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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⑨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⑨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단풍에도 차례가 있고, 낙엽에도 순서가 있다. 작은 나무가 먼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가을을 알리고 낙엽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덩치 큰 나무들은 그제야 서서히 속살을 드러내며 고운 단풍을 보여준다. 나무 줄기와 잎에서 물기가 빠져야 단풍이 드는 법인데, 몸피가 굵을수록 제 몸의 물을 덜어내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때문이다. 일교차가 크고 햇살이 좋아야 단풍이 더 곱고 화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봄부터 가을까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물만큼 필요한 게 없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물을 덜어내야 한다. 기온이 떨어져 물이 얼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단풍은 결국 몸 안의 물을 덜어내고 겨울을 무사히 지내려는 나무의 생존 전략이 빚어낸 겨울 채비인 셈이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울긋불긋한 낙엽이 거리를 뒹굴자 큰 나무의 단풍이 궁금해 안절부절못하고 길을 나섰다. 큰 나무들이라면 아직 낙엽은커녕 단풍도 덜 들었으리라는 짐작은 있었지만, 나무의 시간을 사람의 마음으로 가늠하는 건 언제나 불가능한 탓에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를 찾아 길을 재우쳤다. 짐작대로 단풍은 아직 덜 들었다. 햇살 더 많이 받는 위쪽 은행잎에 든 노란 단풍은 선명했지만, 땅 위에 선 사람의 가까운 쪽에는 여전히 초록의 은행잎이 남아있었다. 겉으로는 매운 바람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속으로만 삶의 무게를 덜어내려 바쁘게 꼼지락거릴 뿐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서 겨울 채비로 분주 평일 낮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장수동 은행나무를 찾아온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은행나무 그늘 짙게 드리운 텃밭에는 칠순쯤 돼 보이는 노인이 한 해 동안 공들여 키운 배추를 돌보느라 분주하다. 노인은 지나는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개 한번 돌리지 않는다. 어쩌다 마주치는 일이 있어도 성가시다는 듯, 이내 눈길을 돌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 까닭이다. 노인에게 다가가 ‘예년처럼 올해도 은행나무 동제를 지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데면데면하던 노인의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노인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예 허리를 펴고 일어난다. “물론이지. 해마다 칠월 초하루에 목신제를 지내. 나는 스무살 때부터 여기 살았는데, 그때부터 계속했어. 옛날처럼 농악패가 길굿까지 하는 건 아니어도 그냥 넘기는 법은 없지. 도시에서 이렇게 목신제를 지내는 데는 아마 없을걸.” 목신제를 지낼 때에는 구청이나 시청에서도 사람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노인은 빼놓지 않는다. 은행나무 목신제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800년 동안 마을의 수호신으로 살아 은행나무는 800년 동안 이 자리에서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로 살았다. 나무에 제를 올리는 풍경에야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마을의 수호신이다. 옛날에는 마을에 나쁜 일이 생기거나 큰 병이 돌면 나무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치성을 드렸다. 얼마 전까지 나무에는 소속을 알 수 없는 무속인들도 찾아와 제상을 차려놓고 기도를 올리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그런 예스러운 풍경은 사라지고, 해마다 칠월 초하루에만 목신제를 올린다. 키가 30m나 되는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는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다섯개로 고르게 갈라지면서 높지거니 솟아올랐다. 나뭇가지가 마치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생김새도 여느 은행나무와는 사뭇 다른 특징이다. 나뭇가지가 펼친 품은 사방으로 25m 넘게 고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만큼 훌륭한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장수동 은행나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1992년에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나무를 찾아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무의 가치를 먼저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이 이 나무의 존재를 꾸준히 알렸다. 더 오래 잘 보존하자는 뜻에서였다. 누가 시키지 않았건만, 스스로 은행나무 지킴이를 자처한 사람도 있었고, 수시로 나무의 변화를 정성스러운 사진과 글로 일일이 알린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나무는 널리 알려졌고, 찾아오는 사람도 따라서 늘어났다. 나무 주위의 한적한 풍경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변화를 겪어야 했다. 먼저 나무 곁에 식당이 들어섰다. 식당이라 해봐야 나무 옆 골목 안쪽의 허름한 칼국수 집 하나가 전부였던 풍경은 차츰 번화한 도심의 관광지 풍경을 닮아갔다. 천막을 친 간이식당이 생기더니, 차츰 제법 그럴싸한 간판을 내건 식당이 지어졌다. ●풍경 바뀌어도 나무는 여전히 아름다워 나무 주위의 풍경이 바뀌자 나무 지킴이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애초에 나무를 세상에 알리려 애쓴 그들의 처음 뜻과 달리 얄궂게 변하는 나무 주위 풍경에 정나미가 떨어진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처럼 재빠르게 바뀌는 나무의 변화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탓이 더 크다. 두어 해 전만 해도 별다른 계획 없이 지나는 길에 장수동 은행나무를 찾으면, 나무 아래에서 우연히 만나 편안하게 나무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무 그늘에 놓인 긴 의자에 홀로 앉아서 나무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라치면 어느 틈엔가 알은 체를 하며 다가오는 지킴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나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나무는 사람들에 의해 사람들로부터 차츰 멀어지고 말았다. 나무 앞에 가만히 서서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이 앓고 있는 유일한 피부병은 인간”이라고 한 니체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마치 140년 전에 이미 오늘을 내다본 듯한 니체에 대거리할 재주가 없다. 누구보다 나무를 아꼈지만, 이제는 다시 오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장수동 은행나무의 가을이 그렇게 쓸쓸하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아도 잎에는 언제나처럼 천천히 노란 단풍이 내려앉는다. 글 사진 인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인천 남동구 장수동 63-6. 서울외곽순환도로 장수나들목으로 나가면 곧바로 인천대공원 지하차도가 나온다. 지하차도를 지나서 이어지는 고가도로 옆길 끝의 장수사거리에서 좌회전해 800m쯤 가면 왼쪽으로 대공원 후문을 지나게 된다. 다시 800m쯤 직진하면 만의골 입구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해 1.9㎞ 가면 삼거리다. 삼거리 모퉁이에 새로 지은 주차장이 있고 그 안쪽에 은행나무가 있다.
  • “가슴 시린 관객들 끌어안자” 19금 봇물

