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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졸중·당뇨 e메일로 관리

    뇌졸중과 고혈압, 당뇨 등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심·뇌혈관 환자들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실시된다. 2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1개 광역시를 선정, 내년 7월부터 3년동안 심·뇌혈관 질환자들을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68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의 29억원보다 134.1%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의 성과가 좋을 경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광역시로는 대구광역시가 유력시되고 있다. 심·뇌혈관 질환 예방관리사업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보건소·국립대병원·민간병원 등에 등록하면 문자메시지서비스, 이메일 등을 통해 검사·치료일정과 교육내용, 건강정보 등을 통보받게 된다. 증세가 심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가정방문 간호서비스가 제공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범사업 광역시의 8개 보건소에 전담간호사 4명씩 모두 32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등록하면 연간 7만 2000원의 약값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성 기획처 복지재정과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생활·식습관의 변화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 질환은 일단 걸리면 본인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부담)이 엄청나 선진국에서는 예방 차원의 국가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심·뇌혈관 환자들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을 놓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다.”면서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서 건강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비만진단·운동처방 등을 제공하는 보건소 비만클리닉학교를 올해 5곳에서 내년에 1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20&30]확 사버려!…내집마련 성공·실패담

    [20&30]확 사버려!…내집마련 성공·실패담

    소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 ‘최대의 쇼핑’. 수억원짜리 가격표가 붙는 상품이다보니 자금마련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5.9%. 통계대로라면 전 국민이 한 채씩 나눠 갖고도 73만채가 남지만 현실은 안 그렇다. 다주택 소유자가 많아 실제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55.6%뿐이다. 그 속에 끼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2030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집가진 20대 20대에 집을 마련한 사람들.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일찌감치 집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저마다 ‘나도 이제 돈을 벌어야겠다.’라고 마음 먹게 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20대 집주인을 보면서 배가 살살 아파온다면 그냥 속상해하지만 말고 그들이 사는 방법을 들여다 보라.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어 집부터 샀다.” 대학생 백찬규(27)씨는 스물네살이 되던 해에 집을 샀다. 은행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스스로 주식투자를 해 번 돈이 종자돈이 됐다. 백씨가 돈을 모으게 된 데에는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회사 월급만 믿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될 뻔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백씨는 월급 80만원을 차곡차곡 모아 1년여 만에 600만원을 만들었다. “주식투자에 앞서 4개월 전부터 경제신문 두 개를 정독하고 주식과 재테크에 관련된 책만 12권을 읽었습니다. 아버지가 소개해주신 증권회사 직원을 틈나는 대로 찾아가 조언도 구했죠.” 주식으로 어느 정도 돈을 불린 백씨는 집부터 알아봤다. 재테크 책에서 배운 게 그랬고 투자자들의 조언도 그랬지만, 어릴 적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가족과 떨어져 살았던 아픈 기억이 자기 집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백씨가 말하는 20대에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두 가지 필수요소는 ‘성취욕’과 ‘실패경험’이다. “언덕 하나를 올라서면 새 언덕이 보이듯 돈을 벌 다양한 방법과 기회가 계속해서 보입니다. 그걸 하나씩 터득하며 재산증식에 재미를 붙이는 겁니다. 또 주식투자를 했다가 두 시간만에 600만원을 날려버리고 피눈물을 흘렸던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고비를 넘기니 돈을 더 잘 모으게 되더군요.”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는다.” 회사원 문성민(29)씨는 “나는 운이 무척 좋았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폭락한 1999년에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게 스물한살 때다. 하지만 문씨는 그 집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저축과 투자의 습관 덕이라고 말한다. 문씨의 아버지는 아홉살 때부터 그에게 용돈 기입장을 쓰게 했다. 열세살 때는 증권회사 계좌를 만들어주었다. 아홉살 때 돼지저금통에 100원을 넣는 것으로 재테크를 시작한 문씨는 현재 집 한 채와 수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모은 돈으로는 어머니를 생각해 당연히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문씨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시절 했던 아르바이트만도 20개가 넘는다. 또 시간나는 대로 집을 알아보고 부동산 공인중개사들과 친해졌다.2년 동안 고심한 문씨는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샀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8년째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월급만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세상입니다. 돈을 다 마련하고 나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1억원을 모으는 것보다 1억원을 빌려서 집을 산 뒤 나중에 그 돈을 갚는 게 더 빠릅니다.” 문씨는 현재 회사일에 더해 틈틈이 재테크 강의도 나간다. 문씨는 “필요하다면 ‘투잡’도 해야 한다. 무리를 해야 재산을 모은다.”라고 말한다. “기회는 늘 지나가고 있습니다. 평소에 집도 보러 다니고 관련 정보가 축적이 돼야 기회가 왔을 때 주저없이 베팅할 수 있습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무주택 30대 가장들 “문제는 결단력이죠. 늘 오르는 아파트 값의 뒷모습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친구네는 서른도 안 돼서 집을 샀는데 우린 이게 뭐냐고요.” 7년차 주부 최보영(37)씨는 최근 남편에 대한 짜증이 부쩍 늘었다. 특히 뉴스에서 인천 검단, 수원 영통 등 최근 집값이 부쩍 뛴 곳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더욱 그렇다. 결혼 이후 부부의 재테크는 모두 최씨의 몫이었다. 남편의 유일한 재태크는 5년 만기 정기적금. 그나마 월급통장에서 자동이체되는 통에 재테크라 이름 붙이는 것도 민망하다. 그렇다고 부부가 흥청망청 살아온 것도 아니다. 월급의 절반인 130만원 가량을 꾸준히 적금으로 부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적금 이자로는 성큼성큼 뛰어가는 집값 상승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사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월급 절반 저축 “흥청망청 산것도 아닌데…” “2년 전 주변 시세에 비해 1700만원 정도 싼 아파트가 나왔어요. 당시 1억 4000만원 정도가 모자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이자가 걱정되더라고요. 결국 고민 끝에 포기했는데 2년 사이 그 아파트가 8000만원이 뛰더라고요. 샀더라면 이자를 빼더라도 6000만원은 족히 건졌을 텐데….” 현재 부부의 고민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살 것인가 궁리 중이다. 최씨는 “정부에서는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 말을 믿어야 하나 모르겠다.”면서 “주저하다가 2년 뒤 또 후회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맘 좋은 집주인 만나면 영영 집을 못산다.’는 말이 있는데 제 경우가 그런 것 같아요.”결혼 후 6년째 같은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고영훈(39)씨는 아직 집 장만을 못한 이유를 엉뚱하게 맘 좋은 집주인 탓으로 돌린다.6년 전 결혼 후 그는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자리를 잡았다. 당시 24평대 아파트 값은 2억원대 초반, 전셋값은 9000만원이었다. 두번이나 계약 연장을 하면서도 6년간 집주인이 올려받은 전셋값은 고작 1000만원.4년째 되던 해에 ‘미안하다.’며 1000만원을 올려받았다. 고씨는 그간 주식으로 재테크를 해봤지만 수익률은 은행 금리를 조금 웃도는 수준.“집 주인의 무리한 전셋값 요구에 화가 나 집 장만을 했고 결국은 집값이 올라 덕을 본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전 너무 현실에 안주한 건 아닌가 싶어요.” ●자녀 수와 내 집 마련 기간은 비례(?) 지난 7월 셋째 아들을 출산한 주부 정모(35)씨는 내 집 마련 계획을 수정했다. 다소 비계획적인 출산이었던 탓에 결국 5년 만기 적금통장은 만기 2년여를 남기고 해약해야 했다. 두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교육비부터 외식비까지 가족의 씀씀이는 커져만 갔다. 정씨는 “적금 타면 대출도 받고 해서 20평대 후반의 아파트를 구입하려 했는데 계획보다 1∼2년 더 걸릴 것 같다.”면서 “아이 생기면 돈 들어갈 데가 많아지는 만큼 신혼 초에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저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아예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한다. 주택을 소유개념이 아닌 거주의 수단으로 보는 것.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40)씨는 최근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일단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결혼 후 10년 넘게 집 하나 사려고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한 셈”이라면서 “집 욕심을 버리는 대신 아이들 학군에 맞춰 우선 전세를 살고 교육에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생활패턴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김병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다음 날, 나는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인 송현 클럽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근처 꽃집에서 작고 예쁜 꽃이 서너 송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분을 하나 샀다. 