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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저가 원유 고갈…배럴당 200달러시대 대비해야”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저가 원유 고갈…배럴당 200달러시대 대비해야”

    고유가로 촉발된 에너지·자원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리처드 하인버그(포스트카본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서남표 KAIST 총장과 대면 인터뷰를 갖고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보았다. 두 사람은 저유가 시대의 종말이라는 시대상황에 인식을 같이하며, 각각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과 물류·식량체계의 혁신을 주문했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오르내리면서 ‘석유시대 종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일부에서 말하듯 석유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까요. ●서남표 총장 에너지 문제는 인류가 다같이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죠. 지금의 고유가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걱정해야 할 사태라고 봅니다. 고유가가 단순히 ‘투기’ 문제로만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거든요. 얼마 전 브라질에서 거대 매장량의 해저 유전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새로 발견되는 유전들은 점차 채굴하기 어려운 곳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생산비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조만간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의 생각에 일리가 있습니다. 저 역시 저유가 시대는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고요. ●하인버그 교수 저도 서 총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배럴당 150∼25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유가는 훨씬 더 높게 치솟을 것입니다. 석유의 고갈 자체보다 생산원가가 낮은 원유를 더 이상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죠. 전세계 주요 거대유전은 이미 수십년 전에 발견된 것들이며, 이들의 평균 생산량은 연간 5% 정도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저가 원유는 이제 거의 다 소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석유의 고갈 우려에 대비해 세계적으로 태양광, 조력, 풍력, 지열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 연구가 진행 중인데요. 두 분은 이러한 대체에너지원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한국에는 어떤 에너지가 적합할까요. ●하인버그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나라별로 적합한 대체에너지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바람이 세고, 어떤 나라는 일조량이 좋으며, 또 다른 나라는 지열이나 조력을 활용하기에 유리합니다. 한국은 해안선이 길고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만큼 조력이나 파력(波力·파도의 힘)에너지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 총장 하인버그 교수님께서는 대체에너지의 성공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울한 전망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태양광·태양열의 경우 발전 밀도가 낮다보니 넓은 면적의 집광판(혹은 집열판)을 필요로 합니다.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죠. 풍력 에너지도 제주와 일부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바이오연료의 경우 ‘열대 지역에서 생산된 사탕수수 등 작물을 수입해 국내에서 연료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재배 환경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대체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으로 구축된 각종 사회적 인프라(자동차 중심 운송체계 등)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어떤 점을 염두해 두어야 할까요. ●서 총장 석유가 나지 않은 한국에서 에너지 다소비형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요즘 유럽에서 각광받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처럼 난방효율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주택을 보급하는 일도 좋은 방법 중 하나죠. 그러나 뭐든 변화를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 생각에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하루라도 빨리 화석연료를 하나도 쓰지 않는 ‘그린카(Green car)’를 양산해 보급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 원유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차량용 연료 소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에너지 위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또 신성장동력으로 한국의 수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인버그 서 총장님께서 구조 변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강조하셨다면 저는 반대로 정책 전환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운송 및 물류 혁신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고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 만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도입하고, 트럭보다는 철도·선박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물류기반을 개편해야 합니다. 둘째는 식량입니다. 세계화된 농업구조에서 식량은 농장에서부터 수천, 수만㎞에 달하는 장거리 수송을 거쳐 식탁에 올라옵니다.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운송거리를 최소화하는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석유위기의 대안으로 원자력 활용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 청정개발체제에 포함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두 분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하인버그 핵발전소는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라늄 공급량도 금세기 중반부터는 점차 한계에 부닥칠 것입니다. 장기적인 에너지 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 총장 현실적으로 당장 원자력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1986년 체르노빌 사건을 제외하면 상당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700여개나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원자력을 통한 해결 또한 요원한 문제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끝으로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나 지자체에 조언해 주실 부분이 있으신지요. ●서 총장 한국의 에너지 관련 투자 예산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상용화가 가능한 몇몇 분야를 특화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매년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인공태양 프로젝트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인 사람입니다. 차라리 그 돈을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분야에 투자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인버그 한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결코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베끼려 하지 마십시오. 석유 사용을 부추기는 미국의 정책은 미국과 세계에 큰 재앙입니다. 미국은 화석 연료에 그토록 고집한 방식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유가 상승이 미국의 사고방식과 정책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내고 언론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느리게 진행될 것입니다. 정리 류지영·박건형기자 superryu@seoul.co.kr ■ 하인버그 교수는 리처드 하인버그(58)는 포스트 카본연구소 수석연구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로 에너지와 사회, 생태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월 ‘뮤즈레터(www.museletter.com)’를 간행,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왔다.1996년 ‘자연과의 새로운 계약’을 발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부처 복제’ ‘파워다운’ ‘정점을 축하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특히 2003년 출간한 ‘파티는 끝났다’는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 서남표 총장은 서남표(72) KAIST 총장은 플라스틱·금속 제조공정과 설계이론 등에서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하면서 MIT 제조·생산연구소장, 기계공학과 학과장, 미 과학재단(NSF) 부총재 등을 지냈다.2006년 7월 KAIST에 부임한 뒤 테뉴어(tenure) 심사 강화를 통한 교수 퇴출 등 KAIST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 초 ‘EEWS’ 연구를 KAIST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선언했다.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이제는 로컬리티시대]지역공동체 운동 현장을 찾아서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이제는 로컬리티시대]지역공동체 운동 현장을 찾아서

