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시대의 의미와 과제
◎“다매체 다채널” 방송의 지방분권화/기존매체와 「내고장 프로」 질경쟁/「유선」 가세 「시청자뺏기 전쟁」 예고/저질프로 양산·특정사 네트워크화 우려도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4대 도시의 민영TV방송운영주체가 10일 확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지역방송시대가 열리게 됐다.
내년 4월 시험방송에 들어갈 지역민방은 중앙집중식이던 방송구조에서 지방분권화시대에 걸맞는 방송구조로의 전환과 동시에 3월부터 본방송을 시작하는 케이블TV,6월 발사되는 무궁화호 위성을 이용한 직접위성방송 등과 맞물려 「다매체 다채널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지역민방은 시청자들에게 지역실정에 맞게 전문화·다양화·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뿐아니라 투자와 고용을 창출,지방경제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 기대된다.매너리즘에 빠져 침체돼 있는 기존 지방방송사에는 자극제역할을 함으로써 양질의 지역프로그램개발과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또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군살빼기에 들어간 중앙방송사의 인력을 대거흡수해 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당초 지역민방의 신설이 「대통령 공약사업」에 출발점을 두고 시기상조라는 일부의 지적도 무시한채 고속으로 추진돼온 터여서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이 방송의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공급문제다.채널의 증가는 간단히 말해 프로그램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보처는 지역민방이 지역정보와 문화를 창달하는 지역방송으로 정착되도록 자체 제작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시간의 15%이상 편성하도록 의무화했다.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들의 경우 로컬프로비율을 20∼30%선으로 잡아 정부의 하한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 민방이 설립되는 4대 도시에 있는 KBS와 MBC의 지방계열사의 로컬프로비율이 10%선에 머물고 있으며 축적된 제작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극히 낮다는 점을 감안할때 함량미달의 프로그램만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 자체제작을 위한 하부구조가 취약한 신설 지역방송은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서울방송의 전국 네트워크화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동시에 영상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판매시장이 될 뿐이다.
지역민방의 출범으로 우려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역광고시장을 놓고 벌어질 치열한 수주전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지역 민영TV들은 기존 KBS·MBC의 지방계열사,케이블TV와 혈전을 감수해야 한다.최악의 경우 광고를 강매하거나 「조건부 광고」를 남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또한 시청률을 높여 광고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극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저질프로그램으로 편성표를 채울 가능성도 있다.
방송의 공정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보도프로그램이나 대담프로그램에서 국가적인 사안을 놓고 공정하게 의견을 개진할지 지역 혹은 지배주주사의 이익을 앞세울지는 두고볼 일이다.
민방관련업체들은 이같은 우려들을 의식해 한결같이 로컬프로그램비율을 높게 잡고 공정방송,소유경영분리 등을 내세웠다.공보처는 이들로부터 「약속을 어겼을 경우 허가를 취소해도 좋다」는 약속이행각서를 받아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개정이 추진중인 방송법에서는 방송심의와 재허가를 연결시켜 방송내용의 저질화를 막도록 보완할 예정이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여는 지역민방이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지역 프로그램의 개발 △공정성 유지 △공익성과 상업성의 적절한 조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역민방 따낸 4개사 어떤 기업인가
○한창/섬유·무선전화기 전문
지난 67년 「한창섬유공업사」로 출발,직물 및 의류의 수출을 통해 성장한 중견 섬유업체이다.후발 개발도상국의 추격과 국내 임금의 상승으로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지난 85년 무선전화기 사업에 진출했다.
혼신 제거기능을 갖춘 MCA 방식의 제품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며 판매에서 호조를 보여 지난 해 매출액 중 전자 부문의 비중이 48.5%로 높아졌다.
「탑폰」이란 브랜드의 무선전화기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졌으며 새로 내놓은 자동응답 기능을 갖춘 유·무선 복합 전화기인 「HCA9400」의 판매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부산에 2천평 규모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상가도 건립 중이다.
자본금은 1백3억원,93년의 매출액이 1천46억9천만원,당기 순이익은 7억9천만원이다.
