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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쌍둥이 낳은 ‘옥토맘’ 슐먼, 복싱 경기 데뷔

    지난 2009년 1월 8쌍둥이를 낳았다고 해 미국에서 ‘옥토맘’(Octomom)으로 불리는 나디아 슐먼(36)이 최근 한 복싱이벤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맘인 슐먼은 이미 6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체외수정으로 8쌍둥이를 출산, 총 14명의 자식을 가져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이같은 유명세는 곧 논란으로 번졌다. 그녀가 정부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무직 상태였던 것. 당시 여론은 “무책임 하다.” , “아이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갖은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 슐먼은 다시 언론의 화제로 떠올랐다. 모델 출신인 바텐더와 복싱시합을 가진 것. 슐먼은 지난 주말 마이애미의 한 리조트에서 3라운드 시합을 가져 바텐더 카산드라 앤더슨에 승리했다. 경기 주최 측은 다음달 말 다음 대전을 준비 중이다. 현지언론은 슐먼이 이벤트성 복싱 경기에 나선 이유를 ‘돈’ 때문으로 보고있다. 마땅한 수입이 없는 슐먼에게 14명의 자식의 부양은 상상 이상의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         그녀는 그동안 ‘옥토맘’이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TV 출연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초에는 미국의 한 성인영화사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 제안이 언론에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당시 슐만은 이 제의를 거절했으나 현지언론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옥토맘이 이 달콤한 제안을 끝까지 거절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교육감선거 돈거래 파문] 곽노현 겨눈 檢 칼끝… ‘뒷돈’ 대가성 규명이 관건

    [교육감선거 돈거래 파문] 곽노현 겨눈 檢 칼끝… ‘뒷돈’ 대가성 규명이 관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한때 경쟁 후보였던 서울교육대 박명기 교수에게 선거가 끝난 뒤 2억원을 ‘선의’에서 전달했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 수사는 돈의 대가성 규명에 집중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곽 교육감이 말한 대가성 없는 지원을 반박할 증거가 없다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 사용한 돈을 사후에 보전해 주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후보 사퇴의 보상인 만큼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맞서고 있다. 선의의 지원과 대가성의 한판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곽 교육감은 돈의 출처와 구체적인 전달방법 등을 밝히지 않은 탓에 의혹은 여전히 증폭되고 있다. ●檢, 대가성 입증 총력 검찰이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증언 확보가 필수적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의 주변인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건넨 돈이 2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 앞서 밝힌 혐의 내용에 포함된 1억 3000만원 외에 나머지 7000만원에 대한 용처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곽 교육감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박 교수의 동생 계좌로 전달된 1억 3000만원 외에 일부를 직접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 있어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이달 초 곽 교육감, 돈을 전달한 한국방송통신대 강모 교수 등 2명을 출국금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억원은 후보사퇴 대가” 공직선거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곽 교육감은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준 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면서 “이런 경우 사법부는 대부분 대가성이 있다고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선거운동 기간보다 1년 앞선 시점에 출마를 작정한 특정인이 선거운동을 돕기로 한 사람에게 돈을 건넸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적도 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사적인 금전거래라고 우겨도 금품 제공·수수가 선거 판세분석 등 선거운동과 관련한 대가성이 짙다는 정황과 진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면 곽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 매수 및 이해유도) 위반 혐의가 적용돼 법정에 설 수밖에 없다. 제232조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 등으로 이익을 제공하거나 승낙한 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3000만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게 됨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면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된다. ●“대가성 없는 증여세 포탈일 뿐” 또 다른 변호사는 돈의 대가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변호사는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 세금 관계(증여세)에서 문제가 있을 뿐 형사처벌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박 교수 등에게서 구체적으로 대가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의 논리가 성립되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경우 제주도에 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하려는 업체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 법원으로부터 1심과는 달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청탁과 돈 사이에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가성을 찾지 못하면 곽 교육감의 기소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거운동에 따른 생활고와 이를 되돌리기 위한 선의의 지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양상이다. 곽 교육감은 “(이번 사인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사법 당국과 국민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치열한 법정다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편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강 교수는 곽 교육감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방통대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함께 출범시키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강 교수는 지난달 시교육청 교사연수에도 외부 강사진으로 참여, 교육계 안팎에서는 곽 교육감 최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 검찰은 강 교수를 지난해 선거 당시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곽 교육감의 메신저로 보고 있다. 이민영·최재헌기자 min@seoul.co.kr
  • [교육감선거 돈거래 파문] 곽 “대가성 없었다” 처벌 피하기?

    [교육감선거 돈거래 파문] 곽 “대가성 없었다” 처벌 피하기?

    결국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정공법’을 택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확실히 인정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후보단일화로 인한 대가가 아니라 선거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박 교수를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은 줬지만 후보단일화의 대가가 아니라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의 핵심은 박 교수에게 간 돈의 성격, 즉 후보 단일화의 대가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곽 교육감은 28일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선의’의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취임 뒤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두 번 출마해 많은 빚을 졌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면서 “박 교수의 성품과 정황상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 교수가 처한 상황이 결코 미뤄 둘 수 없는 급박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감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곽 교육감의 재산신고 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일 자 재산공개 때는 적자로 재산이 ‘-6억 8000여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교육감 선거비용으로 인한 부채가 28억 4000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선거 뒤 선거비용 보전비 35억 2000여만원을 받아 올 초 재산신고에서는 15억 9815만원을 신고했다. 두 차례나 출마했던 박 교수도 적지 않은 돈을 선거비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선거는 공정성을 위해 대가성 뒷거래를 불허해야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또 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선거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분의 곤란한 형편을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직접 전달하지 않고 강모 방통대 교수를 통해 전달한 사실과 관련, “선의에 입각한 돈이지만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면서 “그 친구도 정의와 원칙과 도덕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기에 만약 이 돈이 문제가 있는 돈이라면 결단코 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 전달 과정은 곽 교육감과 강 교수 이외에는 측근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 곽 교육감은 “두개의 사안을 분별력 없이 취급하면 그렇게 볼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법은 분별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사안의 차이를 몽롱하게 흐려버린다면 법은 왜곡되거나 혼탁해진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잦은 비에 산림근로자도 울었다

