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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구석에 방치”… 2000매에 꾹꾹 눌러 쓴 노동자 현실

    “아직 구석에 방치”… 2000매에 꾹꾹 눌러 쓴 노동자 현실

    “늦잠 탓 간담회 불참 더 유명세” 너스레 노동자 삼대·고공농성자인 증손 아울러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 세계 동화 구상 “전날 광주 행사에 갔다가 막걸리를 한 잔 했어요. 광주에서는 5월 27일이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이 진압당한 날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조선 술이 은근 끈기가 센 지 술이 안 깨서 집(전북 익산)에서 12시쯤 쓰러져 잤어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 불참했던 황석영(77) 작가는 “그렇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며 미안함부터 드러냈다.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다시 열린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다. “펑크를 내는 바람에, 그게 더 (신간) 홍보가 됐다”며 ‘황구라’ 특유의 너스레도 곁들였다. 황석영(77) 작가가 원고지 2000장 분량으로 낸 소설 ‘철도원 삼대’는 지난 주말 새 초판 1만부가 모두 소진됐다. 철도 노동자 삼대와 고공농성을 벌이는 공장 노동자 증손까지 아우르는 한국 노동사 100년이다. 집필 배경에 대해 작가는 2017년 펴낸 자서전 ‘수인’(문학동네)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생애를 훑으면서 “간이나 쓸개 같은 게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던 그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길산’을 쓰면서 거처를 19번 옮긴 것처럼 ‘철도원 삼대’를 쓰면서도 보따리 싸고 옮겨다녔다. “젊을 때처럼 하루 8~10시간 앉아서 썼는데, 확실히 기운이 달려 주인공 이름도 헷갈려서 대단히 고생을 했어요.” 황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방북으로 수감됐던 1993~1998년 전후로 나눴다. 전반기가 현실주의와 리얼리즘이었다면, 이후엔 이를 확장한 형식실험을 가미했다. 민담 형식을 차용한 신작은, 그가 1989년 방북 때 만난 서울 영등포 출신의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의 이야기가 모태가 됐다. 그는 오늘날 고공농성을 감행할 만큼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언급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면서 비정규직화하고, 자본 성격이 세계화하면서 노동 조건은 더 열악해졌다”면서 “거의 외곽에서 방치된 채로 사고를 많이 당한다”고 했다. 신문에 노동 현실에 대한 칼럼을 쓰는 김훈 작가 얘기도 꺼냈다. “자기를 보수라고 하는 김훈도 노동을 얘기한다”며 “나는 보수, 진보 아우르는 사람이다. 전체 사회가 같이, 노동자들의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 작가는 ‘노벨상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는 “낡은 얘기”라고 일축했고,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 시국이 가시면 다시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탈인간중심주의 철학을 담은 동화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원불교의 발상지라, 소태산의 어린 성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하나 쓸까 싶습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코로나에 서울 면세점 사실상 폐업 상태

    코로나에 서울 면세점 사실상 폐업 상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서울 주요 상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조 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 10일부터 최근인 5월 24일까지 16주간 서울 상점의 카드 매출액 합계는 25조 9081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 961억원) 대비 3조 1880억원 줄었다. 3월 첫째주가 23.2%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회복하다가 마지막 주인 5월 18~24일에는 전년 대비 1.8% 매출이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매출 감소액은 삼성1동, 서교동, 신촌동, 명동 등 상업 및 업무중심 지역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포4동, 소공동, 역삼1동, 종로 1·2·3·4가동, 한강로동, 잠실3동이 뒤를 이었다. 반포4동은 5월 들어 전년도 매출액을 회복했지만, 다른 지역은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연구원측은 “반포4동의 전년수준 회복은 백화점 매출액 회복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포4동에는 전국 백화점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위치하고 있다. 업종별 매출 감소율을 보면 면세점은 매출이 실종됐다. 면세점 매출은 약 91.0% 감소해 폐업 상태로 나타났다. 여행사(65.9%), 종합레저시설(61.8%), 유아교육(51.7%), 호텔 및 콘도(51.3%) 등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업종별 매출 감소액을 보면 한식업이 7407억원 줄어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백화점(3370억원)·기타요식업(3057억원)·학원(2510억원)·의복 및 의류업(2199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유입되는 생활인구도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다. 생활인구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계한 서울의 특정지역, 특정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말한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 거주하며 서울을 방문했던 생활인구는 1월 주말 151만명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심각단계로 격상된 직후인 2월 마지막 주말 84만명으로 평소대비 약 56% 감소했다. 관광과 비즈니스 목적으로 단기체류하는 외국인은 5월 첫 주말 평시 대비 66.5% 급감한 6만 4000명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구가 93.8%로 가장 많이 줄었고, 종로구(88.7%)·마포구(84.1%) 등 순이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3월 이후 시민들의 외부활동이 증가하면서 상점 매출 감소도 줄고 있으나, 어려움이 해소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늦잠으로 간담회 미룬 황석영의 첫마디는?

    늦잠으로 간담회 미룬 황석영의 첫마디는?

    “전날 막걸리 먹고 알람 세팅 못해… 대형사고 죄송”“전날 광주 행사에 갔다가 막걸리를 한 잔 했어요. 광주에서는 5월 27일이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이 진압당한 날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조선 술이 은근 끈기가 센 지 술이 안 깨서 집(전북 익산)에서 12시쯤 쓰러져잤어요. 탁상시계 알람을 시간 맞춰놨는데 세팅을 안하고, 눌러야 하는데 그냥 잤어요. 그렇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어. 죄송합니다. “펑크 내는 바람에 홍보가 더 잘된 듯” 너스레 지난달 28일 노 작가의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는 뜻밖에 불참으로 화제가 됐다. 황석영(77) 작가가 닷새 만에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다시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신 멋쩍어 하던 그는 “펑크를 내는 바람에, 그게 더 (신간) 홍보가 됐다”며 ‘황구라’ 특유의 너스레도 곁들였다. ‘철도원 삼대’는 지난 주말 새 초판 1만부가 모두 소진됐다. 그가 원고지 2000장 분량으로 출간한 소설 ‘철도원 삼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고공농성을 벌이는 공장 노동자 증손까지 아우르는 한국 노동사 100년이다. 집필 배경에 대해 황 작가는 2017년 펴낸 자전 ‘수인’(문학동네)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생애를 훑으면서 “간이나 쓸개 같은 게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던 그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나이가 여든이 넘으면 절필이 속출하는 현실 속에서, ‘철도원 삼대’는 그가 작심하고 쓴 소설이다. “‘장길산’을 쓰면서 거처를 19번 옮긴 것처럼 ‘철도원 삼대’도 보따리 싸고 나와서 썼어요. 젊을 때처럼 하루 8~10시간 앉아서 썼는데, 확실히 기운이 달려 주인공 이름도 헷갈려서 대단히 고생을 했어요.”신작 ‘철도원 삼대’ 민담 형식 차용 황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방북으로 수감됐던 1993~1998년 전후로 나눴다. 전반기에는 현실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글을 썼다면 이후에는 이를 확장한 형식실험이 가미됐다. 신작 ‘철도원 삼대’는 민담 형식을 차용했다. 그가 1989년 방북 당시 만난 서울 영등포 출신의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의 이야기가 모태가 됐다. 그는 오늘날 고공농성을 감행할 만큼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언급했다. “IMF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니 하면서 비정규직화하고, 자본의 성격이 세계화되면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거의 외곽에서 방치된 채로 사고를 많이 당했어요.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김훈 작가가 관련된 얘기를 했더라고. 그 사람은 자기가 보수라고 그래. 나는 보수, 진보 아우르는 사람입니다. 전체 사회가 같이, 노동자들의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노벨상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는 “낡은 얘기”라고 일축했고,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화두는 다 나왔다”며 “코로나 시국이 가시면 다시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탈인간중심주의, 무생물·우주까지 포괄하는 철학을 담은 동화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원불교의 발상지인 전북 익산이라, 소태산의 어린 성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하나 쓸까 싶습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n번방 2차 가해 규탄…이게 ‘성차별’입니까?

    n번방 2차 가해 규탄…이게 ‘성차별’입니까?