어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은 송현클럽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까이에 경복궁이, 멀리 청와대가 보이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푸드득 까치가 날아가고…. 늘 아래에서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치의 날개짓이 사뭇 달라 보였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멀리서 파르르 움직이며 이리저리 나불나불 날아 다녔다. 자세히 바라보니 나비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십오분 넘게 기다렸을까 작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 그대로 그의 얼굴 표정은 투명하게 맑고 밝았다. 고은별 |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선생님처럼 흔쾌하고 기쁘게 승낙하시면서 오늘이요 내일이요.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규 | 전화를 받을 때는 좀 밝게 받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밝게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지요. 특히,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밝으면 받는 사람도 기쁠 수 있으니까요. 고은별 |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이후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기자라는 느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는 동화를 쓰는 작가시잖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규 |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은 어린이와 관계가 있지요.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어린이 신문 기자였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으니까요. 고은별 |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병규 | 좋은 동화를 쓰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고은별 | 그럼 선생님도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나요? 김병규 | 많이 만났지요. 저는 사람 복,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고은별 | 선생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지요. 김병규 | 전(前) 색동회 회장이었던 김수남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지 9년이 되었네요. 직장 상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형님 같은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굴 만날 때면 저를 늘 데리고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느끼면서 깨닫도록 해주신 분이셨지요. 저도 그분처럼 후배들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채봉 선생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하게 되었지요. 고은별 |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김병규 | 무엇인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꿈과 작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경우에는 작은 꿈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어떤 것이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쓰다 보면 자기 속에 있는 재능을 스스로 계발하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어떤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것을 동화로 한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글이 써지면 신춘문예에 보냈습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고 당선된 사람의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다시 새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고 꼭 십 년 만인 78년에 <춤추는 눈사람>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그 10년 동안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동화를 썼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셈이지요. 고은별 | 끈기와 의지요, 부단히 노력한 결과네요 김병규 | 동화작가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한 편의 동화를 끝내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고통과 힘든 일이 많지만 즐겁고 희망적인 것도 많거든요. 희망이라는 것이 꼭 편하게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는 그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며 내가 이 일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이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동화에서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꽃 속에 있는 어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활 속의 고통이나 흉이나 흠이 있을 때 아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고 적게 줄여 줄 수도 있잖아요. 동화작가는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생각 속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고은별 |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요. 김병규 | 몇 년 전에 전라도 광주 백양사에 갔는데 석다정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보고 처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동화를 씁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음, 그렇지 표정이 좀 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은별 |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지요? 김병규 | 78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는데 김수남 편집국장님이 제 동화를 좋게 보셨는지 저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지금 한 학급에 5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소년한국일보》에서 십만 명이 넘는 학급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설득하셨고 그분의 권고대로 서울로 올라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은별 | 동화작가 김병규는 눈물이라는 자양분으로 꽃이라는 희망을 피어내어 사랑이라는 향기를 퍼트려온 참다운 동화작가다.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김병규 | 제가 쓴 동화 중에 울 줄 아는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늘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울고 또 울 줄 알아야 진짜 꽃이라는 내용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눈물이나 희망,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셨나 봅니다. 저에게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고은별 | 우리나라 동화의 초기 작품들과 현대 동화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다르지요? 김병규 | 초기는 방정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제시대였지요. 동화 속에 문학작품과는 동떨어지게 의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활동한 작가 강소천, 마해송 같은 분들은 민족의 비극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 반공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60~70년 대까지는 동화작가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과 동심이 같이 어우러지는 동화,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화가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고은별 | 동화에서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김병규 |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수기 비슷한 쪽으로 가면 그것은 사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거든요. 문학으로 승화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문학은 허구잖아요. 현실에서 소재를 따오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문학작품이 됩니다. 그래야 진실이 주는 감동으로 바뀝니다. 진실이 주는 감동일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 동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세계화라고 해서 우리만의 정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배제한 것이 세계화된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별 |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병규 | 자연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말로나 어떤 영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살아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어야 바람직하지요. 행복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89점짜리 행복, 그 만큼의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90점, 100점을 살려고 하고 최소한 90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왜 제가 1점을 빼고 80점대로 내렸냐하면 그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딱 90을 채우기 위해 1% 때문에 아닥바닥하고 89점도 다 된 것인데 90점이 안 됐다고 못 이루는 것이라 생각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80점대로 내려놓고 80점대 중에는 최대로 노력을 기울여 89점이 되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아아, 그것이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비결이군요. 김병규 | 앞으로도 계속 좋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서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Seoul in] 새달 3일 ‘참살이 음식 전시회’