○청구/건설로 성장… 계열사 8개
지난 73년 대구에서 창업,성장한 주택 전문건설업체로 93년의 도급 순위는 25위이다.대구 지역에서 마감재 및 인테리어를 주부들의 취향에 맞춰 지은 아파트로 명성을 쌓은 뒤 87년 지방 업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중계동에서 아파트 분양에 성공,수도권에 입성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힘써 청구주택·청구산업개발 등 4개의 건설업체와 경일상호금고,광고업체인 청구애드컴,제조업체인 송림산업,유통업체인 삼양코아 등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오는 96년 6월 분당에 민자역사 및 백화점을 완공할 예정이며 대구에 대형 백화점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자본금은 1백78억원이며 93년의 매출액 5천2백21억원,당기순이익이 1백87억9천만원이다.
지난 6월27∼28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아 기업공개를 위한 절차를 마치고 오는 12일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주건설/전남의 대표적 건설업체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종합 토목·건축업체이다.
87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파트 건설공사에 참여,광주·여수·순천은 물론 서울·하남·온양 등 전국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연간 매출액 1천3백59억원으로 도급순위는 52위이다.
금융·레저·제조업에도 진출,대주주택·(주)대주콘도·동양상호신용금고·두림제철산업 등 8개 계열사가 있다.
남보다 앞서 3년 전부터 민방설립 추진위를 구성했었다.일신방직(주)·전방(주) 등 제조업체 위주로 29개 업체를 컨소시엄 업체로 끌어들여 전국에서 가장 높은 9대 1의 경쟁을 뚫고 광주지역의 민방권을 따냈다.
허재호회장(52)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체신부 등에서 근무한 뒤 지난 81년 대주건설을 설립,건설업에 뛰어들었다.『지역경제 발전과 언론 창달에 한 몫을 하겠다』는 소감이다.
○우성사료/배합사료 연1천억 매출
지난 68년 「삼성사료공업사」로 출발,70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양어·양견용 특수사료 등 축종 배합사료를 생산하는 전문업체이다.매출 비중은 양돈용 사료가 35.8%로가장 많고 축오용 30.5%,양계용 24.6% 등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의 타결 이후 악성 거래처를 정리한 데다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가 줄어들고 원재료 가격도 올라 매출이 저조한 편이다.
아직 매출 비중은 적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양견용 특수사료인 「바이오 스타」와 양어용인 「뉴금비단」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92년 60억원을 투입,논산에 특수사료 공장을 완공했으며 홍성 등 4곳에 하치장을 개설,판매망을 확충함으로써 운송비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자본금은 1백50억원이며 93년의 매출액 1천3백70억원,순이익은 42억7천만원이다.
◎민방 점수평가 서경석위원/“모든 과정 공정·투명성 자신/야 문제제기 「대구」 하자없다”
10일 발표된 지역민방 사업자의 선정과정이 투명했는지의 여부를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인사는 점수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서경석 경실련사무총장이다.서총장은 YH사건,동일방직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른 재야사회운동가.재야인사가 정부의 이권사업 허가심사에 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채점과정을 지켜보고 일일이 확인사인까지 한 서총장은 『이번 지역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이 앞으로 이권이 걸린 사업의 운영권자 선정에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수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경위는.
▲지난달 29일 오린환공보처장관이 직접 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해왔다.경실련 직원들의 반대도 있어 처음에 주저했으며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심사에 참여했다.그러나 평가과정이 객관적으로 투명해 이제는 마음이 편하다.모든 위원이 각자의 명예를 걸고 평가작업을 벌였다.모든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한다.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반영됐나.
▲내가 1등으로 채점한 4개 업체가 모두 최종 운영권자로 선정되었다.대부분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한 곳으로 일치했다.
외부의 청탁은 없었는가.
▲나의 평가위원 위촉사실을 아무도 몰라 청탁이 있을수 없었다.청탁이 있었다 하더라도 운영주체 선정에 변수가 될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대구지역을 문제삼고 나왔는데.
▲신청업체 대표 가운데 과거 여당 당적을 가진 사람이 10명이 넘었다.그것만을 이유로 탈락시킨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했다.당적보유 경력에 대해 감점하자고 내가 제안,모든 심사위원이 따라 주었다.따라서 심사의 공정성에 하자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