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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에게/ 문학 지성과의 대화 기획물 참신

    -‘21세기 한국을 읽는다 -방민호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1.최인훈 편’기사(대한매일 7월18일자 13면)를 읽고 대한매일 창간 99주년 특별호는 다채로운 기획이 많아 오랜 시간 동안 신문을 읽게 되었다.특히 13면에 실린 ‘21세기 한국을 읽는다’기획 시리즈 첫회인 최인훈 선생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최인훈 선생 개인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신문 읽기가 중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더욱 눈길을 ‘확’ 끌어당겼다.‘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내용으로,‘20세기의 한반도와 21세기의 한반도’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생각을 담고 있었다.“20세기는 한반도 거주자들이 한반도에 자리잡은 이래 최악의 세기였다.”는 선생의 말에서 ‘희망의 21세기’에 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우리의 생활세계를 혼란하고 무질서하게 느끼는 것 같다.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사회 저변에 자리잡아가는 지금은 ‘잠깐’ 지나가는 과도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세대에게 기대를 걸어보자.”는 말에서,우리 시대를 체험으로 느끼고 작품을 써낸 원로의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매일의 문학 지성과의 대화 기획은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몸으로 체험하고,가슴으로 사유한 지식인 리더들과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 같다.독자들에게 미래의 시간을 꿰뚫어보는 작은 지혜를 제공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선완규 도서출판 휴머니스트 편집장
  • 책/ 서울 에세이 - 파편화된 서울, 일그러진 근대화

    미국의 비판적 도시학자 존 로건과 하비 몰로치는 현대도시를 움직이는 힘을 돈과 권력의 연합체인 ‘성장기계(growth machine)’라고 지적했다.시청광장과 신세계광장을 잇는 서울의 소공로야말로 그 성장기계의 산물로 어정쩡한 도로가 된 대표적인 예다.20m의 좁은 길이면서도 강북과 강남을 잇는 대동맥의 길목이 됐고,그런 길목이면서도 을지로나 남대문로, 심지어 북창길에 건물의 얼굴을 빼앗기고 있다.이처럼 소공로가 엉거주춤하고 불편한 거리가 된 것은 격자형으로 짜여진 서울 도심의 다른 길들과는 달리 블록의 모서리와 모서리를 대각선으로 잇는 방사형으로 이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겪어온 근대화의 과정은 어떠한 형태로 서울의 곳곳에 자취를 남겼을까.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대의 덫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서울 에세이’(강홍빈 지음,주명덕 사진,열화당 펴냄)는 서울의 ‘신주작대로(新朱雀大路)’라 할 만한 길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그 해답을 찾는다. 저자(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는 문화적·인문적·환경적시각을 도시관리에 접목시키는 데 진력해온 도시설계 전문가.그는 서울의 길을 종단하며 구간마다 펼쳐지는 도시풍경을 음미하고,그러한 풍경을 유지 또는 변화시키는 ‘구조화의 힘’과 그에 저항하는 ‘관성의 힘’을 살핀다.프랑스의 아날학파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현재는 저지된 과거이고 미래는 실현되지 않은 현재이다.”라고 했다.그렇다면 어떠한 과거가 저지되고 어떠한 과거가 용인되었는가를 아는 것은 곧 현재를 아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도시공간을 시대적 연원을 달리하는 여러지층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혼합체로 간주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의 거리에는 역사적 연원을 달리하는 세 지층이 존재한다.근대 이전 조선조가 남긴 지층과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 속에서 형성된 지층,그리고 광복 뒤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이룩된 지층이다.세종로에는 이 세 지층이 다 겹쳐 있지만 태평로나 소공로는 그보다 덜하고,남산 이남의 반포로는 최근 지층만이 두드러져 보인다.오늘의 서울 거리는 먼저 있던 지층에 새 지층이 겹쳐지면서 이전 것을 선별적으로 지우고 대체하는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광복과 함께 일제에 의해 왜곡된 서울의 공간구조는 그대로 대물림됐다.식민통치의 거점은 군정과 한국정부가 물려받았고,소공동·명동·남대문에는 군정때 적산불하로 등장하기 시작한 대기업들이 자리잡았다.일본인 거주지는 월남민과 피난민의 주거지로 변했다.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드라이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세종로는 산업근대화를 부추기는 ‘민족중흥’의 동원장으로 재단장됐다.특히 서울 600년,근대사 100년 동안 나라의 중심이었던 세종로의 변천사는 거듭된 과거부정의 역사였다.교보빌딩 자리가 조선시대 육조와 한성부,사헌부,장예원의 옛터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의 눈에 비친 근대화된 서울의 도시풍경은 파편화된 모자이크다.우리의 ‘압축적이고 외생적인’ 근대화가 이전 시대의 지층을 이어받아 진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변증법적으로 청산,극복하지도 못한 채 여러시대의 지층들이 뒤섞여 있는 난맥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풍경이 처음부터 혼란스러웠던 것만은 아니다.그 한 예가 회현동(會賢洞)이다.조선시대 회현동은 이름 그대로 선비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경복궁까지 글읽는 소리가 들려 임금이 가끔 잠행을 하기도 했다는 동네다.도성 반대쪽의 북촌 가회동처럼 현직 세도가들이 아니라,‘원님 하나내지 못하지만 뗄 힘은 있는’ 재야 선비들이 많았던 곳이다.‘북촌에는 떡,남촌에는 술’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지금도 동네 어귀에 남아 있는 유서깊은 보호수와,아파트 단지 뒤 바위에 새겨진 정자의 이름 등에서 ‘남산골 샌님’들의 거주지 남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저자는 회현동을,미래를위한 도심속 휴경지(休耕地)로 규정한다. 저자는 서울기행을 통해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화 궤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일깨워준다.그것은 시민사회의 성숙화,상호소통적인 합리성의 회복,공공영역의 확장,생활세계의 존중,절차적 정의의 실현 등으로 요약된다.도시는 시민이 만든다.그래서 도시는 시민을닮는다.급조된 거대도시,‘초신성의 단계’에 이른 서울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형 도시로 일궈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광장] 정치를 넘어 문화로

