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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당신의 업경은 어떻습니까?

    2018년, 당신의 업경은 어떻습니까?

    누구나 매일 세수하며 거울을 본다. 거울은 자기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살아온 역사를 비추는 거울도 있다. 바로 업(karma)의 거울, 업경(業鏡)이다. 업경은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개인사의 동영상을 보여준다. 생전의 업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간다는 믿음은 동서고금에 차이가 없다. 극락이냐, 천국이냐 이름은 달라도 고통 없는 꿈의 세계라는 점은 같다. 사후의 심판이 공정하리라는 믿음은 현실의 고통을 견디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마약 같았다. 죽으면 영혼이 소멸한다고 믿었던 동아시아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업과 인과응보의 세계가 열렸다. 불교식으로는 심판을 받아 갈 곳이 정해지기 전까지 49일이 걸린다. 오늘날의 49재가 여기서 왔다. 사후에 7일마다 1번씩 7번, 그리고 100일, 소상, 대상의 3번을 더해 명부의 왕 10명에게 10번의 심판을 받는다. 시왕(十王) 신앙이다. 천국이냐 지옥이냐를 놓고 저승에선 10심제를 채택한 셈이다. 시왕 신앙은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이라는 경전에서 잘 정리가 됐다. 살아있을 때 미리 7일마다 예수재를 지내고 시왕도를 만들어 공덕을 쌓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왕 앞에 끌려가 생전의 일을 심판받는다는 생각은 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 경전은 죄업 쌓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 예수재를 지내고 시왕상을 만들어 사면받길 권장한다.그림은 14세기 중국 원나라 때 그려진 10폭의 시왕도 가운데 하나로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 모습이다. 인도에서 야마(Yama)라고 불리는 염라대왕은 5·7일, 즉 사후 5번째 7일이 되는 날 심판한다. 왼편 위에 ‘오칠염라대왕(五七閻羅大王)’이라고 썼다. 화면 상단에는 한 폭짜리 커다란 병풍에 통천관을 쓴 염라대왕의 권위 있는 모습, 하단에는 끔찍한 지옥 장면이 있다. 병풍 뒤의 하얀 구름은 이 공간이 외부와 단절된 신비한 곳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승의 생이 끝난 이가 명부 옥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왔다.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치는 듯한 염라대왕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화면 왼편 하단에는 크고 둥근 업경을 세워두었다. 망자가 아무리 발뺌을 하고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다. 그가 살아서 저지른 일이 그대로 업경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염라대왕의 시선이다. 심판받는 자가 아니라 업경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언감생심 지옥에 떨어질 위기를 모면하고자 헛소리를 한다면 바로 화면 하단 도산(刀山)지옥에 던져질 것이다. 이미 날카로운 칼날이 나무처럼 꼿꼿이 세워진 도산지옥에 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자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행여 그들이 도망갈세라 창을 들고 감시하는 지옥 옥졸도 보인다.염라대왕은 저이에게 어떤 심판을 내렸을까? 저승의 행로는 오로지 자신의 업경이 말해주는 생전 행실에 달려 있다.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른 사람, 작년에 한 공약을 올해 쉽게 뒤집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올 한 해 우리의 업경에는 어떤 영상이 저장될지 궁금해지는 세밑이다.글 그림 제공: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 [금요칼럼] 사립다운 사립학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사립다운 사립학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국 역사에서 유학의 대가를 한 명 꼽는다면 이황(李滉)이 으뜸 자리에 오를 것이다. 이이(李珥)도 만만치 않지만 학자라기보다는 경세가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았다.성리학이 고려 말 이 땅에 들어온 지 200년이 지나도록 성리학의 우주론과 인성론을 제대로 이해한 이는 거의 없었다. 철학적 탐구보다는 소학(小學)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실천적 사회운동의 매뉴얼로 성리학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리학의 철학세계를 모두 이해하고 토착화한 이가 바로 이황이었다. 이게 바로 그를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꼽는 이유이다. 대학자로서 이황은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60세에 도산서당을 세우고 독서하고 수양하되, 동시에 많은 제자를 열성으로 훈도하였다. 이에 필요한 경비는 자신의 일부 토지를 학전(學田)으로 돌리고 거기서 나오는 소작료로 충당하였다. 당시 도산서당에서는 수업료를 받지 않았으므로 재단 출연금만으로 학교 예산의 100%를 감당한 셈이다. 명실공히 사립다운 사립이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은 투자에 끝이 없는 영역이다. 도산서당의 재정도 항상 넉넉하지는 않았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수제자가 재정 문제를 풀고자 건의하였다. 학전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는 서당을 온전히 운영하기가 여의치 않으니 창고의 곡식을 대여하여 이자를 취하자는 것이었다. 조선시대에 곡식의 자연손실률은 1년에 15%를 넘을 정도로 높았다. 따라서 그런 곡식을 15% 이율로만 대여해도 최소한 자연손실률만큼 벌충할 수 있었다. 당시 사채 이율은 대개 50%였으니 25% 정도의 저리로 대여한다면 빈농과 서당이 모두 ‘윈윈’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제자의 제안은 꽤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이황은 식리(殖利)라는 두 글자는 선비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이후의 이야기가 전하지 않아 도산서당의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이황이 자기 재산을 추가로 출연하여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황이 선택한 이런 정도(正道)는 그가 상당한 재력가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현재의 수치로 환산할 때 이황의 재산은 전국에 산재한 전답이 최소로 잡아도 무려 34만평이 넘었으며, 노비도 360여명에 달했다. 그는 당시 대부호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부자가 더 악질적 갑질을 일삼는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이황의 선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칭송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라가 몇 달째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떠들썩하다. 아무리 사립이라도 재정과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면 불법 비리의 온상일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국고지원금마저도 교육과는 무관하게 개인 용도로 지출했다면 말 그대로 범죄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되레 아이들을 볼모 삼아 목소리를 높이는 ‘한유총’의 추태를 보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정부에서는 지역별 초등학교에 임시 공간을 마련하고 교사를 급모해서라도 공립유치원을 전격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비리 사립유치원의 폐원을 차라리 권장하는 수준으로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보조금을 비리의 정도에 따라 회수하면서 말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중등 사립학교 지원에도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의 1년 예산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면 거의 모든 사학 비리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보조·지원금이 예산의 30%라면 그 학교법인 이사회의 30%는 관선이사로 구성하는 식이다. 이것이 싫다면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처럼 관련비용을 직접 모두 조달해 사립다운 사립학교로 스스로 우뚝 서면 될 일이다.
  • “金 방남 기대” 고조 “北미화 안 돼” 반기…대학가 ‘환영위’ 활동 두고 곳곳서 진통

