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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쇼쇼인展 신라가야금 공개

    올해로 59회를 맞는 일본 나라(奈良)국립박물관의 연례 행사인 쇼쇼인(正倉院) 특별전이 27일 개막해 새달 12일까지 계속된다. 쇼쇼인은 일본 나라시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인 도다이지(東大寺) 경내에 자리잡은 일본 고대 황실의 보물창고로, 이곳 소장품은 매년 10월말에서 11월초에 걸쳐 약 2주 동안 나라박물관이 개최하는 특별전에 일부가 공개된다. 올해 특별전에는 뒷면에 꽃과 새 무늬를 도안한 팔각형 동경(銅鏡)인 화조배팔각경(花鳥背八角鏡)과 가죽에 칠을 입히고 금과 은으로 장식한 상자인 금은평탈피상(金銀平脫皮箱), 사찰에서 분향할 때 사용한 자루 달린 향로 일종인 자단금세병향로(紫檀金鈿柄香爐)를 비롯해 70건이 출품된다. 이 가운데 17건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쇼쇼인 특별전에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물품도 적잖이 전시돼 해마다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올 특별전에서는 신라금(新羅琴)과 그것을 보관하는 상자인 신라금궤가 선보여 눈길을 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생물자원 주권 지키기’ 첫걸음

    ‘생물자원 주권 지키기’ 첫걸음

    정부가 생물자원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우리나라 자생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소장하고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생물산업(BT)으로 연결해주는 국립생물자원관이 10일 문을 연다. 자원관 개관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생물종의 실체 및 분포 파악과 변화 상태 감시, 생물환경 및 종자원에 대한 보전·관리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관은 인천 서구 경서동 환경단지에 들어선다. 개관을 앞두고 생물을 학문적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 영구 수장(收藏)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오경희 생물자원연구부장은 “국가 생물 표본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소장·관리해 생물자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자원관의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최대의 최첨단 수장시설은 1100만점의 생물표본을 소장할 수 있으며 현재 118만점이 소장됐다.17개 대형 수장고는 생물 분류별로 소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이동식으로 만들어졌다. 표본의 완벽한 소장을 위해 전자동 항온·항습 장치가 있고, 내부 형광등은 모두 자외선이 차단되도록 했다. 만약 불이 나도 물이 아닌 할론가스로 끈다. 소장되는 것은 한반도 자생종으로 국한된다. 형태와 유전자 상태가 완벽해야 들어올 자격이 주어진다. 언제든지 DNA를 뽑아 유전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장고 건물로 들어오기 전에 완벽한 소독을 거친다. 부패를 막고 형상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냉동하거나 박제를 한다. 유전자 자료를 확인·등록하는 등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면 수장 준비가 끝난다. 최종 소독을 거쳐 수장고에 들어가면서 영구 보존된다. 이런 작업은 분야별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맡는다. 상당수의 연구원들은 이름 앞에 ‘나비 전문가, 수달 전문가, 곤충 전문가’ 등 수식어가 붙는다. 박제 전문가와 동식물 전시 전문 박사도 있다.62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을 포함,102명이 생물자원 조사·연구·전시활동을 한다. 박종욱 관장은 “자원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췄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싱크탱크 집단”이라면서 “생물주권을 확보하는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자생생물 전시장 자생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전시장도 갖췄다. 자생생물 전시장으로는 국내 처음이다.985종 4600점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코너마다 전문 해설가가 따라붙는다. 생물의 유전 변화, 생활사까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산림·하천·호소·갯벌·해양생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디오라마(실물처럼 보이게 한 장치)로 꾸몄다. 큰부리바다오리, 붉은배오색딱따구리, 한국뜸북이 등은 이곳에만 있는 국내 유일의 표본이다. 전시장의 동물 표본은 대부분 사연이 있다. 전시를 위해 일부러 잡은 것이 아니라 사고사를 당하거나 자연사한 것으로 만들었다.2004년 강원도에서 시체로 발견된 국내 마지막 여우부터 폭설로 고립돼 죽은 산양, 서울 도심에 내려왔다가 죽은 멧돼지 등이 전시돼 있다. ●고유생물 2322종… 활용가치 높아 생물자원은 실제 또는 잠재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생물체다. 생물의 구성요소·유전자원은 경제·환경·문화적으로 귀중한 국가자원이다. 우리나라에도 10만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알려진 생물은 2만 9828종이다. 우리나라에만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매우 소중한 생물자원인 고유생물도 2322종에 이른다. 인천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윤봉길의사 유품 6점 보물 해제예고

    윤봉길의사 유품 6점 보물 해제예고

    문화재청은 보물 제568호로 일괄지정된 윤봉길 의사 유품 가운데 연행사진(위 사진)과 선언사진(아래)을 비롯한 사진 3점과 친필액자 3점을 보물에서 해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한 남성이 일본 군경에 양쪽 팔을 붙잡힌 채 끌려가는 연행사진은 1932년 5월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에 실린 것이나, 윤 의사의 외모와 달라 보인다는 이유로 엉뚱한 사람의 사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이 사진을 실어온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2007년도판에 이 사진을 선언문을 가슴에 부착한 채 태극기 앞에서 선서식을 하는 사진으로 대신 넣었다. 하지만 이날 보물에서 지정 해제가 예고된 유품 가운데는 교과서에 새로 실린 사진을 포함한 2장의 선서식 사진도 들어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진위가 의심되는 연행사진과는 달리 선서식 사진의 주인공은 윤봉길 의사가 맞는다.”면서 “그러나 이 사진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기에는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물 해제가 예정된 3점의 유묵은 윤봉길 의사의 필적으로 집자한 뒤 확대한 인쇄물로 밝혀졌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 등 7점을 보물로 지정을 예고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부고]

