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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수지가 명품 호수공원으로… 경기 남부 도시 가치·품격 ‘쑥’

    저수지가 명품 호수공원으로… 경기 남부 도시 가치·품격 ‘쑥’

    “호반의 도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기 남부에는 저수지가 많습니다. 도시화로 인구가 늘면서 농경지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활용도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한 저수지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때 오염으로 외면받았던 저수지가 도심 속 새로운 환경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저수지를 시민을 위한 재충전과 여가, 레저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호수가 주는 다양성이 도시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풍요롭게 꾸며 주며 도시의 가치와 품위를 한껏 높여 주기 때문이다. ●자연생태-레저·관광 공간으로 적극 활용 3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남부 도시 의왕에서 발원한 황구지천 수계는 수원을 거쳐 진위, 안성천으로 이어진다. 40여㎞에 이르는 이 구간은 드넓은 벌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류 지역에는 의왕 왕송호를 비롯해 수원의 광교, 원천, 신대, 일월, 파장, 서호와 정조 때 축조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만석거까지 저수지가 산재한다. 오산천 신갈저수지와 동탄호, 진위천 상류 이동저수지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지자체들은 곳곳에 있는 저수지를 특성과 목적에 맞춰 도심 속 수변공원으로 자연생태, 레저·관광 등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호수로 개발,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물을 끌어 호수를 인위적으로 만들 정도로 ‘도시’와 ‘호수’는 이젠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꼭 필요한 관계가 됐다. 홍석완 의왕시 도시개발 과장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저수지 개발은 투자 대비 수익은 적다”며 “하지만 시민이 얻는 유무형의 가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다”고 말했다.특성에 맞게 개발된 도심 속 호수공원은 부동산 가치까지 높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원시 ‘광교호수공원’(205만m²)은 개발 이전 지역 최대 유원지였던 신대저수지와 낚시터로 유명했던 원천저수지를 활용했다.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고 여기에 교·관목 수십만 주를 심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꾸몄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는 광교신도시 개발로 수변공간 ‘어반레비’(도시제방)와 6개 주제를 가진 둠벙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를 담아냈다. 특히 1.6㎞에 달하는 공원 핵심공간 어반레비는 휴식과 만남의 장소인 저수지 제방에서 의미를 빌렸다. 도시 일상과 축제를 모두 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신비한 물너미’, ‘물보석분수’ 등 바닥분수 9개 시설과 총 6.5㎞의 순환보행로, 도심 속 힐링 공간인 가족캠핑장,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다목적 체험장을 갖췄다. 또 가족 단위의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들’, 수변 위에 5개의 원형 데크와 아치형의 정다운 다리가 있는 ‘조용한 숲’, ‘행복한 꽃섬’, 습지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먼 섬숲’ 등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공간을 꾸몄다. 새로운 개념으로 태어나 호수는 문화와 여가의 중심 공간으로 도시의 가치를 이끌고 있다.한때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오염됐던 의왕시 월암동 왕송호수(96만㎡)는 개발을 통해 오명을 벗고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됐다. 시는 2011년부터 철도특구사업을 진행하면서 바닥을 파내고 정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오랜 노력 끝에 수질을 크게 개선했다. 2016년에 호수를 순환하는 4.3㎞ 레일바이크 개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스카이레일(집라인)과 캠핑장을 준공해 수도권을 대표하는 종합 레저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호수 주변에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도 조성했다. 주변 생태환경이 개선돼 호수를 넘나드는 100여종이 넘는 철새와 다양한 어류,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의왕을 알리고 있다. 바라산(427m)과 백운산(566m) 맑은 물은 담은 의왕 학의동 백운호수(36만m²)는 평촌과 안양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다. 평촌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원래 목적이 약화되자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개발했다. 호수를 따라 조성한 순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수도권 시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준공한 3㎞ 생태탐방로에서는 호수 위를 산책하면서 자연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의왕시는 지난 7월 백운호수를 중심으로 63만 8396㎡ 규모의 생태문화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수변 지역에 문화체육, 생태숲, 생태학습, 친수 등 4개의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백운호수는 왕송호수와 함께 ‘살기 좋은 도시’ 의왕을 대표하고 있다.1957년 축조, 60여년이 넘은 군포시 둔대동 반월호수(40만㎡) 역시 심각한 오염으로 한때 시민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민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한여름 밤 수변공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문화·레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3.4㎞ 둘레길은 산그림자와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호수를 느끼며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홍 과장은 “도심 속 호수는 삭막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견인 등 유·무형의 가치 높여” 다른 지역에서도 호수공원은 신도시 가치와 품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트렌드가 됐다. 동양 최대 인공호수인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비롯해 인천 송도, 청라 신도시에도 대규모 호수공원이 조성됐다. 1996년 개장한 일산 호수공원(103만㎡)은 호수 면적만 30만㎡다. 물과 나무 등 자연적 요소를 도입해 도시인이 접하기 어려운 자연생태계를 재현한 환경공원으로 일산신도시 개발과 함께 조성됐다. 바다로 둘러싸인 송도에는 도심을 관통하는 4㎞의 호수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청라 신도시에는 최장 길이 2㎞의 호수공원이 멋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수질 개선으로 쾌적해진 호수 주변은 오랫동안 보존 지역으로 유지돼 온 덕분에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호수가 주는 다양한 혜택과 교통여건이 개선되면서 주거단지 조성이 잇따르고 있다.신대, 원천호를 중심으로 3만 1000여 가구(수용 인구 7만 7000명)를 건설하는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청 등 주요 기관 이전으로 도시의 중심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도시로서 수원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의왕 왕송호수 일원 2곳에는 공공주택 7000여 가구가 조성된다. 인근 월암동 신혼희망타운(52만㎡)에는 4000여 가구가 2024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초평지구(39만㎡)에는 민간임대주택 3000가구가 2022년까지 조성된다. 백운호수 일원에 조성된 백운지식문화밸리(95만㎡)에는 4080가구가 조성돼 이미 입주를 시작했다. 시흥 물왕동 물왕저수지 수변을 활용해 친수환경적 테마공원을 조성한 목감지구(175만㎡)에는 1만 2000여 가구가, 반월호와 갈치저수지 일원 군포대야미공공주택지구(62만㎡)에는 5400여 가구가 들어선다. 김상돈 의왕시장은 “호수 주변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지만 지자체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공공성을 강화해 해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호수의 쾌적한 환경과 조망권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등 도시의 유무형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천년 만에 가톨릭 ‘사제 독신제’ 깨지나

    남미 아마존에서 결혼한 남성이 가톨릭 사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가톨릭교회가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생태학적 죄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아마존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이 같은 사안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권고했다고 AFP·AP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특히 아마존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 128표로 반대(41표)를 압도했다. 표결 결과는 구속력이 없지만 가톨릭의 전통인 ‘사제 독신제’가 깨질지 주목된다. 가톨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사제 독신제와 관련해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란 공의회 때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보수적인 성직자들은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면 수백년간 이어진 전통이 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반면 찬성 측은 아마존 지역의 경우 성직자가 부족해 미사를 거의 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는 기혼 남성의 조건을 ‘합법적으로 구성되고 안정적인 가족’을 지닌 ‘공동체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남성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교회법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기혼한 영국 성공회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규율에 예외를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아마존에만 기혼男 사제 서품 허용하자고 주교회의, 교황에 권고