    “가슴 시린 관객들 끌어안자” 19금 봇물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늦가을이지만, 스크린은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흥미롭게도 해마다 11월이면 ‘19금’(禁) 영화가 쏟아진다. 파격의 정도나 그 수위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2007년 11월 개봉한 량차오웨이·탕웨이 주연의 영화 ‘색, 계’는 무삭제 개봉의 에로틱 멜로를 내세워 중·장년층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순식간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여주인공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미인도’가 개봉했다. 두 작품 모두 ‘예술적 승화’라는 이름으로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에로티시즘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인도’의 김민선과 ‘색, 계’의 탕웨이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이른바 ‘색, 계’ 마케팅이 논란이 될 정도였다. 심한 노출이 나오지는 않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서양골동품과자점’도 2008년 11월 개봉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성애가 국내 영화 소재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고, 이는 같은 해 12월 개봉한 영화 ‘쌍화점’의 인기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조인성, 송지효의 전라 연기와 동성애 코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 374만명을 동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에 19금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3차원(3D)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나탈리’가 상영 중이고, ‘두 여자’(포스터)와 ‘페스티벌’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여자’는 개봉 전부터 정준호, 신은경 등 주인공의 파격 노출 사진으로 화제가 됐다. ‘페스티벌’은 7명 주인공들의 섹시 판타지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렇듯 11월에 유난히 19금 영화가 많은 것을 두고 충무로는 ‘생존 전략’이라고 너스레 떤다. 대작들이 대부분 연말 개봉을 선호하다 보니 11월은 전형적인 비수기라는 것. 따라서 큰돈(제작비) 안 들이고도 적당히 흥행이 보장되는 19금 영화들을 비수기 돌파 전략으로 11월에 많이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해마다 11월에는 ‘19금 영화제’도 열린다. 성(性)을 주된 소재로 다루는 일본의 핑크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다. ‘핑크영화제’ 홍보를 맡고 있는 민진이 과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12월 성수기 대작 시즌에 들어가기 직전인 11월은 기본적으로 멜로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서 “성을 다룬 영화들은 멜로 코드를 기본으로 하는데, 최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영화 표현 수위도 점점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⑥ 대중 소비시대 접어든 中시장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⑥ 대중 소비시대 접어든 中시장

    중국에 ‘대중 소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3년 내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000달러를 돌파하고 도시화율도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앙정부도 내수시장 육성정책을 국정 목표로 정했고, 중국 언론들도 ‘마음껏 돈을 쓰라(敢花錢)’며 소비를 권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공산당 제17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에서도 ‘내수 확대전략을 유지하며 소비확대의 기틀을 마련한다.’고 못을 박을 정도로 중국정부의 소비 확대 전략은 확고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소비추세에 미뤄 2020년 미국에 이어 제2의 소비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승훈 화중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지난해 소비시장 규모는 미국의 16%, 일본의 56%에 불과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불안정한 외부 의존적 수출경제보다 안정적 발전이 가능한 내수 소비확대 정책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패턴도 과거 ‘생존을 위한 소비’인 원바오(溫飽)형에서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형으로 진화 중이다. 지난해 1인당 GDP는 3680달러로 이미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자동차 보급대수도 지난해 1000명당 50대에 근접했다. 중국의 초기 소비시장은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연해 1급 도시가 견인하면서 외국투자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건설, 주민소득 증가에 따라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성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레드오션’으로 전락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도시에 국한된 소비시장은 자연스레 중국의 내륙지방으로 주도권이 넘어서는 형국이다. 장쥔(張軍)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대중소비 시대는 베이징과 상하이가 아닌 내륙의 2, 3급 도시가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시장 규모와 잠재력, 전통 부유층과 신흥 부유층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엄기성 우한 한국총영사도 “ 우한이나 창사, 청두 등 중서부 2, 3급 도시들은 안정적인 사회발전을 거치면서 교육, 문화, 쇼핑 등 독립적인 도시 인프라를 갖췄고 중국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빠르게 신소비 거점으로 부상 중”이라고 말했다. 대중소비 시대의 주력은 독생자를 의미하는 샤오황디(小皇帝)들이다. 이들은 중국 청년층을 대표하며 빠르게 중산층으로 편입되고 있으며 서구지향적인 소비 감각을 가졌다. 샤오황디 1기로 분류되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는 시장경제와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정보화 세대다. 비교적 풍족한 생활환경과 코카콜라, 햄버거에 익숙하다. 현재 2억 4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집과 일정 수준의 재산을 물려받아 소비지향적 세대다. 약 2억 2000만명으로 추산되는 2기 샤오황디인 주링허우(90後: 1990년대 출생자)는 해외 문화 수용에 더욱 개방적이고 감성적 만족을 중시한다. 수입 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앞세워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성장 중이다. 중국의 대량 소비시대는 도시화 때문에 가능하고 이 도시화는 향후 고속철도 건설과 맞물려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00년 36.2%에서 지난해 46.6%로 높아졌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의 연구 결과로 보면 중국의 적정 도시화율을 65~75%로 추정하고 있다. 예칭(葉靑) 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은 “중국의 도시화율은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지고 있어 도시인구가 매년 1600만명 정도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연간 530만채의 신규 주택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은 이런 도시화 추세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다. 중국의 고속철도 총연장은 6552㎞로 전세계 고속철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 도시지역 소비 중 엥겔지수(소비 중 음식료품 지출비중)도 1990년 54.2%에서 지난해 36.5%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의료, 보건, 통신, 교육, 문화 등 주민 관련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중은 14.0%에서 32.7%로 높아졌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의 중국 내수시장 접근은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 제품 가운데 72.2%가 중간재”라며 “그나마 일반대중과 직접 맞닿는 소비재는 2.6%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고객 밀착형 유통망 구축과 시장 세분화 후 ‘타기팅 전략’,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현지 인력에 대한 체계적 관리 등을 내륙시장 진출 성공의 노하우로 꼽고 있다. 선자(沈佳)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상과 임금인상 등 급변하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적을 내세우지 않고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인과 문화에 녹아드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창사·우한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강동구 암사동 양지골목시장 생존전략 엿보니…

    강동구 암사동 양지골목시장 생존전략 엿보니…

    재래시장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틈바구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강동구 암사동 양지골목시장은 출혈 경쟁 대신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재래시장과 SSM이 공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혀 양지골목시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양지골목시장을 찾아갔다. 시장 안 홍천식당. 점심시간을 맞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이 고기를 직접 가져와서 구워 먹는 손님에게 아무런 항의나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1인당 상차림 비용 3000원만 받고 있다. 고기는 시장 내 ‘정육센터’에서 사오는 것이다. 정육센터는 경북 의성군에서 마늘 등을 먹인 한우를 키우는 작목반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유통단계가 대폭 생략되면서 정육센터에서 판매하는 고기 값은 시중보다 평균 15~30% 저렴하다. 실제 인근 백화점에서 100g 기준 1만 4800원인 ‘1+’ 등급 한우가 이곳에서는 반값 수준인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3일 정식 개장한 이후 2주 동안 5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홍천식당은 정육센터에서 ‘테이크 아웃’해온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먹는 ‘의성 마늘소 지정식당’이다. 시장에는 이런 식당이 모두 5곳이 있다. 마늘소 생산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시장 상인들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조옥란(53·여) 홍천식당 사장은 “매출이 전보다 20~30% 늘어났다.”면서 “시장 주변 주민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찾아오면서 평일에 비해 침체됐던 주말 상권까지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반색했다. ‘재래시장=골목상권’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양지골목시장 주변 여건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악에 가깝다. 반경 100~200m 안에 SSM 3곳이 자리잡고 있다. 추가로 1곳이 새롭게 문을 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5~6년 전부터 인근 지역에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면서 ‘시장 단골’ 역할을 하던 서민층도 차츰 동네를 떠나고 있다. 상권이 침체되면서 50개가 넘던 점포 수가 지금은 40개 아래로 떨어졌다. 남명우 시장상인회장은 “5~6년 전에 비해 매출이 대부분 5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SSM을 따라잡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아예 시장 체질 자체를 바꾸는 모험을 선택했으며, 출발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래시장의 틀을 깨고 안심 먹을거리를 내세운 특화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래시장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지골목시장의 변신은 강동구가 추진하는 ‘명품특화 전통시장 조성사업’에 따른 것으로 첫번째 사례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재래시장 지원이 시설 개선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SSM 등에 대적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며, 특성화가 밑받침돼야 소규모 자본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양지골목시장에서 의성 마늘소 판매시스템을 확대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여건에 맞는 제2, 제3의 특화거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깎아주고 되사주고… 아파트 ‘마케팅 대전’ 뜨겁다

