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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라다 주한 일본대사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일관계’ 강연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는 8일 “북한과 일본이국교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인 납치 의혹’ 등의 문제가 먼저해결되야 한다”고 밝혔다. 데라다 대사는 이날 한국언론재단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마련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일 관계’라는 제목의 조찬강연회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의 인도적 문제와 핵·미사일·생화학무기·북한 선박의 일본 영해 침범 등 안보문제가 선행되지 않고는 북-일 관계가정상화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일 경제협력과 관련,“전세계 각 지역에서 자유무역협정이속속 체결되고 있으나 한-중-일의 동북아지역에만 이같은 협정이 없다”면서 “한-일 자유무역협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데라다 대사는 “한-일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시장의 3분의2에 해당하는 1억7,000만명의 시장이 생긴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일 투자협정을 연내에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이같은 경제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일교포의 참정권 문제와 관련,“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운데 영주 외국인에게 지방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면서 “그러나 일본은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데라다 대사는 또 한-일간의 인적 교류의 필요성도 역설했다.구체적인 방법으로 매년 100명의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을 향후 10년동안 일본 일류의 이공학부 대학에 유학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이는 한-일 양국이 대중문화의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독도수호대’ 소속 회원 3명의 기습시위로 강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김윤배(金允培) ‘독도수호대’ 집행위원장등 3명은 데라다 대사가 강연을 시작하려는 순간 연단의 마이크를 잡고 “독도가 어떻게 일본땅인가”,“데라다 대사 추방하라”는 등의구호를 외치다 행사요원들에 의해 밖으로 퇴장당했다.김 위원장은 “데라다 대사가 최근 한국의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한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녹차·야생화 혼합 전통향 ‘구례소리’ 시판

    녹차와 야생화로 만든 전통향인 ‘구례소리’가 30일 첫 선을 보였다. 전남 구례군은 녹차와 야생화인 감국(황색 들국화) 가루를 벌꿀에혼합,2종류의 전통향을 개발해 다음달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구례소리’는 제사때 향 대신 쓰거나 악취를 없애는데 이용할 수있는 선향(線香)과 목욕물에 풀어쓰는 향환(香丸) 등 2종류다.선향은개당 1만7,000원,향환은 1만3,000원이다. 선향은 향이 옅고 짙음에 따라 ‘모닝’과 ‘나이트’로 나뉘며 곰팡이나 음식냄새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정신을 맑게 해준다. 향환은 욕조에 넣어 사용하면 녹차탕처럼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전통향인 구례소리는 군 농업기술센터와 우향연구소(대표 송인갑)가7개월간의 공동 연구로 개발했다. 구례 남기창기자 kcnam@
  • “이러지도 저러지도” 한의학연구원장 선임 싸고 갈등

    31일 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이사회가 소집돼 한달여를 끌어온한의학연구원 원장 선임 문제의 해결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신임 연구원장 후보로는 김정숙(金貞淑),성현제(成賢濟) 책임연구원으로 압축된 상태다.지난 7월 이사회 투표를 거쳐 선정된 것이다. 이사회의 투표도 마친 만큼 상급기관인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의 결정만 내려지면 마무리 될 일이었지만,당시 박규태(朴圭泰) 이사장은‘내부 문제’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한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힌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김연구원이 성연구원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따라서 이사회는 김연구원을 1순위로,성연구원을 2순위로 올렸다.이사장으로서는 누구를 선택해도 절차상 하자는 없지만,1순위인김연구원이 선임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진다.이때 한의사협회가 이를 강하게 제지하고 나섰다.한의사가 아닌 ‘약사 출신’이 한의학연구원장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이사회는 김연구원이 한의학연구에 필수적인 생화학분야에서 6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했기 때문에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지만,협회의 반대를 무턱대고 외면할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성연구원으로 선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여성계가 주시를 하고 있는 탓이다.정부 산하 43개 연구원 가운데 여성 연구원장은 여성개발연구원을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다.정식 투표도 거친 여성이 오랜만에 원장직에 오르려는데 명분없는 반대로 내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박이사장이 전결을 위임받고도 다시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재차 이사회의 동의를 얻는 형식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반발을 분산시켜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지운기자 jj@
  • [벤처기업 탐방] 리젠바이오텍

    서울 성북구 홍릉 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연구원 특유의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 엄숙함마저 감돈다.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8개의 연구동들이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곳에 벤처기업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하지만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화학동 의과학연구센터 1층에는 이 센터의 유일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리젠바이오텍(REGEN Biotech)이자리잡고 있다. 리젠바이오텍은 지난 4월 조직재생 분야의 전문가인 배은희(裵恩姬·41·선임연구원) 박사 등 KIST 연구원들과 서울대 경북대 등 의대교수들이 뜻을 모아 창업한 ‘실험실 벤처’다.올해초 연구원 겸직허가에 따라 KIST의 지원으로 기존 실험실 2개를 벤처 연구실로 개조했다.15평 남짓한 연구실에는 전자현미경을 비롯,각종 동물실험 및세포배양용 기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리젠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은 생체 친화적 고분자 및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뼈나 피부 등 생체조직을 재생시키거나 이에 필요한 생리 활성물질 및 촉진제를 개발하는것.조직재생 기술을 이용,기능성 대체조직 및 암 등 단백질 세포 발현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 박사팀은 지난 5년간 생체 적합성이 뛰어난 키토산을 이용,각종세포배양 연구를 진행하던 중 3차원 세포배양 지지체인 ‘다공성 키토산 구슬’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3차원 세포배양 기술은 체내와같은 조건에서 세포를 입체적으로 키우는 기술로,조직재생에 가장 적합한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배 박사는 “3차원 지지체는 조직재생이나 이식 등에 널리 쓰일 수있어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토산 등 활성물질을 이용한 세포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조직재생연구에 몰두한 결과,피부의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재생 촉진제를시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앞으로 붕대나 연고 형태로 개발,화상이나 골절·피부손상·성형 수술용 등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배 박사팀은 이밖에 키토산 단백질을 이용한 인공 치아나 인공 간,골 대체물 등 기능성 대체 인체조직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특히 인공 치아는 치아를 둘러싼 인공 인대가 강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이식한 뒤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젠바이오텍의 기술력은 세포배양,조직재생 등 관련된 모든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맨파워에서 나온다.배 박사를 비롯,지난 5년간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권익찬(42) KIST 책임연구원,김인산(42·생화학) 경북의대 교수,박찬웅(65·약리학) 서울의대 교수,이용찬(45·구강학) 한림의대 교수 등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공학 벤처를 만들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02)958-6666김미경기자 chaplin7@. * 裵恩姬 리젠바이오텍 대표. “연구결과의 많은 부분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기술력을 검증,사업화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젠바이오텍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은희 KIST 선임연구원은 벤처업계에서는 보기드문 여성 대표다.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뉴욕주립대에서 세포분자생물학 박사를 받은 뒤 5년째 KIST에 몸담고 있는 ‘전형적인’ 연구원 출신이다.벤처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사업경험은 물론,벤처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얻기 힘들었지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KIST내의 창업지원센터와 벤처기업의 대표로 있는 남편의 도움이 컸습니다” 벤처 창업에 대한 확신이 서자 각 대학에 포진해 있는 동료 전문가들과 함께 세포배양 및 조직재생 기술을 활용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구상하기 시작했다.이것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자랑하는 기술력은 3차원 세포배양법을 통한 조직 재생기술.앞으로 뼈와 피부 등 조직 재생은 물론,재생 촉진 단백질 생산 및 간염·간경화,만성신부전증을 진단할 수 있는 ‘모니터링 키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뒤 사업확장을위해 투자유치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상용화 제품들을 통해 매출을 올려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 옛 詩心과 새로운 詩心을 만난다

    시집을 열 권이상씩 낸 중견시인들의 새 시집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도서출판 세계사는 정진규,이승훈,최승호 시인의 신작시집을 각각발간했다. 중견시인들의 이삼년 간 시작들을 한데 묶은 시집은 눈에 띄지 않는옹달샘 가에서 때때로 피어나는 단순한 야생화들을 차곡차곡 채집한것과 같다. 시의 은근한 수원이 괄괄한 목소리의 계곡으로 변전하는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언제까지 마르지 않고 혼탁해지지 않는 시심과 만날 수 있다.첫눈에는 신기하달 것이 없는 자연의 풀꽃들이 오래 눈에 남듯 이들 중견시인들의 새 시집들은 예전과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향기와 달라졌는가 싶으면 여일한 뿌리를 떠올리게한다. 정진규의 11번째 시집 ‘도둑이 다녀가셨다’는 연작시 형태로 작품을 써나가는 방법을 거두어버렸기 때문에 시적 대상을 선택하고 내용을 표현하는 손길이 보다 유연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그만큼 시세계의 질감도 다양하고 풍요로워 보인다.정진규 시인은 ‘몸 시’ 이래로 생명현상의 경이로움을 육체와 정신의 충만한 교감으로 표현하여왔다.그러한 교감의 자세는 이번시집에서도 중요한 삶의 원동력으로,또한 시적 상상력의 촉매제로 원숙하게 발휘되고 있다.몸짓의 교감을통해 대상과 더불어 생명현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절실하게 만끽하는 일,이러한 일의 가치를 시인은 이번 시집 속에서 밝혀낸다. 잘되어 있는 이별 하나를 보았다 이별은 이별이 아니었다 멀리 몸을 마주대고 있었다(…)벌판이 한도 끝도 없기에,산들이 저 멀리 밀려나 있기에,아무래도 궁금해서 먼저 산들이 있는 그곳까지 가보았다들판이 산들을 그렇게 멀리 밀어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산들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판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강물 하나 놓아 흐르게 하면서 들판의 흙 묻은 맨발들을 씻어주고 있었다(‘영산포 가는 길’) 이승훈의 11번째 시집 ‘너라는 햇빛’은 몇 가지 두드러진 변화된특징을 노출한다.무엇보다 ‘너’로 지칭되는 시적 대상들이 이전의시집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현실의 모습을 갖춤으로써 시의 내용에 사실적인 질감이 강화되고 있다.또 패러디와 인용과같은표현기법을 고의로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시인의 주체적 입장과 경계를 지워버리려는 방법론적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나는 네 속에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부는 세상 너라는 꽃잎 속에 활활 불타고 싶었다 비 오는 세상 너라는 햇빛 속에 너라는 제비 속에너라는 물결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너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네가 피안이었으므로(…)(‘너라는 햇빛’) 최승호의 10번째 시집 ‘모래인간’은 드물게 주제와 표현 형식을먼저 결정한 뒤 집중적으로 쓴 미발표 시들을 묶었다.주어진 형상과기능을 잃어버리고 소멸의 과정을 겪어내는 사물들의 자취를 탐색하고 있다.모래와 재의 흔적으로 남은 사물들의 존재 의의를 탐색함으로써 인간의 근원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성찰한다. 어느 백제왕의 혁대는 비단벌레 껍질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방황하는 모래들, 표류하는 모래들,폭풍에 들려 빈 하늘에서 빈하늘로 떼지어 날아가는 모래들, 누구의 것도 아닌,그 누구의 뼈도,그 누구의 살도 아닌, 남은 것은 혁대와 비단벌레 껍질에 흐르는 은하수, 4월의 황사는 고비사막에서 날라와 비단벌레 껍질과 속삭인다.(‘모래인간’)김재영기자 kjykjy@
  • [녹지를 가꾸자] 학교 숲을 가꾸자

