적인 수프를 개발한 뒤 라면전문점 ‘면빠리네’를 운영하다 일본 방송 NHK에도 출연한 최범찬(35)사장을 비롯, 부는 시간을 늦춰 배달도 가능한 라면조리법을 개발한 인천의 라면전문점 ‘맛좀볼래’의 김병삼(39) 사장도 모두 ‘라면천국’의 열혈회원이다. 또 우리 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라면부터 외국의 라면까지 라면봉지를 모으는 닉네임 ‘기차소년’(22·대학생)과 라면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라면요리왕 이창헌(35·군인)씨, 버섯불고기라면·라면버거·폭찹라면 등 라면요리 개발이 취미인 김형선(30·회사원)씨 등 괴짜 회원도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라면에 관한 책도 발간 ‘라면천국’회원들은 라면에 관한 한 국내 최고를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에는 동호회원들의 라면요리 비법과 노하우를 담은 ‘비법천하 라면천국’이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책에는 ▲볶은김치라면▲김치볶음라면▲콩나물라면▲열혈고추라면▲라볶이▲찍어먹는라면 등 엄선된 71가지 라면요리 ‘비법’이 담겨 있다. 라면하고 궁합이 잘 맞는 부재료를 넣고 끓여 내는 요리법은 기본이고, 해장·안주·주식·간식 등 ‘울트라 기능’을 갖고 있는 국물맛 내기 등도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이보다 더 실험정신이 강한 라면요리 소개가 100여가지가 넘어요. 책에 소개한 것은 비교적 얌전한 요리입니다.(웃음)” 운영자 최용민 씨는 수많은 라면 중 ‘아이스크림라면’은 라면 진화의 결정판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면만 삶아 찬물에 헹군 뒤 설탕 약간을 넣고 버무리세요. 그리고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그 위에 얹어 냉동고에서 얼리면 라면과 아이스크림이 조화를 이룬 아이스크림라면이 됩니다. 체리 등 달콤한 소스를 발라주면 더욱 맛이 나죠.” ‘라면천국’회원들은 가끔 라면에 관한 재밌는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라면먹으면서 제일 하고 싶은 것, 짜장라면 중 제일 맛있는 것, 라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밑반찬 등 항목도 다양하다. 회원들은 ‘라면광’답게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투표에 참여한다. 특히 짜장라면 순위 투표에서는 면발의 굵기와 액상스프와 가루스프의 장단점 등을 들어가며 논리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라면으로 봉사활동까지 ‘라면천국’회원들은 재미수준의 동호회 운영을 떠나 정기적으로 라면을 통한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자발적으로 탑골공원이나 경로당 등을 찾아 노인들에게 라면을 끓여드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초에는 지진해일(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제시민봉사회(SCI)와 연계해 라면 등을 지원물품으로 보냈다. 최용민 씨는 ‘라면천국’동호회를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라면문화’를 전파하는 구심점으로 키울 계획이다.“라면전문점 탐방, 라면공장 견학, 라면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많은 회원이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다 보면 ‘라면의 모든 것은 라면천국에서’라는 모토도 생기지 않을까요.” 최씨는 올해 중 ‘비법천하 라면천국‘ 제2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현재 6만명인 회원을 10만명까지 끌어 올릴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라면은 일본에서 유래했지만 라면소비량이나 수출 모두 우리나라가 1위 입니다. 저를 포함한 동호회원들은 모두 라면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말 많고 탈 많은 대한민국 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지난 1963년 9월 발매된 ‘삼양라면’이다.‘삼양라면’은 닭기름으로 튀겨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닭 그림이 들어간 투명한 비닐 포장을 사용했는데 처음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값이 30원, 버스비가 10원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라면 값이 그리 싼 것은 아니었다. 싸지 않은 가격이 부담됐을 뿐만 아니라 생소한 이름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어에서 따 온 ‘라면(ラ­メン)’이란 단어를 옷감의 일종인 ‘라면(羅綿)’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라면업계의 지속적인 확산전략과 1965년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분식장려 정책이 맞아 떨어지면서 라면은 드디어 ‘제2의 쌀’로 자리잡게 된다.‘누구라도 간편하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 식생활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삼양라면’은 65년 7월 한 달에만 100만 봉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70년대 경제성장을 통해 음식이 고급화되면서 라면 역시 다양한 맛을 선보였다. 라면업계의 선두 주자를 지켜오던 삼양은 1970년 ‘짜장면’을 출시했으며 이듬해는 ‘치킨면’을 시판했다. 70년대 라면 시장은 삼양이 석권했지만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롯데라면’으로 출발한 ‘농심’은 상호까지 바꿔가며 업계 선두를 끈질기게 노린 결과 ‘라면3총사’로 일컬어지는 ‘안성탕면-너구리-신라면’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삼양을 제치게 된다. 특히 ‘신(辛)라면’ 단일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의 전체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지금도 ‘라면의 표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라면의 종주국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이바지한 상품이다. 농심은 1981년 사발면을 출시해 또 다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1989년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에 라면을 만들었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은 농심에 1위를 빼앗긴 삼양을 나락의 길로 빠뜨린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삼양식품의 관련 책임자가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1997년 8년여의 공방 끝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논란은 종결됐다.‘우지 파동’을 견뎌낸 삼양라면은 라면봉지를 과거에 사용하던 주황색으로 바꾸는 등 90년대 중반이후 불어닥친 복고바람을 타고 재기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면은 국내외 정치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83년 중국 민항기가 서울에 불시착했을 때나,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라면 사재기 때문에 가게에서 라면이 동이 나기도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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