    아마존에만 기혼男 사제 서품 허용하자고 주교회의, 교황에 권고

    남미의 아마존 지역에 한해 “덕망이 입증된” 기혼 남성 사제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내에 권고를 받아들이면 4세기 쯤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가톨릭 규율에 일대 변화가 오게 된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막을 올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의 일환으로 열린 ‘아마존 시노드’는 26일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을 표결에 부쳤는데 찬성이 128표가 나와 반대 41표를 압도했다. 아마존 시노드는 이날 투표 결과 등을 담아 권고 사항을 펴냈는데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는 기혼 남성의 조건을 ‘합법적으로 구성되고 안정적인 가족’을 지닌 ‘공동체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남성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를 위해 교회법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기혼한 영국 성공회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규율에 예외를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 결과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시노드에서 도출된 결론을 참고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영국 BBC는 세계 신도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고 여기면서도 이를 교리가 아니라 규율과 전통이라고 인식해 바뀔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로 전해진다. 교황도 결혼한 전례가 있기도 했다. 보수적인 성직자들은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면 몇백년 동안 이어진 전통이 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아마존 지역에서는 성직자가 턱없이 부족해 미사를 거의 열 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인정 받은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 마을의 85%는 사제가 없어 주례 미사를 치르지 못한다. 아마존 시노드에 참여한 180여명의 주교들 다섯 가운데 셋은 아마존 유역에 속한 아홉 나라 출신이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시노드는 이 밖에도 환경을 해치는 행위를 ‘생태학적인 죄’로 규정하고 아마존 지역과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가톨릭 안에서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성 베드로 성당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끝으로 3주의 시노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연내 이번 권고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해 공표할 예정이다.한편 교황은 지난 21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성당에서 나체의 아마존 임산부를 본뜬 나무 조각상 다섯 개를 티베르 강에 투기한 사건과 관련해 25일 공식 사과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이들은 조각들을 “우상들”이라고 표현하며 훼손해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아마존 지역에서 악마로 통하는 파차마마(Pachamama) 조각들을 훔쳐 강물에 던졌다며 자신들의 행위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퍼뜨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한국의 툰베리들 “어른들이 내팽개친 기후위기, 우리에겐 현실”

    한국의 툰베리들 “어른들이 내팽개친 기후위기, 우리에겐 현실”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 스웨덴의 16세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던진 일갈에 세계의 청소년들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던 툰베리의 1인 시위는 ‘기후 변화를 위한 파업’이라는 이름으로 100여개국의 시민 수백만명을 거리로 불러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나서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세 차례나 벌였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기성세대와 달리 청소년들은 우리가 현재 겪는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금 10~20대들은 탄소 배출을 가장 적게 하고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세대입니다. 이보다 더 절박한 당사자들이 있을까요?”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인 고등학생 김유진(17)양은 자신이 기후 변화를 위해 행동에 나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7세 때부터 생태학자의 꿈을 키워 온 김양은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를 목격하며 꿈의 좌절은 물론 생존의 위기감을 느꼈다. “저희에게는 이것이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에요. 저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저희가 배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양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기후행동회의에도 참석해 세계의 청소년들과 만났다. 김양은 “직접 가보니 기후 변화에 관심이 높은 10대들이 매우 많았다”며 “유엔이 젊은 세대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는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결석 시위] 지난달 27일 김양과 같은 생각을 가진 청소년 500여명은 학교를 조퇴하고 광장으로 나왔다. ‘청소년 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변화를 위한 결석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조퇴 사유에 ‘집회 참석’이라고 쓸 수 없었던 학생들은 서울 견학, 체험 학습 등 다른 ‘핑계’를 적고 나왔다. 학생들은 종이 상자에 색연필로 직접 그린 피켓을 손에 들고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은 0점”이라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이들은 12월 2일부터 칠레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맞춰 오는 11월 말~12월 초 대규모 결석시위를 한 차례 더 한다.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소송도 준비 중이다.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절실함 때문이다. 문제를 미뤄 온 정책결정권자들이 나서길 기다리기보다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채연(17)양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모든 관심이 한미 정상회담에만 쏠려 있어 실망했다”며 “앞 세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기후 위기가 우리의 과제가 된 것처럼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 참여]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담은 파리협정이 2015년 통과됐지만 미국이 탈퇴하는 등 협정 자체가 무력해진 지 오래다. 특히 한국은 기후 변화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게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이다. 2016년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기후 4대 악당’에 꼽혔고, 2018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유일하게 증가하는 등 소비 관리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가 팔짱만 낀 동안, 청소년들은 인터넷으로 현재 상태가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사실을 공부했다. 툰베리의 유엔 연설 영상을 찾아보고, 해외 청소년 환경단체의 활동과 기후 위기 타파를 위한 행동 강령도 참고한다. 교과서에는 없는 사실들을 찾기 위해 외국 문헌도 뒤졌다. 김보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IPCC) 보고서, 해양 보고서 등을 주기적으로 찾아보고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원자료를 확인해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했다. 함께 행동할 친구들을 모으고 활동을 홍보할 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김유진 양은 “SNS는 지금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빠른 속도로 전국의 동료들을 모으는 도구”라고 말했다. [일상 변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바꾸고 이를 공유하는 청소년도 많다. 이채연양은 지난 9월 27일 결석시위 참여 이후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다. SNS 프로필도 시위 참여 사진으로 바꿨다. 강원 횡성에서 결석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다녀 온 윤정준(18)군도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 즉석조리 식품과 페트병 생수를 끊었다. 쓰레기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윤군은 “툰베리처럼 어린 친구도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데, 하루 더 공부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게 나의 삶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더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려고 시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했다. 윤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올여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운동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윤군은 “기특하다는 칭찬도 감사하지만, 앞으로는 어른들이 진지하게 기후변화에 대한 제도적 실천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서 에너지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된 김민서(23)씨는 진로를 신재생 에너지 연구로 정했다. 스프링 제본 노트의 스프링 하나까지 재활용한다는 김씨는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장래 희망으로 이어져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다”면서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부진한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여하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신재생 에너지 기자단으로 중고생들에게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이 분야의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기성세대를 자극하고 있다. 지구 온도 1도 낮추기 캠페인 ‘괜찮아 지구야’에서 활동하는 강민하(9)양의 어머니 김상분씨는 “아이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텀블러를 늘 챙기고 분리수거도 더 철저하게 한다”면서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의 행동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14년째 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신경준 교사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곧잘 환경에 대한 감성과 지식을 전달한다”면서 “전기 플러그를 빼는 작은 실천부터 부모님에게 먼저 알리고 실천하게 유도한다”고 전했다. [미래 교육]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과거 청년운동은 민주주의, 노사갈등, 일자리 등 물질적 가치 중심이었다면 최근 청소년 운동에서는 미래지향적이고 탈물질적인 흐름이 보인다”면서 “특히 기후 변화처럼 당파를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전환이 필요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구는 위기에 처했는데 학교는 미래교육을 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공부해서 점수 따라’는 요구를 의미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성장주의·출세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기후, 이주, 인종 등 미래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사는 “기후 위기 시대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주 1회라도 지구 시민 교육을 목표로 하는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돼지도 도구 사용…나무껍질 입에 물고 흙 파는 돼지 첫 발견

