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리
    2026-07-14
    검색기록 지우기
  • 유료
    2026-07-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898
  • 英 버버리 새CEO 아렌트 의류 선도 美 40대 여성

    체크무늬로 유명한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에 40대 중반의 미국인 여성이 임명됐다. 주인공은 패션업체 리즈 클라이본의 부회장 앙겔라 아렌트(45). 아렌트는 내년 1월 버버리 총괄 이사를 거쳐 7월부터 CEO로 활동하게 된다. 아렌트는 패션업체 도나 카렌의 판매 및 디자인부문 부회장, 리즈 클라이본 부회장 등 의류업계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바쁜 활동 중에서도 세 아이를 키우는 억척 여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리즈 클라이본에서는 1998년부터 7년 동안 일하면서 매출액을 25억달러에서 46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참신한 중소업체의 상표나 아이디어를 사들여 브랜드도 10개에서 41개로 늘렸다. 존 피스 버버리 회장은 “아렌트의 다양한 경험과 전략적 비전, 강력한 지도력과 브랜드 경영 수완을 높이 사 영입했다.”고 밝혔다. 여성의 감각과 남성을 뛰어넘는 과감성과 저돌성을 높이 샀다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아렌트가 전환기를 맞는 버버리의 새 CEO로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녀도 버버리의 발표 직후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과 액세서리, 향수 등 품목 다양화를 희망한다.”며 강한 의욕을 밝혔다. 톡톡 튀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발, 버버리의 이미지도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버버리 매출의 61%는 의류에 치우쳐 있다.WSJ는 버버리 주식의 66%를 보유한 영국의 소매·금융서비스재벌 GUS PLC가 올 연말 버버리를 계열분리할 계획이어서 새 CEO의 영입과 함께 변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파주 12만평 화물기지 건설

    수도권 북부의 급증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총 12만평 규모의 내륙화물기지가 경기도 파주읍 봉서리에 건설된다. 기획예산처는 11일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파주 수도권 북부 내륙화물기지 및 익산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 제3자 모집공고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북부 내륙화물기지는 복합화물터미널 6만 4000평, 컨테이너기지 5만 4000평으로, 처리능력은 화물터미널이 연간 219만t, 컨테이너기지는 연간 26만TEU가 된다. 제안 총사업비는 1615억원으로 건설기간 3년, 운영기간 30년이다. 화물기지란 운송이 필요한 화물을 한 곳에 모아 방향에 따라 철도나 트럭을 이용해 대량으로 운송하는 것으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교통량과 교통혼잡을 줄이고 이 일대의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한편 익산시 축산폐수처리시설은 왕궁면 구덕·온수리 일원에 3만 1450㎡ 규모로 건설된다. 이 시설은 국내 최초로 RTO방식으로 시행되는데 이는 기존의 낡거나 성격에 맞지 않는 시설을 정비한 후 일정기간 사업시행자에게 운영권을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을 재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동독출신 여성’ 핸디캡 정치력·뚝심으로 극복

    |파리 함혜리특파원|유약한 이미지와 달리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못지 않은 추진력과 끈기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앙겔라 메르켈(51) 기민당 당수가 정치 입문 16년 만에 드디어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호(號)’를 이끌게 됐다. 지난달 18일 총선을 2주 정도 앞두고 당초 집권 사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사민당의 맹추격을 받자 ‘메르켈 한계론’이 대두됐으나 특유의 끈기로 사상 첫 여성, 최연소 총리를 쟁취해냈다. 당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메르켈의 문제점은 동독에서 성장한 전력에다 여성이라는 한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텔레비전 토론에서 유권자에게 정확한 소신을 피력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었다. 따라서 메르켈은 차기 총리 취임 후 이런 과제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앞날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르켈은 1954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어릴 적 목사인 아버지의 임지인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작은 마을 템플린으로 이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1989년 동독 민주화 운동 단체인 ‘민주적 변혁’에 가입,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메르켈은 1990년 3월 동독 과도정부의 대변인 서리에 임명됐고 통일 후 실시된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눈에 띄어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1994년 환경부 장관에 오르고 1998년 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콜 전 총리가 키운 ‘정치적 양녀(養女)’로 2000년 4월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지만 비자금 스캔들이 돌출되자 재빨리 콜과 결별하고 당내 유력 정치인들을 당권에서 밀어낸 뒤 2000년 9월 원내 총무직까지 겸임하는, 남자 이상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2002년 당수로 재선출되고, 원내총무 선거에서도 승리한 메르켈은 지난 해와 올해 초 사무총장 등 당내 일부 중진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사민당이 39년간 집권해 온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야당의 총리 후보가 됐다. 요아킴 소이어(56·훔볼트 대학 화학과 교수) 박사와 지난 1998년 재혼했으며 자녀는 없다.lotus@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2)차의 보관과 선별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2)차의 보관과 선별

    찬 서리가 새벽 산봉우리 구름에 걸리더니 어느새 빨간 화염(火焰)들이 두륜산을 하나 둘씩 점령해나가고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설악대청을 넘어 이곳 두륜산에 도착한 것이다. 그 하얀 무서리 위로 하얀 차꽃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그 차꽃사이로 노란 꽃술을 잔뜩 묻힌 벌들이 윙윙거리며 바쁘게 꿀을 모으고 있다. 온갖 만물이 풍성하고 바쁜 계절들을 뒤로하고 서서히 생을 마감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금쯤 차인들은 자신의 차 곳간이 비어가고 있음에 벌써 초조해진다. 이때부터 차인들의 ‘차 인심’은 각박해진다. 봄은 아직 멀리있기 때문이다. 보관하고 있는 차 역시 마찬가지다. 장마가 지나고 가을이 오면 햇차맛은 사라지고 묵은 차 밭이 시작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차와 아닌 차가 감별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차는 그 성질이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차를 고르고 보관하는 법 역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만든 지 한 두 달이 된 햇차는 대부분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색과 향 그리고 맛이 좋다. 찻잎이 가지고 있는 맛 향 색이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다신전)에서 “차에는 스스로 진향(眞香), 진색(眞色), 진미(眞味)가 있으니 한번 한점이라도 물들게 되면 곧 참다움을 잃게 된다. 예컨대 물에 소금기가 있는 것과 차에 다른 물질이 있는 것과 다완에 생강이 있으면 모두 참됨을 잃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차의 보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차를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하고, 보관할 때에는 건조한 곳에 두어야 하며, 탕을 끓일 때는 청결하게 하여야 한다. 정성을 다하고 건조하게 보관하고 청결하게 끓이게 되면 다도를 극진히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차의 보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초의스님의 차 보관법은 그런 점에서 매우 특이했다고 보여진다. 초의스님은 먼저 차를 청결한 병에 담아 대나무로 만든 피편(皮編)으로 눌렀다. 그리고 몇 차례 종이와 죽순 껍질로 빈틈없이 차통을 봉해버렸다. 그리고 예쁜 기와를 얹어 다실에 두었다. 명나라때 다서인 (다소)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다소)에서는 “차를 자기 항아리에 넣고 죽순껍질로 누르고 죽피를 채워 봉한 후 상끈으로 매어 새로 구운 곱돌을 그위에 얹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초의스님이 다성인 이유를 우리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봉지의 차를 보관하기 위해 손수 만든 차통을 밀봉한 후 그 차의 올곧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따로 다실까지 만드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차를 직접 제다했던 다인으로 차 한잎에도 늘 그 가치를 부여했다. 송나라 채양의 (다록)에도 차의 성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다록)에는 “차는 대껍질과 상화하고 향이나 약 냄새를 싫어한다. 또 건조한 곳을 좋아하며, 축축한 곳을 꺼린다.”고 되어 있다. 옛날 우리 다인들은 차를 대나무로 만든 상자나 죽통에 보관하기도 했다. 또한 오동나무통에 넣어 끈으로 묶어서 처마 밑에 걸어두었다. 그것은 땅의 단열성과 흡수성으로 온 습도가 자연적으로 조절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자연식 김치냉장고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바로 먹을 차의 용기는 한지같은 종이재료를 사용했고, 오래 두고먹을 차는 옹기같은 흙을 재료로한 것을 많이 이용했다. 과거 우리 차인들은 이렇게 차를 저장하는 집을 따로 마련,‘찻집’이라고 불렀고 차를 보관하는 방을 ‘다실’ 또는 ‘차실’이라고 불렀다. 자연을 이용해 그 사물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우리선조들의 지혜가 경이로울 뿐이다. 먼저 법제된 차가 변질되지 않으려면 습도 온도 광선 산소 냄새 등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가 지닌 본래의 맛과 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차는 먼저 햇볕을 피해야 한다. 차가 햇빛에 직접 닿으면 폴리페놀 성분이 쉽게 산화될 뿐만 아니라 온도가 높으면 차의 엽록소가 쉽게 분해되어 찻잎이 누렇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차는 또한 섭씨 5도 가량 저온에 저장하는 것이 매우 좋다. 그래서 요즘 어떤 차인중엔 김치냉장고 같은 냉장고를 차 전용 냉장고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약 여러 음식과 함께있는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면 흡착성이 매우 강한 차의 성질을 막아내기 위해 철저하게 밀봉하여 넣어두는 것이 좋다. 차는 가능한 한 차통에 보관해야 한다. 요즘 차를 보관하는 차통은 상품에 따라 다양한 재료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쓰이고 있는 차통은 자기나 토기 금속 유리 종이 등이다. 그중 가장 무난한 것은 바로 자기나 토기로 된 차통이다. 금속 중에서는 주석통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차중에서도 녹차나 말차는 그 보관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황차나 홍차등 발효차에 비해 공기중에 노출되면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차가 공기중에 노출되면 습기를 흡수해 수분 함량이 높아진다. 차가 수분에 의해 용해되면 재빨리 변질되어 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는 자체 변질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오룡차나 반야병차처럼 발효시켜 만든 차는 오래 저장할수록 그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만 생잎을 가지고 만든 덖음차나 녹차는 아무리 잘 보관하더라도 일년이 지나면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차를 개봉해서 마시며 보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개봉한 차는 늘 사람의 손보다는 찻숟가락 같은 도구를 이용해 마실 양을 꺼내야 한다. 사람의 손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도구들을 사용하면 그 냄새를 차가 흡수해 좋은 차맛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 보관에 못지 않게 좋은 차를 고르는 법 또한 매우 중요하다. 차는 먼저 어떤 곳에서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등 사용하는 곳에 따라 차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여러사람들이 차를 마셔야 한다면 값싸고 가볍게 마실수 있는 중작 정도의 차나 발효차가 무난하다. 특별히 격식을 갖추지 않고 여러사람이 두루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정이나 귀한 손님을 접대할 차를 원한다면 가장 최고의 차로 꼽히는 첫물차 즉 우전 같은 차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품질이 뛰어난 첫물차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등 시기별로 고르는 차의 종류는 보통 차를 처음 대하는 일반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차를 감별하는 방법은 색·향·미다. 차는 초의스님이 말했듯이 진미, 진향, 진색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차는 그 발효정도에 따라 고유한 맛과 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녹차는 신선한 자연의 풋냄새와 열처리에 의한 깊은 향이 제맛이다. 차를 끓였을때 찻물은 맑고 신선한 것이 매우 좋으며 색이 어둡고 잡티가 섞인 것 같은 것은 좋지 않은 차에 속한다. 찻잎은 가늘고 말려진 상태가 균일한 것이 좋은 차다. 찻잎이 고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표면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차의 빛깔을 보는 것을 완상(玩賞)이라고 한다. 완상은 오른손으로 찻잔을 쥐고 왼손으로 가볍게 받쳐서 가슴까지 가져간 후 눈으로 차의 빛깔을 보는 것이다. 이때 차의 빛깔은 봄날 갓 돋아난 여린 잎에서만 볼 수 있는 맑은 취색(翠色)을 으뜸으로 친다. 다음은 차의 향이다. 차의 향에서는 사향 즉 네가지의 향이 있다. 진향 난향 청향 순향을 말하는데 겉과 속이 똑같이 순수한 것을 순향, 설익지도 타지도 않은 것을 난향, 싱그러운 냄새를 갖춘 것을 진향이라고 한다. 차맛을 감미할때는 먼저 차 한모금을 입에물고 입안에서 한바퀴 굴려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차가 가진 색·향·미의 감미로움과 상태를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차에 대해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차 한잎은 마치 참새의 혓바닥처럼 작고 가늘다. 그 참새의 혀같은 차를 한통 채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그 차를 법제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진기가 소모되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차는 탄생에서 소비까지 모든 인간의 순수한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정심한 것이다. 과거 우리 차인들이 차방을 만들고 다실을 만드는 행위가 자칫 지배계층의 유희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한가지 음식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과 합일된 생명사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차를 마시기 위해 투여된 중생들의 뜨거운 눈물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차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발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설의 미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정약용의 걸명소 차는 사람의 마음속에 차분한 기운으로 깃들어 있을 때 비로소 차가 된다. 차는 그 어떤 것보다 신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묘함이란 것은 우리가 말하는 형이상학적인 신비스러움이 아니다.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청정한 그 자리에 차는 있다는 것이다. 삶의 형식과 내용도 마찬가지다.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하지 않고 오염이 된다면 세상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평생을 치욕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추문은 그같은 삶의 또다른 반영이다. 한잎의 차에 우주가 깃들어 있다는 것은 바로 그속에 생멸의 윤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 일상에서 하나의 삶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상과 현실속에서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삶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투영하는 또하나의 반영체로 자리잡을때 비로소 살아 숨쉬는 것이 된다. 차가 우리시대에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의 삶에서 거칠게 부대끼는 중생들의 삶속에 여유와 평안함을 줄수 있는 간절한 힘이 바로 차속에 충만하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같은 예는 조선시대 최대의 실학자요, 당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정약용의 (걸명소)에서 확인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소외된 자의 마음을 달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차의 마음을 정약용이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 차의 마음속에 깃든 힘을 통해 그는 새롭게 시대를 관통해내는 살아있는 지식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다산이 초의스님에게 보낸 차를 구하는 마음은 그같은 철학적 현재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요새 차에 걸신이 들려 차를 약으로 하고 있다오, 다서 중에 중요한 것은 육우의 (다경)3편에 능통해야 하고 병든 주제에 꿀떡꿀떡 노동의 일곱잔을 다 마시고 있소, 비록 정력이 가라앉고 기력이 없어진다는 기 모경의 말을 잊지 않고 소화를 돕고 기미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찬황의 버릇만 생겼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떴을 때,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밝은 달이 시냇가에 떠있을 때, 한잔의 차가 목마르다오. 바람 부는 산, 등잔 밑 따끈한 차 한잔은 자순의 향이요, 물을 긷고 불을 지펴 마당에서 달인 차는 백토의 맛이지요. 화자 홍옥잔의 사치는 부호 노공에 미칠 수 없고, 돌솥에 푸른연기 지피는 검소는 한비자를 따를 수 없소, 게 눈이니 고기 눈이니 하는 옛 사람들의 완호는 부질없고, 궁궐의 용단봉단은 너무 심한 사치라오. 땔감나무조차 하지 못할 깊은 병이 들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차를 얻고자 할 뿐이오. 살짝 훔쳐듣건대, 고해의 다리를 건너는 데는 스님들의 보시가 제일이고, 명산의 고액인 서초의 우두머리인 차를 살짝 베풀어 주시는 것이라 했소, 목마르게 바라노니, 부디 그 은혜를 아끼지 마옵소서” 한사람의 생활인으로 차인으로서 간절한 마음은 시공을 초월해 있다. 난마같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듯 다산은 차의 모든 것을 일거에 관통해내고 있다. 그리고 또한 차를 법제하고 보내는 그마음이 바다보다 넓은 은혜임을 일깨우고 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차인의 마음자리인 것이다. 차 한잎에 깃든 우주의 생멸을 깨닫는 것이…
  •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김태준·이승수·김일환 지음