    ‘학교에 숲을 만들자’ 학교하면 일자형 건물에 군대 연병장같은 황량한 운동장이 떠오른다.냉난방시설 컴퓨터 비디오 등 내부의 교육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콘트리트 건물에 둘러싸인 아이들의 정서는 갈수록 메말라 가고 있다.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전영우(全瑛宇)교수는 “제정 프러시아의 연병장과 같은 운동장이 일제의 강압으로 이 땅에 들어온지 100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종주국 격인 독일이 변했고 일본도변해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연병장같은 운동장을 신주단지처럼모시고 산다”고 지적했다. 숲을 보지 않고 자연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은 ‘생태맹(生態盲)’이 된다.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면 ‘문맹’,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 되듯 마찬가지다.자연에 대한 경외감 등이 없어져 사고나 의사결정 과정이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한다.나아가 추함과 무질서 등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등 심성 파괴마저 초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생태맹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학교 주변의 녹색밀도와 학원폭력이 반비례한다는일본 환경청의 조사도 있다.숲과 친하게 생활한 사람은 남과 잘 어울리고 잘 뭉치며 강한 소속감을 갖는다고 한다.‘왕따’와 학교폭력을 없애는데 한몫할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학교에 숲을 가꾸면 많은 장점이 있다.소음을 방지하고,온도를 조절하는 등 환경적인 효과외에도 그 넉넉함과 풍요로움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감성을 발달시킨다. 뒤늦게나마 이같은 인식에서 98년부터 학교 숲 가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숲가꾸기에 발벗고 나서는 기업인 유한킴벌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시민운동단체인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이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우선1년에 10∼20개 학교를 선정하는 등 모두 50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할 계획을 마련했다.지금까지 30개교가 뽑혀 5년동안 숲을 가꿀 수있는 자금으로 500만원∼1,0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 숲 가꾸기는 참된교육에 절대적이다. 학교 운동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0평을 160여종 3,000여그루의 나무로 메운 경기도 안양 신기초등학교 남상용(南相容) 교장은“숲가꾸기는 생명존중 교육으로 인성과 창의성에 효과가 있는데다 교육자료가치도 높다”고 말했다.산 교육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국어시간에는 시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고,산수시간에는 셈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체육시간에는 게임,미술시간에는 스케치,음악시간에는 가사의 훌륭한 원천이 된다.게다가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야생화 재배·관찰·수집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남 교장은 “학생들이 일기에다 학교에 숲이 있어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적는다”면서 “학생 개인별로 나무를 지정해줬는데 겨울방학중 눈이 많이 내리면 걱정이 돼 학교에 나와 돌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숲가꾸기 국민운동 이수현(李洙賢) 부장도 “아이들이 나무를 심고가꾸는 과정에 참여해 몸으로 느끼면 가지하나라도 조심스럽게 다룬다”면서 “생명을 심고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생명존엄성을 느끼는사회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아울러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의식이 변했고 학교 환경에 방관적인 입장에서 숲을만들면서 참여하는 계기가 돼 학교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효과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에 숲을 조성하는데 걸림돌도 많다. 한국환경교육학회 최석진(崔錫珍) 회장은 “주변의 관심부족으로 기금조성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반 기업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운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울시가 ‘1,000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되고 있다.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학교 숲가꾸기라는 것이 교장 혼자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사이의 공감대 형성도 어려운 점이다.교장이 하자고 하니까 시늉만 하는 경우도 있다.잡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에게는또하나의 잡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아직 시범학교처럼 가산점을 주는 등 행정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대 전영우 교수는 “20년 전에 나무를 심었더라면 오늘 우리의 학교는 이렇게 황량하지도 삭막하지도 않을것”이라면서 “이 운동이 하루빨리 퍼져 학교가 학생들에게 휴식공간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연사랑을 배울 수 있는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英·美등의 학교 숲 가꾸기. 영국의 학교 숲 가꾸기는 90년대 초 ‘LTL(Learning Through Landscapes)’이라는 전국적인 규모의 사회단체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시작됐다. 3,000여개 학교가 회원인 이 단체는 지역차원에서 학교옥외환경 개선사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은 정보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해주고 있다.지속적으로 학교옥외공간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교재,비디오,포스터와 안내판들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히 초기단계에서부터 실행단계에 이르는 과정뿐만 아니라 활용단계에 교사와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과 비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미네소타주에서는 91년부터 세인트올라프대와 지역 내 학교간의 협력 프로젝트인 ‘학교 자연지역 프로젝트(SNAP)’를 통해 공·사립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환경교육장을 조성하기 위해 학교 숲을 야외 학습 부지로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국립야생동물협회(NWF)는 학교 숲에 야생동물서식처조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야생동물서식처조성은 학생,교사 등을 위한 하나의 지속적인 학습과정이다.NWF에서는 야생동물서식처조성을 위해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면적에 따라학교 내 야생동물서식처조성을 위한 몇 가지 설계안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에버그린재단’의 주도아래 91년 이후 학교와 지역공동체의 자연환경을 향상시킴으로써 사람들과 자연간의 올바른 관계를형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에버그린재단은 학교 주위의 숲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교육적인 자연환경으로 만드는데 학교,지역공동체,정부와 기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건강한 학습환경으로 학교옥외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과지역 내의 자연지역을 보전하고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주민들을 돕기 위해 토론토를 중심으로 한 지역 단위의 프로그램 등이 있다. 김영중기자. *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 “학교 숲 가꾸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연사랑과 생명존중 사상을배우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17년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유한킴벌리 문국현(文國現) 사장은 98년부터 학교 숲 가꾸기운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건전한 환경을 주기 위해서다. 문 사장은 “컴퓨터게임 등에 빠져 인성이 황폐화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 숲은 정신적인 안정을 준다”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숲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숲가꾸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83년 안식년을 맞아미국과 호주를 둘러보고서다.어디를 가든 나무와 숲이 있는데 반해귀국하면 숲가꾸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안식년을 마친 뒤 회사에 건의,84년부터 국유림에서 조림과 간벌,나무 섞어 심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그는 “그렇게 가꾼 국유림이 1,956만평이고 해마다 200만평 정도씩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문 사장에게 어려움도 많았다. 문 사장은 “나무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정부는 나무 가꾸기에 드는 비용을 손비로 처리해주지 않아 40%나 되는 세금을 물었지만 다행히 94년부터 세금이 완전 면제됐다”고 밝혔다. 문 사장의 노력으로 유한킴벌리는 회사 매출액의 0.5∼1%를 숲가꾸는데 쓰고 있다.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적지 않은 액수다.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매출액의 0.1%정도를 사회에 환원한다. 김영중기자
  • 북, 中서 핵관련부품 구입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1∼2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서 미사일 관련 부품 구매를 늘리고 핵무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핵 관련 품목들을 수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의 무기거래에 관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북한,리비아,이란 등 확산 우려가 있는 몇몇 국가에 핵 및 생화학 무기를 공급했고 파키스탄과는 미사일 관련 거래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북한은 중국과의 무기거래 외에 카자흐스탄에서도 미그 21기를수입했으며 파키스탄의 미사일 개발에 핵심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고 이란은 북한,러시아,중국,서유럽 국가들의 도움으로 핵과 생화학 무기,미사일체제 및 재래식 무기의 증강을 계속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hay@
  • 러시아 ‘첨단기술’ 밀려온다

    러시아 첨단기술이 밀려온다. 냉전시대 미국과 우주·군사산업 분야에서 첨단기술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구 소련)의 원천기술이 최근 벤처붐을 타고 국내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한국과 러시아간 과학기술 인력교류 및 산업기술 협력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도본격화하고 있다. [왜 러시아 기술인가] 러시아 기술은 중소기업들의 ‘애로기술’을 해소하고,첨단분야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모스크바 등 대도시 주변에만 수천개의 국·공립 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러시아는 기초과학이 발달해 있고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러시아측이 기술이전에 적극적이고 비용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저렴하다.러시아가 보유한 기초 연구기술은 신소재,정밀 센서 등 최근 각광받는 하이테크 분야로 기술파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러과학기술협력센터 김용환(金溶煥)박사는“우리 벤처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러시아 기술을 도입,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기술을 도입,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도입의 양성화·체계화] 지금까지는 몇몇 대기업이나 벤처기업가들이러시아의 연구소나 과학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비공식적인 경로로 국내에들여왔다. 불안한 러시아의 국내 사정을 틈타 기술거래 회사들과 브로커들이 난립하고,핵심기술을 둘러싼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최근에는대학과 지자체,국가기관 등이 나서면서 기술도입이 양성화되고 체계화되고있다. KIST를 주축으로 한 홍릉벤처밸리사업단은 복합소재,신소재,생화학물질,의료기기,레이저,전자부품 등 20여개의 아이템을 선정해 오는 9월부터 이 분야의 전문가 100여명을 국내에 영입할 계획이다.러시아 전문가들은 홍릉벤처밸리에 둥지를 틀고 중소기업의 애로기술을 자문해 주거나 한국측과 공동으로벤처 아이템을 개발하고,사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울산대 교수들은 러시아의 톰스크 공대,노보시비르스크 공대 등과 교류하면서 기초기술과 응용기술을 접목시켜 잇따라 벤처를 세웠다.대전시는최근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와 자매결연을 하고 국제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정부도 적극적] 과학기술부는 러시아의 기초기술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92년부터 한·러 과학기술 인력교류사업을 펴온 과기부는 올해 한·러 과학기술인력교류사업에 41억7,700만원을 배정,러시아의 고급 과학기술인력 100여명을 유치,활용키로 했다.대학·공공연구소는 과학기술평가원(KISTEP)을통해,기업부설 연구소는 산업기술진흥협회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국내 과학자 20여명도 러시아 등 현지에 파견해 공동연구를 하도록 지원하고단기에 실용화할 수 있는 특정과제를 중심으로 현지 연구팀과 2∼3개 공동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도 기술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한·러 기술협력사업을 본격 착수하기로 하고 부품·소재분야의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수요조사를벌이고 있다.산자부는 생산기반기술을 중심으로 기술도입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50억원의 추가예산을 신청해 놓은상태다. 함혜리기자 lotus@
  • [벤처기업 탐방] 생명공학 벤처 (주)IDR

