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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과 극](3)뉴욕까지 1300만원…‘하늘위 스위트룸’ 일등석의 모든 것

    [극과 극](3)뉴욕까지 1300만원…‘하늘위 스위트룸’ 일등석의 모든 것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국민은 107만 9703명이다. 지난해 7월보다 7%나 증가했다. 물질적 여유 속에 항공기 이용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해외여행을 위해서든,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해외 출국이 잦아졌다. 말마따나 세계가 먼 곳이 아닌 가까이에 있다. 그만큼 항공기를 탈 기회도 많다. 다만 같은 항공기를 타더라도 좌석에 따라 급이 달아질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 퍼스트 클래스(일등)석으로 나뉘어 가격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분명하다. 불편한 진실이 아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일등석,누가 타나요항공기의 일등석은 일반 좌석과 확연히 다르다. 국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등석에는 공통적으로 ‘스위트’라는 용어가 쓰인다. 호텔 스위트룸처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주로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하는 일등석 티켓의 가격은 무려 900~1000만원 선이다. 다른 좌석과는 달리 할인가격도 거의 없다. 직항 노선 가운데 비행시간이 가장 긴 미국 뉴욕의 경우 1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1000만원대의 티켓을 예약하는 동시에 승객은 항공사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 마치 개인 전담 비서가 동행하는 듯한 1대 1서비스도 가능하다. 항공사 측에서는 ‘VVIP’ 고객이다.일등석 승객은 사실상 한정적이다. 항공기 삯으로 1000만원을 선뜻 낼 서민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좌석 수도 적다. 대체로 10석 안팎이다. 대한항공 A380 기종의 일등석은 12석에 불과하고, 아시아나항공 B777-200 기종의 일등석은 단 8석 뿐이다. 일반 이코노미석이 300석 남짓인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수정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일등석을 이용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항공사 측은 “일등석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상용 고객’들을 별도로 신경쓰고 있다. 보통 ‘서민’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등석 승객으로는 주로 비즈니스차 출장으로 나가는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 ‘공무원 여비 규정’의 여비지급 구분표 1호에 포함된 국무총리·감사원장·장관 등이 있다. 유명 연예인도 없지 않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반 여행객 뿐만 아니라 비행기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모은 ‘알뜰 승객’들이 일등석에 앉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발부터 VVIP급~일등석은 공항 서비스부터 차이가 난다. ‘최대한 편안하게’라는 원칙 아래 공항에서 항공기까지, 출국에서 귀국까지의 모든 과정을 승객에게 맞춰주는 서비스다. 승객들은 출국 하루 전까지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고, 전용 카운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탑승 수속을 밟을 수 있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속 절차를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서비스에 들어간다” 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이다.일등석 승객의 짐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커버로 일일이 포장이 되고 비행기에서 내린 뒤 가장 먼저 찾아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탑승을 마친 승객들에게 직원들이 직접 자필로 감사의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대한항공은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의 경우, 귀국할 때 탑승수속 카운터에 들르지 않도록 출국할 때 미리 모든 절차를 마쳐주고 있다. 또 미국행 일등석 승객들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10개 도시에 취항한 정기 항공편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비즈니스 전용기를 타고 미국내 5000여개 공항으로 원하는 때에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출발 전 공항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VIP 라운지도 ‘특권’ 가운데 하나다. 라운지에는 샤워실과 전동 안마의자가 비치된 수면실, 라커룸, DVD룸 등이 마련돼 있다.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장인들을 위해 빔 프로젝터가 갖춰진 회의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라운지에서 국내 유명 호텔 조리사의 요리를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메뉴에는 인삼 도가니탕, 장어구이 등 보양식과 봄나물 비빔밥, 화전 등 계절 음식, 명절 음식이 들어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국내 승객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음식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라운지를 이용하는 승객 개개인에 대한 차별화를 위해 명함을 코팅해주는 서비스와 함께 금속으로 된 ‘네임 플레이트’를 선물하고 있다. 수하물이나 다른 가방에 매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속 앞면에는 탑승 비행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승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작지만 세심한 ‘배려’인 셈이다. 침대형 좌석에 전용 바 까지…비행기야 호텔이야이코노미석과 분리된 탑승구를 통해 기내에 들어서면 일등석 만의 특별 서비스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좌석들은 모두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180도 수평으로 눕혀지는 좌석에는 양쪽에 칸막이나 문이 있어 하나의 방과 같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자유자재로 좌석을 움직이고 조명도 조절할 수 있어 개인이 원하는 최적의 환경에서 장거리 비행을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의 일등석 ‘코스모 스위트’는 지난 2011년 A380 기종이 도입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층 앞쪽, 12석의 일등석은 기존 일등석보다 공간이 15.3cm 넓어졌다. 승객들이 취향에 따라 언제나 다양한 음료 및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전용 바도 갖춰져 있다. 23인치 LCD 모니터와 주문형 오디오비디오(AVOD)는 장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아시아나항공 B777-200 기종의 일등석 ‘퍼스트 스위트’는 슬라이딩 도어로 각각의 좌석을 하나의 방처럼 꾸몄다.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버튼을 누르면 좌석 입구에 표시등이 켜져 자기만의 업무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 서류나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수납장과 미니 바도 갖춰져 있다. 시간 별로 조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조명 장치도 있다. 32인치 HD 개인 모니터에서 다양한 영상을 즐길 수 있고, 커플 여행객을 위해 좌석에 보조 의자가 있어 식사테이블을 펼치고 2명이 마주보면서 식사할 수도 있다.  두 항공사의 일등석 승객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고급 침구세트와 함께 명품 화장품, 세면도구 등이 담긴 여행용품 파우치, 고급 헤드셋이 제공된다. 집에서 입는 잠옷처럼 편안한 의상도 따로 비치해 놓고 있다.   한식 양식 중식 코스요리 원하는 시간에 척척일등석의 또 다른 ‘특권’은 기내식이다. 이코노미석에 서비스되는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가 아니라 고급 도자기 그릇에 담긴 식사가 나온다. 테이블에는 모두 테이블보를 깔고, 유리 잔,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두 항공사 모두 한식과 양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코스요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소믈리에의 까다로운 선정을 거친 고급 와인은 고객들의 입맛을 돋구는데 한 몫 한다. 승객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로 식사할 수 있고 2차례의 식사 외에 라면, 케익, 과일 등 간식도 수시로 먹을 수 있다.  최근 ‘라면상무’가 화제가 되면서 좌석별 ‘라면등급’이 알려졌는데, 이코노미석에서는 작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주는 정도이지만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에서는 라면을 직접 끓여준다. 계란과 파, 콩나물까지 곁들여진 라면이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에는 미주(인천~LA) 노선과 유럽(인천~프랑크푸르트)노선에 월 1회 세계 요리학교를 수료한 요리사 승무원과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지한 승무원들이 탑승한다. 전문 요리사 4명이 조리사 복장 차림으로 다양한 카나페와 양갈비, 계절별 요리를 제공하는 데다 소믈리에 승무원들은 승객들과 디켄팅, 와인설명 등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대한항공 측은 “제주 목장에서 방목 생산한 명품 한우와 토종닭, 무공해 유기농 농산물과 친환경 곡물류를 모든 메뉴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세계 최고 일등석 와인으로 뽑혔던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Meursault 1er Cru ‘Clos Des Poruzots’ 2009)’를 대표 와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와인은 영화 ‘도둑들’에서 배우 신하균이 “아시아나는 화이트가 훌륭합니다“라고 말한 장면이 나오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대한항공은 세계적 와인 명가인 프랑스의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사의 샴페인을 내놓고 있다. 로랑 페리에사의 와인들은 2007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공식 와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에서 서비스되는 ‘그랑 시에클(Grand Siecle)’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가진 ‘큐베 로제 브륏(Cuvée Rosé Brut)’도 일등석 만의 메뉴다.  얼마 전 유럽 여행 때 일등석을 이용한 김모(60)씨는 “가격은 부담스러웠지만 큰 맘 먹고 나와 아내를 위해 최고급 서비스를 선택했다. 말이 달리 필요없을 만큼 서비스에 만족했다. 좋았다”고 말했다. 저가항공,기내식은 스낵박스…항공료 최대100배 저렴한 차례에 1000만원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이에 따라 나름의 만족을 얻으려는 실속파들을 겨냥해 저가항공사들이 분주하다. 대형 항공사들의 틈새에서 저가항공사들도 단거리 위주의 해외 노선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곁들였다.  대형 항공사들과 시간대를 달리해 차별화했다. 예를 들어 대형 항공사의 동남아 노선 일정이 밤 시간 출국에다 새벽 시간 귀국이라면, 저가항공사는 아침 시간에 출발해 오후 시간에 돌아오는 방식이다. 애매한 일정이나 이동하기 어려운 시간대 탓에 기존 항공사의 선택을 고민하는 승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저가항공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한 제주항공의 경우, 괌, 홍콩, 방콕, 세부, 마닐라 등의 해외노선을 갖고 있다. 요금은 비성수기 평균 10만~30만원 안팎이다. 동남아 단거리 노선은 왕복 10만원 대의 알뜰 여행이 가능하다. 일등석과 비교하면 최대 100배 차이다. 항공사 자체 할인행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더욱 알뜰한 여행이 가능하다. 대형 항공사 이코노미석의 반값 수준도 안 되지만 기존 항공사 못지 않게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저렴한 가격 만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합리적인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는 ‘감성 서비스’를 자처하고 있다. 대형 항공기에 있는 비디오·오디오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대신 승무원들이 직접 마술쇼를 펼치기도 하고 풍선아트로 만든 작품을 승객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같이 게임을 하거나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해주는 등 이색적인 이벤트를 통해 직접 승객들과 마주하고 소통하는 게 감성 서비스의 특징이다. 프러포즈나 기념일, 그 밖의 사연이 있는 승객의 경우 티켓 예약 때 신청을 하면 선정을 통해 기내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기내식도 기존 항공사들이 선보이는 요리와는 차이가 있다. 3~4시간의 비교적 잛은 해외 여행에 알맞게 센스 있는 ‘스낵박스’가 제공된다. 종이상자 안에 요거트와 머핀, 삼각김밥, 샌드위치, 빵, 두유 등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노선에 따라 종류별로 담겨져 있다. “대형 항공사의 메뉴처럼 든든한 식사는 아니지만 값싼 비용으로 여행하면서 요기를 할 수 있어 괜찮았다” 저가항공을 이용해 동남아를 갔다온 여행객의 말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젊은층 목돈 마련 저축상품 ‘장기세제혜택 펀드’ 운명은

