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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스마트 시대, 서울의 스마트 인구정책/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고] 스마트 시대, 서울의 스마트 인구정책/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 인구 1000만명 시대가 막을 내렸다. 사람들이 끝없이 서울로 몰려들어 ‘서울은 만원’이라고 아우성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을 기록할 때쯤 한국은 이미 저출산 상황이었고 인구 증가가 크게 둔화됐다. 서울의 인구 역시 1000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의 전·월세 가격이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터전인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서울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서울의 인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이 반드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미 서울 사람들의 생활권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로 광역화돼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로 분리돼 있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거대한 단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잠만 자는 상주 인구는 감소해도 서울에서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주간 인구나 쇼핑, 병원치료 등 주야간에 서울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준다고 서울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약해진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의 상징성이나 집중성은 여전히 막강하다. 서울의 중심성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은 여전히 서울이다. 그러니 서울의 인구 감소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인구가 줄면 역설적으로 서울의 환경은 더 나아질 수 있다. 지금보다 낮은 인구밀도는 주택, 교통, 대기, 수질 등 여러 면에서 서울의 삶의 조건과 환경을 더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구 감소는 서울의 위기가 아니라 서울을 새로 디자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새로운 기회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인구의 양적인 감소가 아니다. 고령화 등 인구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소가구가 진전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종별 거주지가 형성되는 등 새로운 인구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 서울의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문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 늘어나는 외국인들이 분리된 거주공간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는 문제 등 단순히 양적인 인구 문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인구정책은 세대 간 유대를 강화하고, 변화하는 가족과 가구 구성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청년층 및 취약계층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을 마련하고, 인종적 다양성을 포용하며, 서울 및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 생활권의 질서와 통합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인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 규모가 힘과 세력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우리는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는 양적인 인구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질적 인구가 더 중요하다. 1000만 인구를 지켜야 한다는 허상보다는 인구 감소가 가져올 현실에 대한 냉철한 안목과 시민의 삶의 질에 방점을 둔 새로운 인구 계획이 필요하다. 스마트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인구정책이 요구되는 때다.
  • [자치단체장 25시]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

    [자치단체장 25시]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

    눈이 커 눈물이 많다는 신계용(53) 경기 과천시장은 얼핏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이 많다.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만나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준다. 그가 살아온 삶은 화려하지는 않다. 그의 삶은 ‘봉사와 사회복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봉사’이고 ‘사회복지의 연장’이다. 화려하거나 튀지 않지만 올바르고 성실한 삶의 자세와 가치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부모에 대한 효도보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면서 사회복지를 알게 됐고 전문가가 됐다. 2남 2녀의 장녀로 경기 안양 관악산의 품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안양여고에 수석 입학했고, 1982년 서울대에 입학한 뒤 행시를 준비했다.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준비를 하던 중 그의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1987년 서울신문에 난 민주정의당(현 새누리당) 사무처 공채 공고를 보고 응시해 덜컥 합격한 것이다. 20여년간 이어진 정당생활의 시작이었다. 다양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정당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때때로 자신이 당돌하다는 신 시장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에 쓴 자서전 ‘정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봉사’에 그 일화가 잘 나와 있다. “여러 경험 가운데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재 대통령인 박근혜 의원과의 만남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 당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었다. 나는 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출마 입장을 미루던 박 의원을 만나 결단을 내려 줄 것을 부탁했다. 아무도 이야기를 못 하는 상황에서 여성국 부국장이던 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가 “평소 잘 나서지 않지만 나서야 한다고 생각되면 앞뒤 좌우 살피지 않고 나서는 당찬 성격”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직선적이고 당찬 성격은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2006년 한나라당 중앙당 여성국장을 끝으로 당 공천을 받아 경기도의원에 당선됐다. 도의원으로 있던 2009년 각서를 쓰고 비례의원직 임기 4년을 2년씩 나눠 활동하는 악습을 없애는 데 앞장섰다. 그는 “의회의 비례대표직은 각서를 통해 주고받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4년의 임기는 어떤 외부 압력에 의해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신 시장의 ‘무모함’은 과천시장 출마 과정에서도 그대로 보여 줬다. “활력을 잃어가는 과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활기찬 도시를 만들겠다”며 2014년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연고가 없는 과천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받은 그는 “과천에 제 인생을 다 걸었다”며 “과천시를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갑자기 나타난 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당연히 냉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천에 학연도 지연도 없고 정치적으로 빚진 게 없다”며 “취임하면 소신껏 아무 거리낌 없이 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대처했다. 과천을 강남벨트와 연결하고 아파트 재건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등 지역민심을 꿰뚫는 공약으로 민심을 잡았다. 과천시 최초의 여성 시장이 된 것이다. 신 시장은 취임식에서 밝혔던 것처럼 여성의 섬세함과 강직함으로 새 과천시대를 열고 있다. 핵심 정책은 과천과 서울 강남을 잇는 강남벨트조성사업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제3차 국가철도망 기본계획 및 광역철도 기본계획에 강남권 구간 지하철 신설사업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관광 거점을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와 주암동 일원 ‘중심업무지역 및 글로벌비즈니스 타운’ 조성 사업도 추진한다. 취임 후 줄곧 도시의 새로운 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신 시장은 재건축 담당부서를 신설해 노후주택 정비에 속도를 낸다. 과천에는 노후 아파트가 많다. 자족도시 실현을 위한 갈현동 ‘지식기반산업용지’의 성공적 분양을 위해 입주기업체를 대상으로 인허가와 세무상담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그는 또 가족 친화마을과 돌봄공동체 가족품앗이 사업에 필요한 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함으로써 따뜻한 복지공동체를 조성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공약 중 하나인 20년 동안 방치됐던 우정병원도 조만간 새로운 기능을 하는 건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신 시장과 지난달 17일 하루를 동행해보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현장 방문에서 그대로 보였다. 푸른색 상의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그는 오전 8시 25분 과천고등학교 정문에서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진행하는 ‘친구소통 캠페인’ 행사에 참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그는 등교하는 학생에게 일일이 설문용 스티커를 나눠 주며 “스마트폰 없으면 뭘 할래?”, “친구에게 엮였네” 등 살갑게 말을 건넨다. 30여분 동안 학생들 등을 토닥이기도 하고, 손바닥을 부딪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신 시장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친구들과 건강하게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2016년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관악산 산불대응 토론훈련’이 예정 시간을 10여분 넘겨 끝나자 신 시장은 서둘러 작업복을 입고 나섰다. 자원봉사자들과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안양천으로 향했다. 이날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 있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식물 제거에 작게나마 손을 보탰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은 민원 상담을 하는 모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날 2건의 민원 상담이 이뤄졌다. 한 건은 지식정보타운에 편입되는 액화석유가스 판매점이 이전할 대체부지가 없어 폐업 위기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폐업하게 되면 3가족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었다. 법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라 해결책이 없는 민원이었다. 신 시장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런 민원 상담도 고집한다. 민원인의 하소연이 이어지자 신 시장도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쉬며 공감을 해준다. 그도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을 잘 알지만 365일 언제나 시장실을 개방, 민원인의 입장이 돼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에서 서민들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의 모습에 시민 윤미자(52·여·부림동)씨는 “신 시장은 서민들을 잘 보듬어 준다”며 “서민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흘려버리지 않고 꼭 지켜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 과천시는 엄청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올해 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자족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키를 잡은 신 시장은 주거환경 조성과 도심 재정비사업 신속 지원, 따뜻한 복지공동체 조성, 소통하고 참여하는 시정 운영으로 행정도시의 명성을 탈피하고 새로운 문화·관광 도시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다. 글 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서민 부담에… 경유값 인상·직화구이집 규제 백지화