    쉴새없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형 컴퓨터들,바쁘게 돌아가는 정보분석 프로그램….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10여명의 연구원이 컴퓨터 화면을 열심히들여다보고 있다. 테헤란 밸리에 있는 정보통신(IT) 벤처기업의 모습이 아니다. 올해 초 과천의 한 오피스텔에 둥지를 튼 생명공학 벤처기업 ㈜아이디알(IDR·Information & Data Revolution)의 사무실 모습은 여느 IT 벤처와 다를바 없다.시약이나 실험기기 대신 자리를 차지한 10여대의 컴퓨터 정보화시스템이 이들의 ‘재산목록 1호’다. 아이디알은 인간 유전자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분석·처리,각종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첨단 생명공학 벤처로 손꼽힌다.아이디알의 경쟁력은 국내 최초로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 생물정보학은 아직까지 생소한 분야.최근 공개된 인간게놈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수많은 유전자들의 ‘지도’일 뿐이다.따라서 흩어져 있는 방대한 유전정보의 기능을 분석하고,이를 신약개발등에 활용하려면 컴퓨터를 통한 정보분석과 데이타베이스(DB)화가 필수적이다.생물정보기술은 포스트 게놈시대를 맞아 각종 유전정보를 신물질 개발 등상품화로 연결시키는 지름길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디알이 중점을 둔 사업은 단백질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는것.이미 1만2,000여개의 단백질 구조정보를 확보,DB화했다.따라서 유전자의기능이 밝혀지는 것과 동시에 단백질 정보에 바로 적용,기능에 맞는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이밖에도 700만건 이상의 유전정보,150만건의 화학정보를갖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유전정보를 이용, 신물질을 개발하려는 모든 바이오벤처들이 아이디알의 주요 ‘고객’이다.그렇다고 해서 유전자정보의 ‘공급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승목(金承穆·40) 연구소장은 “제약회사를 비롯,신물질 개발에 뛰어든바이오 벤처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유망 바이오벤처 3개와공동연구를 하는 한편 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단백질 정보를 이용,항바이러스·항암제와 치매·간암치료제 등 7개의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말했다. 윤정혁(尹正赫·37) 수석연구원은 “3년안에 1,000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같은 신물질 개발을 원하는 벤처들과 기술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알은 뛰어난 맨파워를 자랑한다.지난 10년간 생물정보학의 중요성에공감해 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생명공학연구소 출신으로 과기부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김 소장 외에 제약회사 책임연구원으로 신약개발에 몰두해 온 한철규(韓哲圭·박사) 대표 등 20여명의 석·박사 연구진이 활동 중이다.이밖에 고훈영(高熏英) KIST 생화학물질연구센터장,유성은(柳聖殷) 화학연구소 화학물질연구단장 등이 외부협력 연구진으로 참여한다.앞으로미국 호주 등 해외 연구진들과도 협력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 *한철규 IDR대표 “세계 최초의 신약 개발이 목표”. “한국 연구진의 이름이 기억될만한 세계 최초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올해 초 10년간 몸담았던 제약회사를 떠나 아이디알의 대표를 맡은 한철규(韓哲圭·40) 박사는 생물정보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기존의 신약개발 방식은 후보물질의 발견확률이 낮고 개발속도가 늦지만,DB화된 유전정보를 활용한다면 빠른 시간내에 최적의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한 대표는 아이디알의 기술력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90년대 초부터 미개척분야인 생물정보학에 몰두해 왔기 때문에 외국기술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은 유전정보의 연구범위가 넓지만 우리는 한국인과관련성이 높은 단백질 정보를 이용,간암·위암 치료제 등 꼭 필요한 신약을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알은 지금까지 특허청의 발주로 1,000건의 유전자관련 특허를 DB화했다.한 대표는 “특허청 발주를 비롯,기술제휴 등으로 3억원 정도의 매출을올렸다”면서 “오는 9월 본격적인 DB공개 및 연구 사업을 통해 내년에는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알은 IR(투자설명회) 등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다.앞으로 1∼2년내기술력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투자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 대표는 “오는 8∼9월쯤 미국·호주에 해외지사를 세우고,내년에는 유전자 합성 실험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02)3679-0131∼3김미경기자
  • [문화도시 문화거리](3)역사·전통 숨쉬는 진주

    촉석루를 한번 쳐다만 보아도 진주의 절반을 안 것이고,촉석루에 올라 그 아래 펼쳐진 경개를 바라봤다면 진주를 모두 안 것이라는 옛말이 있다.그만큼촉석루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목사 김시민과 의로운 기생 논개의 충절이 더해진 진주의 상징이다. 그러나 촉석루 만으로 진주를 다 알 수 있다 함은 글자 그대로 ‘옛말’이아닐 수 없다.진주의 어제는 보았을지 모르지만,오늘과 내일은 그곳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문화도시로서 진주의 미래를 촉석루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촉석루에 올라보자.“저기 계단에 놓여있는 팻말은 필경 ‘출입금지’를 알리는 거겠지”라고 생각이 미치는 순간 ‘신발을 벗으세요’라는 반가운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삼복더위에도 백수십명의 시민들이 이 곳을 찾아 한담을 나누고 있는 것은 단지 시원한 남강 바람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촉석루 건너 칠암동의 강변풍경도 인상적이다.진주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이내옥관장은 광주 출신이지만 진주사랑이 남다르다.그는 진주시민들이 남강변을 강변 다운 풍경으로 가꾸고 있는 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재정 수입 몇 푼 올리자고 아름다운 강변을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버렸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이곳에는 2.9㎞에 이르는 ‘남가람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천수교에서 진주교까지가 ‘역사의 거리’,진주교에서 진양교까지가 ‘예술의 거리’이다.조각공원과 야생화·만국화 단지가 들어선 ‘예술의 거리’에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자리잡고 있다.국악단과 무용단·관현악단·합창단등 4개 진주시립 예술단체가 활동한다.문예회관앞 남강 둔치에는 백조를 형상화했다는 야외무대도 세워지고 있다. 남가람 문화의 거리가 현대적 문화를 대표한다면,진주성과 천수교 사이의 고미술거리에는 옛 사람들의 체취가 가득하다.20여 곳의 골동품상점이 밀집한이곳의 지명은 서울의 고미술거리와 똑같은 인사동(仁寺洞).한적해 보이는겉모습과는 달리 적지않은 명품들이 거래되고 있어 일본에까지 소문이 났다. 진주성,진주박물관을 한데 엮은 역사문화단지 개발이완료되면 ‘인사동’이 화제에 올랐을 때 “서울을 말하는 거야,진주를 말하는 거야”라는 물음이뒤따를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진주의 젊은이들에게 “문화의 거리가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면,십중팔구는 대안동 젊음의 거리를 떠올린다.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안동은 서울로치면 명동이나 압구정동쯤에 해당할까.보수적인 도시라지만 이곳에 차없는거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특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소규모 퍼포먼스나 음악공연 등 젊은 취향의 각종 문화행사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소규모 집회도 벌어진다.이처럼 남가람 문화의 거리와 인사동 고미술거리,대안동 젊음의 거리는 진주성과 촉석루를 가운데 둔 삼각축을 형성한다. 그러나 대안동에서 만난 전주산업대생 서희철씨(23)는 “진주가 역사도시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젊은층을 위한 문화적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진주의 문화가 아직은 역사적 유산에 더 영향을 받고 있고,문화거리들도본 궤도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젊은 세대일수록 이런상황에 불만족을 표시한다. 가수 남인수와 손목인,작곡가 정민섭과 이봉조 등 뛰어난 대중예술인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것이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주시가 이들을 기념하는 향토박물관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들이 과거 엄청난 명성을 날렸다해도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유품전시에 그치기보다는,살아숨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뜻을 존중하는 일은 아닐까.작은 기념관을 가진 야외무대를 만들어 미래세대까지 포용하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매년 10월 개천예술제 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남인수가요제에 이어 ‘정민섭 기념 진주 록 페스티벌’이나 ‘이봉조 재즈 페스티벌’등으로 첨단 대중문화를 즐기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도 되새기는 젊은축제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진주 서동철기자 dcsuh@. *이렇게 가꿉시다서울 인사동거리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리 전통민속과 생활 속살을 들춰 보고 싶어하는관광객 특유의 호기심을 자극해서일 것이다.화석화된 박물관이나 전시 목적의 인위적인 민속마을과는 달리 독특한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존심 높은 예향이자 역사의 도시 진주에도 북장대 성벽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동품거리가 있다.진주 인사동에 있는 이 거리는 고미술품 상인들이 생업을 목적으로 하나둘 모여들면서 생겨난 자생적인 거리라는 점에서 서울 인사동과 흡사하다. 이런 자생적 거리의 활성화의 기본 틀은 거리의 주체인 상인들로부터 찾아내는 것이 옳은 수순이다.그들은 고미술품을 생업으로 삼는 프로들이기 때문에 문화의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고,어떻게 하면 문화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열리고 있는 상설 고미술품 경매의 활성화와 전통 고미술품 전시장의 개설이 가장 시급한 시설계획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거리의 표지판이나 정비계획도 중요하지만 전통거리 형성을 위한 활성화의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마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지금의 문화복지회관을 민속박물관으로 용도를 바꾸고,도자기·고서화·고가구·한복·전통차·붓·종이·벼루 등의 문방사우에서부터 미술과 관련된 화랑 등이 자리할 수 있는기반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시 조례를 고쳐서라도 세금 혜택,시설 개보수와 입점에 따른 재정지원이나 저리 융자 등의 정책적인 배려는문화 있는 거리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 활기있는 거리를 위한 차없는 거리의 설정,고미술 문화거리에 어울리는 축제의 발굴과 같은 마인드도 필요하다.축제는 고미술 벼룩시장과 같은 주말 장터와 연중 특정일에 고미술품과 풍물이 어울리는 예술 축제를 열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미술품을 사러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시민들이 거리를 기웃거리다 전통차 한잔 들며 급하디 급히 변해 가는 세상살이에 여유도 가져보고,여행객들에게는 전통미 배인 추억거리를 한 점 사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그런 거리가 문화 거리가 아닐까.
  • [녹지를 가꾸자] 옥상녹화 사업