    젊은층 목돈 마련 저축상품 ‘장기세제혜택 펀드’ 운명은

    증권·자산운용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장기세제혜택 펀드’가 올 하반기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펀드는 침체에 빠진 시장에 단비가 돼 줄 것으로 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상품으로,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2030 젊은 세대를 위한 저축 상품으로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5년 이상 가입한 사람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서민 목돈 마련 목적이어서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기획재정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부담 등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젊은 층을 위한 목돈 마련 저축상품이 절실하다는 점을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서태종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존 재형저축이나 연금저축 상품은 기성세대에 초점을 맞춘 안정추구형 상품으로, 적은 돈으로 고수익과 세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젊은 층을 위한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면서 “펀드 활성화로 주식거래가 활발해질 경우 증권거래 세수 증가를 통해 소득공제에 따른 세수 손실 보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업계에 활력소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의 경우 10년 가까이 투자를 한다는 점이 어렵긴 하겠지만 고수익 달성과 세제혜택 등이 유인 요소가 될 것이고 업계로서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늦어도 하반기에 꼭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고령화 시대로 가면서 미래를 위한 목돈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장의 생활에 급급해 단기 투자 중심인 경향이 많다”면서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투자 방식을 장기로 바꾸고 안정적인 투자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與 ‘동행명령 확약’ 카드 만지작… 강·온 압박

