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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을 지탱하는건 여성의 힘”/고려대 북한학연구소 박현선교수 北 가족문제 첫 본격연구서 펴내

    북한 체제가 경제난과 핵문제에 따른 국제적 고립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박현선(朴炫宣·사진·40)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뜻밖에 “북한을 지켜준 것은 여성의 힘”이라고 말한다.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낙후한 경제를 가정이 뒷받침하고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북한 가족을 다룬 최초의 본격 연구서 ‘현대 북한사회와 가족’(한울 아카데미)을 펴내 주목받는 그를 만났다. 박 교수는 “북한은 경제난으로 임금지급과 복지제도 등 분배시스템이 거의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으면서도,무력지배는 더욱 강화되어 갔다.”면서 “그럼에도 조직적인 저항과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극도의 사회적 긴장을 가족이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가족의 가족성원에 대한 부양의무를 강화함으로써 가족부양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가족에게 전가시킨 케이스”라면서 “그 결과 북한가족들은 기본생계까지 위협받는 절대빈곤의 상태에서도 전략적 대응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가장 보편적인 ‘전략적 대응’은 곧 비사회주의적 경제활동,쉽게 말해 장사를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인데,그 핵심적 주체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족단위의 생계보장을 강조하여 가족주의를 강화한 결과,여성들은 가사노동과 가족경제의 책임이라는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면서 “사회주의 사회에서 가부장적 가족의 특성이 강화되고,이로써 사회주의 북한이 건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탈북한 52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족생계 책임자’로 남편을 든 사람은 5명에 불과한 반면 부인이라는 사람은 30명이나 됐다.여성이 생활비와 식량을 마련하는 가족경제의 실질적인 책임자라는 것이다. 그의 연구는 사회주의 북한의 가족문제를 정치학적 측면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경제적인 제도통합은 정치적 합의를 통하여 단시간에 이룰 수 있지만,사회·문화적 통합은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이 연구가 생소할수 있는 북한가족의 모습을 알려주어 남북한 가족의 통합에 한 몫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이종원 기자 jongwon@
  • 광대의 삶 다룬 오페라 ‘팔리아치’/ 유랑극단처럼 야외 천막공연

    오페라 ‘팔리아치’가 국내 최초의 본격 천막극장 오페라로 탈바꿈한다.광대들의 삶을 다룬 오페라답게 야외무대에 천막을 치고 진짜 유랑극단처럼 공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6월26∼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첫번째 천막공연을 갖는다.이어 7월엔 분당 중앙공원,8월엔 일산 호수공원을 찾아간다. ‘팔리아치’는 천막극장 공연에 앞서 ‘2003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진다.본격적인 순회공연에 앞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금요일 오후 7시30분,토·일요일 오후 3시·7시30분. 레온카발로(1858∼1919)의 ‘팔리아치’는 떠돌이 광대가 무대위에서 극과 현실의 혼돈속에 아내와 애인을 찔러 죽인다는 내용을 담은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연출자 장수동은 1980년대 재개발이 한창인 서부역 공터를 배경으로 변용시켰다.2막의 극중극도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했다.1997년 ‘서울 라보엠’에 이은 ‘우리 얼굴을 한 오페라’의 두 번째 시도이다. 공연에는 최소한의 인원이 참여한다.박명기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35명 안팎이고,합창단은 더욱 적다.그러나 초대형 오페라가 유례가 없을 만큼 양산되고 있는 올 상반기 우리 음악계에서 이 작품이 가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제작진도 “‘중복 오페라’와 ‘수입 오페라’‘이벤트 오페라’ 등 기형적인 대형 오페라에 맞서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토종 오페라’로서 한국 오페라의 참 의미를 모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신예들이 대거 나선다.마리오 델 모나코 콩쿠르에서 우승한 테너 김경여와 로마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는 테너 신선섭,볼쇼이극장에서 ‘팔리아치’의 여주인공으로 주목받은 소프라노 이은경,움베르토 조르다노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장철 등이 그들이다. 절정의 테너 정학수와 프리마돈나로 입지를 굳힌 소프라노 이지은,로시니 국립음악원 출신의 소프라노 조은도 주역으로 나선다.바리톤 강종영·이규석·안균하,테너 차문수·송원석은 이번 공연을 위하여 광대훈련을 받았다. 마임과 피에로 연기와 아크로바틱,저글링 등 서커스의 묘기가 실제로 극중극과 막간극으로 펼쳐진다.극단 사다리단원들이 특별출연한다.(02)741-7389. 서동철기자 dcsuh@
  • 조직안정화 ‘불가피한 선택’/ 이건무 중앙박물관장 인선 안팎

