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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조작 국민정서에 악영향… 체육계 비리 심층 수사”

    “승부조작 국민정서에 악영향… 체육계 비리 심층 수사”

    오는 1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와 관련해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기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공기관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단순히 적자의 규모보다는 적자의 질을 중점적으로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의 주요 실적으로 꼽히는 원전 비리 수사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다 끝난 게 아니며 심화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 인사로 부임한 각 지청장 간부들도 이미 과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 이종락 사회부장 →대통령께서 주문한 공공기관 개혁에 관심이 많은데. -올해 가장 집중되는 수사 대상이 바로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의 비리는 곪을 대로 곪았기 때문에 제대로 한 번 시급하게 수사해야 한다. 방만 경영으로 공기업들의 부채가 500조원이 넘는 가운데 부채에 시달리면서도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곳이 많다. 그런 방만 경영과 혜택 등의 양산이 번져 국민 안전을 위협한 공공부문 비리의 대표 사례가 원전 비리였다. 철도에도 부품 비리가 있었는데 철도나 원전 이런 곳은 잘못된 부품이 한순간의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 비리 사정은 더는 늦출 수 없다. →공공기관 규모가 대단히 큰데 수사 원칙은. -기본적으로 가장 시급한 곳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기관이다. 원전 비리 역시 수사가 끝난 게 아니라 심화수사를 하고 있다. 원전 비리 말고도 운송수단, 예를 들어 비행기 안전이나 철도, 선박 이런 곳에서 생길 수 있는 비리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특정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리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분야를 바로잡는 게 최우선 과제다. 공공기관 만성 적자와 관련해서는 적자의 규모보다는 질을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 공사는 공공이익을 위해 회사 영리보다는 정책적인 투자가 많으니까 단순히 부채가 늘었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적자의 질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기관 비리나 나눠 먹기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다면 중한 범죄 아닌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체육계 비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 -체육계 비리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스포츠라는 게 국민의 예민한 정서를 다루는 분야다. 배구협회나 야구협회 수사 등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들 협회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의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 선수 끼워 팔기 유형의 체육계 입시 비리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승부조작이다. 국민이 스포츠에 울고 웃는데 여기에 조작이 있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허망함을 주는 것이다. 물론 진학·입단 비리 역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피하다. 여러 층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공안사범들이 줄 것으로 보는가. -1심도 엄하게 처벌했지만 이런 단체(RO조직)들은 단기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1990년에 이적단체로 처벌됐는데 아직 있다. 이념적인 문제는 처벌로 근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언동들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뿌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이에 대응하여 공안수사 역량 유지를 위해 공안부 검사가 형사부로 이동하더라도 기존 공안 사건을 협동수사 형식으로 할 수 있도록 검사 전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해산해야 할 당이라고 확신하나.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보고, 특히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보면 이런 정당이 있으면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수사 이전에는 그들의 강령을 몰랐을 것이다.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연일 서로 다른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데. -검찰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그게 끝나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올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도 얘기했지만 검찰로서는 밟아야 할 절차를 다 밟았고, 증거로서 신뢰했기에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공안사건 정보 수집에 미흡하진 않나. -검사들도 잦은 인사로 전문성을 지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안 검사들이 바뀌고 경찰도 바뀌고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면 좀 무리한 수사가 될 수도 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데. -법무부는 검찰의 조직과 권한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같은 해 11월 대검 반부패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를 신설했다. 또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 도입을 위해 검사장 보직 6자리를 감축하고 검사 선발 절차를 개선하고자 인성검사 모델을 개발해 반영했다. 앞으로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검찰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상설특검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됐다. -기본적으로 권력분립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특검제를 도입한 나라는 미국뿐이다. 특검 자체가 삼권 분립에서 벗어난다. 특히 삼권이 분리된 국가에서 특검한다고 하면 예외적으로 해야 하지 상시로 하면 안 된다. 특검이 상시 수사를 하게 되면 검찰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검찰이 두 개가 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근절’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계획은. -4대악 근절을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성폭력 근절을 위해 지난해 3월 ‘성폭력 전담검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또 재범을 억제하고자 전자발찌 대상자 신상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전자발찌 대상자의 재범률은 1.72%로 2011년(2.19%)과 2012년(2.40%)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학교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소년사건 검사 결정전 교사의견 청취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가정폭력은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강화했고 불량식품에선 부정식품 사범 합동단속반을 재편성해 단속을 강화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올해 1월엔 불량식품 사범 9명을 구속하고 699명을 사법 처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구속 인원과 정식 기소율이 2배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4대악 범죄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마을변호사제도<서울신문 2013년 11월 25일자>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서민들은 법률적인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마땅히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 변호사 사무실이 대부분 도시에 몰려 있는 데다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큰돈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변호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법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전화 한 통화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편하게 상담을 해 주는 변호사가 가까이 있다면 서민들이 평소에도 마음이 든든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마을변호사제도다. 마을변호사의 상담 건수는 지난 2월까지 355건으로 상담 실적을 세부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집계된 상담의 2~3배 수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변호사들도 팍팍한 법률상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재능기부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전망은.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고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취임 1년을 돌이켜 볼 때 소회는 어떤가. -평검사 때도 공안 사건을 많이 담당해 검사직이 참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때는 선배들이 있으니까 미룰 수도 있고, 일은 내가 해도 책임은 선배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뿐만 아니라 책임도 내가 져야 하니까 정말 부담이 된다. 장관직이 참 무겁다는 생각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검사장이 되겠다, 총장이 되겠다 하는 욕심이 없었다. 내가 ‘국가보안법 해설’이라는 책을 냈을 때가 국보법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던 김대중 대통령 취임 시기였다. 앞으로도 국민의 편에서 국민이 원하는 수사를 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다. 정리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황교안 장관은 1957년 서울 출생, 경기고·성균관대 법대,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13기), 대검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창원지검 검사장, 대구고검 검사장, 부산고검장
  • [김문이 만난사람] 1930년대 유행 풍자가요 부르는 가수 최은진