    광우병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유전자조작(GM)농산물의 대량수입 등 먹거리 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역공동체 운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와 공동 육아, 품앗이 등 일상을 함께 꾸리는 지역 공동체의 생활 방식이 그것이다. 서울 성미산공동체와 대전 한밭레츠, 전북 부안 등용마을 등의 한국형 지역 공동체의 성공 사례와 해외 사례를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 확산된 지역공동체 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해 본다. ■대전 화폐공동체 ‘한밭레츠’ 품팔고 가상화폐 ‘두루’ 모아 생활비 아껴요~ 대전에 사는 변수미(36·주부)씨는 지난달 생활비 일부를 일반 화폐 대신 ‘두루´라는 가상화폐로 계산했다. 치과 진료비로 6000두루, 자녀 논술학원비로 2만 두루, 친환경 농산물 구입에 2000두루 등을 썼다. 두루는 자원봉사 활동과 직접 만든 빵을 팔아 벌었다. 변씨는 대전지역 품앗이 공동체인 ‘한밭레츠´ 회원이다. 한밭레츠(www.tjlets.or.kr)는 10년 전 대전서 시작한 지역화폐 공동체다.1983년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된 ‘레츠(Local Exchange Trade System) 제도´를 본떠 만든 현대판 품앗이다. 이 같은 지역공동체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확산돼 한때 30여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3∼4곳만 남아 있다. ●거래건수 9년새 26배 증가 지난달 26일 오전11시 대전시 대덕구 법1동 한밭레츠 사무실. 육아모임을 끝내고 사무실 입구에 마련된 물품 판매대에서 비누와 옷가지 등을 고르는 회원들로 붐비었다. 물품은 두루로 구입하는데 책 대여는 권당 500두루, 머그컵 구입은 2000원+1500두루 등이다. 두루는 ‘널리, 두루두루 쓰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1000두루는 1000원에 교환된다. 두루는 공부방이나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거나 재활용품 판매 등을 통해 벌 수 있다. 회원인 민들레 의료생협의 진료비, 자동차 수리 업체 정비비, 그리고 농산물이나 재활용품 등 구입에도 사용한다. 지난해 두루거래는 농산물 거래가 2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료 서비스 19.4%, 미장원·카센터·약국 등 가맹점 이용 14.2%, 재활용품 거래 8% 등이다. 개인별 ‘가상 통장´으로 관리되며 계좌는 공동체 사무실에서 통합 관리한다. 초기엔 거래가 28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7557건으로 26배나 늘었을 정도로 거래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액도 486만 두루에서 7373만 두루로 15배 증가했다. ●자원봉사로 돈 벌어 농산물 구입 회원은 580명. 다달이 5000원(3000원+2000두루)의 회비를 낸다. 이들은 서로가 정한 별칭으로 부른다. 두루를 가장 많이 모은 회원은 의료 생협에서 일하며 월급의 일부를 두루로 받은 ‘바나나´로 680만 두루를 모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 돌보미 자원봉사를 하는 ‘황장군´은 285만 두루, 문화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이동영화관 자원봉사를 하는 ‘조각구름´은 372만 두루, 회원들의 소식지인 ‘좋은 이웃´을 인쇄하는 ‘왜가리´는 159만 두루를 모았다. 두루지기(시스템 관리자) 이수정(37)씨는 “지역 화폐 공동체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함께 화폐의 활용 영역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부안 등용마을 ‘햇빛발전소’ 풍부한 친환경에너지 “부자마을이 따로없네” 초여름 보슬비에 싱그러운 풀냄새가 뚝뚝 묻어난다. 도로 옆 끝없이 펼쳐진 논은 온통 연두색 천지다. 전북 부안 버스터미널에서 이 길을 차로 10분쯤 달리면 한 마을이 나온다.30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등용마을이다. ●5호기 설치중… 마을 가정용 전기의 60% 생산 1일 오후 2시, 커다란 기중기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165㎡(50평)남짓한 건물 지붕 위에 번쩍이는 철판을 까는 중이다.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이 “30짜리 햇빛발전소 5호기를 만드는 중”이라고 귀띔해준다. 이 마을은 환경친화적 에너지 자립공동체로 거듭나는 중이다. 부안시민발전소는 2005년 부안 주민과 환경연합 등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다.2003년 핵폐기장 반대 운동 당시 “당신들은 전기도 안 쓰냐. 꼭 필요한 시설을 왜 반대하느냐.”란 찬성측의 논리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다 나온 대안이다. 정부의 비효율·반생태적 에너지정책에 반해 친환경적 재생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등용마을 생태학교 시선, 원불교 부안교당, 부안성당, 변산공동체에 각각 3짜리 태양열발전소인 ‘햇빛발전소´를 만들었다. 짓고 있는 5호기가 완성되면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의 60%를 생산하는 셈이 된다. ●유채 재배하며 바이오디젤연료 사용도 뿐만 아니다. 이웃마을인 주산면에서는 2004년부터 유채를 재배해 바이오디젤연료로 사용 중이다.1㎏의 유채를 짜면 기름이 300㎖ 정도 나온다. 이것으로 음식을 만드는 데 쓰고, 폐식용유는 경운기나 트럭의 연료로 사용한다. 4년의 노력끝에 부안군에는 728㏊의 유채밭이 생겼다. 유채밭으로 유명한 제주도보다 규모가 크다. 부안 유채밭은 농림부에서 ‘바이오디젤용 유채사업 시범단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강화된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바이오 디젤의 사용범위가 크게 줄어 타격을 입게 됐다. 친환경적 에너지 사용에 대한 이 마을 주민들의 관심은 갈수록 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집에서 태양열 온수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김겸준(78) 천주교 등용공소 회장은 “자연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든다니 얼마나 좋은가.”라면서 “처음엔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몰랐는데, 젊은 분들이 도와주니 지금은 적극 동참 중”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공동체로서 이 마을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이현민 소장은 “2015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이고, 전체 사용 에너지의 절반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안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서울 마포 ‘성미산 공동체’ 아이들 먹거리·볼거리 걱정 뚝! 카페 ‘작은나무´의 문이 열린다.“아저씨 딸기 아이스크림 주세요!”유기농 천연재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건네준 점장 김상훈(28)씨는 돈을 받는 대신 네임카드를 뒤적인다.“네 이름이 뭐였더라?”아이는 살짝 눈을 흘긴다.“제 이름도 몰라요? 영민이잖아요.” 머쓱해진 김씨는 카드를 찾아 영민이 어머니가 미리 계산해놓은 돈에서 1700원을 뺀다. 아이들이 먹거리 걱정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이 동네의 이름은 ‘성미산 공동체´다. ●2001년 ‘성미산 지키기´ 운동으로 마을공동체 활짝 성미산 공동체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망원동, 서교동 일대 10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의 ‘선두주자´다.1994년 젊은 부모 30여쌍이 60평대 단독주택을 구입해 공동육아를 위한 어린이집을 열면서 싹텄다. 이 공동체는 2001년 마을 뒷산인 성미산에 배수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며 활짝 꽃을 피웠다. 마을의 숨통인 성미산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주민들을 하나로 묶었다. 그해 두레생협, 2002년 주민문화센터 꿈터를 시작으로 2004년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풀뿌리 생활정치 시민단체인 마포연대 등이 생겨났다. 지난해엔 지역 라디오방송국인 마포FM도 개국했다. 공동육아 시절부터 공동체에 참여한 마포연대 상임이사 이경란씨는 “공동체는 현대 도시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먹거리 문제, 아이들 교육과 안전,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등의 문제를 공동체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육아를 하러 마을에 왔다가 성미산학교 교사가 된 정현영(45)씨는 “카센터인 성미산 차병원,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이 생기면서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이익이 남으면 공동체에 환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시 ‘개발 먹구름´에 존폐 위기 최근 성미산공동체에 위기가 닥쳤다. 홍익대학교에서 부속 초중고를 성미산 자락으로 옮기려해서다. 마포구청이 최소한의 녹지 확보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 의견을 서울시에 올렸고,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성미산대책위 문치웅 전략팀장은 “성미산이 사라지면 애써 일궈온 공동체도 사라지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5시에 찾아간 성미산어린이집 한쪽에선 보리(4)와 채원(4)이가 어디선가 튀어나온 달팽이 한 마리를 조심스레 쓰다듬고 있었다. 보리와 채원이 같은 공동체 아이들에게 녹색 감수성을 일깨워준 성미산공동체는 또다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日 독도영유권 명기 파장] 李정부 ‘新한·일관계’ 물거품 위기에

    [日 독도영유권 명기 파장] 李정부 ‘新한·일관계’ 물거품 위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미래를 위한 성숙한 동반자’로서의 한·일 관계가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한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넣으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대응했으나 일본측이 결국 이를 거부함에 따라 한·일 관계가 또다시 악화 일로를 밟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독도문제 절대 양보 못해” 정부는 이날 정오쯤 일본측이 중학교 사회과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관련 표현을 넣기로 했다는 입장을 통보받자 ‘올 것이 왔다.’며 이에 대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는 새 정부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인 한·일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독도 영유권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 ‘쇠고기 파동’ 이상의 파장이 예상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쇠고기 정국’이 ‘독도 정국’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및 외교부 등이 밝힌 대응 방안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왜곡 조치에 대한 강력한 항의 및 시정 요청 등 단호한 대처와 함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점유권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해 나간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독도 생태계 보존 등 14개사업 추진 주일 한국대사의 일본 외무성 항의 방문 및 외교부의 주한 일본대사 초치를 통한 시정 요청 등이 이날 잇따라 이뤄졌으며, 지난 2005년 독도 문제 발발 직후에도 적용됐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점유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질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으로 독도 및 주변 해역의 생태계와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조치, 수산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조치 등 5개 분야 14개 사업을 선정, 추진할 것”이라며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청소년 독도캠프 및 유학생·교포 대상 독도 아카데미, 독도 재조명 학술회의 등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靑 “관계악화 모든 책임 일본에”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양국이 앞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느냐 과거로 후퇴하느냐는 전적으로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일본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양국간 과거와 역사를 넘어 미래로 가자는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 독도문제를 넘지 못해 암초에 부딪친 만큼 올해 수차례 예정된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9월 중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하반기 중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답방 및 다른 국제회의에서의 한·일 정상 회동은 향후 독도문제 향방에 따라 유동적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역대 정권 때에도 초기에는 셔틀외교를 통해 관계 복원에 나섰다가 역사·과거사 문제가 불거져 좌초된 적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한·일 관계에 대한 원칙과 태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옹진군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논란

    인천 옹진군 굴업도에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CJ그룹이 사전환경성검토 초안을 인천시에 접수, 개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CJ그룹이 설립한 ‘씨앤아이레저산업’은 굴업도 전체 172만 6912㎡에 ‘오션파크’ 관광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최근 사전환경성검토 초안을 시에 접수했다. 이 회사는 2013년까지 3900억원을 들여 관광호텔, 휴양콘도미니엄, 골프장, 요트장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8월5일까지 주민공람을 실시하는 한편, 오는 22일에는 덕적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행정절차가 본격화하면서 환경단체들은 굴업도가 사기업에 의해 개발됨으로써 환경·문화적 자산을 잃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굴업도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선 25m의 산을 깎아내야 하는데, 생태계 파괴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옹진군 측은 낙후된 섬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관광단지 조성이 필요하며 환경문제 또한 과장됐다는 입장이다.1990년대 중반 굴업도에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강력 반대해 무산시켰던 덕적도 주민들도 관광단지 조성에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추진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도시공동체’ 성미산에 학교 신축 논란