    양천구(구청장 권한대행 안승일) 식생활 개선 및 구민건강증진을 위해 다음달 3일 오전 10시 구청 대강당에서 ‘제2회 참살이 음식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주민들에게 생활습관성 질환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을 음식을 통해 새롭게 인식시키는 기회를 마련한다. 보건소 건강증진팀 2650-3574.
  • SBS ‘가족 프로그램’ 대폭 늘려

    SBS는 다음달 4일부터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평일 오후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는 등 가을개편에 들어간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재테크를 도와주는 ‘잘 살아보세’를 수요일 오후 6시50분 선보이고, 토요일 방송되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생활 밀착형 소재를 강화, 화요일 오후 6시50분으로 옮겨진다. 목요일에는 초고속·마이크로 카메라로 일상생활 속 비밀을 들여다보는 ‘슈퍼아이’가 방송되며, 신동엽·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가 이경실·현영 등을 추가로 투입, 두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실제상황! 토요일’(오후 5시30분)은 남자 연예인과 여자 일반인이 게임을 하며 짝을 짓는 ‘선택남녀’로 바뀌며, 연예인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짝을 지어 게임을 하는 ‘슈퍼 바이킹’도 신설된다.
  •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먹은 만큼 운동하라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먹은 만큼 운동하라

    글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요즈음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 중에 당뇨병을 진단받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당뇨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암, 에이즈, 비만, 흡연과 함께 21세기 최대의 질병으로 손꼽힌다. 현재 당뇨병 환자(세계)는 1억 7,000만 명이며 한 해 320만 명이 당뇨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한국의 당뇨병 환자도 약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반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당뇨병이 심하지 않을 때는 주관적인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당뇨병에 의한 사망자가 94% 증가했는데 암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율이 18%인 것에 비하면 당뇨병의 증가가 얼마나 급격한지 알 수 있다. 당뇨병은 핏속의 포도당 농도가 과도하게 올라가서 미세혈관과 대혈관의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당뇨병이 일으킨 작은 혈관의 문제는 망막질환, 신장질환, 신경염을 일으키는데 결국은 시력 상실, 만성신부전, 신경기능 상실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당뇨병을 일으킨 대혈관의 문제는 관상동맥질환, 뇌중풍, 사지혈관장애를 일으키는데 결국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당뇨병은 이런 주요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핏속에 포도당을 처리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없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인슐린이 충분하기는 한데 이 인슐린이 작용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당뇨병은 바로 후자가 원인이다. 인슐린의 저항성이 생기는 가장 흔한 것은 집안 내력의 유전적인 소인이고 그 다음으로 과식, 운동 부족, 비만,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이런 생활습관은 각종 암과 동맥경화, 고혈압 등 다른 성인병과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이런 질병이 동시다발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병은 비만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므로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며, 커피는 설탕, 프림을 넣지 않고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이 드물다. 우리 몸에서 인슐린의 도움 없이 에너지를 쓰는 기관은 뇌와 운동할 때의 근육뿐이다. 특히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수용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핏속의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카테콜라민이나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같은 스트레스에 대처해야 하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혈당을 상승시키고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유전적인 결함은 아직 인간의 능력으로 교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후천적인 원인인 잘못된 생활습관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이 금언은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도 매우 적절하다. 먹었으면 그 만큼 일로, 운동으로 써야 한다. 아울러 평범하지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어린이책꽂이]

    ●곰 사냥을 떠나자(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세계적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의 부인이자 그 역시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인 헬린 옥슨버리의 팝업북. 곰사냥을 나선 일가족이 만나는 풀밭, 숲, 눈보라 등의 입체장면에 신나게 책장을 넘기게 될 듯.6세까지.2만 8000원. ●함께 놀아요, 흙이랑(이토 히로시 글·그림, 예림당 펴냄) 진흙을 소재한 담백하게 전개되는 ‘무공해’ 그림동화. 진흙 속에 사는 꼬마 주인공 ‘흙이랑’이 진흙을 철퍽 던지기도 하고 때론 흩뿌리기도 하면서 신나게 노는 모양새가 마냥 자유롭다.4∼7세.8000원. ●레모네이드 마마(버지니아 외버 울프 글, 김옥수 옮김, 비룡소 펴냄) 책읽는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갖춘 청소년 소설들로 유명한 미국 작가의 1993년 화제작.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15세 소녀와 18세 미혼모의 만남이 산문시 형식의 독특한 글 형식에 담겼다. 사회문제에 깊은 시선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 초등5년 이상.9000원.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습관에 달려있다(김지룡 지음, 흐름출판 펴냄) “풍요의 시대,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는 위험하다.”고 전제한 지은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경제개념을 심어줘야 옳은지를 귀띔해주는 실용서. 용돈은 빠듯하게 줄 것, 돈버는 일이 힘듦을 체험케 할 것 등 생활 속 경제교육 항목들을 낱낱이 제시해준다.1만원.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3)업(業 카르마)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3)업(業 카르마)