    ‘유니브페미’ 광고물 게시하려다 퇴짜 정의당과 함께 ‘비판 현수막’ 내걸어한 여성단체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자의 2차 가해를 규탄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다가 구청과 광고매체 소유주로부터 거절당했다며 이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24일 대학가 여성단체 모임인 ‘유니브페미’와 정의당 마포구위원회는 “n번방 2차 가해 방지 현수막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사거리와 서교가든 사거리에 23일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말 한 광고대행사를 통해 홍대입구역 근처 버스정류장 벽면에 ‘나는 피해자의 신상이나 가해자의 서사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n번방 사건에 분노한다는 이유로 마녀가 된다면 나는 이미 마녀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게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광고 게재 과정에서 마포구는 “관련 광고가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 문구를 순화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니브페미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유니브페미 측은 “버스정류장 광고매체 소유·운영권을 가진 KT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광고를 불허해 광고를 걸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니브페미는 “정당 현수막은 정당법상 내용상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정의당 마포구위원회와 함께 현수막 광고를 게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현수막 광고에는 앞서 게시하려던 광고물 문구와 함께 ‘마포구청·KT는 이 광고가 성차별적이라며 게시를 불허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성차별적인지 해명을 요구합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詩는 걸으면서…가사는 컴퓨터 앞에서…내 안의 ‘두개의 몸’ 즐겨요”

    “詩는 걸으면서…가사는 컴퓨터 앞에서…내 안의 ‘두개의 몸’ 즐겨요”

    시는 걸어다니며 손으로 쓰지만, 가사는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서 타이핑한다. 술을 마신 날, 시는 쓰지 않지만 반대로 가사는 더 잘 써진단다. 맨 정신엔 못할 ‘보고 싶어’ 같은 말도 직설적으로 할 수가 있어서. 최근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을 펴낸 구현우(31) 시인은 숱한 SM 아이돌들의 노래를 쓴 작사가다. 2015년 슈퍼주니어-D&E의 ‘브레이킹 업’을 시작으로 레드벨벳 ‘오 보이’, 샤이니 ‘드라이브’ 등을 썼다.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오 보이’), ‘날 부르는 초록빛 그 끝에 혹시 네가 서 있나’(‘드라이브’) 같은 SM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가사들. “문어체 느낌, 현실에서 한발 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재밌다”고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이 말했다. 시도, 가사도 시초는 음악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자작곡을 쓰려 하자 멜로디는 쉽게 나와도, 가사는 더뎠다. 작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무심코 시집을 집어 들었다. 그 세계는 오묘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들어와도 그 시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쓰는 공모전에 하나둘 지원하다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 갔다. 2014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6년 만에 탄생한 그의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제목처럼 서로 다른 ‘시차’에 관한 이야기다.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선유도’ 중)라는 표현은, “너와 나는 마주하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혼자다, 비단 나만이 아니라 너도 그렇겠구나. 나의 이야기뿐 아니라 너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나 봐요.” 그의 시에서 ‘인간은 혼자’라는 명제가 형상화되는 공간이 ‘방’이다. ‘밀실’, ‘광장’ 같은 시어는 정치적 함의가 가득했던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0)에서나 보던 단어들이다. 2020년대의 시인은 ‘나는 밀실에서야 쓰’(‘미의 미학’)지만 ‘아름다운 광장’(‘붉은 꽃’)이 있음을 아는 존재다. “혼자 쓰는 행위는 누구랑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광장을 가져온 이유는 이런 것들이 다만 개인 서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서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시인이 말하기로, 작사를 하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글을 잘 쓴다고 작사를 잘하는 게 아니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그냥 몸을 두 개로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사할 때는 ‘난 이제부터 아이린이다’ 하면서 가성으로 노래를 불러요. 가수에게 빙의하지 않으면 작업이 안 되니까요. 시는 화자에게 빙의할 필요가 없죠. 일정 부분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요.” 그는 ‘클 태’가 들어간 본명으로 작사를 하고, ‘악기줄 현’이 들어간 필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흥미로운 분열’을 갖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는 몸을 다 던질 수 있는데, 재미없는 일은 잘 못한다”는 그는 취미가 모두 일이 되어서 정작 취미가 없다고 했다. 가사와 시가 주는 낙차, 이상한 이름이 주는 분열을 오롯이 즐기는 듯 보이는 그가 가지런히 웃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이돌 노래 작사한 시인 “시는 걸어다니며, 가사는 컴퓨터 앞에서”

    아이돌 노래 작사한 시인 “시는 걸어다니며, 가사는 컴퓨터 앞에서”

    시는 걸어다니며 손으로 쓰지만, 가사는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서 타이핑한다. 술을 마신 날, 시는 쓸 수 없지만 반대로 가사는 더 잘 써진단다. 맨 정신엔 못할 ‘보고 싶어’ 같은 말도 직설적으로 할 수가 있어서. 최근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을 펴낸 구현우(31) 시인은 숱한 SM 아이돌들의 노래를 쓴 작사가다. 2015년 슈퍼주니어-D&E의 ‘브레이킹 업’을 시작으로 레드벨벳 ‘오 보이’, 샤이니 ‘드라이브’ 등을 썼다.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오 보이’), ‘날 부르는 초록빛 그 끝에 혹시 네가 서있나’(‘드라이브’) 같은 SM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가사들. “문어체 느낌, 현실에서 한 발 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재밌다”고 지난 1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이 말했다. 시도, 가사도 시초는 음악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자작곡을 쓰려하자 멜로디는 쉽게 나와도, 가사는 더뎠다. 작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무심코 시집을 집어들었다. 그 세계는 오묘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들어와도 그 시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쓰는 공모전에 하나둘 지원하다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 갔다. 2014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6년 만에 탄생한 그의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제목처럼 서로 다른 ‘시차’에 관한 이야기다.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선유도’ 중)라는 표현은 “너와 나는 마주하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너’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너‘들’이겠고요. ‘인간은 혼자다, 비단 나만이 아니라 너도 그렇겠구나. 나의 이야기뿐 아니라 너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나봐요.” 그의 시에서 ‘인간은 혼자’라는 명제가 형상화되는 공간이 ‘방’이다. ‘밀실’, ‘광장’ 같은 시어는 정치적 함의가 가득했던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0)에서나 보던 단어들이다. 2020년대의 시인은 ‘나는 밀실에서야 쓰’(‘미의 미학’)지만 ‘아름다운 광장’(‘붉은 꽃’)이 있음을 아는 존재다. “혼자 쓰는 행위는 누구랑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광장을 가져온 이유는 이런 것들이 다만 개인 서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서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나의 방은 한 명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오로지 혼자 어두운’)는 것을 아는 것, 너와 나의 시차를 인정하고 이를 살펴보는 것이 구현우 시가 주는 사려 깊음이자, ‘광장’의 현대적 버전이다. 시인이 말하기로, 작사를 하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시를 잘 쓴다고 작사를 잘하는 게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그냥 몸을 두 개로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사할 때는 ‘난 이제부터 아이린이다’ 하면서 가성으로 노래를 불러요. 가수에 빙의하지 않으면 작업이 안되니까요. 시는 화자에게 빙의할 필요가 없죠. 일정 부분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요.” 그는 ‘클 태’가 들어간 본명 ‘태우’로 작사를 하고, ‘악기줄 현’이 들어간 필명 ‘현우’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흥미로운 분열’을 갖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는 몸을 다 던질 수 있는데, 재미없는 일은 잘 못한다”는 그는 취미가 모두 일이 되어서, 정작 취미가 없다고 했다. 가사와 시가 주는 낙차, 서로 다른 이름이 주는 이상한 분열을 오롯이 즐기는 듯 보이는 그가 가지런히 웃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뻔한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 그게 더 아프다

