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샤워기
    2026-02-14
    검색기록 지우기
  • 천주교
    2026-02-14
    검색기록 지우기
  • 지원사업
    2026-02-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62
  • 누워서 샤워하는 세계 최초 ‘수평 샤워기’ 나왔다

    누워서 샤워하는 세계 최초 ‘수평 샤워기’ 나왔다

    샤워는 서서만 해야 한다는 편견을 부순 ‘누워서’하는 새로운 샤워기가 나왔다. 독일의 유명 고급 욕실 및 주방 브랜드 돈브라치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수평 샤워기’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샤워기는 위에서 6개의 물줄기가 나오며 사용자는 누워서 온도, 수압 등을 조절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돈브라치의 CEO 안드레스 돈브라치는 “세계 최초의 이 수평 샤워기는 이용자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원하는 샤워를 가능하게 해준다.” 면서 “수압을 이용한 마사지도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 만큼이나 이 샤워기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무려 3만 5000달러(약 4000만원)의 가격이 정해진 이 샤워기는 설치를 위해서는 넓은 규모의 욕실도 필요하다. 인터넷뉴스팀  
  • 조폭 뺨치는 학교폭력

    학교 안에서 후배를 기중기에 거꾸로 매달거나 땅에 묻는 등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엽기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저지른 고교생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특히 선배들로부터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똑같은 방식의 행위를 저지르는 등 폭력이 선배에서 후배로 대물림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16일 대구 모 고등학교 졸업생 박모(20)씨와 안모(18)군 등 3학년생 3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권모(17)군 등 2학년 3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군 복무 중인 또 다른 졸업생 임모(20)씨를 입건해 해당 군부대에 수사자료를 넘겼다. 박씨와 임씨는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4월 당시 1학년인 권군이 상급생에게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깊이 1m, 너비 1.5m 크기의 구덩이를 파 목만 나오게 권군을 묻고 20~30분간 있도록 하는 등 28차례에 걸쳐 1~2학년 후배들에게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후배들의 버릇을 고쳐 주겠다.’며 발을 기중기에 묶어 거꾸로 매달고 입에 개구리를 집어넣는 한편 샤워기에 뜨거운 물을 틀어 강제로 들이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수시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안군 등 3명은 지난해 4월 방과후 학교에서 2학년인 권군을 흉기로 위협, ‘개처럼 짖으며 바닥을 기라’고 시켰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학교 샤워실에서 1학년 후배들 몸에 오줌을 싸는가 하면 붓으로 항문을 찌르는 등 한해 동안 모두 102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나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권군 등 3명은 지난해 10월 학교 내 저수지에서 1학년 학생을 폭행하고 물에 빠뜨리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또 후배들에게 개구리를 잡아 오도록 한 뒤 서로의 입에 넣도록 하는 등 50여 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중학교 3학년 김모(16)양을 끌고 다니며 무차별 폭행한 10대 남녀 청소년 5명을 구속하고 1명을 보호관찰소로 인계했으며 달아난 1명에 대해 기소중지했다. 박모(16)양과 김모(16)군 등 7명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사흘 동안 김양을 노래방과 여관 등지에 끌고 다니며 마구 폭행했다. 이들은 김양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라이터로 달군 숟가락으로 피부를 지지고 술에 담배 가루 등을 섞어 강제로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피죤 청부폭행’ 조폭 자살