    [김문이 만난사람] 1930년대 유행 풍자가요 부르는 가수 최은진

    왕년의 노래 한 곡을 잠시 음미해본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뭐/오빠는 심술쟁이야 뭐/난 몰라 이 난 몰라 이/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고/오빠는 욕심쟁이/오빠는 심술쟁이/오빠는 깍쟁이야~’ 1938년 처음 발표된 ‘오빠는 풍각쟁이’에 나온다. 가수 박향림이 불렀다. 간드러진 콧소리와 가사의 내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노래는 2004년 개봉돼 117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초반부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대중에게 다시 알려졌다. 여기에서 궁금증 하나가 생긴다. ‘오빠’는 과연 누굴까. 1930년대의 여학생들은 장래 남편감으로 의사나 상인이 아닌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 오빠’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시간만 나면 명동극장(당시 명치좌)으로 공연을 보러 다니고 술집도 마음대로 다니면서 불고기, 떡볶이 등 고급 음식을 맘껏 먹고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으리라. 이 노래 3절 가사에 샐러리맨 오빠에 대한 얘기가 잠깐 언급된다. ‘~날마다 회사에선 지각만 하구/월급만 안 오른다구 짜증만 내구/오빠는 짜증쟁이/오빠는 대포쟁이야’ 샐러리맨 오빠를 바라보면서 사랑과 투정을 부리는 대목이다. 당시에도 오빠부대를 쫓아다니는 여성팬들이 많았나 보다. 풍각쟁이는 원래 악기를 들고 사람이 많은 곳이나 시장터를 찾아다니는, 즉 떠돌이 인생을 말하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로 풀어내는 광대라는 뜻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의 암울한 세상에서 세태를 풍자하고 희화한 만담(漫談)이 생겨났고 동시에 이를 노래로 만든 만요(漫謠)가 유행했다. 이 가운데 히트를 쳤던 만요가 ‘오빠는 풍각쟁이’를 비롯해 ‘신접살림 풍경’ ‘엉터리 대학생’ ‘다방의 푸른 꿈’ ‘화류춘몽’ ‘아리랑 낭낭’ ‘다방의 푸른 꿈’ ‘연락선은 떠난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1930년대 대중음악 개화기 때의 노래들이 80년 세월을 머금고 요즘 다시 한번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0년 5월 8일 저녁이었다.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는 흔치 않은 무대가 펼쳐졌다. 보통 때 같았으면 젊은이들이 인디밴드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출 텐데 이날만큼은 낯설게도 ‘오빠는 풍각쟁이’와 ‘엉터리 대학생’ 등의 음악에 맞춰 박수치며 노래를 흥겹게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무대 위에서는 어린 아이에서 아가씨의 목소리, 중년의 살롱가수 같은 고혹적인 음색을 가진 여성이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연주는 ‘기타리스트 하찌와 악단들’이 맡아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아코디언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었다. 이날 무대는 ‘풍각쟁이 은진, 새로 부른 근대가요 13곡’ 기념앨범 발매 쇼케이스 자리였다. 이후 소문이 번지면서 여러 차례 공연이 이루어졌다. 풍각쟁이 가수 최은진(53)씨는 젊은이들 사이에 그렇게 등장했다. 이에 앞서 2008년 11월 두산아트센터 기획콘서트 ‘천변풍경 1930’에 가수 이상은, 강산에 등과 함께 출연해 흑백영화의 성우처럼 특유의 교태와 아양으로 만요를 불러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작은 문화공간 아리랑에서 최씨를 만났다. 2003년 ‘아리랑’ 음반을 내고 나서 1930년대의 만요를 본격적으로 찾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창문 입구에는 ‘은진이는 풍각쟁이’ 등 그동안 공연했던 여러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안에는 고풍스러운 해골 마이크가 손님을 반기듯 홀로 우뚝 드러나 있었다. ‘어떻게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궁금해하자 그는 “(건너편에 있는 헌법재판소 정원을 가리키며)목련과 산수화를 볼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집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는 까치도 함께 있다. 하늘, 달과 별 등 모든 자연이 맑고 순수하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1930년대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있다며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다가 ‘풍각쟁이 은진’의 앨범 이후 많이 알려졌습니다. 화가, 사진작가, 패션디자이너, 요리연구가, 영화 관계자 등 문화 예술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요. 그들이 오면 자연스럽게 해골마이크를 붙잡고 질펀하게 풍각쟁이 노래를 들려줍니다.” 풍각쟁이가 부르는 만요의 바탕에는 재즈도 있고 엔카도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리 옆집 대학생 호떡주사 대학생은/십년이 넘어도 졸업은 캄캄해~’로 시작되는 ‘엉터리 대학생’은 스윙재즈에다 엔카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만요는 세태를 풍자하고 희화한 노래로 얼핏 보면 가사가 엉터리 같지만 참으로 맑고 순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시대의 아픔이 잘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1930년대는 시인들이 가사를 써서 한국적인 정서로 음악을 만들던 시기였지요. 고향, 꽃 피고 새 우는 것을 노래하고 가슴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 노래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현대적인 편곡보다 당시의 분위기를 최대한 복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노력에 공감해주는 젊은이들이 많아 고맙지요. 그동안 하나의 음악장르로 대접받지 못했던 만요가 당시 민초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요 되살리기에 앞장선 계기는 2000년 어느 날 재즈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리랑협회에서 최씨에게 아리랑과 관련된 자료를 건네주면서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아리랑 노래에 대해 뭔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아리랑이 운명처럼 가슴에 다가왔다는 것을 느낀 그는 뉴욕행을 포기하고 아리랑을 다시 찾는 일에 몰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재즈카페에서 ‘개발새발 아리랑’이라는 노래와 연극을 합친 1인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불린 각종 아리랑을 복원해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다시 찾은 아리랑’이라는 음반을 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930년대의 노래를 접하면서 ‘만요 복원’이라는 사명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게 됐다. 이쯤 해서 그의 인생 내력을 알아보자. 인천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이미자의 노래는 죄다 불러 동네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하루는 학교를 가는데 동인천역 옆 한 전파사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꼼짝할 수 없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였다. ‘아, 나도 가수가 될 거야’라고 다짐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만약 학교에 안 들어가 음악을 계속했더라면 천재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지난번에 낸 만요음반도 누구한테 배워보지 않고 혼자 흥이 나는 대로 저절로 불렀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인천의 한 연극단에서 창단멤버로 활동하다가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고교생 때 잠시 빠져들었던 신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다시 연극무대에 섰다. ‘방자전’ ‘약장수’ 등에 출연했고 노래 ‘광화문 부르스’를 불러 주목을 끌었다. 서른 살 무렵, 연희단거리패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오구’와 ‘산씻김’, 그리고 ‘아시아 1인 연극제’ 등에서 연기를 했으며 그림자극과 인형극에서 장구를 치기도 했다. 특히 ‘오구’와 ‘산씻김’으로 도쿄 연극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연극판에서 ‘잘나간다’는 얘기를 들을 무렵 결혼을 했다. 애를 낳고 살림을 하다가 다시 무대로 나온 것이 마흔 되던 해였다. 1999년 한 케이블TV 방송에서 성대모사를 하는 ‘슈퍼 보이스 탤런트 대회’가 열렸다. 그는 신문광고를 보고 출전해 가수 양희은, 뽀빠이, 아동 TV극 텔레토비의 보라돌이 등을 그럴 듯하게 흉내를 내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 수상자는 배칠수였고 사회는 임성훈씨가 맡았다. 이후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 됐다. 재즈와 아리랑에 심취하고 음악사적으로 묻힌 만요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벌여나갔다.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2001년 4개월동안 주변에서 모은 일회용품 쓰레기를 명성황후의 커다란 비녀에 매달아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환경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노래면 노래, 영화면 영화, 책이면 책에 대한 얘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이에 대해 “1년에 영화 70~80편을 보고 음악을 많이 듣고 고전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인생은 한번 왔다 가는 것입니다. 제대로 먹고 마시고 잘 놀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든지 제대로 하고 제대로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문화살롱을 여러 곳에 만들어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진 만요를 부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질펀한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지요.” “만요는 나의 인생이고, 정체성”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가수 최은진은 ‘아리랑 소리꾼’으로 불려…근대가요 13곡 음반 내 1960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에 들어갔으나 중도에 그만두고 극단 미추홀 창단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방자전’과 ‘약장수’ ‘오구’ ‘산씻김’ 등에 출연했다. 결혼으로 활동을 잠시 접었다가 1999년 성대모사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면서 다시 무대에 섰다. 2001년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쓰레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2003년 ‘다시 찾은 아리랑’이라는 음반을 낸 후 ‘아리랑 소리꾼’으로 불렸다. 2008년 두산 아트센터의 기획콘서트 ‘천변풍경 1930’ 무대에 강산에, 백현진, 이상은 등과 참여해 1930년대에 유행했던 만요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풍각쟁이 은진, 새로 부른 근대가요 13곡’ 음반을 냈다. 요즘에는 서울 안국동에 있는 자신의 문화공간 아리랑에서 만요를 알리고 있다. 틈틈이 여기저기에서 초청을 받고 작은 공연을 열기도 한다.
  • 효율적인 결혼자금 마련, 한국FP그룹의 무료 재무설계 상담으로 해결