    ‘옥상을 녹지로 활용하자’ 급격한 도시화로 어디를 보나 푸른색을 보기가 어렵다.서울시만 보더라도 607㎢에 이르는 전체 면적 가운데 49%(295㎢)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주택,빌딩,상업지구 등이 서울 전체 면적의 58%를 차지해 녹지공간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에 녹색공간을 확보하려는 여러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중 옥상을 녹지로 가꾸자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특히 옥상녹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장점이 많다. 도심을 푸르게 할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기존 옥상 표면보다 20℃정도 낮아열섬현상을 줄인다. 겨울에는 보온효과로 냉난방비를 줄이는 1석2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건축물 옥상을 완전 녹화하면 건물 냉난방에너지를 연간 16. 6%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밖에 빗물을 정화시키는 한편 저장해 도시 홍수를 예방한다.강력한 햇빛을 가려 건물수명도 늘리고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 결국 도시 비대화와 개발에 따른 자연녹지 훼손 피해를 보충하고,생태계 복원에도크게 이바지한다. 옥상녹화 사업은 80년대초부터 에너지 절약과 도시 경관을 꾸미기 위해 추진됐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했다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면서 힘을얻고 있다. 정부도 옥상녹화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발표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옥상에 조경시설을 설치할 경우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옥상조경면적의 3분의2를 대지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조경시설면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면적만큼 지상 조경시설을 줄이고 주차장 등 다른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옥상조경시설에 필요한 흙 깊이도 1m에서 50cm로 낮아져 화초나 높이 2∼3m 이하 관목도 심을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대구시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옥상녹화를 권하고 있다.이를 위해 신천하수처리장 인근 2만평에 잔디포지를 만들어 올 가을 잔디를 심어 키운 다음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무상공급하로 했다.시유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지에도 새로운 포지를 만들어 일반 주민들에게도 나눠줄 계획이다. 부산시는 녹지율이 1.3%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인 불명예를 벗어버리고 녹색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옥상녹화를 추진하고 있다.시는내사랑부산운동추진협의회와 부산녹색연합 등과 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시민운동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성남시도 도심지역 공공청사,백화점,병원,업무용 빌딩 등의 옥상 92곳에 조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삭막한 도심 옥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 울창한숲이 들어서고,텃밭이 마련돼 배추 상추 고추가 자란다.민물고기와 개구리가서식하고 잠자리 나비 벌 등이 날아드는 자연생태공원까지 선보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경동보일러 사옥 12층 옥상에는 지난 4월 자연생태공원 ‘하늘동산 21’이 문을 열었다.160여평 규모에 연못,습지,야생화초지,관목덤불숲이 자연상태 그대로 꾸며졌다.담쟁이 범부채 은방울꽃 석창포 등 근처 불곡산의 식물 80여종도 옮겨 심었다.인공습지에는 피라미 붕어등이 노닐고 개구리 3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대백프라자 옥상에서더위를 식힌다.소나무 아래 앉아 잠시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세상백화점도 7층 옥상에 나무와 꽃을 심고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경기 구리 LG백화점도 9층 옥상에 400여평 규모로 천연잔디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잔디 위엔 조각작품을전시하고 비치파라솔 등이 설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도 옥상에 산책길을 만들었다. 경기 부천시 원미동사무소 3층 옥상도 아담한 공원으로 만들어졌다.인근 상일동사무소 옥상은 아예 텃밭으로 꾸며 배추를 심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3층 옥상은 연구원건물답게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250여평 규모에 화초,관목 등을 심었고,생활하수를 끌어 올려정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인공폭포 관리사무소와 송파구 성내동 중앙병원,서초구 양재동 농협종합유통센터,경기 수원시 영통 황골우체국이 모범적으로 옥상녹화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근영연구원은 “옥상녹화는 녹지가 부족한 도시생태계를개선하는 한편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옥상을 개발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외국의 사례. 옥상녹화는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법제화를 서두르는 등 활발하다.외국에서는 옥상녹화 전문업체도 많아 가정에서 쉽게 옥상을 녹지로 가꿀 수 있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옥상녹화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일년동안 700만㎡ 이상의 삭막한 옥상을 파릇파릇하게 만들고 있다.이에 관한 기술을 깊이 있게 개발,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한다.베를린에서는 시가 녹화비용의 50%를 부담하고 나머지 50%도 융자를 해준다. 일본도 환경보전과 도시녹화의 한 방법으로 옥상녹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공건물이나 환경공생형 집합주택 등에서 이뤄졌던 옥상녹화가일반주택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옥상을 정원이나 텃밭으로 이용하는 주택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도쿄 북구의 ‘도시건축물 녹화추진 사업조성금 교부제도’처럼 일본에서도옥상녹화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옥상개발연구회’가 구성되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옥상녹화 기술이 최근 수년간 빠르게 발전했다.빗물을 이용한 자동살수시스템이나 관리가 필요없는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북유럽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가들도 옥상녹화를 주요 정책사업의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김영중기자. *걸림돌은 무엇인가. 옥상녹화는 장점이 많이 있지만 걸림돌도 많다. 우선 옥상녹화는 심어논 나무와 꽃이 햇빛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관리가어렵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 종로구 제일은행본점 빌딩 6층 옥상에 160여평 규모로 ‘공중정원’이조성돼 있다. 직원 한명이 상주하며 계속 관리해줘야 하는데다 관리비용도연간 500만원 이상이나 들어간다. 시설비용도 1㎡당 방수시설을 포함해 15만원 정도 지출해야 한다. 건물 옥상은 지상보다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분다.강한 바람은 땅의 수분을빼앗아 식물이 말라 죽기 쉽다. 옥상녹화를 시공하기 전에 필수인 구조안전진단과 누수문제를 해결하는데도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옥상녹화사업 대중화 방안을 찾고 있다.시는 ‘조경시설 관리조례’를 조만간 개정해 옥상녹화에 필요한 구조안전진단 비용과 옥상녹화시설 마련 비용 등의 일부를 지원해줄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설치비와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보급형 옥상녹화모델’을 만들기 위해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연구중에 있다.또 구조안전진단도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의뢰해 놓고 있다. 한편 상당수 빌딩들이 옥상에 식물을 심고 있지만 조경 중심이라 생태적 효과는 거의 없고 건물 안정성만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건축주들은 건물의 옥상에 임시 조경시설이나 녹지공간을 확보한뒤 준공검사가 끝나면 그대로 방치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가 많아 사후관리를 위한 철저한 지도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김영중기자
  • 계곡·원시림속에 숨은 ‘태고의 쉼터’