    잦은 비에 산림근로자도 울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에 공공산림가꾸기로 어렵게 생활을 꾸려 가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도로변과 생활권 주변 산림정비 및 산림바이오매스 수집 등을 수행하는 산림가꾸기 근로자는 전국적으로 6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10개월간 고용돼 주 5일(일당 4만~4만 5000원)을 근무하고 한달 평균 100만~112만 5000원(식대와 교통비 포함)을 받고 있다. 산림가꾸기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공공근로 성격이 강하다. 사업비는 국비(60%)와 지방비(40%)로 충당하는데,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까지 들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7월부터 연일 이어진 비로 ‘작업’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7월 강우량은 474.8㎜로 평년(288.2㎜)보다 1.64배나 많았다. 때문에 지역별 작업일은 평균 15~20일에 불과했다. 총 1000여명을 고용한 강원도는 연초의 폭설로 사업 개시마저 늦어졌다. 충북지역도 7월 한달 중 비가 온 날이 24일이나 됐다. 경남도는 작업일수가 18일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지자체들의 고민도 크다. 오전에 작업을 시작해 중간에 비가 오면 반나절 또는 하루 일당을 주고 있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려 아예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면 일당 지급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는 날에는 안전교육이나 실내 작업, 장비 수리를 실시하는 등 고용일수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공공산림가꾸기 참여자들도 비가 오지 않는 토·일요일에 작업을 자청하고 나섰다. 대체근무 규정은 없지만 근로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지자체들도 이들의 요청을 눈감아 주고 있는 형편이다. 강원도 산림부서에 근무하는 김진성 주무관은 “작업 참가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하루 일자리가 아쉬운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때문에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풀베기 등 단순 작업이라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모(64)씨는 “지난달 비가 많이 와 작업에 나가지 못하면서 임금이 70여만원에 불과했고 8월 들어서도 사정이 비슷하다.”면서 “야채 등 생필품 가격까지 많이 올라 생활고가 너무 큰데, 수년째 3000원과 2000원으로 묶여 있는 식대와 교통비라도 좀 올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기고] 보험사기는 공공의 적이다/김종국 전주대 교수·전 보험학회장

    [기고] 보험사기는 공공의 적이다/김종국 전주대 교수·전 보험학회장

    ‘일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보험제도는 인류가 고안한 제도 중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제도를 악용한 보험 사기범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만인이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이 몇몇 보험 사기범들에게로 줄줄이 새는 것이다. 돈뿐만 아니라 선량한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보험 선진국에서는 보험범죄를 일반범죄보다 무겁게 다스리고 특별조항을 신설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기구로 보험범죄수사국을 설치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감독 당국이 많은 인력 투입과 적극적 홍보 활동을 한 결과, 2010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09년 대비 4.9% 증가한 3467억원이고, 적발인원은 무려 5만 4994명이나 된다. 경기가 안 좋아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이 한순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저지르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해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과 사기 유형이 대범화, 기업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얼마 전 고액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익사사고를 가장한 살인사건이 한 형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4년 만에 밝혀졌다. 이 보험범죄 피의자는 대범하게도 인터넷에서 대상자를 물색해 위장결혼까지 한 뒤, 휴일사고 보험금을 평일에 비해 1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공휴일인 현충일에 살인을 저질렀다. 이러한 흉포 보험범죄는 최근의 보험사기가 인터넷으로 공범자를 모집하거나 사기 방식을 치밀하게 사전 논의해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조직화, 대범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험사기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보험의 근본 속성인 사행성에 그 원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다치거나 암 같은 중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르는 등 예견치 못한 불행에 경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보험을 생각하지만, 보험사기를 노리는 사람들은 보험을 적은 보험료를 내고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활용 대상으로 인식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소설 등에서 사행성을 부추기는 극적인 내용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포장되면서, 보험사기는 마치 한번 해볼 만한 한탕주의의 한 형태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답답한 부분은 보험사기 급증에도 변변한 처벌조항이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기가 무엇이냐는 기본적인 정의마저 없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일반사기보다 보험사기에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형법상의 사기죄에 준해서만 처벌할 수밖에 없다. 독일형법 제212조에서는 일반적인 고의살인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데 비해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살인에 대해서는 211조에서 무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265조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보험범죄에 대한 예방 효과와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형법상의 사기죄와 차별화된 별도의 형벌조항 도입과 보험사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보험범죄는 가중 처벌돼야 하는 사회의 악이요, 공공의 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 [비 때문에…]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비 때문에…]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지난 15일 오전 7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신모(5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김모(80·여)씨가 발견했다. 신씨의 방에서 나온 자필로 쓴 유서에는 ‘아들이 잘 자라줘서 고맙고 형제들에게 죄송하다.’ 등 과거 어려웠던 시절 형제들과 함께 고생했던 일 등 추억이 담겨 있었다. ●50대男 목매 자살… 2~3일만에 발견 주인 김씨는 오전 7시쯤 옥상 텃밭에 있는 고추를 따러 올라갔다가 옥탑방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여다보니 신씨가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조사 결과 신씨는 발견 당시 숨진 지 이미 2~3일 정도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부터 세 들어 살던 신씨는 신문배달과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다 4개월 전부터 신문배달 일도 나가지 않았다고 김씨와 동네 주민들은 전했다. 신씨는 4개월치 월세와 기존에 내지 못한 방값을 합쳐 200만원가량의 방세가 밀린 상태였다. 김씨는 “신씨가 요즘 살이 많이 빠져 수척해 보였다.”면서 “일이 끊긴 뒤 신씨가 가끔 오후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가곤 했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일거리 구하기가 더 힘겨워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값 200만원 밀려 생활고 비관 경찰은 옥탑방의 내부 온도가 높아 대부분 문을 열고 생활하기 때문에 문이 열려진 점과 타살 가능성 사이에 큰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씨는 생활 형편 탓에 부인이 집을 나간 뒤 중학생 아들을 형에게 맡겼으며, 신문배달을 같이하던 동료와 이따금씩 어울렸을 뿐 가족들과는 30년 가까이 왕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투자와 기부 그 사이 공개 예약구매 해보실래요