    서민 부담에… 경유값 인상·직화구이집 규제 백지화

    당정협의서 여당 반대 입장 수용 경유차 각종 감면혜택 폐지 추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키로 정부는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당초 검토했던 경유값 인상과 직화구이집 규제 방안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서민 부담 및 국민 불편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대신 경유차에 대한 각종 혜택을 폐지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일 ‘미세먼지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논의했으며,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은 3일 최종 발표된다. 당초 정부는 현재 휘발유값의 85% 수준인 경유값을 인상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인상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경유값 인상과 맞물려 검토됐던 휘발유값 인하 문제 역시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또 삼겹살과 고등어 등 직화구이집에 대해서도 당초 거론됐던 ‘직접 규제’에서 ‘간접 규제’로 선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경유값 인상과 직화구이집 규제처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며 “정부 측에서 당의 요구를 모두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정은 대신 배출가스 기준 이하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클린 디젤차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해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과 같은 혜택을 더이상 부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ow Emission Zone·LEZ)을 확대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부제를 시행하는 등의 대책도 거론됐다. 당정은 또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53기가 가동 중, 11기가 건설 중, 9기가 건설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우선 폐쇄 대상은 가동된 지 40년이 넘은 3기다. 30년이 지난 11기도 폐쇄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예정인 신규 화력발전소의 원료를 석탄 대신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 종합대책에는 ▲미세먼지 배출 공장 방진·집진시설 보급 ▲중국 오염 현황 실시간 공유 도시 확대 ▲디젤엔진 자동차와 건설기계 관련 대책 ▲도로·공사장 비산먼지 등 생활 주변 대책 ▲미세먼지 측정소 확충 ▲정부 내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미세먼지 대책 ‘고등어 타령’ 할 때 아니다

    요즘 같아서는 살아가는 일이 시시각각 살얼음판 걷기다. 생필품에 유해 화학성분이 어디에 얼마나 들었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것도 기막힌데, 마시는 공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이다. 그 걱정이 날마다 커지기만 하니 안 그래도 미세먼지에 답답한 가슴이 더 막힌다. 대기 질(質)을 개선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요술 방망이 두드리듯 해결될 일이야 물론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미세먼지에 속수무책 당하는 시민들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안다면 이렇게 무대책으로 세월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책임 부처들은 연일 엇박자 대책만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경유에 세금을 올리자 하고, 기재부는 경유 차량에 붙이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올리자는 식이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응하는 정부의 기본자세부터 미덥지 못하다. 얼마 전까지도 정부는 중국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그러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지적이 높아지자 이제는 앞뒤 없이 경유 차량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다. 경유값을 올리든 환경개선부담금을 늘리든 서민 가계에 부담이기는 매한가지다. 경유값을 올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분위기이니 벌써부터 증세 논란이 뜨겁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단 줄은 삼척동자도 안다. 미세먼지를 줄일 근본대책은 고민하지 않고 덜컥 경유값부터 올리겠다니 불만 여론이 높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차원적 대책도 딱한데, 환경부가 고등어나 삼겹살 굽는 연기가 심각한 초미세먼지라며 규제 운운하니 국민 질타가 쏟아진다. “메르스 사태는 낙타 탓, 미세먼지는 고등어 탓하나”라는 원성이 안 들리는지 궁금하다. 국무총리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옥시 파동 수습에도 컨트롤타워가 되겠다더니 총리실이 전면에 나선 장면을 본 적이 없다. 조만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겠다면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라도 열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각 부처의 입장을 신속히 조율해서 국민들의 건강과 미래 환경을 지켜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경유값 인상에만 종합대책의 초점을 맞춰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화력발전, 중국발 황사 등 미세먼지 발생 경로는 다양하다. 경유차가 문제라면서 정작 기업의 역할은 논의 범주에 넣지 않는 대책도 설득력이 없다. 자동차 업체들부터 경유차에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달도록 유도해야 한다.
  • 저축은행 서민 과다·중복대출 차단

    저축은행권 대출모집인이 서민층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권유하는 행위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의 부당한 영업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영업관행 쇄신방안’을 1일 발표했다. 우선 저축은행 대출모집인의 부당한 대출 늘리기 영업관행을 막기로 했다. 현재 일부 대출모집인은 저축은행 간 대출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제도상 취약점을 악용해 대출한도보다 높은 금액을 대출받도록 했다. 예컨대 대출한도가 2000만원에 불과한 신청인이 5개 저축은행에 동시에 대출을 중복해서 신청하도록 해 총 1억원을 빌릴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신용정보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출정보 실시간 공유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 과다·중복 대출을 차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모집인의 이런 무분별한 대출 갈아타기 권유는 신규 대출 발생 건에만 수수료를 지급하는 현행 모집수수료 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개선안을 도출해 내기로 했다. 신규 대출모집 금액에 연동한 수수료를 대출모집 잔액에 비례한 방식으로 바꾸고, 개별 대출 건에 대한 수수료를 분할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미세먼지? 43년 구워도 건강”