    서울 마포구에 자리잡은 높이 66m의 ‘동네 뒷산’일 뿐이지만, 이웃·자연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성미산은 ‘희망’과 ‘대안’의 다른 이름이었다. 공동육아로 싹을 틔운 주민운동의 씨앗이 2001년 산 정상에 배수지를 건설하려는 서울시에 맞서며 형성된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대안학교와 생활협동조합, 지역라디오 방송을 자체 운영하는 도시속 마을공동체로 탄탄하게 뿌리내린 곳이 성미산 자락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미산이 다시 한번 거센 개발의 바람에 휘말렸다. 지난해 한양대재단으로부터 성미산 자락의 부지를 인수한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이곳에 홍익초등학교와 홍익여중·고의 신축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소쩍새·붉은배새매 등 서식 관할 마포구청은 지난달 20일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학교시설 이전을 추진 중인 성산동 산11-31 일대 2만 1485㎡를 체육시설에서 학교시설로 변경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마포구가 시설변경을 요청한 지역은 성미산 면적의 5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부분 자연숲으로 이뤄져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생태보존시민모임 조사에서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붉은배새매, 서울시 보호종인 꾀꼬리, 박새가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되는 등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서울시도 ‘비오톱(biotop)’ 1등급 지역으로 평가할 정도다. 주민들은 이곳이 개발될 경우 마포 지역의 유일한 자연숲인 성미산의 훼손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한다. 성미산대책위 김성섭 대표는 “교육수요가 생겨 학교를 신설하는 게 아니라 있던 학교를 이전해 온다는 게 문제”라면서 “주민쉼터이자 생태보고인 숲을 파괴해 학교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서울시가 표방하는 ‘녹색 시정’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이 기회에 학교법인 홍익학원 소유 부지를 서울시가 매입해 생태공원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로선 재원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도 일리가 있지만 문제는 막대한 매입비”라며 난색을 표했다. ●마포구 “학교시설 제외하곤 모두 공원화” 서울시는 지난달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가 제출한 시설변경 요청을 반려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11일 “학교 부지뿐 아니라 성미산 전체에 대한 종합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게 관련부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마포구 관계자는 “학교시설을 제외한 성미산의 나머지 10만 3000㎡를 모두 공원화하는 방안을 시와 논의 중”이라면서 “학교신축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자연훼손은 건축계획 승인 단계에서 최소화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미산대책위가 중심이 된 주민들은 학교시설 변경계획 철회와 전면 생태공원화를 요구하며 주민서명에 나서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설 태세다. 김성섭 대표는 “사태 해결의 모든 열쇠는 허가권자인 오세훈 시장이 쥐고 있다.”면서 “오 시장과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5.삶의 질을 높이다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5.삶의 질을 높이다

    ■ 경북 영덕군 축산마을-축제로 경기 살아나고 개업醫 덕 의료質 개선 최근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푸른바다 마을’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등장했다. 길거리에서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파는 좌판이 생겨나 기존 바다내음에 활기찬 사람냄새까지 번지고 있는 것.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바뀌면서 비롯됐다. ●마을을 되살린 문화, 물가자미축제 물가자미는 대게·꽁치·오징어와 더불어 축산항 인근 해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주력 어종’이다. 칼슘이 풍부하지만, 납작하고 볼품이 없어 주민들조차 자신들의 식탁에 올리는 것 외에 상품화 등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대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계기는 ‘물가자미 축제’였다. 이 때부터 마을에서는 흔하디 흔해 관심을 끌지 못했던 물가자미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열린 2회째 축제에는 20만명이 마을을 찾아 60억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대박 상품’이 됐다.20㎏ 한 상자당 7000원선이던 가격도 1만 6000원을 웃돌 정도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방문객이 늘자, 직거래도 활성화됐다. 직거래할 경우 수협 등에 위탁 판매하는 것보다 같은 양을 팔아도 소득은 2배 이상 높아진다. 김원주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지난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주민들을 모으고, 마을의 특징과 문화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축제를 기획했다.”면서 “발상의 전환이 지역을 알리고 특화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반겼다. ●젊은 의사의 결단, 웃음꽃을 피우다 농촌에서 보건소를 제외한 병·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골 개업의는 시쳇말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홍경표(37) 동해의원 원장은 2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사표를 낸 뒤 이곳에 개업,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주민들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의원 옆에는 약국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홍 원장은 “주변 사람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아름다운 환경과 순박한 주민들에 반해 오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막상 농촌에 와보니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이 많다.”면서 “경제적 측면만 따지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돈보다 보람을 느끼고 싶다면 도시보다 좋은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장의 결단은 복지·교육 환경 개선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쳤다. 지난해 낡고 비좁아 이용자가 거의 없던 기존 복지회관을 대체할 현대식 복지회관이 들어섰다. 올해에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땅한 교육시설이 없는 150여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으로 전환했다. 김 위원장은 “축제 등 관광사업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 기존에 불편했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노력이 모이면 가능한 것 아니겠냐.”면서 웃었다. 영덕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민들 ‘살기좋은 마을’ 결실-출산 땐 지원금 보건소 등 신설 교육·의료·문화·복지 서비스의 수준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다.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와 연결돼 출향인을 양산하거나 이주민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통해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강원 화천군 하남면 ‘하늘빛 호수마을’ 주민들은 전국 최초로 아이를 낳으면 마을기금에서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옹달샘 도서관’도 지었고, 대학에 들어가면 장학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노인회관을 펜션 형태로 지어 더 이상 운영비 등을 타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된다. 전남 장흥군 우산마을은 폐교 시설을 활용한 대안학교를 구상 중이다. 또 주민들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소개하기 위한 축제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행정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주민들과 출향인 등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북 의성군 산수유마을 산수유축제, 강원 철원군 다슬기축제,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문화축제, 경북 영덕군 축산마을 물가자미축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주 제주시 저지마을은 주민들과 향우회가 공동 주최하는 쳬육대회를 정례화했다. 전북 남원시 구름다리마을은 어린이집을, 충남 논산시 바랑산마을은 보건소를 각각 새로 지어 주민 불편을 일정부분 해소했다. 주민들을 위한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기 안성시 두리마을, 전남 완도군 울모래마을 등에서는 커뮤니티센터가 건립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제주 한경면 저지마을-공동목장 현대적 계승 곶자왈 등 관광자원화 주민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이 외지인의 눈에는 ‘자원’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제주도 한라산 서쪽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도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마을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문화적 상징을 계승하다 저지마을 주민들은 ‘마을 공동목장’의 원형과 취지를 되살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 특유의 공동목장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관리하고 운영 수익도 골고루 나눠 갖는 형태다.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땅이다. 공동목장은 13세기 몽골 침입 당시 몽골군이 운영하던 말 목장이 진화한 것이다.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말 등을 사육해 소득 증대는 물론, 분배문화 형성과 공동체의식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차츰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공동목장이 경제수림이나 골프장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저지마을의 공동목장 16만㎡ 역시 자연림으로 복원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김진봉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공동목장은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체계적인 연구나 보존 노력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목장에 대한 현대적 계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을길과 집을 연결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돌담길인 ‘올래’, 출입구 양 옆에 구멍이 뚫린 돌기둥을 세운 뒤 3개의 통나무를 끼워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 등도 제주의 문화적 상징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집집마다 올래와 정낭 등 제주 고유의 문화 자원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리적 상징을 체계화하다 주민들은 오름과 곶자왈 등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환경을 가꾸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 오름은 산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로, 저지마을에도 200m 높이의 오름이 자리잡고 있다.35㏊에 이르는 숲길에는 2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한다. 또 곶자왈은 용암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요철 지형을 이뤄 보온·보습효과가 뛰어나 열대·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저지 곶자왈은 희귀한 천연 난대림으로, 제주 생태계의 ‘허파’다. 저지마을은 400가구,1070명이 거주하는 제법 큰 동네다. 저지리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분재공원인 ‘생각하는 정원’, 야생화 전시시설인 ‘방림원’,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인마을 등이 위치해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손쉽게 보이는 ‘관광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일상적인 문화나 환경이 지역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에는 중산간 지역이 오지로 취급됐지만,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체계화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명랑주의자’의 도발적 주장과 꼬집기

    ‘명랑주의자’의 도발적 주장과 꼬집기

    우석훈(41)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명랑주의자’다. 엄숙주의를 멀리하고, 오직 명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글은 여느 학자의 글처럼 먹물티를 풍기는 대신 유머와 위트로 비판 대상을 꼬집는다. 남들이 보지 못한 혹은 소홀히 한 문제의 핵심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짚어낸다. 우 교수가 지난해 펴낸 ‘88만원 세대’(레디앙)는 출간과 동시에 ‘출구 없는 20대’를 규정하는 사회·경제학적 개념으로 보통명사화됐다. 그 자신도 출판계가 가장 눈독 들이는 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가 최근 새 책 두 권을 한꺼번에 내놨다.‘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이란 부제의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와 생태미학의 구축을 주창하는 ‘직선들의 대한민국’(웅진지식하우스)이다. 수십만개의 촛불이 환하게 타오른 10일 저녁, 촛불집회 참가자들로 빽빽한 서울 시청 앞 도로에서 우 교수를 만났다. 그는 자칭 ‘C급 경제학자’다.“A급 경제학자는 이론을 만들고,B급 경제학자가 이론을 수정할 때,C급 경제학자는 이론을 적용한다. 곧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C급 경제학자의 삶을 ‘액션 대로망’이라고 정의한다.“늘 조금씩 하던 액션을 필요에 따라 세게 하는 것”이다. 두 권의 책도 각각 ‘행동하는 평화경제학’과 ‘행동하는 생태경제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한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하는 도발적 주장을 담았다. 제국주의이되 ‘촌놈들의 제국주의’다. 우 교수는 “식민지를 만들어낼 능력도, 식민지 경영의 경험도 없으면서 생존의 돌파구는 식민지가 요구되는 제국주의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한국 자본주의”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전환을 보여주는 변곡점으로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남북 경협을 꼽는다. 우 교수에 따르면, 이라크 파병은 석유확보를 목표로 자원전쟁에 동참한 것이자 국익을 주장하며 전쟁을 불사한 제국주의적 현상이다. 경제영토의 확장을 꾀하는 한·미 FTA도 시장과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식민지를 추구하는 제국주의적 특징을 노정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남북간 평화의 가교로 평가돼온 경협을 제국주의로 보는 시각도 논쟁적이다. 우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는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경제적 의미로 식민지에 가까워진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 차이는 북한을 내부 식민지로 전환시킬 때 정부를 그대로 두고 식민지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정권을 무너뜨리고 일종의 총독부처럼 직접 관리할 것인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햇볕정책 지지자들 내에서도 간간이 제기돼온 지적이나 우 교수처럼 대놓고 날을 세우기엔 민감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진보진영 원로들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과 전쟁을 해서라도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소설가 조정래의 주장과 한국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전망하는 시인 김지하의 문명담론 또한 제국주의적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팽창주의와 묘하게 공명한다는 점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통일운동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직선들의 대한민국’은 미학적 전환을 말하는 책이다.‘직선’은 구불구불한 강들을 곧게 펴는 대운하 공사를 상징한다. 책은 개발주의적 건설미학이 팽배한 한국에서 생태미학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기로 모터를 돌려 한강물을 억지로 흘려보내야 하는 청계천은 ‘거대한 어항’에 불과하지만, 청계천을 어항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대중의 미학을 거스르는 생태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미학은 철학의 분파로 출발했다. 미학과 철학은 사유의 힘을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하나, 오늘의 한국에서 생태미학은 사유를 넘어 행동을 필요로 한다. 우 교수는 “한국적 생태미학은 ‘촛불’ 속에서 진화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촛불이 수많은 촛불들 속으로 흘러들었다.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HAPPY KOREA](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4.소득기반 강화 마을 찾아서

