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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공룡의 격전장… 헬스&뷰티 매장 4파전

    유통 공룡의 격전장… 헬스&뷰티 매장 4파전

    국내 헬스앤드뷰티(H&B) 매장의 4파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채널의 침체와 실속형 소비의 확산으로 2010년 2000억원이었던 H&B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2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시에 유통 대기업들의 뜨거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현재 CJ의 ‘올리브영’이 점유율 약 70%로 시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롯데의 ‘롭스’, GS리테일의 ‘왓슨스’도 잇따라 몸집 키우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부츠’가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명동점의 코앞에 대형 매장을 내는 등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각 업체의 4색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지난달 28일 명동 신한금융센터 건물에 문을 연 부츠 명동점은 지상 4층 중 1284㎡(388평) 규모의 1~3층만 우선 개장했다. 불과 한 블록(40~5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올리브영 명동본점 1200㎡(360평)보다 크다. 케이팝 스튜디오와 카페로 이뤄진 4층도 이달 말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5월 스타필드하남점을 시작으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점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인 매장이다. 지난해 7월 신세계와 글로벌 기업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가 손잡고 국내에 출범한 부츠의 차별화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실제로 부츠 명동점에는 ‘슈에무라’, ‘맥’, ‘베네피트’, ‘아베다’, ‘르네휘테르’, ‘비오템’, ‘달팡’ 등 백화점에서 볼 수 있던 고급 화장품 브랜드와 국내에 판매처가 없어 직구로 주로 구매하던 해외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다. 매장 내·외부도 마치 백화점과 같은 인테리어로 꾸몄다. 여기에 부츠의 자체브랜드(PL) 상품인 ‘넘버 세븐’에서 피부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상담해 주는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의 상품 기획력과 부츠의 글로벌 구매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기존의 H&B 매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도 “부츠는 기존의 H&B 스토어들과 출점 전략 등에서 나아갈 방향이 다르다”고 단언한 바 있다.이에 맞선 올리브영의 방어 전략은 반대로 국내 중소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기존 운영 방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1999년 처음 등장해 한국형 H&B 매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온 올리브영은 과거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 몇 곳이 독식했던 화장품 시장에 국내 중소·스타트업 브랜드를 잇달아 소개하며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는 다시 실속형 소비문화의 확산을 불러와 올리브영과 같은 H&B 매장의 성장동력이 되는 ‘윈윈’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엘엔피코스메틱’이다. 2009년 설립된 엘엔피코스메틱은 같은 해 말 올리브영에 입점해 ‘국민 마스크팩’으로 불리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물에 타서 마시는 식사 대용식 ‘랩노쉬’도 지난해 올리브영 입점 후 월 매출이 300% 이상 신장하고 최근 중국 상하이 식품박람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급속도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올리브영은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이색 점포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테마파크 에버랜드 안에 매장을 열었다. 테마파크에 위치했다는 입점 특성을 살려 키덜트 상품을 전면 배치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에는 지역문화를 활용한 관광지의 특성을 살려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강좌까지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콘셉트의 제주 탑동점을 선보이기도 했다.GS리테일도 지난 2월 홍콩 AS왓슨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GS리테일의 헬스&뷰티사업부로 합병하면서 신규 출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말 128개였던 왓슨스 매장은 지난달 말 기준 151개까지 증가했다. 왓슨스는 올해 안에 매장 수를 약 60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또 매장 입구에 상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테스팅존을 확대하는 등 점포 구성에도 차별을 뒀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온라인몰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향후 매장 내에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롯데의 롭스는 PL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기존 브랜드나 협력사와 손잡고 단독 상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디힐 ‘꽃보다 청춘’ 마스크팩, 피카소 메이크업 스펀지 등이 대표작이다. ‘얼트루’, ‘엔시아’, ‘더노즈’ 등 화장품 브랜드들과도 활발히 협업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롯데의 기술력을 앞세운 이색적인 고객 체험도 강점이다. 롭스는 지난 5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롭스 스마일 포인트’를 선보였다. 롭스 스마일 포인트는 매장에 설치된 매직미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 거울이 자동으로 미소를 인식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프로그램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증세 합의 후 단계적 도입… 월 30만원 기본소득 실험부터”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증세 합의 후 단계적 도입… 월 30만원 기본소득 실험부터”

    서울신문은 지난달부터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시리즈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선진국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 이후 미래 사회복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원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8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 다음 월 30만원 수준의 부분적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이를 단계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기본소득의 정당한 취지는 무엇인가. -정 위원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인권에 기반을 둔 제도다. 물론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감소의 대안으로 논의되면서 부각된 점도 있다. 기술력이 발전하며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면서 노동시장은 더욱 양극화된다. 기본소득은 인권을 기반으로 이런 사회정책적 요구까지 포괄하는 제도다. -서 교수 기본소득의 또 하나 중요한 취지는 인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주요원칙은 무조건적, 개별적, 정기적인 현금 지급이며 생존에 충분한 기본소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한계가 있다. 핀란드는 기본소득 지급으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겠다고 하는데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금 이사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한 직업,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사실 유의미한 기본소득 실험은 실업자가 아닌 ‘버젓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마 노동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또 여유가 생기니 문화적인 활동이나 사회,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공짜 돈을 받으면 노동 의욕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 위원 지난해 스위스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만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유럽 28개국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는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4%에 불과했다. -서 교수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소득일 뿐이다. 아무 조건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중위소득 30~50% 정도는 되어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이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급여인 49만 5000원이다. 이 돈을 받는다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금 이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지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8%이다. 4차 산업혁명 지식기반의 사회에서 지식산업은 이전처럼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식 자산은 인류 공통의 것이다. 개미뿐 아니라 베짱이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기본소득은 이 인류 공통의 자산을 나누자는 것이지 ‘공짜 돈’이 아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같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가 아니면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금 이사 천연자원만이 자원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 위원 지난해 화제가 된 ‘알파고’의 경우 알파고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한 결과다. 그 기보는 구글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자산이다. 기업이 ‘빅데이터’로 돈을 벌지만, 이 빅데이터에 기여한 사람들은 특정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인터넷상에 남긴 기록들을 모아 만들어지고 그 기록은 사람들의 것이다. -서 교수 이제 가치의 중요한 창출 수단이 빅데이터라는 것이다. 구글의 시가총액이 763조원 정도인데 이 기업이 이 잉여 이익을 모두 독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는 일종의 공유자산이고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일반 지성이다. 자원이라는 개념이 천연자원뿐 아니라 전체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은. -금 이사 이는 결국 증세의 문제다. 한국의 총조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6% 포인트가량 떨어진다. 현재 우리가 저부담 저복지 체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증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선결된다면 자연스럽게 기본소득 담론도 확대될 것이다. -정 위원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지금 유럽 국가들은 기존 복지가 문제가 많아서 기본소득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는 복지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을 지닌 셈이다. -서 교수 증세를 하더라도 기본소득이 아니라 다른 복지제도 확충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부 겹치는 복지제도는 병합이 되면서 사라지겠지만 의료, 교육, 보육서비스 등은 기본소득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구매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기본소득과 복지제도는 동반해서 서로 확대해야 할 관계이지 하나를 실시한다고 나머지 하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편성해야 하는가. -서 교수 단계별 이행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1차적으로 현재 사회보장시스템을 개선하고 2차적으로는 청년층에게 과도기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 다음 다시 전체 국민에게 적은 금액의 기본소득을 주고, 최종적으로 전체 국민에게 충분한 금액의 ‘완전 기본소득’을 지급하기까지는 80여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단계를 밟아야 하고 기간은 80년보다는 더 단축돼야 한다. 일단 워낙 힘든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지급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오래된 노동 중심성 개념을 깨야 할 때다. -정 위원 지난해 기준 4인 가구 월 소득 127만 3516원 이하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기본소득이 현금 급부형 복지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라면 이를 바탕으로 시민 기본소득 금액으로 1인당 월 30만원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국민 모두에게 이를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원이 드는데 개인에게 귀속되는 이자, 배당, 임대료, 증권 투자 수익, 상속 등 모든 소득에 10% 세율의 ‘시민세’를 신설해 연 107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 화석연료 사용 등에 대한 ‘환경세’를 통해 30조원,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토지세’에서 30조원, 기초 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예산 등을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면 추가로 13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택이 없는 연 소득 9000만원 이하(3인 가족 기준)인 가구는 순수혜 가구가 되며 3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연 소득 8400만 원 이하의 3인 가구도 순수혜 가구가 될 수 있다. -금 이사 현 정부가 사회수당을 선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5년 후에는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부분적인 기본소득부터 해야 할 것이다. 월 30만원은 사실 생존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낮게 시작하더라도 중위소득 연동제를 실시해 매년 1~2%를 꾸준히 올려 궁극적으로 중위소득의 50%까지 올려야 하고 이 금액은 한 70만원 정도 된다. 30만원에서 70만원까지 올리는 데는 20~30년 걸릴 것이다. 기본소득을 실시한다고 갑자기 180조원의 세금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세금은 걷어서 국가가 돌려주지 않지만 기본소득은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80조~90조원의 증세만 필요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현재도 기본소득을 감당할 수 있다. →성남시에서 실시 중인 기본소득 실험 ‘청년 배당’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금 이사 성남시와 비슷한 실험을 하고 싶어 하는 지자체장들은 많다. 문제는 재정이다. 지자체가 조세권이 없고, 현재 성남시는 재정을 절감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지방 재정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 위원 아마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들이 많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기본소득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서 교수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지자체들은 자율 예산을 고용 창출과 인프라 등 경제 개발 위주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제 기본소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사회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정리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유엔 대북결의에 북 “국력 총동원해 물리적 행사 취해질 것” 위협