    깎아주고 되사주고… 아파트 ‘마케팅 대전’ 뜨겁다

    미분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이 파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보다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내놓는가 하면, 분양한 아파트를 일정 기간 살아보고 마음에 안 들면 건설사가 되사주겠다는 ‘바이 백’(Buy Back) 아파트도 등장했다. 심지어 타운하우스를 계약하면 아파트를 주겠다는 곳도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유례 없는 마케팅 대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깎아주는 아파트 어떤 게 있나 금호건설이 경기 남양주 퇴계원 일대에 공급할 예정인 ‘남양주 퇴계원 어울림’은 분양가가 3.3㎡당 950만원(112㎡ 기준)으로 최근 인근 지역에 분양했던 갈매동 보금자리주택(3.3㎡당 990만원)보다 낮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의 70%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민간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보금자리주택보다 싸게 분양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GS건설도 ▲서울 서초자이 15% ▲광주 북구 신용동자의 20% ▲충남 연기군 조치원자이 20% ▲대전 유성구 유성자이 25% 등 분양가 할인으로 주택 수요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림산업은 일부 분양 단지에서 중도금을 선납하는 경우 10~15%의 분양가를 깎아주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분양에도 할인 바람이 불고 있다. 우미 건설은 인천 청라지구의 ‘청라 린 스트라우스’ 오피스텔을 이전에 같은 지구에 공급됐던 오피스텔보다 3.3㎡당 200만원 싼 600만원 초반에 공급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계에 주어진 숙제는 이익 창출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미분양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분양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입주 3년 뒤 분양가격으로 되사줘 극동건설은 용인 기흥구 보정동에 지은 ‘죽전 극동 스타클래스’ 타운하우스 1·2차 미분양분 물건에 입주 3년 뒤 계약자가 원하면 분양가격으로 조건 없이 되사주는 ‘바이 백’을 적용하기로 했다. 바이 백은 입주 시점의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차액분을 보상받는 원금 보장제나 프리미엄 보장제와 비교해 훨씬 좋은 조건의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파고든 마케팅 전략. 여기에 덤이 하나 더 있다. 극동건설은 죽전 극동 스타클래스 계약자에게 강원 원주 문막의 극동 스타클래스 아파트(110㎡)나 고급 외제 승용차 한대 또는 17%의 분양가 인하 혜택 중 한 가지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세와 분양을 혼합한 형태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반도건설은 서울 당산동에 지은 ‘당산 반도유보라팰리스’ 아파트의 158~187㎡ 중대형 미분양 물량에 대해 주변 전세금보다 싼 3억원을 내면 잔금에 대한 무이자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고 2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2년 뒤 입주자가 팔기를 원하면 회사가 책임지고 전매를 알선해줄 계획이다. ●전세·분양 혼합한 형태도 나와 부영은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에 지은 ‘부영 애시앙’ 주상복합아파트와 남양주시 지금동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의 미분양분을 전세 임대방식으로 전환했다. 전세보증금은 도농동이 2억 5000만~3억원, 지금동이 1억 3000만~1억 4000만원으로 보증금만 내면 월 임대료 없이 2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전세 대신에 분양받기 원하면 분양가에서 입주 보증금을 뺀 나머지를 2년 동안 나눠 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문의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와 남북관계/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와 남북관계/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최근 북한은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개최해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와 함께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과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을 부여하며 3대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공식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파격적 직책과 속도전에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각국의 반응도 상당히 당황하게 하는 것이었다. 방중 기간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높이 평가해 주목을 받은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 개혁개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철저하게 후계 권력구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적 개편도 이루어졌다. 124명을 선출한 당 중앙위원회를 시작으로 5명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보완했고, 17명의 정치국 위원과 15명의 후보위원을 충원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는 기존 중앙군사위 위원이었던 리을설, 조명록 등 원로들을 퇴진시키고,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의 후견 세력을 포진시켰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최대 실세로 부상한 사람은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리영호는 상장과 대장을 단기간에 거친 후에 이번에 차수로 승진해 정치국 상무위원, 김정은과 함께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선임자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당 정치국원, 당 군사위원인 것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승진이다. 리영호 총참모장과 함께 김정은 시대에 주목할 인물로는 최룡해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정치국 후보위원과 비서국 비서, 군사위 위원에 동시에 오르면서 후계구도 구축에 리용호와 함께 군 장악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고모인 김경희가 정치국 위원에 임명돼 고모부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후견 세력이 될 것이다.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됐고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 당 행정부장, 당 중앙군사위 위원에 임명됨으로써 북한의 모든 권력기관을 직간접적으로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 대표자회의를 통한 인적 개편의 특징은 후계구도를 위해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향의 인사보다는 검증된 충성심을 기준으로 기용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시작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군과 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가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 체제는 대략 두 개의 변화 시나리오 중 한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김정은 체제가 북한이 계획한 대로 중국의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대교체와 더불어 경제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개혁개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하나는 권력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북핵 문제 등 북·미 간의 대결구도가 심화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상승하면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 심각히 악화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후계구도가 흔들리고 북한 체제에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면 중국의 역할이 체제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 같다. 북한이 3대 세습에 대한 주민의 저항과 관심을 따돌리고자 남북한의 갈등을 유도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천안함 공격도 후계구도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고, 앞으로 북한의 도발은 3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 및 G20 정상회담 방해를 위한 테러 시도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김정일이 권력의 핵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잦은 무장공비 침투사건, 양곤 폭탄테러 등 크고 작은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김정은 후계구도의 완성을 위해 유사한 대남 위협전략이 예상된다. 3대 세습의 국내외적 비판을 모면하고 대규모 대북지원을 획득하고자 제한적이지만 대남 유화책 등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정책 향방은 권력세습이 안정화되기 이전까지는 진정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권력구도 완성을 위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대남공세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기고] 격랑 속의 한반도, 국가안보 이상 없나/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기고] 격랑 속의 한반도, 국가안보 이상 없나/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셋째아들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김정은은 지난 10일 당 창건 기념대회에서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 ‘선군(先軍)영도의 계승’과 군의 충성심을 과시하며 후계체제 굳히기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에서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판하며 망명했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가 타계했다. 황 전 비서는 김일성 생존 시 북한에서 ‘인간 중심의 주체철학’을 창시하고 김정일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쳤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 세습에 항거해 가족의 희생을 감수하고 망명을 결행했다. 그의 주체철학이 민주주의와 부합되지 않지만 북한체제의 반(反)역사적이고 반(反)인간적인 실체를 폭로한 용기는 오래 기려져야 한다. 김정은의 후계자 부상과 황장엽 타계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 내부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김정일의 병세가 깊어 유고가 임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험이 일천한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90만의 군대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하게 되면 한반도는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실패할 경우, 격렬한 권력투쟁과 급변사태로 한반도 전체가 불안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높다. 어떤 시나리오든 한반도가 격랑의 시기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중국은 권력세습을 비난하는 국제사회 여론에 역행해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와 부주석 시진핑(習近平) 등이 북한을 지지하고 나섰다. 북한을 ‘완충지대’로 간주해 준(準) 위성국가화하려는 중국의 한반도정책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한국의 국익과 통일정책에 맞지 않다. 국제사회의 평화추구 정신에도 어긋나며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공동인식하고 핵 억제력을 재확인했다. 또 한 단계 발전된 핵 ‘확장억제정책위원회’ 신설에 합의했다. 아울러 2015년 12월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새로운 작전계획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마련되는 대비책들은 한반도 안보를 보장하기엔 부족하다. 현 한미연합사 체제야말로 양국군의 단일 지휘체제하에서 한반도 전쟁억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M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2만 8500명 동결의 명문화를 거부한 대신 이들을 해외로 차출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재거론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 양국이 ‘천안함’사건 이후 중국의 동북아 팽창전략에 대처함에 있어 이견을 보여왔기에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미국과 중국 등 열강이 각축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도(中道) 외교’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의 한반도 팽창전략에 공동대처하는 것이 옳은 전략이라고 본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일체가 돼 안보태세 확립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반미 종북좌파의 확산을 막고 대외적으로 북한 후계체제의 무모한 도발 가능성에 대처하며, 동북아 열강 간 세력 재분포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제노베스의 죽음/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제노베스의 죽음/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뉴욕 맨해튼에서 20대 여성 제노베스가 퇴근길에 강도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합니다. 살려달라고 30분 넘게 외쳤지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수십 번 찔려 결국 죽음에 이를 때까지 누구도 나서서 돕지 않습니다.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 살인사건이었지만,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미국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제노베스 사건은 윤리가 아닌 책임 분산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실험자가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할 때 피험자 대다수는 머뭇거림 없이 긴급전화를 걸거나 아픈 실험자를 부축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가 두 명, 네 명으로 늘어나자 서로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시간은 비례해서 길어졌고, 8명이 되었을 때 그들은 꽤 오랫동안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서로 쳐다만 보며 난감해하였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동조(conformity)심리 때문입니다. 방법을 모르거나 당황했을 때 인간은 독자적인 생각·행동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에서 단서를 찾아 동조하려는 본능적 생존전략을 보입니다. 그러는 동안 책임은 다수의 침묵으로 이어져 분산되고 마는 것이지요. 얼마 전 10대 여학생과 60대 할머니의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여학생을 지나치게 야단친 할머니, 기분 나쁘다고 어른에게 ‘너’라는 반말과 ‘X나게’ 같은 비속어를 거리낌 없이 쓰는 예의 없는 젊은이와 그 난투극을 찍어 올린 무심한 주변인, 끝까지 말리지 않은 구경꾼 모두가 요즘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입시제도로 인한 윤리교육의 부재(여학생), 세대 간 소통단절(할머니), 사이버시대의 프라이버시 경시(동영상 탑재인), 그리고 글로벌화로 인한 개인주의적 성향증가(구경꾼) 등이 이 사건의 공범으로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이번 사건을 다양한 사회문제가 불거진 결과로만 봐야 할까요? 제노베스의 죽음이 분명 강도와 살인이라는 대도시의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실제 그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건 어이없게도 구경꾼들의 무지한 동조심리와 책임분산이었던 것처럼, 이번 ‘지하철 난투극’도 동조심리와 책임분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제노베스가 구경꾼 중 한 사람에게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긴급전화 같은 그의 작은 행동을 이끌어 냈을 것이고 그것이 다른 구경꾼들을 동조하게 하여 집단적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평소의 윤리의식도 중요하지만,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집단지성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집단지성이 의외로 아주 작은 기술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동정심, 선한 동조를 불러일으키는 것,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를 개선시키는 집단지성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하철 선로에 끼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차체를 밀었던 아름다운 일은, ‘우리 같이 한번 밀어봅시다!’라고 외쳤던 단 한 사람의 기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의 긍정적 동조행동을 이끌어낸 그의 작은 시작 때문이었습니다. 눈치보고 침묵하던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 할 행동의 기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안고 가게 됩니다. 인터넷의 정보 과다가 그 현상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책임이 분산되어 누구도 어떤 일에 책임지지 않는가 하면, 오히려 작은 움직임에 쉽게 동조하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군중의 동조가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하며, 그 작은 움직임이 동조를, 그 집단동조가 긍정적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언성이 높아졌을 때 누군가가 바로 나서서 지하철의 그 두 사람을 다독거렸더라면 난투극에다 동영상까지, 그래서 어른집단과 청소년집단으로 나누어 싸우는 세대갈등으로까지 커지지는 않았겠지요. 집단지성, 이제 우리 사회가 훈련받아야 할 주제 아닐까요?
  • 운명 바뀐 사람들

