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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컷 동물들 화려함 포기한건 ‘성폭행’ 피하기 위해” (연구)

    “암컷 동물들 화려함 포기한건 ‘성폭행’ 피하기 위해” (연구)

    동물 세계에서는 암컷에 비해 수컷이 훨씬 화려한 외모로 무장하고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아직 학자들조차 그 진화학적 원인을 명확히 분석해내지 못한 이 현상에 대해 영국 과학자들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엑세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동물행동(Animal Behaviour)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컷 동물들의 외양이 수컷에 비해 덜 화려한 이유는 다름 아닌 수컷에 의한 성폭력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는 어쩔 수 없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동물 세계에서 수컷들은 알록달록한 깃털이나 갈기 등 화려한 외모적 특징을 통해 경쟁자 수컷을 제치고 짝을 얻는다. 그러나 암컷 역시 경쟁에서 이겨 수컷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암컷 동물들이 화려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쉽게 해석되지 않는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호스켄 교수는 “암컷 동물들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수컷 동물들 역시 짝짓기 상대를 어느 정도 까다롭게 고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암컷의 경우 어째서 수컷과 달리 화려한 장식물을 달지 않는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그동안 해당 현상에 대한 학계의 주된 이론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암컷 동물의 경우 화려한 장식으로 다른 동물의 눈에 띄는 것 보다는 위장을 통해 몸을 숨기는 편을 선호했으리라는 추정이다. 또 다른 이론은 생식력 등 기타 기능을 강화하는데 주력해 상대적으로 장식물을 발달시킬 진화적 여력이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엑세터 대학 연구팀은 암컷 동물들이 화려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이유가 원치 않은 수컷 동물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위험을 줄이고자 한 결과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우월한 유전 특성을 지닌 수컷의 자손을 선별적으로 선택해 낳으려는 시도에 분명한 방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스켄 교수는 “암컷 동물들이 화려한 외양을 통해 자신의 성적 특성을 드러냈을 경우 (원치 않은) 수컷에 의한 성폭행의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진화적 적합성(fitness)을 유지하기가 보다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진화적 적합성이란 뛰어난 생존능력, 생식능력 등 진화적 관점에서 봤을 때 더욱 많은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유리한 특성들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동물계에서 관찰되는 암컷 동물들의 다양한 ‘성폭행 회피 행동’들은 연구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암컷 동물들은 스스로 수컷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수컷이 없는 장소를 골라 찾아다니거나, 상대의 성욕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분비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성폭행을 시도하는 수컷을 직접 공격해 응징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성폭행을 피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유일한 해석’은 아니리란 점을 강조했다. 호스켄 교수는 “매력적으로 보일수록 성폭행 확률이 커진다는 사실이 암컷들이 장식물을 포기한 유일한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향후 관련 연구에 있어 이런 가능성을 고려하길 바라는 것” 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朴대통령 “과학기술전략회의 신설”

    “R&D 투자 분야 컨트롤타워 필요해, 알파고 쇼크로 경각심… 상당한 행운”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컨트롤타워 기능의 취약성을 해결해 연구·개발(R&D) 투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이같이 R&D 투자 분야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설립 방안을 밝힌 뒤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관계 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할 것이며 핵심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 부처 간 의견 대립 사안에 대해 톱다운 방식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조정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부처 요구에 기반한 버튼업 방식의 상시 심의와 조정 역할을 하는 한편 과학기술전략회의 결정 사항의 후속 조치를 담당해서 양 회의체의 시너지 효과도 창출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현재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정 역할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특정 주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대국에 대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큰 경각심과 자극을 받은 것이 역설적으로 상당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오찬간담회에서 “일부 조합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앞장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늘린 오뚜기의 사례에서 감명을 받았다. 노동개혁이야말로 일자리 개혁이고 노동개혁 실천만이 청년에게 일자리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면서 “낡은 노동시장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죽음 스트레스’ 받는 원숭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연구)

    ‘죽음 스트레스’ 받는 원숭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연구)

    새끼 시절 ‘죽음의 위협’을 느낀 원숭이들은 그렇지 않은 새끼 원숭이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캘거리대학 공동연구진은 같은 시기에 같은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원숭이라 할지라도, 무리를 지어 함께 생활하는 집단 내에 성체 수컷이 많을 경우 성장이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장목 긴꼬리원숭이과 포유류인 센털콜로부스(Ursine colobus) 종의 성장 과정 및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센털콜로부스는 머리부위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털이 나 있으며 무리를 지어 저지대의 숲에서 주로 생활한다. 센털콜로부스 종의 새끼는 태어났을 당시 온 몸이 흰색 털로 뒤덮여 있는데, 생후 수 주가 지나면 털 색깔은 점차 회색으로 변했다가 생후 3~5개월이 되면 흰색과 검은색으로 완벽하게 분리된다. 새끼 센털콜로부스의 털 색깔 변화가 중요한 것은, 털 색깔이 변화하는 시기로 성장속도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독 빨리 흰색과 검은색으로 완벽하게 분리된 털을 갖는 새끼 센털콜로부스가 있으며, 이들은 성체 수컷으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동물 세계에서는 수컷이 짝짓기 시기가 되면 이미 다른 수컷의 새끼를 키우고 있는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다른 수컷의 새끼를 죽임으로서 암컷의 관심을 얻고 자신의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함이다. 성체 동물이 새끼를 죽이는 일은 동물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사자나 곰, 쥐와 같은 설치류들도 종종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혹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새끼를 죽인다. 연구진은 같은 무리에 유독 성체 수컷이 많은 경우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어미 역시 수컷에게 자신의 새끼가 공격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미의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새끼에게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하게 해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새끼가 많이 먹고 빨리 자라면 수컷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집단에서는 새끼 수컷이 새끼 암컷에 비해 성장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체 수컷이 훗날 자신의 새끼와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암컷 보다는 수컷에게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동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아살해(infanticide)의 현장은 매우 끔찍하다.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집단은 특히 수컷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인 ‘동물 행동학’(Animal Behaviour)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브라질이 정치·경제난에 빠졌다. 국영 석유회사 부패 스캔들로 시작된 정치 위기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보다 규모가 더 큰 반정부 시위를 불렀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연립정부 붕괴 위기,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탄핵 위기로 치닫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2주 사이 3명의 법무장관을 교체하는가 하면 룰라 전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 부분적 법적 보호를 받을 장관직을 제의하는 등 정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과거 디폴트가 선언됐던 1990년의 ?4.3% 이래 최악인 ?3.8%의 성장률을 지난해 기록했고, 올해는 ?4.5%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까지 6%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10.67%를 기록해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하고 싶지만 물가 자극을 우려해 지난해 7월 이래 기준금리를 14.25%로 동결시킨 상태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모두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고, 이 중 피치사는 브라질 기업의 53%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림으로써 대량 실업 사태를 예고한 셈이다. 한때 신흥시장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브라질 경제,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이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동안 브라질 경제와 다수 국민은 왜 행복했는가를 되물으면 찾기 쉽다. 브라질 경제는 2006~2010년 연평균 4.5%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 규모 세계 6위까지 올랐다가 2011~2014년 연평균 2.1%로 둔화되며 다시 7위로 내려앉았다. 룰라의 임기(2003~2010년) 8년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 시기와 일치했다. 브라질은 항공기를 수출하는 공업 강국이기도 하지만 농축산물 및 석유·광물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철광석 및 대두 수출 대상국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풍부해진 국가 재원을 활용해 노동자당(PT) 출신답게 빈부격차 축소를 위한 초등교육 보편화 등 사회정책들을 쏟아 냈고 후임 호세프 대통령도 같은 정책 노선을 이어 갔다. 덕분에 2003~2013년 브라질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가난에서 탈출했다. 같은 기간 소득불균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60 수준에서 0.54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전체 인구의 소득이 연평균 3.5% 증가하는 동안 인구 중 하위 소득자 40%의 소득은 그보다 두 배 가까운 6.1%로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원자재 가격은 곤두박질쳐 왔고, 세계 경기 불황으로 브라질의 수출공업 부문도 활기를 잃었다. 국가재정은 긴축으로 전환됐고, 삶의 질 개선은 2013년 이래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건은 2013년 6월의 국민적 저항 운동이다. 당시 정부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조치를 취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때마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둔 시점이어서 스포츠 행사 준비에 재원을 쏟기보다 복지 및 교육투자, 공공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부패척결 구호가 설득력을 얻은 것이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어난 대규모 거리 시위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호세프가 탄핵당할까.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사례는 1992년 있긴 하지만,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나 야권의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은 탄핵이 과연 자신에게 이로울지 따져 봐야 한다. 이들은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 추후 정권 재창출에 확신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 각자 연정 탈퇴, 탄핵 추진 또는 연정 참여 축소, 스캔들 장기 활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이 당장 디폴트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전히 외환 보유고는 3600억 달러에 달하고 금융 부문이 취약하지도 않다. 또한 경상적자를 메울 외국인 투자도 일시 보류는 될지언정 구매력 높은 인구 2억의 브라질 시장에 언제든 쇄도하곤 한다. 다만 브라질이 더이상 원자재 가격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하지 않고 견실한 성장을 보장받으려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오늘의 브라질 경제는 지난 호황기 10년 동안 소비 진작에 주력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의 압축 성장 ‘용적률’로 말한다