    ‘내가 생각한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이 실상이 아닌 허상이라고 나는 여러 번 지적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생각한다’고 지난 글(17회)에서 언명하였다. 좀 어려운 내용인 듯 보이나, 이것의 이해가 인생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보통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유식삼십송’을 쓴 인도의 고승 세친(世親=바수반두)(4~5세기)의 가르침에 의하면, 오감각(前五識)의 지각활동으로 제6식인 의식이 발동하는데, 그 의식의 발동으로서의 생각은 서양철학이 말한 것처럼 이성의 소산이 아니라, 제1차 무의식 상태로 의식되지 않고 있는 제7식인 말나식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말나식은 생각하고 계산하는 사량식(思量識)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말나식이 온갖 의식의 표상(表象)을 무의식적인 자기의 심상(心象)대로 그리게 하는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 제7식인 말나식이 사량하는 대상은 먼저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제7식보다 더 깊숙이 저장되어 있는 가장 심층적인 제8식인 아뢰야식(藏識)이다. 물론 제9식인 순수불심인 아말라식(無垢識)을 말하기도 하나 여기서 중요치 않다. 아뢰야식이 저장식인 것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과거의 생각과 행동의 습관들이 저장되어 지금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오감의 자극으로 내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생기된 업의 습관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의 습관이 지금 나의 생각을 결정하는 숙업(宿業)으로 작용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이데거도 이와 유사하게 인간의 마음을 습기(習氣=disposition)라고 지칭했고, 마음의 습기가 현재완료형(having beenness)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그의 ‘존재와 시간’에서 갈파했다. 현재완료형의 본질은 과거가 지금까지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생각과 느낌도 과거부터 아뢰야식 속에 저장된 습기의 종자가 자아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말나식의 사량으로 현행화(現行化)되어, 그 말나식의 무의식적 심상(心象)이 의식과 오감각식의 표상(表象)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또 요별경식(了別境識=의식과 오감각식)의 새 활동들이 다시 아뢰야식에 종자로 저장된다. 이처럼 아뢰야식과 요별경식은 서로 돌고 도는 윤회의 바퀴를 형성하는 셈이다. 여기서 잠깐 아뢰야식의 종자에 대하여 설명한다.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가 삼인칭 단수인 ‘그것’이다. 이 ‘그것’은 특수한 기질(氣質)로서 어떤 성향의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이 우주는 기(에너지)의 힘이다. 지공무사한 기의 힘이 무(無)의 욕망이다(42회 글). 이 무의 욕망이 곧 부처의 기다. 그 기는 지공무사함으로써 삼라만상에게 존재의 힘을 보시하는 대자대비의 힘과 같다. 그러나 중생의 기는 지공무사하지 못하고 부분적이고 편파적이다. 그 까닭은 중생이 무의 욕망을 잃고 너와 대립된 사회적 분별심인 소유욕으로 채색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의 경쟁과 질투가 이런 아상(我相)을 갖게 한다.‘나’라는 아상은 ‘너’라는 생각이 있기에 생긴다. 이것이 소유적 기의 시작이다. 소유적 기는 말나식의 무의식에서 자란다. 그런데 비록 말나식이 아뢰야식의 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 ‘그것’을 항상 ‘내’ 것이라고 사량하기에 오염되어 있지만, 업을 짓기 전에는 아직 중립의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더구나 아뢰야식에는 선악의 업이 저장되어 있지만, 다 오염이 안 된 중립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결정된 숙업이지만, 또한 마음의 새로운 기획투사에 따라 과거의 종자도 변하게 하는 가변적 존재다. 다만 과거에 선의 종자가 많으면, 비록 그것이 중립의 상태에 있어도 선을 일으킬 수 있는 증상연(增上緣=도와주는 인연)이 큰 만큼 좋은 경향성을 가능성으로 품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뢰야식에는 결정과 자유가 모순없이 공존하고 있고, 부처종자와 중생종자가 함께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육조 혜능선사(7세기)가 그의 ‘단경’에서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깨달으면 중생이 부처’라고 거듭거듭 밝혔다. 이것은 아뢰야식 속에 저장된 종자가 중립상태이므로 그것을 잘 활용하면 부처고, 그렇지 못하면 중생이라는 말과 같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나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뢰야식 속의 종자가 생각하고 느낀다. 그래서 ‘그것이 생각하고 느낀다’는 말이 옳다.‘그것’이 부처의 길로 생각하기도 하고 중생의 길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의 종자는 곧 욕망의 힘인 기의 다른 이름이다.‘그것’이 어째서 윤회하면서 저장되나? 중생의 기로서의 ‘그것’은 소유론적 욕망이므로 탐욕의 갈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부처와 같은 존재론적 욕망(원력)인 기는 무의 욕망이므로 소유론적 탐욕이 없다. 그래서 부처는 모든 것을 무한히 보시하려는 대자대비의 기 자체이므로 자기 것이 전혀 없는 허공의 기와 같다. 그러나 중생의 기는 집착으로 엉켜 있다. 이것은 육신이 죽어도 윤회한다. 이 탐욕적 기의 덩어리가 다시 육신을 빌려 태어나고 싶어한다.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삼악도(축생/아귀/지옥)에도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천상의 신(神)들이나 인간이나 축생들도 다 같은 기(氣)의 다양한 욕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옥의 아귀들도 거기가 좋아서 태어나고 싶어 안달하는 기의 욕심이 그랬을 뿐이다. 소유의 욕망을 존재의 욕망으로 바꿔야만 부처가 되어 소유의 탐욕이 갈망하는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는다. 우리의 관심은 이런 불교의 교학보다 오히려 그 철학적 상징이다. 세친은 가르친다. 업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말나식이다. 의식의 수준에서 우리가 알고 있지만, 우리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 까닭은 의식의 표상이 말나식의 무의식적 심상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나식에 잠재되어 있는 네 가지 번뇌인 아치(我痴), 아견(我見), 아애(我愛)와 아만(我慢)에 의식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적 판단으로 행동하려 해도 이 네 번뇌의 집합인 아상(我相)의 소유욕으로부터 이성적 판단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것이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성적 의식이 무의식을 억압하면, 오히려 말나적인 아상은 더 흥분하여 사태를 악화시킨다. 그러므로 우리가 숙업의 영향을 지우기 위하여 이 말나식의 영향을 줄이는 길을 가야 한다. 업의 종자는 우리가 공동으로 살아온 삶의 역사적 기록과 같다. 오늘의 우리는 업을 통하여 어제의 우리를 본다. 오늘의 우리는 갈기갈기 찢겨지는 길을 치닫고 있다. 계급으로, 지연으로, 이념으로, 종교로, 성별로, 나이로 서로 등을 돌린다. 이것은 점잖은 표현이다. 토론을 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져갈 뿐이다. 우리는 아상이 너무 강하다. 각자가 다 살기 위해 모래처럼 분주히 흩어진다. 왜? 나는 들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계급적 차별이 중국보다 우리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서자는 우리처럼 극심한 차별을 당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관노의 자식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도록 벼슬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계급차별이 심했으나 일본 사회학자인 무라카미 야스스케가 지적했듯이, 봉건영주의 일가(一家)문화에 바탕을 둔 일가계약정신(kintractship)으로 영주가 자기의 봉토 안의 모든 계급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생계를 유지케 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행히도 백성들이 국가의 은혜와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버림받아 왔다는 불행한 기억을 길게 간직하고 있다. 문중의식은 있었으나, 그것이 혈연을 벗어난 국가사회의식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래서 가(家)의 개념이 일본과 한국이 다르다. 우리는 역사적 공동업의 무의식으로 비슷하게 생각한다. 이성적 의식은 허울좋은 장식일 뿐이다. 아상이 강한 우리의 공동 숙업은 국가적 일가를 형성해 보지 못한 마당에서 각자는 자기의 생각을 철저히 옹호하는 자가성(自家性)의 명분을 튼튼히 하고, 옹고집으로 자기를 수호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겠다. 자가성 옹호의 명분은 동시에 자존배타성을 키우는 것과 같다. 이 옹고집과 같은 아상의 극복 없이는 우리가 일심(一心)으로 화쟁(和諍)하는 국민상을 창출할 수 없으리라. 철옹성과 같은 자가성의 역사와 그 숙업에서 자유롭게 되는 길은 혜능선사의 가르침처럼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는’마음에서 가능하리라. 약과 독이 별개의 둘이 아니듯이, 시/비(是/非)와 선/악(善/惡)과 정/사(正/邪)도 본디 아뢰야식이 진망화합식(眞妄和合識)이기에 가능한 대대법에 지나지 않는다. 번뇌를 떠나서 보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선은 악의 선이고,‘시·정’(是·正)은 ‘비·사’(非·邪)의 반작용에 대한 작용인 것과 같다. 선과 ‘시·정’의 이면이 또한 악과 ‘비·사’인 줄 알아야 한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이 말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결코 지우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상의 사실이 대대법이라는 것은 아뢰야식이 곧 부처와 중생이 함께 공동으로 동거하고 있는 진망화합식임을 아는 이치와 같다. 혜능조사가 가르친 것은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않고 밝음 때문에 어둡고,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않고 밝음이 변화함으로써 어둡고, 어둠으로써 밝음이 나타나는’ 상관적 차이가 세상의 대대법이라는 것이겠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왜냐하면 ‘선’과 ‘시’와 ‘정’에 집착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뢰야식이 진망화합식이라는 것은 중생과 부처가 동시에 대대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생은 이 대대법을 대립투쟁의 마음으로 집착하여 스스로 옳고 타자는 틀렸다고 배척하는 전투의 마음을 갖는 것이고, 부처는 대대법을 택일하지 않고 또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다. 택일하면 말나식이 ‘험해지고’, 험해지면 중생이 되고, 둘을 환영(幻影)으로 보며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으면 곧 말나식이 ‘평온하여’ 부처가 된다. 부처가 된 마음은 그리스도가 된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 종교는 교세확장에 기를 쓰지 말고, 마음의 공통적 본성을 찾는 데 집중해야겠다. 남북한 통일 이전에 우선 갈기갈기 찢긴 우리의 마음을 화합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큰 업장을 후대에 또 물려주는 어리석은 선대가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2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회사 회식자리에 참석하던 창석씨는 아내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자상한 엄마였던 나연씨에게 해줄 것이 없는 현실에 창석씨는 목이 멘다. 다음날이 되자 사위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장모가 창석씨를 부른다. 고생하는 사위가 자신의 탓인 양 안타깝던 장모는 어렵게 이혼 이야기를 꺼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직장인의 무려 70% 이상이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빨리 먹는 식습관은 위식도 역류 질환을 비롯한 소화기계 질병은 물론 현대인 최대의 적이라는 비만을 유발하고 있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소홀하기 쉬웠던 ‘씹는 것’의 중요성과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주몽(MBC 오후 9시55분) 수용소에 찾아간 주몽과 오마협은 유민들을 이끌고 부여를 떠난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주는 금와와 유화가 머무는 막사에 찾아가 이를 알리고, 송주의 말에 금와와 유화는 크게 안도한다. 한편, 예소야와 시종이 주위를 살피며 잰걸음으로 걸어가는데 하후천과 병사들이 이들을 가로막고 설란에게 데려간다.   ●수명연장프로젝트 TV종합병원(SBS 오후 7시5분) ‘뱃살’을 주제로 3가지 복부 비만의 유형을 알아보고, 유형에 따른 뱃살 빼기 공략법을 공개한다. 아랫배 비만의 경우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셀룰라이트의 모습을 함께 확인하고, 셀룰라이트를 예방하는 복부 마사지법을 소개한다. 김흥국, 인순이, 김종민 등 출연자들과 함께 배워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아르헨티나에 중동지역의 성지를 본뜬 테마파크가 있다.2000년 전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에 해마다 수천 명이 방문한다. 모든 관광객이 볼 수 있도록 30분마다 재현하는 예수님 부활장면이 이곳의 하이라이트. 이슬람교와 유대교 역시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이슬람 사원도 눈에 띈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패션은 발끝에서 완성된다. 같은 옷을 입어도, 구두에 따라 색다른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센스있는 구두 연출부터 더 날씬하고 더 길어 보이는 비결, 어울리는 구두 선택까지 가을 구두와 부츠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최신 유행 구두로 다시 태어나는 신발장 속 묵은 구두들의 알뜰한 변신도 지켜본다.
  • [이승남 원장의 헬스 클리닉] 암의 원인-­유전자 이상