    싫든 좋든, 한반도와 이웃해 있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국과 숙명적 관계였다. 반도의 특성상 중국으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꽃피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왕래했는데, 그중 외교의 일환으로 중국에 건너간 중국 사행을 통칭하는 말이 바로 ‘연행’(燕行)이다. 연행은 ‘연경행’의 줄임말로, 연경은 원·명·청의 수도였던 베이징의 옛 이름이다. 연행길은 한 해에도 두 번 이상, 한번에 500여명이 오간 길이다. 치욕스러운 사대외교였다는 평가, 현실적인 교류였다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연행길을 나섰던 조선의 선비들은 수많은 연행록을 남겼고, 그 안엔 수많은 애환과 고뇌,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감상이 가득하다.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김태준·이승수·김일환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이들이 남긴 연행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사학자들이 수차례에 걸친 현장 답사를 거쳐 연행로를 인문지리학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연행사들이 지나간 길을 직접 밟으면서 보고 느낀 감상과 직접 찍은 현장 사진들, 역사적 기록을 버무려 완성했다. 석달 이상이 걸리는 연행길은 피곤함과 무료함 속에서도 갖은 애환이 교차되는 여정이었다. 대부분의 연행사들은 명나라가 ‘오랑캐’ 청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진 후 곳곳에서 중화사상이 흔들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가 하면, 압록강을 건너며 고구려때의 전성기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첩첩산중에 익숙한 연행사들에게 일망무제한 요동벌은 그 자체로 경이였고, 일부는 그 크기에 압도당해 세계관, 나아가 우주관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기록했다. 일부 대담한 연행사들은 노정에서 벗어나 천산, 봉황산 등에 올라 절경을 즐기기도 했다. 오랜 여정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도 많다. 오랫동안 여인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연행사들은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말로만 첩을 삼아 무료함을 달랬는데, 거기서 ‘구첩’(口妾)이란 말이 생겼다. 연암 박지원은 연행중 한 전당포 주인의 부탁에 거리 어디선가 보았던 ‘기상새설’(欺霜賽雪) 넉 자를 크게 써주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서리를 속이고 눈과 다툴 만큼 희다.’는 뜻의 이 말은 국수집에나 거는 깃발이었던 것이다. 연행사들의 애환을 풍부하면서도 간명하게 그려낸 이는 1803년 베이징에 다녀온 이만수다. 그는 풍광의 장대함에서 느끼는 통쾌함, 재물을 밝히는 청나라에 대한 부끄러움, 선진문물에 대한 부러움 등 연행의 풍정을 9가지로 간추려 시로 표현했다. 몹시 피곤하고 정신적 부담감이 컸지만, 연행을 기대한 이들도 있었다. 박지원, 박제가, 임창협 등 실학자들이다. 이들에게 연행은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유일한 길 이었고, 견문과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2만 4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뉴욕 유행 의류 안방에서 앉아서 산다

    뉴욕 유행 의류 안방에서 앉아서 산다

    ‘지구 반대편에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을 안방에서 받아본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외국 브랜드를 인터넷으로 사는 해외수입대행 사이트가 인기다. 올해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본다.‘남과 다른 패션’을 찾는 멋쟁이들이 해외쇼핑의 문을 앞다퉈 두드리는 까닭이다.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위즈위드, 엔조이뉴욕, 아이하우스, 유에스숍, 오렌지플로스가 대표적인 해외수입대행 사이트. ●어떤 사이트가 있나 위즈위드(www.wizwid.com)는 2001년 2월 국내 처음 대행 쇼핑몰을 오픈했다. 현재 10만가지 품목을 취급하고 회원수가 150만명을 웃돈다. 올 목표매출은 413억원. 국내 소비자가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하거나 미국 쇼핑몰에 들어가 상품을 고른 뒤 배송지를 위즈위드의 미국 주소로 적어 놓으면 상품을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중간 유통경로가 없고, 단체 운송이라 경제적이고 간편하다. 배송기간은 2주 정도 미국에 이어 이탈리아, 영국까지 쇼핑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엔조이뉴욕(www.njoyNY.com)은 KT몰에 이어 KT커머스,H몰, 디앤숍에 입점한 사이트. 뉴욕의 패션의류와 잡화, 액세서리를 사주는 전문 쇼핑몰이다. 현지 리포터가 뉴욕의 패션경향과 생활정보를 전해준다.‘바나나 리퍼블릭’ 등과 같은 유명한 브랜드보단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개성이 넘치는 상품이 많다. 박한철 해외사업팀장은 “다양한 브랜드와 생생한 패션정보로 20∼30대를 공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어 6개월 만에 방문자 수가 2만명을 넘었다. 아이하우스(www.iehouse.co.kr)는 회원 10만명, 하루 방문자수가 1만 5000명에 달한다.‘아베크롬비’ ‘아메리칸 이글’ 등 유명브랜드가 꾸준히 팔린다. 반품이 어려운 대행서비스 특성을 고려, 재판매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특징. 다른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면 전액 환불해 주는 제도다. 유에스숍(www.usshop.co.kr)은 개인수입 대행전문 사이트다.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미국 사이트와 모델명을 적은 주문서를 올리면 된다. 유에스숍은 주문이 들어오면 24시간내에 상품을 확보, 검사와 우송을 책임진다. 여름, 겨울 세일기간인 ‘Clearance Sale’에 맞추면 40∼7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쇼핑 노하우는 충동구매는 금물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반품이나 환불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되더라도 국제운송료, 세금, 수수료 등을 몽땅 내야 한다. 상품이 주문과 다르거나, 배송 중 파손되면 당연히 바꿀 수 있다. 의류 및 신발 사이즈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국내와 표기가 다르고, 같은 미국 상품이라도 브랜드별로 차이가 많기 때문. 소비자의 상품평을 자세히 읽어보는 게 방법. 특히 어깨가 넓다거나, 팔다리가 길어 국내 기성복이 맞지 않는다면 몸치수를 직접 재어 기록해 두는 게 좋다. 상품 설명서를 필독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MD들이 해외 쇼핑몰에 적힌 내용을 상세히 번역해 올리는데다 직접 구입해 써보고 품평을 남기기도 한다. 일반소비자의 반응은 품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다. ●세트 상품을 공략하라 더 저렴한 상품을 원한다면 외국 사이트를 직접 찾아가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가끔 기획상품을 헐값에 구입할 수 있다. 대행 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운송이 어렵지 않다. 홀로 쇼핑한다면 인지도가 높은 곳을 찾는 게 현명하다. 국내 쇼핑몰과 달리 피해를 입으면 마땅한 구제방법이 없기 때문. 쇼핑몰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미리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국제소비자보호 사이트(www.econsumer.gov)에 신고, 또다른 피해자를 막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세트상품을 공략하는 것이 알뜰쇼핑 방법이다. 배송비가 개수나 무게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돼 경제적이다. 해외스타가 입었다고 표시된 상품을 눈여겨 고르면 횡재도 가능하다. 대부분 ‘히트상품’ 대열에 올라 값이 크게 오른다. 유명한 쇼핑몰의 기획전과 세일기간을 기억하는 것이 또 다른 노하우다. 위즈위드 마케팅팀 김양필씨는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해외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과 방법으로 소개, 패션을 이끌고 있다.”면서 “소비자층이 30대 초반에서 20대로 넓어지는 추세라 성장세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활기 찾는 동대문 패션상가