    한국의 압축 성장 ‘용적률’로 말한다

    오는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주제는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으로 정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아 진행하는 전시는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고 신은기, 안기현, 김승범, 정이삭, 정다은 등 5명의 큐레이터팀이 기획한다. 김 교수는 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용적률은 지난 50년간 서울의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집단의 욕망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라며 “급속한 도시화를 겪고 있는 도시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건축계의 도전과 결과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의 총감독인 칠레 출신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지난해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를 주제로 제시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건축계 도전과 결과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관이 제시한 ‘용적률 게임’은 한정된 대지에 최대의 건물면적을 요구하는 건축주, 이런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질을 추구하는 건축가, 이를 통제하고 조율하는 법과 제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사회적인 현상을 일종의 게임으로 다룬다. 김 교수는 “용적률은 제약조건이지만 한국 도시건축의 숨은 동력이었으며 현재도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생존을 위해 부딪치고 있는 현실”이라며 “서울에 있는 약 60만동의 건물데이터를 분석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능성이 있는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크게 다섯 영역으로 구분된다. 도입부에선 용적률 게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중앙홀에는 다가구와 다세대주택 등 보편적인 건축유형과 함께 건축가들이 용적률 등 각종 제약을 피해가며 설계한 각기 다른 외형의 36개 건축물 대형 모형과 도면들이 설치된다. 벽면에는 서울의 인구밀도, 도시성장에 관한 데이터와 현대 도시의 모습을 세밀하게 분석해 시각화한다. 강성은, 백승우, 정연두, 신경섭 등 네명의 초대 미술가들이 포착한 우리 도시와 거리의 풍경도 소개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생명나눔, 고귀한 가치·배려 종교계 뜻 합쳐 확산시켜야”

    “생명나눔, 고귀한 가치·배려 종교계 뜻 합쳐 확산시켜야”

    장기기증 등록자 120만명 성과…등록받는 기관 380곳 달해 위험 “생명 나눔에 어떻게 종교의 구분이 있을 수 있나요. 생명존중을 으뜸의 가치로 여기고 실천해야 하는 종교계라면 응당 배려와 나눔 운동에 앞장서는 게 당연하지요. 장기기증 운동도 그 차원에서 종교계가 지금보다 더 뜻을 합쳐 확산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1991년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장기기증 운동을 벌여 온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이사장 박진탁(80) 목사. 운동본부 설립 25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아현성결교회에서 조촐한 기념행사를 가진 박 목사는 16일 서대문구 서소문로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고귀한 생명 나눔의 차원에서 장기기증 운동의 뜻이 종교계를 중심으로 더 알차게 결집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거듭 밝혔다. 운동본부를 만든 박 목사는 정부에 앞서 1969년 한국헌혈협회를 창립해 헌혈운동 확산에 앞장섰는가 하면 1991년 국내 최초로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인물. 반평생을 장기기증운동 확산에 치중해 살았던 만큼 종교계 안팎에서 ‘생명나눔 운동의 대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신대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우석대병원 원목실에서 사목하던 무렵 혈액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보고 문득 하나의 생각이 뻗쳤다고 한다. “예수님은 나와 우리를 위해 모든 피와 목숨까지 주셨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헌혈전도사’가 됐고 1988년 미국으로 이민 간 지 얼마 안 돼 한 교민의 뇌사 장기기증을 목격한 후 감동을 받아 귀국해 1991년 만든 게 운동본부였다. 그가 운동본부를 만들 무렵은 장기 매매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 장기 기증의 개념조차 없었던 때 한양대병원을 직접 찾아가 환자를 소개받고 신장을 기증했다고 한다. “1991년부터 최근까지 958명의 기증자가 운동본부를 통해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고 2015년 가족 간 생존 시 장기기증이 1934건에 이르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국내 장기기증 운동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뇌사 장기기증자 수가 500명을 돌파했어요. 장기기증 등록자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 120만명을 넘어섰지요.” 이런 성과의 과정에서 범법자로 몰리고 생명을 상업화한다는 비아냥 등 굴곡과 시련이 많았다고 한다. “장기기증 개념과 시스템에 대한 일반과 정부기관의 오해가 컸던 탓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이 많아요. 장기기증 등록을 받는 기관이 민간 17개를 포함해 380개나 돼요. 사고와 행정 오류의 위험성이 있어요. 타인 간 장기기증이 사실상 금지돼 있고 기증 연령이 너무 높게 규정돼 있는 등 행정의 경직성도 장기기증 확산을 막는 주요인입니다.” 그래서 생명존중을 큰 가치로 여기는 종교가 장기기증과 관련한 격식과 영역을 허물고 보편적인 뜻을 모을 때 기증운동이 훨씬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비록 생전엔 나누고 살지 못해도 사후에라도 남에게 준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기기증 운동을 하면서 우연히 ‘남이 화급한 일을 당했을 때 돕지 않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자는 곤장 100대를 치라’는 1905년 형법대전 속 ‘견급불규율’ 규정을 알게 됐다는 박 목사. “100년 전에도 일상 속 생명존중의 실천이 그토록 엄하게 지켜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에 너무 몰인정한 것 같아요.”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각 교단에 소속된 운동본부 목사들과 함께 전국의 교회를 돌며 장기기증 서약을 받아 왔다는 박 목사는 이번 주말에도 전남의 한 교회를 찾아간다며 기자에게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서를 내밀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단독] 박물관, 사자상 ‘존재’ 알고도 공개 안해… 문화재 관리 난맥상

