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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 깜짝!

    패션과 쇼핑 1번지로 떠오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강남구는 8~18일 가로수길에서 ‘2013 트렌드 페스타’를 개최한다. 140여곳 상인들이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할인행사를 마련한다. 가로수길만의 색깔을 담아 상인들이 직접 기념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명성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띤다. 가로수길 업체 40여개가 참여하는 벼룩시장에서는 의류, 액세서리 등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톡톡 튀는 아이템을 선보인다. 또 맛집 100여곳에선 특별 메뉴를 출시하고 할인까지 하는 ‘딜리셔스 100’ 행사와 갤러리나 패션, 벤처 등 경영자 5인의 참여형 강의인 ‘트렌드 클래스 5’와 같은 색다른 이벤트도 제공된다. 10일 오후 5시엔 색소폰 연주와 비보이 공연, 맥주 빨리 먹기 대회, 연예인 소장품 자선 경매가 열린다. 2부에서는 거미 이예린 등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콘서트로 분위기를 한층 달군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롯데면세점의 상생

    롯데면세점의 상생

    중소기업중앙회와 롯데면세점이 손잡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중소기업 전용 매장을 설치한다. 7일 중기중앙회와 롯데면세점은 우수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유통 대기업과 중기중앙회가 협력해 미국 중심 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MOU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미국에 만들 중소기업 전용 매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업계 전문성을 보유한 롯데면세점에 지원을 요청하고,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가 동반성장 차원에서 호응하면서 이뤄졌다. 중기중앙회와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LA를 방문해 상권 조사를 마치고 유동인구가 많은 베벌리힐스 중심지에 중소기업 전용 매장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는 화장품, 액세서리, 시계 등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발굴해 한국의 패션 문화도 알릴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매장 설치를 위해 마케팅, 매장운영, 디자인 등 유통 노하우를 지원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0마리 악어떼, 거대 하마 잡아먹는 장면 포착

    20마리 악어떼, 거대 하마 잡아먹는 장면 포착

    약 20마리 악어떼의 먹잇감이 된 하마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식사’를 방해하면 난폭해지는 동물의 습성을 알면서도 사진작가는 악어떼에 불과 몇 m 근처까지 다가가 사진을 촬영했다. 화제의 사진은 최근 아프리카 잠비아 루앙가 국립공원에서 촬영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사진작가 제츠 나들러는 “약 5m에 이르는 거대한 하마 사체가 강물에 떠내려 왔다” 면서 “피냄새를 맡았는지 주변에 있던 악어들이 하나둘씩 하마 주위로 모여들었다”고 밝혔다. 거대한 하마를 흘려 보낼만큼 거센 물살에도 악어들은 하마 주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곧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들러는 “보통 이같은 자연의 세계를 보게되면 감탄과 숭고함마저 느껴지는데 이번 악어의 만찬은 달랐다” 면서 “보는 순간 역겨움은 물론 공포감도 들었다”며 몸서리 쳤다.  한편 하마와 악어는 물을 좋아하는 습성과 먹이 때문에 종종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지만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만약 악어가 하마의 영역을 침범하면 2톤 가량의 턱의 악력을 가진 하마 공격에 악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사진=멀티비츠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IT관련 액세서리 폭발적 성장…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 연구개발”

    “정보기술(IT) 관련 액세서리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팬시(장신구)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기능과 편의성까지 갖춘 멀티 액세서리여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습니다.” 1인 창조기업 그립인의 윤정진(43) 대표는“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을 중심으로 한 IT 액세서리 시장에선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실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여기에 IT 기기의 숨겨진 기능을 끌어내고 위트와 재미가 가미된 디자인을 입히는 등 소비자들의 욕구와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비슷한 제품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들어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동기에 대해 그는 “아이패드가 제품은 좋은데 활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있어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고민하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직접 액세서리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윤씨는 “시판 중인 아이패드 케이스 가격이 4만~5만원이었는데 특별한 기능도 없었다. 그래서 가격도 싸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케이스를 연구하다 멀티 벨트 케이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갤럭시S 시리즈 및 노트용 벨트, 아이폰용 벨트, 헤드폰 스탠드, 리얼 스마트 터치펜, 홈 버튼 스티커, 포터블 스탠드, USB 케이블 파우치(주머니) 등 수많은 제품을 개발했다. “가격도 싸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윤씨는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직접 볼 때나 제품이 좋다는 소비자의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금이 필요할 텐데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당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어 지금은 혼자 회사를 꾸려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위치를 올려놓은 다음 투자를 받으면 더 좋은 조건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아이디어로 승부 거는 1인 창조 기업 ‘그립인’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아이디어로 승부 거는 1인 창조 기업 ‘그립인’

    새내기 대학생 김태희(20·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씨는 요즘 태블릿 PC 재미에 푹 빠졌다. 차 안이든 길거리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김씨는 혹시 한 손으로 태블릿 PC를 사용하다 떨어뜨려 기기가 파손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 구입한 태블릿 PC 벨트 케이스 덕분에 이 같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친구들과 캠핑하거나 등산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친구가 태블릿 PC를 바닥에 떨어뜨려 낭패를 봤는데 벨트 케이스 덕분에 이제는 마음 놓고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김씨가 가진 태블릿 PC 벨트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소재 ‘그립인’이란 디자인 액세서리 업체에서 만든 제품이다. 윤정진(43) 대표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벨트 케이스는 태블릿 PC에 장착한 후 케이스 벨트에 손을 끼우면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손 크기에 따라 조절해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섯 방향으로 각도를 달리하는 기능이 있어 언제든 원하는 각도에 맞출 수 있다. USB, 이어폰, 터치펜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다. 스탠드 기능도 있어 벨트 중간을 접으면 책상에 올려놓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자동차 안, 벽걸이, 유모차, 가방 등에도 부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전천후 정보기술(IT) 액세서리인 셈이다. 그립인에서는 태블릿 PC용 벨트 외에도 갤럭시S 및 노트,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벨트 케이스도 생산한다. 소형 제품들은 손목이나 팔뚝에 착용이 가능해 가벼운 운동이나 등산 등 레포츠를 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IT 액세서리 시장 규모를 1조원, 해외는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립인은 윤씨가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1인 창조 기업이다.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신이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홍보 등을 도맡아 처리하고 생산은 하청을 주고 있다. 판매는 유통업체에 맡긴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 임대료 40만원을 포함해 월 1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윗사람의 지시나 간섭도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이유도 없다. 1인 기업의 장점이다. 하지만 윤씨는 자신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16.5㎡(5평) 남짓한 사무실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키운다. 투자를 받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회사를 더 키운 뒤 시장에 내놓겠다며 이를 뿌리치고 있다. 업계에선 윤씨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인정한다. 다른 회사에 근무할 당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최 ‘굿 디자인 상품 선정’에서 산업부 장관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디자인상을 받았다. 지금도 다른 기업체에서 제품을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1년 그립인을 설립했으며 지난 6월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윤씨에게도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디자이너 경험만 있다 보니 제품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 힘에 부쳤다. 기업에 절대적인 자금 조달은 물론 기업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과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이 윤씨에게 큰 힘이 됐다. 지원 프로그램 및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하는지 배웠다. 기술보증신용기금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지난해 지역 비즈니스센터로 지정된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기업인 또는 창업한 지 1년 미만의 잠재력 있는 젊은 청년을 주 대상으로 창조적 기업인을 선발해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30명의 창조 기업인을 육성, 배출했으며 올해는 45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에 사무실과 사무기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1년 동안 창업 교육 및 컨설팅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채용한 코디네이터가 예비 창업자와 기업인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유종수 원장은 “그립인과 같은 유망한 창조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진흥원의 보조금 지원 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디자인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 사업자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학 ‘인맥 사교장’ 불황에 된서리…학생 유치전