    피죤 창업주 이윤재(77) 회장으로부터 청부폭행을 의뢰받았던 조직폭력배가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이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고 이 회사 이은욱(55) 전 사장을 청부폭행한 혐의를 받고 도피 중이던 오모(40)씨가 용인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무등산파’ 행동대원인 오씨는 오전 3시 용인시 보정동 아파트에서 욕실 샤워기에 바지 벨트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타살 흔적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아내는 “경찰에 쫓기던 남편이 엊그제 갑자기 집에 들어왔고, 전날 밤 집에서 술을 많이 마시며 괴로워했다.”면서 “술에 취해 ‘내가 죽으면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진술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기고] 사막화 방지, 말잔치로 끝나지 않아야/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기고] 사막화 방지, 말잔치로 끝나지 않아야/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아프리카에 가 보면 알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좋은 호텔에서도 샤워기로만 물이 나오고 욕조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을 긷기 위해 아프리카의 여성과 아이들이 하루 평균 4~5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이 말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최근 네덜란드의 환경평가회는 아프리카에서 물 부족으로 10년 안에 9000만~2억 2000만명이 희생된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발간된 유엔 미래보고서도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5%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 부족은 곡물 생장이나 가축용 초지에 악영향을 미쳐 식량문제를 심화시킨다. 나아가 오염된 식수와 불결한 생활로 인한 질병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현재 9억명에 가까운 지구인들이 불결한 식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저개발국 질병의 80%가 수인성 질병이라고 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해마다 어린이 1800만명이 설사병 때문에 사망, 오염된 물은 에이즈보다 더욱 큰 위협이라고 설명한다. 물 부족은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 부족의 결과이자 원인은 바로 사막화이다. UNDP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서울시의 약 200배에 달하는 1200만ha의 토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우리도 매년 10일 이상을 황사주의보 속에서 사는 만큼 직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크게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ODA 규모는 1조 8700억원으로 국민소득 대비 0.1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대비 13.5% 증액되어 전체 예산 증가율 5.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앞으로 이 규모는 더욱 확대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어떤 분야에 쓰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으나 앞으로 아프리카 최빈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 대한 ODA의 중점은 수(水)자원에 두어야 한다. 이는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키고 불결한 생활로 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어 가장 효과가 큰 사업이다. 반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지만 효과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중요성에 비해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산림청 등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물 문제와 사막화 해결에는 국제적인 공여자 간 협력이 중요하다. 마침 지난달 10일부터 21일까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가 산림청과 경상남도 주관으로 창원에서 열렸다. 이 협약은 심각한 사막화를 막기 위한 협약으로서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더불어 유엔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이다. 156개 당사국 대표 등 약 6000명이 참석해 물 부족과 사막화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나라가 제안한 ‘창원이니셔티브’를 채택하였다. 정부는 이것이 말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개개인이 물을 아끼고 주변의 숲과 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은 ‘소중히 아끼며 쓴다.’는 뜻이어야 한다.
  •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척박하고 위험한 땅이 되레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극한의 기후와 생존 여건이 빚어낸 극한의 풍경들. 호주의 ‘아웃백’(Out Back)이 그렇습니다. 아웃백의 사전적인 의미는 ‘건조한 내륙부에 사막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넓고 인구가 매우 적은 지역’입니다. 서(西)호주 사람들은 그 풍경을 ‘익스트로더네리’라고 표현합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기이한 풍경이라는 뜻이지요. 그 광활한 곳이 인간의 땅임을 설명해 주는 건 실핏줄 같은 길 하나뿐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이었지만, 단언컨대 그 길에서 생략해도 좋을 풍경은 없었습니다. 팝업북처럼 책장을 넘기면 같으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우리가 시골이나 고향 등의 단어에서 먹먹한 느낌을 갖듯 호주 사람들도 아웃백에서 여러 감정들이 섞인 풍경을 떠올릴 겁니다. 붉은 암석과 흰 유칼립투스 나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들개 ‘딩고’와 수줍은 캥거루가 퍼뜩 떠오르겠지요. 브루스 산(1235m)에서 내려다보는 장쾌한 풍경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거대한 철광석 광산과 수 ㎞에 달하는 화물열차가 평원을 오가는 그런 풍경 말입니다. 아웃백이란 이런 여러 느낌과 풍경들이 씨줄날줄로 얽힌 표현이지 싶습니다. 서호주의 대표적인 아웃백인 필바라 지역에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아홉 개의 붉은 협곡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각 지역을 색깔로 표시한 현지 지도조차 붉은 색으로 칠해 놓은, 척박한 미개척지입니다. 카리지니야 아무 때고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곡 아래로 내려가 35억년 전의 세계를 맨살로 부대낄 기회는 늘 있지 않습니다. 우기가 시작되면 협곡 사이를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발 디딜 공간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우기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 요즘, 카리지니는 모험을 즐기는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웃백. 사방이 붉다. 철광석이 함유된 토양이 산화되며 생긴 현상이다. 그리고 넓다. 홍두깨로 땅을 두들겨 편평하게 펼쳐 놓은 듯하다. 지평선을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붉은 땅은 그래서 더없이 넓게 느껴진다. 그 땅 위로 드문드문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방 몇백 리에 크기를 견줄 만한 대상이 없어 나무가 큰 건지 작은 건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서호주 주도(州都) 퍼스에서 두 시간 가까이 날아온 비행기가 붉은 먼지를 휘날리며 내려섰다. 활주로 하나와 간이 건물 하나 달랑 서 있는 황량한 땅, 파라버두 공항이다. 여느 공항처럼 탑승교를 통해 나가는 건 언감생심이다. 트랩에서 내려 곧바로 땅 위를 걸어가야 한다.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모자와 선크림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구운 오징어가 될 판이다. ‘게이트 1’이라 적힌 철문이 유일한 출입구다. 그냥 게이트라고 하면 될 걸 굳이 ‘1’ 자를 붙여 멋을 냈다. 수하물이 자동으로 돌아 나오는 시스템도 당연히 없다. 철망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짐차가 와서 짐을 내려놓는다. 거기가 곧 ‘수하물 찾는 곳’이다. 낯선 풍경에 웃음이 새어 나오고 가슴은 미지의 땅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방망이질을 친다. 호주 원주민을 ‘애버리지니’라 부른다. 그 가운데 서호주 원주민인 눙아(Noongar)족은 일년을 6계절로 나눈다. 계절의 양태가 우리와 달라 4계절로 환치하긴 어렵지만 각 계절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들의 생활 습관과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서호주의 봄’은 ‘캄바랑’(Kambarang)이라 불리는 10~11월부터 시작된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시작되고 야생화들이 절정을 이룬다. ‘비락’(Birak)은 12~1월로 ‘첫 번째 여름’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사냥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브누루’(Bunuru)는 2~3월이다. ‘두 번째 여름’으로 일년 중 가장 뜨겁다. ‘제란’(Djeran)은 4~5월이다. 슬슬 차가운 계절이 시작된다. 6~7월은 ‘마쿠루’(Makuru)라고 부른다.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계절이자 생식의 계절이다. 영어로는 첫 번째 우기라는 뜻에서 ‘First Rain’이라 쓴다. ‘질바’(Djilba)는 8~9월이다. ‘두 번째 우기’라 불린다. 수태의 계절이다. 종종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이 기록되곤 한다. 그들의 셈법에 따르면 지금은 ‘캄바랑’이다. 아쉽게도 아까시꽃 등 일부를 제외하고 야생화들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는 스피니펙스가 채워준다. 열기가 더해질수록 성장하는 녀석으로 야생화처럼 들녘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사초와 닮았으나 가시는 여간 뾰족하지 않다. 스피니펙스 주변엔 유칼립투스 나무가 서 있다. 표피가 흰색이어서 현지인들은 ‘화이트 껌’이라 부른다. 나무는 저 하나가 생명이려니와 다른 생명을 보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칼립투스 위엔 새가, 아래엔 흰개미가 집을 짓고 살아간다. 비포장길을 달려 얼굴이 붉은 먼지로 뒤덮일 즈음에야 카리지니는 이방인의 발걸음을 허락했다. 별이 총총한 밤, 팝송 제목처럼 그야말로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Starry starry night)다. 현지 가이드 피트 웨스트는 세 문장으로 카리지니를 설명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No Phone, No Internet, No Stress) ●맨발로 부대낀 35억년 전의 세계 카리지니의 외관은 참 독특하다. 너른 평지가 펼쳐지다 느닷없이 아래로 푹 꺼진다. 영화 ‘2012’에서 지각변동으로 갈라진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각 협곡 위의 전망대에서 보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갈라져 있다. 원주민의 전설대로 왈루(Wahlu)라는 거대한 뱀이 인도양에서 올라와 붉은 땅을 헤집으며 지나간 듯하다. 전체 면적은 약 63만㎢로 우리나라 충북도보다 약간 좁다. 아래서 보면 협곡은 100m에 달할 만큼 높지거니 솟아올랐다. 우사인 볼트라면 채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주파할 거리지만 100m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붉디붉은 협곡의 빛깔이다. 황토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데 만져보면 딱딱한 암석이다. 꼭 키 100m짜리 근육질 붉은 거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듯하다. 불퉁한 외모와 달리 카리지니는 원주민 말로 ‘만남의 장소’란 뜻을 갖고 있다. 건조하고 뜨거운 협곡 위에 견줘, 유칼립투스가 그늘을 만들고 군데군데 오아시스 같은 폭포와 연못들이 있는 협곡 아래야말로 사람들이 쉬고 모이기에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카리지니 방문객 센터 안내판 등에 따르면 45억년에서 35억년 전 사이 카리지니는 원시 지구의 바다 밑바닥이었다. 그러다 해수면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상으로 드러났다. 이후 물과 비바람이 깎고 세월이 조탁해 오늘날과 같은 기이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시루떡같이 쌓인 협곡 층 사이사이 원시 지구의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카리지니 안에는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협곡이 있다. 해머슬리를 제외하면 핸콕, 조프리, 레드, 데일스, 위노, 녹스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협곡들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깎아지른 벼랑을 어떻게 내려갈까 싶지만 절묘하게도 협곡마다 내려갈 만한 길이 하나씩은 꼭 있다. 협곡 트레일은 난이도에 따라 1~6단계로 나뉜다. 어느 단계든 조심해야 하지만 5~6단계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협곡은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데일스 협곡은 평이한 난이도에 수채화 같은 유려한 풍경을 갖췄다. 계곡 물이 모여 서큘러 풀과 포테스큐 폭포 등 예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 조롱박처럼 매달려 낮잠을 자는 박쥐 등 이국적인 풍경과도 조우할 수 있다. 조프리 협곡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조프리 폭포가 매력적이다. 붉은 암석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녹스 협곡은 장엄미가 단연 돋보인다. 핵심은 핸콕 협곡이다. ‘지구의 중심’을 숨겨둔 곳. KBS 2TV ‘남자의 자격-배낭여행’ 편에 등장하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협곡과 달리 헬멧과 스위밍 수트, 암벽등반을 위한 하네스 등을 갖춰야 할 정도로 험한 편이다. 하지만 꼭 남자뿐이랴. 다소의 모험을 즐길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다. 출발은 다른 협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화번호부처럼 촘촘하게 쌓인 암석들을 딛고 내려간 뒤 계곡길을 따라 걷는다. 물에 잠겼거나 미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려울 건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리건 풀 바로 앞까지다. 여기서부터는 장비를 갖춘 참가자(가이드 2명 포함 최대 10명)들만 갈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자일로 묶고 하켄 박힌 암벽을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에 적잖이 힘도 든다. 그러나 붉은 거인의 심장, ‘지구의 중심’이 멀지 않은데 예서 멈출 사람은 없다. 핸콕 협곡의 마지막 코스인 ‘지구의 중심’은 핸콕과 조프리, 레드, 위노 등 네 협곡이 만나는 곳이다. 당연히 물줄기도 합류돼 큰 호수를 이룬다. 핸콕 협곡의 묘미는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지구의 중심’이 전하는 풍광도 좋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근육질의 풍경은 그보다 몇 곱절 뛰어나다. 무엇보다 위험한 곳들을 참가자들이 합심해서 건너가는 과정이 정말 짜릿하고 즐겁다. 서호주 관광청이 내세운 슬로건 ‘기이함을 경험하라!’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핸콕 협곡 위의 ‘옥서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길 권한다. 9개 협곡에 조성된 전망대 가운데 가장 도저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발 아래 ‘지구의 중심’을 두는 맛이 각별하고, 네 협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경이롭다. 옥서 전망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엔 십자가가 하나 세워져 있다. 핸콕 협곡의 아름다운 연못 ‘리건 풀’의 이름으로 남은 남자, 지미 리건의 묘다. 구조대원으로 자원해 활동하던 그는 2004년 안전장비 없이 협곡 위를 걷던 사람을 구하다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의 안위를 빚졌다는 기분으로 그의 묘에 돌 하나 얹어 놓고 오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톰 프라이스(호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싱가포르 항공(www.singaporeair.com)이 매일 3회 싱가포르를 경유해 퍼스까지 오간다. 총비행 시간은 11시간 남짓. 퍼스~파라버두는 국내선, 파라버두~카리지니는 지프 등 차량(약 3시간 소요)을 이용한다. 퍼스~카리지니 약 1600㎞ 거리를 4륜구동 차량으로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운전석이 오른쪽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호주정부관광청 한글 사이트(www.westernaustralia.com),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참조. ▲카리지니 1일 패스는 차량 1대당 11호주달러(약 1만 2000원)다. 1호주달러=약 1150원. ▲하루 종일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모자 등을 챙겨 가는 게 좋다. 아울러 협곡마다 노천 풀이 형성돼 있으니 수영복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겠다. ▲카리지니 국립공원 내 숙박업소는 에코 리트리트가 유일하다. ‘에코 텐트’ 안에 침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만 설치했다. 취사는 불가. 식사는 사무실 겸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 ▲현지 ‘웨스트 오즈 액티브 어드벤처’(www.westozactive.com) 프로그램으로 핸콕 협곡을 돌아볼 경우 장비 일체가 제공된다. 215달러. 개별 여행자는 레스톡 투어(www.lestoktours.com.au/karijinipark)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퍼스 시내 국제선과 국내선은 터미널이 떨어져 있다. 오전 4시부터 50분 간격으로 셔틀 버스가 양 터미널을 오간다. 택시 요금은 25달러가량. ▲콘센트 형태가 일자형 세 개다. 별도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퍼스 시내 팬 퍼시픽 호텔은 스완강에 인접해 있는 데다 시내 접근성이 좋다.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1시간 6달러. ▲퍼스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리맨틀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맛집, 시장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애버리지니 문화센터에서는 풍속화와 민속악기 디저리두 등을 배울 수 있다. ▲워너투어(www.wannatour.com, 02-3477-7555)와 코코스여행사(02-318-1998) 등에서 서호주 아웃백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죽음부른 교수들 한밤 난투

    체육단체 장학금 횡령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대학교수 2명이 한밤에 난투극을 벌여 한명은 화상을 입고, 한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쯤 화성에 있는 모 대학 운동장에서 이 대학 체육학과 김모(50) 교수가 화상을 입은 채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이 대학 강사인 김모(54)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사고에 앞서 김 교수는 동료 이모(64) 교수와 심한 몸싸움을 한 듯 속옷 차림에 이 교수를 손으로 끌어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주변에서는 1.8ℓ짜리 페트병 2개가 발견됐는데, 1개는 반쯤 휘발유가 채워져 있었고 다른 1개는 빈 상태였다. 화상을 입은 김 교수는 병원 이송 중에 “이 교수가 나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김 교수는 얼굴과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어 중증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와 싸움을 한 이 교수는 이 대학 체육관의 샤워장으로 가 티셔츠로 샤워기에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으나 강사 김씨가 쫓아와 말리자 그대로 달아났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틀 만인 10일 오전 11시 체육대학 옥상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제주, 설연휴 구제역 유입 우려

