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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수도권 187만명 출퇴근길, 광역버스도 돌보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열린세상] 수도권 187만명 출퇴근길, 광역버스도 돌보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몇 해 전 늦은 저녁 서울 강남에서 인천을 가려고 광역버스를 탄 적이 있다. 서울과 인천ㆍ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려면 보도 경계석에 있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줄을 서야 한다. 기다리던 버스는 왔고 차례대로 버스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줄을 서지 않은 중년 여성이 허겁지겁 버스에 타려고 뛰어오는 게 아니겠는가. 광역버스 탑승 규칙을 모르는 분이었던 것 같았는데, 뛰어오다 보니 내 앞에 줄을 선 젊은 여성의 팔을 쳤고, 그분의 휴대폰이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었다. 그때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일단 차는 떠나야 하니 두 분이 광역버스에 같이 탑승했고 말싸움이 시작됐다. 45인승 버스 안에서 언성을 높이니 두 분의 언쟁을 모두가 들어야 했고, 버스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니 누구도 내릴 수 없었다. 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장유유서고 뭐고 없었으며, 막말과 고성이 계속 오고 갔다. 결국 두 사람은 인천에서의 첫 번째 정류장에서 같이 하차했고, 경찰서로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다. 늦은 저녁 서울의 주요 광역버스 정류장에 가 보면 이처럼 버스 번호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광경을 볼 수 있으며, 매일같이 갈등이 발생한다. 상기 사례와 같이 승객 간 갈등이 있기도 하고, 줄을 선 승객과 길을 지나가는 행인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매일 버스를 이용하는 분과 어쩌다 그 버스를 이용하는 분의 갈등도 빈번하다. 매일 이용하는 분들에게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새로 이용하는 분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입석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고 대대적인 입석 단속에 나섰지만, 인프라 확충이 없는 단속은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일일 광역버스 이용 인구는 약 62만명에 이르는데, 첨두시간 광역버스 최대 노선 입석률은 29.7%이다. 폭이 1~2m밖에 되지 않는 보도에 수십대의 광역버스가 줄을 서는 것도 모자라 버스에선 1~2시간을 서서 간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해당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인천시민 혹은 경기도민이나 해당 문제를 해결할 지방정부는 서울시이기 때문이다. 버스와 같은 인프라를 광역적으로 해결할 어떤 조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고, 이 중 60% 이상은 서울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 2010년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매일 서울과 인천ㆍ경기를 오가는 인구가 187만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교통복지 사각지대는 이렇다 할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의 실마리는 홍콩이나 호주 브리즈번 등에 있는 대규모 복합환승센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무려 2600만명에 이르는 수도권에 이렇다 할 복합환승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복합환승센터가 있다면 굳이 보차도 경계석에 희미하게 쓰인 버스 번호를 볼 필요도 없고, 버스 대기선과 행인의 마찰이 발생할 일도 없어진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쾌적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며, 처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서울에 이런 대규모 복합환승센터를 지을 땅이 없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다. 하지만 도시의 3대 축만 보더라도 여의도의 여의도공원, 시청의 서울광장, 강남의 서리풀공원 등이 있듯이 지하를 개발하고 그 위를 그대로 공원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들이 어렵다면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의 오래된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하며 소규모 지하 광역버스 탑승구를 만드는 일도 대안일 수 있다. 대중교통망의 확대는 탄소중립과 보편적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수십조원의 예산과 장기간의 사업 기간이 수반되는 광역철도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하지만 훨씬 적은 예산과 단기간에 시민 삶의 질과 안전을 증대시킬 수 있는 광역버스 인프라 개선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디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 광역 교통망의 해결 없이는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리 만무하다.
  • 서초구, 매니페스토 공약이행평가 5년연속 ‘SA’

    서초구, 매니페스토 공약이행평가 5년연속 ‘SA’

    서울 서초구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서울신문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2021년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5년 연속 ‘SA(최고등급)’를 받았다. 한국매니페스토평가단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분야는 ▲공약 이행완료 ▲공약목표 달성도 ▲주민소통 ▲웹소통 ▲공약 일치도 등 5개 분야다. 평가 결과를 SA부터 D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서초구는 민선7기 공약인 ▲안전 ▲교통 ▲복지 ▲경제 ▲환경·건강 ▲도시·재생 ▲보육·교육 ▲문화·체육 ▲소통 등 9대 분야 50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번 SA등급 획득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혁신 행정으로 ‘전국 표준이 되는 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었으며 비대면 상황에 발맞춘 ‘생활밀착형 소통행정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의 공약과 아이디어 정책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퍼진 횡단보도 그늘막 ‘서리풀원두막’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 등 각기 다른 보육시설을 결합해 아동 입소대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서초형 공유어린이집’과 ‘서초형 1인가구 정책’은 최근 서울시가 도입해 조직 구성 및 시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굵직한 도시 인프라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결집된 예술의 전당 일대를 전국 최초 음악문화지구 지정했다. 또 40년간 끊겼던 서초대로를 연결한 서리풀 터널을 개통했다. 이외에도 구는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소통 핫라인을 구축,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2017년부터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불편사항 등 주민 목소리에 대해 즉각 반응해왔다. 조 구청장은 “이번 5년 연속 SA등급 획득은 그간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1500명 서초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주민생활 정책과 사업들을 꼼꼼히 챙겨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생활행정을 우선하는 ‘민생 퍼스트 펭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8일 오픈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들여다보니

    28일 오픈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들여다보니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28일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을 공개했다.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家屋)’에서 명칭을 착안한 구찌 가옥은 한국의 ‘집’이 주는 고유한 환대 문화를 담아,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1층부터 4층까지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구찌 가옥은 여성·남성 레디-투-웨어(ready-to-wear)를 비롯해 핸드백, 러기지, 레더 소품과 함께 슈즈, 주얼리, 액세서리, 구찌 데코까지 구찌 전 상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국내 구찌 매장에서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파인 주얼리와 테이블웨어를 선보인다.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다수 선보인다. 한국 전통의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바이아데라 디자인 제품들을 비롯해 ‘가옥(GAOK)’ 레터링이 프린팅된 핸드백과 파이톤 트리밍 디테일의 구찌 홀스빗 1955 핸드백도 만나볼 수 있다. 구찌 가옥 전용 쇼핑백이 제공되며 보자기와 노리개를 활용한 가옥 만의 스페셜 패키징 서비스도 제공된다.구찌 가옥의 거대한 외관 파사드는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를 활용하여 작품을 선보이는 조각가 박승모 작가와 협업했다. 상상의 숲에서 영감을 얻은 ‘환(幻·헛보임)’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찰나를 와이어의 중첩을 통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했다. 숲과 나무를 모티브로 인간의 의지 없이는 사라져 버릴 수 있는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내부공간은 메탈릭한 타일과 유니크한 조명으로 꾸몄다. 빛을 반사하는 표면,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조명은 블랙 테이블과 패브릭 소파 등 클래식한 가구들과 대조적 조화를 이룬다. 한편, 구찌 가옥 오픈을 축하하는 스페셜 영상, ‘구찌 가옥 TV’는 28일 오후 7시 30분 네이버 나우(NOW)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구찌 코리아 앰버서더인 카이를 비롯해 배우 차승원, 한지민, 이지아, 가수 박재범, 선미와 함께 한 스페셜 패션 필름과 티저 영상으로 일부 공개한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헬로 구찌’ 풀 영상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영상] 왼쪽 팔에 새겨진 수용번호 70072…허리 숙인 교황의 입맞춤