    ●김성기(전 한국부동산신탁 감사)대기(강원도 정무부지사)덕기(전 삼척시청 공무원)만기(한국사진작가협회 강원도협의회 회장·춘천 성수고 교사)씨 부친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3410-6917●박용균(전 고려대 구로병원장)씨 별세 장원(GE코리아 이사)호원(LEE 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변호사)씨 부친상 4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929-1299●김경협(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씨 부친상 4일 부천장례식장, 발인 7일 오전 7시 (032)654-7184●황규종(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씨 빙부상 5일 일산백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31)919-0899●허혁(국군보안사령부 문관)씨 별세 강(건축업)준(캐나다 거주)선(한양대 공대 교수)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씨 부친상 4일 국립암센터, 발인 7일 오전 9시 (031)920-0308●하상구(전 대한변리사회 고문)씨 별세 영수(관동대 명지병원 신경외과장)영선(일산건강병원 원장)영욱(하합동특허법률사무소장)영준(한마음병원 정형외과장)씨 부친상 김성수(김성수성형외과 원장)오창준(오창준외과 〃)씨 빙부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3410-6916●서덕규(전 대구은행장)씨 별세 현석(중앙대 경영학과 조교수)씨 부친상 윤종석(블리스자산운용 대표)김성민(미국 로욜라대 경영학과 조교수)씨 빙부상 5일 서울대병원, 발인 8일 오전 10시 (02)2072-2011∼2●김동식(LG전자 차장)미진(한국휴렛팩커드 부장)미영(GS칼텍스 차장)씨 모친상 이훈(건양대 겸임교수)서동욱(에이티커니 매니저)씨 빙모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410-6909●양규환(경원대 부총장)씨 모친상 김옥현(동덕여대 교수)씨 시모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3010-2236●강기성(부산정보대 학장)씨 빙모상 5일 부산보훈병원, 발인 7일 오전 5시30분 (051)601-6784●오세춘(전 국민은행 지점장)씨 별세 정환(케이제이화학 부장)준환(열린이비인후과 원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61●김진오(전북은행 부행장)씨 모친상 4일 전북대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10-9450-0804●배광순(전 대우조선 이사)씨 별세 상규(사업)씨 부친상 김광진(현대해상화재 팀장)이형석(사업)씨 빙부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2)3010-2295●최덕섭(전 삼현여고 교사)씨 별세 재원(DKT 대리)희주(미국 거주)은진(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팀)씨 부친상 4일 경남 진주제일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055)750-7297●이정학(인천지검 집행계장)씨 빙부상 4일 인천 가천의대길병원, 발인 6일 오후 2시 (032)472-0872●방승호(아현산업정보학교 교감)승만(한서대 교무부장)풍자(곤지암고 교사)승준(본 치과의사)씨 부친상 최문태(삼보한의원 의사)씨 빙부상 송영남(서울신답초등학교 교사)씨 시부상 5일 충남 홍성의료원, 발인 7일 오전 8시 (041)630-6245●조정호(연합뉴스 부산지사 기자)봉석(롯데제과 영업부 주임)범석(자영업)씨 모친상 5일 부산 영락공원, 발인 7일 오전 8시 (051)790-5056
  • ‘대중독재’ 어떻게 벗어날까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1947)에서 “몰인정하고 단호하며 비인간적인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고 ‘증언’한다.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자살을 선택한 유대계 이탈리아 작가이다.●비정한 인간들이 홀로코스트서 생존 생존자들은 먼저 친위대의 선택을 받아 수용소의 관리직에 오른 사람들로 ‘특권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요리사나 의사, 간호부, 야간 경비병, 막사 청소부, 화장실 관리자, 세면실 관리자 등이다. 특별히 레비의 흥미를 끈 것은 유대인 특권층이었는데, 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또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더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또 ‘경쟁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체면을 버리고 모든 존엄성, 모든 양심을 던져버린 야수처럼 혹독한 상황에서 생존 본능에 의지해야 했던 사람들도 살아남았다. 레비가 기억하는 아우슈비츠의 프랑스 출신 유대인 앙리는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기회가 오면 마치 창세기의 악마처럼 냉혹하고 쌀쌀한 모습으로 갑옷을 온 몸에 두른 채 모든 이의 적이 되어 비정할 정도로 교활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었다.레비는 전쟁이 끝난 뒤 “앙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잘라말했다고 한다. ‘대중독재3’(임지현·김용우 엮음,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은 ‘일상의 욕망과 미망’이라는 부제처럼 일상의 문제의식을 대중독재 연구에 투영해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다. 대중독재(大衆獨裁)란 독재체제의 유지를 위해 대중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어떤 동원의 메커니즘이 작동되었는지를 포착하기 위하여 고안된 개념. 임지현 한양대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에 의해 2002년 고안된 뒤 이미 백과사전에 실릴 만큼 일반적인 개념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는 2004년 대중독재의 개념을 제시한 ‘대중독재1-강제와 동의 사이에서’와 2005년 독재가 대중의 동의와 열광을 이끌어낸 종교화·신비화의 양상을 분석한 ‘대중독재2-정치 종교와 헤게모니’로 묶였다. 세번째 성과에 해당하는 ‘대중독재3’은 레비가 지적한 ‘살아남은 자’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대중의 모순된 일상에 대한 이해 없이는 대중독재의 양상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의 결과이다.●평범한 시민들이 독재체제 유지에 기여 또 하나의 사례로, 히틀러의 나치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 게슈타포(비밀경찰)가 결정적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1939년 말 현재 게슈타포 요원은 7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게슈타포가 조사한 사건은 자체적인 사찰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평범한 독일인’들의 ‘자발적인 고발’에 의존했다. 평범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나치 테러에 필수적인 기여를 했고, 결과적으로 나치독일은 경찰국가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실질적인 자경사회(自警社會)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나치즘의 경우 나치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동의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역사가는 거의 없게 되었다. 임지현 교수는 “강고한 것으로 보이는 대중독재의 헤게모니에 균열을 내고 출구를 찾는 지름길은 정치적 올바름에 따른 규범적 이해가 아니라 대중독재 체제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꾸불꾸불한’ 일상, 모순되고 복합적인 삶이라는 현실에 대한 정직한 이해”라면서 “이 책은 완결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중독재3’의 집필에는 임지현 교수와 김용우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권형진 건국대 교수, 나인호 대구대 교수, 황보영조 경북대 교수를 비롯한 12명의 국내 연구진과 알프 뤼트케 독일 에어푸르트대학 교수와 피터 램버트 영국 웨일스대학 교수, 찰스 암스트롱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8명의 해외 연구진이 참여했다.2만 7000원.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위기의 학교/이병곤 옮김