    [HAPPY KOREA](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4.소득기반 강화 마을 찾아서

    한반도 남단 끝자락에 자리잡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의미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계기로 전남 장흥군 장평면 우산마을 주민들이 지분을 투자해 영농법인을 만든 뒤 그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마을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것. 영농법인은 여러 개의 알토란 같은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인 셈. 이에 따라 주민 전체가 주주이자 직원인 이른바 ‘마을주식회사’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농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단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새 소득기반 우산마을 주민들은 지렁이 브랜드화를 핵심사업으로 여긴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장평초교는 1990년대 초 폐교된 이후 방치되다 2005년 ‘지렁이 생태학습장’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군청이 학교 부지를 매입한 뒤 ‘지렁이 박사’로 통하는 진병교씨에게 임대한 것. 지금은 연간 체험방문객만 5000여명에 이르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진씨는 생태학습장에 대한 소유권 등을 영농법인에 넘기고,‘월급 사장’ 역할을 맡기로 했다. 진씨는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 못지않게 소득이 고루 분배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주민들 역시 참여의 길이 마련되자, 다양한 연계사업도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볼거리 강화를 위해 생태학습장에 ‘지렁이 박물관’과 ‘친환경 농산물 판매장’ 등을 추가 설치한다. 방문객들을 위한 대규모 숙박시설을 짓는 대신, 주민들의 집을 개량 한옥으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한옥에는 민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스트룸’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계사업 장흥군은 산지가 많아 전남·북을 통틀어 소를 가장 많이 사육한다. 당연히 배설물 처리문제가 처치곤란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분을 지렁이 배설물이 섞인 ‘분변토’로 바꿀 경우 폐기물이 친환경 퇴비로 각광받을 수 있다. 자연생태계 복원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올 초 지렁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변토 생산을 위해 6600㎡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는 연간 2000t의 우분으로 400t의 분변토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분변토 20㎏의 시세가 8000∼1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1억∼2억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김병선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마을 전체 농경지를 화학비료 대신 분변토를 활용하는 친환경 농업단지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쌀과 채소 등 주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서는 영농법인을 통해 공동으로 생산·판매하는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작지에 대한 재발견, 꿩먹고 알먹고 주민들은 그동안 거들떠 보지 않았던 마을 뒷산 등에 2006년부터 생약초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25㏊ 부지에 도라지·결명자·오가피·더덕·오디 등을,10㏊ 부지에 장뇌삼을 각각 심었다. 이르면 내년부터 수확이 본격화된다. 실제 가장 먼저 수확이 이뤄지는 오디의 경우 올 한 해 총 매출액만 2억여원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논·밭 등 기존 경작지가 100㏊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고부가가치의 경작지가 35%가량 늘어나는 자산 증가 및 생산성 향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 특히 생약초 재배는 영농법인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땅을 내놓은 주민은 임대료, 노동력 등을 제공하는 주민은 품삯, 영농법인에 지분 참여한 주민은 배당 등 다양한 형태로 골고루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개인의 한계,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 농촌 마을 대부분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마을 전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우산마을의 영농법인은 마을을 구성하는 6개 자연부락 147가구,284명의 주민들이 연계해 생산요소 투입량을 늘려 이익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려고 분산 투자하는 주식시장의 ‘포트폴리오’ 전략처럼 소득원도 다양화하고 있다. 또 주민 대부분이 은퇴 연령층에 해당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회사의 주주이자 직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운영수익의 일부는 공동기금으로 축적돼 시설 등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김 위원장은 “개인의 한계는 공동체의 힘으로 보완하고, 개인의 능력은 공동체를 통해 발휘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흥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환경위기, 지구적 대응 않으면 끝장”

    “환경위기, 지구적 대응 않으면 끝장”

    원유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물가 상승으로 서민은 지갑을 닫고, 영세상인의 얼굴엔 먹구름이 짙다.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던 환경위기가 각자의 삶에서 ‘나의 위기’로 구체화되고 있다. 각국의 식량·자원·에너지정책이 환경운동가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란 사실, 내 삶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민감한 정치’라는 사실을 지금처럼 선명하게 보여준 때는 일찍이 없었다. ‘플랜 B 3.0’(레스터 브라운 지음, 황의방·이종욱 옮김, 도요새 펴냄)은 ‘환경위기는 공부가 아닌 실천으로만 타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저자(미국 지구정책연구소 소장)가 ‘플랜 B’라는 제목의 책을 낸 건 4년 전. 그는 환경훼손을 담보로 성장을 추구하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플랜 A’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경제를 ‘플랜 B’로 명명한다.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이 문명 살릴 길 저자는 2006년 ‘플랜 B 2.0’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플랜 B 3.0’을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았다. 판을 거듭할수록 저자의 목소리는 다급함을 더해간다. 책의 부제만 봐도 알 수 있다.‘플랜 B 2.0’의 부제는 ‘곤경에 빠진 문명과 시련에 직면한 지구를 구하는 방안’인 데 비해,‘플랜 B 3.0’은 ‘문명을 구하기 위해 모두 나서자’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는 “우리가 당면한 도전의 규모와 전쟁터와도 같은 급박함을 반영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 문명은 생산이 곧 감소할 한 가지 자원(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문명”으로 현재의 방식은 “대안 없는 위태로운 도박”이라는 것이다. ●그린란드 얼음 녹기 전에 바로 지금 시작! ‘플랜 B 3.0’은 이론서가 아니다.‘실천하지 않으면 끝’이라고 외치는 격문이자,‘이렇게 실천하자.’고 제안하는 ‘행동지침서’다. 저자는 거듭 묻는다.“그린란드 얼음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녹기 전에 우리가 화력발전소를 없앨 수 있을 것인가?”“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아마존 삼림 벌채를 정지시킬 정치적 의지를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인가?” 플랜 B의 목표는 선명하다.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줄여 기후를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실천목표는 기후안정과 인구안정, 빈곤퇴치와 지구생태계 회복이다. 요컨대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에너지 낭비를 막는 ‘재활용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시스템 전환을 부르짖어온 지식인은 한두 사람이 아니나, 저자가 그들과 다른 점은 그의 생각과 제안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플랜 B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체제로 전면 개조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전 지구적 공동노력과 예산투입을 부르짖는다. 플랜 B의 목표 달성과 지구 소생에 투입될 예산을 각 항목별로 계산해 연간 1900억 달러의 소요 예산을 산출하는가 하면, 예산 마련을 위해 각국의 군사비 삭감 비율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세계 에너지 경제를 재편해서 기후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도전은 그 기술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문명을 구하는 것은 스포츠 관람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직접 참여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인기 록스타도 아닌 환경운동가 저자가 ‘플랜 B 월드투어’를 다니는 것도 전 세계적인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투어 대상국이다. 그는 새달 9일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강연과 포럼을 열 예정이다.2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경제성장 대안 담론 백낙청·김종철 맞짱