    활기 찾는 동대문 패션상가

    “고종 후궁이 허리가 잘록한 드레스를 즐겨 입은 개화 여성이었어?” “50년대 이브닝 드레스가 요즘보다 더 세련됐다.” 3일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헬로우에이피엠 무대에서 열린 ‘동대문 유망디자이너 패션쇼’를 지켜본 시민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발디딜 틈조차 없이 빼곡히 서서 191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패션의 변천사를 2시간동안 지켜봤다. 박물관에서 빌려온 당시 의상이란 사회자의 설명에 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주부 김인주(42)씨는 “청계천을 보러 아이들과 왔다가 패션 역사까지 공부했다.”고 즐거워했다. 동대문시장이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동인구가 평소의 2배를 웃돌아 청계천과 맞닿은 평화시장, 두산타워, 신평화시장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등산철을 맞아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스포츠매장도 호황을 누렸다. 반면 동대문운동장 뒤편 도매상가는 심한 교통체증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풍물시장 먹을거리장터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동대문 일대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본다. ●밀리오레, 가족 휴식공간 계획 동대문 패션몰 두타는 모처럼 매장을 가득 채운 인파로 웃음꽃을 피웠다. 1일부터 3일까지 의류매출은 평소보다 50%, 액세서리와 잡화는 20∼30% 늘었다. 특히 1층 커피숍 ‘르 럼트´는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 마케팅팀 이은혜씨는 “1999년 두타 오픈할 때만큼 소비자가 몰려들었다.”며 청계천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강남, 분당 소비자들이 1층 디자이너숍 상품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계천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할 계획이다. 매출이 10∼15% 늘어난 밀리오레도 가족, 연인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실 심재훈씨는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옴에 따라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점 하루매출 100만원 청대문(옛 프레야타운)은 1∼7층을 리모델링하는 중인데도 방문자수가 4배나 늘었다.10개관에서 24시간 영화를 상영하는 MMC를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도매와 소매를 겸하는 평화시장과 신평화시장은 낮밤없이 돈을 긁어모았다. 하루 매출 30만∼40만원짜리 식료품점이 100만원을 넘겼고, 타월 가게도 제법 돈을 벌었다. 그러나 2∼3층은 여전히 사람 발길이 뜸해 대조를 이뤘다. ●스포츠용품 매장·노점도 북새통 2일 청계천 5가를 찾은 박수미(28·여)씨는 “청계천변을 걷다가 눈에 띄는 물건을 샀지만, 낡은 건물이라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스포츠매장은 밀려오는 손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민들이 청계천을 구경왔다 스포츠용품까지 구매하는 것. 비교적 값이 싼 때문이다.“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느라 아우성”이라고 한 상인이 전했다. 청계천 복원 수혜자로 노점상도 꼽힌다. 청계천변에 노점상 설치가 금지된 터라 시민들이 먹을거리를 찾아 동대문 시장까지 흘러 들어온다. 포장마차는 물론 어묵, 김밥을 파는 노점상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에선 노점상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풍물시장은 대체로 한산 3일 밤 ‘팔도 먹거리시장’이란 현수막을 내건 동대문 축구장 풍물시장은 썰렁했다. 먹을거리 장터를 제외하곤 풍물시장이 저녁 7∼8시면 문을 닫아 ‘파장’분위기가 물씬 난 까닭이다. 음식점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어 더욱 어수선했다.“천막이 뒤덮인 곳에서 음식을 먹기가 꺼림칙하다.”고 한 여성이 털어놨다. 동대문 뒤편에 자리잡은 도매상가도 별 재미를 못봤다. 오히려 새벽까지 교통체증이 계속돼 지방상인의 원성만 높았다. 일부 도매상가는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들을 위해 ‘보관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보관소에 물건을 뒀다가 차량이 오면 바로 싣고 떠나는 것이다. 동대문 관광특구협의회 송병렬 사무국장은 “도매상가들이 유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소매를 겸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도·소매가 책정과 인건비 등 몇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달 더 지켜봐야 청계천 효과를 확실히 가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첫 패션쇼 마친 디자이너 변소영씨 “동대문 상인이 직접 디자인한 옷과 액세서리라야 소비자를 잡을 수 있습니다.” 생애 첫 패션쇼를 마친 동대문 디자이너 변소영(27)씨는 3일 상기된 표정이었다. 쇼핑몰 헬로우에이피엠 무대에서 펼쳐진 패션쇼에서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니스커트에 동물 무늬 프린트를 활용한 여성스러운 재킷이 주무기였다. 옷을 입은 모델조차 예쁘다며 구입하고 싶다고 찾아왔을 정도다. 그는 “동물 무늬는 우리나라에선 외면하지만, 유럽과 미국, 일본에선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취급받는다.”면서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어 소재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동대문 디자이너 작품을 찾을수록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의류가 탄생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변씨는 1996년 처음 동대문에 발을 내디뎠다. 옷입기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 의상학과 친구와 동업한 것. 보증금 2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2년 6개월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손을 털어야 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변씨는 올 6월 헬로우에이피엠 1층에 ‘골저스비(Gorgeous-B)’매장을 다시 열었다.“옷을 만들고픈 욕망을 억누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씨는 중국제품을 수입하거나 유명 브랜드를 베끼지 않았다. 힘들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작품에 승부를 걸었다. “당장 매출이 좋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발길을 잡으려면 동대문만의 상품을 자꾸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패션쇼가 그걸 증명하는 계기가 됐단다. ‘대박’과 더불어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 일본 등에 작품을 수출하는 게 변씨의 소망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가을 아웃도어 패션 트랜드