    [영상] 왼쪽 팔에 새겨진 수용번호 70072…허리 숙인 교황의 입맞춤

    프란치스코 교황이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에게 위로의 입맞춤을 건넸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 옆 ‘산 다마소’ 안뜰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만나 경의를 표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리디아 막시모비치(81)는 이날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폴란드에서부터 먼 길을 달려갔다. 그런 막시모비치에게 교황은 입맞춤으로 위로와 존경을 전했다.막시모비치와 동행한 폴란드 신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교황은 3살 때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며 소매를 걷어 올린 막시모비치의 왼쪽 팔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팔에는 아우슈비츠 수용번호 70072가 새겨져 있었다. 막시모비치는 뜻밖의 입맞춤에 감격한 듯 교황을 끌어안았다. 막시모비치는 교황 알현 후 바티칸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나치 전범의사 멩겔레를 언급하며 “악행에 끝이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는 끔찍한 사람이었다. 그가 가한 고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몸서리쳤다. 막시모비치는 만 3세 생일 직전인 1943년 12월 벨라루스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죽음의 천사’로 악명 높은 나치 전범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됐다.1945년 종전 후 끔찍한 수용소 벗어난 막시모비치는 그러나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해 폴란드의 한 가톨릭 신자 가정으로 입양됐다. 18세가 된 1960년대 초 친모가 돌아가시기 직전 극적으로 재회했다. 이들 모녀는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의 상징인 수용번호 덕에 재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모의 수용번호는 70071이었다. 막시모비치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다. 막시모비치의 팔에 입을 맞춘 교황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언급하며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016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직접 방문해 희생자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올 2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헝가리계 유대인 작가 에디트 브루츠크(89)의 자택을 깜짝 방문했다. 독일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100만 명을 비롯해 유럽 점령지역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아파트서 추락한 17개월 쌍둥이 자매 중 1명 사망

    아파트서 추락한 17개월 쌍둥이 자매 중 1명 사망

    아파트 4층에서 떨어져 치료를 받던 17개월 된 쌍둥이 자매 중 1명이 치료 중 사망했다. 25일 강원 정선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쌍둥이 중 1명이 숨졌다. 나머지 1명은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정확한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날 오후 1시 29분쯤 정선군의 한 아파트 4층에서 17개월 된 쌍둥이 여아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쌍둥이가 소방당국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의료용 헬기를 통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 당시 쌍둥이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던 1명이 치료 중 숨진 것이다. 경찰은 쌍둥이가 방 침대에서 뛰어놀던 중 방충망 모서리가 찢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집에는 외할머니와 두 아이만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침대가 창문 벽에 바로 붙어 있어 아이들도 창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파트 5층서 17개월 쌍둥이 추락…“찢어진 방충망에”

    아파트 5층서 17개월 쌍둥이 추락…“찢어진 방충망에”

    아파트 5층에서 17개월 된 쌍둥이 여아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후 1시 29분쯤 강원 정선군의 한 아파트 5층에서 17개월 된 쌍둥이 여아가 떨어졌다. 이 사고로 쌍둥이가 소방당국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의료용 헬기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쌍둥이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1명은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쌍둥이가 방 침대에서 뛰어놀던 중 방충망 모서리가 찢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742번 버스기사 근로 여건 개선… 승객 안전 챙긴 서초

    742번 버스기사 근로 여건 개선… 승객 안전 챙긴 서초

    승객 편의 위해 노선 연장돼 왕복 58㎞ 총 260분 운행서울시·서초구, 서리풀광장 앞 정류소·버스베이 조성휴식 시간 확보, 화장실 24시간 개방조은희 구청장 “최소 기본권 지켰다”서울 서초구가 구를 거쳐 지나가는 장거리 노선버스인 742번 운수종사자 근로여건 개선에 나섰다. 구는 신규 정류소인 서초역 서리풀 문화광장와 버스베이(버스 정차를 위해 보도 측으로 차도를 넓힌 공간)를 조성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정차 시간에 운전기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해 운영한다. 742번 시내버스는 서리풀터널을 경유해 동작구와 서초구를 연결하는 유일한 시내버스 노선이다. 승객 편의를 위해 지난 1월 2·3호선 교대역까지 노선이 연장됐다. 이렇게 되면서 길이가 왕복 57.9㎞, 운행시간은 총 260분으로 늘어나 운수종사자들의 근로 여건이 열악해졌다. 서울시와 구는 742번 버스 기사들이 서초역 서리풀 문화광장 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서리풀 문화광장 앞에 정류소와 버스베이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운수종사자들은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승객은 더욱 안전하고 편하게 승하차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구는 서울시와 운수업체 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운수종사자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리풀문화광장 정류소 신설과 버스베이 설치가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근로여건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 드리고자 서둘러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서리풀 터널을 지나는 유일한 간선버스인 742번 노선이 안정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책 내지 말라던 법정 스님의 글 덕조 스님이 13년 만에 엮은 이유