    A는 과제를 풀라는 교사의 지시를 간단히 무시하고는 턱을 괸 모습으로 컴퓨터를 하고 있다. 교사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하지만 A는 장난을 치면서 거부한다. 교실 뒤쪽에서는 남학생들이 알아듣지 못할 욕설을 주고받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풍경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국 셰필드 시 동쪽에 있는 애비데일 그레인지 중등학교의 이야기이다. 한때 좋은 학생과 훌륭한 전통으로 2000명에 이르던 학생은 500명밖에 남지 않았고,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에서 기준을 통과한 사람은 전체의 22%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닉 데이비스는 ‘위기의 학교’(이병곤 옮김, 우리교육 펴냄)에서 애비데일 그레인지 학교의 실패 원인을 빈곤에서 찾는다. 부모는 책을 읽지 않고, 집에는 읽을 책도 없으며,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해 낮동안 반쯤 잠들어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받아들인 학교가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330만명의 영국 아이들 가운데 400만명이 빈곤상태에 처해 있고, 이들을 받아들인 결과 전체 학교의 40%는 영국의 교육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위기의 학교´(원제 The School Report)는 지난 20년 동안에 걸친 영국의 교육이 실제 학교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지를 추적한 중도좌파 일간지 ‘가디언’의 탐사보도 기사를 묶은 것이다. 지은이는 과도한 경쟁과 시장논리에 따른 영국의 교육개혁이 어떻게 표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립학교는 정부의 비호와 높은 등록금에 힘입어 나날이 발전하는 반면 공립학교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사교육비를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자녀의 장래가 결정되는 우리 사례와 다르지 않다. 런던대 교육연구대학원에서 박사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옮긴이는 영국의 실패사례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효율성 추구라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전체 고등학생의 절반이 있는 실업계 고교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재학생의 1.56%밖에 되지 않는 특수목적고 정책은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위기의 학교’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1만 3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모란의 아름다움 함께 나누고 싶어”

    “모란의 아름다움 함께 나누고 싶어”

    모란그림의 대가인 왕시우(65) 중국 뤄양(洛陽)박물관장이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서는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모란화가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5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다보성갤러리에서 60여점의 모란그림을 출품한 초대전을 갖는다. 왕 관장은 전시회 개막에 앞서 4일 모란그림 시연회를 갖고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고 싶다는 희망이 10년 만에 이루어져 기쁘다.”면서 “한국사람들과 모란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 관장과 한국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뤄양박물관은 국립부여박물관과 교류협력에 합의했고, 이듬해 국립중앙박물관과 부여박물관에서 ‘낙양문물특별전’이 열렸다. 당시 부여박물관장으로 재직하던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왕 관장이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초대전을 주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 이 약속이 10년 만에 다보성갤러리 대표인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후원으로 성사된 것이다. 중국에서 모란은 그 화려함으로 ‘꽃중의 왕’이라는 화왕(花王)으로 불린다. 왕 관장의 모란그림은 특히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리펑 전 총리가 소장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왕 관장은 “이번에 출품된 그림은 오늘날 나의 모란화풍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면서 “한국민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중국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겠다.”고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골각기’ 시대별 양상 한눈에

    ‘골각기’ 시대별 양상 한눈에

    골각기(骨角器)란 포유류, 조류, 어류의 뼈, 이빨, 뿔 등으로 만든 도구와 장신구를 총칭한다. 선사시대의 골각기는 생업활동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면서 석기와 함께 주요 생활 도구로 위상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금속기가 보급된 이후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골각기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생활 주변에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골각기는 석기나 토기, 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부산 복천박물관의 ‘또 하나의 도구-골각기’특별전은 골각기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으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복천박물관 개관 11주년을 기념하여 3일부터 일반에 공개된 골각기 특별전은 오는 11월4일까지 34일동안 열린다. 이번 특별회는 그동안의 발굴성과에 비하여 연구는 지지부진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전국의 주요 박물관이 적극 호응하여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우리나라 골각기의 전체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립박물관과 서울대와 충북대 등 대학박물관, 영남문화재연구원과 경남고고학연구소를 비롯한 발굴조사기관 등 국내 22개 박물관과 연구기관이 참여하여 380점 남짓한 중요 유물을 출품했다. 특별전은 ▲골각기의 출현 ▲생산도구 ▲일상생활 소도구 ▲무기와 장신구 ▲주술도구 ▲골각기의 제작과정 ▲골각기의 제작기술 ▲세계의 골각기 등 8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골각기가 출현하기 시작한 구석기시대 유물로는 뼈나 뿔의 끝을 뾰족하게 가공한 청원 두루봉과 단양 구낭굴의 첨두기가 선을 보인다. 신석기시대 것은 골촉이나 골창 같은 수렵구와 낚싯바늘과 작살 같은 어로구, 괭이와 낫 같은 농경구, 바늘과 칼 같은 가공구, 그리고 장신구와 의례구를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골각기 활용은 감소하는 청동기시대 이후에는 피리와 숟가락, 인물조각상, 장신구 등 가공 수준은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인수 복천박물관장은 “이번 전시회는 우리 역사 속에서 골각기가 차지하는 존재 이유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나아가 일반 시민들이 우리의 골각기 문화를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래읍성이 가까운 동래구 복천동에 있는 복천박물관은 삼한 및 삼국시대 부산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가야문화의 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복천동고분군을 발굴한 뜻깊은 자리에 1996년 세워진 고고학전문박물관.5만 6334㎡(1만 7041평)의 부지에 전시관과 야외전시관을 갖춘 지역 대표박물관의 하나이다.(051)554-4264.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가을 나들이 위한 전국 축제 안내