    [핵잼 사이언스] 돼지도 도구 사용…나무껍질 입에 물고 흙 파는 돼지 첫 발견

    돼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가 최초로 확인됐다. 프랑스 연구팀이 파리 동물원에서 희귀 돼지 한 종을 4년간 관찰하는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인류학 연구소의 생태학자 메레디스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2015년 10월 파리식물원 부속 동물원에 있는 비사얀워티피그 울타리에서 프리실라라는 이름을 가진 암컷 돼지 한 마리가 입에 나무껍질을 물고 흙더미를 파헤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었다면서 정말 멋졌다고 회상했다. 그 후로 몇 달간 이 생태학자는 종종 비사얀워티피그 울타리로 찾아가 프리실라를 포함한 돼지들이 도구를 사용하는지 영상으로 기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자신이 봤던 모습이 새끼를 낳기 위한 굴을 파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 번식기인 이듬해 봄, 울타리를 다시 방문했다. 결국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프리실라를 비롯해 그 짝인 수컷 돼지 한 마리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실, 야생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침팬지나 까마귀부터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꽤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야생 돼지 17종과 집 돼지 등 어떤 돼지 중에서도 지금까지 이런 현상을 목격했다고 보고한 연구자는 없었다. 이에 대해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야생의 돼지들은 연구하기에 개체 수가 너무 적고 대부분 멸종 위기에 있어 도구 사용하는 모습이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은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학자는 도구 사용이 공통적인 진화 역사를 부각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공유되는 특성이므로 연구하는 데 특히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루스번스타인 박사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16년에 4번, 2017년에 7번 이들 돼지가 도구를 사용하며 심지어 다음 세대인 새끼 돼지 두 마리마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연구진은 이들 돼지가 땅의 흙을 좀 더 쉽게 파헤칠 수 있는 도구를 선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네 개의 부엌 주걱을 울타리 속에 놔뒀지만, 그중 단 하나의 주걱을 두 차례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이들 돼지는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한 도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은 이들 돼지 가운데 특히 프리실라는 항상 굴을 만들 때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프리실라가 직접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짝과 자손들에게 전수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관찰된 대상이 적고 이들 돼지의 행동은 야생 개체들과 달리 행동하도록 유도될 수 있는 사육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사육 동물이 사육장 안을 이리저리 반복해서 서성이는 정형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돼지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이들 돼지 역시 굴을 만들 때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생 개체들도 도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필리핀에서 이들 돼지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 환경보호단체 탈라락 재단의 페르난도 쿠티에레즈 대표 역시 연구진의 생각에 동의했다. 왜냐하면 구티에레즈 대표 역시 몇 년 전 한 무리의 야생 비사얀워티피그들이 전기 울타리 쪽에서 전기가 흐르는지 확인하기 위해 울타리 쪽으로 암석을 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자이언트숲멧돼지를 연구하는 야생동물 생태학자 라파엘 레이나허타도 박사는 이번 연구의 작은 표본 크기와 사육 환경에 주목했지만, 이번 결과는 앞으로 연구자들이 야생 돼지들을 관찰할 때 도구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면서 이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레이나허타도 박사는 우간다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돼지인 이들 돼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잠을 자거나 휴식하기 전 눕거나 앉기 위해 코를 사용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포유동물 생물학’(Mammalian Biology) 9월호에 실렸다. 사진=메레디스 루트번스타인/포유동물 생물학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안녕? 자연] 몸에 좋다고?…사냥에 씨마르는 천산갑을 아시나요?

    [안녕? 자연] 몸에 좋다고?…사냥에 씨마르는 천산갑을 아시나요?

    세계적인 희귀 포유류인 천산갑의 멸종을 우려하는 경고가 또다시 제기됐다. 지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미 거대한 밀거래 시장을 형성한 천산갑의 불법 거래를 막지않으면 멸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동물인 천산갑은 비늘형태의 등껍질을 가진 희귀 포유류다. 문제는 천산갑이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고급 식재료나 한약재로 인기를 얻고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천산갑의 비늘이 종기나 월경불순, 지혈 등에 효과적이라고 믿어 무분별한 사냥이 이어져왔다. 야생동물 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 피터 나이츠 대표는 "지난 4달 동안 전세계에서 총 50톤의 불법 아프리카 천산갑 비늘이 압류됐다"면서 "이제는 천산갑이 밀거래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아 거래를 앞서는 수준"이라며 우려했다. 실제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천산갑은 현재 가장 많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포유동물이다. IUCN 측은 2004년 이후 10년 이상이나 총 10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죽임을 당해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생태학적 균형도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멸종 위기에 몰릴 정도로 천산갑은 이렇게 마구 사냥당했으나 오히려 코끼리나 호랑이, 코뿔소, 사자 등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전문가들은 천산갑이 약효가 있다는 것도 미신에 불과하고, 비늘도 사람의 손톱과 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돼 있어서 특별한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결과적으로 천산갑은 미신 때문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며 멸종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현지언론은 "2017년 1월 국제적으로 천산갑의 거래가 금지됐지만 상황이 반전되지 않았다"면서 "올해에는 오히려 천산갑의 불법 거래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불법적인 밀거래 통로를 막지않으면 천산갑의 멸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구 미생물, 화성에 옮기면 ‘생명 서식’ 가능” 국제 연구팀

    “지구 미생물, 화성에 옮기면 ‘생명 서식’ 가능” 국제 연구팀

    각국의 우주 기관은 지구의 미생물을 다른 행성으로 퍼지지 않게 애써 왔다. 그런데 이제 화성에 특정 세균을 옮기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일부 과학자가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의 조세 로페스 교수 등 국제 연구팀은 새로운 연구 논문을 통해 화성에 특정 미생물을 옮기면 이른바 ‘테라포밍’이라는 지구의 환경처럼 변하는 과정이 시작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생물학자로 이뤄진 이들 연구자는 또 화성에 미생물을 옮기기 전에는 테라포밍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을 선별하면서도 위험할 수 있는 미생물은 폐기하는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 여러 우주 기관이 지구의 예측할 수 없는 기후를 제어함으로써 앞으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남길 희망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생물을 이용하는 테라포밍 기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학자가 주장하는 주요 문제는 각국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지구의 미생물이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각 기관은 60여 년 전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설립된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COSPAR)가 만든 ‘행성 보호 프로토콜’이라는 규정에 따라 지구의 미생물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거나 다른 행성에 혹시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생물이 지구로 유입되지 않게 탐사선을 고온 살균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미생물 전문가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의 오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다른 세계를 오염하기 전에 이처럼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대개 미생물의 유입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다고 여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논문은 유럽미생물학회(FEMS)가 발간하는 동료검토 학술지 ‘미생물 생태학’(Microbiology Ecology) 10월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해양생태계 교란 원인 알보고니...

    [달콤한 사이언스] 해양생태계 교란 원인 알보고니...

