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경제 짊어진 ‘세계 여걸3인방’
세계 첫 부부 대통령이라는 꿈을 일군 ‘파타고니아의 표범’도 승리가 굳어지자 울고 말았다.“아르헨티나 젊은이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 앞에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쌓였기 때문이다.‘크리스티나 엘리자베스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라는 긴 본명이 숙명을 가늠케 한다면 과장일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4)는 1974년 후안 페론(1895∼1974년)이 사망한 뒤 남편의 직위를 승계, 아르헨티나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 이사벨 페론(76) 이후 여성으로는 33년 만에 로즈하우스(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주인 자리를 꿰차게 됐다.
●“난 힐러리와 달라”
크리스티나는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57) 대통령으로부터 직위와 함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지만 “대통령의 아내보다는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는 말처럼 ‘마이 웨이’를 예고하고 있다. 그녀는 광활하고 한랭한 초원지대를 상징하는 ‘파타고니아의 표범’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녀가 “국회 상원의원, 변호사, 대통령의 아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모든 점에서 난 미국 힐러리와 다르다.”고 외친 데서는 카리스마와 함께 헤쳐나가야 할 길을 예감할 수 있다. 크리스티나는 지난 7월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진’의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들은 이제 여성 대통령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번에 실제 당선이 굳어지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함께 ‘여걸 3인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티나는 아르헨티나 국립 라플라타 법대 시절 페론대학청년단(JUP)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74년 키르치네르 대통령을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76년 페론당 청년단에 대한 군부의 말살이 시작되자 최남단 도시인 리오 가제고 지역으로 옮겨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 감시의 눈초리를 따돌리며 활동했다. 군인들의 감시를 피해 정치활동을 접은 이들 부부는 83년 민간정부의 등장과 함께 정치활동을 재개,85년 지방 지도부를 결성하는 등 페론당 재건 대열의 선두에 섰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89년 정치인으로 변신한 크리스티나는 산타크루스주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됐으며 95년에는 연방 상원의원에 진출, 중앙정치로 무대를 넓혔다.
수도권에서 인지도를 착착 쌓은 크리스티나 상원의원은 지난 2005년 아르헨티나 정치 1번지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원의원에 도전, 역대 최고 득표라는 기록을 세우며 당선, 화려한 정치역정에 첫발을 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뒤 2003년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남편에 뒤이어 대권 도전을 선언, 당선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강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평소 체중 관리와 보석·명품 쇼핑에 광적인 취미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 수술을 여러 차례 하는 등 ‘미(美)’를 향한 집념도 대단해 ‘보톡스 정치인’이란 혹평까지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크리스티나의 당선은 여성 지도자에게 너그러운 국민들의 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사례는 후안 페론(재임 1946∼55년,73∼74년)의 두번째 부인 에바 페론(1919∼52년)이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남았다는 사실에서 엿보인다.‘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라는 노래의 주인공으로 서민정책을 강조하고 세련된 외모와 패션, 언변 등 크리스티나와 닮은꼴로 자주 비교된다.
●어느 페론 닮을 것인가
그러나 후안 페론의 세번째 부인인 이사벨 페론은 1974∼76 재임하면서 엄청난 인플레와 경제적인 몰락엔 손을 놓았으면서도 공금 수십억달러를 횡령하는 등 국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으며 군부에게 쫓겨났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크리스티나가 어느 페론 쪽을 닮을 것인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펴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생년월일 1953년 2월19일
▲주요 경력 1989년 산타크루스 지방의원 상원 당선,2003년 산타크루스 상원의원 당선, 같은 해 대선 때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대통령 참모로 활동, 현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원의원, 변호사
▲학력 아르헨티나 국립 라플라타 대학 법학과 졸업
▲강점 대중 친화적 언변, 서민 정책을 추구하는 이미지
▲취미 신발 수집(이 때문에 ‘남미의 이멜다’로도 불림), 화려한 의상과 보석장식, 체중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