    與 ‘동행명령 확약’ 카드 만지작… 강·온 압박

    새누리당은 1일 장외투쟁으로 뛰쳐나간 민주당을 향해 원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원내 지도부는 유인책으로 민주당이 요구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 확약서를 써 주는 안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최경환·전병헌 양당 원내대표가 오는 주말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은 3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국정조사를 파탄 내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의 뜻을 내비쳤다. 최 원내대표는 “제1야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밀려 국조를 스스로 파탄 내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증인 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의 한 주요 인사는 “2006년 김한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며 원외투쟁을 하던 한나라당에 퇴로를 열어 줬듯 지금 김 대표가 새누리당에 똑같은 바람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법 테두리에서 동행명령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이날 낮 12시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이 조건도 접은 채 오후 내내 물밑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거부로 이렇다 할 진전은 보지 못했다. 원내에선 동행명령서 확약서 수용을 놓고 내부 혼선도 빚어졌다. 민주당을 달래 국면 전환의 물꼬를 트려는 지도부와 달리 강경파인 권성동 국조특위 간사는 여전히 ‘법대로’를 주장했다. 권 간사는 전화통화에서 동행명령 수용에 대해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는 단서 조건부 수용”이라고 고수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동행명령 수용 부분은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당인가,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강성 노동조합인가”라면서 “폭염, 장마, 남해안 적조 피해 확산, 한우 가격 폭락 등 국민 시름을 덜어 주는 정치를 위해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행보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은 8월 민생정치는 차근히 풀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나성린·안종범 정책위 부의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방문해 서민 주거부담 완화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 원내대표, 윤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나라 살림을 하는 행정과 개인과 기업의 살림을 하는 경영은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조직, 인사, 예산 등 이론은 같다. 다른 게 있다면 행정은 주어진 세금으로 살림을 꾸리고, 개인과 기업은 돈을 벌어 살림을 한다는 점이다. 행정의 재원은 개인과 기업의 세금에서 조달되고, 개인과 기업의 재원은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타인의 주머니에 의존하는 행정은 공정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은 이윤 창출, 즉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공정성을 저버려도 행정은 망하지 않고, 사회갈등만 심화될 뿐이다. 행정의 주체인 정부는 대기업이 가진 대마불사보다도 더 질긴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 창출을 못 하는 기업은 망하고, 개인은 파산의 길을 걷는다. 따라서 행정을 하는 사람과 기업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행정을 하는 사람은 잘못해도 망하지 않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쉽고, 기업하는 사람은 잘못은 곧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한다. 나태해도 생존이 가능한 집단과 나태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집단의 관계는 매우 역설적이다. 나태해도 되는 집단이 우위에 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익숙해 있는 집단이 하위에 있다. 우리 사회는 전자를 갑이라 하고 후자를 을이라 한다. 나태할 수 있으면서도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 정부이기에,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는 태생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업무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고압적 권한행사에서 고객 중심의 봉사행정으로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세금 징수도 공평해야 한다. 공평조세의 기준 중 하나가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다.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의 비중이 높으면 소득의 역진효과가 나타나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간접세는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똑같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직접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고, 부자는 많이 내는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간접세의 비중이 높으면 서민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간접세 비중이 2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50%가 넘는다. 간접세 비중은 2005년 52.4%에서 2007년 47.3%로 낮아졌으나 2008년 48.3%로 반등한 이후 2011년 현재 52.1%로 다시 늘었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정부가 공평해지려면 간접세 비중을 줄여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를 늘림으로써 간접세 증세를 추진하는 행위는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 공청회에서 소득세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기는 했다. 그러나 소득세의 경우 과세구간 조정 없이는 공정 세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역진효과가 발생될 수 있다. 2012년 귀속 소득세 과세구간은 5등급이었다. 최하구간은 연소득 1200만원 이하로 세율은 6%, 다음은 4600만원 이하로 세율은 15%, 3등급은 8800만원 이하로 세율은 24%, 8800만원 초과는 35%, 3억원 초과는 38%로 설정해 놓고 있다.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10분위별 연평균소득을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2013년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평균소득은 1억 2000만원, 소득 9분위 평균소득은 7900만원 수준이다. 현행 과세구간을 보면 9분위 수준의 소득자에게는 최고 소득세율 35%를 적용하고 있다. 연소득이 9000만원인 사람과 2억 9000만원인 사람의 소득세율이 35%로 동일하다면 공정하지 않다. 2013년 현재 평균소득이 5030만원 수준인데 부과하는 세율이 24%라면 공정한 세율인지도 의문스럽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사회복지와 같은 분배정책도 공정해야 하지만 조세정책도 공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공정해지는 첫걸음이다.
  • 고소득자 ‘의료·교육비 공제’ 최대 4분의1로 축소