    서양 문명의 원류라고 하는 그리스와 제국을 건설한 이탈리아 로마 등 지중해 일대를 오가는 크루즈나 유람선은 이 지역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코스 중 하나이다. 지중해는 아름다운 풍광 만큼이나 해양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해양 생물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크루즈나 유람선들이 외래 생태종을 확산시켜 지중해의 환경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파비아대 지구환경과학과, 스페인 알리칸테대 해양과학·응용생물학과, 독일 솅켄베르크 생물다양성및기후연구센터, 그리스 헬레니악 해양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지중해 연안을 오가는 여객선이나 크루즈, 레크레이션 보트 들이 외래종을 유입시키는 통로로 지중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생태학’ 2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키프로스까지 지중해의 서부, 중부, 동부에 위치한 6개국 25개 항구도시에 정박하는 약 600척의 크루즈와 유람선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배의 고물과 프로펠러, 배 밑바닥의 마지막 세척 시간과 이후 항해 기록과 함께 배가 물에 닿아있는 부분의 샘플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여객선들은 연간 평균 67일 정도를 여행하며 항구 한 곳에 7.5일 정도를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런데 항해 과정에서 선박의 밑부분과 프로펠러 부분에 각종 바다 생물들이 달라붙는 바이오포울링(biofouling)이라는 생물부착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바이오포울링 현상으로 들러붙어 유입되는 해양외래 종들은 전문적인 세척방식으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살아남아 정박하는 항구지역의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생물부착 현상에 대한 제대로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래종 유입과 확산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바이오포울링 규제와 함께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크루즈나 여객선들을 전문적으로 세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린 울만 이탈리아 파비아대 박사는 “동 지중해 해안을 여행하는 배들은 주로 지중해로 들어가는 수에즈 운하와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 근처에 있는 외래종들이 배에 붙어 다른 곳으로 옮겨질 확률이 매우 높다”라며 “시간적 제약으로 전수조사가 힘들었으며 지중해 남부 국가들이 조사에서 많이 빠져 실제 지중해에 유입된 외래종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생선 섭취로 저개발 빈곤국 영양실조 막는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생선 섭취로 저개발 빈곤국 영양실조 막는다

    가을이 깊어져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쌀쌀한 느낌까지 드는 요즘입니다. 가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단풍과 함께 ‘전어’라는 생선을 떠올립니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는 가을철 미식가들에게 군침을 돌게 하는 어종입니다. 한국인들의 어류 사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수산물을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인들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3.3㎏, 일본인은 50.2㎏ 수준인데 한국인들은 2017년 기준 1인당 65.9㎏에 달합니다. 차이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1주일에 2번 이상 꾸준히 생선을 섭취하는 데 반해 한국인들은 한 번 먹을 때 왕창 먹는다는 것이랍니다. 생선이 육류보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만큼 많이 먹으면 좋겠지요. 최근 연구자들이 이런 생선 섭취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영국 랭커스터대, 호주 제임스쿡대, 태즈메이니아대, 미국 워싱턴대,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캐나다 댈하우지대 소속 해양생태학자와 영양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생선이 미량영양소 보충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6일자에 발표했습니다. 필수영양분 결핍으로 인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 국민들의 건강을 어업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미량영양소는 비타민이나 철분처럼 소량이지만 생체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성분을 말합니다. 실제로 미량영양소 결핍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0만명이 사망합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저개발국가 국민들입니다. 하루 한 끼 먹는 것이 큰 고민거리인 저개발국가 사람들이 선진국 국민들처럼 영양제로 미량영양소를 보충한다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든 일입니다. 연구팀은 일단 43개 저개발국가에서 잡히는 367종의 어종에 대해 칼슘, 철, 셀레늄, 아연, 비타민A, 오메가3 지방산, 단백질 등 7종의 영양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열대 어종들은 칼슘, 철, 아연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한대지방에 사는 어류들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몸집이 큰 것보다는 작은 물고기들이 칼슘, 철, 오메가3 지방산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저개발국가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영양실조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안에서 100㎞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 필수 영양소를 수산물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서남부 지역에 위치해 대서양과 맞닿은 해안선이 1489㎞에 이르는 나미비아의 경우 전체 어획량의 9%만으로도 해안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양결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설 브리검여성병원, 하버드대 보건대 역학·영양학과 공동연구팀은 생선을 자주 먹는 것이 암과 심혈관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과 25~2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폐경학회’ 2019 연례콘퍼런스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난개발 때문에 해양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어 세기말이 되면 식탁에서 생선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귀중한 영양공급원이면서 지구의 또 다른 구성원인 어류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dmondy@seoul.co.kr
  • 대구 달성습지생태학습관 28일 개관

    대구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오는 28일 문을 연다. 총사업비 128억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 934㎡, 연면적 2029㎡ 규모로 건립했다. 생태학습관은 영상관, 생태이야기실, 낙동강이야기실 등을 갖췄다. 건물 외관은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이다. 대구시는 개관 기념으로 28∼29일 맹꽁이 등을 주제로 한 생명사랑 환경축제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이 합류되는 지점에 형성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다. 여름에는 맹꽁이를, 겨울에는 수천 마리의 철새를 볼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고 환경 보전 의식을 높이는 교육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무려 2m…세계서 가장 큰 중국장수도롱뇽 신종 발견

    [핵잼 사이언스] 무려 2m…세계서 가장 큰 중국장수도롱뇽 신종 발견

    세계에서 가장 큰 양서류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있는 중국장수도롱뇽이 단일종이 아니라 세 개의 아종(亞種)으로 분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연구진이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보존하던 다수의 중국장수도롱뇽 및 조직 표본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이들 표본은 중국 9개 성에 속하는 4개 강 유역에서온 야생 개체로, 이번 연구에서 중국 남부와 중부 그리고 동부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영국 런던동물학회(ZSL)의 새뮤얼 터베이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장수도롱뇽은 전통적으로 단일 종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중국장수도롱뇽으로 알려진 안드레아스 다비다우스(Andrias davidianus)는 중부 지역 출신”이라고 덧붙였다.흥미로운 점은 이번 연구에서 안드리아스 슬리고이(Andrias sligoi)라는 학명을 붙인 아종이 총 세 개의 아종 중 몸집이 가장 커 몸길이가 2m까지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아종이 남부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남중국장수도롱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다른 아종은 안후이성 황산 출신으로 중국 동부에서 유래했으며 아직 이름이 확정되지 않았다.현재 중국에 살아남은 대다수 중국장수도롱뇽은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이 안드레아스 다비다우스로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터베이 박사는 “나머지 두 아종은 야생에서 대부분 사라졌다”면서 “중국장수도롱뇽을 보호하려면 각 아종에 맞는 별도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들 장수도롱뇽이 약 310만 년 전부터 240만 년 사이에 서로 다른 아종들로 분류됐으며, 이런 결과는 당시 티베트 고원의 상승으로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각 지역에 고립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태학과 진화’(Ecology and Evolution) 최신호(16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억 6000만년 전, 아시아에서 ‘6번째 대멸종’ 발생” (연구)

    “2억 6000만년 전, 아시아에서 ‘6번째 대멸종’ 발생” (연구)