    가을 아웃도어 패션 트랜드

    “운동하러 나온 차림이라 오늘 모임에 못나가.” “데이트 중이라 인라인스케이트는 못타겠다.” 이런 핑계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올 가을·겨울 아웃도어웨어는 기본인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컬러감과 패션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특히 여성용은 화려한 색상과 함께 허리 라인을 슬림하게 넣거나, 상황에 따라 차분하게, 또는 스포티하게 변신시킬 수 있는 디자인으로 여성스러운 세련미를 더한다. 남성용도 몸매 라인을 따라 흐르는 디자인에 기능성을 접목해 맵시와 활동성을 동시에 잡는다. 도심의 멋을 즐기는 시티룩과 공존하는 올 가을 아웃도어 스타일을 뽐내보자.<의상협찬 EXR·플랫폼/장소협조 신세계백화점 본점/모델 김유리·이은형>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올가을을 겨냥한 아웃도어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디테일과 실루엣을 강조했다는 것. 기능은 야외활동용으로 손색이 없고 디자인만 보면 격식없는 모임용으로도 무난하다. 특히 아웃도어 패션업계의 제1표적이 된 여성을 위한 패션은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하게 변화됐다. 허리 라인을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디자인은 기본. 점퍼와 다리 옆선에 배색 라인을 넣어 전체적으로 날씬하고 길어보이면서 트레이닝복의 활동감을 높이는 제품도 늘었다. 지퍼나 로고 플레이(브랜드 로고를 이용한 무늬)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기도 한다. 브라운 계열이 지배하던 가을 컬러가 보다 밝고 경쾌하게 변화했다. 화사한 빨강은 짙은 벽돌·와인색 등 다양하게 변신했다. 봄 색상으로 주로 쓰였던 분홍과 보라·오렌지 등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이끌기도 한다. 남성은 주로 파랑으로 다채롭게 표현된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서로 다른 것을 혼합해 부위별로 활동성을 강조한 ‘하이브리드(Hybrid:혼합)’도 많이 사용됐다. 투습, 방수, 방풍, 경량, 보온성 등 멀티 기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제품의 경량화 실현을 위해 고어텍스 제품 중 가장 가볍고 활동성이 탁월한 ‘팩라이트’ 소재와 별도의 안감없이 방수, 방풍, 발수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됐다. 최근에는 원단 세 겹을 겹쳐 만든 고어텍스 3-레이어를 사용해 기존 고어텍스의 기능에 보온성을 강화한 소재 활용도 늘었다. 특히 웰빙 트렌드를 타고 천연 대나무 원료와 스판덱스 소재가 혼합된 웰빙 소재와 보온성을 보완한 고어 소프트쉘이 새롭게 선보인다. 이외에도 쉘러, 윈드스토퍼 등 다양한 기능성 소재들이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되고 있다. (1) 타이트한 트레이닝세트 그레이 컬러의 트레이닝 세트는 운동·외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패션 아이템. 약간 몸에 붙게 입어야 동네한바퀴 패션이 되지 않는다. 레드 컬러의 신발로 통일감을 주고 히프색으로 스포티브한 스타일을 살렸다. 디지털기기, 적당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면 훌륭한 코디를 완성한다. (2) 짧은 청치마 섹시하게 지프업 니트는 경쾌한 아쿠아블루 컬러가 포인트. 몸매가 슬림해 보이도록 처리한 니트 소재의 패치워크와 화려한 EXR로고를 디자인에 응용해 스포티브함을 살린다. 짧은 청치마는 섹시한 느낌을 준다. (3) 여성스러운 후드카디건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의 랩 스타일 카디건과 신축성 있는 와이드 팬츠를 같은 계열로 매치해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허리선을 묶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의 연출이 가능한 재킷과 피트되는 히프 라인으로 날씬해 보이는 와이드 팬츠는 요가복으로는 물론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외출복으로도 무난하다. (4) 언밸런스 지퍼가 포인트 신축성이 좋은 소재에 언밸런스 지퍼로 포인트를 준 흰색 지프업 재킷과 발목·무릎의 스트랩 조절 기능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연출했다. (5) 세련미·활동성 동시에 라이더 재킷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어깨 디자인으로 남성다운 재킷. 탈색 처리(워싱)를 한 청바지를 함께 입어 편안한 활동성와 세련됨을 동시에 잡는다. 멋스러운 선글라스는 포인트. ◈패션 라운지 ●한국화장품 오션은 피부 결점을 가려주고, 피부관리까지 할 수 있는 ‘에센스 스킨커버’를 내놓았다. 파우더에 워터프루프 성분을 코팅시켜 더욱 커버력을 강화했고, 피부 표면과 화장막 사이를 결합시키는 폴리픽스 성분으로 밀착력을 높였다. 분첩에 소량을 묻혀 볼-이마-턱-코 순으로 꼼꼼하게 안에서 바깥쪽으로 펴 바른다. 보다 확실한 관리를 요하는 부위는 덧발라 손가락으로 두드려 마무리한다.14.5g,3만 7000원. ●크리니크는 새로워진 ‘3-스텝’ 출시를 기념해 16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국 크리니크 매장에서 ‘3-스템’ 제품을 구입하면 샘플을 무료로 증정하고, 한달 이내에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전액을 환불해준다. 정품 용기를 가져오면 당일 구매금액에 대해 더블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랑콤은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유명백화점에서 ‘랑콤 메가 체험관’을 마련한다. 브랜드의 어제와 오늘을 전시하고,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밀 계획. 올 가을·겨울 메이크업 컬렉션 및 패션쇼, 매직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기간 중에는 랑콤 베스트셀링 기획세트인 ‘스킨케어 2종세트‘,‘르쑤르파스 필 스타터 키트’,‘베스트 셀링 메이크업 세트’ 등을 20% 싼 가격에 만날 수 있다.6일 신세계 본점,7∼9일 강남 신세계,14∼16일 잠실 롯데. ●DHC코리아(www.dhckorea.com)는 라인이 더욱 확장된 ‘코엔자임 Q10 시리즈’를 선보인다. 스킨, 로션, 크림, 보디젤, 보디오일 등 7종으로 구성. 코엔자임 Q10의 효능을 더해주는 비타민E·B2를 배합하고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엘라스틴·히아루론산,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올리브 리프 엑기스·올리브 오일을 첨가했다. 출시 기념으로 10월 한달간 전제품을 20% 할인한다. 제품에 따라 1만∼4만 8000원. ●오시코시 비고시는 아이들 야외활동복으로 좋은 ‘우드랜드’ 기획상품을 출시했다. 점퍼, 스웨터, 패딩조끼 등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그려넣어 귀엽고 편안하다. 나침반을 달아 아이들 야외활동에 재미를 더했다. 또 호박·지팡이·검은고양이 등의 무늬를 넣은 핼러윈 기획상품도 함께 선보였다. ●한샘은 경기도 안산시 성곡동 한샘 공장내에 600여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최신 디지털 촬영 프로세스와 편집시스템으로 촬영 즉시 수정과 인쇄가 가능해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 등 촬영도 가능하다. 스튜디오에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아트디렉터와 촬영팀, 스타일리스트를 갖추고 외부 촬영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구한말 대표적인 애국계몽 운동가요, 항일운동가인 단재 신채호는 우리역사를 깊이 연구했다.‘조선 상고사’처럼 널리 알려진 연구서가 있는가 하면,‘꿈하늘(夢天)’ 같이 소설 형식을 취한 것도 있다.‘꿈하늘’은 일종의 팬터지 문학으로 항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작가 신채호는 천상에 올라 ‘임’을 좌우에 모신 여러 영웅호걸을 만난다.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있고 철학자 화담 서경덕도 보인다. 도술의 달인 전우치도 함께 자리한다. 예상 밖인 것은 오윤부(伍允孚)라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성력(星曆)의 대가라 했다. 우선 성씨부터 낯선 오윤부. 좀 더 알고 보면 그는 ‘고려사’ 열전에 소개될 정도로 완전히 무명은 아니었다. 천문예언 전문가라고 했다. 섣부른 짐작과는 달리 고려시대에는 천문예언이 무척 중시됐다. 이름난 유학자 박상충의 전기에도 “성명(星命)에 밝아 사람들의 길흉을 점치면 많이 맞혔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는 13세기 이후 사주명리학이 예언이나 점의 핵심이었다. 고려는 경우가 달랐다. 풍수지리와 더불어 천문예언이 늘 예언의 중심축이었다. 인간 만사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 그리고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땅의 기운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고려인들의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문은 조선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정조9년(1785)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이른바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것은, 그 성씨가 김가이고, 이름은 자세히 모릅니다만, 금년에 군사를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유가는 정미년에 군사를 일으키고, 정가는 무신년에 군사를 일으켜, 세 집안사람들이 장차 백 년 동안 서로 싸웁니다. 그 증거로, 객성(客星)이 남방에서 이미 서울로 들어왔습니다.”(실록, 정조 9년3월1일 경술) 조선은 장차 3국으로 분할돼 오랜 세월 다투게 된다는 예언이다. 객성이 남쪽에서 출현해 서울 쪽으로 들어왔다는 천문현상이 증거로 제시됐다. 나라의 운명은 별이 결정한다는 민중의 믿음이 읽힌다. ●대대로 별점을 본 오윤부 고려 충렬왕 때 일관(日官)으로 활동한 오윤부야말로 별점의 대명사였다. 그의 본관은 황해도 배천(白川), 한 때 부흥(復興)으로 불리기도 한 곳이다. 일제시대의 성씨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엔 배천 오(伍)씨가 없다. 오윤부는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전해 내려온다. 그 조상은 대물림을 해가며 고려의 수도 개성에 살았다. 배천오씨들은 자자손손 별점을 보며 태사국(太史局)을 지켰다.(오윤부의 전기는 ‘고려사’, 권 122를 참조) 고려는 귀족사회였고, 모든 신분이 세습되었다. 심지어 군졸 노릇만 하는 집안, 아전과 서리를 배출하는 집안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일관 오윤부 일가는 귀족은 아니었으나, 일반 농민이나 상인보다는 훨씬 지위가 높았다. 오윤부는 용모가 초라했고 말수가 적었다. 여간해서는 좀체 웃지도 않았다. 그는 첫눈에 호감을 살 만큼 붙임성 있고 구변 좋은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문을 익혔다. 장성해서는 일관에 임용되어 여러 관직을 거친 뒤 판관후서사(判觀候署事)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말년에는 천문도(天文圖)를 그려 왕에게 바쳤다. 후배 일관들이 그 천문도를 모범으로 삼았다니 그의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오윤부의 특기는 뭐니 뭐니 해도 별점이었다. 타고난 재주도 재주였지만 그는 무척 부지런했다. 밤을 새워가며 하늘을 수놓은 수 백 개의 별들을 샅샅이 살폈다. 날씨가 제아무리 춥거나 덥더라도 그는 늘 성실했다. 오윤부의 먼 후배 격인 조선시대 일관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하루 24시간 내내 하늘을 관측했다. 그들은 관측 대상을 23종으로 나눠 정상적인 현상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별했다. 해, 달, 흰무리, 지진, 혜성, 새별(新星) 그리고 28수로 요약되는 주요 별자리를 모두 점검했다. 일관들은 특히 새별과 흰무리 등의 모양, 정도, 자리, 바뀌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해 ‘성변측후단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서운관지’) 이 보고서에 천체 약도가 첨부돼 날마다 임금님에게 제출됐다. 조선시대 일관들이 남긴 일지는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천문 보고서였다. 그 일부가 아직도 남아 천문 강국의 역사를 입증한다. 고려시대의 일관들은 그와 비슷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고려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특히 오윤부는 이상한 천문 현상을 해석하는 데 뛰어났다. 어떤 별이 천준(天樽)을 범하자 “이번에 올 중국사신은 술꾼이다.” 고 예언했다. 천(天)은 중국, 준(樽)은 술통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또 어떤 별이 여림(女林)을 범하자, 중국 사신이 와서 소녀들(童女)을 데려갈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식의 해석이 현대인의 눈엔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늘이 꼭 중국이어야 될 이유가 없다.‘여림’을 두고 공녀(貢女)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그 때는 원나라의 횡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오윤부는 그런 현실을 감안해 모든 천문현상을 풀이했다. 그의 별점은 잘 들어맞았고 소문이 원나라 황제의 귀에까지 들렸다. ●원형 민족주의자 오윤부 고려 후기에는 원의 수시력과 같은 중국역법이 수입되기도 했다. 오윤부는 그 방면에도 상당한 전문가였다. 그는 달력을 고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의 제일(祭日)을 중국과 비교했다. 고려에서는 봄가을의 가운데 달인 음력 2월과 8월의 마지막 무일(遠戊日)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나, 중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첫째 무일(近戊日)을 제삿날로 삼았음이 확인됐다. 오윤부는 조정에 건의해 중국의 예를 따르게 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중국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의미로 그는 고려인이었다. 충렬왕은 즉위 직후 선왕인 원종의 신위를 종묘에 모셨다. 새 위패를 선대왕들의 신위와 합설하기 위해 원종의 시책(諡冊 시호를 아뢸 때 쓴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 충렬왕후는 원나라 공주였는데, 왕비로서 그 행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마침 오윤부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난색을 표하며 공주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선대왕들의 신령이 계신 곳에 원나라 공주가 술잔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원나라는 과거 수십 년간 고려를 침략했기 때문에, 고려인들은 원을 미워했다. 오윤부는 이런 반원의식이 강했다. 원나라 공주는 종묘 제사에서 제외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통쾌해 했다. 알려진 대로 원종 이후로 고려에 대한 원나라의 간섭이 더욱 노골화됐다. 고려국왕은 대대로 원나라 황실의 사위가 되었다. 왕은 죽어서도 원나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시호에 표기해 “충○왕”이 되었다. 고려왕실에 시집온 원나라 공주의 위세는 때로 왕권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었고, 오윤부는 이 점을 못마땅해 했다. 그는 천문 현상을 빙자해 공주를 압박했다.“천문을 살펴 보니 괴이한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요즘은 심한 가뭄까지 닥쳤습니다. 청컨대 궁궐을 짓거나 고치는 공사를 중지하고 덕을 닦으십시오. 그래야 재변이 멈춥니다.” 원나라 공주는 오윤부의 제지를 받자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원나라 공주에 대한 오윤부의 공격은 계속됐다. 공주는 고려에 시집온 뒤에도 여러 차례 본국을 오갔다. 그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되었음은 물론이다.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인데 공주는 원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자기가 없는 동안 궁궐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언젠가 한 번은 재상들을 불러 모아 놓고 좋은 날을 택해 아예 새 궁궐을 지어 놓으라고 졸랐다. 다들 불평은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했다. 이 때도 오윤부가 발 벗고 나섰다.“금년에 토목공사를 일으키면 임금님께 불리하므로, 신하인 저는 절대 택일을 못하겠습니다.” 원나라 공주는 분노에 치를 떨며 오윤부의 벼슬을 빼앗았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매로 때리려 했으나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어느 재상이 애써 말리는 바람에 매 맞는 것만은 간신히 피했다. 그 일로 분이 안 풀린 공주는 오윤부를 왕에게 고자질했다. 왕은 공주의 청을 어기지 못해 오윤부를 매질하게 했다. 그는 매를 맞으며 이렇게 변명하였다.“날을 가리는 것은 흉(凶)을 피하고 길(吉)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신하를 협박하여 억지로 가리게 한다면 차라리 가리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신은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님의 뜻에 아첨할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궁궐을 짓는 공사가 겨우 시작됐는데, 화성이 달을 삼키는 변이가 일어났다. 왕은 반승(飯僧 스님들에게 밥을 공양함)을 실시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 반승은 사소한 재앙이 예측될 때마다 되풀이된 고식적인 해결책이었다. 오윤부는 동료인 문창유와 함께 왕에게 간언을 바쳤다. 화성이 달을 삼키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스님들에게 밥을 주고 부처님을 공양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값싼 보시를 그만 둬야 한다. 진정한 길은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중지하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왕은 반대여론을 의식해 궁궐 짓는 일을 그만뒀다. ‘고려사’에 실린 전기 기록을 검토해 보면 오윤부의 간언은 전문분야인 천문에 구애되지 않았다. 시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한 번은 오윤부가 전법총랑(典法摠郞 법률의 집행을 담당) 박인주에게 전법사의 사무가 자꾸 지연되는 까닭을 물었다. 원나라 공주의 명령과 임금님의 명령이 한없이 쏟아져,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왕과 공주는 각기 소송 사건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일처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오윤부는 이런 일이 자기 소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따졌다. 이런 식으로 일관 오윤부는 가끔씩 왕과 의견충돌을 보였다. 그러나 원나라 공주에 대해 대들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더욱 많았다. 그는 공주 보기를 마치 원나라 침략군을 대하듯 했던 것 같다. 오윤부는 일종의 원형(proto) 민족주의자였다. ●백성을 대변한 오윤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지만 천문에는 변이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오윤부는 이를 정밀하게 살펴 고려왕실의 미래 운명과 관련지었다. 그는 특히 고려백성의 편에서 국왕 내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천문현상을 활용했다는 혐의가 있다. 천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과거의 일관들은 기도를 권하거나 굿을 하라는 권고를 주로 했다. 다분히 미신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오윤부는 달랐다. 그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치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백성의 원망이 없다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곳에 파견한 왕지별감(王旨別監 왕의 특사)을 소환하고, 여러 곳에 설치된 공주식읍(公主食邑 원나라 공주에게 준 토지와 백성)을 폐지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권고를 듣자 왕은 한동안 망설였지만 마침내는 공주에게 줬던 식읍을 폐지하였다. 거기서 거둔 세금을 나라의 창고에 배속시켜 백관의 봉록에 충당하도록 하였다. 사실 원나라 공주는 왕을 졸라 각처에 농장을 마련해 호사가 극에 이르렀다.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만 명의 백성들은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오윤부는 백성들의 의사를 대변해 식읍의 혁파를 주장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변동도 오윤부는 마찬가지로 이용했다. 언젠가 한번은 궁궐 연못에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산소부족이었든지 아니면 약물에 의한 중독이었을 것이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오른 고기떼를 두고 오윤부는 충렬왕을 몰아쳤다.“갑술년(충렬왕 즉위년 1274)에 대궐 동편 못에서 이런 괴변이 일어났고 선왕이신 원종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청컨대 임금님께서는 덕을 닦으시고 스스로를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궁궐의 물고기가 죽든 살든 그것이 왕의 목숨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나 일관 오윤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하면 국왕이나 원나라 공주의 진노를 사게 될 거였지만 개의하지 않았다. 예언가 오윤부의 성공비결은 고려사회에 만연했던 반원적인 정서를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조정 대신들 가운데도 원나라의 정치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충렬왕 역시 친원과 반원의 두 노선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했다. 그 틈을 비집고 오윤부는 한결 같이 자주노선을 지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묘청과 백수한의 후예였다. 그러나 오윤부는 묘청 등을 뛰어넘었다. 그는 일관으로서 하늘의 뜻을 왕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될 임무가 있다고 확신했다. 만일에 왕이 자기의 ‘충언’을 듣지 않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끝까지 졸라댈 정도였다. 오윤부의 해석은 유교의 재이론(災異論)에 가까웠다. 묘청 등이 불교적이고 무속적인 세계에 기울어 있었다면, 오윤부는 다가올 성리학 시대의 천문해석에 근접해 있었다는 말이다. 유교적인 천문예언가 오윤부의 고집불통에 충렬왕은 때로 두통을 일으켰다. ●충렬왕이 졌다! 왕은 오윤부를 골탕 먹일 생각까지도 했다. 원 나라 세조가 요동을 정벌하게 되었을 때다. 왕은 상국의 명령으로 마지못해 군사를 거느리고 평양까지 나가게 됐다. 우선 유청신을 황제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 때 오윤부가 별점을 쳤다.“아무 날 유청신이 반드시 돌아옵니다. 임금님께서는 요동까지 가실 필요 없이 말머리를 서울로 돌리게 되십니다.” 그러나 그 날이 됐는데도 유청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오윤부를 체포했다. 점괘가 틀렸으니 벌을 받으라 했다. 하지만 오윤부는 해가 아직 저물지 않았다며, 좀더 기다리자고 했다. 과연 얼마 안 있어 먼데서 먼지를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말 한 필이 있었다. 유청신이 타고 있었다. 예언이며 점이 설마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문현상은 그저 자연계의 변화를 알릴 뿐이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 복을 불러들일 리 만무하고 화를 초래할 수도 없다. 오윤부의 사고방식은 이런 현대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시대적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윤부는 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천문을 살폈고, 그 때문에 민중은 그를 사랑했다. 신채호가 그를 가장 뛰어난 천문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시 조선 정조 때 일어난 ‘정감록’ 사건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의 공범인 평민 지식인 주형채도 오윤부처럼 별점을 보았다. 주형채는 말했다.“작년 섣달 초7일, 초8일, 초9일에 위성(危星), 실성(室星), 벽성(壁星) 앞에 20여 개의 별이 벽을 쌓고 늘어섰습니다. 그 속에 붉은 기운이 있었습니다. 장군성과 태백성이 서로 싸운 지 3일 만에 서로 1도(度) 거리로 떨어졌으며, 태백성이 어깨로 장군성을 떠밀어 여러 번 물러가고 나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정조,9년3월22일 신미) 주형채는 국가의 녹을 먹는 일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윤부처럼 밤하늘의 별자리를 많이 알고 있었고 밤새워 별을 보았다. 별자리의 이동을 1도 2도로 따질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고려시대에는 오윤부 같은 특수 계층만 그런 지식을 독점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평민지식인들도 서적을 통해 공유하게 됐고, 그래서 주형채와 같은 평민도 직접 별을 바라보며 민중의 희망을 찾아 나섰다. 자유로운 지식은 곧 우리들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이달 중순 첫서리