    투자와 기부 그 사이 공개 예약구매 해보실래요

    “그 사건 때문은 아니에요. 절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대해 대응책이 아니라 일정 정도 예비구매 형식으로 소비자들을 확보해주는 방안을 생각한 겁니다. 기부 형식으로 그냥 도움만 받으면 결국 별도의 마케팅이 필요해집니다. 소셜 펀딩은 미리 소비자층을 만들어서 마케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거지요.” 그 사건이란 문화계를 충격에 빠뜨린 ‘최고은 사건’을 말한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은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다가 지난 1월 32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www.tumblbug.com)을 이끌고 있는 염재승(23)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불우 이웃 돕기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쉽게 말해 익명의 다수(Crowd)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물론 군중으로 하여금 투자할 마음이 들도록 ‘이러이러한 작품을 만들어 이러이러한 혜택을 주겠노라’ 설명하는 게 먼저다. 15일 서울 서교동 홍익대 앞 재래시장에 자리 잡은 2층 옥탑방 사무실에서 텀블벅 멤버들을 만났다. 염 대표는 대학생(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2학년)이다. ●투자하면 혜택 주도록 멍석깔아 그 자신,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 팬이기도 하다. 괜찮다 싶은 프로젝트에 이리저리 참여해 보다가 ‘내가 찍을 영화도 펀딩받을 수 있다면….’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런데 킥스타터는 기부받는 이의 계좌가 미국 계좌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예 한국판 킥스타터를 차릴 결심을 했다. “제가 영화 전공자잖아요. 요즘은 컴퓨터 기술이 발달해 장비만 있으면 웬만한 작업은 손쉽게 할 수 있거든요. 작은 영화 1편 제작비가 3000만원이라면, 그 가운데 300만원 정도만 지원받아도 그런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거든요.” 준비에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4월쯤 아이디어를 냈고, 기능·디자인·컨셉트를 두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올 3월 서비스에 들어갔다. 자본금 1000만원의 소규모 창업이었다. 그런데도 넉 달 만에 12건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금액으로 따지면 3500만원 수준.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15건 있다. 그렇다고 큰 돈벌이는 안 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수수료를 5% 받는데 펀딩 규모가 크지 않아 사무실만 근근히 유지하는 정도다. 염 대표는 “우리는 멍석만 깔아놓았을 뿐, 어떤 프로젝트를 멍석 위에 펼치느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이든, 카페 창업이든, 개입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모금 규모와 모금 기간도 프로젝트 제안자에게 맡겨둔다. 다만, 어떻게 하면 펀딩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두고는 끊임없이 서로 논의한다. 대표의 ‘출신성분’상 문화예술 지원 쪽에 좀 더 무게가 쏠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염 대표는 “작품의 매력포인트, 그러니까 투자를 받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쓰고, 성공하면 기부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함께 고민한다.”면서 “이왕이면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하니까.”라며 웃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돈뿐 아니라 대중 반응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염 대표는 “아마 예술한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부분일 것”이라면서 “펀딩을 통해 돈을 내는 사람들이 왜 내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크라우드 펀드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어 이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염 대표는 “크라우드 펀드는 투자와 기부의 중간쯤”이라면서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금액에 비례해 수익을 나눠 갖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거저 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자체를 즐기는 게 (펀딩 참가자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넉달새 12건 성공… 수입은 별로 예컨대 단편영화를 제작한다고 치자. 이런저런 영화를 찍을 테니 돈을 대 달라고 하면 단순한 기부 요청이다. 하지만 텀블벅 사이트에 올리려면 상응하는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 몇 만원 이상 내놓으면 완성된 영화 DVD를 제공하고 그 이상이면 주연배우나 제작진과 식사자리를 제공한다는 식이다. ‘카페 열기’ 프로젝트의 경우, 20만원 이상 기부하면 메뉴에 기부자 이름을 딴 차를 넣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렇더라도 왠지 친구와 친지들이 후원자의 대부분일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염 대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면서 40%는 지인들이고, 60%는 프로젝트를 처음 접한 생면부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염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공개적인 예약구매’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래서 텀블벅은 후(後)결제 시스템이다. 미리 후원 의사를 밝혔더라도 최종 모금 목표에 미달하면 돈은 결제되지 않는다. 이 경우 텀블벅도 수수료를 챙길 수 없다. 미리 돈을 결제받았다가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포인트 등의 방식으로 적립해뒀다 나중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게 염 대표의 생각이다. 깔끔한 정산만이 펀딩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생각에서다.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가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게 일차 목표이니까요. 이익이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 별로 걱정 안 합니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클릭]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십시일반.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 지하철 거지로 전락한 ‘中체조 국가대표’ 충격

    10년 전 세계를 제패했던 중국 전 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비참한 구걸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시나닷컴에 따르면 2001년 세계유니버시아드 체조 2관왕에 빛나는 전 국가대표 장상우(28) 선수가 베이징과 톈진 등지 지하철역을 돌며 구걸하는 걸 봤다는 충격적인 목격담이 지난 4월부터 심심찮게 흘러 나왔다. 장상우는 11세 어린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체조 유망주로 불렸던 선수. 빼어난 기량으로 2008년 열린 베이징 올림픽의 유력한 3대 우승 후보로도 꼽혔던 그에게 도대체 지난 10년 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의 고비는 부상으로부터 찾아왔다. 장상우는 2004년 훈련 도중 치명적인 발목부상을 당했으나 회복하지 못해 이듬해 불명예스럽게 은퇴했다. 패배감에 휩싸인 그는 지급받은 보상금을 모두 탕진한 뒤 생활고에 수차례 절도까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장상우는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할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지하철역에서 간단한 체조동작과 메달 등을 보여주며 구걸을 시작한 것.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은퇴 후 방탕했던 생활을 후회하며 할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다.”고 고백했다. 한 때 국보급 기량을 가졌던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의 비참한 근황을 알게 된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으며, 일부는 “은퇴한 선수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상우의 고향인 허베이성 바오딩시 체육국 등을 비롯한 사회 각계는 장상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뒤 후원금을 약속했다고 현지 언론매체는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헤어드레서’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헤어드레서’

    카티의 남편은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남편과 결별한 그는 딸을 데리고 고향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당장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취업센터를 찾은 카티는 미용실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어릴 적부터 미용사를 꿈꾼 그는 기대에 부풀지만, 미용실 원장은 뚱뚱하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분이 상한 카티는 직접 미용실을 차리기로 한다. 문제는 창업 자금. 이동식 미용실을 차려 푼돈을 모으고, 불법 이민자를 밀입국시키는 일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서툰 시도가 낭패를 거듭할수록 미용실 창업의 꿈도 점차 멀어진다. 14일 개봉하는 ‘헤어드레서’(Die Friseuse)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2005)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을 잇는 도리스 되리의 신작이다. 되리의 근작들이 ‘영화제 소개-소규모 개봉-홈비디오 출시’를 통해 꾸준히 선보인 건 사실 의외다. 그의 작품은 근래 주목받는 독일영화의 새로운 경향과 거리가 멀며, 독일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또한 아니다. 아마 동양인이 보기에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 내용이 그녀의 영화를 소개하도록 이끄는 첫째 요인일 것이다. 일본 문화에 심취한 그이기에 영화 곳곳에서 동양적 체취가 풍겨오거니와 줄곧 가족, 노인, 여성을 주제로 삼는 점도 친근감을 유발한다. 여성영화로서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온건한 시선으로 여성의 지위와 현실에 관심을 두는 되리의 영화는 여타 여성영화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러한 장점들이 ‘헤어드레서’ 전체에 배어 있다.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 엄마를 창피하다고 여기는 딸, 뚱뚱하다고 하대하는 사람들이 한 여자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가운데, 카티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통일 독일이 남긴 과제, 월경하는 이주민이 가져오는 문제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병행해 다루고 있으나, ‘헤어드레서’는 가족애와 선한 삶을 지키려는 태도를 영화의 중심에 둔다. 내내 경쾌한 걸음을 유지하는 끝에 개운한 웃음을 남겨두는 작품이다. 거대한 것을 동경하고 그것을 근거로 결속되는 시대다. 모두 거대한 자본과 이윤과 재산을 탐하고, 역으로 그것에 지배당한다. 카티는 그런 시대가 낳은 모순에 직면한 존재다. 어마어마한 소비의 바람이 그의 비대한 몸을 잉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거대한 몸을 차별한다. 만약 현실에 저항하기만 했다면 카티는 주변 사람들처럼 불행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그 바탕에는 그가 행복감을 지속하도록 돕는 에너지가 있다. 불행을 이기고 행복을 느끼자면 힘이 필요한 법이다. ‘헤어드레서’는 카티가 한 고객에게 과거의 불행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처음엔 우중충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던 고객은 마침내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카티의 미용 솜씨에 탄복하고 그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전달받은 결과다. 카티는 독일의 위대한 철학이 행복하자고 시작된 게 아니냐고 묻는다. 찡그린 얼굴로 고민하기보다 웃으며 살자는 거다. 혹자는 대책 없이 미성숙한 태도라고 흉볼지 모르지만, 적어도 카티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헤어드레서’는 그녀의 행복한 마음을 닮은 영화다. 영화평론가
  • 이용철의만화경]뚱뚱해도, 행복하다/ 영화 ‘헤어드레서’