    [커버스토리] 대학 ‘인맥 사교장’ 불황에 된서리…학생 유치전

    불황이 깊어지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고급 인맥의 ‘사교장’으로 명성을 떨치던 각 대학의 최고위 과정도 한파를 맞고 있다. 정치인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거쳐 간 일부 상위권 대학의 최고위 과정은 그나마 수지 타산을 맞추고 있지만 대부분은 학생 수 미달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학마다 생존을 위한 손님 끌기가 한창이다. 한 학기에 1000만원을 웃도는 고액 수강료는 이미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골프와 스포츠댄스 등 수요자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신입생 모집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학교 인맥을 총동원해 ‘전주’(錢主)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학생 공급을 요청하는 로비전도 치열하다. 한때 인맥 사교장으로 수요자(학생)를 유혹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공급자(대학)가 인맥 장사로 연명하는 셈이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은 지난해 정원(40명)의 절반인 20명만 채웠다. 2011년 1500만원까지 치솟았던 수강료를 지난해 900만원으로 크게 내렸지만 가격 인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최고경영자 과정의 원조 격인 서울대 경영대학원도 예외가 아니다. 한 학기에 130~150명이 지원해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모집 중인 76기에는 예년보다 적은 100명 안팎이 지원했다. 비(非)경영대가 운영하거나 지방대가 개설한 최고위 과정은 더 어려운 형편이다. 경북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인 경일대는 ‘여왕의 품격과 격식의 명품 라이프 스타일 세계가 펼쳐진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13주짜리 ‘여성 리더스 클럽’ 프로그램을 신설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어 개설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 공급처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학 측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2일 “대학들이 어렵다 보니 전방위 로비가 들어온다”면서 “임원에게 인맥과 지연, 학연 등 인연이 닿는다고 하면 (대학 측이) 여기저기 줄 대기에 여념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가 좋던 호시절도 아니고, 이런 식의 대학 협찬은 해줘 봐야 생색도 나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위 과정 얘기만 나오면 빙빙 돌리기가 일쑤”라고 덧붙였다. 각 대학은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우며 신입생 확보에 나서기도 한다. 연세대는 요트, 사진, 골프, 와인 등 수강생의 구미가 당길 만한 다양한 레슨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고, 중앙대는 입학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서류나 면접이 아닌 선착순으로 학생을 뽑고 있다. 골프나 바둑 등 기존에는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서 가르쳤던 스포츠 종목을 최고위 과정에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남대 행정대학원은 전공과 동떨어진 수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골프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스마트폰 제조사들 ‘케이스 전쟁’

    스마트폰 제조사들 ‘케이스 전쟁’

    스마트폰의 ‘정품 껍데기(케이스)’ 경쟁이 제법 치열하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액세서리처럼 따로 구입하는 품목이었지만 최근 제조사들이 앞다퉈 프리미엄급 전용 케이스를 내놓으면서 물러설 수 없는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8일 ‘전략폰’ G2를 공개할 예정인 LG전자는 30일 G2의 전용 케이스 퀵윈도TM를 공개했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스마트폰 공개에 앞서 액세서리인 케이스를 먼저 공개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더 쉽고 편리하게 G2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아닌 스마트폰 디자이너가 직접 케이스를 디자인하게 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LG전자가 이례적으로 신제품 케이스를 먼저 공개한 것에 숨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이번 케이스 공개는 제품 출시 전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종의 ‘예고편 전략’이라는 해석. 제품 디자인을 보여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루엣만으로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데는 커버만큼 좋은 소품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몇 년 사이 무려 1조원 규모로 성장한 스마트 액세서리 시장에 제조사가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액세서리 시장은 남의 떡이라 여겨 왔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자 회사마다 별도 케이스를 만드는 추세”라면서 “판매를 하든 마케팅용으로 제공하든 케이스는 어떤 식으로든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 팬택의 베가 아이언 등 제조사들은 최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경쟁하듯 정품 케이스를 꺼내들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은 초저녁에 옹골진 육공양으로 삭신을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던 갈보와 같이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그 계집은 온데간데없고, 난데없는 사내가 그의 뱃구레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힐끗 지게문을 바라보았다. 시각은 축시 초쯤으로 보였다. 창호에 아직 어둠이 짙게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집의 농간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궐자가 뱃구레 위에서 몸을 비틀어 빼더니 길세만의 팔을 뒤로 돌려 뒷결박을 지었다. 그사이에 궐자의 괴춤에 찔러둔 비수를 목격하였다. 그러나 이 순간 궐자에게 결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계집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분했다. 이자는 필경 무슨 담판을 짓자고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무일푼이었기 때문에 이 무뢰배가 담판을 짓자고 대들어도 꺼내놓을 것은 목숨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익히 알고 있을 계집이 이 불한당에게 자신을 팔아넘긴 것은 악귀나 저지를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아갈잡이에 뒷결박까지 한 궐자는 도무지 말이 없었다. 그러니 온전한 눈만 부릅뜨고 궐자의 처분을 누운 채로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간이 흘러가면서 방안으로 새어드는 희미한 밤빛으로나마 궐자의 형용이 어른어른 집혀오기 시작했다. 패랭이는 쓰지 않았으나 상투가 어엿한 것을 보면 저잣거리에 횡행하는 소악패거리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갈잡이하고 뒷결박을 짓는 솜씨가 날렵한 것으로 보아 산골의 얼치기 무지렁이는 아니었다. 소금 상단처럼 엄장이 들썩 크지 않았으나, 눈매가 날카로운 위인이라는 것은 알아챌 만하였다. 군소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주둥이가 헤픈 위인도 아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길세만을 밖으로 끌고 나갈 심산인데, 그 시각을 가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일단 길세만을 잡도리하고 난 뒤 게으름을 피우는 거조가 바로 적실한 시각을 재는 것이었다. 사경 축시가 되었다. 위인의 입에서 딱 한마디가 떨어졌다. “일어나 밖으로 나서. 허튼 생각 말고.” 목소리에 묵직하게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러고는 군소리 한마디 없었다. 일어서는 길세만의 무릎에서 우두둑 하고 뼈 맞추는 소리가 들렸다.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째서 자신을 엮을 생각을 한 것일까. 밖으로 나서면 도대체 어디로 갈 작정인가. 오만가지 상념들이 뇌리에 어지러웠으나, 지금은 아무 소용없었다. 밖으로 나서자 차가운 한뎃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들었다. 소피가 마려웠다. 고개를 들고 위인을 쳐다보았다. 위인이 알아채고 뒷결박을 풀어주며 색주가 마당가에 있는 울바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울바자 틈 사이로 소피를 보는 동안 사위는 쥐죽은 듯 적막하고 먼 데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다 말았다. 하늘에는 별빛만 총총할 뿐 달은 떠 있지 않았다. 괴춤을 추스르고 돌아서는데, 다시 뒷결박을 지우고 아갈잡이한 것은 풀어주었다. 숨 쉬고 고개 돌리기가 한결 손쉬워졌다. 위인이 저잣거리 반대쪽을 가리켰다. 임소가 있는 쪽이고, 더 나아가면 여울이 있고 여울을 건너면 으악새들이 길게 이어지는 길이었다. 길세만은 수백 번을 다녀 눈감고도 걸을 수 있는 그 길로 들어섰다. 개울을 건너고, 갈밭을 지나쳤다. 그제야 멀리 두고 온 저잣거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자지러졌다. 모래재를 지나면 몇 행보 지나지 않아 10리 상거에 있는 검은 돌 마을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곳에 이르면 위인이 어디를 겨냥하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술청거리에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세 갈래 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등짐도 없는 단출한 몸이라 몇 행보하지 않아서 검은 돌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위인은 조금도 주저하는 법이 없이 마을 뒤쪽 곧은재를 가리켰다. 그때까지도 한밤중이었다. 숫막 앞을 지나쳤으나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흡사 두 사람이 무사히 지나치라고 길을 내주는 것 같았다. 좀처럼 벗지 않는 방갓에 두툼한 괴나리봇짐을 진 채 등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는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관원이나 보부상도, 전대를 털려는 무뢰배도 아닌 것은 적실했다. 그런데 홀딱 벗겨보아야 먼지밖에 없는 자신을 인질 삼고 십이령길로 들어서는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게 궁금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렸다. 여명이 희뿜하게 밝아올 무렵이 된 것은 내성에서 산길 40리 상거에 있는 씨라리골에서였다. 씨라리골에도 딱 두 집의 숫막이 있었다. 한 집은 울진 갯마을에서 고기를 잡다가 여의치 않아 내외가 이곳에 들어와 숫막을 내었고, 한 집은 십이령을 넘나드는 원상이었는데, 겨울에 고개를 넘다가 실족하여 다리를 절게 된 이후부터 씨라리골에 정착하여 숫막을 낸 것이었다. 두 숫막 모두가 울진 소금 상단과는 정리가 돈독하여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처음부터 두 숫막 모두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개울 옆에 자리 잡았고, 그 개울 옆 개활지를 따라 길길이 자라서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갈대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연둣빛 갈꽃이 피기 시작하여 개활지는 온통 은구슬을 뿌려놓은 듯 시선이 어지럽도록 빛나고 그 갈숲 사이 오솔길 속으로 보였다가 사라지는 등짐 장수들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찬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로 접어들면 수만 갈래로 흩어진 갈꽃 송이들이 가파르기로 이름난 살피재 쪽으로 날아 멀리서 보면, 마치 부들솜들로 뭉쳐진 하얀 구름송이들이 새떼처럼 산등성이를 넘는 듯 보였다. 한겨울이 되어 북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꽃은 떠나가고 겨릅처럼 혼자 남은 갈대들이 서로 비벼대며 마치 배고픈 짐승처럼 밤새워 울어대어 숫막에서 등걸잠을 자며 객고를 겪는 길손들로 하여금 눈물을 짜내게 한다. 십이령 고개를 넘나드는 행상꾼들에게 회자하는 노래에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라는 후렴이 있는 것은 바로 씨라리골의 갈대들이 모질고 혹독한 겨울바람을 안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되풀이하면서 슬피 우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었다.
  • ‘연인 보호효과’ 가장 높은것은 명품백 왜?