    에든버러 시내에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기리는 유명한 인물들의 조상(彫像)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이들을 훑어보면,월터 스콧에서 존 윌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19세기 영국문화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다.이들 조각은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을 주도한 문화계 인사와 지식인들을기념한 것이다.이상하게도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처음부터 정치보다 문화를 더중시한 것은 아니다.이들 조각은 잉글랜드에 예속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문화 속에서 찾으려했던 열망을 반영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지식인이 빅토리아기 영국 문화에 이바지한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마도 그들은 현실정치에서 잉글랜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조국의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초극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들은 현실정치를 넘어서 그들의 전통과 문예 속에서 그들의 자의식을 발현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런 노력이 영국의 새로운 문화전통으로 자리잡기를 열망하였다.에든버러에 가득한 문화적 향기는 사실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상황의 산물이다.그럼에도 나는 그 인물 조상들을 연상할 때마다 부러운감정에 젖는다.전통문화와 그 전통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이다. 남의 나라 사례를 빗대는 것이 어색하지만,우리 사회도 정치 과잉의 시대를 이제 그만 벗어났으면 싶다.지난 30여 년간 세 김(金)씨와 그 주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이 사회를 짓눌러왔다.그 잔흔들은 사라질 줄 모르고 끊임없이스스로를 재생산한다.3김 이후라고 해서 달라질 게 있는가. 신문과 방송,주간지와 월간지,모든 매체들이 3김뿐만 아니라 그 후속세대에 관해서 열변을 토한다.어디서나 이야기꾼의 공연은 대성황을 이룬다. 이런 현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정치가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이 많지만,따지고 보면 그들만큼 부지런하고낙천적이며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낙선한 후에도 다음 차례를 기대하면서 분투 노력하는 그들의움직임을 보라.더욱이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일반인의관심을 끌기 때문에 언론과 방송이 다투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이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으니 공연이 좀 더 시끄럽더라도 용인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렇더라도 나는 이런 이야기꾼의 공연에서 벗어나고 싶다.정치인의 끝없는 변신과 교언(巧言)은 오랫동안 보고들은것만으로 족하다.불투명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정계의 풍경화는 이제 눈을 감아도 뚜렷하게 떠오를 정도다.사람들 모두가 정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뉴스거리는 호기심을 뒤쫓기보다는 억지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오히려 정치 과잉의 분위기가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사실 이 다원주의 시대에 정치는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그러면서도 그 삶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정치는 우리 삶 가운데 오직 일부 문제만을 해결해줄 수 있을뿐이다. 우리 주위에서 성황을 이루는 이야기꾼의 공연이 정치를넘어 문화로,삶의 다른 영역으로,정계만이 아니라 다른 생활세계에서 살아가는 좀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몸짓으로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대화에서 3김씨와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보다는,삶의 세계와 그 세계에 깃든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녹아흘렀으면 한다.갑자기 추워진 겨울날 오후에 나는 이런 ‘고상한’ 생각에 잠기며 빙그레 웃는다. 이영석 광주대교수·서양사
  • [발언대] 국민 이성적 판단 있어야 공명선거 가능

    공명선거는 제도적 차원과 의식적 차원의 조건이 동시에 채워졌을 때 실현될 수 있다.제도적 문제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그 형태를 단기간에 바꿀 수 있지만,정치문화와 관련된 의식적 조건은 기존 생활세계(Lebenswelt)위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채워져야 한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민사회의 자발적 동원화를 거치지 않은 채 서구로부터 타율적으로 들어 온 것이며,그 부작용으로 약 40년 동안 권위주의 체제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왜곡된 경험으로 인해 민주화가 많이 진척된 오늘날에도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유권자들의 전근대적 투표행태다. 선거시우리 유권자들은 여전히 감성적,비합리적,몰합리적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다. 감성적 투표의 결과는 결국 유권자들이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정치인들의 비합리적 정책결정은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미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따라서 선거시 유권자들에게는 생활세계의 사적 연결고리에 의한 감성적·비합리적·몰합리적 투표가 아닌 오로지 냉철한 합리적 투표를 기대한다. 우리의 후진적 선거문화는 물론 유권자들에게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다.후보자들에게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많은 후보자들은 공적 영역과 결부된 합리적 정책경쟁보다는 생활세계의 감성적 요소에 호소하거나 법치주의를 무시하여 당선되고자 하는 선거운동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문화의 전근대성은 과연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우선 선진민주주의 국가들에서처럼 단순히 선거행위에만국한된 국부적 접근이 아닌 국민의 민주시민의식함양이라는포괄적이고도 유기적으로 풀어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국민의 민주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의 실시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적 실행체계다.정치적 중립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겪었던 관치교육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한것이며,교육의 자율적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그래서 정치교육에서 주체는 시민단체들이어야 하며,국가는 이들 시민단체를 지원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박병석 중앙선관위 연수원 교수
  • 비행청소년 첫 가출은 ‘14세’