    암의 원인은 많다. 특히 발암물질은 수도 없이 많다. 많은 암의 원인 중 최근에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유전자 이상이다. 암은 일종의 유전자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유전되는 암은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신장암 등이고, 특히 유방암과 대장암은 유전적 경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의 5%에 불과하며 나머지 95%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게 암이 생기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유전자 이상이다. 인체에는 ‘암유발 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가 같이 존재한다. 암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암이 더 잘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활성시키는 것이 바로 발암 물질과 일상적인 스트레스, 활성산소, 중금속, 영양 불균형 등이다. 암억제 유전자는 이상세포가 발생하면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유전자이다. 따라서 이 유전자에 고장이 생기면 이상세포나 암세포가 자라 암이 생기게 된다. 즉, 암억제 유전자와 암유발 유전자간의 균형이 깨지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 양쪽 유전자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자연치유력과 인체 면역력이다. 알려진 바로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려면 최소한 6개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정상이라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암세포를 하루 최대 1000만개까지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암과 유방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는 자손들에게도 잘 유전이 된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암에 걸리거나 특정 가족에 암환자가 많은 것은 면역기능 저하 등의 체질이 유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대부분의 암의 유전자 변형을 알 수 있는 ‘암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결과를 근거로 우려되는 암을 미리 파악, 정기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 식사교정, 면역력 증가 등을 꾀함으로써 암 발병률을 훨씬 줄일 수 있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재테크 칼럼] 인생설계 맞춰 금융상품 골라라

    축구에서처럼 재테크에서도 ‘세트 플레이(set play)’가 필요하다. 미리 준비되고 연습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일생에는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예상되는 일이 있다. 출생과 죽음은 당연하고,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교육과정, 결혼, 자녀의 출산·교육·결혼, 은퇴와 노후생활 등이 있다. 그런데 항상 돈을 불리는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런 사건은 잊어버리고 6개월,1년, 길어야 3년짜리 단기 계획이 전부이다. 삶의 목표는 10년,20년 후에도 많은 데도 말이다. 지금 인생지도를 그려보자. 왼쪽 맨 끝에 현재 내 나이를 적고 차례로 다음에 일어날 일과 그때쯤의 내 나이를 적어 나가자. 그러다보면 자녀 출산, 은퇴 등과 만날 것이다. 이제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 남은 기간과 그 일에 필요한 금액을 적어보자. 이 것이 요즘 많이 거론되는 인생설계(Life Plan)이다. 이 인생설계를 보면 1년,3년짜리 예·적금, 펀드 또는 부동산만이 재테크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고집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목표가 10년 뒤에 있으면 10년짜리 상품과 방법을,20년 계획은 20년이라는 기간에 걸맞는 상품과 방법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5살짜리 아들과 동갑내기 아내가 있는 35세의 김 과장은 이 인생설계를 통해 정기적금과 예금위주의 저축습관을 기간·목표별로 재구성했다. 가장 짧은 기간내 이뤄야 할 주택(2억 2000만원) 구입 계획은 정기적금과 예금 위주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신 현재의 전세금 1억원을 뺀 나머지 1억 2000만원을 전부 모아서 집을 사는 계획은 포기했다. 다만 5년 뒤 6000만원을 목표로 연 5% 금리의 정기적금에 월 90만원씩 저축하고 나머지 6000만원은 구입시 모기지론을 통해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자녀교육자금은 적립식 펀드와 변액유니버셜보험으로 준비하기로 했다.5살짜리 아들이 13년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한다면 1년에 1000만원씩 4년간 4000만원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 3%를 적용하면 6000만원이다. 연 7%의 수익률이 예상되는 적립식펀드에 매월 25만원씩 투자하고 해외유학이나 대학원 진학 등을 대비해서는 10년 후 원리금 전액비과세인 변액유니버셜보험에 월 15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예비교육자금도 되지만 아들의 결혼 비용도 된다. 마지막으로 노후 설계에 있어 ‘집을 줄이거나 국민연금 등으로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버렸다. 현재 월 200만원인 생활비의 60% 정도를 은퇴 후 지출한다 해도 60∼85세까지 25년간 3억 6000만원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을 3%로 계산하면 7억 5000만원이다. 김 과장은 연금 수령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이나 변액연금에 매월 110만원을 적립하지만 내집 마련이 끝날 때까지만 5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김 과장은 인생 설계를 통해 한달에 180만원 정도를 저축하는 계획을 잡았다. 손 석 우 PCA생명 에이스지점 부지점장·AFPK
  • [코드로 읽는책] ‘기적의 신약’ 그 이면의 음모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은 모든 인류에게 축복일까.‘몸 사냥꾼’(소니아 샤 지음, 정해영 옮김, 마티 펴냄)은 신약에 관한 일반인의 상식과 믿음을 여지없이 날려버린다.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의 신약’ 같은 신화 이면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낱낱히 파헤친다. 인도 출신의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우선 임상실험이라는 명목하에 거대 제약회사가 저지르는 비인륜적인 행위를 고발한다. 서구의 제약회사는 자국에서 신약의 피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가난하고 척박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3D 제조업체가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위탁계약연구기관(CRo)들은 임상실험을 원하는 제약회사의 주문에 따라 실험지역과 실험대상, 실험규모를 결정하고, 연구 결과물을 학술지 논문으로 엮어내기까지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행해지는 위약 대조실험은 제약회사의 부도덕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위약 대조실험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 절반은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설탕물로 만든 위약만 제공받을 뿐이다. 의료진의 우선순위가 환자가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의뢰한 실험결과를 위한 실험대상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생명윤리학자 솔로몬 베나타의 말을 인용하면 “개발도상국에서 행해지는 임상실험은 피험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가치있는 것은 바로 데이터다.” 저자는 해마다 신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전세계 절반 이상이 30년 전과 똑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는 제약회사들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고치게 하기보다는 그런 생활습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신약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유는 물론 지속적으로 약을 팔아 먹기 위한 것이다. 또 발기 부전이라는 용어 대신 성기능 장애라는 애매한 용어로 ‘비아그라’의 상품력을 높이는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질병의 위급함을 왜곡하는 사태의 심각성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국가 기관이 나서서 거대 제약회사의 횡포를 막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의약산업계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익단체 중 하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제약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저자의 고발은 먼 타국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먹잇감을 노리는 몸 사냥꾼의 수색망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오싹해진다.1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난 이렇게 공부했다] (7) 민족사관고 고문정양