    유엔 대북결의에 북 “국력 총동원해 물리적 행사 취해질 것” 위협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결의 2371호 채택에 대응해 8일 국력을 총동원한 물리적 행사를 취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아태평화위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북한을 반대하는 테러범죄’라고 규정하면서 “강화된 종합적인 우리의 국력을 총동원하여 물리적 행사를 동반한 전략적인 조치들이 무섭게 취해진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해 ‘체통값 못하는 나라’라고 비난하고 “이번에 신조도, 양심도, 의리도 다 버리고 미국에 추종하여 불법·무법의 ‘결의’에 손을 들어 트럼프의 감사까지 받고 상전의 눈에 든 나라들은 세계의 양심 앞에 수치를 느껴야 하며 역사와 인류의 엄정한 심판장에서 저지른 범죄를 깊이 반성하고 응분의 값을 치러야 한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또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무참히 짓밟으려고 달려드는 날강도적 행위가 절정에 이르고 있는 조건에서 그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실제적인 정의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면서 “이 기회에 세계의 양심 앞에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고 정의롭고 안정된 새 세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하여 모든 나라, 모든 인민이 떨쳐나설 것을 호소한다”고 선동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며 북한이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결의를 채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lead ore)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이 가장 강력한 제재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왔던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 금지는 제외됐다. 북한의 생명줄과 같은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또다시 제재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용호 북한 외무상 “미국 적대시정책 청산없이 핵·미사일 협상 없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미국 적대시정책 청산없이 핵·미사일 협상 없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리 외무상은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숙소인 마닐라 뉴월드호텔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리 외무상의 ARF 연설문을 공개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서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자면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 타격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이 길에서 최종 관문을 넘어섰으며 미 본토 전역을 우리의 사정권 안에 넣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자력자강을 생존방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적대 행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며 미국이 끝내 군사적으로 덤벼든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에서 참혹한 전락을 겪어본 우리 인민에게 있어 국가방위를 위한 강위력한 핵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생존방식으로 하고 있는 일본과 남조선 당국 당국에 대해서는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맛의 스테디셀러, 스타일셀러 되다

    맛의 스테디셀러, 스타일셀러 되다

    메로나, 죠스바, 새우깡 등 수십년간 시장을 지켜 온 식품업계의 장수 제품들이 ‘디자인 아이템’으로 변신 중이다. 익숙한 제품 외형을 앞세워 패션에서부터 주방용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인기의 비결이 돼 줬던 친숙함이 자칫 식상함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다.●패션·생활품 등 전방위로 협업 빙그레는 애경과 손잡고 메로나를 활용한 ‘2080x빙그레 칫솔’을 새롭게 내놨다고 2일 밝혔다. 메로나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디자인한 칫솔 케이스 안에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 모양의 칫솔을 담아 메로나를 똑같이 재현한 제품이다. 앞서 메로나는 지난 5월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코리아와 손잡고 휠라의 대표 상품인 테니스화 코트디럭스와 슬리퍼 디자인에 메로나의 초록색을 입힌 ‘휠라X메로나 콜라보 콜렉션’을 선보였다. 당시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6000개가 전량 판매돼 추가 생산에 들어가는 등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두 번째 협업 상품을 준비 중이다. 또 지난 6월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주방용품 ‘메로나 수세미’를 출시해 역시 2주 만에 1만개를 판매했다.롯데제과의 죠스바도 지난달 31일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함께 죠스바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적용한 티셔츠, 블라우스 등 7가지 상품을 내놨다.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이달 말에는 마가렛트, 빠다코코낫 등 롯데제과의 과자를 활용해 2차 협업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 새우깡도 지난달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협업해 티셔츠, 가방, 양말 등 45가지 상품으로 호응을 얻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업계처럼 포화된 소비시장에서 충분한 지명도를 획득한 제품은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식상함에 도태되지만, 그렇다고 끝없이 변화를 주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서 “최근 전혀 다른 분야의 인지도 있는 업체와 손을 잡아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대안처럼 떠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소비자는 새 제품을 시도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쪽으로 심리가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게다가 최근 신상품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주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기업들이 초기 투자 비용을 들여서 새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기존의 브랜드를 확장해 마케팅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억의 맛 넘어 젊은 취향 노려 특히 전문가들은 10대 후반~20대의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삼는 브랜드와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점에도 주목했다. 서 교수는 “장수제품은 점점 나이가 드는 주력 소비층을 넘어 젊은 소비자를 새로 발굴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0~20대는 소득은 적어도 소비 욕구가 왕성한 세대”라면서 “최근 소비 유행의 흐름은 젊은층이 선도하고 다른 세대가 뒤따르는 형태를 취하다 보니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게 장기적으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北, ICBM급 2차 발사] 北도발에 韓 미사일·美 사드 요격 성공 맞불… 8월 위기설 긴장