    ‘연인 보호효과’ 가장 높은것은 명품백 왜?

    와이프나 여친의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데는 명품백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는 28일 미네소타 대학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649명을 대상으로 5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자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헌신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시그널을 주기 위해 명품을 이용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중 한 명인 블라다사 그리케비셔스 박사는 “미국인들이 매년 명품 소비에 2500억 달러를 소비하고, 여성 한 명이 평균 3개의 핸드백을 구입한다는 사실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부나 연인관계를 지키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똑똑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이 명품백을 과시하는 것 처럼 보인다면, 이는 다른 여성들에게 ‘내 남자에게서 물러나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그리케비셔스와 공동 연구자인 야진 왕 박사는 (갖고 있는 명품백을) 여성이 스스로 샀는지, 아니면 실제로 남친이나 남편이 사줬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보호효과’는 똑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이 명품백 등 명품 액세서리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보다 헌신적인 파트너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결과적으로 다른 여성이 그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 일도 적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즉 그 명품백을 누가 샀는지와 상관없이 남자가 그것과 관계 있고, 그 여자에게 좀더 헌신적이라고 다른 여성들이 추론한다는 것이다.    왕 박사는 “한 여성이 남친과의 관계를 다른 여성으로부터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결국 번쩍거리는 구찌나 샤넬, 펜디 등 명품 브랜드제품을 사도록 자극받는다”고 부연했다. 즉 명품브랜드 제품은 남편이나 남친과의 관계를 보호하는 울타리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남친과의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낄 때 명품 구입 욕구를 더 느끼고, 실제 32%나 더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임창용 기자 nownews@seoul.co.kr
  • ‘연인 지키는데 명품백 가장 효과 커’ 연구 나와

    ‘연인 지키는데 명품백 가장 효과 커’ 연구 나와

    남녀관계에서 파트너를 지키는 데는 명품백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는 28일 미네소타 대학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649명을 대상으로 5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자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헌신적이라는 시그널을 다른 여성들에게 주기 위해 명품을 이용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중 한 명인 블라다사 그리케비셔스 박사는 “미국인들은 매년 명품 소비에 2500억 달러를 소비하고, 여성 한 명이 평균 3개의 핸드백을 구입한다는 사실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부나 연인관계를 지키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똑똑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이 명품백을 과시하는 것 처럼 보인다면, 이는 다른 여성들에게 ‘내 남자에게서 물러나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그리케비셔스와 공동 연구자인 야진 왕 박사는 (명품백을) 여성이 스스로 샀는지, 아니면 실제로 남친이나 남편이 사줬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보호효과’는 똑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이 명품백 등 명품 액세서리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보다 헌신적인 파트너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결과적으로 다른 여성이 그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 일도 적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즉 명품백을 누가 샀는지와 상관없이 남자가 그것과 관계 있고, 그 여자에게 좀더 헌신적이라고 다른 여성들이 추론한다는 것이다.    왕 박사는 “한 여성이 남친과의 관계를 다른 여성으로부터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결국 번쩍거리는 구찌나 샤넬, 펜디 등 명품 브랜드제품을 사도록 자극받는다”고 부연했다. 즉 명품브랜드 제품은 남편이나 남친과의 관계를 보호하는 울타리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남친과의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낄 때 명품 구입 욕구를 더 느끼고, 실제 32%나 더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60~80대 유림으로 잇는 유교전통… 서원·향교를 읽다