    “金 방남 기대” 고조 “北미화 안 돼” 반기…대학가 ‘환영위’ 활동 두고 곳곳서 진통

    ‘이화여대 환영위’ 꾸려 집회·벽보 부착 반대측 “金 여성 착취… 학교 이름 빼라” 법규 위반 소지… 문제 되자 “활동 중단” 서강대 일부 ‘환영 엽서’ 작성 행사 취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찬반을 놓고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학생들이 ‘학교명’을 사용한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어 전체 학생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친 것이 갈등에 불을 댕겼다. 최근 ‘김 위원장 서울 방문 이화여대 환영위원회’를 꾸린 이화여대생들은 지난 3일 서울 신촌에서 ‘백두 한라 만나 평화’라는 제목의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지난달 학교 건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어록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고 김 위원장의 방남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김 위원장의 답방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 단체를 향해 “김정은의 기쁨조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재학생 박모(23)씨는 “김정은은 여성을 착취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은 장본인이다. 여성 교육의 산실이라는 곳에서 이런 사람을 환영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박 대자보를 붙였다. 재학생 최모(25)씨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필요하지만 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모든 이화여대생이 김정은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잘못됐다”면서 “그릇된 북한의 체제까지 미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김정은 환영위원회 소속 학생들을 퇴학조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환영위원회는 학내 커뮤니티에 성명을 올려 활동을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교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상표법 위반 등 법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환영위원회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서강대에서는 지난 5일 ‘서강대 겨레하나’라는 단체가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학내에 김 위원장 환영 엽서 작성 부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에 부딪혀 행사를 취소했다. 겨레하나 측은 “김정은 개인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의 남북 화해 분위기에 발맞춰 시민이 주도하는 평화 통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행사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학생들은 “아직 북한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김 위원장의 방남을 환영할 수 있느냐”고 맞섰다. 고려대에서도 ‘백두칭송위원회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이라는 단체가 ‘환영! 김정은 국무위원장님 서울방문’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동안 북한이 보인 반인권적 태도와 정권 세습은 여전히 잘못된 문제”라면서 “태극기집회가 비난받는 이유가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이듯 김정은 환영위원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시론] 경애의 마음/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시론] 경애의 마음/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팀킴’이라 불리던 평창올림픽 겨울동화의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잔혹 동화의 피해자였다고 세상에 밝혔던 그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내 컬링 1세대의 한 명으로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후배였다. 술을 좀 했는지 평소보다 말이 엉긴다. “결국 터질 게 터졌네요.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큰 용기를 낸 선수들이 다치지 않게 좀 도와주세요.”예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김경두 교수의 컬링협회 전횡에 대해 내게 고해성사를 하듯 얘기해 온 후배라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서글프고 답답한 심경은 그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로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만나 온 나로선 이번 팀킴(이라고 쓰고 ‘팀킬’이라고 읽는다) 사태를 두고 화들짝 놀라는(또는 놀라는 척하는) 이들이 더 놀랍다. 정말 몰랐다면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을 못 봤다는 것이니 눈을 감았거나 눈이 멀었다는 뜻이고, 아는데도 몰랐던 것처럼 놀라는 척하는 것이라면 뻔뻔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 테다. 정말 이런 협회 지도자들의 전횡을 몰랐단 말인가? 이번 사태가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유별나게 많은 컬링협회에서만 일어난 특별한 일일까? 단언컨대 이번 팀킴 사태는 경상북도 의성에 있는 컬링장에서 발생한 독점적 권력을 가진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에 만연된 지극히 낯익은 풍경이다. 똑같은 얘기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 들어왔다. ○○연맹에도 ‘김경두’가 있고, ○○원에도 ‘김경두’가 있다. 문제가 드러나 알려진 단체 이외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쉬쉬하면서 덮고 있는 전횡과 비리는 차고도 넘친다. 비슷한 문제가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잘 모르는 비인기 종목, 심지어 장애인 스포츠의 밑바닥에까지 깊게 스며들어 있다. 얼마 전 논란 끝에 관리단체로 지정된 한 연맹에도 김경두 교수의 ‘데칼코마니’가 있다. 연맹의 대부로 불렸고 무소불위의 힘을 오랫동안 행사했다. 유능했고 능숙하게 자신의 힘을 행사했다. 그 힘을 갖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고,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때론 처절할 정도로) 노력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혹은 가족)들은 요직으로 등용하고 저항하는 세력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의성 컬링장 같은 특정 시설을 기반으로 꿈나무부터 국가대표까지 모든 레벨의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무리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해도 그들에게는 메달이란 면죄부가 있다. 한 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단체 지정에 저항하던 해당 분야 원로들은 대한체육회에 자발적(이었다고 믿고 싶다)으로 관리단체 지정을 반대하는 연명 서명서를 제출했다.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잘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대학교 3학년 금메달리스트가 골방에 갇혀 무차별 폭행을 당해 가해자였던 대표팀 코치가 감옥을 가도 그냥 놔두라는 협회 원로들의 볼멘 목소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금희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한 대목은 거대 권력에 눌려 숨죽이며 지내는 수많은 엘리트 선수들의 마음을 잘 설명해 준다. 주인공 경애를 ‘경애’하는 상수는 재수 시절 기숙학원 생활조교의 얼차려를 받으면서 마치 ‘팝콘 터지듯 온갖 감정들이 터지곤 했다’고 고백한다. 거기에는 모멸감, 분노, 혐오와 슬픔이 있었지만, 이상한 방식의 갈구가 생겨났고 가해자에게 분노를 느끼다가도 끝내는 완전한 약자가 돼 그의 선처와 용서, 동정과 연민을 바라며 투항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약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만 존재했다. 괴물의 하수인으로 투항해 그를 닮아 가거나 철저히 이용되고 버려지거나. 간혹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다가 결국 자기 발로 더러운 판을 떠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었다. 공교롭게도 소설의 주인공은 팀킴의 서드 김경애와 이름이 같다.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평소에는 스킵 김은정 언니에게도 거침없이 작전을 이야기한다는 경애의 마음이 또다시 부서지지 않기를. 그래서 숨죽여 팀킴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경애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기를 경애의 마음으로 빌어 본다.
  • [색다른 인터뷰] 검찰총장 사과? 하든 말든… 1991년, 그렇게 다들 잊었더라