    3년째 연애중인 직장인 A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여자친구는 결혼에 대한 압박을 해오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결혼 준비 비용이 9천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빠른 시일 안에 결혼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 A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조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A 씨는 우연히 한국FP그룹의 재무설계 상담서비스를 알게 됐고, 1:1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금융상품까지 추천 받고 재테크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우선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현재 본인의 재무목표 및 자산현황을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자산현황을 알아야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본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투자성향 설문지와 본인 스스로의 투자성격을 감안해 파악하는 것이 좋다. 투자성향에는 원금보장 추구형, 균형 투자형, 고수익, 고위험 투자형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수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외에도 일단 성공적인 결혼자금 포트폴리오를 통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는 투자금액 등을 고려하여 2~3개의 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계획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한국FP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재테크 노하우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 관련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이나 직장 주변에 있는 재무설계 회사,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의 사회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재테크 강좌에 참여하거나 검증된 재무설계사, 주거래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PB를 통해 조언을 듣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또한 평소 자신이 처한 재무상황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자산 종목 정보를 신문기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 스크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보험, 펀드, 저축 등을 통해 행동으로 직접 재테크의 맛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한국 FP그룹은 각종 세금 및 연금, 변동되는 정책 등으로 머리가 어지러운 서민들을 위한 무료재무설계 서비스는 물론 현명한 재테크 맞춤형 재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1:1 집중상담, 시간이 없는 직장인을 위한 출장상담 또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가들에게 종합적인 재무컨설팅 스페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로 입소문과 함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명쾌한 재무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한국FP그룹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ww.finance119.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주·안철수 ‘신당추진단’ 공동사령탑 인터뷰] “민주 개혁 없으면 합의 깰 각오”

    [민주·안철수 ‘신당추진단’ 공동사령탑 인터뷰] “민주 개혁 없으면 합의 깰 각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김효석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은 4일 민주당과의 ‘제3지대 신당’ 창당 추진과 관련해 “민주당이 진정한 개혁 의지가 없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신당 창당 합의를 깰 수 있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이) 민주당이 진정으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새 정치에 대한 내용들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같이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는 “신당 창당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새 정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의 전날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비교해 인력과 물적 자원 등의 면에서 한계가 있는 안 의원 측의 기선 제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서민이 중산층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산층도 상위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중산층을 강조한 개념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창당 시점을 이달 말로 제시한 데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새 정치의 바람을 정강정책 등에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일정이 빠듯하긴 하지만 민주당의 일방적 스케줄에 말려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저들도 못 버티는데 나라고…” 어긋난 공감 자살