    “미세먼지? 43년 구워도 건강”

    “내가 43년째 휴일도 없이 생선을 굽고 있는데 건강에 아무 이상 없어요. 생선을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니 기가 찹니다. 언제는 생선이 건강식품이라더니 갑자기 미세먼지가 나온다고 죄인 취급을 하네요.” 지난달 31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의 한 생선구이집에서 고등어를 굽던 이모(75·여) 사장은 “원래 여름철은 손님도 많지 않을 때라 그런지 정부의 미세먼지 관련 발표 때문에 손님이 줄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아예 영향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환경부가 ‘고등어, 삼겹살 등의 음식을 구워서 조리할 때 매우 나쁨 수준의 최소 10배 이상으로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생선구이 골목의 상인들은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 경유차는 못 잡고 애먼 서민음식 탓만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강승희(59·여)씨는 “단골 중에 ‘이상한 보도가 나서 심란하겠다’며 오히려 위로해주는 분들도 더러 있다”며 “정부가 정작 미세먼지를 많이 만들어내는 곳에 대해 규제는 못하고 만만한 서민들을 이용해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이날 친구와 식사를 하러 들른 대학생 오범준(24)씨는 “미세먼지가 나날이 심해지는데 대책은 없으니까 탓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겉으로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속마음은 서로 달랐다. 생선구이집을 겨냥한 발표는 아니겠으나 ‘생선구이=미세물질’이라는 인식이 자칫 식당 영업에 큰 주름을 안겨주는 게 아닐지 우려했다. 인근에서 삼겹살 직화구이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장기 불황으로 서민들이 지갑을 닫은 데다가 한 끼에 3만원 이상을 접대받지 못하게 만든 김영란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고민이 큰 데 미세먼지 논란까지 겹쳤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도 “직화구이가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점포 수도 늘었고 업주들도 가게 좌석마다 실내 환풍 시설을 갖추는 등 노력해 왔는데 이번 정부 발표로 다들 허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알려진 발생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등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조치 없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생활오염원 탓을 한다면 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쳐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종합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與도 野도 “경유값 인상 반대”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중 하나로 경유값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여야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유값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일부 있는 것 같은 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경유값을 올릴 게 아니라 오히려 휘발유값을 내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경유는 주로 화물 트럭이나 영세 자영업자, 젊은층이 애용하는 차에 쓰인다”면서 “이런 서민들의 부담을 올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고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제 시세가 높게 책정된 휘발유값을 내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기상청을 찾아 미세먼지와 관련된 현황을 보고받은 데 이어 2일 오전 미세먼지 대책을 주제로 한 20대 국회 첫 당정협의를 주재한다. 당정협의에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생활정치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고 예보 능력 향상 대책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도 경유값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다만 야당은 보다 실질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환경 문제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더민주는 20대 총선 공약으로 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을 전국 산업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면서 “향후 정부 정책의 방향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토론회를 준비해 대책을 정부에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500만원으로 큰손처럼 ‘사모 부동산펀드’ 투자

    500만원으로 큰손처럼 ‘사모 부동산펀드’ 투자

    거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져 온 사모 부동산펀드가 대중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시중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서민들도 간접 투자 형식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길이 열려 사모 부동산펀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땅과 건물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대다수 사람들이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사모 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5년 새 2배 넘게 불어났다. 올해 초 기준 사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의 76.5%를 차지하는 국내 부동산형펀드 규모는 지난해 초 25조 9543억원에서 올해 초 28조 3379억원으로 커졌다. 2011년 12조 7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부동산형펀드의 경우 국내 부동산형펀드보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는 훨씬 가파르다. 2008년 7500억원에 불과했던 펀드 규모는 올해 초 8조 684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펀드는 자금 운용이 용이한 사모형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선진국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사모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고 전체 해외 부동산펀드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엇보다 계속되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면서 옛날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 금리가 유지되면서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은 넘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의 안정적인 영업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직접 투자의 경우 각종 거래에서 세금과 비용이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부동산펀드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여러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해외 부동산에도 비교적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 방식이 직접 투자에서 펀드·리츠 등의 간접 투자로 변하는 추세”라며 “전문가가 운용하는 것이 부동산 효용 가치 극대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설정된 사모 부동산펀드를 보면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펀드들이 많다.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지만 누적 투자 금액인 운용설정액과 현재 실제 운용 자금인 운용순자산을 비교해 보면 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동산펀드 투자 역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1억~3억원 이상이 있어야 접근이 가능한 데다 펀드당 49명까지만 모집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도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펀드를 추천한다. 그러나 곧 서민들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난 29일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펀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최소 투자 금액 500만원으로 부동산 또는 실물자산펀드에 간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이라도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공모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펀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공모형 리츠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128개인 국내 리츠 중 125개가 사모형이다. 최근 1년간의 공모형 해외 리츠펀드 수익률을 보면 ‘한화글로벌프라임상업용부동산 종류A’가 8.91%의 수익률을 올려 1위에 올랐다. 이 펀드는 북미, 유럽, 호주 및 아시아 등 전 세계 핵심 상업용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기업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삼성J-REITs부동산1호’와 ‘한화JapanREITs부동산1호’ 등 일본 지역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는 최근 3년 수익률이 40%를 넘기도 했다. 리츠는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부동산펀드도 주식형펀드 등과 마찬가지로 경제 상황에 따라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브라질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 펀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브라질 경제가 무너지며 반 토막이 나기도 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단독] 주말 쉬겠다는 대구의료원… “가족 친화” vs “서민 불편”