    이달 중순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첫서리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10월에 접어들며 아침과 저녁이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등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3일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화되고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이 내려오면서 늦게까지 이어지던 여름 날씨가 수그러들고, 쌀쌀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4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11∼17도, 낮 최고기온은 20∼24도로 일교차가 큰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또 찬 대륙성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흐린 뒤 점차 개고, 강원도 영동지역과 경북 동해안지역, 제주도지역은 흐리고 오전 한때 비가 오겠다. 하지만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는 5일부터 주말까지는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에는 일시적인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기온은 평년(8∼19도)과 비슷할 전망이다. 일부 내륙 산간지역에는 서리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겠으며, 남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한두 차례 비가 오겠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추석선물 바꿔도 됩니다

    추석선물 바꿔도 됩니다

    맘에 들지 않는 추석선물을 살림에 필요한 실용품으로 바꿔 보자. 일부 유통업체는 ‘추석 선물 100% 반품·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수증이 없어도 재판매가 가능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거나 상품권으로 환불해 준다. 꼭 챙겨야 할 교환·반품 노하우를 짚어본다. ●빠를수록 좋아 기본적으로 상품을 받은지 7일 이내라면 언제든지 교환·반품이 가능하다. 상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반품 이유로 괜찮다.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의사를 밝히면 된다. 상품이 담겼던 박스에 그대로 포장해두면 고객센터가 도로 가져간다. 홈쇼핑은 좀더 관대하다.30일 이내라면 언제든지 무상으로 교환·반품해준다. 의료·패션·보석류는 15일로 보다 짧다. 반송 비용은 일차적으로 업체가 부담한다. 그러나 식품, 화훼, 소모품, 음반, 도서 등 이미 개봉·설치가 됐거나 소비자가 상품을 훼손한 경우에는 비용 일부를 내기도 한다. ●정육 등 신선상품 가장 까다로워 제품별로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가 각각 달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육·굴비·버섯 등 신선식품은 반품이 매우 까다롭다. 신선도가 상품가치를 좌우하기 때문. 개봉하거나 먹어본 뒤에는 반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며칠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뒤늦게 반품을 원해도 마찬가지다. 맛이 없더라도 절반 이상 먹은 경우에는 교환이 힘들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배달 출발 후에는 반품·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전에 신선식품의 수취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 물론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바꿔준다. 신선식품은 배달받기 전이나, 받자마자 교환·반품 의사를 밝히는 게 현명하다. ●상표 떼면 낭패 가전제품은 전기코드를 꼽아 설치하거나 사용하면 반품이 불가능하다. 내부 프로그램이 인식돼 재판매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찍어보고 메모리를 지웠더라도 반품이 안된다.CD,DVD, 게임기 등은 박스 포장을 없애거나 바코드를 훼손하면 돌려보낼 수 없다. 복제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의류, 잡화, 액세서리는 상표(Tag)를 떼거나 품질보증서를 훼손·분실하면 반품할 수 없다. 특히 해외명품의 경우 포장지만 훼손해도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속옷·의류·침구·수예용품은 수선하거나 세탁하면 바꾸기 어렵다. 화장품·미용제품은 밀봉을 개봉하면 힘들다. 개봉만으로도 산화가 시작돼 상품가치가 훼손됐다고 본다. 부작용 때문이라면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유모차나 아동용 장난감 등 유아용품과 인라인·자전거·신발 같은 스포츠·레저용품은 실외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거나 부속품이 훼손된 경우엔 환불할 수 없다. 골프상품은 헤드 그립을 제거하면 어렵다. ●불량품은 사진 찍어 놓도록 분쟁을 없애려면 상품을 받아 테스트용 샘플을 먼저 사용하자. 맘이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전체를 바꿀 수 있다. 모양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전자제품은 받는 즉시 반품을 신청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품을 사용했다고 간주한다. 상품이 불량인 경우엔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놓고 나중에 증거자료로 첨부하면 좋다. 일부 할인점은 추석 선물에 대해서 융통성 있게 교환·반품해주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추석선물 100% 교환·환불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마트 상품이고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는 것. 환불은 상품권으로 주는 게 원칙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영수증이 없어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상품권·현금으로 환불해 준다. 전국 점포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롯데마트는 소비자 과실로 손상된 상품을 빼고는 환불·교환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랜드마트도 다음달 15일까지 같은 품목으로 바꿔주거나 상품권을 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삼성테스코 운영기획팀 이성철 이사는 “선물 구매자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고객이란 의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취향이 중요한 넥타이, 구두, 액세서리 등은 교환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개인회생제 1년] “월 35만원으로 버티지만 빚 탈출 희망가”

    [개인회생제 1년] “월 35만원으로 버티지만 빚 탈출 희망가”

