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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 전략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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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루넷인수 명암’ 두CEO

    ‘하나로텔레콤의 윤창번과 데이콤의 정홍식’. 윤 사장은 치밀함에서, 정 사장은 저돌적인 면에서 장점을 가졌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법정관리 중인 초고속인터넷업체 ‘두루넷’ 입찰에서 하나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되면서 명암이 갈렸다.‘벼랑끝 싸움’이 끝난 두 CEO는 향후 통신사업의 해법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윤 사장은 두루넷을 품안에 거의 넣게 됨으로써 ‘통신업계 풍운아’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졌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하나로가 유선통신시장의 구조조정 중심에 서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통신시장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난달 제주에서 입찰가를 묻자 “한껏 베팅할 것”이라고 호언스럽게 내뱉었다.“필요해서 사고 투자한 만큼 시너지를 내겠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KT가 호령하는 통신업계에서 틈새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한계다. 인터넷영상전화 등 융합(컨버전스) 서비스전략을 호기로 활용해야 하는 묘책이 필요한 것이다. 정 사장은 암담한 현실에 말이 없다. 상황이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데이콤의 서비스 상품이 기업 위주이고, 시너지를 예상했던 파워콤 활용 방안도 썩 희망적이지 못하다. 두루넷 인수전 과정에서는 그룹 차원의 지원(돈)이 없었다. 돈이 없으니 전략을 세울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와의 컨소시엄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진행돼 ‘페이퍼 컨소시엄’이란 말이 나돌았다. 정 사장이 왜 이렇게 어렵게 됐는가. 데이콤 경영을 맡은 2003년으로 되돌아가 보자.LG그룹 정보통신 총괄사장 때 하나로통신(하나로텔레콤) 경영권을 외자인 뉴브리지-AIG로 넘기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LG가 통신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다시 데이콤으로 옮겨 경영 정상화의 키를 잡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LG가 정통부 차관을 지낸 정 사장의 인맥이 많다는 이유로 데이콤 사장을 시켰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이 정부에서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 LG 나름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 않았고, 두루넷은 경쟁사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정 사장의 보폭은 무척 좁아져 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조직을 추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준비해둔 서비스 사업도 예정대로 시작할 태세다. 두루넷 인수 실패에 대비한 자회사 파워콤의 망을 일반인에게 소매하는 방안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부가통신 사업자와의 사업 협력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내외·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종합통신사업자로 소매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면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갈망하듯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사설] 주목되는 삼성 - 소니 특허 공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 1990년 이래 미국에 출원한 특허 2만 4000여건을 공유함으로써 전자제품의 생명인 표준화에서 우위를 점하게 됨은 물론, 기술 개발과 특허 분쟁에 따른 소모전에서 벗어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으로 꼽혔던 소니가 삼성전자와 선뜻 손을 잡은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맹렬한 기세로 뻗어나는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제품 개발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특허 공유 협약은 현재 특허분쟁이 진행 중인 LG전자와 마쓰시타, 하이닉스반도체와 도시바 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지역간, 국가간 경제블록체제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기업들간의 ‘합종연횡(合從連衡)’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존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적에게도 안방을 내줄 수 있는 것이 기업들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부가 독려하는 투자와 잠재성장력 확충, 일자리 창출도 새로운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여봐야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국경의 벽을 넘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규제의 장막을 걷어주는 한편 연관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산업구조의 당면과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단절된 연결고리도 이을 수 있다. 글로벌시대에 3등은 생존할 수 없다.
  •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 日 강소기업의 힘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 日 강소기업의 힘

    “세계 1위 수준인 일본 대기업의 기술력은 강력한 중소기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들 한다.‘기술의 나라 일본’은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만들어 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인이라기보다는 ‘강소(强小)기업인’이라는 표현이 생겼을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종업원 299명 이하의 일본 중소 제조업체 28만 7514개(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중 10% 이상을 강소기업인이 이끌고 있다. 강소기업인들은 심각한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으로 무장, 무한경쟁에서 일본을 버텨내게 하는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업통계표에 따르면 일본의 제조업체수는 2002년 기준으로 29만 725개다. 그 중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3211개에 불과하고,4인 이상 299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28만 7514개이다.99% 가까운 수치다. 이들 중소기업의 종업원 수가 전체 종업원의 72.4%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사회의 고용에 대한 공헌도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은 57.0%이고, 제조업 전체 출하액 중 51.1%가 중소기업의 몫이다. 이처럼 일본 중소기업은 수치상으로도 강함이 입증된다. ●끝없는 도전 오타구중소기업공단 도쿄의 옛 구로공단격인 남부 오타구는 강소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이 공단은 강소기업의 힘을 실감케 하는 지역이다.13일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한 건물에서 업체별로 4∼6명의 종업원들이 기름때 묻은 기계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가 수두룩했다. 많은 자본이 필요한 금형은 공동의 금형틀을 이용, 작업했다. 세계최고의 항공기 부품을 수작업해내는 사출금형업체도 이름이 자자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공단인 오타구 지역에는 이날 현재 50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조업 중이다. 이 가운데 10% 정도인 500여개 기업들이 ‘경기가 나빠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마구치 가즈히코 ‘오타구산업진흥협회’ 기획홍보팀장이 소개했다. 이 공단에는 거품붕괴가 최고조이던 2000년 전후 ‘줄도산’이 이어져 6000여개의 기업이 통계상으로는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5000여개 업체가 조업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일반기계, 금속제품, 전기기계기구, 정밀기계, 출판·인쇄 등의 업체들로 장기불황을 이겨내고 ‘기술 일본’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마구치 팀장은 “최악은 벗어났고,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공단의 분위기를 전한다. 작업물량은 늘어났지만 이익증가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종업원 9인 이하의 기업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지만 ‘세계일류’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술력은 모험정신이 넘치는 강소기업인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평가다. 이같은 사실은 대기업 단체인 일본 게이단렌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일본 경제홍보센터 사쿠와 도루 차장은 “일본에는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강력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일본 전체 기업의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인들이 기술 일본을 선도한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등 한국의 경제연구소들은 일본이 10년 불황의 수렁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저력이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노력, 그리고 모험정신이 넘치는 강소기업인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일본 강소기업인들의 기술력이 장기불황을 견뎌낸 일본경제의 최대 공헌자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 강소기업들은 1999년 이후 정보통신 기기와 반도체 제조 장치용 기계부품, 프린트기판, 광학렌즈 등에 투자하며 디지털카메라 및 디지털 TV분야에서 대기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주일 한국대사관 서가람 상무관보는 “일본에는 세계 수준의 독자기술과 장비를 갖고 활동하는 종업원 10∼20명의 중소기업들이 매우 많다. 저변이 튼튼하다.”면서 “허름한 공장인데도 사장이 직접 일하면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 전환기 맞은 강소기업인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강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전문가들은 ‘중대 전환기’라고도 한다. 고령의 경영자들이 급사하거나, 과거와는 달리 2세들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가업 계승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소기업의 기술 전수가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일본 중소기업청 백서는 분석했다.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2세 중심이 아닌, 종업원 등 제3자 가운데서 후계자를 선정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사업을 계승하고, 기술력을 보전하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세대교체’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기술력에 의한 대출 전환도 난제중의 난제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생존전략의 하나로 해외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해외 자회사 설치 등 직접투자를 돕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해외생산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 해외기업과의 업무제휴를 권장하고 있다. 물론 내수부진 탈출을 위해 강소기업 중심으로, 기업 자체의 노력에 의한 해외 진출도 적지 않다. taein@seoul.co.kr
  • 포스코, 아웃소싱 ‘술렁’