    책 내지 말라던 법정 스님의 글 덕조 스님이 13년 만에 엮은 이유

    2010년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의 새 책이 나왔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2010년 세상을 떠난 스님이 ‘내 이름으로 책 내지 말라’고 했던 것 아닌가, 질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스님은 그 해 3월 11일 열반에 들었는데 2월 24일치 ‘남기는 말’을 통해 “그동안 풀어 논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밝혔던 것이다. 스님이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회에서 젊은 스님들에게 가르치려고 만들었던 수련 교재를 다듬은 ‘진리와 자유의 길’(지식을만드는지식)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우리 곁으로 왔다. 스님의 육필 원고가 책으로 나오기는 2008년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 13년 만이다. 마침 책을 받은 날이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이었다. 서울 종로구 홍은동 옥천암의 백불을 보고 돌아온 길이었다. 10년 단위로 입술 색, 액세서리 장식, 머리카락 색이 바뀌어 부처의 과거오늘미래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데 이날 이 책을 받은 것도 인연이다 싶었다. 생전 스님의 맏상좌 노릇을 했던 덕조 스님이 수류산방 불일암에서 수행하며 월간 ‘맑고 향기롭게’ 원고를 정리하다 은사의 미발표 원고가 30년 묵힌 것이 아까워 출판하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덕조 스님도 어지간히 은사의 마지막 당부가 저어됐던 것 같다. 그가 “아마도 당신이 빠뜨린 것을 챙겼다고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진리를 찾아가는 분들에게 공부와 수련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게 되어서 잘되었다고 미소짓는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라고 적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니 머리말 대신으로 덕조 스님과 편집자(동일인인지 모르겠음)가 삼은 1971년 법정 스님의 글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도 마치 어제오늘 쓴 것처럼 생생하고 묵직하다. ‘우리 몸에서도 붉은 피 대신 연둣빛 수액(樹液)이 흐르는 5월’로 시작해 ‘구체적인 그날그날의 행동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의 구현자가 될 때, 부처님은 새삼스레 오실 것도 가실 것도 없이 무량광(無量光)와 무량수(無量壽)로서 상주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로 끝나는데 날마다 소리내 읽으며 새길 만하다.수련교재는 크게 불(佛)과 선(禪)으로 나눴다. 이어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세 스님 이야기, 꼬리말/ 사람의 길, 책을 엮으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어풀이와 찾아보기도 꼼꼼해 이 책은 은사가 젊은 스님들을 모아 두고 불교와 하나 되는 부처 삶의 요체, 수행 방법, 수행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 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일종의 불교 사전처럼 간결하며 알기 쉬운 설명이 돋보인다. 편집 후기에 해당하는 ‘자유로 가는 진리의 길,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는 1992년 송광사 수련생 모집 공고에 “혹시 산사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시고 동참하셨다가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 점 염두에 두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란 당부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소개하며 시작한다. 30년 만에 절집 교재를 일반 서적으로 세상에 소개하니 앞의 백불처럼 새롭게 한 것, 그대로 놔둔 것이 뒤섞이게 마련인데 솔직히 편집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불교에 아둔한 기자로선 알 도리가 없다. 다만 편집자의 마지막 대목은 새길 만하다. ‘길은 멀고 밤은 길다. 그러나 모든 길은 끝이 있어 길이고 밤은 아침이 있기 때문에 밤임을 안다. 그러니 진리의 길 끝에는 자유의 아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냥 걸으면 된다. 그냥 걷자. 그냥 읽자.’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1930년에 변색 안경이?

    [근대광고 엿보기] 1930년에 변색 안경이?

    “미국 최고급품 주야 변색 클억쓰 안경” 1930년 12월 9일자 매일신보에 동그란 모양의 안경 광고가 실렸다. 가느다란 테가 돋보이는, 당시로서는 최신 모델이다. 미국 클락스사의 제품으로 보이는데 특히 날씨에 따라 안경색이 변하는 안경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안경알이 맑은 날씨에서는 연청색, 구름 낀 날씨에서는 회색, 밤에는 연한 앵두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오늘날의 변색 렌즈보다 더 색 변화가 다양하다. 악(惡) 광선을 막고 눈을 보호하는 데 특효가 있으며 안경 값은 10원인데 광고와 실물이 다르면 100원을 진정(進呈·자진해서 줌)한다고 했다. 요즘의 ‘전액 환불’ 마케팅보다 더 파격적이다. 판매처는 만주 안동현 ‘국제양행 안경부’로 돼 있고 조선에서는 금을 주어도 구경하지 못하는 물건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시험해 보라고 주문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안경은 1280년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도미니크 수도원의 수사인 알렉산드로 드 스피나와 그의 친구인 물리학자 살비노 데질르 알망티가 발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580년경 중국을 통해 최초로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씌어 있는 내용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성일이 사용했다는 안경 실물이 남아 있다. 양반 계층에서 안경을 두루 쓰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였다. 개화기에 외국 무역상들이 안경을 들여와 팔았다. 당시 안경은 눈이 나쁘지 않은 사람도 쓰고 다녔다. 지식층임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이자 일종의 액세서리였던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안경점은 ‘명안당’이다. 명안당은 1920년 4월 2일 동아일보 창간호에 광고를 실었다. 주인은 장희원이다. 안경 제작 기술을 최초로 한국인에게 가르쳐 준 사람은 세브란스병원을 창립한 에비슨이라고 한다. 에비슨은 휴가를 얻어 미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 렌즈 연마기를 들여와 안경을 제작해 팔고 있었다. 그러나 재고가 많아 고심하고 있던 터에 한국인 젊은이가 나타나 안경 사업을 인수해 확장해 나갔다고 한다. 그의 자서전에 그렇게 적혀 있다. 이 젊은이가 장희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명안당은 주로 미국제와 독일제 금테 안경을 취급했다. 가격은 5원부터 20원대까지 다양했다. 금 한 돈에 5원 50전 정도 할 때였다. 또 20년을 보장하고 만약 금테가 변색되면 100원을 주겠다고 했다. 1922년 명안당 광고를 보면 명안당은 현재의 서울 종로2가에 있었다. 지점도 그 근처에 있었고 공장은 관철동에 있다고 돼 있다. “개업한 지 십유오년…”이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그렇다면 실제 창립 연도는 1907년경이라는 말이 된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강남역 일대 안심존 업그레이드… ‘여성 범죄’ 꼼짝마!

    강남역 일대 안심존 업그레이드… ‘여성 범죄’ 꼼짝마!