    ■ 어느 개인택시운전자의 사연 지난 4월 개인택시 운전사인 김모(63)씨는 법원에서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 월 160만원을 버는 김씨는 100만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한달 살림을 60만원으로 꾸리는 빠듯한 생활을 8년간 해야 빚에서 벗어난다. 김씨는 “빚갚기 위해 정신없이 살다보면 가끔 노예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선택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색을 했다. 그는 “이 제도가 없었다면 나는 도저히 빚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8년간 열심히 살면 그 다음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며 웃었다. ●가족끼리 카드 빚 얻고 상호보증서 빚더미 3년 전 김씨의 딸은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종로 근처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열었다. 불황 탓에 사업이 안되자 동업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고, 월세 600만원을 대기 위해 손을 댄 카드빚과 사채는 김씨 가족을 위협했다. 가족끼리 카드빚을 얻고, 상호보증을 서며 함께 빚더미에 올랐다. 김씨는 1억 2000만원, 김씨의 부인은 5000만원, 딸은 4000만원. 김씨에게 채권추심이 오면 부인이 돈을 빌려 막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경제적으로 곤란해지자 다음은 가족들의 정신과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딸은 집에 드나들 때마다 주변에 추심자가 없는지 살피는 게 버릇이 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추심전화에 김씨는 영업하던 택시를 길가에 세우고 쭈뼛쭈뼛 대답하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숨이 막혔다. ●개인회생 신청하자 채권추심 더 심해져 지난해 10월 우연히 라디오 광고를 듣고 개인회생 제도를 알게 된 김씨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할까도 생각했지만, 대상자가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으로 한정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김씨는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가 되자고 일부러 다른 사람 돈을 안 갚을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달 뒤 김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최종 인가를 받기까지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법원은 꼼꼼했다. 김씨가 갖고 있는 개인택시 권리금이 5000만원 정도는 된다며 이 돈을 청산가치에 포함시키라고 했다. 월 80만원씩 5년간 갚겠다는 계획은 이 권리금 때문에 월 100만원씩 8년으로 늘어났다. 개인회생 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채권자들의 추심은 더 거세졌다. 김씨는 “우리 빚은 개인회생으로 청산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시달렸다. ●회생 첫달 부인 수술…다시 빚더미 오를까 정신 번쩍 변제일인 매달 28일이 오기 3∼4일 전에 김씨는 100만원을 채권단 쪽으로 입금한다. 이 돈도 못갚으면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김씨를 더 열심히 일하도록 내몬다. 남는 60만원 가운데 임대료·관리비 등을 비롯한 공과금이 25만원 정도이다.35만원으로 부인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벅차다. 회생 인가를 받은 다음달 몸이 약해진 부인이 무릎 수술을 받아 180만원의 카드빚이 더 생기기도 했다. 그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나 사고가 생길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2년 뒤면 택시를 바꿔야 하고, 목돈이 들어갈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해결하지 못한 부인과 딸의 빚도 정리해야 한다. 추심은 없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이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씨는 “집사람도 파산신청을 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사회생활 해야 하는 딸은 개인회생 신청을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추석에 모처럼 만난 서른이 넘은 딸이 ‘시집은 포기했어요. 빚부터 갚아야죠.’라고 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사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개인회생 제도가 없었다면 조그만 희망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김씨에게 남은 8년이 고통의 세월이지만 인고의 터널을 지나 새 출발의 길을 열어주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회생’은 남성 ‘파산’은 여성 많아개인회생제가 지난해 9월23일 시행된 지 1년 만에 2만여명의 채무자가 혜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를 완전히 탕감받는 소비자파산 신청자도 최근 급증했다. 하지만 소비자파산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가족과 별거하는 등 채무자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지난해 9월 132건에 불과했으나 올 5월 4004건으로 늘어난 후 6월 4135건,7월 4221건,8월 4299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올 8월 총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3만 8828건으로 이중 2만 433명이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았다. 소비자 파산 신청건수도 2000년 329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1년 672건,2002년 1335건,2003년 3856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만 2373건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8월까지 벌써 2만 71명이 신청했다. 파산자의 급증은 최근의 경제 부진 때문이다. 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부장 차한성)가 지난달부터 소비자 파산 신청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파산으로 가족과 별거 중인 비율이 47.8%나 됐다. 이들 중 80.3%가 면책을 받게 되면 가족과 재결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9.4%의 소비자 파산 신청자들이 가족 중에 소비자 파산 또는 개인회생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해 개인의 파산이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가족끼리 대출 보증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파산이 가족 전체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605명의 개인회생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남성이 55.7%를 차지, 여성보다 많았다. 소비자 파산의 경우는 반대로 여성이 60.2%로 높았다. 소비자 파산의 경우 파산에 따른 경제적 활동 제약 등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남성들이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모든 계층서 남용…모럴 해저드 논란도입된 지 1년이 된 개인회생 제도는 장점의 이면에 부작용과 불편함이 있다. 법원은 개인회생 결정을 받은 사람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제도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변제계획에서 빠지는 담보채권 살던 집을 담보잡혀 은행빚 7000만원을 쓴 A씨. 이밖에도 2억원에 가까운 빚에 허덕이던 A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은행은 빚을 갚지 않으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매에 부치는 시기를 3개월 늦춰주는 조건으로 원금과 이자의 30%를 바로 갚을 것을 요구하는 추심서를 보내기도 했다. 현행 개인회생제도에서 담보채권자는 별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별제권은 회생절차의 변제계획에 의하지 않고 별도로 빚을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담보채권과 변제계획에 따른 채권 각각에 대해 이중부담을 지게 되는 채무자들은 개인회생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담보채권도 변제계획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발목잡는 모럴 해저드 논란 다른 사람의 빚보증을 잘못 선 전직 공무원 B씨는 퇴직금 1억여원을 빚을 갚는 데 쓰고도 1억원의 빚이 남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한달에 98만원 정도를 버는 B씨는 파산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질 처지이다. 개인회생 담당 재판부에서 파산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남의 돈을 그냥 떼먹을 수는 없다.”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라도 빚의 일부를 갚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그의 변제계획은 월 28만원씩 갚아나가는 것이다. 개인파산보다는 덜하지만 개인회생에도 도덕적 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도입 초기인 개인회생 제도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B씨처럼 모든 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는 파산 대신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일은 흔한 현상이다. ●“개인회생이 뭐야?” 홍보부족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제도에서 실패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상담을 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워크아웃 등은 한달에 갚아나가야 할 변제액 수준이 높고 채권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인회생 개념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일정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중산층 파산에 활용되어야 할 이 제도가 모든 계층에서 남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파산을 기피하는 분위기 탓에 다달이 변제를 할 가능성이 적은 채무자들도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다. 가족 전체가 빚의 고리에 묶여 있는 채무자들에게 무리하게 내핍생활을 기대하면, 중도 포기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개정 통합도산법 다음해 4월부터 시행되는 통합도산법은 개인회생의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신청비용은 내려간다. 최장 변제기간은 현행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채무자가 신청일 전 10년 이내에 면책을 받았다면 개인회생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5년이내 면책을 받은 경우로 완화시켰다. ■ 도움말 법무법인 산하 이영기 변호사, 김관기 변호사,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儒林(43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儒林(43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3) 묵자가 유가에서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만물의 창조자이고, 주재자인 하늘(하느님)의 존재를 깨달은 후부터였다. 물론 공자 역시 하늘의 존재를 인식한 선지자였다. 그러한 사실은 일찍이 공자가 송나라를 지날 때 환퇴(桓 )란 자에게 위협을 받았을 때 ‘하늘이 내게 덕을 부여해주셨거늘, 환퇴가 나를 어찌하겠는가.’라고 말하였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공자는 하늘이야말로 이 우주만물의 지배자이며, 올바른 도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게 된다.(獲罪於天無所禱也)” 이러한 공자의 하늘에 대한 믿음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영이 죽었을 때 ‘아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고 애통해 했던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는데, 묵자는 그러한 공자의 운명(運命)으로서의 하늘관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하늘에 대한 개념을 대충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 하나는 ‘물질적인 하늘’로 땅과 대비가 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만물의 창조자이자 주재자로서의 하늘로 이른바 상제나 황천과 같은 인격적인 존재였다. 세 번째는 운명으로서의 하늘로,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론의 대상이었다. 네 번째는 자연으로서의 하늘로 천체의 운행을 가리키며, 다섯 번째는 의리(義理)로서의 하늘로 곧 우주 최고의 진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공자의 ‘하늘관’은 세 번째인 운명론적인 것이었다. 공자는 하늘이나 하느님을 믿으라고 가르치거나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법한 적은 없었다. 공자는 사람마다 갖고 태어나는 천명(天命)은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운명론자였다. 그러나 묵자는 공자의 이러한 하늘관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미 정자와의 대화에서 ‘유가에서는 하늘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데, 이는 천하를 잃기에 충분한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던 묵자는 ‘유가는 하늘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게으른 운명론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무소부재(無所不在)’하고 ‘무소불명(無所不明)’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포하고 있다. “…또한 내가 하늘이 백성들을 두터이 사랑하고 계시다고 아는 근거가 있다. 곧 해와 달과 별들을 벌여놓음으로써 그들을 밝게 인도하시고 춘하추동의 사계절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그들의 기강(紀綱)이 되게 하셨고, 눈과 서리, 비, 이슬 등을 내려줌으로써 오곡과 삼베가 자라고 누에를 칠 수 있게 하여 백성들이 거기에서 재물과 이익을 얻게 하셨으며, 산천과 계곡을 벌여놓고 여러 가지 일들을 펼쳐놓음으로써 백성들의 착하고 악한 것을 살펴보시고 왕공(王公)과 후백(侯伯)들을 마련하여 그들로 하여금 현명한 이들에게는 상을 주고, 포악한 자에게는 벌을 주도록 하셨으며, 쇠와 나무와 새와 짐승들을 취하여 쓰고 오곡과 삼베를 기르고 누에를 길러 백성들이 입고 먹을 재물들을 마련토록 하신 것이다.” 묵자의 이러한 ‘하늘나라의 선언’은 놀랍게도 성경의 창세기편을 연상시킨다.
  •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해신´,‘불멸의 이순신´,‘서동요´,‘신돈´…. 인기를 끄는, 또는 끌었던 역사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전통의상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덧입혀 세련미도 살린 TV 속의 한복은 멋스럽다. 하지만 한복은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명절이나 경사가 있어야 입는다는 고정관념도 있고, 활동하기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유난히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 멋스러운 한복을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배우 이영애처럼. 한복 맵시, 나라고 못낼 것 없다. 올 추석에 온몸으로 한국의 전통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작품이다. 비단 종류인 국사로 만든 저고리와 치마가 250만원, 비녀와 노리개 같은 소품까지 300만원 상당의 의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얼굴색과 체형에 맞춘 한복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영희씨의 말처럼 꼭 값비싼 옷이라야 멋이 아니다. 나만의 자태를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이와 체형, 얼굴색 등을 고려해 한복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요즘 한복은 불편함을 줄이고 실용성을 강조한다.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기장이 짧고, 동정과 깃이 겨드랑이선까지 이어진 스타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저고리 기장은 그보다 길다. 팔을 들었을 때 치마 말기(가슴을 감싸는 흰 부분)가 살짝 보일 정도의 길이다. 고름의 너비와 길이는 좁고 짧아졌다. 동정과 깃은 약간씩 넓어지는 추세이다. 치마는 항아리 라인으로 처리해 움직일 때 너무 치렁하지 않고, 남성 바지는 재단은 옛것대로 하되 대님을 매기 쉽도록 달아놓는다. 소매는 깃·끝동·고름·곁마기를 다른 색으로 한 삼회장이나 깃·끝동·고름을 다른 색으로 한 반회장 형식으로 배색을 달리해 포인트를 준다. 올해처럼 약간 더운 기운이 남은 이른 추석에는 밝은 색이 어울린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화사한 분홍빛, 연둣빛, 상앗빛 등이 대표적인 색상. 남성들의 마고자 색상도 한층 밝아져 분홍빛이나 산호색 등이 돋보인다. 무명이나 국사, 갑사, 항라 등 가을철 옷감을 이용하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스치는 소리가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 한복 디자이너 4명의 추석 맵시내기 1. 