    [北, ICBM급 2차 발사] 北도발에 韓 미사일·美 사드 요격 성공 맞불… 8월 위기설 긴장

    북한이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을 제안한 우리 정부의 ‘대화의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격랑에 휩쓸리게 됐다. 다음달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돼 있어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다면 지난 4월 확산됐던 ‘8월 한반도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 재개 노력을 이어온 정부 역시 무력시위를 포함해 전방위 대북 제재·압박에 나서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지난 28일 밤 북한의 2차 ICBM 시험 발사는 같은 날 오전 미국 상원이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등을 포함한 ‘대북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시킨 뒤 이뤄졌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에 대한 무력 시위로 풀이되는 이유다. 북한은 해당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한 지난 26일 노동신문을 통해 “지금 궁지에 내몰린 미제가 제재와 봉쇄를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내들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즉각적인 군사적 압박에 나섰다. 양국 군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 6시간 뒤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는 현무2와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2발씩 쐈다. 양국 군은 지난 5일에도 북한의 ‘화성14형’ 도발에 대응해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전략폭격기 전개로 맞서던 방식에서 군사적 압박 강도를 한층 더 높인 셈이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도 이뤄졌다. 미국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는 30일 괌의 미군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경기 오산 상공에 진입한 뒤 서해 덕적도 상공 쪽으로 빠져나갔다. 당국은 ‘한국형 벙커버스터’인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 및 시험 발사 장면도 처음 공개했다. 미군은 30일(현지시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드 요격 시험은 이번이 15번째이며, 매번 요격에 성공해 성공률 100%을 기록하고 있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은 C17 수송기가 태평양 공중에서 쏜 중거리 미사일을 알래스카주의 사드 부대가 탐지해 추적하고 요격하는 방식으로 시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 도발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대해 노골적으로 ‘강 대 강’ 대결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다음달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에서 북한의 인공위성위치정보(GPS) 교란 전파 발사 원점을 찾아내 타격하는 훈련 등을 실시한다. 외교 당국도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다음달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한의 ICBM 도발이 뜨거운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역시 ARF에서 핵미사일 정당화를 위한 외교전을 펼치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제재를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아날로그의 반격’을 환영하며/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아날로그의 반격’을 환영하며/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며칠 전 ‘최인아 책방’에 들렀다. 이 책방은 좀 특별하다. 광고계의 큰 인물로 손꼽히는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과 정치헌씨가 함께 차린 것도 주목을 끄는 요소지만 무엇보다 책방의 구성이 재미있다. 각계 유명 인사가 추천하는 책 코너가 따로 있는데, 책갈피처럼 꽂혀 있는 ‘추천인물’과 ‘추천이유’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별로 책을 추천하고 있어 ‘북 큐레이팅’의 모범을 보여 준다. 피아노 공연과 저자 특강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시도하고 있어 책방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온라인 서점의 기세에 밀려 대형 서점마저 생존이 위협받으면서 이제 동네에서 책방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특히 종이책과 책방은 도도한 디지털의 물결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몇 년 전부터 작고 특별한 책방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독립서점’이다. 2010년 홍대 부근에 문을 연 1세대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를 시작으로, 신촌 일대에만 독립 서점 15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 독립서점들의 주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판매한다. 예를 들면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 있는가 하면 음악 서적 전문 ‘초원 서점’, 그리고 아동 서적 전문 ‘노란 우산’ 등 특정 주제에 맞는 책을 골라 판매하는 서점도 있다. 북 콘서트, 영화 함께 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관심을 모은다. 제주도 아라리오 뮤지엄에는 전국의 유명 독립서점이 큐레이팅한 책을 모아 진열하는 코너가 만들어져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북 큐레이팅’을 통해 서점을 새롭게 탄생시킨 사례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2003년 문을 연 ‘쓰타야 도쿄 롯폰기’는 책장 진열 방식을 기존의 장르가 아닌 ‘사랑’, ‘음식’, ‘우주’, ‘자연’, ‘모험’ 등 일상생활의 언어로 분류했다.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한다는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전략이 성공했고 쓰타야는 ‘책방의 미래’로 칭송받고 있다. 뉴욕시의 콜럼버스 거리에 다시 ‘북컬처’라는 서점이 생긴 것은 2014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뉴욕 맨해튼에 서점들이 다시 문을 연 것이다. 미국의 서점 수는 2009년 최저를 기록한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작은 규모의 동네 책방들이었다. 책을 잘 아는 주인과 그 주인이 골라 주는 책이 있는, 즐겁고 아늑한 공간이다. 독서모임과 북클럽, 저자와의 대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진짜 책방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종이책이나 책방이 여전히 공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아가 독서클럽이 번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현상은 단지 책과 책방에 국한하지 않는다. 문화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에서 ‘LP레코드판의 재발견’ ‘폴라로이드 사진의 유행’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인쇄 매체’ ‘종이노트 몰스킨 다이어리의 인기’ 등 새로운 아날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시간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더 큰 비용을 써야 하는 아날로그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것에 대한 향수? 디지털화에 대한 저항? 디지털에 익숙한 20~30대가 ‘새로운 아날로그의 유행’을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옛것에 대한 향수’도, ‘디지털화에 대한 저항’도 아니라고 색스는 진단한다. 물리적인 사물과 경험이 사라져 가는 디지털 시대에 오감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아날로그가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영역의 미덕인 ‘완벽함과 속도’가 아날로그 영역의 ‘즐거움과 정서적 만족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색스는 새로운 형태의 아날로그를 ‘포스트디지털경제’라고 부른다. 승자독식과 소득격차라는 문제를 심화시키는 디지털경제와 달리 포스트디지털경제는 지역을 활성화하고 이익을 균형 있게 분배하는 특성을 가진다. 디지털 시대, 디지털 세대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어쩌면 우리가 ‘전통산업’ ‘사양산업’이라고 외면하는 아날로그에 더 많이 있을지 모른다.
  • [사설] 빈부격차 해소, 조세정의 위해 증세는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어제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 100대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운용과 재정 배분 우선순위,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주문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원 마련 방안이 화두가 됐고 여당 수뇌부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업연도 소득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연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게는 현행 40%로 돼 있는 소득세율을 42%로 높이자는 것이다.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격차, 소득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와 사회 안전망 확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공공재인 사회적 생존 서비스를 제공해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국가 발전과도 직결된다. 우리의 재분배 정책으로 인한 소득재분배 개선율은 2013년 기준 10%로 독일(42.5%), 프랑스(41.7%), 영국(32.1%)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OECD 평균 복지 지출은 GDP의 21.5%이지만 한국은 10% 수준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 국가다. 조세정의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재벌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감면 혜택은 특혜적 성격이 강했다. 고소득층의 금융·임대 소득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임에도 이에 대한 과세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이 20조원이 넘지만 세금이 부과되는 소득은 10분의1도 되지 않는 1조 6000억원대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이다. 과거 정권에서 부자 감세와 사실상의 서민 증세인 간접세 인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일반 원칙(국민개세주의)이 재정립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은 빈부 격차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진 사람이 더 많이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의 실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만 부자 증세가 징벌적 성격의 세금이 돼서는 또 다른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서민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현실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도 일정한 비율의 세금을 내고 합당한 복지 지원을 받는 것이 당당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다.
  • 4차 산업혁명을 읽고 펼친다

    4차 산업혁명을 읽고 펼친다

    전쟁과 같은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여름 휴가철은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편하게 손에 쥐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신문이 금쪽같은 휴가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10명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조언을 구해 봤다. 여름 휴가철 읽어 보고 싶은 신간이나 혹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골라 달라고 요청했다. CEO들이 추천한 책들은 생각보다 분야도 내용도 다양했다. 이제 휴가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책을 고르는 일만 남았다.●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이라면 ‘지구-인간’(지구에 인간이 없는 것), ‘지구+인간’(지구에 인간이 사는 것) 중 무엇이 더 좋으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구-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는 거예요. 지구에 인간이 있음으로써 모든 에너지와 공간을 가지고, 동식물은 다 죽이고, 인간의 역사는 아름답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싸움질하고 전쟁만 하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추천한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의 한 대목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알파고의 등장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를 다룬 과학철학서다. ‘인류가 기계와의 대결에서 다시 한번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파고든다. 권 회장은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남경태 지음)는 철학 입문서도 추천했는데, 앞서 언급한 과학철학 서적을 포함해 다양한 철학의 배경을 찾아볼 수 있는 참고서로 알맞다. ●황창규 KT 회장 ‘플랫폼 레볼루션’ 황창규 KT 회장은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좀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2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올 2월 신년 전략워크숍에서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 교수의 ‘플랫폼 레볼루션’을 읽으며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이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님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것 같지만, 결국은 이런 기술을 연결해 만든 ‘초지능’(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이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황 회장은 또 “초고속 5세대(5G) 네트워크가 스마트에너지, 스마트보안, 미디어산업 등 한국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미래’(KT경제경영연구소 지음)도 읽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박동운 현대百 대표 ‘제4차 산업혁명’ 박동운 현대백화점 대표는 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을 추천했다. “이미 빠르고 광범위하게 우리의 생활에 침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다가올 거대한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통찰력을 얻고 싶은 마음에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슈바프는 이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메가 트렌드, 영향력, 기술 등을 백과사전처럼 자세히 설명했다. 박 대표가 추천한 또 다른 책 ‘지적 자본론’은 일본 전역에 1400여곳의 매장을 내며 사양산업으로 통하는 서점을 부활시킨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표면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대척점에 있지만 누구나 지적 자본을 이용해 무언가를 제안하는 디자이너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대목에서 로봇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임정배 대상 사장 ‘호모데우스’ 임정배 대상 사장이 권하는 ‘호모데우스’는 세계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책이다. 하라리는 “그간 기아, 역병, 전쟁 등을 진압한 인류가 이제는 신의 영역이라 여기던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가고 있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고 물결은 너무 거세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사유와 통찰이 부족한 채 떠밀려 가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임 사장은 이 책에 대해 ‘신이 된 인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한줄 평으로 고심의 깊이를 표현했다.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 ‘총·균·쇠’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도 인류의 진화, 생존, 문명의 근간이 된 총(Guns), 균(Germs), 쇠(Steel)에 대해 풀어쓴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추천했다. 그는 “여러 문명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분석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며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책”이라고 추천의 이유를 설명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히든 리스크’ 독서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여름에 ‘히든 리스크- 복잡성의 위험’(존 마리오티 지음)을 다시 꺼내들기로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기업 생태계의 약육강식이 치열해지면서 복잡성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복잡함은 혼란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키는데 그 복잡성을 성공적으로 단순화하거나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장재영 신세계百 대표 ‘축적의 시간’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축적의 시간’을 골랐다. 26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국내 산업이 처한 현실, 산업·기술 정책, 중국의 부상 등에 대해 각자의 혜안을 펼쳐 놓은 책이다. 장 대표는 중국 CCTV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제작진이 쓴 ‘대국굴기 강대국의 조건’도 추천했다. “‘축적의 시간’은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구성원 모두가 경험칙(경험에 의해 습득된 지식 및 법칙)을 쌓도록 돕는 책입니다. ‘대국굴기 강대국의 조건’은 15세기 이후 초강대국 지위를 누린 나라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인데 공통요건으로 나오는 ‘다양성’과 ‘관용’은 오늘날의 기업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이갑 대홍기획 대표이사 ‘팀이 천재를 이긴다’ 이갑 대홍기획 대표이사는 ‘팀이 천재를 이긴다’(리치 칼가아드 지음), ‘보다, 말하다, 읽다’(김영하 지음),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김대식 지음) 등 3권의 책을 휴가 때 읽을 예정이다. “‘팀이 천재를 이긴다’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만들어 내는 협업의 힘에 대해 알아보고 ‘보다, 말하다, 읽다’에서 소설가 김영하의 단단한 문학적 통찰을 음미할 것입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창조적인 질문과 답을 저에게 제시해 줄 것 같습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도덕감정론’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의 추천도서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러셀 로버츠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의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었다. 유 사장은 “부, 행복, 이기심, 인간관계 등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여러 요소의 본질에 대해 읽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인생에서 유일한 가치가 돈이 아니라는 점, 인간관계의 복합성, 이기심, 도덕적 가치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테드 토크’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는 세계적인 재능 기부식 강연회 테드(TED)의 대표 크리스 앤더슨이 쓴 ‘테드 토크’를 추천했다. 그는 “테드의 명강연 50개를 선정해 탄생 배경과 노하우, 연사들의 발표 기술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종합
  • “로봇 기자 시대, 데이터 시각화로 미래 언론 개척”