    지난 3월26일 밤 느닷없이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다. 군 서열상 최고 꼭짓점에 있던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은 사건 당시 행적에 문제를 드러내 결국 옷을 벗었다. 김기수 당시 합참 전략기획본부장도 전역지원서를 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도 최근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인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군 관련 직책을 맡자 ‘무늬만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군을 정무적으로 대표하는 김태영 국방장관은 경질론의 대상이었으나 최근 개각에서 살아남았다.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을 할지 여부는 지금까지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원일 함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국방부는 추석연휴 이후 김태영 장관의 결심을 거쳐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함장은 현재 해군본부 기록물관리단에 근무하고 있다. 천안함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해군은 전했다. 부하들을 잃은 데다 각계의 주목을 받은 터라 한때 최 함장이 이민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군내에 돌기도 했다. 하지만 뜬소문으로 확인됐다.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말이 최 함장 동료들의 설명이다. 천안함 침몰 후 생존한 장병은 최 함장을 포함해 모두 58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의 병사는 전역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신모 하사도 다음달 중순 전사한 전우들을 가슴에 묻고 전역할 예정이다. 나머지 51명 중 6명의 부사관은 다시 배를 타겠다고 지원해 함정 근무를 하고 있다. 악몽을 딛고 일어선 셈이다. 하지만 45명의 장병들은 끝내 그날의 참혹함을 떨치지 못하고 육상근무를 지원했다. 이들은 잠이 들면 침몰 당시가 생생히 꿈에 떠올라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이상철 LG U+ 부회장, “검색엔진이 아닌 ‘do’엔진 시대”

    이상철 LG U+ 부회장, “검색엔진이 아닌 ‘do’엔진 시대”