    이용철의만화경]뚱뚱해도, 행복하다/ 영화 ‘헤어드레서’

     카티(?사진?)의 남편은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남편과 결별한 그는 딸을 데리고 고향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당장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취업센터를 찾은 카티는 미용실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어릴 적부터 미용사를 꿈꾼 그는 기대에 부풀지만, 미용실 원장은 뚱뚱하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분이 상한 카티는 직접 미용실을 차리기로 한다. 문제는 창업 자금. 이동식 미용실을 차려 푼돈을 모으고, 불법 이민자를 밀입국시키는 일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서툰 시도가 낭패를 거듭할수록 미용실 창업의 꿈도 점차 멀어진다.  14일 개봉하는 ‘헤어드레서’(Die Friseuse)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2005)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을 잇는 도리스 되리의 신작이다. 되리의 근작들이 ‘영화제 소개-소규모 개봉-홈비디오 출시’를 통해 꾸준히 선보인 건 사실 의외다. 그의 작품은 근래 주목받는 독일영화의 새로운 경향과 거리가 멀며, 독일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또한 아니다.  아마 동양인이 보기에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 내용이 그녀의 영화를 소개하도록 이끄는 첫째 요인일 것이다. 일본 문화에 심취한 그이기에 영화 곳곳에서 동양적 체취가 풍겨오거니와 줄곧 가족, 노인, 여성을 주제로 삼는 점도 친근감을 유발한다.  여성영화로서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온건한 시선으로 여성의 지위와 현실에 관심을 두는 되리의 영화는 여타 여성영화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러한 장점들이 ‘헤어드레서’ 전체에 배어 있다.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 엄마를 창피하다고 여기는 딸, 뚱뚱하다고 하대하는 사람들이 한 여자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가운데, 카티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통일 독일이 남긴 과제, 월경하는 이주민이 가져오는 문제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병행해 다루고 있으나, ‘헤어드레서’는 가족애와 선한 삶을 지키려는 태도를 영화의 중심에 둔다. 내내 경쾌한 걸음을 유지하는 끝에 개운한 웃음을 남겨두는 작품이다.  거대한 것을 동경하고 그것을 근거로 결속되는 시대다. 모두 거대한 자본과 이윤과 재산을 탐하고, 역으로 그것에 지배당한다. 카티는 그런 시대가 낳은 모순에 직면한 존재다. 어마어마한 소비의 바람이 그의 비대한 몸을 잉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거대한 몸을 차별한다. 만약 현실에 저항하기만 했다면 카티는 주변 사람들처럼 불행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그 바탕에는 그가 행복감을 지속하도록 돕는 에너지가 있다. 불행을 이기고 행복을 느끼자면 힘이 필요한 법이다.  ‘헤어드레서’는 카티가 한 고객에게 과거의 불행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처음엔 우중충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던 고객은 마침내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카티의 미용 솜씨에 탄복하고 그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전달받은 결과다.  카티는 독일의 위대한 철학이 행복하자고 시작된 게 아니냐고 묻는다. 찡그린 얼굴로 고민하기보다 웃으며 살자는 거다. 혹자는 대책 없이 미성숙한 태도라고 흉볼지 모르지만, 적어도 카티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헤어드레서’는 그녀의 행복한 마음을 닮은 영화다.  영화평론가
  • [문화마당] 고시원과 포스트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고시원과 포스트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대학원에서는 영화학 전공). 많은 법대생들이 그러하듯, 한때는 고시원에 들어가 고시 준비를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대에 고시원 하면 ‘신림동’이었고, 그곳엔 고시에 청춘을 거는 고시생들이 많았다. 나는 고시원 대신 집 근처의 독서실과 공공도서관을 선택했지만, 한때 고시를 보기 위해 밤샘공부로 지내던 세월이 내게도 있었다. 그래서 고시원 하면 당연히 치열하게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 희망과 막막함, 열정과 우울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그런 분위기가 연상되곤 했다. 그런데 요즘 고시원에는 고시 준비생들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혹은 각자의 사연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올 여름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퀵’을 연출한 조범구 감독도 고시원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조범구 감독은 2004년 ‘양아치어조’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하고 2006년 ‘뚝방전설’을 만들었다. 새달 21일 개봉하는 ‘퀵’은 그의 세 번째 영화다. 단편영화계 스타이기도 했던 그에게도 역시 영화판은 녹록지 않아 ‘뚝방전설’을 만든 뒤 5년간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다. 서울 생활이 어려웠던 그는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값싼 집값’ 때문에 이사했고, ‘퀵’의 감독을 맡으면서 지방의 집을 오가기 어려워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가 만들어지고 화려하게 조명되는 영화계의 생리상 자칫 간과되기 일쑤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영화인들이 많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지난 1월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으로 환기되었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화인들의 처우와 복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고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인 복지법’이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되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데, 이 법은 영화·공연·출판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및 금고를 설치하여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우선 정부 여당에서 예술인 규정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법을 유보하기로 했다. 대신 이 법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그 전에 영화사나 방송사에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스태프를 고용하는 불공정 관행부터 바로잡기로 했다고 한다. 제도를 정비하고 법을 제정하는 작업은 세심하고 정밀해야 한다. 법의 허점과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보완해야 그 법의 취지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조금 시일이 걸린다한들 못 참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를 포함한 예술현장의 여론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이다. 영화계 현실이 어렵고 영화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 해도 그들의 작품을 향한 열정은 결코 위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감동적이다.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나 치열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안재훈 감독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 11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고, 그 과정이 그의 작업실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거의 빈틈없이 빼곡하게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 속에 담겨 있었다. 3차원(3D) 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지금,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야말로 일일이 직접 그린 10만장의 ‘손그림’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만든 이들의 정성과 인내 그리고 긴 제작시간을 관통한 열정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야심’이 아니라 ‘진심’의 발로이기에 더 소중하다. ‘소중한 날의 꿈’은 그 진심의 값어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 [3색 대학등록금 르포] 정부는 재정난… 학생은 생활고… 유럽서도 ‘뜨거운 감자’