    [단독] 박물관, 사자상 ‘존재’ 알고도 공개 안해… 문화재 관리 난맥상

    박물관 정기간행물 논문에 게재… 사자상 4개 크기·무게 모두 달라 미술·석조문화재 권위자들조차 “사자상 국내 없다” 철석같이 믿어 박물관측 “1957년 수장고로 옮긴 듯” 당시 탑 복원 관계자 “사자상 못 봐”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 강원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사자상의 실체를 확인하고서도 3년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미술·석조문화재 최고 권위자들조차 사자상이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도난당해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학계에 미칠 충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발간된 중앙박물관 정기간행물 ‘미술자료’ 제87호에 실린 논문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에 대한 기초적 검토-이전 건립 경과 및 보존처리 내용을 중심으로’(이하 ‘논문’)에는 ‘사자상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에도 불구하고 4개체가 모두 남아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3년 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 보존처리와 3D 스캔을 한 사자상은 4개체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표면 풍화 상태가 심한 3개체의 사자상에 대한 세부 형상을 확인하였다’고 적혀 있다. 4개의 사자상은 크기와 무게가 다 다르다. 가장 큰 사자상은 가로 45㎝, 세로 25.5㎝이고 제일 작은 건 가로 28.5㎝, 세로 21.4㎝다. 무게는 20㎏부터 29㎏까지 다양하다. 이 ‘논문’으로 국내에서 수십 년간 자취를 감췄던 사자상이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됐지만 박물관 내 일부 관계자들 외에는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1962년 문화재 전문위원 1호로 위촉된 ‘미술·석조문화재 대부’ 정영호 단국대 석좌교수는 “사자상은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지광국사부도(탑)를 해체해 일본으로 가져간 이후 행방을 알 길이 없다”면서 “일본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사자상을 본 사람 중 살아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사자상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자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복원을 하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술·석조문화재 권위자인 소재구 전 해양연구소장도 “일제강점기 사진에 보면 사자상이 있는데 중간에 사라졌다. 일본으로 반출됐는지,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탑 복원 때 사자상도 원칙적으로 복원해야 하지만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복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광국사탑은 고려 문종 때 국사(國師)를 지냈던 지광(984~1067) 국사의 사리탑으로, 1085년 법천사에 건립됐다. 지광국사탑은 한국 문화재 수난사를 대표하는 탑으로 일컬어진다. 당초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와 함께 원주 법천사 터에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일본인에 의해 해체돼 서울로 옮겨졌다가 1912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 1915년 조선총독부 명령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0년 현재 위치인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세워지기까지 최소 9차례 옮겨 다녔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폭격을 맞아 상륜부가 1만 2000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고 1957년 시멘트 등 다양한 재료로 복원됐다. 최근 정기조사와 정밀안전진단 등 점검 결과 다수의 균열과 시멘트 복원 부위 탈락 등이 확인돼 전면 해체, 보존처리하기로 결정됐다. 문화재청은 오는 22일 탑 해체 공사 보고식을 갖고 다음달 2일까지 전체 부재를 해체한 뒤 6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이송할 계획이다. 사자상은 언제, 어떻게 사라진 걸까. ‘논문’에 따르면 사자상은 1932년 탑 해체 및 재건립 때까진 존재했지만 한국전쟁 당시 탑 상륜부가 파괴된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57년 탑 복원 때 야외에 노출돼 있으면 도난 위험도 있고 사자상을 받치는 탑 부재도 약해 사자상을 떼어내 박물관 수장고로 옮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7년 탑 복원 현장에 있었던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정 교수는 “파손된 상륜부 1만 2000조각을 모아 복원에 관여했던 임천·양철수 선생은 돌아가신 지 오래됐고 복원 감독을 했던 황수영 은사께서도 돌아가신 지 5년 됐다. 이젠 나밖에 없다”면서 “나도 당시 사자상을 본 적이 없는데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사자상을 누가 봤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일제강점기에 도난당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지광국사탑 사자상이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수십 년간 묻혀 있었다는 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문화재 관리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 준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유물이 엄청 많은데 수장고 내에 어떤 유물이 있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임업도 과학경영’ 印尼 코린도 조림지를 가다

    ‘임업도 과학경영’ 印尼 코린도 조림지를 가다

    지난 9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코린도 조림지는 거대한 나무공장을 떠올리게 했다. 6만 7300㏊(673.0㎢·2억 358만 2500평)으로 서울(605.3㎢)보다 넓게 펼쳐진 조림지에선 무엇보다 임업국가답게 과학에 기반한 임업경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현대 임업은 좋은 육종 생산에서 나무를 심는 것보다 형질이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육종 연구와 조림·관리·생산까지 일련의 과정이 조림지 내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한·인니 산림센터의 오기표 센터장은 “목재는 긴 투자기간에 비해 가격이 낮아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 “생장률이 좋은 나무를 심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유통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코린도 임업본부는 팡갈란분에서 목재칩이나 합판내재 등 저급재로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자생 수종인 유칼립투스와 자본메라에 대한 품종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우수한 품종으로 선별된 유칼립투스 99개 클론(복제) 묘목을 노지에 심어 5년 5개월간 비교한 결과 170번 묘목의 생장이 가장 우수했다. 2.5m 간격으로 심은 나무는 높이(23.9m)와 흉고 직경(20.8㎝)이 다른 클론 묘목을 압도했다. 특히 생존율은 밀식조림보다 3~4m 간격으로 심은 나무들이 높았다. 생장이 우수한 나무에서 새순을 잘라 심는 ‘삽목’ 방식으로 양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전적 우수성을 보유한 삽목을 옹기묘에 담아 뿌리가 내리는 2주간 온실에서 키운 뒤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비응대)에서 10일, 노지에서 2개월간 적응단계를 거쳐 3개월이면 조림수로 활용할 수 있다. 나왕의 대체수종으로 개발된 자본메라는 2년 9개월 자라자 높이 13m, 직경 22㎝에 달했다.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가지가 떨어져(자동낙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옹이가 없어 목재로서 활용가치를 높였다. 코린도는 올해 두 수종의 목재생산을 위한 용재조림에 나선다. 벌채는 인력을 빌리지 않고 기계화를 통해 최적화했다. 벌채 작업이 마무리된 블록5(1300㏊)에서는 인부 26명을 투입해 한 달 만에 유칼립투스 펠리타 7900t을 생산했다. 잔가지와 뿌리 등은 수거하지 않고 퇴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벌채에서 조림까지 두 달여 만에 마무리할 참이다. 이곳 조림지에는 2300㎞나 되는 작업임도가 개설돼 벌채목을 쿠마이강 주변 목재칩과 제재목 공장으로 옮겨 가공한 뒤 선박을 이용해 운반하는 등 일관 체계를 갖췄다. 임하수 산림청 해외자원개발담당관은 “해외 조림은 국내 목재 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목재자원과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녹색사업단과 산림센터 등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애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팡갈란분(인도네시아 칼리만탄주)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교육청·경찰과 힘 모으는 종로