    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이 5주기를 맞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가 여성이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에 구축한 안심존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안심 비상벨, 발광다이오드(LED)로 바닥이나 벽면에 특정 문구를 표출하는 고보조명, 고성능 폐쇄회로(CC)TV 등 안전 시설물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여성 범죄를 예방하고자 각종 안전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 1인 가구에 방범 시스템과 디지털 비디오폰, 현관문 안전고리 등을 설치해주는 ‘서리풀 보디가드’부터 늦은 시간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 ‘서초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등이다. 구 관계자는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는 ‘서초몰카보안관’ 사업은 지난해 영상주파수 탐지 장비를 도입해 좀 더 꼼꼼한 점검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는 각종 범죄로부터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가로등 설치가 어려운 좁은 골목길에 태양광을 활용한 ‘솔라 안심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서초경찰서와 함께 ‘안전한 화장실 이용 캠페인’도 실시했다. 다중이용시설의 화장실 출입문에 디지털 도어락을 설치하는 게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범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 시설물 관리자를 대상으로 안전 관리 강화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각 업소를 방문해 도어락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남녀 화장실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하는 등의 방침을 권고할 예정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어두운 밤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누구나 안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13세 소녀 살해한 14세 미국소년, 호송차 뒤에 앉아 승리의 V

    13세 소녀 살해한 14세 미국소년, 호송차 뒤에 앉아 승리의 V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3세 소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14세 소년이 목격자 신분이었을 때 경찰 호송차에 앉아 손가락으로 승리의 V 자를 그리며 셀피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플로리다주 북부 잭슨빌의 외곽 세인트 존스 카운티에 있는 패트리어트 오크스 아카데미의 치어리더인 트리스틴 베일리가 비운의 주인공.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실종된 뒤 그날 오후 6시쯤 숲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새벽 1시 15분쯤 폐쇄회로(CC) TV 카메라에 잡혔는데 주택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용의자의 모습도 함께 영상에 포착됐다. NBC 뉴스는 신원을 파악했지만 미성년자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용의자는 2급 살인 죄로 기소됐는데 국선 변호인 앤디 스노버는 12일 방송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롭 하드윅 보안관은 용의자가 의도적으로 베일리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의 12년 동안 살인 사건을 수사했다. 이런 일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정말 몸서리처지는 범죄다. 13세 소녀가 14세 소년의 손에 찔려 죽었다. 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용의자가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관들이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찾아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부검 결론도 나와야 하고, 살인에 쓰인 흉기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보안관실도 용의자가 사건 당일 호송 차량의 뒤편에 앉아 셀피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보안관들은 당시만 해도 베일리가 실종된 줄 알았으며 용의자를 유일한 목격자로만 알고 있어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셀피 사진을 올리며 “누구 트리스틴 최근에 본 사람 있어“라고 적었다. 결국 용의자는 다음날 체포됐는데 하드윅 보안관은 둘이 같은 학교를 다녔으며 급우였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NBC 뉴스는 베일리의 아버지와도 통화가 됐지만 코멘트 요청을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용의자는 구치소와 화상으로 연결된 법정 인정 신문에 응했는데 부모도 나타났다. 아버지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증인 선서를 들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판사는 21일 동안 더 구금돼 재판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플로리다 검찰청의 대변인 브라이언 쇼스타인은 이 용의자를 성인으로 법정에 세울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촉법 소년 규정처럼 미국에서도 14세 아래 소년들은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보이는데 살인 죄는 예외로 하는 주가 많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美 그린테크 혁신 바람… 탄소중립이 새 통상압박 수단 되나

    美 그린테크 혁신 바람… 탄소중립이 새 통상압박 수단 되나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는다. 시장을 흔들고 각 제품 라인업의 사실표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날 애플은 자체 개발한 M1 칩을 탑재한 24형 아이맥과 5세대 아이패드 프로 등을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제품 발표회에 돌입하자마자 놀라운 발표를 한다. 애플이 아이맥을 재정비한 것이 이날 발표의 빅뉴스였지만 이날 발표의 주인공은 ‘제품’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부터 유명했던 깜짝 발표인 ‘원모어싱’(One more thing)을 도입부에 발표한 것인데, 바로 ‘탄소중립’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밝힌 것이다.쿡 CEO는 이날 “매년 탄소배출량을 100만t 줄이겠다.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과 모든 제품 수명 주기를 포함하는 전체 비즈니스에서 기후 영향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지난해 이미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은 이 계획을 확고히 다진다는 의미가 있었다. ●전 생산과정 탄소량 측정, 수년 전부터 줄여와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기로 하고, 번들로 제공된 전원 어댑터와 이어폰을 아이폰 상자에서 제거했다. 또 구리, 주석, 아연을 86만 1000t 절약하고 액세서리를 포함하지 않아 아이폰 포장 크기도 줄이며 모든 배송 팔레트에 70% 더 많은 아이폰을 장착,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애플은 공급망(서플라이체인) 전체, 110개 이상 제조 파트너와의 계약, 2030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M1 칩도 낮은 와트당 전력으로 인해 ‘맥미니’의 전체 탄소발자국이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발표하고 실제 아이폰에서 액세서리가 없는 박스를 보고 소비자들로부터 처음엔 ‘냉소적 반응’을 얻고 비아냥도 들었다.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댑터와 이어폰을 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데다 밀레니얼 및 Z세대 등 차세대 주력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다. 애플의 탄소중립 원모어싱 발표에는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첫째, 비용절감과 탄소제로를 연결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키려 했다. 액세서리를 빼는 것이 ‘꼼수’가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활동”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가치(매출, 이익, 연구개발 비용 등)를 기준으로 활동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탄소배출 감소)임을 인식시키려 한 것이다. 둘째,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측정’해야 함을 강조하는 발표였다. 아이폰에서 액세서리를 제거해 탄소배출(86만 1000t 절약)을 줄이고 M1 칩을 사용해 탄소발자국을 34% 감소시킨다고 ‘선언’하려면 측정이 정확해야 하는데, 이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애플이 2030년을 탄소중립 목표 시기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전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제품 포장재는 2017년부터 ‘책임감 있게 관리되는 숲’의 천연 목재 섬유로만 만들어졌다. 셋째, 애플의 협력업체에까지 2030년 탄소중립을 요구, 이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려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정부부터 기업까지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50년으로 두고 있는데, 애플 협력사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애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아마존은 2025년 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애플뿐 아니라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 기업은 ‘대부분’이라고 할 만큼 탄소중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2020년 100% 재생에너지 공급과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 18개주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도 2030년까지 모든 협력업체에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여행, 임직원의 출퇴근에까지 탄소배출 제로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꼽힌다. 구글도 2030년까지 구글 클라우드 사업 탄소 제로를 발표했는데, 구글은 “클라우드 제공 회사 가운데 구글이 처음 탄소제로화를 공식 발표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특히 구글은 ‘그린전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기로 하고 대형 배터리 시설과 원자력 기술, 그린 수소, 탄소포획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적극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10년 안에 전 세계 모든 구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지역, 사무실을 100% 청정 전력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아마존은 ‘아마존’이라는 이름값을 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기존 목표(2030년)보다 5년 당겨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각 사무실과 자회사인 홀푸드 매장,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 등에 클린에너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각 매장과 창고시설 135곳에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미 캘리포니아에 에너지저장시설(ESS)을 갖춘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탄소중립 안 하면 생존 어렵다’ 기업 인식 퍼져 그렇다면 미국 기업들은 왜 탄소중립 달성에 적극적일까. 통상 환경 규제가 심해질수록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탄소중립 활동에 소극적이었지만 탄소중립이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실리콘밸리 기업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기업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기업은 정부의 제재가 없어도 앞장서서 자체적인 탄소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공격적으로 탄소중립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2020년 12월 기준으로 S&P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이 내세운 기후 관련 공약들이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 바 있는데, 2020년을 목표로 제시됐던 187개의 기후 관련 조치 사항 중 138개가 이행됐고 37개는 이행 중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제시하기도 한 사례도 있지만 대체로 이행률이 높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핵심 경영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정부도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도한 전 세계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애플이 협력사에 탄소중립을 요구한 것처럼 앞으로 미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탄소중립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개발도상국 등에 대해 새로운 통상압박 수단으로 기후변화, 탄소중립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 국가 중 1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어렵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2021년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바로 ‘그린테크’라고 평가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밀크 대표
  • 보면서, 들으며, 느끼는 ‘달달한 케이팝’