    “저들도 못 버티는데 나라고…” 어긋난 공감 자살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저소득층의 신병 비관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지난 2~3일 경기 광주와 동두천, 서울 강서구에서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던 가족의 동반 자살이 잇따랐다. 유명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일반인의 자살이 늘어나는 ‘베르테르 효과’처럼 자신과 비슷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자살이 알려진 뒤 모방 자살하는 경향이 나타난 셈이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해 빈곤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과 함께 우울증 등을 돌볼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심리적 복지 프로그램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 탓에 도움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학)는 4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되려면 가구 총소득이 월 133만원보다 적고 부양 의무자가 전혀 없어야 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들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빈곤층은 사회안전망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 복지예산을 조금 더 편성한다면 더 많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고 등으로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면 ‘내가 저 사람들보다 힘든데 더 버틸 이유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지기 쉽다. 안용민 한국자살예방협회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005년 이후 유명 연예인이 자살한 뒤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0명 증가했는데 비슷한 소득 계층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뉴스가 되면 모방 자살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 계층의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발생한 사례는 최근 빈번하게 나타났다. 2012년 서울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10명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는 재학생 4명이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지나치게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자살의 전염력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예컨대 부모가 어린 자식과 함께 자살했을 때 우리는 ‘동반 자살’이라고 표현하지만 외국에서는 ‘영아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을 쓴다”면서 “언론 등이 안타까운 개인적 사생활 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다 보니 잘못된 방법까지도 미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맞춘 내실 있는 심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살 방지를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익 강원대학교병원 교수(정신과)는 “생활고로 힘들거나 아플 때 털어놓고 의지할 모임 등이 필요한데 사회적 연결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정부가 자살 방지를 위해 지난해 투자한 예산은 30억원(2012년 기준)가량으로 일본의 100분의1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인자한 교황님이 강론 중 ‘야설’을? 영상 화제

    인자한 교황님이 강론 중 ‘야설’을? 영상 화제

    서민을 향한 소탈한 행보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그런 그도 보통 사람이었던 것일까? 교황 프란치스코가 강론 중 비속어를 사용해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ABC 뉴스, 영국 데일리 미러 등 해외 주요 언론은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강론 중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실수를 저질렀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소 인자하고 차분한 이미지였던 교황에게 왜 이런 황당한 해프닝이 일어났을까? 사건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교황은 같은 로망스 어 계통인 이탈리아어도 비교적 잘 구사해왔다. 따라서 이탈리아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론도 어김없이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의 나눔’을 주제로 진지하게 강론을 이끌어갔다. 하지만 역시 외국어는 외국어였던 것 같다. 교황이 강론 중 이탈리아어로 ‘본보기’, ‘예시’ 등을 뜻하는 단어인 ‘caso’를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인 ‘cazzo’로 잘못 발음했던 것. 갑자기 교황의 입에서 야릇한 비속어가 나오자 신자들은 잠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곧 교황은 자신의 발음 실수를 깨닫고 즉시 정정했지만, 실수 장면은 이미 동영상으로 촬영돼 인터넷으로 널리 퍼진 후였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입을 모아 ‘교황이 강론을 통해 비속어 폭탄(F-Bomb)을 투하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논란이 꼭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로 말할 때 흔히 하는 실수”라며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영상 보러가기 동영상·사진=유튜브 캡처 전호진 통신원 hojin314@seoul.co.kr
  • [사설] 서민들 일자리가 최고의 사회안전망이다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노인자살률도 1위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적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저소득층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기만 하다. 서민층의 삶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는 요원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데 이어 그저께 저녁에는 경기 동두천에서 30대 주부가 4살배기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15㎡ 남짓한 원룸에서 살던 주부가 생활고 등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한 지자체에서는 지난 2월 한 달간 40여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도 있고, 가게가 잘되지 않는 것을 비관한 중년층도 있다. 10대는 진학 문제로, 20~30대는 취업 문제로, 40대 이상은 구조조정 공포나 제2의 인생 설계 문제로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라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선진복지국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전체 지출액 가운데 생활보호비나 노인복지·아동보호 등의 사회복지비, 국민연금 등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핀란드나 프랑스, 일본은 40%대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보듯이 실업이나 빈곤 등으로 인한 채무 증가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들이 더는 비극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용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미흡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저소득층이나 노인, 장애인, 보육 등으로 나눠 시행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도 과제다. 궁극적으로는 복지는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렵다. 기초연금의 지급 범위와 관련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3.4%는 적자 가구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병원 가는 것까지 참을 정도로 아껴 쓴 탓에 그나마 적자 가구 비율이 약간 줄었다고 한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사다리를 갈아 타기는 무척 힘든 반면 중산층은 속속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소득불균형은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회 내부의 긴장을 초래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환경·문화·지역개발 등 사회적 일자리를, 민간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 누가돼도 파리 첫 女시장

    누가돼도 파리 첫 女시장

    프랑스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스캔들과 추락한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이달 23일로 예정된 파리 시장 선거에서 안 이달고 사회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선거는 유력 경쟁자인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시키스코-모리제(NKM) 후보도 여성이어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첫 여성 파리 시장 탄생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일 가디언, BBC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달고가 54%의 지지율을 기록해 46%의 NKM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 시장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1977~1995년 장기 재임한 후 곧바로 대통령이 된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자리지만 지금까지 여성이 당선된 적은 없다. 이달고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현 시장의 최측근으로, 시청 근무만 10년이 넘었다. 핵심 공약으로 기존 ‘벨리브’(자전거 대여 시스템)처럼 전기스쿠터를 대여하는 ‘스쿠트리브’를 내세웠다. 트램 노선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리 유세에는 작은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등 ‘친환경,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NKM은 정반대다. 친할아버지는 주미 프랑스 대사,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지방 소도시 시장을 역임한 정치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 에너지·환경·지속가능 개발 장관을 지냈고, 사르코지 재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관광 증진을 위해 상점의 주말 휴업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들에겐 각각 ‘상속인’과 ‘하프 연주자’라는 곱지않은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달고는 들라노에 시장의 정치 후계자라는 의미에서, NKM은 고급 드레스를 입고 하프 옆에서 찍은 사진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특히 NKM은 선거 포스터에도 2000유로(약 294만 8000원)짜리 명품백을 들고 자전거를 탄 사진이 실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마다니 체파는 “파리 시민의 41.7%가 고등교육을 받았고, 51.3%가 혼자 산다”면서 “파리 시민은 다른 곳에 비해 정치적으로 의식 있는 집단으로, 사회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日 침략 만행 고발” 국제만화전 2탄 연다