    2억 6000만 년 전 현재의 아시아 지역에서 6번째 대멸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멸종은 지구상에서 생물종의 다양성이 짧은 시간 동안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지구의 역사에서 크게 5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현재 인간에 의한 지구상의 생물종의 멸종을 6번째 대멸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중국 난징대학과 미국 뉴욕대학 공동 연구진은 2억 6000만년 전, 현재 아시아 남쪽 지역에서 이미 6번째 대멸종이 발생했고 이것이 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던 생물종의 멸종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대의 중국 쓰촨성 어메이산(峨眉山, 아미산) 지역에서 범람현무암(Flood basalt)의 대규모 생산지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해당 지역 일대에서 대멸종이 있었을 것으로 추즉했다. 해당 지역은 2억 6000만년 전 당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아미산 트랩’(Emeishan Trap)이다. 일반적으로 범람 현무암은 거대한 화산의 분출이나 넓게 뻗은 대지를 뒤덮는 일련의 화산분출로 발생하거나, 해저에서의 현무암질 용암의 분출로 주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기존 학계는 당시 아미산 트랩이 만들어진 이후 800만 년 뒤 훨씬 더 큰 규모의 용암 분출이 100만 년 가량 이어지면서, 이것이 3번째 대멸종인 페름기 대멸종의 신호가 됐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범람 현무암의 성분과 규모로 보아, ‘아미산 트랩’을 만든 당시의 화산 폭발이 현재까지 과소평가 돼 있었으며, ‘대멸종’으로 분류될 정도의 심각한 생물종 멸종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램피노 뉴욕대 생물학자는 “당시의 대규모 폭발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방출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지구온난화와 해양의 산소부족 현상 등을 유발했을 것”이라면서 “당시 생물종이 받은 타격과 생태학적 피해 규모는 지금까지 알려진 5번의 대멸종과 매우 유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지구에서 발생했던 대멸종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대멸종의 정확한 횟수와 시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역사생물학’(Historical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와우! 과학] “세계 열대우림 절반 사라졌다…이대로면 100년 내 소멸”

    [와우! 과학] “세계 열대우림 절반 사라졌다…이대로면 100년 내 소멸”

    전 세계의 열대우림이 전례 없는 규모로 파괴되고 있으며 이대로면 100년 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열대우림은 지구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로,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삼림 파괴가 가속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장려하는 이들이 있다.이는 브라질에서 엿볼 수 있다. 흔히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세계 최대 열대우림 아마존에서 최근 화재가 일어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개발을 목적으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 열대우림은 얼마나 남아 있는 것일까. 열대우림은 한때 지구 면적의 14%를 차지했지만, 이제 거의 절반이 사라져 8%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바로 삼림 벌채 탓이다. 숲을 없애고 거기서 드러난 토지를 다른 용도로 쓰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120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이 삼림 벌채로 인해 유실됐다. 이는 1분마다 축구장 30개 면적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만일 이런 삼림 황폐화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뤄진다면 100년 안에 마지막 남은 열대우림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위성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예측이다.그럼 열대우림은 왜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이는 인간 탓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와 같은 가축을 키우고 콩과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고무와 야자유의 수요가 확대돼 숲이 개간되고 있으며 가치가 높은 금이나 보석 등 광물을 캐기 위해 숲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에서는 지난 50년간 숲의 약 17%가 유실됐다. 이에 대해 매체는 유실 속도는 최근 들어 급격히 빨라졌는데 이는 극우 성향의 볼소나로 대통령의 파괴적인 정책 탓이라고 설명했다. 비평가들 역시 현재 브라질 정부가 지구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인 아마존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들은 볼소나로 대통령이 사람들에게 농업과 벌목 그리고 채광 목적으로 토지를 개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아마존의 외딴 지역에서는 벌목이 늘고 있다. 이는 가구 제작에 쓰여 가치가 높은 목재인 마호가니와 석유 그리고 값비싼 금을 얻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산하 아마존강과학혁신센터(CINCIA)의 공동설립자인 마일스 실먼 생물학과 교수는 “숲을 파괴하지 않고는 금을 캘 방법이 없다. 숲이 많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열대우림의 파괴는 브라질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숲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으며, 메콩강 유역과 서아프리카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콩 재배의 확대와 고무 및 야자유 수요 증가 탓에 삼림 파괴가 일어났다. 세계자연연구소(WRI) 숲 프로그램 책임자인 나이절 사이저 박사는 “이들 여러 국가에서 우리는 고무와 소, 콩 그리고 야자유를 얻기 위해 개발이 빨라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열대우림이 파괴될수록 기후변화를 늦추거나 되돌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무는 인간이 숨 쉬고 활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모두 흡수하므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스가 대기 중에 남을수록 태양 복사를 방해한다. 이는 지구 온도를 높여 전 세계 기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후학자들은 현재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배출 가스의 약 12%는 대부분 열대우림의 파괴 탓이라는 부분에 동의한다. 이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생태학자인 톰 크라우더는 “삼림 복원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들 중 하나가 아니라 압도적인 최고 방법”이라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매체는 “우리가 습관을 과감히 고치지 않고 세계 각국이 삼림파괴를 줄이고 열대우림을 복구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열대우림은 불과 몇십 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는 세계의 기후와 생물 다양성 그리고 많은 생물의 생존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당신은 너무 늦기 전에 세계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WWF에 기부함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도토리 가족, 참나무 계절의 시작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도토리 가족, 참나무 계절의 시작