    고액 근로소득자의 의료비, 교육비 공제 규모가 최대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현재 6%의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기준 1200만원 이하 근로자는 공제 혜택이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또 세금 공제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과표(세금 부과의 기준금액)가 올라간다.그렇게 되면 세 부담이 일정 수준 늘어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13년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 당정 협의를 거쳐 오는 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31일 “현재는 근로자 소득공제 항목 중 의료비와 교육비를 비용으로 인정해 총급여에서 빼지만 내년부터는 총급여에 포함시켜 세액을 산출한 뒤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방식으로 제외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 비율은 10~15%가 유력하다. 현재 3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연봉 1억원(과세표준으로 가정) 근로자 A씨의 경우 교육비로 한해 1000만원을 썼다면 지금까지는 1000만원을 뺀 9000만원을 과표로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산출했다. 이렇게 되면 교육비 1000만원의 35%(소득세율)인 350만원만큼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0만원을 과표에 포함시켜 세액을 산정한 뒤 일정비율에 따라 세금을 빼주게 된다. 교육비의 세액 공제율이 10%로 확정된다면 1000만원의 10%인 100만원이 산출세액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이 기존 3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최고세율(38%)인 과표 3억원 초과 근로자는 혜택이 더욱 축소된다. 반대로 과표 기준으로 1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서민들은 세금혜택 규모가 6%(소득세율)에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급여 인정액이 늘어나 실수령액 대비 과표(세금 부과의 기준금액)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표기준이 1200만원이라면 통상 연봉이 2000만~3000만원 구간이며, 4600만원이라면 연간 6500만원 정도 받는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연봉 6000만원이라도 지금까지는 소득공제를 적용하면 과표구간이 4600만원 이하여서 15%의 세율을 적용받았으나 앞으로는 과표기준이 4600만~8800만원으로 높아져 세율 24%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올 초 추진과정에서 논란 끝에 후퇴한 ‘성직자 과세’의 관철을 위해 각 교단 관계자를 설득 중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또 기업 규모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 요건에서 벗어나 세제 지원이 한꺼번에 끊기는 일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세제 지원을 축소하고 국외 근로자의 해외 근로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개인택시 사업자는 차량을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다. 문화예술 창작지원을 위해 문화예술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이 확대되고, 미술품 구입 시 즉시 손금산입 한도도 인상된다. 문화·관광시설 등 투자금액에 대한 세액공제 역시 인정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겉도는 서민금융상품… 금융당국 불통·은행 무성의 ‘합작품’

    겉도는 서민금융상품… 금융당국 불통·은행 무성의 ‘합작품’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으로 포장된 예금·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에 성의가 없고 고객들은 좀체 거들떠보지 않는다. ‘중금리 대출’이나 ‘고정금리 재형저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개발한 상품들이다 보니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매력이 없는 탓이다. 소비자의 욕구나 금융권의 경영환경을 무시한 채 정부시책만 강조하느라 시장과 유리된 ‘불통’(不通) 정책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금융당국에 꽂히는 이유다. 은행들도 서민금융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 ‘관치’를 자초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KB행복드림론2’와 ‘우리희망드림소액대출’의 리뉴얼(개선)상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이자다이어트론’ 상품을 리뉴얼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대출 자격을 기존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에 업종별로 ‘연 소득 2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넓혔다. 대출 금리도 연 7.0~13.0%에서 5.7~10.5%로 낮췄다. 우리은행도 대출 대상을 신용등급 7등급에서 8등급으로 확대하고 대출한도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런 상품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도록 은행권에 강요하는 건 돈 좀 떼이더라도 저신용자에게 대출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이를 알리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판매 실적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우리은행의 ‘우리희망드림소액대출’은 지난 26일 기준 249건(10억 1400만원)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새희망드림대출’은 1417건(60억 6990만원), 하나은행의 ‘이자다이어트론’은 351건(14억 6000만원), 농협은행의 ‘NH희망드림대출’은 47건(1억 3000만원) 수준이다. 29일 판매가 시작된 근로자 재형저축의 2탄 ‘고정금리 재형저축’ 역시 비슷하게 ‘계륵’이 될 판이다. 이 상품은 보통 기본금리 연 3.1~3.25%에 우대금리 0.2~0.4% 포인트를 얹어 최고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기존 재형저축의 단점을 보완한 신상품이다. 하지만 이날 새 상품을 안내하는 광고는 일선 은행 지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시중은행의 창구 직원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재형저축 가입보다는 주택청약저축 가입을 하는 것이 금리도 높고 가입기간도 짧아 목돈 만드는 데 더 이득”이라면서 “은행별로 금리 차이도 크지 않고 상품의 장점도 떨어지는 만큼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한 은행권 대책도 겉도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된 시중은행 등 17개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실적은 시행 한 달에 100여건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금융당국의 예측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초 정부는 올해 2만 가구 이상의 하우스푸어가 구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신청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가장 큰 역할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 소비자 보호이지만 최근 은행권의 공공성을 빌미로 금융기관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면서 “은행권 수익성 악화로 수수료 정상화 방안이 논의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과도한 개입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의 목줄을 쥐고 반은 압력, 반은 권유로 원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금융당국의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도 “은행들도 무조건 수익만 좇으려 할 게 아니라 국가 정책에 보조를 맞춰 자발적으로 서민금융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스스로 서민금융을 외면하다 보니 금융당국이 나서게 되고 여기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공공요금 줄인상, 정부 입장 분명히 하라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6월까지 8개월 연속 1%대를 이어 가면서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기도 한다. 물가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확대가 소비자물가를 연간 0.4~0.5% 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지표물가는 적잖은 괴리가 있다. 물가 통계가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가중치를 개정하는 작업을 서두르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공공요금을 전방위로 인상하고 있다. 서울, 인천 등에서는 버스요금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일 지역난방 열 요금을 평균 4.9% 올렸다. 용인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오는 9월과 내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평균 15.6% 인상할 계획이다. 천안과 공주는 각각 시내버스와 택시요금을 다음 달부터 올린다. 전셋값은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긴 장마와 남부지방의 폭염 여파로 채소류 등 장바구니 물가 또한 급상승세다. 지표물가 안정으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 물가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공요금이 들썩이는 것과 달리 정부는 과거에 비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기껏해야 7~8월 피서지 물가안정 특별대책 기간을 운영하거나, 착한 가격 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다. 정부는 지표물가 안정기에 공공요금을 현실화해 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정부는 사업 부문별로 자산과 부채를 따로 관리하는 구분회계 제도를 도입해 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공공기관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요금 인상 유혹에 한층 빠지기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이달 초 공개된 6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지금 올려놓으면 물가가 오를 때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도록 하는 여력을 비축할 수 있고, 공공부채 부담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국회의 반발을 샀다. 일부 원가를 밑도는 공공요금이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한 원인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는데도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업이 수두룩하다.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 등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업무가 중복되는 공기업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경영 능력이 탁월한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일부터 제대로 하기 바란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채를 줄이는 것을 제대로 된 경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감사원 “저소득가구 전세금 지원 기준 높여야”