    올해 영업이익 4조 8000억원이 예상되는 포스코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고용불안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8일 “경비와 철도정비, 노무지원, 석도강판 등을 대상으로 아웃소싱을 위한 여론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인원 및 사업 부문을 최종 결정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아웃소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창오 사장은 지난달 포스코 직원들의 대표기구인 노경협의회를 대상으로 아웃소싱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포스코는 그러나 강압적인 아웃소싱을 실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직원들이 원치 않을 경우 생산직 부문으로 인력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윤석만 부사장은 “아웃소싱의 기본 조건은 직원들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급여 및 후생 복지는 포스코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아웃소싱 추진에는 향후 급변할 세계 철강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 특수가 2007년을 고비로 끝나는 데다 신일본제철 등 경쟁업체들이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과잉 인력으로는 지속적인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또 비핵심분야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 창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효과’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인사팀 관계자는 “세계 철강시장은 현재 대형화와 원가경쟁력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미래경쟁력을 위해 경기가 좋을 때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측의 아웃소싱 추진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3년 후부터 연간 500∼600명씩 정년 퇴직이 이뤄짐으로써 자연스러운 인력 구조조정이 가능한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지적이다. 전·현직 포스코 직원으로 이뤄진 ‘포스코노동조합 정상화 추진위원회(노정추)’ 이건기 대표는 “여론 수렴은 사측의 기만행위”라며 “아웃소싱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전·현직 포스코의 임원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측은 아웃소싱 업체로 전직하는 직원 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90년대 아웃소싱한 직원들의 임금은 현재 포스코 직원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정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직원들의 심경을 토로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작성자를 ‘엄동설한’으로 한 직원은 “사측의 공식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이미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만큼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보안직 직원은 “지금까지 회사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일했다.”면서 “그러나 회사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토사구팽과 다름없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열린세상] 개혁의 추진과 사회적 합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개혁의 시대이다. 모든 나라의 집권자들이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영국:의회와 행정부의 책임성, 분권화, 사법개혁’, 일본은 ‘내각기능의 강화와 행정의 슬림화’, 미국은 ‘시민, 결과, 그리고 시장 지향적인 정부’, 독일은 ‘어젠다 2010’을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변화를 선창한 이래, 개혁은 식을 줄 모르는 세계적 물결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개혁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유독 각국의 공공부문은 수출이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정요소로 잔존하게 되었다. 이 공공부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렸고, 이 공공부문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물결로 나타났다. 집권자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개혁은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일인데,‘개혁’이라는 구호를 통해 국가운영의 제반 정책을 탈정치화시키고 자신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이나 작은 조직의 리더조차도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기 일쑤이다. 개혁의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재미있는 차이가 발견된다. 선진국은 예외없이 효율성 제고를 개혁의 내용으로 하는데 반해, 후진국은 부패척결과 참여의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전자가 경제개혁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개혁의 성격을 띤다. 한국의 경우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은 두 상이한 개혁 사이에 이질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어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근사한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왔다.YS정부는 세계화,DJ정부는 구조조정과 생산적 복지를 구호로 내걸었다. 구호 자체는 모두 첨단의 이론을 반영한 근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개혁의 결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정권들이 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혁의 피로를 느끼는 일부 사람들은 아예 개혁의 유용성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의 개혁주체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지만,IMF경제위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지도자들에게 권리를 백지위임하며 희생한 국민들의 기대에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추진주체의 도덕성, 개혁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개혁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치밀한 계산과 과실의 배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허점이 생기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개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4대 국정운영의 원리를 제시하며, 개혁의 프로그램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개혁의 추진과 성과는 미미하고, 집행력에 벌써 상당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개혁주체들이 참여정부의 상대적인 도덕성을 과신하며, 사회적 합의와 집행전략의 계산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의 전선이 너무 넓고 사회적 균열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개혁의 전선을 통합적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단지,‘과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써는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발전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내는 민족’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실제로 국민에게 신바람을 일으킬 만한 상징적 가치와 정치적 가능성을 보유하는 존재였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왜 그러한 가능성이 사장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英 침략행각 고스란히… ‘포트 해밀턴’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해군 함정과 상선이 거문도에 드나들었고,1885년부터 1887년까지는 해군이 기지를 두었다. 그 동안과 그 후 몇 해 동안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이 섬과 근처 해역에서 사망하여 섬에 묻혔다.1886년에 사망한 2명과 1903년에 사망한 1명의 해군 병사의 기록은 비문에 새겨져 있으나 나머지의 묘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으로 병기한 거문도 영국군 묘지에 가면 ‘주한 영국대사관, 한·영협회, 영국부인회는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3년 이 패를 세웠다.’는 동판이 세워져 있다. 묘지의 주인공에만 관심을 갖는 위 기록으로 보면 워낙 표현이 온건하여 영국군이 잠시 나들이라도 나왔다 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거문도 무단점령은 두 말할 것 없이 제국주의적 침략 행각이었다. 거문도는 남해안과 제주도의 중간에 있는 섬으로 대한해협과 대마해협의 문호에 해당한다. 영국은 일찍이 거문도를 주목,1845년에 사마랑을 보내 탐사를 한 뒤 해밀턴항으로 명명했다. 서구열강은 이곳이 동북아의 군함과 무역선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1866년 미국의 아시아함대 슈펠트 제독도 5일간의 정밀탐사 끝에 ‘해군기지로 손색이 없다.’고 결론내렸다.1878년에 이곳을 다시 찾은 영국 실비아호 선장 존은 아예 ‘영국이 이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항을 찾던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한 대응이란 관점에서 무단점령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해석상의 명분일 뿐이다.35세에 외무차관,39세에 인도 총독, 후일 옥스퍼드대학 총장이 된 커즌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에 관해,“블라디보스토크나 나가사키 사이에서 함부로 차는 축구공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거문도 점령은 동아시아에서의 거점확보가 핵심 의도였다.1885년 영국군은 거문도를 해군기지화하면서 22개월간 장기 점령한다. 김윤식 등 조선정부의 요인들은 보고를 받고도 섬의 위치조차 몰라 강화도 앞의 주문도와 착각하기도 했다. 조선정부의 무능이 이 정도였다. ●섬 3개 사이 만 숨어있어 군항에 딱 이 엄청난 국제적 사건을 이해하려면 한번쯤은 이곳에 들러봐야 한다. 거문도엘 가다 보면 뱃길을 따라 초도, 손죽도 등이 펼쳐져 이곳이 다도해임을 누구나 알게 된다. 동·서도가 삼산교라는 교각으로 연결되며, 그 가운데에 고도(현재의 거문리)가 자리해 삼산도(三山島)라 불렸다. 등대로 가다 보면 3개의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늑한 만이 요새처럼 숨어 있어 군항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은 어렵지만 중간 연락항으로는 그만이다. 영국이 욕심 낸 이유를 알 만하다.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전시장과도 같은 섬 거문도. 영국군 묘역 바로 아래 바닷가에는 중국과 통신하던 해저 케이블이 남아 있다. 당시만 해도 전선(電線)은 ‘제국주의 침탈의 동맥’이었으니, 이는 본국과 교통하며 우리나라를 삼키려 한 야욕의 증거이기도 하다. 집단취락의 흔적인 일본식 여관, 소화13년(1938)에 건립한 거문항 확충비, 삼도(三島)신사터 등 식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마구치(山口縣)현의 기무라 추다로(木村忠太郞)가 무인도를 개척하여 거문리를 조성한 까닭에 왜인들 사이에서는 더러 ‘목촌(木村)의 거문도’라거나 ‘왜도(倭島)’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왜인 후손들이 일본에서 ‘거문도회’를 조직, 이따금 이곳을 찾아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니 그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삼치와 고등어, 갈치잡이가 주업이다. 일본인도 예전에 이곳에서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그 고등어가 이곳에 ‘거문도 파시’를 열었다.5월말에 시작,10월까지 파시가 이어졌는데, 이 전통은 일제시대부터 76년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0∼70년대에는 겨울 동안에 삼치파시도 이어 열렸다. 고등어와 삼치가 한창 들던 60∼70년대는 거문도의 전성시대였다. ●60~70년대엔 고등어·삼치 많이 잡혀 이곳에서 어획된 삼치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창 삼치가 들 때는 배 한 척이 출어해 보통 2∼3t, 많게는 6t까지 잡아 올리기도 했다. 경남 통영이나 삼천포 등지에서 200여척의 배들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17세부터 어업에 종사해온 정복래(81)씨는 ‘파시평(波市坪)’이란 역사적 용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말뜻을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에서 동·서도를 잇는 삼선교까지 이런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술집은 말할 것도 없고 옷과 비단, 신발가게에 강진 칠량에서는 옹기배까지 찾아들어 고기와 물물교환을 했다. 거나한 술판에 싸움 잘 날이 없었던 때도 이 무렵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 유곽이 들어차 포구에 창녀들이 진을 쳤다. 당시 거문리에는 우물이 12곳이나 있어 수백 척의 배들이 몰려들어도 식수 걱정이 없는 곳이었다. 영국군이나 일본인이 동·서도를 마다하고 굳이 거문리로 몰려든 것도 풍부한 식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거문도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삼치를 더 가깝게 기억한다. 고등어 잡이가 경상도 선망배에 의해 독점되었고, 그 선망배들은 밤에 작업한 뒤 낮에 잠깐 항구에 들러 물만 얻어 싣고 떠나 주민생활과 깊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고등어는 모두 부산에 모였다. 그렇지만 폭풍이라도 불라치면 이곳에는 인근의 고깃배들이 몰려들어 며칠씩 묵어가는 바람에 골목길이 흡사 장터 같았다. 한 척에 수십명이 타던 시절, 어선 수십 척만 들이밀어도 그들이 푸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며 거문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어로선단이 몰려들지도 않았고, 많은 거문도 사람들이 원해나 원양어선을 타고 외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로지 갈치잡이만 성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말린 갈치나 생갈치 위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여기서 솟구친 의문 하나. 왜 60∼7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어획고를 올리던 거문도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대일 청구권자금에 의한 노후 선박과 그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다리며 잡던 어업’에서 ‘쫓아가 잡는 어업’으로 변신, 단기간에 엄청난 어획량을 올렸으나 그만큼 어자원은 급감했다. 여수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김진영 박사의 말을 듣자.“삼치나 고등어는 떼를 지어 움직이는 외해종(外海種)이다. 서식 공간은 정해져 있고 먹이도 제한돼 있어 이들 어류는 자기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고등어를 우리는 연간 20만∼40만t씩 잡아 올린다. 엄청난 양이다. 치어기의 생존 조건이 좋으면 일시적으로 급증하기도 하지만 어류 번성의 주기는 2∼3년이다. 확실히 우리의 ‘어획 강도’가 너무 높다. 샅샅이 뒤져 씨를 말리는 ‘완전어획’으로 연안을 찾아든 외해종 치어까지 모조리 잡아버려 결국 어자원 고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은 ‘느림의 철학’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들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을 터이니 작은 놈들까지 싹쓸이할 것이 뻔한 이치 아닌가. 자원이 고갈되면서 우리는 고작해야 1년생 고등어를 사먹고 있으니,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서 말한 바 ‘소년어’를 잡아먹고 사는 격이다. ●또 하나의 명물, 100년된 등대 거문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거문도 등대이다. 백도의 아름다운 절경도 소중하지만 이 섬의 역사를 알려면 이 등대를 찾는 게 훨씬 정확하다.1905년에 세워진 등대이니 내년이면 100년. 열강이 각축하던 100년 전에 등대가 세워졌다는 것은 거문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등대로 가는 바닷가 벼랑길은 지나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동백나무 터널을 수백m나 통과해야 한다. 등대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만한 숲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한준봉(56) 소장은 “등탑 자체가 문화유산 감인 데다가 숲조차 뛰어나서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해양수산부에서 거액을 들여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등대지기의 삶은 고달프다. 한 소장도 평생 오동도와 백야도, 소리도, 거문도 등 등대만을 돌아다녔다. 그는 아내의 출산 경험담도 털어놨다. 병원없는 절해고도에서 애를 낳는 바람에 자신이 직접 탯줄을 자르고 뒤처리까지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앓기라도 할라치면 장장 6∼7시간이나 배를 타고 여수까지 나가야 했다. 이렇듯 등대지기의 애환은 끝이 없다. 이곳에는 한 소장 말고도 김계인(54)·한현성(29)씨 등 2명의 등대원 ‘홀아비’들이 더 있다.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한씨는 총각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자 “등대에서 살겠다는 아가씨만 있다면….”이라며 말꼬리를 감춘다. 농촌 총각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남들 모르는 ‘등대총각’은 어쩌랴. 혹시라도 동백꽃 피고 지는 등대섬에서 살 뜻이 있다면 누구든 나서 보시라. 마침 관사도 비어 있어 새 삶에 운이 트이기도 할 것이니. 단, 등대의 삶이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것. 영국군 묘지, 등대 100년, 일본인 어촌은 언뜻 무관한 항목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문도 위쪽 손죽도에는 왜구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이대원 장군의 사당이 있으니 이 역시 외세와 관련된 역사의 일부이다. 구한말 거문도의 지식인이었던 귤은(橘隱)은 거문항의 만(灣)을 삼호(三湖)라 명명했다.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뜻인데, 실제로 거문도는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 [책꽂이]