    보면서, 들으며, 느끼는 ‘달달한 케이팝’

    사각형 모양의 빛으로 이어진 검은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방탄소년단(BTS) 등 케이팝 대표 주자들의 히트곡과 퍼포먼스 영상, 각종 소품이 차례로 펼쳐진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사명을 바꾼 뒤 저돌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하이브는 서울 용산구 신사옥에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를 열었다. 세계적으로 팬덤을 쌓고 있는 그룹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공간이다. 개관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된 전시관은 아티스트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간접 참여형 사업을 확장 중인 하이브의 야심이 엿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의 팬덤 문화공간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이 지난해 운영을 종료한 후 국내 기획사가 뮤지엄 형태의 전시관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하이브는 “음악에 대한 하이브의 지향점을 녹인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은 사옥 지하 총 4700㎡(약 1406평)의 면적에 다양한 영상과 소품, 그림, 사진 등을 채운 갤러리의 형태로 꾸몄다. 소리, 춤, 스토리로 풀어낸 공간과 외부 예술가와 협업으로 꾸민 기획전시로 구성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산하 레이블 소속 스타들의 영상이 반기는 입구를 지나면 음악 제작 과정과 그동안 각 그룹이 발매한 앨범, 방송, 공연 활동을 훑어보는 곳으로 이어진다. 피독 등 대표 프로듀서들의 음악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360도로 촬영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작업실도 엿볼 수 있다. ‘페이크 러브’ 등 히트곡의 사운드 레이어를 확인하며 듣는 것도 가능하다.아티스트들의 성과를 모은 ‘트로피 월’도 눈길을 끈다. MTV비디오 뮤직 어워드 등 국내외 시상식에서 가수들이 받은 트로피 180여개를 8.5m 높이의 벽에 진열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뉴이스트의 무대 의상과 반지 등 액세서리도 모았다. 시각·촉각으로 음악을 느끼거나 영상에 맞춰 안무를 하는 체험형 전시도 가미했다.6개월 단위로 교체되는 기획전시는 미국 미술가 제임스 진의 ‘일곱 소년의 위로’가 첫 주자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영감을 받은 드로잉, 목각 조형물이 걸려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기존 케이팝 뮤지엄보다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전시 느낌이 강하다”며 “세븐틴 등 미리 방문한 아티스트들도 재미있어 하며 즐겼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RM, 뉴이스트의 JR, 여자친구의 소원 등 각 팀 리더 6명의 목소리 중에서 음성 도슨트를 고를 수 있다. ‘아미’라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하다. 그러나 2시간으로 제한한 관람 시간 등을 고려하면 입장료(기본 2만 2000원·포토티켓 2만 5000원)는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0%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을’이 되는 유족, 상주 못 서는 외동딸… “이런 式이면 곤란해”

    ‘을’이 되는 유족, 상주 못 서는 외동딸… “이런 式이면 곤란해”