    [3색 대학등록금 르포] 정부는 재정난… 학생은 생활고… 유럽서도 ‘뜨거운 감자’

    유럽 각국에서도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 교육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등록금 인상 조치로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세고, 프랑스에서는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에 ‘개혁’의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등록금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계층 간 교육격차라는 덫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현지에서 대학 교육과 등록금을 둘러싼 ‘3국(國) 3색(色)’의 고민을 진단해 봤다. 영국-내년 신입생 대학등록금 3배 폭등 지난해 12월 9일 런던 도심에서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정부가 발표한 대학 등록금 인상 계획에 반발해 폭동에 가까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상 계획안을 확정,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학 등록금이 3배 넘게 오르게 됐다. 연립정부가 처리한 대학 등록금 인상 계획에 따르면 연간 3290파운드(약 590만원)였던 상한선이 폐지되고 2012학년 9월 신입생부터 연간 9000파운드(1620만원) 수준으로 인상된다. 현재 1만 2000~2만 8000파운드(2160만~5000만원)에 이르는 유학생의 연간 학비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영국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까지 상승해 복지예산 70억 파운드 삭감, 국방예산 8% 삭감, 공공부문 50만명 정리해고, 2015년까지 정부예산 25%(810억 파운드) 삭감 등 고강도 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지원 예산도 예외로 남겨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장명철 코트라 런던지사 과장은 21일(현지시간) “감세를 공약으로 했던 보수당이 지난 1월 부가가치세를 17.5%에서 20%로 인상했고, 대중교통 요금도 최근 20% 가까이 오르는 등 서민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대학 간 서열화를 가속화시켜 앞으로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12학년도 학비 내역을 신고한 90여개 대학 가운데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70여곳이 등록금을 최고액인 9000파운드로 책정했다. 영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학비와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대출받아 충당하고 취직한 뒤 연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이를 상환한다. 정부는 이번에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연봉 1만 5000파운드(2700만원)가 되면 대출금을 상환토록 하던 것을 앞으로는 2만 1000파운드(3780만원)가 될 때부터 상환토록 바꾸고 저소득층의 실질 이율을 ‘제로’로 책정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졸업과 동시에 억대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의 비판을 의식한 연립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빈곤층 학생 지원계획을 제출한 대학에 한해 학비 인상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사립고등학교에 비해 교육 여건이 열악한 공립학교 출신 입학 비중을 늘리라고 대학들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교육 양극화를 겪고 있는 영국 현실에서 이런 조치가 등록금 폭등으로 인한 폐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와 언론이 각종 지표에 따른 학교 서열을 공개하는 영국에서 상위권 학교는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립학교가 독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서턴 트러스트’가 2008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상위 3%인 100개 고등학교 가운데 78개가 사립이다. 21곳은 그래머 스쿨(사립과 국립의 중간형)이고, 일반 국립학교는 하나뿐이다. 영국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2500여개나 되는 사립학교가 있다. 재학생은 62만명 안팎이다. 통학생 학비는 연간 평균 4141파운드,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7334파운드가 든다. 심지어 이튼스쿨 같은 곳은 2만 5859파운드로, 한해에 5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사립학교 졸업생의 92~95%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상위 5개 사립 고등학교 출신의 41%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입학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의 빈곤층 학생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런던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프랑스-200년 지킨 무상교육 원칙 ‘흔들’ 프랑스에서는 200년 넘게 이어져 온 무상교육 원칙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학의 차별화와 독립성을 골자로 한 대학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영·미식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보편적 교육제도가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프랑스는 혁명이 한창이던 1791년 제정한 헌법에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을 기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진다. 대학 등록금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2009년 대학 평준화 대신 차별화, 재정지원 대신 독립성을 골자로 한 대학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교육현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정부는 2009년 1월 18개 대학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전국 모든 대학을 자율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초 파리 도핀대학은 국제경쟁력 강화와 재원 다양화를 주장하며 석사과정 등록금을 계층별로 차등화해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리는 미국식 교육제도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저소득층은 230유로선(약 35만원)의 등록금을 유지하되 부모의 연간소득에 따라 1500~4000유로로 다양화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대학 재정 건전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승인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르코지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결과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교육 시장이 22억 유로 규모에 이르고 해마다 1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교육은 학업이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집단에서 활발하다. 시험과 경쟁 위주 교육이 기존의 프랑스 대학교육 풍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고등학생은 누구나 국·공립인 전국 84개 종합대학과 90개 전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가 확정한 2010~2011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59%를 차지하는 80만여명의 학부생은 174유로(약 27만원), 33%에 해당하는 45만명의 석사과정 학생은 237유로, 8%인 10만명의 박사과정 학생은 359유로 정도를 등록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 57만여명의 장학금 수혜자들은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 대해서는 부모의 수입 정도와 자녀 수, 학교와 집의 거리 등 여러 기준을 감안해 정부가 장학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선정되면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도 지원 받게 된다. 학생들은 정부 차원에서 집세를 보조해 주는 알로카시옹 제도를 통해 한달에 100~200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실무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프랑스의 독특한 제도인 그랑제콜은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177개의 그랑제콜은 공립, 법인체, 사립으로 구분되며, 3분의2가 공립으로 여러 행정부처에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 상경계열의 연간 학비는 1만 5000유로 정도 되지만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랑제콜은 졸업만 하면 사실상 탄탄대로가 보장되기 때문에 학비 마련도 어렵지 않다. 프랑스 대학에서 등록금은 각 대학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결정해 정부 기관에 통지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대학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지만, 30~60명인 이사회를 교수 대표 40~50%, 외부 인사 20~30%, 학생 대표 20~25%, 교직원 대표 10~15% 비율로 구성하는 등 학내 이해관계자들이 대학 운영에 고루 참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파리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독일-학비 없어도 대학진학률 40% 그쳐 독일에서는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대학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독일 사회에서는 등록금이나 대학 교육의 수준보다는 40% 안팎에 불과한 대학 진학률과 사회 계층에 따른 교육 격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연방정부 형태인 독일은 16개 주정부마다 국립대 등록금 납부 여부는 물론 등록금 액수도 제각각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도 소액이지만 등록금이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68혁명을 전후로 등록금 납부 거부운동이 확산됐고 정부 차원에서 무상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 1970년부터는 모든 대학에서 등록금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학 시설이 급증하는 학생수를 따라잡지 못하자 1990년대 중반부터 등록금 재도입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2005년 연방 헌법재판소가 대학생에게 학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연방 대학기본법 규정이 주 정부 고유 권한인 대학정책권을 제한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헌재 판결 이후 2006년 겨울학기부터 일부 주에서 등록금을 걷었다. 