    “日 침략 만행 고발” 국제만화전 2탄 연다

    최근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한 한국 기획전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프랑스에서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또 다른 만화 전시회가 열린다. 2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국시사만화협회에 따르면 장봉군·김용민·서민호·이희재 등 33명의 국내 만화 작가들이 오는 9월 프랑스 생쥐스트르마르텔에서 열리는 ‘세계시사만화축제’에서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올해로 33회째인 세계시사만화축제는 해마다 800여명의 전 세계 작가가 모이는 세계 최대 만화제 가운데 하나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비해 시사·예술적 성격이 강한 만큼 풍자적이고 도발적이다. 김용민 작가는 1970년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폴란드 유대인 희생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진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모습을 나란히 배치해 일본의 역사 인식을 꼬집는다. 이희재 작가는 ‘난중일기-독도’라는 작품에서 일본의 영토 야욕을 신랄하게 비판할 예정이다. 행사장인 생쥐스트르마르텔은 19 44년 나치 독일이 수백 명의 민간인을 교회에 몰아넣고 학살한 오라두쉬르글랑 마을과 가깝다. 1919년 일제가 3·1 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벌인 제암리 교회 집단학살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희재 작가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만화가들의 작은 외침이 울림이 돼 일제의 만행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주철현 여수시장 예상 후보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주철현 여수시장 예상 후보

    주철현 여수시장 출마 예상자는 검사장을 지낸 법조인이다. 사법시험(25회)출신으로 중앙무대에서 30여년간 법무행정 경험과 인맥을 쌓았다. 법무부 감찰기획관,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역임한 정통 검찰맨이지만 허물 없고 소박한 성품으로 서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 재직 시 호주제 폐지 법안을, 범죄예방정책국장 재직 시에는 벌금대체 사회봉사제와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사회봉사대상자들의 농촌일손돕기 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양성평등과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대한민국 인권 부문 법률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 광주지검 검사장 시절 검찰시민위원회를 활성화해 중재와 갈등 조정력도 보여줬다. 지난해 4월 퇴직 뒤 서울 대형 로펌들의 영입제의를 뿌리치고 법률서비스가 열악한 고향 여수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주민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통해 단체장 후보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사실상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사실상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사실상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2일 “1천만 서울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이 힘차게 고동치도록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중구 남산 백범광장에서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식을 열어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당선된다면 주어진 임기를 지키면서 서울시민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하겠다”고 강조, 차기 대선 도전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정몽준 의원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도 “대선이 2017년인데 나는 서울시장 임기를 마칠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중국의 어느 철학자 말 같지만 서울시장으로서는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임 오세훈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우이 경전철 사업과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이 박 시장 체제에서 보류된 점을 언급, “전임 시장이 하겠다는 것을 후임 시장이 모두 할 필요는 없지만, 안 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머뭇거리게 하는 갈등과 상처, 비능률과 무능이 수도 서울에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다”면서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발전은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밝혔듯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로 나아가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가야 한다. 서울이 그 중심 역할을 할 때 국가 발전도 국민 행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야권의 신당 창당 발표에 대해 “선거에서 불리함을 느끼고 한 일로 보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다”라면서 “핵심은 지방선거에서 자리를 서로 나눠갖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경기지사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에서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초공천 폐지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핑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도 그렇고, 안 낼 수도 없는 안 의원 측의 고육지책이 만든 일로 보인다”면서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안타깝다”고 밝혔다. 공천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선출직에 도전하는데 준비를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김 전 총리가 준비한 좋은 정책을 잘 읽어보고 정책에 꼭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행 믿고 든 재형저축… 세금폭탄에 ‘깜짝’

    은행 믿고 든 재형저축… 세금폭탄에 ‘깜짝’

    정부가 지난해 3월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이자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재형저축’을 17년 만에 부활시켰지만 출시 1년 만에 일부 가입자들에게는 ‘세금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출시 당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과다 유치 경쟁으로 소득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좌를 만들어 줘 이달부터 국세청에서 가입요건이 되지 않는 일부 가입자들에게 15.4%(주민세 포함)의 이자소득세를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2일 시중은행과 국세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국 세무서들은 지난달 28일 일부 재형저축 가입자들에게 이자소득세가 과세될 것이라는 ‘안내문’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다. 안내문이 전송되자마자 세무서와 시중 은행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지난해 3월 6일부터 재형저축을 출시한 은행 등이 고객 유치를 위해 과다 경쟁을 벌이면서 소득요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가입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은 직전 연도 소득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만 가입할 수 있다. 계좌를 만들려면 국세청에서 발급받은 ‘소득확인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하지만 출시 첫날부터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증명서 발급이 어려웠다. 또 근로자의 경우 3월 초에는 연말정산이 끝나지 않아 2012년도 근로소득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었고, 사업자도 5월에나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기 때문에 전년도 소득을 알 수 없었다. 이에 은행들은 2011년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으로 제출 서류를 대신하거나, 계좌를 먼저 만들어 준 다음에 서류를 받기도 했다. 또 근로소득 외에 이자·배당소득, 임대소득, 연금소득 등 기타소득이 있는 근로자는 모든 소득을 합친 뒤 각종 소득 공제금액을 뺀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여야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있지만, 당시 은행에서 다른 소득은 고려하지 않고 근로소득만 보고 재형저축에 가입시켰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재형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소득요건을 검증했고, 은행 등에 소득요건에 맞지 않는 1만 3000여명의 명단을 통보했다. 올 2월까지 해당 가입자의 계좌를 해지하라고 밝혔고, 2월 말이 돼서도 해지되지 않은 가입자들에게 이자소득세가 과세된다는 사실을 안내문으로 통지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은 지난달 28일부터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소득요건이 안 되는 가입자는 3월부터 계좌에 입금할 수 없고, 이자도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형저축은 출시 1년 만에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금리가 높지 않고,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도 없어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재형저축(펀드 포함) 계좌는 175만 2297좌로 전월 대비 2만 1131좌(1.2%)나 줄었고, 지난해 6월 말 182만 8540계좌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국민화가 박수근, 그 아름다움의 비밀