    경제성장 대안 담론 백낙청·김종철 맞짱

    한국사회의 대안담론을 이끌어온 두 학자가 맞붙었다. 백낙청(사진 왼쪽)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과 김종철(오른쪽) 격월간 ‘녹색평론’ 발행인은 최근 뚜렷한 의견차를 드러내는 논쟁적 글을 주고받았다. 논쟁의 초점은 ‘경제성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차다. 논점은 경제성장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것인가,‘적당한 성장’이란 말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논쟁의 무대는 ‘창작과비평’이다. 창비는 2008년 봄호에서 ‘한반도에서의 근대와 탈근대’ 특집기획의 하나로 김 발행인의 글을 실었다. 김 발행인은 ‘민주주의, 성장논리, 농적(農的) 순환사회’란 글을 통해 백 편집인의 ‘적당한 성장론’을 비판했고, 백 편집인은 창비 여름호에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이란 글을 써 김 발행인의 비판을 반박했다. 김 발행인은 한국 진보진영이 사회적 공평성과 복지의 전제조건으로 성장논리를 인정하는 한 냉혹한 경제지상주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반면 백 편집인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적당한 성장’을 주창해왔다.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지키고 또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돈벌이는 불가피하고,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서도 한국경제가 일정한 성장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발행인은 창비 봄호에서 “경제성장을 계속하면 환경과 인간성을 파괴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아는 백낙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처방이 ‘적당한 경제성장’ 개념인 듯하다.”면서 “이것은 하나의 추상적인 언술로써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연 구체적인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전략인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필요한 것은 ‘적당한 성장’이든 아니든 성장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근대적 방식에 대해 ‘적응’을 말할 게 아니라 성장 논리와는 무관한 질적으로 다른 삶, 즉 비근대적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급진적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대안으로 “토양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호 그물망 같은 호혜적 관계가 복원된 소농과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생태적 순환사회”를 제시했다. 반면 백 편집인은 창비 여름호에서 자신의 ‘적당한 성장’ 개념을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으로 필요한 ‘적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광풍 속에서 근본주의적 반대운동의 효용은 그것대로 소중하다.”면서도 “김종철은 고도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소농공동체 기반 사회로의 이행과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아 구체적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전략인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김 발행인은 백 편집인의 비판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 중이다. 두 학자의 연쇄논쟁이 ‘대중의 압도적 동의’에 기반한 경제성장 당위론에 어떤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기고] 일석삼조,LED가 세상을 바꾼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기고] 일석삼조,LED가 세상을 바꾼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횡포를 타개할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기후변화협약, 유해물질사용제한(RoHS), 폐전자전기제품처리지침(WEEE) 등 날로 강화되는 국제 환경규제의 파고를 헤쳐나갈 마땅한 대안은 무엇일까. 자고 나면 따라붙는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발도상국의 무서운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성장동력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지난 2월 우리나라 실물경제와 에너지정책을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의 차관으로 취임한 이래, 단 하루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고민들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산업계에서 21세기 신(新)광원이라 불리며 생활속에 파고드는 발광 다이오드(LED)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희망의 빛’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1962년 적색 LED가 개발됐을 때만 해도 LED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반도체에서 빛이 나온다는 것 이외에는 산업적인 효용가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LED가 1993년 청색 LED의 개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R)-녹색(G)-파랑(B)이 구현됨으로써 빛을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제 LED는 우리나라의 요소 투입형·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지식 기반형·에너지 저소비형·환경 친화적 산업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새 미래 먹거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먼저, 기존 조명 대비 최고 90%에 이르는 월등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반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 구현을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명 분야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의 약 18%를 차지한다. 이러한 조명의 약 30%가 LED로 대체되면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2기가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으로 환산하면 680만t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지구 온난화의 효과적 대응 수단이 된다. 둘째,LED는 일종의 반도체 소자로서 디지털 제어를 통해 ‘빛의 문화’를 새롭게 쓰고 있다.120여년 전 에디슨이 처음 발명한 백열 전구가 인류에게 경제활동의 사각지대였던 밤을 새로운 경제활동의 공간으로 탄생시켰다면 LED는 단순한 빛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감성과 융합을 기반으로 21세기 생활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빛의 색상을 표현하여 감성형 도시경관과 실내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셋째,LED는 휴대전화,TV, 냉장고, 자동차, 선박, 의료, 농림수산 등 기존산업에 접목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파생산업의 탄생을 이끌고 있다. 전자제품에서는 슬림화와 다기능화를 주도하고 있고, 농림수산분야에서는 생태조명으로 활용돼 수확량과 어획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10여년 전부터 LED산업의 새로운 시장지배자로 군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록 우리가 시작은 한발 늦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원천특허를 보유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LED산업 진출을 지원하고,‘LED-프렌들리(Friendly)’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근 내놓은 ‘LED산업 성장동력화 발전전략’은 이러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다. 이제부터는 LED산업이 우리 경제의 튼튼한 성장동력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소 모두가 힘을 합쳐 나가야 할 때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 참나무시듦병 전국으로 확산

    참나무시듦병 전국으로 확산

    소나무에 이어 참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2004년 8월 경기 성남에서 발병한 참나무시듦병이 3년여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단 걸리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보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마땅한 예방·치료법이 없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19일 산림청에 따르면 참나무시듦병 피해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10개 시·도,61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3500여㏊(산림면적의 5.5%)가 피해지이며 피해목은 21만 8000여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1988년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20년 만에 전국으로 퍼진 것에 견주면 확산속도도 빠르다. 참나무시듦병은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나무의 수분 이동을 차단, 고사시키는 산림병해충이다. 감염된 나무는 7∼8월에 시들어 말라 죽는다. 매개충이 전국에 분포하는 ‘토착종’이라는 점에서 참나무림 생태계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시듦병은 지름 20㎝가 넘는 30년 이상된 나무에서 발생한다. 자원 육성의 의미를 물거품으로 만든다. 또 성남에서 발견된 이후 수도권(3000㏊,16만그루)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전체 산림의 28%를 차지하는 참나무 중에서도 신갈나무의 피해가 유독 크다. 산림청 관계자는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 발병 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살아 있는 나무에도 발병하고, 고지대 나무에서도 발생해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등 방제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매개충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다음달 중 피해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지상약제를 살포키로 했다. 한 여름, 고지대 작업에 따른 부담도 있지만 확산 저지를 위한 고육책이다. 피해가 ‘중’급(둘레의 10% 이상) 이상 감염목은 벌채·훈증할 예정이다. 또 9∼12월 중 감염목 비율이 신갈나무의 30% 이상인 지역은 발생구역 경계외곽 20m내 모든 신갈나무를 제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림청은 방제의 인식을 전환, 피해목을 재활용하기로 했다. 훈증·소각 대신 감염목이라도 톱밥과 참나무숯, 펄프칩 등 산업용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예상되는 방제 산물은 4t트럭 1만대 분량인 3만 5000㎥에 달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혁명가 중엔 ‘맏이’가 없다?

    혁명가 중엔 ‘맏이’가 없다?

    코페르니쿠스, 데카르트, 다윈, 마르크스, 볼테르. 이들에겐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지점에서 그 해답을 모색해본 책이 ‘타고난 반항아’(프랭크 설로웨이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미국의 저명 과학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지은이가 찾은 답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그들은 하나같이 ‘맏이’가 아닌 ‘후순위’ 출생자들이었다. 인류역사는 혁명의 역사였다. 익숙한 사고방식, 이데올로기와 결별하는 혁명적 발상이 인류의 추동력이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종교 개혁, 프랑스 대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인류역사를 고쳐쓴 대사건들의 이면에는 그러나 의문이 있어왔다. 낡은 사고틀을 깨고 변혁에 열광하는 이는 누구였으며,‘현재’를 옹호하는 온건주의자들은 또 누구였던가. 무엇이 그들을 판이한 관념의 세계로 갈라놓았는가. 책의 고민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형제자매의 후순위 출생자들이 전환적 사고방식으로 역사를 이끌어온 주역이라는 결론을 향해 쉼없이 재담을 늘어놓는다. ●첫째는 대부분 체제 순응적이며 보수적 종교개혁, 프랑스 대혁명, 공산주의 혁명 등 세상이 기억하는 121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비롯해 코페르니쿠스 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 28가지 과학혁신을 요소요소에 동원했다. 이 대사건들에 엮인 인물만도 6500명을 훌쩍 넘는다.6500여명의 개인사료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역사를 바꾼 인물은 첫째보다는 후순위 출생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의 최고 원동력은 쉽게 말해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맥이 닿아 있다. 생태계에서 동일한 자원을 놓고 둘 이상의 종이 다투는 경우 점차 세력이 분화돼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는 다윈의 ‘분화의 원리’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부모의 보살핌을 한정된 자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형제(자매)들은 독특한 지위를 선점하려 저마다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출생순위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른 인격성향으로 나타난다는 해설이다. 첫째들은 자신을 권위와 동일시해 체제순응적이고도 보수적인 반면, 후순위 출생자들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면서도 현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항적 성향을 보인다고 피력한다. ●후순위 출생자들 반항적 성향…인류역사 뒤바꿔 태어날 때의 유전자가 다른 게 아니라 부모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행동양식이 서로 다르게 진화한다는 얘기다. 책의 매력은 단순히 출생순위에 따른 성향을 분석하는 데에만 머물진 않는다. 대사건의 전후 맥락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하는 묘미가 ‘덤’으로 따라붙는다. 예컨대,19세기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다윈의 진화론. 다윈이 창조론을 뒤엎는 학설을 내놓았을 때 서구 기독교 사회는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을 조사하고 5년 만에 돌아와 진화론을 발표한 다윈은 6형제 중 다섯째.“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을 정도라니 그의 저술 ‘종의 기원’이 얼마나 획기적 산물이었는지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당시 다윈의 학설에 동조했던 토머스 헉슬리는 막내, 반대로 그를 맹렬히 비판했던 애덤 세즈윅과 루이 아가시는 신기하게도 모두 맏이였다. 그러나 물론 예외 사례도 적지 않다. 프로이트, 뉴턴, 갈릴레이만 해도 모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 맏이였다. 논의의 범주에 넣은 한정된 역사인물들을 줄세워 산술적 결론을 이끌어낸 책은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는 전혀 딴 데서 독자들 스스로가 건져올려야 하지 않을까. 가족(관계)이 육중한 역사를 밀고간다는, 평범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진리를 새삼 대면하게 만든다.4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삼성전자·인텔·TSMC 협력 웨이퍼 규격 18인치로 전환