    전·월세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데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책은 현실성이 떨어져 혜택을 받는 서민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실제로는 주택을 구입하는 데 악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을 상대로 ‘공적 서민주택금융 지원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정부는 저소득가구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금 70% 이내에서 연이율 2%, 15년 상환을 조건으로 전세자금을 지원해 왔다. 지원 한도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의 경우 1억원, 8개 도는 4000만원이다. 이 기준은 2007년에 마련된 것으로, 2012년 서울과 경기 주택 전세가격이 2010년 말에 비해 각각 13.1%와 15.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기준에 맞춰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는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전세자금 지원을 받은 경우도 2008년 2만 1943가구(3707억원)에서 지난해 1만 1356가구(2489억원)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 근로자·서민·저소득가구 주택전세자금을 대출받고 주택을 구입하면 즉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도 대출자 13만 1601명 중 110명은 변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아파트 시공사 직원이 집주인인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일단 주택전세자금을 대출받은 뒤 아파트 소유권을 돌려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에 저소득가구의 주거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전세자금 지원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기금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요구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설] 성수기 ‘전세대란’ 특단대책 있어야 한다

    전셋값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사 수요가 뜸한 여름철 비수기인 데다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전셋값은 뛰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47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강남구가 올 상반기 3.49% 오르는 등 서울·수도권의 이른바 인기 주거 지역이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심상치 않은 전세 시장의 과열을 막을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변화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은 저금리로 인해 전세에 비해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세입자들은 월세 부담이 있는 데다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전세 물건만 찾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3.5%로, 10년 전인 2003년 5월 63.7% 이후 가장 높았다. 부산 일부 지역은 전세가가 매매 가격의 76.3%까지 올랐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주택 시장의 이상 기류와 달리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지역에서만 전셋값이 오르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면서 2010년이나 2011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전세난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뀌어 시장 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서민층이 체감하는 고통과는 동떨어진, 안이한 자세라고 판단된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65%를 넘으면 매매 수요가 생긴다는 속설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은 줄어들고, 렌트족이 늘어나고 있는 게 큰 흐름이기 때문이다. 소유 중심 주택 정책의 궤도를 과감하게 수정할 필요가 없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그제 전월세 상한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고 유보됐다. 국회는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하루빨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2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행복주택사업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할 것을 당부한다. 사업을 맡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도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
  •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서슬 퍼렀던 군사정권 시절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별들의 잔치’였다. 주로 군 참모총장급이 임명됐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산업부 실장급(1급) 이상 고위공무원 몫이었다. 그 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2급) 출신인 변종립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공모했을 때만 해도 이런 전례를 들어 ‘적임자가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변 이사장도 “과거 이사장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국장 출신으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1일 찜통 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전력 수급이 비상이다. 이달부터 ‘문 열고 냉방영업’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데 현장 상황은 어떤가. -이달 들어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달 계도 기간에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둘러봤다. 명동거리에 있는 의류·화장품·신발 상점 등 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하는 곳도 있고, 일부는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문 열고 냉방영업 하는 곳이 많았는데 이달부터는 많이 달라졌다. →문 열고 냉방영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있지만 상인들은 손님을 끌기 위한 영업전략이라고 한다. 우선 상인들과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명동거리는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은데다 경기도 안 좋아서 호객행위 등 경쟁이 치열하다. 상인들은 문 닫고 영업을 하는 것보다 전기세를 더 내더라도 손님을 모으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다만 상인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1일부터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리고,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밝혔더니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절전 캠페인에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고 본다. 어떤 기관인가. -에너지관리공단 주요사업은 에너지 효율과 수요 관리,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기반 구축,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 등이다. 기기·설비·건물 등에 등급을 매겨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요 관리에 대한 교육, 홍보, 캠페인 등도 펼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품 보급과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리를 한다. 비화석 연료 확산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했는데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나. -에너지 전문 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사업 내실화가 필요하다. 사업의 공정성, 윤리· 투명 경영이 중요하다. 최근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사장으로 취임해보니 조직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업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고 소통 채널이 없었다. 비슷한 업무들이 부서별 흩어져 있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자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전문 기관에 걸맞게 바꿔 나가겠다. →업무·조직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과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서에서 뽑았다. 공유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만들고 분산된 업무 기능을 모으기 위한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TF팀에 조직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직보하라고 했다.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단계적으로 고쳐 나갈 계획이다. →전력 수급이 심각한가. 현재 상황은. -7~8월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에는 장마도 있고 7월 말~8월 초에는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데 8월 둘째 주는 수급상 심각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예비전력이 최소 400만㎾이상 확보돼야 하는데 8월 둘째 주부터는 예비력이 최대 마이너스 200만㎾까지 떨어지는 등 전력난이 우려된다.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정부 시책에 잘 협조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 →전력 문제는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정부에서 관리를 잘못하고 국민에게 어려움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명동과 강남역 일대에서 캠페인을 할 때도 상인이나 국민들은 협조 하겠다, 알고 있다, 절전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도 정부가 잘못해서 국민들이 고생한다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력 상황이 어려우니까 우선은 같이 절전에 동참에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나 국민, 기업 등에도 홍보하고 부탁하고 있다.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의 비리 등은 별도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밝혀지고 개선돼야 한다. →원전은 양면성이 있다.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는 원전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지만 막상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원전 없이 전력 수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 원전을 건전하고 안전하며 신뢰있게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문제 해결에 접근해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전략낭비가 심한 편인가. -전기를 물쓰듯 물을 전기 쓰듯 하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집에서 TV 켜놓고 에어컨 틀고 플러그는 그대로 꽂아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지 않는 TV는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뽑아 둔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h이다. 일본 8110㎾h, 독일7108㎾h이다. 소득대비(GDP) 전력소비량(㎾h/달러)은 한국이 0.5806으로 일본(0.2033), 독일(0.2805), OECD평균(0.3337)보다 훨씬 높다. 낮은 전기 요금도 문제다. 전기요금을 4% 정도 인상했지만 OECD 등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싼 편인가.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 280, 미국 140, OECD 평균 188이다. 이는 미국의 72%, 일본의 36%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원가 연동제, 누진제 손질, 산업·교육·일반용 차별화 등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전기요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마다 물가 안정, 서민 경제 부담 등의 이유로 밀렸는데 전기요금의 개선은 국민들이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절전이 생활화되려면 전기 사용에 대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가정에서 에너지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나. -100W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100W 줄이기에 1000만명이 참여하면 원전 1기를 운영할 때 나오는 전력량을 세이브할 수 있다. 100W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력 피크 타임에 TV 1대 끄기, 백열등 2개를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바꾸기, 오후 2~5시 사이에 에어컨 30분 끄기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나부터 실천하자는 마음이 모이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라벨에 1~5등급의 효율등급, 에너지요금, CO2 배출량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소비자들이 고효율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장, 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관리시스템(EMS) 인증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너지 효율관리 시스템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친환경에너지가 관심인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열풍이 불었는데 바람이 잦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크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경제 성장을 했듯이 태양광도 국내 보급만으로는 힘들고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추진했던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수요처가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도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소극적이다. 산업부 에너지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 태양, 풍력, 연료전지 등 세 가지 트랙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추진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신재생 에너지의 정책 방향도 선회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저탄소 녹색도시 사업을 열심히 한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보조금 받아서 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는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하고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 우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전력난과 상관없이 합리적인 에너지소비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단순히 비용을 아낀다는 측면이 아니라 습관화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플러그를 뽑고 전기를 끄는 것 등이 귀찮고 불편하겠지만 습관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된다. 협조를 당부 드린다. 대담 최용규 산업부장 정리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변종립 이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 ▲경신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시 27회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국장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국장, 기후변화에너지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국장
  • 무료 이용 공공와이파이 2017년까지 6배로 확대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가 2017년까지 지금의 6배로 늘어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2000여곳 수준인 공공 와이파이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가 구축해 총 1만 2000곳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12일 밝혔다. 공공 와이파이는 보건소와 복지시설, 주민센터, 도서관, 우체국 등 국민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방,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2015년까지 보건소 등 서민 이용시설 6000곳, 관공서 및 우체국 4000곳에 먼저 개방할 계획이다. 이 중 1020곳은 당장 오는 15일부터 개방된다. 미래부의 공공 와이파이 확대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주민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갈 거야