    뻔한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 그게 더 아프다

    한국 문학에서 서울로 상경한 여성 청년들의 서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방’(1994)은 주경야독하는 구로공단의 여공 이야기였다. 최근 그레타 거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고전 ‘작은 아씨들’도 따지고 보면 ‘조’라는 인물의 뉴욕 상경기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담(37) 작가의 첫 소설집 ‘탬버린’(창비)에도 그런 인물들이 한아름 등장한다. 이는 ‘부산 출생, 밀양 출신, 서울로 유학’이라는 작가의 인생과 닮아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 까페창비에서 만난 작가는 “흔한 얘기라는 비판을 들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제가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썼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위그 같은 감독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했고요. 이게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갈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흔한 얘기’라고 했지만, ‘탬버린’ 속 인물들은 다 같은 ‘지방러’가 아니다. 작가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른 인물들의 결을 크레이프처럼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인물들은 성별·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묘하게 다른 입장, 다른 처지를 지닌다. 가령 단편 ‘가져도 되는’에 나오는 인희와 승규 부부는 둘 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캠퍼스 커플이다. 그러나 인희는 월 28만원짜리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살고, 승규는 40만원짜리 하숙집에 산다. 취업 시장에서도 남자라는 스펙을 가진 승규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결격사유를 하나 더한 인희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 인생에 있어 일견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승규와 달리 천신만고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인희는 어렵게 쌓아 올린 자신의 현실을 더욱 그악스럽고, 야무지게 움켜쥔다. 같은 ‘상경 서사’라도 이전과 다른 이유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밥을 굶는 수준의 가난한 인물은 제 소설에 안 나오죠. 지방에서 꽤 잘산다고 했는데 서울에 오니 가난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를 더 해보기에는 잘 안 되는 정도인 거죠. 그런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요즘 세대들한텐 더 큰 거 같아요.”이는 같은 자리에서도 차이와 차별을 미묘하게 감지하는 작가의 관찰력에서 비롯됐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회식 자리 가면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 다르잖아요? 피라미드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나한테 할 수 있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들을 예민하게 살펴보는 거 같아요.”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이 다른’ 현실은 표제작 ‘탬버린’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 대표의 인솔하에 찾아간 노래방에서 쉴 새 없이 탬버린을 흔들 수밖에 없는 사원인 ‘나’와 그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작가는 세밀하게 그려 냈다. 작가가 선망해 마지않는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유담의 소설은 정확하다 못해 가차 없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이런 문장. ‘체력이 좋은 암 환자, 듬직한 신용불량자, 젖이 나오지 않는 수유부, 소설을 손에서 놓은 소설가가 커다란 불판 하나를 둘러싸고 장어를 굽고 있었다.’(272쪽) IMF 이후 실패만 거듭하다 암 환자가 돼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두고두고 후회’의 한 대목이다. “좀더 아름답게 그리고도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제 성격이 소설에 반영되나 봐요. 제가 항상 관계에 있어서도 머뭇거리는 편이고, 대책 없는 해피엔딩을 못 보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해피엔딩이면, 독자는 행복할까. 더욱 부아만 돋우는 소설이 아닐는지. 김유담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정확한 가차 없음’으로 우리는 되레 위로를 받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인터뷰 도중 ‘서바이브’(Survive·생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서울로 유학한 ‘지방러’로서도, 신춘문예에 갓 등단한 신인으로서도 ‘서바이브’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는 뜻이다. ‘나’와 비슷한 생존기를 들으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방러’도 경제 수준 따라 달라… 짠내나는 생존 노력 그려”

    “‘지방러’도 경제 수준 따라 달라… 짠내나는 생존 노력 그려”

    첫 소설집 ‘탬버린’ 펴낸 김유담 작가 자전적 경험 기반한 ‘청년 상경 서사’ 더욱 세밀한 상대적 박탈감 ‘직조’한국 문학에서 서울로 상경한 여성 청년들의 서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방’(1994)은 주경야독하는 구로공단의 여공 이야기였다. 최근 그레타 거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고전 ‘작은 아씨들’도 따지고 보면 ‘조’라는 인물의 뉴욕 상경기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담(37) 작가의 첫 소설집 ‘탬버린’(창비)에도 그런 인물들이 한아름 등장한다. 이는 ‘부산 출생, 밀양 출신, 서울로 유학’이라는 작가의 인생과 닮아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 까페창비에서 만난 작가는 “흔한 얘기라는 비판을 들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제가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썼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위그 같은 감독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했고요. 이게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갈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흔한 얘기’라고 했지만, ‘탬버린’ 속 인물들은 다 같은 ‘지방러’가 아니다. 작가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른 인물들의 결을 크레이프처럼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인물들은 성별·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묘하게 다른 입장, 다른 처지를 지닌다. 가령 단편 ‘가져도 되는’에 나오는 인희와 승규 부부는 둘 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캠퍼스 커플이다. 그러나 인희는 월 28만원짜리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살고, 승규는 40만원짜리 하숙집에 산다. 취업 시장에서도 남자라는 스펙을 가진 승규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결격사유를 하나 더한 인희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인생에 있어 일견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승규와 달리 천신만고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인희는 어렵게 쌓아 올린 자신의 현실을 더욱 그악스럽고, 야무지게 움켜쥔다. 같은 ‘상경 서사’라도 이전과 다른 이유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밥을 굶는 수준의 가난한 인물은 제 소설에 안 나오죠. 지방에서 꽤 잘산다고 했는데 서울에 오니 가난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를 더 해보기에는 잘 안 되는 정도인 거죠. 그런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요즘 세대들한텐 더 큰 거 같아요.” 이는 같은 자리에서도 차이와 차별을 미묘하게 감지하는 작가의 관찰력에서 비롯됐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회식 자리 가면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 다르잖아요? 피라미드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나한테 할 수 있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들을 예민하게 살펴보는 거 같아요.”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이 다른’ 현실은 표제작 ‘탬버린’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 대표의 인솔하에 찾아간 노래방에서 쉴 새 없이 탬버린을 흔들 수밖에 없는 사원인 ‘나’와 그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작가는 세밀하게 그려 냈다. 작가가 선망해 마지않는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유담의 소설은 정확하다 못해 가차 없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이런 문장. ‘체력이 좋은 암 환자, 듬직한 신용불량자, 젖이 나오지 않는 수유부, 소설을 손에서 놓은 소설가가 커다란 불판 하나를 둘러싸고 장어를 굽고 있었다.’(272쪽) IMF 이후 실패만 거듭하다 암 환자가 돼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두고두고 후회’의 한 대목이다. “좀더 아름답게 그리고도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제 성격이 소설에 반영되나 봐요. 제가 항상 관계에 있어서도 머뭇거리는 편이고, 대책 없는 해피엔딩을 못 보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해피엔딩이면, 독자는 행복할까. 더욱 부아만 돋우는 소설이 아닐는지. 김유담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정확한 가차 없음’으로 우리는 되레 위로를 받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인터뷰 도중 ‘서바이브’(Survive·생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서울로 유학한 ‘지방러’로서도, 신춘문예에 갓 등단한 신인으로서도 ‘서바이브’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는 뜻이다. ‘나’와 비슷한 생존기를 들으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액자 속 가족 같은, 동네 친구 같은… 혼자 살지만 서로를 잇다