    “로봇 기자 시대, 데이터 시각화로 미래 언론 개척”

    제임스 해밀턴(56)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 전공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이 기자들의 일자리를 완전히 빼앗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저널리즘은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보도 행태로, 뉴욕타임스·LA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지들이 도입하고 있다.해밀턴 교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내 탐사보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컴퓨터가 할 수 없고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언론의 영역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날씨·금융 관련 속보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쓸 수 있겠지만 기업의 손익분석 보고서처럼 사람의 통찰력이 필요한 부분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밀턴 교수는 스탠퍼드대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 랩 디렉터’로 컴퓨터 저널리즘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유명하다. 해밀턴 교수는 ‘미래 저널리즘’에 대해 “데이터 시각화가 미래 언론이 나아갈 방향”이라면서 “사람이 도달하기 힘든 곳을 촬영해 보여 주거나,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이라크 내전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흑인 혹은 백인으로서 경험을 하게 한 뒤 스토리를 작성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경기나 사건의 현장을 사람의 시선이 움직이는 대로 촬영해 보여 주는 형식의 뉴스 보도도 새롭게 개척하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해밀턴 교수는 ‘언론의 생존 모델’과 관련해 “요즘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광고 필터링 작업까지 자체적으로 하면서 언론의 영역을 완전 잠식했다”며 “일부 신문은 비영리시민단체 형태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의 유료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뉴욕타임스처럼 유료 독자 모델을 구축한 뒤 고학력·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구독을 권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밀턴 교수는 언론의 ‘탐사보도’에 대해 “속보 경쟁 시대에 뚜렷한 스토리를 찾는 독자도 많다”면서 “탐사보도는 언론의 제품 차별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컴퓨터 저널리즘과 기존의 저널리즘이 결합되면 새로운 탐사보도 영역이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밀턴 교수는 언론사 간 ‘데이터 협조’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언론인 다수의 파트너십이 바탕이 된 프로젝트가 많다”며 “팀은 ‘스토리 텔러’(Story Teller), ‘팩트 디거’(Fact Digger) 등으로 꾸려진다”고 말했다. 글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4차 산업혁명] 교보생명, 블록체인·핀테크 TF서 디지털 동력 발굴

    [4차 산업혁명] 교보생명, 블록체인·핀테크 TF서 디지털 동력 발굴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은 올해 경영방침을 ‘반걸음 앞서가는 상품·채널 혁신’으로 정하고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인 ‘고객보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품·채널 혁신 NO.1 생명보험사가 되겠다는 ‘비전2020’을 선포한 바 있다.‘상품 혁신’은 탁월한 가치경쟁력을 갖춘 상품 및 부가서비스 개발을, ‘채널 혁신’은 모든 고객접점의 서비스 역량과 품질을 혁신해 고객만족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보장급부 경쟁력을 높인 종신보험, CI보험을 개발하는 등 가족생활보장상품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도록 건강·의료·장기간병 등 생존보장 니즈를 반영한 특화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 중심의 헬스케어서비스도 건강증진, 질병예방, 사후관리까지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재무설계사(FP)의 고객보장 컨설팅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종신보험, CI보험 등 생명보험 역시 확대해가고 있다. 교보생명은 디지털에 기반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보험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정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 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돼 참여 중이며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및 운영 중이다. 또한 금융과 정보기술을 융합한 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핀테크 추진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 변화에 대한 자산운용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금리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채권 등 기존 보유자산의 수익률 제고에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자산 및 수익성이 양호한 대체자산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신규 투자자산 수익률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대비해 자산부채관리(ALM) 중심의 자산운용을 강화하고 가계부채 리스크 현실화와 보유자산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 모니터링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노정민 인턴기자
  • [사설] 北, 군사·적십자 회담 조건 없이 응하라

    정부가 어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新)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4대 제안과 북한의 붕괴와 인위적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3대 불가 원칙’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이다. 정부가 남북 현안 가운데 군사 분야와 인도 분야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엄혹한 한반도 군사 대치 상황과 노령화된 이산가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별개로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역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인도주의적 사안에서의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면서 긴 호흡으로 대화의 창을 열어 놓는 기조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지만 남북 군사회담에서는 MDL에서의 적대행위를 막는 방안, 즉 무인기와 목함 지뢰 도발, 확성기 방송, 전단지 살포 등을 금지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군사 당국의 대화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예방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치적 계산을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이 촉박한 사안이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여명이며, 생존자는 6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또한 63%가 80대 이상으로 매년 3000명 안팎이 사망하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남북 관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남북한 대화와 협력이 궁극적으로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출구전략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남북 간의 대화가 쌓여 평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대화 제의에 대해 김정은 정권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핵·미사일 위기를 극대화한 뒤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겠다는 기존의 전략은 한반도 자체를 극도의 위험 속에 밀어 넣는 행위이자 실현 가능성도 작다. 남북한이 직면한 모든 현안을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 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남북 관계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몸집 키워야 산다”… 中 해운·에너지·철강 국유기업 ‘빅딜 굴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몸집 키워야 산다”… 中 해운·에너지·철강 국유기업 ‘빅딜 굴기’