    “단순히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Needs)을 넘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보다 구체적인 것(Wants)를 찾아야한다.”[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10 LG U+ 리더십 캠프’의 ‘CEO와의 대화’에서 ‘What Customer Wants’를 강조했다.‘What Customer Wants’는 고객도 잘 모르는 고객의 속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Wants’를 의미한다.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출장시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IBM 방문을 예로 들며 “윈도폰7이 화두인 MS는 ‘타일(tiles)’이라는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통해 고객 스스로 원하는 가치를 손쉽게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비디오(video)를 자부하는 시스코의 영상회의실은 상대방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IBM은 자신들의 솔루션에 대한 더 넓은 선택권을 보장해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세계 IT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답도 우리와 똑같은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이 부회장은 “고객이 노래방을 검색한다고 하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노래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예약하는 것”이라며 “검색을 누르면 예약까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고객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이고 이제 검색엔진이 아니라 ‘do’엔진이 오는 시대다.”고 강조했다.이 부회장은 또 “모든 일의 중심에 고객을 두고 우리만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주도하는 새로운 ‘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이것이 LG U+의 생존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피력했다.이날 이상철 부회장은 “3사 통합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올 1월에 회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여러분은 그 회사의 신입사원이고 기존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틀을 깰 것”을 강조했다.이 부회장은 특히 “여러분 팀장들은 액션을 하는 사람이다. 감독, 연출, 조명, 분장 등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액션을 하는 주인공이 없으면 영화가 안 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독려했다.‘2010 LG U+ 리더십 캠프’는 총 400여명에 달하는 LG유플러스의 팀장과 지점장들이 모여 회사의 비전과 전략, 경영성과와 사업방향을 공유하는 장이다.지난 1차와 2차에 걸쳐 오는 14일, 15일과 16일, 17일에 3·4차가 진행될 예정이다.한편 지난 1차인 9월 6일부터 7일까지 ‘CEO와의 대화’를 위해 이상철 부회장은 대전 기술연구원 방문했으나 2차에는 바쁜 일정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팀장들과 대화를 나눴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금융 CEO에게 묻다] (4)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금융 CEO에게 묻다] (4)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박종원(66) 코리안리재보험 사장은 사람을 두 부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바위, 하나는 부평초다. 뿌리 없이 물 위에 둥둥 뜬 채 양지만 찾는 사람은 부평초다. 시련이 왔을 때 제자리를 지키며 맨몸으로 맞부딪치는 사람은 바위다. 박 사장에게 두 인간형을 나누는 키워드는 ‘야성(野性)’이다. 지난 12년간 그가 5연임 최고경영자(CEO)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코리안리를 퇴출 직전의 ‘난파선’에서 매번 실적을 경신하는 ‘쾌속선’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야성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말한다. 명문대 졸업에 행정고시 합격, 경제관료로 전력질주해 온 박 사장의 삶을 이끌어간 단어가 야성이라니 일견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야성을 다시 정의했다. “야성은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생존 본능입니다. 그걸 잃으면 죽는 것이지요. 생존 경쟁력은 전문성을 갖춘 실력과 긍정적인 정신, 강한 체력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는 오직 실력만으로 서열을 매기니 건강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지요.” 1998년 사장 취임 이후 연평균 13%대 성장, 올해 수재보험료 4조 7000억원, 전세계 10위권 재보험사를 바라보는 회사로 만든 데는 더 이상 제겨디딜 곳도 없다는 위기감과 야성의 힘이 가장 컸다. 12년 전 코리안리에 첫발을 들여놓은 그에게 당시 직원이 ‘0% 성장’을 다음해 목표치라고 들고 왔다. 박 사장은 분노도 잠시, 도전정신이 더 차올랐다고 했다. 이후 직원의 30%를 잘라내고 실적이 3500만원도 안 되던 해외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전투를 치르듯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몰아쳤다.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담판을 지은 것은 코리안리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05년 당시 코리안리는 S&P로부터 BBB+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었다. “작심을 하고 S&P 뉴욕 본사로 찾아갔지요. A등급으로 올려달라고 2시간 동안 담당 임원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담보력이 적다는 이유로 등급 상향 요구를 일축하더군요. 그래서 ‘맞다, 당신들 말대로 우리는 담보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담보력이 충분하다고 좋은 등급을 준 보험사들이 미국 9·11테러, 쓰나미, 태풍 때문에 다 망하지 않았냐’고 했지요. 과연 어느 회사가 더 신용이 좋은 거냐고 따졌지요.” 담보력에 맞는 위험을 떠안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지향하고 있다는 설득 끝에 3개월 만에 A-등급을 얻어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차입을 하지 않고 채권도 발행하지 않는 코리안리가 신용등급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해외시장이 재보험사의 성패를 가를 전장(戰場)이기 때문이었다. 신용등급이 올라가자 해외 거래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이렇게 성장한 해외 시장은 올해 코리안리의 총 매출액 5조원 가운데 22%인 1조원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다. 앞으로는 선박보험과 기술보험 등에 주력, 유럽과 중동 시장까지 개척해 2020년엔 매출액의 50%를 해외 시장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코리안리는 올 초 생명보험사와 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금융지주를 구축하겠다고 선포했다. 박 사장은 자금력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이면서도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자금이 1조 2000억원이나 되니까 자금력은 충분합니다. 제2, 제3금융권을 눈여겨 보고 있지만 모르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기회가 있을 때 움직이려 합니다. 한다고 얘기해 놓으니까 여러 곳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만나자고 하니….” 박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는 성장과 수익의 두 바퀴를 균형있게 굴렸기 때문”이라면서 “과도한 성장은 오히려 회사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브레이크 없는 성장 일변도의 경영은 코리안리에 맞지 않는 전략이다. 지난해 해외 영업에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불량 물건을 끊고 우량 물건만 받은 것도 당장은 성장률이 둔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탄탄한 수익을 얻기 위한 결단이었다. “코리안리가 키우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전 직원이 매년 꼬박 2개월을 신입사원 채용에 쏟아붓지요.” 박 사장은 직원들의 이름과 가족관계, 사생활까지 낱낱이 알기로 유명하다. 비결은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 신입사원 기수마다 A3용지에 사진과 이름, 프로필을 빼곡히 채워 달달 외우기 때문이다. 코리안리의 신입채용 절차는 웬만한 해병대 훈련 못지않다. 최종합격 인원의 3배수인 80명가량을 오전 8시부터 청계산에 모아놓고 등산을 시작한다. 오후 9시까지 야외에서 축구에 100m 달리기까지 지원자들을 혹독하게 내몬다. “하루종일 면접관이 따라다니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면서 근성과 됨됨이를 봅니다. 전 직원이 함께 뽑으니 신입사원 채용이 회사 전체의 축제죠.” 2주 전에는 전 직원이 2박3일간 고개 8개를 오르내리는 설악산 등반코스 35㎞를 탔다. 속옷까지 젖어드는 폭우가 쏟아져도 취소는 없었다. 더불어 움직이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4년부터 이어온 ‘백두대간 종주’ 행사다. “비를 쭉쭉 맞고 가면서도 불평불만 안 하고 얼굴이 노래졌는데도 무거운 가방을 끝까지 스스로 지고 가는 여직원을 보면서 애처로우면서도 대견했습니다. 그런 직원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믿지 않겠습니까. 직원들도 사장이 열심히 가는데 어떻게 주저앉겠습니까.” 박 사장은 시련을 함께 극복하는 값진 경험이 사무실에 오면 경영성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5연임은 이제 그에게 영광보다 부담을 더 지우고 있다. “지금까지 연임을 못박아 두고 일한 적은 없어요.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해왔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적을 내기 위한 확장을 하면 악수(惡手)가 나오고 결국에는 회사가 망가집니다. 한걸음 한걸음 성실하게 가며 단기 목표를 이루는 게 성공의 비결이죠.”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1944년 경기 화성 출생 ▲연세대 법대, 미 밴더빌트대 대학원 졸업 ▲1973년 행정고시 14회 합격 ▲1989년 재무부 결산관리과장 ▲1994년 재정경제원 총무과장 ▲1997년 재정경제부 공보관 ▲1998년 코리안리재보험 사장 취임
  • “갱도에는 가수도 간호사도 있어요” [동영상]