    작년 이맘때 서울에서 국제 세미나가 있어 중국과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 왔다. 친구들에게 내 작업실 근처 수목원과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시켜 주기로 했고, 우리는 수목원 산책 후 점심을 먹으러 근처 한식당에 갔다. 친구들은 상을 가득 채운 반찬을 보며 놀라다가 도토리무침을 가리키며 이게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도토리’라고 답하면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쿠에르쿠스의 열매로 만든 젤리’라 말했다. 식물을 공부하는 친구들이기에 모두 금방 이해했다. 쿠에르쿠스, 참나무속의 속명이다. 이럴 때 세계에서 통용되는 학명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라틴어 쿠에르쿠스는 ‘진짜’라는 뜻으로 국명인 참나무의 ‘참’과 같은 의미다. 나무 중의 진짜 나무인 참나무 열매로 만든 젤리.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이면 열매를 주워 가루를 내 묵으로 만들어 먹는 우리의 대표적인 임산물이다. 며칠 전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상수리나무 아래 도토리가 달린 가지가 떨어진 것을 보고 작년 친구들과 웃으면서 먹었던 도토리 반찬이 생각났다. 참나무의 열매를 우리는 도토리라 부른다. 참과 거짓의 그 참처럼, 참나무는 나무 중의 ‘진짜’ 나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얼마나 좋은 나무면 ‘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까. 실제로 참나무 목재는 질이 단단해 유럽에서는 건축재, 선박재로 오랫동안 이용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 숯을 최고로 치기도 한다. 언젠가 버섯 생태학자인 지인이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모두 이로운 거니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과연 진짜 중의 진짜 나무다. 참나무는 한 종의 나무가 아닌 한 가족의 이름이다. 참나무 가족 중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것은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이렇게 여섯 종이 있고, 이들을 흔히 참나무 여섯 형제, 가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자연교배가 잦아서 떡신졸참나무, 떡갈졸참나무, 갈졸참나무도 산에서 가끔 볼 수 있다. 도시에는 외래종인 대왕참나무, 버지니아참나무, 미국참나무, 황금떡갈나무 등도 있다. 아마 이맘때쯤 서울숲에 가면 대왕참나무의 커다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 온 것은 대개 잎도 열매도 더 크다. 도토리는 이들 참나무속 식물의 열매고, 우리가 먹는 도토리는 대부분 졸참나무의 그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다른 다섯 종의 열매로도 도토리묵을 만들 수는 있으나, 졸참나무의 열매가 다른 것보다 떫은맛이 적고 묵을 만들면 가장 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굴참나무는 열매가 둥글고 나무껍질이 두꺼운 코르크질이라 푹신하다. 와인병의 코르크마개를 만드는 데 이용하고, 옛날에는 이 껍질로 지붕을 잇기도 했다. 이것을 굴피집이라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낮은 지대에서 많이 자라 우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데,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란 갔던 선조의 수라상에 도토리묵이 올랐고, 이걸 상수라라고 했던 게 변형돼 상수리나무가 됐다는 유래가 있다. 떡갈나무는 잎으로 떡을 싸 떡갈나무라 이름 붙였다. 언젠가 일본에서 떡갈나무 잎으로 씌운 떡을 먹은 적이 있는데 특유의 향이 떡에 배어 정말 맛있었다. 망개떡처럼 잎으로 떡을 싸면 여름에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신갈나무는 참나무 가족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자라는데, 옛날에 짚신 바닥이 해지면 잎 면적이 넓은 신갈나무 잎을 바닥에 깔아 이 잎으로 신을 간다라고 해 신갈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유래가 있다. 이들은 모두 도토리라는 이름의 열매를 가졌고, 도토리의 약용 효과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최근 주목을 받는다. 특히 미세먼지로 우리 몸에 쌓이는 중금속을 제거한다든가, 현대인에게 취약한 위 건강에 유익하다 한다. 이렇게 이로운 식물이기에 옛날부터 참나무는 나무째 베어지는 일도, 열매를 착취당하는 일도 많았다. 내가 수목원에서 일하던 때엔 자루를 챙겨 도토리를 포대째 가져가는 관람객도 여럿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유림에서 나는 모든 임산물을 채취하는 건 불법이다. 나 역시 식물을 그리느라 단 한 개체를 채집하더라도 해당 관리소에 채집 허가를 일일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열매가 무르익는 가을이면 산 입구에는 도토리 외 임산물 채취 금지에 관한 현수막과 안내문이 주로 걸린다.도토리는 산에 사는 동물들의 겨우내 양식이다. 이 열매를 식량으로 살아가는 동물을 위해 이들에게 도토리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의 보존을 위한 일, 자연을 위하는 일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니다. 바로 이런 작은 실행으로부터 시작한다.
  • ‘교육으로 여는 평화, DMZ와 평화·통일 교육’ 주제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개최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반상진)은 2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교육으로 여는 평화, DMZ와 평화·통일 교육’이라는 주제로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교육분과 세션)」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한반도 체제와 평화경제 정책에 대한 대내외 이해 증진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교육 분과 세션은 한반도에서 평화·통일 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 분야에서 실천과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교육으로 여는 평화, DMZ와 평화·통일 교육’이라는 대주제 아래 총 2부로 구성된다. 제1부 세션에서는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네 명의 전문가들 발표가 진행되는데, 그 구성은 Robert Roe 박사(영국 Relational Schools)의 ‘관계적 학교 프레임워크, 관계를 통한 평화 촉진’, Sasao Toshiaki 교수(일본 국제기독교대학, ICU)의 ‘평화를 가르칠 수 있는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교육을 위한 생태학적 사고’, 강순원 교수(한신대학교)의 ‘한반도 분단 극복 평화교육’, 정지석 교장(국경선 평화학교)의 ‘국경선 평화학교의 이야기: 한반도 평화건설을 위한 평화교육 운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2부 세션에서는 평화지향 통일교육의 방향에 대한 김정원 선임연구위원(한국교육개발원)의 토론과 이론적 관점에서의 평화교육에 대한 Kevin Kester 교수(계명대학교)의 토론 이후 종합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웹페이지(http://www.dmzpeaceforum.org)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남북분단의 현실과 평화 정착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신한반도 체제와 평화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팔당댐 유역 물안개공원에 허브섬…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로”

    “팔당댐 유역 물안개공원에 허브섬…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로”

    “팔당댐 유역 물안개공원에 허브섬을 조성해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로 개발하겠습니다.” 신동헌 경기 광주시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물안개공원에 허브섬을 조성하는 것과 무분별한 물류단지 개발에 따른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최대 현안이라고 밝혔다. 신 시장은 합리적 규제 개선을 통해 자연보전권역 등 중첩 규제를 안고 있는 남종면의 18만㎡ 규모 귀여섬 일대에 200여종의 허브와 각종 수생식물을 심어 허브섬을 조성,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또 행정력을 집중해 물류단지 난립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시장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는. “방송 PD 출신 시장으로서 광주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벌어진 난개발로 광주 구석구석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시민과 전문가, 공직자들이 한 팀이 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방안을 모색했다. ‘꿈꾸는 광주 함께 꿈꾸자’라는 주제로 명품 광주, 시민들이 행복한 광주, 살기 좋은 광주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 -국민과의 소통인 ‘찾아가는 열린시장실’이 자리잡았다. “퇴촌면 찾아가는 열린시장실은 현장에서 답을 찾은 좋은 사례다. 토마토축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교통과 주차 문제였다. 주차장에서 축제장으로 가려면 하천을 돌아가야 하는데 한 주민이 하천에 징검다리를 놓으면 편리하고 불법 주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건의했다. 징검다리 놓는 데는 예산이 적게 들고 큰 공사가 아니라서 공기도 짧았다. 그래서 건의를 즉각 받아들였다. 징검다리로 교통난이 해소되면서 올해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무분별한 물류단지 조성에 대한 대책은. “경기도 내 계획 중인 26개 물류단지 중 9개가 광주에 있다. CJ물류단지 등 2곳이 입주했고 1곳이 공사 중이다. 2곳이 경기도에 인허가를 신청했다. 이 중 국토교통부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곳이 1곳, 검증을 준비 중인 곳도 1곳이다. 이렇게 35%가 광주시에 밀집됨에 따라 시민들은 교통, 소음,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물류차량으로 인한 도로 혼잡, 생활 불편, 환경 문제 등이 심각하다.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저도 밤에 나올 때 조마조마할 정도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천년도시 광주가 물류도시가 되면 죽음의 도시가 된다. 백해무익하다. 국토부 실무자들이 현장에 가 보면 안다. 화물을 실은 대형트럭들이 밤낮으로 질주하고 있다. CJ 측에서도 교통 혼잡을 외면하고 있다. 도시가 마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CJ물류단지의 경우 경제유발 효과가 1조 1000억원에 이르고 고용도 5000명이라고 했으나 따져 봐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50명도 안 되고, 이들은 라면 한 그릇 사 먹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조성된 물류단지 사례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민 84%가 물류단지 조성에 반대 입장인 만큼 행정력을 집중해 입주를 막겠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팔당호에 허브섬 조성을 추진 중인데 진행 상황은. “남종면에 있는 팔당물안개공원 내 18만㎡ 규모의 귀여섬 일대에 200여종의 허브와 각종 수생식물을 심고 인공습지도 조성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수도권 최고의 생태관광 명소로 만들 것이다. 1차 중간보고회를 거쳐 마련한 기본계획구상안에 대해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유역환경청 등 관련 기관과 실무 협의 중이다.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과 자연보전권역 등 중첩 규제를 안고 있다. 활용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허브와 수생식물은 농약이 필요 없다.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특별한 희생에 대해 특별한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중첩 규제는 반드시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광주는 역사·문화 콘텐츠가 많은 도시다. “광주는 인물의 고장이고 인문학의 고장이다. 이희승 등 한글학자를 많이 배출했다.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 지난해 작고한 배우 최은희씨도 광주 출신이다. 허난설헌 묘지도 지역의 훌륭한 역사·문화 콘텐츠다. 광주시는 풍부한 역사·인물 콘텐츠와 문화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모든 문화·역사·관광·자연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테마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분원리 가마터를 중심으로 광주조선백자요지가 우리 시의 역사적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광주시도 카드형 지역화폐인 ‘광주사랑카드’를 발행하는데 성과는. “지난 4월 22일 처음 선보인 광주사랑카드는 현재 7652건이 발급됐으며 일반발행 약 3억 2000만원, 정책발행 약 10억 7000만원 등 총 13억 9000만원이 발행됐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카드 신청자 수가 늘고 있으며 광주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확대 운영…27일부터 8월 18일까지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확대 운영…27일부터 8월 18일까지