    비행 청소년 6명 중 1명 정도는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때 중퇴하고14세에 처음 가출해 15세에 주로 절도나 폭력으로 첫 범죄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 서울협의회’(회장 현재현)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검내 푸른상담실에 의뢰된 비행청소년 295명(평균연령 16.7세)의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해 30일 발표한 상담자료집 ‘비행소년의 생활세계’의 내용이다. 비행소년의 가족환경을 보면 친부모 가족은 54.3%인 반면 계부모,편부모,별거 등 결손 가정이 45.7%였다.어머니가 직업을 갖고 있는 비율은 62.2%였다. 특히 불화가정이 43%였고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해서도 무관심(19.6%),강압적 또는 적대적(17.8%),폭력적(14.4%),과잉 기대(8.9%) 등 부정적 시각을 가진 비율이 64.8%나 돼 전반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출경험자가 62.7%에 이른 가운데 첫 가출은 평균 14.4세에 이뤄졌고 장기결석이나 부적응,비행 등을 이유로 학교 중퇴 경험자도 52.4%나 됐다.범죄를 처음 저지른 나이는 평균 15.2세로 나타났고 초범 당시 비행유형은재산범(54.6%),강력범( 19.4%)의 순이었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곳은 PC방(37.3%),노래방(14.6%),TV·비디오시청(14.3%),당구장(5.1%),술집(3%) 등의 순이었다. 장래 희망은 컴퓨터 등 전문 기술자가 29.5%,진학 17.3%,자영업 8.5%,대중예술가(3.4%),스포츠 관련업(3.1%) 등이었다. 이종락기자 jrlee@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I)고봉준

    ◆ 혁명적 담론에서 생성적 담론으로의 넘어서기-백무산論 ◆ [1]90년대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담론의 시대이다.현대 영·미 철학과 프랑스철학의 흐름을 대표하는 이 담론들은 근대 서구 철학의 주춧돌인 합리적 이성과 동일화 논리를 전략적으로 해체시키면서 탈근대적 사유를 정초시킨다. ‘다양성(차이)’의 긍정을 통한 ‘탈근대’적 사유로 공약되는 이들 포스트주의 담론의 격랑은 우리 문학에도 새로운 문제틀을 촉발시켰다.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사회적 주체의 생성을 이미 틀지워진 구조 속으로 몰아 넣거나 이념의 족쇄로부터 풀려난 반사회적 주체들을 양산함으로써 오히려 문학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90년대적’이라는 사회학적 관용구는 이러한 포스트담론들에 대한 한국적 반향의 일종이다.그리고 이러한 90년대적 사유의 한극점에서 ‘근대성’담론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논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지난 세기와 새롭게 도래하는 밀레니엄의 분별지를 이룬다.보편적인 의미에서 탈근대란 근대적 주체(코기토)의 파산을 선고하는 조종(弔鐘)이며,동시에 서구적 거대 담론의 시효만기를 의미한다.코기토로 표상되는 합리적 이성은 역사의 구조와 과정을 논리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적 경험을 비롯하여 이성으로 인식될 수 없는 사건들을 배제시킴으로써 탈근대적 사유의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탈근대적 사유란 결국 탈근대적 주체의 발견과 그 주체의 욕망에 대한 문제를 사유하려는 행위와 다름 아니며,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유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의 출현과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다.그러나 탈근대적 사유의 한국적 수용은 거대담론이 개인으로부터 강탈해 간 일상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역사가 축조한 문제의식을 생활세계로부터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또한 탈근대성 논의들은 근대와 탈근대를 적대적 모순의관계로 설정함으로써 상호배제라는 극단적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근대와 탈근대의 문제의식이 이처럼 화해할 수 없는 관계 속에 놓일 때 결국 그들은 서로의 굴절된 욕망만을 투영하는 거울,즉 일란성쌍둥이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이러한 역설의 질곡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근대를 넘어서려는 담론들이 노자(老子)철학과 불교적 사유를 근간으로 최근 우리 문학에서 시도되고 있다. 백무산의 언어는 근대를 가로지르며 그 너머의 세계로 횡단하고 있다.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1988)에서부터 ‘길은 광야의 것이다’(1999)에 이르기까지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시의 핵심은 ‘생성’과 ‘소멸’의 문제이다.80년대라는 정치적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초기 시에서 이러한 대립은 자본주의 체제의 비인간적 현실을 고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그러나 ‘인간의 시간’(1996)이후 그의 시는 ‘혁명’으로 표상되는 근대적 패러다임에 대한 철저한 자기부정,생태학적·불교적 사유의 탄력적인 수용을 통해 ‘생성’이라는 탈근대적 언어로의 횡단을 모색하고 있다.물론 이때의 ‘생성’담론은 여타의 탈근대적 사유들이 보여주는 탈역사적인 특성들과는 달리 역사성의 대지라는 근대적 지반에 뿌리내리고 있으며,나아가 근대적 산물의 성과를 부정하지도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백무산의 사유는 근대와 탈근대의 ‘경계’를 드러낸다.경계,그것은 80년대와 90년대,근대와 탈근대의 이중적 관계를 가로지름으로써 생성적 사유로 넘어서려는 언어적 전략이다.이 글은 그의 언어가 펼쳐 보이는 사유의 궤적을 따라 근대의 문턱을 조심스레 넘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2]백무산의 시는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두 진영의 ‘확연한 갈라섬’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갈라섬’이란 곧 배제의 원리이며,그러한 단절을 통해서이들 두 진영은 각자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초기시 ‘만국의 노동자여’와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피지배세력의 저항이 모순의 극단적 양태인 적대적 분열을 통해 본질적인 힘을 추동받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그리고 이러한 적대적 분열의 자장은 “밥 가운데서 죽은 밥과 산 밥을 보았다”처럼 ‘밥’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구체화된다. 1)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쓰일 데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살아 있는노동의 밥이 -‘노동의 밥’부분2)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우리는 밥에 따라 나뉘었다/그 밥에 따라 양심이 나뉘고/윤리가 나뉘고 도덕이 나뉘고 또 민족이 서로 나뉘고//… 그래서밥은 계급적이고//노동자의 가슴에/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밥이 다르기때문이다 -‘만국의 노동자여’부분‘밥’은 곧 현실의 질서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다.1)에서 노동자의 밥은 ‘피가 도는 밥’‘펄펄 살아 튀는 밥’‘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처럼 생명성을 지니는 반면,자본가의 밥은 단순한 소모의 대상 이상으로 의미화되지 않는다.