    |유아·아동| ●순록의 크리스마스(모 프라이스 지음, 한강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산타할아버지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기까지의 유쾌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4세 이상.8800원. ●곰아(호시노 미치오 글, 진선 펴냄) 알래스카 빙하의 사계를 배경으로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사진시집. 초등 저학년까지.8000원. ●하마는 엉뚱해(허은실 지음, 웅진닷컴 펴냄) 하마의 특징을 입말체로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정보그림책.5세까지.8000원. |초등·청소년| ●멧돼지를 잡아라(한정기 지음, 다섯수레 펴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초등5학년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의 우정담. 초등3년 이상.8000원. ●유리병 편지(클라우스 코르돈 지음, 강명순 옮김, 비룡소 펴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소년소녀가 유리병에 띄운 편지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 초등 고학년 이상.8500원.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전2권)(햇살과나무꾼 지음, 달리 펴냄)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 봉사하며 사는 이들의 실제 에피소드들을 통해 희망을 배우게 하는 이야기집. 초등3년 이상. 각권 7000원. ●평화는…(캐서린 스콜스 지음, 송성희 옮김, 동산사 펴냄) 소박한 현실사례를 들어가며 평화의 소중함을 웅변하는 그림책.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의 그림. 초등 저학년.8000원. |실용|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허병두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청소년들에게 책읽기 습관을 길러주고, 유익한 책을 골라주며, 책읽기의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현직 국어교사의 제안.1만 3000원. ●나를 인정해줄 한 사람을 만들어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정수정 옮김, 두앤비컨텐츠 펴냄) 외국계 금융기업에서 20년간 인사부장으로 일하며 1000명을 해고시킨 ‘해고킬러’가 들려주는 직장인의 생존법칙.1만원. ●부자 기업 vs 가난한 기업(허민구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부자 기업과 가난한 기업의 차이를 밝히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전략과 방법을 제시.1만 3000원. ●한국최고경영자 9인, 그들에게 배워라(길인수·임순철 지음, 이야기꽃 펴냄)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LG의 구인회,SK의 최종현, 한진의 조중훈 등 9명의 최고경영자를 통해 살펴본 한국형 리더십.1만원. ●기절할 정도로 돈을 버는 절대법칙(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노은주 옮김, 문이당 펴냄) 수많은 회사의 성공사례에서 뽑아낸, 성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 비결을 소개.9800원.
  • 학문에 녹아든 세계화·정보화