    가을 나들이 위한 전국 축제 안내

    가을이 오는 10월 이맘 때면 해마다 전국은 ‘축제의 장’이 된다. 나들이객들은 이때 전국 어느 곳으로 발길을 옮겨도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풍성히 접할 수 있다. 행사는 저마다 산과 강, 바다 등을 주제로 그 가치를 가지면서 가을의 풍성함을 함께 선물한다. 이달에 열리는 전국의 주요 축제 현황을 알아본다. 전국종합 지방자치부 ●경기·인천지역 명성산 억새꽃축제가 13∼28일 포천 산정호수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1번째다. 평강식물원의 들국화축제도 올해 처음으로 인근에서 열려 9만 8000㎡에 펼쳐진 가을 억새의 장관과 들국화의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10∼13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는 소래포구축제가 열려 250여 가게에서 김장용 젓갈을 시중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다. ·포천개성인삼축제 12∼14일 포천종합운동장 일원 ·파주교하갈대축제 15∼31일 교하읍 출판단지 갈대숲 ·유명산단풍축제 20∼21일 유명산 자연휴양림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축제 7일까지 안성시종합운동장 ·소요산단풍문화제 20∼21일 소요산, 동두천 시민회관 ·이천 쌀문화축제 25∼28일 설봉공원 ·강화새우젓축제 13∼15일 외포항 일대 ·삼랑성역사문화축제 13∼14일 강화 전등사 ●충남·북지역 53번째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11∼15일 충남 부여·공주에서 열린다. 그동안 두 지역에서 해마다 번갈아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부터 두 곳에서 동시 개최된다. 부여 구드래광장에서 백제토기굽기 재현 행사가 열리고 공주에서 백제문화 판타지가 펼쳐진다. 이 행사는 백제 옷을 입은 500여명이 백제 금동대향로 등의 조형물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다. 두 곳에는 백제시대 옷·유적·와당·토기 등을 입고 만들 수 있는 ‘백제향’이라는 이벤트가 열리고 공산성에서 수문병 교대식도 볼 수 있다. ·계룡 군(軍)문화축제 5∼7일 계룡대 ·흥타령 축제 7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대추사랑 속리축전 7일까지 보은읍 뱃뜰공원과 속리산 일대 ●광주, 전남·북지역 전남지역에서는 각종 남도축제가 이어진다. 순천에서는 남도 대표 음식이 한자리에 모이는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17∼22일 낙안읍성에서 열리고, 순천만에서는 20∼28일 갈대축제가 준비돼 관광객들이 자연생태공원을 즐길 수 있다. 전국체전이 열리는 8∼14일을 전후해 광주에서는 각종 연계 축제도 열린다. ·전주세계소리축제 6∼1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전주시 일원 ·세계 서예 전북비엔날레 6일∼11월4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북예술회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25∼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익산 서동축제 25∼31일 익산체육공원 ·김제 지평선축제 7일까지 벽골제 등 김제시 일원 ·고창 모양성제 18∼21일 고창읍성 등지 ·대한민국 농업박람회 24∼29일 나주 산포면 전남도농업기술원 ·신안 흑산 홍어축제 6∼7일 흑산도 예리항 일대 ·곡성 심청축제 4∼7일 섬진강 기차마을 ·장흥 천관산 억새제 6∼7일 도립공원 천관산 정상 ●강원·제주지역 강원 홍천인삼축제는 홍천의 5대 명품이며 6년근 인삼의 주 생산지임을 알리려는 행사다.7일까지 홍천읍 상오안리 강원인삼농협 광장에서 열린다.4일 개막식 전에 인삼왕 선발대회가 열리고 삼 캐기, 인삼주 담그기 등 인삼 관련 체험행사가 준비된다. ·태봉제 4∼6일 철원군 공설운동장 등지 ·양록제 및 지상군 페스티벌 4∼7일 양구종합운동장 ·소양강 문화제 5∼7일 춘천 의암공원과 종합운동장 일대 ·오대산 불교문화제전 5일 평창 월정사 대법륜전 ·대한민국 시인대회 6∼7일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김삿갓유적지 ·설악문화제 11∼14일 속초시 청초호 일대 ·정선아리랑제 11∼14일 정선군 공설운동장·아라리촌·5일장터 ·안흥찐빵축제 12∼14일 횡성군 안흥면 일대 ·횡성한우축제 18∼22일 횡성 섬강 둔치 ·김유정 소설과 만나는 삶의 체험 27일 춘천 신동면 증리 김유정 문학촌 일대 ·서귀포칠십리축제 12∼14일 사흘간 천지연 광장 일대 ●대구·경북지역 경산시 갓바위축제는 5∼6일 와촌면 갓바위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8회째다. 전국 유일의 소원을 비는 축제로 입시철에 많이 찾는다. 행사 첫날 오전 10시 참가자들이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에 등, 향, 차, 꽃 등을 공양하는 다례 봉행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둘째날에는 갓바위 기도장과 주차장에서 소원기원 법회와 갓바위 산사음악회, 품바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7일까지 안동 탈춤축제장 ·영천한약축제 6일까지 영천시 일원 ·대가야문화체험한마당 13∼14일,27∼28일 고령읍 대가야박물관 ·문경산악체전 20∼21일 문경새재 일원 ●부산·울산·경남지역 울산의 대표적 종합축제인 ‘처용문화제’가 4∼7일 남구 달동 문화공원·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41회째다. 남구 황성동 처용암에서 제례·처용무 시연·제례악 연주 행사가 이어진다.6일에는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18개국 31개팀이 참가하는 월드뮤직 페스티벌도 진행된다. ·부산 국제영화제 4∼12일 해운대·남포동 일대 ·부산 자갈치축제 10∼14일 중구 남포동 일대 ·울산 산업문화축제 19∼21일 남구 옥동 울산체육공원 ·영남알프스 억새축제 6∼7일 울주 삼남면 신불산 일대 ·봉계 한우불고기 축제 19∼21일 울주 두동면 봉계리 불고기단지 일대 ·외고산 옹기축제 11∼14일 울주 온양읍 외고산 마을 ·한국민속예술축제 5∼6일 사천시 삼천포대교 공원 일대
  • “법식 갖춘 괘불 보셨나요”

