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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살인(외언내언)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경구가 있다.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는 인사불성,억제력의 상실,필름의 단절로 이어진다.대취한 다음날 술이 깬 뒤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만용과 망언에 대한 술꾼들의 후회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 공자는 예기에서 「술과 음식은 기쁨을 함께 하는 것」이고 「노인을 봉양하며 병을 낫게 하는 것」이라고 예찬하고 있다.술의 효능을 설명한 말이다.그러나 술이 사람을 마실 지경에 이르면 패가망신의 도구가 된다해서 선인들은 경계해마지 않았다. 대학 입학시즌이 되면 죽음을 부른 대학가의 음주풍속이 보도되곤 한다.얼마전 대전에서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다가 선배들의 강요로 과음한 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보름만에 이번에는 인천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동아리모임에서 소주 2병을 마시고 신입생이 숨진 것이다.귀중한 인명을 빼앗아가는 신입생환영회의 「술먹이기 풍습」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냉면그릇에 2홉들이 소주 2병을 가득 부어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돌린다.이른바 「사발식」이라는 거다.상대방의 주량에 상관없이,여학생에 대한 예외도 없는 무차별 방식이다.젊은이다운 낭만도 멋도 없는 사생결단의 드라이한 음주문화다.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볼 수 있었던 하이델베르그대학생의 낭만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시정이나 낭만은 커녕 살인예비의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살벌하다.이 해괴한 풍속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황폐한 신세대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입생 술먹이기」는 가혹행위이며 일종의 괴롭힘이다.거기에는 문화적 전통성도,지성적인 어떤 의미도 함축되어 있지 않다.일제군대의 신고식따위가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싶다.어떻든 그것의 폭력성과 야만성은 대학가에 어울리지 않는 반지성적 행패다.자유와 방종을 전매특허로 내세우는 신세대들이 과음·폭음을 남성다움의 호기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그것은 호기가 아니라 무지한 치기에 불과하다.〈반영환 논설고문〉
  • 삶의 질 높이는 환경 공동체(사설)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녹생환경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 시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핵심적인 과제임을 전제로 하여 자연­인간의 조화와 연대를 회복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속에서 삶의 질을 누리는「환경공동체」를 건설할것을 국정지표로 선언했다. 그간 환경의 중요성은 인식의 폭도 넓어지고 의사개진도 자유로워지긴 했으나 국가정책의 중심축으로 환경을 강조하여 내세운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국가발전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환경공동체건설을 위한 5개 기본원칙의 설정도 매우 명료하다.정부수범,환경과 경제의 통합,공동책임과 생활속의 실천,사전예방 및 오염자부담,남북한 환경협력과 전지구적 공동노력원칙등이 그것으로 이중 환경과 경제의 통합원칙은 특히 오랫동안 익숙해온 경제발전 의식구조까지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다소간 충격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올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선진환경정책의 틀부터 받아들여야 한다.OECD는 무엇보다 환경회계라는 개념으로 통계작업을 하고 있다.이 항목은 바로 가격구조에 환경비용을 반영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새 성장정책의 양식과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한다.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환경기술 수요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첨단환경기술개발이 새 산업경쟁력이 된다는것이 오늘의 관점이다. 어려움도 물론 나타날 것이다.환경패러다임 전환과정에 피할수 없는 지역·개인·기업적 갈등과 분쟁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정책의 합리성과 투명성 그리고 설득력으로 조화를 찾아야 한다.환경운동체들도 이제는 문제제기보다 문제해결쪽에서 더 협력적이 돼야 한다.재원창출도 힘든 과제다.이는 결국 선진국들에서 실시하는 탄소세·산화질소물세·아황산가스세등 환경세제의 도입으로서만 가능할것이다.
  • 숙박업·식당업·이미용업·목욕탕업 여신규제 월내 푼다/나부총리

    ◎골프장 등 11개업종은 계속 규제 빠르면 이달 말부터 숙박업,식당업,이·미용업,목욕탕업 등 4개 업종이 여신금지업종에서 해제돼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빌려쓸 수 있게 된다. 나웅배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9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광주·전남지역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사치성 소비 등을 억제하고 금융자금의 건전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특정 부문에 대해 금융기관 여신을 제한해 왔다』며 『그러나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숙박업 등 4개 업종에 대해서는 여신규제를 완화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경원은 이에 따라 오는 15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금융기관 여신운용 규정 개정안을 의결한 뒤 이 달 안에 시행할 방침이다.따라서 여신금지 업종은 현행 15개에서 불건전 오락기구 제조업과 주점업 다방업 전당업 부동산업 댄스홀 전자오락실 헬스클럽 골프장 당구장 도박장 등 11개로 줄게 된다. 재경원 관계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서비스 등의 비제조업 분야도 영세성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어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나머지 11개 업종에 대한 여신규제 완화는 금융시장의 여건을 보아가며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 4개 업종 중 숙박업의 경우 호텔과 여관 및 콘도미니엄에 대해서는 시설·운영자금의 여신이 금지돼 있으며,예외적으로 제주지역 등 관광단지나 관광특구의 경우 시설자금에 한해 허용돼 있다.식당업도 건평이 1백㎡ 이상이거나 대지가 3백30㎡를 초과하는 업소의 경우에는 좋은 식단을 실시하는 모범업소의 위생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자금 등을 제외하고는 여신이 금지돼 있다.
  • 삼풍참사기적생환 3총사의 아듀’95/“그고통은 제2삶의 밑거름”

    ◎“새해엔 대형참사 비극 없어야”/최명석­복학준비·컴퓨터공부 열중/유지환­호주유학 부푼꿈에 잠설쳐/박승현­“부모 짐 덜겠다” 취직준비 『힘들었던 날은 또다른 삶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어요.금년 한해는 정말 악몽이었지만 새해는 저기 모이를 쪼는 비둘기들의 다소곳한 몸짓만큼이나 평화스런 한해가 됐으면 해요.저희들도 모든 이들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게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의 「생환 삼총사」 최명석(20)군과 유지환(18)·박승현(19)양은 3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산공원에서 만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면서 올 한해를 보내는 감회를 이같이 말했다. 「죽음의 동굴」에서 버텨야 했던 악몽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생환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들의 거침 없는 말과 발랄한 몸짓에선 참사의 그늘을 느낄 수 없다.그래서인지 이들의 「아듀 95년」의 소망은 더욱 값져 보인다. 『지난날에는 나만을 위해 살아왔다고도 여겨지지만 한살 더 먹는 내년에는 남을 도울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그동안 남의 도움만 받아 왔잖아요』 구조되면서 마실 것을 달라던 「철부지 신세대」의 티를 벗고 의젓한 모습으로 바뀐 「철든 신세대」들의 당찬 다짐이다. 묵은 해를 마감하는 이들에게 다가올 새해의 하루하루는 어느 때보다 신나면서도 바쁠 것 같다. 2백30시간만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또다른 희망」을 안겨준 명석군은 요즘 복학준비에 여념이 없다.삼풍사고 이후 시작한 일본어 공부도 계속하고 컴퓨터공부도 새로 시작할 생각이다. 명석군은 『걱정을 끼친 부모님께는 열심히 공부해서 보답하고 저를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갚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전에 다니던 삼광유리에 복귀한 지환양은 「유학의 나래」를 펴고 있다.회사에서 호주로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밤잠을 설치는 등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유학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지만 어떤 과목을 전공할 지 결정하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릴 때가 가장 즐겁다.삼풍 때 잃은 친구만큼이나 새로사귄 친구들에게 쏟는 정은 지난날을 잊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환양보다 한살 많은 승현양은 새해에는 꼭 직장을 구할 생각이다.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생활해 가고 싶기 때문이다.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악몽에 시달려 남모르게 고민한 적도 많았어요.특히 삼풍 사고의 보상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가족들을 쳐다보기도 왠지 민망했어요』 일이 터지면 그때그때 때우고 넘어가는 식의 무책임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세사람 모두 악몽의 95년을 망각의 늪으로 보내면서 『새해에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훈훈한 사회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95 풍미한 말·말·말…/「통치자금」 검은 돈의 대명사로