박술녀(박술녀 한복) 가을에는 화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보다는 색상으로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추석에는 파스텔톤이 예쁘다. 감색 치마에 흰 저고리는 귀여운 스타일로 젊은 층에 어울린다. 고름 색상이나 소매 끝 꽃수를 포인트로 이용해 지루함을 덜어낸다. 털을 뺀 가을 배자를 덧입어 멋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 너무 풍성하거나 너무 달라붙는 느낌은 좋지 않다. 배래는 팔을 접었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폭이 가장 예쁘고, 편하다. 고름도 길 필요가 없다. 고름 폭은 깃·섶에 어색하지 않은 넓이 정도면 된다. 옛것이 아름다운 것처럼 전통적인 모양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2. 이영희(이영희 한복연구소) 너무 전통적인 스타일은 외국인의 눈에 자칫 어색할 수 있어 이번 이영애의 한복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앞자락을 많이 겹치게 하고 고름을 작고 심플하게 옆으로 돌린 것은 삼국시대 저고리를 응용한 것. 파티라는 장소도 감안해 노리개, 비녀, 가락지, 첩지 등 장신구로 단정한 한복을 화려하게 연출했다. 수십, 수천가지에 이르는 체형에 맞는 한복 맵시는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소매통이 좁은 디자인도 나오는데, 우리 옷은 원과 직선이 조화를 이루고 여유로워야 한다. 하의는 녹자주나 짙은 감색 등 어두운 색이 좋다. 저고리만 바꿔줘도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김영미(황금바늘) 상하의를 보색으로 대비하면 단색에 비해 훨씬 색감이 뛰어나고 한복의 멋이 풍겨난다. 저고리가 짧거나 전체적으로 무늬가 없는 한복을 입었다면 큰 노리개로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 큰 노리개는 연한색 치마를 입었을 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한복은 소재와 색상을 중시해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늘색 저고리와 연보라 치마로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자주색 저고리와 감청색 치마로 세련미를 주는 식이다. 디자인은 가급적이면 단아하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입는 자신도 잘 싫증이 나지 않고 보는 사람의 눈도 질리지 않는다. 4. 김진분(분 한복) 크게 그림을 그려 넣는 것보다 저고리의 섶이나 소매 끝에 포인트를 주고, 장신구를 최소화해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이 예쁘다. 20대는 보색의 치마·저고리로 발랄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깊은 빨간색의 치마에 수박빛과 상앗빛 저고리로 서로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한복 맵시를 내기 어려운 연령층이 바로 30∼40대. 자칫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텔 색상의 한복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돋보이는 방법.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려한 장신구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한복에는 단아한 액세서리가 잘 어울린다. ■ 한복엔 이런 메이크업 하세요 평소에는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명절에는 한복만큼 화려한 옷도 없다. 한복의 색상은 평소에 입는 옷보다 화려하고 밝은 색인 경우가 많다. 연한 화장은 얼굴이 묻혀 버리고, 짙은 화장은 품위가 떨어진다. 한복을 입었을 때 메이크업은 한복의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단정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피부는 맑게 화사함을 마무리할 수 있는 투명하고 맑은 얼굴색이 중요하다. 손등으로 만져 보았을 때 살짝 미끄러질 정도의 피부 상태에서 얼굴 전체에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적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볼, 코, 이마, 턱 순으로 덧바른다. 피부에 기미나 잡티가 있다면 컨실러를 이용한다. 눈 밑의 다크서클 부분에는 아주 유연한 컨실러를 이용해야 주름이 생기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볼 부분에 크림 블러셔를 발라 약간 홍조를 띤 표정을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파우더를 이용해 투명감 있는 피부를 완성한다. ●곡선미를 살린 색조화장 곡선미가 있는 한복처럼 화장도 곱고 단아한 선을 이용한다. 눈썹은 자신의 모양을 기본으로 그린다. 눈썹을 약간 둥글게 굴려주면 한층 여성스러워 보인다. 아이섀도는 전체적인 색상과 어울리게 선택하면 좋다.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연한 분홍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색상. 넓게 펴바르지 말고 라인의 느낌으로 눈에 색감을 주는 정도로만 부드럽게 표현한다. 섀도로 음영만 주는 대신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이용해 깊이있는 눈매를 연출한다. 입술은 한복과 가장 유사하거나 조금 더 짙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립스틱을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면 미리 립밤을 발라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한다. 립스틱을 바르고 펜슬로 립 라인을 다듬어주면 립스틱이 지워져도 라인만 남아 추해지는 일이 없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 모습은 단연 깔끔한 스타일이다. 드러난 목선으로 한복 고유의 특성인 선을 살리면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다. 긴 머리는 목선이 드러나게 올리고, 커트 머리나 단발 머리라면 깔끔하게 뒤로 빗어 넘겨 주도록 한다. 될 수 있으면 잔머리가 없도록 깨끗이 정리해 준다.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는 뒤로 묶어준 뒤 조각가발을 덧대 지저분한 머리 끝을 숨겨 정돈할 수 있다. ■ 도움말 태평양 뷰티트렌드팀 박보희/사진제공:태평양·코리아나 ■ 한복입을때 이것만은 제발 많은 한복 디자이너가 지적하는 부분은 헤어스타일과 소품. 풀어헤친 머리는 단아한 분위기를 해친다. 목선이 예쁜 한복에는 역시 올린 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한복에 양말과 구두를 신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마가 길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 예쁘지 않다. 장신구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노리개, 가락지, 뒤꽂이 등을 상황과 장소에 맞게 활용한다. 그러나 여자나 남자가 목걸이를 하는 것은 격을 떨어뜨린다. 또 여성의 경우 너무 풍성한 속치마를 입는 것도 한복 맵시를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월드이슈] ‘지지율 1%차’ 박빙의 독일 총선 D-4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까. 예정보다 1년 앞당겨 18일 실시되는 조기 총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슈뢰더 총리의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란 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책을 둘러싼 독일 국민들의 심판과 선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거가 무게를 더한다. 게다가 보수-진보간의 연합정권, 독일 첫 여성총리 탄생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이달 초까지만 해도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SPD)은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인 기민련에 정권을 넘겨줘야 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좌파진영의 지지율 합계가 보수 우파의 지지율을 1%포인트 앞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어느 정당도 단독정부를 구성할 의석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민-기민련 대연정’ 구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슈뢰더 “이번에도 역전승” 지난 2002년 총선에서 막판 뒤집기로 재집권에 성공한 사민당-녹색당 연립정권(적·녹 연정)은 사회복지를 축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을 제시했고 복지 축소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경제 부진과 대량 실업까지 겹쳐 집권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슈뢰더 총리와 사민당 지도부는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국면전환의 결단을 내렸었다. 1년 앞당겨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개혁정책 추진 여부도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것이 조기 총선의 이유다. 사민당 지도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개혁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슈뢰더 총리 개인에 대한 인기가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훨씬 앞지른다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대로 선거 판세는 막판에 이르러 사민당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슈뢰더와 메르켈 두 총리후보 간 TV토론은 여론의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12일 포르사(Forsa)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율은 35%, 녹색당 7%, 좌파연합(Linkspartei) 7%로 좌파진영이 49%를 차지했다. 반면 기민당-기사당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42%, 자민당(FDP)은 6%로 보수연합이 48%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좌우 이념넘어 대연정 가능성 급부상 선거를 나흘 앞둔 현재 보수연정 구성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반면 좌파진영의 경우 좌파연합을 끌어안고 ‘적·적·녹 연정’을 구성한다면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좌파 연합은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탈당해 동독의 옛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과 손잡고 만든 정당. 슈뢰더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비난하면서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같은 방침이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사민당이 정부 구성을 위해선 기민당-기사당과의 ‘이념’을 뛰어넘는 진보-보수간의 ‘대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대연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연정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6%로 지난 조사보다 3%포인트 증가한 반면, 보수 연정에 대한 지지율은 29%로 6%포인트 감소했다. 슈뢰더 2기 내각이 제시한 ‘어젠다 2010’이 기민련 정책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도 대연정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연정 가능성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어찌됐든 사민당이 제 1당의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독일인들은 집권 사민당의 개혁정책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슈뢰더 총리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메르켈 당수에 대해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탓이다. 공영 ARD방송이 8일 실시한 두 총리 후보의 지지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만약 직접선거로 총리를 선출할 경우 슈뢰더가 54%, 메르켈이 35%의 지지를 얻을 것 ㅍ으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에서 8%였던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가 4일 조사에서 14%로 늘어난 데 이어 이날 조사에선 19%까지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당별 지지율이 역전되고,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의 인기도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유럽과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lotus@seoul.co.kr ●게르하르트 슈뢰더(61) 지난 98년 총선에서 헬무트 콜을 물리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듬직하고 준수한 용모와 뛰어난 언변 등 미디어 시대의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두루 갖췄다. 이라크전 반대를 강력하게 전개, 인권을 높였다.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나치 병사였던 아버지가 루마니아에서 전사한 뒤 편모 슬하에서 4형제와 함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17세부터 상점 견습생으로 일하며 야간학교를 다녔고 명문 괴팅겐 법대에 입학해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따냈다. 야간학교에 재학 중이던 19세(63년) 때 사민당에 가입, 정열적인 활동력과 탁월한 화술로 78년 사민당 청년조직 의장에 선출됐다. 급진 좌파를 자처하고 한때 적군파를 옹호하기도 했던 그는 80년 연방 하원의원,86년 니더작센 주의회 원내총무,90년 주총리 등을 거치며 사민당 내 온건파 지도자로 떠올랐다. 집권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강력한 범죄대책을 주장, 우파에 가깝다는 비판도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50) 어눌한 이미지에 잦은 말 실수를 하지만 끈기와 과감한 결단력 등 뛰어난 정치적 수완으로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불린다. 54년 서독지역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의 임지인 베를린 북쪽 브란덴부르크주의 작은 마을 템플린으로 이주했다. 라이프치히대를 나와 78∼90년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동독에서 생활해왔다. 통독 직전인 1989년 동독민주화운동 단체 ‘민주적 변혁’에 가입, 정치활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90년 3월 동독 과도정부 대변인 서리를 거쳐 그해 동서독 통일후 실시된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94년 환경부 장관에 오르고 98년 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2000년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2002년 당수로 재선출되고 원내총무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당권을 다졌다. ■ 총선 쟁점 및 각 정당 정책 |파리 함혜리특파원| 총선의 최대 쟁점은 ‘누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이다. 수출 호조로 거시 지표는 회복세지만 내수세가 살아나지 않아 체감 경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경기침체 하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실업자가 500만명을 넘고 실업률은 11.4%나 된다. 집권 사민당(SPD)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혁정책의 완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사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면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인 기민련의 선거 구호는 단순명쾌하다.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경제규모를 키우고, 그럼으로써 고용을 늘리는 자본주의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제개혁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 연정’은 연소득 25만유로(부부합산 소득 5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 계층에 대해 3%의 추가 특별소득세를 거두는 이른바 부유세 신설을 공약했다. 기민련은 16%인 부가가치세를 18%로 인상하는 공약을 채택했다. 부가세 인상 대신 실업보험료를 임금의 6.5%에서 4.5%로 2%포인트 낮춰 근로자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모두 법인세 인하를 약속했다. ●노동정책 사민당은 기존의 노동시장 개혁정책(하르츠Ⅳ)을 계속 밀고나갈 방침이다. 실업수당 수혜 자격을 강화한다는 내용. 사민당은 해고방지를 위한 보호장치 완화, 노동시간 연장, 임금교섭의 자율성에 대한 간섭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반대다. 기민련은 고용주에게 부담을 주는 근로자 권리의 제한을 주장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고 있어 기업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대외정책 여야 정당 모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노력을 천명하고 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문제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사민당은 터키의 EU 가입을 강력하게 지지하지만, 기민련은 터키가 EU 정회원국이 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사설] 증시 활황, 투자자 보호 강화해야