    “법식 갖춘 괘불 보셨나요”

    괘불(掛佛)이란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고자 절의 큰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그림을 말한다. 보통 높이가 10m가 넘는 크기여서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따른 훼손 위험도 적지 않아 걸기를 꺼리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박물관이 아닌 법당 앞뜰에 법식을 제대로 갖추어 걸린 괘불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땅끝마을이 가까운 전남 해남의 미황사가 해마다 한 차례씩 여는 괘불재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미황사 괘불재는 해남지역 주민들이 정성들여 농사지은 것을 부처님에게 공양하고 다음해 풍년을 비는 자리지만, 전통문화 애호가들에게는 괘불의 본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보물 제1342호로 지정된 미황사 괘불은 조선 영조 3년(1727년)에 그려진 것으로 밝은 녹두색과 분홍색·황토색이 조화를 이루어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이 1170㎝에 너비가 486㎝에 이르는 대작이다. 지역축제로 발돋움한 미황사의 ‘괘불재 그리고 작은음악회’는 올해로 여덟번째. 올해는 오는 27일 열린다. 절 아랫마을 사람 20명이 오후 1시부터 대웅전에 있는 괘불을 앞마당으로 옮기면, 만물공양(萬物供養)과 하늘·땅·사람에게 소원을 비는 통천(通天), 법문, 축하공연에 이어 2시50분 괘불을 큰법당으로 다시 모신다. 두레상 한솥밥 나누기는 오후 3시, 작은음악회는 오후 6시에 펼쳐진다. 미황사에서는 이날 밤 템플스테이도 가능하다.(061)533-3521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8) 예산 향천사 멸운대사 부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8) 예산 향천사 멸운대사 부도

    서양의 묘지에서는 주인공의 얼굴을 새겨놓은 무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네프스키수도원 묘지를 찾았을 때도 문호 도스토옙스키와 작곡가 차이콥스키·무소르그스키·글린카의 무덤에 예외없이 흉상이 세워져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지에 있는 모차르트의 기념물에는 얼굴 옆모습이 돋을새김되어 있고, 브람스 무덤에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그의 모습을 조각해 놓았습니다. 물론 같은 묘지에 묻힌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무덤처럼 하프나 음악의 요정같은 상징적인 장식만 되어있는 것도 있었지요. 우리나라에는 무덤에 주인의 얼굴을 새겨놓는 전통은 없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큰스님의 사리를 모신 부도를 일종의 무덤으로 볼 수 있다면, 충남 예산 향천사(香泉寺)에 있는 멸운대사 부도는 유일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예산(禮山)은 백제시대에는 오산(烏山)으로 불렸습니다. 이 오래된 땅이름의 흔적은 지금도 예산의 안산인 금오산(金烏山)에 남아있지요. 향천사는 이 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백제 의자왕 16년(656년) 의각대사가 세웠다고 창건 설화는 전합니다. 의각 스님은 당나라에 유학한 뒤 불상을 모시고 돌아와 석달동안이나 절 지을 자리를 찾아다녔다고 하지요. 어느날 금빛 까마귀(金烏) 한 쌍이 날아가는 곳을 따라갔더니 향기로운 샘물(香泉)이 있어, 절을 짓고 산 이름을 금오산이라고 붙였다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예산과 금오산, 향천사가 서로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읍내에서 걸어서 오를 수 있을 만큼 가깝고, 풍광도 뛰어난 향천사와 금오산은 주민들의 가장 훌륭한 휴식처이자 등산코스가 되고 있지요. 향천사에는 두 기의 옛 부도가 있습니다. 부도밭은 절에서 개울 건너 100m쯤 떨어진 언덕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전형적인 조선시대 부도가 멸운대사 것입니다. 몸통의 정면에 ‘멸운당대사 혜희의 탑(滅雲堂大師惠希之塔)’이라고 새겨놓았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면 팔각 지붕돌의 정면으로 내민 추녀마루 끝에 작은 인물상이 하나 조각되어 있습니다. 사실성이 느껴지는 얼굴 모습은 왕방울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코가 커지는 바람에 다소 희화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장난스럽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고승다운 품격에 연륜이 더해져 너그러운 인상을 풍기지요. 향천사에는, 멸운대사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군을 조직하여 금산전투에 참여했고, 전란이 끝난 뒤에는 불타버린 절을 중창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합니다. 하지만 멸운대사 부도에는 숙종 34년(1708년)에 해당하는 강희 4년에 세웠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습니다. 임진왜란(1592∼1598)과는 100년 이상의 시차가 있지요. 지금은 수덕사가 보관하고 있는 향천사 동종에 숙종 28년(1702년)에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멸운대사가 주석하며 대대적으로 절을 중건한 시기는 숙종대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높이 102.6㎝의 향천사 동종은 일제에 공출되어 예산역까지 실려갔다가 광복을 맞아 극적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멸운대사탑은 새로운 부도의 양식을 창조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후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멸운대사탑에서 보듯 초상을 새겨놓고보니 ‘깨달은 자의 신성함’보다는 ‘인간의 모습’이 오히려 강조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dcsuh@seoul.co.kr
  • ‘장면 가옥’ 문화재 등록

    문화재청은 장면(1899∼1966) 전 총리가 1937년에 지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장면 가옥’을 1일 문화재로 등록했다. 한식과 일식, 서양식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외관을 보이는 이 집은 안채와 사랑채는 물론 수행원실과 경호원실도 원형대로 남아 있다. 이 집은 장면 전 총리가 5·16 군사쿠데타로 정치에서 물러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택연금을 당한 광복 이후 정치의 중심지로,1930년대 주거양식을 보여주는 드문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책의 날’ 문화훈장에 장평순씨