    액자 속 가족 같은, 동네 친구 같은… 혼자 살지만 서로를 잇다

    서울에서 여자 혼자 산다는 건 꽤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집을 구할 때 주변에 유흥업소나 숙박업체는 없는지, CCTV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지, 출입문은 안전한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웃에 사는 낯선 남성의 시선과 남성 수리 기사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하는 탓에 불안은 시시각각 찾아든다. 그뿐이랴. 집값이 오르면 어렵사리 구한 거처를 또다시 옮겨야 한다. 한곳에 정착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처럼 늘 공중에 뜬 채 부유하는 것 같다. 이럴 때 가까운 곳에 나의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터다.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여성들이 모여 ‘은평시스터즈’라는 모임을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싼 집값 때문에 당산에서 밀려나고 마포에서 밀려나 지척에 있는 은평에 다다른 이들은 ‘미지의 세계’였던 이 동네에서 그렇게 귀중한 인연을 만났다. ‘여성 1인 가구’라는 공통점 아래 모인 이들은 때때로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나눌 수 없는 도시생활의 외로움과 나홀로 가구의 고충을 서로 털어놓곤 했다. 혼자 살지만 곳곳에 있는 동네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덕분에 비로소 내가 사는 동네임을 실감한다. 은평시스터즈는 2018년 말 은평문화재단이 마련한 여성 1인 가구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이 꾸린 모임이다. 공론장이 끝난 후 ‘우리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당시 20~40대 여성 20여명으로 출발했던 모임의 회원은 현재 50명으로 늘었다. 꾸준히 회원 가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탓에 잠정적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볕 좋은 날 불광천에 모여 담소를 나눌 날을 고대하고 있는 은평시스터즈의 운영진 김예진, 김은평(활동명), 김지혜씨를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느슨한 관계이면서도 서로에겐 둘도 없는 버팀목인 ‘자매들’의 끈끈한 우정에 대해 들어 봤다. -각자에게 ‘은평시스터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정의를 해 보자면요. 김예진 저한테는 말 그대로 ‘동네 친구들’이에요. 반상회 같은 거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내가 좀더 깊숙이 자리잡게 하는 기반 같은 존재죠. 제가 은평구로 오기 전 (영등포구) 당산에서 2년간 살았는데 그땐 제가 살고 있는 공간 자체를 별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놀고 싶으면 홍대처럼 다른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집 앞에만 나가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고 내가 말을 건넬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죠. 김은평 은평시스터즈는 ‘내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해 주는 토양’이에요. 저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어쩐지 고향이 없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항상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곳에 온 뒤 저를 보신 아빠가 저한테 ‘은평에 완전 정착했구나’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동네 친구가 있다는 건 사실 그런 의미인 거죠.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같이 슬퍼해 주고 걱정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김지혜 전 부산 사람인데 처음 은평에 왔을 때 서울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서울에 왔을 때 종종 갔던 홍대에서 느낀 차가운 이미지가 아니었고 동네 사람들이 살갑더라고요. 또 은평시스터즈를 만나면서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니 든든하더라고요. 저에게 은평시스터즈는 ‘평소엔 느슨해 보여도 힘들 때 힘을 발휘하는 잘 키워 둔 코어 근육 같은 존재’예요. -은평시스터즈에 합류한 이후 혼자 살 때 느꼈던 고충을 해결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지혜 혼자 사기엔 양이나 가격이 애매한 식자재나 생필품을 함께 구매해서 저렴하게 필요한 만큼만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그 전에는 과일이나 야채, 그 외의 식료품을 살 때 대량으로 사야만 싸게 살 수 있는 것들은 아예 구매를 포기하거나 사더라도 다 못 쓰고 버리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또 집을 수리할 때 필요한 공구를 주민센터에서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장인 특성상 주말 아니면 갈 수가 없어서 제겐 있으나마나한 서비스였어요. 은평시스터즈 회원이 되고 나서는 근처에 사는 시스터분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선뜻 빌려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서로 나누면서 의지할 동지가 있어 물질적으로 많이 갖고 있지 않아도 이상할 정도로 든든한 느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은평시스터즈가 모여서 하는 일이 거창한 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다양한 주제로 정기 모임을 열고 때때로 일부 회원들끼리 즉석 만남인 ‘번개’를 하기도 한다. 혼자라서 할 수 없는 일들 혹은 혼자 해도 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더 좋은 활동을 두루 하고 있다. 예컨대 수박처럼 혼자 사면 다 먹기엔 부담스러운 과일을 나누거나 비건 요리도 함께 해 먹는다. 불광천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북한산에 오르고, 럭비와 클라이밍처럼 평소 접하기 힘든 운동도 함께 시도한다.-그동안 함께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김은평 저는 단체 운동을 배워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학교 때 족구, 배구, 농구 이런 종목을 배우긴 했지만 자세만 배우고 경기를 하진 않잖아요. 지난번에 럭비를 같이 배우면서 직접 미니 게임도 해 봤는데 어지러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좋았어요. ‘남자들이 이래서 다들 축구를 하는구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김지혜 은평시스터즈들이랑 동네 탐방을 했었는데 진관사랑 은평한옥마을, 사비나미술관을 함께 구경했었어요. 불광천 따라 자전거를 타다가 김밥 먹고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즐겁더라고요. 김예진 저는 이런 활동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다른 모임을 또다시 여는 게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클라이밍 모임은 그 뒤에 뜨개질 모임으로 이어지고 그분들끼리 술 모임도 하고 계속 연결되더라고요. 은평구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게 좋죠. 은평시스터즈의 활동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회원들은 종종 청년 관련 정책 토론회나 좌담회 등에 참석하곤 한다. 몇몇 자리에서 마주했던 1인 가구에 대한 기성 세대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할 때가 많다. 한 공론장에서 마주한 남자 교수는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은평시스터즈 회원들을 바라보며 “솔직히 여성 1인 가구에 중요한 건 예쁜 카페랑 케이크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1인 가구의 삶을 보기 좋게 폄훼하는 발언이었다. 또 1인 가구는 결혼 전에 잠시 스쳐 지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3~4인 가족을 한 가구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현재 1인 가구 정책 중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지혜 사람들은 저희를 1인 가구 청년이라고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잠재적으로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하죠. 어떤 사람들은 ‘쟤 비혼한다고 저러지만 나이 들고 아쉬우면 남자 찾아서 결혼할 거야’ 이런 이야기들도 쉽게 하잖아요. 김은평 국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4평, 5평짜리 임대주택이 계속 나오는 거겠죠. 김지혜 최근에 서교동에 행복주택 공고가 떴었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방 두 개짜리는 대부분 신혼부부용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건 셰어하우스뿐이더라고요. 혼자 사는 청년은 방을 여러 개 가질 권리도 없는 건가요. 1인 가구도 얼마든지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싶은데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아요. 김은평 1인 가구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각자 1인 가구가 된 이유도 성별 따라 다르고 세대별로도 다르거든요. 청년은 청년만의 이유가 있고, 중년과 노년의 이유 역시 다르고요. 그래서 하나의 1인 가구 정책만으로는 애매한데 현재 주거 정책이나 복지 정책은 가족의 생애 주기에 맞춰져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에 대한 기존의 생각부터 해체해야 된다고 봐요. -지역 사회나 정부에 여성 1인 가구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예진 사실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저희의 존재를 계속 말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너희는 언젠가 결혼할 거니까’, ‘너희는 지금 불안정하고, 결혼하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시선을 버리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지정되어 있는 정책들이 좀더 포괄적으로 개인들을 포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지혜 회원 전체의 의견을 모아서 대외적인 의견을 표출한 적은 아직 없어요. 개인적으로 항상 믿고 뽑았던 정치인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만 봐 와서 믿음이 거의 없는 상태라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혼자서는 회의적일지 몰라도 시스터 여럿과 뭉쳐서 계속 작은 목소리라도 내다 보면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습니다.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은평시스터즈의 활동도 중단된 상태다. 운영진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를 대비해 어떻게 하면 동네에서 그동안 못 해 본 일들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며 궁리하는 중이다.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며 네트워크를 단단히 하는 것 말고 외부와의 접점도 넓힐 계획이다. -향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김예진 올해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기업과 많은 대화를 해 보는 거예요. 모 기업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요리 강좌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것처럼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서 동네 달리기 같은 러닝클럽을 한 번 열어 보고 싶어요. 여성 기업과 함께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1인 가구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저희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식자재가 주로 4인 가구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많이 버리게 되거든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1인 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 기업들에 제안 이메일을 많이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기업 쪽에 저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기업 쪽에서도 1인 여성 가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모임을 잘 유지해서 이번 해에도 시스터들과 둥글둥글 이 지역에서 잘살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울포토] ‘에브리타임은 n번방 2차가해 윤리 규정 마련하라’