    삼성전자·인텔·TSMC 협력 웨이퍼 규격 18인치로 전환

    반도체 업계의 강자(强者)들이 뭉쳤다.2012년까지 ‘웨이퍼’ 크기를 공동으로 더 키워 생산성을 2배 올리기로 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 비(非)메모리까지 포함한 전체 반도체 1위 미국 인텔, 설계도를 넘겨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1위 타이완 TSMC. 이렇게 각 분야 1등들이 손을 잡았다. 시장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지금의 1등 자리를 계속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나머지 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이 흐름에 편승하느냐에 따라 업계 구도가 달라지게 된다. 거의 10년 주기로 웨이퍼 크기가 한 단계씩 커지던 과거에도 그랬다. ●10년 주기 지각변동 오나 삼성전자는 6일 “반도체 집적회로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제조비용이 높아지고 있어 해결 방안의 하나로 웨이퍼 규격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인텔,TSMC와 함께 2012년까지 450㎜(18인치)로 전환하는 데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험생산 라인이 가동될 때까지 부품, 인프라 등 전반에 걸쳐 3사가 상호 협력한다는 설명이다. 웨이퍼란 규소로 만든 와플 모양의 얇고 둥근 판이다. 여기에 회로를 새겨 반도체칩을 얻어 낸다. 크기가 커질수록 얻어낼 수 있는 반도체칩 수가 많아져 생산성이 올라간다.450㎜란 둥근 웨이퍼의 지름 길이를 말한다. 삼성전자측은 “현재 300㎜(12인치)가 최대이지만 450㎜로 전환되면 지금보다 반도체칩을 두 배 가량 더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2001년 200㎜(8인치)에서 300㎜로 전환했을 때, 생산성이 2.25배 향상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이렇게 되면 450㎜ 생산라인 하나가 300㎜ 라인 두 개와 맞먹게 된다.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이유다.150㎜(6인치)에서 200㎜로 옮겨가던 80년대말에서 90년대 초반, 우리나라 기업들은 재빨리 흐름을 좇아 공격적 시설투자를 했다. 반면 일본기업들은 소극적으로 대응,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한국에 내줬다. 올해는 8인치 라인이 완전히 퇴출되고 12인치가 뿌리내리는 해로 꼽힌다. ●환경오염 줄고 생산성은 증가 변정우 삼성전자 전무는 “시장 1위업체들이 10년 주기설의 방향성을 ‘2012년 450㎜’로 확실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시장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면(裏面)에는 선두주자들끼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만들어 후발주자들이 따라오도록 해 1등 자리를 영속하겠다는 공동 이해타산이 자리한다. 3사는 “기업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200㎜에서 300㎜로 전환하면서 개별 칩당 물 사용량과 온난화 가스 방출량이 줄었다. 밥 브룩 인텔 테크놀로지&매뉴팩처링 그룹 부사장은 “(450㎜ 전환은)환경 경영 의지의 일환”이라며 “생산비용 절감은 물론 각종 원자재와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 컨소시엄인 ISMI가 앞으로 450㎜ 표준규격 등을 정하게 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집중 인터뷰] 석학 리프킨에 들어본 쇠고기·GMO 개방

    [집중 인터뷰] 석학 리프킨에 들어본 쇠고기·GMO 개방

    “인류는 건강을 놓고 룰렛 게임(Roulette Game)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무턱대고 GMO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결국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엔트로피’,‘육식의 종말’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63) 미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이사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GMO 등 먹거리 논란이 진행 중이다. -미국 농림부가 쇠고기 생산과정을 잘 관리한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정부는 순진한(naive)것이다.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평생을 지내왔다. 육가공업계나 생명공학기업은 워싱턴에 엄청난 로비를 한다. 미국 정부는 때때로 로비에 의해 움직인다. 이에 반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들은 GM 작물이나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매우 엄격한 수입 기준을 세웠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압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한국 국민, 정부, 시민단체가 과학자들과 함께 폭넓은 토론을 하기를 권한다.GMO나 쇠고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여러분은 그것을 더욱 달가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 ‘GMO와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려깊은 처사가 아니다. ▶당신은 일관되게 GMO와 쇠고기 소비를 반대해 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1981년 미 연방정부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유기체를 개방된 환경속에 방출하는 것을 처음으로 허용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게 GMO 반대운동의 시작이었다. 내가 GMO를 반대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이종교배의 문제다. 인류는 지금까지 동종교배의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유전자조작을 통해 어떤 유전자도 다른 유전자와 쉽게 섞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1990년대 과학자들은 토마토와 물고기의 유전자를 조합했다. 추운 대서양에 살고 있는 물고기로부터 추위에 견디는 유전자를 빼내 토마토에 주입하면 냉해에 잘 견디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로 유전자 확산 문제다.GMO가 비GMO사이로 들어가면 수분 작용을 통해 GMO유전자를 계속 생산해낸다. 예전에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GM작물 재배지 근처에 보호막을 세우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그 기업들은 이제 유전자오염이 안 된 땅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다.GMO유전자가 확산되면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건 마치 담배 논쟁과 비슷하다. 옛날에 사람들은 “왜 내가 담배를 피우면 안 되냐.”며 담배필 권리를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간접흡연으로도 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흡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특히 아이들은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GM 음식은 원래의 유전자 조합과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알레르기를 유발할지 모른다. 최근 식용 백신을 만드는,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조작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가령 바나나에 특정 질병의 백신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넣는 식이다. 이것은 매우 논쟁적이다. 바나나와 백신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정확한 투약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바나나를 먹는 사람이 그 안에 들어있는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어떻게 되나. 이런 일이 몇 년 후 한국의 슈퍼에서 벌어진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한 일이다. ▶광우병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광우병에 대해 얘기하자면,1990년대 초부터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잠재적인 광우병의 위험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 입장은 광우병이 보고된 사례가 없으니 위험이 없고,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광우병에 걸린 소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아마 더 많을 것이지만 미국 정부가 모니터를 철저히 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을 인정하면 고기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다.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요구가 관철돼 1990년대 말에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지금 내게 미국 소고기가 광우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위험에 잘 대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도 알려져 있겠지만 몇 달 전에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서 도축장을 비밀리에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픈 소는 도축을 하면 안 되지만, 그들은 소의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소를 도축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됐다. 미국 농림부는 도축업계에 순진하게 대응해 왔다. ▶그렇다면 GMO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먼저 GMO에 대해서는 유전자표식에 의한 선발(MAS·Marker Assisted Selection)방식이 대안이다.MAS는 생명공학 기술을 전통 육종기술에 도입한 것이다. 육종을 할 때 유전자 표식을 거쳐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개체를 고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유전자 변형이 없고, 최첨단이고, 정보개방형이라 거대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 나는 GMO는 반대지만 MAS는 찬성이다. 지난해 내가 있는 경제동향연구재단은 그린피스, 우려하는 과학자모임(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등의 단체와 토론회를 열었는데, 많은 그룹이 MAS를 찬성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GMO를 수입하라고 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한국은 모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이를 되돌리려 할 텐데,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나의 책 ‘육식의 종말’에서 언급했듯, 현재 우리는 사람이 먹을 곡물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도축당할 소나 바이오연료를 위한 곡물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충분한 곡물을 생산하는 데도 굶주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사료용 곡물은 줄이고, 식용 곡물을 늘리는 일이다. 가령 사료용 곡물가를 매우 비싸게 책정하는 방법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휘발유를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책임을 지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처럼,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소가 배출하는 가스와 소를 키우기 위한 곡물가를 부담하는 차원에서 돈을 더 많이 낸다면 고기 소비도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쇠고기를 먹나. -1977년부터 얼굴이 있고, 걷거나 나는 모든 동물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때때로 먹어야 할 경우가 있으면 아주 적은 양의 해산물을 먹기는 한다. ▶광우병이 두려워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인가? -(웃으며)그렇지는 않다. 내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육식은 나와 같은 종류를 먹는 것일 뿐 아니라 나의 건강과 전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생존뿐 아니라 문화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한다. 유럽 사람들이 GM 식품을 싫어하는 이유는 치즈나 와인 등 음식의 지역색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미국은 패스트푸드 문화를 갖고 있지만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도 음식이 문화 정체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음식의 문화적 차원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안전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 유럽처럼 경계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화학물질이든 음식이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도입을 보류하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그 문제에 대처했다. 그러면 안 된다.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행동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불행하게도 미국보다 유럽이 더 좋은 모델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제레미 리프킨은 누구 - GMO 반대운동 시작한 美 미래·경제학자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194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 플레처법과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층 인사와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정보화시대의 부작용을 지적한 ‘노동의 종말(2005)’, 급속도로 증가하는 육식 문화, 특히 쇠고기에 집중되는 음식 문화와 이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룬 ‘육식의 종말(2002)’,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사회·경제·윤리적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바이오테크 시대(1999)’등이 있다.
  • 새만금 신산업·관광·레저 허브로 뜬다