    지난 9일 갑작스레 날아든 중국발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세계 해운가는 하루 종일 웅성거렸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遠洋海運·COSCO)이 둥젠화(董建華) 전 홍콩 행정장관의 동생 젠청(建成) 일가 소유인 해운업체 오리엔트오버시스컨테이너라인(OOCL)을 63억 달러(약 7조 2734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해진 것이다. COSCO는 수개월간 공을 들여 세계적 항만운영 업체 상하이국제항무(上海國際航務·SIPG)그룹과 손잡고 OOCL 지분 68.7%를 전격 인수했다. M&A가 성사되면 COSCO는 400척 이상의 선박, 29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의 운송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물동량 기준)도 11.6%로 수직 상승해 덴마크 머스크(16.4%), 스위스 MSC(14.7%)를 바짝 추격하는 세계 3위의 해운사로 발돋움한다.중국 정부가 초대형 M&A를 통해 국유기업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덩치를 키워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지난달부터 본격화하는 중국 국유기업의 M&A는 해운업과 석탄·전력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중공업, 철강 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번에 발표된 COSCO의 홍콩 OOCL 전격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해운업 순이익 증가율은 -103.5%였다. 물류(87.7%), 항공(58.0%) 등과 비교해 최악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그해 8월 중국 1위인 COSCO가 2위인 중국해운(中國海運·CSCL)과 ‘통합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M&A를 추진해 이듬해 2월 세계 4위의 COSCO로 공식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국유기업 초대형 M&A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해운업에 이어 에너지 부문에선 중국신화(神華)그룹과 중국국전(國電)그룹이 발전 원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M&A를 추진 중이다. 신화그룹은 포천지 기준(2015년) 매출액 264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최대 석탄 기업이고, 국전그룹은 매출액 305억 1500만 달러로 중국 6대 전력사 중 하나다.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통합 회사는 26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공룡기업으로 부상한다. 대형 전력기업인 국가전투(國家電投)그룹은 중국화능(中國華能)그룹과 M&A를 타진하고 있다. 국가전투그룹은 매출액이 306억 1600만 달러, 중국화능은 432억 2400만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원자력과 수력, 화력, 풍력 등 200여개 발전소를 거느린 초대형 전력기업이 태어난다. 지난 3월에는 원자력발전 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中核·CNNC)과 중국핵공업건설그룹(核建·CNEC)이 800억 달러 규모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 업계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강(寶鋼)철강과 무한(武漢)철강이 공식 합병했다. 두 철강 대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보무(寶武)철강은 총자산 7000억 위안(약 118조 5000억원), 조강 생산량 6000만t으로 세계 2위의 철강사로 떠올랐다. 이보다 4개월 앞서 8월 중국 1위 하북강철(河鋼)과 5위 수강강철(首鋼)이 합병안도 발표됐다.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중국화공(化工·CHEMCHINA)과 석유화학 기업인 중국중화(中化·SINOCHEM)도 내년 합병할 예정이다. 중국화공의 매출액은 414억 1200만 달러, 중국중화의 매출액은 606억 5500만 달러다. 두 회사를 합치면 독일 바스프(BASF)를 뛰어넘는 세계 1위의 화학그룹으로 도약한다. 중국화공은 특히 지난달 세계 최대 종자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 인수를 끝냈다. 인수 금액을 440억 달러를 써내 중국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공업계에서도 합병 바람은 거세다. 중국기계공업(機械工業)그룹은 2013년 중기계 기업인 제2중형기계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섬유기계 업체인 중국항천(恒天)그룹을 합병했다. 중국기계공업은 이를 통해 자산 규모를 520억 달러로 늘렸다. 중국 국유기업들 간의 M&A는 국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당 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론 대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다. 웬디 로이터트 미국 코넬대 행정학과 연구원은 “중국 국유기업의 초대형 M&A는 국내외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합병을 통해 과잉설비를 줄이고 가격결정력을 높이며, 해외에서는 국가 대표 기업으로 키워내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격 경쟁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유기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예산을 따내려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리진(李錦) 중국기업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어떤 합병은 비슷한 기업들을 통합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을 줄이기 위함이고, 어떤 합병은 업계 가치사슬에서 상·하류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합병은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국유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 준비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중국 1, 2위 고속철 제조회사인 중국남차(南車·CSR)·중국북차(北車·CNR)그룹이 합병해 중국중차(中車)그룹으로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자산 3074억 위안 규모의 세계 최대 고속철 기업으로 떠오른 중국중차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의 고속철 강국을 제치고 급성장 중인 중국 고속철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5년 매출액 378억 3700만 달러를 기록해 포천지 선정 글로벌 기업 266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국유기업 간의 초대형 M&A를 ‘부실기업의 덩치 키우기’로 평가절하한다. FT는 “중국 당국은 강한 국유기업이 약한 라이벌 기업을 흡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합병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와 비효율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을 미뤄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유기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에 이르는 만큼 금융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적신호가 켜졌다. M&A 이후의 이들 기업의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은 전체 투자액이나 은행 차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지만 GDP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셰옌메이(謝艶梅)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의 합병은 시장에 의해 가장 적합한 기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닌, 주로 강한 국유기업들이 약한 라이벌 기업들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모르고 덩치만 키우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모르고 덩치만 키우는 중국

    지난 9일, 갑작스레 날아든 중국발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세계 해운가는 하루종일 웅성거렸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遠洋海運·COSCO)이 둥젠화(董建華) 전 홍콩 행정장관의 동생 젠청(建成)일가 소유인 해운업체 오리엔트오버시즈컨테이너라인(OOCL)을 63억 달러(약 7조 2734억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전해진 것이다. COSCO는 수개월 간 공을 들여 세계적 항만운영업체 상하이국제항무(上海國際航務·SIPG)그룹과 손잡고 OOCL 지분 68.7%를 전격 인수했다. M&A가 성사되면 COSCO는 400척 이상의 선박, 29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의 운송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물동량 기준)도 11.6%로 수직 상승해 덴마크 머스크(16.4%), 스위스 MSC(14.7%)를 바짝 추격하는 세계 3위의 해운사로 발돋움한다.중국 정부가 초대형 M&A를 통해 국유기업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덩치를 키워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지난달부터 본격화하는 중국 국유기업의 M&A는 해운업과 석탄·전력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중공업, 철강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번에 발표된 COSCO의 홍콩 OOCL 전격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해운업 순이익 증가율은 -103.5%였다. 물류(87.7%), 항공(58.0%) 등과 비교해 최악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그해 8월 중국 1위인 COSCO가 2위인 중국해운(中國海運·CSCL)과 ‘통합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M&A를 추진해 이듬해 2월 세계 4위의 COSCO로 공식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국유기업 초대형 M&A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해운업에 이어 에너지 부문에선 중국신화(神華)그룹과 중국국전(國電)그룹이 발전 원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M&A를 추진 중이다. 신화그룹은 포천지 기준(2015년) 매출액 264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최대 석탄 기업이고, 국전그룹은 매출액 305억 1500만 달러로 중국 6대 전력사 중 하나다.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통합회사는 26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공룡기업으로 부상한다. 대형 전력기업인 국가전력투자(國家電投)그룹은 중국화능(中國華能)그룹과 M&A를 타진하고 있다. 국가전투그룹은 매출액 306억 1600만 달러, 중국화능은 매출액 432억 2400만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원자력과 수력, 화력, 풍력 등 200여개 발전소를 거느린 초대형 전력기업이 태어난다. 지난 3월에는 원자력발전 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中核·CNNC)과 중국핵공업건설그룹(核建·CNEC)은 800억 달러규모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업계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강(寶鋼)철강과 무한(武漢)철강이 공식 합병했다. 두 철강 대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보무(寶武)철강은 총자산 7000억 위안(약 118조 5000억원), 조강 생산량 6000만t으로 세계 2위의 철강사로 떠올랐다. 이보다 4개월 앞서 8월 중국 1위 하북강철(河鋼)과 5위 수강강철(首鋼)이 합병안도 발표됐다.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중국화공(化工·CHEMCHINA)과 석유화학 기업인 중국중화(中化·SINOCHEM)도 내년 합병할 예정이다. 중국화공의 매출액은 414억 1200만 달러, 중국중화의 매출액은 606억 5500만 달러다. 두 회사를 합치면 독일 바스프(BASF)를 뛰어넘는 세계 1위의 화학그룹으로 도약한다. 중국화공은 특히 지난달 세계 최대 종자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 인수를 끝냈다. 인수 금액을 440억 달러를 써내 중국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공업계에서도 합병 바람은 거세다. 중국기계공업(機械工業)그룹은 2013년 중기계 기업인 제2중형기계(제二重型機械)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섬유기계 업체인 중국항천(恒天)그룹을 합병했다. 중국기계공업은 이를 통해 자산 규모를 520억 달러로 늘렸다.  중국의 국유기업들 간의 M&A는 국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당 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론 대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이다. 웬디 로이터트 미국 코넬대 행정학과 연구원은 “중국 국유기업의 초대형 M&A는 국내외 두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합병을 통해 과잉설비를 줄이고 가격결정력을 높이며, 해외에서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워내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격 경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유기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예산을 따내려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리진(李錦) 중국기업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어떤 합병은 비슷한 기업들을 통합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을 줄이기 위함이고, 어떤 합병은 업계 가치사슬에서 상·하류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합병은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국유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 준비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중국 1, 2위 고속철 제조회사인 중국남차(南車·CSR)·중국북차(北車·CNR)그룹이 합병해 중국중차(中車)그룹으로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자산 3074억 위안 규모의 세계 최대 고속철 기업으로 떠오른 중국중차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의 고속철 강국을 제치고 급성장 중인 중국 고속철에 강력한 성장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5년 매출액 378억 3700만 달러를 기록해 포춘지 선정 글로벌 기업 266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국유기업 간의 초대형 M&A가 ‘부실기업의 덩치 키우기’로 평가절하한다. FT는 “중국 당국은 강한 국유기업이 약한 라이벌 기업을 흡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합병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와 비효율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을 미뤄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유기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에 이르는 만큼 금융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적신호가 켜졌다. M&A 이후의 이들 기업의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은 전체 투자액이나 은행 차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지만 GDP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셰옌메이(謝艶梅)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의 합병은 시장에 의해 가장 적합한 기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닌, 주로 강한 국유기업들이 약한 라이벌 기업들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고객을 홀려라, 시간을 훔쳐라