여기서 ‘밥-힘(노동)-밥’으로 연결되는 노동자의 밥은 생성의 힘을 선취하고 있다.표제시 2)에서 ‘밥’은 ‘양심’‘윤리’‘도덕’‘민족’등의 상부구조적인 모든 질서를 나누는 분별지이다.따라서 ‘밥’을 둘러싼 투쟁이란 경제투쟁의 차원을 넘어선 ‘생명’이라는 새로운 문제틀을 함의한다.이제 밥은 단순히 음식과 경제의 표상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이며,동시에 그 진리를 판가름하는 ‘메타-진리’인 것이다.‘밥’을 통한 사물의 재분할은 인간을 ‘죽은 자’와 ‘산 자’로,‘밥’을 ‘죽은 밥’과 ‘산 밥’으로 그리고 ‘역사’를 ‘죽은 역사’와 ‘산 역사’로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된다.밥은 곧 세계를 구획짓는 새로운 질서이다.그 새로운 질서에 의해 생명의 계열(산 밥-산 자-산 역사)은 노동(자)의 세계를,그리고죽음의 계열(죽은 밥-죽은 자-죽은 역사)은 자본(가)의 세계를 표상한다. ‘만국의 노동자여’가 ‘밥’을 매개로 한 대립의 세계를 형상화한다면,‘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시간’을 둘러싼 대립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여기서 ‘시간’이란 노동의 소외와 물신화라는 정치경제학적인 의미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을 둘러싼 투쟁이다/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뺏고/되찾는 투쟁의 역사다//…자본가!…자연을 개조하고 한 역사를 개조하고/이윤을 위해 인간의 시간을/이윤의 시간으로 전환해 버리는 힘의 소유자…자본가들은 드디어 세상의 모든 시간을 제압했다…인간의 시간을 제압해 버렸다…그 누구도 어떠한 계급도자본의 시간으로부터/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를건설했다…파업에는 혁명이라는 괴물이 숨어 있다고/파업에는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는/피빛 혁명이 숨어 있다고-‘서시-생존의 경쟁’부분근대적 성격을 띠는 ‘자본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자연의 시간’과 대립적으로 인식된다.이때 ‘인간의 시간’이란 분절되고 선분화된 직선적 흐름이 아니라 생명의 새로운 생성과 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살아 있는 시간’이다.‘살아 있는 시간’만이 ‘움직임’과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그러나 근대 자본주의는 발전의 논리를 내세움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절대적인 분리를 초래하였다.‘시계’라는 근대적 장치의 등장은 그러한 분리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표상이다.그 과정에서 ‘시계’는 인간의 노동을수량화함으로써 합리적인 노동시간의 분배와 측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착취하는 기계가 되었다.반면 파업을 통해 구가하는 생명의 되살림이란 결국 자본주의적인 시간 혹은 ‘죽음의 시간’과 대조되는 ‘살아 있는 시간’의 발견이다.그가 ‘자본론’에서 발견한 ‘돈으로 왜곡된 시간’역시 결국 이러한 근대적 시간관으로부터의 탈주 욕망에 대한 역설(力說)적 표현이라 할수 있다. [3]‘인간의 시간’은 90년대가 지난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우리의 기억 속에서 80년대는 여전히 ‘불의 시대’이다.80년대는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황홀하게 조응’함으로써 시가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적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지던 뜨거운 시대였다.그러나 그 뜨거운 서사는 결국 ‘패배’라는 단어 뒤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종결되었다.‘인간의 시간’은 시인의 긴 침잠이 자기부정의 여정이었음을 고백하는 낮은 목소리로 시작된다.누가 이런 길 내었나/가던 길 끊겼네/무슨 사태 일어나 가파른/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옛 길 버리고 왔건만/새 길 끊겼네/…지난 길 다 버린 뒤의 경계//아,나 이제 경계에 서려네/칼날 같은 경계에 서려네//나아가지도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곳//아스라히 허공에 손을 뻗네/나 이제 모든 경계에 서려네-‘경계’부분한 시대를 길의 이미지로 표상한다면 90년대란 ‘벼랑’이 아닐까?이때 벼랑이란 “옛 길 버리고 왔건만/새 길 끊긴”참혹한 현실의 상징이다.‘옛 길’과 ‘새 길’이 모두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벼랑에 목이 잘려’위태롭게 걸려 있는 길,그것은 ‘경계’이다.두 길의 이중주가 만들어 놓은 예각으로서의 경계란 일종의 정치적 망명상태이며,‘나아가지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불분명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임에 틀림없다.시집 도처에서 발견되는 한숨과 자조의 강박적 반복은,그가 ‘경계’위에서 지나온 삶을 허무는 고투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이러한 자기부정을 통해 그는 “그대가 잃은 길도 집도/진작 허물어져야 했던 것이네”“차라리 길이었으므로 갈수가 없었습니다”“이미 난 길은 길이 아니네/이미 지어진 집은 집이 아니네”처럼 ‘무위(無爲)’의 세계를 발견한다. 대지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을 거역한다/소모와 죽음의 행로를 걸어온,/날로썩어가고 황무지만 진전시켜온/죽은 시간을 전복시킨다/대지는 단절을 꿈꾼다/모든 것이 모든 것에 순응하는 지휘계통/대지는 이렇게 혁명을 하는 것/잠든 씨 알갱이들과 언 땅 뿌리들을/불러내는 것은 봄이 아니다/스스로 자신을 밀어올리는 것/생명의 풀무질을 충만하게 가두고/안으로 눈뜬 초미의 주의력을 늦추지 않는 것/시간과 봄은 생명력의 배경일 뿐//역사가 강물처럼 흐른다고 믿는가/그렇지 않다/단절의 꿈이 역사를 밀어간다-‘인간의 시간’부분 무위의 세계는 곧 조화와 융합,즉 대자연의 세계이다.그 세계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배려’란 본질적으로 ‘타자성’에 대한 인정이며,나아가 지난날 인간이 구가해 온 폭력적 이성에 대한 반성이다.“모든것이 모든 것에 순응하는 지휘계통”은 바로 생명의 본원적인 흐름이며,그러한 자연의 질서란 그 속에 어떠한 ‘지휘계통’도 내포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의 질서란 ‘내재적’사유로서의 ‘생성’을 근간으로 한다.그러나 이때의 ‘생성’과 ‘생명’은 ‘역사’라는 근대적 사유와의 관계장 속에 놓임으로써 근대적 가치 전체로부터 수직적인 초월을 모색하지는 않는다. 즉 생성이란 부르주아와 자본으로 점철된 근대적 시간관의 형이상학적 역사,나아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근대 이성의 부정태에 대한 거역의 차원이지 결코 황금시대를 동경하는 복고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퇴행성 의지는 아니다.이러한 사유에 의해 혁명적 담론은 새롭게 구성된다.생명이 대지의 내부에 존재하듯 혁명이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내부적 사건에서 촉발되는 것이다.‘잠든 씨 알갱이’와 ‘언 땅 뿌리’를 불러내는 것이 결코 ‘봄’이 아니듯이 혁명이란 인간의 외부적 상황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밖으로부터의 변혁이 아닌 안으로부터의 과정이어야 한다.그 내부의 힘이 곧 ‘단절의 꿈’이고 또한 그것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다.따라서 이제 ‘혁명’이란 대지와 자연의 질서를 닮은 형태여야 하며 그것의 인간적 현상이 곧 노동이다.‘인간의 시간’은 생성으로서의 역사가 언제나 단절의 맹아를 잉태하면서 접힘과 풀림을 반복하는 운동임을 보여주고 있다.