    ◎교도소 수감자 「개털」·「범털」에 「봉황털」 추가/대형사고 빗댄 「무서워」 시리즈 무섭게 번져/「태우는 기가막혀」·「방랑하는 전삿갓」 애창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잇따른 올해에도 사건·사고의 파문만큼이나 숱한 신조어가 생겼다.특히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다양한 유행어들이 대중가요의 변형이나 매스컴을 타고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통치자금」.대통령의 통치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된 돈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이 용어는 시중에서 탈법을 위해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은채 숨긴 「검은 돈」의 대명사로 활용됐다.「안방비자금」은 「통치자금」의 아류.김옥숙씨가 노씨와는 별도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빗댄 말로 주부들끼리 계모임 등에서 『안방비자금(남편몰래 갖고 있는 돈)으로 한턱 써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사태와 관련한 대중가요 변형도 세태풍자에 한몫 거들었다.「태우는 기가 막혀」 「방랑하는 전삿갓」등이 그 예다.「태우는 기가 막혀」는 듀엣 「육각수」가 부른 「흥보가 기가 막혀」의 변종이며 「방랑하는 김삿갓」은 가수 명국환이 부른 「방랑시인 김삿갓」에서 나온 것.전두환씨가 장교시절 이 노래를 애창했다는 일화가 MBC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에서 소개된뒤 유행병처럼 번졌다.또 전직대통령이 수감된 교도소내 재소자들사이에는 「개털·범털」에 이어 「봉황털」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청와대 집무실의 봉황그림을 본떠 전직대통령을 「봉황털」로 불러야 한다는 일부 재소자들의 조소섞인 말이다. 또 삼풍백화점붕괴사고와 대구도시가스폭발사고 등도 「무서워」시리즈와 「부실·사고공화국」「우째 이런 일이…」등의 유행어를 낳았다.「무서워」(무서운 전쟁)시리즈는 「무섭소」(무서운 소) 「무섭데이」(무서운 날)등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무섭게 번졌고 「우째 이런 일이…」는 잇단 참사에 대한 짜증의 발산어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 자연스레 등장한 지방사투리로 3년 연속 유행어목록에 올랐다.「부실·사고공화국」은 미국 CNN,일본 NHK등 전세계 언론들이 삼풍백화점붕괴사고를 다루면서 붙여준 이름. 삼풍참사때 극적으로 생환한 최명석군과 유지환·박승현양등이 구조된뒤 첫마디로 건넨 「콜라를 먹고 싶어요」 「커피를 주세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요」 등은 발랄한 X세대를 「인스턴트 매니아세대」로 인식되기도 했다. 대학가도 전직대통령의 구속과 관련된 신조어가 압권이었다.광고를 본뜬 「아무도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우리는 그를 범죄자로 기억합니다」는 올해 최고의 「카피」로 떠올랐으며 전직대통령은 「대도령」으로 바뀌었다.「땡전·땡노뉴스」의 부활도 관심을 끌었다.전씨·노씨 관련기사가 5·6공당시 대통령동정기사보다 더 많이 보도된 것을 빗댄 것으로 대학학보에까지 올랐다. 이밖에 「어솨요」(어서 오세요)「글쿤요」(그렇군요) 「방가방가」(반갑습니다) 「시로」(싫어요)등 PC통신용 은어는 일상어로 자리잡았다. 또 세태변화를 반영한 유행어로는 「간 큰 남자」 「머피의 법칙」등이 대표적이다.작가 김한길씨가 유행의 불길을댕긴 「간 큰 남자시리즈」는 슈퍼우먼시대를 살아가는 가부장들의 몸부림을 그려 폭넓은 공감을 얻은 끝에 같은 이름의 TV드라마까지 나왔다.
  • 긴장속 분계선서 북 보도진에 포즈/우성호 선원 귀환 이모저모