    우리 국토에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고 반가운 원시림과,톡 쏘는맛이 일품인 약수의 어우러짐. 강원도 양양군 서면 황이리의 미천골은 계곡과 원시림,폭포와 물보라가 어우러진 보기드문 장관을 연출한다.설악산과 오대산의 중간지점으로,여름철 적지 않은 이들이 한계령과 미시령을 피해 서울행을 서두르는 56번 국도변에있다.안개가 자욱히 낀 구룡령을 조심스레 넘어 10분을 달리면 미천골 들머리. 곰 입상 두 마리가 포효하며 길손을 맞는 모양이 이곳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전한다.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이 골짝에 호랑이와 곰이 산다고 믿는다. 그만큼 울창하다.들머리에서 4㎞를 오르는 동안 계곡은 험준한 바위를 뚫고성난 듯 넘쳐 흐른다.격한 물줄기로 그 위엄을 길손에게 과시한다.산천어 열목어 등이 남대천 줄기를 타고 올라오다 도저히 더 오르지 못해 이름이 붙여졌다는 상직폭포는 물줄기를 내리꽂는 모양새가 기품마저 풍긴다.계곡 곳곳에 이름없는 폭포가 즐비하다. 휴양림 사무소를 지나 3㎞지점에 이르자 왼쪽 돌계단 위에 휑하니 서있는3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봉우리들을 면벽하듯 앉아있는 선림원지. 신라 선종계열의 절터로 어찌나 컸던지 쌀 씻은 물이 계곡을뿌옇게 수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주춧돌은 건재한데 길손을 반기는 것은보물로 지정된 석탑과 부도,석등 등. 9세기경 절은 산사태로 사라지고 이젠잡풀과 이름 모를 야생화만이 과거의 영화를 대신한다. 여기에서 20분을 더 걸으면 50여년전부터 미천골에서 토봉을 키우며 살고 있는 김금녀씨(0396-673-8820)와 남동생의 토봉장을 만날 수 있다.토봉은 양봉에 비해 작고 검은 색이 두드러진다.피나무 싸리나무 엄나무와 당귀 등 귀한약초에서 꿀을 채취,그 질이 전국제일을 자랑한다. 1.8ℓ 한병에 20만원으로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다. 들머리에서 1시간 올랐을까.계류는 어느새 저 아래 낭떠러지로 몸을 숨기고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풀의 향연이 시작된다.자동차로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곳곳에 커다란 바위가 나뒹굴고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저 아래 계곡으로 곤두박질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박달나무 가래나무 참나무 전나무 잣나무 물푸레나무 등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수십m의 키를 자랑하고 서 있다.그번쩍스러움과 기고만장함이 대견하다.분명 이 계곡의 주인은 나무. 그 거만함은 설악에 견줄만한 단풍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가을에 진가를 발휘한다. 1시간여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끄트머리 폭포에는 요즘 보기 드문 약수 하나가 있다.불바라기 약수.불바라기란 불바닥이 변한 말로서 약수의 철분성분이 샘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기 때문에 붙여졌다.암벽 중간에서 새어나오는약수가 바위를 황갈색으로 물들이며 두개의 폭포를 거느린 자태가 사뭇 신비롭다. 한 잔 들이키니 진한 철분 냄새 때문에 역한 기분마저 든다.하지만 기분은상쾌하다.뒤돌아보니 막 퍼붓기 시작한 빗물이 계류의 찬 기운과 만나 물보라를 일으킨다.사이다를 연상시키는 물맛은 이 계곡의 선경과 맞물려 사바세계를 잊게 만든다.아니 그 자체로 피안이다.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진다.여기서도 25㎞가 더 이어진다고 하니 차라리 수풀의 광란이라 할만하다.그래 저 수풀에 몸을 던지면고스란히 받아주겠지,이런 착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린 것은 들머리로 돌아 나와,아스팔트 도로를한참 달려 홍천 땅에서 이틀만의 햇볕과 조우했을 때였다. 양양 임병선기자 bsnim@.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속사IC를 나와 이승복 반공기념관을 거쳐 창촌리에서 우회전,56번국도를 타고 구룡령을 넘는 것과 44번국도로 양평∼홍천∼내면을 거쳐 역시 56번 국도를 이용하는 두갈래 길이 있다.시간이남는다면 돌아올 때 양양으로 나가 주문진을 거쳐 강릉까지 동해안 일주도로를 탄 다음 영동고속도로를 타는 것도 괜찮다.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양양까지 온 다음 갈천 가는 버스를타고 황이리에서 내리면 된다.그러나 하루 5회만 운행되는 것이 흠. ■잠잘 곳 김금녀씨의 막내동생 명석씨가 운영하는 불바라기 산장(0396-672-4589)은 계곡의 참맛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입지와 들꽃들이 잘 가꾸어진 잔디밭,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갖춘 내부장식 등으로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1박 4만원. 미천골 휴양림(673-1806)에는 2만∼6만원의 통나무와 돌집이 있는데 7월은 예약이 완료됐고 8월 예약은 7월1일 오전 9시부터 받는다. 나무로 만든 침상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잘 만든 야영장(100개 수용)도 2,500∼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알칼리온천과 소화기 환자들에 인기있는 탄산온천을갖춘 오색약수가 지척이다. ■먹거리 남대천의 명물 뚜거리탕집으로 천선식당(672-5566)과 돌식당(671-2503) 월웅식당(671-3049)이 유명하다. 양양으로 나와 단양식당(671-2227)에서 수육과 막국수를 즐기는 것도 좋다. 양양장에는 인진쑥 장뇌 송이 산채 목이버섯 고사리 등도 넘쳐난다.
  • 인간게놈 초안 공개/ 불붙은 ‘유전자 혁명’..산업구조 대변혁

    *의미·전망. 다국적 공공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 유전정보회사인셀레라 제노믹스사가 26일 인간게놈 지도의 초안 완성을 발표함으로써 21세기 유전자혁명이 시작됐다. 인간의 특성을 전달하는 유전정보를 담은 ‘유전자 지도’는 종래의 예방·진단·치료의학의 방법을 송두리째 바꿔 인간의 수명을 크게 연장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이에 따르는 엄청난 사회적·윤리적 파급효과도 무시할수 없다. ■의미/ 이번 염기서열 해독으로 HGP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실제 우리몸속에서 이 유전자들이 어떻게 서로 작용해 인간의 생노병사를 조절하는 지를 밝힐 수 있는 기초자료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하지만 그 정도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규명이 궁극적으로 신약개발과 질병치료에일대 혁신을 가져 올 것으로 믿고 있다. 인간게놈의 이해는 새로운 차원의 신약개발을 촉진시키고 암과 심장병 등유전자 관련 질병에 대한 치료법과 진단기술을 한층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유전정보를 근거로 한 유전자 치료(질병을 일으키는 결함 유전자를 찾아내세포에서 제거한 뒤 수정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가 보편화되고,모든 질병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돼 여러 질병의 진단은 오늘날보다 훨씬 완벽하고 세분화된다. 난치성 유전질병의 완치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 이외에 ‘맞춤의약품’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인간세포의 노화과정이 밝혀짐으로써 노화 억제법도 등장할 전망이다. ■파급효과 / 인간게놈 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제약과 생명공학 산업 뿐아니라공공분야에도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생명공학에 바탕을 둔 치료제 시장은 현재 6∼7%수준에 불과하지만 유전정보를 토대로 한 신약은 10년동안 제약산업의 대표적인 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 유전자 암호를 담은 게놈지도의 완성은 많은 법률적·도덕적 딜레마를 야기할 지도 모른다.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즉 특허논쟁도 가열될 것이다.특허권에는 엄청난 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민간기업들은 유전자 약품과 치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특허경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적 파급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생물학과 의학,제약,정보학,정보산업등의 기술이 융합·확대됨으로써 21세기 산업구조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연구과제/ 이번 인간게놈 배열작업의 완성이 당장에 의학의 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인간 유전자의 완전해독과 재검토에는 앞으로 최소한 2년이더 소요될 것이며,나아가 이들 유전자로 이뤄진 수천종의 단백질을 이해하고기능을 규명해 분류하는 작업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이 유전자들의 정확한 기능을 밝히는 연구(기능유전체학)와 함께 개인간,인종간,질병간 게놈 정보의 비교를 통해 생체 기능차이의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비교유전체학)에 주력하게 된다. 게놈 해독과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유전자 정보규명이 야기할 엄청난 사회·윤리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특히 개인 유전정보의 노출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윤리적인 논의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혜리기자 lotus@. *인간게놈 두 주역. ■셀레라社 크레이그 벤터. [워싱턴 AFP 연합] 셀레라 제노믹스의 크레이그 벤터(53)는 인간게놈 지도연구에 20년 이상을 바쳐온 선구적 유전학자.유전학계의 ‘독불장군’으로불리는 그는 1980년대 초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연구에뛰어들었다. 92년 자신의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인정한 의학재정가 월리스 스타인버그의도움으로 게놈연구소(TIGR)를 설립,독자적 연구를 시작했다.해밀턴 스미스와 함께 연구하면서 95년 바이러스성 뇌막염 원인균인 돼지 인플루엔자균의 게놈을 해석했고 지난 3월 과실파리 유전자 지도를 발표한 컨소시엄에서도 중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셀레라가 30억달러의 공공자금이 투입된 공공부문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보다 빨리 인간게놈의 염기서열 분석을 마치겠다고 밝혀과학계를 놀라게 했다.24시간 가동하면 한달에 10억개 이상의 염기를 분석할수 있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설비 덕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다. ■HGP 프란시스 콜린스. [워싱턴 AFP 연합]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이끄는 프란시스 콜린스는 인간게놈 지도 연구의 엄청난 혜택은 물론 잠재적 위험도 잘 알고 있는 유전자 전문가.원래 화학을 전공했으며 생애 대부분을 공공연구에 바쳐 낭포성 섬유증,신경섬유종,헌팅턴병 등 많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규명하는데 기여했다. 16살 때 화학자가 되기로 결심,예일대에서 화학박사,노스 캐롤라이나대에서 의학박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며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예일대에서 생화학자로서 첫 연구를 하면서 생명의 열쇄인 DNA를 처음 접한 후 DNA 연구가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유전학 공부를 위해 1984년 미시건대에 진학했다.1993년 미 국립보건원(NIH)에 합류해 인간게놈에 대한 300만달러 규모의 연구를 이끌었다.무신론자에서 독실한 종교인으로 변신한 그는 유전학의 윤리적 위험성,특히 유전공학을 통한 유전형질 개선에 대한 경고도잊지 않는다. *HGP·셀레라 자존심 건 싸움 2년. [워싱턴 AFP 연합] ‘생명의 신비’를 밝힌 첫 주인공 자리를 놓고 2년간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셀레라.인간게놈 지도가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표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둘간의 치열한 경쟁이큰 몫을 한 때문이다.이들의 경쟁과 대립은 연구 결과를 무료로 공개하도록설립된 18개국 공동컨소시엄 HGP와 연구 결과를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려는민간기업 셀레라라는 두 기관의 설립 목적을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HGP와 셀레라가 26일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공동발표,양자간의 경쟁이 일시적으로 멈추기는 했지만 이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불을 튀길 것이 분명하다. 인간게놈 지도 완성은 23쌍의 염색체에 들어 있는 3만∼15만개의 유전자를찾아내는 어려운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약품 제조와 질병 치료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유전자 염기서열을 알면 질병 원인과 예방법을 쉽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인간게놈 지도의 완성은 이제 오랜 연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HGP와 셀레라의 발표는 각각 장단점을 안고 있다.HGP는 게놈 암호의 90%가 담겨 있는 거의 완성된 DNA 지도를발표했다.반면 셀레라의 연구 결과는 염기쌍이 1∼2%정도 분산돼 있기는 하지만 HGP보다 좀더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차범석의 방북 인상기(상)

