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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돈놀이꾼이었다니…(박갑천 칼럼)

    『빚값에 계집뺏기』라는 속담은 빚과 빚쟁이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준다.빚진 죄인이라고도 했다.오죽하면 아내를 뺏기겠는가.이속담은 「흥부전」에서 고약한 놀부심뽀를 주워섬기면서도 나온다.심술궂고 얀정머리없으며 무도한짓 하는걸 두고 쓴다. 「계압만록」에 쓰여있는 배신자도 그런 돈놀이꾼의 게검스러운 생리를 보여준다.서울의 한부자가 끼니도 잇기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대주어 돈놀이하며 살아가게 한다.그부자는 죽음을 앞두고 그친구에게 10만냥을 맡기면서 자기의 못난 자식이 어려워지게 되면 본전만 돌려주라고 한다.하건만 돈놀이꾼은 나중에 은인친구아들이 찾아가 돈을 돌려주라고 하자 오리발을 내민다.억지쓴다고 낯박(원문은 납박:대놓고 무색을 준다는말)까지 주면서. 억울한 그아들은 형조와 한성부등에 고소하지만 번번이 진다.상대가 뇌물을 쓰기 때문이다.한데 임자를 만난다.과재 정만석이 경상감사로 있었는데 명판관으로 알려졌다.부자아들은 경상감영으로 가서 정감사에게 진정했다.불려나간 돈놀이꾼은 딴전을 피우지만 정감사가 기계로써 그죄상을 모집어내자 동곳빼고 돈을 갚는다. 「교수잡사」에 보이는 생원도 돈놀이꾼의 몹쓸 생리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한상놈이 그에게서 돈을 얻어쓰고 못갚아 혼쭐이 난다.상놈은 꾀를 내어 저승에 다녀왔다면서 거기서 구두쇠생원 어버이 만난 얘기를 그럴싸하게 둘러댄다.그에 깜박 속은 구두쇠생원은 그에게 약점을 잡힌다.그래서 빚을 탕감해 준다는 우스개다. 돈놀이꾼의 생리는 동양이나 서양이 같다.몰강스럽고 괘다리적고 사막스럽다는 점에서.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도 그렇지 않던가.돈을 기한안에 못갚자 약속대로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고 맨망떠는 분대질.「빚값에 계집뺏기」라도 할 그런 심뽀다.살은 떼어내되 피를 한방울만 흘리면 생명과 재산을 몰수한다는 포샤의 명판결에 꼭뒤눌리고 말긴하지만. 설사 표독하게 굴진 않는다더라도 돈굴려 편히 먹고사는 사채꾼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눈길이 그리 고운건 아니다.특히 개미처럼 땀흘려 버는 근로자들의 눈초리가 그렇다.그런데 대통령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전형적인 돈놀이꾼이었다니.재임중 돈놀이꾼을 가리켜 금융정책의 공적이라면서 크게 나무랐던 그는 누워서 침뱉었던 것인가.걸신들렸던 위선의 언구럭이 몇겹인지 모르게 너무도 두껍기만 하구나.
  • 고전속의 아내들/유혜자 수필가(굄돌)

    「이춘풍전」과 「베니스의 상인」은 동·서양의 고전인데 공통점이 있다.큰 돈을 꾸었다가 갚지 못하여 궁지에 몰린 남성을,남장한 여인이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에서 구해내는 호쾌함이다. 우리네 고전의 주인공 이춘풍은 알다시피 바람둥이다.인물은 헌칠한데 양친이 돌아간후 마음을 못잡고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한다.그래도 다시 한밑천 잡겠다고 비싼 이자를 무는 호조돈을 얻어 평양으로 간후 기생 추월에게 몽땅 날리고 만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바사니오는 포샤에게 구혼하려고 벨몬트에 갈 여비마련을 위해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친구 안토니오를 보증인으로 세워 돈을 꾼다.세배로 갚겠다고 호언장담하고,약속을 이행못하면 친구의 살(육) 한 파운드를 뗀다는 제안에도 선선히 응한다.그런데 안토니오의 상선에 재난이 생겨 빚을 갚을 수 없게 된다. 방탕하거나 허황된 남성의 실패에 여성들은 어떻게 대처했던가.춘풍의 아내는 수천금의 재물을 털린 추월의 집에서 막일로 고생하고 있다는 남편의 소식에 가슴을 두드리며 통곡한다.포샤는 여러명의 구혼자중 남편감으로 선택한 바사니오가 곤경에 처하게 되자 구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평양감사로 부임하는 이웃에게 부탁하여 비장이 되어 이춘풍을 구한 춘풍의 아내,바사니오를 구하려고 서둘러 결혼하고 작은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법학박사로 재판정에 판사로 선 포샤.그들은 남장여인으로 준엄하고 추상같은 호령을 했으나 속마음은 남편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 동헌에서 나랏돈을 탕진한 춘풍의 죄를 추궁하고 기생 추월을 잡아들여 오천냥의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당당한 비장이 자기 아내인 줄 알리 없는 이춘풍.법정에서 샤일록에게 계약서에 쓰인대로 살코기 한근을 떼어내되 피를 흘려서는 안된다는 명판결을 내린 판관이 자기 아내 포샤인 줄 모르는 바사니오. 서울로 돌아온 춘풍은 아내에게 평양에서 호강한 척하고 반찬투정하며 허세를 부린다.바사니오는 자기를 곤경에서 구해준 판관의 간청으로 결혼반지를 주어버린 터라 반지의 행방을 묻는 포샤에게 쩔쩔맨다.독자들은 포샤의 기지에 탄복한다.우리네 남성들은 끝까지 허세를 부리는 이춘풍의 배짱에 탄복할까.
  • 인기연예인의 삶(사설)