    [최동호 새벽을 열며] 국민화가 박수근, 그 아름다움의 비밀

    봄의 초입을 헐벗은 겨울의 나목이 지키고 있다. 나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박수근이다. 마침 서울 인사동에서 박수근 탄신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림이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부터 박수근의 그림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뜻한 인간적 정감을 필자는 사랑했다. 이중섭이 화려하고 김환기가 현란하다면 박수근은 서민적이다. 1950년대 한국의 전형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그 속에 서민적 정서를 담은 그의 그림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것이었다. 당시 한국인들에게 그러한 풍경이나 인물들이 아름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하루빨리 탈피하고 싶은 구시대의 풍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갑작스런 가세의 몰락으로 인해 그는 오로지 독학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립했다. 열두 살 무렵 우연히 그림책에서 밀레의 ‘만종’을 보고 그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을 결심한 그는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천을 찾아 나섰다. 초기 그의 성가를 높인 ‘우물가 사람들’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발견한 장소이자 미의식의 출발점이다. 그는 여기서 나아가 한국적 아름다움을 탐구했다. 그 결과 그만의 독특한 화풍이 창조되었는데 그것은 물감을 덧칠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굴곡이 생긴 화폭에 대상을 단순 소박하게 그려 넣는 것이었다. 밑그림을 수없이 반복하여 평면적 바탕을 입체적으로 조형한 그의 화풍은 암갈색 화강암의 질감을 통해 등장 인물들에게 마애불과 같은 이미지를 부여했다.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화단의 중심 세력도 아니었던 그는 오직 ‘인간의 선함과 진실’을 그리고자 했는데 이는 평범하지만 확고한 신념이었다. 박수근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박수근의 그림에서 발견했으며 1950년대 한국의 화가 중에서 외국인에게 가장 먼저 판매된 것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특히 그의 그림 애호가였던 밀러 부인은 박수근의 그림을 미국에 소개하고 친구 동료들에게 적극 매입을 권유했다.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밀러 부인에게 보낸 박수근의 편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했다. 박수근의 체취와 호흡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수만 배가 된 그의 그림이 당시는 50달러에서 100달러 내외에 판매되었다는 사실을 이 편지에서 알 수 있다. 박수근이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천을 석탑이나 석조물에서 찾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 전시에서 필자가 발견한 기쁨이었다. 박수근이 경주를 자주 방문하고 열심히 석조물들의 탁본을 했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박수근 미학의 정신적 뿌리가 멀리 신라로부터 연원했음을 알려 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흔히 비평가들은 중국은 전탑(塼塔)의 나라이고 일본은 목탑의 나라이며 한국은 석탑의 나라라고 한다. 박수근이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하여 입체감을 부조시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독자적 세계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의 심미적 전통을 누구보다 잘 살린 화가로 평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수근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것이다. 그의 그림의 중심인물은 어린 소녀나 아주머니 그리고 시장 사람들이다. 대부분 평범한 서민들이고 주변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 1950년대의 저변을 이루는 사람들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들이야말로 그 시대의 도도한 물줄기를 형성한 인물들이다. 고단한 나날의 삶을 견디면서 침묵하는 사람들의 힘이 역사를 이끌고 오늘의 한국을 이루었으며 그 힘은 왜곡된 정치가나 선동가들의 몫이 아니다. 박수근은 그런 침묵하는 인간 군상들의 내면을 부각시켜 한국인의 깊은 마음속을 움직인 것이다. 가짜와 헛것이 판치는 기술 복제 세상에서 인간의 선함과 진실을 파고들어 한국인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원천을 깨우쳐 준 박수근에게 우리는 깊은 존경의 헌사를 바쳐야 한다.
  • [오늘의 눈] ‘정치인 눈물’ 만병통치약 아니다/황비웅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정치인 눈물’ 만병통치약 아니다/황비웅 정치부 기자

    정치인의 ‘눈물’은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때로는 대중들의 가슴을 적셔 정치인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하는 효과가 있다. 가식과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진정성의 입김을 불어넣는 묘약이 되기도 하고,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은 정치인의 눈물 한 방울이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정치인의 눈물은 유약한 리더십의 상징도 된다. 눈물로 인한 극적 반전은 주로 선거판에서 일어난다. 2008년 1월 7일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유권자들과 대화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돌연 눈물을 보였다. 평소의 강인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뒤집은 사건이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의 눈물로 버락 오바마에게 크게 뒤지던 힐러리는 판세를 뒤엎고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눈물의 묘약은 오래 가지 않았다. 힐러리의 눈물은 ‘리더십 부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오바마에게 패하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도 부쩍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이 많아졌다. 선거판에 활용하려는 술수라기보다는 진정성을 담은 눈물일 때도 있다. 지난 1일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이 ‘생활고로 인한 세 모녀 동반 자살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잇지 못하고 흘린 눈물이 그랬다. 한 대변인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며 70만원이 든 봉투를…. 죄송합니다. 서면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울먹이다 중도에 브리핑을 포기했다. 세 모녀의 비극을 논평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듯싶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만큼은 눈물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지만 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국민은 눈물을 같이 흘려 주는 정치인보다는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민생고를 해결할 정치인을 원한다. 현실은 어떤가. 복지 사각지대의 벼랑 끝에 있는 민초를 위한 법안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줄줄이 무산됐다. 여야가 198개 법안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지만, 정작 기초연금법안이나 생활보호대상자의 급여 체계를 다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적지 않은 법안이 정쟁 끝에 미뤄졌다. 이번 국회에서 법안 처리 0건의 오명을 벗지 못한 미래창조방송과학통신위원회의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당초 합의됐던 방송법 개정안이 보수 진영의 반발로 무산되자 야당을 비판하며 눈물을 보였다. 정치인치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다”는 말에 승복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럼에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민초의 눈물을 행동으로 닦아 주는 이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채 100여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바람이 거세질수록 정작 민생 법안 처리는 선거 득실을 따지며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 정치권이 지방선거 필승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곪아 터져 간다. 대책 없는 눈물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가슴이 조화를 이룬 ‘삶의 정치’에 골몰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stylist@seoul.co.kr
  • 5개 시중銀 전세자금대출 2년사이 2배 이상 급증