    대한매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수행했던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인 극작가 차범석씨(76)의 방북기를 두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원로 예술가의 따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14번 차를 타시라우.” 안내원의 표정은 무표정했다.가슴에 단 인공기 배지의 검붉은 색과 나의 가슴에 단 햐얀 태극기 배지와는 대조적이었다. ◆여기가 평양인가=평양의 순안 공항에 내린 것은 6월13일 오전 10시30분.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기는 했지만 500∼600명쯤 되어 보이는 환영인파의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봐서 여성들이 태반이었음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저마다 손에 든 진홍색과 분홍색 꽃이 강렬한 햇살에 반사되면서 한층 더 붉게 보였다.나는 그것이 생화가 아닌 조화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엷은 비닐제품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여기가 평양인가 싶다.산세도 하늘도 들판도 그리고 꼭같이 생긴 사람들을가까이 보면서 새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하나라도더 보고,더 얘기하고,더 가까이 가리라는 생각에 부풀었다. ◆남남북녀=우리가 탄 차는 외제 고급차,벤츠였다.14호 차에는 나와 이화여대 장상(張裳) 총장,그리고 안내인 김승현씨가 있었다.그녀의 용모는 30대로 밖에 안 보이는 젊음에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여성이었다.어딘지 친근감을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대학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그 곱다란 얼굴을 훔쳐보았다.남남북녀(南男北女)가 결코 헛소리는 아닌가 싶다. 출발하기 전에 소양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평양에서 만나게 될 안내원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보요원인 만큼 말조심하라는 지시가 문득 생각났다.그리고 이쪽에서 먼저 말을 걸거나 그쪽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리라는 충고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김여인은 시종 미소와 부드러운 말씨로 우리를 대했다.말할 때마다‘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동지’로 시작되는 유창하고 명료하고 논리적인 화술은 웬만한 연극배우를 능가할 정도였다.뿐만 아니라 우리 동족끼리 힘을합하여 통일을 해야지 않겠는 가 라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하니 나 역시 반대할 이유라곤 없었다.“그럼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닙니까?”◆물결치는 환영인파=연도에 도열한 평양시민의 대열은 강처럼 이어지고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남쪽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다는 상투적인인사가 이니라 금방이라도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여인들의 표정이자못 감동적이었다.환호를 지르다가 급기야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옷차림은 우리가 보기엔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패션이었다.치마 저고리 차림이며 그것도 위아래가 한 색깔이었다.남한에서 30여년전에 유행했던 한복이었다.치마 저고리의 동정도 좁고 길었다.그런데 고무신을 신은 여성은 없었다.가끔씩 양장을 입은 여인이 보였지만 소박한 부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뜨겁고 억새고 광적이었다.외치는 구호는 ‘김정일’의 연호였다.손에 든 조화를 흔들면서 목이 터져나갈 듯 김정일을 연호하는그 표정이 흡사 예배당에서 광신도가 외쳐대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우리 상식으로는 먼길을 찾아준 ‘김대중’을 연호하는 게 순리일진데 그들은 ‘김정일’을 외치고 있어 의아스럽게 여겨졌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뜻밖에도 이 자리에 납시었다는 현실 앞에서 흥분과 감사와 자긍심에서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역사적인 상봉은 애오라지 김정일 장군의 뜻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6월 12일의 출발 스케줄이 갑작스럽게 하루 연기되었을 때 우리들의 동요와 의혹과 억측이 문득 떠올랐다.수수께끼에쌓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게 아닌가 라는 기우(杞憂)아닌 기우도 떠올랐다. ◆남북 두 지도자의 역정=그날 밤 일본 NHK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일의 정체를 분석하기 위해 각국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방영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언론인 문명자(文明子)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철저하게 보통사람이예요.소박하고 자상하고…그러면서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보통사람인 김정일이 저토록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숭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교육받아왔던 ‘김정일론’은 한마디로 불가사의한 사람 아니면,특별하고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그 고정관념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란 매우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그런 일이 어디 북한뿐인가.지난 날 선거 때마다 색깔론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려가며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혔던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많은 인생 역정도 따지고 보면 꼭 같은 경우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에 손을 잡게 된 두 분 지도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첫째 성씨가 김(金)씨에다,둘째 잘못된 인식과 평가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셋째 두 분 모두가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깊다고 한다면 나의 독단일까. 인구 200만의 평양시민 가운데 60만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에게 보내준 그정열.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아닌 성인들이었고 설령 고위층의 지시로 동원된 환영 행사였을지라도 그 눈과 입과 손짓에서 발산하는 웃음과 눈물과 힘은진심이었을 것이다.그것마저도 의심한다면 우리는이미 화해와 통일을 의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믿어보자.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것은 수치도 파렴치도 아니잖는가.지구상에서 가장 먼나라에 들어선 우리는 누구인가.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절절하게 읊었던 고은(高銀)시인의 말 그대로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약 40분동안 차창 밖을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우측에 자리한 장상 총장은 우측을 향해서,좌측에 앉은 나는 좌측의 평양 시민들에게 그저 힘이 소진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이 나의 모든 정성이라고 믿었다. ◆주암산 초대소=우리 일행은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4시부터 있을 환영공연과 만찬회에 나가야 했다. 우리 특별수행원의 숙소는 ‘주암산 초대소’로 모란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거진 노송(老松)에 에워쌓인 곳에서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치는 천하에 자랑할 만 했다.화강석으로 구축된 2층 건물로 나의 객실은 1층 35호실로 응접실과 침실이 있는 스위트룸이었다.마루바닥은 융단이 아닌 왕골돗자리가 전면으로 깔려 있어 맨발의 촉감이 시원했다.그런데 그 공간이 어찌나 넓은지 혼자 지내기엔 약간 불안감을 줄 만큼 허전했다.냉장고 안에는과일과 음료수가,그리고 침실 화장대 옆 작은 원탁에는 차(茶)와 북한 특산의 세가지 술이 사이좋게 놓여있었다.마시고 싶으면 마음대로 마시라는 무언의 권유가 역력하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소낙비 격이라고나 할까.호젓한 산사(山寺)에 들어선 나의 감회는 다시 한 번 술렁거렸다. “정말 내가 평양에 와있는가.이것으로 통일의 물꼬가 트인다고 믿어도 되는건가.55년 동안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지냈던 우리가 이렇게 쉽게손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도 되는가.”◆신명나는 춤과 노래=오후 4시 우리는 모란봉 만수대예술극장으로 초대를받았다.‘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화성’이 주최하는 예술공연이었다.북한의 음악이나 무용을 이미 여러차례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획일적이며 기계적이어서 한마디로 말해 판에박은 듯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리라. 그러나 이날 밤의 공연은 지금까지의 그것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내 가슴을두들겼다.그 특징의 하나로 전통의 현대화이며 그것을 위한 창작성의 뛰어남이다.그것은 다음날 관람했던 학생소년예술소조 종합공연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있는 일관된 몸짓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만난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작위성이나 의도적인 역점은가시고 전통을 보다 친근하고 애착심을 가지게 했다.그 예가 민속음악의 재인식이다.아리랑,천안삼거리,옹헤야,노들강변,양산도,그리고 고향의 밤 등우리에게 친숙한 민요와 동요까지 재편곡한 연주는 자칫 잘못하면 치기로 전락될 수 있는 것을 성숙시킨 것이이다.전통악기의 개량도 성사시켰고 무용도 최승희의 기법에 바탕을 두되 서양발래나 중앙아시아의 민속무용의 기법을접목시켰다.그래서 그 기법은 체육에 가깝다는 폐단도 있고 춤 예술 이전에곡예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예술이 누구를 위해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점에서 그것은 철두철미하게 관객을 위해 있고 관객과 혼연일체가되어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음악이나 춤이 관객에게 신명과 춤을안겨줘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이고도 근원적 의미가 북한의 극장에는 뿌리내린지 오래다.정치적 이념도 그러하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창작하는 일이다.서양의 그것에 물들거나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체예술이 바로그들의 꿈이자 정체성일 게다. 나는 내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세계와 나의 위상을 되돌아보면서 평양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그곳에도 별은 반짝이고 있었다.서울 하늘처럼 말이다. 車 凡 錫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극작가
  • [인간 게놈 프로젝트](4.끝)美 국립보건원의 韓人 4인방