    새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이건무(사진)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임명한 것은 순리에 따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1973년 이후 30년 동안 박물관직의 외길을 걸어온 이 신임 관장은 2005년 개관할 용산 박물관의 전시계획을 총괄해왔다.이 관장도 31일 임명 사실이 발표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박물관 건립을 차질없이 이루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의 임명은 한편으로는 지난 2월 개방형 1급 관장 공모에서부터 불거진 이른바 ‘박물관 파동’을 진정시키고 박물관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3월 들어 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된 뒤 내정설에 시달리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사퇴했고,이후에도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내정설과 제3의 후보 부상설 등이 떠돌면서 박물관 직원들은 일손을 잡지못했다. 이 관장은 이날 “다른 세 분의 지원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것 같아 죄송스럽다.”면서 “임명 사실을 전해들은 뒤 유일하게 전화통화가 된 김홍남 교수에게는 많은 도움을 요청했고,그 분도 언제나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장의 임명은 박물관 직원들에게는 ‘스스로의 개혁’을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이 관장도 “외부에서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고,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연공서열식으로 진급하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관장은 “임명을 통보받고는 기쁘기보다 고민이 먼저 됐다.”고 털어놓은 데서 알 수 있듯이,당장 박물관 개관 준비에 나서야 한다.그는 “지금 박물관의 시대적이고 세계적인 추세는 문화교육”이라면서 “문화교육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중요성과 존재를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관장은 “박물관의 전시가 재미없다는 불평도 있다.”는 지적에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박물관이 개관되면 우리 문화의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게 고쳐나갈 것이며,어린이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 박물관건설은 서울에서 경부선을 탔다고 가정하면 대구를 이미 지난 셈이므로 계획 변경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불상 등 대형 유물을 내년 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새달 불가·유가식 계룡산산신제...민속신앙 전통 되살린다

    계룡산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한국 민속신앙의 성지이다.그 계룡산 일원에서 새달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2003 계룡산 산신제’가 열린다.불가식 및 유가식 산신제,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무(巫)식 산신제 등 우리 산악신앙을 한데 아우르는 종합 산신제다.이처럼 다종교 산신제가 된 것은 역대 왕조가 이념은 달리 해도,계룡산을 한결같이 영험하고,신령스럽게 여긴 데 따른 것이다. 산신을 모시는 신앙은 유사 이전부터 한민족에 면면히 계승되어 왔다.고대에는 무(巫)의 의례로 치러졌다.고려시대에도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통의 큰 줄기를 지켰다.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하는 조선왕조에서도 묘향산과 계룡산,지리산에 각각 북악단과 중악단,남악단을 세워 국가 차원에서 산신에 제사를 지냈다.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중악단은 삼악(三岳)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제사용 건물(祠宇)이다. 조선왕조의 패망과 함께 잊혀진 계룡산 산신제가 다시 햇빛을 본 것은 지난 98년.이후 해마다 음력 3월16일(올해는 양력 4월17일) 산신대제가 시작된다.갑사·동학사에 버금가는 계룡산의 큰 절 신원사는 그동안에도 이날에 맞춰 법식을 갖춘 산신대제의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올해도 4월17일 오전 10시 중악단에서 불가식으로 산신제를 먼저 봉행하면 18일에는 산과 강에 제사지내는 유가식 산천(山川)제가 벌어진다.유가식 산신제는 오전 6시 ‘세종실록’에 나온 대로 복원한다.이어 오전 11시 금강의 수신(水神)에 제사지내는 수신제는 공주시 웅진동 고마나루 강변에 있는 웅진단 자리에서 펼쳐진다. 무식 산신제는 19일 오후 1시부터 열린다.계룡면 양화리는 토착신앙이 뿌리깊게 전승되고 있는 고장.충청도의 법도있는 굿판을 이어가는 법사와 보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마을 산신제는 주민의 소원뿐 아니라 지역의 화합,나아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경건하게 베풀어진다. 이번 산신제는 단순한 산신제가 아니라 마을 주민 및 멀리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축제로 펼쳐진다.공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놀이패 풍장이 매일 풍물놀이를 펼치고,몸짓배우 이두성도 매일 어릿광대 마임으로 어린이 관람객을 반긴다. 특히 18∼20일에는 일본의 인형극단 PUK가 인형극,19∼20일에는 중국 무속인들이 만족(滿族)의 굿을 선보인다.19∼20일에는 극단 고마나루가 강강술래,19일에는 전통민속문화보존회가 작두굿을 펼치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계룡산 산신제 보존회는 “다종교 공존의 특성을 지녔던 우리 민족은 여러 종교가 별다른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해 왔다.”면서 “대표적인 전통종교인 무·불·유가 한데 어울리는 계룡산 산신제는 우리가 종교적으로 얼마나 조화로웠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041)855-4933. 서동철기자 dcsuh@ ◆산신제보존회장 구중회교수 “산은 국토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자,먹을 것과 땔나무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었습니다.사람들이 산에 소원을 빌었던 것은,산이 그 간절한 뜻을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계룡산산신제를 주관하는 산신제보존회 구중회(사진·공주대 국어교육과 교수)회장은 “요즘의 자연보호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지만,선인들에게산과 강은 존경을 넘어 경배의 대상이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산신제보존회는 지난 97년 심우성 공주민속극박물관장 등이 중심이 되어 창립된 뒤 98년부터 조선 고종시대 이후 100여년만에 국행제의(國行祭儀)로 산신제를 재현하고 있다. 구 교수는 “중악단이 있는 계룡산은 토착신앙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제사를 지낸 마지막 보루”라면서 “영산 계룡산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룡산산신제를 재현하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당초 대전지역에서 보존회를 꾸려가려 했지만,일부 기독교단체가 반대하여 공주지역으로 중심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행사를 거듭하다 보니 산신제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그 만큼 산신제가 미신이라는 인식도 많이 완화되고 있다.”고 다행스러워했다. 산신제보존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기는 하지만,구 교수는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한다.해마다 주민들이 주변 무속인들을 대상으로 산신제의 주무법사를 뽑도록한 것도 그렇다. 그는 “산신제는 장기적으로 주민들 스스로 기틀을 잡아,꾸려가야 할 것”이라면서 “같은 차원에서 올해 산신제 부대행사도 줄타기와 예절교육 등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오늘날 산신제를 여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토를 숭앙하던 선인들의 지혜를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 행사를 잘 발전시켜 산을 주제로 한 멋있는 축제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서동철기자
  • 동양화가 이억영씨 풍속화 187점 기증