    학문에 녹아든 세계화·정보화

    “산 끊기고 물 다하여 길 없는 줄 했더니(山窮水盡疑無路), 버들가지 그윽하고 꽃 밝은 또 한 마을 나오네(柳花明又一村)” (본문 63쪽) 귀 따갑도록 들어왔던 ‘세계화, 정보화의 시대 21세기’. 하지만 정작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대형 얼개그림이 나왔다.‘책으로 읽는 21세기’가 그 주인공이다. 철학, 역사학, 사회학에서 시작해 여성학과 NGO학을 거쳐 영화·광고·애니메이션학까지. 누구랄 것도 없이 쟁쟁한 소장학자 59명이 각 학문분과와 주요 저서에 대한 평가를 각각 19개,76개씩 썼다.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버들가지 그윽하고 꽃 밝은 마을’을 기쁘게 산책하면 된다. 너와 나를 나누어 갈등빚고 대립한 끝에 ‘산 끊기고 물 다 했던’ 것 같던 20세기적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지난해 4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의 말처럼 이 책은 “세계화와 정보화가 어떻게 각 학문 분야에 녹아들었는지”를 다룬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시대 변화를 떠안으면서도 유행에 밀려 가지않는 중심잡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학문 분야가 섞이고 결합해야 한다. 20세기 인류학이 문화의 특수성을 긍정하는 데 치중했다면 21세기 인류학은 이제 외부와의 관계를 다뤄야 한다. 세계화·정보화의 영향으로 종속성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실증주의에 파묻혀 있던 지리학은 축소된 공간의 구조변화에 맞춰 인간주의, 구조주의 사회이론을 접목시키고 있다.NGO학은 연대의 의미를 되새긴다. 전세계적 통합에 맞춰 개별 정부와의 전략적 동맹과 NGO들의 세계적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역사학은 정치사에서 사회사로, 그리고 다시 생활사로 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학, 지리학, 인류학 등 연결된 여러 학문들의 연구법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정치경제학은 안보중심의 비교정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제적인 결합이 세계화인데다 냉전까지 붕괴했으니 아무래도 안보는 이제 뒷전이다. 체제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 체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을 따져야 한다. 한편 환경과학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재앙을 경고만 할 게 아니라 공동의 대책을 논의하는 학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총정리판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숨고르기가 만만찮다. 또 한 편의 글이 200자 원고지 50장 분량쯤이다 보니 평소 관심있었던 주제에는 갈증이, 잘 몰랐던 주제에는 갑갑증이 인다. 원래 안내역이었으니 길잡이를 탓할 바는 아니다. 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저자와 더 읽을 책을 소개해주는 친절함에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세계화와 정보화’가 역사상 최근래에만 있었다는 전제가 깨진다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술발달은 여러 가능성을 만들 뿐 구체적인 방향은 제도와 정책,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몇몇 경제학자들은 아예 증기선과 전보가 고작이었던 19세기말이 경제적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세계화되어 있었다는 실증연구자료를 내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일촌(又一村)을 지나면 또 다시 산 끊기고 물 다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3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신문시장의 최대 위기 봉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 신문과 무가지 등 새로운 경쟁매체의 대거 등장과 독자 감소,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수입 축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일. 각 국의 신문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신문들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는가 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도, 자부심도 팽개친 채 대변혁을 서두르고 있다.‘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란 슬로건 아래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 판으로 바꾸거나 시각적인 신문으로 편집체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신문시장의 현실을 짚어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들은 위기를 호소한다. 신문업계가 취약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독자층의 감소 ▲새로운 매체의 부상 ▲광고수입 감소를 꼽는다. ●일간지 위기는 세계 공통의 현상 관련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차대전 이후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는 습관이 꾸준하게 줄어왔다. 20세를 기준으로 볼 때 1960∼70년대에는 40%가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었지만 80년대 들어 30%로 줄었고 오늘날의 인터넷 세대는 20%만이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이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무가지가 출퇴근길 지하철과 거리에서 유료신문을 밀어내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24시간 뉴스채널, 인터넷 뉴스서비스가 기존 신문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광고수입도 줄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광고수입의 감소도 어려운 문제다. 프랑스의 경우 2003년 인쇄매체의 광고수입은 2000년에 비해 38%나 줄었다. 프랑스에서 최고 발행부수(34만부)를 자랑하는 유력지 르몽드는 2003년 그룹 손실액이 2500만유로에 달했다. 급기야 르몽드 경영진은 지난 9월20일 특별이사회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기자 35명 포함,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었다. 르몽드의 주간 문화전문 섹션 ‘아덴’도 오는 12월22일부터 발행이 중단된다. 프랑스의 유일한 석간신문인 르몽드는 배달비용 절감을 위해 조간 전환을 검토 중이다. 1950년대 하루 100만부 이상 팔리던 대중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는 하루 판매량이 7만부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집트 출신 부호 레몽 라카르에 매각됐다. 그나마 현상유지를 해 온 르피가로는 최근 항공산업 재벌 세르주 다소가 매입했다. 대표적 좌파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기업가 에두아르 드 로칠드와 경영권 인수협상에 들어갔다. ●독자의 변화에 맞춘 변신 시도 독자들은 예전에 비해 수적으로 현격히 감소하기도 했지만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또한 크게 바뀌었다. 이같은 독자들의 기호변화에 발맞춰 신문들은 읽을 거리, 볼거리 위주로 내용을 바꾸고 보다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바꾸려고까지 하고 있다. 영국의 신문시장은 전통적으로 고급지는 대형, 대중지는 타블로이드판으로 구분돼 왔으나 지난해 10월 인디펜던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도시의 독자들을 겨냥해 타블로이드판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잇따라 대형 판형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는 11월1일자부터 기존의 대형 판형을 폐지하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만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에서 영자지의 출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르몽드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발췌,1주일에 한번씩 영자 섹션을 발행해오고 있고, 주인이 바뀐 프랑스 수아르는 프랑스내 외국인과 국내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한 영자 신문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수요와 기대를 정확하게 파악, 지면 개선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뷔르츠부르크에서 발행되는 마인포스트는 신문 발행 당일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리더스캔’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리더스캔은 독자가 특정기사를 읽을 때 스캐너 기능을 하는 전자펜으로 시작 부분과 끝낸 부분을 표시하도록 한 뒤 이 자료를 중앙컴퓨터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젊은 층 정기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뉴스보다는 전국적인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수준높은 문화기사보다는 전날 저녁 TV뉴스에 나온 화제기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사의 도입 문장이 좋을 경우 독자 반응이 좋고, 사진이나 그래픽이 있는 기사가 텍스트만 있는 기사보다 더 관심을 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마인포스트의 미카엘 라인하르트 편집인은 “이처럼 편집을 혁신하자, 종전 7%였던 열독률이 8.5%로 높아졌다.”고 반색했다. lotus@seoul.co.kr ■ 美 “변화만이 살길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경제대국 미국에서도 신문 산업이 어려운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미국 신문의 고전은 ▲독자들의 변화에 둔감한 기자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등 편집상의 요인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영향력 축소 ▲수익성 감소로 인한 노동여건 저하 등 경영상의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문이 독자와 유리됐다” 미국 신문의 발행인 및 편집자 모임인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는 1일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의 신문은 오랜동안 미국인의 신념, 특히 종교적 믿음과 유리돼 신뢰를 잃게 됐다.”는 반성의 글을 올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신문은 211개사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신문 197개사보다 많았다. 이를 부수로 환산하면 2080만부 대 1460만부이다. 특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다수가 케리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완승이었다. 언론계에서는 “리버럴한 성향을 가진 기자들이 미국 사회 주류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신문이 지나치게 정치적 색깔을 부각시킨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뉴미디어의 출현이 독자 잠식 미국의 대표적인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1일 공개한 2004년 10대 키워드 중 1위는 ‘블로그’가 차지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는 미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로 성장했다. 또 네티즌의 기호에 맞는 갖가지 다양한 뉴스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지하철을 중심으로 무료신문도 확산돼 신문 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미국신문협회(NA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4820만부에 달하던 평일판 발행부수는 지난달 4770만부로 0.9% 줄었다. 또 전국 50대 시장에서 신문 구독률은 6개월 전의 53.4%에서 52.8%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요판의 구독률도 61.2%로 6개월 전의 62%보다 축소됐다. ●판매부수 부풀리기도 신문의 영향력이 감소되면서 자연히 수익성도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신문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판매부수 부풀리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의 판매부수는 광고료 산정의 핵심적인 기준이다. 신문사들은 뉴미디어의 등장 등으로 신문 구독자가 줄고 9·11 테러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광고수입이 급감하자 이같은 부당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구독 부수보다 가판대 판매 부수가 집중적인 부풀리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시카고 선 타임스의 경우 각 배급소에 미판매분을 반환하지 말도록 지시해 판매부수를 부풀린 것으로 자체감사 결과 밝혀졌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미국의 신문들은 이같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9일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기사를 줄이고 사진과 그래픽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는 연례 평가회의에서 발행부수가 지난 2년 동안 70만 9500부에서 약 10% 줄었다고 밝혔다. 다우니 편집인은 지난 여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새로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사를 더 짧게 쓰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신문의 디자인 담당자와 편집자들은 사진과 그래픽이 들어갈 지면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SA투데이의 창업자인 알 뉴하스는 지난달 28일 칼럼을 통해 “미국 신문은 진보든 보수든 ‘이념의 망치’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일본 신문에는 광고보다 뉴스가 많은데 미국 신문은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하스는 미국의 신문 사주와 발행인, 편집자들에게 “더 많은 뉴스를 싣고, 친구와 적에게 똑같이 공정하고 예의를 갖춘다면, 신문 값을 올려도 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dawn@seoul.co.kr
  • “은행권 빅3만 생존”