    [더램(미 노스캐롤라이나주) 함혜리기자] 생물의학(Biomedical) 분야에서세계 최고의 연구수준과 인프라를 자랑하는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25개연구소 소속의 과학자들은 2만여명.이 중 한국인 과학자는 20명 정도다.각자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특히 30∼40대의 젊은 과학자들이 최근 두드러진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 국립암연구소(NCI)의 김성진 박사(46)는 암게놈해부프로젝트(CGAP)에 참여하고 있다.CGAP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축척되는 유전적인 변화에 대한 정보를 산출,궁극적으로는 암의 예방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계획이다. NIH에서 연구 중인 한국인 과학자모임의 차기 회장이기도 한 김 박사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 기술을 접목,암세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메커니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자신의 연구내용을 소개했다. 김 박사팀은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세포의 형질전환을 촉진하는 ‘TGF-베타’라는 인자가 암세포 성장 억제 유전자의 수용체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는 “TGF-베타의 세포내 신호전달 과정이 암화(癌化)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자세히 연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종양이 암으로 전개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암의 초기 진단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정신의학연구소(NIMH)의 뇌신경기능 연구책임자인 진혜민 박사(47)는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의 신경세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연구한다.기능유전체학 연구의 일환으로 98년 10월 시작된 뇌신경 분자해부프로젝트(BMAP)가 그의 책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진 박사는 “BMAP는 뇌신경과 관련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알아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도출된 게놈 정보에서 뇌신경과 관련된 유전자4만여개를 분리해 냈으며,이 가운데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전자 1,000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진 박사는 “뇌신경 유전자의 연구는 치매,파킨슨씨병,척추신경질환 등 3대신경질환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백승준 박사(35)는 최근 아스피린의 항암기능을 연구하는과정에서 아스피린에 의해 유도되는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했고,그 단백질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하여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그의 연구결과는 곧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NIEHS의 구자석 박사(42·생화학)는 분자생물학과 병리생물학을 접목시켜미국내 사망률 4위인 천식 및 만성 기관지염의 원인규명에 몰두하고 있다.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되는 호흡기의 점막 생성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밝히는 것이 그의 주요 관심사다. NIH는 지금까지 100명에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이서구 박사(세포신호전달),차정주 박사(대체의학),최건 박사(생리독성연구),박명희 박사(구강암) 등 1세대 과학자들의 뒤를 이어 NIH에서 연구에 정진하는 이들 가운데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지 모른다. lotus@. *우리 현실과 연구방향. 미국 국립보건원을 주축으로 한 휴먼게놈프로젝트의 초안 완성이 다음달 15일로 다가오면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휴먼게놈 연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유전학의 발전과 더불어 5,000여개에 이르는 유전병의 원인이 염색체상의유전자 이상에서 온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원인을 알고 있는 종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미국 영국 등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모든 유전병 또는 난치성질환의 정복을 위한 첫 단계인 인간게놈 연구계획이 발의돼 기술적인 발전을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10년 늦게 휴먼게놈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6년부터 미래원천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연구개발투자가 이뤄지기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99년말 과기부가 주관하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시범사업으로 ‘게놈기능분석을 이용한 신유전자기술 개발사업’이 채택되면서부터로 봐야 한다.과기부는 이 사업에 앞으로 10년간 최소 1,3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99년에는 산업자원부 지원아래 기능유전체 연구기술의 하나인 DNA칩 기술개발도 10개년 계획으로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후발주자인 한국은 위암·간암·자궁경부암 등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특히 한국인 유전체를 대상으로 SNP(단일염기변이)를 발굴해 독자적인 유전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사업단 박종훈(朴鍾勳) 박사는 “연구비나 연구인력의 규모로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이라며 “인간 유전체의 구조분석에 매달리기에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분야를도출해 집중 투자해야 한정된 자원에서 좋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덧붙였다. 미 국립정신의학연구소 진혜민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진 박사는 “인간게놈의 서열분석에 나서는 것보다는 미국이 밝혀 놓은 게놈정보를 응용해 신약개발이나 단백질 기능 규명 등 실익을 거둘 수 있는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는 기능유전체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분자생물학은 어느 정도 맨파워가 있다고 해도 기능유전체 연구에필수적인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전문인력과 장비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한 초기의 집중적인투자가절실히 요구된다. 함혜리기자
  • 작은 학교 글모음집 ‘소중한 것은‘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마가을)는 효율과 합리성의 명분 아래 맥없이 자취를 감춰가는 작은 학교에 대한 글모음집이다.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세 여기자들이 지난 한해동안 찾아다닌 시골분교 이야기를 담은이 책은,제목이 매우 역설적이다.통폐합 조치로 굳게 문이 닫힌 학교 운동장에서,혹은 매일 아침 시간맞춰 통학버스로 읍내 학교를 나가는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 싸한 가슴으로 씌어진 글들이기 때문이다.산골 오지라 이웃 학교로 통학할 길이 없어 다행히 폐교위기를 면한 강릉시 연곡면 삼산3리 부연분교,씨족 마을이라 장수 이씨 아이들만 올망졸망한 남해 미남분교,이제는 귀농 부부 두쌍이 야생화 단지로 꿈을 키워가는 충남 금산군 남이면 건천분교….폐교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안타까움과 학교를 기둥으로 여전히 공동체를이루고 사는 훈훈한 인심이 10개의 시골 분교를 무대로 그려진다. 작은 학교와 그를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가 새삼 소중한 것은,그 속에 함께나누는 삶의 방정식이 깃들어 있어서가 아닐까.값 7,000원. 황수정기자
  • 푸른 숲-소담스런 들꽃…가평 아침고요수목원

    5월의 이른 아침,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꽃잎에 머물던 이슬이 해시시 드러난 햇살의 온기에 녹아난다.새는 날고 꽃잎은 반가움에 몸을 떤다. 옛 선인이 사무사(思無邪·생각이 미치는 데 사악함이 깃들지 않는다)라 했던 경지는 이런 게 아닐까. 제 세상을 만난 듯 아이들은 구르고 뛰고 지축을 흔드는데 이곳 수목원 아침광장에서 팔베개를 하고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하고 누웠더니 꽃들의 속삭임이 들을 만하다.새는 지저귀고 나무들은 바람으로 코러스를 이룬다. 가평은 예로부터 잣이 유명한 고장.잣나무 숲이 창성한 축령산 자락 10만평이 넘는 공간에 자리잡은 이 수목원은 속살을 가까스로 감춘 8개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장독대와 초가집이 어우러진 한국정원에는 도시인의 향수를채근하는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고 계곡을 건너 야생화 정원과 매화정원,갖가지 나무와 꽃들의 분재가 모여 있는 분재정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대칭미와 기하학적 조형미를 갖춘 서양식 정원이나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인일본식 정원을 상상한 이들이라면 오히려 불만스러울지모른다.소박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평가할 참을성이 없다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꽃들도 화려한 색상으로 ‘개발된’ 상품형 꽃이 아니라 그저 우리네 산과들에 지천으로 깔렸을 법한 우리 꽃들이 수를 놓는다.매발톱꽃,분홍빛 패랭이꽃,노란 산괴불주머니,붉은 금낭화 …. 6월에 절정을 이룰 아이리스 정원을 돌아 성서의 명소들 이름에서 따온 명상의 숲에서 삼림욕을 한 뒤 아침광장에 이르러 땀방울을 닦는다. 한숨을 돌린 뒤 내려다 볼수록 묘미가 있다는 하경정원의 묘미를 맛보기 위해 건너편 산기슭을 타기 시작했다.오른쪽 계곡편에 즐비하게 늘어선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한 직원이 장난스레 몇개의 탑을 쌓았는데 관람객들이 뒤따라 이젠 계곡 전체를 뒤덮을 정도가 됐다. 산기슭에서 내려다본 하경정원은 화목류와 숙근초,초화류로 한반도 모형을하고 있다. 다시 내려와 아침광장.바로 위에 꾸민 침엽수 정원은 사람을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품고 있고 높이 10여m 참나무에 매단 그네는 동심을 충동질하느라 오르락 내리락한다. 골 밑에서올라오는 바람을 이겨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느라 아침광장에는즐거움이 그득하다.이곳에서 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연한 영화 ‘편지’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촬영됐다. 뛰고 구르느라 아이들은 볼이 빨갛게 타올랐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흐뭇함으로 빨갛다.그리고 설립자 한상경교수가 지은 시구를 떠올리며 세상속으로 돌아간다.‘네가 나의 꽃인 것은/이 세상 다른 꽃보다/아름다워서가 아니다/향기로워서가 아니다/내 가슴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가평 임병선 기자. ■가는 길 ▲자가운전 46번국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달리다 청평읍을 지나고개길 바로 너머 청평검문소 앞에서 현리쪽으로 좌회전한다.7㎞를 달려 상면초등학교 앞에서 비보호 좌회전해 마을 안길 4㎞를 달린다.의정부나 포천쪽에서라면 47번국도를 타고오다 서파검문소 앞에서 현리 쪽으로 우회전한뒤 현리 시내에서 5㎞를 달리면 학교 앞에 이른다. ▲대중교통 청량리역 경춘선을 이용하거나 상봉·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타고 청평읍에 온 뒤 현리행 시내버스를 갈아타임초리에서 하차,1시간정도걸으면 된다.청평읍에서 택시(1만3,000원)와 승합차(2만원)를 이용할 수도있다. ■수목원 진입로가 차 한대가 겨우 비켜갈 정도로 비좁아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피하는 편이 좋다.(0356)584-6703.아침 9시∼오후 8시.입장료 어른 4,000원 중고생 3,000원 초등학생 2,500원.수목원 안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6,000원)과 된장찌개(5,000원) 등을 즐길 수 있다.취사 술 담배 금지. ■잠잘 곳 수목원의 참맛은 이른 아침.근처에서 잠을 자고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청평검문소∼상면초등교 사이에 산장호텔(584-0351),코레스코 가족호텔(584-3324),풍림 후렌드리콘도(584-9380),가평수련원(585-6001)등이있다.
  • [21세기 과학 대탐험](13)光기술