    오는 11일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제정한 제21회 ‘책의 날’이다. 정부는 이날을 기념하여 교육출판문화 발전에 힘쓴 장평순(56) 교원 회장에게 옥관문화훈장을 수여한다.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이건복(54) 동녘 대표에게는 대통령 표창, 김태진 다섯수레·강병선 문학동네·김형성 시아출판사 대표와 김기태 세명대 교수에게는 국무총리 표창을 준다. 금창연 동원대학 교수와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류희남 물병자리 대표 등 20명은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상식을 겸한 올해 ‘책의 날’ 기념식은 5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명대사 호신불 100년만에 ‘햇빛’

    사명대사 호신불 100년만에 ‘햇빛’

    경북 포항시의 한 사찰이 소장하고 있던 금동여래좌상이 조선시대 사명대사가 호신불로 모셨던 불상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 “경북 포항 대성사에 있는 금동여래좌상이 정밀조사 결과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대사의 원불(願佛)로 확인됐다.”면서 이달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불상은 금강산 건봉사 낙산암에 소장돼 있다 1900년대 초에 사라진 뒤 1913년 조선총독부가 촬영한 유리 원판 사진으로만 전해져 왔다. 그러다 문화재청과 불교 조계종이 지난해부터 함께 벌이고 있는 불교문화재 조사작업 과정에서 100여년 만에 발견됐으며, 지난 4월 포항시가 국가지정문화재 신청을 한 바 있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 조계종 대성사가 소장해온 이 금동여래좌상은 높이 9.4㎝ 규모로 60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거의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상 내부에서 사명대사의 친필 원장도 국내 최초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이 불상과 원장이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보고 이달 안으로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 대학 출판부 ‘말랑말랑’ 변신

    대학 출판부 ‘말랑말랑’ 변신

    성균관대학교 출판부는 새달 초 새로운 독립 브랜드를 출범시킨다. 앞서 지난 5월부터 학생, 교수, 직원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공모했다. 여기서 선정된 3편의 브랜드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알아보는 인터넷 설문조사도 거쳤다. 성균관대 출판부는 공모에 앞서 ‘일반 대중교양서 발간에 적합한 브랜드여야 한다.’고 성격을 제시했다. 전문 학술 서적과 교재 발간에 머물지 않고 일반독자를 겨냥한 상업출판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딱딱한 학술분야 벗어나 경희대 출판국은 올해 들어 ‘룩스 문디’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고 이 대학 출신 한의사 신광호의 ‘CQ를 알면 자녀교육이 즐겁다’를 펴냈다. 경희대의 강점인 한의학을 응용한 자녀교육 지침서이다. 기존의 ‘경희대학교 출판국’이라는 브랜드라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였을 것이다. 건국대 출판부는 지난해 ‘쿠북’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에 대한 6가지 이야기’와 ‘유럽 애니메이션 대표작가 24인’ 등을 펴냈다. 조만간 ‘한국 애니메이션 결정적 순간들’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쿠북’은 최근 이범직 사학과 명예교수가 에세이풍으로 쓴 ‘이상과 열정, 조선역사’를 출간했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집중 투구하고, 학술 분야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풀어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남대 출판부는 지역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공모를 거쳐 선정한 ‘知&智’를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킨 뒤 감각적인 표지디자인과 세련된 편집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듯 딱딱한 학술서적의 대명사였던 대학 출판부가 변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콘텐츠에 새로운 브랜드로 포장하면서 상업출판사와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 출판부의 김종우 마케팅담당은 “대학 출판부에 독립채산제가 도입된 상황에서는 외부 출판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브랜드 네이밍은 불가피한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출판부는 2002년 기획과 마케팅, 편집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한 뒤 일반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학은 문학 분야에만 ‘글빛’이라는 브랜드를 붙인다. 김미현의 ‘연애소설’과 조윤경이 엮은 ‘스물한 편의 연애 편지’, 정끝별의 ‘사랑아, 나를 몰아 어디로 가느냐’, 정순희가 엮은 ‘연애의 기술’ 등 감성에 호소하는 사랑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일반 출판사와 경쟁체제 갖춰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는 2004년 대학 출판부로는 처음으로 ‘지식의 날개’라는 종합 브랜드를 도입했다. 그동안 ‘비즈니스 리더와 성공-최고는 무엇이 다른가’를 비롯한 30여종의 실용교양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을 냈다.2006년에는 ‘에피스테메’라는 브랜드로 ‘지식의 날개’보다는 수준 높은 콘텐츠를 아우르고 있다. 방송대 출판부 김정규 기획팀장은 “브랜드의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대학 출판부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기획력이 생기고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등 일반 출판사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60년대 이후 재고가 30만권에 이른다는 서울대 출판부도 최근 노년기 건강 및 여가 관리법을 다룬 ‘제3기 인생 길라잡이 시리즈’로 실용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출판부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함께 기획한 이 시리즈는 앞으로 20권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단독] 광화문 복원공사 도편수 자리, 형님뻘 전흥수 대목장 물러서