    제주가 웃지도, 울지도 못할 묘한 상황에 빠졌다. 설 연휴기간 동안 14만여명이 방문, ‘반짝 관광 특수’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청정지대인 제주섬에 구제역을 옮길 가능성도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새달 1~6일 관광객 13만 9000여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관광객 10만 6840명에 견줘 30% 늘어난 것. 설 연휴 동안 제주지역 호텔은 70%, 렌터카 60%, 골프장은 5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가 예년보다 긴 덕에 가족 동반 등의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겨울 비수기이지만 관광업계가 반짝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통제 불가능 하지만 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설 연휴기간 귀성객과 관광객 등에 의한 구제역 유입 가능성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보통 한곳에 머물지 않고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제주섬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구제역 청정지대다. 특히 한라산과 중산간에 서식하는 노루, 멧돼지 등이 구제역에 감염되면 방역이 어려울뿐더러 통제가 불가능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제주의 축산단지는 한림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어 구제역이 유입되면 지역 축산업계가 전멸할 가능성이 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은 초긴장상태다. 따라서 제주한우생산자협회 등 지역 축산농가와 생산자단체들은 지금이라도 6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귀성객의 귀향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예방 백신 공급난… ‘노심초사’ 특히 올레길 주변에 흩어져 있는 축산농가엔 일급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22개 올레코스 가운데 가축농장이 인접한 1코스와 2코스, 3코스, 9코스, 11코스, 14코스, 14-1코스 등 7개 코스를 폐쇄하거나 우회하도록 이미 조치한 상태다. 그러나 설 연휴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대거 올레길 트레킹에 나설 것으로 보여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도는 중앙정부에 구제역 예방백신 50만 마리 분량을 신청해 놓고는 있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의 공급난 등으로 제주지역 양돈농가에 언제 백신이 공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도는 제주국제공항의 승객통로와 제주항 등 항만 승객통로에 전신 에어샤워기와 발판 소독조를, 차량통행로에는 차량소독기를 설치하는 등 고단위 구제역 차단에 들어갔다. 또 제주시 한림 등 대규모 축산단지와 농장 밀집지역의 도로변, 사료 및 가축 운송 주요 이송로 등에 방역통제 초소와 인력을 추가로 배치, 운영키로 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설 연휴 관광객들은 가축농장과 인접한, 잠정 폐쇄된 올레길에는 절대 출입하지 말고, 또 귀성객들은 친·인척 축산농가 방문을 삼가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차현지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차현지