    ◎“이 은혜 잊지 않겠다” 북측에 작별인사/“살이서 떤난 사람이” 유골 붙잡고 오열 ○…북한측은 우성호 선원들을 송환하기 직전인 26일 하오 3시56분 신흥광씨(37)등 사망한 선원 3명의 유골을 든 인도관계자들을 먼저 판문점 군사정전위 본회의실 근처로 내보내 송환에 대비. 이어 하오 3시58분 박재열씨(44)등 생존선원 5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판문점 북측지역인 판문각계단을 걸어내려오기 시작. 이들은 군사분계선을 넘기전 북측관계자들로부터 무언가 귀띔을 받은뒤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일제히 북측을 향해 돌아서 북측 보도진과 배웅나온 관계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기도. 이어 북측을 향해 『남포엄마만세!』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 일부선원은 『저희를 아는 모든 분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남북회담사무국 전방사무소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 대기중이던 유족들은 하오 4시20분쯤 유골이 도착하지 일제히 오열. 유족들은 흰보자기에 싸인 유골들을 보자 제대로분향도 못한채 유골을 부둥켜안고 이름을 외치기도. 우성호 피격 당시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심재경씨의 누나 영희씨는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렇게 죽어서 돌아왔느냐』며 말을 잇지못했다. 북한에서 조사를 받다 병사한 것으로 보도된 선원 이길룡씨 유족들은 『평소 그렇게 건강했는데 병사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망연자실한 표정. 선원 박재열씨는 가족들에게 『다시 고향에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도 『(북측이) 고향에서 설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하기위해 돌려 보내준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 선원들은 『처음엔 남포의 어느 여관에선가 3개월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원산 송도원 휴양소로 옮겨 줄곧 지내다 마지막 일주일은 평양에서 지냈다』며 『가혹행위등 고생은 없었으며 식사나 잠자리도 괜찮았다』고 설명. ○…이날 판문점을 거쳐 송환된 우성호 선원 5명과 유해 3구는 하오 5시45분쯤 경찰차량의 선도를 받으며 서울 종로구 평동 서울적십자병원에 도착. 선장 김부곤씨(34) 등 생환자 5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뒤 병원로비에서 기다리던 가족들과 약 1분간의 포옹으로 상봉의 기쁨을 대신하고 입원실로 직행. 이들은 『살아 돌아와 기쁘다』면서 『지난 22일 고향으로 가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정말 고향땅을 밟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기쁨을 표시. ○…심재경(35),신흥광(37),이일용씨(59)의 유해가 안치된 영안실에는 유가족 20여명의 통곡소리만이 흘러나올 뿐 생환자들이 도착한 로비의 들뜬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 전남 여수에서 상경한 심씨의 형 태욱씨(39)는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자신을 위해 결혼도 안한 채 외항선을 타며 가족을 이끈 동생의 죽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선장 김부곤씨 회견/북여관서 조사받아… 가혹행위 없었다 북한에 억류된지 7개월만에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우성호 선장 김부곤씨(34)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밖 남쪽에 위치한 남북대화사무국 전방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랍경위와 북한에서의 생활 등에 관해 설명했다. ­나포경위는. ▲항해미숙으로 북한영해를 침범했다. ­도주했나. ▲항해중 앞을 분간하지 못했다.북한경비정이 갑자기 나타났다.그래서 도주하기 시작했다.경비정이 총을 쏘며 정지명령을 내렸으나 계속 도주하다 잡혔다. ­억류기간중 대우는.가혹행위는 없었나. ▲구타등 가혹행위는 없었다.식사도 괜찮았고 여관에 죽 머물러 있었다.처음 한달간은 선원들이 분리되어 조사받았다.조사기관이나 조사원들 이름은 모르겠다.한달이 지난뒤 두명이 같이 있게 해주었다. ­지난 9월25일 북한방송에 출연한 것은 강압에 의한 것인가. ▲북한당국이 (남한이)우리를 헐뜯는다고 해서 시킨대로 한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을때 「감사합니다」라고 한 것은 시켜서 한 일인가. ▲아니다.북측이 대우를 잘해 주어서 스스로 한 것이다. ­북한체류중 방문한 곳은. ▲남포·평양·원산·묘향산에 갔었다. ▷86우성호피랍 일지◁ △5·27 16:00=제85·86 우성호 산동반도앞 해상에서 중국어업지도선에 피랍 △5·29 15:00=제86우성호 벌금고지서 갖고 인천을 향해 출발 △5·30 12:40=서해 북방한계선 북방해상서 총격 납치됨 △5·30 17:10=북한 「중앙방송」,정체불명 선박 나포 발표 △6·13=대한적십자사 송환 위한 판문점 접촉 제의 △6·15=북,판문점 접촉 거부 △6·19=베이징 1차쌀회담 송환 요청,북한 「당국 조사뒤 가능」언급 △9·20=북한 「중앙통신」송환시사.사상자 발생 시인 △9·27=베이징 3차쌀회담 송환합의 못봐 △12·22=「중앙통신」,26일 판문점 통한 송환 발표 △12·26=송환
  • 설악산 동해안 산림훼손·환경오염 심각/국유림 무단 형질변경도

    ◎임야 채토장 사용·폐수방류 묵인/정부 합동점검반 1백40건 적발 설악산 국립공원과 동해안 관광휴양지의 농지전용과 산림 훼손및 환경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총리실 정부합동점검반은 17일 지난달 설악산국립공원과 동해안 관광휴양지의 자연환경 훼손등 불법 행위 단속업무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모두 1백40건의 위법 사례를 적발,25건을 검·경에 수사 의뢰하고 1백15건의 공공기관 부당 행위와 관계 공무원 직무태만에 대해 문책했다고 밝혔다. 점검결과 속초시는 교동에 있는 임야 3천3백6㎡를 밭으로 형질 변경하면서 철근등 1백20t의 건축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대포동 소재 공원구역의 임야 4천㎡를 채토장으로 사용해 산림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속초시는 또 시가 운영하고 있는 속초 도축장이 매일 2백ℓ의 폐수를 영랑호로 무단 방류하고 있는 것을 방치하고 위생환경사업소 관리 분뇨처리장이 매일 10t 이상의 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인제군은 용대리에 있는 논 1천6백50㎡을불법으로 전용해 야영장을 설치하고 「국토이용계획 지적도」를 부당하게 작성해 특정인 소유의 토지를 공원구역에서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제군은 또 지난해 폭포산장의 주차장 2천㎡을 조성하면서 농지와 보존국유림을 무단으로 형질변경하고 폭포산장과 도적폭포 사이의 보존국유림에 사설 야영장을 설치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 콜레라 방역,「조심과 협조」해야(사설)

    콜레라 비상속에 추석을 맞는다.물과 음식물로 전염되는 이 병이 올해는 추석 전에 발병하고 수해 후 위생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방역당국이 전에 없이 긴장하고 있다. 그간 국내 콜레라 발생은 주로 추석 후였고 상갓집 음식등 위생불량 상태에서 집단으로 음식을 들게되어 발병하는 것이 통례였다.이번 발병은 추석에 많은 인구가 집단으로 이동하는 때인 데다가 그간 고속화한 도로와 자가용차 등으로 전에 없이 사방의 인구와 물산이 대량으로 섞인다는 점에서 그 발병수가 적어도 걱정하는 것이다. 콜레라는 이제 큰 공포심을 가질만한 병은 아니다.병의 정체를 완전 파악하고 있고 검역과 치료 기술이 선진국 수준이며 치료약제도 충분히 국내생산되고 있다.그렇지만 감염속도가 빠르고 감염되면 면역력 약한 노인들과 어린이들은 손쓸 사이 없이 희생되는 예를 경험했다.또 환자발생 지역은 농수축산물 생산과 판매 유통에 제한을 받게 되어 경제적 손실도 입게 된다. 콜레라 방역 비상에 대해 이번만은 예사로 여기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서도 조심하고 협조해야 한다.보건당국은 국민들에게 음식을 날로 들지 말것과 물을 반드시 끓여 먹을 것,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 음식물을 대하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을 것등을 특히 당부하고 있다.우리 모두 사는 형편이 나아지면서 외양을 갖추는데는 상당한 수준이어서 겉보기에는 모두가 위생에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현실은 아직도 손씻는 것 하나 제대로 습관화해 있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음식을 만지는 사람들이 외부에 드나들면서도 손씻는 것에 무심하다.고속도로 휴게소나 대중음식업소 손씻는 시설은 망가진 채 그대로인 것이 많고 비누 하나 제대로 놓여 있는 곳이 드물다. 음식업소에서 내놓는 찻물 중에는 보리차 끓인 것을 찬물에 탄 것이 많다.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는 이런 위생수칙 위반에서 다중에게 전염되는 것이다. 이번 콜레라 방역비상 기간에는 이런 대중업소 위생수칙 위반도 없어야 한다.
  • 「주병진나이트쇼」·「기쁜우리 토요일」 중징계