    # 경만과 그의 여동생 경미는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허둥지둥 장례를 준비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 직원은 경만에게 매뉴얼이 정리된 파일을 들이민다. 국은 육개장으로 할지, 황태국으로 할지. 제단 장식은 1단으로 할지, 2단으로 할지 선택의 연속이다. 경미는 영정사진조차 준비하지 못해 아버지의 휴대전화 사진첩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른다. 낚싯배에서 월척을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다. 조문 온 친척들은 경미에게 “아이고, 아이고”라고 곡소리를 내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리고 경미에게 따지듯 쏘아붙인다. “얘, 사진이 저게 뭐니?”(영화 ‘잔칫날’의 한 장면) # 장녀인 김모(36)씨는 얼마 전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내내 허무함을 느꼈다. 상주도, 운구 대열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제일 앞에 선 것도 김씨가 아닌 여동생의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상주를 자처했으나 친척들이 “남자가 상주를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김씨는 아버지 생전에 미리 장례에 관해 준비하고자 했지만, 괜히 결례가 되는 것 같아 미룬 게 후회됐다.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장례 준비에 혼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관혼상제 절차가 간소화되는 가운데 장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족 대부분은 급하게 장례를 치르면서 경황이 없거나 잘 몰라서, 혹은 마땅히 대체할 문화가 없어서 관습을 따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가 만든 매뉴얼대로 하게 된다. 코로나19로 부의금도 모바일로 송금할 만큼 세상이 변했는데 장례 관행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문상객을 맞이하는 데만 신경 쓰다가 정작 고인에 대한 추모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존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 장모(34)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유언에 따라 초상화를 영정사진으로 올렸는데 장례식장에서 난색을 보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유족들은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측에 불만이 있어도 전통과 효의 명목에 매여 웬만하면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고 한다. ●영정사진 초상화로 올렸다고 뒷말 무성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장례부터 장묘까지 드는 총비용은 평균 1380만 8000원으로 조사됐다. 누구나 망자에 대해 최대한 예를 갖추려다 보니 장례 문화가 상업화된 측면도 있다. 오채원 오채원연구소공감 대표는 저서 ‘안녕 아빠,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에서 상조회사 계약자인 유족을 ‘을’이라고 표현했다. 오 대표는 저서에서 “아직 빈소도 못 차렸는데 아무리 늦은 시간에 돌아가셨어도 (상조회사는) 그날을 하루로 계산했다”며 “시신을 볼모로 갑질을 하는구나. 계산기 앞에서 죽음과 장례의 본래 의미 따위는 저만치 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지만 아직 장례 절차 곳곳에는 불합리하고 성차별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 상주를 정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상주는 무조건 남성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장녀 대신 남동생이나 사위가 완장을 차는 경우가 많다. 아내나 외동딸이 상주가 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김씨는 “장녀이지만 장례를 치르는 내내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암묵적으로 손님을 맞는 일은 남자가, 음식상을 차리는 일은 여자가 하는 등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고 토로했다. ●맏딸인데도 식장에서 올케 밑에 도열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성평등한 장례 문화 상상하기’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치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장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한다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되 변화하는 의식과 다양한 가족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오 대표는 “부친상을 당했을 때 제단과 가까운 윗자리부터 동생, 올케, 나 순서로 도열했다”며 “맏딸이지만 올케보다도 순위가 아래인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당신의 배우자상인데도 객처럼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돌이켰다. 상주를 정하는 데 특별한 규정은 없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상주 역할은 성차별 없이 정서적 애착이 강한 사람이 맡는 게 중요하다”며 “남성 고인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배우자가 상주 역할을 하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상복에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장례식장을 떠올리면 남성은 양복에 완장을 차고 여성은 치마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익숙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운영한 온라인 추모 서비스에서도 상주의 옷차림을 남녀로 나누고, 여성의 경우 ‘흰색 또는 검정 치마저고리’를 올바른 복장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복지부에 개선을 요구, 현재는 남녀 구분이 삭제됐다. 정 부장은 “여성은 치마를 입고 흰 리본이 달린 머리핀을 꽂아야 하며, 남성은 완장을 차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혼 출산이나 동거가족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상주를 정하는 문제 등을 두고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지인의 장례식에서 외국인과 혼인했을 때 장례식이 더 복잡해지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이 독일인이지만 한국에서 50년 이상 살았는데도 장례식에서는 상주가 아니었다”면서 “여성인 데다 외국인이라는 이유에서 장례식 내내 액세서리같이 옆에서 주춤거리기만 했다”고 했다. ●日 “이렇게 죽음 맞고 싶다” 엔딩노트 유행 주인공이 이것저것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결혼식과 다르게 장례식은 당사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 치러진다. 그렇다고 장례식을 미리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살아 계신 부모나 가족의 장례를 얘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엔딩노트’가 한 차례 유행했다. 엔딩노트는 노인이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희망을 적어 두는 노트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30~40대 젊은층도 엔딩노트를 작성했다. 김 대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많이 쓰는 말이 웰다잉과 웰에이징”이라며 “꼭 엔딩노트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살고 싶다’ 혹은 ‘죽는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지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장례 방식을 정할 때 돌아가신 분이 속한 공동체 의견도 따라야 하지만 개인성도 중요하다”며 “개인의 삶과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죄책감, 아쉬움, 후회 등이 얽히고설켜서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가 성평등한 의례 문화 아이디어를 찾는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시민이 참여하는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문화 ‘이런 식이면 곤란해’ 캠페인 시민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한다. 결혼·장례 문화에 대한 ▲불편 사례 ▲개선 사례 ▲새로운 아이디어 등 세 가지 분야다. 서울시는 분야별 최우수작 1편(총 6편)과 우수작 2편(12편)을 선정해 최우수작 각 50만원, 우수작 각 20만원의 상금을 준다. 선정작은 다음달 30일 홈페이지에서 발표한다. 접수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며 한글 3000~5000자 분량의 원고를 이메일(sacge@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구찌 입은 아바타, 게임 속 발렌티노… ‘피지털’ 쇼는 계속된다