    직원 이직 줄이려 주5일제 도입 취약 계층 환자 의료 공백 우려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이 오는 7월부터 토요일 진료를 중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말에나 진료를 받는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진료 공백이 발생하는 탓이다. 대구의료원은 7월 1일부터 주 6일 외래 진료 체제를 주 5일 진료 체제로 변경하고 주중 진료 시간을 오후 5시에서 1시간 연장한다고 31일 밝혔다. 대구의료원이 토요일 진료를 중단한 이유는 가족 친화 경영 도입 때문이다. 직원들이 주야 근무나 3교대 체제로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일해 이직률이 높다는 게 의료원 측의 입장이다. 특히 주말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휴원해 병원 직원의 자녀가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혼자 보낸다는 것이다. 신창규 대구의료원장은 “전국 34개 공공의료기관 중 30곳이 토요일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6개월간 시범 실시 기간을 거쳐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요일 진료 중단에 따른 진료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대부분이 토요일 진료를 하는 데다 의료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환자가 많은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상 환자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구의료원의 주말 외래 환자가 270명 정도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주말에야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원 내부 사정을 앞세워 토요 진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설문조사 등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49년 롯데껌 지구 330바퀴 누적 매출 4조

    49년 롯데껌 지구 330바퀴 누적 매출 4조

    롯데껌 누적 매출이 4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제과는 1967년 회사 설립 때부터 49년간 생산·판매한 제품의 누적 매출이 지난달 말 기준 4조 5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금액을 쥬시후레쉬로 환산하면 약 300억통으로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330바퀴 돌 수 있는 1320만㎞라는 설명이다. 롯데제과는 껌의 기능과 개념을 재정의하는 혁신을 거듭하며 국내 껌 시장 1위를 지켜 왔다. 지난해 롯데껌의 껌 시장 점유율은 80%에 근접했다. 최초의 롯데껌은 1967년 선보인 쿨민트껌, 바브민트껌, 쥬시민트껌, 페파민트껌, 슈퍼맨 풍선껌, 오렌지볼껌 등 6종이었다. 첫해 매출은 3억 8000만원으로, 당시 껌 가격이 2~5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것이다. 1972년 롯데제과가 개발한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3종은 현재 국내 껌 중 최장수 제품으로 남아 있다. 당시 크기와 볼륨이 경쟁업체 제품보다 월등하게 커 ‘대형껌 3총사’로 불렸다. 롯데제과 측은 “3종 중 맏형 격인 쥬시후레쉬는 단맛이 강해 70~80년대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 주고 심심할 때 즐거움을 주는 입안의 동반자로 인기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웰빙·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2000년대 들어 롯데제과는 충치 예방 효과를 내세운 자일리톨껌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뤘다. 기존 껌의 형태와 포장을 완전히 바꾼 자일리톨껌의 연평균 매출은 1000억원 이상이다. 자일리톨껌 매출은 2002년 1800억원까지 치솟아 같은 해 롯데껌 전체 매출을 2450억원까지 키워 냈다. 최근 롯데껌 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시론] 경유차 규제, 다양한 요인 고려해야/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경유차 규제, 다양한 요인 고려해야/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명의 이기로 여겨져 온 자동차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각국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고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과 연비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도 매년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친환경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환경청은 지난 40년간 자동차 한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가량 줄었고, 평균 연비는 85%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세계자동차협회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지난 20년간 80%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가 늘자 주요국 정부는 도전적인 규제 목표를 설정해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동력 시대로 전환됐다. 자동차산업 초기에 반짝 등장했던 전기동력차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2009년 이후 각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부활했으나 배터리 성능과 가격, 미흡한 충전하부구조, 충전의 불편함 등으로 지난해 70여만대 판매에 그쳤다. 세계 자동차 판매의 0.8%다. 지난해 ‘디젤게이트’를 초래한 폭스바겐에 이어 미쓰비시, 스즈키가 연비 조작을 인정하자 환경부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닛산 경유차의 연비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국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리고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방안도 내놓았다. 200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경유차는 소음공해와 대기오염의 주범이며 경유차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국내외 분석 자료에 근거해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각종 지원을 확대하자 소비자들의 구매가 급증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외국 업체가 경유차를 앞세워 내수시장을 잠식해 오자 정부의 ‘친환경자동차 개발 및 보급 계획’에 부응해 막대한 자금을 경유차 관련 기술과 모델 개발에 투자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특히 소형 경유차 모델의 다양화는 경유 가격 하락과 함께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시켰다. 올해 1~4월 소형 경유 승용차와 상용차 판매는 각각 3만 6000대와 5만대를 기록해 자동차 내수의 1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판매의 36%와 수입차의 67%를 경유차가 점할 정도로 경유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각종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경유차 수요가 줄 경우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투자 자금만 날릴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과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 자동차업체, 특히 폭스바겐과 푸조시트로앵 등 유럽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디젤 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자칫 국내 경유차 시장을 다시 수입차에 내줄까 우려된다.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과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환경부가 손바닥 뒤집듯 경유차를 ‘클린디젤’에서 ‘더티디젤’로 재평가하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내연기관을 대체해야 할 국내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000대를 넘어섰지만 올해 1~4월에는 439대 판매에 그쳤다. 정부가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을 8000대로 늘렸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충전의 불편함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철석같이 친환경차로 믿었던 경유차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전기동력차 수요마저 줄고 있어 국내 친환경차산업의 미래가 암울하다. 규제가 혁신을 유발한다지만 새로운 규제는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쏠림 현상과 풍선효과 등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수립 운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상황만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아이돌 없어도… 박수받는 ‘NO 스타’ 뮤지컬