    “흩어져야 산다.”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 호세 광산이 무너져 지하 700m에 갇힌 33명의 광부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생존수칙’이다. 27일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사고 발생 20여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매몰 광부들은 철저히 업무분담을 하면서 구출될 순간까지 버티기로 했다.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지하갱도에 갇혀 있는 이들의 임시 대표 역할은 원래 작업조장이었던 이가 맡았다. 구출되기까지 기약 없는 장기전에 들어간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포인트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 50년 넘게 탄광에서 잔뼈가 굵은 맏형 마리오 고메스(63)가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동료들을 다독이고 있다. 광부들과의 연락을 맡은 칠레 당국의 관계자는 “불안할 때 기도할 수 있는 예배단을 만들기 위해 작은 성물을 지하갱도로 내려보내 달라고 주문해 왔다.”고 전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인 한 광부는 평소의 기질을 살려 노래모임 등 레크리에이션을 책임졌다. 또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는 이는 의료 및 심리 테스트를 전담했다. 지하갱도에서 하루를 1년처럼 버텨야 할 광부들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동료들 덕분에 큰 위안을 얻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개인별 업무분담을 하되 그룹의 안전을 위해 전체를 2개 팀으로 나눈 것도 새로운 생존투쟁 전략이다. 한 팀이 취침에 들어가면 나머지 팀은 생존을 위한 필수업무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불침번’을 서고 있다. 광부들이 분업에 나선 것은 최악의 경우 넉 달여를 땅 속에서 견디려면 무엇보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실제로 사고 3주째로 접어들면서 광부들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메 마날리츠 칠레 보건장관은 “광부들의 체중이 평균 10㎏씩 빠졌고 탈수증세를 보이는 데다 서너명은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고 밝혔다. 광부들은 지금 지상으로 연결된 튜브를 통해 물과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지하로 물과 음식, 의약품 등을 내려보내는 데는 금속 캡슐을 이용하며 칠레 국민들은 캡슐에 ‘비둘기’라는 별명을 붙여 광부들의 생존을 기원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길이 1.6m, 지름 12㎝ 크기의 캡슐은 지난 22일 처음 내려보낼 때에는 무려 1시간이 걸렸으나 그 뒤 캡슐을 개량한 뒤로 지금은 30분으로 단축돼 하루 평균 12차례를 오가며 광부들의 생존을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덥고 습기찬 지하탄광에서 버티려면 1인당 하루 평균 4ℓ 안팎의 물을 마셔야 할 것이라고 구조 당국에 조언했다. 칠레 정부는 생존 광부들이 있는 지하 700m 깊이까지 지름 약 66㎝의 수직갱을 파내려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칠레구리협회가 사용하는 40t 크기의 대형 굴착기를 동원하고 있으며 하루 20m를 굴착할 수 있는 이 기계가 광부들을 구조하기까지는 석 달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매몰 광부들의 가족들이 현장 안전관리에 태만했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자와 광산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가운데 26일 코피아포 주 법원은 광산 개발업자의 자산 180만달러를 동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3대세습 명분 확보… 대규모 경제지원 요청한 듯

    3대세습 명분 확보… 대규모 경제지원 요청한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이틀째인 27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중 정상 간 회동 내용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미국인 사면을 위해 방북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외면하고 전격적으로 방중, 이례적으로 베이징이 아닌 창춘에서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만큼 긴급한 현안에 대한 깊은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먼저 지린성 지린시, 창춘 등 ‘김일성 주석의 항일활동지역’을 돌며 김일성-김정일-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새달 초순 북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후계 구도에 대한 협의와 함께 이를 공고화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표자회에 앞서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구축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 지지를 받으려면 중국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할 경제지원 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수해 등으로 인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북한 인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후계 구축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난 5월에도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미흡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급하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이미 후계자로 결정된 만큼 중국측 지도자를 알현하거나 인정 받을 필요는 없다.”며 “김정일 부자가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면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후계구도 결정에 대한 내부 상황을 중국 측에 알리면서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경제적·정치적 지지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천안함 사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이어 미국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6자회담 등 북핵문제를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초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방중을 택한 것은 북핵문제와 관련,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북측에 6자회담 복귀 등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도 생존 모색 차원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북·미 대화 및 6자 예비회담 개최 등에 대해 북·중 정상 간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최근 방북에 이어 한국 방문 결과에 따라 한·미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새달 초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정치적·군사적 동맹을 강화하자는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PP협의회, ‘PP최고경영자세미나’ 개최

    PP협의회, ‘PP최고경영자세미나’ 개최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PP협의회가 27일 열리는 ‘PP최고경영자세미나’ 참여 학자들의 발제문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 참여 학자들은 발제문을 통해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이 창조적인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또 정부에 대해서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출혈경쟁 방지와 PP광고규제 완화, PP공동 제작센터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미나는 ▲PP 콘텐츠 진흥 및 활성화(발제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유료방송시장 활성화(발제 : 윤석민 서울대 교수) ▲유료방송 광고시장 활성화(발제 : 박현수 단국대 교수) 등의 발제로 구성된다. 먼저 ‘PP 콘텐츠 진흥과 활성화 전략’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는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PP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보다는 수급과 유통에 집중하고 지상파와 비슷한 오락물을 만들다보니 준지상파, 또는 지상파 아류로 비쳐져 왔다.”며 “PP업(業)이 유통 중심에서 생산으로 본질적인 전환을 이뤄야 스마트 플랫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심 교수는 ▲콘텐츠 기획, 개발, 제작 정보공유부터 실질적인 협업이 가능한 케이블업계 공동의 제작소(Workstation) 설립 ▲콘텐츠 가치평가에 의한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전용 파이낸스 시스템 구축 ▲스마트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콘텐츠 연구개발 및 종사자 재교육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 스마트 파워에 집중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 정상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초저가로 형성돼 있는 유료방송 수신료가 방송콘텐츠 성장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케이블TV로 유료방송 저가문제를 극복할 것으로 봤지만 IPTV의 통신상품 끼워 팔기 등으로 디지털시대의 저가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저가 출혈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최대 할인율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막는 MPP 매출제한이나 채널편성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해 대규모 PP의 성장을 돕고 이들로부터 ‘유료방송발전기금’을 걷어 독립PP 지원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PP에 대한 평가제 도입과 함께 현재 자본금 5억원으로 명시된 PP등록 요건을 장르에 따라 20억원~5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료방송광고시장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는 박현수 단국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방송시장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상파방송이 계열PP와 더불어 일반PP대비 8:2의 방송광고 점유율을 유지하는 등 콘텐츠 측면에서는 지배력 과점 수준”이라 며 “공익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차별화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KBS2 광고 축소에 따른 물량은 30~50% 가량이 다른 지상파채널로 흡수될 것으로 보여 PP 광고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또 PP의 방송광고시간 편성규제에 대해 3~5년간 중간과정을 거쳐 국제적 관례와 기준에 부합하는 자율화 방향으로 가는 단계별 차등규제를 제안했다. 현재 시간당 평균 10분(1일 평균 240분), 최대 12분으로 제한된 광고시간 규제에서 일일총량은 유지하되 시간당 규제는 중간단계에 최대 15분으로 늘리고 이후 규정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주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세미나는 PP 자체제작 프로그램 활성화와 시장 정상화 방안, PP광고제도 개선 등에 대한 업계와 정부, 학계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27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소재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다.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김정일 돌연 訪中] 김일성 항일운동 유적지 순례로 ‘혁명 3대’ 부각?