    고객을 홀려라, 시간을 훔쳐라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소비자의 생활과 시간을 훔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들을 10분이라도 더 쇼핑 공간에 머물게 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아쿠아리움과 전망대, 영화관, 공연장, 전시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지역 맛집까지 ‘삼고초려’해 모셔 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를 통해 모객시설(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시설)의 ‘끝판왕’을 보여 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스타필드 하남을 선보이며 “고객의 일상과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신세계의 역량을 총동원해 콘텐츠, 상품,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대놓고 고객들의 시간을 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모바일 유통채널의 강점이 간편함과 저렴한 가격이라면, 오프라인 매장의 미덕은 재미와 새로운 체험”이라면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시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유통업계 생존 화두 된 ‘일상과 시간의 점유’ ‘일상과 시간의 점유’가 유통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각 사는 저마다 최고의 ‘시간도둑’들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이 4조 2000억원을 투입해 서울 송파구에 건설한 제2롯데월드에는 전망대를 비롯해 아쿠아리움, 콘서트홀, 영화관 등 전통의 강자라고 불리는 모객 시설이 총망라돼 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예전에는 극장이나 콘서트홀만 있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았지만,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 바뀌면서 다양한 체험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에 인기 있는 시설을 다 넣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 3일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면서 방문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가 지난해 9월 야심 차게 오픈한 경기 하남시의 스타필드 하남은 맛집과 스포테인먼트(운동과 오락을 함께하는 것)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타필드 하남은 수제맥주 전문점인 ‘데블스도어’와 생면 파스타로 유명한 ‘도우룸’ 등 젊은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맛집은 물론 평양냉면의 원조로 불리는 의정부 ‘평양면옥’과 ‘문배동 육칼’(육개장칼국수) 등 지역 맛집을 유치해 한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주말 외식이 늘고, 소득수준 향상으로 식사가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한 행위보다 새로운 체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이금영(29·여)씨는 “쇼핑할 공간이야 서울 시내에도 많지만 주말에는 교외로 드라이브 가는 셈 치고 되도록 도심을 벗어나려고 하는 편”이라며 “특히 스타필드는 스파 시설과 스포츠몬스터 같은 실내 액티비티가 잘 갖춰져 있어 요즘처럼 덥고 비도 자주 오는 날씨에 놀러 가기 좋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젊은 주부를 타깃으로 한 모객시설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전국의 유명 맛집뿐 아니라 ‘매그놀리아’, ‘사라베스’ 등 미국 뉴욕에 위치한 세계적인 베이커리·브런치 전문점을 입점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책 미술관, 회전목마 등도 배치했다. 특히 어린이 책 미술관의 경우 평일에 각종 교육·체험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달 평균 방문객이 10만여명에 이른다.●제2롯데월드 전망대 93일 동안 45만명 유혹 그렇다면 어떤 시설이 가장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일까. 아쿠아리움과 전망대, 콘서트홀, 영화관 등 주요 모객시설이 모두 들어가 있는 제2롯데월드를 살펴보면 전망대의 모객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120층에서 서울은 물론 서해까지 조망이 가능한 전망대는 4월 3일 오픈 이후 93일간 누적 방문객 45만여명, 하루 평균 5000명의 사람을 끌어모았다. 롯데월드타워가 한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랜드마크가 아니면 전망대가 만들어지기가 어렵다”면서 “현재 한국과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상징성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지방에서 노인분들이 단체관광을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하루 방문객이 많은 곳은 아쿠아리움이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아쿠아리움은 누적 방문객이 260만명을 돌파했고, 하루 3000여명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대가 내·외국인은 물론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모객시설이라면 아쿠아리움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시설이다. 롯데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연간 회원권을 끊어서 수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들이 수족관에서 노는 동안 쇼핑이나 미용실을 이용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전했다. 21개 스크린을 보유한 영화관은 지난해 300만명(하루 8200여명)이 방문을 했지만 최근 자체 모객효과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8월 문을 연 콘서트홀은 지금까지 18만 7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개별 시설의 효과도 있겠지만, 가장 모객 효과가 큰 것은 123층 555m로 지어진 롯데월드타워”라고 강조했다. 실제 롯데월드몰만 문을 열었던 2014년 10월부터 롯데월드타워 오픈 전인 올해 4월 2일까지 900일간 하루 평균 방문객은 8만 7000여명이었다. 하지만 4월 3일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연 이후 94일간 방문객은 약 1100만명으로 하루 11만 7000여명이 제2롯데월드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스포츠 체험공간 확장… 새 모객 트렌드 최근에는 문화와 스포츠 등 직접 체험공간을 설치해 모객에 나서는 곳도 있다. 신세계가 강남 코엑스몰에 만든 ‘별마당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변 상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는 별마당 도서관을 활용해 명사들의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서관이 사람들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 “도서관은 어린 아이부터 젊은층,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어필할 수 있는 데다, 공간 특성상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며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들어야 하는 쇼핑몰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물”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 욕망의 흐름 따라 유통업 흐름도 변화” 그렇다면 유통기업들이 쇼핑시설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족관이나 전망대, 콘서트홀 등의 비중을 강화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물건만 파는 오프라인 매장을 더이상 소비자들이 찾고 있지 않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자상거래 금액은 64조 9134억원으로 2001년 3조 3471억원보다 19.4배 성장했다. 직접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뜻이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의 가격 경쟁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다른 행복감을 줘야 한다”면서 “과거에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시설물의 배치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해 사람들이 찾게 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간의 점유라는 개념은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쇼핑공간에 머물게 함으로써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유통산업의 흐름도 같이 바뀌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文대통령 “북 미사일, ICBM급 가능성도 염두…위협 용납 안해”