    경북 영양군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반딧불이천문대를 확대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평소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었으나 이 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3시간 연장한다는 것이다. 휴관일인 월요일에도 개관한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있는 반딧불이천문대는 전국에서도 별 보기 좋은 곳으로 꼽는다. 국제밤하늘협회는 2015년 영양군 수비면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구 390여만㎡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생태공원사업소는 별빛 생태관광 명품화를 위해 별생태체험관(옛 반딧불이 생태학교)도 새로 단장해 곧 문을 연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지난 7월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별의 정원 배경이 된 곳으로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영양군 생태공원사업소 관계자는 “때뭍지 않은 청정 수하계곡, 수많은 별과 은하수에 반딧불이까지 평소 우리가 잊고 살던 아름다운 것들을 구경하면서 더위와 지친 심신을 달래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생태원은 8월 24~25일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생태공원사업소 일대에서 ‘2019 생태공감마당’ 행사를 마련한다. 참가자들은 지형과 식생, 식물, 어류 등을 실제로 조사하면서 생태의 중요성을 몸소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재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희망자는 국립생태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며, 1박 2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영양군 지역화폐인 ‘영양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국립생태원은 선착순 200명을 대상으로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양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노무현의 철학과 건축가의 미학, 그리고 봉하

    노무현의 철학과 건축가의 미학, 그리고 봉하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노무현재단)이란 책을 접했습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집터 선정 과정부터 2018년 시민 개방 때까지 십여년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목은 ‘대통령의 집’을 설계한 이가 정기용(1945~2011) 건축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설계한 이는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라 안팎의 존경을 받는 두 건축가가 공들여 세운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요. 김해행을 결심하는 데는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정기용 건축가는 흔히 ‘감응의 건축가’라고 불린다. 단어 몇 개로 그를 규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그가 남긴 말로 그를 표현하면 ‘자연과 인간의 교감과 감성을 일깨워 준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몇 해 전 전북 무주 읍내의 ‘등나무 운동장’을 방문한 뒤 그의 건축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등나무 운동장’은 생전 자신이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건축물이다. 수많은 군민들이 뙤약볕 아래 앉아 있던 ‘본부석 이외의 자리’에 등나무 스탠드를 세워 몇몇 유지들만 앉는 ‘본부석 차양막’보다 훨씬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 것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이 그를 기억한 계기도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면서다. 봉하마을 옆 화포천 습지에 대한 생태학적 영감을 준 이도 정 건축가다. 노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나에게 화포천을 되돌려 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책에 담긴 정 건축가의 메모를 보면 주인이 요청하는 집은 ‘느리게 살고, 적게 쓰고, 부끄럼 타는 집’이었다. 여기에 지형과 시대가 요청하는 것들을 고려해 건축가가 제안한 집은 ‘두 개의 기능(대통령 업무와 생활 공간), 두 개의 영역이 통합된 건축’이었다. 그러니까 노 전 대통령의 철학과 정 건축가의 미학이 오롯이 남은 작품이 바로 ‘대통령의 집’인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집’엔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다. 집에 정신을 불어넣은 이도, 집을 지은 이도 없다. 후대에 남은 많은 이들이 애면글면 보살피고는 있지만, 질 지은 집 어딘가에서 애수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책의 첫 장을 펴면 동네 전경을 스케치한 그림이 나온다. 정 건축가가 봉하마을 건너편, 그러니까 뱀산 쪽에서 본 모습을 그린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고시 공부하던 마옥당(摩玉堂)이 바로 이 산에 있었다. ‘대통령의 집’은 봉화산 능선이 유순해지는 마을의 끝자락에 들어섰다. 마을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 담긴 위치 선정이다. 그러니 ‘지붕 낮은 집’은 곧 ‘끄트머리 집’이기도 하다. 지붕을 낮게 설계한 건 산등성이 흐름이 집 안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하자는 생각에서다. 지붕이 저 혼자 우쭐대며 솟았다면 산과 집이 포근하게 공존할 수는 없었을 터다. 산자락 경사진 터에 집을 짓자니 땅을 파내거나 돋워야 했다. 지상은 1층만 올리고 지하 공간을 널찍하게 활용하게 된 건 그 때문이다. 공간을 기준으로 ‘대통령의 집’을 보면 채 나눔 구조로 지어졌다. 우리 조상들이 안채와 사랑채를 나누어 산 것과 같은 형태다. 공간적으로는 불편해도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정 건축가는 이를 “하나의 공간에서 나와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바깥’이 끼어든다. 실내에 있는 동안 차단됐거나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던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대신 회랑의 처마는 길게 냈다. 미래에 이 집을 돌아볼 ‘시민’들이 눈비와 뜨거운 볕을 피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다.정문에서 ‘낮은 키’의 돌담을 지나면 곧 손님 맞이 공간인 사랑채다. 건물 안에 들면 안뜰 쪽으로 난 세로 창이 객을 맞는다. 다른 쪽에 비해 천장을 높게 설계한 덕에 한결 길게 느껴진다. ‘대통령의 집’에서 맞는 ‘최고의 호사스러운’ 장면은 바로 이 창에서 비롯된다. 세로 창은 모두 네 개다. 각각의 창엔 잘생긴 소나무가 담겼다. 그 너머로 사자바위와 봉화산의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네 폭 병풍이다. 남쪽으로 난 창은 긴 가로 형태다. 뱀산과 봉하들녘이 담겨 있다. 우리 전통 조경의 큰 원칙, 이른바 ‘차경’(借景)을 여기서 본다. 차경은 자연을 경관 구성 재료의 일부로 빌려 왔다는 뜻이다. 창은 잠시 빌린 풍경을 담는 액자다. 저 유명한 경복궁 경회루의 ‘낙양각’에 담긴 뜻도 이와 같다.사랑채 맞은편은 안채다. 노 전 대통령 내외의 개인공간이었던 곳. 안채 뒤란으로 돌아가면 또 하나의 전통 조경양식, ‘꽃계단’과 만난다. 이른바 화계(花階)다. 개화 시기가 다른 식물을 계단에 심어 철 따라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안채 옆은 서재. 900여권의 책과 평소 노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밀짚모자 등이 전시돼 있다. 벽면의 시계는 이 건물 내 모든 시계와 마찬가지로 ‘그날 오전 9시 30분’에 맞춰져 있다.서재 앞은 중정이다. 건축적으로 이 집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 공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적 영역과 부속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적 영역이 이곳에서 만난다. 공간 가운데에 하늘이 열린 작은 뜨락을 조성했고, 건물 곳곳에는 채광창을 뒀다. 햇볕 한 줌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작은 뜨락은 귀퉁이 한 곳만 남기고 싹 비웠다. 뜨락 귀퉁이엔 화마를 는 작은 사각형의 드므를 만들었다.대문 아래는 생가다. 이 초가집 역시 정 건축가의 작품이다. ‘대통령의 집’ 옆은 묘역이다. 승효상 건축가가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묘역의 형태는 삼각형이다. 두 개의 물길이 모이는 곳에 조성됐다. 