    교육청·경찰과 힘 모으는 종로

    전국 곳곳에서 ‘아동 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종로구가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에 나선다. 전체 인구 대비 아동 비율이 13%(서울 자치구 22위)에 불과하지만 아동학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 주목된다. 구는 다음달 서울중부교육지원청, 종로경찰서, 혜화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아동학대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16일 밝혔다.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의 특성상,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협약의 골자는 ▲유치원, 초·중학교 아동의 미취학, 미등원 통보 ▲아동학대 여부 합동점검 및 조사 ▲아동보호 조치 방안 마련 ▲아동학대 신고 캠페인 등이다. 이를테면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동이 있는 학교에선 교장이 동장에게 통보해 관계기관이 합동점검을 나간다. 학대 정황이 있거나 아동의 행방이 묘연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에게 통보하고, 서장이 아동보호전문 기관장과 조사에 착수한다. 기관 간 유기적 협력과 신속한 대처로 피해 아동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약은 올해부터 구가 본격 추진하는 ‘아동친화 도시’ 조성의 일환이기도 하다. 구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4대 권리(생존·보호·발달·참여)를 구정 전반에 반영할 계획이다. 내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선 성북구가 전국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상태다. 구는 상반기 중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민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아동의회를 구성해 아동·청소년의 의견이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아동 관련 예산이 적절히 쓰이는지 확인, 분석하기 위해 ‘아동 예산서’도 발간할 계획”이라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던 지난 4일, 덕수궁 근처의 식당에서 만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은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전에는 진짜로 190㎝였는데 나이 먹더니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척박했던 국내 공학연구의 토양을 개척하고, 교수와 행정가의 길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두뇌집단인 포스텍을 이끌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 봤다. -“헤이, 무슈(미스터) 김. 여기 신문 좀 봐봐. 너네 나라 얘기 맞지?”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기숙사에 같이 있는 녀석이 또다시 아침부터 자존심을 긁었다. 기사 제목이 대략 ‘한국은 세계에서 아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였다. 버려진 한국 아기들의 해외 입양에 대한 특집기사였다. 그 프랑스인 학생이 아시아 후진국에서 온 유학생을 조롱할 목적으로 기사를 보여준 건지,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것뿐인데 내 자격지심이 옹졸하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1976~79년에 걸친 3년 반의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나는 ‘해외에 나가면 자기 나라 국력만큼 대접받는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심했다. “열심히 배워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다시 돌아오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마친 1976년 초,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해외 유학은 당초 나의 인생 로드맵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마치면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서 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도 ‘선생님’도 아닌, 오직 ‘부자’였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당시 대한항공이 자국산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해 준 데 대한 프랑스의 정부 차원의 보답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때 나와 같은 케이스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돈을 벌려고 해도 석사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와야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우리는 달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의 달 착륙을 평가절하했던 프랑스였다.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나중에 한국에 수출한 초고속 열차 ‘TGV’,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이 다 프랑스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6개월의 프랑스어 랭귀지 스쿨을 거쳐 그해 가을 미셰린타이어 공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의 블레즈파스칼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자원했기 때문에 유학 생활의 대부분을 파리에 있는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보냈다. 산학협력 과정을 택했던 건 기술의 현장 응용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현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유학 시작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아내가 건너 왔는데,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는 나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했다.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하면 르노자동차에서 추가로 연구비와 생활비를 줬다. 자동차 생산공장에 딸린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던 우리 가족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공부는 반에서 중간 정도만 해라.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왜 다른 집들처럼 공부하라고 얘기를 안 하시지?’ 어린 마음에 섭섭함까지 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씀만큼은 참 잘 지켰다. 경기고 우리 교실 60명 중에 30등을 왔다 갔다 했다. 동창 중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가 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 학교의 임지순(65) 석좌교수다.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대단했다.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석사 과정인데도 나라에서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4만 5000원)의 3분의1이나 되는 1만 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보조해 줬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월급은 서울대 교수의 3배였고, 아파트도 나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면 대통령이 공항까지 관용차를 보내 줬을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9년 7월 돌아옴과 동시에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때 나이 27세. 아주대는 197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의 한·불 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 이행을 위해 설립된 학교였는데, 1977년 당시 김우중 대우실업 사장이 인수를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했다. -아주대에서 나는 ‘빡빡이 교수’로 불렸다.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3주 군사훈련은 필수였다. 귀국하고 얼마 후 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박사님이 그 정도밖에 못하나.” 남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들어온 나를 훈련소 조교들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훈련소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그해 9월 1일 첫수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내가 교수라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군인 머리를 한 멀대 같은 청년이 허여멀건 얼굴로 다니면 먼 발치에서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 임용 2개월도 안 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이듬해 5월까지 대 학이 문을 닫았다. 계엄령 초기에는 교수들까지 완전히 통제했는데, 얼마 후 교수들은 연구실 출입이 허용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 버스에 올라온 계엄군이 출입증을 검사하더니 내 직위에 ‘조교수’로 돼 있는 걸 보고는 “야, 조교는 내려. 교수도 아닌 게 왜 여기에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동료 교수가 ‘조교’가 아니라 ‘조교수’라고 말해 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과 졸업생을 교수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덕에 1969년 재료공학과 창립 이후 2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서울대 교수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이외 대학 이공계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처럼 그냥 강의만 이뤄졌다. 실험실이 갖춰진 대학이 거의 없었다. 절삭공구 하나 변변한 걸 찾기 힘들었다. 아주대에 있을 때도 학교에서 연구를 위한 실험은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술 실용화 연구를 함께 했었다. 사실 아주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기술회사를 창업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꿈을 버렸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좋은 논문을 쓰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비로소 하게 됐다. -당시 연구환경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는 상상도 못 한다. 요즘에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국내에서 연간 5만건 넘게 나오지만 서울대에 부임하던 해에는 전체 100건이 안 됐다. 제대로 된 첫 논문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1984년 일본이 전 세계 청년 학자들을 초청해 일본 문화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나는 2개월 반 동안 일본무기재료연구소에 갔다. 거기서 현지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1986년에 처음 SCI급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학생과 전투경찰이 아침에 캠퍼스에 같이 등교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 부교수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배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 종잇장 하나를 꺼내 놓았다. “김 교수, 여기에 사인해. 나만 믿고 그냥 하면 돼.” 그 선배가 시키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흔쾌히 사인을 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울대 교수 4·13 호헌반대’ 성명이었다. 사인을 한 다음날 모든 신문 1면을 그 기사가 장식했고, 해당 교수들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게재됐다. -아침부터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이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됐지만 특별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리면 잘리는 거지. 그런데 해직교수가 되고 나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당초 꿈대로 돈이나 벌까?’ 그러나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 아래 우리 서명 교수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 같은 것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교내에 경찰이 들어와 제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30대 나약한 젊은 교수일 뿐이었다. 마음이 참담했고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4·13 호헌반대 성명에 서명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의 괴로움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조용히 연구나 하던 사람이 2005년 갑자기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으로 뽑혔다. 1990년대 초에도 학생 담당 부학장이라는 보직을 맡기는 했는데 공대 학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7년까지 공대 학장을 했었는데 졸지에 2008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6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 그러다 다시 201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도 다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만들어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은 엔지니어들이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기술을 전공한 공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못 하느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다. -충북 감곡에서 주말농장을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과학기술은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다. 씨를 뿌리고 움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흙을 뒤적이거나 이제 막 싹이 텄는데 키를 키우겠다고 잡아 늘이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노벨상 수상자가 당장 몇 년 안에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서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는 교육을 시키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을 지금처럼 운영해도 문제 없구나’ 하는 착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이 적당히 센 편이다. ‘논어’의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내가 좇는 공자의 주도를 압축한 말이다. 공자의 주량은 거의 무한대였는데, 어지러운 데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 역시 실제로 이른바 ‘필름’이 끊겨 본 기억은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 세라믹은 전자재료, 내열재료뿐만 아니라 강철을 절단하는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고든리서치 콘퍼런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학술회의에 40회 이상 초청받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에는 공대 학생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다시피 했다. ▲1952년 부산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포스텍 제7대 총장
  • ‘새누리 화약고’ 대구 비박계 탈락 도미노… 칼끝은 유승민에게

    ‘새누리 화약고’ 대구 비박계 탈락 도미노… 칼끝은 유승민에게

    친유승민계 자리에 친박계로 채워 김상훈은 진박 윤두현과 일전 치러야 劉, 피 말리는 공천 최후의 1인 될 듯 새누리당은 15일까지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지역구를 제외하고 사실상 4·13총선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남은 지역구는 윤상현 의원이 탈락한 인천 남을과 새누리당 예비후보자가 없는 광주 북갑·광산을까지 4곳뿐이다. 유 의원은 피 말린 공천 작업의 마지막 순간까지 생사 여부가 확정되지 못한 채 최후의 1인으로 남게 됐다. 이날 공천자 명단을 살펴보면 ‘친유승민계’ 현역들의 학살이 명확히 드러난 대신, 빈자리를 진박계 후보들이 대거 채웠다. 친유계를 컷오프시킨 친박근혜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칼끝이 마지막으로 유 의원을 향할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전날 대구의 친유계 초선인 권은희·홍지만 의원이 공천 배제된 데 이어 이날도 김희국(대구 중·남구),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이 연이어 탈락했다. 김 의원 대신 진박 후보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8대 이 지역 의원인 배영식 전 의원과 경선에 나선다. 류 의원도 박 대통령의 ‘진실한 정치’ 첨병 역할을 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고배를 들었다. 수도권의 대표적 친유계인 이종훈 전 원내대변인도 공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탈락 기준은 명확치 않다. 이 위원장이 공천 탈락의 3가지 기준으로 ‘당 정체성,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 강세지역 다선 여부’를 꼽았다. 탈락한 친유계 의원들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 의원이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국회법 파동 사태를 빚으며 결정적으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친유계 의원들 역시 낙인 찍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대구 친유계 중 생존한 의원은 김상훈(서구) 의원뿐이다. 그러나 김 의원도 경선에서 진박 후보인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여론조사 일전을 치러야 한다.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던 재선 조원진(달서병) 의원과 친박계 초선 윤재옥(달서을) 의원도 경선을 확정 지으며 일단 살아남았다. 대구 현역 12명 중 유 의원을 제외하고 이들 3명만 생존하면서 20대 총선에서 이 지역 물갈이 비율이 19대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공관위 회의에선 유 의원의 배제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간 끝에 결국 당 지도부의 정치적 결정에 맡겨질 공산이 커졌다. 이 위원장이 전날에 이어 유 의원의 공천 배제를 강력 주장했지만, 수도권 선거에 불어닥칠 역풍 때문에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렸다고 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공사장 소음·매연에 꿀벌 폐사…인근 양봉장 피해 배상 잇따라