    새만금 일대가 ‘미래형 신산업과 관광·레저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부가 새만금과 군산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새만금 일대 산업용지 개발과 외자 유치가 촉진되고 중국 동해안특구와 경쟁하는 환황해권 벨트의 중심축으로 육성될 전망이다. 전북도는 경제구역 조성사업을 1·2단계로 나눠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5조 3000억 들여 4개 지구 조성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은 군산시와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 및 고군산군도 일대 등 총 4개 지구 6698만㎡이다. 전북도는 애초 8078만 6000㎡에 대한 경제구역 지정안을 제출했으나 농림수산식품부가 외국인 직접투자용지(FDI)를 농업용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군산쪽 FDI 용지 1380만㎡가 줄어들었다. 총 사업비는 5조 3000억원으로 이 중 보상비가 5530억원, 단지 조성비 3조 8200억원, 기반시설 구축비 6900억원, 기타 관리비가 2260억원 등이다. 재원은 국고 8.5%, 지자체 9%, 민자 83.4%로 결국 국내외 민자 유치가 사업 성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기간은 1단계 2008∼2020년,2단계 2021∼2030년이다.●1·2·3차산업 융합… 시너지 창출 전북도는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을 ‘동아시아의 미래형 신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다. 새만금산업단지 1870만㎡는 군장산업단지와 연계한 생산기지로, 고군산국제해양관광단지 432만㎡는 중국, 일본 등 동북아를 겨냥한 국제 해양관광단지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새만금방조제 내측 동진강 유역내 관광단지 990만㎡에는 18홀 골프장 7개와 9홀 1개 등 총 8개의 골프장이 조성된다. 옥산배후주거단지 1659만㎡는 주택과 대학, 연구개발기관, 상업 등으로 구성된 복합 자족도시가 조성된다. 새만금 경제구역을 미래형 신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키워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특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와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첨단부품소재 등 미래형 신산업의 세부업종을 중심으로 1차 산업(농업)과 2차 산업(제조),3차 산업(서비스)간 산업융합(복합 클러스터)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정학적 위치, 싼 대규모 부지, 공항·항만 등 인프라의 장점을 십분 살려 레저, 휴양, 문화, 생태가 겸비된 국제관광 신흥 메카로 키우기로 했다.●전북 경제 도약 기틀 마련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의 파급효과는 28조 532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19만 1000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예상된다. 새만금 일대가 경제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일단 외국인 직접투자의 문이 열리게 돼 해외자본의 유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새만금 내·외곽에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 해외자본가들이 투자여부 검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전북에 조성 중인 혁신체제 기반과 맞물려 기업의 집적화를 이끌게 되고 결국에는 지역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북지역 발전 잠재력이 강화됨으로써 경제적 이익이 증가하고 경제 전반에 안정감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완주 지사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전북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 “도민이 힘을 하나로 모아주고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천력이 결합한다면 두바이의 기적을 능가하는 ‘새만금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올 예산 2조5000억 줄인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2조 5000억원을 절감, 경제 살리기와 서민생활 안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국무회의에서 “부처별로 예산 절감액을 종합한 결과 사업비 1조 6000억원, 경상비 6000억원, 인건비 3000억원 등 총 2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당초 예상 절감액보다 5000억원 늘어났다. 이용걸 재정부 예산실장은 “예산 절감은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경제 살리기 등에 대부분 재투자함으로써 재정이 경기긴축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옛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던 IT 산업을 합쳐 50억원, 광역전철 열차와 정거장 규모를 줄여 220억원을 각각 절감했다고 예시했다. 건설공사비 산정을 표준품셈에서 실적공사비 제도로 전환해 113억원을 줄였고, 광양항 배후단지 차량 통제를 전자태그 방식으로 바꿔 10억원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이렇게 줄인 예산으로 ▲경제살리기에 4000억원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안정에 2000억원 ▲공공안전 강화에 4000억원 ▲대국민 서비스 확충에 80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7000억원은 환차손이나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지원, 감세 재원 등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경상비·인건비 절감 예산이라고 덧붙였다. 절감 예산을 활용한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신도림역 등 노후 역사 개선(2726억원) ▲경춘선 복선전철 조기 개통(204억원) ▲실종아동 전담 수사팀 신설(175억원) ▲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확대(147억원) 등이 제시됐다. 또 오염된 태안국립공원 생태계 복구(85억원)와 전통시장 배송센터 지원(55억원)에도 쓰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절감된 예산은 다른 항목으로 전용이 안 된다.”면서 “지원 사업은 10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한 한반도 대운하 등의 신규 사업에 쓸 수 없다는 뜻이다.정부는 앞서 내년 예산은 편성 단계에서부터 모든 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