    ◎「주병진…」­삼풍생환자 출연때 농담조 일삼아 “경고”/「…토요일」­욕지거리 반복 사용… 시청자에 사과 명령 지난 11일 삼풍백화점 생존자 유지환양 등을 초청한 프로그램에서 희생자가족들의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던 MBC­TV 「주병진나이트쇼」와 저속한 용어사용으로 지적을 받아온 SBS­TV 코미디 「기쁜우리 토요일」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는 25일 임시회의를 열고 2차례의 「주의」와 5차례의 「경고」에도 불구,『이년아』 『미친년들아』 『지랄이야』 등 비속어를 반복사용한 SBS­TV 「기쁜 우리 토요일」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해당 연출자에 대한 징계를 명령했다. 또 「주병진 나이트쇼」에 대해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유지환·박승현양에게 생리적인현상 등에 관해 농담조로 질문하는 등 참사를 경박하게 다뤘다며 경고를 내리고 진행자 주병진씨에 대해서도 경고조치했다. 위원회의 이같은 중징계 결정에 따라 SBS는 오는 9월2일 하오 5시55분 「기쁜 우리토요일」 시작타이틀 화면방송 직후에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하며 부산방송 대구방송 광주방송 대전방송도 이를 동시에 방송해야 한다.
  • 삼풍참사 기적생환/최명석군 어제 퇴원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10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최명석(20)군이 입원 43일만인 22일 하오 퇴원했다. 최군은 당초 지난달말 퇴원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간기능이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최군은 이날 병원을 출발,삼풍백화점 사망자 위패가 모셔진 서울 서초구민회관에 들러 조문을 한 뒤 경기도 광명시 주공아파트 집으로 향했다. 최군은 『우선 군복무를 마친뒤 복학해 학업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실종자 처리문제가 빨리 해결돼 실종자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최군이 앞으로도 당분간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유지환양의 퇴원/박성수 사회부기자(현장)

    ◎“실종자가족 모습선해 마음편치 않아요” 2일 상오 10시 30분 강남성모병원 5206호실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계속 걸려오는 축하전화와 보도진들로 크게 술렁거렸다.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기적의 생존자인 유지환양(18)이 긴 입원치료를 마치고 이날 퇴원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생환직후 이곳에 실려와 22일만에 병실문을 나서는 유양은 퇴원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루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옆방 승현이에게 축하전화가 걸려와 비로소 나가는가 싶더라구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양은 평소처럼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제 여유를 되찾은 듯 어머니 정광임씨(47)의 손을 꼭쥐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빨리 이 곳을 나가 가장 먼저 아빠가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달려가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유양은 줄곧 아버지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했다며 당분간은 아버지 병간호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병실에 놓여졌던 책과 소지품들을 치우던 어머니 정씨도 생환당시의 감격이 되살아 나는 듯 딸이 누워있던 침대를 어루만지며 말없이 눈시울을 적셨다. 『막상 퇴원한다고 하니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그들이 하루빨리 평온을 되찾았으면 좋겠는데…』 어머니 정씨는 다른 유족들에게는 『무슨 죄라도 지은 기분』이라고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놨다. 유양을 치료해온 이 병원 김인철원장 등 병원관계자들은 『현재 유양의 건강은 매우 좋은 상태』라며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보니 그동안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었지만 유양의 차분한 성격이 퇴원을 앞당길 수 있었다』며 축하의 박수를 잊지 않았다. 이날 유양의 퇴원에는 어머니 정씨와 회사 임직원 3명이 같이했다. 병원 문을 나서는 두 모녀는 다른 유가족들의 슬픔을 자아낼까 두렵다며 재빨리 병원을 떠나 주위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그러나 유양의 퇴원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안겨준 슬픔의 매듭이 아닌 「상흔」의 재확인이어서 안타까웠다.
  • 눈물·분노로 얼룩진 「삼풍참사」 한달/남은 의문점과 과제