    [색다른 인터뷰] 검찰총장 사과? 하든 말든… 1991년, 그렇게 다들 잊었더라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은 700만여명이 봤다. 1991년 봄을 그린 영화 ‘1991, 봄’을 본 관객은 5000명이 채 안 된다. 87년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만, 사실은 군사정권과의 타협으로 매듭지어진 절반의 승리일 뿐이다. 87년의 타협이 91년의 패배를 불러왔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온갖 모순은 91년 패배에서 잉태됐을지도 모른다. 모두 쉽게 잊은 91년의 아픔이 온몸에 새겨진 인물 강기훈.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를 지난달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전남 강진에서 간암 투병을 하고 있는 그는 병원에 들르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서울을 찾는다. 이미 한 차례 인터뷰를 거절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승낙한 강씨는 사진 촬영을 극도로 꺼렸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에게 아픈 과거를 묻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이 91년을 잊고 살고,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이 더 아프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91년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처럼 보였다.→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총장이 강기훈씨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검찰총장이 사과를 하든 말든 관심 없어요. 당사자도 아닌데 검찰총장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그를 수사했던 검사 강신욱 신상규 안종택 박경순 윤석만 임철 송명석 남기춘 곽상도, 당시 법무부 장관 김기춘,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 노원욱 정일성 이영대 임대화 윤석종 부구욱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윤영철, 허위로 필적감정서를 작성한 김형영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 중 누구도 강씨에게 사과를 하거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설령 사과를 하더라도 안 받는 건 제 마음입니다. 저는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고, 한편으로는 복수할 의무도 갖고 있어요. 물리적인 폭행은 아니지만 복수할 의무가 있어요. 권리가 아니라 의무죠. →1994년 출소 이후 어떻게 살았나요.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에 다니고, 무역회사에도 있었어요. 막노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더라고요. ‘유서는 왜 대신 써 줬어요’라고 비난하듯 묻는 사람도 있고, ‘유서 써 준 게 뭐가 죄가 되느냐’는 사람도 있었죠. 안 썼다고 말해도 아무도 안 믿어 줬어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사실이 돼 버렸으니까요. 5월이 되면 유독 힘들었고, 지금도 힘듭니다. 누군가 알아보고 사건을 이야기하면 멘탈이 깨져서 일을 못 했어요. →모두가 사실로 믿어버린 사건에 대해 재심 청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재판으로 뒤틀렸으니 재판으로 바로잡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사실 물리적 복수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과거에 고문으로 어쩔 수 없이 간첩이 된 분들한테 ‘10억원 받을 거냐 아니면 당신이 맞은 만큼 때려줄 거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십중팔구는 ‘돈은 필요 없고 때려 주겠다’고 말할 거예요. →조작 당사자들 가운데 직접 대화를 나눈 이는 없나요. -재심 재판에서 국과수 직원이 나와 김형영이 필적 감정을 조작했다고 진술했어요. 김형영과 함께 필적 감정서에 사인한 사람인데 자기 책임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휴정 시간에 저한테 태연히 악수를 청했어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안하다는 뜻인가요.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죠. 김형영의 죄를 진술한 것으로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무서워요.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조작이 가능했을까요. -사람들이 믿어 주니까 가능했겠죠. 제가 인간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 지점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툭 던져 버리고 이후에는 관심 없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1%도 안 돼요. 내 말이 타인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예요.→거짓을 믿게 하는 작동방식이 있는 것 같군요. -이심전심이죠. 이 방향이 권력에게 이로우니까 모두 그렇게 몰고 간 겁니다. 검찰이 정권의 압력을 받아서 조작했다고 하는데 표현이 틀렸어요.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이 이심전심으로 한 거예요. 언론도 ‘이쪽 방향으로 가는구나’라는 걸 알고 받아 쓴 거죠. 얼마나 재밌어요. 연쇄죽음에 배후가 있다는 둥, 제비뽑기를 해서 자살할 사람을 뽑는다는 둥. 검찰이 흘리면 언론은 사실인 양 보도해요. 보도가 나가면 검찰은 보도대로 수사하죠.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서 작성자는 강기훈이 아니라 김기설’이라고 발표했을 때부터 진실이 규명되기 시작한 건가요. -과거사위 발표가 나왔을 때 제가 냉소적으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남들은 저를 구제받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았죠. ‘이게 왜 나만의 문제가 돼 버린 것일까. 나만 구제되면 다 해결되는 걸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기 편해지기 위해서 나에게 문제 해결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냉소적인 인간이 되긴 했지만 사람들이 뭐 때문에 아파하는지 알고 그걸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세월호 보도를 차마 보지 못하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을 차마 지나갈 수 없었어요. →1991년을 생각하면 어떤가요. -91년에 대해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요. 기억하지 못하는 국가는 미래가 없어요. 91학번들에게 부채의식도 느껴요. 저는 어쨌든 재야운동단체의 실무자였잖아요. 유서조작 사건으로 모든 게 엎어졌어요. 당시 운동권이 얼마나 준비를 안 했으면 그렇게 쉽게 엎어졌을까 생각해요. 그때는 소위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다 정치하려고 했어요. 87년 성과를 빌미로 야당 들어가서 한자리 해야 한다는 욕망에 불탔던 시절이고, 실제로 지금까지 많이 들어갔잖아요. →영화 ‘1987’은 요즘 젊은이들까지 보며 울었는데, ‘1991, 봄’은 별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1987’은 재밌게 만들었잖아요. 저는 1987년에 감옥에 있었어요. 같이 감옥에 있던 친구와 그 영화를 봤는데 10분이 지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죠. 툴툴거리면서 봤어요. 저거 아닌데 이러면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는 자기들이 승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의 진짜 모습은 잊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서. 그들 중 1991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정작 본인을 모티브로 한 ‘1991, 봄’은 왜 보지 않나요. -거울 본 지도 오래됐어요. 제 삶 자체가 재난인데 뭐하러 그 영화를 보겠어요. →영화 속에서 ‘하찮고 시시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너무 무겁게 살았어요. 별 내용 없는 시시한 수다를 떨고 농담도 하고 살고 싶어요. 저 보고 힘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젠 당신들이 힘을 좀 내시죠’라고 쏘아붙인 적도 있어요. 충분히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왜 힘내라고 하죠. 힘내서 잘 싸우길 바라는 건가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없었다면 91년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다른 사건으로 뒤집어쓰고 결국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사람들의 열망이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아요. ‘87년 항쟁으로 민주화됐는데 뭘 또 그래’ 이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과 비슷해요. ‘적폐청산 다 했는데 뭘 또 자꾸 시끄럽게 하느냐’는 식이잖아요. 지금도 사람은 죽어 가고 있어요. 헌법에 보장된 파업을 하는데도 구구절절 이유를 나열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나요? →91년에는 어떤 삶을 꿈꾸셨나요. -세상이 괜찮아지면 취직해서 결혼도 하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어요. 만일 제가 과거를 다 잊거나, 당사자가 아니었으면 저도 아마 무딘 감성으로 살았겠죠. 어쩌다 무슨 사건이 나면 ‘아, 옛 생각 나네’라고 과거를 반추하며 ‘후진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후진 인생’과 ‘시시한 인생’은 뭐가 다른가요. -옛날에는 어땠다고 떠벌리며 폼 잡는 인생이 후진 인생이죠.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어떻게 하면 애들 유학 보낼 수 있을까. 욕심에 부들부들 떨면서 망가지는 인생이죠. 그렇게 망가지지 않아 다행이에요.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강기훈에게 띄우는 91학번 편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제게 그는… “그해 봄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1991년 봄, 뜨겁고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아팠습니다. 저와 같은 91학번 신입생이었던 명지대생 강경대가 경찰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고, 연일 또래 친구들이 몸에 불을 살랐습니다. 집회에 나갈 결심이 서지 않아 기숙사에서 이불을 덮고 비겁하게 울었고, 마침내 종로 집회에 나갔을 때 가슴이 벅차 울었습니다. 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인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에서 분신하자 성직자 박홍은 “죽음을 사주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검찰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이 유서를 대신 썼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당신(강기훈)은 어둠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습니다. 종로 거리는 차갑게 식었고, 우리는 패배주의의 늪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고백하건대 공안정국을 조성한 정권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당신이 진짜로 유서를 대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깊었습니다. 91년 봄이 허무하게 지나갔듯이 당신도 어느새 잊혀졌습니다. 당신이 20년 가까이 외롭게 결백을 증명해 나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방관자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당신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내내 흔들리는 당신의 눈빛을 봤습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냉소와 달관이 그 눈빛에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1991년 봄, 믿어 주지 못하고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도리어 제게 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해 봄을 망친 선배 세대가 더 미안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조작을 사실로 둔갑시킨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당신이 그해 명동성당에서 눈물로 결백을 호소할 때 서울신문 기자도 있었습니다. “제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네가 대신 쓴 거 맞잖아’라고 몰아붙이던 서울신문 기자의 얼굴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는 당신에게 제가 회사 대표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91년 봄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약속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강기훈에게 띄우는 91학번 편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제게 그는… “그해 봄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1991년 봄, 뜨겁고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아팠습니다. 저와 같은 91학번 신입생이었던 명지대생 강경대가 경찰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고, 연일 또래 친구들이 몸에 불을 살랐습니다. 집회에 나갈 결심이 서지 않아 기숙사에서 이불을 덮고 비겁하게 울었고, 마침내 종로 집회에 나갔을 때 가슴이 벅차 울었습니다. 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인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에서 분신하자 성직자 박홍은 “죽음을 사주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검찰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이 유서를 대신 썼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당신(강기훈)은 어둠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습니다. 종로 거리는 차갑게 식었고, 우리는 패배주의의 늪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고백하건대 공안정국을 조성한 정권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당신이 진짜로 유서를 대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깊었습니다. 91년 봄이 허무하게 지나갔듯이 당신도 어느새 잊혀졌습니다. 당신이 20년 가까이 외롭게 결백을 증명해 나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방관자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당신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내내 흔들리는 당신의 눈빛을 봤습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냉소와 달관이 그 눈빛에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1991년 봄, 믿어 주지 못하고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도리어 제게 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해 봄을 망친 선배 세대가 더 미안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조작을 사실로 둔갑시킨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당신이 그해 명동성당에서 눈물로 결백을 호소할 때 서울신문 기자도 있었습니다. “제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네가 대신 쓴 거 맞잖아’라고 몰아붙이던 서울신문 기자의 얼굴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는 당신에게 제가 회사 대표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91년 봄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약속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 “등록금 1131만원 적정”… N포세대, 대학도 포기할까요