    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가차원의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찾기 어렵다. 부동층 증가에서 드러나듯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실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비교 분석 없이 투표하는 것은 신랑신부 얼굴도 모르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유권자가 권력이다.’라는 총선기획에 이어 주요 정책이슈에 대한 정당별 입장과 이에 대한 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비교평가단원의 평가를 잇따라 싣는다. ■복지 국민·노령연금 통합 정당별 입장차 가장 커 복지분야에 있어 보수 정당은 민간복지 확대 등 시장 역할의 강화를, 진보정당은 정부 역할의 강화를 제시하는 등 다소 차이를 보였다. 특히 주요 정책 의제인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과 관련해 각 당은 엇갈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모든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기초 연금을 지급하고, 그 대신 국민연금은 낸 만큼만 돌려받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주요 4개 정당은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기초노령연금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높이겠다며 다른 ‘처방전’을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고 기초연금은 부과 방식으로, 소득비례연금은 적립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친박연대는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화가 바람직하며, 수급대상 확대도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기초노령연금이 조세방식으로 자리잡을 경우 막대한 재원 소요로 후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로, 창조한국당은 “노후 빈곤 예방이라는 연금제도의 본래 기능마저 약화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연금 통합을 반대한다.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은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을 80%까지 높이고 지급액도 각각 16만원까지 올리자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은 “국민연금제도를 소득비례 연금 제도로 발전 개편하고, 기초 노령연금은 모든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 연금으로 고치자.”고 제안한다. 심상용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요 정당의 복지공약에 대해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은 지난 대선보다 일부 진전된 구상을 공약형태로 제시한 점이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보건복지서비스 시장화 확대 구상, 민간복지 확대 구상, 중증장애인에 대한 기초장애연금 지급 구상 등을 추가하거나 구체화시켰다. 통합민주당은 실업보험 확대, 비정규직 관련법 재개정 및 최저임금 현실화, 무기여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 등을 추가했다. 자유선진당은 공공부조 개혁, 국민연금제도 개혁, 영리법인 병원 허용 등 많은 내용들을 제시했다. 심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지난 대선 공약이 부실했던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통한 공약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건복지부의 올해 업무계획과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 나아가 지난 대선 공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는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과 지난 대선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환경 그린벨트 해제, 보수 OK 진보 NO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의 환경 공약 비중은 지난 대선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입장과 그린벨트(녹지대·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는 중요한 환경이슈들로 유권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이슈들이다. ●주민 재산권 vs 녹지 보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조건부 찬성을, 통합민주당은 조건부 반대를,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은 반대입장을 각각 표명했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녹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그린벨트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가능케 하고 국토의 이용가치를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도 “그린벨트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기자의 개발이익 환수 등의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그린벨트 해제는 국민의 정부가 1999년 7월 마련한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라면서 “지역별 해제 총량과 조정가능 지역 확정 등 점진적 제한적으로 최소화해 검토해야 한다.”고 조건부로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린벨트 해제는 도시팽창 확산을 유발하고 나머지 그린벨트 지역에 개발 압력을 가해 결국은 제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창조한국당도 “환경파괴와 불로소득 방지대책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모든 야당 반대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쟁점이 된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대운하 반대를 이번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환경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국토, 친환경 사업 등으로 지난 대선 공약과 비교해 일관성은 있지만 중요성은 비교적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정당의 20대 핵심 공약 가운데 환경 공약은 1∼2개에 불과해 경제·교육·복지에 비해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경우, 기후변화대책기본법 제정(통합민주당), 온실가스 저감 신기술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한나라당),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기후변화대책 전담반 구성(자유선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창조한국당) 등 각 정당마다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사업의 경우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은 지속가능한 발전개념 강화, 생태환경 파괴방지 등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친환경 개발을 유도하는 선계획·후개발 체계 마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북한 연계 생태벨트 조성,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교육 ‘자율형사립고’ 한나라만 찬성 야당도 ‘수월성 교육’ 부분 인정 교육분야에서 정당별로 차이 나는 부분은 영어 공교육과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입장이다. ●영어교육 여론악화에 여당 공약 수정 한나라당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공약 내용을 수정했다.‘영어로 하는 수업 확대’가 빠지고 농어촌 지역 등에 원어민 교사를 확대한다는 공약으로 내용을 바꾸었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대선에서는 영어교육의 ‘국가책임제’를 실시한다는 학생 중심의 영어교육정책을 주장했으나 총선에서는 실력있는 영어교사 양성을 위한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이는 현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교원단체 및 학부모단체의 반응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교육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면 교육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영어교육 분야에서 한나라당 정책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영어 능통 교사와 원어민 대폭 확충, 영어수업 시수 증가, 학교를 영어 공용 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교육의 기회 균등과 교육의 창조력 극대화를 강조하지만 ‘교육경쟁력 세계 1위 달성’의 방안으로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친박연대는 영어몰입 교육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나 정책 제안이 없다. ●기회균등 보장 vs 수월성 중시 정당별로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는 교육정책분야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 사립고 설립 여부다. 한나라당은 “자율형 사립고가 획일화된 평준화 교육이 아닌, 자율성을 보장하는 열린 교육의 장”이라며 설립에 찬성한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나머지 정당은 “특목고와 더불어 고교 서열화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확대 등 입시경쟁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회균등 보장 대 수월성 중시’라는 철학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자율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한나라당의 교육공약 기조와, 공교육 강화와 교육기회 확대라는 나머지 정당의 기조가 맞부딪치는 셈이다. ●민주당 “영어수업시간 3배 늘려야” 한편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공교육 강화를 외치면서도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월성 교육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합민주당은 영어몰입교육은 반대하면서 현재보다 3배 이상의 수업 시수를 편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조기영어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친박연대는 학생의 자유의사에 따라 방과후 수월성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정당들이 정당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공약보다는 표 계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대북·외교통상 북풍 논란은 없을 듯 18대 총선에서 대북·외교통상분야는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낮다. 각 정당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매겨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당을 차별화하는 기준은 여전하다. 대북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에 관한 입장차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존 햇볕정책의 틀을 벗어나 북핵·경협 연계 등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도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이라는 대선 당시의 기조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인도적 지원을 북핵문제와 연계하지는 않지만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새로운 차원의 상호주의 천명 등 기존 정부와 차별되는 공약이 추가됐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가장 유사한 공약을 내세운 당은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다. 자유선진당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경제지원은 인권 개선을 포함한 북한의 변화와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박연대도 “대북경제지원을 인권문제, 삶의 질 개선 등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곤 민화협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공약은 친박연대 등장과 자유선진당의 충청표 잠식 등 보수세력의 이탈을 막고 한나라당으로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에서 성의를 보이고 미국이 대북인도적 지원을 실행해야 정책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햇볕정책의 모태인 통합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인도적 지원은 생존권과 관련된 사항으로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대북경제원조 문제와의 연계를 반대한다. 특히 창조한국당은 “한·미동맹 강화에 맞춰 인권과 경제지원을 연계하다 자칫 전쟁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와 북한인권과 한반도 안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는 민주노동당만 반대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민주노동당만 “한·미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머지 정당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는 “한국 경제의 도약과 체질강화를 위해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며 적극 찬성 입장을,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은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 취약분야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강구돼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해마다 미국 포천지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 순위는 미국 400대 기업 직장인들이 이상향으로 꼽는 기업 순위나 다름없다. 물론 선정된 기업 입장에도 대단한 영예이다. 요즘은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시대상을 반영해 진일보하고 있다. 예로 미국의 HRC라는 단체는 해마다 ‘GLBT가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데,GLBT(Gay,Lesbian,Bi-sexual,Transgender·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약자다. 성적 소수자들이 일하기 더 좋은 기업이 어디인지 우열을 가린다는 것과 상위 순위에 선정된 기업들은 투자은행, 광고회사, 회계법인,IT기업을 막론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뽐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바로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순위는 해당 기업이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얼마나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다양성을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데에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90년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성적기호 등에 대한 편견없이 인재의 풀을 넓혀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모두 기나긴 역사를 통해 인류의 DNA에 각인된 뿌리깊은 편견이다. 기업이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같은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같은 변화는 기업들의 시대의식이 성숙했기 때문이기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계산된 전략적 고민의 산물로 봐야 한다. 현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하드웨어적 경쟁력에서 절대적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기업문화에 내재된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야말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유연성은 기업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창의성과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어느 분야보다도 셈에 밝은 기업세계는 이렇게 다양성이 가진 힘과 잠재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짓기는 기업이라는 생태계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취지로 뽑은 조직원들은 그 기업이 생각하는 평균적 이상형으로 구성된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거대 집합소가 되기 쉽다. 비슷한 성장배경, 비슷한 학력수준, 비슷한 생활환경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나와 다름’을 대하는 개방적 태도, 나아가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다양성은 글로벌 시대 경쟁력의 원천이다. 꼭 기업세계에 국한해 얘기하지 않더라고 한국도 이제 다양성의 미덕에 눈을 뜰 때가 아닌가 싶다. 외부인이 느끼기에 한국은 아직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서적 환경과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나라로 비친다. 이미 한국은 다양성의 잠재력을 시험할 수 있게 도와줄 많은 동반자들을 가지고 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해외입양아, 전세계 해외동포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기업의 외국인 직원들까지 그들은 모두 우리 의식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소양의 인자를 심어줄 한 식구들이다. 대기업 기업광고에서 ‘동성애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자랑스러운 문구를 볼 수 있는 나라, 탈북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나라, 하인스 워드의 출연이 더 이상 국민적 각성을 요구하는 사건이 되지 않는 나라를 꿈꿔 본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먼 미래 ‘제 2의 오바마’로 혜성처럼 등장할 대한민국의 새싹이 지금 이 순간 이 나라 어느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도….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명제 하나, 에너지는 전쟁이다! 화석 에너지 보유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화약고가 됐고, 국가간 에너지 확보 노력은 첩보전이자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1970년 이후 거듭돼 온 중동전쟁,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91년 걸프전,2003년 이라크전 등은 현대 문명을 탄생시킨 석유가 ‘문명의 파괴자’가 된 현실을 보여준다. 명제 둘, 에너지는 패권이다! 연료와 전력이 끊이지 않아야 굴러가는 고(高)소비형 사회는 막대한 에너지를 국가와 개인이 맞물려 돌리는 권력의 톱니바퀴 틈마다 윤활유로 뿌려댔다. 미국 부시가(家)와 에너지기업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밀월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를 무기화해 서구 선진국과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고,‘배고픈 블랙홀’ 중국과 인도는 경제대국 꿈을 향해 에너지 확보 전쟁의 한복판에서 무한질주를 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패턴 허와실 분석 문명이란 반쪽의 얼굴과 전쟁과 패권이란 또 다른 반쪽의 얼굴.‘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허은녕 등 옮김, 창비 펴냄)은 에너지의 ‘아수라’(만화영화 ‘마징가제트’에 나오는 두 얼굴의 백작)적 얼굴을 탐색하며 지난 1세기 동안 전 세계가 그려온 에너지 그랜드 디자인(에너지 사용 패턴과 에너지 선택과정)의 허실을 분석한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시각은 비관론이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인식이다. 학자로서의 전 생애를 에너지 연구에 바친 저자 바츨라프 스밀(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학부 특훈교수)은 풍부한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에너지 예측이 어떻게 어긋났는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노력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하나하나 드러낸다. 대개 비슷하고 뻔한 결론(근본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을 향해 달리는 에너지·환경·생태 관련 서적의 논지는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부각되지만, 저자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정치·경제·환경·식량·인구 문제를 망라한 방대한 학제연구로 설득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위기를 다룬 고만고만한 책들 속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과거 100년 이상에 걸친 에너지 문제 관련 예측들은 몇 가지 유명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명백한 실패의 기록”이라고 단언한다.‘비례 함수’라고 굳건히 믿어져온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발전 수준은 어떤 계량적 비례관계도 나타내지 않았고,1차 에너지 총공급과 국내총생산 사이에도 규범적 결론을 도출할 수 없었으며, 삶의 질을 담보하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도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예측들도 제시했다. 마오쩌둥 당시보다 개혁·개방을 택한 덩샤오핑 시대에 중국 경제의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약 40% 감소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점쳤지만 결과는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력기구와 연료기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동반 감소하지 않았음은 명백한 수치로 입증됐다. ● “에너지 디자인 새 대안 필요” 저자는 “거듭된 실패는 근본적인 새 출발을 요청한다.”고 말한다.▲수력,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열·광, 수소, 원자력 등 비화석 에너지로의 전이 ▲낮은 에너지 효율과 밀도를 높이기 위한 집중 및 저장 기술 개발 등의 기술적 대안도 제시한다. 반면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에너지와 관련한 지배적 관습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또는 미래의 에너지 전환 비용을 정량화하는 방법은 아무리 세심하게 고안해도 한계가 있다.”면서 ‘도덕적 각성’을 주문한다.“고소득 국가에서 미래의 에너지 사용 행태를 결정하는 것이 도덕의 문제이지 기술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각종 연구가 증명했다는 것이다.▲고소득 국가는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최소 25∼30% 감소 ▲소비수준을 한 세대 전으로 되돌려 환경파괴 축소 ▲소비의 세계적 평등성 증가 등 도덕적 실천 방식도 내놓는다. 허무한 듯한 결론이 거의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을 만큼 현실전망은 밝지 않다. 하여 결론적 명제, 에너지는 도덕이다! 3만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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