    ◎실종자 1백여명 신원확인 급선무/“뼈조차 타버렸나”… 보상싸고 첨예 대립/부분시신 93점 유전자감식 결과 주목 28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꼭 한달.그동안 온 국민은 비통함과 안타까움 속에 이번 사고를 지켜봤다.아직도 1백여명이 넘는 실종자가족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현장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만큼 우리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우리 건설문화의 총체적 비리와 부실공사의 현주소,그리고 눈물과 분노로 얼룩진 삼풍백화점붕괴 한달을 되돌아본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발생한 지 한달이 됐는데도 아직 많은 의문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 여태껏 시신이 나오지 않는 실종자,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17일 동안을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버틴 인간한계 등 무척 다양하다.또 실종자 사망확인및 피해보상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부수적인 행정적·법률적 문제도 수북이 쌓여 있다. 합동구조반은 그러나 현재 사체발굴·잔해제거 등 사고현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사실상 끝난 상태다. 가장 의문스러운점은 지난 11일 유지환(18)군,15일 박승현(19)양 등 잇따라 극적 구조된 신세대들이 매몰되어 있는 동안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증언이다.물론 의사들은 무의식의 상황에서 마셨을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간생존능력에 대한 세간의 통설에 물음표를 제기했다.의사들도 구체적인 의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시신이 없는 실종자가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대책본부는 대책본부대로,실종자가족은 그들대로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피해보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대립은 매우 첨예하다. 이날 현재 실종신고자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은 모두 1백4명.신원을 확인중인 발굴사체 47구를 빼도 57명이 차이가 난다.자칫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마저 보이는 이 문제를 놓고 대책본부와 실종자가족은 매일 회의를 열어 난상토의를 벌이지만 삿대질과 맞고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93점에 이르는 부분사체에 대한 유전자감식과 실종자 주거지확인작업이 끝나면 물론 실종자수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대책본부와 시신 없는 실종자가족 사이의 대립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신원미상 사체와 부분사체의 신원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아무리 심하게 불에 타더라도 화장터처럼 인공적인 환경이 아니면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될 수는 없고 압사의 경우도 뼛조각·살점등은 반드시 나오게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종자가족은 붕괴로 시신이 산산조각이 났거나 사고초기에 계속 타오른 불길로 잔해조차 없이 타버렸을 거라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발생서 수습까지/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신속한 구난·수습행정체계 정비 절실 ▷발생◁ 지난달 29일 하오5시52분쯤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A동 옥상 슬래브가 부실공사에다 냉각탑등 과도한 하중까지 겹쳐 무너져내리면서 지하 4층 일부까지 내려앉았다.사고당시 백화점에는 찬거리를 준비하거나 염가판매장에 몰린 주부가 많아 피해가 더욱 컸다. ▷사고원인과 수사◁ 검·경수사결과 이번 사고는 설계와 시공·감리·유지관리분야의 총체적인부실에 의한 전형적인 인재로 밝혀졌다.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신광옥 서울지검2차장)는 25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설계·시공 등 부실요인이 장기간에 걸쳐 상호작용하고 건물 전체의 구조안전이 한계에 이른 시점에서 옥상과 5층 식당가 바닥이 과하중으로 휨균열과 함께 기둥부근의 슬래브에 전단파괴현상이 발생해 기둥이 이탈,붕괴하면서 그 충격으로 연쇄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피해◁ 이 사고로 28일까지 사망 4백58명(남자 96명,여자 3백60명,성별미상 2명),부상 9백33명(중상 1백64명,경상 1백65명,귀가 6백4명),실종 1백4명(남자 21명,여자 83명) 등 1천5백명선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미확인된 사체가 47구이며,붕괴현장과 난지도 등에서 발굴된 부분사체도 93점이나 된다. ▷구조 및 잔해제거작업◁ 사고가 나자 서울시는 붕괴현장 근처 사법연수원 앞마당에 사고대책본부를 차려놓고 연인원 8만7천9백37명과 9천5백80여대의 장비를 동원,인명구조 및 사체발굴작업에 나섰다.사고 이틀만인 30일 홍성태(39·대원외국어고 교사)씨와권은정(22·여)씨에 이어 1일 하오 무너져내린 A동 지하 3층에서 24명의 환경미화원이 구출되면서 생존자 구조작업은 활기를 띠었다.합동구조반은 그러나 71시간만에 구조된 이은영(21)양이 병원에서 끝내 숨지는등 생존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자 신속한 사체발굴위주로 작업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모두의 절망을 뚫고 최명석(20)군과 유지환(18)양,박승현(19)양이 2∼3일 간격으로 콘크리트더미 아래서 살아나오자 실종자가족 사이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번져나갔다.작업도 다시 인명구조 위주로 방향을 바꿨다.3백77시간(15일17시간)만에 구조된 박양은 국내 매몰구조사상 최장시간을 기록하고도 비교적 건강상태가 양호해 의료진을 놀라게 했다. 합동구조반은 그러나 16일을 고비로 심하게 부패·훼손돼 신원확인이 어려운 사체가 하루 40∼50여구씩 무더기로 발굴되자 사실상 인명구조작업을 마무리했다.구조반은 지금까지 무너진 A동의 잔해 3만4천여t을 모두 들어내 부분사체를 검색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점◁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사고초기 소방본부·경찰·군·민간구조대·시청관계자 등으로 나뉘어진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지 못해 많은 혼선을 빚었다.서울시의 재난구조에 대한 경험미숙과 발굴위주의 안이한 현장작업,신속한 구난체계미비,장비부족 등으로 희생자가 늘었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생환자들 근황/그때 악몽에 몸서리… 힘겨운 나날/간 이상으로 검사… 쾌활한 성격 사라져/최명석군/동료사망 소식에 눈물… 밥도 잘 못먹어/박승현양 기쁨·희열·고통·자괴감·미안함….아직도 감동과 환호가 어우러진 국민의 박수 속에서 지하 콘크리트더미를 헤치고 극적으로 구조된 기적의 생존자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그들이 사고 한달이 된 현재 느끼는 공통된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삼풍의 생환자」들은 「죽음의 동굴」에서 헤어난 그때의 악몽이 몸서리 쳐지는 듯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잃어버린 친구의 얼굴,절망의 공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고 15시간30분 만인 지난달 30일 상오9시에 구조대원에 의해 생명을 건진 홍성태(39·대원외국어고 영어담당)교사는 강남성모병원에서 지금껏 부인의 간병을 받으며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그나마 14세이하의 어린이는 병원출입이 금지돼 있어 외아들 민기군(국교3)의 얼굴조차 보지 못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홍씨에 이어 2백30시간만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또 다른 희망」을 심어준 최명석군(20·전문대1 휴학)은 활발한 당시의 모습과는 달리 간이상으로 정밀검사를 받는등 평소의 쾌활한 성격이 소심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나마 매몰현장에서 또다른 생존가능성에 남다른 집착을 갖고 온 힘을 다 쏟던 최군의 아버지 최봉렬씨마저 과로와 아들의 병세악화를 고민한 나머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군과 병실을 마주하고 있는 유지환(18)·박승현(19)양 역시 남들처럼 환하게 웃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친구와 어울려 재잘거리는 환상에 젖어 있지만 박양의 아픈 다리는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되씹게 하고 있다.유양과 박양은 상처받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데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박혜정양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서 입맛을 잃고 있는 박양은 지난 추억이 떠오를 때면 저려오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서 창가를 쳐다보며 눈물에 젖곤 한다.최근에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 부모님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 그때를 잊기 위해 한 신부님이 쓴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를 읽고 있어요.그러나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박양은 요즈음의 심경을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퇴원하면 삼풍백화점의 참사현장을 찾아 국화꽃 한송이를 바치며 사라져간 친구·동료의 명복을 빌고 싶은 게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강남시립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청소원 24명의 남다른 고민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이 더부룩하기는 매일반이다. 실종자가족을 생각하면 그마나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라는 이들은 병원을 떠나면 남은 여생을 「자원봉사」에 쏟을 거라고 다짐하고 있다. 생존의 또 다른아픔을 겪고 있는 기적의 생존자들.이들 모두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평범한 경구를 되새기며 「덤의 인생」을 보람되게 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마음들 낙낙하게 닦고 삽시다(박갑천 칼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세 젊은이의 공통점이 분석 보도된바 있다.명랑하고 낙천적인 기질이었다는것.그것은 마음을 낙낙하게 비울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른에게 담뱃불 좀 빌리자고 했다가 고얀놈이라고 나무라는 그 어른을 찔렀던 젊은이가 그 세젊은이의 공간에 갇혀있었다고 쳐보자.발자한 그 성미로 제섟에 제가 못이겨 숨이 끊겼을 가능성이 높다.건널목의 노랑불을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문이 열리고 있는데도 「닫힘」단추를 두번 세번 꾹꾹 눌러대는 사람 또한 그 운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옛사람들의 행적에서는 마음의 터를 널찍히 닦아놓은 경우들을 많이 대하게 된다.종의 자식들이 올라타고 떠들고 오줌을 싸고해도 노여운 빛을 띠지 않았더라는 황희 정승.비가 내려 빗물이 새는 집에서 밤새 우산을 받쳐든 유관 정승은 오히려 『우산이 없는 집은 어찌 지낼꼬』하며 걱정한다.청승을 떨었다고 하기에 앞서 여유로운 마음부터 헤아려보는 자세가 옳을 듯싶다. 반드시 지체높은 사람만이 그랬던건 아니다.이름모를 사람 가운데도 그렇게 가멸진 마음자리를 보인 경우는 적지않다.가령 조선시대 후기의 시인 조수삼의 「추재기이」를 보자.­참외 파는 노인은 대구 성밖에 살았다.이 노인은 자기가 심은 참외가 익으면 길가는 사람들에게 따서 권한다.돈이 있고없고는 따지지 않는다.있으면 받고 없으면 안 받는다.살림 망치기 딱 알맞은 푸서기라 할지 모르지만 세상일을 누가 알랴.베토벤의 제자 신틀러가 「운명」 첫머리의 주제음 「다다다단…」에 대해 『운명이란 이와같이 문을 두드리는 법』이라 했듯이 「다다다단…」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행운이 찾아올지를. 가난하게 살면서 마흔이 되도록 장가못간 약주릅쟁이 이달문은 어떤가.그는 어느날 약방에 들렀다가 「산삼도둑」으로 오해받는다.이달문은 굳이 발명하지 않은채 그 산삼이 제물에 나오는걸 기다릴 줄 알았다.과연 산삼은 이튿날 발견된다.백배사죄하는 주인은 자기가 궤뒤에 갖다둔걸 잊고서 이달문을 의심했던것.생사람 잡는다면서 소리높여 베정적하는 것과 얼마나 대조가 되는 낙낙함인가.그 보답이었을까.임금(영조)이 들어 그를 장가 보내주고 있다. 각박해진 인심을 세상탓으로만 흉하적하지들 말자.그대신 마음의 터에 여유를 심어나가야겠다.그럴때 우리에겐 동살이 비친다.다시 매초롬해진 세 젊은이의 생환이 교훈으로 되고 있지 않은가.
  • 「기적의 3인」정신적 후유증 시달린다/「삼풍」현장­병원 주변