    동양화가 이억영(李億榮 80)씨가 풍속화 187점을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기증한 작품은 ‘농악’‘탈춤’‘소싸움’에서 ‘배꼽티’‘힙합바지’‘붉은악마’까지 이 화백이 직접 보거나,경험한 것을 시대순으로 담고 있다.‘한강’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알려진 이 화백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주로 그리면서 틈틈이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를 화폭에 담아왔다. 민속박물관은 이를 기념하여 ‘풍속화로 재현한 20세기 생활문화-이억영 화백 기증전’을 4월1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서동철기자 dcsuh@
  • 이창동장관 왕따 당하나..새 중앙박물관장 추천 불구 청와대 제3후보설 모락모락

    지난 19일 지건길 전 관장이 물러난 뒤 일주일이 넘도록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박물관 안팎에서는 “새로운 후보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제3의 인물’설에 무게를 싣는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새롭게 대두된 인사가 차기 관장으로 유력해졌다는 얘기가 나돌자,문화관광부에 어떤 형태로든 불가(不可)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문화부가 추천한 이건무 중앙박물관 학예실장과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외의 ‘제3의 인물’은 현재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된다. 새로운 후보설에 당혹해하는 것은 그동안 문화부가 밝힌 것과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된 뒤 학계와 박물관계에서는 “1급 관장에 지원한 이들을 차관급 후보로 다시 올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지원은 원인무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이창동 문화부장관은 ‘박물관장 추천위원회에서 당초 지원한 4명 가운데 2배수 후보결정’을 밝혔고,이후 적격 논쟁이 가열되자 지원서를 냈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사퇴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박물관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따라서 대통령이 2명을 후보로 심사하건,3명을 심사하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장관은 다르다.김태근 문화부 공보관은 “우리는 두 사람을 추천했는데 임명권자가 다른 사람을 대상에 더 올려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화부가 법 규정에도 없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당초 지원한 인사들을 포함하여 청와대가 광범위한 ‘인재풀’을 놓고 인선작업을 벌이면 된다.추천위 구성과 후보 추천은 문화부가 임명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꼴밖에 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장관이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추천위를 구성한 뒤 2명을 추천했는데도 새 후보가 떠올랐다면,이 장관은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임명되어야 하는데…”라는 김 공보관의 걱정은 이유가 있다. 서동철 기자 dcsuh@
  • 이사람/ 사재 털어 통영에 미술관 짓는 전혁림 화백