    [난 이렇게 공부했다] (7) 민족사관고 고문정양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민족사관고 1학년 국제반 고문정(16)양은 민족사관고를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경험이 합격에 도움이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성적 못지 않게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는 얘기였다. 문정이에게 민사고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민사고 캠프 보고 진학 결심 중학교 때부터 해외 대학으로 진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외국어고로 진학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때 민사고에서 주최하는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하면서 민사고로 결심을 굳혔다. 민사고 여름방학 캠프는 2주 동안 민사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선배들이었다. 모두 적극적이고, 열의를 갖고 서로 격려해 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특히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나도 이런 곳에서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경험이 서류전형에 유리 전형 요강은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내가 진학할 당시 민사고 전형 요소는 서류전형과 영재판별검사, 심층면접 등이었다. 서류전형은 중학교때 생활기록부와 수상실적, 학업계획서 등을 반영했다. 학교 내신성적은 전교 5% 이내여야 한다. 영재교육원 경험이나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도 반영된다. 우리 때는 민사고가 주최한 수학경시대회 성적을 요구했다. 토플은 국제계열은 CBT 240점, 일반계열은 220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한다. 특별활동이나 전문성도 많이 반영했던 것 같다. 민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이라면 기본 지원자격은 모두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다 온 뒤 영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덕에 영어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교내외 영어경시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었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해 글짓기 수상 실적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체육도 좋아했는데 달리기를 잘해 교내외 육상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훈련한 것은 아니었지만 100m와 400m 달리기에서 지역 대표로 나가 2위로 입상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 것은 아니다. 그냥 육상을 재미있게 즐겼다. ●뭐든 생각하는 습관 들여야 민사고에 대비해 공부한다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영재판별검사나 심층면접은 물론 내신 성적에도 이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평소 책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써보면서 깊이 생각하는 연습이 주효했다. 책 읽기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는데 중학교 때는 학교 공부 때문에 많이 읽지 못했다. 그러나 관심있는 책과 영화는 많이 접하려고 노력했다. 매달 책 한두 권, 영화 한두 편 이상씩은 봤다. 책은 읽은 뒤에 줄거리를 다시 생각해보거나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등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영화 후기를 꼭 썼다. 영재판별검사는 수리·과학과 언어·사회 분야로 나눠 10문항 이상씩 출제됐다.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풀이 과정까지 쓰는 유형이다. 언어·사회 분야에서는 에세이가 한 문항 나왔다. 과학 분야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평소 관련 교양서적을 많이 읽고 확실치 않더라도 아는 대로 다 썼다. 영재판별검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학원을 다녀도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웠다. 대신 외국어고의 창의력 시험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봤다. 심층면접은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국어, 영어, 리더십, 종합학업능력 분야 가운데 하나를 골라 면접관 4명 앞에서 답을 해야 한다. 난 종합학업능력을 골랐는데 ‘친구들이 커닝을 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인성면접 수준이었다. 학업계획서는 어떤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지, 왜 민사고를 다니고 싶은지를 솔직히 썼다. 민사고 준비과정은 내신에도 도움이 됐다. 토플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토플은 많이 풀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토플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늘었다. 수학은 외고 구술면접이나 올림피아드 기출문제 등을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는 방식으로 했다. 국어는 단편소설을 많이 읽으면서 공부했다. ●문정이는… 올해 초 서울 구정중을 졸업하고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민사고 국제반에 다니고 있다. 국제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에는 미디어나 방송 등 문화사업이나 국제교류 분야로 관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년 6월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구체적인 진학·진로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중학교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에도 재미를 붙이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승남 원장의 헬스 클리닉] ‘여성’ 보살피기

    여성의 생식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난소, 나팔관, 자궁, 질, 회음부가 속한다. 남성보다 몇 배나 많은 질병이 잘 발생한다.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생리불순인데 이것은 필자가 25년전에 의사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몇배나 많이 증가했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의 증가, 불규칙한 수면 습관, 야행성 체질,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 등이 주원인이다. 난소는 난자를 생성하는 공장인 셈이다. 배란기가 되면 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낭포가 생기면서 난자를 만드는데, 이 중에서 한 개만이 생리와 관계돼 난소밖으로 나오고 나머지 낭포는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이 중에서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있거나 크기가 더 커지면 난소에 낭종을 형성하게 된다. 대개는 별 증상이나 통증이 없지만, 간혹 낭포가 파열돼 피가 나게 되면 아랫배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나팔관이 꼬여서 혈류가 막히게 되면 심한 복통과 쇼크도 나타나게 된다. 난소암은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지만 가끔은 젊은 여성도 생긴다. 필자의 병원에 온 난소암 환자는 나이가 26세인 종합병원 간호사이다. 월경불순으로 호르몬제를 1년 이상 복용하다가 난소암이 생긴 경우이다. 따라서 호르몬제를 복용할 때에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도 자주 검사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팔관은 염증에 의해서 잘 막힐 수 있어 이것이 난자의 이동을 막아서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궁외 임신도 나팔관에서 잘 일어나며, 자궁외 임신으로 인해 나팔관이 파열하게 되면 다량의 출혈과 함께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 생리를 했더라도 그 양이 적으면서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에는 꼭 의심해야 한다. 자궁본체는 암보다는 양성 종양인 자궁근종이나 선종이 잘 생기며, 비만한 경우 더 잘 생길 수 있다. 크기가 아주 크거나, 생리통이 심한 경우, 생리양이 많은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폐경이 되면 대개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흔히 자궁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궁경부암(자궁입구)이다. 부부관계부터 출혈이 있을 경우에 의심해야 하고,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암이기 때문에 1년에 한번만 정기적으로 검사해도 잘 발견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시 같이 시행할 수 있으며,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브로콜리를 꾸준히 복용하면 어느 정도 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1)운명과 자유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1)운명과 자유