    은행권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생존을 위한 최고경영진 차원의 독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도 서슴없이 내비친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우수인력 스카우트를 위해 해외로 나서기도 한다.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더해 HSBC(홍콩상하이은행)까지 국내 진출을 서두르면서 고조된 위기감이 그 중심에 있다. 우수인력 선발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한국시간으로 1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시장 최대 경쟁상대는 한국씨티은행”이라면서 특히 세계 최대 씨티은행이 각국에서 쌓아올린 소매금융 역량과 노하우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회장으로서 미국까지 찾아온 것도 씨티은행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은행들의 전쟁은 꾸민 말이 아니고 현실”이라면서 “잠재력을 극대화해 제대로 한번 싸워보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강 행장은 “은행들의 전쟁이라는 말에 오해하는 직원들이 일부 있는데, 이들은 여건 악화에 대응하고 경쟁 은행과 싸워 이길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 역시 “사활을 건 대회전(大會戰)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라면서 “내년을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HSBC의 시중은행 인수도 임박했다.”면서 “이렇게 어려울 때 한발짝 앞서가야 진정한 최고은행”이라고 강조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최근 금융환경 변화는 ‘제2의 빅뱅’을 예고하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패러다임 속에서 국책은행으로 안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HSBC, 스탠더드차터드 등 국제 금융시장의 강자들이 속속 진출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은행 등 국내 경쟁은행의 움직임도 발빠르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2005년 10대 금융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업계 판도가 머잖아 상위 3개 은행 중심의‘빅3’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용주 전략기획팀 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으로 국민은행,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5개 대형은행 체제가 됐지만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이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으며 조만간 2개 은행이 선두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시론] 북한핵 불확실성을 관리하라/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시론] 북한핵 불확실성을 관리하라/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서 북한핵 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북한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접근으로 6자회담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핵 회담은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해 왔다.TV에서 특사들과 장관급 각료들의 웃음 띤 악수는 많이 보이지만, 정작 북한핵 위기가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정말 어렵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진정으로 북한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 북한핵 위기의 본질은 북·미관계이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 남한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격의 위치에 놓여 있기에 긴급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핵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핵 불확실성을 통해 각기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김정일정부와 부시정부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정치적 이해타산에 있다. 왜냐하면 북한핵 불확실성이야말로 김정일정부의 생존 기반이며 부시정부의 대동아시아 개입전략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른 채 당분간 지속되는 게 북한에는 유용할 수가 있다. 만약 북한이 핵개발 능력이 없고 그래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선군정치’의 오기로 버티는 김정일 정부는 그야말로 이라크의 후세인 정부에서 보듯이 정권 안보상의 취약성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국의 뒷받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 지배의 일극패권적 국제사회에서 지금처럼 내놓고 미국에 뻗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실하게 검증되는 것도 북한에 결코 이롭지 않다. 일본과 남한 사회에서 반북·반핵 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남북한 경제협력과 북·일간 국교정상화는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은 확실하게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되어 북한핵은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변하게 된다. 남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6개국이 북한핵을 의제로 삼아 자주 만나지만, 모두의 이해관계는 북한핵을 통해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가늠하고 자국의 국제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북한핵을 앞에 내세우고 그 이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찾아 서로 탐색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벌이는 게 6자회담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북한핵 6자회담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북한핵 불확실성에 덩달아 불안해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오히려 북한핵 불확실성이 실재적이고 현재적인 위기로 비화되어 나가지 않도록 지혜롭게 관리하면서 기존의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및 북·일관계 개선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틈새를 노리는 것이 우리의 외교 과제가 된다. 북한이 언제든 핵무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불확실하게 해 둠으로써 언술로는 북한핵 위기를 운위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제원조의 실리와 체제안정을 보장받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태의 진전이 그렇게만 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핵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핵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러한 토대 위에서 북한체제의 안정과 그 결과로서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사실상의 안정’을 어떻게 도모해 나갈 것인가도 우리의 대북정책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 [책꽂이]

    ●베를린에서 18년 동안 부치지 못한 편지(어수갑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989년 임수경 방북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공개수배되면서 10여년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베를린을 떠돌며 살았던 어수갑씨의 산문집.1만 2000원. ●패권인가 생존인가(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오성환 옮김, 까치 펴냄) 지은이는 미국의 대표적 진보학자이자 반전운동가로, 미국의 세계정책,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정책과 그 전략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1만 5000원. ●미식예찬(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지음, 홍서연 옮김, 르네상스 펴냄) 19세기 초의 음식에 대한 담론을 과학적, 철학적, 역사적으로 전개했다. 미각과 미식법, 음식에 관한 일화, 식생활사는 물론 음식에 관계된 고대의 문헌까지 언급하고 있다.2만 5000원. ●고전 읽기의 즐거움(정약용·박지원·강희맹 외 지음, 신승운·박소동 외 옮김, 솔 펴냄) 강희맹, 이이, 박지원, 이익, 정약용, 정철 등 고려 이규보로부터 조선 후기 이상적에 이르기까지 41가(家) 47편의 명문을 쉬운 문체로 풀어썼다.8800원.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1,2(시와키 고타로 지음, 이혁재 옮김, 재인 펴냄) 논픽션 작가인 지은이가 인도 델리에서 영국 런던까지 장장 2만여㎞가 넘는 길을 버스로 여행한 대정정을 담았다. 각권 9800원.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박창석 지음, 한길아트 펴냄) 19세기 영국의 화려했던 빅토리아 시대 말기 예술계 한 편을 장식했던 삽화가 비어즐리의 삽화 및 그 이야기. 비어즐리는 오스카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대중 문예지 ‘옐로북’ 등에 삽화를 그렸다.1만 5000원. ●고유명사들의 공동체(김정환 지음, 삼인) ‘르레상스적 교양을 지닌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시인 김정환의 예술 산문집. 일반 교양서부터 동화와 만화, 문학, 음악, 미술,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9800원 ●윤평중 사회평론집(윤평중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흑백논리의 늪에서 부유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한 철학자의 예리한 성찰을 담았다. 진보와 보수, 송두율과 한국 민주주의, 정치에 중독된 사회, 열린 민족주의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논쟁과 담론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다.1만 3000원. ●로마황제(크리스 스카레 지음, 윤미경 옮김),로마공화정(필립 마티작 지음, 박기영 옮김)‘로마황제’는 로마를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제국으로 건설한 80여명의 로마 황제들의 삶과 업적을 통해 로마 제정사를 개괄한 책.‘로마공화정’은 천년 로마제국을 움직이는 중추이자, 현대 민주주의의 뿌리인 로마공화정 이야기다. 각권 2만 8000원, 갑인공방 펴냄.
  • 물건 팔고 싶으면 ‘USA’ 티내지마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기업 브랜드에서 미국을 지워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색다르면서도 심각한 과제를 던져줬다. 전세계적으로 고조되는 반미 분위기 속에 앞으로 4년간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국가 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는 “미국이 부시의 재선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졌다.”면서 “이제는 세계의 소비자들로부터 오는 ‘역풍’을 기다릴 차례”라고 말했다. 안홀트는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정부와 유엔, 세계은행 본부의 브랜드 이미지를 자문해주고 있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브랜드 전문가이다. 안홀트는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2.0’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세계속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각국의 반대가 너무 심해 미국의 기업과 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안홀트는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화 시대에도 기업의 상품은 국가 브랜드의 후광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만든 품질좋은 현대보다 독일이 제작한 BMW가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 벨기에 초콜릿이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 영국산보다 훨씬 잘 팔리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안홀트는 현 단계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뚱뚱하고 오만하고 석유를 탐닉하며 권력에 굶주린 카우보이’라고 규정하고 “현재 세계 최고 브랜드의 63%가 미국 기업의 것이지만 4년 뒤에는 얼마나 남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광고업계, 학계 및 정책담당자 연합체인 BDA의 카리 에그스퓨얼러도 “반미감정이 전세계 지역과 산업분야 전반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홀트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코카콜라에 대항해서 어느 나라에 ‘메카 콜라’라는 상품이 등장하는 식의 대응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대응이 성공할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한 뒤 “예컨대 독일의 레스토랑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지 않는 식의 반응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안홀트는 이에 대해 “하루빨리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벗어던져라.”고 충고하고 기업 고유의 브랜드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사업의 운명이 달린 것처럼 윤리적 경영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에그스퓨얼러도 “현지 시장을 샅샅이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반미감정도 시장 조사의 주요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번호이동 3차대전 ‘전운’