    “(미술관을)짓는 것이 안짓는 것보다는 나아야 될낀데….” 전혁림(88)화백은 경남 통영시 봉평동 자택의 방바닥에 화지를 펴고 앉아 어렵사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얼마 전 사고로 왼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깁스를 한 데다,후유증도 심한 듯 부스스한 얼굴에는 때때로 고통의 흔적이 스쳐갔다. 두 평 남짓이나 될까.한쪽에 침대가 있는 자투리 작은 방의 공간은 옹색하기만 했다.그래도 “누워 계시기가 쉬울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 들은 터라,그의 모습은 뜻밖이었다. ●3층 건물 2채… 새달 문 열 예정 전 화백은 지난해 7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덕수궁 미술관에서 연 전시회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비교적 건강했다.그는 당시 “나이 들어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고 보람있는 일인지….”라며 감회에 젖었는데,그 말의 뜻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전 화백은 기자가 “미술관 짓는 것을 보러왔다가 인사나 드리려고 들렀다.”고 하자 “먼 길에 우째왔느냐.”며 붓을 잡은 오른손을 휘휘 내저으며 반가워했다. 전 화백은 자택 바로 옆에 사재를 털어 미술관을 짓고 있다.‘전혁림미술관’.화업을 잇고 있는 아들 영근(47)씨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건립작업은 마무리 단계다.이달 안에 건물을 완공해 다음달 중에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전 화백은 “존재할 가치가 있고,내용도 충실해 오래도록 남아 있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동의를 구하고는 “너절한 미술관이 되어 사람들이 보러오지도 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한편으로는 “미술관을 짓는다면 좀 독특해야 한다.”면서 “건물과 양식이 모두 특이해 ‘재미가 있는 좋은 예술’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작품담은 타일 1만 5000장으로 장식 미술관은 중심가에서 충무교를 건넌 뒤 용화사가 있는 미륵산으로 오르는 길 골목에 자리잡았다.3층짜리 건물 2채로 이루어진 미술관은 연면적이 180여평.본관에는 전 화백의 유화와 판화,도자기,오브제,색채조각 등 300여점의 작품을 상설전시하고,부속건물에는 작업실을 만든다.가족들은 작업실에 전 화백의 체취를남겨 영구보존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관은 통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본관 3층을 시낭송회나 실내악연주회가 가능한 문화사랑방으로 꾸미기로 했다. 아울러 개인 기념관에 머물지 않고 기획전과 초대전을 여는 본격 미술관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현재 통영에는 지역 미술가들이 작품을 사고파는 화랑은 물론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마저 전무한 실정이다. 전 화백이 ‘특이한 미술관’이라고 한 이유 중 하나는 미술관 외벽을 자신의 작품을 담은 타일로 장식하기 때문이다.‘호수’와 ‘태양’ 등 전 화백과 아들 영근씨의 작품 등 11가지 종류의 타일 1만 5000천장으로 감싼다.3층 외벽을 장식할 초대형 타일벽화 ‘창’은 미술관의 상징이 될 것 같다.가로 10m,세로 3m 크기로 전 화백의 작품을 구성했다. 미술관 운영은 영근씨에게 맡겼다.영근씨는 “한 작가의 예술을 집약해놓은 것만으로는 미술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미술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는‘전혁림’이라는 목표를 세워주는 한편 가능성있는 작가를 발굴하고,문화예술행사를 주도하는 공간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그것이 전 화백의 뜻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잊으려 작업” 일각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맞물려 전혁림 미술관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그러나 영근씨는 “음악제도 그렇고,고 유치환 시인의 청마 문학관도 그렇고 관이 주도하는 행사에서 지역 작가들은 오히려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행사가 크고 좋다고 해서 정신적 부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에둘러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최근 전 화백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고 한다.“이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유일한 잡념이라고,그 공포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작업을 한다고….”오늘 붓을 다시 잡은 것도 이 때문일까.전 화백은 집을 나서는 기자에게 “미술관 문을 여는 날,꼭 다시 보자.”고 몇번이고 당부했다. 글·사진 통영 서동철기자 dcsuh@ ◆전혁림은 누구 전혁림은 191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지금도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화단의 원로다.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혁림 그림의 모티프는 ‘고향’.오랜 세월 통영에 머물며 수려한 자연풍광을 ‘초자연주의적인’ 수법으로 그려왔다.전혁림의 그림을 규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색채다.남도의 찬란한 햇빛 아래서 사물의 색을 느껴온 만큼 그의 색채감각은 더없이 예민하다.‘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의 그림은 푸른 색과 그밖의 다른 원색들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전혁림의 예술세계는 평면회화에 머물지 않는다.도자,목조,입체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실험정신을 보여줘 ‘열린 의식의 예술가’란 평을 듣는다.1948년 시인 유치환·김춘수·김상옥,음악가 윤이상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해 활동해온 통영문화의 파수꾼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중앙박물관, 伊반출 도자기 57점 회수