    文대통령 “북 미사일, ICBM급 가능성도 염두…위협 용납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정부는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와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당국의 초기 판단으로는 이번 도발을 중장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며 “ICBM급일 경우 이에 맞춰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줄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규약들을 준수하는 전략적 선택을 촉구한 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도발 감행한 데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나아가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한 북핵 폐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는 안보리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은 오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할 뿐임을 절실히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와 우방들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이런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튼튼한 안보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할 때 비로소 성립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국민께서도 정부 노력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58분간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면역항암제,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이대호의 암 이야기] 면역항암제,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말기 폐암 환자를 면역항암제로 치료한 결과가 전 세계 암 치료 전문가들이 모이는 미국종양연구학회(AACR)에서 발표돼 종양 전문의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면역항암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항암제다.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면역기능을 이용한다. 면역기능은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면역세포가 다른 세포를 만나면 그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을 인지하면서 피아를 구분한다. 구별 능력을 가진 면역세포들은 몸 안에 적이 있으면 활성화돼 이를 파괴하고 제거한다. 면역세포들은 충분히 적을 제거했다고 판단하면 비활성화돼 휴식에 들어간다. 다만 비활성화된 면역세포도 이미 알고 있는 적이 다시 나타나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제거한다. 일종의 기억 기능이 있는 것이다. 면역기능을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이 바로 ‘백신’이다. 특정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항원을 이용해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게 유도하는 대신 과도한 면역반응은 피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몸에 백신을 투여해 면역세포를 훈련시켜 놓으면 바이러스의 침입을 훌륭하게 막아낼 수 있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상세포에서 변한 이상세포다. 적군인 것이다. 암은 이상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회피하는 능력을 얻으면서 발병한다. 암세포가 면역관문을 활성화시켜 충분히 면역기능이 작동된 것처럼 면역세포에 신호를 전달하고 면역활동을 멈추게 한다. 이런 암세포의 면역회피기능을 없애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치료제에는 없는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을 것이다. 또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면역세포가 갖고 있는 기억기능을 이용하면 치료를 중단해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가 장기간 또는 평생 지속된다면 장기 생존이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럼 면역항암제가 기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심각한 부작용의 빈도는 3~5% 미만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치료 대상이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색종’뿐이었지만 지금은 폐암, 방광암, 두경부암, 신장암, 피부암, 림프종 등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처음에는 기존 항암치료에 실패한 말기 환자가 치료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항암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와 수술받은 환자의 재발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등 적용 대상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장기생존 결과도 나왔다. 올해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AACR 연차총회에서 더이상 치료가 어려웠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 5년 생존율이 15%로 크게 향상됐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장기적으로 생존한 대부분의 환자가 약 투여를 일정 기간 중단했는데도 치료 효과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현재의 면역치료제 치료 전략만으로는 모든 환자에게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만 찾아낼 수 있어도 좋을 텐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제시된 진단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날씨가 춥더라도 제비가 나타나면 곧 봄이다. 최근 면역항암제의 성공은 모든 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봄이 다가옴을 보여준다. 그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저비용항공사들, 장거리로 사업확장 ‘시동’