올해 초까지 대학 학비를 받은 주는 니더작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바덴뷔르템베르크, 바이에른, 함부르크의 5곳이다. 독일 전체 대학생의 60%가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등 진보 성향 정당들이 잇따라 승리하면서 바이에른과 니더작센을 빼고는 3곳 모두 등록금을 다시 폐지하기로 했다. 일부 주에서 등록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학기당 평균 500유로(약 80만원)에 불과하고 대중교통 무료 이용 혜택까지 감안하면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대학교육의 수준도 높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학생들은 독일 교육의 장점으로 수준 높은 교수진과 심도 있는 토론식 수업을 통한 자기주도학습을 꼽는다. 베를린의 한 유학생은 20일(현지시간) “가장 좋은 점수를 받는 세미나 발표는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암기를 요구하지 않는 구술시험이 자기 논리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 대학은 ‘있는 집 자제가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대학 진학률은 2007년 34%에 불과했고 정부가 고급인력 확대 정책을 펴면서 그나마 지난해 40%를 겨우 넘어섰다. 이민자 가정을 비롯해 하위 계층 출신들이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독일은 사회계층과 학교 성적 차이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년 과정을 마치면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3곳의 학교로 각각 진학한다. 불필요한 경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별로 적성을 찾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상위 계층 자녀들은 김나지움을 거쳐 대학에 가는 반면 이민자 자녀들은 주로 실업계 학교인 하우프트슐레로 몰린다. 하우프트슐레 졸업생들은 졸업 당시 경제 상황에 따라 곧바로 청년 실업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하이델베르크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으로 이민자 문제를 연구한 심가영씨는 “독일에는 이민자가 250만명에 이르지만 대학생은 별로 없다.”면서 “독일은 복지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교육 없는 복지’는 사회통합을 해치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독일에선 올해 최고의 학교로 괴팅겐에 있는 한 게잠트슐레가 뽑힌 것이 화제가 됐다.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세 학교를 통합한 게잠트슐레는 세 그룹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독특한 학교형태다. 보수적인 학부모들이 하향 평준화를 우려했지만,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면서 학생의 다양성과 기존 교육제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를린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 [지방시대] 반값 등록금, 지방선거 공약이 아닌 이유/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반값 등록금, 지방선거 공약이 아닌 이유/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이른바 ‘반값 등록금’ 문제로 요즘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연 1000만원대의 고액 등록금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반값 등록금’이라는 아이디어는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 즈음해서 한나라당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용어는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선동적이다. 또 정치인의 발상답다는 생각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솔깃할 만한 ‘당근’이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반값 등록금이 여론에 편승해 목전의 이익만 노리려는 얄팍한 수단이어선 안 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설익은 공약이나 정책을 내세우게 되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공약이나 정책은 쉽게 폐기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나 김해 신공항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인들이 국민 간·지역 간 갈등을 해소해 화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분열과 불화를 유도하는 것은 그 본분이 아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신뢰의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 정치의 목적은 민심의 막힌 곳은 뚫어주고, 꼬인 곳은 풀어주는 데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해법을 고민하고 풀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반값 등록금으로 표현되는 등록금 인하가 단순히 대학만을 옥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여건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단순히 등록금만 내리면 학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등록금 인하를 포함해 학생들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사회경제적인 토대와 틀을 다듬고 점검해 주는 게 정치인들의 몫이다. 시위에 나서는 학생들 틈에 정치인이 동참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의 방향과 이념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은 단순한 상품으로 치부되거나 대체될 수도 없고 대학생을 소비자로, 대학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할 수도 없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대학의 존립 목적과 교육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개인이나 단체는 목적법인인 학교법인을 만들어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당연히 여기에는 재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립학교법은 기본적으로 교육용 목적재산을 전제로 하는 육영사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학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의 형태로 학교 경영에 필요한 비용을 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물론, 학교 재단법인의 수익성은 등록금만으로 학교 경영에 필요한 경비를 망라하는 데 부족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등록금을 걷더라도 거기에는 스스로 내재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수익용 재산이 거의 없거나 제 구실을 못하는 재단에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를 내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대학은 전적으로 등록금에 학교 운영 경비를 의존하므로 등록금을 고액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등록금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어떤 형태로든 학생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될 수 있는 이유다.
  • [한국戰 전사자 유해발굴] 국방부 ‘사망사고 민원조사단’ 5년간 종횡무진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1952년생으로 가슴에 한을 안고 살아온 평범한 주부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1953년 3월 23일 육군에 입대한 오석근 병장입니다. 복무 4년 1개월째 대퇴부 및 좌우측 파편창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그후 저는 생활고 속에서 자라며 아버님을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의 사망이 변사처리되었음을 알게 된 후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쳐 있을 때 국방부 사망사고 민원조사단을 알게 되었고, 2008년 9월 아버님의 사건 재조사를 의뢰했습니다. 2년여의 노력 끝에 2010년 9월 조사단은 아버님을 순직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53년간 가슴에 안고 있던 응어리와 아버님의 한을 풀어드리게 되어 이 기쁜 마음을 바칩니다. ” 지난해 10월 대통령실 인터넷 국민신문고란을 통해 접수된 오영숙씨의 편지 내용 일부다. 오씨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2년간 아낌없이 노력해 준 ‘국방부 사망사고 민원조사단’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온 것이다. ●수십년 전 전투기록 찾아 이처럼 국방부 ‘사망사고 민원조사단’은 수십년 간 가슴에 사묻힌 군인 사망사고자 가족들의 한(恨)을 풀어주는 ‘해결사’다. 민원조사단은 국방부 조사본부 산하에 불과 16명(장교 5명, 준사관 1명, 부사관 8명, 군무원 2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다. 하지만 조사에서만큼은 최고 수준의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지난 한 해 전국을 누빈 거리는 20여만㎞. 지구를 4바퀴 반 이상 돈 거리다. 민원조사단의 총기사고 전문 조사관인 이창호 공군 상사의 기록을 보면 더욱 놀랍다. 지난 한 해 431회 출장, 참고인 조사 횟수 360회, 1년 365일보다 더 긴 1년을 보낸 셈이다. 2006년 창설된 조사단은 573건의 사망사고에 대한 민원을 접수해 534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109건 255명에 대해 전사 및 순직 결정을 받아냈다. 모두 수십년 만에 명예를 되찾은 사례들이다. ●전사자·유가족 명예회복 지난 1957년 9월 원인미상 사망자로 분류된 최모씨 사건의 경우 조사관들이 검색한 참고자료는 인사명령지 2350장, 매장 및 화장 보고서 13만 2460여장, 입원환자 명부 2010장, 20여명의 참고인을 방문조사했으며, 460명에 대한 인원조회를 실시했다. 욕설을 들어가면서도 관련자 150여명에 대해 전화조사를 실시해 최씨가 군복무 중 지금은 사라진 제36후송병원에 후송 치료 중 사망한 사실을 밝혀내 순직처리했다. 40여년 만에 최씨와 그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해 줬다. 또 국민방위군 홍모 이병은 6·25전쟁 당시 징집돼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처리됐다. 홍 이병의 아들은 수십년이 지나 아버지의 사망 원인을 규명해줄 것을 민원조사단에 요청했다. 홍 이병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조사단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홍 이병과 함께 징집된 국민방위군 151명이 모두 동일한 날짜인 1951년 1월 8일에 사망했다는 기록이다. 151명 가운데 불과 4명만이 전사처리됐으며 나머지 147명은 단순 사망으로 잘못 처리된 것. 2009년 11월 조사단은 육군본부에 이들을 모두 ‘전사’처리토록 했다. 홍 이병 등 국민방위군 147명과 유가족들의 한을 60년 만에 풀어준 셈이다. 김지환(육군 대령) 조사단장은 “국방부 산하 조직이지만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과 그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식량난 北, 내부 감시체제도 약화됐나