    ◎잠제대로 못이루고 작은 소이에도 “깜짝”/“신원불명 넋위로… 교대에 합동분향소 박승현·유지환양과 최명석군 등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기적의 트리오」는 갈수록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그러나 회복세가 좋아 빠르면 이번 주말쯤부터 차례로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중인 박승현양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이틀째이자 생환 5일째인 19일 상오 『어젯밤에도 제대로 못잤다』며 후유증이 여전함을 토로. 박양은 일반병실로 옮겼으나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데다 병실을 매몰현장으로 착각하는 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박양은 『특별히 아픈데는 없으나 전날밤 30분간격으로 깨었으며 상오 4시30분쯤 일어난 뒤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명석군과 유지환양은 각각 생환 11일째와 9일째인 19일 현재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나 충격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이 다시 나타나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병원측은 이들이 젊고 쾌활한 성격이어서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각종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 최군의 경우 3일전부터 잘 때 진땀을 흘리는가하면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증세. 최군은 『샤워할 때 눈을 감으면 천장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놀라곤 한다』면서 『이는 매몰돼 있을 당시 누워 있으면서 사체를 만진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병실복도에서 이동침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다』며 『어젯밤에는 새벽이 돼서야 겨우 잠드는 등 불면증도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 유양 역시 조립식침대를 펴는 소리를 사고현장의 굴착음으로 잘못 듣고 놀라는 등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유양은 『작은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도 매몰현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이들의 정신적인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몸상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빠르면 이번 주말쯤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실종자가족위원회(공동대표 김상호)는 19일 상오 서울교대 강의동 1백2호실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및 시신발견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 실종자가족위원회측은 『이날 정오 현재 신원미상 시신이 68구에다 실종자만도 1백74명에 이르는등 시신발굴작업이 모두 끝나도 신원을 알 수 없는 희생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여 이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고 설명. 실종자가족위원회측은 20일 하오 6시30분 시민단체및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합동분향식을 개최하고 이번 사고로 숨진 사람들을 위한 범국민적 합동위령제를 곧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물품반출은 2층 한진투자증권·사사원한복집·아이리스웨딩숍과 3∼4층 박정연치과·삼풍이용실·스잔미용실등 6곳에서 실시됐는데 한진투자증권의 경우 금고와 책상서랍이 열려져 있고 현금이 거의 털려 있는 것을 비롯,대부분 업소에 외부인의 침입흔적이 뚜렷해 관계자들이 분노.
  • 「대책본부」 이전… 삼풍주유소 영업 준비/「삼풍」현장 이모저모

    ◎일반병실 옮긴 박양 밥먹기 시작/고객 대피시킨 삼풍간부 시체로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나흘째 입원하고 있는 박승현(19)양은 건강회복이 예상외로 빨라 18일 하오 4시쯤 일반병실로 옮겨 저녁에는 죽대신 밥을 먹었다고 병원관계자가 전언. 병원측은 이날 『박양의 콩팥기능과 혈압,맥박,체온 등 신체기능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이며 정신적인 충격도 치료를 받으면서 상당히 나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 ○…이날 하오 3시쯤 롯데월드 김승웅(52)관리이사가 박양의 입원실로 찾아와 잠실 롯데월드어드벤처 연간 초대권 1장과 롯데월드 인형인 「로티」「로리」,격려금등을 전달. 김이사는 유지환(18)양과 최명석(20)군에게도 1회용 초대권 20장을 전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난 지난달 29일부터 서초구청의 임시대책본부로 쓰여 그동안 날마다 2천∼3천명의 자원봉사자·취재진등이 북적대던 삼풍주유소가 19일 임시대책본부가 사법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20일만에 정상을 회복. 삼풍주유소가 그동안 입은 경제적 손실은 지난해 이 기간동안 하루 평균 5천만원의 매출을 보인 점을 고려할 때 모두 10억원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 때문에 다른 어떤 자원봉사단체보다 큰 기여를 한셈. ○…잔해 제거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B동 지하 점포주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상오 11시쯤부터 물품반출을 시작.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5일동안 실시되는 물품반출은 무너지지 않은 B동 지상 1층 서울은행 삼풍지점을 비롯,52개 점포가 대상. 서울은행 삼풍지점 이병하(44)차장과 직원 15명은 이날 상오 11시부터 3시간여동안 지상 1층 사무실과 금고,대여금고의 잠금장치를 풀고 안에 있던 대출·예금관련 서류와 전표등 서류를 자루에 담아 반출.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시체의 신원확인에 필요한 「정밀조사카드」 1백3장을 다시 배포하는등 신원확인 작업에 비상. 대책본부는 이 카드에 사고당시 실종자가 갖고있던 반지와 목걸이등 장신구와 의상 종류및 색깔,명찰 패용등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조치. ○…시신이 무더기로 발굴되면서 그동안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숙녀복담당부 강신태(40)부장과 김정문알로에 김정문(68)회장의 부인과 아들의 시신이 이날 상오 차례로 발견돼 온통 울음바다. 특히 강부장은 사고가 나자 직원들과 일부 고객을 대피시키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고객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가 소식이 끊긴 희생의 인물로 소식을 들은 백화점 동료들은 모두 울음. 상오 9시40분쯤 중앙홀 지하에서 함께 발견된 김회장의 부인 유인자(32)씨와 아들 남늘군(2)은 사고가 나던날 저녁 찬거리를 사기위해 백화점에 갔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는 것. 김회장은 어린 아들과 부인의 생환을 기다리며 애태워 오다 이날 비보를 접하고 시신이 안치된 중앙대 용산병원에 가족과 함께 달려와 오열. ○…A동 지하1층 서점에 갔다가 실종됐던 네살난 장혜영양과 외할머니 서애경씨(65)의 시신도 이날 상오 7시15분 나란히 발굴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평소 책을 유난히 좋아했던 혜영이는 사고날 하오 5시30분쯤 엄마를 졸라 차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외할머니 손을 잡고 책을 사러 서점에 들어갔다가 끝내 20일만에 주검으로 되돌아온 것.
  •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모녀/3살딸 껴안고 숨진 어느 모정