    충북 제천시가 경찰서나 군부대의 기동대를 본뜬 민원 처리 기동대를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9일 시에 따르면 주민들의 생활 속 불편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친서민 민원 처리 기동대를 운영하자 주민들의 감사 편지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 기동대는 5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전기 설비, 보일러, 용접 등의 자격증을 소지한 시민 6명으로 구성됐다. 민원이 접수되면 이들은 2명이 1개 팀을 이뤄 현장에 나간다. 기동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민원이 접수되면 처리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접수와 동시에 ‘총알 출동’해 처리한다. 서비스는 공짜에 가깝다. 일반인들은 재료비만 부담하면 되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저소득 독거노인은 1회에 한해 10만원까지 재료비도 지원된다. 기동대가 운영을 시작하자 민원이 쇄도해 올해 상반기에만 752건을 처리했다. 하루 평균 4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기동대가 그동안 처리한 민원은 간단한 못 박기부터 창문틀 보수, 전구 교체, 막힌 세면대 뚫기, 조경수 자르기, 수도꼭지나 샤워기 교체, 타일 수리 등 다양하다.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돈이 아까워 기술자를 부르지 못한 채 속만 태우던 것들이다. 한 시민은 “친정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꾸 깜박이는 전등을 누가 고쳐 주고 갔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멀리 산다는 이유로 잘 챙겨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했는데 이런 서비스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동대 파이팅”이란 글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시의 전화 만족도 조사에서도 칭찬 일색이다. 기동대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2시까지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긴급한 민원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기동대원들은 한달에 15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박재은 시 건축신고팀장은 “고령자 일자리 창출과 생활 속 불편 해결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기동대를 구성하게 됐다”면서 “기동대원들도 고마워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소득요건 5000만~7000만원… 10만명 혜택