    60~80대 유림으로 잇는 유교전통… 서원·향교를 읽다

    “제관들은 이리 하면 되오.” 지난 3월 초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음력 2월과 8월에 열리는 가장 큰 의례인 향사(祭祀)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 유림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향사를 앞두고 헌관과 주요 제관을 선출하기 위한 원회가 열렸는데,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60대 촌로가 겨우 막내 축에 들 정도였다. 원회를 주재하는 석장 등 대다수가 70~80대다. 이곳에서 제관으로 선임된 14명의 원로들에게는 서원 직인이 찍혀 밀봉된 ‘망기’가 보내진다. 향사 이틀 전, 서원의 살림꾼인 내·외임 유사가 직접 시내 재래시장에 나가 제수를 구입했다. 가격을 흥정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200만원의 제수 비용으로도 빠듯했다. 이때부터 손이 바빠진다. 제물을 제기에 담기 전 행하는 의례인 ‘근봉’ 등이 이어진다. ‘녹포’로 사슴 고기 대신 소고기 육포를 사용하는 게 예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향사 전날 오전 10시, 제관으로 지명받은 덕망 있는 지역 유림들이 한두명씩 서원에 입재한다. 향사 사흘 전 들어오던 전통이 조금 바뀌었다. 상견례를 마친 이들은 이때부터 초헌관의 지시에 따른다. 서원 밖 출입도 금지된다. 의관을 차려입은 제관들은 제물에 흠이 없는지 살피는 ‘성생례’, 입재 당일 해 지기 전 축문을 작성하는 ‘사축’을 마친 뒤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오전 5시, 쌀죽으로 끼니를 때운 제관들이 ‘상읍례’에 나서는 것으로 향사가 시작된다. 25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에 남은 서원(書院)은 672곳, 향교(鄕校)는 234곳이다. 16세기 사림이 설립한 사립 교육기관인 서원은 한때 900곳에 달했으나 대원군이 당쟁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당시 47곳만 남기도 했다. 전국 330곳 고을마다 자리하던 지방 교육기관인 향교는 이에 비해 부침이 덜했다. 이들은 어떻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까. 일제강점기와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명진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지금도 사당에 모신 인물에 제사를 지냄으로써 상징성을 유지하고 사회 교육 차원에서 한문학을 지역사회에 전파한다”면서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된 남계서원(1552년)의 경우 풍천 노씨, 하동 정씨, 진주 정씨 등 함양 지역 유림들이 주축이 돼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지금도 원장을 중심으로 유사 2명이 살림을 꾸린다. 1970년대 이후 한때 운영위원회가 발족됐으나 다시 기존 체제로 회귀했다. 연간 운영비는 800만원에 못 미친다. 땅 임대료와 은행 예금의 이자, 지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들 서원, 향교도 고민을 안고 있다. 젊은 유림이 거의 없어 전승이 어려워진 데다 전통 유지와 대중화를 놓고 괴리감을 겪고 있다. 이 연구사는 “한 지역 서원에선 80대 제관이 전통 제례에 익숙지 못한 60대 제관을 꾸짖으며 ‘내가 죽으면 누가 일을 돌보겠냐’고 깊은 한숨을 내쉬더라”고 전했다. 문화재연구소는 2008년부터 제례인 ‘서원향사’와 ‘향교석전’을 중심으로 서원의 조직과 운영, 사회 교육 프로그램들을 기록해 왔다. 올해는 남계서원 외에 도동·무성·필암서원과 공주·충주향교를 책으로 펴냈다. 한 곳의 모습을 담는 데 평균 4개월, 예산도 연 1억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지껏 26곳의 서원, 향교를 영상과 책으로 남겼다. 하지만 사업은 예산 부족 등으로 내년까지만 이어질 예정이다. 후학을 배출하며 지역 분권화에 일조했던 서원, 향교를 단지 기록으로만 마주하는 비극이 조만간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명문의대 교수의 ‘엉터리 만병통치기’