    [단독] 광화문 복원공사 도편수 자리, 형님뻘 전흥수 대목장 물러서

    처음엔 ‘필생의 역작’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별렀다. 광화문 복원을 총지휘할 도편수를 맏형인 내가 아니면 누가 맡겠느냐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아우를 만나자 감정은 눈녹듯 사라지고 입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왔다.“그래도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양보를 해야지….”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 자리를 놓고 벌이던 전통건축 분야 양대 산맥의 한판승부가 뜻밖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형님뻘인 전흥수(70) 대목장이 신응수(66) 대목장에게 도편수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신응수 대목장 “다음엔 내가 양보” 전 대목장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일 신 대목장을 만나 “우리끼리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아니냐.”면서 물러서겠다는 뜻을 알렸다. 신 대목장은 전 대목장의 어려운 결정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다음에 중요한 문화재 복원공사가 있을 때는 자신이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당초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 자리는 신 대목장보다는 전 대목장에게 더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신 대목장은 1991년 이후 도편수로 경복궁 복원에 참여한 ‘기득권’을 무시할 수 없지만 광화문 만큼은 결정적으로 신 대목장이 적을 두고 있는 업체가 복원공사를 따냈기 때문이다. 전 대목장의 양보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대목장은 27일 양보한 이유를 묻자 “우리는 그동안에도 그렇게 (양보하며) 살았다.”면서 “하지만 막상 양보하고 나니 앞으로 광화문 같은 큰 일이 또 있을까 싶어 며칠동안은 섭섭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껄껄 웃었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이 서로 싸우니 점수를 매겨 대목장을 뽑아야 한다느니, 한 사람은 도편수를 맡고 한 사람은 부편수를 맡으면 되는 것 아니냐느니 하는 불편한 얘기가 나도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면서 “나라도 좋은 생각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양보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전통건축 분야의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는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전 대목장과 궁궐건축의 대부로 꼽히는 신 대목장, 막내뻘인 최기영(63) 대목장 등 모두 3명이다. 충남 부여의 백제문화역사재현단지 조성을 맡고 있는 최 대목장은 광화문 도편수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전 대목장은 “성재(신 대목장의 호)하고는 가능한 한 빨리 문화재청을 비롯해 걱정해주신 분들을 찾아가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대목장 “아우라면 제대로 해낼 것” 추석 연휴를 보내며 아쉬움을 털었다는 전 대목장은 “그 사람(신 대목장)이라면 광화문 복원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면서 “다만 가장 좋은 자재를 대고 훌륭한 일꾼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칭찬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서 정부나 국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날 “광화문 복원공사 감리단에서 신 대목장을 도편수로 추천한다는 공문서를 보내왔다.”면서 “심의를 거치기는 하겠지만 자격이 충분한 분이므로 신 대목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아도 좋다.”고 밝혔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7) 계림로 14호분 출토 황금장식 보검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7) 계림로 14호분 출토 황금장식 보검

    1973년 6월, 경북 경주의 대릉원 옆으로 계림로를 개설하는 공사를 하다가 6세기 신라 고분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배수로를 파면서 우연히 무덤으로 보이는 돌무지가 삽에 걸리는 바람에 발굴이 이루어졌지요. ‘계림로 14호분’으로 이름 붙여진 이 무덤은 길이 3.5m에 너비 1.2m로 대릉원 일대에 있는 고분으로는 크기가 작았지만 왕릉에 버금갈 만큼 화려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봉분이 흔적도 없이 깎여나간 위에 민가가 지어져 있었기에 오랜 세월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무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출토품은 피장자의 허리춤에서 나온 황금 장식 보검이었습니다. 길이가 36㎝에 이르는 이 보검은 황금으로 장식하고 군데군데 홍마노를 깎아 넣어서 격조 높은 색조의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당시 보검의 출현에 학계는 긴장했습니다. 너무나도 이국적인 정취를 풍겼기 때문이지요. 보검을 자세히 보면 테두리와 내부가 수많은 금 알갱이로 장식되어 있는데, 바로 그리스 로마 양식인 누금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보검이 외래 문물의 영향을 받아 신라에서 제작된 것인지, 수입품인지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요즘은 외국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2001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신라황금’특별전에 출품되었을 때도, 아예 ‘외래품(Imported Goods)’ 코너에 진열되었으니까요. 신라는 서역과 문물교류가 매우 활발했던 만큼 계림로 14호분 자체가 외국인의 무덤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모양의 보검은 해외에도 유례가 드문데, 카자흐스탄의 보로로에 지역에서 출토된 칼과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주에 있는 키질 제69굴의 벽화에 그려진 무사의 칼이 가장 비슷합니다. 모두 실크로드의 중간기착지라고 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 이 보검의 제작지를 로마 세계와 직접 연결시킨 사람은 일본학자 요시미즈 쓰네오(由水常雄)입니다. 그는 2001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2002년 국내에서도 번역된 ‘로마 문화 왕국, 신라’에서 일찍부터 그리스·로마 문화를 받아들인 다뉴브강 남부 트라키아 지방의 켈트족이 이 보검을 만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요시미즈는 켈트 지배자의 사신이 직접 신라로 가져왔거나 신라의 사절이 그곳에서 하사받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크로드 상인이 신라의 고위층에게 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 정도의 최상급 의례용 보검이라면 상거래 대상은 아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트라키아는 375년부터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촉발한 훈족, 즉 흉노의 근거지입니다. 유럽을 100년 동안이나 공포로 몰아넣은 아틸라의 본거지이지요. 게다가 장식 보검은 아틸라가 유럽을 제패한 시기, 로마와 이집트, 서아시아에서 유행한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신라·서역교류사’를 쓴 정수일 교수는 4∼6세기 신라와 로마 사이에 이렇듯 상상을 초월한 만남이 있었던 것은 흉노 등 실크로드로 서역과 교류하던 유목민족 국가가 통로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합니다. 그 결정적인 증거가 바로 로마 세계에서 만들어졌지만 신라의 수도 경주에 묻힌 황금 장식 보검이라는 것입니다. dcsuh@seoul.co.kr
  • 호남 대유학자의 선비정신 재조명

    호남 대유학자의 선비정신 재조명

    하서 김인후(1510∼1560)는 조선 성리학이 한창 무르익는 16세기의 대표적인 유학자이다.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큰 선비로 문묘에 배향된 동국18현(東國十八賢) 가운데 유일한 호남 사람이기도 하다. 국립광주박물관은 그를 재조명하는 ‘하서 김인후와 필암서원’ 특별전을 11월11일까지 연다. 대학자의 선비적 기상을 오늘에 되살려 호남 선비정신의 맥을 살펴보고 자긍심도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나아가 전남 장성 출신인 하서를 주인공으로 삼은 특별전에서는 지역의 문화자원에 초점을 맞추어 전국 어디를 가나 국립박물관은 비슷비슷하다는 관람객들의 불만에서 벗어나겠다는 광주박물관 나름의 의지도 읽혀진다. 하서는 성리학의 최대 화두인 이(理)와 기(氣)에 관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태극에 관한 이론에도 깊어 천명도(天命圖)를 완성한 도학자였다. 그런가 하면 ‘수운당’ 등 자연과 우정, 의리, 효 등을 담은 1500수 남짓한 시를 남기기도 했다. 특별전은 ▲김인후의 가계와 출사 ▲인종과의 만남 ▲조선성리학과 하서 ▲선비정신과 시세계 ▲하서와 필암서원 ▲하서의 문묘배향 ▲하서와 호남유학이라는 7개의 주제로 짜여졌다. 2001년 울산 김씨 문정공 대종중에서 광주박물관에 기증한 31점의 유물을 중심으로 보물로 지정된 장성 필암서원 소장 유물 70여점도 선을 보인다. 하서의 위패를 모신 필암서원은 1590년 장성읍 기산리에 처음 세워진 뒤 두 차례 이건되어 1672년 현재의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에 자리잡은 호남유학의 산실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막중국/ 폴리테이아 펴냄