    아저씨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 아이는 5개월짜리. 5개월 전에 아저씨의 정액이 아내의 질을 파고들어 거센 산성반응에도 끝끝내 굴복하지 않고 수정란을 착상시켰다. 5개월 전이라면 아저씨와 내가 종로 3가 나이스 모텔 205호에서 새벽 내내 서로의 배꼽 속에 손을 넣었던 때다. 나와 만나기 전날이거나 혹은 다음날에 아저씨는 아내와 같이 잠자리에 들었고 기계적인 성교를 했을 것이다. 아저씨의 아내는 궁색한 가짜 신음소리 내기에 바쁜 여자니까. 아저씨는 여자의 신음소리에 민감하다. 신음소리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에 편집증 환자처럼 집착한다. 그런 아저씨가 나를 좋아하는 까닭은 단 하나. 나는 가짜 신음소리 따윈 내지 않는다. 오로지 진심. 나는 진짜에게만 연다. 그것이 성대든 밑구멍이든 간에. 오늘 만나. 삐리릭. 교실 한구석에서 체육복을 베개 삼아 누워 있던 나는 문자를 확인하고 곧장 가방을 싼다. 든 것도 없는 가방을 메고 나는 교실 밖으로 향한다. 교문을 빠져나오는 도중에 아저씨에게 한 번 더 문자가 온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장소가 적힌, 매우 절약적인 문자. 럭셔리 라운지 모텔 507호. 아홉 시. 아홉 시까지, 아홉 시간이나 남았다. 그날도 여지없이 바람이 불었다. 아저씨와 만나는 날은 어쩐지 모르게 세찬 바람이 분다. 한반도가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나? 아저씨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게요. 치마 밑단이 바람에 너풀거렸다. 얘, 허벅지 다 보인다. 아저씨가 말했다. 알아요.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예요. 넌 참 미쳤구나. 그래서 이름이 미치인가 보구나. 아저씨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장례를 다 마친 식구들이 둘러앉아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고 있었다. 넌 그새 또 어디 갔다 왔니. 그냥 잠깐. 나는 대충 둘러대고 방으로 들어갈 셈이었다.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가 안 보였다. 엄마, 할머니는? 하고 물어보려던 찰나, 내 방 문 틈새로 할머니의 굽은 등이 보였다. 굽은 등은 서서히 몸을 웅크리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떨었다.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나는 다음날도 아저씨를 만났다. 삼성동 명아장 모텔 313호. 시간은 오후 아홉 시. 나는 근처 화장실에서 교복 와이셔츠를 벗고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입었다. 바람이 찼다. 나는 여덟시 오십 오 분에 모텔에 도착했다. 내가 313호의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아저씨가 다 벗은 몸으로 누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 아저씨가 인사했다. 방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쾌적한 향내가 풍겼다. 오히려 첫 번째 갔던 곳이 적당히 촌스러우면서 마음이 편했다. 옷을 못 벗겠어요. 내가 말했다. 아저씨는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벗겨냈다. 그리고는 내 몸 이곳저곳을 꾹꾹 누르듯이 만져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 참았다. 나는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몸을 열고 젖히고 오므리고 뒹굴었다. 두툼한 손가락처럼 두툼한 아저씨의 뱃살이 출렁거리며 내 피부에 닿았다. 남의 살을 맞대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아저씨의 거죽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았다. 물론 아저씨가 그렇게 뚱뚱하지는 않지만 그냥 남의 살결, 살 틈으로 새어나오는 냄새 같은 것이 어쩐지 두려웠다. 한 차례 사정이 끝나고 난 뒤에 아저씨는 모로 누워 담배를 피웠다. 그때까지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얘, 너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아저씨가 슬쩍 내게 말을 건넸다. 미치. 미치예요. 아아, 그래. 그래서 내가 너에게 미쳤다고 말을 했었지. 네에. 근데 전 미치진 않았어요. 그냥 미치일 뿐이에요. 음, 그래. 하지만 좀 특별한 이름이구나. 네에. 미카엘 같은 거랑 연관된 건 아니에요. 음, 그렇구나. 그렇다면 미치는 무슨 뜻이니? 미치는 그냥 미치인데요. 별 뜻은 없어요. 음, 그렇구나. 아저씨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대화를 끝내겠단 듯 자세를 고쳤다. 등 돌린 아저씨의 넓은 등짝이 우스워 보였다. 나는 아저씨의 담배를 빌려 등짝에 무어라 쓰고 싶었다. 등신이라고. 그때 아저씨 이름을 물어보면 좋았을 걸. 아직도 나는 아저씨 이름을 모른다. 장씨, 김씨, 윤씨, 최씨. 개중에 하나겠지. 여하튼 내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씨일 거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저씨의 두툼한 손가락과, 출렁이는 뱃살, 수염자국이 난 얼굴피부뿐이다. 정수리 근처가 조금 휑한 거나 금이빨로 된 어금니가 하나 있다는 것, 배꼽부터 무성한 털이 하반신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과 생각보다 발이 아담한 것, 그리고 오른쪽 팔뚝에 개에 물린 자국 같은 게 있다는 것까지. 아저씨의 흉터는 곧 아저씨의 이름이었다. 아저씨와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만났다. 만나는 장소는 서울 전역. 아저씨는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고심하여 장소를 물색하는 것 같았다. 한 번도 같은 동네, 같은 모텔을 반복해서 간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서울은 넓었다. 구석구석 늘어선 골목과 로터리가 답답할 정도로 복잡했다. 위로 세우고 벙커를 만들고, 한정된 공간의 쪽수를 넓히거나 한 칸짜리 공간을 좁히거나 하는 식으로 자꾸만 넓어져 가는 서울. 뚝딱뚝딱 완공이 끝나면 어디에선가 증축이 시작되고, 어딘가가 매끈해지면 다시 어딘가가 더럽혀졌다. 더럽혀진 부분을 메우는 동안 또 어딘가가 파괴되고 무너져 갔다. 할아버지는 폭설이 내리던 날, 보도블록에서 미끄러져 죽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병원으로 후송된 지 십 칠 분 만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가족들은 오래 살다 가셨으니 여한 없으시리라 판단, 호상이라 여기며 잔칫집처럼 장례를 치렀다. 여기저기서 웃고 떠들고 화투 패를 돌리고 거나하게 취해 노래를 불러대고. 삼일 중 이따금씩 곡소리가 들렸으나 그것도 매우 형식적이었다. 하하호호 웃다가 누군가 곡소릴 내면 얼마간 따라 울어주고, 딸꾹질 멈추듯 뚝 그치면 다시 하하호호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내가 밖으로 빠져나와 교복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순간, 아버지가 홀연히 담배를 물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는 별은 참 폼이 안 나. 아빠는 소주가 담긴 종이컵을 조심스레 한 모금씩 마셨다. 아빠의 왼손에 달린 담배가 빨간 불씨를 태우며 양복바지를 위협했다. 그거 탈 거 같은데. 내가 말했지만 아빠는 듣지 못했다. 염병할 양반. 보도블록에서 고꾸라지기는. 아빠는 색색의 벽돌이 지그재그로 놓인 보도블록을 얼마간 쳐다보다가 가래침을 뱉었다. 카악, 퉤. 아직 녹지 않은 눈에 가닿은 가래침은 희부연 노란빛을 풍겼다. 아빠는 다 태우지도 않은 담배와 함께 종이컵을 집어 던졌다. 소주가 바닥을 치고 튀었다. 아빠는 불콰해진 얼굴을 하고 다시 식장 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아저씨에게 문자를 넣었다. 아저씨 뭐해요. 그러나 답장은 오질 않았다. 실은 한 번도 먼저 연락해 본적이 없었다. 뭐하냐고. 역시 묵묵부답. 차라리 보내지 말 걸, 두 번씩이나 씹혔다. 쪽팔리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도착했다. 미친이구나. 오늘 만날까? 미친이라니, 내가 분명 미치지 않았다고 했을 텐데. 미친 아저씨. 나는 눈에 젖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곧장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성이는 동안 아빠는 병원 건물 귀퉁이 어딘가에서 토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대충 토하는 것을 마치고는 보도블록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얼굴 표면이 토사물 범벅이었다. 아빠의 긴 속눈썹에 연주황색으로 변한 실파가 붙어 있었다. 더럽게시리. 나는 다시 대로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나는 얼마간 더 병원 앞에 서 있어야 했다. 한쪽 손을 기계처럼 흔들면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빠 말대로 별 몇 개가 우스운 크기로 떠 있었다. 저게 무슨 별이야. 그러는 사이에 택시가 잡혔다. 어디 가십니까? 하고 물어오는 택시 아저씨에게 별 보러요, 라고 말할 뻔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삼일 내내 나는 아저씨를 만났다.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섹스가 전부였고, 섹스가 끝나고 치르는 비릿하고 울적한 냄새들을 소멸시키는 일에 신경 쓰느라 내 가방 속에 구겨져 있을 교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 아저씨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손가락으로 시트자락을 빙글빙글 말았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대꾸를 해야 될까 하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저씨에게서 아내 얘기를 그만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왜 애를 가졌어요? 내가 아저씨 배꼽에 손을 집어넣고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아저씨는 간지러웠는지 실실 웃으며 좌우로 몸을 배배 꼬았다. 내가 가진 건 아니고 아내가 가진 거지. 아저씨는 말했다. 그렇지만 아저씨 꺼가 필요하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만 뭐 그거랑 그거랑 같은 일로 봐서는 좀 그렇지. 그거랑 그거랑 원래 같은 거 아니에요? 그걸 해야지 그걸 할 수 있잖아요. 에이, 하지만 언제나 그걸 하려고 그거 하는 거 아니잖아. 아아, 하긴. 우리도 그거 하려고 그거 하는 거 아닌 것처럼요? 으응, 그래 맞아. 골치가 아픈 일이지, 그거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그거를 사용했고, 나중에 가서는 굳이 그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까지 그거 타령을 했다. 그러다가 대화의 종반부에서는 그거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디에서부터 그거를 그거로 불렀는지, 그거가 그거가 아닌 다른 그거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대화를 마치고 다시 등을 돌려 누웠을 때, 아저씨의 등과 내 등이 맞닿았다. 나는 차갑고 아저씨는 뜨겁다. 섹스를 하고 나면 아저씨가 차가워지고 내가 뜨거워진다. 척추를 나란히 두고 우리는 열과 냉을 반복적으로 옮겼다.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는 기분이었다. 아저씨도 참 후졌다. 내가 말했다. 아저씨의 등줄기가 움찔했다. 글쎄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아내가 만든 거라니까. 아저씨가 발로 내 종아리를 간질였다. 굳은살이며 티눈이 박인 피부 표면이 까끌까끌했다. 어떻게 하면 애를 낳을 생각을 해요? 너무 구려. 너무 너무 구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어떤 시대기는, 잘 먹고 잘사는 시대지. 너무 구려. 태어나는 일 자체가 구린 시대예요, 지금 이 시대는. 미치. 너는 너무 어린데, 너무 많은 걸 봤어. 그러니까 지금 이러고 있잖아요. 씨발. 나는 울먹였다. 아저씨가 발로 장난치는 것을 멈추었다. 다시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 애 낳으면 나 꼭 보게 해줘요. 음, 그래. 그럴 수 있다면 뭐, 그렇게 해보지. 아저씨는 말을 이으며 침대를 빠져나갔다. 어디가요? 똥 누러. 아저씬 왜 만날 그렇게 똥을 싸요? 모르겠어. 난 너만 보면 똥이 마려워. 아내 앞에서는요? 집이건 회사건 똥 싸는 일이 고역인데, 난 너만 보면 똥구멍이 빠져버릴 거 같아.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똥을 싸고 싶어 재빠르게 화장실로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만 보면 똥이 마렵다는 아저씨. 나는 또 한번 아저씨에 관한 흉터를 진하게 새겼다. 똥냄새를 풍기며 침대로 돌아온 아저씨와 뒹굴다가 말고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여든 여덟의 할아버지와 함께 육십 년을 살아온 할머니. 할머니는 일흔 일곱. 열한 살 연상의 남편을 마주 대하며 겪었을 무수한 고통을 유순한 고집과 무지한 강직함으로 이겨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삼 년 전에 서울로 올라왔다. 평생 동안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우며 지냈던 고향을 저버린 것은 할머니의 류머티즘 관절염이 심해진 탓이었다. 밭을 안 일구면 되지 않냐, 그냥 일 안 하고 시골에 계속 계시면 안 되냐, 하고 심술을 툴툴 부린 내게 엄마는 꿀밤을 먹였다. 네가 시골에 가서 한 번도 살아보질 못해 이러는구나. 시골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일이다. 일을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곳이야. 등불이 없는 동굴 같은 곳이라고. 그렇지만 친하지도 않은 어른들과 함께 부대껴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걱정 마. 따로 모실 거니까. 따로 사는 데엔 나보다 엄마 몫이 더 컸다. 아빠는 미적지근하게 그러지 뭐, 하며 우리 집 근처에 값이 싼 아파트를 골라 전세계약을 했다. 십육 평형 아파트는 지은 지 이십 년이 넘었다. 군데군데 갈라진 틈새며 월마다 꼬박꼬박 작동 점검을 하는 엘리베이터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 때문에라도 할머니 집에 잘 가지 않았다. 가끔 식용유나 세제 같은 걸 사들고 가는 아빠에게 거기 귀신 나올 것처럼 음산해, 라고 말하면 아빠는 내 콧잔등을 쿡 치면서 노인네들 잠자리 뒤숭숭하게 함부로 말 놀리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깟 귀신, 어차피 동년배들 아니겠어?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할머니 집 전세계약이 얼마 안 있어 끝날 참이었다. 재계약 여부에 대해 곰곰이 따지고 있던 엄마는 되레 계약기간 전에 죽어버린 할아버지를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조금 원망하기도 했다. 엄마는 짐들이 가득 들어찬 다용도실을 대충 비워내고 할머니가 덮을 이불을 마련했다. 할머니는 풀지 않은 짐짝처럼 더욱 몸을 웅크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때때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 내가 비릿한 정액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들어오면 건넌방에 있던 할머니가 빠끔히 문을 열고 나를 들여다봤다. 내가 왜요? 라는 기색으로 노려보면 이내 주춤거리는가 싶게 눈을 피하다가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다시금 내 쪽을 살폈다. 내가 한 번 더 뭘 봐요? 라는 표정으로 찌릿, 눈빛을 쏴주면 그제야 다 알겠다는 듯 체념한 얼굴로 방문을 닫았다. 기분 나빠. 내가 닫힌 방문 틈새로 들릴 만큼 크게 말했다. 그럼 방문 너머로 할머니가 쪼그라든 풍선처럼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별 몇 개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옹졸하게 쪼그라든 것이 언젠가는 점점 작게, 그보다 더 작게, 그래서 결코 보이지 않을 것처럼 아득해질 것만 같았던 별들. 마치 할머니의 쪼그라든 유방처럼. 너네 엄마니까 네가 알아서 해. 안방에서 언성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구질구질한 부부싸움이 또 시작됐다. 카악, 퉤. 아빠의 가래침 뱉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어디서 뱉어 진짜? 엄마가 이전보다 한 톤 높게 소릴 질렀다. 카악, 퉤. 카악, 퉤. 의식적으로 가래를 뱉다가 사래 걸린 아빠가 연신 밭은기침을 토했다. 조금 과장이다 싶게. 나는 방밖으로 나가볼까 하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웠다. 모텔과는 다른 차원의 이불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말고 할머니가 궁금해졌다.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버려진 짐짝처럼 놓인 할머니 따위는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미친 엄마 아빠. 나는 방문을 열고 건넌방에 있는 할머니를 살핀다. 방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다. 아마도 할머니가 직접 살짝 문을 열어 놓았을 터. 문과 문턱이 아귀가 딱 맞게 붙어 있지 않고 약간 틈을 벌리고 있다. 그 미세한 틈처럼 할머니는 숨을 쉬고 있는지 몰랐다. 사방이 막힌 곳에서, 끝없이 유입되는 물세례에 허덕이듯이. 할머니 서럽겠다. 짝이 없으니 얼마나 비참하겠어. 네 아저씨는요? 아저씨의 귓불을 빨면서 내가 물었다. 그건 여자에게만 국한된 일이야. 남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아예 머릿속에 그런 게 없어. 이 사람 없으면 죽겠다 싶은 그런 게. 결혼 왜 했어요? 내가 묻자 아저씨는 뜸을 들였다. 글쎄, 돈을 모아야 하니까. 그리고 어쨌든 옆에 사람이 있어야 좋지 않겠어? 남자란 게 그래. 챙겨주고 입혀줄 사람이 꼭 필요하지. 좆나 후졌네, 남자들이란. 내가 말을 마치자 아저씨가 깔깔 웃었다.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분이 나빴다. 미친 아저씨. 뭐 이런 게 다 있지? 덜 말린 해초처럼 무성한 아저씨의 풀숲을 헤치다 말고 나는 입을 뗐다. 입술에 빳빳한 음모가 달라붙었다. 에이, 좀더 해주지 그래. 아저씨가 눈을 감은 채 말했지만 나는 그냥 일어났다. 반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된 화장실로 들어가 온몸을 빡빡 문질러대며 샤워를 했다. 아저씨가 따라 들어왔다. 에이, 미치. 섭섭하게 왜 그래. 아저씨가 내 팔뚝에 묻은 거품을 닦으면서 품에 안으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샤워기를 아저씨 방향으로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아저씨 살갗에 닿았다. 앗 뜨거워. 