    5개 시중銀 전세자금대출 2년사이 2배 이상 급증

    지난해 시중은행 5곳에서 나간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1000조원대 가계빚의 한 축인 전세대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보증금 4억원 이상의 고액 전세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60% 중반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IBK기업은행 등 시중 5개 은행의 지난해 말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9조 2576억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2배 늘었다. 5개 시중은행이 은행 자체 상품을 통해 빌려준 전세자금 대출은 2011년 말 4조 1639억원에서 2012년 말 6조 2366억원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신한은행이 2011년 1조 4148억원, 2012년 2조 3130억원, 지난해 3조 9615억원으로 가장 많은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속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주택 구매 대기자들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주택기금의 저소득가구 및 근로자·서민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2010년 3조 6442억원에서 2011년 5조 863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12년 5조 159억원, 지난해 4조 2902억원으로 차츰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세대주 단독으로 소득 기준을 산정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소득요건 기준을 변경해 전세자금 대출 실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월세 전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면서 경기악화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는 ‘깡통전세’가 가계 부실로 직접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의 전세대출 연체율은 2011년 3월 말 0.26%에서 지난해 9월 0.74%로 증가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단기적으로 현재 거주지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셋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사설] 세 모녀 벼랑 끝으로 내몬 우리의 불편한 진실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지난 26일 저녁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반지하 집에 세들어 살던 세 모녀가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박씨가 한 달 전 다쳐 일을 그만두면서 수입이 끊겼다고 한다. 이들은 삶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방세와 공과금 등 70만원이 담긴 봉투를 남겨 놓고 떠나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국가와 이웃으로부터 어떤 도움의 손길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이 되레 주인에게 ‘죄송하다’고 ‘착한 유서’를 남긴 것을 보면서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복지 예산이 과연 필요한 서민들에게 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세 모녀의 비극은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의 대상임에도 이들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큰딸은 당뇨 등으로 고생했지만 이들 가족은 장애인, 한 부모 가정 등 전형적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송파구청 측은 “동주민센터에서 기초수급자를 발굴하는데 박씨 모녀는 직접 신청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어려운 형편의 이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모른 채 여전히 빈곤의 나락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을 찾아내 그들을 따뜻한 복지의 제도 속으로 품어 안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최소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복지예산은 100조원에 이른다. 복지를 통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양적인 복지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보았듯이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복지 정책의 최종 집행자인 지자체는 사회안전망과 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재점검하길 촉구한다. 다른 한편으로 세 모녀의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과연 삶의 끈을 놓아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 “한은 돈 풀어 가계빚 해결 문제 있다”

    27일 나온 정부의 가계빚 대책에 전문가들은 “방향은 잘 잡았다”면서도 “자영업자 대책과 ‘풍선효과’ 보완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은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너무 집착해 목표치가 비현실적인 데다 재탕이 많다며 시큰둥해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정금리 대출과 분할상환 확대 등 큰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가계빚 급증의 3대 주범은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대출, 저소득층 생계형 대출인데 이 중 뇌관은 자영업자 대출”이라면서 “담보(집)가 있는 주택대출과 달리 자영업자 대출은 부실 위험이 크고 금융권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높은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빚을 줄이라는 가계빚 대책이 기본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사라는 부동산 대책과 상충되는 탓에 금융 당국의 정책 의지와 효과가 얼마나 먹혀들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가속화도 우려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에 취약계층 대출자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대출 총량을 억제하면 ‘풍선효과’ 때문에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2011년부터 가계빚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카드·보험 등 2금융권 대출 잔액(지난해 말 현재 481조 8787억원)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을 넘어섰다(50.03%). 금융권은 무리한 목표 설정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했다. 한 시중은행의 가계여신 담당 부장은 “정부 대책의 상당 부분은 2011년 은행에 내려왔던 지침과 유사하다”면서 “그런데 고정금리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고정금리 대출을 무작정 (고객에게) 권유하기 힘든 실정인데 현재 10%대인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정부 목표대로 40%까지 끌어올리려면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가 되레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변동성이 적은 ‘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을 고정금리로 인정해 주거나 거치기간이 짧은 대출도 비거치식으로 인정해 주는 등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주택저당증권(MBS)을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추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집값 급락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한은이 MBS를 인수해 주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비우량 MBS까지 한은이 떠맡게 되면 충격이 왔을 때 금융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가계빚 해결에 중앙은행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관련 내용이 빠진 데 대해서는 규제 완화 자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팽팽한 만큼 평가도 “아쉽다”와 “그나마 다행”으로 갈렸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 가계 빚 중·장기로 분산… 정부 “DTI·LTV 당분간 유지”