    인간은 자기선택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인생의 양 끝은 다 자유선택과 무관하게 처리된다. 이래서 사람들은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운명이 나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운명의 장난으로 살지 않고, 삶을 자유스럽게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자유와 운명의 사이에서 흔들의자처럼 오가는 것으로 짐작한다. 동서고금의 철학사에서 운명을 부정하는 극단적 자유행동론자는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의 묵자(墨子)와 20세기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사르트르가 대표격이겠다. 사르트르는 사람들이 흔히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행동에 다름 아니라고 그의 저서 ‘시인 보들레르론’에서 밝혔다. 이런 초기의 자유행동론은 후기의 사회역사철학에서도 적용된다. 그의 행동철학은 철저히 인간주의적인데, 그 말은 자연적 필연의 요소를 완전히 지우려는 사유와 통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초기의 실존철학에서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계급투쟁의 의식철학으로서의 마르크시즘을 후기에 강조했다. 동양에서는 묵자가 철저한 비명론(非命論)을 펼쳤다. 비명은 운명이나 숙명을 부정하는 의미로서, 운명은 실천적인 노동분업의 가치를 말살시키고,‘팔다리의 힘을 다하고 생각하는 지혜를 다하게 하는데(非樂篇)’ 큰 방해가 된다고 묵자는 생각했다. 묵자는 인간 근육의 힘과 생산의지와 그 의식의 생각을 아주 강조했다. 묵자는 의식과 의지의 사상가로서 운명을 인간의 삶에서 온전히 배제시켰다. 묵자는 사르트르처럼 철저한 실천의식의 사상가였다. 과거 마오(毛)의 중공이 노자와 공자를 비판하면서 묵자를 은근히 좋아했던 것은 까닭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묵자와 사르트르는 인생을 너무 실천적 행동위주로 보는 단순성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사유의 깊이에서 그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의식의 의지를 너무 강조했다. 그러나 운명은 자유행동의 적이 아니라, 그 행동과 함께 동반하기에 우리에게 문제가 된다. 자유와 운명의 이중성을 잘 읽은 철학자 가운데 나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로 해석학의 대가 리쾨르를 들고 싶다. 그는 그의 저서인 ‘의지의 철학’에서 자유의사(the voluntary)와 운명의 무의식(the involuntary)을 이원론적으로 나누지도 않고, 일원론적으로 통합하지도 않았다. 그가 말한 의지(will)는 저 두 가지 요소를 다 지닌 현상이지, 사르트르처럼 운명을 배제한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리쾨르는 생각한다. 인간의식은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그리지 않고, 그 의식이 뿌리박고 있는 무의식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대화하는 조건에서 생활한다. 나라는 자의식은 무수히 많은 요인들(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생리적)이 나에게 주어져 생긴 현상이지, 내가 자의식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다. 나는 전적으로 내 것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자유의사로 원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만이 아니다. 그는 사르트르의 철학에 정공법을 가한다. 내가 자유의사로 원하는 것은 내 몸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주는 무의식과의 혼융에서 생긴 것이다. 나의 자유의사는 내 몸에 쌓여 있는 마음의 습관과 내가 살고 있는 생활세계의 역사적 숙업(宿業)을 무시하고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나 체조선수가 받은 몸의 조건과 생활환경을 무시하고 그의 자유활동을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 말은 자유는 필연의 운명을 떠나서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필연의 운명은 자유의 의식적 행위가 늘 안고 있는 업(業)의 무의식적 성격과 같다. 즉 내 의식의 자유행위의 밑바탕에 늘 특수한 운명의 색조가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이 점을 간과하기에 아무리 유식해도 한국학으로 등록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학문들은 한국인의 공동업장과 무관한 지식들을 화려하게 남발하기 때문이다. 리쾨르가 그의 ‘의지의 철학’에서 말했다.“나는 선택하는 나 자신의 방식과 또 내가 선택하지 않는 나를 선택하는 나 자신의 방식을 다 갖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자유로운 선택 행위에서도 남의 것과 다른 나의 특수한 방식이 있고, 또 심지어 나라는 존재는 내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고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인데, 그런 나를 동시에 후천적으로 선택하는 나의 특수한 방식이 있음을 말한다. 리쾨르의 저 언명은 나의 모든 자유행동의 이면에 특수한 성격이 나의 자유행동을 제약하고 있고, 또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또한 후천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가는 와중에도 나의 특수한 운명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리쾨르의 철학은 운명의 성격이 나의 자유로운 사유와 행위를 특수하게 제한시키는 틀과 같아서 나의 실존적 자유가 그 틀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비록 무의식이 자유의사의 밑바탕에 은닉되어 있지만, 그의 철학은 무의식의 제약 속에서도 ‘코기토(cogito=나는 생각한다)’라는 자의식의 ‘재정복’과 ‘확장’을 도모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을 무의식의 영역과 접목시킨 사유다. 무의식을 배제한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의 힘을 가능한 한에서 무의식의 영역까지 확장시켜 무의식을 의미로서 재정복하려는 사유다. 그러나 나는 이 리쾨르의 길을 더 이상 따르지 않으련다. 왜냐하면 리쾨르의 길은 무의식이란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아의 지성적 소유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이란 제약과 성격의 업은 자아의 이성적 합리성의 읽기로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조급한 성격은 그것을 인식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점에서 인도의 불교 고승들인 세친(世親=바수반두)의 유식사상과 마명(馬鳴=아슈바고샤)의 기신론사상에 더 의존하고자 한다. 이들의 주장은 자유가 리쾨르의 소론처럼 자의식의 확장으로 운명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의식의 힘을 소멸시킴으로써 운명의 힘을 동시에 무력화(無力化)시키는 것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비유컨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와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의 비유를 내가 들었던 것(7회 글 참조)과 유사하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침통한 얼굴에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아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미륵반가사유상에는 그런 근육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고요히 미소짓는 표정을 얼굴에 나타내고 있다. 세상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소유의식과 그 의지를 포기한 자의 화평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 그 화평이 곧 자유다. 세친의 유식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지각과 생각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운명이나 숙업의 영향 아래서 작용하고 있기에 지각과 생각이 ‘내가 생각한다(cogito)’는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그것은 숙업과 운명인 ‘그것이 생각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그것’은 개인적 숙업일 수 있고, 역사적 사회적 공동업(공동운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 업은 사회적 역사적 공동업의 힘을 능가할 수 없으므로 자유의 철학은 역사적 사회적 공동업의 장애를 무력화시키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공동업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리쾨르처럼 이성적 사유를 더 확장시키거나 정복의 길을 가게 하는 근육질의 소유철학으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그동안 줄곧 ‘철학산책’을 통하여 주장해 왔던 사유는 선의 진군나팔을 불면 선은 반드시 악을 낳고, 사랑에 집착하면 증오를 등뒤에 감추고 있고, 평화를 광적으로 외치면 전쟁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의식은 선과 사랑과 평화를 자각하고 확장하려 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그 반대의 것을 분비하고 있다. 이것을 의식은 모른다. 이 무의식의 활동을 마명은 삼세육추(三細六)라고 불렀다. 삼세는 가장 깊은 무의식인 제8식 아뢰야식에서 일어나는 소유욕의 세 가지 미세한 현상들이고, 육추는 아뢰야식의 영향 아래서 제7식인 말나식에서 생기는 거친 여섯 가지 소유욕을 말한다. 이 말나식에서 아(我)중심의 사고가 무의식으로 일어나 모든 인간의 의식활동과 지각활동을 지배하게 된다. 지금 여기서 삼세육추의 무의식적 업을 자세히 말할 입장이 아니므로 생략하지만, 마명의 기신론 사상은 말나식에서 아중심의 분별심이 상속되고 소유로 개념화되어 의식의 모든 활동에 장애를 일으키고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업의 운명과 그 성격은 다 궁극적으로 소유욕의 발동에 기인한다. 아중심의 소유욕의 발동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인간은 화평한 자유를 맛보지 못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역사적인 어떤 공동업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여긴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국가가 백성과 국민으로 하여금 나라를 믿지 못하게 했다. 국가의 존립 이유는 병화의 예방과 치안유지, 국민을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경제정책, 국민의 눈과 마음을 드높게 열게 하는 교육의 배려 등 삼원체제의 구축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심으로 아끼고 보호하는 데 있다 하겠다. 저 삼원체제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국가의 불변가치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정치는 정권교체 때마다 앞 정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한국의 정당처럼 무상하게 부침하고 새로 시작하므로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므로 국민 각자는 알아서 자기의 살 길을 찾으려고 온갖 아중심의 이기적인 사고를 전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각자가 자기의 살 길을 눈치껏 찾는 아중심적 사고가 한국인을 일체감으로 결집시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를 모래알처럼 산산이 분산시키는 공동의 업장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공동업장의 제약과 고통을 덜 받고 자유스럽게 날개를 활짝 펴서 날기 위하여 한국인은 아중심으로 뿔뿔이 살길을 찾는 데 부심하는 유아심(唯我心)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것은 당위적 도덕주의의 설교로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가 국가를 못 믿고 제 살 길 찾기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더욱 상충하는 불행의 먼지바람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주에 이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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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꿈을 키워주는 씨앗 비타민 아이들이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올바른 마음자세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주변 실제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어떤 어른이 될지 고민하고 그 답을 찾도록 돕는다. 매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마음을 다지고, 반성하고, 실천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큰나.8500원.●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평범한 전업주부인 저자가 공부도 뒤처지고 발달도 늦은 아들을 글로벌 금융전문가로 키운 방법을 소개한 자녀교육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녀와 긍정적인 대화와 긍정적인 암시의 효과를 강조한다. 자녀를 행복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자녀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부모들이 새겨듣고 한번쯤 실천해볼 만하다. 북섬.9800원.●개구리성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철학 동화. 어려운 철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써 인기를 모았던 ‘소피의 세계’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가 썼다. 주인공 크리스토퍼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현암사.9800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seoul in] 광진보건소 ‘고혈압 교실’ 운영