  • [새천년의 국가비전과 전략] 대토론회 해설

    21세기의 변화와 도전을 어떻게 하면 도약의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金泰東)와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李御寧)는 8∼9일 이틀동안 서울 롯데호텔에서 새 천년의 의미와 과제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새 천년의 국가비전과 전략’이라는 토론회에서는 냉전과 분단체제속에 일그러지고 변형된 정치경제 구조와 사회시민 문화를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회복해 나가기 위한 총론과 16개 부문별 진단·대안이 제시되고 논의됐다. 주제 발표자들은 세계화·지식정보화·민주화라는 21세기의 화두를 놓고 개방화·투명화,시민 직접참여 및 공동체의 복구 등을 주창했다.이틀동안의 발표내용을 대주제별로 요약,정리했다. [편집자주] 새 천년,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어떻게 변화할까-그것은 민주주의가 꽃피는 다원적 공동체 안에서 정보가 물처럼 흐르고 누구나 복지 혜택을 누리는 세계 속에 우뚝 선 통일한국의 모습으로 요약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새천년준비위원회가 8∼9일이틀동안 대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새 천년 5대 국가비전과 10대 전략’은 이같은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이는 다가올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경영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정책위와 준비위가 설정한 5대 비전은 다원적 민주주의와 역동적 시장경제,창조적 지식정보국가,협력적 공동체사회,아시아 중추국가이다. 이러한 국가비전 아래 ‘글로벌 혁신 한국 21’을 목표로 한 10대 전략이 마련된다.5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분야별 주요 실천과제라 할 수 있다.생산적 화합정치와 선도적 정부혁신을 비롯해 지속적 경제개혁,지식정보화와 교육혁신,생산적 복지체제,민주적 시민생활세계,공생적 환경공동체,문화적 다원주의,평화적 민족통합,진취적 세계참여 등이다. 주제별로 보면 21세기의 정치는 관용과 화해·공존을 기초로 국가로부터 시민사회로 권력이 이전된 시민민주주의와 세계적 현안에 적극 동참하는 글로 벌 민주주의를 지향한다.시장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경제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도 역동적 시장경제의 주요 목표다. 인적자본 중심의 열린 전자민주주의의 사회를 목표로 정보의 남용과 사생활 침해가 근절되고,지식정보 자원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개방적 정보사회로 나아간다.중산층과 서민의 풍요로운 삶을 지원하고,빈곤‘소외‘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안전사회 구현을 종착점으로 하고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장점을 최대로 살려 대륙과 해양을 잇는 아시아 중심축으로의 발전도 꾀한다. 이를 위해 토론회에서는 금세기의 ‘실리콘 밸리’에서 ‘카본 밸리’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우리의 지적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현 광역시제도를 전면 재검토,기초단체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졌으며,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FTA)협정의 장기 추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또 지금의 부산항,경부축 외에 광양항,서남축을 신속히 개발해야 한다는 ‘2축2항체제 구축’ 제안도 있었다. 이밖에 공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로 이행하는 3단계 방안을 공식화하자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21세기 우리 사회의 청사진이 마련되는 계기가됐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국토 균형발전 모형■林岡源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토지개발이익 제한 국토 불균형 문제가 정부의 꾸준한 정책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가 없는 것은 토지 제도상의 결함 때문이다. 현행 국토·도시 관련 법령제도는 산업화 이전의 불완전한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땜질식 처방 위주로 개정돼 왔기 때문에 규정의 복잡화와 제도간 중복·상충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이는 일반 경제부문과 함께 국가경제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경제 부문(토지)의 핵심 동인인 ‘개발이익’을 도외시한 정책추진에 기인한 것이다.이처럼 낙후된 국토관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이익을 실효성있게 규제할 수 있는 근거마련을위해 현행 토지소유권에서 법제적으로 개발권의 분리를 시행해야 한다. ●편향적 국토구조 극복 동북아시대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전략은 서남축을 조속히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의 경부축(서울∼부산) 중심의 개발전략은 태평양∼일본경제권을 대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동북아 시대 도래와 함께 그동안 소외됐던 서남축의 개발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서남축은 최소한의 인프라 시설투자로 발전기반을 조성하고 해외시장과의 접근성으로 제2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거점축으로,12억 인구의 중국대륙과 접하고 태평양 기간항로와 연결되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남축의 개발은 동북아 시대의 개막과 함께 한반도가 동북아 산업·물류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남축 개발을 통해 경부축과 서남축,부산항과 광양항의 2축2항 체제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를 구현하는 국토개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 새 천년의 시장경제 (曺尤鉉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장)●21세기 역동적 경제와 재벌개혁 21세기는 단일화된 국제금융시장과 다국적 기업의 국제간의 자유로운 이동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새로운 발전단계로 이행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소는 시장의 작동을 뒷받침하는 사회경제적 기초 요소의 부재이다.사회적 규범의 확립과 시장규율의 제도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시장의 효율적 기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의 재벌체제로는 더 이상 한국경제를 이끌고 갈수 없기 때문이다.그 이유로는,첫째 재벌은 계열사간 간접적 순환투자를 통해 가공자본에 의한 계열사 지배라는,반(反)사유재산권제도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이다.둘째 재벌이란 기업집단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집단과 개별기업간의 경쟁으로 성립해 공정한 경쟁이 될수 없다.셋째 재벌의 의사결정 구조가 전근대적이다. 따라서 시장 정합적 사유재산권 제도를 정립하고 선단식 경영구조의 획기적인 조정,경영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는 기업지배 구조,새로운 세계환경하에서 고객수요에 신속히 부응할수 있는 기술력 확보 등이 충족되는 방향으로 재벌개혁이 계속돼야 한다. ●생산적 복지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 21세기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 혁명의 진전에 따라 유연성,적응력,신속성 측면에서 우위를 지닌 네트워크형 중소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개인의 창의성에 바탕을 둔 벤처 창업가가 기업과 연구기관 사이에 공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으로 정보수집,기술개발에 협력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수 있도록 정부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선진 주요국에서 경험하였던 과다 복지로 인한 폐해를 시장 친화적이고 생산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립·자조·자활을 강조하는 ‘생산적 복지체계’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복지정책 ■金相鍾 서울대 교수●친환경 정부의 건설 우리 국토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 정부’의 건설이 필요하다.