    “등록금 1131만원 적정”… N포세대, 대학도 포기할까요

    김영철 교수 “소득 증가 감안해야” 사립대들 재정난 하소연과 맞닿아국내 등록금 OECD 3~4위 수준 “등록금 인상 대신 정부지원 늘려야”‘국민소득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립대 학생 1명당 내는 연간 등록금이 300만원쯤 높아져야 적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뜩이나 높은 교육비 부담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강사 인건비 증가 등 돈 쓸 일은 줄줄이 예정됐는데 정부 재정 지원은 크게 늘지 않았고 등록금도 10년 가까이 반(半) 강제적으로 묶어놓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을 표면화하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학연구 11월호에 실릴 ‘등록금 동결 정책과 고등교육 재정 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국민소득(명목)은 2015년 3074만 4000원(통계청 추산)으로 2000년(1341만 5000원)보다 2.3배 올랐다. 반면,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같은 기간 451만 1000원에서 739만 9000원으로 1.6배 오르는데 그쳤다. “소득증가율을 고려하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2015년 1033만 8000원, 2017년에는 1131만 1000원까지 올랐어야 했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지난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39만 9000원이었으니 그가 말한 적정액보다 391만원 적다. 대학생 부모가 평균적으로 40대 중후반인 점을 고려해 40대 가구주를 둔 2인 이상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적정 등록금은 2017년 기준 973만 7000원 수준이다. 보고서의 주장은 사립대들의 하소연과 맞닿아 있다. 사립대 등록금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2010년 이후 동결 상태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을 정하고, 등록금을 올린 대학엔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억제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사립대의 학생 1명당 연간 등록금은 2010년 754만원에서 올해 743만원으로 8년 새 11만원(1.5%) 떨어졌다.대학들은 “더는 줄일 비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서관 운영비, 연구비, 교육시설 개선비 등의 예산도 확보가 어려워 교육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에는 전임강사를 반드시 1년 이상 임용하고,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인 강사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 재정 부담이 더 늘게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은 쉽지 않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 등록금이 수년간 오르지 않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4위 수준으로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김 교수도 “소득에 비례해 내는 국민연금 등과 달리 대학등록금은 정액 납부가 원칙이라 저소득층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정부가 사립대에 재정지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고등교육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7~0.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보다 낮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협의회장인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강사법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건의했다. 김 교수는 “등록금 동결 정책을 고수하려면 과감하게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어렵다면 등록금 동결 정책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되 정부의 지원 확대로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등록금 1131만원 적정”…N포세대, 대학도 포기할까요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립대 학생 1명당 내는 연간 등록금이 300만원쯤 높아져야 적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뜩이나 높은 교육비가 부담스러운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돈 쓸 일은 줄줄이 예정됐는데 정부 재정 지원은 크게 늘지 않았고 등록금도 10년 가까이 묶어 놓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학연구 11월호에 실릴 ‘등록금 동결 정책과 고등교육 재정 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국민소득(명목)은 2015년 3074만 4000원(통계청 추산)으로 2000년(1341만 5000원)보다 2.3배 올랐다. 반면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같은 기간 451만 1000원에서 739만 9000원으로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소득증가율을 고려하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2015년 1033만 8000원, 2017년에는 1131만 1000원까지 올랐어야 했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지난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39만 9000원이었으니 그가 말한 적정액보다 391만원 적다.  보고서의 주장은 사립대들의 하소연과 맞닿아 있다. 사립대 등록금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2010년 이후 동결 상태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정하고, 등록금을 올린 대학엔 정부 재정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억제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더는 줄일 비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서관 운영비, 연구비, 교육시설 개선비 등의 예산도 확보가 어려워 교육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에는 전임강사 고용안정성을 높여 주는 강사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 재정 부담이 더 늘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은 쉽지 않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사립대 등록금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4위 수준으로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고등교육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7~0.8% 수준으로 OECD 평균(1.2%)보다 낮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철야 몰린 15세 여공… 가슴 후비는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철야 몰린 15세 여공… 가슴 후비는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9회 가리봉동(구로공단의 신화)편이 지난 17일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집결한 투어단은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금천 순이의 집)~가리봉시장~디지털단지 오거리~마리오 아울렛~수출의 다리 순으로 다녔다. 