    구찌 입은 아바타, 게임 속 발렌티노… ‘피지털’ 쇼는 계속된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배즈 루어먼의 영화 ‘물랑루주’에서 극장 주인 지들러는 쇼걸인 여주인공 샤틴이 죽어 가는 와중에도 이같이 외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패션업계에서도 지들러의 비장미 넘치는 대사가 들려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유례없는 전염병 국면에서도 사람들을 잡아 끌기 위한 패션업계의 다양한 시도는 ‘그럼에도’ 계속되고 있다. ‘피지털’(Physital)을 활용한 패션쇼가 대표적이다. 피지털이란 온라인(Digital)과 오프라인(Physical)의 합성어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발망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을 관중 없는 패션쇼로 꾸몄다. 발망은 패션쇼장을 찾을 수 없는 VIP를 위해 쇼장에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 스크린 58개를 설치했다. 전 세계의 VIP들은 TV 스크린 속으로 초대됐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쇼를 관람한 것이다. 한껏 차려입은 이들은 스크린 속에서 모델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박수갈채를 쏟아 냈다. 텅 빈 쇼장은 마치 현장에 VIP가 참석한 듯한 장면으로 꾸며졌다. 올 초 열린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에서는 프라다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미우치아 프라다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가 영상 통화로 전 세계 패션 전공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들만의 세계’였던 패션쇼의 VIP 문화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물리적 제약 외에도 MZ(밀레니얼+Z세대·1980~2004년생)세대에 맞춰 패션업계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Virtual·가상) 기술’을 적극 활용해 가상현실을 접목시키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패션업계가 선보인 새로운 트렌드다. 직접 입어 보고 발라 보지 않아도 마치 입고, 화장한 듯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실제 구찌 코리아는 Z세대를 겨냥해 가상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와 손을 잡았다. 제페토는 네이버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자의 80%가 10대로 알려져 있다. 제페토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본뜬 아바타를 꾸며 가상 세계인 제페토 월드에서 다른 사용자를 만나 친구를 맺고 소통할 수 있다. 구찌는 의상과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 등 아바타용 제품 60여 가지를 제페토 상점에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제페토 월드 내 ‘구찌 빌라’에서 제품을 착용하고 구매할 수 있다. 닌텐도의 아바타 게임 ‘동물의 숲’에도 마크제이콥스와 발렌티노, 안나수이 등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만남을 가상 세계와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란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가상 인간이다. 지난해 1월 잡지 표지 모델을 통해 데뷔한 분홍색 단발머리의 ‘이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페라가모, 버버리와의 협업을 통해 이들 브랜드의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포르쉐, SK-2, 이케아재팬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집에서 요가를 하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이마는 언뜻 사람으로 보이지만 컴퓨터그래픽(CG) 전문 회사인 모델링카페가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패션모델로 손꼽히는 버추얼 모델 ‘슈두’, 팔로어 289만명의 패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등도 인기다. 이들은 현실 모델과 달리 이미지가 나빠질 만한 위험 요소가 없고 코로나19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는 등 100% 컨트롤이 가능하다. 업계는 브랜드가 버추얼 인플루언서에게 집행하는 비용이 2022년 150억 달러(약 16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온라인 쇼핑 공간인 버추얼 매장을 더욱 실감나게 제공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발렌티노 재팬은 도쿄의 오모테산도점을 3차원 스캔 기술로 온라인상에 재현했다. 매장 앞에 서 있는 시점으로 시작해 360도 시점으로 화려한 매장 내부를 둘러보고 물건도 살 수 있다. 실제 온라인 매장을 둘러보니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화질과 정교한 터치 포인트, 그리고 속도감으로 색다른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국내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폴스미스, 맨온더분, 리스, 어그 등의 버추얼 매장을 선보인 바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검찰권 남용’ 막겠다던 수사심의위 현주소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검찰권 남용’ 막겠다던 수사심의위 현주소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일부 과거사 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2017년 8월 8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과거 검찰의 과오를 인정하며 머리 숙였다. 총장이 부실 수사와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한 건 검찰 창설 6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전 총장은 한 달 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고, 이 위원회가 낸 권고안에 따라 2018년 1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설치됐다. 외부의 목소리를 반영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 처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시행 4년차를 맞은 수심위를 둘러싸고 검찰 안팎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개혁의 급물살을 타고 충분한 논의 없이 출범한 탓에 남용 가능성 등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대검 예규에 따르면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기소,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할 수 있다. 사건관계인이 소집 신청을 하면 관할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부의심의위원회를 연다. 사건을 수심위 테이블에 올릴지 결정하는 절차다.수심위는 출범 후 지금까지 총 12차례 소집됐는데 일부는 심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삼성의 불법합병 의혹 사건이다. 수심위 운영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검찰 간부는 “몇 시간에 걸쳐 설명해도 이해가 어려운 사건이었다”면서 “단 30쪽짜리 요약 자료를 가지고 내린 수심위 권고를 수사팀이 따르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수심위 심의는 우리 사회 각계 전문가 150~250명 중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의 위원이 맡는다. 수심위 제도는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본뜬 것이다. 두 제도는 각각 무작위로 소환된 시민과 공직선거법상 유권자가 심의 주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사안을 판단한다는 얘기다. 평범한 일반인의 상식이 가장 정당한 형사사법의 근거가 된다는 영미법의 전통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수심위는 사회 각계 전문가라는 이름의 위원들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건을 심의한다. 수심위가 설치된 취지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10일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수심위가 열린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의 수심위 신청을 두고도 기소를 늦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 개최 시기와 맞물려 유력한 총장 후보로 거론돼 온 그가 수사팀의 결정을 총장 인선 이후로 미루려는 속셈으로 수심위 카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었다. 이 지검장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역시 입증이 까다로워 수심위에서 판단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이 수심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도의 태생적 한계로 소모적인 논란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6월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심의 결과 10대3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가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두 달여 동안 사건을 전면 재검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전까지 수심위가 소집된 8건에서 수사팀은 수심위 권고를 따랐다는 점에서 당시 검찰 기소는 더 논란이 됐다.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도 검찰은 따르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라는 취지와 달리 지금의 수심위원 구성은 시민 대표성을 갖지 않을뿐더러 전문성도 없다”며 “결국 검찰이 책임을 떠넘기고 싶은 사건이나 재력·권력을 가진 사건관계인들이 신청한 사건만 수심위 소집 대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검찰개혁위원회 의결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도 “부의심의 과정에서 사건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이상 수심위 소집이 남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hoigiza@seoul.co.kr
  • 文정부 3명 연속 ‘정치인 총리’… 총리가 대권 징검다리?

    文정부 3명 연속 ‘정치인 총리’… 총리가 대권 징검다리?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7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정치인 출신 총리가 된다. 이례적인 일이다. 김대중(DJ) 정부에서도 정치인 출신 3명이 총리가 됐지만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의 불가피한 인사였다. 특히 이번 정부의 두 전직 총리는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관가에서는 “총리직이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대선을 관리할 총리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것을 놓고도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YS) 정부부터 현재까지 총리(총리서리 제외)는 모두 22명으로 정치인, 법조인, 학계, 관료 등 정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인사가 두루 기용됐다. DJ 시절 총리 4명 중 3명이 정치인 출신이었다. ‘대통령은 DJ, 총리는 자민련 몫’으로 하는 내용의 DJP 단일화로 김종필·박태준·이한동 전 자민련 총재가 연달아 총리에 올랐다. DJP 공동정권을 제외하고는 정치인 출신이 잇따라 세 번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보니 ‘뒷말’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일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 배려, 자신의 지역구(종로)를 전임자이던 이 전 총리에게 물려준 정 전 총리는 불출마에 대한 보은, TK(대구·경북) 출신 김 후보자는 여야 정치권 대립을 조정할 화합형 인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리 인선에서 정무적 판단을 최우선에 두다 보니 정치인들이 줄줄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총리 인선에 정치적 배경이 없을 수는 없지만 각 행정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총리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연이어 특정 정당 출신이 맡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는 일찌감치 여권 대권 후보로 거론돼 총리직 끝 무렵에는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임 시 이들이 대권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는데도 당시 청와대 내에서 “총리가 대권에 뜻을 두면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총리들은 드러내 놓고 오해를 살 만한 일은 하지 않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곤 한다”면서 “총리직이 대국민 인지도를 높여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의를 코앞에 두고 사퇴해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당시 관가에서는 비정치인 출신이라면 청와대의 만류에도 대정부 질의에 답해야 하는 총리가 사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김 후보자가 이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될 경우 내년 3월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데 여당 출신이다 보니 중립성 논란도 제기된다. 역대 정권에서 임기 말 총리는 비정치인 출신이 기용됐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아침 저녁 ‘으슬으슬’ 봄 감기 조심하세요

    6일 목요일은 일교차가 20도 내외로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급격한 기온변화에 따른 봄감기에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기상청은 “6일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크게 떨어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도 내외가 되겠으나 낮 기온은 전날보다 1~5도 올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25도 내외 분포를 보이면서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20도 내외로 크게 날 것”이라고 5일 예보했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보다 3~7도가량 떨어진 4~14도 분포를 보이겠다. 특히 강원 내륙은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강원 산지는 지표 부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 맑은 날씨로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낮 기온은 전날보다 1~5도 올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25도 내외를 보이겠다. 6일 전국의 예상 낮 최고기온은 19~26도가 되겠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나의 티는 너의 들보보다 거슬린다