    회색 무명옷에 오랏줄로 묶여 산발한 머리를 가슴에 묻고 뉴스화면속을 천덕꾸러기가 되어 끌려다니는 인기연예인들의 참담한 몰골은,통곡이라도 하고싶게 했다. 바로 얼마전까지 화사한 맵시로 환상과 선망을 심어주던 그들이 바로 그 영상에,이토록 전락되어 끌려나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들이 지은 허물은 「마약매춘」이다. 이 허물에 빠지면 비록 오랏줄에 묶이지 않는다고 해도 끝장이 나는 인생이다. 어떤 젊음도,어떤 아름다움도,재능도 억만금의 재산도 더는 지탱될 수가 없다. 일생중 가장 젊고 빛나는 절정의 삶을 그들은 왜 이런 시궁창에 던져버린 것일까. 대학의 연극영화과는 어느 대학이든 수십대 1을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다. 방송국이 뽑는 한해 몇십명의 탤런트나 가수가 되기 위해 온 젊음을 걸고 전문학원에 찾아드는 수가 그 수백배에 이르고 개인 레슨이나 소개업자를 찾아다니는 수가 또 그만큼은 된다. 전국을 도는 아마추어 경연대회까지 합치면 수천배도 넘는 지망생들이 「연예인될 꿈」을 안고 온갖 기회를 찾아 헤매며 씨름한다. 그런 가시밭길을 거쳐 얻어낸 자격이다. 그러므로 1명의 연예인은 만명이 넘는 지망생의 머리를 딛고 정상에 올라선다. 그 정상에서,하루아침에 굴러 마의 골짜기로 전락해 버리고만 그들이 생각해보면 너무 애석하고 안타깝다. 이제부터 화려하고 빛나는 영광의 삶의 길이 뚫려있는데 매춘은 웬말이며 마약은 웬일인가. 그 찰나적 환락을 위해 그토록 피땀 흘려 쌓아온 고난의 탑을 무너뜨리는 것은 온당한 사려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이 이렇게 타락의 도탄에 굴러떨어지곤 하는 일차적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루아침에 찾아온 신기루같은 인기의 세계에 도취되어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한 벌일 뿐이다. 인기란 샤일록보다도 무서운 채귀여서 끊임없이 대가를 챙겨간다. 유혹도 만가지로 찾아오고 노력도 만배로 요구한다. 이 만가지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돌아오는 부채는 그 열배 백배로 늘어난다. 고통과 망신으로 나락에 떨어져 회생불능의 인생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범상한 삶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영광이 찾아왔듯이 그 허물값은 그보다 훨씬 가혹한 착고를 채운다는 사실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몇안되는 이들 무너져버린 연예인들 때문에 연예계 전체는 공동의 부채를 안게 되었다. 인간쓰레기처럼 사는 부자2세나 뚜쟁이들에 의해 전체 연예 인구가 매춘시장을 이루는 것처럼 소문이 떠돌곤 했는데 그것이 입증이라도 된 것같은 형국이 되었다. 땀과 노력으로 공적을 쌓아가는 많은 건전한 연예가 이웃에게 오랫동안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말았다. 비록 일부가 저지른 죄지만 연예가 전체가 합심하여 자정기능을 못한 흠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점 자성해야 할 것이다. 타락한 돈과 지위가 호시탐탐하는 맹수처럼 주변을 맴도는 것이 연예가다. 조직폭력,부정한 힘따위가 끊임없이 노리고 있다. 이것들로부터 미숙한 후배와 동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일도 필요했을 것이다. 비상한 자제의 노력과 절제의 풍토가 조성되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자위의 길이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구의 슬기를 발휘하도록 노력하여 빨리 상처를 털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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