    정부가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은 가계 부채의 만기 구조를 중장기로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17년 말까지 대출받은 직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대출 이후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통상 3년)이 끝나면 이를 연장, 또 거치식 대출이 되면서 불어나는 부채증가율을 비거치식 대출의 확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고액 전세에 대한 보증 지원을 줄여 전세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전세대출 증가율도 잡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없이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DTI, LTV의) 합리적 개편은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단 DTI와 LTV는 경기 대책이나 주택 정책의 일환이라기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라는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채 대책 중 최후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확대에 집중한다. 고정금리(15.9%)와 비거치식 분할상환(18.7%) 대출 비중을 올해 20%, 내년 25%, 2016년 30%, 2017년 40%로 늘리기로 했다. 제2금융권도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 확대 목표를 설정해 보험권은 지난해 말 26.1%에서 40%로, 상호금융권은 2%에서 15%로 늘리기로 했다. 장기·분할상환식 대출상품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장기 정책모기지를 지난해 25조원에서 올해 29조원까지 확대한다. 금융권은 대출해 줄 때 소비자에게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추가 이자부담액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도록 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고위험·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등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지원 강화를 통해 우선 영세자영업자에 대해 바꿔드림론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신용회복위원회·미소금융, 국민행복기금과 햇살론 개인보증기능 등을 통합해 서민금융 총괄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지원 대상은 전세보증금 4억원(지방은 2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전세 쏠림 현상을 완화해 매매 또는 월세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건전성이 취약한 제2금융권에 대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불공정 영업행위를 점검하기로 했다. 3~5년의 단기 일시 상환 대출 취급 후 만기 연장을 하면 구속성 금융상품에 부당하게 가입하도록 하는 등의 불공정 영업행위(꺾기)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조속히 제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지방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에 대해 ‘가계대출 취급 가이드라인’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지방선거, 박수치는 자 승리하리라/오일만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지방선거, 박수치는 자 승리하리라/오일만 정치부장

    6·4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54.5%는 이제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젊은층의 무관심에다 6일(현충일)을 낀 징검다리 연휴 때문이란 시각도 있지만 단견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정치 혐오증을 불러온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체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야 건강한 민주주의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이제 유권자의 절반이 외면하는 선거가 일상이 돼버린 ‘활기없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역동성 있는 사회로 향하게 하는 정치시스템 본연의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냉정하게 보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집단 사보타주 성격이 있다.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요구가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사보타주 대열’에 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작금의 위기는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갇힌 우리의 정당정치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지역과 진보-보수의 대결구도가 묘하게 어우러진 정치 지형은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됐다. 정치인들이 신봉하는 문법은 유권자들의 희망과 정반대로 작동해도 어찌 해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없이 한국 정치병은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율곡 이이(李珥) 선생이 동호문답을 통해 “오래돼 대들보가 썩어서 곧 무너지려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1569년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이 선생의 고민은 2014년 대한민국에도 적용된다. 가중되는 서민들의 생활고, 무너지는 중산층, 비생산적인 정치권, 고질적인 지역주의, 절망에 빠진 젊은 세대….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주소지만 정치 시스템이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해졌다. 단순하게 집을 수리하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출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선거판 앞에 선 여야는 지금 서로 ‘뺨 때리기 게임’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갈수록 강도 높게 상대방을 때리지 않으면 지지자들을 동원할 수 없는 구도다. 진영논리와 네거티브 전략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우리의 정치문화를 지탱하는 쌍두마차가 됐다. 새 정치를 앞세우며 기존 정치에 도전장을 던진 안철수 신당 역시 기성 정치를 답습하며 기진맥진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6·4 지방선거의 승리법은 이미 나와 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문법에 충실하게 따르면 된다. 신정치문법은 그동안 작동했던 기존의 정치 행태를 거꾸로 뒤집으면 된다. 멱살잡이 정치에서 상생의 희망 정치로, 정치공학에서 감동의 정치로 가면 된다. 네거티브 전략에서 벗어나는 것도 지방선거 승부의 주요한 키워드다. 유권자들은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후보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은 상대방에게 박수를 치면서 ‘나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긍정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친노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시절에도 순탄치 못했던 남북관계를 끈기있게 풀어냈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의 밑바닥 민심이자 지방선거 승리를 여는 비밀번호다. oilman@seoul.co.kr
  • 정몽준 “서울시장 출마”… 대선 불출마 굳혔다

    정몽준 “서울시장 출마”… 대선 불출마 굳혔다

    6·4 지방선거의 여권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정몽준 의원이 다음 달 2일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2002년 대권 도전에 실패한 그로서는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라는 평가다. 그의 출마로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최고위원, 출마 여부를 재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함께 시장직 탈환을 위한 여당 내부 경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정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일요일에 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중 최다선인 7선이자 2002년 대선 후보였던 전력을 감안하면 ‘하향 지원’인 셈이나 그만큼 이번 지방선거를 향한 여당의 절실함과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6·4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향후 새누리당의 주도권에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경선을 거쳐 본선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에서 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시장직 도전이 ‘2017년 대선을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정 의원은 일단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음 대선은 포기하고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는 것은 물론 연임까지 이뤄 내겠다는 입장을 출마 선언 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권 포기는) 정치인 개인 커리어로 놓고 볼 때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 정 의원 나이로 보나 현재 여당 인물군으로 보나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시장과의 결전을 겨냥해선 ‘일하는 시장론’, ‘서민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시장론’을 펼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부자 대 서민’ 프레임으로 공격해 올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도움 주는 정치인이 있을 텐데 저는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돕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주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정책과 같이 가야 하는 게 교통정책”이라며 주요 공약을 시사했다. 출마에 걸림돌로 지적됐던 주식백지신탁에 대해 정 의원은 “논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관련 규정이 있으면 규정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1조 9719억원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주식에 대해 백지신탁 판정이 내려지면 경영권을 포기할 각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이 박 시장을 근소하게 추격하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면서 두 사람의 신경전도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말로만 서민 정치인은 안 된다”고 한 데 대해 “이런 말씀은 시민들에게 모독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다시 “일반적 정치인 얘기를 한 것이다. 과민 반응”이라고 일축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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