    ◎“딸만은 살려야” 절규들리는듯/발굴작업 구조대원들도 눈시울 죽음조차도 엄마와 아기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머리위에서 울리는 굉음과 갑작스런 어둠,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시시각각 밀려드는 유독가스에 곧 숨이 멎을 것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젊은 엄마는 품에 보듬어안은 어린 딸을 끝내 놓지 않았다. 사고발생 열아흐렛째인 17일 상오 2시30분쯤 무너지지않은 백화점 B동 지하3층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 허인실씨(31·여)와 딸 우지영양(3)의 시신이 발굴됐다. 잔뜩 몸을 웅크린 상태로 누워있는 허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서둘러 발굴작업을 하던 구조대원들은 허씨의 품안에 어린 아이의 시신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허씨가 얼마나 아기를 꼭 껴안고 있었던지 처음엔 지영양의 시신이 함께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허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도 아기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듯 좀체 떨어지지 않아 구조대원들은 발표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힘든 표정을 짓지않았다.사고가 난 뒤부터 숨을 거둘때까지 아기만이라도 살려보기위해 헛된 몸부림을 쳤을 허씨의 안타까운 모정이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발굴직후 신원미상으로 처리됐던 이들 모녀의 시신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오산당병원 영안실로 옮겨진 뒤 「혹시나」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남편 우성식씨(33)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결혼직후인 지난 91년 유전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있겠다고 했던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우씨.그는 지난달 1일 귀국했던 아내와 어린 딸의 시신앞에서 넋을 놓고 말았다.사고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사고현장과 실종자가족이 모여있는 서울교대등을 오가며 아내와 딸의 생환을 간절히 기원했던 우씨의 모든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들 모녀는 한달동안의 고국나들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지영양의 외삼촌이 『떠나기전 한번 보고싶다』고 말해 이날 하오 백화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선물을 사러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허씨와 지영양 모녀의 시신이 확인된 이날 하오 늦게까지도 서울교대 체육관에는 노란색 도화지에 「허인실(31)우지영(3)제발 살아있어다오」라고 적힌 벽보가 선명하게 나붙어있어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사체뒤바뀌었다” 한때 소동/장례치른 이추숙씨 「이름표」 단 여인발견/신원확인 작업… “옷바꿔 입었을것” 추측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 가운데 합동구조반이 지난 15일 「이추숙」이라는 백화점직원 이름표를 단 부패된 여자 사체를 발견,가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씨는 이미 지난 2일 장례를 치른 것으로 밝혀져 시신이 뒤바뀐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검 형사1부 이진한 검사는 17일 이추숙(23·인천 남동구 만수2동)이라는 이름표를 단 시신과 유족들이 이미 매장한 시신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유전자감식을 통한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씨 가족들은 사고발생 4일째인 지난 2일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시신을 찾아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얼굴과 반지등 소지품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렀다고 밝히고 있어 이씨가 아닌 다른 여직원이 이씨의 옷을 바꿔 입었을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백화점 여직원들이 평소 유니폼을 바꿔 입는 일이 많아 이름표만으로는 신원확인이 어려운 사체가 많다』면서 『이추숙으로 잘못 알려진 사체는 부패가 심해 지문감식이 어려운 상태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신원확인을 의뢰해 놓았다』고 밝혔다.
  • 기적의 3인/조시장에 부실방지 호소편지/「삼풍」입원한 생존자 주변

    ◎류야으뇌졸중 입원 부친과 첫통화/바른 회복세 박양 “3∼4년뒤 결혼”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박승현(19)양은 생환 3일째인 17일 아침 『구조 첫날밤에 비해 환청이나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잤다』며 전날보다 훨씬 여유있고 활기찬 모습. 박양은 점심식사를 한 뒤 취재진에게 『인터뷰중에 트림이 나오면 어쩌나』,『너무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크게 나와 싫다』는 등 농담을 하며 시종 웃음 띤 얼굴. 이날부터 미음대신 죽을 먹기 시작한 박양은 『배고푸지만 입맛이 없다』며 3분의1 그릇 가량만 비운 뒤 『피자가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또 『앞으로 대학에 진학,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며 『3∼4년쯤 지난 뒤 남자답고 이해심 많으며 능력있는 5살정도 연상의 회사원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장래계획을 수줍게 털어놓기도. ○…강남성모병원측은 이날 박양의 건강상태에 대해 맥박이 1분당 1백6번,혈압은 1백10∼50으로 정상이며 신체기능도 「이틀가량 굶은 상태」로 나아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 또 사고 당시 어깨밑에 5㎝ 깊이의 상처를 입었으나 봉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른쪽 무릎의 통증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는 것. ○…최명석군과 유지환·박승현양등 생존자 3명은 17일 부실공사방지와 실종자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편지를 조순 서울시장에게 전달. 이들은 편지에서 『서울시가 부실공사를 근본적으로 막아 다시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 최군은 『시장에게 실종자의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끝까지 구출해 달라고 했으며 앞으로는 실종자라는 말이 아예 없어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 ○…하오 2시40분쯤 최군이 어머니 전인자(46)씨와 함께 박양을 찾아와 『얼굴을 보고 싶어왔다』면서 손을 잡고는 『우리가 손잡고 있는 것이 보도되면 남들이 오해하겠다』고 농담. 이어 최군은 『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면 좋겠다.퇴원후 자주 만나자』고 위로. 이어 최군이 『나는 목이 말라 녹물이라도 마셨는데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다.구조사실을 알고 너무 기뻤다』고 말하자 박양은 『평소에 오빠를 너무 괴롭혀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일반병실에 입원중인 유양은 16일 밤 대한병원에 뇌졸증으로 입원해 있는 아버지 유근창씨와 구조이후 첫통화. ○…지난 13일 실종자수를 하룻새에 2배로 늘려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그동안 자체 조사·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실종자 관련 사항을 조목조목 공개. 대책본부는 실종자 관리대상 4백9명 가운데 사망으로 밝혀진 80명,생존자 73명(구조1명,귀가및 이중신고 72명),신규신고자 18명 등을 다시 정리한 결과 17일 상오 6시 현재 실종자수는 남자 66명,여자 2백8명 등 모두 2백74명이라고 공식 확인.
  • 초복(외언내언)