    공사 소음과 진동, 매연 등에 의한 꿀벌 피해 배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겨울철 동면 기간 중 피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15일 공사장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월동하던 꿀벌이 폐사한 피해 사례와 관련해 시공사 등에 1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강원 양양에서 양봉을 하는 A씨는 2014년 8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양봉시설에서 260m 정도 떨어진 공사장의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벌이 폐사하고 꿀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를 당했다며 5억 1500여만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분쟁위 조사 결과 공사장 소음(최대 67.8㏈)과 진동(평균 0.1㎝/sec)이 가축 피해 인과관계 검토 기준(소음 60dB, 진동 0.02㎝)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 기준이 넘는 소음과 진동은 날개 진동의 강약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꿀벌의 활동을 방해해 꿀 생산과 산란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꿀벌은 벌통 안에서 봉구를 만들어 날갯짓을 통해 열을 일으켜 생존하는데 소음, 진동 등의 외부 요인으로 봉구에서 떨어져 나간 개체는 저체온증으로 죽게 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레몬에 못·클립 꽂으면 불꽃이 활활?

    레몬에 못·클립 꽂으면 불꽃이 활활?

    라이터나 성냥 없이 야생에서 불을 피우는 방법 영상이 화제다.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노오스서바이벌’(NorthSurvival)이 최근 ‘레몬으로 불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불을 피우는 데 필요한 재료는 레몬, 구리 클립(6개), 아연 못(6개), 전선, 휴지조각, 철솜. 우선 레몬 위에 구리 클립 6개를 1cm 간격으로 배치해 꽂는다. 못 6개도 구리 클립과 나란히 일정한 간격으로 꽂는다. 그다음 준비한 전선을 첫 번째 구리 클립과 두 번째 못에 연결한다. 같은 방법으로 전선을 나머지 구리 클립과 못에 감아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전선을 대각선으로 남아 있는 구리 클립과 못에 연결한다. 5V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극(아연 못)과 +극(구리 클립)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상 속 남성이 이렇게 만들어진 레몬을 나뭇조각 위에 올린 다음 철솜 위에 휴지조각을 놓는다. 레몬에 연결된 전선을 휴지조각 밑 철솜에 비비자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레몬으로 불을 피울 수 있는 이유는 레몬에 꽂힌 구리 글립과 아연 못이 레몬 속의 구연산과 반응해 전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연은 구리에 비해 더 많은 전자를 잃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아연이 잃은 전자들이 전선을 따라 구리로 이동하면서 이 과정에서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긴 전류의 -극(아연 못)과 +극(구리 클립)을 철솜에 마찰키켜 불을 만든 것이다. 한편 지난 13일 유튜브에 게재된 레몬으로 불 피우는 영상은 현재 66만 76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NorthSurviva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남자화장실 청소부가 아리따운 여대생이라면?☞ 12세 소녀와 65세 노인의 결혼, 사람들의 반응은?
  • 레몬에 못·클립 꽂으면 불꽃이 활활?

    레몬에 못·클립 꽂으면 불꽃이 활활?

    라이터나 성냥 없이 야생에서 불을 피우는 방법 영상이 화제다.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노오스서바이벌’(NorthSurvival)이 최근 ‘레몬으로 불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불을 피우는 데 필요한 재료는 레몬, 구리 클립(6개), 아연 못(6개), 전선, 휴지조각, 철솜. 우선 레몬 위에 구리 클립 6개를 1cm 간격으로 배치해 꽂는다. 못 6개도 구리 클립과 나란히 일정한 간격으로 꽂는다. 그다음 준비한 전선을 첫 번째 구리 클립과 두 번째 못에 연결한다. 같은 방법으로 전선을 나머지 구리 클립과 못에 감아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전선을 대각선으로 남아 있는 구리 클립과 못에 연결한다. 5V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극(아연 못)과 +극(구리 클립)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상 속 남성이 이렇게 만들어진 레몬을 나뭇조각 위에 올린 다음 철솜 위에 휴지조각을 놓는다. 레몬에 연결된 전선을 휴지조각 밑 철솜에 비비자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레몬으로 불을 피울 수 있는 이유는 레몬에 꽂힌 구리 글립과 아연 못이 레몬 속의 구연산과 반응해 전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연은 구리에 비해 더 많은 전자를 잃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아연이 잃은 전자들이 전선을 따라 구리로 이동하면서 이 과정에서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긴 전류의 -극(아연 못)과 +극(구리 클립)을 철솜에 마찰키켜 불을 만든 것이다. 한편 지난 13일 유튜브에 게재된 레몬으로 불 피우는 영상은 현재 66만 76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NorthSurviva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남자화장실 청소부가 아리따운 여대생이라면?☞ 12세 소녀와 65세 노인의 결혼, 사람들의 반응은?
  • [이호준 시간여행] 봄이 오면 섶다리로 간다

    [이호준 시간여행] 봄이 오면 섶다리로 간다

    문득 섶다리가 보고 싶어진 것은 끝이 한결 무뎌진 바람 때문이었다. 길고도 깊었던 겨울을 열어젖히고 힘차게 흐르는 강만큼 봄마중과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서서 강물에 오래 시선을 주면 어디선가 봄의 찬가라도 들릴 것 같다. 서둘러 강원도 영월 주천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섶다리가 있다. 지난봄에도 다녀왔던가? 판운리 섶다리는 여러 번 봐도 물리지 않는다.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좁은 다리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랴 싶겠지만, 이곳 섶다리는 다리 이상의 매력이 있다. 우선 다리가 놓인 입지적 환경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산과 물로야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영월이지만, 주천면 판운리는 그중에서도 발군의 풍경을 자랑한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평창강의 물이 세를 더해서 강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섶다리는 섶나무로 놓은 다리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판운리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강 위에 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강 위쪽에 시멘트 다리가 생긴 뒤 한동안 섶다리를 볼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다시 다리를 놓기 시작하면서 사계절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섶다리는 전통 사회를 지켜 온 협업의 상징이다. 섶다리는 설계도가 없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 오는 방식으로 놓는다. 다리를 놓을 때는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한다. 돌을 골라 강둑에 쌓는 기초 작업부터 다릿발을 세우고 긴 통나무로 상판을 놓는 것까지 하나하나 마을 자체의 노동력으로 이뤄진다. 못을 치지 않고 자연의 산물만 쓰는 것도 섶다리의 특징이다. 협업은 마을 사람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통은 다리를 이용하는 이쪽 마을과 건넛마을 사람들이 양쪽에서 다리를 놓기 시작해 강 가운데서 만나게 된다. 결국 마을과 마을이 힘을 합쳐 다리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섶다리는 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뿐만 아니라 질서와 예의, 인간성 교육의 수단이기도 했다. 폭이 좁은 다리를 지나다니기 위해서는 배려와 포용이 필수였다. 섶다리는 한 사람만 건널 수 있다. 강 양쪽에 건널 사람이 동시에 있을 경우 어느 한쪽이 기다려야 한다. 그럴 때 연장자가 먼저 건너는 게 상식이었다. 또 짐을 지거나 보따리를 머리에 인 사람을 우선 건너도록 기다려 줬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이를 업은 사람도 당연히 먼저 건너도록 했다. 그렇게 양보와 질서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던 다리들이 시간의 기세에 밀려 하나둘 사라지고, 번듯한 시멘트 다리들이 속속 들어섰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예의나 존중이라는 말들이 우리 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적자생존만 가치를 지니는 세상에서는 인간성이라는 단어마저 낯설어졌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이, 마을과 마을이 다리를 통해 마음을 나누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 됐다. 그렇다고 좁은 다리를 다시 놓고 질서와 소통을 익히는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교훈들마저 까마득하게 잊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겪는 혼돈의 근원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은 각박해도 강둑에서 바라보는 섶다리는 아름답다.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러쥔 생을 미처 놓지 못한 억새와 나란히 앉아 사람 사는 이치를 생각한다.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 SIA 송중기 “또 어려운 도전한다” 영화 ‘군함도’ 어떤 역할? 일제강점기 독립군