이번 특별답사기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맡았다.식권이 한 장 나오는 날은 잔업, 두 장 나오는 날은 철야하는 날이다. 철야하는 밤, 공장 입구에는 ‘타이밍’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386세대들이 공부하면서 한번쯤 삼켜 봤을, 잠을 쫓는 바로 그 각성제다. 불량품이 나올까 봐 공단의 십대 소녀들에게 반강제로 먹인 것이다.고된 철야를 끝내고 돌아가 쉬는 곳은 벌집이다. 두세 평 남짓한 벌집엔 벌이 살지 않는다. 사람이 산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공들이 살았다. 벌집의 필수품은 취사도구와 비키니 옷장, 가족사진이다. 벽지는 신문지. 공동구입한 카세트가 사과박스로 만든 간이책상 위에 놓여 있다. 너무 늦게 찾아와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 구로공단 생활체험관 금천 순이의 집은 구로공단 노동자 거주지가 모델이다. 두 평 남짓한 방, 지금은 사라진 ‘후지카 석유곤로’가 맨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방구석 앉은뱅이 책상이 남루하다. 못 배운 한을 풀고자 했을까. 책상에 놓인 ‘철학에세이’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책들을 보니 갑자기 먹먹해진다. 신문지로 도배한 벽에는 잘생긴 할리우드 미남배우와 팝송가수 사진 열댓 장을 다닥다닥 끼워 넣은 액자가 있다. 그리고 파리똥이 얼룩진 누런 벽에 붙어 있는 낡은 액자가 인상적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아득한 시절, 이발소 그림에 곧잘 등장하던 푸시킨의 시 ‘삶’이다.여공들은 돈을 아끼려고 좁은 방에서 3~4명이 살았다. 이런 방이 6개 잇대어 있는데 화장실은 달랑 하나다.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으리라. 생활관 측에 따르면 과거 이 일대에서 일했던 중년여성들이 혼자 오거나 옛 동료들과 찾는다고 한다. 자신의 곤고했던 시절을 피붙이에게도 알리기 싫었을까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쪽방 문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체험관을 둘러보지 못하고 흐느끼며 떠난다고 전했다. 작가 신경숙도 한때 ‘벌집’에 살며 구로공단에서 일했다. 1970년대 후반 열여섯에서 스무 살까지 여공으로 산 신경숙은 소설 ‘외딴방’에서 ‘서른일곱 개 방 중의 하나, 우리들의 외딴방’이라고 묘사했다. 구로공단은 진한 땀 냄새와 애환이 배어 있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시발점이다. 70년대 중반 전성기 때 이 일대에서 일하던 십만 노동자의 대부분은 십대 소녀였다. 공순이라 불리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 땅의 수많은 누나, 언니, 여동생들이다. 그들이 흘린 회한과 서러움의 눈물에 대해 우리는 오늘 말을 아껴야 한다. 적어도 이 공간을 찾는 순간만큼은 누구든 옷깃을 여미며 한없는 연민과 함께 예의를 차려야겠다. 그들은 대개 가부장적인 전통사회에서 오빠, 남동생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희생한 이 땅의 ‘효순이’들이다. 그리고 이 공간과 절묘하게 묘사한 딱 떨어지는 노래가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찾사의 ‘사계’다.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훌쩍 커버린 딸아이가 아주 어렸던 시절, 노래를 듣던 딸아이가 말했다. “넘 슬퍼.”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랬다. 가리봉동은 한국사회의 슬픈 역사와 함께한다. 오래전 그날 나는 오랜만에 ‘노찾사’의 ‘사계’를 틀었고, 옆에 있던,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초딩’ 딸아이가 그냥 슬퍼했다. 가리봉동은 이 땅에서 가장 슬프고 서러운 낮은 동네였다.또 다른 역사도 있다. 험악했던 그 시절, 그러나 가리봉동에는 목숨을 내건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구석구석에 위장취업한 또 다른 젊음들이다. 70년대 말부터 본격화한 엘리트 대학생들의 노동현장 투신은 한국 사회의 특이현상으로 시대정신(Zeitgeist)의 상징이었다. ‘학출’(학생운동 출신), ‘학삐리’로 불리던 그들은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던지고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들을 ‘위장취업자’로, 노동현장에서는 ‘먹물’로, 정권에서는 ‘불순세력’, ‘좌경용공세력’으로 불렀다. 개발연대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실제로 그 시절, 기업에선 아래와 같은 위장취업자 색출 지침까지 배포되고 학습됐다. ‘이력서의 필체가 기재된 학력에 비해 좋거나, 안경을 쓰거나 대학생들이 잘 입는 복장을 한 근로자, 대학가의 속어를 무의식적으로 쓰거나 노동법에 밝은 자, 이유없이 동료에게 친절한 자….’그들은 앞서 시골에서 올라온 소녀들과는 달리 스스로 공장을 택한 자발적 ‘공돌이’, ‘공순이’였다. 부모가 뼈빠지게 일해 ‘우골탑’ 대학에 보낸 촉망받던 아들딸들이 고시공부 안 하고 제 발로 공장으로 들어가 노동자가 됐다. 가난한 부모의 기대와 눈물을 모질게 외면한 채 노동현장으로 뛰어든 청춘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젊은 학출들은 동료 노동자들과 연대했지만, 때론 갈등했다. 대학생, 그것도 일류 대학생과 공돌이, 공순이라는 태생적 차이 때문에 적잖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서울대 재학 중 공장에 뛰어든 심상정 국회의원은 노동자들과 정서적인 괴리에서 오는 갈등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이 우리 사회 민주화의 원동력이 됐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으랴. 청춘을 바쳐 민주화를 부르짖던 그들도 이제 꽃다운 꿈을 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시나브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금천 순이의 집은 주로 공간적, 건축적인 면에 치중한 다른 문화유산과는 달리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 있는 사회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개발연대, 힘들었던 그 시절을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자는 당장 가리봉 오거리로 달려가야 한다. 그래서 철거된 가리봉동 133-52 벌집 문짝들을 이용해 재현해 놓은 순이의 집을 보며 침묵에 잠겨야 한다. ‘폭풍이 부는 들판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서도 샘은 솟고/ 초토 속에서도 풀은 돋아난다/ 밤길이 멀어도 아침 해 동산을 빛내고/ 오늘이 고달파도 보람찬 내일이 있다/오! 젊은 날의 꿈이여, 낭만이여 영원히’ 그 시절을 재현한 여공의 방, 낡은 액자에 끼워져 있던 바이런의 시 ‘희망’이다. 그렇다.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으리(The best is yet to be). 우리는 그렇게 믿고 살아냈다. 글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27년 걸린 국가의 자백… “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사과해야”

    27년 걸린 국가의 자백… “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사과해야”