    [서울포토] ‘에브리타임은 n번방 2차가해 윤리 규정 마련하라’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케이스퀘어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2차 가해, 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윤리규정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물 윤리규정과 신고 삭제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0.4.7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코로나19 유럽서 한국으로…프랑스인 확진에 한국인 친구도 양성

    코로나19 유럽서 한국으로…프랑스인 확진에 한국인 친구도 양성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한국으로 전파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는 20대 남성 A씨가 관내 8번째 확진자로 판정됐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마포구 7번째 확진자인 20대 프랑스인 여성 B씨의 친구이자 밀접접촉자다. A씨는 현재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 한국에 입국한 B씨와 만났고, 11일에 감기 증상을 보인 B씨와 함께 서교동의 한 내과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함께 마포 06번 마을버스, 272번·7737번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12일에는 B씨가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받으러 갈 때 A씨도 동행했다. 13일 오후 2시 25분 B씨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고, A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10분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14일 오전 8시 30분쯤 양성 통보를 받았다. B씨는 프랑스 현지의 부친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B씨의 부친은 지난 12일 오전 확진 소식을 딸에게 전했다. 앞서 서울에서는 지난 9일 입국한 30대 폴란드인 남성이 12일 오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확진 전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그를 태우고 왔던 폴란드항공 여객기는 인천공항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명동서 10년 넘게 장사했는데 1000원 한 장도 못 쥔 건 처음”

    “명동서 10년 넘게 장사했는데 1000원 한 장도 못 쥔 건 처음”

    2월 셋째~넷째주 사이 텅텅 빈 거리 명동 유동인구 16%·주말 39% 감소 “체감상 매출 90%는 감소한 기분” 내외국인 모두 끊겨 장기 침체 우려“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그 많던 사람이 다 숨어 버렸어요.” 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에서 어묵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영민(52)씨는 텅 빈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체감상 매출이 90%는 감소한 기분”이라며 “외국인도, 한국인도 거리에 다니지 않으니 가게에 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명동거리 초입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박모(60)씨는 “10년 넘게 장사했지만 어제처럼 한 장도 못 팔기는 처음”이라면서 “1000원짜리 양말 팔면서 1000원 한 장도 손에 못 쥐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이어 “보통 오전 8시면 영업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오후 1시에 나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유동인구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행정동 기준)를 이용해 서울 대표 상권의 유동인구 감소율을 분석한 결과 명동은 지난해 대비 주말 유동인구가 40%가량 감소했고, 홍대입구 일대는 약 1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관광 1번지’ 명동, 홍대입구 상권이 밀집한 서교동, 강남역 10번 출구 번화가가 위치한 서초4동, 건대입구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자양4동 등 네 곳이다. 분석 기간은 대구 신천지 신자로 ‘슈퍼전파자’로 추정되는 31번 확진환자가 등장한 2월 셋째 주와 넷째 주(2월 17~27일)로 정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가 거침없이 확산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기간이다. 지난달 18일에는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다음날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23일엔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이 기간 서울 시내 번화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명동의 경우 유동인구가 지난해 하루 평균 107만 8354명에서 올해 90만 4871명으로 16.1% 감소했다. 특히 주말(2월 22~23일)만 따져 보면 지난해 하루 평균 64만 8222명이 명동을 오갔지만 올해는 39만 2499명으로 39.4% 쪼그라들었다.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서울시 단기체류 외국인 데이터를 함께 살펴본 결과 지난해 2월 3~4주 하루 평균 37만 9367명의 외국인이 명동을 찾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32만 128명으로 15.6% 감소했다. 외국인도, 한국인도 코로나19 우려에 명동에 발걸음하는 것을 줄였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동은 관광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차 중심지’”라며 “지역생활권 중심인 ‘저차 중심지’보다 유동인구 감소폭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서교동)의 내국인 유동인구는 지난해 하루 평균 199만 5994명에서 올해 174만 8153명으로 12.4% 감소했다. 주말 유동인구는 지난해 205만 6516명에서 올해 171만 6325명으로 16.5%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건대입구(자양4동)의 유동인구는 1년 전 대비 7.9% 줄었다. 그러나 강남역 상권이 포함된 서초4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동인구가 4.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기 남부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 지하철 노선이 집중돼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심 교수는 “강남역 일대는 오피스나 학원이 많아 고정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관광1번지’ 명동, 주말 유동인구 40% 줄었다…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서울 주요상권 분석

    ‘관광1번지’ 명동, 주말 유동인구 40% 줄었다…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서울 주요상권 분석