    아이돌 없어도… 박수받는 ‘NO 스타’ 뮤지컬

    ‘뉴시즈·난쟁이들·빨래’ 등 각광 ‘스타 마케팅’ 변화 여부에 주목 “작품이 스타 키우는 길로 가야” “이름 있는 배우들이 한 명도 없어 처음엔 망설였는데, 보기를 진짜 잘했어. 배우들 연기가 정말 열정적이야. 공연 내내 엄청난 힘이 느껴져. 내용도 좋고.” 지난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뮤지컬 ‘뉴시즈’를 본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뉴시즈’는 19세기 말 뉴욕을 배경으로, 거리 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10대 신문팔이 소년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계에서 생소한 20대 남자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없는데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성과 무명 배우들의 넘치는 힘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뮤지컬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유명 배우 없이 철저히 작품으로만 승부를 거는 뮤지컬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NO 스타’ 뮤지컬의 조용한 혁명이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무명 배우들의 작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난쟁이들’(다음달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과 ‘빨래’(내년 2월 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가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난쟁이들’은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튼 작품으로, 독특함과 재기발랄함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빨래’는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와 웃음, 눈물을 담은 작품으로,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꼽힌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결국은 작품성”이라며 “배우는 작품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난쟁이들’, ‘빨래’ 등은 좋은 작품은 유명 배우가 아니라 내용, 볼거리,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결정한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계 안팎에선 국내 뮤지컬 시장이 ‘스타 마케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관객들도 출연 배우들을 보고 티켓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대극장 뮤지컬 흥행공식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돼 있다. ‘티켓 파워’가 있는 젊은 남자 배우들이 3~4명 꼭 출연한다. 김준수,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엄기준 등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를 끼워 넣는 식이다. ‘에드거 앨런 포’, ‘마타하리’, ‘삼총사’, ‘잭 더 리퍼’ 등 수두룩하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선 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대극장 공연은 작품 구상 초기부터 스타 마케팅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스타 없인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뮤지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스타에서 작품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에선 인기 배우들 작품도 흥행하지만 무명 배우들 작품이 훨씬 더 많이 호평을 받고 있고 무명 신인도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킨키부츠’의 배우 빌리 포터처럼 오랜 무명 생활을 하던 배우가 작품을 통해 스타가 되는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는 스타 배우를 앞세워 단기간에 수입을 올리려는 게 일반화돼 있는데, 스타 없는 뮤지컬의 몇몇 성공 사례들이 나오면 우리 시장도 급속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시장에선 뮤지컬을 보는 데 스타 배우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 않는다”며 “작품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쪽으로 바뀌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정우 의원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정우 의원

    기획재정부 국고국 과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정우(군포갑) 의원은 당내 재정전문가로 꼽힌다. 김 의원은 1996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년간 기재부에서 일했다. 12~15대 총선 철원·화천·양구 지역에서 보궐선거 한 차례를 포함, 모두 다섯 번 출마해 낙선한 더민주 김철배 강원도당 고문의 아들이기도 하다. Q. 더민주를 선택한 이유는. A. 더민주 DNA. 부친께서 범민주당 계열에서 오래 활동했다. 나도 ‘더민주 DNA’를 갖고 있는 셈이다. 총선 전 더민주 산하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에 참여했다. 당이 이래서는 어렵겠다고 느꼈다.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을 제안했다. 고민 끝에 수락했다. Q. 출마를 결심했을 때 부친의 반응은. A. “아들까지 바보처럼 살게 할 수는 없다.”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반대를 많이 하셨다. “나도 다섯 번 출마해도 안 됐는데, 아들까지 바보처럼 살게 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이대로는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고 설득했다. 더민주가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직자 출신이 야당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Q. 정치적 최대 관심사는. A. 재정민주화. 일반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다. 4대강 사업에 세금이 낭비돼도 전혀 알 길이 없다. 예산 낭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 통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국가 재정 투명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 것이다. Q. 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A. 관료 경험. 야당에는 관료 출신이 드물다. 고위 공무원들은 어깨가 뻣뻣하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그렇지 않다. 서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다. Q. 다음 선거에서 철원에 출마할 가능성은. A. 없다. 나는 이제 군포 시민이 됐다. 군포가 바로 내 고향이다. 군포 발전을 위해 선출된 국회의원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믿고 뽑아 주신 군포 시민에 대한 도리다. Q. 1호 법안은. A. 인구문제 해결 법안. 인구문제를 국가 어젠다로 다루는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앞으로 인구가 없어서 존립 근거가 없어지는 기초 단체가 생길 것이다.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 발전도 이룰 수 없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프로필 ▲1968년 강원 철원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브리스톨대학교대학원 정책학과 박사 ▲제40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과장, 세종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 [사설] 홍만표 수사 제대로 해야 검찰 신뢰 얻을 것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어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유정 변호사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이에 벌어진 50억 수임료 분쟁이 대형 법조 비리로 확대된 지 대략 한 달 만이다. 홍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혔지만 퇴임 5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싹쓸이 수임에다 수억원대의 로비 자금, 100억원대의 부동산 투자 등 끝없이 불거진 의혹 속에 홍 변호사는 스스로 “참담하다”고 했다. 검찰·법원을 포함한 법조계 전체의 심경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팍팍한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의 홍 변호사와 주변 인물들을 지켜보는 일반 서민들은 분노를 넘어 오히려 허탈할 뿐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명확하다. 홍 변호사의 전관예우에 대한 실체를 속 시원하게 규명하는 것이다. 홍 변호사를 둘러싼 다른 의혹도 소홀히 넘길 수는 물론 없다. 구속 수감 중인 정 대표는 2013년 이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세 차례 수사를 받았지만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홍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서다. 말인즉슨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를 통하면 죄를 가볍게 하거나 형량도 낮출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정 대표의 회사 돈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는 아예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홍 변호사에게 전관예우를 해 준 현직 검사를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식구 감싸기식으론 안 된다. 홍 변호사의 ‘봐주기 수사’ 청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홍 변호사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 재계 거물들의 사건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한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개업 이후 4년 동안 형사사건을 400건이나 수임했다. 싹쓸이다. 변호사법에 금지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받는가 하면 다른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 주고 알선료를 챙기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3년 한 해 신고한 소득이 91억원에 이르렀다. 홍 변호사는 본인과 가족, 회사 명의로 오피스텔만 무려 123실을 갖고 있다. 낯선 별세계의 일 같다. 소득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려던 냄새가 풍기는 대목이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 홍 변호사는 전직 검사장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다. 전직과의 관계 고리를 끊어야 실체를 볼 수 있다. 홍 변호사와 연루됐을 현직에 대한 조사도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이 눈을 곧추 뜨고 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다름 아닌 검찰에 달렸다.
  • [책꽂이]

    [책꽂이]