    초동 수사부터 靑·檢지휘부 부당 압박 범인 정해 놓고 끼워맞추기 수사 진행 폭행·폭언·협박 등 강압 행위도 지적 “檢은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 필요”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당시 정권의 압박으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중요 증거는 은폐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1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기훈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한 “검찰의 위법행위로 재심개시가 결정됐는데도 검찰이 기계적으로 불복했다”며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라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991년 서강대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분신자살하자 검찰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필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방조했다고 기소했다. 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을 통해 2015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초동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 지휘라인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고,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던 필적 자료를 은폐했으며,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신자살 사건이 발생하기 1시간 전인 1991년 5월 8일 오전 7시에 노태우 정권은 치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권퇴진운동의 일환으로 벌어지던 분신항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검찰 수뇌부에 전달됐고, 정구영 당시 검찰총장은 ‘분신자살사건에 조직적인 배후세력이 개입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당시 사건은 관할 담당이 아닌 서울지검(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고, 당일 오전에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전원과 공안부 검사 2명을 포함하는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졌다. 수사개시 하루 이틀 사이에 ‘유서대필’이란 수사방향을 정한 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결과가 도착하기도 전에 유서대필자를 강씨로 지목했다. 필적 감정 과정에서도 검찰은 김씨의 정자체 필적자료 외에 흘림체로 쓴 메모를 확보했지만, 이를 은폐하고 필적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 ‘김씨는 정자체만 사용한다´고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당시 유서는 흘림체로 쓰여 있었는데, 정자체로 쓴 자료만 감정하고 정작 흘림체 자료를 누락한 것에 대해 과거사위는 ‘선별된 감정 촉탁´이라고 판단했다. 폭행, 폭언, 협박도 이어졌다. 수사팀은 강씨를 이틀씩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력을 휘둘렀고, 가족의 구속을 거론하며 유서대필을 인정하라고 추궁했다. 마약 사범을 조사할 때 쓰는 조사실을 보여 주고 “널 달아매겠다. 4시간이면 자백할 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조사실에는 포승줄, 수갑, 쇠사슬이 벽에 걸려 있었다. 강씨가 구속된 후 변호인 접견과 조사입회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고, 기소 전까지 가족 면회도 차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사위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은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추사 김정희 걸작 ‘불이선란도’ 등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4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추사 김정희 걸작 ‘불이선란도’ 등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4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북한 개성 출신의 미술품 수장가 손세기(1903~1983)씨의 장남 손창근(89)씨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걸작 ‘불이선란도’를 포함한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박물관이 21일 밝혔다. 부자가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로 이뤄진 이 컬렉션은 1447년 편찬한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의 초간본과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이 서울 장의동 북원에서 마을의 원로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연 잔치를 묘사한 ‘복원수회도’가 수록된 화첩, 17세기 서예가 오준과 조문수의 서예 작품 등이 포함됐다.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회화’ 특별전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와 서적에서 소개된 바 있다. 박물관 측은 두 부자의 기증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했다. 두 부자의 컬렉션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서화 소장품을 전시해 우리나라 서화 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릴 예정이다. 기념실의 첫번째 전시는 김정희 서화에 초점을 맞춘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회전’으로 김정희의 ‘불이선란도’, ‘잔서완석루’ 등과 김정희의 제자 허련이 그린 ‘김정희 초상’, 조선 후기 화가 남계우의 ‘호접묘도’, 장승업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22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손씨는 이날 박물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기증식에서 “한 점, 한 점 정도 있고 애착이 가는 물건”이라며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했다”고 기증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귀중한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 주길 부탁한다”며 “앞으로 내 물건에 대해서 손아무개 기증이라는 설명만 붙여주면 만족하고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씨 부자는 유물과 재산을 국가와 학교에 기부해왔다. 손세기는 1974년 서강대에 보물 제1624호로 지정된 ‘양사언 초서’를 비롯한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손씨는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원을 쾌척했고, 2012년에는 50여년간 자비로 가꾼 경기 용인 산림 200만평을 정부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에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1억원을 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23일 서강대 ‘저널리즘출판 포럼’

    23일 서강대 ‘저널리즘출판 포럼’

    서강대 언론대학원(저널리즘출판전공)과 서강출판포럼은 23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삼청로 6출판문화회관에서 ‘저널리즘출판 포럼’을 공동 개최한다. 가짜뉴스가 팽배한 시대에 저널리즘의 역할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동양대 김지영 교수의 주제 발표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서경석 서강출판포럼 회장은 “출판, 언론 등의 현상을 심층 분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포럼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불수능에 가채점 보수적으로… 중·하위권 ‘대학·학과별 가산점’ 파악을

    불수능에 가채점 보수적으로… 중·하위권 ‘대학·학과별 가산점’ 파악을

    정답 여부 애매하면 냉정하게 감점 처리 상위권 하나의 군서 특정 대학 지원할 때 수시 합격자 이동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대학별 전형 작년과 달라 꼼꼼하게 체크 점수에 맞는 포트폴리오 작성하면 도움2017학년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불수능’ 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수험생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각 과목 1등급 커트라인 점수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2월 5일 최종 성적 발표 전까지 수험생들은 대입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가채점 점수를 바탕으로 짤 수 있는 입시전략을 각 입시업체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봤다. ●정시모집 8만 2972명… 수시 결원 땐 더 늘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12월 29일부터 전국 각 대학이 정시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정시모집 인원은 모두 8만 2972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23.8%다. 여기에 수시에서 생긴 결원을 추가 모집하는 인원을 더하면 정시 비율은 좀더 늘어난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수능 성적 고지 전까지 보수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은 “수능 가채점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본인의 점수를 기준치 이상으로 판단해 상향 지원하는 등의 행위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채점 중 애매한 부분은 감점 처리를 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확한 위치 파악 후 지원 전략 세워야 올해 수능이 어려워 예년보다 수시 논술 응시율이 높아지는 등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상향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해 정시로 넘어오는 비율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정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서울의 주요 대학에 지원하려는 상위권 학생의 경우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한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수시 모집에서 빠져나간 학생들을 뽑는 정시 추가모집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나보다 위에 있는 수험생들이 다른 군으로 합격해 많이 빠져나가야만 나의 합격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서 “정시 지원 시 하나의 군에서 특정 대학을 지원할 때는 경쟁자들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갈 만한 대학이 있는지까지 신중하게 파악해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중위권 학생의 경우 상위권과 비교해 각 대학의 전형방법이나 지원 대상 대학 수가 많기 때문에 본인의 정확한 위치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 팀장은 “수능 점수가 잘 나온 과목을 높은 비율로 반영하는 대학 및 학과가 어디인지 유불리를 먼저 따져 본 뒤에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면서 “표준점수 합은 3~4점 차이가 나지만 대학별 환산 점수로 계산해 보면 1점 차이도 안 나는 대학이 있고, 큰 차이가 나는 대학도 있다.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서 수능 점수와 학생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위권 학생은 수능에서 본인이 점수가 낮게 나온 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따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본인 수준보다 높은 대학 중 미달되는 학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수준에 맞춰 냉정하게 지원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우 팀장은 “경쟁률이 1대1 정도 되는 대학과 학과는 가능하겠지만 미달되는 학과는 웬만해서는 찾기 어렵다”면서 “본인 지원 가능 대학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올 연세대 수능 100%로 정시 합격 결정 대학별로 지난해 정시 모집과 달라진 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세대는 2018학년도 정시에서 5%씩 포함됐던 학생부교과와 출결·봉사가 폐지되고 수능 100%로 정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서강대는 인문·자연 구분 없이 모든 모집단위 교차지원이 가능한 계열통합이 이뤄졌다.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수학 가형 선택자의 경우 서강대는 10%의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수학 점수가 높은 자연계열 학생은 인문계열 지원이 유리할 수 있다. 중앙대는 인문대학이 나군에서 가군으로, 사범대학이 다군에서 나군으로, 자연과학대학이 다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했다. 경희대는 한국사를 전형 총점에 반영해 한국사의 비중이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자연계열은 타 대학 의대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적지 않아 수시 이월인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8학년도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에서는 기존 계획보다 162명이 늘어난 544명을 뽑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가채점 점수를 바탕으로 각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에 활용되는 지표와 영역별 반영 비율, 가산점 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지원 대학별 정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공감 못하는 정부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공감 못하는 정부