아저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오늘은 안 할래요, 피곤해요. 저리 가요. 이제 만지지 마요. 아저씨는 몸에 묻은 물기를 털고 아쉬운 표정으로 나갔다. 내가 샤워를 마치자 아저씨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미치. 앞으로 삼주 정도 못 봐. 나는 왜냐고 물어보려다 그냥 말았다. 아내랑 여행을 갈지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애 낳기 전에 좀 돌아다녀야 될 것 같아서. 애가 나오면 피곤해지잖아. 나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매만지며 물기를 닦았다. 외국을 다녀올까 해. 연차랑 휴가 당겨쓰니까 삼주 정도 여유가 생기더군. 나는 대충 로션을 찍어 바르고 옷을 챙겨 입었다. 가방 속에 든 교복을 입을까 하다가 그냥 관두었다. 아내가 더블린에 가고 싶다네. 난 애초에 더블린이 어디 박혀 있는 덴지도 몰랐다니까. 그냥 동남아 일대나 둘러보고 올 것이지, 무슨. 대충 스타킹까지 신었다. 주머니를 쑤셔 담배를 찾았다. 아저씨가 담배를 건넸지만 무시했다. 삼주 뒤엔 웃으며 보자.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명랑해서야. …… …… 삼주 동안 똥 못 싸서 어떡해요? 그러게. 그걸 생각 못 했네. 아저씨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픽 웃었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나를 들어 침대 중앙으로 눕혔다. 아직 화 안 풀렸거든요? 내가 말해도 묵묵부답. 아저씨가 좋아하는 보라색 원피스가 내 몸에서 멀어졌다, 부득이하게. 아저씨는 이전보다 더 맹렬하게 내 몸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그때 처음으로, 진짜 신음소리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엉덩이에 푸른 멍이 흉터처럼 들어 있었다. 언제고 지워질 것이 빤한 흉터가. * 아저씨는 정말 삼주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랜만에 학교엘 갔다. 책상에 엎드려 잘까 하다가 그냥 수업을 들었다. 의자에 등을 펴고 앉아 있었지만 역시 좀이 쑤셨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종이 쳤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애들이 자리로 가 책상을 정돈했다. 아직 선생이 오질 않았다. 틈을 타 가방을 몰래 들고 빠져 나왔다. 이제 어디든 갈 곳을 찾아야 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 쎄미였다. 나도 데려가. 미친년. 귀찮게시리. 우리는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어디 갈 건데? 몰라. 뭐야, 시시하게. 그럼 나 따라와. 그러든지. 우리는 번화가 로터리에서 내렸다. 쎄미는 지하철역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역사 안 물품보관함에서 옷을 꺼냈다. 초록색 미니 원피스였다. 넌 갈아입을 거 없어? 나는 가방 안에 든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꺼내 보였다. 우리는 쌍방울자매처럼 원피스를 맞춰 입었다. 쎄미가 아이라이너와 립스틱을 주었다. 나는 어설프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립스틱을 발랐다. 우리는 피시방으로 갔다. 모니터 한 대를 앞에 두고 나는 쎄미가 게임하는 걸 지켜보다가 졸았다. 얼마 안 있어 쎄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나가자. 시계를 보니 일곱 시였다. 번화가 로터리는 반짝이고 있었다. 온갖 조명 세례에 비둘기들은 나뭇가지 위로 종적을 감췄다. 보도블록은 연이어 뱉은 껌들과 담배꽁초로 넘쳐났다. 쎄미는 로터리 변방에 있는 건물로 나를 인도했다. 색이 누런 간판에 조명도 시원찮은 것이 딱 학생들이 숨어 술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짜리몽땅한 할머니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손짓으로 인사를 했다. 쎄미가 샐쭉이 웃어 보이며 익숙하게 소주 두 병과 부대찌개를 시켰다. 할머니는 그제야 태연히 일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가방 안에 있던 담배를 올려놓고 주변을 살폈다. 태반이 고등학생들처럼 보였다. 잘 하지도 못 하는 술을 마시며 저들끼리 신나게 놀고 있었다. 쎄미는 재떨이를 제 앞에 가져다 놓고 그새 담배를 두 대나 피웠다. 나도 라이터를 꺼내 담뱃불을 붙이려는데 어디선가 쎄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쎄미, 오랜만이다. 쎄미가 남자애 둘에게 알은 체를 하며 나를 쳐다봤다. 옳다구나, 같이 놀자는 소리로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가 큰 자식이 쎄미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뒤이어 눈썹이 숯덩이처럼 진한 남자애가 내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왔다. 그새 할머니가 전골냄비가 올라간 부르스타를 들고 와서는 퉁명스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쎄미와 그 옆에 앉은 꺽다리가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였다. 취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수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숯덩이 눈썹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담배를 피웠다. 자박한 국물에 퐁당퐁당 빠져 있는 햄 조각과 두부, 콩나물과 양파. 찌개는 어쩐지 팔팔 끓여도 맛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앞에 두 사람이 기어이 취한 척을 하며 서로 부둥켜안을 때쯤 나는 수저를 들어 국물을 맛보았다. 그랬더니 옆의 숯덩이도 냄비에 제 수저를 꽂았다. 나는 맥주에 콜라와 소주를 조금씩 섞어 숯덩이에게 주었다. 숯덩이가 고마워하며 답례로 자신도 타주겠다고 했다. 각자 서로가 타준 폭탄주를 마셨다. 어쩐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쎄미와 꺽다리는 팔짱은 물론 어깨동무며 심지어는 서로에게 입술까지 드밀며 야단이었다. 소주를 일곱 병쯤 마셨던가. 그 와중에도 쎄미가 자리를 뜰까봐 손을 꼭 부여잡으면서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꺽다리가 숯덩이에게 눈질을 보냈다. 무언의 암시 같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거행된 약속이 있었던 듯싶다. 쎄미는 비에 젖은 이불처럼 꺽다리의 팔뚝에 안긴 채 실려 나갔다. 이윽고 숯덩이와 나만 남았다. 숯덩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쭈뼛거렸다. 우리도 일어나지 뭐. 벌써 가게? 그럼 더 있으려고? 시간 별로 없어. 밤은 못 새. 숯덩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유치한 반응. 어디로 갈 건지는 정했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숯덩이. 아, 이래서 어린애들은 귀찮다. 다 정한 거 알고 있거든. 모텔로 갈 거 아니야? 일 치르곤 만나 해장할 거 아니었어? …… 그리곤 쎄미랑 나랑 누구 가슴이 더 컸는지 낄낄거리겠지, 뭐. 안 봐도 빤해. …… 빨리 계산하고 나와. 너구리굴처럼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을 헤집고 나와 건물 앞에서 숯덩이를 기다렸다. 숯덩이는 쭈뼛거리며 나왔지만 안절부절 갈피를 못 잡았다. 앞장 서. 내가 말했다. 그래도 돼? 어, 원래 이러려고 했잖아. 내가 인상을 쓰자 숯덩이가 이내 내 손을 잡았다. 손은 잡지 마. 숯덩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냥 말자. 숯덩이가 말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 들어갔다. 심야시간대에 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가 잠시 졸았다. 조는 내내 숯덩이가 내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박력 없기는.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숯덩이가 팝콘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릴 쯤에 나는 숯덩이의 팔목을 거세게 붙잡고는 그를 이끌었다. 어디 가려고? 심심한데 그냥 DVD방이나 가든지. 우리는 영화관에서 가장 가까운 DVD방으로 들어섰다. 프런트에서 계산을 하는 숯덩이 몰래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숯덩이와 몸을 섞고 난 뒤에도 아저씨에게선 답문이 없었다. 정말이지 짜증나. 나는 검은 소파에 누워 말했다. 숯덩이가 휴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말고 멈칫했다. 그리곤 내 쪽을 쳐다보며 눈을 흘긋거렸다. 화면에는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게 비쳤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러닝타임이 긴 시리즈물을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됐다. 숯덩이가 슬금슬금 내 옆에 드러누웠다. 너 이만 가봐. 싫은데. 그럼 걍 닥치고 가만히 있든지. 어차피 나도 뺑이 치는 거야. 오전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되거든. 학교는 안 다니니? 너야말로 학교 다니는 년이 이러고 다니냐? 등신. 너만큼 구린 애 아니거든, 나. 웃기고 있네. 됐다. 그만 말해, 입만 아파. 딱 봐도 사이즈 나와. 나는 뭐 누나들이랑 안 놀아본 줄 아냐. 뭐라고? 나는 울컥 화가 났다. 나는 대충 윗옷을 걸쳐 입고 DVD방을 나왔다. 숯덩이는 자는 건지 자는 척을 하는 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새벽 다섯 시였다. 거리는 아직 깜깜했다. 추위 탓인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드문드문 건물 앞 계단에 누워 토사물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으나 거리는 한적했다. 나는 터벅터벅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은 아직 운행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내려진 셔터에 기대고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어쩐지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다. 숯덩이는 내 몸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주던 아저씨의 손길을 느낀 것일까. 내 몸에 남겨진 아저씨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쪽팔리게, 정말 후지게 자꾸만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아저씨를 만난 건 레코드 가게에서였다. 아담했지만 역사가 오래된 레코드 가게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다. 섹션별로 잘 나눠진 음반들은 가게 주인의 손을 거쳐 가지런히 정리되었고 새로운 주인에게로 입양됐다. 주인은 내가 오면 리패키지 앨범이나 베스트 앨범, 내가 모르는 희귀 앨범을 꺼내 들려주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존 레넌의 사망주기 30년을 맞아 아저씨는 비틀스의 앨범을 사러 왔다고 했다. 주인은 LP로 된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을 꺼내주었다. 아저씨는 보물 다루듯 LP를 매만졌다. 그거 복사본 같은데. 내가 다가가 이 말을 전하기 전까지는. 아저씨는 내 쪽을 살피며 무슨 상관이냐는 듯 쳐다보았다. 제가 아는데요. 20년 전에 들어온 건 정식판 거의 없어요. 다 해적판이지. 그리고 진퉁이라 쳐도 몇 억 넘을 걸요? 그냥 작년에 나온 리마스터 앨범 사세요. 저 같으면 그거 안 사요. 내가 말을 마치자 아저씨는 피식 웃으며 LP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마친 아저씨는 앨범을 구경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봐, 진퉁. 같이 나가지? 그리고 우리는 곧장 모텔로 향했다. 미치.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 아니? 비틀스 노래 제목이잖아요. 후추상사의 밴드. 물론 한국에 그 제목을 딴 인디밴드가 있단 건 알아요. 아니.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가 낸 책이 있어. 그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비틀스의 노래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지. 그 속에 든 여자주인공 이름도 역시 비틀스의 노래에서 따온 거야. 루시나 리타 같이.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이 밴드가 남아프리카 출신들이란 거야. 그래서 번역본을 구하긴 힘들어. 그 튼실한 내용의 책은 읽은 사람들마다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고 해. 더 신기한 건 뭔 줄 아니? 소속된 밴드 팀원이 단 한 명이란 거야. 뭐야. 나머지는 다 세션이에요? 그 밴드는 공연 안 해요? 응. 그 밴드는 단 한 번도 공연을 한 적이 없어. 그 밴드의 업적이라곤 책 낸 게 끝이야. 그게 뭐가 밴드예요. 그냥 작가지. 그러게. 하지만 그 사람이 우기면 밴드겠지. 마치 네 이름이 미치가 아닌데도, 네가 줄곧 미치라고 우기는 것처럼 말이야. * 아침 7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몰래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데 어쩐지 고요했다. 방문을 열고 둘러보니 집엔 아무도 없었다. 꺼놨던 핸드폰의 전원을 켜니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문자가 잔뜩 와 있었다. [미친년. 집에 들어오기만 해.], [네 방에 있는 CD 다 갖다 버리기로 결단 내렸다.], [평생 네 멋대로 하다가 죽어. 여한 없이 그렇게 살아라. 부럽다.], [엄마아빠 오늘 등산 가니까 네가 할머니 밥 좀 챙겨드려. 것까지 안 하면 넌 정말 죽는다.] 나는 할머니 방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할머니는 축 늘어진 미역처럼 장롱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기척도 못 느끼셨는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큰 소리로 두어 차례 할머니를 부르자 그제야 어깨를 움찔하는 할머니. 저 왔어요. 밥 드셔야죠. 할머니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아차. 원피스를 교복으로 갈아입는다는 걸 깜빡했다. 생각해 보니 허접한 실력으로 그린 아이라인도 엄청 번져 있을 것이었다. 밥 챙겨드릴게요. 좀만 기다리세요, 하고 방문을 닫으려는데 할머니가 허공에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오라는 눈치인가 싶어 나는 대충 눈 밑에 번진 아이라인을 손으로 닦고 할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할머니의 주름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다. 내 어깨보다 한 뼘은 더 작아 보이는 할머니의 어깨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할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사람의 피부라기엔 어색할 정도로 꺼끌꺼끌했다. 뭐 해드릴까요? 정적을 깨고자 몇 차례 여쭈어도 할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몇 달 전 백내장 수술을 한 할머니의 눈동자는 부옇게 흐려 보였다. 나는 질문하는 걸 포기했다. 할머니는 다시 장롱에 머리를 기대었다. 할머니는 조만간 부서질 박제나비 같았다. 할머니의 눈가와 손, 입술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각보다 더 깊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계실 때도 이렇게 주름이 많으셨나. 이곳에 와 있는 것이 가뭄처럼 답답하고 숨 가쁠 할머니. 할머니는 아침마다 이렇게 장롱에 머릴 기대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살아 있긴 한 걸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희정아. 할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잘 지내야 된다. 단디 몸 챙기고. 매사 조심하고. 매사 감사하고. 알제. 어쩐 일인지 눈꺼풀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방으로 돌아오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도대체 왜 우는 걸까? 이해가 안 됐으나 눈물은 더 솟구쳤다. 접을 수 있다면 잠깐 시간을 접어놓고 싶다. 정말 구리고 후지다. 나는 집전화기로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받아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한다. 아저씨의 아내가 받는다면 나는 다 폭로할 것이다. 아저씨와 나는 비틀스를 공유한 사이라고요.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 아세요? 남아프리카에 있는 원맨밴드를 아시냐고요. 그런 것도 모르면서 임신은 왜 해요? 그렇게 안정적인 게 좋으면 차라리 소파랑 결혼을 하셨어야지. 아저씨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고요. 신호가 계속 가는 동안 나는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받는다면 이제 아저씨와는 정말 끝이라고 말해야지. 아저씨의 똥배를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라고. 아저씨도 똑같아. 부인 앞에선 똥도 못 눈다면서 여행은 왜 같이 가요? 왜 나한텐 아저씨 이름도 안 알려줘요? 치사하게 산다. 치사 빤쓰다, 정말…… 그리고 달칵. 수화기 너머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네, 한창길입니다. 아저씨 목소리다. 한창길이라는 이름은 어색하지만 이건 분명 아저씨의 목소리다. 내가 수없이 핥았던 목에서 나는 그 소리 맞다. 허나 나는 한창길이란 이름을 모른다. 그런 이름일랑 들어본 적도 없다. 말씀하세요, 누구시죠? 그러니까. 저는. 저는요, 아저씨. 저예요, 미치…… 그러나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아저씨의 번호를 지웠다. 아마 얼마 안 있어 아저씨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 내게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보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의 번호를 지웠다. 아뿔싸. 이렇게 깔끔할 수가. 잠을 자는 동안 모든 걸 지워야지. 아저씨의 배꼽이 따뜻했다는 것 정도만 남겨두고. 다른 건 다 열여덟이라는 전투의 군사기밀이라 생각하고 블랙박스에 가두어 사장시켜야지. 나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집전화가 요란스레 울리기 시작했다, 한참동안이나. 짜증나게. <끝〉
  • 보일러·샤워기 등 설치 “구호단체 너무 고마워”