    국립중앙박물관이 이탈리아로 반출됐던 청자상감 파초잎무늬 국화모양 그릇(靑磁象嵌芭蕉葉文菊花形盒) 등 고려 및 조선시대 도자기 57점을 구입해 최근 국내로 들여왔다. 1950년대 한국에 근무한 이탈리아 외교관이 수집한 이 도자기는 청자 50점,청화백자 3점,분청 1점,백자 촛대 1점 등이다. 26일 박물관에 따르면 이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던 사람은 수집한 외교관의 손자로,경매회사를 통해 팔리기 직전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중재로 중앙박물관이 사들일 수 있었다.이 도자기는 로마 국립동양미술관에서도 구입할 의사가 있었으나,중앙박물관이 구입한 뒤 동양미술관이 앞으로 한국실을 개설하면 대여 전시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서동철기자 dcsuh@
  •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 - 석가·다보탑 알면 불교미술 보인다

    박경식 지음 / 한길아트 펴냄 박경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펴낸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한길아트)은 일반인들이 한국미술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절 마당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기의 석탑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다루었다면,일반독자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전문가들의 학문적 관심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러나 ‘석조미술의 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학술서적이 아니라,쉽게 풀어쓴 문화유산 에세이로 분류해야 한다.이처럼 탑 두 개가 책이 될 수 있는 것이 통일신라 불교미술의 힘이요,석가탑과 다보탑의 힘이다. ‘석조미술…’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노년층에서 코흘리개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석가탑과 다보탑을 앞세워 한국불교미술의 대강을 설명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지은이는 일반독자들로 하여금 한국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하는 수단으로 두 탑의 인기를 최대한 이용한다.두 탑을 화두로 불탑의 시원으로부터,한국 석탑의 역사까지를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두 탑이 가진 교리적 배경,나아가 불국사 가람배치의 구조를 보여주면서 한국불교가 가진 사상적 기반이 얼마나 튼실한 것인지를 확인시켜 준다.다소 어려운 내용도 석가탑·다보탑과 인연의 끈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설명을 이어갔기에 인내하며 노력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이끈다. 사진은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작가 안장헌이 맡았다.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긴 사진작가의 후기도 인상적인 앵글의 본문 사진만큼이나 눈길을 끈다.1만5000원. 서동철기자 dcsuh@
  • “윤이상, 한국음악 세계화에 큰 기여”통영국제음악제 참석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비롯해 예술가들이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사례는 많았습니다.그러나 윤이상처럼 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64)는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에서 국제음악제가 막을 연 25일 오전 마리나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윤이상을 복권시키지 않은 데 대한 편치않은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홀리거는 24일 전야제에서 부인인 하피스트 우어즐라와 윤이상의 오보에사중주곡을 앙상블 모데른 등과 연주한 데 이어 25일 밤 개막연주회에서는 윤이상이 1990년 홀리거에게 헌정한 오보에협주곡을 들려주었다. 홀리거는 “윤이상이 작곡한 모든 하프곡은 우어즐라를 위한 것이며,모두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오보에곡도 나를 위해 쓴 것이어서 우리 부부가 많은 윤이상의 작품을 초연했다.”고 털어놓았다. 1939년 스위스의 랑엔탈에서 태어난 홀리거는 1959년 제네바콩쿠르,1961년 뮌헨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국제음악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세계 최고의 오보이스트’라는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홀리거는 1961년 독일 다름슈타트음악제에서 윤이상이 ‘예악’을 초연할 때 처음 만났다.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윤이상이 한국으로 납치되어 수감되자,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윤이상의 가족에게 기부하는 등 인간적으로도 깊은 교분을 쌓았다. 홀리거는 “당시 윤이상을 석방하라는 호소문에 서명한 것은 물론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면서 “칼하인츠 슈토크하우젠,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애런 코플랜드 등 전 세계 음악가 어느 누구도 서명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헝가리 민족음악을 바르토크와 코다이가 세계음악으로 발전시킨 것과 똑같은 역할을 윤이상이 했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개막된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4월2월 주빈 메타가 지휘하고,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협연하는 빈필하모닉 연주회를 끝으로 폐막된다. 글 통영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 제공
  • 국립극장등 월별공연 잇단 개막 ‘소리꾼 꿈의 무대’ 시작됐다