    내년 1월부터 LG텔레콤 고객들도 자기 번호를 유지하면서 SK텔레콤이나 KTF로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게 되면서 이통 3사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SKT나 KTF는 겉으로는 “LG텔레콤 고객이 600만명도 채 되지 않아 과거 1,2차 번호이동 때와는 달리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생존의 마지노선’인 600만 고객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인 LGT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LGT는 18일 현재 595만명으로 고객을 늘려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SKT,KTF는 올 들어 LGT에 각각 79만명,17만명의 고객을 빼앗긴 터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해야 할 상황이다. 칼은 SKT가 먼저 갈기 시작했다.SKT는 최근 LGT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번호이동성 시범서비스 체험단’을 모집하고 있다. 체험단은 019번호를 유지한 채 SKT로 미리 서비스를 바꾼 뒤 통화품질이나 네이트 등을 체험한 뒤 불편한 점이나 개선사항 등을 모니터링한다.SKT는 체험이 끝난 고객에게는 현금 25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체험단은 자동으로 SKT로 옮겨와야 한다. 사실상 LGT 고객 500명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KTF 관계자도 “SKT 고객에 한해 번호이동이 시행된 올초 같지는 않겠지만 LGT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중”이라고 밝혔다.LGT는 지난달말 남용 사장을 비롯, 이사회 멤버와 실본부장 전원이 참가한 가운데 경주에서 ‘전략워크숍’을 갖고 번호이동 개방 하에서의 가입자 유지 전략 등을 논의할 정도로 초비상 상태다. LGT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와 비교우위에 있는 모바일뱅킹 ‘뱅크온’, 전략 단말기 확충 등을 통해 600만명을 유지하고 나아가 800만명으로 고객을 늘린다는 방침이다.LGT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인 발신번호표시 요금을 현행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올해 초 LGT 도약에 큰 힘이 됐던 8만 LG 계열사 임직원들의 ‘동참’을 다시 한번 호소하는 것도 유효한 카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임영숙 칼럼] 민족과 동맹 사이 2

    [임영숙 칼럼] 민족과 동맹 사이 2

    20일 칠레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진용이 온건파 대신 강경파로 짜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LA) 발언으로 행여 정상회담이 파탄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무력행사는 협상 전략으로서의 유용성을 제약받을 수밖에 없으며 봉쇄정책도 결코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북 무력행사는 한국 국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외부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재선된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강경책으로 갈 가능성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5월 ‘민족과 동맹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쓸 때는 지금과 정반대 상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을 들어 북한이 반발할 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되 북한의 위협이 증가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으며 남북 경협도 북핵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북한은 이에 발끈해 “남측이 핵문제요, 추가적인 조치요, 하면서 대결 방향으로 나간다면 북남 관계는 영(0)으로 될 것이다.”라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지난해 북한이 그랬듯이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파행으로 몰고 갈까. 아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랬듯이 불쾌감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LA 발언은 비외교적인 표현의 문제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 핵의 분명한 폐기를 요구하면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한국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그 뜻이 왜곡되지 않게 잘 전달해야 한다. 아울러 LA 발언에서 빠진 동맹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만든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 미국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미국의 공포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위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북 제안을 도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배제를 선언할 수 있다면 큰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듯이 이번에도 미국의 태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LA 발언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것이 된다. 민족과 동맹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다. 북한과 미국, 민족과 동맹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오가는 중재자 역할은 한국의 운명이기도 하다.‘어설픈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확실하게 동맹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인 만큼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햇볕 정책’이나 ‘개성공단’모두 미국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결국 상당부분 우리 뜻대로 진행해 오지 않았던가. 북한도 6자회담 조기개최에 적극 호응하고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살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필 ysi@seoul.co.kr
  • 10·28 대입안 이후 사교육시장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따라 사교육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초·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는 ‘경기고반’,‘숙명여고반’ 등 학교별 내신 대비반이 속속 편성되고 있다. 맞춤형 사교육인 셈이다. 불황과 맞물려 프랜차이즈 학원들의 재계약률이 떨어지면서 학원강사 모집 경쟁률은 수백대 1로 치솟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재수생 대상인 대입 종합학원들은 수강생 미달사태를 우려하며 치열한 생존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3 대상 겨울방학 선행학습도 극성 강남 대치동의 C학원은 내년 3월 새학기에 맞춰 인근 경기·개포·영동·경기여고 등 학교별 내신대비반을 개설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에게도 ‘2008학년도 내신에 대비해 선택과목 중심의 커리큘럼과 중간·기말고사 범위를 선행학습한다.’는 광고지를 돌리고 있다. 이 학원은 중3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내신대비반 강좌도 마련했다. J논술전문학원은 기존의 언어·논술 영역을 확대해 문학과 비문학, 논술과 구술까지 가르치는 내신반을 새롭게 편성했다. 이 학원의 학부모 설명회에는 이미 신청자가 넘쳐 대기자 명단에 올려도 참석이 불가능할 정도다. G학원은 새 대입제도가 확정된 뒤 고교내신 선행학습반 등 새 과정을 개설하고 국어·영어논술과 수학구술 과정을 강화했다. 학원 관계자는 “이번 중3부터 대학이 변별력을 위해 논술·면접시험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선행학습 과정 등을 대거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수능반 위축 예상… 대형학원도 생존경쟁 내신 비중이 커지고 수능이 약화된 새 대입제도로 재수생 감소가 예상되면서 종합학원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학생 때 수능 1등급을 받아놓으면 예전처럼 재수의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일 컨설팅 이사는 “수능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대형 학원들도 현행 대입제도가 살아있는 2년동안 버텨야 향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정원 4800명) 본원과 강남·송파(각각 1500명) 분원을 운영하는 대성학원의 이영덕 평가실장은 “재수생 감소와 사교육 시장의 규모 변화로 종합학원의 미충원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수능 위주의 사교육에서 내신·논술 등의 사교육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강북(정원 2000명)과 강남(정원 1200명) 학원을 운영하는 종로학원은 상위권 학생들을 겨냥한 정예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김용근 평가실장은 “학원들의 인지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상위권이 주축이 된 학원과 중하위권을 겨냥한 학원으로 종합학원의 특화 전략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닫은 학원 늘어 강사채용 수백대1 경쟁 최근 영·수 강사 2∼3명을 공개 모집한 H학원에는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불황에다 사교육 시장이 위축되고 문닫는 학원들이 늘면서 학원강사들마저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실장은 “경기 불황의 여파에다 학원 운영의 리스크가 과거보다 높아진 탓에 강사 고용도 크게 줄었다.”면서 “중소학원들을 중심으로 업종 전환을 고민하거나 문을 닫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학원장들의 재계약 포기율이 2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어림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맹점 방식으로 학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20여곳 정도이다. 학습지 시장 역시 변화의 몸살을 겪고 있다. 기존 수능에 초점이 맞춰졌던 커리큘럼을 단계별로 수정해 내신 부분 강화쪽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방인혁 케이스 경영기획실장은 “수능과 내신 비중을 기존의 7대3에서 6대4 정도로 늘리고 각 학교의 문제들을 입수해 학생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대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유지혜 이재훈기자 sunstory@seoul.co.kr
  • [부시 집권2기]‘美 대외정책 어디로 갈까’ 전문가 대담