    명문 사립 의대 A 교수가 효능이 인정되지 않은 의료 제품을 판매하다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 교수는 해당 의료 제품들을 사용하면 모든 병이 낫는 것처럼 광고했다. 명문대 지방 캠퍼스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2006년쯤부터 공범 2명과 함께 B회사에서 M, N, L 등 4개 종류의 19개 제품을 제작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했다. 이들은 A씨가 명문대 교수라는 점과 그가 쓴 책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제품을 광고했다. 이들은 M상품이 치유의 미네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선전했다.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기계를 이용해 의약품 등에서 유익한 파동 정보를 마그네슘, 칼슘 등에 복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M상품을 식수에 1시간 정도 담갔다 마시면 신체의 자연 치유력이 강화돼 질병을 이기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N상품은 치유 에너지를 뜻한다고 광고했다. 인체에 유익한 파동 에너지를 카드 형태의 물질에 복사했다는 것이다. 지갑이나 베개 밑에 넣거나 방의 네 모서리에 붙여 사용토록 했으며 N상품 위에 술이나 담배를 올려놓으면 금세 순해진다고 홍보했다. L상품은 치유 전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N상품을 전기 콘센트 구조의 전기장치에 부착한 형태다. A씨는 L상품을 멀티탭처럼 이용해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사용하면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인체에 이롭게 바꿔 당뇨, 정신병 등 각종 질환을 치료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상품들을 1만 1300여개 팔아 모두 16억 8000여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이 정말로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2011년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김민아 판사는 24일 A씨 등 3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인체에 유익한 물질의 파동 정보가 복사돼 있거나 이를 사용해 신체에 유익한 결과를 내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제조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기기를 판매, 제조하고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의료기에 관해 거짓 광고를 했다”며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과학이 핍박받았다”면서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이미 항소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상품들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남성용 가슴노출 방지밴드, 종이에 쓴 대로 스마트폰에 옮겨주는 스캐너펜, 바늘이 없는 손목시계…. 소셜커머스에서 날개돋친 듯 팔린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인 소셜커머스는 1~7일간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제공한다. 국내에는 2010년 처음 들어왔는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 오클락 등 4대 소셜커머스 업체의 시장 규모는 2010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2년 동안 무려 40배 성장했다. 협회는 2014년에는 3조 7500억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소셜커머스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태어난 지 3년밖에 안 된 소셜커머스 업계는 벌써부터 기성화를 걱정하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이 3000~4000개로 늘어나면서 옥션, G마켓과 같은 인터넷쇼핑몰과 비슷해져 간다는 자기반성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 1월 신채널팀을 꾸렸다. 소비자들의 눈이 번쩍 떠질 만한 신선하고 재미있는 거래(딜), 창조적인 쇼핑을 선보이자는 취지였다. 신채널팀에는 상품을 기획해 본 경력자가 거의 없다. 잘 팔릴 만한 물건을 찾아서 판매대에 올리는 상품기획자(MD)를 소셜커머스 업계에선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한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작은 웹과 모바일의 특성상, 상품을 고르고 전시하는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쿠팡 신채널팀의 이진원 팀장을 비롯한 12명의 팀원 가운데 큐레이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승화 대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신입사원, 관리직, 시스템기획자 등으로 전문적인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지난 5월 팀에 합류한 전성웅씨는 인터넷 쇼핑을 한 번도 안해 본 중견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 출신이다. 전씨는 19일 “물건은 꼭 직접 만져보고 사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인데 신채널팀에 온 지 두 달 만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인터넷 쇼핑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팀을 비경험자 위주로 꾸린 것은 ‘고객의 눈’으로 상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함경범 대리는 “소비자와 다를 바 없는 비전문가들은 전문 MD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상품도 발굴해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신채널팀 직원들은 쇼핑 카테고리를 식품, 패션, 화장품 등으로 나누지 않는다. 누구든지 어떤 상품이든 찾아서 기획할 수 있다. 팀원들은 ‘하나의 틀’에 가둬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니플하이드’는 신채널팀의 초대박 상품 중 하나다. 여름철 남성들이 티셔츠 한 장만 입으면 가슴 부위가 도드라지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데, 이를 가려주는 밴드 상품이다. 함 대리는 지난 5월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의 게시판에서 니플하이드를 처음 알았다. 그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남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은품 식으로 끼워 주던 것이었는데 쇼핑몰 사장을 찾아가 정식으로 팔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딜에서 준비한 수량 2000개가 모두 팔렸다. 남성들은 물론이고 애인이나 남편 선물로 사려는 여성고객에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달 초 내놓은 패션팔찌 ‘H7’은 신채널팀이 직접 기획해서 브랜드를 만들고 제작한 상품이다. 여름철 액세서리로 매듭팔찌가 유행인 점을 노렸다. 정 대리는 “취미로 팔찌를 만드는 친구가 있어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며칠 밤을 지새워 만들게 했다”며 웃었다. 팔찌는 4500여개가 판매됐다. 남성 캐주얼화인 ‘보트아일랜드’ 역시 신채널팀이 운동화 제작업체를 직접 찾아가 만든 브랜드로, 매번 딜마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바늘 없는 시계 ‘밸룩’은 부산의 중소기업박람회에서 찾아낸 아이템이다. 신채널팀은 품질이 우수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은 알짜 중소기업 상품을 찾기 위해 전국의 박람회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시침과 분침이 없는 밸룩은 액정화면을 터치하면 ‘타임라이트’라고 부르는 불빛 2개가 나타나 시간을 알려주는 패션시계다. 스마트폰 충전기로 충전하는 특허제품이다. 이달 초 쿠팡에서 처음 소개돼 500개 이상 팔렸다. ‘롤롤펜’은 종이에 쓴 글과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스캐너펜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 주목받지 못하던 것을 가져와 판매했다. 틈새 아이디어 상품으로 350여개가 팔렸다. 칫솔모에 치약이 코팅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일회용 칫솔 ‘이지칫솔’도 신채널팀이 처음 취급했던 상품이다. 함 대리는 “호텔과 병원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인데 업체 측에서 판로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특허를 받은 지 3일 만에 쿠팡에서 판매해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상품은 어떻게 찾아낼까. 신채널팀은 일반 회사원이 들으면 부러워할 법한 일과를 보낸다. 하루종일 이들이 하는 일은 ‘서핑과 쇼핑’이다. ‘부장님’ 눈치를 보며 몰래 하는 일이 아니다. 당당한 공식업무다. 국내외 블로그나 해외 쇼핑몰, 인터넷 오픈마켓을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상품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각자 한 개씩 최고의 상품을 정하고 상품 설명을 한줄로 적은 뒤 12명 팀원이 모두 점수를 매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품은 회의를 거쳐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상품이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채널팀 직원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리는 매출의 압박에서 자유롭다”고 입을 모은다. 새롭고 신나는 쇼핑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지, 매출을 많이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상품이 실제 우수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쿠팡 본사 7층의 신채널팀 사무실 벽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의류, 패션잡화, 생활주방 등 쇼핑 카테고리에서 신채널팀이 기획한 상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면 상품과 팀원의 이름, 한마디가 전시된다. 팀원들은 올해 안에 벽면이 가득 채워질 것 같다며 기대했다. 신채널팀의 또 다른 임무는 팀 바깥 직원들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이진원 팀장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상품을 기획하는 신채널팀은 사내 다른 큐레이터들의 경쟁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더 분발하고 신선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도록 자극한다는 면에서 신채널팀은 쿠팡의 ‘활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놀이도 일이 되면 싫어지게 마련이다. 양혜정씨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하루종일 상품을 찾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며 “그럴 때에는 밖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신채널팀은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가서 한강 둔치에 둘러앉아 회의를 겸한 나들이를 하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팀워크를 다지는 ‘쿠요일’에는 다같이 모여 여가시간을 즐긴다. 지난달에는 코스트코, 이마트트레이더스, 빅마켓 등 3대 창고형 할인마트를 찾아가서 3곳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피자를 먹으며 진지하게 맛을 비교,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 방식도 독특하다. 신채널팀은 매일 오전 ‘회고의 시간’을 가진다. 어제 판매된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매출을 점검해보고 개선방향을 찾는 다소 무거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힐링캠프’가 시작된다. 팀원이 각자 맡은 주제로 짧은 발표를 하는 것이다. 정 대리는 “뉴스 스크랩부터 나의 쇼핑일기, 연예가 소식, 건강운동법 등을 브리핑하면서 아이디어 발굴에 도움을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파일럿 조직인 ‘태스크포스’(TF)로 출발한 신채널팀은 지난 3월 그 성과를 인정받고 정식 팀으로 자리 잡았다. 연말에는 팀 전체가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놀러갈 꿈을 꾸고 있다. 김 사장이 ‘고객에게 재밌고 쉽고 행복한 쇼핑을 선사한다’는 사훈을 가장 잘 실천한 사원 또는 팀에게 포상여행권을 주기로 한 때문이다. 이 팀장은 “다른 인터넷쇼핑몰과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거듭 새로워지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 계단씩 오르면 꿈은 이루어진다”

    “한 계단씩 오르면 꿈은 이루어진다”

    김영민(56·중장) 공군교육사령관이 18일 모교인 경남 하동군 하동고에서 특강을 해 후배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 사령관은 교직원과 1~3학년 350명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30분부터 ‘행복한 대한민국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하동군 적량면 서리 출신인 그는 1975년 하동고를 나와 공군사관학교에 28기로 입학했다. 김 사령관은 강의에서 고교 후배들에게 “한 계단 한 계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 위치까지 오게 됐다”면서 “여러분도 현재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차근차근 열심히 밟아 올라가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령관의 고교 시절 성적은 졸업생 57명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중학교 때부터 공군 조종사라는 꿈을 갖고 사관학교로 진학했다는 게 하동고의 설명이다. 김 사령관은 공군대학 총장, 공사 교장을 거쳐 지난 4월 30일 제33대 공군교육사령관에 취임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강원도 막국수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강원도 막국수