    상인들 “유동인구 감소 체감상 더 크다”젊은층 많은 홍대입구 일대는 16%감소“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그 많던 사람이 다 숨어버렸어요.” 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에서 어묵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영민(52)씨는 텅빈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체감상 매출이 90%는 감소한 기분”이라면서 “외국인도 한국인도 거리에 다니지 않으니 가게에 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명동거리 초입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박모(60)씨는 “10년 넘게 장사했지만 어제처럼 한 장도 못 팔기는 처음”이라면서 “1000원짜리 양말 팔면서 1000원 한 장도 손에 못 쥐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박씨는 “보통 오전 8시면 영업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오후 1시에 나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동인구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행정동 기준)를 이용해 서울 대표 상권의 유동인구 감소율을 분석한 결과, 명동은 지난해 대비 주말 유동인구가 40%가량 감소했고, 홍대입구 일대는 약 1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관광 1번지’ 명동, 홍대입구 상권이 밀집한 서교동, 강남역 10번 출구 번화가가 위치한 서초4동, 건대입구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자양4동 등 네 곳이다. 분석 기간은 대구 신천지 신자로 ‘슈퍼전파자’로 추정되는 31번째 확진자가 등장한 2월 셋째 주와 넷째 주(2월 17~27일)로 정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가 거침없이 확산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기간이다. 지난달 18일에는 31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다음날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감염이 확산됐다. 이어 20일에는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고 지난 23일엔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이 기간 서울 시내 번화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명동의 경우 유동인구가 지난해 하루 평균 107만 8354명에서 올해 90만 4871명으로 16.1% 감소했다. 특히 주말(2월 22~23일)만 따져보면 지난해 하루 평균 64만 8222명이 명동을 오갔지만 올해는 39만 2499명으로 39.4% 쪼그라들었다.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서울시 단기체류 외국인 데이터를 함께 살펴본 결과, 지난해 2월 3~4주 하루 평균 37만 9367명의 외국인이 명동을 찾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32만 128명으로 15.6% 감소했다. 외국인도, 한국인도 코로나19 우려에 명동에 발걸음을 줄였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동은 관광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차 중심지’”라면서 “지역생활권 중심인 ‘저차 중심지’보다 유동인구 감소폭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서교동)의 내국인 유동인구는 지난해 하루 평균 199만 5994명에서 올해 174만 8153명으로 12.4% 감소했다. 주말 유동인구는 지난해 205만 6516명에서 올해 171만 6325명으로 16.5%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건대입구(자양4동)의 유동인구는 1년 전 대비 7.9% 줄었다. 그러나 강남역 상권이 포함된 서초4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동인구가 4.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기 남부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 지하철 노선이 집중돼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심 교수는 “강남역 일대는 오피스나 학원이 많아 고정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코로나19 확산 여파” 서장훈, 임대료 인하 운동 동참

    “코로나19 확산 여파” 서장훈, 임대료 인하 운동 동참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다. 지난 3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서장훈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서교동 건물 3곳의 요식업 임차인들에게 2개월 동안 임대료 1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주변 건물보다 싸게 임대료를 받으며 착한 건물주로도 불린 서장훈이 이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힘든 소상공인들을 위한 임대료 인하 운동 동참을 결정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훈훈함이 더해졌다. 서장훈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임대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장훈은 이 외에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아동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신종코로나 꾀병’ 20대 남성, 경찰관 폭행으로 구속

    ‘신종코로나 꾀병’ 20대 남성, 경찰관 폭행으로 구속

    경찰에 체포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에 걸렸다며 이달 초 꾀병을 부리다 풀려났던 20대 남성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공무집행방해·폭행·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씨는 6일 새벽 2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클럽에서 다른 남성 손님과 시비가 붙어 클럽 밖에서 소란을 피웠다. 이후 정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정씨는 지난 2일에도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폭행하고 소리를 지르며 매장 내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영업을 방해해 체포됐다. 당시 수갑을 찬 채로 홍익지구대에 붙들려 온 정씨는 경찰관들을 상대로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고 옷을 벗으려 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정씨는 자신의 행동에 경찰관들이 반응하지 않자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신종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누구를 좀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이후 보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지구대로 출동해 정씨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신종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했지만 별다른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정씨는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 지역에 간 적도 없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당시 정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석방했지만 나흘 만에 또다시 경찰관 폭행으로 체포되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폭력, 업무방해 등의 전과가 여러 건 있는 등 재범 가능성이 크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에도 자주 폭행 시비로 지구대에 체포되어 와 난동을 피우고 꾀병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신종코로나 꾀병’ 남성, 이번엔 경찰관 폭행으로 구속 기로

    ‘신종코로나 꾀병’ 남성, 이번엔 경찰관 폭행으로 구속 기로

    경찰에 체포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에 걸렸다며 이달 초 꾀병을 부리다 풀려났던 20대 남성이 이번에는 경찰관을 폭행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7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20대 남성 정 모 씨에게 공무집행방해·폭행·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6일 새벽 2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클럽에서 다른 남성 손님과 시비가 붙어 클럽 밖에서 소란을 피웠다. 이후 정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정씨는 지난 2일에도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폭행하고 소리를 지르며 매장 내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영업을 방해해 체포됐다. 당시 수갑을 찬 채로 홍익지구대에 붙들려 온 정씨는 경찰관들을 상대로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고 옷을 벗으려 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정씨는 자신의 행동에 경찰관들이 반응하지 않자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신종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누구를 좀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이후 보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지구대로 출동해 정씨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신종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했지만 별다른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정씨는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 지역에 간 적도 없었다. 경찰은 당시 정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폭력, 업무방해 등의 전과가 여러 건 있는 등 재범 가능성이 크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에도 자주 폭행 시비로 지구대에 체포되어 와 난동을 피우고 꾀병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했다.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정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지구대서 난동 피우던 20대, 기침하며 신종 코로나 꾀병

    지구대서 난동 피우던 20대, 기침하며 신종 코로나 꾀병

    지구대 난동에 경찰관들 반응 없자 기침하며 꾀병경찰 “종종 꾀병 부려…만일 대비해 보건소 신고”음식점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체포된 2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며 꾀병을 부려 119 구급대원들이 지구대로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폭행·업무방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지난 2일 오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다가 직원들에게 제지당하자 이들을 폭행하고 소리를 지르며 매장 내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갑을 찬 채 홍익지구대로 붙들려 온 A씨는 경찰관들 앞에서도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지르며 옷을 벗으려고 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이러한 행동에도 경찰관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A씨는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신종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 누구를 좀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인근 보건소에 있는 의사가 A씨를 전화로 문진한 결과 A씨는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 지역에 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보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지구대에 도착, A씨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감염 여부를 파악한 결과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아 구급대원들은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에도 자주 폭행 시비로 지구대에 체포돼 난동을 피우고 때로는 꾀병을 부렸다”면서 “지구대 직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어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Focus人] “야한 거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남성잡지 맥심 첫 여성편집장 이영비

    [Focus人] “야한 거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남성잡지 맥심 첫 여성편집장 이영비