    식량난 北, 내부 감시체제도 약화됐나

    귀순의사를 가진 북한 주민 9명이 서해 해상에서 배를 타고 남하함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1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주민 9명은 황해도 내륙지역에 거주하던 형제의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표류라기 보다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통해 기획된 탈북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이 남하한 시점이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때여서 주목된다. 31명이 집단으로 표류해 이 가운데 27명이 귀순을 요청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 지난 2월로 불과 4개월 만에 집단 귀순이 또 발생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재외 공관을 통해 식량부족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미국, 유럽연합(EU)이 식량부족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실제 식량 지원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집단 남하가 북한의 식량상황이 악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이탈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와 남한의 5·24 제재가 1년이 넘어서면서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 시도에 주민들이 염증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감시할 북한 내부의 통제체제도 약화된 것 같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난과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주민의 이동제한을 위한 여행증명서와 동향감시를 목적으로 한 인민반, 생활 총화 등 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주민통제 시스템’이 이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귀순을 당장 체제이완으로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9명이 분명한 귀순 목적을 가지고 내려왔다면 식량난 등에 따른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빚 권하는 케이블TV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유혹하는 케이블 TV채널의 대부업 광고가 많게는 한시간에 2회꼴로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을 통한 대부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에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참여연대가 30일 공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부업 매출 현황’에 따르면 2010년 7월 기준 대부업 광고를 가장 많이 한 케이블 채널은 QTV로, 하루 평균 58회에 달했다. QTV의 하루 평균 전체 광고는 588건으로, 이 가운데 대부업 광고가 13%를 차지했다. 이어 리얼TV가 55건, MBC 스포츠플러스가 50.3건, 코미디TV 50건 등으로, 이들 채널에서는 대부업 광고가 한 시간에 평균 2회 방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얼TV는 전체 광고매출 중 대부업 광고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달해 케이블TV 채널 중 가장 높았다. SBS Sports·SBS Plus·MBC드라마넷의 경우에도 2010년 7월 한달 동안 대부업 광고로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이번 자료에는 상호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부광고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빚 권하는 광고’가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생활고는 못 뚫은 해커

    2008년 미래에셋 그룹 홈페이지와 증권사이트에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을 하고 거액을 요구했던 주범이 도피 3년 만에 검거됐다. 이 사건은 금융회사 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된 첫 사례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양모(34)씨를 붙잡아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대포통장’ 조달을 담당한 양씨의 형(37)도 붙잡아 입건했다. 양씨는 9인조 조직을 만들어 2008년 3월 미래에셋 그룹 홈페이지와 증권사이트에 접속 장애를 일으킨 뒤 “2억원을 송금하면 공격을 멈추겠다.”며 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회사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필리핀에서 범행을 주도한 양씨는 악성코드를 심은 좀비PC 1만여대 가운데 270여대를 미국에 있는 공격명령 서버를 통해 조종, 그룹 홈페이지를 4시간 동안 접속불능 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증권사 사이트는 30분간이나 마비됐다. 미래에셋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같은 해 7월 국내에 머물던 악성코드 제작자 2명과 유포자 2명, 대포통장 조달자 1명 등 5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양씨는 필리핀에서 불법 체류자로 3년간 도피 생활을 해 왔다. 그는 최근 생활고가 겹친 데다 한국에 있는 부모의 병환 때문에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미래에셋을 공격하기 전 소규모 사이트 11곳을 공격해 7곳의 운영자들에게 공격을 중단하는 대가로 550만원을 챙겼다. 이후 협박 대상을 대형 사이트로 확대했으나 정작 미래에셋 측으로부터는 한 푼도 뜯어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필리핀에 남아 있는 주범 노모(35)씨와 한모(33)씨 등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난 진보적 중도…보·혁장점 ‘정책믹스’ 정치인 해야할 일”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난 진보적 중도…보·혁장점 ‘정책믹스’ 정치인 해야할 일”