    [부시 집권2기]‘美 대외정책 어디로 갈까’ 전문가 대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한·미, 북·미관계 등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 공화당이 상·하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더욱 강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찬열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와 전봉근 평화협력원 원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유찬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전쟁 기간 중 연속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미 국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9·11 이후 미국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분노,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크게 작용했다. 전봉근 탈냉전 이후 ‘탈탈냉전’ 시대를 맞아 안보정국 하에서 안보대통령을 뽑았다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 내 진보적 가치와 개인주의적 보수적 가치의 충돌이 첨예했지만 미국 본류의 사람들이 전통적 가치와 가족주의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안보정국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 주는데 실패했다.‘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과 관련해 크게 두가지 견해가 있다. 먼저, 부시 대통령이 선거인단과 전국득표에서 모두 승리했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강경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견해다. 그런가하면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관용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 교수 미국의 일방주의 자체는 약해질 수도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나. 부시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이념 성향 및 용어 사용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9·11 이후 미국인이 받은 상처, 부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이념 성향 등으로 볼 때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수십개 대학이 모여 이런(일방주의) 식으로 외교를 하면 안된다는 성토가 있었다고 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9·11 이후 세계 각국과 테러 정보를 공유하고 외교적 노력을 같이 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미국이 앞으로는 강경하게 나가면서도 과거와 같은 일방주의는 아닐 것이다. 전 원장 새로 짜여질 ‘2기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기존의 대테러 정책과 대이라크 정책의 코드를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강경파들은 남을 것이고 파월 장관이 나가게 돼도 같은 성격의 인물로 대체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했던 파월 장관이 나가면 한·미 대화채널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한국입장을 이해해 줄 고위급 인사들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파월 하차땐 한국 대변할 고위층 없어 유 교수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불신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됐다. 자이툰부대를 파병하면서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조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한·미 군사동맹에서 우리나라는 협력적 자주국방 개념을 말하고 있지만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릴 때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전 원장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필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냉전이 끝나면서 전지구적 안보상황이 바뀌었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일방적 동맹관계에서 상호적 동맹관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의 취해진 조치가 자이툰부대 파병이었다. 유 교수 한·미관계가 돈독하지 않으면 북·미관계에서 미국이 우리를 제껴 놓을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나라 가운데 남은 건 북한과 이란이다. 우리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상사를 막는 길이다. ●한미동맹 삐걱거리면 北문제서 소외 전 원장 전세계적 안보상황 변화 속에서 주한 미군은 북한의 위협만을 염두에 둔 중보병에서 지역기동화부대로 바뀌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21세기 한·미동맹을 규정해야 한다. 자이툰부대 파병은 우리로서는 결단을 내린 것인데 일부 혼선이 빚어지면서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 교수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을 몇번 개정하면서 이제 독일·일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합방위체제에 근무하는 실무자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고 한다. 전 원장 안보정책을 볼 때 그동안 한국이 북한만을 상대하던 로컬 파워였다면 이제는 동북아지역 전체를 생각하는 리저널 파워로 바뀌어야 한다. 한·미동맹이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동북아에는 지역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있고 세계 2위의 경제력에 정치력·군사력까지 갖추려는 일본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안보적인 생존공간, 활동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동맹은 이론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유 교수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는 엄청나고 우리로서는 미국 외에 선택이 별로 없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와 손을 잡는 것은 어렵다. 동맹은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받는 것이 있으면 돌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대등한 관계를 맺는 길이다. 미국의 절대 우위는 오래 갈 것이다. 전 원장 북·미관계를 볼 때 1기 부시 행정부는 굉장히 강경한 담론을 가지고 있었지만 행동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중동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에 말려들었고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시스템으로 적절한 수준의 관리가 가능했었다.2기 부시 행정부는 기존의 기조처럼 북한이 돌발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소강상태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반대로 이제 외교적 노력은 소진됐으므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압박을 계속하면서도 결정적인 강경책은 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 교수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 톤을 유지했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가없이 뭔가를 내 줄 국가가 아니다. 미국도 양보하기 어렵다. 중동이 안정되면 북핵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핵 보유보다 확산을 더 걱정한다. 북한이 현금을 확보하는 주요 통로가 무기수출이기 때문이다.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한·미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6자회담 성공 中역할 긴요 전원장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은 두가지다.6자회담으로 푸는 것과 리비아식 해결방식이다.6자회담은 협상을 통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고, 리비아식은 너희가 포기하면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6자회담에 전념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다자협상·다자보상체제로 만들려는 것이었을 수 있다. 진심은 리비아식 해법에 있는 것 같다. 미국이 강수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조정을 하기 위해 6자회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중국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유 교수 중국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중국이 아니라면 미국이 훨씬 강경하게 나갔을 수도 있다.6자회담으로 미국은 중국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94년 핵 위기 때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인 것도 중국의 압력이 유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때 미·중 충돌 우려도 있었으나 테러 이후 나아졌다. 전세계 질서는 강대국 협력 양상이다. 이슬람권의 테러 위협이 존재하는 한 미·중 협력은 유지될 것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있으며, 타이완으로 중국을 견제할 뿐이다.5∼10년은 이런 관계가 계속될 것이다. 일본도 미국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 원장 한국이 동북아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먼저 대북·대미 정책과 관련, 노무현 정부의 2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남은 3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21세기적 통일·외교·안보 수요가 있는데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대적인 투자를 해서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한·미 공조체제를 돈독히 하고, 한국판 안보전략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간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관리들만 만나서는 안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접촉해야 한다. 정리 장택동·김준석기자 taecks@seoul.co.kr
  • 국방백서 내년초에 발간 ‘주적’ 사라질듯

    지난 2000년 이후 발간이 중단됐던 국방백서가 4년 만인 내년 초 발간된다. 하지만 새로운 백서에는 북한의 위협 등과 관련해 ‘주적(主敵)’이란 표현은 삭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9일 ‘2004년판 국방백서’를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내년 1월 중순 발간, 배포키로 했다고 밝혔다.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은 “당초 이달 안에 백서를 낼 예정이었으나, 현재 진행중인 주요 국방현안을 내실 있게 반영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 국방백서에는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계획과 주한미군 재조정 및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 자이툰부대의 현지 활동상,‘2005년 국방예산’ 등 안보관련 현안이 포함된다. 안 실장은 ‘주적’이란 용어의 사용과 관련,“국방백서는 국가안보 전략서의 하위 문서”라고 말해 주적이란 표현이 새 백서에서 삭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주적문제가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태이며, 국방부 차원에서 단정적으로 개념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안 실장이 지칭한 국가안보 전략서는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을 밝힌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란 책자로, 이 책에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이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주적은)좁혀 말하면 북한 지도층과 이를 추종하는 군부”라면서 “주적보다는 주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주적 개념 문제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적 개념은 대북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스탠스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국보법 문제와 연계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2000년 발간된 국방백서에는 국방 목표와 관련,“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든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42)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끝)

    [차이나 리포트 2004] (42)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끝)