    별도 예산 책정 없이 혜화역 시위 분석 연구기간 한달·300만원짜리 헐값 추진 화장실 관리부서가 발주해 적절성 논란 행안부 “스터디 차원… 정책 반영 안 해”‘혜화역 시위’의 원인을 찾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연구 용역이 졸속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을 불법 촬영한 여성에 대한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인원 24만 7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혜화역 시위는 미투 운동과 함께 올해 성평등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부처 장관들과 경찰청장이 여성들의 주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현장을 찾거나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집회이기도 하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이 부처 생활공간정책과가 발주한 ‘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가 지난 7일 공개됐다. 6월 9일 ‘혜화역 2차 시위’ 직후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실·국장급 회의에서 “여성 시위의 원인을 분석해 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김 장관은 당시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려 했으나 남성은 시위 참여가 불가능해 대신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연구용역 보고서는 발주 단계부터 출간되기까지 곳곳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계획에 없던 용역 의뢰다 보니 예산 확보부터 어려웠다. 이에 행안부는 긴급현안조사를 위한 예산 5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투입했다. 중요 현안에 대한 연구 용역비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금액이 적다 보니 발주 계약도 쉽지 않았다. 당초 계획보다 2개월이 지난 9월에야 서강대와 수의계약을 간신히 맺었다. 연구 기간은 딱 한 달로 책정됐고,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소속 박사가 집필하기로 했다. 특히 연구 발주처가 적절하지 않았다. 담당 부서는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행안부의 생활공간정책과였다.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혜화역 시위의 본질이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한 편파수사·편파판결에 대한 항의라는 점을 고려했다면 수사·사법 당국에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연구 기간이 짧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중간보고 절차가 생략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시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심도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내용 상당수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들에게 익숙한 소재인 ‘몰카 범죄’가 결집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위 현장을 수차례 찾았던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보고서는 ‘몰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고, 참가자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속성에서만 원인을 찾으려 할 뿐 여성혐오놀이,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디지털 재화로 삼아 신산업화하는 구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 보고서야말로 남성 카르텔을 은폐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여성 시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스터디 차원에서 발주한 것”이라면서 “당장 정책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불수능에 불논술까지”… 수험생 ‘절규’

    “불수능에 불논술까지”… 수험생 ‘절규’

    “수능 가채점 이후 1차 멘붕(심리붕괴), 어제 수시 논술 본 이후에 2차 멘붕 상태예요.”역대급 ‘불수능’이라고 평가받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며 ‘멘붕’에 빠진 수험생들이 수시 논술 전형마저 체감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2차 멘붕’에 빠졌다. 12월 5일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수험생들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18일 교육계와 각 대학에 따르면 17~18일 수시 논술전형을 치른 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 등 대학에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팀장은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수시 논술을 포기하고 정시로 상향 지원을 하려는 학생들이 줄어 수시 논술 응시비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상 논술전형 결시율은 40% 정도인데 올해는 이보다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각 대학의 논술시험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들은 17일 수시 논술고사를 실시한 연세대의 논술 난도가 특히 높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연세대는 사회계열 논술에서 ‘명예’와 ‘명성’의 속성 및 변화 양상을 다면(多面) 비교하는 내용이 출제됐다.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올해는 논술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더 커져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입시커뮤니티에는 “수능 망쳤는데, 논술까지 망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하소연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오는 24일에는 한양대·한국외대, 25일에는 이화여대·중앙대 등의 대학이 수시 논술고사를 치른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불수능’에 뚝 떨어진 예상 합격선…입시업체들, 전년보다 10점 낮춰잡아

    ‘불수능’에 뚝 떨어진 예상 합격선…입시업체들, 전년보다 10점 낮춰잡아

    서울대 경영 286~287·의예 290~294점, 연대 경영 281~284·의예 289~293점 전망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평균 난도가 매우 높은 ‘불수능’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입시업체들이 주요 대학 합격이 가능한 수능 점수를 작년보다 10점 안팎 낮춰 잡았다. 16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은 국어·수학·탐구영역 원점수가 287점(영어영역은 1등급으로 가정)이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업체는 지난해 서울대 경영학과 예상 합격선으로 295점을 제시했었다. 또, 지난해 294점을 받으면 합격할 것으로 예측됐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와 국어교육과는 예상 합격선이 각각 286점과 284점으로 내려앉았다. 서울대 의예과 합격선은 290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예상치보다 4점 낮아진 것이다. 같은 대학 화학생물공학부 예상 합격선도 작년 예상치에 견줘 6점 떨어진 281점으로 전망됐다. 연세대와 고려대 경영학과 예상 합격선은 지난해 예상치보다 9점 낮은 284점으로 제시됐다. 서강대 경영학부는 275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부는 277점으로 합격선이 예상돼 작년 예상치보다 각각 15점과 14점 낮았다. 연세대 의예과 예상 합격선은 지난해 예상치와 비교해 5점 하락한 289점, 성균관대 의예과도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5점 떨어진 288점으로 예상됐다. 메가스터디도 비슷하게 예상했다. 이 업체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의예과 예상 합격선을 286점과 294점으로 봤다. 연세대 경영학과는 281점,같은 대학 의예과는 293점으로 예상 합격선을 내다봤고 고려대 경제학과와 의과대학은 각각 280점과 288점이면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주말부터는 논술 스타트…진짜 대입 레이스 시작

    주말부터는 논술 스타트…진짜 대입 레이스 시작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 등 17~18일 논술“새로운 내용 공부보다는 복습 통해 감 회복 중요”‘수능이 끝난 지금부터가 진짜 대입 레이스의 시작이다.’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지만 논술·면접 등 수시 전형과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 전형의 여정은 이제 본격적으로 열린다. 국어영역 등이 매우 어려운 ‘불수능’이었던 까닭에 가채점 성적에 풀죽은 수험생이 많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야 할 상황이다. 서울 주요 대학 다수는 주말인 오는 17∼18일 수시 논술 전형 실시한다.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17일 오전 자연계열을 시작으로 오후 사회계열과 인문계열에 이르기까지 종일 논술이 이어진다. 연세대의 논술 전형에는 643명 모집에 3만 6683명이 지원, 57.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심리학과는 6명 모집에 836명이 몰려 이 대학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인 139.33대 1을 찍었다. 서강대는 17일 자연계열, 18일 인문, 사회계열 논술을 치른다. 총 346명을 모집하는데 2만 9623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85.62대1이다. 인문자연계열 지식융합미디어학부는 15명을 선발하는데 1599명이 원서를 내 경쟁률이 106.60대 1에 달했다. 성균관대는 17일 인문계, 18일 자연계 지원자들의 논술시험을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실시한다. 900명을 모집하는 논술 우수 전형에 응시자 4만 7018명이 몰려 경쟁률 52.24대 1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17일 경희대 자연·의학·인문·체능계, 건국대, 숭실대, 18일 경희대 사회계,동국대 등이 수시 논술 전형 시험을 진행한다. 17~18일 논술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이르면 이틀 만에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수능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칫 아무런 준비 없이 응시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수능으로 잠시 미뤄 뒀던 논술 감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출문제 등을 활용해 시험 시간을 맞춰 놓고 실제 답안지 등을 활용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9학년도 수능] 3교시 결시율 10.41% ‘역대 최고 수준’