    소득요건 5000만~7000만원… 10만명 혜택

    다양하게 쪼개져 있는 서민 대상 주택구입 자금 대출을 내년부터 ‘서민주택구입자금’(가칭)으로 통합하기로 정부가 1일 결정했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소득요건·금리 등 특징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대출상품 통합은 어떻게 이뤄지나. -서민구입자금·생애최초자금(국토교통부 소관)과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2종(금융위원회 소관) 등 4가지가 하나로 합쳐진다. 운영기관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맡는다. →통합하는 이유는. -각각의 상품들이 목적은 같지만 지원내용이 달라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예를 들어 현재 부부합산 소득이 4500만원인 가구는 30년 만기 자금을 대출을 받을 때 ‘서민구입자금’을 이용하면 연 4.2%의 이자를 내야 하지만,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연리 3.55%만 부담하면 됐다. 똑같은 정책금융 상품인데도 혜택이 다른 것이다. 서민 구입자금에 올 예산 기준으로 1조원이 배정됐지만 이용실적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지난해 5만명이었고 올해 10만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5월 추가경정 예산 편성때 생애최초자금 소득요건 한도를 기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였기 때문에 가입대상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보금자리론(우대형 I·II) 2조 5000억원, 서민구입자금·생애최초자금 6조원 등 모두 8조 5000억원이다. →대출 신청의 소득요건은 어떻게 . -현재 서민구입자금은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 4500만원 이하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은 7000만원 이하, 보금자리론은 5000만원 이하 등이다. 통합상품의 소득요건은 5000만~7000만원(부부합산 연소득 기준)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금리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나.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현 금리 기준으로 2.6%(10년 만기)~3.4%(30년 만기) 정도로 논의하고 있다. 또 기존에는 6개월마다 금리가 결정돼 시장 금리를 못따라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일종의 기준 금리를 정해 매월 금리가 바뀌도록 할 것이다. 국고채 금리이나 주택저당권증권(MBS) 발행 금리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금리를 활용해 ‘마이너스(-)α’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가입자의 불이익은 없나. -없다. 3.5% 10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것은 10년간 고정이 된다. 중간에 이자율이 1.0%로 떨어지면 위약금을 내고 상품을 해약한 다음 더 낮은 이자율의 상품으로 대출하면 된다. 지금과 똑같다. 대신 시장 금리를 빨리 반영하니까 대출자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어디서 신청하나. -기존에는 주택기금 쪽은 6개 은행에서만, 보금자리론은 20개 은행·생명보험사·카드사에서 대출을 해줬다. 앞으로는 모두 20개 은행·생명보험사·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기업은행·삼성생명·수협·스탠다드앤차타드은행·씨티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현대카드·경남은행·광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JB전북은행·제주은행·흥국생명·미래에셋생명 등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시각장애 임산부에 점자 산모수첩

    내년부터 시각장애 임산부에게 점자가 표기된 산모수첩이 배포된다. 건강보험료 산정시 적용됐던 차량 기준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정부대표 민원전화 110콜센터에 접수된 보건·복지 관련 민원을 분석하고,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사회적 약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임신 여성에게 발급하던 산모 수첩은 점자를 적은 수첩으로도 만들어 시각장애 임산부도 수월하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산모 수첩에는 임신 중 주의사항, 아기 출생기록, 예방접종표 등 임신 관련 정보가 적혀 있다. 그러나 점자가 없어 시각장애 임산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권익위는 또 건강보험료 산정하는 기준 중 자동차 등급별 점수도 개선하도록 방안을 마련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재산, 보유 자동차를 기준으로 건보료가 달리 부과된다. 이 중 자동차 등급별 점수는 배기량과 사용 연수에 따라 매기고 있다. 낡은 중고차를 사도 배기량이 크면 보험료가 많이 청구되는 방식이라, 그동안 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됐다. 권익위는 차량가액이 낮아지는 노후 차량에 대해 건보료 부담률을 낮추는 방안을 찾도록 제안했다. 이 밖에도 개선안에는 4대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압류 사실을 체납자가 알 수 있도록 우편물 외에 문자, 이메일, 전화 등으로 통지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재계, 최저임금 인상에 성의 보일 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을 법정 시한인 그제까지 끝내지 못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소득의 양극화를 줄인다는 취지에서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근로자와 사용자 및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에 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7차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노사 간 의견 차이로 공익위원이 중재한 안(案)을 투표로 결정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노사 양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처음에는 최저임금의 동결(시급 4860원)을 요구했다. 그러다 노동계가 시급을 당초 요구한 5910원에서 5790원(19.1%)으로 120원 양보하자 사용자 측은 50원(1%) 인상한 491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 만큼 한 발짝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요구된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 고용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중소기업 499곳을 조사한 결과 47.1%가 ‘동결’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느낄 부담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동결에 가까운 선에서 올려야 한다는 사용자 측의 입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공공요금이나 식품 등 서민물가는 대폭 올리면서 최저임금은 1%밖에 올리지 못한다고 하면 사회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의 사기진작으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중국도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40%로 높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3.3%로 1년 새 4.3% 포인트가 떨어졌다. 지난 대선에서도 최저임금은 화두였다. 국민 대부분이 2017~2018년 기준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50%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좀 더 성의를 보일 때다.
  • [사설] 비과세·감면 폐지 서민부담 안 되게

    정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깎아 주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수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135조원을 증세 없이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제도 개편의 윤곽이 어제 조세연구원이 실시한 공청회에서 드러남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납세자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옥석을 잘 가려 정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 감면 규모는 최근 5년간 연 평균 3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국세 수입액의 13~14%를 차지한다. 정부는 올해 3조 4000억원을 포함해 오는 2017년까지 5년 동안 비과세·감면 정비로 18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에 비춰 볼 때 비과세·감면 혜택 정비는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손질을 하되, 제도 도입의 취지와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초 목적을 달성했거나 세제 혜택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부문부터 우선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조세 감면제도는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까닭에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지난해 29조 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비과세·감면액의 59.4%는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농림수산 분야 비과세 및 감면 세액은 5조 2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면서 서민층에게 주고 있는 혜택을 줄인다고 하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소득이 많을수록 혜택이 크게 설계된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소득자들의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게 하는 조세의 역진성은 바로잡아야 한다. 근로소득 공제 혜택을 줄이는 과정에서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제도 손질로 대기업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 및 투자, 성장동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 [이슈&이슈] 충전시설 절반으로 준다는데…제주 전기차 제대로 굴러갈까?

    [이슈&이슈] 충전시설 절반으로 준다는데…제주 전기차 제대로 굴러갈까?