소극적인 환경정책에서 탈피해 경제 사회 국토 교육 등 연관 분야의 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 에너지 정책 등에서는 현재의 공급 위주에서 수요관리 위주의 정책기조로 바꾸어야 하며,자연과 인간을 함께 고려하는 생태학적 개념을 도입해 환경 용량(자연의 자정능력)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유해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규제기준에 없다는 이유로 자연 생태계에 무차별 방출되는 물질이 아직도 많다.따라서 생태계에 직접 피해를 주는 유해물질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독성 개념을 환경기준으로 도입해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적 환경기준을 주도적으로 도입해 ‘그린라운드’에 대비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소비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하고,특히 조세 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하기 위해 일부 선진국에서 제기하고 있는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 헌장 제정 새 천년 보건복지의 환경변화는 국민의 평균수명 증가로 노인들의 보건복지 수용의 증대와 전국민 사회보험화로 사회보험의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국민 최저생계 보장과 국민건강권 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이 증대될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적 복지’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용주의적인 관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형 사회안전망을 확립하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보험료를 하나의 독립된 기구에서 징수·관리하는 사회보험의 효율적 통합운영이 필요하다.또 국민연금의 개혁과 재정의 항구적 안정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들의 건강욕구 충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질병발생 위험요인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새 천년 국민건강증진 헌장’을 제정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발전 ●새천년의 정치패러다임(白京男 동국대정치학과교수) ‘대의 민주주의·참여 민주주의의 병행발전’,‘고도의 개방성 및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사회’가 21세기의 바람직한 모델이다. 우선 대의 민주주의의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법과 제도의 정비,여성의 정치참여 개방이 주요 요소다.그 다음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국민이 참여하는 행정 강화,주민 참여 지방자치,정보통신을 이용한 참여민주주의의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또 국가·시장·시민사회의 대안적인 발전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이는 과거 국가주도의 발전 모델을 극복하고 국가·시장·시민사회간 상호 보완성의 원리에 입각한 ‘공동체적 시장에 기반한 민주주의 모델’을 의미한다. ●사회발전의 방향(成炅隆 한림대 사회학과교수) 새천년의 사회는 ‘미성숙한 시민사회’‘노사 대립’‘중산층 문제’‘지역대립 및 남북대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현실에서 그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다양한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사회구성원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개방성을 지녀야 하고,동시에 불평등과 이질성으로부터 촉발되는 분열·해체적 경향으로부터 사회를 지켜낼 단단한 ‘사회적 연대성’을 지니는 사회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는 시민사회와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형성,사회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또 ‘협의주의’와 ‘연방주의’의 정신을 살려 지역화합과 남북통일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새 천년 의 새로운 사회통합 방식의 강구를 통해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사회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이 21세기 사회의 발전방향이다. * 과학기술 발전방향 ●任志淳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과학기술은 앞으로 한 국가의 경제능력과 산업수준을 결정지을 것이다.국민 삶의 질과 국가의 문화적 수준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새 천년 과학기술의 핵심이 될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신소재를 집중육성,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정보산업과 유전공학 등 생명과학은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경제를 이끌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농업·식품·환경관련생물공학 분야는 대규모 연구비가 필요치 않아 선진국들에 비해 경쟁력을 지닐 뿐 아니라 중국 등 동아시아 시장확보도 용이해 좋은 전망을 갖고 있다. 둘째,국가정보체계의 확립도 시급하다.각종 정보의 효율적 관리와 유통을 위한 공공 기관간의 분업·협업체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지식기반 시대에 맞게 구축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정보의 활용,유통체계의 효율화를 통해 행정을 포함한 사회 전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현재 정보기술의 핵심이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국의 산업수준은 대만,인도,싱가포르,이스라엘보다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취약한 기초과학분야에도 눈을 돌려 체계적인 국가적 육성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기초과학을 상품화하는 상업화 사이의 거리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첨단기술의 개발은 미래산업을 좌우하고 있다. 넷째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풍토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창의적인 교육 없이 진정한 과학기술의 도약은 생각할 수 없다.환경문제·생태계위기에 대해서 이해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다음세대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과 관심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현세기의 실리콘밸리가 산업기술을 주도한다면 다음세기는 분자와 원자를 단위로 하는 ‘나노 테크놀로지’의‘카본 밸리’가 번영과 흥망을 주도할 것이다. *세계질서와 남북통일 ■새로운 세계질서(安錫敎 한양대 경제학부교수) 세계경제는 ‘하나의 열린 사회’를 향해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우리 의식·관행·제도를 ‘전세계적인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나가는것이 필요하다.정보화 진전,기업활동의 범세계화,다자간 교역규범의 확산에 따라 주권개념과 경제적 국경이 무너지면서 국제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역내통합이 강화되는 지역주의화는 강화되고 있다.이 과정에서 지역통합체를 결속하는 정치 중심세력과 지역통합체 간의 경쟁·갈등이 커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속에서 한국은 일본·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가와의 쌍무·다자 관계 강화노력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시장의 힘이 정부를 넘어서고 각국 정부의 경제 주권 및 통제력 상실도 세계화의 부산물로 더 두드러질 수 있다. 개별국가는 세계화·정보화과정에서 오는 불확실성 극복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남북통일로 가는 길(權萬學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북한의 군사주의는 한반도문제를 국제화해 남북의 자율성을 제약해 왔다.통일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공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라는 단계적 과정은 통일로 가는 바람직한 길이다. 남북 공존협력단계는 화해협력을 포함,평화공존 체제 및 공존규칙 확립을 통해 냉전 잔재를 걷어내는 과정이다.다음과정인 남북연합단계는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고 군축을 실행,남북통일의 본궤도에 진입하는 단계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서 이를 모태로 ‘평화공동체’를 설치,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등 교류와 협력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 현실적 생활인 모델/새 경제이론 속속 등장(현장 세계경제)