    [김정일 돌연 訪中] 김일성 항일운동 유적지 순례로 ‘혁명 3대’ 부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초에 이어 3개월여 만에 이뤄진 방중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 문제로 방북, 평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극비리에 이뤄진 ‘깜짝 방중’이라는 점에서 북한 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의도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우선 3대 세습에 대한 정통성을 과시하려는 행보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시, 창춘(長春) 등 김 위원장의 행선지는 북한이 주장하는 ‘김일성 주석의 항일활동지역’이다. 김정일 정권의 정통성의 뿌리인 항일 민족운동의 성지를 돌아봄으로써 권력승계에 앞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혁명 3대의 일체화’를 부각시키고 대내외적으로 김정은으로의 정통성 확보를 강조하는 측면이 크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셋째아들인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 지린성 지린시 위원(毓文)중학교 등을 방문했다면 후계자의 정통성을 충족시키고 이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부자 간 여행 의미도 있다.”며 “식량의 보고인 지린성에 갔다는 것은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중국 국·공 항일연합군과 조선인들이 손을 잡고 함께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저항을 하던 혈맹의 뿌리를 확인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다음달 둘째주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중국에 후계문제 등을 알리고, 이를 위한 경제지원 등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2주 후 열릴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며 “북한 내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후계 구축에 앞서 인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려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수해가 심각해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민심 등 상황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이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후계자 지명에 대해 중국 측과 상의하거나 김정은을 중국 측에 ‘알현’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으로의 후계 승계는 이미 결정됐고, 중국 측에 이를 알릴 수는 있지만 조언을 구하거나 알현하는 것은 ‘사대주의’라는 내부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 김정은을 데리고 갔다면 44년 만에 열리는 당 대표자회 때 중국의 지원 약속 등을 담보로 그를 당비서 등으로 임명, 후계를 공식화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3개월 만에 다시 방중을 택한 것은 북핵문제 관련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이어 미국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어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등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쳤다는 얘기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안보리 제재 후 북한 상황이 매우 어려워져 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도 6자회담 복귀 등을 전제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북한이 회담 복귀 등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 측과 담판이 이뤄지면 핵포기 및 6자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발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북·중 간 전략적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과 우리 정부에 이를 알려 의사를 타진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서 원장은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대기업 3곳 3색 상생경영 눈길

    대기업 3곳 3색 상생경영 눈길

    ■ 녹색경영 확산 파트너십 현대산업, 공사·마감재 등 친환경 건축 전파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업체들과 ‘녹색상생경영’을 위한 ‘그린파트너십’을 선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5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1층 포니정홀에서 10곳의 협력업체와 함께 ‘녹색경영 확산을 위한 그린파트너십’ 협약식을 가졌다. 그린파트너십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대기업이 가진 환경경영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전파하게 된다. 협약에 참여한 협력업체는 철근콘크리트공사를 비롯해 마감재, 전기, 배관 냉난방, 정보통신 전문업체들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공동주택 건설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설계, 시공, 사용 및 유지보수, 폐기 등 건축의 전 과정에서 에너지·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다. 또 실행방안을 마련해 매년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협력업체는 녹색기업인증 취득을 위한 지원도 받는다. 최동주 사장은 “녹색경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역량을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의 달성과 더불어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상생발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면서 “제로에너지 주택개발 등 친환경 건축연구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협력사 CEO와 세미나 SK, ‘경영노하우·경험 나누기’ 매월 개최 “더 중요한 상생은 자금지원이나 기술협력보다 대기업의 경영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SK그룹이 계열사의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하반기 ‘상생 CEO 세미나’가 문을 열었다. 25일 서울 남대문로 SK 남산빌딩에서 열린 첫 행사에서는 이호욱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파괴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매월 한차례씩 조찬 세미나 형태로 열린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산업간 융합, 2011년 경영환경 전망, 리더들의 건강전략 등 다양한 주제가 잡혀 있다. 하반기 과정에는 SK의 협력업체 CEO 70여명이 수강 등록을 했다. 상생 CEO 세미나는 SK그룹이 2006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개설한 협력업체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SK 상생 아카데미’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 과정에는 협력업체 부·차장급을 대상으로 경영전략과 재무, 회계, 마케팅을 교육하는 프로그램과 SK의 내부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활용해 협력업체 임직원을 참여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동안 SK 상생 아카데미의 3개 과정을 거친 협력업체 임직원만 10만여명이라고 SK그룹 측은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자금·기술·교육 맞춤 지원 두산, 단가산정·계약·거래 심의 3대준칙 운용 두산그룹이 계열사별로 거래하는 1700여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자금, 기술, 교육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상생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는 ▲합리적 단가 산정 ▲계약 체결 ▲하도급거래 내부 심의위원회 설치·운영 등 상생협력을 위한 3대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이를 근거로 우선 다양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두산은 기업은행을 통해 협력업체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두산이 보증을 서는 ‘네트워크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876개사가 1270억원을 지원받았고, 올해도 1104개사에서 2584억원을 약정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부터 ‘협력기업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두산중공업과 체결한 전자계약서를 담보로 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협력업체는 약정액의 80% 안에서 일반 신용대출보다 3%포인트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금은 두산중공업이 협력업체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면 자동으로 상환된다. 선급금이 없어도 운영자금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올해 7월까지 31개사에서 170억원을 받았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건설계 생존화두 “조직정비·사옥매각”