    6만 1318명…작년보다 0.33%P 높아 “최저학력기준 적용 안 하는 전형 많아” 15일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시율이 역대 최고 수준(영어영역 기준)을 기록했다. 수능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수시 전형이 늘었기 때문인 듯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3교시 영어영역 지원자 58만 8823명 중 실제 응시자가 52만 7505명이었다고 밝혔다. 6만 1318명(10.41%)은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지난해 결시율(10.08%)보다 0.33%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평가원은 올해 결시율이 자료 확인이 가능한 2011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2010학년도 이전에는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비중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에 올해 결시율은 수능이 도입된 1994학년도 이래 최고일 것으로 추정된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이처럼 10명 중 1명꼴로 결시한 까닭은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모집 비율이 늘어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경우 고려대, 연세대(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서강대(학생부종합 일반형), 서울대(지역균형선발전형), 이화여대(미래인재전형)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편이다. 수시 논술전형에서도 가톨릭대 일반, 건국대, 경기대, 광운대, 단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일반, 인하대 일반,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항공대, 한양대 등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시 학생부 교과 전형 또한 일부 주요 대학들(고려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등)과 특정 모집분야(의학, 간호 등)를 제외하면 대체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9학년도 수능] 내일부터 논술·면접 시작… “기출문제로 실전 감각 유지해야”

    [2019학년도 수능] 내일부터 논술·면접 시작… “기출문제로 실전 감각 유지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수시모집을 위한 논술전형과 면접 등은 줄줄이 이어진다. 수시 논술에 도전할 예정이거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면접 등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뒤 첫 주말인 17~18일에는 가톨릭대(의예)·건국대·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 등이 인문·자연계열별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그 다음 주말인 24~25일에도 한양대·중앙대·한국외대·숙명여대·서울여대·세종대 등이 논술시험을 치른다. 17~18일 논술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이르면 이틀 만에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수능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칫 아무런 준비 없이 응시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수능으로 잠시 미뤄 뒀던 논술 감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출문제 등을 활용해 시험 시간을 맞춰 놓고 실제 답안지 등을 활용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본인이 응시하는 대학별 특징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은 ‘2019 대입 수시전형 이해와 대비’라는 책자를 통해 “각 대학이 논술지문을 어떤 책에서 끌어왔는지 등의 내용이 담긴 ‘선행학습 영양평가 결과보고서’를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면서 “대학별 기출문제와 모의논술문제도 반복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별 수시모집 학종 면접도 수능 직후 실시되는 곳이 많다. 숙명여대·성신여대·세종대·명지대·광운대 등은 17~18일 일정이 잡혀 있다. 24일에는 고려대(서울)·연세대(서울)·서울교대·서울시립대 등이 면접을 시행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각 대학 홈페이지 기출문제 등을 참고해 남은 기간 집중 연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예상문제와 자신만의 답변을 만들어 놓은 뒤 모의면접 등을 통해 실전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혼탁한 세상과 종교… 평신도가 나서야죠”

    “혼탁한 세상과 종교… 평신도가 나서야죠”

    오는 2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에서는 독특한 모임이 열린다.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종교개혁연대·공동대표 박광서, 김항섭, 이정배)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종교의 역할을 성찰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연속 세미나의 세 번째 행사다.불교, 유교에 이어 천도교의 3·1운동과 이후 100년을 놓고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의 성찰과 역할을 다루는 만큼 종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가자와 성직자들이 할 수 없다면 평신도가 나서야지요.” 박광서(69) 공동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혼탁한 세상과 종교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개혁연대는 5년 전부터 대학교수와 연구자 등 지식인들이 사회 속 종교의 역할을 놓고 가져오던 소모임을 모태로 태동했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 탄생 1400주년을 계기로 발족했으며 지난 9월부터 3·1운동의 성찰과 과제에 초점을 맞춰 매달 한 차례씩 연속 세미나를 열어 오고 있다. 기성 종교의 일탈을 비판하면서 3·1운동 정신을 평신도부터 되새기자는 주장과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으며 다음달 20일 개신교 측 모임을 한 차례 더 가진 뒤 내년 3·1절을 즈음해 ‘범종교계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100년 전엔 이 땅의 종교들이 독립을 위해 평화의 몸짓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종교가 사람을 잃고 세상과 단절됐지요.” 3·1운동은 당시 민족대표 33인 대부분이 종교인이었던 만큼 종교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로 뭉쳤다. 하지만 지금 종교계는 병약하고 무능하고 썩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건강한 종교 회복을 위해 재가신도들이 깨어나야 한단다. 박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유학을 거쳐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5년 전 은퇴한 지식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불교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한때 출가를 생각했지만 더 큰 사회적 역할을 찾기 위해 불교사상과 맥이 닿는다는 물리학 교수를 택했다. 특히 종교계에선 평신도 역할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교수불자연합회와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단법인 ‘우리는 선우’를 창설한 주인공이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도 지냈다. 1994년, 199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 차례의 조계종 분규 때 불교·조계종 개혁을 외치며 대학교수와 정치인, 법조인, 교사 등 수백명이 이름을 올린 ‘불교지성인선언’을 주도한 인물이다. “많은 지식인과 재가 신도들이 종교개혁을 외쳐 왔지만 개선은커녕 더 악화돼 왔어요.” 그 슬픈 뒷걸음질의 핵심은 역시 성직자, 출가자 중심의 교단 운영에서 비롯되는 반사회적 적폐다. 사회 일반에서 늘 손가락질하는 거짓된 권위와 탐욕스런 권력이다. “종교 부패는 교단과 성직자의 탓이 크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일반 신도들의 책임도 적지 않아요.” 그 뼈를 깎는 성찰은 당연히 종교의 인간 해방과 탈성직, 탈권위로 이어져야 한단다. 그 말 끝에 불쑥 질문 하나가 던져졌다. “만약 사찰과 출가승, 교회와 성직자가 모두 없어진다면 평신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느닷없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돌려준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데는 만유인력이 주효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비, 바람이 아닐까요.” 성직자와 출가자들이 다하지 못한 역할에 붙인 평신도의 위상이다. “종교가 제대로 작용한다면 재가자나 평신도들이야 보조자 역할만 해도 될 텐데, 오히려 지도자들이 사회적 짐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것에 너무 인색하다는 박 대표. “꽃도 한 종류만 있으면 예쁘지 않다”며 “사회통합을 위해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종교계의 여유와 풍토가 아쉽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여생을 평신도들의 재가결사 운동에 바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종교가 공통으로 갖는 핵심 사상인 자비와 평화, 정의로 무장된 지식인, 평신도들이 함께 연구하고 제안하고 지혜를 모아 더 좋은 세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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