    ◎유혹·편견·중독 등 실제경제행위 초점/화폐 환상론/실질·명목가치 동일시 한다/행동 경제학/「합리적 기대」 가설은 오류 딱딱한 경제학 책 속의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사랑도 눈물도 갈등도 없는 시계장치같은 인간이다.경제학적 용어로 말하면 「합리적 경제인」이다.그러나 구체적인 생활세계에서 만나는 인간은 이와는 딴판이다.합리적 선택같은 것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덜 떨어진 사람이 대다수다.최근 들어 이런 「현실적 생활인」을 모델로 삼은 경제이론이 속속 등장해 경제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 새 이론들은 과거의 경제이론이 합리성을 너무 좁게 해석해 인간을 마치 돈버는 일에만 몰두하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하고 이 합리성 개념을 전면적으로 재정의 하거나 크게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최근 실험심리학 등의 성과에 힘입어 이 새 이론들은 「사람이 실제생활에서 어떻게 선택행위를 하는가」를 연구하는 데 유혹·공포·중독·무지·편견 따위 인간적 약점을 끌어들인다. ○실험심리학 힘입어 대표적인 이론이 「화폐환상」론이다.화폐환상이란 명목상의 화폐가치를 실질적인 화폐가치와 똑같다고 오인하는 것이다.화폐임금이 10% 인상됨과 동시에 물가가 10% 올랐다면 실질임금 인상은 없는데도 임금이 10% 올랐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화폐환상에 빠진 것이다.전통경제학은 합리적 경제인의 관점에서 화폐환상은 없다고 가정했으나 새 이론은 실제 선택행위에서 화폐환상이 매우 널리 퍼져 있다고 본다. 이 것은 몇 가지 실험에서 증명됐다.먼저 실질임금의 하락을 견디는 방법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사람들은 명목적인 화폐임금이 조금 늘고 이보다 더 많이 화폐지출이 늘어나는 상황를 가장 선호했으며 화폐임금의 변동없이 화폐지출이 조금 늘어나는 상황을 그 다음으로 선호했다.가장 꺼려하는 상황은 화폐지출의 변동 없이 임금이 깎이는 상황이었다. 화폐환상은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아주 명백했다.대다수 사람들은 화폐지출이 같은 크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일단은 명목임금이 많이 오르기를 원했다.「합리적이지도못하게」 사람들은 화폐임금 상승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다.이런 행태는 예를 들어 인플레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시행을 매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정책시행에 장애물 또 다른 이론은 「행동경제학」분야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다.합리적 기대 가설은 사람들이 경제전반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행동한다는 가설이다.이 주장은 다시 말하면,사람들이 빈틈없는 연역적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과 통한다.이 가정에 따르면 합리적 기대론자 두 사람이 장기를 둘 경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한두 시간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다가 마침내 한쪽이 패배를 선언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현실은 전혀 다르다.사람들은 장기를 둘때 실착를 거듭하고 수를 잘못 읽고 빗나간 예측을 한다. 최근의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행위도 이와 마찬가지며 이는 주식시장에서의 선택행위에서 아주 잘 나타난다고 말한다.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경험법칙을 갖고 있으며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르게 예상한다.동시에 사람들은 장기평균치나 통계적 확률보다는 최근의 데이터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또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어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값싸고 안전하다고 판단하게 된다.이런 편견과 무지로 인해 사람들은 한곳에 몰려들고 추세에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이런 사실은 주식시장이 왜 우세한 분위기에 의해 지배되며,거품이 생겨나 마구 커졌다가 급작스레 꺼지는가를 설명해준다. ○절제의 어려움 연구 새 경제이론은 또 과거의 경제학이 거의 무시해온 일상생활의 다른 면,즉 유혹의 힘과 절제의 어려움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이것은 이를테면 「저축행동에 관한 표준이론」을 좀더 현실화하는데 도움을 준다.표준이론은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 그들의 소득을 적절히 분배하기 위해 초년에는 대부를 받고 중년에는 저축하고 퇴직후에는 저축한 돈으로 살아간다고 가정한다.그러나 「유혹의 경제학」에 따르면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대다수 사람들은 저축을 더 하겠다는 생각은 있으면서도 돈 좀 생겼다 싶으면 쓰고자하는 욕망에 쉽게 휘말려버린다. 때문에 사람들은 대체로 연금저축이라거나 주택융자금상환처럼 매월 일정액을 강제로 떼어내는 방식으로만 저축을 한다. 「공돈」을 저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 본격적 지방자치시대 대비/사회단체 「21세기 시민교육」 붐

    ◎한국Y,생활·환경감사 활동 활발/경실련 「지방자치 정책대학」 개설 내년 6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시대에 대비하는 사회단체들의 시민교육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YMCA 전국연맹은 다가오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난달부터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을 펼쳐오고 있으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지방자치 정책대학」을 개설했다. 생활감사단·환경감사단·시정참여단 활동을 통한 생활세계개혁을 목표로 하는 전국YMCA의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은 11월초까지 각 지역별로 「지방화시대의 우리 지역만들기」에 관한 토론회와 시민결의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시정참여단·환경감사단·생활감사단 발단식을 갖고 시정모니터활동·환경감시활동·행정단속활동 등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특히 시정참여단 활동으로 일일자원공무원운동을 펼쳐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사회의 개혁과제 발굴과 지역행정개혁을 모색하게 된다. 경실련이 17일부터 11월21일까지 마련한 지방자치정책대학은 현역 지방의원,다음 지방선거 출마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정책생산능력 육성,지역사회의 민주적 지도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5주 과정으로 전공교수들이 지방자치제도및 지방의회,지방재정 전반과 지방자치시대의 교통·복지·환경·주택정책에 대해 강의한다.프로그램 말미에 마련된 연수회에서는 고건 전서울시장의 특강과 현역 지방의원들의 사례발표도 예정돼 있다.강의는 60분 강연에 10분 티타임,50분 질의응답 및 토론 식으로 진행된다. 경실련의 백승대부장은 『국제화와 지방화로의 급속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면서 『지역주민의 희망을 조직하고 실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전북대 김진명 교수가 펴낸 「굴레속의 한국여성」