    건설계 생존화두 “조직정비·사옥매각”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인력 재배치와 사옥 매각이란 ‘카드’로 돌파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시장 여건과 제도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생존전략을 다양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조직 재정비다. 통상 연초나 연말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올해는 이달 말부터 9월 말까지 일부 조직정비가 단행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필요성은 있지만 아직 방향은 잡지 않았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지만 조직정비가 확대될 경우 ‘나비효과’가 가져올 인사태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원자력본부 신설로 조직개편에 돛을 올린 현대건설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해외 플랜트 등 성장동력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최근 한파를 맞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은 당분간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주택사업 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 민간건축 부문도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지난달 중순 서울 일부 지역에 도입된 공공관리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을 맡은 도시정비팀에선 소폭의 인력 재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발·재건축은 건설업체에 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들을 중심으로 인력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리부터 부장급까지 한번에 40여명씩 경력사원을 뽑는다.”면서 “올해 벌써 100명 이상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대표 민간 투자자인 삼성물산이 향후 PF사업 관련 조직을 어느 정도까지 정비할지 관심을 끈다. 대우건설은 해외 플랜트 위주로 인력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중견건설사인 LIG건설이 최근 원전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동양건설산업이 원자력발전소 시공의 기본 자격인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획득한 것도 조직개편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보직 해임이나 승진 인사는 단행하지 않겠지만, 팀 신설이나 부서이동을 통해 조직의 체질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임원 인사에 이은 실무진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동성 확보에 목마른 건설사들은 앞다퉈 사옥 매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워크아웃 대상이 된 신동아건설은 본격적으로 서울 잠실 향군회관 터의 빌딩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상 30층 규모로 2012년 준공 예정인 이 빌딩은 호가가 5000억원을 웃돌지만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월드건설도 800억~1000억원대인 서울 역삼동 본사사옥을 이달 말까지 팔지 못할 경우 채권단에 사옥 매각권을 넘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처지인 우림건설도 650억~700억원을 호가하는 서울 서초동 본사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법정관리 대상인 신성건설은 앞서 최대 1600억원 가치를 지닌 역삼동 사옥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인수 희망자가 없는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옛 주택공사 사옥인 4000억원대 성남 오리동 사옥 등 14곳의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여기에는 인천 논현동 인천본부사옥(1152억원)과 전주 효자동 전북본부사옥(611억원) 등 건설 중인 사옥도 포함됐다. 이들은 사옥·빌딩 매각이 지연될 경우 지속적인 가치하락에 따라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워크아웃 중인 풍림산업 등도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공장부지, 오피스텔, 빌딩 등의 매각을 진행해 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아이돌 그룹 생존 경제학

    아이돌 그룹 생존 경제학

    10대 청소년 전유물에서 대중문화계 블루칩으로 등극한 아이돌 그룹. 그들은 어떻게 가요는 물론 방송, 영화, 뮤지컬계까지 두루 섭렵하는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을까. 아이돌 그룹의 생존 경제학을 들여다봤다. ●한 명만 떠라… 리스크 최소화 가요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인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그룹 ‘쥬얼리’의 소속사에서 내놓은 신인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 수는 총 9명으로 ‘소녀시대’와 같고, 몇 달 전 데뷔한 신인 남성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는 총 7명이다. 이처럼 요즘엔 솔로 신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멤버 수가 최소 4~5명에서 많게는 7~9명에 이른다. 1990년대 유행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SES’처럼 2, 3인조도 드물다. 여기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획사의 의도가 깔려 있다. 신인에게는 수억원의 초기 비용이 투입되지만, 솔로로 데뷔시켰다가 흥행에 실패하면 그만큼 타격이 크다. 대신 여러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의 경우는 그 중 한명만 인기를 얻어도 그룹 전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5초 가수’면 어때… 철저한 분업화 때문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구성 때부터 노래, 예능, 연기, 댄스 등 각자 업무를 철저히 분업화한다. 과거엔 가수라면 모든 멤버가 노래와 댄스 등 기본기를 익힌 뒤 데뷔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영역과 이미지만 뚜렷하면 아이돌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일상화돼 있는 이들에게 ‘5초 가수’란 비판은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데뷔와 동시에 ‘각개전투’가 불을 뿜는다. 각자 맡은 임무를 얼마나 훌륭히 소화해 내느냐가 ‘생존’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룹 활동이 정리된 뒤에 개인 활동에 들어갔지만, 일단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면 가수 활동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지난 3월 싱글 3집 앨범 ‘뱅’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드라마 ‘버디버디’ 촬영 때문이었다. 지상파 및 케이블 TV 예능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나 ‘구인난’이 심각해진 것과 소량의 곡이 담긴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고 수시로 컴백할 수 있는 것도 아이돌의 효용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멤버 수마저 바꾼다… 빠른 시장 적응력 한때 아이돌 시장에서는 그룹 내에서 소그룹(유닛)을 만들어 ‘따로 또같이’ 활동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가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끼 있는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 처음에 정한 멤버 숫자마저 자유자재로 바꾸는 ‘고무줄 전략’으로 변신을 모색한다. 6인조로 출발한 걸그룹 ‘티아라’는 최근 멤버 한 명을 더 영입해 7인조로 바꾸었고, 5명으로 시작한 ‘애프터스쿨’은 3명의 멤버를 더 영입해 8명이 됐다. 멤버의 탈퇴나 교체가 그룹 존폐를 뒤흔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아이돌에게는 정해진 규칙이나 고정관념은 불필요한 명제에 불과하다. ●가수는 사라지고 엔터테이너만 양산 우려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의 생존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가수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가수 활동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가요가 점차 예능 프로에 예속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수는 사라지고 엔터테이너만 양성한다는 우려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SKT 임원 조직계층 혁신 그룹·담당 폐지 4단계로

    SK텔레콤은 6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임원 조직계층을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무한경쟁에서 생존을 넘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가볍고 빠르고 실행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SK텔레콤 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임원 조직 단계를 기존 ‘최고경영자(CEO)-회사내회사(CIC)사장-부문-실·본부-그룹-담당’의 최대 6단계에서 그룹-담당 조직을 폐지해 ‘CEO-CIC사장-부문·사업단-실·본부’의 4단계로 축소했다. 이는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임원의 책임범위 확대를 통한 책임 명확화를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12개의 그룹 및 담당 조직이 폐지됐다. 또 미래에 대한 대비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미래경영실’을 CEO 직할로 신설했다. 미래경영실은 사업·기술 분야별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국내외 전문기관 및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자문 그룹을 적극 활용해 중장기 미래전략을 선도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SKT, 글로벌 경쟁·생존에서 리더로’조직구조 개편’

    SKT, 글로벌 경쟁·생존에서 리더로’조직구조 개편’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SK텔레콤은 지난 5일 조직구조 혁신을 위한 ‘가볍고 빠르고 실행력 있는 조직’ 만들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과의 무한 경쟁에서 생존을 넘어 ‘Global ICT Leader’가 되기 위한 조직 현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임원 조직 단계를 현행 최대 6단계에서 4단계 이내로 축소했다. 기존 ‘CEO-CIC사장-부문-실·본부-그룹-담당’의 최대 6단계 조직 체계를 그룹-담당 조직을 폐지해 ‘CEO-CIC사장-부문·사업단-실·본부’의 4단계로 축소한 것. 이를 통해 12개의 그룹·담당 조직이 폐지됐다. 또한 미래에 대한 대비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미래경영실’을 CEO 직할로 신설했다. ‘미래경영실’은 사업·기술 분야별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국내외 전문기관 및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자문 그룹을 적극 활용해 중장기 미래전략을 선도하는 ‘Think Tank’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와 함께 기 신설된 ‘Product Development Factory’를 통해 전사의 플랫폼·상품·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무한경쟁 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가볍고, 빠르고, 실행력 있는 조직’을 구축하고, 일하는 방식과 관행을 혁신해 강한 성장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신동, 나경은 ‘뽀뽀뽀’ 웃음사건 공개... 유재석 “웃음 많아 헷갈려~” ▶ 쌈디 ‘충격 과거사진’ 공개...삭발, 퍼머 등 헤어 변천 눈길 ▶ 정애리, 딸 최초 공개...친구같은 모녀 일상 ‘눈길’ ▶ 엠마 왓슨, 숏커트 파격 변신…록스타 연인 영향? ▶ ’우리 봉선이’는 사나운 개? 신봉선 검색굴욕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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