    광진구(구청장 정송학) 이달부터 보건소에서 ‘고혈압교실’을 운영한다. 지난달엔 당뇨교실을 실시했다. 주요만성질환은 생활습관교정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이 보건교육의 취지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낮12시에 보건소 4층 보건교육실에서 진행된다. 무료. 보건소 의약과 450-1577.
  • “주관업체 직접 방문하세요”

    “주관업체 직접 방문하세요”

    영어 체험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을 해외 영어캠프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거리도 가깝고 비용도 저렴한 필리핀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캠프 주관업체들은 올 겨울방학을 겨냥해 이미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기가 높으면 그만큼 유혹도 많은 법. 동남아 영어캠프의 특징과 함께 좋은 캠프 선택 요령, 주의사항을 알아봤다. “힘들더라도 아이를 위해 발품을 파세요.” 해외 어학캠프 전문가들이 학부모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해외 영어캠프에 보내기를 원한다면 해당 업체를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사항을 직접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남아 영어캠프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소개한다. ●부모 방문시 프로그램·시설 등 모두 공개 자녀를 해외 영어캠프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면 주관업체를 방문해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광고나 인터넷 홈페이지만 보고 계약할 경우 업체의 수준이나 캠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우선 후보업체를 몇 개로 압축한 뒤 직접 찾아가 관련 자격 및 허가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뒤탈이 없다. 믿을 만한 업체들은 부모가 방문하면 프로그램과 시설, 강사 등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관련 서류를 꼼꼼히 챙기자. 캠프를 보내기 전에 확인해야 할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우선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귀찮다는 생각에 유학원이나 어학원, 캠프 주관업체에서 해주는 대로 맡겨서는 안된다. 약관을 자세히 읽고 환불 규정이나 보험 가입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계약하면 별도의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에도 계약서를 반드시 받아 놓아야 한다. 필리핀 캠프의 경우 필리핀 이민국에서 발급하는 SSP(Special Study Permit)를 받은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SSP는 필리핀 정부가 외국 학생들을 위해 일정한 교육시설과 강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 한해 인가를 내주고 있다.SSP가 있으면 일단 안심해도 좋다.SSP가 없으면 모두 불법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행자보험에 주관업체나 대표자 명의로 가입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만 15세 미만은 필리핀에 입국하려면 부모가 인솔자에게 아이를 일임한다는 위임장이 필요하다. 이에 해당하는 재정보증서에 부모의 자필 서명이 들어가야 하므로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이 밖에 캠프 참여와 관련된 각종 영수증도 꼭 챙겨두는 것이 좋다. 약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환불 규정이나 당초 계획과 달라졌을 때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당자의 서명을 넣어 문서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알선업체는 피한다. 학생을 모집하는 곳이 캠프를 직접 주관하는 단체인지 알선만 해주는 곳인지도 살펴야 한다. 캠프 주관업체는 학생 모집에서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모두 책임지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반면 알선업체는 실제 캠프도 운영하지 않으면서 학생만 모집해 주관업체로 넘기기 때문에 돈벌이에만 급급해 과대·과장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선업체의 수익은 캠프 참가비의 20∼40% 선이다. 최근에는 언론사와 방송사 등에서도 해외 영어캠프 알선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유명 언론사의 이름만 보고 안심하고 계약하기보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을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불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자. 만약에 대비해 환불 규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약관에 일정 액수를 선금으로 내게 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으로 물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계약할 때 위약금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출국 보름 전까지는 100%,3일 전까지는 50%, 출국 이후에는 30%까지 환불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숙식·학습관리 상황을 점검한다. 현지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공부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호텔이나 리조트의 일부만 빌려 운영하는 곳은 일반 관광객과 섞여 학습 분위기를 해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대학생이나 성인과 함께 숙식하는 것도 피한다. 되도록이면 자는 곳과 공부하는 곳이 함께 있거나 가깝게 있는 것이 좋다. 매일 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불편하기도 하지만 안전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식사는 전문 한식 조리사가 있는지, 강사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업체와 계약을 맺고 교육을 받아 투입되는지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영어공부는 물론 생활지도까지 해주는지 곳이 바람직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움말 CIA열린학교 이형근 팀장 캠프나라 김병진 팀장
  • [seoul in] 10일 ‘1080건강체험 한마당’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구청 광장과 보건소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들이기 위한 체험한마당 ‘1080 건강 한마당’을 펼친다. 이번 행사에서는 금연상담, 영양상담, 체지방측정, 절주, 건강 비디오상영,1830 손 씻기, 혈압·혈당 상담, 정신보건 관련 치매 우울증 검사 등 11개의 주제별 부스에서 건강 상담을 해주고 건강 정보도 제공한다.
  • [이주의 책갈피]

    ●부모 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 임상심리전문가인 조선미씨가 열린 부모학교를 운영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쓴 학부모 지도서. 아이 때문에 속상한 부모 마음과 부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 마음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행동수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도움이 될 듯하다. 한울림.1만 2000원.●부모가 만드는 머리좋은 아이, 머리나쁜 아이 서울시교육청 과학교육활성화추진단 장학관을 지낸 송인빈씨가 쓴 자녀들의 두뇌개발 지침서. 부모가 모르고 있는 집중력과 사고력, 독창력을 키우는 방법과 두뇌개발에 도움이 되는 생활환경과 식습관, 운동 등을 총체적으로 설명한다. 유레카북스.9000원.●원리와 개념의 과학나라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과학과 수학 원리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직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들이 만든 시리즈다. 일상 생활의 친숙한 소재와 한 번쯤 호기심을 느껴보았을 현상과 상황을 과학과 수학 원리로 설명한다. 책의 내용이 교과서 어떤 부분과 연관돼 있는지도 알 수 있다.1권 기하학과 작도의 원리,2권 심장과 혈액순환 편이 출간됐다. 자음과 모음. 각권 9700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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