    “예전에는 손님이 찾아오면 꼭 밤참을 냈어. 막국수만 한 것이 없었지. 밀가루는 귀해서 생각도 못했고, 메밀로 국수를 뽑았어. 그런데 메밀은 찰기가 없잖아. 무릎 꿇고 엎드려서 녹진하게 치대야 해. 덩어리 덩어리 동그랗게 떼어 나무국수틀에 눌러 면을 빼내지. 반죽보다 중요한 것은 물 온도야. 팔팔 끓이지 않으면 퍼져서 죽이 되어 버리거든. 뜨거운 물에 들어간 면이 두 번째 올라올 때 건져 씻어야 해. 잽싸게 손을 움직여도 순메밀로 뽑은 면은 뚝뚝 끊어져서 올챙이국수처럼 수저로 먹어야 했어.” 팔순을 앞둔 강원도 춘천의 최명희(79) 할머니는 잠시 창가를 내다보았다. 메밀에 얽힌 배고프고 기막힌 과거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에효, 모든 것이 다 귀했지. 밤에 뽑은 메밀국수를 남겨놨다가 아침에 손님 떠날 때 다시 대접했어. 화롯불에 맑은 장국 끓여서 면 넣고 뜨끈하게 상에 올리면 속 훈훈하게 먹고 길을 떠났지. 전날 술이라도 마셨으면 면수(메밀국수 삶은 물)를 드렸어. 간장 타서 훌훌 마시면 속이 뚫려. 지금 식당에서 내는 면수의 전통은 그렇게 이어진 거야.” 할머니는 대를 잇고 있는 불혹의 아들을 든든하게 쳐다보면서도 고달팠던 시간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눈치였다. 어쩌겠는가, 그땐 그랬는걸. 시집오니 시어머니는 젊은데 입은 아홉이요, 땟거리가 없더란다. 식구들 굶기지 않으려고, 내 식구들 밥상 차려내듯 밤낮 모르고 밥장사를 했는데 그게 어느덧 44년. 세월은 가혹하여 새색시가 백발이 되었다. 어쩌면 강원도의 메밀음식은 할머니의 독백처럼 ‘한’이다. 의병활동하다 산으로 숨어들어 화전을 일궜던 산사람들이 장터로 들고 온 곡식이 메밀이었고, 서민들이 다랑이밭 천수답 농사에서 가뭄 들어도 두 달 지나 고맙게도 수확이 가능했던 작물이 메밀이었다. 기실 냉면과 막국수는 겨울에 먹어야 별미라고들 한다. 동치미가 제 온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 겨울이고 보면 겨울음식이 맞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발효음식의 계절성은 모호해졌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난 여전히 여름 막국수가 좋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가운 면은 냉면, 막국수, 밀면 세 가지다. 그 중 현대의 냉면과 막국수는 전분과 밀가루 등을 섞기도 하지만 메밀을 주로 쓰고, 부산 쪽에서 유명한 밀면은 진주식 해물육수에 밀가루 면을 쓴다고 보면 큰 테두리는 그어진다. 강원도권 막국수는 숙성 양념을 쓴 붉은 비빔면이다. 변수는 국물이다. 비빔을 기본으로 하는 막국수는 냉면보다 육수에 대한 관심이 덜하지만 여전히 동치미와 고기육수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육수는 집안에 따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가 두루 쓰이고 동치미와 육수를 섞는 집, 오직 묵은 무만 고집해서 동치미를 담가 쓰는 집이 있다. 면은 메밀과 전분을 섞는데 메밀 함량이 많을수록 끈기가 덜하다. 간혹 순수 국산 메밀을 즉석에서 말아 주는 집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메밀 70~80%를 쓴다. 강원도를 돌던 이날도 주춤주춤 하루 두 끼를 막국수로 먹게 되었다. 춘천토박이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외갓집처럼 한옥을 그대로 살려 오목한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마루 기둥에는 거울이 걸려 있고 방마다 빈 상이 잔칫집처럼 많다. 으레 그렇듯이 막국수와 속 든든한 돼지고기 편육, 감자와 녹두전까지 시켜 놓고 탁주를 고민한다. 술을 부르는 편육 한 점의 애수는 커서 고기를 잘 삶느니, 삼겹살을 쓰다가 뒷다리 살로 부위가 바뀌었느니, 질겨졌다느니 말도 많고 집집마다 쉬쉬 하는 편육 삶기 비법경쟁이 치열하다. 심심하고 별 맛 없는 메밀면에 담백한 편육 한 점 싸 먹는 맛은 유별나기 때문이다. 국수에 풍미를 돋워줄 뿐 아니라 속도 든든히 채워 주니까. 미리 나온 면수를 홀짝홀짝 마신다. 붉은 빛이 돈다. 밍밍하지만 향이 짙다. 음식의 간이 세고 자극적인 것 투성이인 시대에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면수의 맛이 어떻게 사람들의 향수를 파고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마시면서 익숙해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부침과 편육이 먼저 나왔다. 막국수가 나오기 전 고소한 전을 찢으며 세상 얘기 찧고 까부는 것이 국수집 재미이기도 하다. 시골어머니의 밥상이 생각나는 열무김치는 깊은 맛이 배어 있고, 배추김치는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 시원하며 아삭아삭 씹힌다. 막국수가 나왔다. 왜 대한민국의 막국수에는 모조리 김가루가 얹어지는지, 묵은 불만이 목젖까지 터져 나온다. 외양은 여느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체로 양념은 양파와 배를 갈아 바탕을 잡고 여기에 물엿과 고추장, 간장, 설탕, 다진 마늘 등을 섞어 저온 숙성한 것을 쓴다. 갓 뽑은 면발 위에 양념을 두르고는 삶은 달걀이나 채소로 고명을 얹는다. 이곳 사람들은 막국수에 처음부터 육수를 흥건하게 부어 먹지 않는다. 퍽퍽한 면이 비벼질 만큼 육수를 넣고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곁들인다. 식초는 살균 효과가 있고, 메밀의 차가운 성질을 겨자가 잡아 주니 ‘찬 면’ 집에는 꼭 따라다니는 강력한 기호다. 여기에 거개 동치미를 곁들이는 이유는 무가 메밀의 독성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음식이니 지금처럼 고명과 채소가 올라가는 호사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면만으로는 별 맛 없으니 양념에 비벼 먹거나 동치미에 말아먹는 속 편한 음식이었고, 고추장이 들어가도 속이 화르르 자극적이지 않다. 입으로 물면 툭툭 끊어져 냉면이나 쫄면처럼 강하지 않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수육 한 점을 면에 감아 씹으니 삼겹살의 감칠맛이 배어 막국수 맛이 더 담백하다. 비벼진 국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즈음 육수를 부어 양념까지 싹싹 비워 마시고 나니 세상일 아무런 욕심도 생기지 않는다. “막국수나 한 그릇 하세” 하는 이 욕심 없는 여름인사가 진정한 막국수의 마음일 것이다. 느리게 해찰할 새도 없이 국수가 나오자마자 붇기 전에 허위허위 젓가락질을 해야 하는 여름 밥. 문득 누군가에게 기별을 넣어 안부를 물어야 하지 않겠나. “덥지? 막국수 한 그릇 하세.” 글 사진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막국수만큼 개인의 기호가 크게 작용하는 음식도 드물 것이다. 강원 5대 막국수니, 7대 막국수니 손꼽는 맛집은 그래서 조심스럽다. 육수와 메밀의 함량, 편육 삶기에 따라 막국수로드는 ‘미식가 열전’이다. 동해안은 고기육수를, 춘천과 강원 남부는 동치미와 고기육수를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지역은 다르나 고기육수를 쓰는 경기도 여주 천서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계절맛집(지역번호 033) 춘천 ‘평양막국수’(257-9886) ‘샘밭막국수’(242-1712) ‘유포리막국수’(242-5168) ‘실비막국수’(254-2472) ‘남부막국수’(256-7859) ‘부안막국수’(254-0654) ‘명가막국수’(242-8443), 그 외 지역 양양 ‘영광정메밀국수’(673-5254) ‘범부막국수’(671-0743)
  • 메르켈 “EU 정보보안법 강화해야”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파문과 관련해 유럽연합(EU) 차원의 엄격한 정보보호 규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독일에는 연방 사생활보호법이 있지만, 전화와 인터넷 같은 온라인 사용자를 보호해주지는 못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유럽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법인을 등록한 국가의 법만 따를 게 아니라 모든 EU 회원국들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 국가들에 그들이 정보를 누구에게 제공하는지에 대한 개인정보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10일 “국가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활동과 통신 감청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두둔하면서 미국과 독일의 수십 년에 걸친 안보 동반자 관계를 높이 평가해 야당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나치 독일 당시 자행된 비밀경찰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진 독일에서는 국가기관의 염탐행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사회민주당의 페어 슈타인브뤽 당수는 “메르켈 총리가 미국 정보기관으로 하여금 독일 국민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기록감시하게 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임선서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르켈의 발언이 기민당 당수로서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을 고려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인사]