    SIA 송중기 “또 어려운 도전한다” 영화 ‘군함도’ 어떤 역할? 일제강점기 독립군

    ‘SIA’에서 송중기가 언급한 영화 ‘군함도’가 화제다. 송중기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DDP에서 열린 ‘스타일 아이콘 아시아 어워즈(SIA) 2016’에서 ‘아시아 트렌드를 이끌 10인의 스타일아이콘’으로 선정됐다. 송중기는 SIA 수상소감에서 현재 출연 중인 KBS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언급하며 “군인 역할이 갓 제대해 쉬울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올해도 영화 ‘군함도’로 또 큰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송중기의 차기작 ‘군함도’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명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를 비롯 황정민, 소지섭이 캐스팅 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군함도’에서 황정민은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에 오게 된 경성 호텔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았다. 황정민은 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려고 했지만 군함도에 끌려와 딸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소지섭은 종로 일대를 평정했던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으로 나온다. 거친 성격이지만 알고보면 진국인 인물이다. 송중기는 독립 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 역을 맡았다. 또한 일제 치하 갖은 고초를 겪었고 군함도에서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강인한 생존력을 보여주는 여성 말년 역에는 이정현이 캐스팅됐다. ‘군함도’는 오는 6월 크랭크인 해 2017년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육지는 섬을 꿈꾸고 섬은 육지를 그린다. 그렇게 남해를 사이에 두고 통영과 욕지도는 서로에게 꿈과 그리움으로 일렁인다. 둘 사이를 가르는 쪽빛 파도에 육지와 섬이 보내는 연서戀書가 실려 온다. 남쪽 바다가 수줍게 건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자. 욕지 앞바다의 고등어 양식장. 동그란 양식장이 마치 꽃 모양 같다 욕지항의 모습. 작은 항구가 정겹 ●욕지도가 피었다 오랜 시간을 섬은 물고기와 사람을 그리워했다. 그래서일까. 섬 곳곳에 그리움에 지친 꽃 ‘동백’이 빨갛게 피었다. 지금 욕지도에는 물고기와 사람의 꿈이 퐁퐁 피어난다.이름에 품은 ‘알고자 하는 마음들’ 섬 이름이 제법 거창하다. 욕지欲知, ‘알고자 하거든’이라는 뜻이다. 이 섬에 머물기만 하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섬은 어리석은 육지 사람들을 이름으로 유혹한다. 욕지도의 지명은 ‘辱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화장극락세계를 알고자 하거든,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께 물어보라’는 뜻이다. 욕지도와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는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역시 같은 문구에서 유래했다. 극락을 찾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통영의 삼덕항에서 출항한 배는 45분을 달린다. 곤리도, 추도, 두미도, 노대도와 같은 이름의 섬들을 밀어내며 달린다. 섬들이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진다.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욕지도다. 배에서 마주한 섬의 얼굴이 말쑥하다. 바다는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하다. 남해 바다에 고요히 떠 있는 섬에서 극락세계, 파라다이스를 구하는 것은 인간의 끈질긴 허영심이다. 인간이 던지는 초라한 질문에 섬은 말없이 스스로를 내어 준다. 그리고 아무리 초라하고 한심한 꿈일지라도 섬은 넉넉하게 그 마음을 품어 준다. 배가 도착하는 욕지항의 오목한 항구처럼 말이다. 비렁길 옆으로 해가 지고 있다 벼랑이어도 괜찮은 비렁길 벼랑을 뜻하는 비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렁길은 절벽을 따라 이어진 옛길을 다듬은 곳이다. 이곳에는 후피향나무, 돈나무, 팔손이 등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누가 심어 주고 가꾸어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묵묵히 살아내는 나무들이 어여쁘다. 숲에서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에서는 숲의 향이 풍긴다. 절벽 위의 고불고불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출렁다리 앞이다. 출렁다리는 욕지도의 또 하나의 비경. 이름처럼 걸을 때마다 다리가 출렁인다. 한 걸음 내딛으면 출렁,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한 걸음 내딛으면 다시 출렁, 걸음을 조심하게 만든다.출렁다리를 건너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당바위가 너르고, 바위 양쪽의 풍광이 시원하다. 마당바위의 끝으로는 그저 바다, 바다, 바다뿐이다. 탁 트인 바다 앞에 서자 버거웠던 것들이 사라락 사그라지는 것만 같다. 하늘이 붉어지고 바다도 붉어진다. 해질녘이다. 다시 하루 동안의 나와 화해하는 시간이다. 좌부랑개로 불리던 자부마을동백꽃이 욕지 바다를 향해 만개했다양식장에서 일하는 욕지도 주민 입 안에 생생한 고등어 놀던 바다 욕지도가 좋은 것을 고기가 먼저 알았다. 욕지도 인근 바다는 수온이 높고 잔잔한 대신 조류가 빨라 물이 깨끗하다. 인간보다 예민한 고기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고기가 몰리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시대, 가장 먼저 근대화가 이루어졌던 섬이 바로 욕지도다. 욕지도 바다에는 주야로 고깃배들이 몰렸다. 또 돈이 몰렸다. 욕지항 근처에 있는 자부마을의 옛 이름은 ‘좌부랑개’다. 그 옛날 좌부랑개의 골목마다에는 100여 개의 술집이 있어, 뱃사람들이 거친 하루를 달래던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자부마을은 조용한 어촌이다. 그러나 골목길을 걷노라면 뱃사람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던 그 옛날의 니나노 가락이 고샅마다 들리는 것만 같다. 자부마을에 술집과 유곽은 사라졌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고등어 간독이다. 고등어 간독은 만주에서 전쟁 중이던 일본군에게 생선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아래로 땅을 판 후 그 안에 내장을 제거하고 살짝 말린 고등어를 소금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저장하던 곳이다. 욕지도 인근 바다에서 자연산 고등어가 한창 좋았던 시절까지도 된장독, 고추장독처럼 집집마다 있는 고등어 간독에다 고등어를 저장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고등어가 좋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욕지도 인근의 수온이 상승해 자연산 고등어를 잡으려면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욕지도 앞 바다에 고등어의 발길이 끊어지자 고등어 간독도 비었다. 빈 고등어 간독은 물이 차거나 야생동물이 빠지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집집마다 있던 고등어 간독은 고등어 좋았던 시절과 함께 하나둘씩 메워지거나 헐렸다. 최근에는 고등어 간독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고자 대형 간독의 복원이 한창이다. 다행히 고등어가 욕지 바다에서 놀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욕지도 사람들은 욕지 바다를 떠난 고등어를 좇는 대신 기르기 시작했다. 고등어 양식 말이다. 욕지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곳이다. 욕지도 바다 여기저기에 동그란 그물이 꽃처럼 피었다. 바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이다. 이곳에서 체포된 치어가 성어로 길러진다. 고등어는 배양기술이 없다. 치어를 체포해 기르는 방식으로만 양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 옆에는 반드시 치어를 체포하기 위한 정치망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곳 욕지도에서 고등어 양식이 가능한 이유는 치어 체포가 비교적 쉽고, 고등어가 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수온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고등어 양식은 수질도 중요한데, 욕지도는 물길이 하루에 4번 바뀌므로 바다 속 부유물 제거가 용이함에 따라 항상 물이 맑고 깨끗하다. 가두리 어장 안에서 좁은 공간에 적응한 고등어는 수차 안에서도 생존 가능하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고등어 회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수차보다는 바다에서 건진 고등어가 맛이 더 좋을 것이다. 욕지도에서 기른 고등어 회 맛을 안 볼 수 없다. 솜씨 좋게 손질된 고등어 회가 꽃잎처럼 접시 한 가득 담겨 온다. 붉은 살 한 점을 얼른 입에 넣는다. 살이 단단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눅진하게 배어 나오며 달다. 욕지 바다가 기른 맛이 참 생생하다. 깻잎에 쌈장과 생강을 넣고 쌈을 싸 먹으니 고등어의 기름진 고소한 맛과 깻잎의 청량한 향, 생강의 알싸한 맛이 씹을수록 한데 어우러져 일품이다. 입 안에 욕지 바다가 번진다. 할매 바리스타가 능숙하게 주문 받은 음료를 제조한다아기자기한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 고운 우리 섬 할매바리스타 욕지도가 부유한 어촌이던 시절, 통영에서 섬으로는 시집을 보내지 않았으나 욕지도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욕지도로 시집온 이야(언니를 뜻하는 통영 사투리)는 세월 따라 꽃다운 섬 할매가 되었다. 자부마을 항구에 아리따운 섬 할매들의 꿈이 자박자박 부풀었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이야기다. 다방커피와 커피믹스만 알던 섬 할매들이 이름마저 생소했을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 이를 위해 할매들과 커피 선생님은 6개월간 통영과 욕지도를 오가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12명의 할매들과 이사장, 총무를 포함한 총 14명은 ‘자부마을 섬마을 쉼터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을 차렸다. 의자와 테이블 몇 개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은 지난해 4월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꽤 근사한 커피숍이다.커피숍에 들어서자 손으로 쓴 메뉴판과 작지만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 여행자를 맞는다.