    보일러·샤워기 등 설치 “구호단체 너무 고마워”

    30일 오전 인천 연평도 연평초교 운동장. 붉은색 지붕을 얹은 가로 6m, 세로 3m, 높이 2.2m 크기의 목조 조립주택 15동이 완공돼 공개됐다. 북한의 포격으로 집을 잃고 뭍으로 피신한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로 거처할 ‘구호 주택’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모금한 1300여만원으로 마련됐다. 2~3인 가족이 머물도록 설계된 임시주택은 집이 파괴된 주민들에게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기름보일러가 설치돼 있어 난방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샤워기가 있고, 주방에는 싱크대가 설치돼 있었다. 다만, 방은 어른 3명이 한꺼번에 눕기엔 다소 좁아 보였다. 주민이 입주 신청을 하면 곧바로 전기·수도 등 기반 시설이 제공된다. 주민들은 “정부도 하지 못 하는 일을 구호단체가 해 줘 너무나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한 주민은 “연평도의 집이 파괴돼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주택이 42동이나 된다. 더 많은 임시거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찜질방에서 생활하는 30대 주민은 “연평도로 들어갈 마음도 없지만 언제 포탄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시거처에 거주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일단 선착순으로 임시주택을 공급한 뒤 필요한 주민이 더 있으면 주택을 추가로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평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수익률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하세요

    수익률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하세요

    올 하반기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과열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 일부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은 최고 28대 1을 넘어섰다. 아파트 시장 침체와 전셋값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소형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자가 늘었다지만 자칫 무모한 투자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오피스텔 시장을 긴급 점검해 본다. ●강남권은 ‘제2의 르네상스’ 1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6㎡ 이하의 소형 오피스텔 매매가는 0.16% 올라 전체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0.05%)을 크게 앞질렀다. 이 기간에 중·대형 오피스텔 가격은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했다. 133~165㎡의 대형 오피스텔 매매가는 0.2%나 떨어졌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오피스텔은 단연 인기다. 지난 11~12일 서희건설이 서울 역삼동에서 분양한 ‘강남역 스타힐스’는 계약면적 52㎡ 이하 소형이 최고 28.6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체 청약 경쟁률은 5.32대 1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이란 입지 조건과 함께 소형 오피스텔이란 강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도 18일부터 강남역 교보타워 인근에 전용면적 25~31㎡로 구성된 288실 규모의 ‘강남역 아이파크’ 오피스텔을 분양, 강남권 소형 오피스텔 열풍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스타힐스에 청약한 백모(43)씨는 “강남지역 오피스텔은 주거보다 임대 목적으로 구입한다.”면서도 “최근 지방에서 학군을 보고 거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소형 주택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어 아파트 전셋값이 오를수록 임대 수요도 늘어난다.”면서 “아파트를 대신할 투자 상품이란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1~2인 가구 증가도 일조한다. 1인 가구 비율은 1980년대 전체 가구의 1%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20.2%로 급증했다. 또 현재 시중금리가 3% 안팎임을 감안하면 강남은 5~6%, 강북은 6~7%대의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로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오피스텔 르네상스’에는 주거 기능 강화라는 측면도 작용했다. 임대 수요 외에 직접 들어가 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풀퍼니시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대형 벽걸이 TV와 의류 건조기 등을 갖춘 데다 가전·가구를 수납형으로 제공한다. ●주거 기능 강화와 고급화도 요인 용량을 30% 이상 줄인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을 갖췄고, 욕실에선 샤워기, 거울, 세면대, 수납 공간을 일체형으로 제공한다. 고급화도 한몫을 했다. 대우건설이 분당 정자동에 짓는 오피스텔에는 아예 펜트하우스 2개층(29~30층)이 마련된다. 골프연습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까지 갖춰진다. 서울 구로동의 와이즈플레이스는 최상층에 6실의 펜트하우스를, 하나세인스톤Ⅱ는 게스트룸을 갖췄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편의시설이 증가할수록 관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 임대의 경우 일부지역 오피스텔 가격의 상승으로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곳도 속출해 계약 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규정 부동산114본부장은 “임대수익을 노리는 수요자는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 구매가격이 저렴하고 수익률도 좋은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소형 오피스텔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시장도 당분간 강세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권은 임대수익이 월 100만~150만원으로 높지만 그만큼 초기 구매가도 비싸다. 반면 응암동, 구로동 등 외곽지역은 임대수익은 다소 낮지만 직장인과 신혼부부 수요가 많고 매매가도 싸 실질적인 수익률은 연 6~7%를 웃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대수요가 충분치 않은 택지개발지구의 오피스텔은 피하고, 신규분양 오피스텔의 경우 주변 오피스텔보다 분양가가 높아 임대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연말까지 서울 역세권 1200여실 공급 연말까지 1200실이 넘는 소형 오피스텔이 서울지역 역세권에 분양된다며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 수요가 단기적으로는 많지만 길게 보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추후 도시형생활주택 등 오피스텔의 대체상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분양되는 오피스텔이 3년 후나 입주가 가능한 만큼 금리와 연동되는 수익률에 변화가 있거나 오피스텔 수요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피스텔은 과거와 비교할 때 공급이 많이 줄어든 데다 매매가도 떨어졌다.”면서 “아파트 중심 수요가 점진적으로 변하고 월세수요도 많아 아직 과잉공급이나 가격 급락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제시카 알바 ‘올 누드’ 알고보니 포토샵?

    제시카 알바 ‘올 누드’ 알고보니 포토샵?