    ■헌법재판소 ◇신규 임용△홍보심의관 김해웅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 채용△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희겸△비상안전기획관 김용순 ■농림축산식품부 ◇3급 승진△국제개발협력과장 최병국◇과장직위 승진△농림축산검역본부 제주지역본부장 김오영△국립종자원 제주지원장 이성주 ■충남도 ◇3급 승진△문화체육관광국장 박정주△해양수산국장 강익재△감사위원장 장영수△정책기획관 김돈곤△총무과 정효영◇3급 전보△안전자치행정국장 김갑연△총무과(공로연수 파견) 최욱환 이명복◇4급 승진△농업기술원 교육정보과장 고일환△신도시정책과장(직무대리) 조원식△서울사무소장 유병훈△전략산업과장 김현철△총무과 박병희△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 정낙춘△총무과 전준호(안전행정부) 문쌍주(안전행정부 계획 교류)△문화재과장 박경구△축산기술연구소장 김홍균△환경관리과장 정종철◇4급 전보△예산담당관 최문락△총무과장 김영범△세정과장 김기승△정보화지원과장 황인수△문화예술과장 유병덕△국제통상과장 한만덕△도의회 전문위원 조동규△농산물유통과장 김의영△장애인복지과장 배동헌△공무원교육원 총무과장 박용구△저출산고령화대책과장 김종화△도의회 의사담당관 강경원△도의회 전문위원 박용권 임민환△청양대 사무국장 정진영△농업기술원 총무과장 심병섭△축산과장 김종상△수산연구소장 김종응△수산관리소장 임매순△총무과(공로연수 파견) 박영진 강선율 ■뉴스1 △부회장 이정식△대표이사 사장 이유식 ■메트로신문사 ◇신규 채용△편집국 편집위원 이충건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장 서리(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장 서리·융합소프트웨어전문대학원장 서리 겸임) 유혁 ■서강대 △상임이사 정강엽△법인사무처 사무처장 배영길 ■동아대 △대외협력처장 김민규△산학협력단장 김동규△건축·디자인·패션대학장 조용수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 김종창 ■한국IBM ◇총괄 부사장△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조경훈△소프트웨어그룹(SW) 탐송 ■건설공제조합 ◇신규 선임 <이사>△기획담당 이정관△영업담당 신덕상◇승진△정보시스템부장 최창순<지점장>△인천 김용석△수원 조상호△성남 조태봉△춘천 신종국△창원 권혁<센터장>△영남보상 박헌준◇전보 <부장>△기획 김종서△보증사업 안종태△채권관리 김옥우<원장>△연수 이인석<지점장>△중앙 정용원△종로 문태희△동대문 박성득△여의도 채종훈△서초 조성창△삼성 이일양△안양 박선홍△청주 김선완△대전 이학수△광주 정문택△대구 송성영△부산 이주병△의정부 김인환△안산 홍종민△예산 이시영△포항 이상덕△울산 김연욱<센터장>△강북보상 안현종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곡절을 묻는 거조가 길세만의 면목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냉큼 그렇다고 대답하고 얼른 봉당으로 다가서며 환원수작 나눈 뒤 어디서 온 상단이냐고 물었다. 행수로 보이는 자가 듣고 있다가 봉당 모서리에 대고 곰방대의 담뱃재를 툭툭 털고 나서, “봉당이나마 우선 좌정하시지요. 보아하니 종일 쏘다니느라, 고단하시겠소.” 나이는 사십대 후반으로 보였고, 허우대는 부상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였다. 역시 입성도 깔끔했다. 배고령이 다시 어디서 온 상단이냐고 물었다. “차차 아시게 되리라 믿소만, 우리도 한때는 뜨내기 행상으로 저잣거리에 당도하면 접소나 사처 잡는 숫막을 바로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으로 여겼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난해부터 선달산 아래에 있는 오동나무골(梧田) 생달이라는 마을에 정처를 두고 살면서 옥돌봉 아래에 있는 박달령을 넘어 내성이나 현동 저자, 구룡산 아래 도래기재를 넘어 영월 태백의 물상객주로 드나들고 있지요. 여기서 150리에 상거한 충청도 단양은 풀방구리에 생쥐 드나들듯 수월하게 내왕하고 있지요.” 오동나무골 생달 마을이라면 곽개천이 지난날 포수 생활할 적에 발견한 약수터가 시오리 상거에 있는 곳이란 생각이 번쩍 들었다. 게다가 지난번 화적들에게 목숨을 잃었던 차인꾼을 옥돌봉 기슭 노루막이에 묻어준 기억도 없지 않았다. “그곳에 약수터가 있지요, 아마?” “잘 알고 계십니다그려. 우리는 약수터와 시오리 정도 떨어진 골짜기에 정처를 정해 살고 있습니다.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내려앉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근방에서는 그만 한 길지가 없겠다 싶어 골짜기에 띄엄띄엄 토담집을 짓고 접소로 쓰기도 하고 보행객주도 열어 그럴싸한 저잣거리를 찾아 헤매는 행상들이나 고단한 길손들이 쉬어가도록 주선하고 있습니다. 물도 귀하지 않고, 찬바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이어서 내왕 행보가 앉아서 떡 먹기보다 손쉽지요. 강원도의 영월과 태백, 울진의 흥부장, 충청도의 단양과 영주, 경상도의 내성과 안동의 경계를 멀어야 150여 리 내외 행보에서 드나들 수 있지요. 적어도 사방 200여 리에 상거한 고장에서 나는 토산품이나 유기 같은 물화의 시세를 손금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뚫어 볼 수 있어 길미를 챙기기에도 가근방에서는 오동나무골 생달만 한 곳이 없지요. 그래서 시생들의 형세가 기운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모두 가솔을 거느리고 있겠군요?” “정착한 원상들이 열 안짝으로, 가솔들을 거느린 동배간도 있지만 대부분 엄지머리로 지낸답니다.” “언사가 매우 순박하십니다.” “정착하고 난 뒤 안정을 찾은 덕분이겠지요.” “오동나무골 얘기는 소문을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대면하기는 처음입니다. 거래하는 물목들은 무엇이오?” “곡물과 약초와 피륙입니다.” “시생이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지요?” “이틀 전에 이곳 어물 도가 포주인을 회술레 돌리는 것을 보았고, 노형께서 동배간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소금 도가 포주인을 훼가출송시킨 것은 적당의 소굴을 섬멸하면서 얻은 결과입니다. 궐자뿐만 아닙니다. 십이령길 곳곳에는 신표도 갖지 않은 무뢰배가 원상 행세하며 창궐하여 장시의 풍속이 개차반된 지 오래지요. 십이령길 내왕 행보에도 그런 왈짜들이 들끓고 있지요. 이들 모두를 소탕해야 장삿길 소통이 원만해지겠지요.” “우리 행중도 얼마 전 검은돌 마을에 소금을 거래하러 갔다가 그곳에 박힌 돌 행세하는 무뢰배에게 둘러싸여 숫막의 술동이가 비도록 술을 사고 나중에는 전대까지 털려 거래는커녕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처럼 크고 작은 폐해를 설혹 내성 아니라도 많이 겪고 있지요.” “용모단자는 없습니다만, 시생의 동배간은 본 적이 없으시군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도 발 달린 짐승이긴 마찬가지인데…. 사정이 다급하다면 꼭 내성 저잣거리에서만 머물 까닭도 없겠지요.”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어물 도가를 경영하여 적지 않은 식산을 한 윤기호 같은 인물의 얼굴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회칠까지 하여 훼가출송(毁家黜送)을 한다는 것일까. 그것을 당하면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내성의 저잣거리에서는 두 번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회술레는 중화 무렵까지 온 저잣거리를 세 번이나 지나고, 그것도 모자라 숨어 있는 고샅길까지 찾아가며 수치를 안기었다. 해가 나절가웃이나 지났을 무렵 배고령이 곽개천에게 다가왔다. “성님, 이제 그만하고 돌려 보내는 게 어떻겠소?” “임소의 분부가 있었나?” “아니오.” “아니면 길을 가로막고 서서 작경하는 놈들이라도 있었나?” “그럴 리가 있겠소.” 곽개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기왕 시작한 것 된변을 보여주어야 하네.” “윤가의 걸음걸이를 보자 하니…… 쓰러지면 두 번 다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지 못할 것 같소. 게다가 윤가가 반정신을 차린다 한들 이제 무슨 반죽으로 어물 도가를 열 수 있겠소. 그 도가 자리에 연못을 파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 개아들 놈이 그와 거래를 트려 하겠소. 이제 윤가는 있으나 마나한 위인이 아니겠소.” “어디 윤가놈 하나 때문인가. 이 꼴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무뢰배들이 두 번 다시 장시의 풍속을 어지럽히려 들지 못하도록 혼찌검을 내자는 것이 아닌가. 건드리다 말면 애당초 거들지를 말아야지. 부리만 헐어서는 저들이 올곧은 정신을 차리겠는가.” “성님 말이 그르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놈 저러다가 저승 구경시키겠소.” 곽개천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죽어봐야 저승을 알지.” “길바닥에서 죽기를 바라지는 않지 않습니까. 일이 커질 수도 있지요…… 게다가 항자불살(降者不殺)이라 하지 않았소.” “임자는 겁도 많군. 사람 목숨이 임자 생각보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아. 뱃구레에 된불을 맞고도 100리를 가는 게 사람 목숨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람이 한번 죽고 나면 그만이지, 죽은 뒤의 일을 누가 알겠나. 먼 달구질을 하거나, 먼가래를 치거나, 까마귀밥이 되거나, 죽은 사람이 알게 뭐야. 이놈도 마찬가지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나나 이놈이나 달린 목숨이 하나뿐이란 것이지. 찬 서리는 가슴에 사무치고 매서운 겨울바람 뼈에 닿았던 지난겨울의 고초를 우린 꿋꿋하게 참아내었지 않나…… 왜 그 고초를 이겨내려 했을까. 단 몇 닢의 이문 때문이 아니었나? 재수가 좋아야 좁쌀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고개치 넘을 때 토악질해가며 우리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미행하는 짐승에 쫓기고 대처로 나서면 지악스럽게 짖어대는 동네 개들에 쫓기며 살아왔지 않나. 그런데 소문난 씹에 잔등이 부러지더라고 이런 도둑의 접주에게 우리의 하찮은 이문들이 오랫동안 유린되어 왔지 않았나.” “그런데 성님, 우리 행중이 저지른 과실은 어떻게 하렵니까?” “길세만이 저지른 일 말인가?” 배고령은 대꾸는 않고 곽개천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선지 몰라도 곽개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호를 백방시키고 말았다. 소금 도가의 서사와 그의 아내가 허겁지겁 달려와 송장이나 다름없는 윤기호를 업어갔다. 곽개천의 고집대로 놓아두었더라면 그나마 거둘 것도 없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소임을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색주가에 파묻혀 투전 놀음에 빠졌을 길세만의 행방을 찾는 일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정한조는 평소 그와 자별한 사이인 배고령으로 하여금 가뭇없이 숨어버린 그의 은신처를 수소문해보라는 분부를 내리고 아주 오금을 박았다. “임자들…… 궐자를 찾아내어 대령시키지 못하면 우리 행중이 말래 접소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야.”
  • [씨줄날줄] 이사지왕/안미현 논설위원