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얼굴이 고운 할매가 주문을 받는다. 뜨거운 라떼 한잔을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다른 할매가 먼저 주문받은 라떼를 내리고 있다. 조금 느려도 우유 거품을 능숙하게 뽑아낸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떼, 핫초코, 스무디. 여기에 향토음식인 빼떼기죽, 고구마라떼, 고구마 케이크 등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메뉴가 더해졌다. 가격도 착하다. “심심했는데 언니들캉 동생들캉 여서 시간 보내는 기 제일로 좋다.” 아무래도 할매들은 느지막이 시작한 바리스타 일이 재미있기만한가 보다. 커피숍에 출근하기 위해 안하던 화장도 곱게 하신단다. 할매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커피 중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는지가 슬며시 궁금해진다. “우리도 자주 마신다. 아무끼나 묵어도 다 맛나다.” 컵에 가득 담긴 라떼를 호로록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고기가, 어부가, 노랫가락이 그득하던 항구에 향기가 차오른다. 커피에서 참 고운 맛이 난다.할매바리스타 경남 통영시 욕지면 욕지일주로 15 055 645 8121 아메리카노 2,500원, 빼데기죽 5,000원, 고구마라떼 3,500원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발생 5년을 맞았다. 초반 반독재 투쟁의 성격을 띠었던 거리 시위에 이슬람 종파 간 갈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및 강대국의 개입 등이 얽히면서 내전으로 비화됐다.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들은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시리아 평화회담은 진척을 보이지 않아 내전의 끝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최근 시리아 분할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은 이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중동의 반정부 시위 물결인 ‘아랍의 봄’ 영향으로 시리아에서는 남부 도시인 데라에서 청년 15명이 “국민은 정권을 무너뜨리길 원한다”라는 구호를 벽에 낙서했다. 시리아 당국이 이들을 체포해 고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1년 3월 15일 수도 다마스쿠스, 데라 등 주요 도시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3월 1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에 발포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시리아 시민들이 분노한 배경에는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과 부패, 종파와 민족에 따른 차별, 그리고 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대통령직을 세습한 알아사드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 출신으로 아버지보다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 활동을 부분적으로 자유화하고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경제 개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정치 개혁은 무산됐으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그의 경제 개혁은 소득 불평등만 확대시켰다. 시리아 국민의 74%를 차지하지만 시아파 주도의 정권에서 배제됐던 수니파의 오랜 불만은 경제 악화로 더욱 고조됐다. 민주적 개혁, 정치범 석방, 부패 척결 등을 정권에 요구하던 시위대는 4월에 접어들며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알아사드 정권도 시위 진압을 위해 기갑부대를 동원하면서 5월 말 민간인 사상자는 1000여명에 이르렀다고 BBC가 전했다. 시위대에 대한 정권의 무력 행사가 거세지면서 정부군에 대항해 무기를 든 시민군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정권 지지 기반인 군대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했다. 7~8월에 이르러 반정부 무장단체인 자유시리아군과 국내외 반정부 인사들이 주도한 시리아국가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반정부 세력이 조직화되면서 내전이 본격화됐다. 2012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수니파 국가와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면서 반정부군은 정부군과 무력으로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됐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세력과 민간인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시리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실시하지 못하자 이들 국가가 개별적으로 반정부 세력 지원에 나선 것이다. 걸프 연안 국가들은 반정부 세력의 무기 구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터키는 자유시리아군을 지지하며 군사작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미국도 2012년 7월 자유시리아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민간단체로 승인했다. 반면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에 재정적·군사적으로 지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3년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이에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자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3년 시리아 영토의 60%가 반정부 세력의 손에 떨어지자 정부군은 이란, 헤즈볼라, 그리고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때 반정부군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테러와 과도정부 역할을 했던 시리아국가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정부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변수가 시리아 내전에 등장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고 8월 시리아의 락까를 점령해 사실상의 수도로 삼았다. IS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넓히자 미국은 2014년 8월 알아사드 정권 대신 IS 격퇴로 전략을 수정하고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러시아도 2015년 9월부터 대IS 공습에 나섰으나,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IS가 아닌 반정부 세력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IS 격퇴에 힘을 쏟는 사이 알아사드 정권은 올해 초부터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반정부 세력의 핵심 근거지인 알레포까지 압박해 들어갔다. 시리아 내전 5년 동안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고 BBC가 전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내전 발발 전 2300만명에 이르던 시리아 인구 중 절반가량이 거주지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 중 650만명은 국내에서 유랑 생활을 하고 있으며, 480만명은 유럽 등 국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의 70%가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3분의1가량이 생존에 필요한 식품조차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리아를 떠난 480만명의 난민 가운데 지난해 100만명가량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유럽 또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급증으로 반이민 정서가 유럽 각지에 팽배해지면서 극우 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각국이 난민 유입 저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유럽 통합의 근간이었던 각국 간 자유로운 이동 보장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이 주도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14일(현지시간) 열렸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평화회담 개최를 위해 지난달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 임시 휴전에 합의했으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이 공격 행위를 해 합의를 깼다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정치를 전공한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휴전 합의로 시리아 내전의 강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내전 상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IS와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이 평화회담에서 배제돼 회담의 실효성이 낮고, 회담 당사자 간 이해관계와 목표가 매우 달라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방 등 미국과 수니파 온건 반정부 세력은 알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이란·시리아 정부는 정권 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아파 정부, 수니파 반군,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삼분하는 플랜B 계획이 미국 정부와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평화회담을 주도하는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13일 “평화회담에서 정치적 해결안을 성공적으로 도출하는 것 외에 실제 가능한 플랜 B는 없다”고 못박았다. 서 교수는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가 임의로 설정한 국경을 따라 다양한 종파와 민족을 불안정하게 아우르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시리아의 3분할론을 받아들일 리 없다”면서 “시리아가 내전으로 분할된다면 이웃 중동 국가들도 국내 여러 종파와 민족의 독립 또는 자치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스스로 조립되는 무기·스텔스 기능 군복 ‘상상이 현실로’