    “엉덩이가 크고 예쁜 여자가 수영복을 입든 청바지를 입든 본인이 입고 싶어서 나온 건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걸 애들이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포즈는 되고 어떤 건 안 되고, 그 기준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 모호하거든요. 맥심은 법이 규제하는 테두리 안에서 그 모호한 영역의 가장 밖에 있는 매체인 거 같아요.” 한 때 ‘털 난 중년 아저씨’로 오해까지 받으며 수많은 악플과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11년째 맥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맥심 코리아 이영비(38) 편집장. 그녀는 맥심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자 최연소 편집장이기도 하다. 그녀 이후 2016년 미국 맥심도 엘르 출신 여성 편집장을 데려오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도 야한 거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극적이고 섹시한 것에 끌리게 돼 있어요. 일을 하면서 표현 수위에 있어 법이 제한하는 테두리 안에서 최대치로 밀고 가고 싶었죠”라며 “독자들에게 내가 발견한 재밌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에디터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사람들의 취향을 공유해 나가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올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1995년 영국에서 창간됐고 1997년 미국판 창간을 시작으로 2002년 한국판을 창간한 가장 핫한 남성잡지 중 하나인 맥심. 독자들이 원하는 바로 그 ‘핫’함을 찾고 달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녀는 “다른 잡지들은 인생을 좋게 만드는 건강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맥심은 불량식품 같지만 인생에서 빠지면 뭔가 아쉬운 양념 같은 존재다”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2일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맥심코리아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Q) 맥심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2003년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1년간 공부했다. 하루는 친구가 파티한다고 집에 초대했는데 그 집 화장실에 미국 맥심이 꽂혀 있었다. 애들 집 어딜 가도 맥심은 항상 있었다.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 고상한 척 안 하고 가식 없이 기발하게 웃겼다. ‘잘린 손가락 붙이는 법’ 같은 유용한 팁도 있고 우리나라의 패션 잡지와는 발상부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책이라는 고상한 물체에 이런 장난스런 이야기들을 가득히 찍어내도 되나?’ 하는 문화 충격을 받았지만 맥심의 애독자가 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 와서 전공인 신문방송을 살려 왠지 우아(?)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은 KBS 라디오PD에 지원했지만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너랑 딱 맞을 거 같다’던 친구의 말처럼 운 좋게 같은 해 맥심에 지원해 들어오게 됐다. (Q) 여성 편집장으로 발탁된 사연2010년 편집장 됐다. 당시 회사 소유 문제로 조직이 거의 와해됐었다. 편집장은 공석이었고 연차 높은 선배들은 떠나고 후배들만 남았던, 곧 없어질 것 같던 회사의 편집장 자리를 맡게 된 거다. 운 좋게 다시 판매율이 올라가 기사회생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 맥심은 여자에게 매력적인 남자를 만드는 가이드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여자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이후로 다른 나라 맥심에도 여자 편집장이 부임하는 경우가 꽤 많이 생겼다.(Q) 편집장이 여자라는 사실에 대한 놀람과 우려에 대해네이버에 맥심 이영비 편집장 관련 악플들을 보면 욕이 엄청나게 많다. ‘털 난 중년 아저씨일 줄 알았는데 20대 파릇파릇한 여자라서 감정이 오묘하다’라는 댓글도 있다. 물론 털 난 중년 아저씨는 아니지만 성별을 떠나 젊은 세대들이 공유하고 있는 재밌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는 사람이 맥심 편집장이 되는 게 가장 맞지 않나 생각한다. (Q) ‘전체관람가’ 잡지란 말에 놀라는 분들도 많은데‘전체관람가’로 출간되는 게 사실이다. 비유를 해보자면, 주부지의 타깃은 결혼한 기혼 여성들이다. 즉, 성인이다. 주부지에 섹스, 부부생활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주부지를 ‘전체관람불가 성인지’ 분류에 넣지 않는다. 맥심도 마찬가지다. 타깃은 남자며 실제 주요 독자층도 20~30대 남성이다. 그 나잇대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룬다고 해서, 성에 관한 담론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10대에게 유해하다고 간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맥심은 남성 잡지다. 남성들이 보기에 남성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 표지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Q)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 대해맥심 화보를 찍을 때마다 여성 전체를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일부 페미니즘 진영의 공격을 받곤 한다. 하지만 내가 봐온 여자들은 성적 매력을 당당하게 어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일종의 철학을 하나같이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맥심을 성적 대상화의 사회악으로 보는 일부 남성혐오집단의 공격이나 악플 등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는 걸 많이 봐왔다. 대형 일부 서점에서 진열된 책을 보고 어머니들이 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취향에 대해서 본인이 보고 싶지 않다고 그걸 못하게 하고 비난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Q) 맥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에 대해서대중이란 표현을 써서 모호하지만 대중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거센 비난을 한다. 그건 어느 매체건 마찬가지다. 이념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다기보다는 그 당시의 상황이 맥심에게 불운하게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이 반성하고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들이 쌓이다 보면 아무래도 사람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그게 조금 안타깝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진행함에 있어 속된 말로 ‘쫄게’된다. 사람들이 쏟아내는 비난도 어쨌거나 저희 매체의 역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UFC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사람들은 원초적으로 누가 더 센지를 궁금해한다. 호랑이와 사자, 지네와 전갈 등을 싸움 붙이는 이유다. UFC는 제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지만 폭력적이란 시각이 아닌 원초적으로 누가 더 센지에 대해 끌리는 측면이 있다. 센 남자들을 보면 약간 매혹되는 게 있다. 하지만 여자가 유혈 낭자한 UFC를 즐겨본다고 하면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기에 소위 ‘남성적인’ 취향의 여자들이 그걸 잘 드러내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로 정기구독자의 5~10%는 여성이고 매달 한두 개는 여성독자의 상담이 들어온다. 남녀의 취향 경계는 이미 흐려지고 있다. 편견을 걷고 들여다보면 남자에게 재밌는 건 상당수의 여자에게도 재밌다. (Q) 섹시함의 기준이 남성과 다를 수 있다. 여성 입장에서의 섹시함이란기본적으로 맥심 모델 콘테스트에 나온 분들은 본인의 얼굴과 몸매에 자신감을 갖고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대중에게 어필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많은 카메라와 사람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고 자신 있는 포즈와 표정을 취한다. 소속사에서 키우는 연예인들, 속칭 “너 뜨려면 맥심 나와야 돼”라고 말하면서 인형처럼 똑같은 얼굴 표정으로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뭔가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명확한 친구들이 맥심에게 잘 맞는 거 같다. 그런 것들이 또한 맥심이 생각하는 섹시함의 기본인 거 같다.(Q) ‘44 사이즈 모델은 쓰지 않겠다’라고 한 적 있는데“맥심은 육덕진 여자를 좋아하시죠?”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육덕진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여성 모델들이 나왔을 때 실제로 잡지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그 의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여성을 예쁘고 섹시하다고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델 본인 스스로도 ‘넌 살을 빼야 돼’, ‘아이돌처럼 새다리가 돼야 돼’라는 외부적인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상태가 만족스럽고 맘에 들어서 나올 때 바로 그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섹시하고 예쁜 여자를 다루는 매체로서 이런 외부의 기준들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맥심의 방향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Q) 역대 최고령 모델인 송해씨를 표지로 선정한 이유역대 맥심에 나오신 분들 중 최고령이다. 아마 그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거 같다. 남자 아이콘이란 인터뷰 코너가 있는데 여자 표지모델을 선정하듯이 남성들의 롤 모델을 선정하고 섭외해서 백커버로 들어간다. 송해 선생님은 방송의 살아있는 역사이시다. 그 지나온 시간만으로도 너무 멋있는 거 같다. 표지모델 섭외에 너무 흔쾌히 응해주셨다. 영화 대부 콘셉트였는데 눈물도 흘리시고 연기도 너무 잘해 주셨다.(Q) 국내외 연예인 중, 기억에 남는 표지모델과 그 이유는최근에 작업했던 200 특집호가 제일 재밌었던 거 같다. 저희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스 맥심 모델 엄상미, 김소희를 비롯해서 한지나, 예린, 꾸뿌 등이 나온 표지였다. 빨간색, 하얀색 비키니를 입고 같이 파티하고 놀고 싶은 예쁜 여자 친구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환화게 웃는 모습을 연출했다. 모델들이 저희가 원하는 콘셉트를 가장 심플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거 같았다. 제작진들도 상당히 즐거웠다. (Q) 소녀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의 화보 촬영 시 마찰은 없는지원치 않으면 벗기지 않는다. 본인이 미니스커트까지만 입겠다고 하면 그 이상 권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 소속사들도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 당연한 거다 하지만 맥심도 맥심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보지만 아예 접점이 없으면 저희들도 하지 않는다. 일단 맥심에 나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자신의 가장 섹시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섭외된다.(Q) 세월호 참사로 예정보다 늦게 배포했는데당시 윤태진 아나운서 표지였는데 너무 귀엽고 발랄하게 잘 나왔다. 맥심은 재밌는 것들을 소개하고 고민 없이 보고 웃을 수 있는 그런 매체다. 여러 국가적인 국난이 있어도 발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너무나 안타깝고 비극적인 참사라 그땐 기분이 좀 그랬다. ‘장례식장에서 북치고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학생이 구조됐다라는 오보가 당일에 뒤집혀져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만 웃자고 잡지를 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좀 늦추게 됐다. 판매가 잘 됐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 같다. (Q) 표지모델과의 마찰로 에디터 중 한 분이 표지 모델로 나왔는데두 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촬영 다 끝낸 표지모델이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는데 전화받고 바로 귀국했다. 이미 계약서에 사인도 다 했고 출판해도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틀 후면 인쇄기가 돌아갈 급박한 상황 속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걸 그냥 콘셉트로 가는 건 어떨까하고. 독자들에게 무슨 변명 따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우리 해프닝 자체를 맥심의 커버로 남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란 위험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론 그 에디터분이 굉장히 연기를 잘해줬다. 조명 쓰러져 있고 쓰레기 굴러다니고 망한 촬영장 콘셉트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맥심이란 매체가 그 일을 계기로 전화위복 됐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 모델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모델료는 돈가스 사주는 걸로 대신했지만. (Q)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다. 직원 간 소통은 어떻게아무래도 만드는 콘텐츠가 자유롭다 보니깐 직원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의 범위나 양 그리고 자유도 자체가 높다. 그렇다고 위아래가 없는 건 아니다. 휴가 신청 올라오면 다 오케이다. ‘놀고 싶으면 노세요’라는 의미다. 평소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깐 자유도 자체를 높여 놓는 편이다. 옆돌기를 하든 불쇼를 하든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상관하지 않는다. (Q)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연예인요즘은 사람들이 정말 뭘 좋아하고 뭘 보고 싶어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유튜버 개인 팬덤이 두터운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게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물론 좋지만 연예인들보다 더 흥미로울 때가 더 많다. 외모를 떠나서 그렇게 자신의 콘텐츠가 풍부한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재밌고 즐겁다. 연예인 중에선 개인적으로 배우 김혜수씨가 맥심에 나오면 참 멋있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마 안 하실 거 같다. (Q)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은 2017년 10월호 광마 마광수 추모 특집호다. 그가 사망한 달 모든 기획을 정리하고 표지부터 후반부 기사들을 특집으로 꾸미고 추모 특집을 준비했다. 상큼하고 섹시한 맥심 여자 표지 모델이 아닌 마광수 얼굴이 표지로 나가면 판매가 저조할 것도 예상했다. <즐거운 사라>가 당대에 판금되고 저자와 출판사 사장이 구속까지 될 정도의 텍스트인가, 우리 사회는 이 텍스트를 감옥에 가두고 숨겨야 하는 것인가, 지금의 한국에서도 그 기준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맥심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던지고 싶었다. 맥심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그의 문학과 사고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마광수라는 인물의 불행한 개인사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Q)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일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경직된 ‘벽’이 얼마나 많은지 절감했다. 얼마 전 유튜브로 90년대 뉴스를 봤다. 당시 사회 문제시되던 오렌지족의 행태란 게 수입차 타고 락카페 가는 정도였다. 지금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들이다. 결국 세상은 나아간다. 맥심과 함께 하는 동안에도 세상은 변했다. 티팬티를 입거나 왁싱을 하면 무슨 외국 포르노 배우 보듯 하던 시선도 많이 사라졌다. 논란의 대상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게 왜 나빠?”라고 생각해보는 게 맥심 편집장 이영비의 목표라면 목표다. 또한 내외부적인 어려움 없이 매달 마감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맥심이라는 편견도 많고, 미움도 많이 받고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10년 넘게 만들어 오고 있다. 독자들이 내가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최근 200호 특집을 했는데 300호 갈 때까지, 제가 죽어 없더라도 맥심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sungho@seoul.co.kr
  • “이 시대 문학이 필요한 이유 알아서 기지 않는 장르니까”