    저비용항공사들, 장거리로 사업확장 ‘시동’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단거리 시장에 집착하기보다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2020년부터 중·대형기를 도입해 유럽과 북미 노선에 취항하겠다고 밝혔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중·단거리 노선만으로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저비용으로 유럽, 북미 등에 가려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항공기 보유 대수를 50대까지 늘리기로 한 티웨이항공도 전체 대형기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LCC 중 유일하게 400석 규모의 대형기를 보유한 진에어는 2015년 하와이에 이어 지난해 호주까지 노선에 확장했다. 제주항공도 지난달 제휴사인 세부퍼시픽을 활용해 ‘인천~필리핀~호주’ 노선을 내놨다. 에어부산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대형기 A330을 인수해 중·장거리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LCC들이 중·장거리로 시장을 넓히려는 것은 플라이양양, 에어로K 등 신규 LCC들이 출격 준비 중이라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 성장 속도보다 경쟁자 수가 더 빨리 늘고 있다”면서 “중장거리로 진출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대형 항공사와 경쟁이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의 최대 장점은 싼 가격이지만 비수기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면서 “비수기 때는 대형 항공사들도 항공권을 싸게 내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장거리 노선을 운영 중인 진에어는 지난해 비수기인 2분기(72억원)와 4분기(79억원)에 적자를 기록했다. 안전성과 인력 확보도 어려운 문제다. 대형 항공업체 관계자는 “여전히 LCC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장거리는 대형 항공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대형기를 운영하려면 조종과 정비, 교대 근무 인력까지 소형기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각사가 그런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4차 산업혁명, 대학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 대학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가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정책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창의성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한다고 계속 언급되어 왔지만 실제 교육 측면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현 정부에서는 새로운 교육정책으로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을 새롭게 선보였지만 과거 교육정책의 제도적 개선일 뿐, 새로운 형태의 교육 정책은 아니다.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창의성과 상상력을 지닌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난 4월22일 열린 ‘미래융합교육학회 창립총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 교육혁신방안에 관하여 몇 가지 제언을 했다. 미래융합학회 신종우회장(신한대교수)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교육제도로 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양성을 위한 차별화된 융합형·창의형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시대에 맞게 계속적으로 제시하는 대학은 적자생존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초연결·초지능 사회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전문인재(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인공로봇, 증강현실, 가상현실, 3D 프린팅 등)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제도의 틀로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수 충청대 전기전자학부 교수는 ‘초연결융합무경계 교육’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사회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융합되고 분야별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사회, 이른바 ‘초연결융합무경계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모든 지식정보 분야와 삶을 공유해야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한 물음이 이어질 텐데, 그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은 인간의 감성과 초월의식에서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공학·예술·문화·인문 지식을 초연결융합무경계로 교육화하는 대학 교육방안을 제언했다. ■발 빠른 대학들, 미래선도 신기술관련 교육과정 신설과 새로운 교육제도 도입 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대학의 교육시스템이 대폭 변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드론학과’와 같은 학과를 신설하고, 분산되어 있던 기존의 학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나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통한다. 정치․의료․IT․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중심에 4차 산업혁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앞으로의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선언한 이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무인운송시스템 - 드론’의 등장은 전 세계의 유통구조에 무인운송시스템과 같은 변화를 예고했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신기술의 등장과 성과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더 가까워졌음을 말해준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산업구조와 사회 변화 속에서 대학들 역시 전략들을 마련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되는 청년실업과 더불어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4년제 일반대학은 물론 전문대학 역시 ‘인재양성’이라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학들이 마련한 대응책들은 모두 저마다의 명칭과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최종목표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학 학과 및 구조 개편, 4차 산업혁명 이끌 10개 기술을 중심으로 대학들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신기술 교육을 위해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에 돌입했다. 변화의 내용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10개 기술이 중심이 됐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드론을 중심으로 한 무인택배시스템 ‘드론택배’를 선언함과 동시에 드론택배 이외에도 드론을 활용한 영상촬영 또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인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대경대학교는 2016년, 국내 최초로 ‘드론학과’를 설립했다. 작년 기준, 25명 정원에 7:1의 경쟁률을 보인 대경대 드론학과에는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3명의 학생들이 있다. 로봇공학분야는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로봇공학과’와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동국대학교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과 같이 이미 전공학과를 개설하여 로봇공학분야 인재를 양성 중이다. 대학 내의 학과 개설과 더불어 산업체와 협력하여 신기술 분야를 탐구하는 대학들도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기판 위에 단결정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웨이퍼 위 ‘대면적의 단원자층 비정질 그래핀 합성’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성균관대학교는 영국특허청을 기준으로 147건의 그래핀 특허로 ‘그래핀 특허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D 프린팅 분야에서는 대림대학교가 3D 프린터 제조기업 ‘센트롤’과의 산학협력을 실시 중이다. 센트롤은 지난달 22일, 대림대학교에 센트롤 SM350을 납품했다. 센트롤 SM350은 앞으로 대림대학교의 3D 프린팅 전문 교육과정 개설과 인재 양성을 위해 활용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학의 신기술 교육, 더 이상 이과계열 학생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올해부터 ‘휴마트 교육’을 통해 전문 교양강의를 개설하여 문과계열의 학생들 역시 기초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성태 대학발전연구소장 sungt5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개혁 넘어 환골탈태 필요한 국방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개혁 넘어 환골탈태 필요한 국방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수많은 전쟁을 거듭하면서 인류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무기를 다듬고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도했던 국가들은 역사의 주인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대부분 도태되거나 참담한 비극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군대가 국토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발전시켜야 한다. 전략이 뒤떨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무기가 뒤떨어진다면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투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군은 외형적으로는 규모와 전력(戰力) 면에서 세계 10위권 이내의 강군(强軍)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군사전략과 뒤떨어진 개념의 무기체계, 그리고 기형적 군 구조로 인해 미래 안보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켜내기 어렵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새 정부는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하고 나섰다. 기형적 군대의 ‘최강 치트키’ 60만 대군을 유지하며 매년 4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한국군은 외형적으로 볼 때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즉 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을 제외하면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0만 이상의 병력과 1500여 대를 훌쩍 넘는 3세대 전차, 2000문에 가까운 자주포와 500여 대의 헬기를 보유한 지상군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초강대국에 견주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가공할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군은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한 중대형 전투함 수십여 척과 고성능 잠수함을 20여 척 가까이 보유한 전력을 운영하고 있고, 공군에는 F-15K와 KF-16 등 200여 대 이상의 신형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까지 버티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안보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전쟁이 발발해 전 국토가 불바다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하고, 중국이 사드 보복 운운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면 중국에게 얻어맞을까 두려움에 떨곤 한다. 이는 국민들이 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이 처한 안보 환경의 특수성, 그리고 지난 수십 여 년 간 우리 군 수뇌부를 지배해 온 동맹에 대한 과잉 의존성, 여기에 더해 지난 30여 년간 군의 헤게모니를 틀어쥐어 온 특정 군의 자군 이기주의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한국이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국가라면 현재 수준의 군사력만으로 지역을 제패하고 강대국 대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은 핵으로 무장하고 거대한 병영국가 체제로 유지되는 현존 최악의 범죄 정권과 대치하고 있고, 인접한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가진 강대국들뿐이다. 주변 안보 환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국민들 스스로 “우리 군사력만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다”는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 동맹에 대한 군 수뇌부의 과잉 의존과 특정 군의 자군 이기주의 역시 우리 군을 사상누각(沙上樓閣)의 군대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6.25 전쟁 이후 한국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지상전은 한국군이 맡고, 해·공군은 미군이 맡는다는 고정관념 속에 살아왔다.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60~70년대에는 전투기와 군함을 구입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니 가난한 한국군은 지상군 위주의 병력 집약적 군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했다. 그 결과 한국군은 전체 병력의 3/4 이상이 지상군인 기형적 형태의 군대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크게 발전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이후에도 한국군은 해·공군에 대한 투자에 소홀했다. 12.12 쿠데타 이후 확고부동하게 헤게모니를 장악한 군내 기득권 세력은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들고 나오자 수천 문의 자주포를 만드는 대응책을 내놓으며 세(勢)를 더욱 불렸고,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들고 나오자 수 백기의 지대지 미사일을 만드는 카드를 꺼내며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 대비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시용(戰時用) 군대가 아니라 세를 늘리고 과시하기 위한 전시용(展示用) 군대를 만들다보니 한국군은 덩치만 비대할 뿐 북한은 물론 주변 그 어느 나라와 싸워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허울뿐인 군대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비한다며 만든 대규모 포병전력은 외형적으로는 이미 노후화된 북한 포병 전력을 질적으로 압도했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포병 전력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탄약 재고가 턱없이 부족해 통제보급률(CSR·Controlled Supply Rate)에 따라 하루에 정해진 양만큼만 포탄을 써도 며칠 못가 탄약이 떨어져 장기전을 수행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중 전력은 최신 4세대 전투기를 다수 보유한 막강 전력으로 홍보되지만, 보유 전투기의 절반은 노후 전투기이고, 자체 전력만으로는 지하 수십 미터에 강화 콘크리트 방공호를 지어놓고 버티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효과적으로 타격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바다에서는 최근 건조된 한국형 구축함과 신형 호위함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현역 전투함들이 싸구려 음파탐지기를 달고 수중 위협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위풍당당한 한국형 구축함들의 미사일 발사대는 적지 않은 수가 텅텅 비어있거나 미사일이 채워져 있더라도 한 번 쏜 뒤 다시 채울 재고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다와 하늘에서 현대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비축 탄약과 물자가 부족해 전쟁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군 수뇌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의 ‘치트키’(Cheat code)를 가지고 있다. 바로 ‘연합전력’이다. 탄약과 물자가 부족한 것은 사전배치전단과 주일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것을 끌어다 쓰면 되고, 수송기와 헬기가 없어 적지 후방에 ‘공수’를 못하는 ‘공수특전여단’은 미군 수송기와 헬기를 지원 받으면 된다. 텅텅 비어 있는 군함의 미사일 발사대는 미군 보급함에서 미사일을 보급 받아 채우면 되고, 평양 지하 수십 미터의 김정은 전쟁 지휘소는 미군 폭격기와 벙커버스터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 필요한 건 연합자산을 가져다 쓰면 된다는 이 논리는 정보자산이나 해·공군 전력 강화를 위한 소요제기를 깔아뭉개고 특정 군이 예산과 보직 등에서 절대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기형적 군 구조를 만드는데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안보-자주성 교환 모델(Autonomy security trade-off model)에 따라 한국군은 미군에게 의존하는 만큼 자주성을 잃어야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미국제 무기를 구입하는데 지출해야 했으며, 한미 안보 협력을 논하는 자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우리의 국익과 안보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군내에서 이 같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고, 그렇게 군은 지난 수십여 년 간 점차 머리와 몸통이 따로 움직이는‘기형아’가 되어왔다. 과감한 국방개혁이 필요한 때 지난 10여 년 사이 한반도 안팎의 안보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고 위중하게 변모했다. 북한의 군사 위협은 재래식 군사 위협을 넘어 4세대 전쟁 수행을 위한 비정규전·사이버전 영역까지 확장됐고, 여기에 더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카드도 추가됐다. 급격한 세력 팽창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급속도로 군사력을 강화하며 한국의 해양주권과 권익을 침탈하는 것은 물론 경제 보복과 군사적 압박을 통해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법령을 개정한 일본은 군국주의의 빗장을 조금씩 풀어가며 주변국을 겨냥한 공세적 군사력 증강에 여념이 없다.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해법 논리, 그리고 군 구조가 60~8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군으로는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국민들은 안보 불안 상황이 발생하면 발 뻗고 잘 수 없는 상황이다. 10여 년 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을 통해 군 수뇌부를 질타했다. 그는 스스로 군 수뇌부가 작전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국방장관, 참모총장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거들먹거린다며 이러한 군 수뇌부의 행태는 직무유기이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보여주었다.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으로 갑종장교 출신인 조영길 장관을, 두 번째 국방장관으로 해군 중장 출신의 윤광웅 장관을 기용해 고강도 국방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국방개혁의 핵심은 미래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육군 위주의 군 구조를 해·공군 중심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해군력과 공군력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결국 국방개혁에 실패했다. 5년에 불과한 임기로는 개혁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오랜 시간 단단하게 고착화된 군내 헤게모니 구도 타파는 장관 하나 바꾼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개혁은 이제 더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안보 위협의 양상이 바뀌었고, 그 상황이 대단히 위중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개혁을 미루다가는 국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내부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고 과거 북한 군사위협의 잔상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이고 기형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동안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전략적 무기뿐만 아니라 기존 한반도 전장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재래식 무기들을 속속 내놓으며 재래식 전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가령, 북한이 핵미사일로 후방 전략시설들을 타격하고, 방사포와 특수부대로 주요 지휘소와 공군기지를 제압한 뒤 전면 남침을 감행하면 손발이 묶인 한국군으로서는 이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주변국 위협도 문제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 위협은 점차 노골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이라는 보호자가 사라지면 언제든지 한국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일 양국이 한반도를 노리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 자원도 자원이지만, 점차 격화되어 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반도는 완충지대이자 상대방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관 하에 중·일 양국이 한국의 주권과 권익을 침해하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재의 한국군 전력으로는 막아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이들 국가가 제주 남방 해역에서 한국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시도한다면 현재의 해·공군 전력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렵고, 일본이 자위대를 동원해 독도를 무력으로 점거하더라도 현재의 군사력으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보 위협의 변화 양상을 꿰뚫고 이에 상응한 적절한 군사전략과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군대는 전쟁에서 반드시 위태로워진다. 고려 말 정지(鄭地) 장군과 임진왜란 직전 이순신 장군은 앞으로의 안보 위협은 바다로부터 올 것이니 바다에서 오는 위협은 바다에서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방왜해전론’(防倭海戰論)을 펴고 이를 위해 해군력을 정비할 것을 강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조선은 전 국토가 전란의 참화에 휩싸이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 역시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 구조와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반드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안보 환경을 뒤흔들 수 있는 위협은 대부분 바다에서 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지상군 중심의 군 구조를 탈피해 강력한 원거리 투사 능력과 방어 능력을 갖춘 해군력과 이와 보조를 맞추는 공군력 중심으로 군사력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의 선봉장은 당연히 바다와 해군을 가장 잘 아는 해군 출신이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며,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풀에는 이러한 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들이 있다. 그 중에서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의 경우 비록 능력 이외의 부분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에 휩싸여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국방장관이 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낙마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세력까지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송 후보자의 군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신념, 추진력은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위중하다. 군 통수권자의 강력한 군 개혁 의지, 그리고 미래 전장 환경에서 필승의 전략을 가진 개혁적 국방 수장, 나아가 개혁에 국민적 열의와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기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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