    젊은 소리꾼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열에 아홉은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나 국립국악원의 ‘판소리 한마당’에 초청받는 것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글자 그대로 꿈의 무대인 ‘완창 판소리’와 ‘판소리 한마당’이 올해도 경쟁하듯 대표적인 명창들을 앞세워 귀명창들을 불러모은다. ‘완창 판소리’는 1977년 ‘판소리 감상회’로 시작하여 27년의 역사를 쌓은 국내 최장수 공연 프로그램.‘명창’이라는 소리꾼 치고 이 무대를 밟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1985년부터는 해마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연다. ‘완창 판소리’는 신인에게는 명창으로 가는 통과의례의 역할을,기성 명창에게는 기량을 더욱 연마하도록 분발케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해왔다.‘일고수 이명창’이라고 소리꾼 이상 중요성을 인정받는 고수의 육성에도 크게 기여했고,‘이순신 열사가’‘안중근 열사가’‘유관순 열사가’ 같은 창작 판소리를 소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천하명창 열 바탕’을 주제로 한 올해 첫 주자는 정순임(사진) 명창.29일 오후 3시 ‘박동실제 심청가’를 들고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북은 조용수와 박근영.▲4월 정회석 ▲5월 왕기철 ▲6월 이난초 ▲7월 염경애 ▲8월 최승희·모보경·정선희 ▲9월 신영희 ▲10월 김일구 ▲11월 김소영이 나선다.8월15일에는 안숙선이 야외공연도 갖는다.전석 2만원.(02)2274-3507∼8 ‘판소리 한마당’은 서울 국립국악원과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모두 열린다.짧게는 두세 시간,길게는 대여섯 시간씩 걸리는 완창무대와는 달리 핵심 대목만을 두 시간 안팎으로 추린다. 국립국악원은 3월부터 9월까지 셋째주 토요일 오후 3시 우면당에서 마당을 펼친다.‘소릿길 소리사랑’을 주제로 조통달이 지난 15일 막을 연 데 이어 ▲4월 송순섭 ▲5월 전정민 ▲6월 명창 5인전 ▲7월 젊은 명창 5인전 ▲8월 이주은 ▲9월 성유향이 무대를 꾸민다.‘명창 5인전’에는 김수연·김영자·김일구·남해성·박송희가,‘젊은 명창 5인전’에는 모보경·염경애·왕기철·윤진철·전인삼이 나선다.일반 8000원,학생 4000원.(02)580-3300 동편제 판소리의 본고장에 자리잡은 국립민속국악원의 한마당은 서울과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다.관람객 수준은 오히려 높아 제대로 된 추임새가 소리꾼의 흥을 더욱 돋운다.3월부터 11월까지(8월 제외) 셋째주 수요일 오후 7시.지난 19일 이난초에 이어 ▲4월 김수연 ▲5월 최영란 ▲6월 윤진철 ▲7월 조영자 ▲9월 정회석 ▲10월 박양덕 ▲11월 왕기철 순으로 진행된다.무료.(063)620-2322∼7 서동철기자 dcsuh@
  • 한국전통공예 유럽서 특별초대전

    본격적인 유럽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통공예가 프랑스의 루앙국제박람회와 파리국제박람회에 특별 초청되어 잇따라 전시회를 갖는다. 한국공예예술가협회(회장 이칠용·문화재 전문위원)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공예문화 특별초대전’은 28일∼4월6일 루앙,4월30일∼5월11일 파리에서 열린다. 한국을 주빈국으로 한 루앙박람회에서는 전통공예의 전시·판매는 물론 매듭·한지·옹기·채화칠기·합죽선·민화·불화 등의 제작시연과 국악공연·한복 패션쇼,입양아환영 행사 등을 펼친다. 특히 연죽장 황영보·유기장 이봉주·옥공예장 장주원·옻칠장 정수화 등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0여명의 공예품 150여점이 특별출품되어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예예술가협회는 지난 15일 벨기에 간스호렌 문화센터에서 첫 전시회를 개막한 데 이어 4월9∼10일에는 벨기에 한국대사관 미술관 개관전,4월11∼15일에는 하멜 표류 350주년을 기념하는 네덜란드 호르쿰박물관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는 등 올해 모두 5차례 유럽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서동철기자 dcsuh@
  • 25일 세종 솔로이스츠와 협연 - 린초량과 길 샤함의 은은한 바이올린 선율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린초량과 길 샤함이 줄리어드음대의 한국인 명교수 강효가 이끄는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와 연주회를 갖는다.2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 타이완 출신인 린초량은 강 교수의 줄리어드음대 동료.강 교수의 제자인 길 샤함은,역시 바이올리니스트인 부인 아델 앤서니가 세종 솔로이스츠에서 활동하는 인연까지 맺고 있다. 이들은 그리그의 ‘홀베르크 모음곡’,비발디와 바흐의 2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멘델스존의 현악8중주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편 린초량과 세종 솔로이스츠는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하여 27일 오후 7시 시민문화회관에서 한 차례 더 공연(055-645-2137)하며,길 샤함은 31일 오후 7시30분 한전아츠풀센터에서 독주회(02-548-4480)도 갖는다. 서동철기자 dcsuh@
  • 새달2일 빈필 내한공연 앞두고 상암경기장 음향조정 리허설