    스님의 생각(정법안 지음, 최갑수 사진, 쌤앤파커스 펴냄) 시인인 저자가 전국 산사를 찾아다니며 직접 만난 여러 스님과의 대화와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한다. 276쪽. 1만 4000원.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서민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기생충 21종의 ‘생존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기생충들을 생활 방식에 따라 나누고 특유의 유머로 소개한다. 376쪽. 1만 6000원. 색의 놀라운 힘(장 가브리엘 코스 지음, 김희경 옮김, 이숲 펴냄) 2013년 구글은 검색 창 테두리 색을 파란색으로 바꾸는 간단한 변화만으로 2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색깔에 대한 실용적 정보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168쪽. 1만 3000원.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마이클 폴란 지음, 배경린 옮김, 펜연필독약 펴냄) 미국의 논픽션 작가가 2년 반 동안 주말을 바쳐 한 칸짜리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건축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사유를 펼쳐냈다. 468쪽. 1만 6500원.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오우아 펴냄) 신랄한 어투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통해 우리의 노동 현실을 유쾌하게 비틀어 풍자하며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얘기한다. 176쪽. 1만 3500원. 냄새 나는 책(전 5권)(백명식 지음·그림, 파랑새 펴냄) 방귀, 똥, 땀, 트림, 오줌 등 우리 몸에서 나는 다섯 가지 배설물을 다룬 인체 과학 그림책. 방귀, 똥 이야기라면 깔깔거리며 넘어가는 아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40쪽. 각 1만 2000원.
  • 대중문화 뻔한 신파 뿌리 내린 이유는…

    대중문화 뻔한 신파 뿌리 내린 이유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이영미 지음/푸른역사/680쪽/3만 8000원 ‘뻔한’,‘촌스러운’,‘구식의’ 등은 신파(新派)와 관련해 대중이 자주 떠올리는 수식어이다. 그 통념적 수식엔 이런 인상이 따라붙는다. ‘직설적 대사나 움직임’,‘과장된 비애감’…. 철 지나고 진부하게 여겨지는 그 신파는 왜 대중문화에서 생명력을 이어갈까. 이 책은 한국대중예술사를 신파 개념으로 분석해 그 의문을 풀어낸다.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예술 속 신파의 생성과 변형, 쇠락을 입체적으로 훑었다. 매일신보 연재소설 ‘쌍옥루’(1912)와 ‘장한몽’(1913),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36), 이미자의 트로트 ‘동백아가씨’(1964),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1968), TV드라마 ‘여로’(1972), 영화 ‘별들의 고향’(1974), 심수봉의 트로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1984), TV드라마 ‘모래시계’(1995)…. 신파란 원래 19세기 후반 일본 이토 히로부미 내각의 급진적 서구화 정책에 반기를 들며 연극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던 사조를 말한다. 이 땅에선 한참 동안 강제병합과 함께 조선에 들어온 그런 일본 신파 문화의 총칭으로 통했다. 주로 연극, 신소설을 통해 소개된 신파 문화는 식민지 시절 대중의 심금을 깊게 울리며 퍼져나갔다. 책의 특징은 신파를 특정 예술장르가 아닌 미감성으로 본다는 점이다. 우리의 신파적 대중예술에는 서양 멜로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과잉된 슬픔의 비극성’ 말고도 독특한 질감의 비극성, 즉 ‘특수 미감’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의 ‘특수 미감’은 어떻게 굴곡진 모습으로 흘러왔을까. 1910년대 신소설·신파극이 유입되면서 확산했으나 1950~60년대 부침현상을 보였고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쇠락한 뒤 1990년대를 거치며 거의 사라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초창기 가족물이나 기생·나그네가 주로 등장하는 음반극·연애담으로 변주되면서 신파성은 식민지 조선의 대중예술을 철저히 장악했다. 이후 분단과 전쟁을 관통하면서 급격히 몰락한 기성윤리에 편승한 변화가 도드라진다. 성과 관련해 자유로운 여성상을 부르는 ‘아프레걸’(1950년대)이나 개혁적이고 믿음직한 장남·든든한 맏며느리,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1960년대) 같은 이미지의 등장이다. 1970년대 성년을 맞이한 베이비부머 세대에 의해 청년문화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쇠퇴한 신파의 자리에 대신 저항과 복수가 들어섰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지금 일반적인 인식인 ‘뻔하고 촌스러운’ 미적 감각은 1930년대 지식인들의 신파조 평가절하에서 시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중예술은 서민 대중의 경험과 욕망, 취향을 익숙한 예술적 관행으로 형상화한다.” 평범한 시민들은 본격예술을 즐겨 향유하지 않지만 나름의 사유와 통찰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서민 대중이 즐기는 문화예술에서 시대상과 사회상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1990년대 쇠락했다는 신파의 전망은 어떨까. 저자는 이 대목에서 지금도 여전히 꿈틀대는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보라고 말한다. 최근 인기 드라마 속 신파의 징후인 ‘슬픔 과잉’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돈과 힘이 억압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자학과 자기연민, 죄의식과 피해의식이 반영된 결과.” 이 땅 신파의 특성을 정리한 저자는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서민대중이 겪는 지나친 무한경쟁, 심해지는 양극화로 생존의 위협에 자주 직면하는 고통, 이로 인한 타인에 대한 폭력성의 증가 등은 신파성의 남은 불씨를 지속시키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오래된 아름다움(김치호 지음, 아트북스 펴냄) 고미술 컬렉터이자 경제학자인 저자가 고미술이란 무엇이며 고미술 컬렉션은 어떠한 속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한국미의 원형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면서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본업이 경제학자인 저자가 들여다본 고미술 컬렉션 시장은 꼭 경제학 이론대로 움직이지는 않는 독특한 곳이다. 특히 컬렉션 발전사를 보면 비이성적이고 즉흥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본과 미가 컬렉션의 장에서 소통하고 화해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를 ‘차가운 자본의 논리를 넘어 따뜻한 감성과 열정으로, 때로는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360쪽. 3만원. 기억 속의 보좌신부님(안병영 지음, 흰물결 펴냄) 대학에서 35년여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부 장관을 두 차례나 역임하며 국정에 참여했던 안병영 전 연세대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10여년 전 강원도 고성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면서 쓴 지난날 삶의 기록을 묶었다. 해방과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 등 한국 현대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간을 지내 온 그가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 제철공장에서 일하며 노동과 공부를 병행했던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등 세월 속에 묻혀 있던 각별한 인연들과 사유, 삶의 단상들을 올올이 엮어 냈다. 그의 따뜻하고 담백한 글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내부로 눈을 돌려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지성을 만날 수 있다. 191쪽. 1만 3000원.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엘리자베스 아치볼드 지음, 서민아 옮김, 스윙밴드 펴냄) 11세기 몬테카시노의 수도사로 아랍 문헌들을 라틴어로 번역했던 콘스탄티누스 아프리카누스는 양파씨와 금불초, 참새 뇌, 야자 수나무 꽃, 백향목으로 만든 ‘정력 강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에서 널리 읽히고 전파됐던 각종 문헌 자료를 연구해 물 위를 걷는 법, 투명인간 되는 법, 예쁜 아이 잉태하는 법 등 각종 처세술과 노하우, 요리법, 연금술 등을 선별해 엉뚱 발랄한 유머스러움으로 전한다. 다양한 문헌에서 발췌한 178개의 실용적인 조언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352쪽. 1만 5000원.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저자의 전작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미국은 드라마다’에 이은 ‘주제가 있는 미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역사학자인 이언 모리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전쟁의 역설’에서 전쟁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전쟁의 축복’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설명한다. 미국은 독립전쟁, 미국·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등을 거치면서 정체성이 형성됐고, 이후에도 전쟁을 통해 제국으로 거듭났다.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는 188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70년간을 다뤘다. 360쪽. 1만 6000원. 삶과 나이(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독일 철학자이자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1885~1968)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강연록이다. 저자는 삶의 특정 시기를 찬양하는 통념에 반대한다. 청춘의 가치가 절대화되고, 노년의 가치가 잊혀 가고 있는 오늘날의 상식을 비판한다. 노년기야말로 죽음의 의미를 진정으로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하루하루, 모든 한 해 한 해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생생한 시기들”이라면서 “모든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 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온다”고 일깨운다. 192쪽. 1만 2000원.
  • 민중의 삶… ‘진짜 중국인’의 모습은