    얼마 전 ‘노출 신은 절대 찍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환상적인 몸매를 드러낸 제시카 알바의 샤워신이 사진 후보정 작업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바는 미국 이민세관국 수사관으로 열연한 영화 ‘마셰티’에서 전라의 구릿빛 몸매를 공개해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메일은 28일자 보도에서 “알바가 지난 주 공개한 누드 샤워신은 거짓”이라면서 화제의 사진이 포토샵을 이용한 속임수라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에 공개된 사진은 알바가 흰색 속옷을 모두 갖춰 입은 채 샤워기의 물을 맞는 장면의 스틸컷으로,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올 초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노출연기에 거부감이 든다.”며 “옷을 입고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마셰티’의 스틸 것 중 올 누드의 샤워신이 공개되면서 알바의 우월한 몸매와 아찔한 샤워신은 화제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과 함께 “속옷만 안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뱃살과 허리라인도 보정한 것 같다.”, “오히려 속옷을 그려 넣은 것 아니냐.”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용준, 꼽등이 퇴치법 트위터서 공개 “뜨거운 물 사용”

    김용준, 꼽등이 퇴치법 트위터서 공개 “뜨거운 물 사용”

    SG워너비의 멤버 김용준이 트위터에 꼽등이 퇴치법을 공개해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겪었던 추억담에 유머를 녹여 낸 글 솜씨가 보는 이들의 재미를 낳고 있는 것. 8일 자정무렵 김용준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지금은 도쿄의 호텔! 인터넷을 보다보니 요즘 꼽등이가 대세군요. 어릴 적 살던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오래되다보니 이맘때쯤이면 자주 만났는데, 집에 들어갈 때마다 꼽등이를 피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기억나네요. 전 샤워 중 화장실에 침투한 꼽등이를 만났을 땐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샤워기의 가장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익혀 버렸답니다. 밟거나 약을 뿌려서 보기 흉한 모습을 피하기 딱 좋았던 방법! 여러분도 꼽등이를 만난다면 이 방법으로 퇴치해 보세요. 꼽등이란 귀뚜라미과의 에이리언을 닮은 괴물입니다. 뜨거운 물에 놀라 꼽등이가 마구 뛰어다닐 수도 있으니 좀 멀리 떨어져서 하시는 게 좋으실 듯” 글을 접한 팬들의 반응도 재밌다. “말만 들어도 징그럽다” “우리집 수압이 약해서 꼽등이가 익을 수 있을까요” 등 재치만점의 댓글이 대부분. 김용준의 유머가 유쾌하다는 소감이다. 앞서 김용준은 지난달 31일에 자신의 트위터에 연인 황정음의 드라마속 베드신에 대한 반응을 사진과 글을 함께 올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서울신문NTN DB, 김용준 트위터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댕기열’ 신정환 심경고백 "한가해진 김에 더 쉬다 갈 예정"▶ 주진모, 거만·건방 떨던 과거사 고백중 ‘참회 눈물’▶ ’여친구’ 당돌 솔직 신민아 캐릭터... 드라마 신여성상 제시▶ 손안나-유리 절친 인증샷…"소녀시대 맞아?"▶ 이하늬, 반전패션 차림 보그축제 …섹시 뒤태 반전몸매▶ ’양악수술’ 수술전후 사진조작…’포토샵-화장발 고발’
  • ‘오토매틱 소 전용 샤워기계’ 스웨덴서 개발

    발달한 기술로 자동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비단 사람 뿐만은 아니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업체가 소 전용 오토매틱 샤워기구를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버튼 하나로 큰 몸집의 소를 씻기고 마사지 할 수 있는 이 기계는 ‘디레버’라는 회사가 제작했다. 큰 브러쉬가 달린 이 기계는 소의 짧은 털 사이의 미세 먼지와 노폐물을 제거하며 피부위를 롤링하며 마사지를 돕는다. 이 업체는 “일반적으로 농가에서 소를 씻기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 기계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소를 질병에서부터 보호한다.”면서 “특히 마사지 기능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젖 생산량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업체 측은 소들이 기계의 브러시가 자신의 몸을 씻겨주는 것을 매우 즐거워하며, 기분을 좋게하고 개운함을 주기 때문에 소들이 더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브러시의 360도 회전이 가능해 매우 유용하며 속도를 조절해 소의 취향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 소식을 전하며 “미국의 한 연구단체가 실험한 결과 이 기계가 소의 혈액순환을 도와 실제 젖 생산량이 3.5%가량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기계는 스웨덴 전역의 농가에서 3만 대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유럽에도 수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구하라 “내 별명은 ‘이구아나’” 깜짝 공개

    구하라 “내 별명은 ‘이구아나’” 깜짝 공개

    걸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가 자신의 독특한 별명을 공개했다.구하라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45분 방송되는 SBS ‘하하몽쇼-엄마가 부탁해’ 카라편 사전녹화에서 일일엄마로 변신한 MC 하하와 MC몽이 카라의 새로운 숙소에 방문해 방을 소개시켜주는 도중 별명을 밝히게 됐다. 하라의 방에서는 어린 시절 사진과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한 앨범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이어 하라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이구아나’라는 충격적인 별명이 공개됐다. 카라 내 비주얼 담당으로 많은 남성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하라의 이구아나 별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라 출연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지금처럼 귀엽고 예쁜 얼굴이 담긴 하라의 과거 스티커 사진이 공개됐다.더불어 카라 리더 박규리의 방은 그의 여신이미지에 맞게 하얀 고가구로 꾸며져 있어 MC들이 감탄했다. 하지만 여신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규리의 소지품이 공개돼 눈길을 사로잡았다.이날 카라의 일일엄마로 나선 하하와 MC몽은 이사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새집이지만 샤워기 꼭지는 고장이 나 물이 분수처럼 뿜어 나오고 문고리가 잠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에 두 사람은 직접 동네 철물점에서 문고리를 구입해 고쳐주고 각자 자비를 들여 선풍기 4대를 카라 숙소에 기증하는 등 일일엄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이외에도 이날 녹화에서 카라 멤버 한승연이 MC들에게 자신의 라면 냄비를 태워먹고 버린 멤버를 찾아달라고 부탁해 출연진의 웃음을 자아냈다.사진 = 카라야서울신문NTN 강서정 인턴기자 sacredmoon@seoulntn.com
  • [여행가방]

    ●캐리비안 베이 새단장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가 21일 각종 시설 리뉴얼을 마치고 새단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리뉴얼은 이용객 수에 비해 부족했던 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데에 맞춰졌다. 실외 라커동 면적을 확장하고 이용객 1인당 면적을 1.5배, 샤워기 대수는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탈수기도 추가해 대기 시간을 줄였다. 기존 타일 바닥은 논슬립 장판으로 교체해 청결성과 안전성을 강화했으며 파우더룸도 재정비했다. 이달 31일까지 홈페이지(www.everland.com/caribbean)에서 예매하면 이용권을 20% 할인 받을 수 있고, 이용 당일 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빌리지 시설도 온라인으로 원하는 방을 직접 예약할 수 있다. 시즌권은 7월31일까지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1인당 1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구매 당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5월31일까지 구매하면 3만원을 할인해 준다. ●아이비리그 리더십 영어캠프 개최 대명리조트는 여름방학에 맞춰 미국 50위권 이내 대학 출신 원어민 강사진으로 영어캠프를 마련한다. 대명리조트 회원과 회원추천 일반고객 자녀 중 초등생 2∼5학년으로 영어 레벨 테스트를 통과한 학생이 대상이다. 6박 7일 일정으로 열리는 캠프는 8월8일과 15일 각 100명씩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1차는 5월31일, 2차는 6월30일까지 선착순 모집한다. 오션월드 체험 등 레크리에이션도 준비돼 있다. 1588-4888. ●한화리조트 여름 패키지 출시 한화리조트 설악은 객실+워터피아(대인2, 소인2) 상품을 12만 3000~18만 2000원에 제공한다. 경주는 객실+스프링돔+조식(이상 대인2, 소인2) 상품을 17만 2000~27만 1000원에 판매한다. 산정호수는 한과박물관+평강식물원+식사+사우나를 묶은 ‘테마패키지’를 대인 2만원, 소인 1만 8000원에 판매한다. 레포츠(래프팅, 바이크, 서바이벌 중 선택1)+식사+사우나로 구성된 레포츠 패키지는 어른 3만 5000원, 어린이 3만 2000원에 판매한다.
  • 해수욕장 벌써 피서객잡기 전쟁

    해수욕장 벌써 피서객잡기 전쟁

    “더 감동적이고 더 편리한 우리 고장 해변으로 피서 오세요.” 전국 해수욕장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벌써부터 올여름 피서객을 잡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모유수유실에서부터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구축까지 다양한 편의시설로 승부수를 던지고 나섰다. 동해안 여름 피서지를 대표하는 강원 강릉 경포해변(7월1일 개장)은 U-헬스케어센터와 미디어 보드를 설치한다. ●경포,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구축 이곳에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실시간 관광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모유수유실과 유모차 및 휠체어를 무료대여하는 등 피서객들에게 적극적인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동해시는 피서객들이 청정해변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망상 오토캠핑리조트 해변 일대에 목재 데크로 된 산책로를 조성한다. 삼척 해변은 입장료와 주차비·텐트·파라솔 대여 등이 아예 무료다. 속초시는 속초 해변에 목재 데크와 철제 레일로 된 ‘장애인 해변 진입로’를 설치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이곳에서 각종 장애인 단합대회와 수련회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고성군은 송지호 오토캠핑장 내에 텐트 설치용 데크 90개를 설치해 야영객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샤워장에는 전기온수시설을 설치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부터 해운대해수욕장 탈의장에 비타민 샤워기를 설치해 인기다. 1개의 비타민 샤워기에는 오렌지 4000개 분량의 비타민C가 농축된 필터가 들어가 있어 약알카리성의 물을 공급한다. 비타민 샤워기를 이용하면 일광욕과 해수욕으로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보호해 피부미용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미아방지 전자 팔찌 등 유비쿼터스 기술이 접목된 관광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산시가 2008년부터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미아 발생 신고시점에서 5분 이내에 아동을 찾는 데 성공하는 등 서비스 효과가 높아 올해는 전자 팔찌 공급을 대폭 늘린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위해성 상어 퇴치기’를 전국 처음 도입해 운영한다. 백상아리 등 상어류가 작은 물고기에서 나오는 아주 약한 전류를 감지해 먹이를 잡아 먹는 것에 착안, 퇴치기 주변에 상어가 접근하면 강력한 전류를 흘려 놀라 도망치게 만드는 원리를 이용했다. ●해운대, 첫 ‘상어퇴치기’ 도입 충남 보령시는 올해 대천해수욕장에 ‘이동식 안전감시탑’을 처음 도입한다. 감시원이 감시탑에 올라가 망원경 등으로 해수욕장을 보다가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무전기로 제트스키에 연락, 달려가 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이호테우해변을 야간 개장해 인기를 끌자 이를 올해 함덕서우봉해변과 협재해수욕장 등으로 확대한다. 또 제주 지역 전역 해수욕장의 안내방송 서비스를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제공한다. 경북 포항시는 최근 포항 북부해수욕장에 스포츠마당을 조성했다. 이 스포츠마당에는 비치발리볼장과 비치풋살장 각 2곳이 있다. 영덕군은 고래불해수욕장에 의료봉사 서비스실과 관광안내소 등을 갖춘 해양관광서비스 센터를 건립 중이며, 대진해수욕장에는 산책로(400m)와 해안데크, 휴게실 등을 조성하고 있다. 임형준 강원도 환동해출장소 연안관리담당은 “전국 해변으로 이어지는 도로 여건이 좋아지면서 피서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치단체마다 마을마다 피서객들이 즐기고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우리구 창의왕] 강북 교통시설팀 이정돈 팀장