    “이 시대 문학이 필요한 이유 알아서 기지 않는 장르니까”

    양경언(35). 2011년 ‘현대문학’에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 젊은 평론가의 이름은 문학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면 어김없이 있었다. 2014년 9월 20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304낭독회’에도, 2016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론화 된 ‘문단 내 성폭력’ 운동 때에도 예외없이 등장했다. 그가 첫 평론집 ‘안녕을 묻는 방식’(창비)을 냈다. 201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던 ‘안녕 대자보’ 현상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연결해서 살핀 자신의 평론 ‘작은 것들의 정치성’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삶에서든 문학에서든 안부를 묻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평론가를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까페창비에서 만났다. ●“비평이야말로 기억 투쟁의 장” ‘안녕을 묻는 방식’은 2010년대의 한국 시를 필두로 이 시기 사회를 뒤흔든 여러 사건들 속에서 문학의 역할을 되짚는 책이다. 그는 2010년대를 일컬어 “2009년 용산 참사, 이명박 정권 초기 등을 거치며 시의 미학에 대한 고려가 정치성 역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의 ‘미래파 논쟁’이 전에 없던 화법과 형식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러한 고민들의 현실 속 역할을 숙고하던 시절이라는 거다. ‘안녕 대자보’가 기존 정치의 바깥에서 정치의 범위를 확장하듯, 이 시기의 시도 ‘누군가를 대리하려는 욕망 없이 ‘너’를 요청하는 발화를 이어간다는 것’, ‘고독과 다정함이 혼종적으로 묻어나는 희한한 분위기’(21쪽, ‘작은 것들의 정치성’)를 자아낸다는 것이 양 평론가의 분석이다. 2010년대는 세월호, 촛불 혁명, 문단 내 성폭력, 페미니즘 등의 이슈를 거치며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받던 시대다. 바로 그 지점에서 비평이 중요하다고 양 평론가는 말한다. 비평이야말로 기억 투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참사 앞에서 문학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기력하다고 의미화할 것이냐, 말의 무력과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 한계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할지 분투하는 과정으로 의미화할 것이냐는 다른 입장이에요.” 그래서 그는 작가와 시민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세월호 희생자를 추념하는 한 줄 문장을 읽는 ‘304낭독회’의 일꾼으로 활동하고, ‘문단 내 성폭력’ 운동 때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알아서 기지 않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을 읽었을 때 새삼 그냥 지나쳤던 것도 고양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돼요. 지난해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황정은·박상영·장류진 작가의 소설이 그런 것처럼 모르고 있던 걸 가르쳐준다기보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걸 다시 일깨우는 것이 요즘의 문학이고요. 그렇게 작품을 읽고 고양된 순간을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의견을 표출하고 힘을 실으면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게 2010년대의 모습이에요.” 일상의 언어를 쓰지만 행간은 더욱 깊어진 요즘의 시. 마지막으로 아직도 ‘시가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더니 “지금 시대가 요청하는 확실하게 정리되는 것,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비켜가는 자리에 시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시를 읽는 건 사회에서 사람들이 관성화된 움직임으로는 감각할 수 없는 부분들을 느끼는 과정이거든요. 대놓고 사람들이 난감하기를 바라는 것이고요. ‘시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 시를 잘 겪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마포구, 야간 안전 귀가를 위한 ‘시민순찰대’ 확대 운영

    서울 마포구는 구민들의 야간 안심 귀가를 돕고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마포시민순찰대’를 기존 2개 동에서 8개 동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기존의 대흥동, 서교동 동에 더해 공덕동, 망원1·2동, 연남동, 염리동, 용강동에서도 운영한다. 야간 시민순출대는 주 3회, 오후 8∼12시 주민들이 방범 취약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마포시민순찰대’는 주민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행정을 목표로 하는 민선7기 공약사업 중 하나다. 이는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구민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던 기존 ‘마포구 자율방범대’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한 것으로 지난해 1월부터 대흥동, 서교동 2개 동에서 주 5회 시범 운영됐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마포시민순찰대는 우리 동네 주민을 보호하는 안전지킴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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