    봄철만 되면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 원인을 퇴치하겠다며 적지 않은 한국 기업과 단체가 황사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으로 달려가 나무를 심는다. 지리학자인 이강원 전북대 교수는 그러나 사막화는 사막을 녹지로 바꾸고 초지를 경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인 만큼 그 과정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한다. 지하수위가 낮거나 강수량이 확보되지 않는 곳에 나무를 심으면 관정을 파거나 하천수를 끌어들여야 하는 만큼 지하수위를 더욱 하강시켜 오히려 사막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막중국’(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중국연구총서 9, 폴리테이아 펴냄)에서 “사막화 현상은 순수한 자연적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토지이용의 변화와 맞물려 있으며, 토지이용의 변화는 다시 사회변동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사막화 현상 또한 사회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북방 건조지역 개발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시도되었다. 그 가운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의 시도가 가장 규모가 컸고 지속적이었다. 쑨원(孫文)이 1965년 ‘건국방략(建國方略)’에서 표방했을 만큼 북방 건조지역에 대한 이주와 개간 정책이 당시 중국에서는 일종의 숙원사업이자 시대정신이었다는 것이다. 1958년 시작된 대약진운동은 ‘자연개조’의 차원에서 북방으로 인구이동과 대규모 개간을 촉진시켰다.1966년 문화대혁명은 또다시 건조지역에 외지인구를 유입시켰고 초원과 사막의 개간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시행되면서 북방 건조지역 농민들이 개인적으로 토지확대와 가축의 수 불리기에 몰두하면서 사막화는 더욱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사막화 현상의 원인이 바로 사막을 옥토로 바꾸겠다는 시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은 사막화 지역의 주민을 이주시키고 경지와 지하수 관정을 폐쇄하는 등 지극히 인간적인 정성을 다하는 것뿐”이라면서 “이후 사막을 없애거나 황사를 소멸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장구한 자연적 치유과정의 몫”이라고 말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표준전쟁/ 톰 맥니콜 지음

    초고화질의 차세대 DVD 시장을 잡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소니·필립스·에이서가 채택하고 있는 블루레이 방식과 인텔·도시바·마이크로소프트·NEC가 채택하고 있는 HD-DVD 방식 사이에 기술표준을 놓고 사활을 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 공급사도 월트디즈니와 20세기폭스는 블루레이 방식,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는 HD-DVD 방식으로 갈려 있는 상황이다. 앞서 1970년대 초반 일본 전자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소니와 마쓰시타가 VTR의 기술표준을 놓고 벌였던 대결은 이미 표준경쟁의 고전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VTR를 개발한 두 회사는 당시 소니가 베타 방식, 마쓰시타는 VHS방식을 채택하면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화면의 선명도나 용량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베타방식이 한 수 위였다지만, 결과는 VHS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표준전쟁’(톰 맥니콜 지음, 박병철 옮김, 알마 펴냄)은 DVD는 물론 VTR보다도 훨씬 앞선 역사상 첫 번째의 기술 표준 경쟁을 다루었다. 주인공은 바로 전기. 교류(AC)와 직류(DC)를 들고 웨스팅하우스와 에디슨이 벌였던, 어떤 전쟁보다도 비열하고 야만적이었다는 전쟁의 전말이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이 전쟁은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전세계 인류의 생활 패턴이 좌우될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훗날 다른 표준 전쟁의 교범이었다.”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1881년 백열전구를 발명하고는 직류로 세계를 평정하는 원대한 사업을 그리고 있었다. 반면 에디슨 밑에서 잠시 일했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를 연구하고 있었다. 발명가이자 거물 사업가인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큰 돈이 될 것 같은 교류의 가능성에 흥미를 느껴 테슬러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가 뛰어들 무렵 에디슨은 이미 직류로 전기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었다. 에디슨의 특허에 발이 묶여 있던 웨스팅하우스는 유럽에서 출발한 새로운 기술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것이 바로 교류였다. 웨스팅하우스의 도전에 에디슨은 “내가 장담하건대 웨스팅하우스가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교류전기공급 시스템을 가동한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6개월 이내에 인명사고가 날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의 전기배선을 수리하던 전공이 전기충격으로 죽어 있는 모습의 사진을 담은 인쇄물을 일반인들에게 뿌리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에디슨 진영의 지원을 받은 헤럴드 브라운은 44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송아지, 말 한 마리를 전기충격으로 죽이는 실험을 하며 직류보다 교류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1889년 1월1일 뉴욕주가 교수형에서 전기의자로 바꾸도록 사형집행법을 개정한 것도 ‘웨스팅하우스의 교류발전기는 사람을 죽이는 도구’라는 것을 알리겠다는 전략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직류의 가장 큰 단점은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기를 공급할 때 막대한 전력이 손실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교류는 고전압으로 쉽게 승압할 수 있어 굵은 전선을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먼곳까지 ‘배달’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시장의 대세는 교류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는데,1895년 나이애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달아 3.5㎞ 떨어진 버팔로는 물론 720㎞ 떨어진 뉴욕에까지 풍부한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은이는 “직류는 19세기 전기전쟁에서 교류에 패했지만 지난 100년 동안 교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휴대용 전기장치, 예를 들어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은 예외없이 직류로 작동되고 있다. 전기의 표준전쟁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현재진형형이라는 것이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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