    여야의 정책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각 당에서 정책을 매개로 ‘노선 투쟁’이 빚어지고 있는 데 따른 영향도 크다. 마침 양당 지도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서민 정책’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 대결의 선봉에 서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당의 정책은 차기 총선과 대선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다. 특히 이들이 잡는 방향타는 각각 진행 중인 당내 노선 투쟁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어 더욱 민감하다. 그 중요성을 반영하듯, 두 의장의 사무실은 ‘축하 난’으로 가득했다. 특히 야당의장의 방에 여야, 재계, 관계 가릴 것 없이 쏟아진 축하는 그 미묘한 위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나라 반값등록금 정책 환영 →반값 등록금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어떻게 다른가. -한나라당이 3년 반 동안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라도 들고나온 것 자체는 환영한다. ‘반값 등록금 여야정협의체’를 빠른 시간 내에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선 6월 임시국회 안에 등록금 재원 5000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하고 등록금 관련 5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5대 법안은 ‘등록금 상한제법’,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개선법’, 장학금 확대법, ‘지방교육재정확대법’, ‘교육재정확대법’이다. 민주당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득구간 10분위 중 가장 낮은 1분위(연소득 1238만원) 이하에게 등록금 전액인 700만원 지원 ▲정부에서 현재 지원하고 있지 않은 소득구간 2~4분위(3270만원) 학생에게 등록금 절반인 350만원 지원 ▲소득 5분위 이하에게 30%인 210만원 지원 등의 정책도 담고 있다. ●한·미 FTA 우격다짐으로 안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한·미 FTA는 우격다짐으로 할 게 아니다.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 FTA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미국 국회에서도 한·미 FTA 체결로 실직하게 될 자국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무역조정지원(TAA) 연장 법안을 FTA와 연계해 처리하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 공감대도 필요하다. →대안만 마련되면 한·미 FTA는 통과시키는 건가. -참여정부 시절 협상 선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FTA는 이익의 균형이 깨졌다. 경제성 효과 평가를 민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명의로 추진할 것이다. 상정 전에 부문별 경제성 평가를 한번 더 할 필요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움직임과 연계돼야 한다. 이익의 균형이 깨졌는데 미국이 여름 국회에서 조정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략적 차원에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 ●대북정책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나라당 일각에서 대북정책 기조 수정 요구도 나온다. 민주당은 어떤가. -남북 대화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평화가 돈이고 경제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 대화를 안 한 결과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났다. 금강산 사업이 없어지면서 강원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접경지역 국민들이 느낀 것이다. 선명성 경쟁이 아니라 대세다. 가야 할 방향과 대세에 누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북한인권법 처리 방침은. -정부·여당이 먼저 입장을 정리한 통일안을 가져와야 한다. 북한인권법은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 인권재단 설립이 주요 내용인데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서로 재단을 가지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소득세 및 법인세 추가 감세 문제에 대한 입장은. -부자 감세를 즉각 철회하고 법인세도 대기업 특혜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대여(對與) 정책협의 원칙은. -‘상선약수.’ 흐르는 물처럼 낮은 데로 임해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악센트’ 있는 정책을 펴고 싶다.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되 양보할 건 과감히 양보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와 한번도 다툰 적이 없다. 정부는 야당과도 당정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원하면 먼저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법안)은 어떤 건가. -우리 사회의 기회균등을 위한 부분이다. 재벌기업, 사법개혁 분야는 물러설 수 없다. 금산분리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필수 장치다. 지난 3년간 특혜를 받지 못한 중산층 서민들의 가슴에 너무 많은 멍이 들었다. 생활고와 연결되면 하나둘씩 밖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대로 가면 민심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중요한 시기이다. 어떤 부분에 주력할 건가.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포용력은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육아·보육·전세난·대학등록금·물가대란 등 민생고·생활고가 모두 여성의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당은 어떤 정책 노선을 지향해야 하나. -‘민생 진보’다. 보수, 진보의 축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MB노믹스로 혜택받지 못한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신뢰 있게 지속적으로 펴가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진보다. 정책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이 바라는 정책이 무엇인지, 어느 정당이 진정성 있게 담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책이 특정 대선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는 복지가 화두일 거라고 예측했다. 복지 화두는 국민소득 2만~3만 달러로 넘어가는 모든 나라가 겪은 공통 어젠다다. 세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꿔 줄 시기가 왔다. ‘세금=미래=보험’이란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정책 노선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내가 추구하는 건 진보적 중도다. 오바마 정부를 예로 들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연히 진보적인 사람이지만 정책은 반드시 진보적이지 않다. ‘정책 믹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의 장단점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고 양쪽의 장점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김진표 원내대표와는 어떤 점이 통하나. -김 원내대표가 처음 전화를 걸어와 “박 의원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갖고 있기에 서로 보완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김 대표 하면 관료 출신의 중도적 성향이라고 하는데 대표가 된 이후 (진보 성향이) 강해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내가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첫 여성 당 정책위의장인데, 여성 정치인의 현 주소는. -우선 굉장히 부담스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성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지만 박 대표와 정책은 연결고리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 국회를 정쟁이 아닌 정책의 대결 장소로 바꾸고 싶다. 정책 대결이 생활정치로 연결되고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2008년 통합민주당 시절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했다. 다시 지도부로 만나니 어떤가. -담금질을 통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손 대표를 통해 느낀다. ‘우리 사람이다’란 단어를 쓰게 된 계기는 지난해 겨울 천막농성 때다. 천막 속에서 진정성 있게 생활하는 모습이 의원들에게 감동을 줬다. →손 대표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보나. -손 대표가 신임 지도부들을 모아 놓고 “나는 독점할 생각이 없다. 많이 듣고 논의해 가는 구조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좀 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떨까 싶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박영선 프로필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 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MBC 보도국 기자, 앵커, 경제부장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열린우리당 대변인 ▲17, 18대 국회의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 지원실장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FTA대책 특위 위원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 위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 [5·18민주화운동 31주년] 5·18 유공자 지원 현실은…

    [5·18민주화운동 31주년] 5·18 유공자 지원 현실은…

    #1. 지난 3월 광주 광산구 모 아파트 김모(52)씨의 집에서 김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총상으로 척추가 마비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동안 휠체어에 의지한 채 후유증으로 신음하다가 결국 삶을 마감한 것이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은 갈수록 더해가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하루 세 차례로만 제한된 진통제 처방을 무시하고 수시로 약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의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밝혀졌다. #2. 지난해 9월에는 광주보훈병원 주차장에서 5·18 유공자 지모(당시 56세)씨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씨는 5·18 당시 헌병대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했으며, 이후 고향인 전남 여수에 정착했지만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시달렸다. 5·18 관련 유공자 중에 상당수가 부상과 고문 후유증, 생활고 등을 겪고 있으나 별다른 지원 대책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5·18 당시 공식 부상자 중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406명) 가운데 10.5%(43명)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5·18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17일 “최근 2년간 5·18 유공자 10여명이 후유증 등으로 자살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자살의 이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생활고 등으로 나타났다. 5·18유족회가 최근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를 보면 자살자의 34%가 정신질환을 앓았고, 전체 정신질환 피해자 133명 가운데 71명이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른 국가유공자처럼 국가보훈처의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18유공자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이 규정하는 유공자 범주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시불로 보상을 받았기에 연금을 받는 다른 유공자와 달리 생활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5·18유공자로 등록된 사람은 4098명에 이르며, 이들은 ▲본인과 자녀의 교육비 ▲취업 지원 ▲의료 보험 등을 지원받을 뿐이다. 정부는 1990~2006년 6차례에 걸쳐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 신청 8721건 중 5252건을 인정하고, 건당 1000만~1억여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20대 청년층으로 관련법에 따른 보상이 결정된 10년 이후에는 취업시기를 놓친 데다 부상, 고문 후유증, 알코올 중독, 가정 해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5742㎡ 규모의 가톨릭센터(동구 금남로 3가)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에 5·18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유센터와 인권자료관 등을 배치할 계획이다. 정수만 5·18유족회장은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돕기 위한 전문치료병원 설립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생활고 때문에…생후 2일 아기 대형마트에 버려

    지난 10일 낮 12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의 한 대형마트 2층 여자화장실에서 유아용 이불에 싸인 남자 신생아가 발견됐다. 부모를 찾는 듯 울어대는 아이 옆에는 우유가 담긴 병과 유아용품이 있었고, ‘5월 8일생 입양기관에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쪽지가 함께 놓여 있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버려진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다행히 건강했고, 검사 후 안양의 임시보호소에 보내졌다. 3일 후 아이를 버린 친부 안모(27)씨와 친모 김모(26)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마트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다. 안씨 부부는 “돈이 없어서 도저히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다.”며 흐느꼈다. 안씨는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140만원을 벌었고, 아내 김씨는 이미 첫째 아이를 자신의 부모에게 맡겨 둔 처지였다. 특히 안씨 부부는 둘째가 태어난 직후 입양기관에 입양을 문의했지만 “남자 아이의 경우 입양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부득이 아이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결국 국내외 입양의 여아 선호 현상이 안씨 부부와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지난해 국내 입양아는 1462명으로, 이 가운데 여아 입양이 883명으로 남아의 479명에 비해 두 배가량 많았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안씨와 김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안씨 부부가 죄를 뉘우치고 적극적인 육아 의사를 밝히면 버려졌던 둘째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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