    2020년 어느 날 아침,달에 있는 허니문호텔에서 달콤한 첫날밤을 보낸 성호씨와 소연씨는 지구의 친정 부모님께 신혼 첫인사를 올렸다.레이저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입체TV는 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전달,마치 친정의 안방에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인사를 할 수 있다.소연씨의 어머니는 딸의 눈에 행복감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이 흐믓하기만 하다.이들 부부는 어제 지구에서결혼식을 올리고 일주일 코스로 화성까지 다녀오는 ‘스페이스 허니문’을즐기고 있는 중이다.이들이 탔던 우주선은 레이저 플라즈마 로켓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지구에서 달까지 한나절에 갈 수 있다.금속표면에 강력한 레이저를 모아 플라즈마가 분출될 때 생기는 반발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많은 양의 연료를 싣고 갈 필요도 없다. 성호씨는 지구에 있는 자신의 ‘레이저 식물공장’의 중앙제어 컴퓨터에 접속했다.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열흘치 생장프로그램을 입력시켜 놓았다.식물공장 지하에서는 재배실별로 벼,토마토와 오이,그리고 백합,장미 등이 반도체 레이저의 빛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드넓은 공장 안의 온도와 습도는 모두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자연공간에서 자라는 것보다 성장이 5배 이상 빠르고,병충해가 침입할 수 없도록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무공해재배가 가능하다.반도체 레이저의 파장을 식물의 엽록소 흡수 스펙트럼에 일치시켜 광합성 효율을 최대로 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전기가 없다.식물이 자랄 때와 열매를 맺을 때 등 성장 단계에 따라 최적의 광량과 파장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광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2020년대의 생활상이다. 20세기의 기술문명이 전자공학에 의해 꽃이 피었다면 21세기의 기술혁명은‘광기술’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이러한 시대조류는 ‘21세기는 광자(光子)의 시대’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으며,현재 이미 그 징후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광통신 기술이다.인터넷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증가하고 있고 전달되는 정보가 더욱 대용량화되고 있기 때문에,기존의 통신기술은 속도와 용량 면에서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예측이다.광기술은 현재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광기술의 발달로 2010년에는 현재 1,000배 이상의 용량을 갖는 광메모리칩도 실용화되고 지금보다 십만 배 이상 빠른 광인터넷이 우리들의 가정,사무실,공공기관 등을 연결해 줄 것이다.유명 관광지를 집에 앉아서 실시간 입체영상으로 관람하거나 전세계 도서관에 있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또한,2020년경에는 현재의 수퍼컴퓨터로는 수십억년이 걸릴 계산을 불과 수 분내에 처리할 수 있는 광컴퓨터(양자컴퓨터)가 실현되어,손목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초소형 휴대PC나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가진 로봇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현재의 컴퓨터 계산방식에서는0과 1의 이진법을 사용하지만,빛을 이용하는 양자계산에서는 0과 1 사이의수많은 상태를 이용하므로 처리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레이저 핵융합기술이 실용화되어 바다나 우주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원료에서 무공해 에너지를얻을 수 있게 된다.‘인공태양’이 지구상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값싸고 풍부한 무공해 전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막에다 담수화된 바닷물을 끌어들여 옥토를 만듦으로써 풍요로운 녹색 지구를 만들 수도 있게 될것이다.고비사막이 녹화되면 매년 3,4월에 발생하는 우리 나라의 골치 아픈황사현상도 없어질 것이다.이와 함께 정지궤도에 설치된 우주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레이저빔으로 바꾸어 우주기지나 지구상에 전송하는 기술도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의료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의학용 레이저의 경우 21세기에장치가 소형화되고 값도 저렴해져 각종 진단과 치료에 일상적으로 이용될 것이며,새로운 진단 및 치료기기가 등장할 것이다.예를 들어,레이저를 이용한광 단층촬영(CT) 기술이 실용화되어,기존의 X선 CT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는 불가능한 초미세 진단이 가능해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레이저의 파장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질병부위의 화학적성분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영상을 얻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차원의 진단이 가능해 진다. 적외선 레이저는 X-선에 비해 인체에 해롭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라도 신체내부의 레이저 영상을 얻어 치료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이점이 있다.생의학 분야에서는 X-선 레이저 홀로그래피가 조만간 실용화될것이다.이 기술은 생체세포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수만 배 확대된 입체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세포 신진대사나 바이러스의 침투,약물에 대한 세포의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된다.기존의 고주파 가속기술을 대체하는 레이저가속기술이 실용화되면 현재 길이가 수십 km에 이르는 입자가속기가 수 미터 크기로 소형화될 것이다. 한편,21세기에는 중·장거리 전략 미사일을 수백km 밖에서 파괴시킬 수 있는 고출력 레이저 광선 무기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을 발사하여 전쟁을 일으키려는 나라는,먼저 이 미사일이공격목표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대국의 레이저 무기에 의해 요격되어 자기 나라 상공에서 폭발할 것을 걱정해야 한다.광기술이 여는 21세기의 기술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으며,그 변혁의 속도는 지난 세기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이러한 변혁을잘 제어해 인류는 20세기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릴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 약력/ 李 鍾 旼. ▲57세 ▲서울대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이학석사 ▲고려대 이학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전자광학부 실장 ▲한국원자력연구소 기초연구부 부장 ▲한국광학회 회장 ▲한국원자력연구소 미래 원자력 기술개발단 단장(jmlee@kaeri.re.kr). *레이저 응용 光기술. ‘인공 광원’인 레이저를 응용한 광(光)기술이 고도 정보사회의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 휴즈항공사의 물리학자 메어먼박사가 여러개의 섬광판으로 루비를 자극시켜 루비레이저를 발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1960년 7월.태양빛,즉 자연광을 제어하는 수준에 국한됐던 광기술은 레이저의 발명 이후 완전히 새롭게탈바꿈했다.최근에는 광학과 전자,기계 분야의 융합으로 레이저 응용분야는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레이저(LASER)란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 또는 그 현상’을 일컫는다. 레이저용 매질(媒質)에 외부에서 계속 자극을 주면 매질은 불안전한 상태가된다.매질이 안정된 상태로 돌아오면서 에너지의 일종인 광자(光子·빛)를내뿜는 현상이 레이저다. 레이저가 내뿜는 빛은 우리가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을 포함해 마이크로파,적외선,자외선,X-선 등 모든 전자기파를 포함한다.고체(유리,루비,티타늄사파이어),액체,기체(헬륨네온,아르곤이온,이산화탄소,엑시머),반도체(갈륨비소,인듄갈륨비소),자기장 등 매질에 따라 수천종류의 레이저광이 확인되고 있다. 레이저는 일반적인 빛과 달리 직진성,단색성,간섭성,집속성,고출력 에너지방출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같은 특성 중 직진성과 집속성,고출력 에너지를 응용한 것이 군사용 및의학용 레이저다.정보 입력(스캐너)에서부터 광통신(광섬유,광교환기),데이터저장(CD나 DVD),출력(레이저프린터,영상표시장치) 등 레이저는 우리 생활전반에 이미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광자가 갖는 강력한 에너지를 이용해 정밀절단을 하거나 구멍을뚫는 레이저 가공기의 개발도 활발하다.화학산업에서는 빛을 유기체와 결합시킴으로써새로운 성질을 갖는 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차세대레이저로 불리는 자유전자레이저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자유전자레이저란 전하(電荷)를 띤 빔을 자기장에 쏘았을 때 생성되는 레이저.기존의 레이저가 파장이 매우 제한적인데 반해 자유전자레이저는 광범위한 영역의 파장을 모두 낼 수 있기 때문에 응용분야 또한 무궁무진해 ‘꿈의레이저’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파장의 빛은 DNA나 단백질 등 분자단위의 미세한 대상의 구조를 분석하고 조작하는 것부터 탄도탄을 쏘아 맞추는 군사용까지 막강한 파워를 구사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원자력연구소 이종민박사팀이 소형가속기(마이크로트론)를이용한 원적외선 영역의 자유전자레이저 개발에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자유전자레이저를 지구상 4만∼5만㎞에 떠있는 인공위성에 쏘아 위성을 반영구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美 ‘러 푸틴호’에 기대감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당선자가 마침내 제 3대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을 본 미국의 시각은 우려보다는 기대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난 3월말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전직 KGB출신 미지수 인물이 갖는 비민주적전력과 강경한 체첸사태 대응방식을 지켜본 미국은 민주주의를 빙자한 초권력주의로의 회귀를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러시아가 직면한 경제위기와 극에 달한 부패를 이겨내고흐트러진 국가기강을 곧추세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국민지지와 국정장악력을 그에게서 기대하는 양면적 희망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다. 취임 당일에도 미 행정부 주변과 언론등에서는 한번도 선출직에 당선돼본경험이 없는 그가 러시아의 방대한 문제점을 과연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은 임기말 병석에 눕는 일이 잦아 공석에 거의 나타나지 못한 전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 요소를 목도한 바 있어 정치적 안정을 러시아의 제일 급선무로 꼽고 있다. 또한 핵탄두나 생화학무기,방산분야에서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첨단기술을보유한 채 관리능력을 상실,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많은 러시아에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미국은 푸틴의 개방성을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미국은 지난 72년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문제나 이와관련된제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과 STARTⅢ의 신축성있는 대화를 당장끌어내야 한다. 핵과 군비확산쪽에서 러시아는 세계 여타국들에 앞장설 명분이 있는 나라이며,중국과 회교권국가,서남아시아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미국으로서는 어찌됐든 넘어진 러시아를 일으켜 함께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다행히 푸틴은 최근 ABM조약수정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는 한편 경제난으로 유지가 어려운 핵탄두의 파기량을 더 늘리는 STARTⅢ를 제시하는 등 모처럼 파트너로서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능력과 의도가 분명한 지도자의 면모로 평가한 미국은 신임 대통령의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빌 클린턴대통령의 올 여름 모스크바 방문계획은 그런 점에서 푸틴의 상대적 이미지 상승과국제사회와의 대화통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hay@
  • 말못하는 식물도 마음이 있다

    식물에도 마음이 있을까.식물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인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좋아하고 소음은 싫어한다.또 멋을 내거나 수줍음을 타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식물에 관한 이런 신비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와 독자를손짓하고 있다.‘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중앙 M&B,값 8,000원)와 ‘식물의 마음을 모르고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책만드는 식물추장,값 2만2,000원). 우선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는 식물의 감성과 본능,사회성 등을 두루 설명해준다.저자는 ‘신갈나무 투쟁기’를 썼던 차윤정 박사.‘신갈나무…’는 딱딱한 과학을 소설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 큰 인기를 모았었다. ‘지난 60년대 말 미국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식물의 자극과 반응을연구한 결과 식물을 죽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대면하면 식물들이 아무런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그가 떠난 뒤에야 반응을 나타냈다.이는 식물들이 자기방어를 위해 사람들이 그러하듯 잠시 실신한 것이다’‘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나무를 쓰러뜨릴 때 온 주민이 나무를 둘러싸고 사흘 낮밤을 소리친다.그러면 나무가 혼이 나가 그만 쓰러진다.나무가 소리에예민함을 알려주는 것이다.나무는 특히 바흐의 오르간 연주와 인도 전통음악을 좋아한다’ ‘식물은 왜…’는 수많은 과학적 실험 결과와 사례를 이처럼 인용하며 식물의 생태를 사람들에게 전해준다.여기에 저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감성을 섞어 에세이식으로 책을 펼친다. 저자는 책에서 “식물은 우리들에게서 이미 퇴화된 순수 그 자체의 감성을품고 있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식물의 마음을…’ 역시 ‘인간이 식물과 더불어 존재하려고 할 때 식물은 인간에게 다가와 마음을 열고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고 주장한다.저자는‘독도의 야생화’‘한국의 야생화’ 등을 지은 김태정씨. 책은 가지 갈대 감 감자 고사리 구기자 등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식물을다룬다.이들 식물에 얽힌 이야기에 약을 쓰일 수 있는 방법,화보 등을 곁들이고 있다.이 책은 1부며 저자는 조만간 2부를 펴내고 봉선화 부추살구나무엉겅퀴 할미꽃 등 31가지 식물을 다룰 예정이다. 이들 책은 공통적으로 식물의 생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원형’쪽으로회귀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박재범기자 jae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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