    1921년 9월 경주 노서리 주막집 주인 박문환은 주막을 늘리기 위해 뒤뜰을 팠다. 그런데 난데없이 유물이 나왔다. 경주경찰서의 일본인 순경 미야케 고조는 소문을 듣고 즉시 박문환의 집으로 달려갔다. 땅 파기는 중단됐고 27일부터 30일까지 유물 수습 작업이 이뤄졌다. 4일 만의 ‘뚝딱 발굴’로도 유명한 금관총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1927년 11월 10일 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에 도둑이 들었다. 금관만 남기고 허리띠, 귀걸이 등 순금 유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구열이 쓴 ‘한국문화재비화’의 한 토막. “차마 금관까지는 손댈 수 없었는지 아니면 가져가기 거추장스러웠는지 금관만 무사했다. 천수백년 전에 만들어진 금세공품은 아무리 녹여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느니, 무덤 속 물건을 갖고 있으면 변고가 생긴다느니 온갖 헛소문까지 퍼뜨렸지만 허사였다.” 심리전이 효력을 발휘한 것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서였다. 1928년 5월 20일, 도둑은 경주경찰서장 관사 앞에 유물 보따리를 슬그머니 놓고 갔다. 그때 다시 찾은 허리띠가 지금의 국보 88호다. 지난 3일 그 금관총 출토유물(고리자루큰칼)에서 ‘이사지왕’(?斯智王)이라는 글자가 발견되었다. 정체는 아직 미스터리다. 내물왕 등 신라시대 여섯 마립간(왕)의 다른 이름이거나, 왕이 아닌 고위 귀족일지 모른다는 등 가설만 무성하다. 일본 규슈지방 출신 왕의 이름이 이사지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왕이라면 서기 503년 지증왕이 ‘왕’이라는 칭호를 처음 썼다는 종전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금관총의 주인이 여자라는 학설도 위협받고 있다. 이사지왕이 금관총 여주인의 남편일 수도 있다. 고고학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이사지왕이라는 네 글자를 앞에 두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양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사지왕의 칼을 발굴하고도 거기 새겨진 글자를 찾아내는 데 무려 92년이 걸렸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돼 있다가 올해 초에야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사업’이 시작된 탓이다. 박물관 측은 해방 이후 우리가 발굴한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만도 손이 달려 일제강점기 발굴 유물에는 미처 눈을 돌리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그렇더라도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이왕지사,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기치로 내건 만큼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력과 예산 배정에 앞서 문화재 전문가들의 학자적 양심과 열정이 우선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또다른 이사지왕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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