    [배민아의 일상공감] 나의 티는 너의 들보보다 거슬린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 취미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찍을 수 있지만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찍힌 결과물을 얻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했다.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주제를 정해 출사를 나가고, 인화한 사진으로 품평회를 하며 조금씩 사진에 대한 욕구를 키워 가다 집 안의 구석진 창고 방에 사진 작업실을 꾸몄다. 검정 시트지로 사방을 도배하고 흑백용 확대기까지 구입하니 제법 그럴싸한 암실이 차려졌다. 흑백 필름에 담긴 사진을 인화지에 표현하려면 촬영한 필름을 빛이 차단된 검정 주머니 안에서 풀어 릴에 감은 후 약품을 넣은 현상용 통에서 현상과 정착, 건조의 과정을 거친다. 그다음 현상기에 필름을 올려 원하는 크기와 초점을 맞춰 인화지에 상을 옮기고 온도와 비율을 맞춘 용액에 담그면 서서히 인화지에 이미지가 구현된다.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상상하며 노출과 초점, 심도와 구도를 맞춰 촬영한 피사체가 인화지에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은 디지털 시대에는 경험할 수 없는 기대와 설렘의 시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이 담긴 흑백 사진이 다소 거칠면서도 따뜻하고 정제된 질감으로 그때의 추억을 고스란히 전해 주지만 아쉽게도 내 모습의 사진은 전무하다. 요즘은 셀카봉에, 음성이나 동작을 인식하는 셀카 모드로 혼자서도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지만 누군가 셔터를 눌러 줘야 했던 때에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웠고, 그나마 찍은 사진들도 인화 처리를 충분히 하지 않아 일찍 수명이 끝나 버렸기 때문이다. 인화 현상은 용액에 더 노출할수록 선명하고 색이 짙어지지만 조금 빨리 꺼내면 전체적으로 흐리며 약간의 뽀얀 느낌을 줄 수 있다. 후보정이나 포토샵이 없던 때에 인화액에 담그는 시간으로 나름 포샵 효과를 준 것이었으나 결국 빛바랜 사진처럼 뿌옇고 흐린 사진은 오래 보관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은 주름살, 주근깨, 광대뼈 그늘까지도 디테일하게 담아내고자 적정 시간 인화하는 정석을 따랐지만 내 사진에 대해서는 얼굴의 작은 점 하나, 다크서클까지도 눈에 거슬려 이미지가 채 나타나기도 전에 인화를 멈춰 버린 것이 사진이 오래가지 못한 원인이 됐다. 요즘은 아예 보정 편집이 자동으로 되는 스마트한 카메라로 잡티와 주름, 피부결까지 보정돼 각종 SNS에 프로필 사진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와 자신감을 주고 있어 다행이다. 대개의 사람이 사진을 볼 때만큼은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박하다. 표정이 채 완성되기 전에 찍힌 어설픈 사진도, 심지어 눈을 반쯤 감은 사진도 내가 아니면 멋지고 잘 나왔다며 칭찬하지만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표현된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잡티까지도 거슬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성경은 자기 눈의 들보에는 관대하고 남의 눈의 작은 티를 지적하는 오만함을 지적하지만 사진에서만큼은 남의 들보는 무조건 용서되고 내 작은 티 하나가 거슬리는 성인군자가 된다. 사진의 본디 가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해 진실을 보여 주는 데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 후보정으로 더 높은 가치와 예술성을 담은 사진 작품을 창조하듯 우리의 사진도 포샵으로 세상을 조금 아름답게 담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단 너무 과하지 않아 그것의 본질을 증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타인의 단점은 크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내 단점은 작더라도 철저하게 꾸짖고 따진다면 좀더 유연한 세상이 될 것 같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고(待人春風),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대하라(持己秋霜)는 채근담의 교훈을 프로필 사진을 보정하며 배우게 된다.
  • [씨줄날줄] 영국 도자기/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영국 도자기/전경하 논설위원

    런던에서 차로 두 시간가량 걸리는 영국 중부의 도시 스토크온트렌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과 2009년에 유독 붐볐다. 도자기 도시인 이곳에는 웨지우드, 로열덜튼, 포트메리온, 스포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를 만드는 공장과 아울렛이 있다. 아울렛에는 정상 제품은 물론 미세한 흠집이 있는 B급 상품도 진열돼 있다. 금융위기로 자금 압박에 시달린 회사들은 대규모 세일을 했다. 이 소식에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도 몰려갔다. 다양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영국은 ‘본차이나’(bone china)의 시발지다. 동물 뼛가루를 점토와 섞어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을 개발해 200여년간 독점 생산했다. 본차이나는 뼛가루가 더해져 가볍고 얇으면서 내구성이 높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도자기 생산이 가능했다. 영국 제조업체들은 장식을 테두리만 하기도 하지만 그릇 전체에 엉겅퀴, 꿀벌, 나비 등 자연을 묘사하거나 기하학적인 모양을 넣어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영국 도자기는 음식을 먹을 때 쓰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장식용으로 이용한다. 접시, 찻잔은 물론 액세서리 보관함, 찻주전자 등도 많이 팔리는 까닭이다. 영국 도자기를 상징하는 회사는 조시아 웨지우드가 1759년에 세운 웨지우드다. 웨지우드는 조지 3세의 아내 샬롯 왕비로부터 찻잔 세트를 주문받았고 품질에 만족한 왕비가 ‘퀸스웨어’(여왕의 자기)라고 부르도록 허락했다. 웨지우드는 유약을 칠하지 않는 ‘제스퍼 라인’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4대 도자기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웨지우드는 1986년 크리스털로 유명한 워터퍼드와 합병했고 로열덜튼(RD)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사모펀드 KPS에 인수됐다. 워터퍼드(W) 웨지우드(W)도 인수한 KPS는 앞 글자를 딴 ‘WWRD’라는 도자기 회사를 만들었다. 백화점 행사장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영국 도자기를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아내의 인스타그램에서 봤다. 박 후보자가 2015~2018년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산 제품이란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물량의 도자기 사진에는 “내가 얼마나 산 거야 씻기느라 영혼 가출”이라고 적혀 있다. 요리를 좋아하면 예쁜 그릇이 탐나서 잔뜩 사는 것은 당연지사. 그것을 감안해도 너무 많은 양이다. 외교관 이삿짐이면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올 수 있다는 계산에 잔뜩 샀을 것이다. 운송비도 당연히 적게 들지 않았을까. 후보자 부인은 귀국 다음해 카페를 열어 도자기를 팔았단다. 영혼 가출은 씻기는 시점이 아니라 사들였던 그때부터였다.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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