    거장 주빈 메타(사진)가 이끄는 세계 정상의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4월2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은 두고두고 화제가 될 것 같다. 스탠드와 그라운드 합쳐서 4만5000여명이 들어가는 월드컵경기장 공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음향문제.현재 빈필하모닉측의 추천으로 지난 8일 내한한 야외클래식공연 음향전문가들은 경기장의 음향보완작업을 벌이고 있다.공연에는 100억원 어치가 넘는 음향시스템이 들어갈 예정.최종적인 음향조정에는 실제 오케스트라가 투입된다. 빈필하모닉 공연에 앞서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가 30일 혹은 31일에 ‘실전 리허설’을 갖는 것.음악감독 장동진의 지휘로 빈필하모닉의 실제 연주회 레퍼토리를 그대로 연주한다.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연주할 사라사테 ‘카르멘환상곡’의 대역으로는 서혜주가,한스 페터 슈가 나서는 요제프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은 KBS교향악단 단원이 대신 맡는 식이다. 대타로 나서는 서울내셔널심포니도 단원들이 임시총회를 여는 등 고심이 적지않았다.그러나 토론 결과 “야외연주회를 위한음향실험이라면 한국 교향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월드컵경기장 연주회는 사라사테,하이든과 함께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와 폴카를 중심 레퍼토리로 꾸민다.음악회를 시작하며 애국가와 오스트리아 국가,월드컵송가를 연주하여 축제분위기를 더욱 돋운다.(02)368-1616. 서동철기자 dcsuh@
  • 무식한 ‘신세대 도굴꾼’‘빈 부도’ 애꿎은 훼손 고달사터등 잇단 수난

    지난 11일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지난해 여주 고달사터 부도,2001년 구례 연곡사 부도…. 최근 국보로 지정된 부도들이 잇따라 수난을 당하는 것은 도굴꾼들이 사리장엄(舍利莊嚴)을 노리기 때문이다.부도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통일신라에서 고려초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집중 표적이다.한국불교미술을 대표할 만한 부도라면,사리장치 역시 뛰어난 수준이었을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최근 부도에 손을 대는 ‘아마추어 도굴꾼’들이 몰지각한 차원을 넘어 한심할 정도로 무지하다는 것.대부분 사리장엄이 없는 ‘빈 부도’이기 때문이다.공부안하는 도굴꾼들이 애꿎은 문화재만 훼손하고 있다.철감선사부도는 지붕돌(옥개석) 추녀끝 막새기와에 연꽃무늬까지 새겨져 있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868년(신라 경문왕 8년) 입적한 철감을 위하여 탑비와 함께 세웠다.이부도는 일제강점기에 이미 도굴되면서 무너진 채 방치되다,1957년이 되어서야 재건됐다.때문에 지붕위를 장식하는 상륜부(相輪部)가 남아있지 않다. 고달사터 부도도 1934년에 이미 도굴됐다.경기도지사가 조선총독 앞으로 보낸 보고서에는 당시 보물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던 이 부도(현재는 국보 제4호)가 도굴되어 사리장엄이 없어졌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그럼에도 도굴꾼들은 지난해 빈 부도의 지붕돌을 들어올리려다 귀꽃을 부러뜨리고,상륜부도 떨어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연곡사 부도는 내부를 열어보지도 못한 채 상륜부만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도굴 실패담의 백미는 군위 인각사에 있는 ‘삼국사기’의 지은이 일연스님의 사리탑에서 찾을 수 있다.정영호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장이 이 부도를 찾아낸 것은 1956년 겨울 저녁.나무꾼들로부터 “저쪽 윗마을 부두골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는 얘기를 들었다.전지를 비춰가며 한 시간 가량 찾아가자 한눈에 부도임을 알 수 있었다.이렇게 찾은 일연선사 부도는 보물로 지정되어 1962년 절앞 화단에 세워졌다.그런데 도굴꾼들은 가까스로 부재를 수습하여 다시 세운 부도마저 훼손했고,결국 최근에는 안전한 보존을 위해 절 경내로 부도를 옮겨야 했다. 서동철기자dcsuh@
  • 유홍준교수 박물관장 후보신청 철회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최근 차관급으로 격상된 국립중앙박물관장 후보 신청을 13일 철회했다. 유 교수는 이날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앞으로 팩스를 보내 “본의 아니게 ‘내정설’에 휘말려 박물관과 학계의 뒷얘기 대상이 된 것이 부담스러워 신청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문화계 현안을 상의해 왔을 때 자문에 응해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차관급으로 승격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박물관장 공채와 맞물려 오해가 빚어졌다.”면서 “다른 신청자 3명 중 누구라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유 교수의 사퇴에 따라 차기 관장은 이건무 중앙박물관 학예실장,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중에서 임명될 전망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아이리시 체임버’ 첫 내한공연 김혜정 재미 피아니스트 협연