    스스로 조립되는 무기·스텔스 기능 군복 ‘상상이 현실로’

    두 남자의 수다  “형, 김 부장 이야기 너무 뻔해. 재미없어.” 별명이 자유로운 영혼인 후배 박 교수가 시비를 걸었다. 지난주 칼럼 ‘3D 프린팅, 현실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을 그렇게 밋밋하게 쓰지 말고 “3D 프린팅은 사기다!” 이렇게 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지에 칼럼을 연재하게 되어 중국통인 박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러 간 날이었다. 학교 앞에서 양꼬치에 칭다오 맥주를 마시며 대륙의 IT에 대해 수다를 떨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노리다 “박 교수는 3D 프린터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예상 밖으로 대답이 시원찮았다. 요즘 제품들은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고 킬러 애플리케이션도 없다며 일반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박 교수가 외국어나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할 때는 허당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다 싶어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속도가 지금보다 100배나 빠른 3D 프린터가 나왔다는데 들어봤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연구실에 칩거하더니 세상 물정에 어두워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기회를 놓칠세라 “4D 프린터로 찍으면 저절로 모양이 변한다던데 혹시 본 적 있나?”라며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박 교수가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그럼 다음 주에는 재미있게 한번 써 보슈”   터미네이터와 3D 프린터  박 교수가 3D 프린터에 실망한 것은 아직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발전은 종종 축적된 기술이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도약을 하는 ‘퀀텀 점프’(Quantum Jump) 현상을 보인다. 먼 미래의 기술로만 여기던 인공지능이 알파고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봐도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대접받는 분야가 아니어서 더욱 격세지감을 느낀다. 스마트폰도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 채 10년이 되지 않아 스마트 빅뱅으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스마트플래닛으로 이어지며 초연결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제는 한순간 흐름을 놓치면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세계 최대 스마트폰 회사 CEO의 모토가 ‘졸면 죽는다’ 였겠는가. 3D 프린터도 시장 형성이 더디다고 냉소적으로 보아서는 위험하다. 2015년 3월, 국제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클립’(CLIP)이라는 초고속 3D 프린팅 기술이 발표되었다. 클립의 출력 속도는 기존보다 25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빨랐다.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10cm 높이의 에펠탑 모형을 출력하는데 6분 3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3D 프린터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속도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조셉 데시몬 교수팀은 카본3D(Carbon3D)라는 벤처 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데시몬 교수는 지식 공유의 장인 테드(TED) 강연에서 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 금속 로봇 T-1000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략 원리는 이렇다. 빛은 액체 광경화 수지를 굳혀 버리지만 산소는 액체가 굳는 것을 방해한다. 클립은 이 점을 이용해 수조 바닥에 콘택트 렌즈와 같이 빛과 산소를 투과시키는 창을 설치한 것이 비밀의 열쇠다. 이 창을 통해 산소를 주입하면서 자외선을 쏘면 액체 속에서 연속적으로 입체 형상이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출력 속도도 빠르지만 단층이 생기지 않아 표면이 매끄럽고 출력물의 강도가 높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같은 새로운 사업의 파트너를 찾던 구글이 이런 회사를 놓칠 리가 없다. 테드 강연에 참석했던 구글의 공동 창업자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데시몬 교수를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몇 개월 후 구글 벤처스를 통해 아직 제품도 출시되지 않은 신생 벤처 기업인 카본3D에 1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구글은 “카본3D의 기술은 기존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제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3D 프린팅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잠재력이 있다.”라고 평했다. 포드 자동차는 이미 2014년부터 이 기술을 가져다 자동차 디자인과 새로운 부품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시험을 해왔다. 포드의 적층 제조 부문 리더인 엘렌 리는 “기존의 사출 성형으로 만든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 클립은 디지털 제조를 통해 자동차 소재와 응용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3D 프린팅 소프트웨어의 일인자 ‘오토데스크’, 의료분야 적용을 시도하는 ‘존슨앤존슨’,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할리우드의 ‘레거시 이펙트’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포브스지는 카본3D의 기업가치가 이미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카본3D가 3D 프린팅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D 프린터를 넘어  더울 때는 옷감 사이로 바람이 통하고 추워지거나 비가 오면 빈틈을 메워 보온과 방수가 되는 옷이 있다면 어떨까. 프린터로 출력한 물건이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 형태를 바꾸거나(self-transformation) 조립하는(self-assembly) 기술이 등장했다. 3D 프린팅에 시간에 따른 변화를 더해 4D 프린팅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2013년 미국 MIT의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가 TED 강연을 통해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한쪽 면은 고온에서 팽창하는 물질을 프린트하고 반대편은 온도에 변화가 없는 물질을 프린트한 판이 있다고 치자. 이 판을 뜨거운 곳에 두면 한쪽이 늘어나면서 변형이 생겨 휘게 된다. 온도뿐만 아니라 물, 햇빛, 진동, 중력 등에 반응하는 소재를 이용하여 특정 조건에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미 육군은 자가 조립 무기와 스텔스 기능의 전차나 군복과 같은 군사용 4D 프린팅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프랑스의 항공기 제작회사 에어버스는 MIT의 티비츠 교수와 함께 비행 조건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제트 엔진 부품을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4D 프린팅의 발전 보고서’를 통해 4D 프린팅이 헬스케어, 자동차, 항공, 우주 산업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리라 전망했다. 아직은 도입기로 사업성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스마트 소재나 소프트웨어 설계와 같은 원천 기술은 미리 확보해야 한다. 2~3년이 지나면 선발 주자들이 특허를 지뢰밭 같은 깔아놓아 접근조차 어려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이제부터 시작  3D 프린팅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받던 소재 부족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플라스틱 재질의 ABS나 PLA 수지 외에 금속, 종이, 세라믹, 바이오 소재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루미늄, 니켈 합금, 티타늄과 같은 금속 소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소재의 변화에 따라 사업 아이템도 패션 소품이나 피규어와 같은 생활용품부터 건축, 의료, 자동차 산업으로 확대되었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의 비중도 커졌다. 2014년 빅테이터 분석 업체 애피니언스는 3D 프린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곳을 선정했다. 그중 프린터를 제조하는 회사는 스트라타시스, 3D 시스템즈, 메이커봇 3곳뿐이었다. 1위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데스크가 차지하였고 2위는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한 아마존이었다. 3D 프린팅 산업은 하드웨어와 소재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을 포함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은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캐즘(chasm)을 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거품이 빠지는 환멸기가 끝나고 재조명을 받는 각성기를 거쳐 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다. 3D 프린팅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변화와 기회가 있다.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기회를 찾기 바란다. 3회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3D 프린터로 작은 소품이라도 직접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끝으로 박 교수에게도 한마디 해야겠다. “이봐, 3D 프린팅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식품업계 장수 브랜드의 ‘新생존법’

    식품업계 장수 브랜드의 ‘新생존법’

    장기불황에 신제품 출시 부담접근성 높여 젊은층 공략하고 기존제품 활용해 홍보 극대화 올해로 42살 된 동갑내기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와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장수 이미지를 넘어 변신을 꾀하고 있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개점과 함께 문을 연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 플래그십 스토어인 ‘옐로우 카페’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옐로우 카페는 빙그레가 1974년 출시한 장수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를 주재료로 만든 라테, 셰이크, 소프트 아이스크림, 푸딩 등을 파는 곳이다. 매장 입구에는 대형 바나나맛우유 조형물을 설치했다.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중심으로 한 카페를 만든 이유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빙그레 관계자는 “브랜드가 오래될수록 기존의 고객층 연령대도 높아지기에 젊은 고객층에게 바나나맛우유를 오래된 제품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으로 응용해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나나맛우유와 같은 해에 출시된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최근 동생 제품인 바나나맛이 출시됐다. 오리온이 올해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2013년 개발에 착수해 3년에 걸쳐 만든 제품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제품을 맛보고 싶지만 품절돼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60세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나이라는 말도 있듯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오리온의 대표 장수 제품인 초코파이를 응용하게 된 것”이라면서 “공장을 풀가동해 최대한 수요를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그레에 앞서 해태제과는 지난 1월 홍익대 근처에 카페 ‘해태로’ 1호점을 연 데 이어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의 빙그레 옐로우 카페 바로 옆에 2호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해태제과의 제2의 전성기를 열게 한 허니버터칩을 카페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맛볼 수 있다. 또 해태제과의 장수 제품인 홈런볼, 오예스, 후렌치파이 등을 응용해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장수 브랜드들이 변신하고 있는 이유는 젊은 고객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도 연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잘 알려진 기존 제품을 활용하면 큰 부담 없이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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