    주가가 10여년만에 사상최고치를 돌파한 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이 8·3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에 몰리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기침체 속에 주가만 올라 불안한 점도 있지만 주가가 오르면 자산의 상승효과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등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현재 주식시장 활황의 특징은 기존의 외국인투자자를 제치고 투자신탁과 보험사 등의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장세라는 점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 형태로 맡겨놓은 돈을 기관들이 대신 운용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바람직한 변화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증시 제도 등에서 허점이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먼저 작년초 3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20배인 8조 5000억여원으로 급증한 적립식 펀드액에 주목한다. 이렇게 큰 자산을 제대로 굴릴 전문 펀드매니저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가 의문이다. 변액보험의 경우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데다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겸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다. 모처럼 활성화되는 개인들의 간접투자가 된서리를 맞지 않도록 은행, 보험사와 증권사 등의 자산운용인력 확보와 투자자보호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당국은 꾸준히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업들의 공개와 등록 신청도 늘어난다. 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과거 벤처기업 붐때 정부가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바람에 투자자의 피해를 초래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또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알릴 내용을 제때 공시하도록 당국은 독려해야 한다.
  • [20&30] 2030 키덜트문화 해부

    [20&30] 2030 키덜트문화 해부

    ‘키덜트족’이 아니면서도 키덜트 문화에 탐닉하는 ‘넌 키덜트족’이 늘고 있다.‘키덜트’는 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Kidult)로 유년시절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장난감이나 옷, 놀이 등에 집착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통적인 키덜트 연령대가 아닌 젊은층에서도 키덜트가 주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2030들의 키덜트 문화를 살펴봤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회사원 김미하(30·여)씨는 자기 차를 온통 고양이 캐릭터 ‘키티’가 그려져 있는 액세서리로 꾸몄다. 다른 생활용품을 살 때에는 상표나 디자인을 크게 따지지 않지만 자기만의 공간인 차 내부를 꾸밀 때만큼은 키티를 고집한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라 친구가 없었는데, 어머니가 ‘말은 하지 않고 들어주기만 하는 좋은 친구’라면서 키티 인형을 선물해 주셨어요. 가만히 보니 이 고양이에게는 눈, 코, 귀는 있는데 입이 없더군요. 그때부터 키티를 좋아하게 됐어요.” 김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뒤 한동안 잊고 지내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키티 핸들커버와 시트를 본 뒤 과거의 향수가 떠올랐다.”면서 “다 큰 어른이 나잇값을 못한다는 얘기도 듣지만, 나에게는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동심 자극 키덜트란 말이 생기기 전에는 어린아이 같은 취향의 삶을 즐기는 것을 ‘피터팬 증후군’으로 불렀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기에 대한 지나친 애착과 책임감 결여 등 정신병리학적 차원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두가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잊고 살아가는 잠재의식 속 동심을 자극 하는 가치중립적인 의미에서 키덜트가 널리 쓰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아동문학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키덜트 문화의 전형적인 예다. 세계 200개국에서 55개 언어로 번역돼 1억 9000만부가 팔린 해리 포터는 영국에서 ‘비틀스 이후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불릴 정도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발간된 6편이 영문판으로만 1만 부 이상 팔렸다. 해리 포터는 영화로 만들어져 ‘키덜트 무비’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마법과 요정, 괴물, 난쟁이 등을 소재로 한 ‘반지의 제왕’ 역시 많은 성인층 팬을 확보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국내에 들여온 출판사 문학수첩은 “지난해 어린이도서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해리 포터의 망토, 모자 등을 걸쳐보는 ‘마법사 체험’이 어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팬터지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소재이고, 해리 포터의 경우 팬터지이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개연성을 갖추고 있어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자취 감춘 어릴 적 장난감에 ‘의리’ 1980∼90년대 이후 컴퓨터 게임에 밀려 사라졌던 장난감과 놀이들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기 아이템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사는 회사원 김희태(29·가명)씨는 ‘레고’를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장식품은 물론이고 필통이나 작은 물건보관함도 레고를 조립해 만들었다. 김씨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놀이인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레고도 이제 성인들에게 적당한 디자인과 가격대를 갖추는 등 우리 세대에 맞게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의 ‘아바타’ 꾸미기에는 종이인형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잊지 못한 젊은 여성들이 열광했다. 이지은(27·여·대학생)씨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종이옷을 가위로 잘라 인형에 입히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다.”면서 “인터넷 아바타의 머리모양과 의상을 바꾸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고 좋아했다. ●“어른 됐지만 아직도 로봇은 내친구” ‘스파이더맨’ 등 슈퍼 히어로와 로봇 프라모델은 소년이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 캐릭터와 게임매장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 두꺼비상가에는 ‘철인24호’에서 ‘마징가Z’‘건담’까지 70년대부터 TV를 누볐던 로봇들이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스타워즈’‘스파이더맨’‘배트맨’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한껏 폼을 잡고 손님들을 맞는다. 캐릭터 인형의 일종인 ‘피규어’ 매장을 보물상자 들여다 보듯 구경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20∼30대다. 한 상점 주인은 “구매자의 4분의3 이상이 20∼30대 남성”이라고 했다. 소품은 몇천원에도 살 수 있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프라모델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고장현(36)씨는 20여분을 고민한 끝에 33만원짜리 건담 프라모델을 샀다.‘덴드로비움’이라는 모체와 결합되는 건담 시리즈로 조립과정도 이름만큼이나 복잡하다. 고씨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프라모델 장난감 하나 사들고 빨리 조립해 보고 싶은 생각에 집으로 뛰어갔던 설렘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완성되면 사무실 한편에 세워둘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어른이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논다는 놀림도 받지만 평면적으로 접했던 만화 영화 속 주인공을 실제 손으로 느끼고 만져보는 느낌은 감동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프라모델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직장에 다니는 20∼30대가 주 고객이다 보니 월급날인 25일부터 월말까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전했다. 20대는 최근 상영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좋아하지만,30대는 건담이나 마징가, 야마토 등 초합금류의 고전 로봇에 더 열광한다. 건담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김기덕(42)씨는 “아이와 매장에 나와 장난감을 만져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아버지이고 아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면서 “굳이 마니아층이 아니더라도 추억이 담긴 로봇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덜트 인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시장은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X박스’ 같은 비디오 게임기다. 업계에서는 게임 구매자의 65% 정도를 20∼30대로 보고 있다. 게임매장에서 일하는 하성식(26)씨는 “흔히 어른들과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20∼30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씨는 “대부분 결혼을 하면 매장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부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면서 “하지만 이런 손님들은 구하고 싶었던 물건을 한꺼번에 몰아서 사가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유영규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자료제공 제주 테디베어 뮤지엄, 피규어 코리아, 헬로키티산리오 공식포털사이트 ■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순수’ 되찾고 싶은 갈망 인터넷 상에서 현대사회의 신(新)종족들에 대해 다루는 사이트 ‘종족 동사무소(www.newtribe.co.kr)’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서일윤(48) 교수는 ‘넌 키덜트족’의 키덜트 문화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순수한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하는 본성이 2030의 강한 자기표현 방식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린 시절 갖고 있던 꿈이나 환상 등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 “사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성은 잠재적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환경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더욱 불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각박한 세상에서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키덜트적 성향을 발현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2030이 키덜트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자기 주장이 강한 젊은이들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과거에 비해 자기를 표현하는 목소리가 크고 ‘나’를 세상의 중심에 세우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2030의 성향이 키덜트 문화에 가속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교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집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혼란을 느끼는 20∼30대의 경우 자기 탐색을 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또 다른 나’를 뜻하기도 하는 키덜트 문화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지요.” 서 교수는 구매력이 있는 2030세대를 겨냥한 ‘키덜트 마케팅’이 키덜트 문화의 확산과 결합돼 강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키덜트 성향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이것을 곧바로 소비와 연결시키는 층은 주로 2030세대”라면서 “이는 주위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젊은 세대의 당당함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연예인 복합상가 속속 진출

    인기 연예인들이 유명세를 무기로 부업전선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복합상가에 연예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예인들이 온라인 및 홈쇼핑 사업에서 속속 성공을 거두면서 오프라인 쪽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문을 연 서울 은평구 불광역 옆 ‘팜스퀘어’에는 연예인들이 한꺼번에 가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3층 ‘팜스타존’에 여성그룹 SES의 유진, 탤런트 이의정, 댄스그룹 DJ DOC의 김창열, 개그맨 노홍철, 모델 출신 개그맨 홍진경 등이 대거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들 연예인 사업가들은 현재 매장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패션 분야에 관심있는 연예인들이 추가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홍진경은 ‘더 김치’라는 김치브랜드로 CJ 홈쇼핑 식품매출 ‘빅3’에 올랐고, 이의정 역시 액세서리 브랜드 ‘엘모너’로 우리홈쇼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릭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노홍철, 홍대 앞에 ‘ST 102’란 클럽을 차려 클럽문화를 이끌고 있는 김창열 등은 이미 사업수완을 보여준 연예인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침체를 면치 못했던 동대문 쇼핑몰에도 연예인들이 가게를 열면서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연예인들이 입점하면 연예인의 브랜드 가치가 상가의 인지도 강화로 이어져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해외에서 애용되는 가발수염

    해외에서 애용되는 가발수염

      분명히 면도자국 파란 얼굴이었던 그이가 저녁 7시「데이트」에는 콧수염 더부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어떨까? 가발산업의「붐」은「위그」와「헤어·피스」와 눈썹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데이트」와「파티」를 위한 남자용「액세서리」로 가발수염이 애용된다는 미국의 소문. 『몇 개의 가발수염을 준비해두고 저녁마다 다른 표정으로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주라』는 것이 가발업자들의 권유. 천의 얼굴은 못되더라도 한 열 가지 얼굴은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업자들의 선전인데 과연 한국에서도 유행될 것인지. [ 선데이서울 69년 1/26 제2권 제4호 통권18호 ]
  • 중개업소 ‘우후죽순’… 두달새 169곳 문열어

    중개업소 ‘우후죽순’… 두달새 169곳 문열어

    송파신도시에 ‘8·31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송파신도시 인근 일대에는 중개업자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제2의 판교’를 연상케 하는 등 투기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집주인들은 이상 호가에 들떠 매물을 모두 거둬들인 가운데 일부 중개업자들은 국세청 단속을 피해 굳게 문을 걸어닫기도 했다. ●‘떴다방’들도 몰려와 영업 4일 송파구청 지적과 관계자는 “7월 한달 송파에 새로 등록한 중개업소는 84곳,8월은 85곳”이라면서 “평상시 한달 신규 등록이 40∼50곳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상 열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마천삼거리 W공인의 한 관계자는 “식당이 온통 부동산으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중개소로 도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쪽 도로변으로만 이번주 들어 일곱 집이나 새로 문을 열었고 등록증이 없는 사람들까지 몰려와 영업을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기대심리로 매물이 실종되면서 문이 열려 있는 중개소는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다.S부동산 관계자는 “파주에서 건너와 개업한 지 1주일됐다.”면서 “아직은 매물 한 건 받지 못해 놀고 있지만 사업을 하려면 이 정도 시간투자는 필요하고 배타적인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할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기조짐도 보인다. 마천동에서 15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해왔다는 한진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아줌마들이 몰려 다니며 매물을 소개해달라고 하기에 소개해줬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줌마들이 알아서들 계약을 끝내고 떠나버린 외지 중개업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중개업자가 몰려들어도 매매가 없기는 송파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더 오를지 지켜보느라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너무 뻥튀기되어 보도되고 있는 탓에 가뜩이나 없는 매물이 더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이어 “아직 개발이 끝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비교적 새 집이고 전세를 7000만∼8000만원 정도 끼고 있는 빌라 정도는 되어야 평당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헌 집은 대지지분 7평 기준 평당 2500만원이 현재 적당한 가격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당 2500만원이란 가격도 최근 뉴타운 지정 발표가 나면서 5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평당 1600만∼1700만원에 불과했다. 마천·거여 뉴타운과 미니신도시로 지정된 특전사 지역사이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도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어오른 가운데 매물이 실종되긴 마찬가지다. 도시개발아파트를 거래하는 B공인 사장은 “해약 사태까지 일어난 것은 언론에서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면서 “그나마 매물로 나와 있던 17,20평 등 실수요자 규모의 아파트들도 지금은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심리 때문에 매물을 거둬들여 장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에서 하도 떠든 탓에 외부에서는 ‘도시개발아파트가 혹시 재개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 ‘특전사 부지는 얼마에 살 수 있느냐.’는 등 황당한 문의 전화까지 빗발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빌라 평당 3000만원까지 불러 발표 전날에는 이상 열기에 금호 어울림 39평형 매도자가 호가를 5억 9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올리더니 이내 매물을 거둬버렸다. 거여 신도시 파장은 송파구의 다른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문정동의 경우 두 달전 9000만∼1억원에 호가됐던 대지지분 9평짜리 빌라 가격이 1억 4000만∼1억 5000만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마천삼거리에서 10여년째 부동산 중개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빌라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장지동 지역은 예전엔 못사는 사람들의 동네였고 지금도 전·월세 사는 서민들이 많이 몰려 있다.”면서 “물론 완전히 개발될 때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투기 열풍으로 땅값이 올라 재개발이 될 경우 이 사람들은 또다시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