    「개고기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이라 한다.또 국물을 만들어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 계절음식물로 한다.이렇게 하여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약을 보강하는 데 효과가 있다.그래서 시장에서 또한 이것을 많이 판다」 1백50년전 삼복의 시정 풍습을 소개한 동국세시기(홍석모편)의 한 대목이다.복날 개를 잡아 보신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의 풍습이었던 것 같다.「복날 개패듯 한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도 짐작이 간다.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부터 영양가 풍부한 개장을 먹고 더위를 이기려 했던 선인들의 슬기로 풀이된다. 복날은 개장보신 뿐만 아니라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들놀이를 나가 하루를 즐겼다.서울의 상인들은 복날때마다 철시하고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 교외 숲속이나 냇가로 가서 포식하며 즐겼다.「복놀이」또는 「복달임」이라고 했다.복날에는 민어로 회를 치거나 매운탕을 끓이기도 하고 팥죽을 먹었으며 참외나 수박·복숭아 등을 마음껏 먹었다.서민들에게 복날은 덥기는 하지만 잔칫날같이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이같은 복날 풍습과 놀이가 이제는 다 사라지고 말았지만 개장국만은 보신탕이란 이름으로 기세좋게 이어지고 있다.고대 중국에서 삼복에 개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살을 찢어 도성 사대문에 걸어놓고 병을 예방했다는 기록이 있다.복날과 보신탕의 연원을 밝혀주는 단서가 될법하다. 절기상으로 하지가 지난뒤 세번째 「경일」이 초복이고 네번째 경일이 중복이다.입추후 첫 경일은 말복이 되는데 그 사이는 모두 10일간격이다. 오늘은 장마속에 맞는 초복.소나기가 오락가락할 것이라는 예보다.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꼭 20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지하에 매몰된 인간의 체력 한계가 20일이라고 하니 또다른 기적의 생환이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 “다시 태어나 기뻐요”/377시간만에 새아침 맞은 박승현양/인터뷰

    ◎기적의 생환/수영장 놀러가 팥빙수 실컷 먹겠다/「착한 딸」 다짐 지킬수 있어 정말 다행 『제가 지금 확실히 살아있는 건가요.아직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어요』 3백77시간의 고립.그 끝모를 절망과 어둠의 공간에서 기적적으로 한줄기 생명의 빛을 움켜잡은 박승현(19)양은 생환 이틀째인 16일 아침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온통 자신의 얘기로 가득찬 신문을 보면서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그동안 잘해드린 것없이 속만 썩여드렸는데 이렇게 또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도 났고요.오빠와 남동생도 무척 보고싶었어요.살아서 나가면 정말 착한 딸이 돼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그걸 지킬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에요』 박양은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인지 다소 초췌해 보였으나 죽음의 문턱에서 17일만에 돌아온 소녀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건강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구조될 때 머리쪽에 나있던 조그만한 구멍이점차 넓어지면서 푸른 하늘이 보이는 순간 「이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양은 『갇혀있으면서 무섭다거나 죽는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으며 친구들과 놀러다녔던 일 등 즐거웠던 기억을 주로 떠올렸다』고 말해 자신의 낙천적 성격이 「죽음의 유혹」을 이겨낸 요인이 됐음을 은연중에 드러내 보였다. 박양은 또 『사고가 일어났던 날 3층사무실에 근무하는 박해정언니가 나를 만나기 위해 지하 1층에 내려와 같이 얘기를 나누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함께 도망쳤는데 건물이 무너진 뒤 머리 뒤쪽에서 언니가 「제발 구해줘.아파…죽겠다.살려줘」라고 소리치는 외마디가 들렸다』며 되살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구조되기 얼마전 사촌동생 은영이가 꿈에 나타나 「오늘이 3일 하오2시39분」이라고 말해 매몰된 지 한 5일정도 지난 걸로 알았다』는 박양은 『숨을 제대로 못쉴 때 가장 고통스러웠고 목이 말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녹물을 마시려고 했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스타킹에 적셔 입에 대기만 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또 『몇번이나 머리위에서 구조대원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고함을 질렀으나 듣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너무 안타까웠다』며 『지금도 나처럼 구조대원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하는 생존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하루 빨리 구조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물 한모금 먹지 않고 무려 열이레를 버틸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런 박양도 19살짜리 신세대답게 퇴원하면 가장 친한 친구 혜진(18)이와 수영장과 롯데월드에 놀러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실컷 먹고싶다는 소망을 수줍게 고백했다.
  • 하나같이 밝고 낙천적 성격/극적생환 신세대 3인 공통점

    ◎예상밖의 여유있는 태도에 주위 “깜짝”/콜라·아이스크림 등 인스턴트 식품 즐겨 캄캄한 어둠 속에서 먹을 것은 물론 대화상대도 없이 수백시간을 지내다 구출되는 순간,밝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첫마디 말은 무엇이었을까. 15일 구조된 박승현(19)양을 비롯,최명석(20)군·유지환(18)양 등 「기적의 신세대 3명」이 구조된 뒤 건넨 말들은 발랄한 신세대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을 담고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또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양 등 3명이 구조대원에게 던진 공통된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오늘이 며칠입니까』였다.생존의 본능과 매몰된 상태에서 무디어진 시간감각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젊은이다운 싱그러움과 예상 밖의 여유를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구조 당시 열기를 견디기 위해 옷을 벗고 있었던 박양은 『불빛을 비추지 마세요.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아요.옷을 갖다 주세요』라며 3백77시간만에 구조의 손길을 잡은 사람치고는 의외의 요구를 해 구조대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지난 11일 구조된 유양도 『나는 괜찮아요』라며 조금도 엄살을 부리지 않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데이트를 요청하는 구조대원들에게 『나이가 어려서 아저씨들하고는 안되겠네요』라며 여유를 잊지않았다. 최군도 지난 9일 구조된 뒤 오히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는 등 시종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이들은 「먹고 싶은 게 없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콜라,아이스크림,냉커피 등이 먹고 싶다고 말해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는,기성세대와 다른 신세대의 미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X세대는 아니었다.함께 매몰된 동료의 생사와 실종자 가족들의 상심을 걱정하는 어른스런 면도 가지고 있었다. 박양은 구조되는 와중에서도 『백화점붕괴로 죽은 사람은 없습니까』라며 다른 희생자들을 걱정해 구조대원들의 감탄과 칭송을 자아냈다. 최군도 병원으로 옮겨진 뒤 『생존자가 더 있는 것 같으니 실종자 가족들도 희망을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최후의 한사람까지 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유양은 『혼자 살아나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걱정하는 말을 잊지 않아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극한 상황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돌아온 원동력이 되었음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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