    민중의 삶… ‘진짜 중국인’의 모습은

    중국의 체온/쑨거 지음/김항 옮김/창비/252쪽/1만 4000원 지금 한국인에게 중국인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다. ‘한국에서 많은 돈을 쓰고 가는 고마운 관광객’이자 ‘질서도 예의도 없는 미개인’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각인됐다. 하지만 이는 언론 등을 통해 정형화된 인식 패턴에 불과하다. 직접 소통의 부족으로 ‘진짜 중국인’이 누구인지 사유할 기회를 빼앗긴 결과다. 그렇다면 ‘진정한 중국의 모습’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새 책 ‘중국의 체온’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서민의 일상생활을 통해 ‘진짜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의 중국인은 세계대전과 내전, 문화대혁명 등의 ‘폭력’을 온몸으로 견뎌 냈으면서도 그때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살아왔다. 저자는 이 투쟁과 적응 과정에서 ‘민중의 존엄’을 본다. ‘민중의 존엄’은 때로는 할머니 행상의 모습으로, 때로는 운동가의 투쟁으로 그려진다. 그 각각의 모습들이 바로 ‘진정한 중국’이라는 거다. 책은 모두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맹목적인 소비문화를 거부하고, 전통과의 조화를 꾀하는 중국인의 모습이다. 산자이(山寨·해적판과는 다른 일종의 모조품을 뜻하는 표현)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단종된 자신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산자이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빠른 제품 변화’에 저항하는 서민들의 생활양식을 읽어 낸다. 자본주의의 ‘속도’라는 것이 자본가의 농간이고, ‘신상’에 현혹되지 않고 기존의 제품을 아껴 쓰는 문화가 결국 자본주의의 속도에 대한 제동장치로 작용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중국과 대만 간 민감한 관계를 풀어내는 키워드도 서민이다. 양안(兩岸)의 역사와 쟁점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양안 사이의 섬 진먼(門) 주민들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두 나라 간 긴장의 강도를 간결하게 전하고 있다. 또 군사 요새였던 진먼에서 ‘사람들이 하는 욕’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읽어 내고, ‘포탄으로 만든 칼’, ‘군사 건조물이 굴 채취 도구가 되는 모습’ 등을 통해 평화를 스케치한다. 중·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TV 드라마를 통해 중국 내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일본인 이미지를 포착하고,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로 극심한 반일 감정이 생겼을 때 양국을 오간 경험을 풀어내며 국가 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간 유대에 감동받기도 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커버스토리] 티격태격 정부, 오락가락 정책… 미세먼지처럼 답답