    [우리구 창의왕] 강북 교통시설팀 이정돈 팀장

    ‘창의력(創意力)’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업과 학교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이제 혁신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일선 행정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산되고 있으며 어느만큼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민원인들과 얼마만큼 제대로 가까워지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매주 수요일자에 번뜩이는 창의 정신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아이디어맨들을 만납니다. 서울 25개구 자치현장에서 톡톡 튀는 ‘우리구 창의왕(創意王)’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식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만들면 어떨까?” 2008년 3월의 화창한 봄날, 강북구 이정돈(53·현 교통시설팀장) 주임은 고민 끝에 당찬 각오를 굳혔다. 3년 전 교통시설팀으로 발령받은 뒤 늘상 품어왔던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이후 18개월 동안 이씨는 소형 공기주입기 개발에 몰두했다. 주말이면 청계천과 영등포의 공구상가를 찾아 부품을 조달하고, 밤낮으로 설계도면을 뜯어고쳤다. 마음에 그린 ‘작품’은 제작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크기가 작고 성능이 뛰어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기주입기였다. 이씨는 “이날 결정은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힘든 과정이었다.”고 술회했다. 돌아온 대가는 가족과 다소 소원해진 일상과 피로감, 540여만원의 개인비용 지출이었다. 대신 소형 자전거 공기주입기라는 든든한 발명품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창의행정 우수사례 발표회에선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2008년 울쑥불쑥한 과속방지턱의 표준시공방법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것까지 2년 연속 수상이었다. ●비결은 항상 고민하는 것 과거 이씨를 바라보는 동료들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늘 고민하는 모습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는 “새벽에 운동하고 집에 들어와 샤워기를 틀면 온수가 나올 때까지 찬물을 버리게 된다.”며 “버리는 물을 절약하는 기구도 고안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것은 건너 뛰지 않고 늘 고민하고 노트하는 습관 덕분이다. 이씨는 올해로 만 25년 넘게 공직에 몸담고 있다. 2년제 대학 토목과를 졸업한 뒤 일반회사에 다니다 1980년대 중반 뒤늦게 공무원이 됐다. 기술직으로 서울시의 지하철·교량·지하차도 공사에 대부분 참여했다. 2005년 4월 강북구 교통행정과로 발령받은 뒤 곧바로 높낮이와 각도가 일정치 않은 과속방지턱의 표준시공을 위한 틀을 고안했다. 각기 다른 높이 탓에 차량이 손상된 주민들이 계속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제시된 공학적 각도는 있지만 이를 실천할 틀이 없었다.”며 “틀에 맞춰 아스팔트만 부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고 말했다. 2008년 과속방지턱 표준시공으로 창의행정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듬해 3월 팀장으로 승진했다. ●공기주입기 가격 4분의1로 낮춰 자전거 공기주입기 발명도 고민에서 비롯됐다. 친환경교통수단으로 떠오른 자전거 관련 인프라는 자전거도로와 주차장에만 몰렸다. ‘정기적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보충해야 하는데 인구 35만여명의 강북구에 자전거수선소는 불과 6~7곳에 불과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기존 대형 기계식 공기주입기는 대당 500만원으로 소음도 60㏈로 자동차 엔진만큼 시끄러웠다. 이씨는 ▲소형화 ▲무소음 ▲고성능·저가격이란 목표를 설정했다. 청계천 공구상가에선 소음감소를 위해 냉장고 모터가 적당할 것이란 조언도 받았다. 냉장고 모터의 소음은 40㏈에 그쳤다. 모터가 작아진 만큼 크기도 작아졌고 제작비도 120만원까지 줄였다. 18개월 만에 나온 첫 작품은 효용성을 인정받아 관내 25곳에 설치됐다. 10분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면 자동으로 2분간 모터가 작동하지 않도록 센서까지 갖췄다. 주민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사춘기 소년들이 장난삼아 주입구 호스를 절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주입구에 스테인리스 스프링을 감아 절단을 방지했고, 주입기 디자인도 각을 줘 세련되게 바꿨다. 덕분에 수억원의 구 예산을 절감했다. 이씨의 다음 목표는 태양열기판을 활용한 공기주입기. 태양열기판으로 자체 전력을 끌어모아 하천변이나 외진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씨는 “만약 개인 사업자였다면 이같은 열성으로 발명에 몰두하지 않았을 것”이며 “공무원으로 일해 얻은 보람은 너무도 크다.”며 발명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목욕전 물한잔… 목욕후 커피피해야

    목욕전 물한잔… 목욕후 커피피해야

    겨울철이면 요통 환자들은 목욕탕이나 찜질방을 즐겨 찾는다. 겨울에 더 심해지는 요통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무턱대고 목욕을 하기보다 몇 가지 점에 유의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울에 요통이 심해지는 것은 근육의 수축과 긴장 때문이다. 이에 척추와 추간판(척추 연골)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왜 요통은 겨울에 심해질까 척추나 관절은 많은 근육과 뼈로 구성되는데, 근육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하면 인체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혈액순환 장애도 요통을 부른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이 굳어 혈액순환이 어렵게 되고, 이 때문에 근육과 인대가 더욱 딱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이로 인해 추간판이나 관절에 영양 공급이 안 돼 허리가 약해지거나 요통이 악화된다. 비만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체중 1㎏이 늘면 허리가 받는 하중은 5㎏이나 늘어난다. 겨울에는 체중도 쉽게 증가한다. 추위에 맞설 체지방을 축적하려는 인체의 생리적 욕구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음·과식, 운동부족 등도 비만을 부추긴다. 요통에는 온욕이 좋다. 전문의들은 “겨울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회복뿐 아니라 추위로 위축된 근육이나 관절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허리 통증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인체의 하루 수분 배설량은 2.5ℓ정도. 따라서 배출되는 만큼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목욕하기 전 물이나 우유를 한 컵 정도 미리 마셔주면 목욕 때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할 수 있으며 신진대사도 촉진시킨다. 하지만 목욕 후 커피·담배는 피해야 한다. 흡연은 척추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디스크 변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뼈로 가는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해 척추의 퇴행을 촉진시킨다. 커피도 뼈에서 칼슘을 빼내 디스크나 인대 손상을 받기 쉽다. 35∼40도의 물은 체온과 비슷해 편안한 목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뜨거운 물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근육이 지나치게 이완돼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허리와 골반 주위의 인대들이 지나치게 이완되면 허리뼈가 쉽게 비뚤어지며, 그 사이의 디스크가 쉽게 밀려나기 때문이다. 입욕 시간도 1회에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머리는 서서 감아야 요통 환자는 머리를 감을 때 허리를 숙이지 말고 선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허리를 숙인 자세가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샴푸에 5분 이상이 걸려 그만큼 허리 부담이 늘어나므로 선 자세에서 샤워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따뜻한 물로 허리를 마사지하면 인대와 근육이 풀어져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목욕 후에는 보온해야 목욕 후 무리한 마사지는 인대와 근육에 충격을 가해 허리 손상을 부추길 수 있다. 목욕을 하면서 이미 인대와 근육이 이완된 상태이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으면 손상 위험이 높아 요통환자가 아니라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체중을 이용해 허리 부위를 누르거나 몸을 비트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목욕 후에는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관절 주위의 피부, 근육과 힘줄에 분포된 혈관의 혈류량이 줄어 세포로의 영양 공급량이 줄고,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면서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 관절을 둘러싼 활액막과 연골조직도 기온이 떨어지면 뻣뻣해져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네 목욕탕엘 가더라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
  • “내년엔 NHK 홍백가합전 출연할 것”

    │도쿄 박홍기특파원│지난 8월 말 일본 가요계에 늦깎이로 진출한 가수 태진아(57)씨가 고진감래의 기쁨을 맛보았다. 20일 TBS방송으로 생중계된 전국유선음악방송협회 주최 ‘제42회 일본유선대상’에서 유선협회 장려상을 수상한 그는 “일본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문을 연뒤 “내년엔 일본 최대 가요제인 NHK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출연하기 위해 더 뛸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수상과 관련,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스마나이(미안하다)’가 한 달 만에 유선방송 리퀘스트 1위, 최장기인 6주간 1위를 차지했다.”면서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점은 일본말,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 일본에 온 뒤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고 했다. “활동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서 거울을 보며 ‘여기서 뭐하니.’, ‘일본말도 안 되잖아.’라는 생각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옆방에서 우는 소리를 들을까봐 샤워기를 틀어놓고 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을 모질게 먹고 노래에 매달렸다는 그는 “3~4개월 지나니 일본말이 조금 들리더군요.”라면서 “여러 방송에서 출연섭외가 잇따라 지금은 울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맞느냐?’면서 현실이 믿기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리를 꼬집어 본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일본 최고 권위의 음반 판매 집계 차트인 오리콘이 지난 18일 발표한 ‘2009년 오리콘 연간랭킹’에서 동방신기가 싱글과 앨범, DVD를 포함한 아티스트별 종합판매고 부문에서 68.9억엔(약 9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위에 올랐다. hkpar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