    아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첫번째 내한연주회를 갖는다.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0일 대전 충남대 국제문회회관,오후 7시30분. 17일은 아일랜드 최대의 경축일인 ‘성 패트릭의 날’.주한아일랜드대사관은 이 연주회말고도 퍼레이드를 비롯한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리시 체임버의 내한공연에는 특히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나 시르부가 객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재미 피아니스트 김혜정이 협연한다.이들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로카텔리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롯시니의 현악소나타 1번 말고도 토머스 켈리와 레이먼드 딘 등 아일랜드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02)3665-4950. 서동철기자 dcsuh@
  • 국립문화재연구소 발굴결과, 풍납토성 해자 규모 너비 60m·수심 5m

    초기백제시대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의 바깥을 두르고 있던 도랑형태의 방어시설인 해자(垓子)는 너비가 60m,수심이 5m에 이를 만큼 대규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309의6 일대 삼표산업 사옥건립 부지 1717평을 지난 1월10일부터 발굴조사한 결과 이같이 추정하게 됐다고 12일 밝혔다.발굴팀은 현장설명회에서 “성벽에서 한강쪽으로 뻗어간 자갈다짐층은 현재까지 24m를 확인했다.”면서 “해자로 추정되는 시설의 너비는 토성의 두께와 비슷한 50∼60m 정도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발굴팀은 이어 “발굴 결과 추정 해자의 수위는 해발 12m 지점에서 형성됐다.”면서 “해자에 담겼던 물의 깊이는 현재까지의 발굴 결과로도 최소한 2.5m 이상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동철기자 dcsuh@
  • 붓제작 기능보유자 문상호씨 남산골 한옥마을서 붓전시회“아이들 손잡고 전통붓 구경오세요”

    “서예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도,붓은 엄청나게 수입되고 있어요.붓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세월입니다.” 전통 붓 제작자 문상호(文相晧·사진·61)씨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럴수록 최고를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최고’에 가까운 붓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문씨는 현재 서울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붓 전시회를 갖고 있다.‘한국의 문방문화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한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흔히 좋은 붓으로 알려진 노루가슴털이나 족제비꼬리털 말고도 대나무(竹筆)와 닭털(鷄毛筆),칡(葛筆),볏짚(藁筆) 등 재료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그 다음으로는 수천년 동안 문자생활의 동반자였음에도 불구하고,붓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문씨는 “죽필은 대나무를 가늘게 다듬어 만든 것으로 힘있는 글씨를 쓸 때 유용하고,볏짚붓은 2㎜만 닳아도 수명이 다하는 털붓과는 달리 1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서예가들조차 죽필이라면 대나무 자루를 붙인 붓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웃었다. 문씨는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지만,17살 때 붓공방이 30여개나 모여 있던 광주 백운동으로 이사하면서 붓만들기에 입문했다. 지난 1일 시작된 문씨의 붓 전시회는 새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서동철기자 dcsuh@
  • 시험대 오른 서울시향...세계적 음악감독 마젤 초청 새달13일 특별연주회

    “엄청난 성공도 좋고,비참한 실패도 좋다.그러나 실패도 성공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가 나온다면 서울시향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로린 마젤을 초청하여 새달 갖는 서울시교향악단의 특별연주회를 기다리는 음악계의 목소리다. 이명박 시장의 ‘특별지시’로 기획된 연주회인 만큼 성공한다면 과감한 투자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이 시장은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키우라.”면서 올해 10억원을 특별지원했다.연주회가 성공하면 시향이 염원하는 음악성과 교향악단 트레이닝 능력을 동시에 갖춘 세계 수준의 상임지휘자를 초청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연주회가 실패한다면 서울시향의 개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세계 최정상의 지휘자에,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첼리스트 장한나를 협연자로 내세웠는데도 실패했다면,원인을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단원들의 세대교체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번 연주회는 화려한 외형만큼이나 논란도 적지않았다.세계적인 지휘자의 단발성 음악회가 얼마나 서울시향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별지원금의 절반 가까이나 연주회에 쏟아부었지만,티켓 값도 최고 15만원이나 한다.음악팬들은 “서울시향이 로린 마젤을 불러 장사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전석이 매진돼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한다. 이 시장도 “초대권을 뿌리지 말라.내가 갈 티켓은 내가 구입하겠다.”고 선언했다.적재적소에 지원하느냐는 문제일 수 있지만,시장의 ‘지원의지’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음악계 인사는 “서울시가 지원할 뜻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런 의지를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젤의 특별연주회는 4월13일 오후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마젤은 10일 입국하여 11·12일 각각 오전·오후에 걸쳐 리허설을 갖는다.이에 앞서 마젤이 지정하는 트레이닝 지휘자가 8∼9일 3일 동안 서울시향의 연습을 이끈다. 레퍼토리는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환상서곡과 장한나가 협연하는 같은 작곡가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다.(02)399-1630.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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