    “나도 전기차(EV) 타볼까?” 기름 값 걱정 없는 전기차의 전국 첫 민간 보급을 앞두고 제주 섬이 설레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가 전기차 민간 보급을 위해 제주도에 한해 파격적인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에 나서 전기차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제주는 섬이란 지리적인 요인으로 기름 값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곳이어서 기름 값 부담에서 벗어날 전기차 보급에 도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민간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다. 경차나 소형차인데도 전기차는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일반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올해 제주도에서 전기차 민간 보급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구매자에게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우선 정부가 전기차를 사는 도민에게 구매보조금을 1대당 15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다 제주도가 추가로 800만원을 지원, 모두 230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구매자 주거지 등에 국비로 800만원 상당의 완속 충전기도 무료로 설치해준다. 이번에 제주에서 개인 등 민간에 보급되는 전기자동차는 모두 160대며 제주도는 다음 달 공모할 예정이다. 개인은 물론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도 신청할 수 있으며 전량 공모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차종은 현재 출시 중인 기아자동차의 ‘레이’(RAY)를 비롯해 9~10월쯤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 ‘SM3’와 한국지엠 ‘스파크’(SPARK) 등 모두 세 종류다. 차종에 따라 1회 충전으로 135~182㎞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속도는 130~135㎞ 수준이다. 차량 가격은 4200만~4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시 전기요금은 계절별, 시간대에 따라 1회 충전 시 최소 880원에서 최대 3600원 정도다. 제주도 관계자는 “파격적인 구매 보조금 지원으로 실제 구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000만원 안팎이어서 전기차 공모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는 구입일로부터 3년간 타인에게 판매가 금지되며 판매시 보조금을 전액 회수 조치한다. 현재 제주에는 공공용과 렌터카,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등에 전기차 293대가 이미 보급 운행 중이다. 충전시설은 완속 충전기(5~6시간) 326기, 급속 충전기(20~30분) 60기 등 모두 386대가 설치돼 있다. 앞으로 전기차 민간 보급 시 추가되는 완속 충전기 160기를 포함하면 제주는 모두 546기의 충전시설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190기(완속 152기, 급속 38기)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의 하나로 설치한 것으로 실증사업이 지난달 끝나 현재 사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민간 보급 후 실제 사용이 가능한 충전기는 완속 334기, 급속 22기 규모다. 더구에 이번에 보급되는 레이는 기존에 보급된 충전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SM3와 스파크는 각기 다른 급속충전 방식을 채택, 기존 급속 충전기는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제주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 공공기관 등 관공서에 집중 설치돼 있어 개인 등 민간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한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충전기 유지보수 문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제주에 설치된 충전기 제조사는 전부 육지기업으로 고장이 나면 제조사가 직접 제주를 찾아 수리하는 데만 2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강지웅 팀장은 “관공서 위주로 설치된 충전기의 위치를 일반 전기차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한 장소로 이동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신속한 충전기 유지 보수 시스템 등도 시급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국민연금 대출 프로그램 1년간 1만2580명 이용

    국민연금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1만 2500명 이상의 연금 수급자들이 돈을 빌려 전·월세 자금과 의료비 등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지난해 5월 시작한 ‘국민연금 실버론’을 통해 올해 4월 말까지 1년간 총 1만 2580명이 494억원을 빌렸다. 실버론은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60세 이상 연금 수급자에게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저리(연리 3%)로 빌려주는 서민금융사업이다. 대부금은 전·월세 자금에 346억원(70%), 의료비에 140억원(28.3%)이 쓰였다. 실버론은 이용자의 이자 부담을 낮춘 데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3일 안에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햇살론(연리 9~12%)이나 바꿔드림론(연리 8~12%) 등 다른 서민금융 상품에 비해 인기가 높다. 공단은 앞으로 2014년까지 900억원 규모에서 실버론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시론] 서민금융시장의 기능 회복을 위한 과제/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서민금융시장의 기능 회복을 위한 과제/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새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부실채무 정리를 핵심 정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 등 소위 ‘서민금융 3종 세트’에 또 하나의 대규모 서민금융 정책이 더해진 것이다. 이들 정책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2003년 신용카드 위기 이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서민금융 시장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 서민금융 정책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주도해 시행한 이 정책들은 긴급한 필요에 의해 시행된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지금부터는 자생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서민금융 시장 구조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을 동원해 개인의 부실채무를 정리하는 비상 조치를 앞으로도 반복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은행이나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에 재원을 의존하는 대출이 장기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응급처방을 통해 급한 대로 증상의 악화를 막는 데는 성공했으나 서민금융 시장이 기초체력을 회복해 원래의 기능을 하는 중요한 과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우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민금융 기관의 역할과 위상이 회복돼야 한다. 특히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의 활약이 기대된다. 상호금융기관은 협동조합의 한 형태로, 조합원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하여 구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저축은행 등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기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목적과 행동준칙을 가지고 있다.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기관에 비해 안정적 경영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광범위한 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 상호금융기관은 비대칭적 정보의 만연과 높은 신용위험으로 인해 신용할당이 일상화돼 있는 서민금융시장에 보다 적합한 조직 원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 상태로는 상호금융기관이 서민금융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가 없다.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최우선시하는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 금융기관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상호금융기관들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단위조합의 지배구조 강화를 통하여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히 기대되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중앙회의 단위조합 감독 역량 강화를 통해 금융기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저소득 계층의 부채 문제를 금융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경우 근본적인 해법 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약 400만에 달하는 저소득 가구 중 150만 가구가 빚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 가구, 국민기초생활대상 가구, 영세 자영업 또는 일용직 종사자 등으로 극히 취약한 소득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부실채무를 정리하고 추가적 자금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취약한 소득기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금융 애로 해소를 추구하는 정책은 반드시 이들의 소득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고용 및 복지 대책과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재무상황을 진단하고 지출구조를 파악하여 채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재무상담 서비스를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여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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