묘역을 정면에서 보면 역삼각형, 묘지 쪽에서 보면 정삼각형의 형태다. 정면이 역삼각형인 건 여러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한 방향을 향해 걷다 보면 큰 미래가 열린다는 뜻이 아닐까.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이 누운 자리에서 보면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단합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될 터다. 물론 혼자만의 해석이지만, 요즘처럼 국민 통합이 절실한 시점에 곱씹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묘역의 콘셉트는 서울의 종묘에서 가져왔다. 종묘의 월대처럼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시민들의 추모글을 새긴 박석을 깔았다.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된 곳에는 평평한 너럭바위가 놓여 있다. 그 뒤를 붉은 빛 강판이 에워싸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녹이 스는 내후성 강판으로, 묘역과 자연이 경계를 이루는 곡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묘역 뒤는 ‘부엉이 바위’가 있는 봉화산이다. 부엉이 바위에서 흘러내린 물을 모은 ‘거울못’을 지나면서 봉화산 탐방로가 시작된다. 이 일대에 대한 설명은 책에 담긴 노 전 대통령의 글로 대신한다. “그 산에는 오래된 절터가 있다. 옆으로 드러누운 부처님이 큰 바위에 새겨져 있고(진영 봉화산 마애불·경남도유형문화재 40호, 고려시대) 근처에서는 깨진 기왓장이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가야 시대의 왕자가 살았다 하여 골짜기를 자왕골이라 불렀다. 유년시절의 내 기억에서 봉화산과 자왕골은 빼놓을 수 없는 무대이다. 나는 그곳에서 칡을 캐고 진달래도 따고 바위를 타기도 했다.”노 전 대통령이 묘사한 곳을 느린 걸음으로 20분 정도 오르면 ‘그곳’이 나온다. 굳이 표지판이 없어도, 탐방객의 출입을 막고 있는 벽과 철조망으로 인해 이곳이 그의 생애 마지막 장소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봉하마을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에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이 있다. 아주 오래전, 젊은 노무현과 권양숙이 사랑을 쌓아 가던 장소다. 퇴임 후엔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만큼 생태계 회복에 관심을 쏟았던 곳이기도 하다. 부들 틈에서 나는 개개비 울음소리를 들으며 물가 느티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쉴 만하다. 글 사진 김해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봉하마을은 모든 시설이 무료다. 다만 대통령의 집은 관람에 앞서 홈페이지(presidenthouse.knowhow.or.kr)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회 당 10명 정도 예약을 받는다. 현장에서도 예약을 받는다. 당일 입장권은 오전 9시 30분부터 관람안내소에서 선착순 배부한다. 관람시간은 45분 정도다. 344-1309.
  •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될까? ··· 내년 4월 발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될까? ··· 내년 4월 발표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을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현장평가를 23일 부터 사흘간 진행한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현장평가에는 중국의 장 젼핑, 네덜란드의 마가렛 로엘프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 위원 2명이 참여한다.평가위원들은 25일까지 경기도 포천과 연천, 강원도 철원 일대 주요 지질 역사·문화 명소들을 둘러보며 평가를 실시한다. 23일에는 평화전망대·노동당사·소이산전망대를, 24일에는 비둘기낭폭포·아우라지베게용암 등을, 25일에는 은대리 물거미서식지·전곡리 유적·백의리층 등을 찾을 예정이다. 한탄강은 주상절리·베개용암·백의리층 등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고 경관이 아름답다. 이같은 가치를 잘 알고 있는 경기도와 강원도는 2016년 3월 상생협력을 체결하고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공동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에는 경기 연천군(273.37㎢)·포천시(493.31㎢)와 강원 철원군(398.06㎢) 일대 여의도 면적의 약 400배에 달하는 1164㎢를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으로 통합·지정하고, 지난 해 11월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한탄강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여부는 앞서 실시한 서류평가와 이번 현장평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4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영택 경기도 공원녹지과장은 “한탄강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지질공원 정비 지원을 통해 경기 북부지역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지질공원’은 미적, 고고학적, 역사·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지정하는 구역으로, 세계유산·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제주도(2010년), 경북 청송(2017년), 광주·전남 무등산(2018년) 등 3개소가 지정돼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DMZ 활용 전문가 제언

    통합-문화유산·생태자원 공동발굴 특화-고성 ‘관광’·파주 ‘경제’ 기능화 보존-생태 보루… 보호지역 지정을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DMZ)가 과거 군사적 목적에서 변형이 계속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평화적인 관점에서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DMZ를 남북 사회·문화적 통합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훈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1일 “DMZ는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남북이 같은 공간에서 공동의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나 생태자원의 공동 발굴 등의 사업을 확대해 남북 통합의 실험장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DMZ를 관할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로부터 권한을 넘겨받게 되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각 부처 또는 지역의 각기 다른 DMZ 활용에 대한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기구를 두는 등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DMZ 개발에 있어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범수 강원연구원 통일·북방연구센터장은 “지역별로 DMZ 개발에 접근할 수 있는 성격이 다르다”며 “정부가 접경지역 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경기 파주는 개성과 연결돼 있어 경제·산업적인 관점에서 특화해야 하며 강원 철원은 평야지대를 활용한 물류와 자원 협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고성은 금강산 관광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등 지역별로 기능을 특화시켜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으로는 DMZ가 자연생태계의 보루인 만큼 정부가 개발이 아닌 보존정책에 보다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장은 “백두대간을 특별법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듯이 정부가 DMZ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 그에 따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관광 지원 사업 등이 이뤄질 수 있게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은 “현재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DMZ 관광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며 “향후 DMZ에 경제특구를 조성하더라도 공장이나 도로가 들어서는 게 아닌 생물산업을 활용한 경제특구를 조성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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