    [커버스토리] 티격태격 정부, 오락가락 정책… 미세먼지처럼 답답

    이달 말로 예고됐던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 대책 발표가 ‘경유값 인상’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으로 연기됐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 중 하나로 경유차를 지목하며 수요 억제를 위해 경유에 붙는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인상을 검토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산업계 위축과 물가 상승, 증세 논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 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환경부, 기재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차관회의가 돌연 취소된 것도 미세먼지 대책에서 경유 가격 인상을 제외해 줄 것을 기재부가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전해졌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관리 부실로 화를 키운 정부 내 마찰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특단의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환경부는 “경유 가격을 올려 휘발유와의 가격 격차를 없애는 것이 경유차 운행 감축과 경유차 확산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경유(디젤엔진)는 고온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휘발유(가솔린엔진)보다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되지만 휘발유보다 연비가 30% 뛰어나고 기름값도 15% 저렴하다. 이를 무기로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96만대)이 전체 등록 차량의 절반(52.5%)을 넘어섰다. ●“휘발유·경유 가격비 100대85 → 95대90 추진” 환경부가 경유 가격을 올리려는 것은 운행제한지역(LEZ) 확대, 매연저감장치 설치, 노후 차량 조기 폐차 보조금 지급 등의 대책만으로는 미세먼지 저감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7년 정해진 현재의 휘발유값 대 경유값 비율은 100대85다. 환경부는 서민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조금 낮춰 95대90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기재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ℓ당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휘발유는 1387원 중 872원(63%), 경유는 1155원 중 634원(55%)이 세금이다. 이는 전체 유류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 총액의 기준이 되는 교통세가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으로 경유가 150원 이상 저렴한 게 주된 이유다. 교육세는 ‘교통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세의 16%’로 교통세에 연동돼 있다. 환경부는 교통세를 조정해 전반적으로 100원 정도 경유값이 인상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우리나라의 휘발유값 대비 경유 상대가격은 86으로 회원국 중 23위로 낮다. OECD 평균은 91이다. 제조업 비중이 낮은 영국은 103, 미국은 112로 경유가 더 비싸다.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경유 가격도 85로 한국과 거의 같다. 하지만 기재부, 국토부, 산업부 등 경제부처들은 경유 가격을 올리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만으로 세율을 인상할 수는 없고, 서민 증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수송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인데 경유값 인상은 산업 전반과 수출 경쟁력을 모두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생계형 화물차주 고스란히 직격탄” 2014년 말 기준 국내 도로 화물 수송 분담률은 80.8%이며 대부분 경유차가 맡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화물차의 92%인 321만 5565대, 전체 특수차의 98%인 7만 5630대가 경유차다. 트럭, 버스 운전자 등 서민 자영업자와 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기오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용 화물차, 버스는 유류세가 올라도 오른 만큼 유가보조금(연간 2조원)을 지원받지만 비사업용 화물차와 승용차 소유주 등은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금을 올린다고 생계형 화물차주들이 일을 안 할 수 없고 고스란히 유류비 부담만 늘 것”이라며 제2 화물연대 사태를 우려했다. 기재부는 세금 인상 대신 저공해 인증 차량과 유로5·6 등에 면제 혹은 유예돼 있는 환경부의 준조세 환경개선부담금(차종에 따라 연간 10만~30만원)을 인상하라고 역제안했다. 유류세는 교통세의 15%만 환경 개선에 투자되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100% 활용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건드리는 것은 실효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진흥 부서인 산업부는 경유값 인상도, 환경개선부담금 인상도 내켜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화물차 유가보조금 축소, 미세먼지 배출량 규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보조금 신설, 경유택시 전환 시 유가보조금 지급 철회, 경유차의 전기차 튜닝비 지원 등에 대해서도 부처마다 입장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너도 나도 ‘친 반기문’…친반 자처 정당만 4곳

    너도 나도 ‘친 반기문’…친반 자처 정당만 4곳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6일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13총선에서 ‘친반기문’을 자처하며 출범한 정당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을 앞세워 선관위에 등록한 이른바 ‘반기문당’은 ‘친반통일당’,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평화통일당’, ‘친반연대’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들의 창당배경은 하나다. 바로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기 위해 당을 설립한 것. 물론 이 정당들의 설립여부는 반 총장의 의사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반 총장이 대선출마에 ‘뜻이 없지 않다’는 것을 예전부터 짐작한 것일까? 정작 반 총장은 해당 당의 존재를 몰라 ‘무늬만 반기문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이들이 만들고 싶은 사회는 무엇일까? 반 총장의 ‘킹메이커’로 나선 4개의 정당의 공약을 살펴봤다. 1. 친반통일당 지난 3월 14일 중앙당 창당을 선언한 ‘친반통일당’은 “확 바꿉시다! 통일은 대박! ‘반기는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마자를 모집했다. 중도·서민의 당을 표방한 친반통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립정치에 환멸을 느낀 여러분들과 바른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진실한 행위로 사랑을 고백하며 반기문 UN 사무총장님을 대통령으로 추대한다’는 문구로 정당을 소개하고 있다. 친반통일당의 대표는 이문용 씨로 19대 총선 때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친반통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절대적 신념에 의거해 ‘선 대북 제재 후 평화교섭’에 나서겠다는 것이 그 방향성이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정·부통령제’,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가 있다. 그 외 눈에 띄는 공약에는 ‘다문화 애국 국민 심의제(실시간 애국심을 주입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 부여)’, ‘일자리 총량제’, ‘복지청(보편적 복지를 위한 기구)’, ‘4년제 발명 종합 대학’, ‘자살방지원(자살을 방지하고 자살률을 줄이는 직업)’ 등이 있다. 2. 친반국민대통합 지난 3월 10일 공식 출범한 ‘친반국민대통합’의 전신은 ‘국민행복당’이다. 충남 보령 출신의 류근찬 전 의원이 국민행복당 김천식 총재와 손잡고 3월 5일 현재의 당명으로 개정한 것이다. 친반국민대통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성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정부는 묻지마식 범죄 척결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신적 결함이 있는 피의자의 범행으로 일축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하는 곡으로 판단되며 곡명과 가사의 일부를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 등이 있다. 그 외 ‘대법관 민선 선출’ , ‘종교 장관 신설’, ‘셋째 출산시 시기별로 총 1억원 지급’이 이목을 끈다. 3. 친반평화통일당 ‘친반평화통일당’의 김호일 총재는 지난해 12월 9일 종전의 ‘한누리평화통일당’ 이름을 ‘친반평화통일당’으로 바꿨다. 경남 마산 출신의 3선 의원인 김호일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선 이제 충청권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은 반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선진 일류국가를 창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남북불가침평화조약 체결’, ‘낮은 단계의 연방제체제 유지’가 있다. 그 밖에 ‘임신 및 출산에 소모되는 모든 병원비 국가 부담’, ‘토·일 노인사원제도(일하는 성취감과 월 60만원 수입 보장)’, ‘기초생필품물가관리청 신설’, ‘대학 2중 구조로 개편(전문가양성대학과 취업전문대학)’, ‘당 소속의원 대중교통 출퇴근’ 등이 있다. 4. 친반연대 지난해 11월 6일 ‘친반연대’는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서를 냈다. 이들은 발기 취지문에서 “세계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며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의 지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반연대는 홈페이지를 비롯해 어떤 SNS 계정도 두고 있지 않아 정당 홍보에 소극적으로 보인다. 결성신고서에 기재된 친반연대의 사무소 주소로 직접 찾아간 ‘더팩트’의 보도에 따르면 ‘친반연대’는 사무소조차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 2층 규모의 연립주택에서 나온 집주인은 “장기문 친반연대 대표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친반연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은 이에 대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반 총장과의 개연성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친반연대는 ‘대한민국을 세계 모델 국가로’, ‘총선 200석 확보’, ‘반기문 총장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과 같은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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