    ◎가부장제에 희생돼 온 여성 삶 조명/농촌마을 현지조사로 엮은 구술민속지/여성학연구자들에 방법론 제시 지침서 60대 이상의 할머니들은 흔히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으나 시집살이를 시키지는 못하는 불행한 세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전통사회에서는 한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다가도 아들을 낳아 며느리를 보는 순간부터 그동안의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게 마련이었다.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를 당하고 있다는 푸념이다. 젊은시절은 전통사회의 규범에,나이든 뒤엔 전통사회가 몰락한 새로운 시대에 의탁할수 밖에 없는 과도기의 한국여성들이 겪는 어쩔수 없는 「불행」이다.바로 남성지배적 이념이 해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가운데 하나이다. 전북대 고고인류학과 김진명교수가 쓴 「굴레속의 한국여성」(집문당간)은 이처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해 온 우리 여성들의 삶을 한 마을의 예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향촌사회의 여성 인류학」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는 것처럼 인류학자인 지은이가 현지조사를 통해 다른사람의 삶을 벗겨내 가는 과정에서 함께 겪은 이야기를 엮어 나간 구술민속지이다. 김교수는 전북 정읍군 칠보면에 있는 학리라는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일상적 생활세계에 대한 참여관찰및 노년층 여성의 생애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생애사란 지나온 삶을 자신의 말로 엮어내는 주관적인 경험의 표현.따라서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기구한 삶이 담겨있다. 모두 6개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학리마을의 「역사및 사회문화적 배경」에서부터 출발한다.이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례생활」「권력과 여성」을 통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사회의 갖가지 예화를 풍부히 담았고 「가부장 담론의 현재」에서는 그 이데올로기가 붕괴되어 가는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김교수는 이 책의 목적이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대한 포괄적 해석보다는 여성사회에 대한 경험적 자료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김교수는 기존의 여성연구들이 간과했던 특정 역사적 순간에 변화하는 여성성의양상을 파악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었다.이 책은 그 결과 우리나라 여성학연구자들에게 방법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할 만큼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책은 과거 여성의 삶은 이러이러 했으나 앞으로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은 없다.김교수는 대신 한가지 제언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그것은 남자든 여자든 인간에 대한 사회의 어떤 기준에 관계없이 인간 모두를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동일한 인간으로서 각자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식으로 바라본다면 상대의 존엄성이 부각되어 이익관계에 얽혀있는 인간관계는 극히 한 부분에 지나지않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 “삶의 목표는 자아실현”/신세대 65%

    ◎“윤리의식은 온건·보수적 경향”/10대 4천명 의식구조 조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삶의 목표를「자아실현」에 두는등 신세대적 가치관을 보이고 있으나 윤리의식은 온건하고 보수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또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에서는 비교적 만족하는 편이지만 사회현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교원대 권이종교수(교육학)와 고려대 김문조교수(사회학)가 최근 전국의 10대 4천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한국 10대 청소년의 의식구조」조사에 따르면 10대들은 ▲부모님을 양로원에 모시는 것에 반대하며(83.3%) ▲남녀 모두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63.5%)고 생각하고 있다. 인생목표로는 돈(15.3%)이나 명예(5.1%)보다 자기만족(64.8%)을 꼽았다. 이들은 출세하는데 중요한 요건으로 「본인의 노력」(69%)을 가장 중시하면서도「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돈벌이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62%)부모세대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또 가정생활(68.6%)학교생활(52.8%)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사회현실에 관해서는 14.8%만이「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오는 31일 상오9시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삼성복지재단 청소년연구위원회 주최로 열리는「한국 청소년의 의식과 생활세계에 관한 세미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 “학생운동 본질은 자기 반성”/편견·선입관·아집 버리고 마음 열라

    ◎고대교수 대자보 내용 고려대 학생처장 김인환교수(46)가 교정에 내붙인 대자보(서울신문2일자 사회면보도)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총학생회측의 요청에 따라 오늘의 학생운동을 보는 교수의 시각을 허심탄회하게 적은 이 대자보는 학생운동에 대한 단순한 비판의 차원을 넘어 교수로서의 애정을 가지고 앞으로 학생운동이 나가야 할 길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전지 4장 분량의 내용 가운데 주요부분을 간추려본다. 학생과 학생이 서로 이야기 하지 않고 교수와 학생이 서로 이야기하지 않은지가 이미 오래됐다.나는 서로 이야기하지않고 서둘러 혁혁한 업적을 가시적으로 전취하려는 것이 요즘 학생운동의 폐단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운동은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을 이해하면서 일정한 상호변혁을 성취해 나가야 한다.공동행동과 상호변화는 서로 돕고 이룩하는 관계에 있다.학생운동이 제공하는 최대의 선물은 자기 변혁이다.의식의 쇄신이 없다면 지식은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모든 편견과 선입견과 아집을 버리고 마음을 열려있는 상태로 비워두지 않으면 자기는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학생운동은 시작하였는가? 사람답게 양심에 따라서 살기위해서가 아닌가.이 참마음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학생운동의 본질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에 있다.스스로 보고 스스로 가르치는 자기도야의 과정이 요구되는 준엄한 비판정신과 가차없는 탐구정신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고행을 피할 수 없다.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열린 미래를 잊지 않는 것이 학생운동의 정신이다. 역사의 어두움에 용해되지 않고 어떠한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 학생운동의 정신이다. 학교공부와 학생운동은 절대로 분리돼서는 안된다. 현실비판은 학문체계와 통합돼야 한다. 나는 학생운동이 일상생활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기를 바란다.학생운동이 일상생활로부터의 도피수단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자격있는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므로 대학은 사회적 노동체계를 보존하고 유지시켜야 한다는 과제로부터 책임을 회피할 길이 없다.수업이건 연구건 대학의 활동은 경제의 과정에 통합되게 마련이다. 대학의 진정한 임무는 사회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해석,변화시키는데 있다. 학생운동은 지식과 실천을 통합하는 역사의식의 연마이다.역사의식이란 지식의 한계를 반성하고 지식을 생활세계로 옮겨놓는 활동이다.학생운동은 학문의 방법론적 기본 가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 도달하여야 한다.그리고 학생운동은 지식을 일상생활속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상생활속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가 반드시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운동은 이성만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원리에 바탕을 둬야 한다.토론을 통해서 얻은 원칙이 아니면 용인하지 않으려 하는 완강한 정신이 학생운동의 바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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