    표준은 또다른 기술전쟁의 소재다. 특히 기술표준이 기술우위보다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은 시장우위를 내세워 자체 기술표준을 중요한 시장방어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1976년에 있었던 소니와 마쓰시타의 VTR 표준전쟁은 웬만한 경영학원론에서 중요한 사례로 다뤄지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 전자업계의 양대 라이벌이었던 소니와 마쓰시타는 베타(Beta)와 VHS라는 VTR 기술표준 규격을 시장에 내놓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방식이 마쓰시타보다 앞섰지만 마쓰시타는 기술의 호환성을 강조해 자사의 기술을 다른 가전업체들에 공개함으로써 VTR시장을 석권하였다.80년대 말에는 PC의 표준을 놓고 IBM과 애플이 혈전을 벌였다.90년대 중반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와 선발주자인 ‘네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놓고 표준 경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운영체계를 놓고 MS는 칩 분야의 인텔과 반도체·가전 분야의 삼성을 묶어 진용을 구축했다. 소니는 NEC·마쓰시타 등 일본의 16개 전자업체들과 IBM의 연합체를 결성, 리눅스의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DVD 레코더를 둘러싸고 도시바,NEC의 HD DVD와 소니, 마쓰시타, 델, 삼성 등 12개사의 ‘블루레이’ 연합군과의 한판 승부도 예고돼 있다. 이처럼 특정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최근 첨단기술간 경쟁에서 표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으며, 표준화 역량이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동통신은 크게 유럽 방식과 미국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술도 진화하기 때문에 1세대,2세대,3세대 등으로 구분한다. 유럽방식은 GSM→GPRS→WCDMA로, 미국방식은 CDMA(IS-95A/B)→CDMA2000(1x)→CDMA2000(1xEV-DO)→CDMA2000(1xEV-DV)로 단계별 발전을 한다. 이른바 제3세대 이동통신은 WCDMA와 CDMA2000을 말하는데, 초고속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통합하여 차세대 핵심 네트워크로 부각되고 있는 제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는 문자, 음성, 그래픽, 동영상 등의 다양한 정보를 이동성을 지닌 광대역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전달, 표현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3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이동통신 시장의 확대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관련 국가는 물론 이통업체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64% 정도가 유럽식인 GSM 단말기를 소유하고 있다.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중국시장에서 중국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술이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모토롤라, 노키아 등 유럽식 단말기 및 장비 제조업체들만 배를 불리는 꼴이 된 것이다. CDMA방식을 도입하면서 중국은 철저히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모토롤라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기업들과 합작으로 입찰에 응하도록 했다. 여기에 성이 덜 찬 중국은 다음단계로 자체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앞에 내세운 것은 “많이 쓰는 것이 표준”이라는 모토였다. 여기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회사가 다탕통신이다. 다탕통신의 본래 이름은 다탕전신과기주식유한공사인데 중국신식산업부 산하 전신과학기술연구원을 주 발기인으로 설립한 하이테크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다탕을 중국측 개발자로 선정하고, 기술지원을 해줄 해외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에릭슨, 모토롤라, 노키아 등 유수 이통장비업체들은 모두 협력을 거절했다. 구세주로 나선 것은 독일의 지멘스였다.120여명의 연구자들을 다탕에 파견, 드디어 TD-SCDMA(시간분할코드분할장치)를 완성하였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제3의 표준으로 인정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제3세대(3G) 이동통신 표준인 이른바 TD-SCDMA 기술이 시험 통화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즉 그동안 중국 독자기술 개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외국 통신 업체들까지 TD-SCDMA 기술 및 장비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키아, 모토롤라, 필립스세미컨덕터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삼성전자,LG텔레콤 등의 업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다탕과 3G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합작회사 ‘T3G’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TD-SCDMA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연기하고 있는데 TD-SCDMA의 상용화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다탕에 시간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중국 이동통신 시장을 더 이상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다탕을 중심으로 난방가오커, 화이, 화웨이, 롄샹, 중싱, 중궈디안즈, 보치엔 등 중국 내 단말기 및 장비개발자들이 참가하는 TD-SCDMA산업연맹을 발족시켜 이동통신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 중국이동통신, 중국전신, 중국연통 등 통신운영 사업자와 모토롤라, 퀄컴, 지멘스, 노텔 등의 외국기업 등 400여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TD-SCDMA 포럼을 발족, 외연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전 세계 사업자, 장비 제공업체, 연구기관, 교육기관, 표준화 조직 및 기타 관련 기업 혹은 단체에 기술교류 및 합작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정부가 오는 2006년까지 3세대(3G) 이동통신사업에 총 2520억 위안(295억 달러)을 투자하게 되고, 중국정부가 3세대 표준을 결정하는 시점부터 중국 내 3세대 단말기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며 이로 인한 새로운 경제적 수요창출 효과는 한해 1000조 위안(120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2002년 2억 6900만명이었던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오는 2006년까지 4억명을 돌파할 것이다. 최근 중국 신식산업부 산하 연구소가 발표한 이동통신 시나리오다. 중국 정부가 왜 독자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지 수치가 그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베이징 홍성범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sbhong@stepi.re.kr ■ 새 DVD 독자표준 개발 지난 3월, 삼성전자 쑤저우(蘇州) 공장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 수출제품인 센트리노 노트북 PC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중국과 미국의 기술표준 ‘전쟁’. 중국에서 판매하는 PC, 휴대전화, 무선데이터 제품에 대해 독자개발한 무선랜 기술표준(WAPI)을 지난 6월1일부터 의무화한 데 반발, 인텔이 중국에 센트리노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맞서면서 불티가 엉뚱한 곳으로 튀었던 것이었다. 칩 공급이 중단되면 노트북 PC의 생산원가가 뛰어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양국 간 무선표준기술 협상이 4월21일 타결됨으로써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이제 첨단시장에서 중국은 기술표준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기 시작하고 있다. 무선랜만 해도 철회가 아니라 시행기간의 연기이다. 이미 차이나이운콤은 WAPI프로토콜을 개발했고, 중국 1·2위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롄샹이나 파운더테크놀로지도 독자규격을 채용한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국이지만 핵심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DVD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기기당 3.50∼5달러씩의 로열티를 일본, 유럽 등 특허 보유국에 지불하고 있다. 로열티 지불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독자표준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세계 동영상 압축표준인 ‘MPEG2’를 대신할 새로운 DVD 독자표준을 내놓았다. 중국의 E월드와 미국의 On2가 공동개발한 ‘EVD(Enhanced Versatile Disc)’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로써 독자적인 동영상압축 표준을 가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 2월, 중국은 디지털TV의 표준 채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신문은 원래 2003년 말까지 DTV 표준방식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ATSC 방식과 유럽의 DVB-T 방식, 그리고 칭화대와 상하이자오퉁대가 각각 개발한 방식 등 4가지 가운데 표준전송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칭화대 방식으로 결정하려고 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해 연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2005년까지 DTV 가입자 3억명,2010년까지 전국으로 디지털 방송을 송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같은 달 중국 표준화위원회(SAC)는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태그(RFID) 분야 국가 표준을 만들기 위한 워킹그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유통·물류 혁명의 핵심기술인 전자태그에 대한 중국의 독자기술 표준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2003년 여름 레전드와 TCL, 콩카 등 22개 중국 가전업체들이 결성한 홈네트워크 표준단체 ‘IGRS’는 기초작업을 끝내고 올해 초 가전용 프로토콜 버전 1.0을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홈네트워크 분야 국제표준을 위한 ‘디지털 홈워킹 그룹(DHWG)’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가전용 통신 프로토콜을 추진하고 있다. 홍성범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 [시론] 기로에 선 한국신문/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시론] 기로에 선 한국신문/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우리당이 신문개혁법안을 확정했다. 신문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을 제외하면,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들이 대부분 반영되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받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1개사 30%,3개사 60%로 명시해 거대신문의 시장독과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신문사의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증정, 경품 제공 행위도 금지시켰다. 신문의 여론 왜곡을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독자가 신문의 편집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했고, 신문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했다. 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공식화되어, 신문발전기금이 생기고 한국언론진흥원이 설립된다. 현재 한국의 신문시장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경품, 무가지 등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발행부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100여개에 달하는 일간지 중 흑자를 내는 곳은 1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문을 닫는 신문사는 나오지 않는다. 한국 신문이 그나마 연명하는 것은 신문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여전히 신문기사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한다. 독자들이 가장 외면하는 정치기사이지만 신문지면 중에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되고, 가장 많은 면수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극히 정치화된 한국의 신문은 정당의 대리전을 벌이고, 심지어 정쟁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신문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승리를 쟁취했다. 보수적 신문은 비록 정치적으로 패배했지만 신문시장에서는 여전히 7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며 위세를 유지해 왔다. 그결과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신문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자본의 위력 덕분이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보수신문사들이 택한 생존전략은 물량공세였다. 신문의 질적 수준을 높이거나 신문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는 전략보다는, 경쟁신문사의 독자를 끌어오는 방편을 택했다. 각종 경품과 무가지를 동원해 경쟁신문사의 독자를 확보하려 했고, 결국 제값 내고 신문구독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신문개혁법안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신문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고, 신문산업을 회생시킬 대책들도 들어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모두 조건반사적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신문은 “비판 신문을 향한 복수”라고 주장하고, 진보진영은 “족벌언론의 위세에 눌려 지레 겁먹은 표정이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열린우리당을 힐난했다. 신문개혁법안을 여전히 정치논리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국민의 편에 선 신문이라면, 국민을 위한 개혁세력이라면, 신문개혁을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진보적인 정권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신문도 지지하고 있다. 보수신문의 여론독과점도 마땅치 않지만, 정부의 언론자유 침해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 신문개혁안은 타협안이 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존의 법칙이 담긴 신문개혁법안을 여야가 함께 완성하길 기대한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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